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INELAB2024-10-10 10:56:18
10월 2주 차, 최신 씨네 뉴스
'메소드 연기'의 대가 다니엘 데이 루이스 스크린 복귀

폴 토마스 앤더슨 감독의 <팬텀 스레드> 이후 은퇴 선언을 했던 배우 다니엘 데이 루이스가
스크린으로 돌아옵니다.
2025년 개봉을 앞둔 복귀작은 그의 아들인 로넌 데이 루이스의 감독 데뷔작인 <Anemone>입니다. 다니엘 데이 루이스와 로넌 데이 루이스가 공동 집필한 이 작품은 아버지, 아들, 형제 간의 복잡한 관계와 가족 간의 유대에 관한 탐구를 그리고 있다고 합니다.
숀 빈, 사만다 모턴, 사무엘 버텀리, 사피아 오클리-그린이 출연 예정이며, <러브 라이즈 블리딩>의 벤 포드스맨이 촬영 감독을 맡았습니다.

다니엘 데이 루이스는 <나의 왼발> (1989), <데어 윌 비 블러드> (2007), <링컨> (2012)에서의 연기로 세 차례 아카데미 남우주연상을 받은 바 있습니다.
'메소드 연기'의 대가로 불리는 그는 첫 오스카를 수상한 <나의 왼발>에서 뇌성마비를 앓고 있는 아일랜드 작가 크리스티 브라운을 연기할 당시, 촬영 중간에도 휠체어로 움직이며 숟가락으로 음식을 먹여 달라고 요구한 일화가 전해집니다.
또한 <아버지의 이름으로> (1994)의 잘못된 IRA 폭탄 테러범으로 몰린 게리 콘론을 연기할 때는, 며칠 동안 추운 감방에서 최소한의 식사를 하며 시간을 보냈다고 합니다.
네이버 VOD 서비스 '시리즈온' 운영 종료 예정

네이버의 영화·방송 VOD 서비스 '시리즈온'이 오는 12월 18일에 운영을 종료할 예정입니다.
네이버는 최근 공지를 통해 "디지털 플랫폼 시장의 급격한 변화에 따라 콘텐츠 판매를 종료하게 됐다"며, "구매한 콘텐츠는 보관함 기능을 통해 계속 이용할 수 있도록 하여 불편을 최소화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시리즈온 이용권은 12월 12일 자정부터 사용이 불가하며, 개별 콘텐츠 구매는 12월 18일부터 종료됩니다.
<전, 란> 강동원, 영화 프로듀서로서의 활발한 활동 예고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의 <브로커>로 프로듀서로서 첫 활동을 시작한 배우 강동원이 최근 인터뷰에서 영화 프로듀서로서의 근황을 전했습니다.
“연기를 더 하고 싶어요. 그래서 프로듀싱도 하고 있는 거죠. 저는 제 일이 너무 좋아요. 제 아이디어를 프로젝트로 만들고 싶어서 제작을 시작했습니다.”라고 말하며 내년 촬영 예정인 판타지 사극 TV 시리즈는 2년 전에 본인이 시놉시스를 썼으며, 현재는 작가가 대본을 쓰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드라마 <고독한 미식가>, 봉준호 감독에게 영화화 연출 요청

부산국제영화제를 찾은 드라마 ‘고독한 미식가’의 주역 배우 마쓰시게 유타카가 봉준호 감독과의 특별한 에피소드를 공개했습니다.
드라마 ‘고독한 미식가’를 영화화하기로 결심한 초기, 주연 배우 마쓰시게 유타카는 봉준호 감독의 <도쿄!>(2009)에 출연한 인연으로 그에게 연출을 맡아달라는 부탁을 하기 위해 편지를 썼다고 합니다.
비록 시간이 맞지 않아 어렵게 되었지만, 완성되기를 기다리고 있겠다는 봉 감독의 말에 영화를 연출해야겠다고 마음먹었다고 전했습니다.


Relative conten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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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캡틴아메리카: 브레이브 뉴 월드>: “무난한” 캡틴 아메리카를 위한 관객은 없다.
(IMDB, 발췌 편집)
<어벤져스: 엔드게임> 이후, 지속된 졸작들로 인해 바닥까지 내려간 마블. 엔드게임 이후 지금까지 개봉했던 주요 캐릭터의 영화와 시리즈를 돌아보자. <스파이더맨: 파 프롬 홈>, <완다비전>, <팔콘과 윈터솔져>, <로키>, <블랙 위도우>, <샹치>, <이터널스>, <호크아이>, <스파이더맨: 노 웨이 홈>, <닥터 스트레인지: 대혼돈의 멀티버스>, <미즈 마블>, <토르 러브 앤 썬더>, <쉬헐크>, <블랙 팬서: 와칸다 포에버>, <앤트맨과 와스프: 퀀텀매니아>, <가오갤3>, <더 마블스까지> 총 17편이 개봉했다. 이 중에서 '스파이더맨'과 '가오갤'을 제외하면, 꼭 봐야할 좋은 작품이 없다. 이렇게 참담한 상황에서, <캡틴 아메리카: 브레이브 뉴 월드>가 개봉했다. 이 작품이 엔드게임 이후의 세계관을 잘 이끌어나갈 진정한 첫 번째 영화가 될 수 있을지 하나씩 따져봤다.
예고편 대참사
(IMDB)
이번 영화를 기다리면서 어처구니없었던 부분은 다름 아닌 예고편이었다. 감칠맛을 살짝 돋우는 정도로 보여주는 게 예고편의 목적이지만, 영화 전부를 보여줬다고 해도 무방했다. 주인공이 쉽게 죽거나 다치지 않는 특성을 지닌 히어로 장르는 베일에 싸인 빌런으로 긴장감을 만들어 내야 한다. 하지만 레드 헐크를 공개해 버리면서 영화의 긴장감은 다 날아가 버렸다. 물론, 메인 빌런인 스턴스는 예고편에 많이 등장하지 않았지만, 캐릭터 자체에 큰 매력이 없었다. 이 부분은 밑에서 다루고자 한다.
이번 예고편에 대해 너무 가혹한 잣대를 들이밀고 있는 건 아닌지 비교해 보기 위해 어벤저스 : 인피니티 워 예고편을 다시 봤다. 인피니티 워를 몇 번이나 봤던 입장이지만, 타노스가 어떤 식으로 싸우는지 그리고 스토리가 어떻게 전개되는지 예상하기 어렵다는 생각이 들었다. 예고편 마저 명작이다.
