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inoDAY2024-11-25 16:07:38
위키드 | 뮤지컬보다 더 화려하게, 풍성하게, 날카롭게
<위키드> 리뷰
*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남들과 다른 초록색 피부와 마력을 타고난 마녀, '엘파바'(신시아 에리보). 그녀는 아버지를 비롯한 모든 동네 사람들에게 따돌림과 차별 대우를 당하며 어린 시절을 보낸다. 시간이 흘러 여동생 '네사로즈'(마리사 보데)가 오즈의 마법 학교인 쉬즈 대학에 입학하고, 다리가 불편한 동생을 돕기 위해 입학식에 동행했던 엘파바는 뜻하지 않게 교장 '마담 모리블'(양자경)의 눈에 띄어 같이 학교에 입학한다.
학교에서도 이상한 눈초리를 받으며 외톨이로 지내던 엘파바. 하지만 그녀는 룸메이트가 된 것을 계기로 '글린다'(아리아나 그란데)와 우정을 쌓아 나가고, 마담 모리블과의 마법 수업에 열중하며 마력을 갈고닦는다. 그러던 어느 날, 엘파바는 어릴 적부터 롤모델이었던 '마법사'(제프 골드블룸)의 초대를 받아 글린다와 함께 에메랄드 시티로 향하고, 예기치 못한 위기 상황에서 두 친구는 선택의 갈림길에 놓인다.
뮤지컬과 영화 사이의 중용
2012년 겨울에 개봉한 <레미제라블>이 4억 달러가 넘는 흥행을 기록하자 유니버설 픽처스는 본격적으로 유명 뮤지컬 영화화 프로젝트에 착수했다. 높은 수익을 안정적으로 보장할 콘텐츠를 찾아 헤매는 할리우드에서는 정해진 수순이었을지도 모른다. 성공한 애니메이션 영화를 뮤지컬로 만들어 무대에 올리는 작업은 오래전부터 이뤄졌으니, 그 반대로 접근하자는 아이디어는 어렵지 않게 떠올랐을 테니까.
다만 유니버설 픽처스의 프로젝트는 뜻대로 진행되지 못했다. <레미제라블> 다음 주자들은 영화와 뮤지컬이라는 매체의 차이점을 극복하지 못한 나머지 줄줄이 혹평을 피하지 못했기 때문. <캣츠>는 뮤지컬 무대를 스크린으로 똑같이 옮기려고 배우에게 CG로 고양이 분장을 덧입혔다가 기괴하다는 비판을 받았다. 몇몇 뮤지컬 넘버를 삭제한 <디어 에반 핸슨>은 원작과 달리 스토리 개연성 문제를 노출하고 말았다.
동명 뮤지컬을 영화화한 <위키드>는 앞선 실패를 확실히 반면교사로 삼은 듯하다. 원작 팬과 영화 관객 모두의 니즈를 충족시키려는 노력이 곳곳에 드러나기 때문. 뮤지컬 넘버를 줄이지 않는 대신 영화를 두 편으로 나눴고, 뮤지컬보다는 판타지 장르를 강조하면서 일반 관객에게 어필했다. 이 노력은 보답을 받았다. 아쉬움이 없다면 거짓말이지만, 2부를 기대케 하는 결말의 카타르시스만으로도 <위키드>는 목적을 충분히 이뤘다.
청각 대신 시각, 뮤지컬 대신 판타지
<위키드>는 뮤지컬의 1막 내용을 다루며, 그중 가장 유명한 노래는 엘파바가 서쪽 마녀로 거듭나는 'Defying Gravity'다. 문제는 이 노래가 1막 끝에 나온다는 것. 그러다 보니 <위키드>는 뮤지컬 영화인데도 노래만으로 영화 관객을 매료하는 데 한계가 있다. 상대적으로 인지도 높은 넘버가 부족하기에 'Dream' 같은 노래로 중간중간 분위기를 환기한 <레미제라블>과 같은 방식을 활용할 여지 자체가 없다.
그래서일까? <나우 유 씨 미> 시리즈 및 <스텝 업> 시리즈 연출 및 제작을 맡았던 존 추 감독은 노래보다는 노래를 보여주는 방식에 힘을 줬다. 특히 판타지 분위기를 극대화하려는 노력이 눈에 띈다. 존 추는 <인 더 하이츠>와 같은 작품에서 진하고 다양한 색감, 선명한 영상, 리드미컬한 편집과 같은 특징을 선보였다. 이러한 기교는 불가해한 현상을 신비하고 경이롭게 보여줘야 하는 판타지 장르에 최적화되어 있다.
존 추의 기교는 엘파바와 글린다가 에메랄드 시티를 구경하는 'One Short Day' 시퀀스에서 빛을 발한다. 두 주인공의 시점에서 에메랄드 시티의 거리와 전경을 자유롭게 오가며 비현실적인 장면을 더욱 과장해 흥미롭게 풀어낸다. 원형으로 움직이는 도서관을 배경으로 한 'Dancing Through Life' 시퀀스도 마찬가지다. <나유 유 씨 미 2> 속 카드 마술 시퀀스처럼 등장인물과 카메라의 다채로운 움직임이 인상적이다.
무엇보다도 1부의 대미를 장식하는 'Defying Gravity' 시퀀스의 연출을 보면 <위키드>가 뮤지컬의 청각적인 즐거움보다는 판타지 영화의 시각적 쾌감에 주력하고 있다는 사실이 더욱 명확해진다. <맨 오브 스틸>처럼 상하 움직임과 속도감을 강조한 엘파바의 활공 장면이 오즈의 화려한 산과 숲을 배경으로 펼쳐질 때, 노래와 가사 자체의 감동도 극대화되기 때문이다.
현실을 후벼 파는 판타지
이처럼 뮤지컬보다는 판타지라는 정체성을 강조한 선택은 스토리와 메시지도 더 명확하게 만든다. <위키드>는 사람이 원래부터 악하게 태어나는지, 아니면 자라면서 악하게 되는지에 관한 오래된 논쟁을 다룬다. 이때 판타지라는 형식을 적극적으로 차용한 덕분에 차별과 분리주의에 대한 <위크드>의 풍자와 비판은 현실의 숨은 체계와 구조를 부드럽게 드러내는 데 성공한다.
<위키드>에는 크게 두 종류의 차별이 있다. 피부색과 동물 차별이다. 둘은 얼핏 보기에 다른 유형의 차별 같다. 전자는 사람들의 인식에 기반한 반면, 후자는 동물이 교수직을 맡지 못하게 하는 등 정책 차원의 문제이기 때문. 실제로 극 중에서도 엘파바가 동물 차별에 의문을 제기하기 전까지는 두 종류의 차별은 별개로 자행된다. 그전까지 엘파바는 다르게 생겼을 뿐, 서쪽 마녀처럼 잔악한 인물로까지는 여겨지지 않는다.
하지만 마법사와 마담 모리블이 엘파바를 마녀로 규정하며 수배를 내리는 장면을 곱씹어 보면 두 차별은 결국 다르지 않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동물 차별과 엘파바 수배 모두 마녀 사냥의 일환이기 때문. 특히 중세 유럽에서 자행된 마녀사냥은 진짜 마녀보다는 주류 질서를 거부하는 이들에 대한 공격, 탄압이라고 할 수 있다. 소수 집단을 악마화하면서 공동체 질서를 강화하고 결집을 도모하는 전략적인 접근인 셈이다.
즉, <위키드>는 판타지 세상에서 마녀 사냥을 재현하면서 권력의 선택에 따라 누구든 악이 될 수 있다고 지적한다. 엘파바는 그저 피부색만 달랐지만, 인간 중심 질서를 거부했다는 이유만으로 그녀는 동물보다 더 악한 존재로 공표된다. 이처럼 동물과 엘파바 같은 사회적 소수자를 악인으로 낙인찍고 탄압하는 마법사와 마담 모리블은 유대인과 집시를 절멸시키려 한 히틀러를 비롯해 여러 권력자들과 다르지 않아 보인다.
