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wr2024-11-04 13:31:06
왁킹과 농악의 이질적 결합으로 혐오를 비틀다
영화 〈공작새〉
넷플릭스 드라마 시리즈 〈포즈〉는 북미 퀴어 하위문화의 유산인 왁킹 댄스를 소재로 삼은 작품이다. 한편 트랜스젠더이자 드래그 아티스트인 모지민의 예술과 삶을 담은 다큐멘터리 영화 〈모어〉에는 그녀가 발레복을 입고 고향 집 경운기 위에서 포즈를 취하는 장면이 나온다. 영화 〈공작새〉를 보며 이 두 작품이 떠오른 이유가 있다. 〈공작새〉의 주인공 신명은 트랜스젠더 왁킹 댄서다. 동시에 호창농악(고창농악)과 굿을 계승하는 집안의 ‘장손’이다. 퀴어 문화와 전통적인 것의 이질적 조합. 〈공작새〉는 자칫 작위적으로 보일 수 있는 일을 너끈히, 그리고 아름답게 해낸다.
신명은 간절하다. 1천만 원 상금이 걸린 왁킹 댄스 대회 결승을 앞두고 아버지의 부고 전화가 오지만 그녀는 신덕길(아버지)의 죽음에는 별 관심이 없다. 절연한 지 오래인, 이제는 남인 남자의 죽음보다 대회 상금으로 성전환 수술을 하는 것이 더 중요하기 때문이다. 만약 수술하지 못한다면 신명은 군대에 가야만 한다. 그러나 그녀는 패배한다. “너만의 컬러가 없어”라는 심사평과 함께. 신명은 수술비를 마련할 다른 방법이 필요하다. 때마침 신덕길의 제자인 우기가 신명에게 말한다. 신명이 신덕길의 추모 굿을 하면 유산을 물려주라는 유언을 남겼다고. 신명은 어쩔 수 없이 죽을 만큼 떠나고 싶었던 고향으로 돌아와, 마찬가지로 죽을 만큼 보고 싶지 않았던 사람들과 마주한다. 트랜스젠더 왁킹 댄서가 작고한 호창농악 전수자이자 절연한 혈연의 추모 굿을 해야만 하는 기묘한 상황이다.
영화에는 신명이 왁킹 댄스를 추는 장면과 굿 장면이 많이 나온다. 그리고 서로 전혀 어우러지지 않을 것 같던 두 장르의 예술이 여러 사건과 신명의 몸을 경유해 서로에게 조금씩 스며든다. 마침내 엔딩에서 신명이 왁킹과 굿을 결합한 추모 굿을 할 때, 지금껏 그녀가 예술가로서 결여한 ‘컬러’와 함께 전통의 색다른 계승이 완성된다.
〈공작새〉는 개성 있는 예술가의 탄생과 변주를 곁들인 전통의 계승 과정을 짜임새 있게 채운다. 핵심 서사는 모두가 인정하는 호창농악의 후계자가 성별 정체성 문제로 완전한 외부자가 된 후, 다시금 자신의 자리로 돌아오는 과정이다. 트랜스젠더를 향한 비난은 대개 ‘타고난’ 성별을 거부한다는 데에 대한 사회문화적 거부감에서 비롯한다. 그러나 이 영화는 이 오래된 혐오의 문법을 비튼다. 신명이 호창농악 전수자라는 ‘타고난’ 운명을 트랜스젠더로서 되찾는 과정을 보여줌으로써 말이다. 신명의 할아버지이자 덕길의 아버지가 신명과 같은 존재였다는 설정 역시 마찬가지 역할을 한다. ‘여성스러운’ 행동으로 ‘몸을 팔며’ 예술을 전수할 수밖에 없었던 아버지 밑에서 손가락질받으며 성장한 덕길은 자기 아버지와 같은 자식을 보면서 갈등하고 만류할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신명이 ‘여자처럼’ 굴어서가 아니라 그녀가 받을 상처가 걱정되기 때문이다. 이렇게 영화는 혐오의 논리와 더불어 감정마저 비틀어 다른 가능성을 상상하게끔 한다.
