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inoDAY2024-10-25 17:37:06
베놈: 라스트 댄스 | SSU에 '로건' 향을 첨가한 라스트 댄스
<베놈: 라스트 댄스> 리뷰
*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환상의 짝꿍이자 안티히어로인 '에디 브록'(톰 하디)과 그의 심비오트 '베놈'. 카니지와 맞서 싸우며 샌프란시스코를 엉망으로 만든 뒤 멕시코로 도주한 두 친구는 멀티버스에 갔다 온 후 놀라운 사실을 알게 된다. '스트릭랜드'(치웨텔 에지오프) 준장이 이끄는 미군 특수부대가 '페인'(주노 템플) 박사의 연구에 필요한 심비오트를 확보하기 위해 그들을 쫓기 시작한 것.
그들의 추적을 힘겹게 따돌리며 뉴욕으로 향하던 에디와 베놈. 하지만 그들은 또 다른 추적자를 마주한다. 과거 심비오트에 의해 감옥에 갇힌 심비오트의 창조자 '널'(앤디 서키스)이 외계 괴물 '제노페이지'를 지구에 보내 그들을 추격하기 시작한 것. 에디와 베놈에게만 있는 감옥의 열쇠, 코덱스를 갖기 위해서. 이에 에디와 브룩은 그들의 마지막 동행이 될지도 모르는 전투에 돌입한다.
SSU에 <로건> 한 숟갈
슈퍼 히어로 영화에게 마지막 편이 있는 것은 훈장일지도 모른다. 마지막 편이 나올 정도로 시리즈가 이어졌다는 방증이고, 이는 매번 조금씩은 다른 모습으로 팬들을 만족시켰다는 의미니까. 실제로 10년 전만 하더라도 <다크나이트 라이즈> 정도를 제외하면 마무리 인사를 건넨 히어로 영화는 거의 없었다. 샘 레이미의 <스파이더맨> 시리즈조차 <스파이더맨: 노 웨이 홈> 전까지는 끝인사를 전하지 못했다.
그렇기에 휴 잭맨의 울버린과 이별한 줄 알았던 <로건>은 유독 뇌리에 강렬히 각인됐다. 엑스맨 시리즈에서도 울버린을 보기 어렵다고 생각한 찰나에, 뜨거운 박수를 보내며 작별을 고할 기회가 주어졌으니까. 서부극 작법으로 히어로 영화를 풀어냈기에 참신했고, 몸도 마음도 고통스러운 히어로에게 안식처를 마련했기에 더욱 뭉클한 작품이었다.
톰 하디와 켈리 마르셀 감독도 여러모로 <로건>을 감명 깊게 본 듯하다. '소니 스파이더맨 유니버스'(이하 SSU)의 개국공신인 <베놈> 시리즈의 최종장, <베놈: 라스트 댄스>(이하 <베놈 3>)가 <로건>과 흡사하기 때문. 캐릭터를 다루는 방법도, 줄거리도, 히어로에게 헌사를 보내는 방식마저도 닮았다. 물론 단순히 <로건>을 베낀 작품은 아니다. <베놈> 시리즈와 SSU만의 캐주얼한 멋과 맛은 여전하니까. 심지어 단점마저도.
베놈과 에디가 마침내 빛나다
완성도에 비해 <베놈> 시리즈가 흥행한 원동력은 크게 둘이다. 베놈 캐릭터 자체의 인기와 영화 속 베놈과 에디의 콤비. 극 중 베놈이 코믹스 속 빌런 캐릭터에 비해 지나치게 착하다는 점을 고려하면 후자의 역할이 더 크다고 볼 수도 있다. 포악하나 귀여운 구석이 있는 베놈과 예리한 기자이지만 허술한 일면이 있는 에디 브록이 만담을 주고받으며 서로를 닮아가는 성장 이야기는 독특한 매력이 있었다.
다만 <베놈> 시리즈는 여태 자기 매력을 살리지 못했다. 베놈과 에디의 관계를 단순히 유머 소재로 쓰거나, 다른 캐릭터를 조명하고자 둘의 서사를 축약했기 때문. 마지막 편인 <베놈 3>는 다르다. FBI에게 쫓기며 멀티버스까지 경험한 두 친구가 안티히어로로 활동할 동안 놓친 것을 짚어주면서 베놈과 에디 둘의 관계에 온전히 초점을 맞췄다. 그 결과 마침내 그들의 동행에는 감정선이 더해졌다.
그 중심에는 '마틴'(리스 이판) 가족이 있다. 로건이 로라를 에덴으로 데려주다가 농장을 운영하는 가족에게서 평화를 느꼈듯이, 에디와 베놈도 제노페이지의 추격을 따돌리고 뉴욕으로 가던 중 마틴 가족을 만난다. 그들과 하룻밤을 지내면서 에디와 베놈은 각자 잊고 지내던 것을 깨닫는다. 에디는 '앤'(미셸 윌리엄스)과 결별한 뒤 평범한 일상과 가정을 갖지 못한 회한을. 베놈은 자기 때문에 에디가 포기한 것들의 소중함을.
그 덕분에 <베놈 3>는 지난 두 편과 퍽 다른 분위기다. 이전까지 느끼지 못한 유대감 덕분에 베놈의 희생은 <베놈> 시리즈에게서 기대하지 않은 감동을 안긴다. 시리즈 3편을 통틀어서 가장 감정적으로 깊고, 파고가 높은 순간이다. <베놈>, <모비우스>, <마담 웹>과 같은 SSU 작품의 스토리텔링을 고려했을 때 놀라운 진보처럼 보이기도 한다. 1, 2편의 각본을 맡았던 켈리 마르셀이 메가폰을 잡은 결실이 아닐까 싶다.
<로건> 맛 대신 향만 첨가하다
캐릭터 구축 외에도 <베놈 3>이 <로건>의 장점을 활용하려 한 노력은 여러 방면에서 드러난다. 전체적인 스토리 라인부터가 <로건>과 매우 흡사하다. 베놈과 에디는 울버린과 프로페서 X가 그랬듯이 샌프란시스코를 난장판으로 만든 후 멕시코로 도망간다. 제노페이지의 습격을 받고 나서는 추격을 피해 필사적으로 달아나고, 베놈은 울버린이 그랬듯이 영웅적인 희생을 선택하며 결말을 마주한다.
예상치 못한 공통점도 있다. 두 영화 모두 자유의 여신상을 중요한 매개체로 활용하다. <로건>이 그랬듯이 <베놈 3>도 자유의 여신상에 베놈과 에디의 관계를 투영시킨다. 특히 자유의 여신상이 뉴욕에 도착한 이민자들을 맞이해 왔던 역사를 고려하면 의미심장한 뉘앙스도 느껴진다. 외계인인 베놈과 심비오트가 자기 쓰임새를 증명하려고 사력을 다하는 모습은 미국에 정착하려는 이민자의 심리를 대변하는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하지만 <베놈 3>는 <로건> 향만 낼뿐, <로건>의 감동이나 강렬한 인상까지 따라 하지는 못했다. 마치 오렌지 과즙을 넣은 환타와 오렌지 향만 더한 환타의 맛이 상이한 것처럼. 그 이유는 영화 외적으로도, 내적으로도 있다. 외적인 이유로는 <로건> 만큼 농축된 경험이 없다는 점을 꼽을 수 있다. 관객과 함께 쌓아 올리고 공유한 시간이 울버린의 그것에 비하면 턱없이 부족하니, 근본적으로 하위 호환처럼 보일 수밖에 없다.
