CINELAB2025-04-28 16:17:47
5월 둘째 주 극장 개봉 & 예정작
사랑에 빠지는 바이러스가 있다고?! <바이러스> 개봉

사랑에 빠지는 바이러스가 세상에 나타난다면?!
무수히 많은 바이러스가 영화의 소재가 되어 왔지만, 사랑에 빠지게 되는 바이러스라니 생소하지 않나요?
배두나, 김윤석 배우가 주연을 맡아 더욱 궁금해지는 <바이러스>가 금주 개봉을 앞두고 있습니다.
자기 자신에 대한 뚜렷한 목표 의식이나 가치관 없이 흘러가는 대로 살아가고 있는 20대 소녀 카나의
갈팡질팡하는 사랑을 담은 <나미비아의 사막>도 여러분을 기다리고 있는 가운데, 과연 여러분의 PICK은?
바이러스
Virus

개요: 드라마 | 대한민국 | 98분
감독: 강이관
주연: 배두나, 김윤석, 장기하, 손석구
개봉: 2025.05.07.
배급: ㈜바이포엠스튜디오

줄거리
연애 세포 소멸 직전, 내 몸에 바이러스가 침투했다 기력도, 의욕도, 연애 세포도 바닥난 일상을 보내고 있는 번역가 '택선'.
첫 만남에 청혼까지 하는 모쏠 연구원 ‘수필’과의 엉망진창 소개팅 다음 날, 갑자기 세상이 온통 핑크빛으로 물든다.
괜스레 웃음이 나고, 거들떠보지도 않던 화려한 원피스에 눈이 가고, 매일 같이 울리는 동창 ‘연우’의 영업용 단체문자도
그저 사랑스럽기만 하다. 하지만 자신이 치사율 100%의 톡소 바이러스에 감염되었다는 소식과 함께 유일하게 치료제를
만들 수 있는 연구원 ‘이균’과 만난 ‘택선’은 이 모든 변화가 바이러스의 증상 때문이라는 것을 알게 되고
예기치 못한 여정을 시작하는데...
나미비아의 사막
Desert of Namibia

개요: 드라마 | 일본 | 137분
감독: 야마나카 요코
주연: 카와이 유미, 카네코 다이치, 칸 이치로
개봉: 2025.05.07.
배급: 스튜디오 디에이치엘

줄거리
“뭐가 뭔지 잘 모르겠어요.” 자기 자신에 대한 뚜렷한 목표 의식이나 가치관 없이 흘러 가는 대로 살아가고 있는
20대 소녀 카나. 연애에 있어서도 그저 자신의 마음이 가는대로 죄책감 없이 자유로운 관계를 추구하던 그녀는
어느새 자신만을 바라봐 주는 남자친구 혼다와 자유분방한 매력을 지닌 하야시 사이에서 갈등하게 된다.
그렇게 카나는 두 남자 사이에서 그 무엇도 선택하지 못한 채 애매한 관계를 이어가는데…
일도, 사랑도 무엇 하나 제대로 손에 넣지 못하고 불안 속에 표류하는 카나의 삶은
과연 진정 그녀가 원하는 바를 찾아갈 수 있을까?
호랑이 소녀
Tiger Stripes

개요: 공포 | 말레이시아, 대만, 프랑스 | 95분
감독: 아만다 넬 유
주연: 자프린 자리잘, 디나 에즈랄, 피카
개봉: 2025.05.07.
배급: 월트디즈니 컴퍼니 코리아

줄거리
반항적이고 낙천적인 열두 살 소녀 ‘자판’은 어느 날 받아들이기 힘든 신체의 변화를 겪고, 학교에서 이 모습을
들키지 않으려 고군분투한다. 변화가 진행될수록 또래로부터 따돌림과 공격을 받는 자판.
갈등이 격해지면서 주위에는 발작과 집단 히스테리 생겨나게 되는데…
이 모든 원흉으로 지목되는 ‘자판’ 과연 어떤 운명을 맞이할 것인가!
괴수 8호: 미션 리컨
Kaiju No. 8: Mission Recon

개요: 애니메이션 | 일본 | 120분
감독: 미야 시게유키, 카미야 토모미
주연: 후쿠니시 마사야, 카토 와타루, 파이루즈 아이, 세토 아사미, 카와니시 켄고
개봉: 2025.05.07.
배급: 메가박스중앙㈜

줄거리
괴수로 가득한 일본에서 괴물 사체 처리 작업을 하고 있는 ‘히비노 카프카’는 소꿉친구이자 방위대의 떠오르는
스타 ‘아시로 미나’의 모습을 보고 다시 한번 꿈에 도전하기로 결심한다.
어느 날 갑작스럽게 강력한 “괴수 8호”로 변신하게 된 ‘카프카’. 후배 ‘이치카와 레노’의 도움을 받아 정체를 숨긴 채,
그는 오랜 꿈이었던 방위대 시험에 합격하였고 ‘미나’의 곁에 서는 것을 목표로 나아간다.
그러나 의문의 괴수가 방위대 기지를 공격하자, ‘카프카’는 절박한 상황 속에서 중요한 결정에 직면하게 되는데…
「호시나의 휴일」 휴일이란 방위대에게는 매우 드물게 평화로운 날. 긴 훈련 끝에 찾아 온 휴일에 방황하는
‘레노’는 ‘이하루’와 함께 휴일을 보내는 ‘호시나’ 부대장을 미행해보기로 한다.
하지만 두 사람의 미행은 예상치 못한 방향으로 흘러가고 마는데…?!


Relative conten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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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월 개봉 예정작 <나이트 레이더스>
안녕하세요!
영화/OTT 콘텐츠 큐레이션 웹 매거진 '씨네랩'입니다.
<토르: 라그나로크>, <조조 래빗>을 연출한 감독 '타이카 와이티티'와
베를린국택제영화제가 선한 차세대 여성 감독 '다니스 고렛'이 만나
세계가 주목하고 있는 영화가 있죠.
바로 <나이트 레이더스>입니다!
아직 <나이트 레이더스>가 어떤 영화인지 잘 모르는 분들을 위해
간단하게 훑어보는 시간을 가져볼까 합니다.
누가 출연하나요?