영화 중반부, 신명이 무릎 꿇고 엎드린 채 냇가에 얼굴을 완전히 파묻고 있는 장면이 있다. 이 장면은 신명에게는 오히려 물속이 숨쉬기 편안하다는 듯 오래도록 이어진다. 어쩌면 정말로 그럴지도 모른다. 성별 이분법이 당연한 세계, 모두가 자신에게 적대적인 세계에서 신명이 숨 쉴 공간은 없다. 때문에 타인이 숨 쉴 수 없는 공간에서는 역설적으로 신명만이 호흡할 수 있다. 그런 세상에서도 신명은 떳떳하게 자기 자신을 지키며 살아간다. 사촌 동생이 성소수자인 것을 감춰주기 위해 억울한 상황에서 누명을 쓰는 신명에게 사람들은 ‘부끄럽지도 않느냐!’며 비난한다. 하지만 정작 신명에게 부끄러운 것은 남들의 손가락질이 아니라 자신이 고통스레 경험한 적대적 세계에 사촌 동생을 던져버리는 일이다. 타인은 신명의 것이라 오인된 행위에 손가락질하지만, 신명은 근거 없이 비난받는 존재를 지키기 위해 기꺼이 자신을 희생한다. 〈공작새〉는 한 예술가가 자기 개성을 찾아나가는 이야기인 동시에 소수자의 윤리가 품은 가능성에 관한 영화이기도 하다. 얼핏 어울리지 않는 것으로 보이는 것들을 훌륭하게 엮어낸 영화의 울림은 신명이 추모 굿을 하는 강렬한 엔딩신에서 덕길의 의지를 담아 활활 불타오르는 신성한 나무를 닮아 뜨겁고 화려하다.
Relative contents
-
- 뉴스 오브 더 월드
톰 행크스는 흔히 ‘제2의 제임스 스튜어트’로 불린다. 그런 그가 할리우드 황금기의 국민배우였던 그의 전철을 따라 서부극에 도전한다. 유순한 이미지의 제임스 스튜어트가 앤서니 만의 심리 서부극에서 필름 누아르적인 불안한 정서를 드러냈듯이 톰 행크스도 사회파 감독 폴 그린그래스(본 시리즈)와 손잡는다. 두 사람 모두 첫 번째 서부극이다.
주인공 제퍼슨 케이트 키드 대위(톰 행크스)는 텍사스 곳곳을 돌아다니며 신문을 대신 읽어주는 사람이다. 문맹자가 많은 1870년대를 무대로 남북전쟁의 여파와 아메리카 원주민을 보호구역으로 몰아내는 군사작전으로 인해 긴장이 고조되고 있었다. 그는 우연히 일곱 살짜리 고아 조한나 리온버거(헬레나 젱겔)을 만나 그녀를 유일한 혈육인 백부가 있는 곳으로 데려가기로 결정한다. 조한나는 독일계 이민 2세로 어릴 적 부모를 잃고 카이오와(Kiowa)족에서 성장했다. 그래서 그녀는 게르만계 백인이지만 원주민의 언어와 풍습에 밝은 반이방인의 모습을 띈다. 이 인물은 분열된 미국을 다시 봉합하기 위해 포용해야 한다는 메시지를 담고 있다.
키드 대위가 남부군으로 징집되면서 직업도 잃고, 아내와도 떨어져 지내게 되었다. 패전한 이후 무장 해제되어 사냥총 밖에 소지하지 못하게 되었다. 이런 곤경은 주인공 내면에 집중하는 배경이 된다. 정리하자면, 그는 이번 여행을 통해 어떻게 트라우마를 이겨낼 수 있을까? 소녀는 원주민도 아니고 백인도 아닌 어정쩡한 위치에서 어떻게 벗어날 것인가 영화의 주제인 것이다. 이것은 존 포드, 하워드 혹스, 앤서니 만, 몬테 헬먼, 아서 펜, 로버트 알트먼 등 미국의 ‘실존적 서부극’의 유산을 이어받는다. 정확히는 헬먼처럼 신화적 공간 혹은 이상향으로서의 서부를 부정한다. 이것은 총잡이가 주인공이 아닌 이유와 일치한다. 그리고 방황하는 미국의 정체성을 표현하기 위해 목적지가 부재하는 로드무비 형식을 빌린 것 역시 마찬가지다.
주인공의 상실과 소녀의 소외가 일치하는 지점은 '분열된 미국의 자화상'이다. 폴 그린그랜스 답지 않게 카메라를 고정한 픽스샷과 와이드 앵글로 잡은 넓은 화면은 앞선 거장들에게 배웠다. 이런 수용은 사회파 감독으로써 미국의 정체성을 포착하고 싶은 욕망에서 비롯된다.