이번 예고편을 보면서, 이번 영화마저 성적이 좋지 않으면 정말 큰일 난다는 마블의 불안감과 성급함이 느껴졌다. 그도 그럴 것이 주인공이 캡틴아메리카 아닌가. 엔드게임 이후 처음 개봉하는 캡틴 아메리카 영화이기에 첫 단추를 잘 끼워야 하는 그들 입장에서 당연할 터다. 예고편으로 인해 긴장감은 제로 였지만, 캡틴 아메리카니까 뭔가 보여주지 않을까라는 기대를 품고 극장에 갔다. 그런데 또 눈에 거슬리는 부분이 있었다.이런 빌런, 지긋지긋해.
예고편에 많이 등장한 레드 헐크는 메인 빌런이 아니다. 무려 2008년에 개봉했던 인크레더블 헐크에 등장한 스턴스가 메인 빌런이다. 17년 전 등장한 일회성에 가까운 빌런을 등장시킨 느낌이다. 등장시킬 빌런이 얼마나 없었길래 하는 궁금증이 생길 정도다. 스턴스는 히어로 영화에 나오는 대표적인 빌런 중 하나인 매드 사이언티스트라고 보면 된다. 이 캐릭터를 이해하기 위해 굳이 예전 영화를 찾아볼 필요까지는 없다고 생각한다. 실험을 하다가 일이 틀어져서 세상에 앙심을 품은 빌런 정도로 이해해도 문제없다. 빌런이 지루한건 오랜만이다.
(IMDB)
게다가, 극중 스턴스의 실제 모양새를 보면 메인 빌런이 이렇게 허약해 보일 수도 있나하는 의문이 들기 시작한다. 가녀린 모습에 빌런이 안쓰럽게 보일 지경이다. 메드 사이언티스트 답게 두뇌 싸움은 잘하느냐? 꼭 그렇지도 않다. 캡틴 아메리카: 시빌 워에 등장했던 헬무트 제모에 비하면 새발의 피다. 여러모로 폼이 떨어진다. 빌런이긴 한데, 빌런의 역할을 제대로는 한 건지 의문이 생기는 사이드와인더. 그의 등장도 아쉽다. 캡틴 아메리카가 운전 중인 차량을 폭파하고, 그와 단독 액션 장면이 있을 정도로 비중 있는 캐릭터처럼 그려졌다.
윈터 솔저가 닉 퓨리를 급습하는 장면이 떠오르기도 했다. 스턴스보다 묵직한 느낌의 빌런처럼 보였지만, 영화가 끝나는 무렵까지 사이드와인더의 쓸모는 무엇이었는지 답을 내리기 어려웠다. 예전 캡틴 아메리카 영화에 등장했던 레드 스컬이나 헬무트 제모를 생각하면 이번 빌런들은 총체적 난국에 가까웠다. 마블 원작에 따른 빌런의 등장 순서가 이렇게 정해져 있다면 어쩔수 없다. 하지만, 레드 헐크의 마무리와 무전기나 들고 다니는 빌런의 모양새를 보면 이건 좀 아니지 않나하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 아, 생각해도 이건 너무 아니다.
캡틴 아메리카는 무난해선 안 된다.
(IMDB)주인공 캡틴 아메리카는 어땠나? 결론적으로 말하자면, 나쁘지 않지만 그렇게 좋지도 않고 아직 어색하다. 캡틴 아메리카 보다는 강화된 팔콘이라는 느낌이 더 강하다. 여기에는 그럴 수밖에 없는 이유가 있다. 팔콘의 첫 등장은 스티브 로저스의 조력자였다. 여러 영화에서 전투에 참여했지만, 팔콘 개인의 서사를 쌓을 시간적 여유가 충분하지 않았다. 팔콘의 서사가 본격적으로 시작된 부분이 어벤저스: 엔드게임에서 스티브 로저스로부터 방패를 받는 순간 아닌가. 이후에야 팔콘 중심의 서사가 펼쳐지는 팔콘 윈터 솔져 6부작 시리즈가 나왔었다.
하지만, 팔콘 개인의 서사를 차곡차곡 쌓는 데 집중하지 않았다. 썬더볼츠 개봉을 위해 새로운 캐릭터를 선보이는 데 신경을 분산했기 때문이다. 팔콘의 서사가 쌓이기보다는 마블의 세계관만 넓어졌다. 물론, 팔콘이 캡틴 아메리카가 되어가는 과정에서 고뇌가 없었던 것은 아니다. 그러나 그의 고민은 스티브 로저스가 시빌 워에서 보여줬던 신념에 비교하면 소박하다. 이제야 팔콘의 첫 번째 개인 영화가 나왔는데, 아직도 “내가 캡틴 아메리카 맡기에 적임자 일까?”, “내가 혈청을 맞았더라면?” 같은 고민을 하고 있으니까. 솔직히 좀 짜치더라.
(IMDB, 반가웠고.)
이런 모습을 자기들도 알고 있는 건지, 팔콘의 캡틴 아메리카로의 성장을 위한 조언자 역할로 버키를 잠깐 등장시키기까지 했다.(오랜만에 봐서 반갑긴 하더라.) 이런 모든 과정을 거친 후, 뜬금없는 입담으로 레드 헐크를 잠재우는 캡틴 아메리카의 모습을 보여주며 마무리했다. 참 뜬금없었다. 레드 헐크와의 대치 과정에서 새로운 액션과 기술을 선보였지만, 지금 중요한 건 그게 아니다. 팔콘이 캡틴 아메리카로서의 정체성 고민을 이번 편에서 끝내던가, 아니면 스스로 해답을 찾는 과정이 제대로 그려졌어야 했다. 그러나 그렇지 못했다. 어설프게 빌런을 처리하고, 고민 살짝 하다가 브레이브 뉴 월드가 끝났다.
팔콘이 캡틴 아메리카로서 보여준 힘과 기술은 어땠는가? 전보다 확실히 발전한 느낌이다. 방패를 사용하며 전투하는 어떤 장면에서는 스티브 로저스의 모습이 떠오르기도 한다. 이 부분은 칭찬할 만하다. 레드윙도 전편에 비하면 발전된 느낌이다. 하지만 이런 모습을 짜치게 만드는 요소가 또 있었다. 바로 CG다. 역대 캡틴 아메리카 영화 중에서 가장 CG 퀄리티가 떨어졌다. 과장 더하자면, 마블 영화 중에서도 CG 기준으로 보면 중하위권이라 해도 무리가 아니다.
