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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INELAB2024-11-07 14:32:57

손을 내밀 용기와 그 손을 맞잡을 다정

영화 <월플라워> 리뷰

 

 

수능이 끝난 후 코끝에 맴돌던 쨍한 공기는 내게 냄새처럼 기억되곤 한다. 계절의 냄새를 느끼는 사람들이 있다고 하지 않는가. 난 그날의 공기로 이제 ‘진짜’ 겨울이 왔음을 느낀다. 수험장을 나서던 순간 코끝이 찡했던 건 찬 바람 때문인지, 내 학창 시절이 끝났다는 허무함 때문인진 모를 일이다.

 

 고등학교 3년 내내 수시를 준비했기 때문에 수능은 사실 내게 그리 중요한 시험은 아니었다. 수시 원서를 모두 작성하고 수능을 기다리던 그 애매한 3개월 동안, 나는 닥치는 대로 책을 읽고 영화를 보았다. 그러나 <월플라워>만큼은 그 시기에 보고 싶지 않았다. 그러나 그 마음은 친한 친구의 ‘너의 바탕화면에 나오는 영화가 궁금하다’는 한 마디로 금세 무너지고 말았다. (학창 시절 내내 나의 노트북 바탕화면은 월플라워의 마지막 장면이었다.)

 

 

 

 

 

 

 

<월플라워>를 처음 접한 건 고등학교 1학년. 어쩌다 보게 되었는지는 기억이 잘 나지 않는다. 하나 확실한 건 가끔 내가 초라하고 작아질 때 속으로 떠올리는 대사 중 하나가 ‘We accept the love we think deserve’가 되었다는 것. 그렇게 마음속에 묻어두고 다시 보게 된 이 영화는 새삼 충격적이었다. ‘이게 10대들의 이야기라고…? 역시 미국은 좀 다르다’라는 시시한 생각들이 들기도 했다. 그러나 이내 든 생각은 결국 용기와 사랑이 사람을 성장시킨다는 것이다.

 

 주인공 ‘찰리’의 인생을 뒤바꾼 ‘패트릭’, '샘'과의 만남은 저절로 생겨나지 않았다. 홀로 팝콘을 들고 경기를 보러 갈 용기, 옆자리 친구에게 한 마디 걸어볼 용기로 시작되었다. 누구나 시작은 두렵다. 그 시작에 결국 끝이 있다는 걸 인정하기는 더 두렵다. 그러나 그래도 한 발짝 더 나아가는 용기 없이는 아무것도 변할 수가 없다. 어쩌면 <월플라워>를 다시 보고 싶지 않았던 건 나 역시 용기를 내야 할 때가 왔기 때문일 것이다.

 

 그러나 결국 다시 한번 이 영화를 보았고, 덕분에 20대의 시작을 조금은 담담하게 마주할 수 있었다. 이 영화는 도전이 좌절되고, 사랑에 실패하고, 친구가 떠나가며, 믿음이 배신당하는 아픈 사건의 연속이다. 그래도 주인공들은 삶을 포기하지 않는다. 다시 한번 용기 내고, 사랑하는 사람들을 보듬고, 살아있음을 온몸으로 느끼기 위해 발버둥 친다.

 

 

 

 

 

 

 

“In this moment, I swear. We are infinite.” 10대의 끝자락. 이 대사의 모든 단어를 꼭꼭 씹어 삼켜 내 것으로 만들겠노라 다짐했다. 순간에 충실할 것. 우리의 무한함을 단언할 것. 비록 현실이 가끔 따갑고 아릴지라도 결국엔 그 시간도 흐르고 지난다. 버거운 하루에도 내일이라는 다음이 다행스럽게 오기 마련이다. 우리는 버텨낸 시간이 나에게 좋은 흔적으로 남기를 바라며 오늘도 살아내는 수밖에 없다. 그 과정에서 사랑하는 사람에게 손을 내밀 용기와 누군가의 손을 맞잡아 줄 다정이 충분하기를 바랄 뿐이다. 이 글을 읽을 익숙한 동네를 벗어나 새로운 출발선 앞에 설 모든 청춘들 앞에 무한한 도전과 반짝이는 기쁨이 함께하길, 가끔 찾아오는 아픔을 담대하게 마주할 용기가 함께하길 바란다.

 

 

 

 

Editor.Iris

 

 

 

작성자 . CINELA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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