영화는 잔잔하게 진행되지만, 곳곳에 칼날을 숨기고 있다. 그 긴장감 아래에서 주인공 키드는 언론인도 아니지만 세상 소식을 전달하면서 무지와 맹신에서 벗어나도록 유도한다. 이것은 신뢰성을 상실한 우리나라의 언론 지형을 생각하면 이해하기 쉬울 것 같다. 서부극이 미국의 정체성을 탐구하는 장르인 동시에, 한 인간의 트라우마를 벗어나는 과정을 장엄하게 그릴 수 있음을 이 영화는 증명한다. 그것은 이 영화가 단순한 정치성만 띠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트럼프를 머릿속에서 지우더라도 훌륭한 휴먼 드라마이며 가족극이다.
* 본 콘텐츠는 영혼아이 작가님의 자료를 받아 씨네랩 팀이 업로드 한 글입니다. 원 게시글은 아래 출처 링크를 통해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
- 할리우드에서 가장 핫한 미국 독립 영화 배급사 'A24' 영화 큐레이션
안녕하세요!
영화/OTT 콘텐츠 큐레이션 웹 매거진 '씨네랩'입니다.
할리우드에서 가장 독보적인 개성과 입지로 탄탄한 매니아층을 쌓아가고 있는
배급사 A24를 알고 있으신가요?
<문라이트>에서 <미나리> <에브리씽 에브리웨어 올 앳 원스> 그리고 현재 상영 중에 있는 영화 <클로즈>까지!
오늘 씨네랩은 웰메이드 다양성 영화를 배급하고 미국 독립영화계 신흥 강자로 떠오르고 있는 A24 영화사가
제작 혹은 배급한 작품 큐레이션 입니다 :)
평론가 그리고 관객들에게 많은 사랑과 호평을 받은 A24 TOP 7 지금 바로 살펴 보시죠!
문라이트
ⓒ 네이버 영화
개요: 드라마 | 미국 | 111분
감독: 베리 젠킨스
출연: 알렉스 R.히버트, 에쉬튼 샌더스, 트래반트 로즈
개봉: 2023.03.22.
시놉시스
마이애미를 배경으로 한 흑인 아이가 소년이 되고 청년으로 성장해 가는 과정에서 푸르도록 치명적인 사랑과 정체성에 관한 이야기.
명대사
"언젠가는 뭐가 될지 스스로 결정해야 해. 그 결정을 남에게 맡기지 마."
CINE PICK!
A24에서 제작한 영화 <문라이트>는 흑인 소년 '샤이론'이 소년에서 청년으로 넘어가는 시점을 3 파트로 나눈 이야기이자 사랑 그리고 정체성에 관한 이야기를 담고 있습니다.
2017년 아카데미 최우수작품상, 각색상, 남우조연상 3관왕을 차지하며 걸작으로 평가되고 있는 영화 <문라이트>는 A24 제작사의 대표 작품이라 할 수 있죠.
킬링 디어
ⓒ 네이버 영화
개요: 스릴러 | 영국, 아일랜드, 미국 | 121분
감독: 요르고스 란티모스
출연: 콜린 파렐, 니콜 키드먼, 배리 케오간
개봉: 2018.07.12
시놉시스
성공한 외과 의사 스티븐과 그에게 다가온 소년 마틴 미스터리한 그와 친밀해질수록 스티븐과 그의 아내의 이상적인 삶은 완벽하게 무너지는데... "이 악몽을 끝내줘. 할 수 있어?"
명대사
이건 은유에요. 상징 같은 거죠.
CINE PICK!
고대 그리스 3대 비극 작가인 에우리피데스의 희곡을 모티브로 한 작품으로 제70회 칸영화제 각본상을 수상하며 '충격적인 복수의 이야기'를 다룬 작품입니다. 콜렌 파렐, 니콜 키드먼, 베리 케오간 등이 출연해 절제되면서도 섬뜩한 연기를 펼쳤고 '더 랍스터'로 연출력을 인정 받은 요르고스 란티모스의 스릴러 작품입니다.
유전
ⓒ 네이버 영화
개요: 미스터리 | 미국 | 127분
감독: 아리 에스터
출연: 토니 콜렛, 밀리 샤피로, 가브리엘 번, 알렉스 울프
개봉: 2018.06.07
시놉시스
‘애니’는 일주일 전 돌아가신 엄마의 유령이 집에 나타나는 것을 느낀다. 애니가 엄마와 닮았다며
접근한 수상한 이웃 ‘조안’을 통해 엄마의 비밀을 발견하고, 자신이 엄마와 똑같은 일을 저질렀음을 알게 된다.