내적인 이유로는 <베놈 3>의 방향성을 꼽을 수 있다. <베놈 3>는 부족한 깊이를 메우기 위해서 철저히 에디와 베놈 중심으로, 캐주얼하게 이야기를 풀어나간다. 편의적인 전개를 적극 활용해 SSU와 <베놈> 시리즈 특유의 매력을 뽐내려 한다. 플롯을 꼬지도 않았고, 복잡한 은유나 암시도 자유의 여신상을 제외하면 없다. 나머지 캐릭터는 온전히 두 친구를 위한 도구일 뿐이며, 그들의 추억을 회상할 때를 제외하면 앞만 보고 달린다.
여전한 단점
그 대가로 <베놈 3>는 이전처럼 완성도를 잃었다. 우선 개연성이 부족하고, 몰입도가 현저히 떨어진다. 일례로 베놈과 첸 아주머니가 춤을 추다가 제노페이지에게 위치를 들키는 일련의 과정은 모든 순간이 의아해서 쉽사리 납득할 수 없다. 스트릭랜드 준장, 페인 박사, 크리스마스 연구원의 행적도 마찬가지다. 그들이 심비오트를 적대하거나 돕는 동기, 그리고 변심하는 과정 대부분이 생략된 나머지 그들의 선택을 이해하기가 어렵다.
빌런과 심비오트의 활용법도 허망하다. 실질적인 메인 빌런 제노페이지는 평범한 외계인 CG 캐릭터에 불과하다. 물리적인 힘만 강할 뿐, 그들에게 부여된 특별한 서사나 개성은 전무하다. 심비오트 묘사도 일관성이 없다. 1편에서는 인류에게 거대한 위협이었다가, 갑자기 선역으로 묘사되기 때문. 2편 말미에 등장시키면서 기대감을 키웠던 '톡신'(스티븐 그레이엄)과 같은 캐릭터도 단순히 설명을 위한 도구적으로 소비해 버렸다.
SSU의 고질병인 편집 문제도 여전하다. 급작스러운 화면 전환 때문에 일정한 톤을 유지하지 못했다. 음악 활용이 단적인 예시다. 사용된 노래는 제각기 일리가 있지만, 각 시퀀스를 이어서 보면 흐름이 부자연스럽다.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 시리즈와 같은 재치는 찾기 어려운 셈이다. 결말에 삽입된 마룬 5의 'Memories'만 보더라도 추모의 의미를 담은 가사는 적절했지만, 이전까지의 분위기와는 조화를 이루지 못했다.
그나마 액션은 기대대로다. 특히 말과 같은 동물을 베놈이 활용하는 장면은 예고편 못지않게 본편에서도 눈길을 끈다. 심비오트 군단의 활약도 흥미롭다. 서로 다른 능력을 지닌 심비오트의 액션은 베놈에게 익숙해진 관객에게 새 볼거리를 보여주고, 눈을 즐겁게 한다. 다만 그들이 매력을 다 보여주기도 전에 퇴장한다는 점, 그리고 액션이 밤에만 펼쳐지다 보니 분간이 잘 안 되고 어지럽다는 게 옥에 티다.
깔끔한 결말 끝에 남는 물음표
종합하면 <베놈: 라스트 댄스>는 지극히 <베놈>답고, SSU다운 마무리라고 볼 수 있다. 달리 말해 기존 시리즈의 팬이라면 충분히 만족할 수 있는 최종장인 셈이다. 다만 일관성 있는 끝인사와는 별개로 <베놈 3>는 몇몇 의문을 남긴다. 쿠키영상에서 암시된 향후 시리즈의 전개가 오리무중이기 때문. 널을 어떻게 활용할 것이며, 멀티버스와 MCU의 연계는 어떻게 수습할 것인지에 대한 답을 찾아볼 수 없다.
한 두 가지 힌트가 있을 뿐이다. 에디 브록을 스파이더맨의 도시인 뉴욕에 남겼다는 점, 베놈을 퇴장시키면서 SSU에서든 MCU에서든 안티히어로가 아니라 빌런으로서 베놈을 등장시킬 환경을 마련했다는 점 정도가 유효한 암시처럼 보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베놈의 라스트 댄스가 최소한의 성공을 거뒀다는 사실만큼은 분명해 보인다. 어떤 영화에서 어떻게 등장하든 간에 여전히 베놈과 에디의 동행을 기대케 하니까.
Poor 형편없음
끝이 좋으면 모두가 좋으니 그래도 이만하면 성공한 시리즈
Relative conten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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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첫 번째 키스, 마지막 키스
! 이 글은 영화에 대한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
미나토와 요리. 2023년 개봉 직후부터 수많은 ‘괴친자’들을 양성한 영화 <괴물>의 각본가 ‘사카모토 유지’의 신작 영화가 개봉했다. 제목은 <첫 번째 키스>. 이전의 <꽃다발 같은 사랑을 했다>를 재밌게 본 관객이라면, 그가 다시 로맨스 영화로 돌아온다고 했을 때, 큰 설렘을 받았을 것이다. 현실적이면서도 낭만적인 그의 이야기에는 항상 사람을 가슴 뛰게 하는 ‘무언가’가 들어있다. 그리고 이제부터 그 ‘무언가’를 찾아가보고자 한다.
감독) 츠카하라 아유코
주연) 마츠 다카코, 마츠무라 호쿠토
주인공 ‘칸나’는 어느 날 열차 사고로 남편인 ‘카케루’를 잃는다. 남편과 사이가 좋지 않았던 그녀는 복잡한 마음을 갖고 다시 업무에 들어간다. 운전을 하던 그녀는 어떤 터널을 지나게 되고, 그 끝에서 15년 전의 청년 ‘카케루’를 처음 만난 시점으로 돌아가게 된다. 당황한 그녀는 그 자리에서 도망치지만, 어쩌면 과거를 바꿀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에 다시 한 번 그 터널로 향한다. 그러곤 온갖 경우의 수를 생각해 남편의 죽음을 막으려 한다.
시간을 건너
시간 여행을 뜻하는 라임 루프(time loof)는 여러 콘텐츠에서 사용되어왔기 때문에 이제는 매우 익숙한 소재다. 특히 <너의 이름은>, <시간을 달리는 소녀>와 같이 일본 콘텐츠에서 흔히 볼 수 있기 때문에 친숙함을 주는 동시에 뻔하다는 느낌 또한 줄 수 있다. 따라서 이 소재를 어떻게 사용하느냐에 작품에 대한 평가가 갈릴 수 있다. 이런 관점에서 <첫 번째 키스>는 뻔하다. 사랑하는 사람을 살리기 위해 과거를 바꾸고자하는 주인공의 서사를 우리는 익히 알고 있다. 그런데 <첫 번째 키스>의 특이점은 과거를 바꾸는 것이 그렇게 중요하지 않다는 것에 있다.
첫 번째 키스
과거를 바꾸려는 칸나의 노력은 러닝타임의 대부분을 차지할 정도로 크게 다뤄진다. 그녀의 실패는 반복과 변형을 만들어낸다. 같은 장면에서 다른 선택지를 고르며 정답을 찾아간다. 그럼에도 그녀의 목표 달성은 쉽지 않다. 결국 카케루가 칸나의 비밀을 알게 되는 경우에 다다른다. 자신이 죽는다는 것을 알게 되는 카케루. 그는 옆에 있는 15년 뒤의 칸나가 본인의 아내가 될 것이며, 이혼까지 하게 된다는 것까지 알게 된다. 내적 갈등을 안게 된 카케루는 운명을 받아들이기로 한다. 칸나는 그를 말리지만 그는 마음을 바꾸지 않는다. 그러곤 칸나와의 하루간의 데이트 끝에서 첫 번째 키스를 한다. 이 영화에서 죽음, 시간 여행과 같은 영화적 소재는 소재에 불과할 뿐이다. 중요한 것은 하나로 귀결되는 메시지, ‘사랑’이다.
