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eekend Choice Movie2022-04-06 16:26:36
4월1주차 신작 개봉 영화
4월 1주 개봉영화 5편
2022년 4월 1주 개봉영화!
스텔라 Stellar , 2021
대한민국 코미디 영화를 대표하는 제작진들이 한데 뭉쳤다!
영화 "http://스텔라"는 옵션은 없지만 사연은 많은 최대 시속 50km의 자율주행차 스텔라와 함께 보스의 사라진 슈퍼카를 쫓는 한 남자의 버라이어티 추격 코미디 입니다
'맨발의 기봉이'부터 '형'까지 코미디 영화들을 선보여온 권수경 감독이 맡았습니다.
또한 '완벽한 타인'과 '극한직업' 각색을 맡았던 한국영화계를 대표하는 스타 시나리오 배세영 작가가 각본에 참여했습니다
손호준, 이규형, 허성태의 유쾌한 연기 시너지도 관객들에게 웃음을 전달할 관점 포인트 입니다.
1983년 출시된 스텔라를 하나의 캐릭터로 만들어낸 버라이어티 추격 코미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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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도저에 탄 소녀 The Girl on a Bulldozer , 2021
김혜윤 배우 첫 장편영화 주연작
영화 "불도저에 탄 소녀"는 갑작스런 아빠의 사고와 살 곳마저 빼앗긴 채 어린 동생과 내몰린 19살의 혜영이
자꾸 건드리는 세상을 향해 분노를 폭발하는 현실 폭주 드라마입니다.
드라마 'SKY캐슬'에서 강단과 순수의 모습을 모두 보여주며 연기력을 인정받은 배우 김혜윤이
장편영화 첫 주연을 맡아 한쪽 팔에 용 문신을 하고 거침없이 내달리는 유일무이한 캐릭터의 탄생을 예고하는데요
화난 또라이의 한국영화 독보적인 캐릭터를 탄생시킵니다.
중장비를 끌고 관공서를 들이박았던 사람들의 이야기에서 영감을 받아
모티브로 한 현실성이 가진 이야기의 힘을 기반으로 현재를 가리키는 시의성을 더한
두번째 추천영화 "불도저에 탄 소녀"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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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퍼소닉2 Sonic the Hedgehog 2 , 2022
소닉과 테일즈 VS 너클즈와 천재 악당 로보트닉의 대결
영화 "수퍼 소닉2"는 초특급 히어로 소닉과 새로운 파트너 테일즈 VS 수퍼 빌런 너클즈와 천재 악당 로보트닉의 대결을 그린 넥스트 레벨 어드벤처 영화입니다.
역대 게임 원작 영화 중 최고의 흥행 수익을 기록한 '수퍼 소닉' 속편으로 새로운 화제작 탄생을 예고하는데요
지난 주말 독일, 뉴질랜드, 노르웨이, 체코 등 전 세계 11개국 박스오피스에서 1위를 차지,
영국, 프랑스, 호주, 스페인에서는 '모비우스'와 함께 2위에 올라 글로벌 흥행의 중심에 섰습니다.
수퍼소닉1 보다 더 커진 스케일과 스토리의 넥스트 레벨 어드벤처로 '데드풀', '분노의 질주' 제작진의 특급 만남으로
새로운 흥행 신드롬을 예고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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앰뷸런스 Ambulance , 2022
레전드 액션 마스터 ‘마이클 베이’ 감독의 귀환!
할리우드 레전드 액션 마스터 ‘마이클 베이’ 감독이 영화 "앰뷸런스"로 돌아왔습니다.
영화 "앰뷸런스"는 인생 역전을 위해 완전 범죄를 설계한 형 '대니'와 아내를 살리기 위해 어쩔 수 없이 범죄에 가담한 동생 '윌',
한치 앞도 알 수 없는 두 형제의 뜨거운 운명을 건 멈출 수 없는 질주를 담은 마이클 베이 감독의 노브레이크 리얼 액션 블록버스터입니다.
그는 '나쁜 녀석들', '더 록', '아마겟돈', '아일랜드', '트랜스포머' 시리즈까지 특유의 폭발적인 액션씬이 가득한 작품을 연이어 탄생시켰고
‘액션=마이클 베이 감독’이라는 수식어를 성립시켰습니다.
영화 "엠뷸런스" 는 제이크 질렌할부터 야히아 압둘 마틴 2세, 에이사 곤잘레스까지
숨 막히는 열연의 연기파 배우 총출동해 압도적 연기 시너지를 선보인다고 하는데요
CG를 최소화하며 긴장감을 살린 액션들을 만들어낸 마이클 베이 감독의 신작!
네번째 추천영화 "앰뷸런스"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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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이스웨인: 사랑을 그린 고양이 화가 The Electrical Life of Louis Wain , 2020
베네딕트 컴버배치의 새로운 로맨스 영화
영화 "루이스웨인: 사랑을 그린 고양이 화가"는 영국 빅토리아 시대,
의인화한 고양이 그림으로 사랑받으며 고양이에 대한 인식을 바꾼 화가 루이스 웨인의 전기 영화입니다.
천재 고양이 화가 루이스와 그에게 찌릿한 사랑의 감정을 알려준 에밀리,
그리고 고양이 피터가 만들어가는 한 폭의 그림 같은 로맨스를 담았는데요
곳곳에 놓인 삶의 어려움을 사랑으로 극복하는 이들의 특별한 러브 스토리는 섬세한 감정선으로 완성돼
봄 극장가를 따뜻하게 물들일 예정입니다.
또한 주연을 맡은 명품 배우 베네딕트 컴버배치는 데뷔 이래 가장 로맨틱한 역할로 완벽 변신하며
골든글로브 여우주연상 수상 배우 클레어 포이와 사랑스러운 케미를 선보여 올봄 절대 놓쳐서는 안 될 인생 로맨스의 탄생을 알리고 있습니다.
베네딕트 컴버배치가 선사할 놀랍도록 다정한 로맨스 영화!
다섯번째 추천영화 "루이스웨인: 사랑을 그린 고양이 화가"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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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ive conten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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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SIWFF 데일리] 변화하는 고전의 목록이 던지는 질문
잔느 딜망/Jeanne Dielman, 23 quai du Commerce, 1080 Bruxelles
샹탈 아커만/벨기에, 프랑스/1975/202min/'25주년 특별전 RE:Discover' 세션
1970년대를 대표하는 여성주의 영화의 역작. 잔느는 사춘기 아들을 홀로 키우며 집에서 성매매를 한다. 평범한 일상이 되풀이되던 어느 날, 잔느는 한 손님의 방문을 계기로 폭발한다. 가정을 성적인 억압과 경제적인 착취로 은폐하는 공간으로 폭로하는 동시에 주부의 시간성을 말 그대로 경험하게끔 하는 도발적인 영화. 왕립벨기에필름아카이브 시네마테크와 샹탈아커만재단에서 복원했다.(서울국제여성영화제)
2022년, 전 세계 씨네필이 들썩였다. 영국영화협회가 발간하는 영화 잡지 《사이트 앤 사운드》의 역대 최고 영화 순위 1위에 〈잔느 딜망〉이 오른 것이다. 1952년부터 10년마다 전 세계 영화 전문가의 추천으로 역대 최고의 영화를 선정해온 이 잡지에서 2002년까지 부동의 1위를 차지해온 건 〈시민 케인〉(1941)이었다. 2012년, 이 자리를 히치콕의 〈현기증〉(1958)이 대체했다. 그리고 10년 후인 2022년, 여성 감독 샹탈 아커만이 연출한 여성 영화 〈잔느 딜망〉(1975)이 이 자리를 다시금 대체했다. 전 세계 전문가들이 꼽은 영화 순위를 그 자체로 존중할 이유는 없다. 이 순위만으로 영화의 권위와 영향력을 확정하고자 하는 시도는 우습다. 하지만 〈잔느 딜망〉이 역대 최고의 영화로 꼽힌 데서 우리는 무언가를 읽어낼 수 있다. 동시대 영화계의 거대한 변화와 거기에 투영된 욕망의 지형 말이다.
