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wr2024-11-27 07:33:21
한국 여성 스포츠 영화의 유의미한 변곡점
영화 〈모래바람〉
근래 개봉한 한국의 여성 스포츠 영화 중 가장 인상적이었던 건 〈야구소녀〉였다. 여성 야구 선수가 남성들이 절대 다수인 야구판에서 2군 프로 무대에 데뷔하기까지의 여정을 담은 영화다. 주인공 수인의 진심과 도전, 그녀를 ‘여성’이 아닌 ‘야구인’으로 대하는 소수의 남성 친구와 코치, 그들과 수인의 관계성 등이 매력적인 영화였다. 〈모래바람〉은 한국 여성 스포츠 영화 계보에서 또 하나의 유의미한 변곡점이 될 만한 영화다. 두 영화를 비교해보면 그사이 프로 여성 선수에 관한 우리 사회의 관념과 지향이 어디로 이동하고 있는지를 분명하게 감지할 수 있다.
〈야구소녀〉에는 계보가 없다. 수인은 늘 최초고, 혼자다. 그러나 〈모래바람〉에는 계보가 있다. 20년간 여자 씨름 선수로 활약해온 선수가 있고(송송화), 모든 선수가 하나같이 ‘우상’, ‘전설’로 꼽는 절대적 강자(임수정)가 있다. 그리고 이들을 목표로 땀 흘리며 도전하는 후배 선수들(양윤서, 김다혜, 최희화)이 있다. 영화는 1999년 여자 씨름 선수 등록이 가능해진 이후부터 쌓여온 여자 씨름 선수의 계보를 담아낸다. 여성 스포츠 영화에서 계보는 대체로 ‘불가능’한 것이었다. 실화를 바탕으로 제작된 영화 〈우리 생애 최고의 순간〉과 같은 예외적 선례가 있기는 했지만, 대체로 여성 스포츠 영화는 계보가 없는 상태에서 사회의 편견과 자기 자신과의 외로운 싸움에 몰두하는 선수 한 명에게 주로 카메라의 초점을 맞춰왔다. 그러나 이제 여성들은 홀로 고군분투하지 않는다. 여성들에게도 롤 모델이 있다. 그것도 끝내주는 커리어를 가진 롤 모델이.
계보 ‘있음’은 땀 흘리는 여자들이 맺는 유대의 근거이기도 하다. 역시 〈야구소녀〉에는 없던 것이다. 동료인 동시에 라이벌인 여자 씨름 선수들은 서로를 격려하면서도 경쟁에는 모든 것을 건다. 다른 수많은 남성중심적 언어와 마찬가지로, 스포츠‘맨’십이라는 표현 역시 새로운 대체 용어를 고민해봐야 한다.
나이가 들어 은퇴했거나 은퇴를 앞둔 선수들의 존재도 〈야구소녀〉에는 없고 〈모래바람〉에는 있다. 20년 동안 선수로 활약한 후 은퇴한 송송화는 현재 협회 이사로 활동하며 심판과 코치에 도전하고 있다. 여자 씨름으로의 진입을 꿈꾸는 어린 여성에게 20년간 선수로 활동한 사람의 존재는 그 자체로 용기를 줄 수밖에 없다. 여자 씨름판의 GOAT인 임수정도 마찬가지다. 영화는 언제나 당연히 1등이었던 임수정이 후배들의 도전에 왕좌를 빼앗기는 상황에서 그녀가 느끼는 부담과 좌절의 순간을 밀도 있게 담아낸다. 부상과 기량 하락의 악조건 앞에서도 관성에 젖어 운동하기를 거부하고 칠전팔기 끝에 마침내 정상에 다시 오르고 마는 그녀의 이야기는 송송화의 이야기와 어우러져 여성 씨름인들이 꿈꿀 수 있는 다양한 미래의 가능성을 펼쳐낸다.
〈모래바람〉에 〈야구소녀〉에는 없는 요소가 있다는 말이 전자가 후자보다 낫다는 말은 아니다. 각자의 완성도를 갖춘 두 영화는, 다만 그사이에 많은 것이 변했다는 것을 분명하게 실감하게 해주는 역할을 한다. 핵심은 더는 ‘독고다이’할 필요가 없다는 것. 계보와 동료가 있는 여성 선수들은 서로에게서 자신이 나아갈 길을 가늠해볼 수 있고, 그 과정에서의 고민을 나누며 함께 성장할 수 있다. 최근 여성 생활 스포츠인이 크게 늘었다. 〈골 때리는 그녀들〉, 〈무쇠소녀단〉처럼 아마추어 여성 스포츠인들이 동료들과 함께 도전하는 방송도 잇따라 제작되었다. 그러니까, 〈야구소녀〉에서 〈모래바람〉으로의 여정은 여성 스포츠인, 나아가 모든 여성이 함께 만들어온 변화를 대변한다.
송송화는 씨름 선수인 동시에 주부, 엄마, 아내, 며느리였다. 임수정은 지금도 ‘시집은 언제 가느냐’는 질문을 받는다. 여성이자 씨름 선수로서 이들은 종종 모순된 요구를 동시에 받았지만 동료들과 함께 ‘씨름하며’ 자기 길을 만들었고, 그 길은 이제 모든 여성 씨름 선수의 길이 되었다. 〈모래바람〉은 씨름판에 카메라를 줌인하여 사회 변화의 커다란 흐름을 가늠케 해주는 영화다. 스포츠 영화의 쾌감과 시의성을 고루 갖춘, 우리가 살고 있는 시대를 감각하게 해주는 영화인 것이다.
*영화 매체 〈씨네랩〉에 초청받은 시사회에 참석한 후 작성한 글입니다.