구조를 넘어서는 개인의 힘
현실의 구조를 지적할 뿐만 아니라 희망의 끈도 놓치지 않기에 <위키드>가 들려주는 서쪽 마녀 이야기는 더 인상적이다. 그 중심에는 엘파바와 글린다의 우정이 있다. 극 중 글린다는 악의가 있는 것은 아니지만, 피부색을 비롯한 여러 이유로 소수자를 차별하면서도 그 행동이 차별이라는 것을 인지하지 못한다. 즉, 그녀는 일반적인 집단, 사회적 다수에 속하는 이들을 단적으로 상징하는 캐릭터다.
그렇지만 <위키드>는 개인의 양심이 깨어나면 사회적 인식과 제도적 차별을 극복할 수 있다고 말한다. 엘파바를 놀리려고 마녀 모자를 선물하면서 파티에 초대한 글린다. 하지만 사람들의 경멸 어린 시선에 에워 쌓인 엘파바를 보면서 그녀는 자기 잘못을 깨닫고, 용서를 구하며, 엘파바의 유일한 친구가 된다. 또 설령 본인은 마법사나 마담 모리블에 못 맞서도, 엘파바에게 망토를 둘러주며 그녀의 비행을 돕는 용기도 보여준다.
마법사의 성에서 추락하던 엘파바가 마침내 날아오르는 순간은 글린다의 응원과 조력 덕분에 단순한 쾌감 이상의 카타르시스로 가득하다. 마치 히틀러와 나치에 대놓고 저항은 못해도 남몰래 유대인을 돕던 사연을 보는 듯하기 때문. 특히 두 여성의 관계가 2부 내용 전개의 핵심축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개인적으로도, 사회적으로도 풍성해진 그들의 우정은 <위키드: 파트 2>에 대한 기대를 더욱 돋운다.
여전한 매체의 한계
다만 <위키드>가 뮤지컬과 영화라는 매체의 간극을 완전히 메우지는 못한 것 또한 사실이다. 원작의 구조를 유지하며 판타지 색채를 덧칠한 선택이 영화적 관점에서는 종종 부자연스럽게 느껴지기 때문. 당장 연결이 어색한 시퀀스가 적지 않다. 2부에서 '오즈의 마법사' 속 도로시, 사자, 양철인간, 허수아비 등으로 이어지는 중요 인물들의 에피소드를 맛보기처럼 보여주는 대목들이 대표적이다.
이들은 2부 전개를 위해서는 필수적인 장면이지만, 1부의 중심 내용인 엘파바의 성장 서사와 직접적으로 얽혀 있다고 보기는 어렵다. 그런데 뮤지컬은 근본적으로 세밀한 스토리텔링이 어려운 장르이기에 엘파바와 '닥터 딜라몬드'(피터 딘클리지), 엘파바와 '피예로(조나단 베일리)' 간의 관계를 유기적으로 풀어내기 어렵다. 따라서 이들의 서사를 보여주며 복선을 쌓는 과정은 곁가지이자 수박 겉핥기처럼 느껴질 수 있다.
1부와 2부로 나눈 구성의 한계도 숨겨지지 않는다. '기승전결' 중 '승'까지 다루고 있으니 '기'의 단계가 특히 지루해진다. 물론 다양한 시도로 한계를 극복하려고는 한다. 엘파바의 학교 생활, 엘파바와 글린다가 친구가 되는 과정을 묘사할 때는 <해리포터> 같은 마법학교 배경의 판타지처럼 주인공들의 에피소드를 여럿 풀어놓는다. 여기에 노래가 더해지다 보니 마치 <하이스쿨 뮤지컬> 같은 분위기도 조성된다.
하지만 엘파바가 겪을 차별 대우나 사건이 예상 가능한 지라, 원작 넘버를 다 살리려고 분량을 줄이지 않은 선택은 중반까지의 흐름이 늘어진다는 인상을 준다. <레미제라블>이 '아베쎄의 벗들' 분량을 줄였듯이 선택과 집중이 필요하지 않았을까 의문이 남는 지점이다. 그 결과 160분이라는 러닝타임은 절대적으로도 길지만, 체감상 더 길게 느껴질 여지가 충분하다.
마지막으로는 몇몇 기술적 단점이 눈에 띈다. 80년대 분위기가 나는 오프닝 자막은 <위키드>라는 작품의 위상과 규모에 비하면 성의 없어 보일 정도로 당황스럽다. 또 라이선스 공연의 가사를 참조하며 한국어판 가사에 맞추려 한 것은 알겠으나, 'Popular'나 'Unlimited' 같은 단어를 음역한 자막은 영화 관객을 배려하지 않는 듯 느껴진다. '뮤지컬' 영화가 아닌 뮤지컬 '영화'라는 관점에서 가사를 번역하면 어땠을까 싶다.
Acceptable 무난함
판타지로써 뮤지컬 영화의 장단점을 기묘하게 상쇄시키다
Relative conten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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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명탐정 포와로의 심리 추리극
돈은 기본적인 생활을 하는데 꼭 필요하다. 그렇기 때문에 모든 사람들은 기본적인 생활을 위해 직장이나 사업을 해서 돈을 번다. 어느정도 기본 생활이 해결될 정도로 돈을 벌면 거기서 조금 더나아가 부를 축적하는 단계를 지향한다. 그렇게 축적된 부에 따라 각자의 생활 수준이 달라지고 결국에는 빈부격차라는 아주 작은 틈이 점점 커지게 만든다. 그래서 그렇게 달라진 격차는 점점 더 돈을 지향하게 만든다. 많은 사람들이 돈에 얽매이고 그것 때문에 다른 행동을 하게 된다. 그러니까 삶의 목적이 돈을 벌고 부를 축적하는 것이 되어버리기 때문에 다르게 말하면 돈에 종속이 된다고 볼 수 있다.
만약 엄청난 부를 축적했다면 그 상황이 정말 행복하다고 할 수 있을까. 꼭 그렇지는 않을 것이다. 돈이 많으면 주변에 많은 사람들이 모인다. 다양한 사람들을 만날 기회도 생기고 더 많은 부를 축적할 수 있는 사업의 기회도 생긴다. 처음에 의도하지는 않았더라도 사람들은 돈이 많은 곳에 자연히 몰릴 수 밖에 없다. 그런 상황에서는 누가 사람보다 돈을 중시하는지 정확히 파악하기는 어렵다. 엄청난 부 주변에 몰린 돈에 종속된 사람들은 사람 때문이 아니라 단지 돈 때문에 몰려든 것이 대부분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부자들은 그 주변에서 진심으로 자신을 위하는 사람을 찾으려 애쓴다. 하지만 그 지난한 과정에서 진심을 찾는 것은 하늘의 별따기처럼 어렵다.
큰 부를 상속받은 여성과 그 주변인물 사이의 살인사건을 그리는 영화
영화 <나일 강의 죽음>은 엄청난 부를 상속받은 여성인 리넷(갤 가돗)과 그 주변 인물들을 담은 영화다. 영화는 기본적으로 사건의 범인을 추적하는 추리 스릴러지만 부자인 리넷 주변에 모이는 사람들의 얼굴을 담는 영화이기도 하다. 다양한 인물들이 리넷 주변에 있는데, 가장 가까운 인물은 약혼자인 사이먼(아미 해머)이다. 직전에 리넷의 친구인 재클린(에마 매키)과 연인관계였던 그는 리넷의 옆에서 정열적인 사랑을 보여준다. 그는 돈에 대한 관심보다는 리넷의 마음에 더 신경쓰면서 리넷이 가진 부담감을 지워주려 애쓰는 인물이다. 반면에 재클린은 리넷의 가장 친한 친구였지만 사이먼이 리넷과 교제하게 되면서 질투와 배신의 감정을 가지게 되는 인물이다. 그가 영화 속에서 리넷의 옆에 등장할 때마다 영화의 긴장감은 높아진다.