고전의 목록이 늘 남성 감독의 작품으로만 채워지고, 이렇게 확립된 고전이 다시금 남성 작가/남성 서사의 권위를 재확증해온 영화(그리고 예술)의 역사는 유구하다. 〈잔느 딜망〉은 바로 여기에 주목할 만한 균열을 낸다. 고전의 목록은 시대마다 다시 작성되어야 하고, 새로 작성된 고전의 목록은 변화한 시대의 가치관을 담지해야 한다. 우리는 〈잔느 딜망〉이 〈시민 케인〉과 〈히치콕〉을 뒤로 하고 《사이트 앤 사운드》 선정 역대 최고의 영화로 꼽힌 시대를 살고 있다. 이제, 무엇이 50여 년 전 영화를 우리 시대로 소환했는지를 살펴보자.
잔느에게는 정해진 일상의 규칙이 있다. 아침에 일어나 비누로 손을 씻는다. 청소년 아들의 구두를 닦고 그의 아침 식사를 챙긴다. 설거지를 마친 후 아들의 침구를 정리하고, 오후에 올 성매매 남성 손님을 받기 위해 자신의 침구 역시 정돈한다. 오전 일과를 마무리하면 외출해서 장을 보고 은행, 옷 수선 등의 볼일을 본다. 카페에 가면 늘 마시던 커피가 나오지만 입을 데지 않고 금세 나온다. 집에 도착해서는 저녁 식사를 준비하고 성매매 남성을 맞는다. 손님이 나가면 씻은 후, 아들에게 그 흔적을 보이지 않겠다는 듯 욕실도 깔끔하게 정리한다. 곧 아들이 집에 돌아온다. 아들과 저녁을 먹은 후에는 뜨개질, 편지쓰기 등의 일을 하고 잠자리에 든다.
세 시간이 훌쩍 넘는 시간 동안, 영화는 잔느의 3일을 천천히 좇는다. 3일 내내 잔느는 위의 루틴을 따라 움직인다. 잔느의 일상을 담는 정적인 카메라의 시선은 그녀 일상의 패턴과 리듬을 관객에게 새긴다. 그녀의 행동에는 군더더기와 낭비가 없다. 우리는 잔느가 이다음에 무엇을 할지 알 수 있고, 잔느가 그 일을 하며 짓는 표정을 보며 그녀의 감정과 기분 상태를 추측할 수 있다(어쩌면, 함께 느낄 수 있다는 표현이 더 적합할지도 모르겠다). 첫째 날에는 모든 게 완벽했고, 둘째 날에는 살짝 헝클어지며, 셋째 날에는 어제보다 조금 더 어그러졌다. 그래서 셋째 날은, 잔느가 침대 위에 누운 성매매 남성을 찔러 죽이는 것으로 마무리된다.
무엇이 그토록 짜임새 있게 구성된 그녀의 일상을 흐트러뜨리고 끝내 그녀를 일상의 완전한 파괴로 내몰았을까? 몇몇 단서를 따라가 보자. 첫째 날, 아들이 잠들기 전 잔느에게 어떻게 결혼하게 되었느냐고 묻는다. 잔느의 남편은 2차 세계대전 중 벨기에 해방군 신분으로 잔느를 만났다. 잔느는 그를 열렬히 사랑하지는 않았지만 아이를 가지고 싶은 마음에 결혼을 선택했다. 아들은 아빠가 죽은 지 한참 됐는데 재혼할 생각이 없느냐고 다시 묻는다. 잔느는 그럴 생각이 없다고 단호하게 답한다. 다시 누군가에게 적응하며 살기는 싫다는 게 이유다. 아들이 학교 친구의 뻗치는 성적 욕망을 언급하며, 그는 자신이 여자라면 사랑 없이 섹스하지는 않을 거라고 말을 잇는다. 이번에는 잔느가 네가 여자가 아닌데 그걸 어떻게 아느냐고 반문한다.
아들은 잔느의 성노동/성매매에 기생한다. 하지만 자기 존재를 가능케 하는 돌봄의 물질적 기반이 어디서 나오는지는 모른다. 그래서 악의 없이 엄마를 모욕한다. 성매매/성노동은 잔느에게 자립의 토대다. 이 덕에 재혼할 남편에게 자신을 맞출 필요 없이 일상을 조직할 수 있고 자신과 아들의 삶을 꾸릴 있다. 그러나 아들은 이 모든 것에 무지하다. 심지어 아들이 아직 아버지의 세계에 진입하지 못한 채 어머니의 세계에 머물고 있는 중인 데도 그렇다. 아들은 남성 성기가 칼, 불과 같다는 누군가의 말에 엄마와 섹스한(즉, 엄마를 ‘칼로 찌른’) 아빠를 미워하고 악몽을 꾼 적이 있다. 그러나 동시에 그는 여자는 사랑 없이 섹스하지 않을 거라고 말하며 어머니의 세계를 배반하고 이미 세상을 떠난 아버지의 세계로 나아간다. 이는 남자와의 섹스가 여자에게는 근본적으로 폭력이라는 아들의 말, 즉 자기 삶을 가능케 하는 근본적 조건을 부정하는 아들의 말이 진실이라 할지라도 마찬가지다. 엄마가 근본적인 폭력 상태에 머무름으로써만 살아갈 수 있다는 사실에 대한 간파가 역설적으로 잔느의 현실을 비가시화하기 때문이다. 요컨대 아이를 원해 결혼하고, 아이를 먹여 살리기 위해 성매매/성노동하는 잔느의 노동/행위는 그 근본적인 대상인 아들로부터 배반당한다.
잔느를 살인으로 이끄는 또 하나의 동기는 성매매 남성들이다. 잔느가 자립의 근거로 삼은 성매매/성노동은 그녀가 직접 선택한 일이지만 그녀의 통제하에 머무르지는 않는다. 성매매 남성이 잔느의 예상보다 집에 오래 머물 경우, 혹은 그녀의 의지에 반하여 자신의 욕구를 실현하려 할 경우 잔느가 구축한 일상의 리듬과 패턴은 깨진다. 잔느는 성매매/성노동하는 동안 주방에서 감자를 삶는다. 그런데 남자가 예상보다 오래 머무르면 감자는 타 버린다(즉 일상이 어그러진다). 또한 성매매/성노동의 구조는 필연적으로 구매자 남성의 욕망에 가중치를 두기에 잔느의 욕구와 일상은 줄곧 뒷전으로 밀린다. 즉 성매매/성노동의 구조는 잔느의 자립을 제한적으로 조건 짓는다. 때문에 잔느가 가위를 성매매 남성의 목에 찌르는 행위, 즉 여성에 대한 남성 폭력의 방향을 뒤바꿔 살인하는 행위는 자립하여 돌봄을 수행하고자 하는 여성의 의지가 불가능해진 데 대한 그녀의 자각이 발현된 사건이다.
잔느의 살인은 버거운 일상에서 탈출하고자 하는 욕망(남성 폭력의 중단)의 표현인 동시에 자립의 목적인 일상을 깨버린 남성에 대한 분노 표현이기도 하다. 여성이 자신이 꾸려나가는 일상에 품는 양가적 욕망의 발현으로써 그녀의 살인을 이해할 수 있는 것이다. 살인 후 불이 꺼진 거실에서 가만히 앉은 잔느의 표정은 편안하다. 혹은 해탈한 듯하다. 여성의 자립과 일상의 자립 대한 모순적 감각이 이 영화를 50여 년이 흐른 지금, 다시 우리 앞에 소환했다. 동시대 고전의 목록은 동시대인의 삶 감각을 담지한다. 또 다른 고전의 목록이 확립될 때까지, 〈잔느 딜망〉의 의미는 계속해서 탐구되어야만 한다.
*영화 전문 웹진 〈씨네랩〉을 통해 기자로 초청받아 작성한 글입니다.