엘레 마이아 테일페데스
주연 | 니스카 역
FILMOGRAPHY
비토스, 2014
블러드 퀀텀, 2019
세계가 깨어져 열릴 때, 2019
킴마피이피츠시니: 더 미닝 오브 엠퍼시, 2021
나이트 레이더스, 2022
AWARDS
제38회 벤쿠버국제영화제
브룩클린 르텍시에 하트
주연 | 와시즈 역
FILMOGRAPHY
디아스포라
나이트 레이더스, 2022
어떤 내용인가요?
국가 에머슨은 전쟁을 일으켜 대제국을 새우기 위해 아이들을 강제로 아카데미에 입교시킵니다.
아카데미에 들어가면 다시는 못 만난다는 걸 아는 '니스카'는 자신의 딸 '와시즈'를
지키기 위해 외딴 숲에서 칩거합니다.
그러던 중, 어떠한 사건으로 인해 니스카는 어쩔 수 없이 자신의 딸을 아카데미에 보내게 됩니다.
그렇게 니스카가 자신의 딸과 떨어져서 생활한지 약 10개월이 지났을 때,
예기치 못한 비밀이 하나둘씩 드러나기 시작합니다.
비밀을 알게 된 니스카는 자신의 딸을 되찾기 위해 국가의 중심부를 습격하기로 결심합니다.
과연 니스카는 자신의 딸 와시즈를 되찾을 수 있을까요?
TMI
첫 번째,
캐나다 스크린 어워즈, 하와이 국제 영화제, 토론토 국제 영화제 등 여러 영화제에서 총 20번 노미네이트되었고, 2번 수상하였다.
두 번째,
제작을 맡은 '타이카 와이티티'는 마오리족 혼혈, 영화의 감독 '다니스 고렛'은 크리족 혼혈이다.
세 번째,
감독 다니스 고렛은 1979년 록 밴드 핑크 플로이드가 발매한 'The Wall'을 떠올리며 시나리오를 작업했다.
지금까지 <나이트 레이더스>를 간단하게 살펴보았는데요.
어떠셨나요?!
<나이트 레이더스>의 결말이 궁금하시다면 3월 3일 극장에서 확인해 보세요!
그럼 우리 모두 안전하게 극장에서 만나요 ٩(๑●ᴗ●๑)۶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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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트 레이더스>의 리뷰를 보고 싶거나, 리뷰를 남기고 싶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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씨네랩 에디터 cammi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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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카엘 하네케 - 히든
미카엘 하네케 - 히든
10년도 더 전에 이 영화를 보고 잊혀지지 않는 장면 두 개가 있었다. 그때는 감독이 누구인지 몰랐고, 다시 찾아보고 싶어도 영화제목도 몰라 찾지 못하고 있다가 엊그제 한 페친이 쓴 글을 보고 곧바로 찾아서 다시 볼 수 있었다. 이 영화를 만든 감독이 마카엘 하네케 감독이라는 걸 이번에 알았다. 그의 작품은 이후에 만든 '퍼니게임'과 '아무르', '하얀리본'을 봤는데, 모든 영화가 다 관객의 마음을 몹시 불편하게 만든다는 공통점이 있었다.
기억에 또렷이 남은 두 장면은, 영화가 시작하면 보이는 길고 고정되어 있는 카메라 응시 화면이다. 프랑스 어느 지역의 도시, 평범한 주택단지를 무심하게 비추고 있는 이 카메라는 영화가 시작하고, 타이틀이 올라가는 동안 마치 스틸 사진처럼 움직이지 않는다. 시간이 지나면서 가끔 사람이 지나가고, 자전거를 탄 사람, 자동차가 드물게 지나가지만, 카메라는 조금의 움직임도 없이 프레임을 고정한다. 좁은 골목과 주차한 자동차, 정면으로 보이는 주택과 그 뒤의 아파트. 특별하다고 보기 어려운 장면이다.
그럼에도 이 고정되어 있는 장면은 왠지 기분 나쁜 느낌이다. 카메라에 보이는 대상-골목과 자동차와 정면의 주택과 아파트-을 관객인 내가 바라보고 있지만, 그 시선이 관객(나)이 아닌, 타인의 시선이라는 걸 관객(나)은 이미 알고 있기 때문에, 관객(나)은 자신의 의지가 아닌, 타인의 시선을 강요당하고 있기 때문에 불쾌해지는 것이다.
그리고, 이 화면은 곧 리와인드되면서, 관객이 보고 있는 장면이 비디오테이프로 녹화된 과거의 어느 시점에 촬영된 장면임을 알게 된다. 비디오테이프를 보는 사람은 조르주와 안느 부부다. 자기 집을 정면으로 바라보고 촬영한 비디오테이프가 비닐봉투에 담겨 문앞에 놓여 있었고, 부부는 이상하게 생각한다. 시간이 흐르면서 각도를 달리해 찍은 비슷한 비디오테이프가 계속 문앞에 놓이고, 조르주는 누군가 자신과 가족을 위협하고 있다고 판단한다.
기억에 남는 두번째 장면은, 조르주가 비디오테이프를 통해 알게 된 어느 아파트, 가난한 사람들-주로 이주민들-이 모여 사는 좁고 낡은 아파트의 주소로 찾아갔을 때, 그를 기다리던 마지드가 조르주 앞에서 칼을 꺼내 자신의 목을 긋고 죽는 장면이다. 이 장면 역시 카메라가 조금 멀리 떨어져 응시한다. 마지드는 조르주 앞에서 자신의 결백을 주장하며 자살하지만, 그의 죽음은 마치 등을 보이고 있는 조르주가 살해한 것처럼 보인다.
이 두 장면이 오래도록 잊혀지지 않는 까닭을 이번에 다시 영화를 보면서 알았다. 영화 제목이 '히든'이라는 건 마카엘 하네케 감독이 의외로 관객에게 친절하게 힌트를 준 것이다. 이 영화에서 '히든'은 여러 개가 존재한다.
조르주는 프랑스의 중산층으로, 텔레비전에서 문학 토론 프로그램을 진행하는 사람이다. 그의 아내 안느도 출판사에서 일하고 있다. 부부의 집은 중산층답게 부족한 것 없이 잘 꾸며져 있고, 특히 거실 겸 서재는 삼면이 책장으로 둘러싸여 있으며 책이 빼곡하게 꽂혀 있다. 문학, 출판과 관련한 일을 하는 부부답게 지성인이며, 책도 많이 읽고, 책장에 꽂힌 책은 장식용이 아닌, 그들의 삶을 반영하는 책들이다.