그 외에도 부크(톰 베이트먼)과 그의 엄마 유페미아(아네트 베닝), 리넷의 옆에서 재정 관리를 하는 친척 앤드류(알리 파잘), 루이즈(로즈 레슬리), 살로메(소피 오코네도)와 그의 딸 로잘리(레티티아 라이트), 베스너 박사(러셀 브랜드), 마리(제니퍼 샌더스), 바워즈 부인(돈 프렌치) 등이 리넷과 사이먼의 약혼 파티에 초대되어 호화 유람선에 탑승하게 된다. 영화 초반 이들의 모습과 행동을 찬찬히 보여주게 되는데, 각자가 가진 사연이 조금씩 소개되면서 각 인물들이 가진 서사와 이해관계를 알 수 있게 된다.
모든 인물이 리넷을 중심으로 모인 인물인데, 전혀 관계 없는 인물인 포와로(케네스 브래너)가 그 배에 탑승하게 되면서 영화는 포와로의 시선을 그대로 따라간다. 그가 주변을 살피고 인물들을 세심히 살피게 되는데, 영화의 시선도 그대로 포와로와 같이 움직인다. 등장인물 대부분은 작은 비밀을 하나씩은 가지고 있다. 포와로는 이런 인물들의 특성이나 비밀을 파악하게 되는데 그 과정자체가 추리해 나가는 과정이라고 할 수 있다.
다양한 등장인물의 서사를 긴장감있게 보여주는 심리 추리극
실제로 영화에서 살인 사건은 중반부에서야 등장하게 되는데 그 전까지 영화가 집중하는 것은 부자인 리넷 주변의 인물들이다. 초반에 그렇게 세심하게 이들 각자의 이야기에 집중하는 건, 모두를 의심할 수 있게 하는 동기를 숨겨두었기 때문이다. 애거서 크리스티가 쓴 추리소설을 원작으로 하는 영화는 마치 추리소설을 영상으로 보는 듯한 느낌을 준다. 인물들의 서사를 접하고 나서 사건이 벌어지게 되는데, 누가 살인자인지를 알아내기 위해 포와로와 함께 머리를 굴리게 된다.
영화 속 리넷은 불행하고 불안해 보인다. 그는 결국 살해당하게 되는데, 그 주변 인물들 모두 리넷을 죽일 수 있는 살인 동기를 하나씩 가지고 있다. 리넷이 죽은 이후에 먼저 보이는 건, 리넷의 안타까운 죽음보다 그가 가지고 있던 거대한 목걸이의 행방과 리넷이 가진 돈이 어디로 갈 것인지다. 그러니까 리넷의 죽음의 안타까움보다 돈이 먼저 보이는 것이다. 그래서 더욱 더 주변에 모인 인물들에 정을 붙일 수 없다. 다들 안타까운 개인 사정을 가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들을 따뜻한 시선으로 볼 수 없게 만드는 건, 영화의 훌륭한 각색대로 이야기가 구성되었기 때문일 것이다.
분명 리넷 옆에 누군가는 돈에 종속된 사람이 아니었을 것이다. 어쩌면 영화는 그것을 추리해나가는 과정이라고 할수도 있을 것이다. 리넷을 죽인 범인, 그리고 그 이후 누군가를 계속 살해해나가는 범인이 누군지, 그 동기가 과연 돈이었는지는 영화에 끝까지 집중하게 만드는 것이다. 감독인 캐네스 브래너는 직접 포와로를 연기하면서 훌륭하게 이 이야기를 흥미롭게 연출했다. 이 이야기 안에서 유일하게 이해관계가 없는 객관적인 시선으로 사건을 추리해가는 탐정 포와로는 이번 영화에서 그가 가진 과거 트라우마도 드러낸다. 그렇게 원작에는 없는 포와로의 새로운 개인사를 추가하면서 조금 더 할 이야기가 많은 풍부한 캐릭터를 만들어냈다.
워낙 등장인물이 많은데 특히 인상적인건 재클린을 연기한 에마 매키다. 드라마 <오티스의 비밀 상담소>에 출연한 그는 이 영화에서 등장할 때마다 영화의 긴장감을 불어넣는 역할을 맡았다. 이 영화에서 가장 생동감있게 영화를 극적으로 만드는 인물을 꼽으라면 바로 재클린일 것이다. 그 다음으로 아네트 베닝이 연기한 유페미아도 인상적인 캐릭터다. 아들 부크의 결혼에 반대하는 엄마 역할인 그는 자유분방한 예술가처럼 보이지만 아들의 여자친구를 탐탁치 않게 생각하며 고집을 피우는 연기로 극에 생동감을 불어넣는다. 영화 중반 이후에 그로 인해 만들어진 영화적 긴장감은 살인사건과 함께 극을 더욱 고조 시킨다.
영화는 포와로가 처음부터 각 인물을 하나씩 만나고, 한자리에 모이면서 벌어지게 된 살인사건을 해결하는 이야기다. 포와로는 많은 인물들 사이에서 관계를 조율하고 관찰하면서 리넷의 배후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들을 정확하게 캐치해낸다. 결국 그는 '돈'에 종속된 사람이 누구인지를 밝혀내면서 '사랑'때문에 벌어지는 인물들의 행동들도 들춰낸다. 그러니까 그는 살인사건을 해결하는 탐정이자, 사람들의 심리를 파악하고 치유하는 계기를 만드는 심리 분석가이기도 하다. 이런 포와로의 활약이 담긴 영화는 아름답고 웅장한 영상과 함께 훌륭하게 촬영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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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월 셋째 주 주말 박스오피스 분석 With 씨네픽
안녕하세요, 씨네픽입니다! :)
주말은 건강히 잘 보내셨나요?
오늘은 2월의 셋째 주 주말 박스오피스를 알아보는 시간입니다.
씨네픽과 함께 하는 주말 박스오피스 분석과 한 주동안 진행했던 씨네픽 예측 이벤트인
'영화 <언차티드>의 주말 박스오피스 스코어 예측 콘텐츠'도 같이 알아보도록 할게요!
그럼 시작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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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주말 박스오피스]
1위. <언차티드>(NEW)
▶<언차티드>가 새롭게 2월 3주차 박스오피스 1위를 차지했습니다.
주말동안 (2월 18일~20일) 관객 수 25만 2346명을 동원했으며, 총 누적 관객 수는 36만 5112명을 기록하고 있습니다.
<스파이더맨: 노 웨이 홈>으로 오랫동안 국내 박스오피스를 지켰던 '톰 홀랜드' 배우 주연의 차기작품입니다.
'스파이더맨'을 능가하는 새로운 액션연기로 많은 주목을 받은 작품인데요.
영화 <언차티드>는 세상을 바꿀 미지의 트레져를 제일 먼저 찾아야 하는 미션을 받은 '네이선'(톰 홀랜드 분)이 미지의 세계로 향하는 위험천만한 새로운 도전과 선택을 그린 액션 어드벤처물입니다.
2위. <극장판 주술회전0>(▲9)
▶이번 주 주말 박스오피스 2위는 <극장판 주술회전0>입니다.
주말동안 (18일~20일) 주말 관객 수 9만 400명을 동원했고, 총 누적 관객 수는 14만 9843명입니다.
애니메이션 <극장판 주술회전0>의 개봉 이후 초반 흥행이 돋보이고 있습니다. 지난 17일 평일 에는 영화 <언차티드>를 누르고 박스오피스 1위에 오르기도 했었는데요. 그만큼 할리우드의 대작과 견줄만큼의 흥행을 보이고 있습니다. 지난 해 국내 극장가에 파란을 일으켰던 애니메이션 <귀멸의 칼날>처럼 흥행을 할 수 있을지 기대가 되는 대목입니다.