*제25회 서울국제여성영화제는 8월 24일부터 8월 30일까지 진행됩니다. 영화 상영 시간표와 상영작 정보는 영화제 홈페이지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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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개인사가 곧 가족사, 가족사가 곧 개인사
장재현감독의 <검은 사제들>은 한국에서 오컬트영화가 흥행할 수 있는 가능성을 보여주었다. 감독이 오컬트장르에 대해 얼마나 애정을 갖고 있는지를 알 수 있었던 그의 데뷔작을 통하여, 장재현감독은 장르영화감독으로서의 입지를 톡톡히 다졌다. <검은 사제들>부터 <사바하>에 이르기까지 장재현감독은 자신만의 유니버스를 구축해 나갔고, <파묘>는 동양의 오컬트를 한국사에 녹아내었다. 거기에 마치 <사일런트 힐>을 연상시키는 크리처물을 더하여 장재현표 오락영화의 새로운 시도로 관객들에게 깊은 인상을 남겼다. <파묘>의 대략적인 내용은 이러하다. 묫바람이 잘못 든 집에 이장을 하게 된 장의사, 무당, 풍수사가 위험한 무언가를 만나게 되면서 이를 헤쳐나가는 이야기이다. 영화는 총 6장으로 이루어지며 전반부에는 동양의 오컬트로 전개되다가 '무언가'의 실체가 점점 드러나면서 영화는 크리처물 전환된다. 이 과정에서 영화는 한국을 넘어 동양 전체의 영역으로 문화가 확장되어 극을 전개해 나간다. 더불어 일제강점기라는 시대적 특징을 활용하여 극의 개연성과 당위성, 캐릭터의 특성에 부여한다. 극 중 빌런으로 등장하는 인물들은 일본군들로, 역경을 헤쳐나가는 인물들은 독립운동가의 이름을 그대로 차용하였다는 것에서 한국인들의 공통적인 '한'을 이야기의 뼈대로 세운 것을 알 수 있다.
다만 영화 <파묘>는 크리처가 직접적으로 등장하는 후반부에서부터 호불호가 갈릴 것으로 보인다. <검은 사제들>에서는 직접적으로 등장하지 않았던 악마의 존재가 <파묘>에서는 얼굴까지 클로즈업되므로 이 부분에 대해서 크리처물에 낯선 관객들은 유치함을 느낄지도 모른다. 그러니까 초반부에는 고전 오컬트물이 떠오른다면, 후반부에는 영화 <더넌>이라든지 <사일런트 힐> 같은 영화들이 떠오른다는 것인데 <사일런트 힐>에는 있는 긴장감이 <파묘>에서는 다소 약하다.
다만 이는 영화 <파묘>가 택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자 피할 수 없는 단점으로 보이기에 이것으로 작품이 이렇다, 저렇다 하고 논하기에는 어려워 보인다. 시나리오가 극의 당위성을 위하여 어쩔 수 없이 장르의 전환을 택하는 것이 아니라(그렇다고 장르가 완전히 전환되었다고 보기도 어렵다), 계획 하에 이루어진 선택임이 보이기 때문이다. 사실 영화 <파묘>는 장재현감독의 오컬트 3부작이라는 것과 한국에서 오컬트장르영화를 잘 만들어내는 감독이 있다는 것만으로도 영화자체가 꽤 큰 의미를 지니는 바이다. 물론 작품성이 부족하다면야, 영화의 의의가 무슨 의미가 있겠냐만은 오컬트영화를 누구보다도 진심으로 대하는 감독의 자세가 연이어 괜찮은 작품을 뽑아내고 있기 때문이다
가족, 한, 우리나라의 아픈 역사를 종합적으로 녹여낸 영화 <파묘>의 결말은 동화책과도 같은 결말로는 끝나지 않기에 오히려 완벽해 보인다. 영화의 결말을 우리나라 역사로 치환해 본다면 이 영화가 왜 구태여 그러한 선택을 하였는지 짐작할 수 있다. 한국인 공통의 상처인 일제강점기가 영화의 소재로 쓰이지 않는 날은 아마 오지 않을 것이다. 가족사가 곧 개인사이자 개인사가 곧 가족사가 되는 공포를 영화 <파묘>는 영리하게 사용하면서도, 이를 단순히 유희적 소비로만 그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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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결코 지루하지 않는 일상의 변화가 주는 행복
▷영화 : 퍼펙트 데이즈(Perfect Days), 2024
▷평점 : ★★★★
▷한줄평 : 누군가에게는 무가치해 보이는, 그러나 나의 존재를 충만하게 채우는 일상들
‘완벽한 일상’(퍼펙트 데이즈)이란 어떤 삶을 말하는 것일까?
하루하루 무엇인가 이루고자 하는 목표를 설정하고 그것을 성취하기 위해 열정과 에너지를 쏟는 삶,
무가치해 보이는 일에 시간을 허비하지 않고 목표를 향해 집요하게 도전하고 이뤄내는 삶,
우리가 속한 세상 속 성공의 방정식에서는 으레 그런 것들이 떠오르기 마련이다.
하루 일과를 반성하고 좀 더 나은 내일을 위해 강요된 일기 쓰기에 익숙한 우리의 ‘충실한 하루 살기’는 충효(忠孝) 사상만큼이나 윤리적으로 올바른 삶의 방식이다.
열심히 살지 못한 것 같은 날은 '내가 헛되이 보낸 오늘은 어제 죽어간 이들이 그토록 바라던 하루다'라는 경구를 떠올리며 스스로를 자책한다.
그러나, 그 어느 누가 우리 일상을 ‘완벽하다’, ‘완벽하지 않다’고 평할 수 있을까?
늘상 패배할 수 밖에 없는 '완벽주의'게임의 올가미에 또다시 갇히는 것은 아닐까? 영화 '퍼펙트 데이즈'는 이런 의심에서부터 출발한다.
영화는 도쿄 시부야 공공시설 청소부(The Tokyo Toilet)인 '히라야마'(야코쇼 코지)의 단조로운 일상을 지루하리만큼 반복적으로 카메라에 담아낸다.
히라야마(야코쇼 코지) / 영화 <퍼펙트 데이즈> 스틸컷
이른 새벽 동네 주민의 빗질 소리에 깨어나기, 가지런히 이부자리 정리하기, 화초에 물 주기, 집 앞을 나서면서 하늘 쳐다보기,
주차장 한 켠에 있는 자판기 캔 커피 사기, 출근길 자동차 안에서 카세트 테이프로 팝송 듣기, 점심시간에는 근처 공원에 가서 샌드위치 먹기,
나뭇잎 사이로 쏟아지는 햇살(일본어로 ‘코모레비’라고 함)을 배경으로 사진 찍기, 퇴근 후에는 단골가게에서 생맥주 한잔하기,
휴일에는 동네 목욕탕에서 목욕하기, 잠들기 전까지 책 읽기 등 뭐라 특별할 것 없는 일상이 하루하루 반복된다.
영화 <퍼펙트 데이즈> 스틸컷
화장실 청소부라는 본업에는 마치 장인의 면모를 드러내기라도 하듯이 최선을 다한다.
세면대 뿐만 아니라 손으로 직접 만지기 꺼려 하는 좌변기, 소변기 구석구석을 정성스럽게 청소하고, 비데 노즐에 묻어 있는 오물도 깨끗이 제거한다.
청소도구도 직접 제작해서 사용할 만큼 애정을 쏟아붓는다. 화장실을 이용하는 사람조차도 피해 가는 청소부에 불과하지만,
그에게는 이런 하루를 충실하게 채울 수 있는 일상이 너무나도 만족스럽다.
습기를 머금은 화초가 싱그럽고, 차 안에서 듣는 올드팝들에 흥이 나고, 샌드위치를 먹는 공원 벤치에서 만나는 아가씨가 반갑고,
인화된 나뭇잎 사진을 서류함에 분류해서 놓는 일도 뿌듯하고, 화장실 사용법이 서툰 외국인을 잘 안내한 일도 보람차다.
이 모든 일이 하루를 풍요롭게 하고 입가에 미소를 머금게 한다.
영화 <퍼펙트 데이즈> 스틸컷
그러나, 가끔은 타인과의 관계 속에서 자신의 일상을 깨뜨리는 일을 맞닥뜨릴 수밖에 없다.
뺀질이 스타일의 젊은 청소부 동료인 다카시의 갑작스러운 퇴사, 오랫동안 왕래를 하지 않던 조카의 예기치 않은 방문과 여동생과의 재회,
단골 선술집 여주인의 전 남편과의 만남 등등……
그러나 이러한 일들조차 잠깐의 흔들림이 있긴하지만 자신만의 견고한 세계를 무너뜨리기에는 역부족이다.