Relative conten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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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 아빠랑 동갑인데 왠지 형이라고 불러야 할 듯
난 예전 것들이 좋다. 나이를 먹고 있다는 반증일지도 모르지만 그냥 좋은 건 좋은 것이라고 인정하기로 한다. 열려있지 않으면 뒤처질 수도 있다는 생각을 늘 하곤 한다. 근데 뭐 매 순간 힘 빡주고 사는 사람이 어딨어? 블랙핑크와 에스파의 음악을 듣다가도 소녀시대의 <힘 내>에 손이 가니 역시 좋은 게 최고다. 나에게 갑자기 '카페에서 초코 라테를 포기하라'라고 하면 그냥 흘려들을 것이다. 올리브영에 가서 내가 좋아하는 바디 미스트를 고르는 것도 게임을 같은 일만 하는 것도 다 예전에 좋은 나의 습성(?)에 근거한다. 근데 나만 그래? 다들 그렇지 않아?
20대 중반을 통과하고 있는 나에게 톰 크루즈는 적당히 멋있는 사람이 아니다. 신기할 정도로 멋있는 사람이다. 일단 잘생겼다. 그리고 섹시하다. <매그놀리아>에서 상의 탈의한 그 모습은 남자인 내가 봐도 너무 멋있었다. 또 팬서비스에 철저했던 몇몇 행보나 스턴트 없이 소화하는 맨몸액션까지 상남자 중의 상남자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가 60대에 들어섰다는 것은 전부터 알았지만 그걸 인지하고 나니 나도 나이가 들고 있다는 아찔함이 느껴졌다. 톰 크루즈는 나이 듦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고 있을까? 만난 적도 없고 만날 일도 없어 모를 테지만 왠지 그는 나이가 단지 숫자라고 생각하는 것 같다. 시간이 몇 년 지나도 극장에서 보면 재미있을, 잘 만든 액션 영화가 극장에 걸려있다. 정식 개봉일은 6월 22일이다. 나는 영화 3사에서 열린 프리미어 상영회를 통해 먼저 접하게 되었다. 이제 <헤어질 결심>을 앞두고 기다리고 있거나, 이미 본 다음 친구와 놀고 연인끼리 극장 데이트를 계획하고 있는 분들이라면 강력 추천드린다. 비행기 타고 2022년의 미국으로 날아가자.
소년이 어른이 되어
‘그냥 좀 하는 애’에서 이젠 전문가가 되어버린 메버릭. (공군이 아니라) 해군으로서 많은 업적들을 세운 듯하다. 그중 최고는 역시 미그기 3대를 격추시켰다는 점이다. 비행기를 타는 게 즐거웠던 피트 미첼 대령. 36년이 지난 현재, 그는 이 덕질에 잡아먹히고 말았다. 현역 파일럿으로 비행을 지속하기 위해 대령 이상의 계급을 진급하지도 않고 전역은 생각조차 하지 않는 둥 그에게 있어 비행기는 과연 삶의 재미 전부다. 대한민국에 사는 수많은 군필자들과 장병들은 ‘..?’ 싶은 행보일 것이다.
근데 세상은 그를 그렇게 편하게 내버려두지 않았다. 세상이 변해 이제 무인기가 미 해군의 주류가 된 듯싶다. 비행기 다크스타의 시험 비행이 예정됐던 날, 미첼은 소속되어 있는 부서의 프로젝트 예산이 삭감될 것이라는 말을 듣는다. 원래 이 프로젝트 팀의 마하 목표는 10이었다. 그런데 미첼이 속해있는 부서의 다크스타는 ‘마하 9’까지 날 수 있었다. 메버릭은 청개구리 같은 존재다. 소속 팀을 없애버리려고 했던 케인 소장이 보는 앞에서 극초음속인 마하 10 비행에 성공하는 미첼. 그런데 미첼은 욕심을 내 마하 10을 초과하는 속도로 비행했고, 다크스타는 파괴되고 만다. 다행히 미첼이 심하게 다치지는 않았다. 분노한 케인 소장. 메버릭(미첼)을 해고하고 싶었지만 그가 존경하는 ‘아이스맨’에 의해 제지되고 만다. 해고되지 않은 건 다행이었다. 그 대신, 미첼은 다른 곳으로 전출가게 된다. 목적지는 ‘탑건 스쿨’이었다.
문 바로 앞에서
교관으로 전출된 메버릭. 단순히 학도들을 가르치는 게 업무의 끝이 아니었다. 메버릭이 이 프로젝트에 참가한 이유는 분명했다. 공군이 진행시켜야 할, 극비 군사 프로젝트의 일부로서 참가해야 했다. 숨겨져 있는 우라늄 원자로를 파괴하는 것이 이 팀의 목표였다. 여기서 뒤로 물러설 곳은 없다. 이제 정말 마지막이 될 수도 있을 것 같은 비행. 그나마 아이스맨 덕에 이 일을 맡을 수 있었다. 어떻게 보면 파일럿으로서의 삶을 은퇴하기 직전 바로 앞까지 왔다. 메버릭은 파일럿으로서의 화양연화를 불태우고 앞으로 비행기 조종사로서의 인생을 지속하기 위해 모든 걸 걸고 작전에 참여한다. 그 과정에서 긴 세월 동안 마주하지 못했던 것을 받아들이게 되는 것이 영화의 시놉시스라고 볼 수 있을 것이다.
