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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미2025-02-14 17:41:35

<서브스턴스>는 그냥 툭 튀어나온 작품이 아니다.

<서브스턴스>로 각광받는 코랄리 파르자 감독의 필모그래피를 톺아보며

 

 

‘REMEMBER YOU ARE ONE’

 

 

소개

 

 

  명예의 거리에 입성한 대스타였던 엘리자베스(데미 무어), 50살이 된 날 더 이상 어리고 섹시하지 않다며 에어로빅 TV 쇼에서마저 해고당한다. 차 사고로 실려간 병원, 수상하지만 매력적인 남성 간호사로부터 권유받은 ‘서브스턴스’라는 약물을 주입하고 젊고 아름다운 여성 수(마가렛 퀄리)의 몸이 탄생한다. 규칙은 단 하나, 7일 주기의 완벽한 밸런스를 유지하는 것. 기억하라. 당신은 하나다.

 

 

 

 

 

주제와 장르

 

 

  ‘서브스턴스’ 포스터 속 엘리자베스(데미 무어)의 척추를 타고 찢어진 등판에 대충 어떤 영화인지 감을 잡은 것 같겠지만, 뭘 상상하든 그 이상이다. ‘서브스턴스’는 외모지상주의에 관한 비판과 인간의 본질이라는 강력한 주제 의식과 더불어 강력한 컬트와 바디 호러의 장르적 특성을 가지고 있다. 위 장르에 자신 있는 사람이라면 무조건적으로 도전해 봐야 하는 영화이다.

 

  연예계와 한물 간 스타라는 설정으로 외모지상주의에 지배된 세상을 아주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실제 ‘사랑과 영혼’의 대스타였던 데미 무어가 세월이 흘러 60세의 나이로 주연을 맡은 것도 영화에 몰입도를 더한다. 방송국 사장 하비(데니스 퀘이드)가 새우를 게걸스럽게 뜯어 먹으며 싱그러운 여성에 대한 인간의 욕망을 드러낸다. 이때까지만 해도 나이 듦을 인정하지 않는 타인에 거부감을 느낀다. 이후, ‘서브스턴스’ 약물로 수(마가렛 퀄리)가 태어난다. 'PUMP IT UP' 노래에 맞춰 춤을 출 때 탄탄하고 아름다운 몸을 노골적인 앵글로 담아 보여준다. 이걸 본 모두는 수(마가렛 퀄리)에게 매혹될 수밖에 없다. 심지어 엘리자베스(데미 무어)조차도 말이다. 7일간 늙고 섹시하지 못한 자신을 자학하며 피폐해져가는 엘리자베스(데미 무어), 그리고 7일 뒤 등장하는 어리고 섹시한 수(마가렛 퀄리)가 아름답다는 생각이 들 때마다 관객 역시 자괴감에 빠지게 된다. 아름다운 외모를 추구하는 타인을 비판하다가도 스스로 늙은 몸을 배척하고 젊고 아름다운 몸을 탐하는 주인공 엘리자베스(데미 무어), 아이러니하다. ‘자기 자신을 있는 그대로 사랑해야 한다’는 주제를 표현하기 위해 노골적으로 관객을 극단의 극단으로 몰고 간다. 

 

 

 

 

<리얼리티+>, (2015, 코랄리 파르자)

 

  단편 영화에서부터 감독의 강력한 주제 의식이 드러난다. 주인공 남자(빈센트 콜롬보)는 일 12시간만 활성화되는 프로그램 ‘리얼리티’를 몸에 심는다. 목덜미에 프로그램을 이식한 사람들끼리는 ‘리얼리티+’가 활성화되는 동안 자신이 설정한 매력적인 외형으로 보인다. 같은 칩을 심은 사람들 모두가 자신이 꿈꿔온 완벽한 외모로 서로의 모습을 볼 수 있다. 남자는 ‘리얼리티+’를 활성화 중인 카페에서 일하는 여자(바네사 헤슬러)와 눈이 맞아 연애를 시작한다. 

 

‘일주일이라는 완벽한 밸런스’ 

  아름다워지기 위한 규칙은 이때부터 시작이다. 하루 12시간만 활성화되어 프로그램이 꺼지는 순간, 주인공은 자신감을 잃고 인파로부터 도망친다. 매력적인 외형에 집착하게 되는 것이다. 비활성화가 되는 순간, 서로에게서 도망치는 두 남녀. 데이트에 차질이 생기고, 집에서 자괴감에 빠져가던 남자는 테라스에서 옆집에 사는 여자(아우렐리아 포이리어)에게 매력을 느낀다. 주인공은 본래의 모습으로 옆집 여자와 즐거운 데이트를 시작한다. 