"이 세상엔 수많은 세상이 있어.
연결되어 있는 것처럼 보여도,
연결되어 있지 않은 세상이 있지."
히라야마(야코쇼 코지) / 영화 <퍼펙트 데이즈>
우리는 삶을 살아가는 데 있어서 타인과의 ‘관계’(Relationship)를 매우 중요시한다.
그렇기에 번화한 도시 한복판에서도 고립된 은둔자처럼 살아가는 ‘군중 속의 고독자’ 히라야마도 어찌 보면 ‘연결되어 있지 않은’ 인생의 패배자처럼 보인다.
돌아가신 아버지와의 갈등에서 보듯 그가 도망쳐온 복잡한 세계가 있었을 듯싶다. 그렇게 지금의 단순화된 삶의 방식은 지나온 삶의 결과물일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일상의 반복에서도 나뭇잎에 비추는 햇살의 변화를 관찰하는 일조차도 자신을 행복하게 만드는 가치있는 일이 되었다.
그렇기에 지금의 단조로움은 타인의 시각일 뿐, 자신만의 의미있는 세계가 존재하는 것이다.
영화 <퍼펙트 데이즈> 스틸컷
특별한 것은 가치 있는 것일까? 특별하다, 특별하지 않다는 것은 누구의 판단일까?
타인과의 관계속에서 자신의 의미를 발견하기보다는 단조로운 일상의 작은 변화에도 민감하게 반응하고,
나 자신 스스로의 기쁨을 충만히 발견해 낼 수만 있다면, 누가 특별하지 않다 평가할 수 있을까?
언제나 같은 패턴으로 반복되는 일상 속의 규칙적인 리듬이 아름다운 이유는
모든 사소한 것들이 똑같지 않으며 매번 달라진다는 것을 볼 수 있게 되기 때문이다.
영화 <퍼펙트 데이즈> 빔 벤더스 감독
다만,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작은 변화에도 민감하게 반응하는 내적 능력일테다.
영화의 마지막 장면 'Feeling Good'을 들으며 출근길로 향하는 히라야마의 변화무쌍한 표정은 많은 것을 의미한다.
삶을 지배하는 ‘희로애락’이 큰 일이든, 작은 일이든 순간순간 드리웠다 사라지고, 다시 생겨났다가 지워져 버리는 일이 반복되는 것이 우리네 삶 아니던가?
(링크) Feeling Good : https://youtu.be/oHRNrgDIJfo?si=kzA5YAj-S2dv_Jz8
영화 <퍼펙트 데이즈> 스틸컷 / 영화 마지막 장면 얼굴에 희노애락이 함께 어우러져 있다
그렇기에 지금의 일상에 만족하며 주어진 일에 최선을 다하는 것이 나를 지켜내는 방법이다.
"다음은 다음이고, 지금은 지금이고!"
(곤도와 곤도, 이마와 이마!)
히라야마(야코쇼 코지) / 영화 <퍼펙트 데이즈>
하루하루를 미래에 대한 걱정과 불안으로 가득 채워 살아가는 우리에게 <퍼펙트 데이즈>가 던지는 메세지는 분명하다.
"당신의 하루는 어떤 기쁨으로 채워져 있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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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떻게 봐도 <길복순>이 만족스럽지 않은 이유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청부살인 업계 최고의 회사인 MK 엔터테인먼트 소속 킬러 ‘길복순’(전도연). 맡은 '작품'은 반드시 완수해 내는 에이스인 그녀에게는 한 가지 고민이 있다. 바로 소속사와의 재계약. 10대 딸 '재영(김시아)'을 제대로 책임져야 한다는 생각이 들자 워킹맘인 그녀는 결국 퇴사를 결심한다. 하지만 그녀는 재계약 제안을 섣불리 거절하지도 못한다. 청부살인의 모든 것을 알려준 멘토, '차민규'(설경구) 대표와의 인연이 마음을 무겁게 하기 때문이다. 결국 답을 미룬 채 인턴 '김영지'(이연)를 데리고 마지막 작품에 들어간 복순. 모든 것이 순조롭던 그때, 임무에 숨겨진 진실을 발견한 그녀는 회사가 의뢰받은 일은 반드시 끝내야 한다는 규칙을 처음으로 어긴다. 바로 그 순간, 복순은 이제 모든 킬러의 타깃이 된다.
액션 영화인 척하는 영화, 길복순
"액션이 많이 나오는 영화지만 액션 영화처럼 보이지 않았으면 하는 영화." 변성현 감독이 설명한 넷플릭스 오리지널 영화 <길복순>이다. 이상한 말이다. 앞뒤가 맞지 않는다. 주인공 길복순은 청부살인업계 전설이다. 자연히 러닝타임 내내 액션이 쏟아진다. 길복순과 야쿠자의 일대일 결투가 시작이다. 블라디보스토크 술집에서, 길복순의 단골 식당에서도 화려한 액션이 이어진다. 그런데 어째서 <길복순>을 액션 영화로 보지 말라는 걸까?
영화가 끝나고 나면 고개가 끄덕여진다. 피비린내가 가득하고 비명과 총성이 끊이지 않지만, <길복순>은 분명 단순한 액션 영화가 아니다. 눈요기를 위한 액션, 쾌감을 위한 액션보다 더 많은 이야기를 품은 영화였다. <길복순> 속 액션은 워킹맘 길복순의 고민과 변화를 보여주는 장치였다.
안타깝게도 변성현 감독의 야심은 제대로 구현되지 않았다. 다양한 잠재력이 보이지만, 무엇 하나 살지 못했다. 신파가 아닌 방식으로 풀어낸 모녀의 이야기는 색달랐다. 워킹맘을 킬러에 빗대어 일상 속 딜레마를 시각적으로 펼쳐 보인 아이디어도 신선했다. 그러나 둘 깊지 않다. 길복순의 서사를 함축한 액션이 부족한 깊이를 더하는 듯 보이나, 조악하다. 새로운 스타일을 보여주고 싶다는 욕심이 넘친 나머지 무엇 하나 제대로 그려내지 못했다. 기시감으로 가득하다. 결국 <길복순>은 액션 영화라 해도, 아니라 해도 불만족스럽다.
킬러보다 흥미로운 엄마 길복순
<길복순>의 스토리는 크게 세 갈래로 나뉜다. 킬러 길복순의 직장 생활, 길복순과 차민규 대표의 재계약 협상, 그리고 복순과 재영 모녀의 갈등. 앞의 두 이야기는 새롭지 않다. 살인청부업자가 등장하는 영화라면 쉽게 예상할 수 있다. 냉혹하고 비정하나 최소한의 규칙이 있는 킬러들의 세계는 <존 윅>과 <킬 빌> 시리즈를 보는 듯하다. 연예 기획사 시스템을 본뜬 킬러 회사 구조가 한국의 맛을 살짝 더할 뿐이다. 길복순과 차 대표의 사제 관계도 익숙하다. 서로 아끼고 인정하지만, 언제든 죽일 수 있는 사이. 추구하는 가치 때문에 희생되는 사적인 애정. 킬러들의 이야기에 빠지지 않는 설정이다.
마지막 이야기는 눈에 띈다. 사실 모녀의 사정은 익숙하다. 워킹맘 복순은 딸 재영을 온전히 챙기지 못한다. 딸이 자기를 필요로 하는 순간 항상 출장을 가야 해서 미안해한다. 또 그녀는 딸이 어렵다. 방문을 쉽게 열지 못할 정도로. 담배를 피워도 제대로 혼내지 못할 만큼. 재영도 엄마가 어렵다. 직업조차 말하지 않는, 항상 비밀이 있는 엄마라서. 결국 둘의 관계는 파국으로 치닫는다. 재영은 레즈비언이라는 사실로 협박하던 학교 친구에게 큰 상처를 입힌다. 하지만 엄마에게 쉽사리 진상을 밝히지 못한다. 동성애자라는 비밀을 털어놨을 때, 자기를 응원해 줄 거라는 확신이 없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 갈등을 풀어내는 방법이 재밌다. 답답하지 않다. 거슬리지도 않는다. 대신 독특하다. 신파는 찾아볼 수 없다. 그저 각자 비밀을 담담하게 꺼내 놓는다. 엄마는 삶과 죽음의 경계를 항상 오가는 직장 생활의 어려움을 토로한다. 딸은 소수자로서 사회에서 어떻게 살아가야 할지 고민이라고 속마음을 꺼내 놓는다. 고백만큼이나 응답도 쿨하다. 엄마는 딸의 선택을 조용히 응원한다. 딸도 엄마에게 고생했다고 말하며 방문을 열어 놓으라고 말한다. 그러고는 일상으로 되돌아간다. 아무리 가족이라도 응원하고 위로할 수 있을 뿐, 문제 해결은 각자 몫이라고 말하는 듯하다. 이처럼 <길복순>은 애정 넘치는 모녀 사이를 눈물바다 없이도 감각적으로 뽑아내는 데 성공한다. 전형적인 킬러의 이야기보다 시원하고 맵시 있는 가족 이야기가 재밌는 이유다.