옥수수와 양말, 그리고 만두
이 영화의 특징이면서도 사카모토 유지의 특징이라고 할 수 있는 것은 작은 아이템을 잘 활용한다는 것이다. 그는 사랑과 같은 정신적 가치는 사람 주변에 묻어난다고 믿는듯하다. 함께 구워먹은 옥수수에는 껍질 채 구워야 더 맛있다는 칸나의 조언이 들어있다. 바꿔 신은 양말에는 같이 살아온 그들의 시간이 들어있다. 미리 주문한 만두에는 배우자의 취향을 기억하고 있다는 사랑의 증거가 들어있다. 결국 일상의 작은 것들에서 우리는 보다 소중한 것들을 발견해낼 수 있다.
마지막 키스
무언가의 부재는 마음을 공허하게 만든다. 사라진 것의 크기만큼 내 몸속에서도 빈 공간이 만들어지는 듯하다. 그리고 다시 그 공간을 채우는 과정은 쉽지 않다. 특히 시간이 관여한 경우가 그러하다. 우리는 과거의 후회와 미래의 불안함 사이에서 쉽게 중심을 잡지 못한다. 그만큼 시간은 생각 이상으로 빠르게 흘러가는지도 모른다.
카케루가 죽은 그날, 칸나는 몹시 흔들렸을 것이다. 후회와 원망과 그리움이 뒤섞여 그녀를 잠식했을지도 모른다. 그녀는 우연한 기회로 과거의 카케루를 만난다. 그리고 과거를 바꾸려하지만 실패한다. 그 순간 그녀는 큰 절망감에 휩싸였을 것이다.
그때 그녀를 잡아준 것은 카케루였다. 미래를 알고도 바꾸지 않겠다는 그의 다짐. 그리고 15년 뒤 그가 칸나에게 남긴 편지. 그것이 칸나를 쓰러지지 않게 잡아준다. 칸나는 카케루의 죽음을 받아들인다.
그리고 그녀는 깨달았을 것이다. 카케루와의 키스는 그의 첫 번째 키스이자 자신의 마지막 키스였다는 것을, 과거로의 짧은 여행은 첫 인사가 아닌 작별 인사를 하기 위함이었음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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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각자의 '섬'에서 완벽한 짝 찾기
우리는 나에게 잘 맞는 완벽한 짝을 찾는다. 단순히 성욕 때문일 수도 있겠지만 많은 경우는 진정으로 자신을 이해해줄 수 있는 사람을 찾게 된다. 요즘은 연인을 찾기 위한 다양한 방법이 있다. 우리 주변에 있는 사람들 속에서 그 존재를 찾기도 하고 인터넷의 커뮤니티나 채팅 서비스를 이용하기도 한다. 과거에는 이메일이나 전화로 많은 것이 이루어졌지만 이제는 메신저나 애플리케이션을 통해 좋은 사람을 찾는다. 매력적으로 느껴지고 자신에게 정말 잘 맞는 사람을 어떤 식으로 잘 찾아낼 수 있을까.
처음 볼 수 있는 정보는 상대방이 등록해 놓은 프로필을 통해서다. 간단한 문장과 나이, 정보와 사진을 바탕으로 이 사람이 나와 잘 맞는 사람인지를 판단한다. 그 사람이 나에게 완벽한 짝일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다. 그러니까 그 사람과 맞을 확률은 반반이라는 의미다. 누군가를 찾고 싶다는 욕구는 그 낮은 확률에 기꺼이 도전하게 만든다. 그 과정에서 이상한 사람을 만나기도 한다. 누가 나올지 전혀 알 수 없는 상황에서는 그건 위험을 감수하는 도박과 같다. 오늘 이 사람과 잘 안되더라도 내일 또 다른 사람을 만날 수 있다. 그렇게 기회의 가능성은 무한대로 존재하기 때문에 계속 더 완벽한 사람을 찾는 노력을 시도하는 것 같다.
아스퍼거 증후군을 가진 앱 개발자의 이야기
넷플릭스에 공개된 시리즈 [썸바디]는 데이팅 앱 개발자가 주인공으로 등장한다. 김섬(강해림)이라는 캐릭터는 천재적인 앱 개발 능력을 가지고 있고, 썸바디라는 데이팅 앱을 개발해 회사에서 중요한 업무를 하고 있다. 그는 아스퍼거 증후군을 가지고 있다. 아스퍼거 증후군은 자폐 스펙트럼의 양상 중 하나다. 그래서 영화 속에서 김섬은 개인주의 성향이 있고, 공감능력이 조금 떨어지게 묘사되어 있다. 특히나 다른 사람의 얼굴에서 드러나는 감정을 잘 캐치하지 못해 어린 시절부터 엄마로부터 조금 다른 교육을 받아 훈련해왔다.
다른 사람에 대한 공감능력이 조금 떨어지지만 자신이 가진 능력을 이용해 사회생활을 해오고 있었지만 그에게도 누군가 자신을 이해해줄 수 있는 짝을 찾고 있다. 그래서 자신이 만든 데이팅 앱 썸바디에서 계속 채팅 상대를 찾는다. 우연히 연쇄살인범 윤오(김영광)와 채팅을 시작하고 실제로 만나게 되면서 서로에게 이끌리고 결국 가까워지는 과정이 이야기 내내 이어진다.
이야기 속 김섬은 이름처럼 수많은 동료와 친구 사이에서 '섬' 같은 존재다. 일반 사람과는 조금 다른 특성 때문에 직장에서도 친구 사이에서도 조금은 멀리 떨어져 있는 캐릭터다. 그래서 그는 채팅 AI를 개발해 그와 대화를 나누는 것을 즐긴다. AI이긴 하지만 유일하게 그의 특성을 이해하고 이야기를 들어주는 존재이기 때문이다. 그가 자라면서 엄마를 제외하면 그를 완전히 이해하는 사람을 만나지는 못한 것 같다. 기원(김수연)이라는 친구가 있기는 하지만 영화 속에서 그들이 완전히 서로를 이해한 것인지 확실하지 않다. 기원은 친구로서 김섬을 걱정하긴 하지만 원래 성향과 성격을 그가 받아들일 수 있을지 모르겠다. 그러니까 김섬은 자신의 진짜 모습을 완전히 친구에게 드러내지는 못한다.
연쇄살인범인 윤오는 우연히 앱을 통해 만난 여자를 살해하게 되면서 남을 속여 살인하는 행위를 즐기게 된 인물이다. 첫 살인 전에는 평범한 인물처럼 보이지만 살인에 빠져들기 시작하면서부터 그는 누군가를 죽이는 행위를 즐기는 사이코패스가 되어버린 것이다. 그는 그런 인물이 아니었지만 철저히 자기 자신을 '섬'으로 만든다. 스스로 만든 그 섬에서 자신만의 취미인 살인을 계속해나가고 꽤나 완벽하게 뒤처리를 해낸다. 그가 그런 어둠의 활동을 할 수 있게 만든 매개체가 바로 김섬이 만든 썸바디라는 앱이다. 썸바디를 통해 누군가를 만나면서 자신의 정보가 노출되지 않게 되었기 때문에 꽤 긴 시간 동안 살인을 계속할 수 있었다.