하지만, 조르주와 안느는 다른 사람을 속이는 위선자들이자, 자신의 욕망을 합리화하고, 감추는 비열하고 타락한 지식인이다. 이들의 속내를 들여다보는 장면은 짧게 몇 번 나오지만, 그것만으로도 이 부부의 위선적이고 이기적인 태도는 충분히 알 수 있다.
비디오테이프가 계속 문앞에 놓이고, 누군가 자신들을 지켜보고 있다는 위협을 느끼자, 조르주는 범인이 누구일까 깊이 생각하다 가능성 있는 한 명을 떠올린다. 그리고 우연일 수 없는 다음 비디오테이프에서 어떤 아파트가 보이고, 조르주는 그 아파트를 찾아가 그가 생각하고 있던 인물을 만난다. 생각은 했지만, 막상 만나게 되자, 조르주는 당황한다. 그것은 벌써 40년이 넘은, 오래된 기억을, 결코 유쾌하지 않은 기억을 소환해야 하기 때문이다.
조르주는 마지드를 40년만에 만나지만, 곧바로 마지드를 협박한다. 자기에게 비디오테이프를 보내지 말라고. 하지만 마지드는 영문을 모른다. 40년만에 찾아와서 자신을 협박하는 조르주를 보면서, 마지드는 조르주가 어릴 때와 조금도 달라지지 않았다고 말한다.
40년 전, 조르주와 마지드에게 어떤 일이 있었던 걸까. 조르주의 부모는 프랑스 파리 외곽에서 꽤 부유하게 살고 있었다. 그때 조르주의 집에서 집안 일을 도와주며 함께 살던 사람이 마지드와 그의 부모였다. 마지드 가족은 알제리 사람으로, 알제리에서 프랑스로 이주했다. 조르주가 6살 때, 마지드가 닭을 잡는 장면을 기억하는데, 마지드는 작은 도끼로 닭의 목을 쳤고, 닭피가 튀어 마지드의 얼굴에 묻었다. 닭은 대가리가 잘렸어도 푸드덕거리며 뛰어다녔고, 마지드는 얼굴에 피를 묻힌 채, 난감하고 곤혹스러운 표정으로 조르주를 바라보고 있다.
그 사건 직전 또는 직후에 마지드의 부모는 사망한다. 영화에서는 아주 짧게, 조르주의 입에서 대충 얼버무리듯 나온 사건이 있었다. 조르주의 어머니도 '기억나지 않는다'고 말하는, 하지만 결코 잊을 수 없는 사건은 프랑스 파리 한복판, 생 미셀 다리에서 수백 명의 알제리인이 프랑스 경찰에 맞아죽고, 수십 명이 다리 아래로 뛰어내려 익사한 사건이 발생했다. 1961년, 10월 17일에 일어난 사건이다.
이 영화는 미카엘 하네케 감독이 바로 이 사건을 말하기 위해 만들었다. 아주 짧게 언급하지만, 주인공의 운명을 모두 바꾸는 가장 중요한 역사적 사건이기 때문이다. 1961년 10월 17일, 알제리인 약 3만 명이 세느 강이 흐르는 생 미셀 다리를 중심으로 모여들었다. 이곳에 모이기 전에 발생한 사건들은 당연히 알제리 식민지 해방투쟁과 깊은 관련이 있다. 따라서 이 영화는 제국주의 프랑스가 식민지로 만든 알제리의 해방투쟁과 직접 관련이 있고, 프랑스의 국가범죄를 고발하는 영화인 것이다.
1961년 8월부터 알제리 민족해방전선(FLN)은 프랑스 경찰을 살해하기 시작했다. 그해 10월까지 프랑스 경찰 11명이 FLN의 폭탄 공격으로 사망했다. 그러자 파리 경찰국장 모리스 파퐁은 10월 5일 파리 전역에 걸쳐 야간통행 금지령을 발표한다. 저녁8시 30분부터 다음날 새벽 5시 30분까지. 단, 프랑스인은 예외였고, 오직 알제리 무슬림 노동자, 프랑스 무슬림, 알제리의 프랑스 무슬림만 해당하는 통행금지였다. 이 시기에 파리와 그 근교에 살고 있던 알제리 사람은 약 15만 명 정도로 추산하고 있다. 이들은 자신들을 차별하는 프랑스 경찰의 통행금지 발표에 항의하기 위해 시위를 조직한 것이다. 그리고 10월 17일, 알제리인들이 생 미셀 다리를 중심으로 모여들기 시작했다.
프랑스 경찰과 공화국 보안기동대, 국가헌병대 등 국가폭력기관이 총동원되어 시위에 참여하는 알제리인, 모로코인, 튀니지인들을 체포했다. 그럼에도 이들 시위대가 끊임없이 몰려들자 마침내 발포를 시작하고, 총에 맞아 죽은 사람, 다리에서 떨어져 죽은 사람 등 무려 수백 명의 사망자가 발생한다. 프랑스의 공식 입장은 1998년에 사망자 32명, 1999년 프랑스 총리실에서 센강에 버려진 시체 48명, 1961년 알제리 독립운동과 관련해 사망한 사람 246명으로 발표했다. 하지만 FLN의 발표는 1961년 한해 프랑스에서 죽은 알제리인은 사망 200명, 실종 400명, 부상 2300명으로 발표했다.
이 사건으로 처벌받은 프랑스 경찰은 한 명도 없었고, 프랑스는 이 사건 자체를 철저하게 은폐했다. 더 놀라운 사실은, 프랑스 경찰국장인 모리스 파퐁이 나치 부역자였다는 것이다. 파퐁은 게슈타포와 협력해 유대인 1600명을 강제수용소로 보내는 공을 세웠다. 이 사실은 1997년이 되어서야 밝혀졌고, 모리스 파퐁은 10년 징역형을 선고받았다.