1편을 봐야 해요
이 영화에 앞서 준비물이 있다. 바로 지금 왓챠로 달려가서 <탑건> 1편을 봐야 한다는 점이다. 뭐 대충 눈치로(?) 줄거리를 이해할 수 없는 건 아니다. 그런데 이해할 수 없는 부분이 몇 군데 있을 수는 있다. 이왕이면 영화를 봐서 인물들의 감정선을 이해하는 게 좋을 것이다. 하지만 당시 미국 해군의 사기를 진작시키기 위해 만들었던 영화인 만큼 지금 보기는 고루하다고 느끼실 수도 있다. 그래서 바쁜 현대인들을 위해 텍스트로 요약을 해 보았다. 피트 ‘메버릭’ 미첼은 실력 있는 파일럿이다. 탑건 1은 이 미첼의 성장 서사를 다루고 있다. 아버지 역시 파일럿이었지만 비행기 사고로 잃었다(이 부분은 극 전반적으로 제시되지 않는다). 또 영화 안에서 메버릭은 친구 구슬릴 잃게 된다. 메버릭의 실수가 아닌 사고였지만 그는 이 일로 구스의 가족들에게 마음의 빚이 생겼다. 이 <탑 건 : 메버릭>에서 마일즈 텔러가 연기했던 배역이 이 구스의 아들이다. 또 메버릭에겐 강력한 라이벌 '아이스맨'이 있다. 아이스맨은 개와 고양이처럼 메버릭과 투닥투닥 다툰다. 그러나 아이스맨에게 어떤 사고가 생기고, 이를 메버릭이 구해주며 둘은 친구가 된다. 이 아이스맨은 메버릭과 달리 승승장구하며 제독으로 승진한 것으로 보인다. 또 영화(1편)의 초반부에 메버릭은 만나는 여자가 많은 인물로 묘사된다. 이때 해군 장교의 딸을 꼬시려 들었다는 이야기가 나오는데, 이때 나왔던 ‘페니’라는 인물이 탑건 근처의 음식점 주인으로 묘사된다.
이렇게 인물 간의 관계 묘사가 1편을 승계한 부분도 있다. 그러나 이 외의 부분에서도 전작의 오마주가 나온다. 일단 내가 1편을 보고 가장 기억에 남았던 부분은 톰 크루즈(메버릭)가 노래를 부르는 신이었다. 이때 파릇파릇한 모습으로 불렀던 노래가 본 작에서 다시 재현된다. 다른 부분은 영화의 중반부까지의 연출이다. 1편은 1986년 영화다. 36년이 된 전작. 지금 보면 영화가 올드하다. 작품을 보다 보면 체감상 거의 모든 신에 BGM이 깔리는 듯하다. 본 작은 이를 승계하며 중반부까지는 음악이 도드라지는 연출법을 사용한다. 또한 이야기 구성을 간단히 하고 액션에 당위성과 임팩트를 준 방식은 영화의 형식적 측면에서도 유사하다고 볼 수 있을 것이다.
기갈나게 뽑았다
이 영화의 강점은 액션 연출이다. 사실 당연한 말이다. 이 영화는 액션 영화이기 때문이다. 근데 이 영화는 그 당연한 것도 기가 막히게 뽑았다. 일단 초반부, 메버릭이 군 인사를 능욕하기 위해 마하 10으로 시험 비행을 하는 신이 있다. 마하 10으로 타면 물리적으로 파일럿들에게 힘들다고 한다. 이때 톰 크루즈의 검증된 퍼포먼스와 촬영 구도, 클로즈업 방식, 또 비행기가 날아가는 궤적까지 섬세한 연출에 압도된다. 이 인상적인 도입부 이후 중반부까지는 '살짝 루즈하다'라고 느낄 수 있다. 그러나 중반부를 넘어가고 영화의 엔딩까지 이 작품은 그야말로 폭주하듯이 달린다. 일단 꼼꼼한 동선 체크가 눈에 뜨인다. 설마 비행기를 운전하다 만들어지는 돌발변수에 따라 영화를 만들었을까? 아닐 것이다. 각본을 쓴 사람이 닥터 스트레인지가 아닌 한 우연히 얻어걸린 것에 따라 액션 연출을 짤 수는 없다. 아마 '이 비행기는 이때 이런 행동 때문에 저렇게 움직여야 해!' 식으로 구체적으로 짜 맞추었을 것이다. 실제로 비행기 운행을 파일럿들이 맡았다고 하는 것도 동선이 정교해야 했다는 근거가 될 수 있다. 암튼 이때 비행기 액션 연출을 위해 왔다 갔다 하는 비행기들의 움직임이 탁월했다. 촬영과 기획력에서 강점을 가진 부분이라 볼 수 있는 것이다. 또 이 액션에도 인물들의 성격이 드러나 있어서 설득력이 있다. 초중반부쯤에 메버릭이 학생들을 가르치는 장면이 있다. 이때 영화는 '1대 다수'가 아니라 '1대 1대 1'식으로 액션을 보여준다. 이건 그 액션이 인물의 성격을 제시하고, 또 반대로 성격에 의한 액션 연기를 보여준다는 점에서 영리한 선택지를 골랐다고 볼 수 있을 것이다. 이렇게 서서히 쌓아 올린 액션이 엔딩까지 예상을 빗나가며 하이텐션으로 달린다. 이 덕에 영화는 다른 영화들과는 다른 강점을 가지게 됐다. 이야기가 평범하고 예상을 크게 빗나가지 않았다는 것도 극의 장점을 잘 활용한 부분이라고도 볼 수 있을 정도다. 액션에 힘을 주기 충분하기 때문이다.
드러머가 파일럿이 되어 돌아오다
영화를 자주 보지 않았던 분들도 <위플래쉬>를 본 적 있었을 것 같다. 어디서 본 듯한 J.K 시몬스도 기억에 남지만 난 주인공 역할이 더 인상 깊었다. 뭔가 억울하게 생긴 주인공. J.K 시몬스의 빌런 연기에 뭔가 기가 죽지 않는 퍼포먼스는 많은 이들에 머릿속에 남기 충분하다. 처음엔 배리 키오건과 헷갈렸지만 이제는 구분할 수 있다. 마일즈 텔러는 나름 많은 영화에 나왔다. 그 대신 잘 된 영화는 얼마 없는 듯하다. 그나마 인상 깊던 작품이 폭망 했던 <판타스틱 포>가 아닐까? 암튼 이 마일즈 텔러는 그동안의 부진을 만회하듯 좋은 퍼포먼스를 보여줬다. 1편의 ‘구스’ 역과 어울리는 비주얼, 내면에 화를 품고 있는 듯한 눈빛, 입체적인 인물상까지 이 배우를 캐스팅한 것은 톰 크루즈만큼이나 탁월했다. 오로지 이 역할이 다른 배우에게 어울렸을까? 하는 느낌이 들 정도다. 이 배우만 할 수 있는 연기를 효과적으로 잘 해냈다. 또 주체적인 여성 캐릭터로서 당당한 모습이었던 제니퍼 코넬리도 기억에 남는다. 단순한 이야기에서 가질 수 있는 강점을 알뜰살뜰하게 가져온 덕에 캐릭터에 생기가 있다.