특히, 항공 전투 장면은 탑건: 매버릭보다 못했다. 이번 편에서는 팔콘을 이을 호아킨이라는 인물도 등장한다. 스티브 로저스의 조력자로 등장했던 샘처럼, 그 역시 같은 포지션의 인물로 등장한다. 그런데, 그는 항공 전투에 한 번 참여해 부상을 당했다는 이유만으로 팔콘을 계승할 것처럼 그려진다. 팔콘이 수년간 함께하며 캡틴 아메리카의 방패를 받아 계승한 과정과 비교하면, 초고속 승진한 느낌이다.
수습 가능할까?
종합해보면, 빌런을 빌런답게 그려내는 데 실패했다. 캡틴 아메리카는 여전히 애매하다. 아군으로 등장해 팔콘의 위치를 계승받는 호아킨의 등장도 양산형 느낌을 지울수 없다. 팔콘이 캡틴 아메리카로 진급하니까, 빈 자리를 채우는 느낌이다. 팔콘은 수년간 어벤저스의 조력자로 등장하며 캡틴 아메리카의 방패를 받아 그를 계승했다. 초고속 승진이라는 말이 적합하다. 또한, 페이즈 1에서는 쿠키 영상도 아주 잘 활용했다. 쿠키 영상을 다음 편에 대한 짧은 예고편 느낌으로 사용하며 관객들에게 다음 편에 대한 감칠맛을 줬다. 다음 편에 대한 수많은 추측을 만들어내며 수많은 팬들이 생기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었다.
그러나 이번 영화에서의 쿠키 영상은 엔드게임 이후에 나온 영화들의 쿠키 영상들에 비해 영양가 없었다. 더욱이, 이제는 그만 했으면 하는 소재를 또 등장시켰다. 바로, 멀티버스다. 다른 세계에서 적들이 등장한다는 것이다. 페이즈 1에서 최종 빌런 타노스를 향하는 빌드업에 비하면 너무나 뜬구름 잡는 이야기다. 다음 편에 대한 감칠맛은커녕 또티버스라는 짜증만 만들어낸다. 생각하면 할수록 앞으로의 영화들에 대한 빌드업을 하고 있는 걸까 라는 생각만 든다. 이쯤 되면, 엔드게임에서 모든 이야기를 끝냈어야 하는 건 아니었을까. 과연, 수습이 가능할까.
(IMDB)
*이 와중에 등장한 리브 타일러는 왜 반지의 제왕에서 봤던 모습이랑 다르지 않은지 신기할 뿐이다.
*미국의 인도 태평양 전략이라는 현실 국제 외교 포인트를 차용한 건 흥미로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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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끔찍한 스릴의 유일한 피난처 <토리와 로키타>
" 저마다 홀로 아프리카를 떠나 벨기에로 온 어린 소년과 사춘기 소녀는
어려운 이민 생활에 맞닥뜨리지만 아무도 꺾을 수 없는 우정으로 맞선다. "
아프리카계 이민자 청소년인 토리와 로키타는 우정으로 연결된 위장 남매이다. 벨기에에서의 삶을 영위하기 위해 체류증을 얻어야 하지만 사회에서 바라본 이들은 그저 거주의 이유를 증명할 수 없는 난민의 신분으로 취급된다. 그런 그들 앞에 놓인 생존 방식은 위험을 수반한 마약 운반과 같이 불법일 뿐만 아니라 노동의 대가를 인정받지 못하는 일들에 더불어 끊임없이 위협받는다. 최소한의 생존을 위한 노동을 위해 불법 체류증을 구하기로 할 때, 둘의 인생은 고통스러운 함정에 빠지게 된다.
<토리와 로키타>는 법적으로 인정받지 못하는 미성년자들이 직면하는 노골적인 위험과 성적 착취에 대해 보여준다. 또한 토리와 로키타의 ‘삶’을 위해 노력할수록 영화적으로 느껴지는 스릴은 비례하여 증가한다. 감독의 스릴러 장르적 연출 덕인지, 스릴러 장르에 학습되어 느끼는 스릴인지, 이들에게 더 이상 불행한 일이 일어나지 않기를 바라는 간절함에 느껴지는 스릴인지 그 경계에서 위태롭게 이야기를 전개해 나간다. 실제로 현재 체류권 취득이 어려운 청소년이 받는 위협과 착취는 갈수록 심각한 문제로 대두되기에 주류 사회의 그림자가 된 이들의 개인적인 이야기를 통해 위협과 착취 문제에 대한 해결에 대한 고민의 부재와 함께 행해지는 무책임한 관료적 결정에 대한 비판이라는 의견이다. 결론적으로 영화를 보며 느끼는 스릴은 인정받지 못한 채 살아가는 이주민이 삶에서 느끼는 끔찍한 스릴 체험이라고 볼 수 있다. 우정만으로 버틸 수밖에 없고, 우정이기에 서로의 피난처가 되는 이들에 대한 이야기에 더욱 귀 기울여볼 수 있는 기회가 되기를 바란다.
*본 리뷰는 씨네랩 크리에이터로서 시사회 초청을 받아 작성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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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빠가 물려준 삶을 대하는 태도
흙바닭 위에 파란 방수천으로 세워 둔 큰 천막이 있고, 그 앞에 두 손을 모으고 장난기 가득한 눈으로 노래 하는 어린 아이가 있는 낡은 사진이 있다. 그 사진 속에는 5살의 내가 웃고 있다. 내 뒤에 세워진 그 천막은 우리 집이었다고 한다. 형편이 어려워 제대로 된 집이 아닌, 흙 바닥 위에 스티로폼을 깔고 지냈다고. 부부는 참 지독히도 가난했다. 당시 엄마의 가계부에는 콩나물 몇 십 원조차도 외상으로 샀던 일이 빼곡히 적혀 있었다. 그러고 보면, 내가 기억하는 아주 어린 시절의 집은 방 하나가 전부였다. 그야말로 단칸방. 대문을 들어서면 마당이 있고 ㄷ자로 작은방들이 오밀조밀 모여 있는 집의 방 한 칸이 우리 집이었다. 여러 가족들이 화장실 하나를 쓰던 집이었다. 월세를 낼 수가 없어서 흙바닥에 파란색 천막을 쳐놓고 산 적도 있었던 것이다. 사실 난 기억이 없지만, 그 천막 앞에서 해 맑게 노래하는 나의 모습이 담긴 사진이 증거처럼 남아있다.