마지드의 부모가 생 미셀 다리에서 뛰어내려-경찰에 의해 떠밀려 떨어졌을 가능성이 더 높다-사망한 사건이 발생하고, 마지드가 고아가 되자, 조르주의 부모는 마지드를 입양할 생각을 했다. 마지드를 입양했다면 이 사건은 발생하지 않았을 것이다. 조르주의 부모가 마지드를 고아원으로 보내게 된 결정적 계기는 조르주의 거짓말이었다. 조르주는 마지드를 형이라고 부르며 따랐지만, 어떤 이유에서인지 마지드의 입양을 반대했다. 그는 불과 6살 어린이였음에도, 마지드에게 나쁜 영향을 줄 수 있는 거짓말을 부모에게 한 것이다.
조르주는 마지드를 만나고도 전화로는 아내 안느에게 아파트에는 아무도 없었다고 거짓말 한다. 하지만 조르주가 집에 도착했을 때는 이미 조르주와 마지드가 만나 이야기하는 장면이 담긴 비디오테이프를 안느가 보고 있었고, 그것을 본 조르주는 마지 못해 사실을 털어놓는다. 조르주의 변명은, 안느가 걱정할까봐, 라는 것이지만, 그가 이미 여러번 아내에게 거짓말하는 걸 본 관객은 조르주를 믿지 않는다. 그는 비열한 인간인 것이다.
이런 상황에 아들 피에로가 집에 돌아오지 않자 조르주와 안느는 아들이 누군가에게 납치당한 것이라 생각하고 경찰의 도움을 받아 마지드의 집을 찾아간다. 그곳에 아들은 없었고, 마지드와 그의 아들만 있었지만, 경찰은 두 사람을 체포한다. 다음 날, 아들 친구의 엄마가 집으로 데려다주면서 이 사건은 헤프닝으로 끝나고, 마지드와 그의 아들도 경찰에서 풀려나지만, 마지드는 조르주를 집으로 불러, 그가 보는 앞에서 칼로 목을 그어 자살한다.
아들이 왜 가출했는지 이유를 묻는 안느에게 피에로는 엄마 안느의 불륜을 의심한다. 안느는 직장 동료이자 가까운 친구인 피에르(이들 피에로와 이름이 비슷하다)와 친한 사이라는 건 인정하지만, 단지 가까운 동료일 뿐이라고 강변한다. 영화에서 안느와 피에르가 불륜 관계라고 단정할 만한 장면은 보이지 않는다. 하지만 안느의 태도에서 피에르에게 감정적, 정서적으로 매우 가깝다는 걸 확인할 수 있다.
피에로는 그걸 눈치 채지만, 안느의 남편 조르주는 눈치 채지 못한다. 그리고 안느는 아들에게 '아니다'라고 말하지만, 아들 피에로나 관객은 안느를 의심한다.
마지드의 자살로 조르주는 경찰의 조사를 받고, 결백하다는 인정을 받고 사건은 끝난다. 하지만 마지드의 아들은 조르주를 찾아와 할 말이 있다고 한다. 조르주는 마지드의 자살이 자기 때문이 아니라고, 그건 마지드 본인의 문제라고 강변하지만, 그 말을 믿을 사람이 과연 있을까.
영화의 마지막 장면은 첫 장면처럼, 카메라가 피에로의 학교 입구를 고정해서 바라보고 있다. 학생들이 몰려나오고, 서로 웃고 떠들고, 계단에 앉아 이야기를 나누거나, 인사를 하고 헤어지는 장면들이 보인다. 그리고 피에로가 학교에서 나와 계단에 서 있을 때, 마지드의 아들이 다가와 인사하고, 두 사람은 무언가 이야기를 나눈다. 영화는 끝나지만, 이 이야기는 이제 시작이라고 말하는 듯 하다.
영화의 시작부터 끝까지, 풀리지 않는 의문은 비디오테이프를 누가 촬영했고, 누가 보냈는가다. 감독이 아무런 단서를 보여주지 않고, 범인이 누구인가도 밝히지 않는다. 비디오테이프를 보낸 건 감독 자신이었을 거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즉, 극(영화)에 개입해 극의 흐름을 바꾸는 역할을 외부의 의도적 관계-또는 권력-로 보여주는 방식인데, 이때 '외부'는 진실을 드러내려는 '의지'라고 할 수 있다. 미국에서도 닉슨이 민주당 선거본부에 도청장치를 설치해 도청한 사건을 두고 FBI의 수사를 방해한 것으로 드러나 사임하게 되는데, 이 워터게이트 사건의 진실을 신문기자에게 알리는 역할을 한 사람이 언론사의 입장에서는 '진실을 드러내려는 의지'였던 것이다.
누구도 말하려 하지 않는 사건을 미카엘 하네케 감독은 자신이 직접 개입해 극의 인물에게 충격을 주는 방식으로 이야기를 풀어나간다. 즉, 비디오테이프의 존재가 없다면, 이 영화는 설립할 수 없게 되고, 진실은 드러나지 않게 된다. 진실을 드러내기 위해서는 기억을 은폐하고, 의도적으로 숨기거나, 기억을 왜곡, 조작해 합리화하려는 가해자에게 진실을 말할 필요가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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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러니까 돌아오지 마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계나가 한국에 영영 돌아오지 않기를 간절히 바랬다. 좋은 남자 만나서 아이 낳고 사는 게 행복인 곳에 돌아오지 마. 그리고 커다란 해일이 덮쳐올 때, 영화가 자유로운 비극으로 끝나는 것이 더 나을 수도 있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계나는 그러지 않았다. 그녀는 비극 때문에 한국에 돌아오지만 담담히 이야기를 전하고 다시 떠난다.
20대 중반, 인천에서 강남으로 매일 마을버스와 지하철에 몸을 싣고 통근하는 계나는 더 이상 견딜 수가 없다. 이 회사는 뭘 하는 곳인지, 나는 무슨 일을 하고 있는 건지 알 수가 없다. 5일 치의 관료제에서 살아남으면 주말에는 7년간 사귄 남자친구와의 결혼 압박이 기다리고 있다. 어느 모로 보나 이렇게 흘러가는 삶이 계나의 행복이 아닌 것은 분명한 것 같다. 그래서 계나는 떠나기로 한다. 대체 뭣 하러 직장 때려치우고 뉴질랜드까지 가느냐는 질문에 그녀는 ‘한국이 싫어서,’ ‘비전이 없어서’ 라는 말로 모든 답을 일축한다.