<극장판 주술회전0>은 일본의 총 18부작의 연재 만화로 '인간의 부정적인 감정에서 생기는 저주와 그것을 없애는 주술사의 이야기'를 그린 애니메이션입니다. 원작의 만화는 일본 현지에서 일본 코믹북 판매량 1위, 시리즈 누계 6000만부 판매를 돌파한 엄청난 인기 만화인만큼 국내에서도 많은 팬들을 거느리고 있는 만화입니다.
3위. <해적: 도깨비 깃발>(▼1)
▶주말 박스오피스 3위는 <해적: 도깨비 깃발>입니다.
같은 기간(18~20일)동안 주말 관객 수 3만 2775명을 동원했으며, 충 누적 관객 수는 127만 5109명입니다.
영화 <해적: 도깨비 깃발>은 누적 관객 수 120만명을 돌파하며 서서히 박스오피스 순위 하락세에 접어들고 있습니다.
또한 이번 주에는 기예르모 델 토로 감독의 <나이트메어 앨리>, 니콜라스 케이지 주연의 <피그>등 유명 기대작들이 개봉 예정인만큼 박스오피스 상위권 유지는 조금 힘들지 않을까 예상되네요.
▶씨네픽의 이번 주 88회 예측 이벤트는 2월 3주 차 박스오피스 스코어(관객 수)입니다. 한 주동안 많은 분들이 참여해주셨는데요.
씨네픽 참가자분들이 예측해주신 영화 <언차티드> 박스오피스 스코어 결과는 어땠는지 다같이 확인해보도록 할게요!
먼저 포털사이트 네이버가 제공하는 영화 <언차티드>의 실제 관람객 연령과 성별에 따른 관람추이를 살펴보도록 할게요!
▶네이버에서 제공하는 실제 연령별/성별 관람추이를 참고하시면 30대의 남성 관객이 가장 많은 비율을 차지하고 있음을 확인하실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그럼 제88회 씨네픽 주말 박스오피스 '<언차티드> 스코어 예측 이벤트'에 한 주동안 참여한 씨네픽 유저들의 결과는 어땠을까요?
▶한 주동안 씨네픽 이벤트의 참가자분들 중 <언차티드> 주말 관객 스코어에 가장 근접한 예측치를 보인 건 건 30대 남성(280,031명)과 20대 남성층(279,592명)이었습니다. 또한 <언차티드> 주말 관객 수 스코어 예측의 정답자 비율은 (오차범위 +-10,000) 전체 참가자의 15%에 해당합니다. 그리고 <언차티드> 주말 스코어 예측 이벤트에 참여한 20/30대 비율은 아래 표와 같습니다.
참여해주신 모든 분들과 우승 상금을 수상한 분에게 모두 축하와 감사의 말씀 전해드리며,
씨네픽은 다음 주에 더 재밌고 유익한 제 89회 씨네픽 이벤트로 인사드리겠습니다! :)
4위. <나일 강의 죽음>(▼3)
▶주말 박스오피스 4위는 <나일 강의 죽음>입니다.
주말동안 주말 관객 수 2만 9866명을 기록, 총 누적 관객 수는 20만 4764명을 기록했습니다.
전작 <오리엔트 특급살인>의 흥행(86만명)에 비하면 많이 부족한 스코어인데요. 아직 시간은 더 남아있지만 최총 스코어는 30만명쯤에서 그치지 않을까 예상됩니다.
5위. <킹메이커>(▼2)
▶ 주말 박스오피스 5위는 설경구, 이선균 주연의 <킹메이커>가 차지했습니다.
주말동안 2만 1402여명의 관객 수, 총 누적 관객 수는 75만 195명을 기록했습니다.
영화 <킹메이커> 또한 이번 주 할리우드 기대작들이 개봉함에 따라 박스오피스 상위권 유지는 힘들 것으로 예상합니다.
최종 스코어는 80만명쯤에서 끝나지 않을까 예상이 되는데요. 과연 이번 주 박스오피스 추이를 지켜봐야 할 것 같습니다.
[북미 주말 박스오피스]
북미박스오피스 1위. <언차티드(Uncharted)>
▶ 북미 박스오피스 1위 또한 <언차티드>가 차지했습니다.
주말동안(18~20일) 북미기준 $44,155,000 (한화 약 528억)의 엄청난 매출액을 달성했습니다. 이로써 배우 '톰 홀랜드'는 북미박스오피스 3위에 오른 <스파이더맨: 노 웨이 홈>과 나란히 북미박스오피스 1위와 3위의 작품의 주연배우로 화제가 되고 있습니다. 아직도 <스파이더맨: 노 웨이 홈>의 인기가 식지 않은 시점에서 이제는 할리우드의 엄청난 티켓파워를 보유한 '톰 홀랜드'의 <언차티드>의 흥행행보가 기대됩니다.
북미박스오피스 2위. <도그(Dog)>
▶ 북미 박스오피스 2위는 채닝 테이텀 주연의 영화 <Dog>가 차지했습니다.
주말동안(18~20일) 북미기준 $15,135,000 (한화 약 180억)의 매출액을 달성했습니다.
영화 <Dog>는 채닝 테이텀이 주연 배우이자 제작은 물론 공동 감독으로 참여한 작품입니다.
'룰루'라는 군견을 죽은 조련사의 장례식에 제 날짜에 맞춰 데려가라는 임무를 받은 육군 레인저 대원과의 여행을 담은 로드무비 형식의 장르인데요. 영화는 참전의 후유증으로 PTSD를 겪는 주인공과 그의 곁을 동반하는 군견과의 우정과 코미디, 드라마를 그릴 것으로 예상됩니다. 아직 국내는 개봉일 미예정입니다.
<북미 박스오피스 TOP 10> (2022년 2월 18일 ~ 2022년 2월 20일)
1. <언차티드> 4415만 달러 (박스오피스 첫 진입)
2. <도그> 1513만 달러 (박스오피스 첫 진입)
3. <스파이더맨: 노 웨이 홈> 720만 달러 (누적 7억 7014만 달러)
4. <나일 강의 죽음> 625만 달러 (누적 2498만 달러)
5. <잭에스 포에버> 524만 달러 (누적 4678만 달러)
6. <매리 미> 368만 달러 (누적 1680만 달러)
7. <씽2게더> 284만 달러 (누적 1억 4735만 달러)
8. <스크림> 195만 달러 (누적 7701만 달러)
9. <블랙라이트> 177만 달러 (누적 707만 달러)
10. <커스드> 172만 달러 (박스오피스 첫 진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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씨네픽의 2월 셋째 주 박스오피스 분석 콘텐츠는 여기까지입니다.
씨네픽은
다음 주 이 시간에 또 재밌고 유익한 콘텐츠로 찾아뵙겠습니다.
감사합니다! :)
씨네랩 에디터 Hezi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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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각자가 원하는 걸 얻었다
자신이 가지고 싶은 것을 가지기 위해 어디까지, 얼마나 노력해야 할까? 자신의 노력으로 많은 것을 얻을 수 있지만, 그 과정은 무척 어렵다. 수많은 시간을 투자하고, 어려운 조건들을 만족시켜야 한다. 그러나 가장 쉽게 원하는 것을 얻는 방법은 누군가의 도움을 받는 것이다. 높은 지위나 좋은 조건을 가진 사람의 도움이 있다면 그 과정이 훨씬 수월해진다.