각자의 '섬'에서 맞는 짝을 찾는 과정과 그 안의 기묘한 분위기
원래 성향 때문에 사회적으로 '섬'에서 따로 살았던 김섬이 우연히 후천적으로 '섬' 속에 살고 있는 윤오를 만나면서 동질감을 느끼는 건, 아마도 당연할 것이다. 각자의 섬에서 자신만의 세상을 만들고 있던 두 사람은 자신을 이해하지 못하는, 그리고 자신이 이해하지 못하는 사람들에서 벗어나 자신을 한껏 드러낼 수 있는 완벽한 짝을 만난 것이다. 이 두 사람이 서로에게 끌리는 건 무척 자연스러운 것이고 영화 중반 이 둘이 실제로 만나 대화를 하고 에로틱한 관계를 맺게 되는 과정은 충분히 설득력이 있다. 이런 이유 때문에 이 영화가 스릴러의 외피를 쓴 멜로처럼 보인다.
영화에는 목원(김용지)이라는 무당도 등장한다. 기원의 친한 언니인 이 캐릭터는 레즈비언인데 어찌 보면 이 캐릭터 역시 남들에게 쉽게 드러내지 못하는 '섬'에 살고 있다. 그래서 김섬과 친구인 기원은 김섬이라는 인물을 완전히 이해하지 못하지만 목원은 김섬의 성향과 하고자 하는 바를 꽤 명확하게 이해하고 도움을 준다. 여기에는 자신만의 '섬'에 살고 있는 김섬을 측은하게 바라보는 목원의 감정이 꽤 중요하게 작용한다.
이 시리즈는 <해피엔드>, <은교>, <유열의 음악앨범>을 연출한 정지우 감독의 작품이다. 특이한 캐릭터인 김섬이라는 캐릭터를 천천히 설명하고 연쇄살인범 윤오와 가까워지는 과정을 독특하게 그려냈다. 특히나 여배우인 강해림을 주연으로 등장시키면서 김섬이라는 인물을 굉장히 매력적으로 보여준다. 꽤나 섬세하고 디테일하게 김섬의 특성과 성향을 하나하나 보여준다. 첫 주연을 맡은 강해림도 과감한 연기로 인상적인 모습을 보여준다. 연쇄살인범 윤오 역을 맡은 김영광은 무척 어둡고 무서운 인물을 무척 잘 소화하고 있다. 우리가 일반적으로 알고 있는 김영광의 이미지와 완전히 상반된 배역을 맡아 좋은 연기를 보여주고 있다.
이 시리즈의 이야기 전개 속도는 다소 느리다. 그만큼 각 인물들의 서사를 쌓아나가는 과정을 차분하게 보여준다는 의미다. 각자의 '섬'에 살고 있어 외로움과 소외감을 느끼는 인물들의 서사를 각각 보여줌으로써 인물들이 가는 방향을 보여주면서 결말을 향해 달려간다. 이 인물들은 모두 완벽한 짝을 찾으려 노력한다. 이야기 안에서도 그들은 데이팅 앱에서나 바에서 자신이 원하는 짝을 찾으려 애쓴다. 그 과정에서 찾은 짝과 어떤 결말이 지어질지 궁금해하며 이야기에 집중하다 보면 어느 순간 마지막 에피소드를 보게 된다.
초반 에피소드에서 느린 전개 속도로 조금 따라가기 힘들기도 하지만 후반부에는 영화가 가진 기묘한 느낌이 이야기 끝까지 따라가게 만든다. 일반적인 멜로나 스릴러보다는 조금 독특한 인물들의 이야기가 궁금하다면 추천할 수 있는 작품이다.
*영화의 스틸컷은 [다음 영화]에서 가져왔으며, 저작권은 영화사에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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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원스 어픈 어 타임 타미 페이 인 아메리카
착하게 사는게 맞나? 아니면 그냥 나쁜 놈으로 죽는게 맞나? 인생에 정답은 없는거 나도 알지. 그런데 사실 살다보면 이런 생각을 하게 되지 않나? 진짜 100:0의 과실이 나에게 벌어졌다고 치자. 그럼 상대에게 욕 시원하게 할 수도 있다. 멀쩡히 걸어가는데 갑자기 누가 주먹질을 하면 당연히 기분 나쁘다. 그럴 때 참으면 그게 더 신기하다. 이런거 생각하면 적당히 나쁜 놈이 좋은게 아닐까 싶다. 이 검은 머리 짐승을 다 참고 이해해주면 내 속만 열불난다. 근데 또 악하게 사는건 별로인 것 같다. 어제 엄마랑 TV보다 오은영 박사가 '남을 지적하는 것은 우월감, 그러니까 열등감에 의한 것'이란 말을 하시는 걸 봤다. 내가 열등감에 찌든 놈이라는 걸 드러내기는 당연히 싫으니 그냥 좋은게 좋은거다~ 식으로 넘기는게 생을 사는 현명한 방식이 아닐까 싶은 것이다.
당연한 이야기로 삶은 A거나 B로 나뉘어지지 않는다. 그게 방법이 다 있으면 다 그쪽만 따라 갔을 것이다. 살면서 중요한 것은 역시 내가 힘들 때 기댈 사람만 있으면 이 세상은 내가 나쁘건 좋건 신경쓰지 않았다는 것이다. 그래도 이왕에 사람들 등쳐먹으며 사는건 좀 아니다. 사람 신뢰라는 것이 정말 큰 의미일 때가 있다. 그 신뢰는 힘들 때 기댈 존재가 되서 보내는 것도 있다. 근데 그걸 이용해서 착한 척을 하며 남 등골 뽑아먹으면 그게 뭔 의미가 있어? 어차피 시간 지나면 다 들통날 일일텐데. 금새 대통령 선거에 나왔던 어떤 아저씨가 생각이 난다. 모두가 아는 결말을 혼자서만 누리고 사는 그 아저씨 말이다. 역사는 반복된다고 지구 반대편에 이런 사람에 대한 이야기가 이미 있었다. 디즈니플러스 오리지널 <타미 페이의 눈>이 그 사람에 대한 영화다.
여러모로 하느님이 점지해준 운명
타미 페이는 미국 어느 곳에 사는 사람이다. 어렸을 때부터 독실한 개신교 신자였던 그녀. 대학도 종교 관련한 학교에 갔다. 어느 날 한 목사가 설교하는 곳으로 가게 되는데, 거기서 운명적인 사랑을 만난다. 그 목사와 사랑에 빠지게 된 것이다. 남자의 이름은 짐 베이커다. 내면의 깊은 이야기도 할 정도로 친구가 된 짐과 타미 페이. 같은 학교에서 연애를 하면 안 된다는 룰을 어기고 연애에 결혼까지 골인하게 된다. 개신교 신자인 둘은 그동안의 행보를 살려 목사로 일하게 된다. 너무나도 잘 어울리는 커플이자 팀인 두 사람. 짐 베이커는 훤칠한 외모와 청산유수 화술로, 아내 타미 페이는 인형극과 긍정적인 에너지로 큰 인기를 누리게 된다. 선풍적인 지지를 받았던 둘. 당시에는 작은 방송국이었던 CBN이지만 어쨌든 CEO 패트 로버트슨에게 '자니 카슨 쇼'와 비슷한 프로그램의 호스트 제의를 받게 된다. 이때 CBN에서 만든 프로그램 이름은 <700 클럽>. 이 TV 프로그램을 기점으로 짐과 타미 페이 부부는 폭발적인 에너지를 분출하며 종교적으로 성공한 전도사가 되는데, 이 둘의 흥망성쇠를 다룬 것이 영화의 소재라고 볼 수 있을 것이다.