그리고 마침내 애니의 엄마로부터 시작돼 아들 ‘피터’와 딸 ‘찰리’에게까지 이어진 저주의 실체가 정체를 드러내는데…
명대사
지금 일어나는 일. 나만 막을 수 있어
CINE PICK!
영화 ‘유전’은 할머니의 죽음에서 시작된 저주로 헤어날 수 없는 공포에 지배당한 한 가족에 대한 이야기를 그린 작품으로
마지막 순간까지 소름끼치는 심리적 공포를 극대화한 작품이라 할 수 있죠.
이동진 영화평론가는 ‘유전’에 대해 “공포영화 장르 말고도 기본적으로 잘 만든 영화”라면서 “장르 팬만을 위한 것이 아니라
고전적이면서 우월한 영화”라고 극찬하며 평론 및 대중적으로도 극찬을 받은 작품입니다.
미나리
ⓒ 네이버 영화
개요: 드라마 | 미국 | 115분
감독: 정이삭
출연: 스티븐 연, 한예리, 윤여정, 앨런 김, 노엘 조
개봉: 2021.03.03
시놉시스
"미나리는 어디서든 잘 자라" 낯선 미국, 아칸소로 떠나온 한국 가족.
가족들에게 뭔가 해내는 걸 보여주고 싶은 아빠 '제이콥'(스티븐 연)은 자신만의 농장을 가꾸기 시작하고 엄마 '모니카'(한예리)도 다시 일자리를 찾는다.
아직 어린 아이들을 위해 ‘모니카’의 엄마 ‘순자’(윤여정)가 함께 살기로 하고 가방 가득 고춧가루, 멸치, 한약 그리고 미나리씨를 담은 할머니가 도착한다.
의젓한 큰딸 '앤'(노엘 케이트 조)과 장난꾸러기 막내아들 '데이빗'(앨런 김)은
여느 그랜마같지 않은 할머니가 영- 못마땅한데… 함께 있다면,
새로 시작할 수 있다는 희망으로 하루하루 뿌리 내리며 살아가는 어느 가족의 아주 특별한 여정이 시작된다!
명대사
미나리는 어디서든 잘 자라
CINE PICK!
영화 '미나리'는 희망을 찾아 낯선 미국으로 떠나온 한국 가족의 아주 특별한 여정을 담고 있는 이야기로, 선댄스 영화제 심사위원대상, 제78회 골든글로브까지 전세계 영화제 78관왕을 기록했다. 더불어 '미나리'의 '순자' 역을 맡은 배우 윤여정님은 한국 역사 최초 미국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여우조연상을 받아 더욱 재조명된 작품이기도 합니다.
에브리씽 에브리웨어 올 앳 원스
ⓒ 네이버 영화
개요: 액션 | 미국 | 150분
감독: 다니엘 콴, 다니엘 쉐이너트
출연: 양자경, 스테파니 수, 키 호이 콴, 제이미 리커티스
개봉: 2023.03.01
시놉시스
미국에 이민 와 힘겹게 세탁소를 운영하던 에블린은 세무당국의 조사에 시달리던 어느 날 남편의 이혼 요구와 삐딱하게 구는 딸로 인해 대혼란에 빠진다.
그 순간 에블린은 멀티버스 안에서 수천, 수만의 자신이 세상을 살아가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고,
그 모든 능력을 빌려와 위기의 세상과 가족을 구해야 하는 운명에 처한다.
명대사
어디든 갈 수 있지만 난 너와 여기 있고 싶어
CINE PICK!
아카데미을 휩쓴 화제의 영화 에.에.올! A24 배급 영화 중 북미, 글로벌 흥행 1위 타이틀을 거머쥔 작품으로 국내에서도 35만 관객을 동원하며 많은 이들의 사랑을 받은 작품입니다.
클로즈
ⓒ 네이버 영화
개요: 드라마 | 벨기에,네덜란드,프랑스 | 104분
감독: 루카스 돈트
출연: 에덴 담브린, 구스타비 드와엘
개봉: 2023.05.03
시놉시스
서로가 세상의 전부였던 레오와 레미는 친구들에게 관계를 의심받기 시작한다. 이후 낯선 시선이 두려워진 레오는 레미와 거리를 두고, 홀로 남겨진 레미는 걷잡을 수 없는 감정에 빠져들고 만다. 점차 균열이 깊어져 가던 어느 날, 레오는 믿을 수 없는 현실을 마주하게 되는데...