계나의 목표는 무엇일까. 도피성 워킹 홀리데이를 떠난 그녀에게 뚜렷한 목표는 없다. 그저 한국의 지독한 추위가 싫어서, 인천부터 강남을 오가는 출퇴근길이 싫어서 계나는 남반구에 도착해 대학 생활과 아르바이트부터 다시 시작한다. 그럼에도 쏟아지는 노을을 맞으며 자전거를 타는 계나의 얼굴에는 서울 지하철 2호선 환승역에서는 좀처럼 보기 힘든 평안이 깃들어 있다. 그리고 그 순간 관객은 깨닫게 된다. 계나는 더 좋은 집도, 직업도, 남자도 아닌 바로 그런 순간을 위해서 한국을 떠난 것이라는 걸. 이 도피성 워홀은 원대한 목표를 좇는 것이 아니라 삶을 조금이라도 더 즐겨 보려는 노력이다.
한편 <한국이 싫어서>는 원작 소설에 적혀 있었을 속마음, 불안정 같은 정서를 표현하는 데에 영화 매체의 특징을 자유자재로 활용했다. 뉴질랜드에서의 생활과 한국에서의 삶을 점프해 가면서 마치 둘 모두가 꿈인 것 같은 순간을 만들어낼 때마다, 꼭 계나에게 힘든 순간이 찾아올 때마다 하는 다짐이 들리는 것 같다. 회의감이 들 때마다 왜 여기 왔는지 떠올려 보는 것이다. 나의 삶이 송두리째 바뀌는 결정들을 남자친구는 속 편하게 잘도 들먹였지, 하고. 그래서 이 작품은 한국 사회를 고발하는 코미디, 드라마에서 정체되지 않고 동시대 관객에게 손을 내미는 이야기가 된다. 고아성 배우가 연기하는 보통의 얼굴, 뜻밖의 비극과 ‘그래도 한번 해 볼까’ 하는 작은 희망, 영화 언어를 통해 오가는 장소들을 경유해 <한국이 싫어서>는 공감과 위로를 선사한다.
그러니 한국이나 뉴질랜드나 똑같아, 도망친 곳에 낙원은 없지. 하고 팔짱 낀 채 스크린을 쳐다보지 말자. 그래봤자 꾸벅꾸벅 졸면서도 아이엘츠를 들이파고 있는 계나들을 막을 수 없다. 나열할 수조차 없는 수많은 이유로, 한국이 싫어서, 한국이 너무 싫어서…
* 본 리뷰는 하이스트레인저 씨네랩에서 초대받은 시사회 참석 후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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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연의 운명성 속에서 흩어지고 제자리를 찾아가는 진심
해당 리뷰는 씨네랩의 초청을 받아 관람 후 작성되었습니다.
3편의 이야기로 이루어진 영화 <우연과 상상>은 그 제목에 걸맞게 생각지도 못한 우연에 기대어 나아가는 것처럼 보인다. ‘우연한 사건’은 영화에서는 물론 실제 삶 속에서도 종종 중요한 구심점이 된다. 다만 이야기 속의 우연은 압축된 시간의 흐름 안에서 필연적인 운명의 속성을 띤다. 대화와 우연을 동력으로 흘러가는 3개의 이야기 속에서 진실 혹은 진심은 흩어지는 듯하나 그들이 있어야 할 자리를 찾아간다. 하마구치 류스케 감독은 <우연과 상상>을 통해 진실과 소통에 대한 낯익은 주제의식을 가볍고 다채롭게 변주한다.
비밀에 부친 진심의 유출
영화 속 인물들이 숨기고자 했던 것은 어떤 방식으로든 드러나고 공개된다. 공개되는 대상과 방식은 저마다 다르지만 어떤 이야기에서도 꼭꼭 숨겨진 비밀은 없다.
<제1화 마법(보다 더 불확실한 것)>에서 패션 모델인 메이코(후루카와 코토네)는 함께 일하는 츠구미(현리)에게 한 남자와의 이야기를 듣고 기시감을 느낀다. 츠구미와 애무와도 같은 깊은 대화를 나눈 상대는 메이코의 전 남자친구 카즈아키(나카지마 아유무)였다. 메이코가 숨기고자 한 진심은 영화 속 인물이 아닌 관객에게 적나라하게 드러나고야 만다.
<제2화 문은 열어둔 채로>. 아이를 낳고 뒤늦게 대학에 입학해 동성 친구가 없는 나오(모리 카츠키)는 사사키(카이 쇼우마)와 비밀리에 섹스파트너 관계를 맺고 있다. 깐깐한 세가와(시부카와 키요히코) 교수 때문에 장래 계획에 차질이 생긴 사사키는 나오에게 세가와 교수를 함정에 빠트리라고 지시한다. 나오는 세가와 교수의 아쿠타가와 수상을 핑계로 교수실로 향한다. 교수실의 문은 열려 있었지만 꽤 선정적인 이들의 대화는 나오의 휴대폰에 고스란히 녹음된다. 이 녹음 파일은 작은 실수로 잘못 전해지고 만다.
<제3화 다시 한 번>은 20년 동안 전하지 못했던 진심에 관한 이야기다. 20년 만에 동창회에 나간 나츠코(우라베 후사코)는 도쿄로 돌아가려는 찰나 보고 싶었던 사람을 우연히 만난다. 하지만 20년 동안 전하지 못했던 감정과 진심 어린 말은 당사자에게 도달하지 못한다.
여기저기로 흩어져 버리는 진심들을 보고 있자면 안타깝기도 하고 우습기도 하다. 이미 <해피 아워>(2015)와 <드라이브 마이 카>(2021)를 통해 진실한 소통의 어려움을 이야기한 바 있는 하마구치 류스케 감독이지만, 이번 영화 <우연과 상상>은 소통과 이해의 주체가 사람이 아닌 진실 혹은 진심 그 자체인 듯하다. 세상에 비밀이 있을 수 있을까. 진심을 숨길 수 있을까. 비밀에 부치고 싶었으나 본의 아니게 드러나게 되는 진실 혹은 진심들이 이 영화의 주인공이다. 우연과 상상을 통해 진심들은 그들이 가야 할 곳을 향해 움직인다.