아예 추천을 못할 영화는 아니지만
영화는 전체적으로 짐 베이커와 타미 페이의 설교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실제 사건들을 영화로 삼았기 때문에 당연히 그 당시의 시대상을 묘사하는 장면들이 구석구석 보인다. 이런 디테일의 승리는 분명히 눈에 띈다. 예를 들어 타미 페이와 짐 베이커의 첫 만남을 묘사하는 신이 있다. 이때 만났던 장소가 아마 개신교 대학으로 보이는데, 이때 폰트를 60~80년대 미국 TV에서 볼 법한 걸 사용했다. 또 이 영화는 이번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분장상을 받기도 했는데, 이 상의 가치가 충분했다. 당시에 유행했을 법한 화장법과 원래 타미 페이가 갖고 있었던 과한 비주얼까지 매일 4~7시간 분장한 보람이 있다. 그 이외에도 PTL에서 방영됐던 광교의 묘사나 카메라 워킹까지 섬세한 장면 구성이 눈에 띄었다. 그러나..
어렸을 때 TV에서 봤던 동화처럼
영화를 보고 먼저 떠올랐던 것은 <흥부전>이었다. 흥부전과 이야기가 유사하다는 뜻이 아니다. 흥부전의 이야기는 평이하다. 착한 흥부는 제비를 도와줘서 부자가 되고, 나쁜 놀부는 제비를 이용해서 망한다. 지금 2022년에 보면 이런 비슷한 이야기가 전 세계에 한 5억 개쯤 된다고 볼 수 있을 것이다. 좋은 사람이 좋은 일을 해서 좋은 결과를 얻는 것은 그렇게 대단한 이야기가 아니다. 이 <타미 페이의 눈> 역시 그런 느낌으로 안정적이기만 하다. 인물의 내면을 깊게 묘사하지 않았다는 것은 아쉽다. 사실 이 영화를 보는 분들이라면 이 작품의 엔딩을 아마 재생 누르기도 전에 알 수 있을 거라 생각한다. 타미 페이와 짐 베이커라는 이름이 현재까지 유명한 게 아니므로 이 사람들이 어떤 선택지를 골라 전락했는지는 그렇게 유추하기 어려운 것이 아니다. 이렇게 좀 예상이 가는 엔딩을 가진 영화라면 '어떻게 전락하나'와 '왜 그렇게까지 할 수밖에 없었나'를 자세하게 묘사해야 극을 보는 사람 입장에서 감독의 의도를 파악하기 쉬울 것이라 생각한다. 인간이 무슨 중요한 행동을 할 때 즉흥적으로 하는 경우도 분명 있지만 거의 대부분 각자의 생활환경과 성장과정을 반영하게 되지 않나. 영화는 그런 묘사가 좀 부족하다. 이러다 보니 그냥 평범하게만 극이 진행된다. <서프라이즈>에서 볼 수 있는 자료화면 같은 느낌이었다. 어차피 영화화시켜 이야기로 만들 것이면, 더 자세하게 묘사하는 것이 극을 효과적으로 전달하기에 최적화된 게 아닌가 싶다.
가령 <나이트메어 앨리>에서는 후반부 주인공이 '제발 날 떠나지 마'라는 말을 아내에게 전한다. 매번 떠나기만 했던 그의 내면의 공허함을 효과적으로 표현하는 대사였다. 이런 공허함의 모티브는 영화 내내 이어진다. 항상 사람들에게 관심받아야 하고. 불우한 어린 시절을 반복하기 싫고. 그런 '밑바닥에서 왔다'는 절실함이 극 전체를 이끄는 것이다. 반면 이 작품은 '독실한 개신교인 타미 페이'로 시작해서 실화에 기반한 엔딩으로 끝난다. 기껏해야 어머니에게 충분한 사랑을 받지 못했던 유년시절만 제시될 뿐, '왜 타미 페이가 그런 선택을 하는가' '짐 베이커는 왜 그래야만 했는가' '극 중 동성애에 대한 대립이 갈리는 이유는 무엇인가' 등 흥미롭게 팠다면 더 깊게 느껴질 이야기를 그냥 '그땐 그랬다' 식으로 쓱 넘겨버린다. 이런 중요한 연결고리가 될 이야기들을 생략하니 짐 베이커와 제리가 '굳이?'싶은 구석이 생기는 것이다. 뭐 나름 연출 의도라고 볼 수는 있겠으나 좀 뜬금없어 보이는 건 어쩔 수 없었다. 또 <타미 페이의 눈>이라고 제목을 지을 거면 타미 페이가 포착한 삶의 굴곡을 묘사하는 것이 좋았을 것 같다. 사실 극에서 '타미 페이가 보는 눈'이 극에서 주요하게 작용한 지점이 거의 없지 않았나 생각한다. 독특한 화장법만 눈에 띄었지 극의 차별점이나 개성이 도드라지지 못했다고 생각한다. 원작 다큐멘터리가 있다? 그렇다고 해서 꼭 무조건 <타미 페이의 눈>이 제목이어야 할 이유는 없지 않을까? 극 전체의 플롯이 제목을 받쳐주질 못하니 각자가 따로 노는 느낌이 짙다.
배우들의 변신은 찐이야
다 따로 노는 듯한 영화여도 배우들은 배역과 혼연일체가 되었다. 일단 이 작품으로 아카데미 위너가 된 제시카 차스테인은 어마어마했다. 난 오리지널 한국인이라 타미 페이가 뭐하는 인간인지 모른다. 그래서 억양을 사전에 듣고 간 게 아니다. 그리고 실제로 배우가 인터뷰같이 실제로 대화하는 것을 본 적이 없다. 직접 들은 건 이번 아카데미에서 상을 받고 수상소감을 발표할 때가 처음이었다. 이 수상소감의 제시카 차스테인과 <타미 페이의 눈>에서의 배우는 그냥 다른 사람이다. 또 분장도 있으니 '이 사람 제시카 차 스테 인임'이란 생각이 단 조금도 들지 않는다. 극 자체의 무난함과 평이함을 차스테인의 감정연기 하나만으로 이끌어 가는 느낌이 들 정도다. 파트너 앤드류 가필드 역시 좋았다. 좀 비실비실한 비주얼이나 당시 미국의 스탠딩 코미디에 나올 법한 화술까지 아마 이 작품으로서도 아카데미 남우주연상 노미네이트가 충분하지 않았나 생각한다. 직업이 특성상 매일 방긋방긋 웃어야 하는 첫인상의 선함을 후반부까지 잘 이끈다. 다른 배우 빈센트 도노프리오에게 미안한 말이지만 이 아저씨는 뭘 하든 (<데어데블> 시리즈의) 킹핀으로 보인다. 머리를 기른 채로 출연했지만 말하는 억양이나 눈빛이 난데없이 옆의 사람 두들겨 팰 것 같은 뉘앙스가 느껴졌다. 아마 나만 그럴 테니 난 빨리 <데어데블> 시리즈를 지워야 하는 게 아닐까 생각이 든다;;
아. 영화를 보시고 난 다음 포털 사이트에 '타미 페이'라고 검색하면 뭐 안 나온다!
'짐 베이커'로 검색하시길 바란다!