엄마와 킬러가 공유하는 딜레마, 목적과 수단
흥미롭게도, 스타일리시한 모녀 관계에 주목하면 평범한 킬러의 이야기도 조금은 달라 보인다. 복순과 '오다 신이치로'(황정민)가 대결하는 오프닝이 힌트다. 복순은 그에게 검을 들고 싸울 기회를 준다. 국무총리 아들의 대학교 부정입학 스캔들 뉴스를 보던 중 딸의 일침에 충격을 받았기 때문이다. '그럴 수도 있지'라는 복순에게 재영은 공정한 경쟁이 아니라고 반박한다. 아무리 목적이 중요해도 그 수단이 잘못되면 안 된다는 말이다. 물론 그녀가 딸의 말을 곧이곧대로 따르지는 않는다. 대결이 불리하다 싶어지자 복순은 정정당당하게 싸우는 대신 오다를 총으로 쏴 죽인다.
하지만 복순은 이미 변했다. 주어진 작품의 동기나 배경을 신경 쓰지 않던 킬러는 이제 더 많은 것을 보고 듣는다. 흠잡을 데 없는 커리어우먼의 모습이 과연 엄마로서도 적절한지 의문을 품었기 때문이다. 모든 부모가 겪는 딜레마를 복순도 피하지 못한다. 단지 킬러라는 직업 때문에 유달리 핏빛일 뿐. 국무총리의 살인 의뢰는 전환점이다. 정치 경력을 가로막는 걸림이 되어버린 아들을 죽여 달라고 의뢰한 국무총리. 하지만 복순은 국무총리 아들을 자기 딸과 겹쳐 보고, 옳지 않은 살인이라고 판단한다. 결국 복순은 살해 대상이 미성년자만 아니라면 반드시 의뢰를 성공시켜야 한다는 규칙을 처음으로 위반한다.
이처럼 가치관이 달라진 이상, 복순은 다른 킬러와의 충돌을 피할 수 없다. 이 세계에서는 언제나 목적이 수단에 우선하므로. 일단 '차민희'(이솜)가 그녀 앞을 가로막는다. 길복순을 항상 눈엣가시로 생각했던 차 이사. 오빠 차민규와의 근친상간도 마다하지 않는 그녀는 복순을 죽이기 위해 수단 방법을 가리지 않는다. 아픈 아버지를 미끼 삼아 '한희성'(구교환)을 협박한다. 복순의 친구에게도 우정을 버리라고 제안한다. 그녀를 죽이면 MK 엔터로 스카우트하겠다면서. 멘토나 다름없는 차 대표와의 대립도 피할 수 없다. 그 역시 목적을 위해서라면 사사로운 인연은 포기할 수 있는 인물이니까. 그는 업계 탑이라는 MK 엔터 위상을 지키기 위해 자기 손으로 정한 원칙을 기꺼이 뒤엎어 버린다. 복순을 지키기 위해 그녀가 작품에 실패했다는 사실을 아는 유일한 목격자, 인턴 영지를 죽인다. 영지는 아무 잘못이 없다고 복순이 여러 차례 강조했는데도.
액션, 킬러와 엄마의 불완전한 가교
이때 액션은 달라진 복순의 내면을 극적으로 표출하기 위한 도구라 할 수 있다. 본래 그녀에게 살인 청부는 일이었다. 그래서 그녀의 액션은 군더더기가 없었다. 오다의 목숨을 총으로 간단히 빼앗는 것처럼. 영지에게 살해를 자살로 위장하는 방법을 알려줄 때도 사무적이었다. 살인을 하나의 능력으로 보고, 그 능력에 따라 킬러의 등급을 나누는 것도 당연하게 받아들였다. 사회생활을 하다 보면 자기나 회사 이익을 위해 남들을 짓밟아야 할 필요도 있기 때문.
생각이 바뀌자 그녀의 액션도 변한다. 차 이사의 사주를 받아 자기 목숨을 노리는 희성과 다른 친구를 상대하는 복순의 표정은 이전과 사뭇 다르다. 승진과 성공이라는 목표 앞에 헌신짝처럼 버려진 우정과 애정. 그 순간 복순의 얼굴에는 일전에 찾아볼 수 없던 착잡함이 깃들어 있다. 차 이사를 노려보는 그녀의 눈빛이 분노로 차 있는 것처럼. 또 차 대표와의 일전을 앞둔 그녀의 얼굴은 안타까움과 긴장감, 그리고 살의로 가득하다. 인간적으로는 가장 신뢰하는 스승이 이제 정반대 가치를 추구하는 적이 되었기 때문이다. 이처럼 <길복순>의 액션은 캐릭터의 감정과 서사를 담아내려고 노력한다. 또 자칫 완전히 따로 놀 수 있는 킬러 길복순과 엄마 길복순의 세계도 하나로 이으려 한다.
하지만 <길복순> 속 액션은 제 역할을 다해내지 못했다. 난잡한 액션 스타일 때문에 액션에 담긴 이야기가 제대로 전해지지 않기 때문이다. 러시아 술집이나 식당 장면은 매튜 본 감독의 <킹스맨: 퍼스트 에이전트> 속 펍이나 교회 시퀀스를 보는 듯하다. 싸우기 전에 다음 상황을 머릿속으로 미리 시뮬레이션하는 장면은 <셜록 홈즈>나 <킹 아서> 등을 연출한 가이 리치 감독의 스타일을 빼닮았다. <007 스카이폴>처럼 화려한 조명 사이로 실루엣만 보이는 샘 멘데스 감독의 스타일도 중간중간 엿보인다. 그런데 이들이 한 시퀀스 안에 뒤엉켜 있고, 또 몇몇 장면에서는 합을 맞춘 티가 나다 보니 액션에 집중하기가 쉽지 않다. 보통 한국 영화에서 보기 힘든 독특한 스타일이 인상적이지 않을 정도다.
이에 더해 작위적이고 노골적인 몇몇 대사와 추임새, 희성이나 '신상사'(김성오)처럼 등장은 강렬하나 허망하게 퇴장하는 몇몇 캐릭터도 문제를 악화한다. 결국 <길복순>은 액션 영화로 보든 아니든 아쉬움이 크다. 액션 영화라면 액션이 기대치를 충족시키지 못했고, 액션 영화가 아니라면 퀄리티가 부족한 액션 때문에 응축된 이야기를 들려주는 데 실패했기 때문이다. 나름대로 흥미로운 아이디어와 신선한 도전이 엿보여서 더 아쉽기도 하다. 실망스러운 작품이 공개되는 경우가 생각보다 잦은 넷플릭스의 징크스를 충무로의 스타일리스트이자 기대주, 변성현 감독도 완전히 피하지는 못한 셈이다.
Poor 형편없음
액션도 드라마도, 하나에만 집중했더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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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6월 넷째 주 극장 개봉 & 예정작 ?
안녕하세요.
영화/OTT 콘텐츠 큐레이션 웹매거진 '씨네랩'입니다.
오늘은 이번 주 개봉, 공개 예정인 작품들을 소개해드릴 예정인데요.