우연의 운명적 속성
앞서 말했듯이 하마구치 류스케 감독은 이번에도 인물들 간의 대화를 통해 극을 이끌어 간다. 메이코와 츠구미는 택시 뒷좌석에서 바에서 나눈 대화에 대해 이야기한다. 교수실에서 나오와 세가와 교수는 소설에 대한 대화를 한다. 나츠코는 친구와 손을 마주 잡고 대화한다. 두 인물 간의 대화에 정신없이 빠져들다 보면 사건은 어느새 일단락 된다. 세가와 교수는 자신의 소설에 대해 설명하며 이렇게 말한다. “말이 그것을 원했”다고. 말이 말을, 글이 글을 불러오는 말과 글의 영화다. <우연과 상상> 속에서 말은 그 자체로 힘을 갖고 있다는 듯이 움직인다. 말과 글로써 퍼지고 흩어지는 비밀들로 우연은 예정된 예언처럼 한발 앞서 이들을 기다린다. 그리하여 관객은 우연의 몇 발자국 앞에서 이를 예감하게 된다.
각 이야기의 인물들은 자신이 바라던 것과는 사뭇 다른 결말을 맞이한다. 기대했던 상상은 수많은 우연으로 인해 전혀 다른 방향으로 나아간다. 메이코는 말한다. “마법보다 더 불확실한 것을 믿어볼 생각 있”느냐고. 그건 본인조차 종잡을 수 없는 메이코 자신의 마음이기도 하고, 우리 앞에 펼쳐진 우연이기도 하다. 우연은 그렇게 운명처럼 그들을 기다리고 있다. 우연이라기보다 운명에 가까운 관계들이 나오지만, 영화 속 인물들은 이를 우연이라고 믿는다. 우리는 눈앞의 우연을 운명이라고 명명하지 않는다. 영화를 보는 관객처럼 제3의 눈으로 보아야 마침내 그것이 운명이었음을 실감하게 되는 것이다. 그렇게 영화를 보는 이들은 말 그대로 전지적 시점으로 우연이라는 것의 움직임을 가늠할 수 있게 된다.
영화 속에서 진심과 진실들은 어떤 방식으로든 기록된다. 기록은 인간이 순간을 붙잡을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다. 메이코는 자신의 마음을 사진을 찍음으로써 기록한다. 나오는 녹음으로 둘의 대화를 기록한다. 아야와 나츠키는 일종의 역할극을 통해 기억에 각인한다. 어찌 되었든 진심을 담을 곳을 찾아 남기는 것, 그것이 기록이다. 기록은 순간을 포착하고 남김으로써 물질적으로 또 정신적으로 사람의 마음에 남는다.
세번째 이야기 <다시 한 번>은 ‘제론’이라는 소프트웨어 바이러스에 의해 인터넷상의 모든 정보가 유출된 상황을 배경으로 한다. 이 이야기 속 두 사람은 역할극을 통해 기억을 새롭게 재현한다. 아직 만들어지지 않은 추억을 새롭게 기록하는 것이다. 두 사람의 기록은 앞선 기록과는 사뭇 다르다. 모든 것이 아날로그 시절로 회귀한 시대에서 두 사람은 진심이라는 정보를 서로에게 공개해 버린다. 물질의 힘을 빌리지 않고 서로의 마음에 기록한 진실은 마침내 마음의 깊은 구멍을 메우게 된다. 우연에게 길을 내어주고 진심을 막지 않고 손을 맞잡음으로써 끝내 자유로워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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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JIFF 데일리] 폭력의 낭만화, 낭만의 폭력화, 예쁜 영화는 아니야
예쁜 영화는 아니야 (Not a Pretty Picture,1976)
이 작품은 마샤 쿨리지 감독의 자전적 이야기가 들어간 기록이자 ‘강간’이라는 폭력이 어째서 문화가 되었는지에 공론을 시도한 작품이다. 2022년 복원되어, 2024년 전주국제영화제를 통해 한국에서도 만날 수 있게 되었다. 마샤 쿨리지 감독은 미국에서 영상 창작과 관련하여 다양하게 활동하고 있는 창작자이다. 72년부터 지금까지 활동하고 있으며, 미국 감독 조합에서 최초의 여성 조합장을 맡은 인물이기도 하다. 여러모로 미국에서 ‘여성 창자가’로서의 위치를 계속 지킨 선배인 것이다.
영화의 계기는 시작과 동시에 바로 밝혀진다. 쿨리지 감독은 자신의 경험을 재현하여, 이를 통해 당시의 감정과 이유를 찾아보고, 이 경험을 나눔으로써 ‘강간 문화’를 공론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또한, ‘강간’에 관한 ‘피해자-가해자’의 구조를 분해하고, 피해자의 수치심에 이의를 제기한다. 또 이 과정에서 가해자의 오류를 짚어내며 (당시) 현대의 뒤틀어진 성문화에 관하여 자연스럽게 고발하는 모습을 띄기도 한다. 이는 기존에 갖고 있던 사고의 흐름과 다른 방식의 해석을 제시한다. 더불어 만티 배우도 비슷한 경험이 있었기에 쿨리지 감독의 프로젝트에 동참하게 된다. 나는 이 프로젝트가 자신의 트라우마를 직면하여 객관성을 찾고, 내가 갖고 있던 주관적 오류를 발견할 수 있는 좋은 시도라 생각했다. 하지만 이것 또한 한계가 있는 방법이라 생각한다. 그 트라우마에 대해서 받아들이는 힘이 어느 정도 부축될 수 있어야 실현 가능한 급진적인 치료법이 아닐까.
그래서 내가 실제로 재현(연극)을 통하여 나를 분석하는 시간을 갖기 전에 다른 사례를 보면서 미리 괴로움의 타격감을 낮춰보는 것이다. 영화에서 이 재현의 방식을 숨김없이 적나라하게 보여주므로, 우리는 이런 방안의 존재를 인식하고, 다른 시선의 해석을 고려해 볼 수 있게 된다.