새삼스레 위대하다고 생각했어
이제 60대인 아저씨가 섹시한 몸에 알통이 있고 액션 연기를 무리 없이 하는 경우가 몇 개나 있을까? 할리우드의 슈퍼스타는 '이거 실화인가' 싶을 스타성으로 할리우드에 한 자리 차지하고 있다. 20대인 나보다 더 건강해 보여서 신기했다. 또 옷 핏이 너무 멋있다. 초반부에 마원에 청바지 입고 오토바이 타는 신이 있는데 어째 2022년에 더 멋있다. 그리고 또 이 배우가 연기를 보통 잘하나? <매그놀리아>에서 봤던 오열 연기가 아직도 기억에 남아 나에게 있어 톰 크루즈는 '연기 정말 잘하는 배우'다. 이 역시도 영화에서 잘 나타난다. 구스의 아들을 보며 하는 표정연기. 비행기 타고난 다음 마스크를 끼고 나서의 표정연기 등등 이 대배우는 좋은 연기를 보여줬다. 영화의 주요 메시지처럼 단순히 나이가 들었고 오래됐다고 해서 빛이 바래지는 것은 아닌 것 같다. 아름다운 건 계속 아름다웠다. 톰 크루즈는 이를 잘 보여줬다.
파워풀한 바통 터치
극장가는 이제 레이스의 1/5쯤 오지 않았을까 생각이 든다. 5월 22일 <범죄도시 2>, 6월 8일 <브로커>, 6월 15일 <마녀 2>와 <버즈 : 라이트이어>, 6월 22일 <탑건 2 : 메버릭>, 6월 29일 <헤어질 결심>, 7월 8일 <토르 4 : 러브 앤 썬더>, 7월 중순의 넷플릭스 오리지널 <그레이 맨>, 최동훈 감독의 신작 <외계+인>, 8월의 <비상선언>까지 극장 기대작들이 쏟아지고 있다. 또 <애프터 양>이나 <실종>, <컴온 컴온>, <매스>, <소설가의 영화> 등 상영관이 많이 잡히지는 않았지만 역시나 좋은 영화들이 관객을 영화관으로 부르고 있다. 이와 시너지가 나듯 엔데믹 효과에 힘입어 <범죄도시 2>는 천만 관객을 돌파했다. 이 <탑건 : 메버릭>은 <범죄도시 2>만큼이나 좋은 바통터치가 될 것이라 생각한다. 천만 관객까지는 아니더라도 많은 사람들을 동원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다. 톰 크루즈의 내한이 성공적이었고 영화도 잘 만들었으니 한번 더 극장에 인원이 붐빌 것 같아 기분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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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0월 1주 차, 최신 씨네 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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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omg 의 프로듀서이자 래퍼 #그레이 가 넷플릭스 영화 <발레리나>의 음악감독으로 참여한다고 합니다.
젊은 영화감독과 가장 핫한 프로듀서의 만남이라니 너무 기대가되는데요.
부산국제 영화제에서도 상영하는 발레리나 ! 공개되면 무조건 !
한국 추석영화 사실상 셋 다 부진
이번 추석 연휴엔 <천박사 퇴마연구소:설경의 비밀> <1947 보스톤> <거미집> 등 한국영화 기대작 3편이 공개됐습니다. 두 영화는 흥행에 실패했지만 <천박사>는 선전했다고 볼 수 있는데요 하지만 일주일이나 이어진 연휴에 손익분기점 200만명을 넘기지 못한건 성공했다고는 볼 수 없어 추석 연휴 대비 실망스러운 성적을 기록했습니다.
이동욱 X 임수정 로맨스 <싱글 인 서울> 예고편 공개
혼자가 좋은 파워 인플루언서 영호와 혼자는 싫은 출판사 편집장 현진이 싱글 라이프에 관한 책을 만들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린 웰메이드 현실 공감 로맨스 <싱글 인 서울>이 티저 예고편을 공개했습니다.
이동욱과 임수정의 역대급 만남으로 기대를 모으는 <싱글 인 서울>은 오는 11월 29일 전국 극장에서
개봉한다고 합니다.
부산국제 영화제 이제훈 건강상 이유 불참, 배우 박은빈 단독 사회
제 28회 부산국제 영화제 개막식 공동 사회를 맡았던 배우 이제훈이 건강상의 사유로 불참하면서 배우
박은빈이 단독 사회를 진행하게 되었습니다. 부산국제 영화제는 새로운 남성 사회자 선정을 고려하는 대신
박은빈 배우의 단독 사회를 결정했는데요 개막식 최로의 단독 사회자이자, 최초의 여성 단독 사회자로
나서게 되었습니다.
강하늘 X 전소민 <30일> 신작 예매율 1위 급상승
영화 <30일>이 예매율 1위와 동시에 2일째 박스오피스 1위에 올라섰습니다. 30일은 서로의 찌질함과 똘기를 견디다 못해 마침내 완벽한 남남이 되기로 한 이야기로 개봉 이틀차인 오늘까지 누적 관객수 23만명을 기록했습니다.