어릴 때 아빠는 술도 마시지 않고, 담배도 피우지 않았다. 가난했기에 돈을 쓸 수 없었겠구나 싶었지만, 지금까지도 전혀 하지 않는 것을 보면 아빠의 의지였던 것 같다. 학벌이 좋지 않아서, 부모가 나빠서, 가난해서…불행할 이유를 만드는 것이 아니라, 과거의 아픔을 이야기하기보다는 지금 내 눈앞에 있는 딸과 한 번 더 웃겠다는 아빠의 강력한 의지.콩나물을 외상으로 살 정도로 가난했다는데, 아빠는 내가 태어나고 며칠 뒤 카메라를 샀다. 미놀타 수동 필름 카메라. 오빠를 3년 동안 키워보니, 이렇게 이쁜 순간이 순식간에 지나가는 게 너무 아까운 마음이 들어 덜컥 값비싼 카메라를 샀다는 것이다. 엄마는 “너희 아빠는 그런 사람이지.”라고 말했다. 생활은 팍팍했지만, 오늘의 행복을 놓치지는 않는 사람.
아빠는 그 카메라를 들고 헤헤하고 입을 활짝 벌리고 웃으며, 나와 오빠와 엄마를 담았다. 그 파란색 천막집 앞에서도, 벽지가 다 벗겨진 단칸방에서도, 가난한 배경과 관계없이 우리는 노래했고 춤을 췄다. 아빠는 늘 재미있었고, 장난기가 가득했다. 나는 웃음이 많은 아빠 얼굴 그대로 자주 웃었다. 그 시절 가난한 집 아이들이 그렇듯 미미 같은 인형은 산타 할아버지 선물로 크리스마스에나 한 번쯤 가질 수 있었고, (그것도 이모와 외삼촌의 선물이었다고) 그 흔한 그림책 같은 것도 없었지만, 아빠는 우리 가족을 둘러싼 모든 것이 놀이가 되게 했다. 지도 한 장을 펼쳐놓고, 온 세상으로 상상 여행을 떠난다거나, 어려운 한자를 공부해 서로 맞추는 게임을 한다거나. 흡사 대국을 펼치는 것처럼 진지하게 오목을 둔다던가. 돈과 상관없이 일상의 작은 순간을 행복하게 즐길 수 법을 알려 주었다.
그래서였을까? 흙바닥 위에 파란 방수 천막으로 간이집을 만들어 살았던 때를 지나, 꽤 오랫동안 가난했던 유년 시절을 보냈는데도 내 기억 속에 남은 것은 결핍으로 인한 서글픔이나 두려움, 걱정, 욕망이 아니라 ‘웃고 있는 표정들’이다.
영화 <인생은 아름다워>를 보며, 나는 내내 아빠를 생각했다. 현실이 괴로워도 살아 숨쉬는 순간을 아름답게 만드는 사람. 그런 삶의 방식과 사랑을 자녀에게 고스란히 남겨 준 아빠. 영화의 주인공 ‘귀도’의 삶은 나의 아빠의 삶과 너무 닮아 있었다.
<인생은 아름다워>는 1997년에 상영된 이탈리아 영화이다. 로마에 갓 상경한 시골 총각 ‘귀도’는 운명처럼 만난 여인 ‘도라’에게 첫눈에 반한다. 넘치는 재치와 유머로 약혼자가 있던 그녀를 사로잡은 ‘귀도’는 ‘도라’와 단란한 가정을 꾸리며 분신과도 같은 아들 ‘조수아’를 얻는다. ‘조수아’의 다섯 살 생일, 갑작스레 들이닥친 군인들은 ‘귀도’와 ‘조수아’를 수용소 행 기차에 실어버리고, 소식을 들은 ‘도라’ 역시 기차에 따라 오른다. ‘귀도’는 아들을 달래기 위해 무자비한 수용소 생활을 단체게임이라 속이고 1,000점을 따는 우승자에게는 진짜 탱크가 주어진다고 말한다. 불안한 하루하루가 지나 어느덧 전쟁이 끝났다는 말을 들은 ‘귀도’는 마지막으로 ‘조수아’를 창고에 숨겨둔 채 아내를 찾아 나서지만, 끝내 독일군에게 들켜 잡히게 되고, ‘조수아’가 안심하도록 마지막까지 코믹한 모습을 보이며 시야에서 사라진다. 시간이 지나 ‘조수아’는 아빠가 당부했던대로 모든 사람이 없어졌을 때 숨은곳에서 나오고 되는데, 밖엔아빠 말대로 진짜 탱크가 ‘조수아’ 앞에 와 있었다.
"이건 내 이야기이며
날 위해 희생한
내 아버지의 이야기이다.
이것이 아버지가
내게 남긴 선물이다."
주인공 귀도를 연기한 로베르토 베니니는 이 영화의 감독이며, 도라역의 니콜레타 브라스키는 실제 그의 아내이다. 감독의 아버지는 실제로 수용소에서 3년을 버틴 생존자로, 아들에게 당시의 이야기를 해주었는데, 그때 귀도가 어린 조수아에게 그랬던 것 처럼 게임에 비유했다고 한다.
돌아보면 부모가 되기 전에 나의 삶엔 현재와 미래만 있었다. 현재의 즐거움과 미래의 목표를 향해 있던 시선에서, 아이를 낳아 길러보고 나서야, 부모에게 받은 과거의 경험이 고스란히 아이와의 일상에 투영되고 있는 것을 느끼게 되었다.