영화의 구조가 독특한데, 쿨리지 감독의 실제 있었던 강간의 경험과 미셸 만티 배우의 경험도 포함하여 이루어진 ‘믹스-다큐멘터리’이다. 픽션이기도 하면서 논픽션이며, 다큐멘터리이면서도 극이 존재하는 새로운 형태의 에세이라고 생각했다. 보통의 다큐멘터리에서 ‘극(재현)’과 ‘내레이션’이 같이 등장하는 경우, ‘극’에 해당되는 장면은 예시로서 등장하고, 이후 내레이션이 설명과 전개를 담당한다. 하지만 이 영화는 ‘극’을 통해 이야기를 전개하고, ‘재현’을 극의 밖으로 꺼내온다. 허구성을 최대한 덜어내고, 객관성을 살리고자 하는 방식이지 않았나 싶다. 제4의 벽이 눈앞에 놓여있는 것이다. 우리가 극에 관한 이입에 방지턱을 넣어주는 역할이 되어준다.
‘강간’이라는 주제는 아직도 우리에게 낯설고, 피해자에게 부당한 감정을 당연시되는 고질적인 폭력 중 하나다. 그래서 그런 만큼 우리가 갖고 있는 선입견이나 고정관념에 의해서 쉽게 가해자를 동조하고, 피해자를 비난하는 구조에 응할 수 있다. 가해자의 폭력의 무게는 한없이 가벼워지고, 피해자의 수치심은 반비례하게 된다. 여전히 사건의 연장선에 놓이게 되는 것이다. 이런 역설적인 부당한 폭력인 ‘강간’에 관하여 이야기를 다루는 만큼 재현하는 과정에서 ‘브레이크’라는 장치가 중요했을 것이다. 그리하여 쿨리지 감독은 극과 다큐멘터리의 틀을 깨트리고, 간섭하고, 혼합하여 새로운 구조를 만든 것이다. 어찌 보면 통일되지 않는 비 완성성이 안정성을 부여해 준 것이다.
그래서 내게 구조적으로도 참 매력적인 작품이라고 생각했다. 다루기 어려운 주제일수록 새로운 방식을 창조하여 순응 대신 어떻게든 반기를 들겠다는 강한 도전처럼 느껴졌다. 이런 강렬한 도전은 파격적인 형태로 비칠 수 있지만, 그만큼 더 강력히 파고들어가 인식해 볼 기회를 얻게 되는 것이 아닐까.
이 영화를 관람하게 된 계기는 요 근래 내가 ‘섹스-강간’에 관한 주제에 관심 많았고, 이에 걸맞은 영화라 안 볼 수가 없었다. 우리는 사랑이라는 낭만, 설렘이라는 낭만, 성(SEX)라는 낭만에서 얼마나 많은 폭력이 도사리고 있는지 알고 있을까. 낭만이 폭력으로 다가올 때, 우리는 ‘폭력’이라 인지하기가 어렵다. 언뜻 ‘낭만’이란 포장지가 폭력을 정당화하고, 가해자에게는 면죄부를 피해자에게는 아예 사건을 파악할 수 없도록 교란시킨다. 우리가 사랑하던 낭만이 어째서 폭력이 되는 걸까. 이는 ‘성(SEX)’의 문화가 치밀하게 권력구조를 계속 유지하였기 때문이다.
극중 강간의 장면을 재현하면서 가해자를 맡은 배우와 피해자를 맡은 배우 그리고 그 사건의 당사자인 쿨리지 감독은 중간중간 서로의 견해를 밝히고, 각자의 의견에 반응을 숨김없이 표현한다. 이 과정을 통해서 남성에게는 ‘강간’이란 심각하게 다가와서는 안 되는 성취이자 달성 목표이고, 여성에게 ‘강간’이란 남성의 성취욕을 방해한 치욕의 대가로 작용한다. 오래전부터 이어온 악습인데, 여성과 남성이란 성별 이분법의 권력구조가 ‘강간 문화’를 용인해 줬다. 이 문화를 통해 사건의 제공자는 분명하게 남성이지만, 여성이 자초한 일로 해프닝으로 정리되고, 걸맞지 않은 고통을 부여받는다. 이는 피해자인 여성에게 수치심이라는 잘못된 감정을 심어주고, 불쾌감이라는 권리를 놓쳐 버리게 된다. 이렇게 낙인은 계속 유지되고, ‘강간 문화’는 더욱 견고하게 자리를 잡고 비키지 않게 된다.
이것을 어떻게 바꿀 수 있을까.
여기에 쿨리지 감독은 ‘직시하기’라는 방법을 택한 것이고, 이를 통해 우리의 오류를 파악하고, 놓쳐버린 권리를 깨닫는다. 우리가 폭력을 저지르지 않을 권리, 우리가 폭력을 당하지 않을 권리, 그리고 낭만을 즐길 권리를. 남성은 가해자지만 동시에 그들도 받은 피해가 있다. 그들은 사회가 부여한 가부장에 ‘폭력’이란 잘못의 무게를 한없이 가볍게 해, 이내 저지르게 한다. 폭력을 하지 않을 권리가 필요하다. 그래서 늘 ‘성범죄’와 관련하여 끝마무리를 할 땐, ‘성교육’을 빼놓기가 어렵다. 만약에 남성들이 성교육을 받았더라면 폭력을 인지할 수 있었을까, 그리고 여성들은 폭력 이후의 거듭되는 폭력에 벗어날 수 있었을까.
여전히 사회는 피해자에게 범죄를 조심하라고 한다. 그리고 예방법을 알려준다. 그러나 그전에 가해자가 가해를 저지르지 않게 알리는 것이 피해를 줄이게 할 수 있는 것이 아닐까. 낭만이란 허울에 폭력을 용인하는 사회부터 시작해야 한다. 이것이 폭력의 재생산을 방지한다. 폭력이란 피해를 대처하는 것도 아니고, 피해자가 예방하는 것도 힘들다. 그러니, 부디 폭력의 발생부터 짚어지길 바란다.
영화를 보면서 ‘피해자’의 생각뿐 아니라 ‘가해자’의 생각도 함께 듣게 됨으로 전체적인 틀을 바라보고, 더 큰 시야에서의 불합당함을 찾을 수 있었다. 이런 공론을 시도한 쿨리지 감독의 용기와 도전에 인상이 참 크다. 미시적인 출발이 거대한 가시성을 이뤄냈다. 개인에서 사회 전체로까지 생각을 폭을 넓힐 수 있던 작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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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극T AI와 극F 로맨스의 도킹
영화 '만추' 이후 13년 만에 스크린으로 돌아온 김태용 감독의 선택은 AI(인공지능)이다. 전작들에게서 섬세하게 그려냈던 감성과 정반대 느낌이 강한 AI는 상상이 되지 않았다. 그래서 그의 신작 '원더랜드'가 어떤 느낌인지 대중에게 공개되기 전까지 호기심을 유발했다.