영화 <히든 페이스>는 세 인물이 각자 원하는 것을 얻기 위해 가진 자원을 바탕으로 기 싸움을 벌이는 이야기를 담고 있다. 누군가는 사회적 지위를, 누군가는 상대방의 감정을, 또 다른 누군가는 자신의 쾌락을 위해 상대를 이용한다. 이들은 서로의 존재를 알게 되고, 각자가 어떤 속셈을 가지고 있는지도 알게 되었을 때 그 얼굴에 나타나는 진실이 이 영화가 궁극적으로 보여주고 싶은 것 아닐까.
[첫번째 감정] 성진의 욕심
주인공 성진(송승헌)은 어려운 가정 형편 속에서 자라난 인물이다. 그는 고생 끝에 지휘자의 직업을 얻었지만, 더 큰 성공을 향한 욕구가 여전히 강하다. 성진은 차분해 보이지만 그 안에는 딱딱하고 차가운 면이 있다. 아내인 수연(조여정)을 대하는 그의 태도에서 감정이 제대로 드러나지 않는다는 점이 특히 두드러진다. 아내의 살가운 접근에도 성진의 반응은 냉담하며, 그 미소조차도 어색하게 느껴질 때가 있다.
성진은 부유한 가정에서 자란 아내 수연의 집안이 가진 힘을 은근히 이용하려 한다. 이런 모습은 영화 전반에 걸쳐 은밀하게 드러나지만, 성진의 얄팍한 속내가 명확하게 드러나는 순간은 아내 수연이 사라지고 나서 곧바로 낯선 여자 미주(박지현)에게 빠져들 때이다. 수연을 향한 그의 마음이 얼마나 얇고 가벼운지 쉽게 짐작할 수 있다.
욕심으로부터 비롯된 성진의 마음은 미주와의 관계를 통해 더욱 적나라하게 드러난다. 영화가 후반부로 갈수록 성진의 얄팍한 욕망이 모든 것을 삼켜버리고, 그는 현재의 위치에 안주하며 살아가게 된다. 그는 욕심이 많은 인물이지만, 사실 수연의 집안의 지원이 없이는 별다른 힘을 발휘하지 못하는 무력한 존재이기도 하다. 그의 무기력함은 영화의 후반부로 갈수록 더욱 더 짙어진다.
[두번째 감정] 미주의 사랑
미주는 어린 시절 수연을 만나 그녀를 사랑하게 되었다. 같은 성이라는 이유로 세상에 그 사랑을 공개할 수는 없었지만, 그녀는 오랜 세월 수연을 위해 헌신해왔다. 약한 노예와 주인의 관계 같은 느낌이 들기도 하지만, 영화 중반 이후 미주의 행동들은 그녀의 사랑이 인정받지 못했을 때의 폭발적인 반응처럼 보인다. 마치 그 인정받지 못한 감정을 성진에게 풀어놓는 듯한 그녀의 행동은 버림받은 사람의 일탈처럼 느껴진다.
영화 초반의 미주는 비밀을 품고 있는 미스터리한 인물로 묘사된다. 그녀의 비밀은 대부분 수연이 가진 비밀을 지켜주기 위한 것이었다는 사실이 드러나면서 관객에게 놀라움을 준다. 이후 미주는 수연의 마음을 아프게 하기 위해 성진을 이용한다. 성진이 아내 수연을 자신의 성공을 위해 이용하듯, 미주 역시 수연을 상처 주기 위한 도구로 성진을 활용하는 것이다. 영화는 이런 미주의 마음이 어떤 것인지를 살짝씩 보여주면서 이 인물이 가진 의도를 알 수 없게 만든다.
영화는 미주가 가진 진심이 무엇인지 정확히 드러내지 않는다. 그녀는 가장 매력적이면서도 그 내면을 알기 어려운 인물이다. 미주라는 인물의 서사와 미스터리함은 결국 그녀가 가진 '사랑'이라는 감정 속에 깊이 담겨 있다. 이 때문에 관객은 그녀를 쉽게 판단할 수 없고, 그 점이 이 영화를 더욱 매력적으로 만든다.
[세번째 감정] 수연의 자신감
수연은 마치 감정이 없는 사람처럼 보인다. 그녀가 진정으로 사랑하는 것이 무엇인지 의문을 던질 수밖에 없다. 수연은 자신이 원하는 것은 무엇이든 할 수 있었고, 사랑이라는 감정에 시간을 낭비하지 않아도 사람들을 자신의 뜻대로 조종할 수 있었다. 영화가 끝난 후에도 수연은 하나도 잃은 것이 없다. 중반부에서 그녀가 모든 것을 잃을 것처럼 보였지만, 결국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
수연이 그렇게 자신감을 가질 수 있는 이유는 다른 인물들이 원하는 것을 모두 그녀가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성진과 미주는 수연에게 함부로 대할 수 없으며, 완전히 그녀를 밀어낼 수도 없다. 결국 그들은 수연을 원래 자리로 돌려놓고 각자가 원하는 것을 취하며 살아간다. 수연은 자신의 의도를 철저히 감추고 성진과 미주를 이용하면서 모든 것을 조종한다. 마치 악마처럼 보이는 그녀는 자신의 삶에서 모든 것을 통제하며, 그렇게 자신의 모든 것을 취하며 살아간다.
고급스러운 치정극
영화 <히든 페이스>는 고급스러운 치정극이다. 아름다운 화면과 잘 짜인 집의 구조는 이 영화의 중요한 매력 요소 중 하나다. 집의 독특한 구조는 숨겨진 방과 한쪽만 볼 수 있는 거울을 통해 흥미롭게 보여진다. 어쩌면 그 특이한 집의 구조는 각 인물들이 가지고 있는 특이한 인물관계를 보여주는 것일지도 모른다. 한쪽에게만 그 관계의 진실이 보이는 관계, 그러니까 숨겨진 얼굴을 힘을 가진 한 쪽만 제대로 볼 수 있다는 의미이다.
이 영화의 인물들 중 관객이 응원하고 싶은 인물은 없다. 모두가 자신의 욕심과 욕망에 눈이 먼 인물들이고, 그 모든 것을 파악하고 조종하는 사람은 수연이다. 그래서 세 인물은 서로의 나쁜 의도를 알면서도 모르는 척하며 살아간다. 결국에는 각자가 원하는 것을 얻었으니, 그들의 이야기는 비극인지 희극인지조차 모호해진다.
특히 미주 역을 맡은 박지현 배우의 연기가 이 영화에서 가장 돋보인다. 진짜 의도가 무엇인지 알 수 없는 인물을 잘 표현하고 있고, 어떤 일이든 다 꾸며낼 수 있을 것 같은 알 수없는 느낌을 잘 살렸다.
범죄와 치정극을 좋아하는 관객이라면 <히든 페이스>는 충분히 흥미로운 영화가 될 것이다. 각자의 욕망 속에서 벌어지는 심리전과 예측할 수 없는 전개는 관객을 몰입하게 만들며, 그들 사이의 긴장감이 영화 내내 유지된다. 당신도 이들의 숨겨진 얼굴을 확인해보고 싶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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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애마 | '픽션'으로서의 의의와 '코미디'의 한계
*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전두환 정부의 등장에 발맞춰 더 노골적인 에로 영화 <애마부인>을 제작하기로 결심한 제작사 대표 '중호'(진선규). 전속 계약을 맺은 스타 배우 '희란'(이하늬)가 노출 영화 출연을 반대하자 중호는 희란을 조연 '에리카'로 내리고 그녀를 대체할 신인을 발굴하기로 한다. 힘없는 신인 감독 '인우'(조현철)는 중호의 요구에 맞는 배우를 찾기 위해 오디션을 진행하지만 좀처럼 적임자를 발견하지 못한다.