<발레리나> 그레이, 음악 감독 참여
이충현 감독이 넷플릭스 영화 <발레리나>에 뮤지션 그레이를 음악감독으로 발탁했습니다.
<발레리나>는 경호원 출신 옥주가 소중한 친구 민희를 죽음으로 몰아간 최프로를 쫓으며 펼치는
복수극입니다. 이충현 감독은 음악이 영화에서 중요하다고 생각했고 음악으로 독보적인 실험을 해보고
싶었다라고 설명했습니다.
최근 국내외 영화/OTT계에 어떤 소식이 있었는지 정리해 보는 'LATEST CINE NEWS’였습니다! 재밌게 읽으셨다면 댓글과 좋아요 콕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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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북미 박스오피스를 부활시킨 영화
전 세계 박스오피스를 주도하는 ‘북미’ 박스오피스 시장이 돌아왔습니다. 덕분에 할리우드 주요 영화 스튜디오들이 안도의 한숨을 내쉬고 있다고 하는데요! 미국의 현충일, ‘메모리얼 데이’는 북미 주요 국경일로써, 가장 큰 수익을 내는 공휴일 중 하나로, 이번 연휴를 노리고 개봉한 두 편의 블록버스터 영화로 인하여 극장이 오랜만에 매우 활기찬 모습을 보였다고 합니다.
본 기록이 북미를 비롯한 전세계 박스오피스 시장에서 시사하는 바가 큰 이유는, 이번 박스오피스 수익이 팬데믹 이전의 박스 수익과 큰 차이가 없기 때문입니다. <콰이어트 플레이스 2>의 전편인 <콰이어트 플레이스>는 2018년 4월 개봉 당시 5020만 달러의 오프닝 스코어를 기록하였는데요. 이는 제작비 1700만 달러의 알려지지 않은 영화의 예측하지 못한 흥행이었기에, 제작사는 곧바로 속편 제작에 착수하였고, 전편보다 훨씬 큰 제작비인 6100만 달러를 투자하여 2편을 제작할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이에 상응하는 극장 매출을 개봉 일주일 만에 벌어들인 것이죠.
<콰이어트 플레이스 2>와 같은 날 개봉한 디즈니의 <크루엘라>의 경우, 북미에서는 자사 OTT 플랫폼인 디즈니+와 동시 개봉을 택했는데요. 디즈니+에서 극장 티켓가보다 비싼 30달러에 대여되고 있는 <크루엘라>는 OTT와 극장으로 관객이 양분된 상황 속에서, 오프닝 스코어 2130만 달러 (약 237억 원)을 기록하며 분전하였습니다.
현재, 약 75%의 극장이 가동되고 있는 북미 시장은 극장 좌석 수가 제한된 상황 속에서도 힘겹게 극장을 지켜가고 있습니다. 한 미디어 분석가에 의하면 “본 연휴를 맞아 개봉한 두 편의 영화 (“콰이어트 플레이스 2”, “크루엘라”)는 관객들의 대작에 대한 꺼지지 않은 관심을 다시 한 번 알아볼 수 있는 계기였다”고 하는데요. 국내에서도 <분노의 질주: 더 얼티메이트>가 개봉 2주 만에 관객 수 200만에 육박하는 기록을 써가고 있는 걸 보면, 개봉이 연기되고 있는 블록버스터에 대한 사람들의 기대감이 느껴지는 것 같습니다.이 기세를 몰아 <컨저링 3: 악마가 시켰다> (6.4 북미 개봉), <인 더 하이츠> (6,11 북미 개봉), <히트맨의 보디가드 2> (6.16 북미 개봉), <분노의 질주: 더 얼티메이트> (6.25 북미 개봉) 등 매주 각 영화사의 텐트폴 영화들이 줄지어 개봉될 예정인데요.
북미뿐 아니라, 전 세계 박스오피스가 가장 활발한 ‘여름’ 시장이 올해는 정말 ‘활발’할 수 있길 바라며,
오늘 하루도 영화로운 하루 보내시길 바랍니다.
씨네랩 에디터 Cammi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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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뻔한 장르, 뻔한 소재라고 함부로 쓰지 마세요
얼마 전에 친구를 만나 이런 대화를 나눴습니다.
친구: 별로인 영화를 보면 어떻게 해?
나: 음... 솔직하게 쓰려고 해.
친구: 솔직하게?
나: 거짓말할 순 없으니까. 요즘은 영화 값이 15,000원인걸!
영화관람료 15,000원 시대를 맞아 이상한 책임감이 솟구치는 요즘입니다. 사실은 걱정에 조금 더 가까운 감정입니다. "나의 리뷰를 읽고 영화를 봤다가 ‘돈 날렸다’고 느끼면 어쩌지?" 물론 제가 그렇게 영향력 있는 영화 리뷰어는 아니지만, 지인이 인터넷 서핑을 하다가 우연히 제 리뷰를 읽은 적이 있다고 하더군요. 이런 말을 들으니 아무래도 신경 쓰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그래서 시사회를 통해 영화를 감상했더라도 최대한 솔직하게 리뷰를 쓰려고 노력하는 중입니다. 모든 영화에는 좋은 점이 있다는 신념 아래에서 말이죠.
그래서였는지 얼마 전 영화관에서 <나는 여기에 있다>를 보는 와중에도 머릿속을 가득 채운 생각은 오직 하나뿐이었습니다. ‘딱 하나만 찾자. 좋은 점 딱 하나만!’ 영화 제목처럼 이 영화의 좋은 점이 “나 여기에 있어!” 하고 소리쳐주길 간절히 바랐습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엔딩 크레딧이 올라가는 순간까지 단 하나의 좋은 점도 찾지 못했습니다. 고작 몇 문장 만에 신념을 저버리고 말았네요. 그래도 영화 리뷰어로서의 책임감은 저버리지 않겠습니다. 여러분의 소중한 영화관람료 15,000원을 지켜드리기 위한 리뷰를 시작합니다.