스펙터클을 연상케 하는 AI 소재는 '원더랜드'를 만나면서 따스한 느낌을 준다. 김태용 감독의 영화답게 진솔함과 정교함, 그리고 감성적이면서 지적인 느낌이다. 전작인 '가족의 탄생', '만추'로 담아낸 감수성은 그대로 간직하고 있다.
죽은 사람 혹은 죽음에 준하는 사람을 인공지능으로 복원하는 영상통화 서비스 '원더랜드'를 통해 사랑하는 사람과 다시 만나는 이야기가 이 영화의 큰 줄거리다. 이에 따라 어린 딸 지아에게 자신의 죽음을 숨긴 바이리(탕웨이), 깨어나지 못하는 남자친구 태주(박보검)를 복원해 행복한 일상을 보내는 정인(수지), '원더랜드' 서비스 플래너 해리(정유미)와 현수(최우식) 세 갈래로 갈라진다.
'원더랜드'는 각기 다른 에피소드를 병렬한 뒤 '가족'을 통해 인간과 관계를 탐구했던 '가족의 탄생'처럼 3개의 에피소드를 전하면서 AI에 스며든 인간과 관계를 들여다본다. 그러면서 죽음이 무엇이고, 죽음은 인간관계를 종결시키는 것인지, 가상으로 유지되는 관계도 진짜인지, 관계는 어떻게 정의해야 하는지 등 다양한 질문을 던진다.
다양한 주제를 담아내고 있어 철학적인 내용일까 생각되지만 '원더랜드'의 기본 바탕은 로맨스, 바로 사랑이다. 사랑하는 이를 떠나보냈지만 계속 사랑하고 싶은 마음에 대해 말한다. 엄마와 딸, 연인 등 인위적으로 이어가는 사랑을 표현하다가 발생하는 혼란, 혼란 속에서 피어난 사랑의 개념, 이를 통해 발견한 새로운 사랑의 방식, 마음 한편에는 여전히 남아있는 공허함, 그렇게 왜곡되는 사랑이다. 단순하게 에피소드를 늘어놓는 것이 아닌, 각 이야기 속 캐릭터가 서로를 비추는 거울이 된다. 상당히 디테일하게 설정해 놓은 것이다.
'원더랜드'는 AI 소재로 만들었던 명작들의 영향을 받았는지 군데군데 비슷한 느낌을 준다. 결국 이 영화는 멜로로 다가오면서 생각할 거리를 생성한다. MBTI로 표현하자면, 극T와 극F가 적절하게 섞였다. 치밀하게 설계한 김태용 감독의 연출력이 돋보인다.
하지만 '원더랜드'는 관람하는 관객의 성향에 따라 호불호가 갈릴 것이다. 감수성이 풍부하다면 영화가 전하는 사랑의 온기에 쉽게 동기화되겠지만, 이성적으로 판단하는 이들에겐 '원더랜드'를 보고 난 뒤, 실망할 수도 있다.
또 다른 아쉬운 점은 '원더랜드'의 공개 시점이다. 원래 개봉 시점이었던 2021년이나 2022년에 공개됐다면 매우 신선하게 다가왔겠지만, 코로나 팬데믹 이후 AI 기술이 급성장하는 2024년에 공개하기엔 타이밍이 늦은 감이 있다. 그리고 깊이감보다는 넓은 폭을 선택해서인지 러닝타임 113분 안에 다 담아내다 보니 관객들을 강하게 끌어당기는 동력이 부족하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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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월 2주 최신개봉영화(특송, 하우스 오브 구찌, 웨스트 사이드 스토리, 청춘적니, 클리포드 더 빅 레드 독)
[WEEKEND CHOICE MOVIE] 2022년 1월 2주차 #개봉영화
#최신영화#영화추천 #영화예고편
#특송 #하우스오브구찌 #웨스트사이드스토리 #청춘적니 #클리포드더빅레드독
영화에 대한 더 자세한 내용은 https://blog.naver.com/rainbbox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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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넷플릭스 나의 문어 선생님을 전문(어)가를 모시고 리뷰 해봤습니다
영화 드라마 모두 마사지하듯 시원하게 이야기로 풀어드립니다!
씨네마사지 ?
나의 문어 선생님을 K-문어 선생님과 리뷰 했습니다!
씨네마사지
? 황보랑 영화 보고 싶은 사람 모여라~?? ♀
거리두기 해제 기념 씨네마사지에서 첫 번째 이벤트를 열게 되었습니다 ?
다가오는 5월 18일에 개봉하는 범죄도시2를 황보와 함께 보고 싶으신 분들은
↓↓아래 링크에서 신청해주세요 ↓↓
https://forms.gle/sAATgsdoStRCPH7v8
여러분들의 많은 관심을 부탁 드립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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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노회찬6411> 메인 예고편
시커메진 한국 정치의 판을 바꾸고자 했던 사람
서민의 언어로 그들의 속을 시원하게 대변했던 사람
함께 비를 맞으며 약자와 공감하고자 했던 사람
법 앞에 만인이 평등하길 희망했던 사람
누구나 악기 하나 정도는 다룰 수 있는 사회를 꿈꿨던 사람
지금 더욱 그리운 이름
노회찬의 진짜 이야기가 시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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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언프레임드> 티저 예고편
최희서 감독의 <반디>는 엄마와 함께 사는 소녀 반디의 사연을 담았다. 떠난 사람의 빈자리를 보듬는 사려 깊은 태도가 돋보인다. 손석구 감독의 <재방송>은 이모와 조카의 짧은 동행을 따라간다. 함부로 위로하는 대신 무심한 척 상대의 마음을 쓰다듬는 원숙함이 신뢰를 더한다. 박정민 감독의 <반장선거>는 초등학교 반장선거를 소재로 마치 범죄영화처럼 흥미진진한 전개를 펼친다. 아이를 동심의 대상으로 포장하지 않는 시선이 흥미롭다. 이제훈 감독의 <블루해피니스>는 취업준비생이 주식에 얽히면서 일어난 일을 다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