명대사
오늘은 왜 먼저 갔어?
CINE PICK!
영화 '클로즈'는 루카스 돈트 감독의 두 번째 작품으로 루카스 돈트 감독은 첫 장편작 <걸>로 제71회 칸영화제에서 황금카메라상을 수상하며
데뷔한 감독으로 루카스 돈트 감독 특유의 다채로운 동선과 디테일한 움직임,
그리고 뛰어난 묘사력이 더해지면서 <클로즈>만의 독특하고 아름다운 미장센을 완성한 작품입니다.
<클로즈> 또한 A24가 배급을 맡았습니다.
이 외에도 A24는 <플로리다 프로젝트> <레이디 버드> <미드 소마> 등 웰메이드 다양성 영화들을 선보여왔습니다.
특히 올해는 제95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클로즈>를 비롯한 <에브리씽 에브리웨어 올 앳 원스> <애프터썬> <더 웨일> 등을 통해
최다 후보를 배출해내는 데 성공하며, 더욱 그 위상과 위세를 떨치고 있습니다.
A24 큐레이션은 여기서 마치도록 하겠습니다.
추후 더욱 유익하고 재미난 영화 소식으로 찾아오겠습니다 :)
-
- 독한 주사 맞고 그제야 정신 차렸네
혹평세례라는 극약처방 맞은 효과가 확실히 있었다. 비록 180도 달라진 완성도까지는 아니지만, 시즌 1에서 보여줬던 단점은 어느 정도 수습한 채 스토리를 마무리지었다.
지난 27일 공개된 넷플릭스 드라마 '경성크리처 2'는 79년이 지난 2024년 서울을 배경 삼아 이야기가 이어진다. 2024년의 윤채옥(한소희)은 '은제비'라는 이름으로 실종자들을 찾는 일을 한다. 그러던 중, 심부름센터인 부강상사를 운영하는 장호재(박서준)와 만나게 된다. 경성의 봄을 함께 했던 장태상(박서준)과 똑 닮은 외모를 지닌 호재와 엮이면서 채옥은 끝나지 않은 자신의 운명과 악연을 파헤쳐 간다.
700억 원이라는 높은 제작비에 유명 작가와 감독(강은경 작가 & 정동윤 감독), 그리고 한류 스타들이 뭉쳤음에도 올드한 연출과 대사, 느린 전개, 어색한 연기력 등 그야말로 총체적 난국이라는 혹평을 받고 났더니, 제작진이 절치부심하여 시즌2 전체를 재편집하며 쇄신했다.
확실히 '경성크리처 2'는 시즌 1보다 여러 면에서 나아졌다. 전체적으로 군더더기를 줄이면서 러닝타임도 훨씬 짧아졌고, 회차도 7부작으로 줄였다. 지적받았던 느린 전개도 한 층 빨라지며 속도감이 생겼다.
그러면서 액션에 더욱 초점을 맞췄다. 호재와 쿠로코 대장(이임생)이 황량한 도로 위에서 펼치는 추격신 및 일대 다수 격투신으로 꽉 채운 오프닝 시퀀스부터 눈과 귀를 잡는 액션 장면으로 사로잡는다. 특히 얼굴을 가리고 검은 옷으로 통일해 그림자처럼 쫓는 쿠로코들과 두 주인공이 그려내는 빠른 템포의 액션들은 독보적이다.
시즌 1에서 전혀 살지 않았던 멜로 케미도 시즌 2에선 괜찮아졌다. 아무래도 시즌 1에서 두 주인공 간 얽힌 서사들을 남김없이 들려준 덕분인지, '경성크리처 2'에선 긴 설명 없이 이들의 애틋함을 극대화할 수 있었다.
시즌 2로 보완하였다 하더라도 '경성크리처' 시리즈는 여전히 아쉬운 면이 많이 남아있다. 일제강점기였던 1945년을 배경으로 삼았던 시즌 1에서 담아낸 항일 정신이 시즌 2로 제대로 이어지지 않는다는 점이다. 반 세기가 지난 뒤에도 여전히 사과하지 않고 뉘우치지 않는 그들을 이야기한다고는 하나, 크리처를 위해 일회적으로 소모하는 듯한 느낌을 지울 수 없다. 또 시대의 비극과 일본의 만행을 상징하는 소재 나진에 대한 설명은 여전히 불친절했다.