잠자리에 누워 끝도 없는 세계로 이야기를 뻗어 나가는 시간을 갖는 것, 매일 오늘 발견한 예쁜 말을 기록하는 것, 책을 선물할 때면 꼭 날짜와 짧은 편지를 쓰는 것, 별것 없는 식사 한 끼에도 케첩으로 하트를 그려 넣는 것, 작은 꽃들을 관찰하고 그리는 것, 우리의 귀여운 시간들을 그냥 지나치지 않고 기록하는 것, 매일 일어나는 작은 행복을 놓치지 않는 긍정적인 삶의 태도까지 …부모에게 받은 어린 시절의 경험으로 아이를 양육하는 나를 발견하고서야 어린 시절과 그 시절의 아빠를 다시 생각하게 되었다.아픈 과거에서 배움을 얻지만 얽매이지 않고, 큰 미래를 꿈꾸며 나아가지만 그 때문에 현재를 저당 잡히지 않는 사람. 오늘의 작은 행복을 놓치지 않고 균형 있는 삶을 꾸려온 아빠를 통해 나 역시 괴로워도 아파도 매일의 행복을 발견하는 삶의 태도를 갖게 된 것 같다. 아름다운 인생에 가장 중요한 것은 무엇인지 알려주는 사람과 그를 생각하게 하는 아름다운 영화가 내 곁에 있다는 것 또한 오늘의 행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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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월 1주차, 위클리 씨네 뉴스
안녕하세요.
영화/ OTT 전문 큐레이션 웹 매거진 씨네랩입니다:)
지난 한 주, 국내외 영화계에 어떤 소식이 있었는지
정리해 보는 '위클리 뉴스' 차례가 왔습니다!
그럼, 지난주에 어떤 이슈가 있었는지 살펴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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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롯데시네마, 2022 아카데미 수상작 상영회 개최
출처 | 네이버 영화
롯데시네마에서 2022 아카데미 수상작 6편을 상영한다고 밝혔다.
작품상을 차지한 <코다>, 감독상을 차지한 <파워 오브 도그>, 남우주연상을 차지한 <킹 리차드>,
각본상을 받은 <벨파스트>, 음악상, 촬영상, 미술상 등 6관왕을 차지한 <듄>,
국제장편영화상을 수상한 <드라이브 마이 카>까지 상영될 예정이다.
본 상영회는 31일부터 4월 12일까지 진행된다.
무주산골영화제, 서울 팝업스토어 운영
출처 | 무주산골영화제 인스타그램
제10회 무주산골영화제를 홍보하기 위해 서울 성수동에서 9일까지 팝업스토어를 운영한다.
팝업스토어에서는 영화제 가이드 매거진, 굿즈샵, 카페 등 다양한 즐길 거리가 준비돼 있다.
팝업스토어는 오전 11시부터 저녁 8시까지 운영된다.
<니 부모 얼굴이 보고 싶다>, 5년 만에 개봉 확정
출처 | 네이버 영화설경구 주연의 <니 부모 얼굴이 보고 싶다>가 4월 27일 개봉을 확정했다.
이 영화는 동명의 연극을 원작을 한 작품으로, 학교 폭력을 다루고 있다.
<미싱타는 여자들>, 1만 돌파
출처 | 네이버 영화1970년대 소녀 미싱사들의 이야기를 조명한 작품인 <미싱타는 여자들>이 1만 관객을 돌파했다.
이 영화는 제25회 부산국제영화제 다큐멘터리 경쟁 부문,
제13회 DMZ국제다큐멘터리영화제에 공식 초청되며 화제가 된 작품이다.
해외
넷플릭스, 윌 스미스 주연 <패스트 앤 루즈> 제작 미루다
출처 | Rotten Tomatoes윌 스미스가 지난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폭행을 저지르면서 논란이 일어났다.
2일, 넷플릭스는 이러한 이유로 윌 스미스 주연의 <패스트 앤 루즈> 제작을 미루기로 했다.
브루스 윌리스, 실어증으로 연기 활동 중단
출처 | Rotten Tomatoes
브루스 윌리스의 가족은 그의 인스타그램을 통해 윌리스가 최근 실어증을 진단받았고,
인지 능력에 영향을 받았다고 밝혔다. 이로 인해 연기 활동을 중단하기로 결정을 내렸다고 한다.
짐 캐리, 은퇴 언급출처 | Rotten Tomatoes짐 캐리는 <수퍼 소닉2> 개봉을 앞두고 홍보를 위해 출연한 NBC 방송에서
<수퍼 소닉2>를 마지막으로 쉬고 싶다며 은퇴 의사를 밝혔다.
씨네랩 에디터 cammi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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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2월 셋째 주 극장 개봉 & 예정작
디즈니가 <모아나 2>에 이어 신작 <무파사: 라이온 킹>을 선보입니다.
영화 <문라이트>, <빌 스트리트가 말할 수 있다면> 등 특유의 섬세하고 감각적인 연출로 많은 영화 팬의 사랑을 한 몸에 받은 베리 젠킨스 감독이 이번 영화의 메가폰을 잡았습니다.
베리 젠킨스 감독은 “내가 십 대 청소년이었을 때 조카들을 조용히 시킬 목적으로 <라이온 킹>을 본 적이 있다. 그때 강렬한 감정이 우리 모두에게 교차되는 느낌을 받았다. 아버지를 잃고 고향을 떠난 외톨이 아기 사자는 거친 정글에서 조용히 성장해 세상을 개혁한다. 이 모든 것을 온화한 이미지로 말하는 시간이 마법 같았다.”라며 연출을 맡은 이유가 오직 <라이온 킹>에 대한 사랑과 존경 때문이었음을 밝혔는데요. (출처: 씨네21)
과연 그가 그려낼 <라이온 킹>은 어떤 모습일까요?
무파사: 라이온 킹
Mufasa: The Lion King
개요: 애니메이션 | 미국 | 118분
감독: 베리 젠킨스
주연: 아론 피에르, 켈빈 해리슨 주니어, 존 카니, 세스 로건, 빌리 아이크너, 도날드 글로버, 매즈 미켈슨, 탠디 뉴튼, 블루 아이비 카터
개봉: 2024.12.18.
배급: 월트디즈니 컴퍼니 코리아
줄거리
외로운 고아에서 전설적인 왕으로 거듭난 ‘무파사’의 숨겨진 이야기가 베일을 벗는다!
길을 잃고 혼자가 된 새끼 사자 ‘무파사’는 광활한 야생을 떠돌던 중 왕의 혈통이자 예정된 후계자 ‘타카(스카)’와 우연히 만나게 된다. 마치 친형제처럼 끈끈한 우애를 나누며 함께 자란 ‘무파사’와 ‘타카’는 운명을 개척하기 위해 거대한 여정을 함께 떠난다.