이왕에 보신다면 영화를 이해하는데 후자가 더 도움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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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브리 정주행 특집 ②] 마루 밑 아리에티 (The Borrowers, 2010)
- 지브리 정주행 특집 두 번째 영화-
"넌 내 심장의 일부야.
잊지 않을게, 영원히..."
마루 밑 아리에티, 2010
우리 집 어딘가에 나도 모르는 소인이 살고 있다면?
심장이 아픈 인간 소년과 소인족 소녀의 운명적인 만남!
<귀를 기울이면>
*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을 수 있습니다.
* 이미지 출처: 네이버 영화
▶ SYNOPSIS
심장이 아픈 소년 쇼우는 수술을 앞두고 엄마가 어릴 때 지냈던 조용하고 한가로운 시골집에 머물기 위해 내려온다.
그 집에는 한 가지 비밀이 있는데, 바로 마루 밑에 인간의 물건을 몰래 빌려쓰며 살아가는 소인족 가족이 있다는 것!
어느 날, 소인족 소녀 아리에티는 아버지를 따라 난생 처음으로 인간의 생필품들을 빌리던 도중 밤 잠 이루지 못한 쇼우와 눈이 마주친다.
인간에게 들키면 위험해 다른 곳으로 이사를 가야하는 아리에티는 없었던 일인 척 최대한 눈에 띄지 않고 살아가려 하지만,
그 마음을 모르는 쇼우는 아리에티에게 전날 흘린 각설탕과 함께 몰래 쪽지를 건네주고 계속해서 다정한 모습을 보여준다.
한편, 쇼우의 집에 같이 사는 가정부가 소인들의 존재를 알게 되면서 아리에티의 엄마를 찾아내 유리병에 가둬두게 되고
아리에티는 엄마를 찾고 이 집에서 탈출하기 위해 자신이 아는 유일한 인간인 쇼우에게 도움을 요청한다.
▶ REVIEW
1. 소인들의 아기자기하고 사랑스러운 생활들
쿠키와 각설탕은 빻아서 밀가루와 설탕으로 쓰고, 작은 집게는 머리끈으로, 옷 시침핀은 호신용 무기로 쓰고!
우리가 사소하게 생각하고 사용하는 일상의 모든 물건들이 소인들에게는 어떤 의미가 되고 또 어떤 도구로 활용되는지 보여주는 장면들이 무척이나 재밌고 사랑스러웠다. 고민한 흔적이 곳곳에서 많이 느껴졌다.
우리가 평소에 잃어버린 물건을 소인들이 빌려 사용하고 있다고 생각하면 너무나 아름다운 작품이라는 네이버 평점을 읽었는데, 정말 그럴지도 모른다는 마음이 들면서 흐뭇한 마음이 드는 건 왜일까?
어른이 되어서 발견한 너무나 아름다운 동화라는 느낌이 든다.
개인적으로는 센과 치히로 다음으로 가장 마음에 드는 지브리 작품이었다.
(미안 하울.....)작품을 보기 전에 어렴풋이 어떤 내용이겠거니,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좋아서 한번 놀랐고, 다 보고 나니 이런 작품이 왜 생각보다 알려지지 않았을까??에 또 한번 놀랐다. 아직 안 보신 분들은 제발 한번 꼭 보시길! 내용도 좋고 아기자기한 소품들과 풍경들을 보는 재미도 있다.
2. "빌린다"는 표현
이 작품은 소인들이 인간의 물건을 가져와 쓰는 것을 "빌린다"고 표현한다.
처음에는 그 표현을 듣고 뭐지? 싶었는데 생각할 수록 너무 귀여운데다가 조금은 짠하기까지 했다.
사실은 허락 없이 가져오는 거라 빌리는 것과는 조금 다른 것 아닌가? 생각할 수 있지만 소인들의 피해를 주고 싶지 않은 마음, 그럼에도 함께 살아가고 싶은 마음이 반영된 단어라고 생각한다.
이 작품은 영국 작가 메리 노튼의 <마루 밑 바로우어즈>를 원작으로 한 작품인데, 제목에서부터 알 수 있듯이 빌린다는 표현이 이 작품에서는 꽤 중요한 의미인 것 같다. 참 여러모로 정성이 많이 담긴 작품이다.
3. 잃어버린 물건, 각설탕
아리에티가 전날 밤 쇼우에게 들켜 떨어트리고 온 각설탕을 돌려주러 온 쇼우.
너에게 소중한 물건인 것 같으니 가져가, 라는 뜻과 동시에 아리에티가 그토록 모른 척 하고 싶었던 '인간의 눈에 띄었다'는 사실을 재확인시켜 주는 장면이기도 하다. 비록 직접 만난 것도 아니고, 말 한마디 없었지만, 비 오는 날! 쪽지를 적어! 그 위에 각설탕을 예쁘게 놓고 간! 이 모든 것들이 정말이지 너무너무 설렜던 명장면.... 이 작품이 하울을 제치고 어떻게 내 마음속 2위에 올랐냐고 묻는다면 조용히 이 장면을 보여줄 것 같다...!
(p.s. 자매품 꽃송이도 있어요.. 이 스윗한 사람...)
4. 쇼우의 세계
심장이 아픈, 병약미 넘치는 미소년 쇼우.
나는 쇼우의 세계가 궁금했다.
극 중에서 쇼우는 심장이 약해 크게 놀라면 안되기 때문에 조용한 곳으로 온 거라고 하지만, 사실 쇼우는 그 어떤 일에도 왠만큼 놀라지 않는 덤덤한 성격을 가지고 있다. 소인족인 아리에티와 눈이 마주쳤을 때에도 놀라지 않고, 아리에티를 위해서 방충망에 머리가 끼인 까마귀를 내쫓는다거나, 아무 도움 없이 지붕 위를 걸을 정도로 대담한 모습을 보여준다.
그 이유는 알고 보면 조금 슬프다.
극 중 쇼우는 아리에티에게 '너희 종족은 곧 멸망할거야'라는 모진 말을 하는데, 조용하고 내성적이며 아리에티의 얼굴 한 번 보는 것조차 허락을 구할 정도로 심성이 착한 쇼우에게서 들을 거라고 미처 예상하지 못했던 말이다. 그러나 정작 본인은 그게 상처가 되는 말이라고 생각하지 않는 듯 아주 담담하고 평온한 어투로 얘기한다. 아리에티는 그 말을 듣곤 자신들이 얼마나 열심히 살아가고 있는지를 설명하는데 그 모습을 보며 쇼우는 곧 '미안해. 사라지고 있는 건 너희가 아니라 나야.'라는 말을 한다.
즉, 쇼우는 자신이 곧 죽을 거라고 생각하고 있으며, 죽음을 눈 앞에 둔 소년이 바라보는 세계는 그러했던 거다.
어느 것 하나 크게 놀랄 것이 없으며 그저 죽기 전 만난 새로운 인연을 조금 더 붙잡고 싶은 마음으로 가득한 세계. 저 한 외로운 소년이 죽음과 멸망에 대해 그토록 담담하게 얘기하기까지 얼마나 혼자 스스로 많이 생각하고 또 고민했을까. 어쩌면 아리에티의 "우린 그렇게 쉽게 사라지지 않아!"라는 스스로를 지키려던 말 한마디가 되려 쇼우에겐 가장 필요한 말이지 않았을까 싶다.