두 주인공인 호재, 채옥과 주변인들과의 관계성 또한 잠깐 스쳐가는 소품처럼 활용해서 아쉽다. 마치 무언가 있을 법한 관계성에 대한 묘사는 대폭 생략한 채 냅다 결말로 달려가기만 한다. 여기에 떡밥은 계속 뿌리는데 반해 명확하게 복선 회수가 되지 않고 새로운 시즌을 암시하는 듯한 결말도 다소 당황케 만든다.
★★☆
-
- 돌려줄 수 없는 마음, 어디론가 사라진 존재
사고로 남자친구를 잃은 정, 정을 좋아하는 성우는 가까이 다가서고 싶지만 다가설 수 없다. 그러던 어느 날, 한없이 더운 긴 여름에 다시 만난 정은 어떤 책을 찾고 있었다. 반납이라는 어떠한 사소한 일이 누군가에게는 노력으로 누군가에게는 극복의 수단이 된다. 두 사람 모두 그 목적에 도달하지 못하지만, 그것을 도달하지 못한다고 해서 모든 것이 끝나는 게 아니라는 것을 보여준다. 비록 끝나지 않은 마음에 다가갈 수 없었지만, 자신이 좋아하는 사람에게 그 마음을 강요하지 않은 것만으로도 성우는 그 사랑을 다 한 것이다.
개인적으로 성우가 정에 대한 마음이 반납이라는 어떤 단어로 표현된 것이 인상깊었다. 특히 연체된 보통의 책이라는 표현이 성우에게는 중요한 '노력'의 산물이지만 정에게는 찾고 싶지 않은 '극복'의 수단이 되는 대조적이어서 좋았다. 이루어지지 않았던 그들의 현재와 다르게 자신의 자리로 돌아간 책이 대비되지만 미래에는 자신의 자리를 찾아갈 것 같다.
그들의 과거와 미래는 어떤 모습이었고 또 어떤 모습일까.
인상깊은 장면이 하나 더 있다. 정이 성우와 함께하던 자리에서 동기들이 들어와 술자리를 같이하게 되는 장면이었다. 누구도 잘못한 이가 없는 일에 정은 다음으로 나아가야 하고 성우는 그 자리를 채우고 싶지만 혹여나 다칠까봐 다가서지 못하고 주변의 동기는 위로의 말을 자신을 위한 수단으로 건넨다. 언제부턴가 위로라는 게 쉽게 건넬 수 없음에도 너무 쉽게 건네는 말이 되어버린 것 같다. 당사자가 괜찮지 않음에도 괜찮아야 하며 위로의 말을 건네면 그 상대방은 괜찮아야 하는 걸까. 무심결에 건넨 한마디가 상대방에게 닿았을 때, 어떤 마음일지 조금이라도 생각해 볼 필요가 있어보인다. 자신이 마음 편하자고 하는 위로는 위로가 아니다.
-
- 비워지고 채워지는 우리의 인생
비워지고 채워지는 우리의 인생
영화 <창밖은 겨울>
감독] 이상진
출연] 곽민규, 한선화
시놉시스] 고향 진해로 내려와 버스기사가 된 석우는 터미널에서 우연히 고장난 MP3를 줍는다. 유실물 보관소를 담당하는 영애는 내다버린 것이라고 주장하지만 석우는 누군가 잃어버린 분실물이라고 믿고 싶다. 지난날 버리고 온 것들에 대한 후회와 미련 사이 어느덧 가을을 지나 창밖은 겨울을 맞이한다.
점점 추워지는 날씨 속에서 포스터 속에 들고 있는 따뜻한 커피처럼 이 영화도 따듯함을 선사해주지 않을까 하는 기대를 하면 봤던 영화 <창밖은 겨울>. 시각적인 효과를 통해서 비워지고 채워지는 그 감정이 오롯이 잘 느껴졌던 작품이었다.