 

  영화의 결말, 남자가 여자(바네사 헤슬러)에게 전화를 걸자 옆집 여자(아우렐리아 포이리어)의 핸드폰이 울리고, 서로임을 알게 된다. 끌림에 외모는 중요치 않다는 것, 하지만 모두가 미를 추종한다는 사실을 꼬집는다. 

 

 

 

 

 

 

<리벤지> (2017, 코랄리 파르자)

 

  이 영화에서부터 감독의 매운맛이 점점 드러난다. 바비인형의 외모를 가진 제니퍼(마틸다 안나 잉그리드 루츠)는 애인의 사냥 행사에 동행하다 아름다운 제니퍼에게 눈독을 들인 애인의 친구들에게 성폭행을 당한다. 사실을 알게 된 애인은 합의를 종용하다가 결국 친구들의 편에 서고 제니퍼를 죽인다. 독을 통해 부활하게 된 제니퍼는 복수를 시작한다. 

 

관음, 방관하기만 하던 남자는 두 눈을 찔려 죽고, 

욕구를 못 이기고 성폭행을 한 남자는 정확히 머리에 총을 맞아 죽고,

아름다운 제니퍼의 몸만을 탐하던 애인은 나체로 복부에 총에 맞아 죽는다.

 

정확한 메시지를 전달하는 코랄리 파르자 감독에겐 자비가 없다.

 

 

 

 

 

 

 

오마주

 

 

  컬트 영화를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반가운 장면들이 다수 존재한다. 컬트 대가들에 대한 다양한 오마주로 스타일리스트 연출의 집합체라고 할 수 있겠다. 엘리자베스(데미 무어)와 수(마가렛 퀄리)가 세트장을 향하여 가는 붉고 긴 복도는 스탠리 큐브릭 감독의 ‘샤이닝’을 연상시킨다. 

 

수상한 젊은 남성 간호사가 건넨 ‘It’s changed my life.’ 명함 속 번호로 은밀하게 전화를 거는 엘리자베스(데미 무어) 하관을 클로즈업한 장면은 지난 17일 부고 소식이 들려온 데이비드 린치 감독의 ‘로스트 하이웨이’를 연상시킨다. 

 

포스터에서 가장 궁금증을 유발하던 척추를 타고 갈라진 엘리자베스의 피부, ‘서브스턴스’ 약물을 주입하자 척추 사이로 수(마가렛 퀄리)가 출산된다. 이는 세대를 풍미한 ‘에일리언’을 떠올린다. 감독의 전작 <리얼리티+>에서도 등장하는 이미지이다.

 

온 극장을 핏빛으로 물들이는 영화의 클라이맥스는 아메리칸 뉴웨이브를 위시한 브라이언 드 팔마 감독의 ‘캐리’를 연상시킨다. 이 장면을 위해 코랄리 파르자 감독은 몇 톤의 붉은색 액체를 준비했다고 한다. 컬트와 호러 영화에 대한 코랄리 파르자 감독의 존경과 찬사를 듬뿍 느낄 수 있다.

 

 

 

 

마무리

 

 

  자기혐오로 똘똘 뭉쳐져 어긋나는 엘리자베스(데미 무어)를 보며 우리는 극도의 불편함을 느끼게 된다. 이는 하비(데니스 퀘이드) 사장 같은 속세적 타인이 우리를 어떻게 바라보는 것보다도 우리 자신에 대한 편견과 불안함, 더 나은 나를 원하는 자기혐오적 사고를 비판하기 때문이다. 어리고 섹시한 여성을 노골적으로 원하는 남성을 비판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엘리자베스(데미 무어)와 수(마가렛 퀄리)의 충돌을 고어라는 과격한 방식으로 표현하며 여성 개인의 내면의 본질을 적나라하게 들여다본다. 편견에 가득 찬 세상을 비판하는 것에서 더 나아가 그 편견에 집착하는 개인을 비판하기에 더욱 고통스러운 것이다.

 

3개의 챕터로 이루어진 영화

엘리자베스, 수, 그리고 무엇일지 궁금하다면

141분이라는 러닝타임의 고어를 견딜 수 있다면 당장 체험하라.

 

작성자 . 고미

출처 . https://brunch.co.kr/@gomi2ya/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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