※ 씨네랩으로부터 초청받아 4월 7일(금)에 진행된 <나는 여기에 있다>의 시사회를 통해 영화를 감상했습니다. <나는 여기에 있다>는 2023년 4월 12일 국내 개봉했습니다.
나는 여기에 있다
I AM HERE
<나는 여기에 있다>는 살인자의 폐를 이식받은 형사 '선두'가 살인자의 심장을 이식받은 연쇄 살인범 '규종'을 쫓는 이야기입니다. 한 마디로 장르물이죠. 그것도 추적 스릴러입니다. '추적 스릴러' 하면 긴박하고, 박진감 넘치며, 심장이 쫄깃해지는 영화가 절로 떠오릅니다. 하지만 <나는 여기에 있다>에는 추적 스릴러의 장르적 특징이 하나도 보이지 않습니다.
형사와 범인이 치열한 수 싸움을 하며 긴장감을 끌어올려도 모자랄 판에, <나는 여기에 있다>의 캐릭터들은 정말 하나같이 멍청하기만 합니다. 덕분에 이 영화의 장르가 추격 스릴러라고 선포하는 첫 장면에서부터 처참히 실패해버렸죠. 영화는 연쇄 살인범 '규종'의 살인 장면이 찍힌 술집의 CCTV 화면으로 시작합니다. CCTV 화면에는 '규종'의 얼굴이 아주 선명하게 찍혀있죠. 형사들은 그 CCTV 화면을 '규종'의 집에서 그의 아버지에게 보여줍니다. 그리고 아들이 돌아오면 꼭 신고하라는 말을 던지고 떠나죠. 그런데, 그 집안에는 '규종'이 있었습니다. 천장이나 비밀공간에 숨은 것도 아니고, 그냥 방안에 쪼그리고 앉아 있었습니다. 방문만 열어 봤다면 범인을 잡을 수 있는 상황이죠. 살인범의 집을 찾아왔으면 수색부터 하는 것이 상식 아닌가요? 혹시 CCTV에 살인범의 얼굴이 정확하게 찍혔는데 영장도 없이 방문한 건 아니겠죠? 멍청한 형사들의 활약으로 '규종'은 도망치고, 이렇게 긴장감 하나 없이 영화는 막을 올립니다.
이후 '규종'은 마스크나 모자도 쓰지 않고 당당하게 거리를 활보하며, 사람을 죽이고 다닙니다. 여자친구도 활짝 공개된 장소에서 두 번이나 만납니다. 평범한 아르바이트생인 여자친구는 건장한 남자 형사 두 명을 요리조리 피해 다니며 남자친구를 만나러 가죠. '규종'은 형사들이 도청하고 있는 줄도 모르고, 공중전화로 아버지와 통화도 합니다. 공중전화를 도청하고 있다는 건 그 공중전화의 위치를 안다는 뜻이겠죠? 하지만 '규종'과 아버지가 1분이 훌쩍 넘도록 눈물겨운 대화를 나누는 동안, 형사들은 가만히 듣고만 있습니다. 중간에 덮치는 건 예의가 아니라고 생각한 걸까요? 게다가 형사들은 '규종'의 다음 타깃이 누구인지 이미 알고 있었습니다. '규종'이 다음 타깃을 무조건 죽이러 오리라는 것까지도 알고 있었죠. 그리고 예상대로 '규종'은 그 타깃을 죽이러 옵니다. 타깃을 지키던 형사 2명과 '선두', 그리고 '선두'의 파트너까지, 총 4명의 형사가 달려들었지만 또 놓칩니다. 이쯤 되면 러닝타임을 맞추기 위해 일부러 범인을 놓치도록 설정한 것이 아닐까 하는 합리적인 의심이 들기 시작합니다.
'선두'의 파트너 '영조'는 폐를 이식한 '선두'에게 현장에서 물러나길 거듭 권합니다. 그러나 '선두'가 현장을 떠나야 하는 이유로는 건강보다도 형사로서의 자질 부족이 더 커 보입니다. 허술한 스토리텔링으로 인해 사라져버린 추적 스릴러의 장르적 특징에 관해서는 지금부터도 한참을 더 이야기할 수 있지만, 이만 줄이겠습니다. 이제 다음 문제점을 이야기해야 하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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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토리텔링보다 더 큰 문제는 따로 있습니다. 바로 구멍 가득한 이 영화의 설정입니다. <나는 여기에 있다>의 소재는 '살인자의 폐와 심장을 나눠 가진 형사와 범인', 그리고 '사이코패스 장기 기증자의 성격과 특징이 전이되어 사이코패스가 되어버린 수혜자'입니다. 장기 기증자의 성격이 전이되는 일은 흔치 않지만, 장기 기증 수혜자가 기증자의 가족을 만나게 되면 세포에 축적된 기억이 되살아나서 성격이 전이될 수도 있다는 게 이 영화의 설명입니다. 장기 기증 코디네이터가 논문도, 학계 보고도 아닌 '인터넷 검색'으로 알아낸 이 정보가 영화를 관통하는 핵심 설정이죠.
물론, 장기 이식 수혜자가 기증자의 성격, 습관 등을 닮을 수 있다는 이론이 실제로 존재하긴 합니다. 또 이러한 소재를 여러 영화나 드라마에서 다루기도 했죠. 그러나 의학적, 과학적 근거가 없고, 상식적으로도 쉽게 납득하기 어려운 이야기입니다. 이러한 비상식적인 설정을 가져다 쓰려면 적어도 영화 안에서는 말이 되게끔 만들어놔야 하죠. 이런 걸 우리는 세계관이라고 합니다. 꼭 거창한 마블 영화에서만 세계관이 필요한 것은 아닙니다. 영화 안에서만 허용되는 이야기가 있다면, 반드시 그 이야기를 뒷받침할 세계관이 필요한 법입니다. 그러나 <나는 여기에 있다>는 세계관을 구축하려는 노력을 전혀 하지 않았습니다. 당연히 몰입감도, 흥미도 떨어질 수밖에 없죠. 기본적으로 말이 안 되니까요.