어느 날, 인우의 눈앞에 배우 지망생 '주애'(방효린)가 등장한다. 첫눈에 반한 그는 희란의 반대에도 주애를 주연 '애마'로 캐스팅한다. 하지만 그 이후로도 <애마부인>의 제작은 뜻대로 진행되지 않는다. 희란의 방해로 촬영은 계속해서 중단되고, 심지어 정부에서도 인우가 쓴 대본의 선정성을 문제 삼은 것. 이에 중호는 결단을 내린다. 주애를 희생하는 한이 있더라도, 반드시 <애마부인>을 완성하기로.왜 '픽션 코미디'일까?
넷플릭스 시리즈 <애마>를 소개하는 홍보문구 중에는 눈에 띄는 표현이 하나 있다. 바로 '픽션 코미디'다. 코미디 영화에는 로맨틱 코미디, 블랙 코미디, 블루 코미디, 범죄 코미디 등 수많은 하위 장르가 있다. 하지만 픽션 코미디는 거의 접해 보지 못한 표현이다. '픽션 코미디'를 검색하더라도 <애마>를 소개하는 최신 기사 외에는 제목에 '픽션'이 들어간 <러브 픽션> 같은 코미디 영화에 관련된, 오래된 기사만 나올 뿐이다.
<애마>는 왜 용례가 거의 없는 표현, 특히 '픽션'을 굳이 강조해서 사용했을까? 그 답은 방패막이라고 할 수 있다. 제목만 봐도 알 수 있듯이, <애마>는 1982년 영화 <애마부인>에게서 영감을 받은 코미디 작품이다. 특히 <애마>는 <애마부인>을 비롯한 에로 영화가 인기를 끌기 시작하던 1980년대 초반의 사회 분위기와 영화계의 병폐를 <애마부인>의 제작 과정에 빗대어 풍자한다.
실제로도 <애마부인>의 제작 과정 에피소드가 드라마 곳곳에 삽입됐다. '애마'(愛馬)가 아니라 '애마'(愛麻)로 제막을 정한 이유, 알몸을 보여주지 않으면서도 야한 장면을 연출하기 위해 편법을 동원한 사연 등이 대표적이다. 하지만 <애마>가 완전히 실화를 다룬다고 볼 수는 없다. 일례로 극 중 <애마부인>의 주연인 주애와 감독인 인우가 모두 신인이지만, 실제 배우와 감독인 안소영과 정인엽은 각각 3년, 15년 이상의 경력자였다.
이런 상황에서 '픽션 코미디'라는 표현은 <애마>에게 좋은 방패막이다. '픽션'이니까 현실을 취사선택하여 일부는 실화를 차용하고, 일부는 영감만 얻은 허구로 내용을 구성해도 무방하기 때문. 이는 코미디 영화로서 자유롭게 풍자와 해학을 선보일 수 있는 환경이기도 하다. 바로 여기서 <애마>는 자가당착에 빠진다. '픽션'을 표방하지만, 정작 선을 넘는 상상력이 필요한 순간마다 현실을 의식하면서 자기 발목을 잡기 때문이다.
세 작품의 공통점
<애마>를 보면 두 편의 영화가 떠오른다. 쿠엔틴 타란티노의 <원스 어폰 어 타임 인... 할리우드>와 데이미언 셔젤의 <바빌론>이다. 셋은 공통점이 많다. 주인공은 허구지만, 극 중 등장한 영화는 실제 작품이다. 영화 산업의 환경이 급변하는 시기에 활동하는 영화인들의 삶을 다룬다는 점도 유사하다. 무엇보다도 셋 다 코미디를 적극 활용하여 암울하거나 비극적인 실제 역사를 영화라는 대안 현실 속에서 바꿔 보려 한 가상 역사물이다.
스파게티 웨스턴의 유행이 저물던 1960년대의 할리우드를 배경 삼은 <원스 어폰 어 타임... 인 할리우드>는 샤론 테이트 살해 사건을 다룬다. 역사대로라면 유망한 여배우, 샤론 테이트는 찰스 맨슨의 사주를 받은 히피 집단에게 살해당한다. 하지만 타란티노는 전성기가 지난 영화배우와 그의 스턴트맨이 맨슨 패밀리를 대신 해치우는 과장된 코미디로써 샤론 테이트에게 비극 대신 밝은 미래를 선물하고, 대안 역사를 만들어냈다.
무성 영화의 시대가 저물고 유성 영화가 주받기 시작한 1920년대가 배경인 <바빌론>도 마찬가지다. 셔젤은 무성 영화 시대에는 스타 배우와 제작자였던 세 주인공이 유성 영화 시대에 어떻게 몰락하는지를 보여준다. 특히 전성기와는 달리 초라해진 삶에도 불구하고 끝내 영화를 놓지 못한 그들의 진심을 중점적으로 비춘다. 영화에 대한 그들의 열정과 사랑이 지금의 할리우드를 만들었다는 헌사로 <바빌론>이 끝나는 이유다.
<애마>도 유사하다. <애마부인>의 제작 과정은 신예 감독 및 배우와 전성기에서 내려오는 스타 배우 및 제작자의 갈등으로 가득하다. 이는 전두환 정부의 3S(섹스, 스포츠, 스크린) 정책과 맞물려 에로 영화가 70년대 호스티스 영화를 제치고 인기를 얻은 변화의 시기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그와 동시에 <애마>는 과장된 코미디로 후반부를 가득 채우면서 성적 대상으로 소비된 여배우들에게 위로와 응원을 전한다.
<애마>가 고쳐 쓴 역사와 영화
그 중심에는 이하늬와 주애의 연대감이 싹트는 서사가 있다. 영화 촬영 전까지만 해도 이하늬와 주애는 앙숙이었다. 자리를 뺏길까 두려운 이하늬가 주애를 경계했다. 하지만 접대 자리에서 마주한 뒤 두 여배우는 같은 처지임을 비로소 이해하고, 그들 사이에서는 동질감이 싹튼다. 그들이 서로 싸울 때가 아니라, 성적으로 착취하는 공통의 적과 싸워야 한다는 사실을 깨달은 것.
주애와 이하늬는 각자의 방식으로 저항한다. 주애는 대종상 시상식에 말을 타고 등장한다. <애마부인>의 흥행 이후 그녀는 나이트클럽 댄서였다는 이유로 추악한 성 추문에 시달리지만, 댄서 옷을 입고 말을 탄 채 시상식 레드카펫에 등장하면서 뜬소문이 거짓임을 당당히 밝힌다. 이하늬는 영향력이 더 강한 스타답게 싸운다. 그녀는 시상식 무대에서 제작사의 강요로 인해 여배우들이 고위 정치인을 접대해야 했다는 사실을 폭로한다.
서로를 보호하면서 그들의 동질감을 연대로 발전한다. 이하늬는 자기 자신을 위해서가 아니라, 다음 세대의 여배우를 보호하기 위해 자기 치부를 드러내면서까지 진실을 밝힌다. 주애는 그 직후 경찰에게 체포될 위기에 처한 이하늬를 말에 태워서 도주하며 구해준다. 두 여배우의 연대는 시상자로 특별출연한 안소영의 “돌이켜보면 영광스럽지 않은 날들이 없었다”는 대사와 맞물리면서 당대의 여배우와 여성을 향한 위로로 이어진다.
극 중 <애마부인>과 실제 영화의 결말이 다른 이유이기도 하다. <애마부인>은 여성의 주체성을 성적 욕망이라는 매개체로써 보여줬다는 의의와 주인공 오수비가 결국 의지를 꺾고 가정으로 돌아간다는 한계를 같이 지녔다. 하지만 극 중 <애마부인>은 애마가 에리카의 도움을 받아 진정 자유를 찾는 결말로 막을 내린다. 즉, <애마>는 <애마부인>이 진정으로 말하려던 바를 40년이 지나서야 비로소 끝맺어 주는 드라마나 다름없다.