한 치 앞을 알 수 없는 적들의 위협 속에서 두 형제의 끈끈했던 유대에 금이 가기 시작하고 예상치 못한 위기까지 맞닥뜨리게 되는데…
극장판 짱구는 못말려: 우리들의 공룡일기
Crayon Shinchan the Movie: Our Dinosaur Diary
개요: 애니메이션 | 일본 | 105분
감독: 사사키 노부
주연: 박영남, 강희선, 김환진
개봉: 2024.12.18.
배급: CJ ENM
줄거리
다이노스 아일랜드에 어서 오세요! 멸종된 공룡을 현대에 부활시킨 테마파크 다이노스 아일랜드 오픈!
떡잎마을은 물론, 전국이 공룡 열풍에 빠져든다!
그 무렵, 흰둥이는 어디선가 작은 공룡 나나를 발견한다. 나나는 짱구네 집의 새로운 가족이자 떡잎마을 방범대의 친구가 되어 아주 특별한 방학을 보내게 된다. 한편, 자신이 나나의 주인이라는 빌리가 나타나 나나를 데려가겠다 하고 다이노스 아일랜드 창립자 버블 어마무시와 그의 수하들도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나나와 짱구를 쫓는다. 설상가상으로 다이노스 아일랜드의 공룡들이 탈출해 떡잎마을은 물론 도시 전역을 쑥대밭으로 만들어버리는데…!
나나를 지키기 위한 짱구, 흰둥이, 떡잎마을 방범대의 사투가 시작된다! 지킬 거야, 나의 소중한 인연! 초거대 공룡들과 맞서는 지구에서 가장 다이노믹한 짱구가 온다!
힘을 낼 시간
Time to Be Strong
개요: 애니메이션 | 일본 | 105분
감독: 남궁선
주연: 최성은, 현우석, 하서윤, 강채윤, 홍상표
개봉: 2024.12.18.
배급: (주)엣나인필름
줄거리
평균 나이 약 26살! 전 재산은 98만 원?
우리는 시끌벅적한 여행을 계획했다!
주목받지 못해 은퇴한 아이돌 ‘러브앤리즈’의 수민과 사랑, ‘파이브 갓 차일드’의 태희.
어디로 가야 할지 무엇을 해야 할지 알 수 없지만 학창 시절에 갈 수 없었던 수학여행을 뒤늦게 떠나 보기로 하는데...
파라다이스 이즈 버닝
Paradise is Burning
개요: 드라마 | 덴마크, 스웨덴 | 108분
감독: 미카 구스타프슨
주연: 비앙카 델브라보, 딜빈 아사드, 사피라 모스버그, 이다 엥볼
개봉: 2024.12.18.
배급: (㈜트리플픽쳐스
줄거리
“뒤지고 싶으면 건드려 봐”
16살 로라에게 미라와 스테피는 자신이 지켜야 할 존재들이다. 가장 아끼는 사람들이고, 가진 것 중 최고로 소중한 것이다. 그러므로 절대 뺏길 수 없다. 절대, 절대로, 헤어지지 않을 것이다. 설사 자신이 나쁜 사람이 된다 해도.
“혼자 마음대로 사는 게 누군데?”
12살 미라는 요즘 외롭다. 틱틱거리지만 다정했던 언니 로라가 요즘은 뭘 하는지 꽁꽁 숨긴 채 밖으로만 나돌고 자신과 스테피는 안중에도 없는 것만 같다. 미라는 언니가 필요한데. 언니에게도 미라가 필요했으면 좋겠는데.
“우리 언니 건들지 마”
모두들 7살 스테피를 아무것도 모르는 철부지 어린아이라고 생각하겠지? 하지만 스테피는 사실 다 안다. 무언가 언니들을 힘들게 하고 있다는걸! 언니들을 괴롭히는 것들은 전부 X까! 스테피가 혼내줄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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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새로운 캡틴을 봤지만 옛날 캡틴이 그리운 이유
새로운 캡틴을 봤지만 옛날 캡틴이 그리운 이유
연이은 부진한 영화 성적으로 마블은 연간 영화 2편, 드라마 3편 정도만 제작해 콘텐츠의 품질에 신경 쓰겠다는 입장을 발표했다. 그 시작은 아니지만, 영화의 질에 집중하는 과정으로서 <캡틴 아메리카 : 브레이브 뉴 월드>(이하 '브뉴월')는 꽤나 상징적이다. '캡틴'이 '어벤져스' 내에 의미하는 것과 관련이 있다. 앞으로의 마블 영화의 방향에 아주 중요한 순간에 새로운 '캡틴'의 이야기를 그려낸다는 것은 기존 마블 골수팬들은 물론, 마블의 전성기 영화를 라이트하게 즐겼던 일반 대중들에게도 일종의 '마지막 희망'으로 서 작동했다. '인피니티 사가'의 스토리를 따라갔던 그 열광과 매력을 다시 느낄 수 있길 간절히 바랐던 것이다. 하지만, '브뉴월'은 그렇게 작용했을까? 분명 낯선 캐릭터도 아니며, 우리가 익히 아는 반가운 얼굴들을 다시 보지만 어쩐지 영화를 보고 나면 과거의 마블 영화가 으레 그랬듯 어떠한 '기대감'보다는 '헛헛한' 감정이 제일 먼저 든 이유는 왜일까.
첫 번째 이유 : 고뇌하지 않는 인물
"You are NOT STEVE ROGERS"
기어이 미국의 대통령직까지 달성하게 된 '로스' 대통령이 새로운 캡틴 아메리카가 된 '샘'에게 했던 대사다. 필자의 생각엔 이 질문이 '브뉴월'을 끌고 나아가는 동력이 되었어야 했다. '스티브 로저스'가 아닌 '샘 윌슨'의 캡틴 아메리카를 보여주려면 그에 대한 차별화된 답이 제시 됐어야 했다. 우리가, 이미 인피티니 사가의 스티브 로저스의 캡틴에 익숙해져 있는 일반 관객이 '샘 윌슨'을 2대 '캡아'로 인정하려면 공감 가는 서사가 뒷받침해주어야 한다는 것이다. 나의 영웅적 신념, 고민이 선대와 다른 것이 무엇인지, 필연적으로 비교될 수밖에 없는 '2대'의 이야기와 그로 인한 고통, 그리고 성장 서사... 등등 '2대'라는 것이 갖고 있는 여러 특질들을 '샘 윌슨'이라는 캐릭터에 녹여낼 수 있어야 했다. 그렇다면 관객은 좀 더 공감하며 새로운 캡틴에 비로소 익숙해지고 지지하게 되지 않을까. 우리 모두는 '2대'가 갖고 있는 설움을 겪어본 적이 있지 않던가.