긴 장마가 시작되었습니다 꿉꿉하고 더운 여름을 날려줄 블록버스터 <인디아나존스: 운명의 다이얼>
독특한 연출방식과 이쁜 색감의 화면구성으로 많은 팬들을 거느리고 있는 웨스앤더슨 감독의 <애스터로이드 시티>까지!! 이번주 개봉작 같이 함께 보실까요??
인디아나 존스: 운명의 다이얼
Indiana Jones and the Dial of Destiny
ⓒ 네이버영화
개요: 액션 | 미국 | 154분
감독: 제임스 맨 골드
출연: 해리슨포드, 피비 윌러-브리지, 매즈미켈슨, 안토니오 반데라스 등
개봉: 2023.06.28.
배급: 월트디즈니 컴퍼니 코리아
시놉시스
모험의 또 다른 이름, 마침내 그가 돌아왔다 1969년 뉴욕 전설적인 모험가이자
고고학자 ‘인디아나 존스’ 앞에 대녀 ‘헬레나’와 오랜 숙적 ‘위르겐 폴러’의 세력이 등장한다.
그들의 목표는 단 하나, 운명의 다이얼. 역사의 흐름을 바꿀 수 있는 다이얼을 차지하려는 쫓고
쫓기는 위협 속에 ‘인디아나 존스’는 전 세계를 무대로 하는 새로운 모험에 뛰어드는데…
“난 평생 이걸 찾아 헤맸어” 끝나지 않은 모험, 전설은 영원하다
CINE PICK!
영화관 입장권 통합전산망에 따르면 <인디아나 존스: 운명의 다이얼>은 26일 오후 12시 기준
전체 예매율 1위를 차지했습니다. 전 세계적으로 인기를 끌었던 <인디아나존스>는 전세계적으로 인기를 끌었으며 전작인 '크리스탈 해골의 왕국' 이후 15년만에 극장으로 다시 찾아왔습니다. 올해 81세가 된 포드는
영화 시작부터 온몸으로 뛰며 존재감을 드러내며 자동차, 오토바이, 기차 액션으로 관객을 사로잡는다고합니다. 오는 28일 극장에서 일반 상영과 함께 IMAX, 돌비 시네마, ScreenX, 4DX등 특별 포맷으로 개봉 예정으로 특별관에서 더 생생한 <인디아나 존스: 운명의 다이얼>을 즐기실 수 있습니다!
여름날 우리
My Love
ⓒ 네이버영화
개요: 로맨스 | 중국 | 115분
감독: 한텐
출연: 허강환, 장약남 등
재개봉: 2023.06.28
배급: 찬란, (주)바이포엠스튜디오
시놉시스
처음이었다, 사랑이 싹트는 기분 너에게 풍덩 빠져버렸던 17살의 여름.
너를 두고 아무 것도 할 수 없었던 21살의 여름. 그리고 몇 번의 여름이 지나고
다시 만난 너, 이젠 놓치지 않을 거야. “널 만난 건 내 인생 최고의 행운이었어”
CINE PICK!
영화 ‘여름날 우리’ 콜라보 음원 3차 라인업이 20일 공개됐습니다.
가수 펀치, 치즈, 토일, 로이킴, 멜로망스의 김민석이 참여하면서 지나간 명곡을 재해석하면서 리메이크 곡들로 구성되어 관객의 감성을 자극하고 있다고 합니다. 영화 ‘여름날 우리’는 요우 용치에게 빠진 저우 샤오치가 그녀에게 닿기까지
수많은 여름을 그린 로맨스 영화로, 허광한과 장약남이 출연해 여름날 온도처럼 뜨거운 청춘의 첫사랑을 그려냈습니다. 지난 2021년 8월 국내에서 개봉한 뒤에도
영화 팬들의 성원이 이어져 비교적 빠른시기 올해 다시 한번 스크린에서 국내 관객들을 만난다고 합니다.
애스터로이드 시티
Asteroid City
ⓒ 네이버영화
개요: 드라마 | 미국 | 105분
감독: 웨스 앤더슨
출연: 제이슨 슈왈츠먼, 스칼릿 조핸슨, 톰 행크스, 틸다 스윈튼 등
개봉: 2023.06.28.
배급: 유니버설 픽쳐스
시놉시스
이상하고 아름다운 도시 ‘애스터로이드 시티’ 이제 세상이 달라졌어요.
1955년 가상의 사막 도시이자 운석이 떨어진 도시 ‘애스터로이드 시티’
매년 운석이 떨어진 것을 기념하는 ‘소행성의 날’ 행사에 모인 사람들은
예상치 못한 사건으로 인해 그 곳에 옴짝달싹도 못한 채 갇히게 되고 계속해서
생각지도 못한 예측불허 상황들이 펼쳐지는데… 어쩌면 삶에는 의미가 있을지도 몰라요.
CINE PICK!
'애스터로이드 시티'는 할리우드 대표 비주얼리스트 웨스 앤더슨 감독의 신작으로,
1955년 네 명의 아이들과 함께 이동하던 중 차량이 고장 나 '애스터로이드 시티'에 머무르게 된
사위가 아이들을 데리러 오는 장인을 기다리며 운석이 떨어진 날을 기리는 소행성의 날 행사에 참석하게 되는데 축제가 한창이던 '애스터로이드 시티'에 갑작스럽게 벌어진 사건으로 인해 도시에 있던 모든 사람들은 격리되고 조사받게 되는 이야기입니다. 스칼릿 조핸슨, 톰 행크스, 틸다스윈튼 등 할리우드 최고의 배우들이 모두 모였으며 예고편에선 웨스 앤더슨 영화 특유의 따듯한 색감과 구도, 특히 1955년을 배경으로하는 의상과 소품들이 보이면서 다시한번 영화 팬들을 열광시킬것으로 예상합니다.
샤이닝
The Shining
ⓒ 네이버영화
개요: 공포, 스릴러 | 영국 | 144분
감독: 타키타 요지로
출연: 모토키 마사히로, 히로스에 료코
재개봉: 2023.06.28.
배급: 워너 브러더스 코리아㈜
시놉시스
겨울 동안 호텔을 관리하며 느긋하게 소설을 쓸 수 있는 기회를 잡은 ‘잭’은 가족들을 데리고 눈 내리는 고요한 오버룩 호텔로 향한다. 보이지 않는 영혼을 볼 수 있는 ‘샤이닝’ 능력을 가진 아들 ‘대니’는 이 호텔에 드리워진 음산한 기운을 직감적으로 느낀다. 폭설로 호텔이 고립되자
환상과 현실의 경계에서 점점 미쳐가는 ‘잭’, 그리고 그를 지켜보는 아내 ‘웬디’와 아들 ‘대니’.
가까워져 오는 극한의 공포. 스탠리 큐브릭 감독이 남긴 스릴러 영화의 바이블.
CINE PICK!
세계적인 거장 스탠리 큐브릭 감독은 고인이 되신지 17년째가 됐음에도, 큐브릭 작품에 대한 관심은 식지 않고 있습니다. 그가 20편이 안 되는 자신의 영화 하나하나에 불어넣은 독창성과 탁월함의 흔적들이 여전히 사람들을 매료시키고 있으며 영화사에서 꾸준히 회자되며 수많은 감독들의 롤모델이기도 합니다. 큐브릭은 영화를 촬영할때 꼼꼼함과 집요함이 특징인데, 한 장면을 찍을때마다 많은 테이크를 가서 촬영이 지체되고 오랜시간 걸리기도 했다고 합니다. 영화 장면 중 잭 니콜슨이 화장실 문을 부시는 유명한 한 장면은 총 3일에 걸쳐서 촬영되어 60개의 문 소품을 사용했다고 합니다.
파이어하트
Fireheart
ⓒ 네이버영화
개요: 애니메이션, 모험, 코미디, 가족 | 프랑스 | 92분
감독: 로랑 제이통, 테오도르타이
출연: -
개봉: 2023.06.28.