메시지와 형식
<애마>의 메시지는 구조와 형식에도 반영되어 있다. 이해영 감독의 필모그래피를 관통하는 키워드가 하나 있다면 바로 전환이다. 대부분의 연출작이 후반부에 들어서면 급격하게 장르를 전환하는 것. 전작인 <유령>만 해도 미스터리 추리극에서 급격하게 액션 활극으로 전환됐고, <경성학교: 사라진 소녀들>도 공포영화에서 액션으로 방향을 틀기도 했다. 그 정도가 덜한 <독전> 또한 전후반부의 분위기 차이가 극명한 작품에 속한다.
<애마>도 마찬가지다. 1화부터 3화까지는 평범한 드라마에 가깝다. 희란의 몇몇 등장 장면을 제외하면 <애마부인>의 제작 과정을 충실히 보여주는 데 집중한다. 하지만 4화를 기점으로 드라마의 분위기는 급격하게 코미디로 전환된다. 특히 희란과 주애가 진선규를 비롯한 권력자들에게 복수하는 장면은 이른바 병맛, B급 연출로 가득하다. 그 덕분에 당대 사회상을 풍자하고 여성의 연대를 강조하려는 의도가 더 확실히 전달될 수 있다.
사실 이러한 장르의 전환은 불가피한 측면도 있다. 영화나 드라마 내에서 가상의 영화나 드라마를 찍는 작품들은 대체로 촬영하는 영화를 일종의 거울로 활용한다. 극중극과 주인공들의 상황과 사연이 겹치는 순간을 강조하며 감정선을 고조하는 식이다. 다만 이 경우 해당 작품의 촬영이 끝난 순간부터는 일종의 구심점이 사라진 나머지 각 인물의 서사가 제각기 흩어지고, 극의 짜임새가 유지되기 어렵다는 문제가 있다.
<애마>도 마찬가지다. <애마부인> 제작 과정과 주애가 성적으로 소비되는 과정에 초점을 맞춘 전반부가 끝나고 나면 드라마는 일시적으로 구심점을 잃는다. 이에 <애마>는 당대 영화계의 병폐를 고발하고 풍자하는 방식으로 과장된 코미디를 일선에 내세우면서 새로운 구심점을 찾으려 한다. 희란과 진선규가 사무실에서 트로피를 서로에게 집어던지는 식의 과장된 연출이 4화를 기점으로 집중적으로 등장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자기 발목을 자기가 잡다
이때 코미디의 핵심은 선을 지키지 않는 것이라 할 수 있다. 어차피 실제 현실이나 역사가 아닌 대안적 세계를 묘사하는 만큼 과감한 상상력을 보여줘도 문제가 되지 않기 때문. 오히려 그럴수록 강렬한 쾌감과 큰 웃음이 작품의 의도와 메시지로 가득해지기도 한다. <원스 어폰 어 타임... 인 할리우드>에서도 두 주인공이 화염방사기로 맨슨 패밀리를 불태워 버린 덕분에 샤론 테이트에게 주어진 가상의 미래는 더 희망적으로 느껴진다.
그러나 <애마>는 과감해지지 못했다. 결정적인 순간마다 판타지에 가깝게 상상력을 뽐내는 대신, 자꾸만 망설이면서 현실로 회귀한다. 주애의 레드카펫 장면이 대표적이다. 말을 타고 등장하는 아이디어 자체는 파격적이지만, 그 뒤로 평범히 시상식에 참석한 주애를 보여주다 보니 충격이 그 이상으로 확장되지는 않는다. 마치 전투에서 상대 전열을 무너뜨리고도 병력을 투입해서 전과를 확대하는 대신 현상을 유지하는 꼴이나 다름없다.
희란의 폭로도 마찬가지다. 생방송에서 기습적으로 진실을 밝힌다는 전개는 다른 사회 고발 영화에 비해 독특하다고 보기 어려운, 클리셰에 가까운 전개이기 때문. 그러다 보니 말을 탄 주애가 진실을 폭로한 희란을 구하는 장면은 중요성과 함의에 비해 임팩트가 약하다. 완전히 판타지운 코미디도 아니고, 그렇다고 치밀하게 짜인 현실적인 전개도 아니다 보니 드라마의 톤이 뜨고, 가상 역사의 쾌감도 줄어드는 셈이다.
‘픽션 코미디’라는 완벽한 수식어
물론 80년대에 여배우와 여성들이 겪은 어려움이 현재에도 유효함을 보여주기 위해 톤을 조절했다고 볼 수도 있다. 결말을 장식하는 주애의 일본 방송 인터뷰도 같은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다. 한국에서 섹시 스타로 사는 소감을 묻는 에 대한 주애는 비관적으로 답한다. 희란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현실적인 제약에서 절대 벗어나 있지 않다고 암시하는 듯하다. 쾌감보다는 현실적인 씁쓸함이 먼저, 더 강하게 느껴지는 이유다.
하지만 이럴 경우, 왜 굳이 <애마>를 코미디로 만들었는지에 대한 마땅한 답을 찾기 어렵다. 굳이 코미디가 아니더라도 끝나지 않은 여성 착취를 경계하고 고발하려는 이야기는 충분히 보여줄 수 있으니까. 웃음을 자아내어 상처를 치유하려는 의도를 지니는 코미디 장르로의 전환은 오히려 장애물로 기능한다고 볼 수도 있으며, 위와 같은 의도라면 코미디보다 절제된 톤이 더 어울리기도 한다.
결과적으로 <애마>는 한국의 <원스 어폰 어폰 타임... 할리우드>나 <바빌론>이 되고 싶었지만, 필요한 만큼 과감하지 못했다. <애마부인> 제작기를 보여주는 픽션과 당대 사회상을 영화적 상상력으로 대체하는 코미디가 충분히 융화되지 못한 것. 그러다 보니 '픽션 코미디'는 아이러니하게도 <애마>를 설명하는 가장 적절한 수식어라 할 수 있다. 영화의 구조와 내용은 물론, 장르적 재미에 관한 문제점까지 모두 함축하고 있으니까.
Acceptable 그럭저럭
마지막 선을 넘지 않아서 맹숭맹숭한 가상 역사 코미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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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블레이드 러너'라는 세계관
7★/10★, 8★/10★
리들리 스콧이 연출한 〈블레이드 러너〉는 인간과 로봇/인조인간의 경계를 질문하는 SF 영화의 계보에서 늘 손꼽히는 영화다. 시간이 지나 영화 수가 쌓이며 고민의 결과 방향성은 더 섬세해지고 예리해졌을지 모른다. 그러나 이 고민을 상업 영화의 문법과 버무려 보편적 휴머니즘의 차원으로 밀고 나간 〈블레이드 러너〉의 성취는 결코 꺾이지 않는다. 드니 빌뇌브 감독이 연출한 후속작 격인 〈블레이드 러너 2049〉를 본 이후로는 이들 영화가 인간과 로봇/인조인간을 다룬 SF 장르 영화에서 아무도 넘보지 못할 왕좌에 올랐다는 느낌마저 들었다.
〈블레이드 러너〉의 시간 배경은 인간이 우주에 식민지를 건설한 2019년이다.* 첨단 기업 타이렐은 인간의 모습을 본뜬 로봇 리플리컨트를 개발하고 월등한 신체 조건을 갖춘 이들을 우주 식민지 건설에 활용한다. 그러나 창조물은 때때로 창조자의 의도를 넘어서는 법이다. 리플리컨트는 독자적인 감정을 갖게 되어 인간의 욕심에 자신의 노동이 동원되는 데 반감을 품고 지구로 넘어온다. 기술의 한계로 4년으로 제한된 수명을 늘릴 방안을 찾기 위해서다.