하지만 '브뉴월'의 '캡틴'은 정말 그저 '군인 캡틴'으로만 전락하고 말았다. 본인의 신념보다는 '명령'이 우선인 군인 캐릭터는 우리가 '캡아'에게 기대했던 것이 아니다. 그가 '미국'을 직접적으로 상징하는 만큼 동시대를 살고 있는 사람들이 마땅히 '정의'라고 생각하는 것을 위해 정부에 저항을 해서라도 지켜나갈 줄 아는 '뚝심'을 말이다. 하지만 다분히 정치적으로 표현할 수 있는 '미 대통령'과 '캡틴 아메리카'의 대립적 관계는 그저 '로스 장군'의 개인적인 심장병 문제, 약물 문제, '리더'의 계략이라는 제3의 문제로 희석된다. 우리가 기대하는 어떠한 정치적 함의를 내세우지 못한 채, '샘'만이 갖고 있는 신념도 드러내지 못한 채, 그저 '로스'와 '샘'의 개인적 싸움에서만 그친다. 레드 헐크로 변한 '로스'를 잠재운 것도 '샘'만의 신념이 아닌 '배티'와의 약속이라는 다분히 감성적인 요인인 것도 본래 '캡아'만이 갖고 있는 정치적 재미를 심하게 희석시킨다.
우리는 고뇌하지 않는 영웅 캐릭터에 매력을 잃은 지 오래되었다. <다크나이트> 트릴로지가 영화계에 등장한 이후, 단순한 히어로 캐릭터를 보는 것은 이제 매력적이지 못하다. 선대 '캡아'와의 관계에서 '2대 캡아'인 '샘'의 위치, 그러한 '샘'만의 신념, 그리고 그러한 신념을 위한 고뇌가 없는 영웅이었던 '브뉴월'의 캡틴, 그래서 필자는 엔딩크레딧이 올라간 후 '스티브'의 캡틴이 다시 떠올랐고, 그래서 '헛헛한' 감정을 느꼈다.
(물론, '브뉴월'에서 '샘'의 서사를 보여주기 위한 내적 고뇌는 바로 '슈퍼 혈청'도, 최첨단 슈트도 없는 평범한 인간인 내가 히어로를 할 수 있을까? 였다. 그러나 정작 레드헐크를 제압하는 데 사용된 슈트는 '와칸다'의 최신 기술이 들어간 슈트였으며, '로스'와의 갈등을 해소한 것도 그저 '샘'의 '감성 팔이'라면... 앞으로의 활약이 기대된다고 할 수 없을 것이다.)
두 번째 이유 : 매력 없는 빌런의 배치
'히어로' 영화 장르는 프로타고니스트가 '히어로'인 만큼 빌런인 안타고니스트의 매력도 중요하다. 수작이라 평가받는 히어로 영화의 '빌런' 캐릭터는 '히어로' 캐릭터만큼이나 공을 들여서 만든다. 프로타고니스트와 안타고니스트가 서사에서 서로 상호대립하며 상호보완적인 관계를 갖는 것처럼, 히어로와 빌런도 마찬가지이다. 그렇다면 '브뉴월'의 빌런은 어떠한가? 이 영화에는 총 세 명이 등장한다. 서펀트 소사이어티의 리더 격인 '사이드 와인더', 그들과 협력 관계로 있었던 최종 보스 '리더(사무엘 스턴스)' 그리고 그의 복수 대상인 미 대통령 '레드 헐크(로스)'. 사실 각각의 빌런 캐릭터만 떼어 놓고 보면 꽤 괜찮은 서사와 매력을 가지고 있다. '사이드 와인더'는 전형적인 정치 스릴러 내지 첩보물의 빌런이며 '리더'는 '제모 남작', '리들러'와 같은 전형적인 두뇌형 악당 캐릭터, '레드 헐크'는 헐크와 맞먹는 힘과 주체할 수 없는 분노로 '때려 부수는' 빌런 캐릭터. 사실 아주 매력적이다. 하지만 이 캐릭터들이 스토리 속에서 기능하는 방식 혹은 배치되어 있는 방식으로 인해 서사의 힘이 떨어져 보였다. 그러다 보니 자연스레 충분히 매력적인 캐릭터임에도 매력적으로 보이지 않는다. '브뉴월'의 가장 아쉬운 부분이라 할 수 있을 것 같다.
먼저 말하고 싶은 건 '리더'의 등장이다. 개인적인 감상으로는 리더의 분장도 맘에 썩 들진 않았다. 이것은 어디까지나 취향의 영역이니 제쳐두더라도, '리더'의 등장이 너무 빨랐다. '리더'는 좀 더 비밀스럽고 음침하게 어둠 속에서 미국을 조종하고 있어야 했다. 사람들을 조종하고, 그 배후가 누구인지에 대한 추리는 이 영화를 좀 더 '정치 스릴러적'인 분위기로 끌고 갔을 것이다. 또, 큰 문제는 '리더'가 대립하고 있는 상대가 '캡틴 아메리카'인 '샘 윌슨'이 아니라는 것이다. 그는 자신을 실험실에 가두고 미국을 위한 실험쥐처럼 이용한 '로스'에 대한 복수를 하고자 한 것이다. 너무 빨리 정체가 공개된 '리더'의 '개인적 복수심'은 거대한 정치적 스릴러였던 초반의 분위기를 평범한 SF로 희석시킨다. 개인적인 심장 문제로 딸과의 화해를 할 수 있는 기회를 더 벌고 싶어 하는 '로스'의 개인적 욕망, 10년간 '로스'에게 갇혀 미국의 실험쥐로 이용당한 '리더'의 개인적 복수심 사이, 우리의 주인공 '캡아'의 신념은 사실 설 자리가 없다. 단순히 '개인적'인 차원에서의 서사적 갈등이 문제인 것이 아니다. 우리가 기대하는 '캡틴 아메리카'의 서사에 이러한 개인적 복수심과 개인적 욕망은 힘을 잃는다는 것이다. (물론 '리더'가 미국 전체를 공격하고 그것을 막기 위한 캡틴의 대결이라 볼 수도 있지만, 리더의 복수의 대상이 하필이면 미 대통령이 된 것이지 미국 체제의 전복이 그의 주목적은 아니었던 것이다.) 결국 '리더'와 '캡틴 아메리카'의 대립은 어딘지 모르게 '붕 떠있는' 느낌을 주게 될 수밖에 없다. 그래서 차라리 '리더'의 등장이라도 늦췄으면 어땠을까 하는 것이다.