배급: ㈜누리픽쳐스, (주)블루라벨픽쳐스, TCO(주)더콘텐츠온시놉시스
1932년 뉴욕, 브로드웨이 극장가를 노리는 연쇄 방화 사건 발생! 800명의 소방관이 실종되는 전대미문의 사건으로 혼란에 빠진 뉴욕의 ‘지미 시장’은 은퇴한 소방관 ‘숀’을 다시 불러 긴급 소방팀을 꾸린다. 어릴 때부터 아버지 ‘숀’처럼 멋진 소방관이 되고 싶은 꿈을 가진 ‘조지아’는 초보 소방관 ‘조’로 감쪽같이 변장해 긴급 소방팀에 몰래 합류하는데 성공하는데… 방화범을 잡기 위한 소방 대작전 개시! 의욕은 충만! 실전 경험 전무! 과연 조지아와 초보 소방팀은 최악의 위기에 처한 뉴욕시를 구할 수 있을것인가..!
CINE PICK!
프랑스 박스오피스 10주 연속 1위를 차지한 영화 '언터처블: 1%의 우정'의 제작자 로랑 제이통이 연출을 맡은 영화 <파이어하트>는 <인크레더블 2>, <뮬란>, <장화신은 고양이> 등 인기 애니메이션들을 탄생시킨 애니메이터 출신 시어도어 타이까지 공동 감독으로 참여해 기대를 모으고 있습니다. 세상의 편견에 맞서 꿈을 이루고자 하는 조지아의 열정 어린 도전을 그린 영화 <파이어하트>는 오는 28일 개봉 예정입니다.
이렇게 극장 개봉 영화, 총 다섯 편의 영화를 소개해 드렸는데 어떠셨나요?
그럼 남은 한 주도 건강하게 보내시길 바라며, 지금까지 씨네랩 에디터 Amy 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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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주 출신 영화인'이 변명이 되지 않을 때
복수는 못 참지
이 영화의 주인공은 알아주는 건달 경철(오대환)이다. 쫓기는 경철. 어딘가로 향하고 있다. 향한 곳은 교회다. 몸을 숨기는 경철. 인성(김정태)의 급습에 죽을 위기에 처할 뻔했다. 와신상담이 따로 없다. 복수의 칼날을 가는 경철. 하지만 경철이가 몸을 숨긴 곳은 교회다. 교회라고 함은 그 교회에 방문하는 신도가 있다는 것이다. 갑자기 들이닥친 손님에 꽂힌 신도들. 신도들은 손님 경철이 메시아라고 추앙한다. 이 따뜻한 분위기는 무엇? 하지만 경철에겐 상처와 분노가 남았다. 복수는 못 참는다. 칼을 가는 경철. 목표는 인성이다. 이 영화의 다른 주인공은 태용(이용규)이다. 대머리인 용규. 심지어 험상궂게 생겼다. 누가 봐도 조폭인 태용. 태용 역시 누군가에게 공격을 받았다. 절로 숨은 태용. 대머리니까 아주 적절한 곳에 몸을 숨긴 셈이다. 무소유의 관점에서 생각해 보니 이 평화로운 곳에 잠시 머무르는 것이 아주 안성맞춤이다. 하지만 그 와중에도 복수는 못 참는다. 복수의 칼날을 가는 태용. 경철과 함께 인성을 공격하는 목표를 세운다. 영화의 마지막 주인공은 도필(지승현)이다. 도필은 경찰이다. 하지만 좀 특별하다. 왜? 도필은 어느 날부터 갑자기 신에 빙의하는 병이 생겼다. 혼자 있을 때만 이런 일이 있으면 모르겠는데 일할 때도 빙의를 겪으니 죽을 맛이다. 하지만 일상의 페널티에도 불구하고 역시 복수는 못 참는다. 인성을 잡아넣고 싶은 도필. 과연 경철, 용규, 도필은 목적을 달성할 수 있을까?
흥미롭기는 했었어
우선 결론부터. 신선하기만 했다는 게 총평이다. 왜 신선했을까? 이 영화의 기본적인 틀은 들어본 적 없던 것 같다. 혹자는 ‘조폭 코미디 한 번도 안 봤냐?’라고 할지도 모르지만 글쓴이는 힘주어 ‘종교와 복수’라는 아이러니를 어디서 봤냐고 역설하고 싶다. 목사, 스님, 박수무당이 각자 종교인으로서의 숙제를 나름대로 이행하면서 사적 복수를 추구한다? 세 종교인이라고 서로 싸울 것 같은데 그것도 심지어 경찰과 조폭, 건달이? 이거 신선하지 않아? 차라리 ‘박목스’면 사람 이름 같고 좋을 걸 ‘목스박’이래서 느껴지는 C급 영화적인 기운도 신박한 아이디어 아래에선 별거 아니게 느껴진다.
이 외에 영화의 다른 장점을 찾자면 다들 ‘열일’을 했다는 게 느껴진다. 특히 도필 역의 지승현 배우는 이 영화에서 배우로서 가진 모든 역량을 보여준다. 1인 다역부터 액션 코미디까지 지승현 배우의 열연은 이 영화에서 빛을 발한다. 오대환 배우도 이 영화에서 좋았다. 오대환 배우가 연기하는 방식은 지승현 배우와는 다르다. 캐릭터가 가진 카리스마를 좁고 날카롭게 깎아야 영화의 무기가 된다. 이 캐릭터를 설정하는 이상한 요소가 많음에도 경철이 이야기를 이끌어가는 이유가 이 배우의 역량에 있는 것이다. 감독의 역할에 있어서도 고훈 감독은 이 영화의 기획의도에 맞는 재기 발랄한 연출을 몇 번 보여준다. 이 영화는 고의적으로 품격 있는 누아르이자 복수극을 거부하는 듯하다. 영화의 전체적인 톤에서 이 의도를 읽을 수 있는데, 대표적으로 무언가 깨지는 장면이 좀 진부하긴 해도 기획의도를 살리는 좋은 연출이었다.
내내 고루해
하지만 이 영화는 내내 고루한 것들로 가득 차 있다. 첫 번째. 이 영화의 주인공 세 명의 분량에 대한 부분이다. 경철/도필이 아닌 다른 주인공 태용은 이 이야기에서 코미디를 담당하는 핵심 캐릭터 중 한 명이다. 어떤 코미디? 태용 옆에서 스님 동료로 설정되어 있는 ‘환장스님’이라는 인물과의 캐미다. 이 캐미가 영화에서 시너지가 나지 않는다. 이야기의 흐름상 감정선이 급작스러워 ‘왜 저래’ 싶기도 하고, 두 배우가 과한 연기를 보여주기도 한다. 영화의 장애물이 된 것이다. 또 어느 부분에서는 이 영화의 이야기를 끌고 갈 생각이 없나?라는 느낌마저 든다. 구체적으로 주인공 3인방이 각자의 가치를 깨닫는다는 성장영화로서의 테마와 환장스님과의 노닥거림이 큰 관련이 없는 것이다. 차라리 후반부에서 이 환장스님이 등장하는 근거를 찾을 수는 있다. 근데 그 후반부를 뒷받침하려면 전반부에서도 역시 임팩트가 있어야 하는데 이 영화에선 그렇지 못했다. 다른 주인공 도필은 지승현 배우의 열연만 두드러질 뿐 이야기를 끌고 가는 데 있어 구멍이 많다. 대표적으로 이 인물이 직업인으로서 찾아올만한 위기가 몇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 영화는 편의적으로 이야기를 끌고 간다. ‘라이터’에 관한 장면이나 중반부 찍고 경철에게 하는 대사가 이 도필이라는 캐릭터의 약점을 집약한 듯하다. 또 이 인물을 설명하는 방식에도 의아한 부분이 있었다. 바로 ‘미친개’라는 별명이다. 이 ‘미친개’라는 수식어구는 굉장히 자주 들린다. 작년 <소년들>에서 설경구 배우가 맡은 역할도 ‘미친개’였고, 1998년 <여고괴담>에서 빌런이라고 볼 수 있는 인물의 별명도 ‘미친개’였다. 이 ‘미친개’는 본작에서도 어김없이 등장한다. 전체적으로 올드한 영화의 톤을 집약하는 낡은 설정이었다. 또 이 영화의 핵심 세팅인 박수무당으로서의 역할과 능력을 어떻게 묘사할 것인가?라는 점에서 이 영화가 둔 선택지가 그렇게 좋은 것인지는 잘 모르겠다. 도필이 상황에 대한 인지를 더 빠르게 가져가는 것이 일반적이지 않나? 코미디를 위해 인위적으로 짠 설정들이 영화의 맛을 떨어트리는 듯 했다.