빈자리를 시각적으로 잘 풀어내다
영화 <창밖은 겨울>을 보면서 가장 인상적이었던 효과는 빈자리를 굉장히 잘 느껴지도록 화면 구성을 했다는 점이다. 초반 영화 프레임 안에서는 굉장히 많은 물건들이 잡히면서 꽉꽉 채워진 느낌을 받게 만든다.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유실물 보관소 자리에 여직원 휴게실이 들어오면서 짐을 다 치워야 하는 상황이 오는데, 그 때 싹 정리된 빈 공간의 유실물 보관소의 모습을 보여주면서 채워져 있던 자리에 물건이 사라짐으로서 느껴지는 난자리를 공간적으로 한번에 와닿게 잘 표현하고 있었다. 더불어 영화인의 길을 걷다가 고향으로 내려와 버스기사로 취직하면서 미련 때문에 버리지 못하던 책장 속 빼곡히 채워져 있던 책과 영화 dvd들을 하나씩 치우면서 비워져 가는 책장을 천천히 보여줄 때 그 빈자리가 강하게 다가올 수 있었던 것 같다. 영화 <창밖은 겨울>에서는 이렇게 사물들을 통해 보여지는 시각적인 빈자리를 통해서 감정적인 공허함을 한층 끌어올리지 않았나 싶다.
우리가 과거에 대해 가지고 있는 것은 미련일까? 후회일까?
주인공 석우는 버스에서 발견된 mp3를 유실물보관소 담당자인 영애에게 가져다주면서 혹시 이 mp3를 찾으러 오는 사람이 있다면 꼭 알려달라 신신당부한다. 그 이유는 바로 이 mp3가 자신이 헤어진 여자친구에게 줬던 mp3와 너무나도 비슷했기 때문이다. 아직 여자친구와의 이별을 제대로 받아들이지 못했던 석우는 비슷한 mp3를 보면서 떠나간 여자친구에 대한 미련을 보이면서, 버린 것이 아니라 반드시 잃어버렸을 것이라고 주장한다. 하지만 영애는 한 여성이 이 mp3를 버리고 가는 것을 보았고, 이를 석우에게 이야기하자 석우는 처음으로 영애에게 화를 내고 만다. 석우에게는 그나마 있었던 실낱같은 희망이 사라진 것이다. 그렇게 화를 내는 자신의 모습을 보면서 석우는 아직 자신이 헤어진 여자친구에 대해 미련이 남아있음을 스스로 깨닫게 된다.
석우가 미련의 모습을 보여줬다면 영애는 과거에 대해 후회의 마음을 가지고 있었다. 어렸을 적 탁구를 하던 영애는 너무 힘들었던 탁구 선수로서의 생활을 끝내기 위해서 탁구채를 옆집 마당으로 던져 버렸고, 그 당시에는 홀가분한 마음이었지만 시간이 지나 성인이 되면서 그 때 한 선택이 정말 옳았을까? 하는 생각을 마음 속에 품고 살아간다. 그래서 다시 마을에서 열리는 탁구대회에 나가기로 결심하면서 이번에는 후회 없이 탁구를 한 번 쳐보겠다 다짐을 한다. 이렇게 영화 <창밖은 겨울>은 우리가 과거에 대해 가질 수밖에 없는 후회와 미련에 대해 각자의 이야기를 통해 보여주고 있었다.
비워내야 채울 수 있는 법
석우와 영애는 그렇게 mp3를 통해서 가까워지면서 스스로에게 더 다가가고, 알아간다. 일반적인 로맨스 영화였다면 서로에 대해서 알아가면서 생각의 차이로 한 번 다투고, 다시 화해를 하는 구조라면 영화 <창밖의 겨울>은 스스로의 내면과 친해지고 알아가는 과정에서 혼란스러워 하고, 이 혼란 덕분에 잠시 소원해졌다가 스스로 과거를 어느 정도 비우고 받아들이게 되면서 다시 가까워지는 스스로의 성숙을 통한 타인과의 만남을 그리고 있어서 새로운 방식의 로맨스를 그려내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러한 주제를 통해 영화 <창밖은 겨울>은 과거를 비워내야 현재의 내가 다시 무언가를 채우고 이를 통해 다시 풍요로운 삶을 살 수 있음을 넌지시 알려주고 있었다.
영화 <창밖은 겨울>은 점점 추워지는 날씨 속에서 비워지는 공허함과 다시 채워지는 따뜻함을 함께 느껴볼 수 있는 작품이었다.