‘블레이드 러너’는 인간을 ‘배반’한 리플리컨트를 사냥하는 사람을 일컫는 말이다. 은퇴한 블레이드 러너 데커드에게 지구로 침입한 리플리컨트를 잡아들이란 명령이 떨어진다. 그러나 데커드는 리플리컨트를 추적하며 그들이 단순한 기계 그 이상의 존재임을 점차 깨닫는다. 그러던 중 타이렐에서 근무하는 또 다른 리플리컨트 레이첼과는 사랑에 빠지기도 한다. 결국 데커드는 지구에 몰래 들어온 4명(혹은 4개)의 리플리컨트를 모두 사살하는 과정에서 리플리컨트에 대한 편견을 거스르는 경험을 하고 그들의 존재를 다르게 이해할 방법을 학습한다. 데커드가 레이첼과 어딘가로 떠나는 마지막 장면은 그가 종種의 경계를 뛰어 넘었음을 보여준다.
〈블레이드 러너 2049〉는 데커드와 레이철의 도피에 상상력을 덧붙이며 시작한다. 주인공 K는 리플리컨트 신 모델로, 주체적 감정을 가지고 인간에게 반항했던 구 모델을 사냥하는 블레이드 러너다. 요컨대, K는 로봇을 사냥하는 로봇이다. 평소처럼 자기 임무를 수행하던 K는 어느 날 충격적인 현장을 마주한다. 아이를 낳은 것으로 추정되는 리플리컨트 유해를 발견한 것이다. 리플리컨트가 감정에 더해 생식 능력까지 있다면 인간과 로봇의 경계는 완전히 허물어진다. 이에 당국은 재빨리 K에게 이 사건을 추적하라 명령한다. 극심한 불평등 속에 살아가는 지구인들을 위로하는 건 자신이 ‘껍데기(skinner, 인간이 리플리컨트를 부르는 멸칭)’보다 낫다는 하찮은 자의식뿐이기 때문이다. 리플리컨트 문제가 종의 경계에 대한 질문을 넘어 우주 식민지 시대의 체제 존폐 문제로까지 확장된 것이다.
드니 빌뇌브는 그가 여러 영화에서 선보인 특유의 건조하면서도 스산한 풍경을 배경으로 이야기를 전개해나간다. 언제나 그렇듯 그의 영화에는 황량한 배경 속에서도 피어나는 희망이 깃들어 있다. 드니 빌뇌브는 여기에 〈블레이드 러너〉가 처음 나온 이후 한껏 확장된 여러 철학적 물음도 영화에 적극적으로(물론 조잡하지 않은 방식으로) 끌어온다.
수사 과정에서 자신이 레이첼과 데커드의 아이가 아닐까 고민하며 당혹감과 기대감이 복합된 채 한껏 부풀어 오르던 K가 자신의 보조적 지위를 인지한 이후에도 실망하지 않고 바로 그 자리에서 할 수 있는 일을 하는 장면은 압권이다. 데커드에서 K로 이어지는 장엄한 부자父子 서사가 어그러진 후, ‘인간에 순응하며 그들을 보조하라’는 자신의 존재 목적을 따라가는 K의 수동성은 역설적으로 그의 행위에 존엄성을 부여한다. 즉, K는 수동적 존재론을 성실히 수행하여 이를 숭고함으로 뒤집어낸다. 영화의 마지막, 그 모든 복잡한 상황과 다층적 질문 속에서도 우리가 안도하며 희망을 이야기할 수 있는 건 이 때문이다.
〈블레이드 러너 2049〉는 〈그을린 사랑〉에서 시작되어 〈시카리오: 암살자들의 도시〉, 〈컨택트〉를 거쳐 이후 〈듄〉으로 이어지는 드니 빌뇌브의 장대한 필모그래피(내가 본 영화에 한정해서 말하자면)에 어울리는, 동시에 원작의 감동과 여운을 완벽에 가까이 계승하는 영화다. 〈블레이드 러너〉는 〈블레이드 러너 2049〉 덕에 다시 한번 자신의 영화적 수명을 갱신해내기도 한다. 드니 빌뇌브의 영화 여정에 동참하는 건 언제나 즐거운 일이다.
*2022년의 현실에서는 몇몇 글로벌 재벌이 인간의 우주 거주지를 만들겠다는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블레이드 러너〉의 상상력은 그저 조금 느리게 진행되고 있을 뿐일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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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월 둘째 주 주말 박스오피스 분석 with 씨네픽
유니버설 스튜디오와 드림웍스 애니메이션의 <도그 맨 Dog man>이 북미 박스오피스에서 2주 연속 1위를 차지했습니다.
지난주, 3,600만 달러를 벌어들인 것에 비해 62% 하락한 1,370달러를 벌어들이며 자리를 지켰지만, 가파른 하락세를 보였습니다.
과연 마블 스튜디오의 <캡틴 아메리카: 브레이브 뉴 월드>가 개봉하는 2월 3주 차에도 왕좌에 오를 수 있을까요?
북미 박스오피스 2위와 3위는 신작으로 채워졌습니다.밸런타이데이에 연인을 살해하는 연쇄살인마 '하트 아이즈 킬러'를 중심으로 전개되는 R등급 슬래셔 무비 <하트 아이즈 Heart Eyes>가 850만 달러를 벌어들이며 2위에 올랐고,
키 호이 콴의 액션 영화 <러브 허츠 Love Hurts>가 3위를 차지했습니다.
<러브 허츠>는 <블랙 팬서>, <어벤져스>, <존 윅> 등의 스턴트 코디네이터였던 조나단 유세비오의 장편영화 연출 데뷔작으로, 로튼 토마토 19%, 시네마스코어 C+라는 저조한 점수를 기록해아쉬움을 남겼습니다. 영화는 과거 킬러였던 사실을 숨기고 살아가는 부동산 중개업자가 자신이 살해한 줄 알았던 범죄 파트너가 살아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면서 다시 폭력의 세계에 휘말리게 되는
이야기를 그립니다.
한편, 국내 박스오피스 왕좌의 주인도 동일합니다. 여전히 1위를 지키고 있는 <히트맨2>가 누적 관객 수 230만 명 달성에 성공하며 손익분기점에 도달했습니다.
지난주, 3위에 머물렀던 <말할 수 없는 비밀> 역시 2위로 한 계단 상승했지만, 누적 관객 수 57만 명에 그쳤습니다. <말할 수 없는 비밀>의 손익분기점인 80만 명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3위는 하정우, 김남길 주연의 <브로큰>이 차지했습니다. 개봉 첫 주임에도 누적 관객 수 16만 명에 그치며 불안한 시작을 보였습니다.
국내에서도 <캡틴 아메리카: 브레이브 뉴 월드>, <미키 17> 같은 대형 영화가 줄줄이 상륙하는 만큼 손익분기점인 110만 명을 달성하는 것은 어려울 것으로 예상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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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쥬라기 월드 : 도미니언 감상평 - 쥬라기 월드 시리즈의 허무한 퇴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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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리즈의 정신을 계승한다는 작품의 최종장이라는 거창한 홍보문구에 비해 그 임팩트는 꽤나 부족했다고 저는 생각합니다. 쥬라기 월드 3에서 이런 아쉬움이 느껴진 이유에는 몇가지 작품의 판단미스들이 있는데요. 첫 번째는 오웬과 블루의 연대와 케미스트리가 거의 전무하다는 부분입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쥬라기월드 트릴로지의 키 메시지는 모든 생명에 대한 존중과 공생이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이 영화... 기대에 못 미치는걸 떠나서, 이 정도로 무난해도 되는건가 싶더라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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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007 노 타임 투 다이> 메인 예고편
가장 강력한 운명의 적과 마주하게된 제임스 본드의 마지막 미션이 시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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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웨이브 <맥밀리언스> 공식 예고편
누구든 우승할 수 있었을까? FBI 잭슨빌 지부의 요원들이 90년대 맥도날드 모노폴리 게임을 둘러싼 거대한 사기를 추적해나가는 다큐멘터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