그리고 글쓴이에게 이 영화에서 가장 어려웠던 것은 김정태 배우가 맡은 역할이다. 그 이유는 이 영화가 가진 가장 큰 단점과 이어져있다. 영화가 이야기의 흐름이나 연출의 흠으로, 기술의 힘으로 젊은 톤을 유지하지 않는다. 단지 그런 척을 한다. 무슨 말이냐. 이 인성이라는 캐릭터가 가진 의도가 지나치게 투명하다는 점에서 이 <목스박>이 ‘젊은 층도 웃을 수 있는 코미디’를 표방한 흔적이 너무 대놓고 드러난다고 쓰고 싶다. 이를 어디서 읽을 수 있느냐. 인물의 행보에서 파악할 수 있다. 이 인물이 가진 욕망은 간단하다. 인플루언서가 되는 것이다. 인플루언서가 되기 위해 뭘 할까. 인스타그램을 공부하는 것이다. 맛있는 음식 사진을 올려서 좋아요 수가 올라가고. 인맥을 넓혀서 팔로워 수를 늘리는 것들이 인성의 목표다. 하지만 인성이 인스타그램 스타가 되는 것은 정말 어렵다. 당연하다. 힙한 사람이 이미 아니니까 힙해지기가 어려운 것이다. 그럼 억지로 힙해지려고 들지 않는 게 중요하겠지? 이 새삼스런 발견을 영화는 처음부터 알려줄 생각이 없는 듯 인성을 ‘공감성 수치’의 한가운데로 내몬다. 가령 영화 중후반부에 인스타 팔로워에 관한 장면이 있다. 여기서 이 인물이 이렇게 행동할 필요도 없고 이에 대한 부분을 자막으로 구현할 필요가 있나 싶었다. 그리고 결정적으로 이 인물의 악함이나 행보가 이 ‘젊어지려 하는 것’과 그렇게 잘 맞아떨어져 보이지 않는다. 둘 다 따로 논다. 이말은 곧 '인성이의 셀럽 도전기'가 영화에서 불필요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목스박>이 인물의 성격을 기능적으로 활용한 것이다. 그래서 영화 후반부까지 보다 보면 이 인물이 굳이 이렇게까지 분량이 많았어야 했나?라는 생각이 든다. 아, 조직원 중에 여성 캐릭터가 있는 것 자체는 좋았다. 이거 하나만 유일하게 뻔하지도, 작위적이지도 않았다.
억지로 젊은 척
주인공이 아닌 조연들에게도 올드한 필치가 느껴지는 건 마찬가지다. 영화 도중에 게임이라는 소재가 나온다. 당연히 뭐든 과하면 안 좋다. 특히 이 영화에 등장하는 게임 중독자 묘사에겐 더 그렇다. 하지만 이 영화가 보여주는 게임이라는 소재는 왠지 어떤 아이디어에 기반해서 만들었는지 알 것 같다. 바로 게임 중독자는 누군가의 치유가 필요하다는 전제다. 이 캐릭터가 자기 입으로 "나는 방구석에서 게임만 합니다"라는 말을 직접적으로 꺼낸다. 그럼 이 인물이 게임을 하는 것 자체가 구원이 필요한 것인가, 인생을 막 살아서 구원이 필요한 것인가? 영화는 그 부분을 전자로 선택해 인물들의 성장요소로 활용한다. 이 부분은 영화에서 굉장히 올드하게 느껴지는 접근방법이다. 무언가 좋아하는 마음 자체가 문제라면 현세대의 덕후들 전부가 잘못됐다는 의미인가? 차라리 이 인물이 이 영화에서 타인에게 가하는 무례함은 치유가 무조건 필요하다. 이것에 대해 경철이 예절을 주입시키는 방식이었다면 납득이 갈 것이다. 또 이 캐릭터가 불법도박을 하는 인물이었다면 구원이 필요한 인물이 맞다. 방구석에서 시간만 잡히고 돈만 뺏기는데 도와주는 사람이 있다면 그 자체로 은인이다.
또 영화에 등장하는 조연 중 깜짝 카메오가 있다. 이 두 사람은 말 그대로 대세다. 특히 여자 배우 인기 정말 많은 걸로 알고 있다. 하지만 이 두 사람은 굳이 나올 필요가 없었다. 왜? 이 부분은 두 사람이 영화에서 차지하는 존재감에 근거한다. 이 둘을 영화가 보여주는 방식이 전부 과하다는 느낌이 들었다. 여자 배우가 <30일> 같은 영화에서 좋은 연기를 보여준 것이 무색하게 이 배우는 어디선가 본 이상한 제스처를 취하고, 남자 배우는 사실 그 장면이 영화에 아예 없었어도 큰 무리가 없었다. 뭐 이런 빈약한 인물서사가 여기에만 국한되는 이야기일까? 태용의 사찰 소속 주지스님, 경철의 조직, 경찰이라는 공권력, 장갑을 이용한 장면, 경철과 갈등을 겪는 인물까지 이 영화는 ‘스타일리시함’을 추구하다 실패한 결과물이 이야기를 이끈다. 아직도 기억난다. 경철이 건달 출신 목사라는 디테일을 강조하기 위해 징 박힌 가죽장갑을 낀다? 솔직히 이런 목사님이 세상에 존재하나? 몸을 숨겨 복수극을 이행한다는 설정과 잘 맞는 연출이라고 볼 수 있나?
영화의 기술적인 측면에서도 이음새가 꼼꼼하지 못했다. 대표적으로 이 영화의 음향 믹싱 상태와 후시녹음의 싱크로율은 더 꼼꼼하게 검수할 필요가 있었다. 이 두 요소가 중요한 이유는 후반부의 전개를 살리기 위함이다. 생동감이 넘쳐야 인물의 동선에 설득력이 생기고 하이라이트에 감동이 전해지는 것이다. 특히 도필의 액션은 반 박자 느린 ‘퍽’ 소리에 김이 샌다. ‘액션이 들어가면 관객들이 좋아하겠지?’를 생각하고 쓴 각본이라는 게 너무 잘 느껴 저서 이 구멍은 더 아쉽다. 이는 영화의 편집에서도 느껴지는 단점인데 이물감이 느껴지는 플롯을 영화 스스로 만드는 느낌까지 들었다. 경철이 목사로서 목회를 하는 장면이 있는데, 이 부분은 그냥 해결책만 딱 보여줘도 이야기의 흐름에 문제가 없다. 하지만 이 <목스박>은 그 과정에 대해 자연스럽게 보여주지 못하고 널뛰기한다. 그냥 해결책만 딱 보여줘도 그 전의 과정을 관객들이 이해할 수도 있지 않았을까?
하지만 응원하지
글쓴이가 이 영화를 본 이유는 간단하다. 제주는 영화 불모지다. 영화를 폭넓게 볼 수 있는 환경은 고사하고 공부할만한 판이 깔려있지 않다. 그런데 이 영화를 만든 고훈 감독은 제주에서 필모그래피를 쌓아 2018년에 무려 칸 영화제에도 초청받은 바 있다. 이 사실 하나만으로도 글쓴이의 호기심을 유발하기에 충분했다. 제주에 관한 영화나 드라마라고 하면 어설픈 사투리를 보여주는 것이 대부분이다. 하지만 이런 빈약한 선례에도 불구하고 뚜렷한 결과까지 냈기 때문에 고훈 감독의 영화가 궁금했다. 이 <목스박>은 이 불모지에 자란 한 줄기 꽃 같은 존재다. 충분히 제주에서도 상업영화로 데뷔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줬기 때문이다. 이 측면에서 글쓴이는 이 고훈 감독님을 응원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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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순간 발생한 정체불명의 사고.
“이 도로는 폐쇄됐으니 우회하여 통행료를 낼 것”
휴대폰도 차도 고장 난 새벽 3시,
두 사람은 도움을 구하러 가까운 마을을 찾아 나선다.
하지만 돌고 돌아 결국 제자리를 맴돌고 있을 때
정체를 알 수 없는 섬뜩한 존재가 서서히 다가오는데…
‘그’의 세계에 갇힌 자. 통행료는 오직 죽음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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