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또비됴2024-10-31 18:36:58
클리셰란 안개 속에 갇힌 재난 영화
<탈출: 프로젝트 사일런스> 리뷰
안개 속 추돌 사고, 무너지는 다리 위에 갇힌 이들의 필사적 탈출. <탈출: 프로젝트 사일런스>는 친숙한 인천공항대교가 무너진다는 설정과 그 안에서 생과 사를 넘나드는 사람들의 모습을 보여준다는 점에서 재난 영화의 장르적 재미를 전하겠다는 강한 포부가 느껴진다. 하지만 이 의도도 잠시, 클리셰란 안개 속에 갇힌 영화는 성공한 재난영화가 걸어왔던 길에 켜진 지시등을 조용히 밟으며, 무난한 탈출을 감행한다.
짙은 안개로 연쇄추돌사고가 일어난 인천공항대교는 아수라장이다. 불길이 일어나고 유독가스가 퍼지는 등 상황은 더 악화되고,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이 다리를 건너던 군사용 실험견들도 풀려난다. 일명 ‘프로젝트 사일런스’라 불리는 이 실험견들은 사고 이후 제어가 되지 않고, 책임연구원 양 박사(김희원)는 위험을 감지한다. 이 사실을 아는지 모르는지 유학 가는 딸 경민(김수안)을 데려다주기 위해 다리를 건너던 안보실 행정관 정원(이선균)은 물론, 프로 골퍼 유라(박주현)와 매니저 미란(박희본), 노 부부 병학(문성근), 예수정(순옥), 그리고 사고 소식 후 부리나케 달려온 레커차 기사 조박(주지훈) 등은 위험을 무릅쓰고 다리 탈출을 감행한다.
<탈출: 프로젝트 사일런스>의 주요 무대인 인천공항대교가 재난 현장이 되는 모습은 현실적이다. 해외여행을 갈 때 매번 지나다니는 다리가 안개로 인해 한순간 지옥으로 변하는 모습은 허구라는 걸 알고 보다 공포감을 자아낸다. JTBC <한문철의 블랙박스 리뷰>만 봐도 안개로 인해 가시거리가 저하되는 상황에서 운전하기 어렵다는 걸 알고 있는 이들에게 극 중 안개와 추돌사고의 공포는 피부로 와 닿는다.
하지만 매력은 그뿐이다. 멋지게 문을 연 영화는 이후부터 장점이 사라진다. 재난 영화에서 숱하게 봐왔던 클리셰들이 남발되는데, 감독은 이를 버리지 않고 동력 삼아 이야기를 전개해 나간다. 낡고 뻔한 서사에다 개연성까지 결여되니 이야기의 몰입도는 떨어지기 마련. 여기에 자신의 야욕 때문에 국민의 안전은 나 몰라라 하는 정치인의 등장과 납득하기 어려운 행동은 전개에 악영향을 미친다.
인물들도 예외는 아니다. 정무적으로 행동하는 아빠와 정반대로 인간 및 동물애를 발휘하는 딸의 관계와 갈등, 그리고 봉합은 익히 우리가 예상하는대로 흘러간다. 특히 국가가 국민의 안전을 책임지지 않았을 때 생기는 피해를 직접 경험한 정원의 180도 달라진 모습, 그리고 마지막 결단은 너무나 뻔하게 흘러간다. 이로 인해 <터널> <부산행> 등 재난 영화에서 전해졌던 소중한 삶의 울림은 적게 다가온다.
그 외의 인물들도 극의 활력을 불어넣기 위해 기능적으로 활용된다. 레커차 기사는 극의 분위기 메이커를 담당하고, 양 박사는 자신이 진 책임을 인정하지 않는 빌런의 역할에 충실하다. 프로 골퍼 유라와 미란은 탈출을 위한 조력자인 동시에 고구마 행동을, 노부부는 다른 이들의 생을 위한 희생자 역할을 충실히 이행할 뿐이다. 재난 상황에서 생과 사의 갈림길에 선 다양한 인간 군상들의 모습보다는 극을 위해 존재하는 스테레오 타입의 인물로만 보인다. 현실에 착 달라붙지 않고 붕 뜬 느낌의 인물들이라는 점에서 마지막 탈출의 긴장감과 감동은 반감된다. 반대로 실험견에게 전사를 부여하며, 이 개들이 사람을 공격하는지에 대해 나오는데, 감정적으로는 인간보다 개에게 더 끌린다. 물론, 이들의 말로도 허망하지만 말이다.
이런 단점을 차지하면 킬링타임용으로는 무난한 작품이다. 빈약한 서서와 인물 설정보다는 완성도 높은 기술력으로 구현한 영상은 볼거리임은 틀림없다. 어쩌면 스크린보다 OTT 플랫폼에 더 적합해 보인다.
사진제공: CJ ENM
평점: 2.0/ 5.0
한줄평: 클리셰란 안개 속에 갇힌 재난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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