5. Arrietty's Song
이 작품이 내 마음을 단번에 사로잡은 것과는 (아마도) 별개로 ost가 너무나 명곡이다. 듣고 있으면 약간 '첨밀밀'같은 중국풍 느낌도 나는데, 또 듣고 싶어서 유튜브에 검색하니 작품이 그닥 유명하진 않아서인지 커버곡이 많지 않았다.
하지만! 그 중 원곡보다 더 많이 들을 정도로 정말정말 잘 부르신 유튜버분이 있어 가져와봤다. 아리에티가 부르는 노래지만, 쇼우의 관점으로 봐도 해석이 되는 가사인 것 같다.
▶ BEST QUOTES
1.
위험은 멀리할수록 좋은 거야
2.
네 덕분에 살아갈 용기가 생겼어
3.
넌 내 심장의 일부야. 잊지 않을게, 영원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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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만의 정취를 느낄 수 있는 영화 명작 8선
대만영화 하면 ‘로맨스’ 밖에 안 떠오르신다구요?
대만 현대사 3부작으로 대만인의 인간상을 그린 허우샤오시엔,
대만사에 대한 사색적이고 관조적인 시선을 그린 에드워드 양
섹스, 동성애와 소외, 불안을 우울하고 무미건조하게 담아낸 차이밍량 감독 등
대만의 분위기와 역사 속 사람들을 담아낸 대만 영화 명감독, 명작들이 많답니다.
대만도 홍콩 못지않게 격동의 시기를 겪어왔는데요. 일본 식민지 영향과 미국과 대만의
미중사호방위조약 체결에 의해 타이베이에 대만 주둔 미군 사령부, 미군 주택, 미국 주택들이
들어서며 미국의 영향을 받다보니 중국과 달리 조용한 모습과 개인주의적인 성향을 보입니다.
그래서인지 대만 영화는 대만 특유의 무미건조함이 많이 묻어있는 것 같은데요.
여러분들은 대만 영화를 보고 어떤 점을 느끼셨나요?
요즘 젊은이들이 속한 세상은 굉장히 빠르다.
그들은 끊임없이 변하는 시간 속을 살아간다.
그들에게 젊음은 피자마자 시들어 버리는 꽃과 같다.
-허우샤오시엔-
관객이 나의 영화를 볼 때 영상에서 어떤 점을 발견해 마치
시를 읽듯 영화를 읽어주길 바란다
-에드워드 양-
1. 결혼 피로연
대만에서 뉴욕으로 건너와 부동산 딜러로 일하며 잘나가고 있는 웨이퉁은 애인 사이먼과 동거하며 행복한 나날을 보내고 있다. 이 사실을 모르는 웨이 퉁의 부모님은 그가 결혼하여 손주를 안겨주길 고대하고 있다. 웨이퉁은 관리하는 건물의 세입자인 웨이웨이와 위장결혼을 계획하고, 미국에 체류하기 위해 영주권이 필요했던 웨이웨이는 그들의 제안에 흔쾌히 수락한다. 아들의 결혼 소식에 뉴욕까지 찾아온 부모님은 대만의 전통 혼례식을 치를 것을 제안하고, 어쩔 수 없이 결혼 피로연까지 치르게 된다. 세 사람의 완벽한 연기로 위장결혼은 성공한 듯 보였지만, 결혼 피로연에서 발생한 예상치 못한 사고로 그들의 관계는 흔들리기 시작하는데…
2. 공포분자
텅 빈 새벽을 울리는 총성. 경찰 수사를 피해 도망가다 다리를 다친 혼혈소녀를 우연히 카메라에 담게 된 소년은 사진 속 소녀에게 점점 이끌린다. 그 무렵 갑작스레 출세의 기회를 잡게 된 의사 ‘이립중’과 슬럼프에 빠진 소설가 아내 ‘주울분’은 권태로운 부부생활에 지쳐있었고, 이때, 소녀가 무심코 걸어온 장난전화를 아내가 받게 되면서 조용했던 네 일상은 이윽고 기묘한 비극으로 번지기 시작하는데…
3. 남국재견
단짝 친구 ‘위에전’에게 사랑을 느끼는 ‘커로우’ 같은 학교 남학생 ‘시하오’를 짝사랑하는 ‘위에전’ 그리고 ‘커로우’의 비밀을 알지만 사랑을 멈출 수 없는 ‘시하오’ “이 여름이 지나고 나면, 내 마음이 선명해질까?” 누군가를 좋아하는 감정에 어쩔 줄 몰랐던 열일곱 가슴 아린 짝사랑과 설레는 첫사랑 사이에서 한 여름의 성장통을 지나는 세 청춘의 이야기
4. 남색대문
단짝 친구 ‘위에전’에게 사랑을 느끼는 ‘커로우’ 같은 학교 남학생 ‘시하오’를 짝사랑하는 ‘위에전’ 그리고 ‘커로우’의 비밀을 알지만 사랑을 멈출 수 없는 ‘시하오’ “이 여름이 지나고 나면, 내 마음이 선명해질까?” 누군가를 좋아하는 감정에 어쩔 줄 몰랐던 열일곱 가슴 아린 짝사랑과 설레는 첫사랑 사이에서 한 여름의 성장통을 지나는 세 청춘의 이야기
5. 영원한 여름
‘캉정싱’과 ‘위샤우헝’은 해안가의 작은 초등학교에서 처음 만났다. ‘위샤우헝’은 학급 최고의 말썽꾸러기, 반면 ‘캉정싱’은 학급반장까지 맡고 있을 만큼 최고의 우등생. 담임선생님은 ‘캉저싱’에게 문제학생의 친구가 되어 바른길로 이끌어달라고 제안하는데, 이렇게 시작된 두 소년의 어색한 우정은, 차츰 알 수 없는 감정으로 이어지게 되는데…
7. 하류
샤오강은 부모와 함께 타이페이 아파트에서 살고 있다. 포르노 비디오업자를 애인으로 갖고 있는 어머니는 집에 들어오면 방에 들어앉아 포르노 비디오만 본다. 퇴직 후 무료한 나날을 보내는 아버지는 게이 사우나를 드나든다. 어느날 샤오강은 길에서 우연히 고교 동창 시앙키를 만나, 그녀가 일하는 영화촬영 현장에 놀러간다. 감독은 샤오강에게 시체역을 부탁한다. 촬영이 끝난 후 다음날 목에 심한 통증을 느낀 샤오강은 약도 발라보고 침도 맞아보지만 원인 모를 통증은 점점 심해져만 가는데…
8. 하나 그리고 둘
8살 소년 양양은 아빠 NJ로부터 카메라를 선물 받는다. 사람들이 보지 못하는 그들의 뒷모습을 찍는 양양 양양의 사진 속에는 사업이 위기에 빠진 시기에 30년 전 첫사랑을 다시 만나게 된 아빠 NJ 외할머니가 사고로 쓰러진 뒤 슬픔에 빠져 집을 떠나있게 된 엄마 민민 외할머니의 사고가 자신 때문이라고 생각하는 누나 팅팅 그리고 저마다의 삶을 살아가는 사람들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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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돌이 되는 게 무섭지 않은 사람들의 이야기
전화기. 컴퓨터. 팩스. 모니터. 프린터. 우리 집이나 회사에서 쓰는 기계는 아주 많다. 작게는 스마트폰 충전기도 있고 좌변기도 그중 하나가 될 것이다. 특히 컴퓨터로는 많은 일을 할 수 있다. 게임도 할 수 있고, 지금의 나처럼 글도 쓸 수 있다. 마찬가지로 스마트폰으로도 많은 일들을 할 수 있다. 재미있는 영상을 볼 수도 있고, 전화도 할 수 있으며 카카오톡도 할 수 있다. 프린터는 또 얼마큼 중요해? 우리 일상의 중요한 문서들을 뽑으려면 프린터기가 없으면 말짱 꽝이다. 발달한 현대문명 덕에 우리는 편한 생활을 살고 있다.