-
- <미나리> 아역 배우 앨런 김, 미국 최대 엔터테인먼트 CAA와 계약
할리우드 리포트 Variety지에 따르면, <미나리>를 통해 이미 많은 관객과 비평가들의 마음을 사로잡은 아역 배우 앨런 김이 새 둥지를 찾았다고 밝혔다. 앨런 김은 미국 최대 엔터테인먼트 중 하나인 CAA와 전속계약을 맺었다.
앨런 김은 작품상을 포함해 아카데미상 6개 부문에 후보로 오른 정이삭 감독의 <미나리>에서 데이빗 역을 맡았고, 이미 많은 관객들의 극찬을 받은 경험이 있다. 그가 출연한 영화 <미나리>는 2020년 선댄스영화제에서 심사위원대상과 관객상을 받은 것 외에도, 골든 글로브 시상식에서도 외국어 영화상을 수상했다.
앨런 김은 비디오 인터뷰에서, Variety 기자 맷 도넬리에게 왜 <미나리>의 데이빗 역 오디션을 봤는지에 대해 털어놓았다. “저는 유명해지고, 그저 비디오에 출연하고 큰 화면(big screen)에 나올 기회를 얻고 싶었어요”고 밝히며, 또한 자신이 받은 최고의 충고는 <미나리>에서 아빠 역으로 나오는 스티븐 연에게서 받은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 내용은 다음과 같다. “다른 사람이 되려고 하지 말고, 너 자신이 되어라”
아역 배우인 앨런 김은 <미나리>에 함께 출연한 주연 배우들과 함께 SAG(미국 배우 종합상) 앙상블 상 후보에 오르게 됐다. 또한 그는 2021년 제26회 크리틱스 초이스 시상식에서 신인배우상을 수상할 당시 많은 이들을 감명 깊게 했는데, 영화 제작진과 가족에게 감사 인사를 전한 후 눈물을 흘리며 “이건 꿈이 아니겠죠? 꿈이 아니길 바라요”이라고 말했다.
눈물을 흘린 앨런 김의 걱정과는 다르게, 그는 이미 앞으로 다가올 많은 기회들을 가지고 있다. 이미 차기작으로 엘시 피셔(Elsie Fisher)와 함께 <래치키 키즈> 출연을 확정 지었으며, <아콰피나 이즈 노라 프롬 퀸즈(Awkwafina Is Nora From Queens)>에도 출연을 한다고 한다.
씨네랩 에디터 Moon
-
- 호불호는 있어도 실패는 없다
#날씨의_아이 #스포일러_없는 #리뷰
최신 일본 영화를 리뷰하고 추천합니다
영화 '날씨의 아이'를 소개합니다여러분의 구독과 좋아요는
제게 가장 큰 힘이 됩니다!※ 작가 슈라 원칙
1. 독자를 실망시키지 않는다
2. 어그로를 끌지 않는다
3. 수익을 먼저 생각하지 않는다
4. 함부로 남을 비방하지 않는다※ 연락처
adonai0919@gmail.com※ 트위치
https://www.twitch.tv/sura_chtr※ 인스타그램
https://www.instagram.com/b.writerBut he knows the way that I take;
when he has tested me,
I will come forth as gold.
Job 23:10
-
-
- 영화 <토토리! 우리 둘만의 여름> 메인 예고편
아름다운 대자연으로 캠핑 여행을 떠난 ‘베가’와 ‘빌리’.
5살 나이에 딱 걸맞게 모든 게 신나기만 한 ‘빌리’와 달리,
9살 나이에 걸맞지 않게 어른스러운 ‘베가’는
병원에 있는 엄마의 특명을 받아 아빠와 동생 챙기기에 바쁘다.
그런데 아뿔싸! 아빠가 강가 바위 틈으로 추락했다!
아빠를 구하기 위해 왔던 길을 거슬러 가보지만,
곧 드넓은 숲속에서 길을 잃고 만다.
모든걸 포기하고 싶은 그 순간, 떠오른 엄마의 한마디.
“포기할 거야? 아니면 슈퍼히어로가 될 거야?”
내 안의 슈퍼파워를 깨우는 마법의 주문!
다 함께 외쳐봐! 토~토리!
-
- 넷플릭스 <스위트 투스: 사슴뿔을 가진 소년> 티저 예고편
[2021년 6월, 넷플릭스 공개]
반은 인간이고 반은 사슴. 하지만 너무도 사랑스러운 소년.
그 아이가 종말 이후의 세상을 가로질러 위험한 모험을 시작한다.
퉁명스러운 보호자와 함께, 어딘가 있을 새로운 시작을 찾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