아마도 감독은 스릴러의 틀 안에서 '장기 이식'과 '성격 전이'라는 소재를 통해 기증자 가족과 장기 이식 수혜자 사이에서 형성되는 유대를 그려보려고 했던 것 같습니다. 그런데 장기 기증자도 살인범, 장기 이식 수혜자도 살인범인지라 그들의 유대가 공감으로 이어지긴 어려웠습니다. 오히려 살인자의 장기를 이식한 형사('선두')와 나쁜 사람의 장기를 이식한 착한 사람('규종')의 내적 고뇌와 혼란을 묘사하는 데 집중했더라면, 전체적인 만듦새가 조금 허술했더라도 볼만한 작품이라 평했을 겁니다. 그러나 이 영화는 그런 심리 묘사도 챙기지 못했습니다. 덕분에 영화가 전달하려는 메시지가 "나쁜 놈의 장기는 이식해선 안 된다. 그럼 나쁜 놈 된다."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게 되어버렸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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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부터 끝까지 공들여 만든 영화라는 생각이 단 한 순간도 들지 않는 작품이었습니다. 연기 교실에서 한꺼번에 섭외한 듯한 배우들, 현장음 하나 없이 스튜디오에서 녹음한 것처럼 지나치게 깨끗하고 조용한 음향, 걷잡을 수 없이 흔들리는 카메라 화면, 하나하나 꼽기 어려울 만큼 많았던 세심하지 못한 연출 등 그 밖에도 실망스러운 부분이 많았습니다. 어찌 됐든 영화 감상은 취향의 영역이기에 지금까지는 아무리 영화가 별로여도 웬만하면 영화를 미워하지 않으려고 했는데요. 그러나 앞으로는 예외를 두어야겠습니다. 기준은 정성입니다. 지금은 영화관람료 15,000원 시대니까요.
Summary
과거, 살인자를 검거하는 과정에서 칼에 폐를 찔린 후 장기 이식을 통해 기적적으로 살아난 형사 ‘선두’(조한선). 수사 일선에 복귀한 그는 연쇄 살인범 ‘규종’(정진운)을 쫓던 중 장기 이식 코디네이터 ‘아승’(노수산나)을 통해 ‘규종’이 자신과 같은 공여자의 장기를 이식받은 것은 물론 공여자가 과거 자신이 검거했던 살인자라는 것을 알게 되는데… (출처: 씨네21)
Cast
감독: 신근호
출연: 조한선, 정진운, 정태우, 노수산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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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삼체 | 인류를 포기하느냐 믿느냐, 그것이 문제로다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입자 가속기 연구를 진행하던 물리학자 '베라 예'(베데트 림). 어느 날, 그녀는 입자 가속기에 투신하는 방식으로 자살한다. 행성방위이사회 요원 '클래런스'(베네딕트 웡)은 그녀의 죽음이 과학자 연쇄 자살 사건의 일부라는 사실을 눈치채고, 그녀의 주변인을 조사한다. 그 과정에서 그는 베라의 어머니 '예원제'(로잘린드 차오)와 그녀의 친부 '마이크 에반스'(조너선 프라이스)에게서 의문스러운 점을 찾아내고, 그들을 추적한다.
한편 그녀의 제자이자 동료인 '사울'(조반 아데포)은 베라의 죽음에 의문을 품는다. 천생 물리학자인 그녀가 죽기 직전 신의 존재를 믿냐고 물었기 때문. 그는 이 의심을 옥스퍼드 동문 '오기'(에이사 곤잘레스), '진 청'(제스 홍), '잭'(존 브래들리), '윌'(알렉스 샤프)에게 털어놓고, ‘옥스퍼드 5인방’은 각자의 방식으로 베라의 자살 이유를 찾기 시작한다. 그렇게 인류는 조금씩 '삼체'의 진실에 가까워지고, 절망에 빠진다.
인간 찬가에 반기를 들다
칼 세이건은 '코스모스'에서 인간의 특별함을 노래한다. 그는 인간과 별의 친연성을 말한다. 인간을 구성하는 원소는 별들의 탄생과 소멸 과정으로부터 만들어졌기 때문. 예를 들어 별이 만들어지려면 수소가 필수인데, 수소는 물의 구성 원소이자 우리 몸의 70%를 책임지는 원소다.
더 나아가 그는 인간이 별보다도 특별하다고 말한다. 우주에 단 하나밖에 없는 존재이기 때문. 중력의 힘이나 행성의 크기, 별과 행성 간의 거리가 조금만 달라져도 지금의 인류와는 전혀 다른 형태의 생명체가 등장했을 테니까. 마치 같은 재료로 요리를 한다고 해서 같은 요리가 만들어지지는 않듯이. 그렇기에 '코스모스'는 천문학 책이지만, 결론만큼은 '인간 찬가'를 부르는 인문학 서적에 가깝다.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삼체>는 바로 이 대목에서 '코스모스'의 대척점에 있다. 칼 세이건이 인간을 예찬했다면, <삼체>는 "과연 우주에서 인간이 그 정도로 중요한 의미가 있는 존재인가?"라고 반문한다. 물론 첫 시즌에서 완벽한 답을 내놓지는 못한다. 류츠신의 원작 소설과 전개가 달라질 수 있으니 섣불리 단정 지을 수도 없다. 다만 <삼체>가 질문을 던지는 방식이 시청자의 눈길을 사로잡기에는 충분해 보인다.