근데 이렇게 발달한 현대문명 때문에 많은 문제들에 부딪힌다. 난 감성적인 사람이라 '이거 예쁘다' 싶으면 사진을 찍어야 한다. 그런데 사람 얼굴이 보이면 그것이 안 나오게 비스듬히 찍거나 아예 촬영을 안 하거나 둘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한다. 이게 불편한 건 아니다. 모두의 얼굴은 소중하지 않나? 당연히 해야 할 일을 하는 거기 때문에 뭐 귀찮다 말다 할 것도 아니다. '난 이래서 이런 이유가 있어'라고 주장하기보다 타인의 존재부터 인식하는 것이 이 사회를 슬기롭게 살아가는 방식이라고 느낀다. 그래서 그렇게 누군가의 얼굴을, 또 신체를 찍어 올리는 것이 본능적인 선에서 꺼려지기도 한다. 나만 이렇지는 않겠지? 사람 사는 건 다 똑같으니까 유럽에도, 아시아에도, 아프리카에도 이런 특성을 가진 분들이 많을 거라 생각한다. 나름 현대문명이 만든 일상 속의 싫지 않은 페널티쯤 되겠지. 당연한 상식이기도 하고. 자. 한국에서 멀리 떨어져 있는 나라에서 이 상식에 관한 이야기를 하는 영화 한 편이 만들어졌다. 이제까지 보기 드물었던 방식으로 우리에게 색다른 이야기를 한다. 한 번 인도네시아로 날아가 보자.
1. 무엇에 관한 이야기인가요?
제목이 <복사기>인 것과는 다르게 스마트폰에 관한 이야기라고 생각한다. 극 내내 스마트폰이 굉장히 중요한 도구로 쓰이기 때문이다. 영화에서 변곡점이 되는 사건이 있는데 이게 스마트폰이 없었으면 전개되지 않았을 것이다. 그것은 바로 주인공의 연극 팀이 흥행에 성공함에 따라 열린 파티다. 주인공 수르는 이 연극팀의 웹사이트 디자인 팀이었다. 팀원들과 파티에서 함께 노는 주인공 수르. 미친 듯이 술을 마시고 다음 날 있는 학교의 장학금 심사에 겨우겨우 도착하게 된다. 그런데, 심사장에 가서 충격적인 이야기를 듣게 된다. '당신은 자격에서 탈락했습니다. 왜냐고요? 인스타그램에 술 먹고 노는 사진을 올렸기 때문입니다.'라는 말이다. 근데 이게 그러다 못해 가족들에게 알려지고 수르는 집에서도 쫓겨나게 된다. 그렇게 도망치듯 빠져나와 수르는 베프 아민과 함께 이 사건의 전말을 파헤쳐나간다. 그리고 영화의 중후반부에 이르러 우리에게 진짜 이 사건의 범인은 누구인지 반문한다.
2. 어떤 영화로 정의할 수 있을까요?
1)에서 쓴 시놉시스를 보면 미스터리/스릴러물로 생각하기 쉬울 것이다. 맞다. 이것은 스릴러 영화가 맞다. 그리고 후반부의 전개를 통해 이 영화가 통념이 만든 혐오와 사회 시스템에 대해 고발하는 영화라는 것을 알 수 있다. 대학생활에서 벌어지는 한 에피소드로 시작해, 근 몇 년간을 관통했던 세계의 핫 토픽으로 결론을 마무리짓는다는 뜻이다. 또한 연대. 통념. 혐오. 억압. 보수성. 빈부격차에 의한 권력 차이. 이런 것들에 의해 꽉 잡혀있는 한 국가의 분위기를 효과적으로 이야기하는 탁월한 작품이기도 하다. 아, 영화 엔딩 크레딧까지 보고 나면 웅장해지는 기분도 느껴질 것이다. 난 감독이 성격이 따뜻한 편이 될 수도 있다고 생각했다.
3. 난이도가 있는 영화인가요?
사실 장르영화서도 탁월하기 때문에 어렵다거나 그렇지는 않을 것 같다. <배드 지니어스>를 재미있게 본 분들이라면 코드가 맞는 작품이 될 것이라 생각한다. 아, 중반부에서 사건의 전말이 역전되기까지 살짝 전개가 루즈한 것은 맞다. 그렇다고 해서 영화의 형식이 좀 해석이 필요한다던가 그렇지는 않다. 이야기를 이해하는데 큰 구멍은 없으니 무리 없이 볼 수 있을 듯. 지금 극장에서 볼 수 없으니 넷플릭스를 통해 시청하는 게 유일한 방법인 것으로 알고 있다. 극장과는 다른 되감기가 가능하다는 점에서도 이해하기 쉬울 것 같으니 모바일 시청이 가능한 분들에게 추천한다.
4. 배우들의 연기는 어떤가요?
인도네시아는 인도네시아 언어를 쓰는 나라라고 한다. 난 이 인도네시아를 살면서 처음 들어봤다. 나에게 있어 언어는 영화를 보는데 살짝의 비중이 있다. 한글이나 영어를 쓰는 배우들의 대사는 이해하기가 쉬운데 나머지 영화들은 나에게 있어 몰입하기 어려울 때가 있다. 난생처음 보는 인도네시아어가 낯설기는 했지만 영화를 보는데 큰 무리는 없었다. 아. 조연급의 배우들의 연기가 어색한 부분이 있기는 하지만 엄청 이질적인 느낌은 아니라서 보는데 역시 이상은 없을 듯. 굳이 저예산이라는 타이틀을 붙이지 않아도 감독의 연기 디렉팅은 충분히 좋았다.
5. 플롯 외의 부분은 어떤가요?
이게 인도네시아의 아름다운 미장센이 느껴지는 영화는 아니다. 그런데 인도네시아 현지에서 촬영을 한 티가 팍팍 나긴 한다. 메시지, 연기 빼고는 이런 점을 이야기해볼 수 있을 듯. 아, 스마트폰의 영화라고 해서 제목 <복사기>가 중요하지 않은 것이 아니다. 복사기도 나름 핵심 키워드로 작용한다.
6. 보기 전에 알아야 할 사실이 있나요?
없다. 아마 엔딩부의 사건에서 연상되는 몇몇 사건이 있긴 할 것이다. 그런데 그거 굳이 뭐다 설명 안 해도 다들 알고 있잖아? 재미있게 볼 각오만 장전되어 있으면 충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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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국 여자와 사랑에 빠진 파키스탄 남자
* 약간의 스포일러에도 민감하신 분들은 영화를 관람하고 시청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오랜만에 재밌게 본 로맨틱 코미디 영화 '빅 식'입니다.
코미디언이자 배우, 쿠마일 난지아니가 자신을 연기한 실화 바탕의 영화인데요. 아카데미가 주목한 로맨틱 코미디, 함께 봐요 :)영화는 7월 18일 개봉입니다!
** 왓챠에 '진상명'을 검색하시면 빠른 단평을 볼 수 있습니다.
#빅식 #쿠마일난지아니 #영화추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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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직관하는 남자 영직남의 “자산어보” 후기입니다.
쿠키영상은 없네요~#이준익 감독, #흑백영화, #사극, #인생띵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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