다음으로는 '사이드 와인더'의 분량이다. 작중 유일하게 '캡틴 아메리카'와 뚜렷한 대립각을 세우는 인물이라면 '리더'도, '레드헐크'도 아닌 '사이드 와인더'이다. 하지만 서펀트 소사이어티라는 집단에 대한 설명이 명확히 되지 않았다. 마블에 대한 '찐팬'이 아니라면 대체 뭐 하는 집단인지, 왜 캡틴 아메리카랑 대립을 하는지 이해하지 못한 채 극을 따라갈 수밖에 없다. 평범한 액션 첩보극의 빌런으로서 대중들이 낯설어하는 인물을 아니지만, 그렇다고 캡틴과의 서사적 관계가 뚜렷이 드러나지 않아 관객 입장에서는 몰입하기가 힘들다는 것이다. 더구나 중반부, 그는 '캡틴'에게 아주 중요한 단서를 제공하게 되고 이후에 내뱉는 대사는 관객들에게 아직 우리는 적대 관계임을 보여주는 작위적인 대사까지 등장한다. 대체 서펀트 소사이어티가 캡틴을 싫어하는지, 왜 서로 치고받고 싸우는지에 대한 설명 없이 그저 보여주기만 한다. 관객은 충분한 이해 없이 따라갈 뿐이다. 그래서 멋진 CG 액션이 등장하지만 과거처럼 몰입하기 힘들다. 이 또한 꽤 아쉬웠던 부분이다.
마지막으로는 '레드 헐크'는 서사의 도구로서만 사용되고 버려진다. '레드 헐크'는 '브뉴월'의 예고편 속 등장으로 굉장한 대중의 관심을 받았다. 하지만, 정작 작중 등장시간은 최후반부 전투씬이 전부다. 그마저도 이전의 마블 영화들의 최후 전투씬에 비해 다소 빈약한 액션신을 보여준다. 영화의 대부분은 사실 '로스' 장군이라는 인물의 이야기가 주된 내용이다. 그가 갖고 있는 딸과의 갈등, 이전의 모습과 달라져서 딸과 화해하고 싶은 욕망이 극을 이끌어가는 그의 주된 동기이다. 그의 욕망을 방해하는 것은 '리더'의 혈청 투약으로 인한 내적 분노뿐이다. 그의 욕망을 방해하는 주된 요인이 자신의 정의를 실현시키려는 '캡틴 아메리카'의 활약이라면 좀 더 몰입감 있는 플롯이 될 수 있지 않을까.
마지막 이유 : 구심점 없는 스토리
사실 '브뉴월'은 평이하게 잘 만든, 잘 볼 수 있는 영화라고 할 수 있다. 다만 우리가 새로운 캡틴의 매력을 느끼지 못하고 영화를 보고 난 후 관여도가 낮게 되는 이유의 가장 큰 문제는 구심점 없는 이야기가 크다고 생각한다. 위에 설명했듯, 인물의 관계가 각자 '따로 노는' 느낌이다. 이렇다 할 매력적인 조연 캐릭터도 사실 크게 없다. 2대 팔콘이 되려는 '토레스'도 왜 팔콘이 되고 싶어 하는지 설명해주지 않는다. 인물이 작동하는 방식에 '왜'를 설명하기보다 그저 보여주고 관객은 따라갈 뿐이다. '토레스'의 열정이 이해되지 않은 채 전투기 액션 장면에서 소위 과한 열정으로 '나대다가' 위험에 빠지는 클리셰는 지루할 따름이다. 인물의 유기적 관계가 없어 이야기의 구심점을 잃는다. 보여주고 싶은 것은 많지만 그것을 하나로 엮는 것에 충분한 고민이 없었다는 것이다.
물론 충분히 잘 만든 영화임에는 틀림없다. <앤트맨과 와스프 : 퀀터매니아>처럼 혹평을 들을 만한 영화는 아니라는 것이다. 다만, 마블 과거의 영광을 되찾기에는 조금은 부족하지 않았나 싶다. 결국 캐릭터의 매력도가 높아야 한다. 우리가 캐릭터를 맘에 들어하고 그 캐릭터를 '덕질'하는 것이 마블과 같은 히어로 장르가 나아가야 할 길이기 때문이다. 평면적인 인물들이 보여줄 것만 보여주는 식의 안정적이지만 그 이상이 없는 전개는 앞으로의 마블을 기대하기란 어렵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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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간이역 후기 / 27세 동갑내기 위암말기, 알츠하이머 커플이라니.. / 눈물샘을 터트리는 감성 낭만 멜로 드라마
영화직관하는 남자 영직남의 “간이역” 후기입니다. 쿠키영상은 없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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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샹치와 텐 링즈의 전설> 30초 예고편
초인적인 능력을 가진 ‘텐 링즈’의 힘으로 수세기 동안 어둠의 세상을 지배해 온 ‘웬우’
'샹치’는 아버지 ‘웬우’ 밑에서 암살자로 훈련을 받았지만 이를 거부하고 평범함 삶을 선택한다.
그러나 ‘샹치’는 목숨을 노리는 자들의 습격으로 더 이상 운명을 피할 수 없다는 것을 직감하고,
어머니가 남긴 가족의 비밀과 내면의 신비한 힘을 일깨우게 된다
벗어나고 싶은 과거이자, 그 누구보다 두려운 아버지 ‘웬우’를 마주해야 하는 ‘샹치’
악이 될 것인가? 구원이 될 것인가?
마블의 새로운 시대,
세상에 없던 힘이 탄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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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정말 먼 곳>
자신만의 안식처를 찾은 진우, 그에게 뜻하지 않은 방문자가 도착하며 조용했던 날들이 흔들리기 시작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