'인간 불신'이라는 이름의 초대장
당장 인류와 외계인의 접점만 보더라도 <삼체>는 '코스모스'와 결이 퍽 다르다. <삼체>의 시작은 문화대혁명이다. 수많은 지식인을 정권의 적으로 규정해 공격했던 광풍이 예원제를 덮쳤다. 물리학 교수였던 그녀 아버지는 공산주의 이데올로기에 반하는 빅뱅 이론을 가르쳤다는 이유로 홍위병에게 맞아 죽었다. 그녀 역시 연좌제로 벌목장에서 강제 노역을 하게 된다.
시간이 흘러 외계 문명과 접촉하는 프로젝트에 참여한 예원제. 어느 날, 그녀는 아버지를 직접 때려죽인 홍위병을 만난다. 그에게 참회할 의지가 있는지 묻는다. 그의 답은 명확했다. 잘못을 인정하지 않았고, 그저 정당화하고 합리화하기 바빴다. 그 모습을 보며 예원제는 뼛속 깊이 실감한다. 인간이 얼마나 추악하고, 위선적이며, 희망이 없는 존재인지. 이에 그녀는 삼체에게 초대장을 보낸다. 지구에 와서 인류를 정리해 달라고.
지극히 개인적인 비극에서 시작된 결단이지만, 드라마는 예원제의 결단을 뒷받침할 여러 근거를 보여준다. 레이첼 카슨의 '침묵의 봄'을 매개체 삼아 과학 기술의 발전을 따라가지 못하는 인류의 의식 수준을 경계한다. "인류 모두를 저버리는 것이 과연 옳은 일이냐"라는 일갈에도 불구하고 삼체 추종자들의 목소리에 나름대로 설득력이 깃든 이유다.
모범적인 변증법
질문의 의미를 확장하는 과정도 인상적이다. <삼체>는 중반부터 인간 불신이 낳은 비극을 막으려 사투를 펼치는 여러 인간을 비춘다. 그들은 각자만의 개성과 능력을 무기 삼아 삼체에게 반격을 가하려 한다. 삼체가 인류를 벌레라고 비난하자, 벌레는 때려죽이거나 살충제를 써도 끝내 살아남는다며 희망을 잃지 않는 클래런스의 정신력이 대표적이다. 이 모습은 예원제의 확신과 정반대인 인간 찬가로 가득하다.
옥스퍼드 5인방의 역할도 마찬가지다. 일례로 삼체의 게임 속에서도 사람을 구하려 애쓰는 진 청은 인간의 연민을, 시한부 판정을 받고도 우주와 자연을 궁금해하는 윌은 인간의 호기심을 상징한다. 어린아이까지 몰살하는 작전에 참여해 괴로워하는 오기는 인간다움을 잃지 않으려 노력한다. 더 나아가 다섯 친구의 우정은 삼체의 계획을 파헤치고, 역공을 가할 계획을 짜내는 결정적인 원동력이 된다.
그와 동시에 <삼체>는 그 이면에 숨은 그림자도 거듭 암시한다. 삼체에 대항하는 계단 프로젝트의 책임자 '토마스'(리암 커닝햄)와 달 기지에서 우주 함선 건조 책임자로 임명된 '라지'(사머 우스마니)가 대표적이다. 그들은 외계와의 전쟁을 마주한 인류의 결연한 의지, 결단력, 책임과 희생정신을 보여주는 인물이라 할 수 있다. 실제로 그들 덕분에 인류는 첫 번째 위기를 탈출하는 데 성공하기도 한다.
하지만 이들의 장점은 인류에게 부메랑이 될 수도 있다. 토마스와 라지는 삼체를 막기 위해 그 어떤 잔인하고 비인간적인 일도 감수할 수 있다고 말한다. 그들과 함께 일했다가 자리를 박차고 나온 오기는 그들을 비난한다. 수단을 가리지 않겠다는 그들의 자세가 또 다른 원자폭탄을 만들어 내고 인류를 위협할 수 있다면서. 이는 <삼체>가 인간불신과 인간찬가 중 어느 쪽을 선택할지를 한 층 더 흥미롭게 지켜볼 수 있는 배경이다.
질문은 미스터리로, 반박은 첩보물로
질문과 반박을 장르적 쾌감으로 포장하는 <삼체>의 능력은 수준급이다. 전반부는 미스터리 추리 스릴러다. 클래런스는 세계적인 과학자들의 연이은 자살 사건을 쫓는다. 그 과정에서 자살 사건에 직간접적으로 관여된 옥스퍼드 5인방을 자연스럽게 조명한다. 그 덕분에 시청자는 그들의 시점에서 삼체 세계관을 자연스럽게 이해할 수 있다.
대표적인 일환이 바로 게임이다. 진 청과 잭은 세 개의 물체가 중력으로 서로를 당기며 움직일 때 그 궤도를 구해야 하는 '삼체 문제'를 풀면서 삼체인들의 역사와 목적을 알아낸다. 이 일종의 VR 게임은 원작 소설에서도 빼놓을 수 없는 중요한 파트지만, 자칫 흐름을 끊는다고 여겨질 여지도 있었다. 이때 <삼체>는 이 게임을 자살 사건의 단서 중 하나로 소개하면서 유기적으로 극을 이어 나간다.
장르의 전환도 흥미롭다. 추리극의 끝에서 삼체인의 목적이 드러나자 <삼체>는 곧장 전쟁 영화, 첩보 영화로 돌변한다. 삼체를 추종하는 종교 집단과의 추격전은 제2차 세계 대전을 배경으로 한 첩보 영화를, 삼체인의 침공에 맞설 작전을 고안하는 대목은 <오펜하이머> 같은 영화를 보는 듯한 인상도 준다. 파나마 운하에서 나노 섬유를 이용해 유조선을 공격하는 장면처럼 참신하고 기괴한 액션 장면 덕분에 장르적 쾌감이 특히 짙다.
첫 술에 배부르랴
물론 미처 다듬어지지 않은 순간도 적지 않다. 일단 과거와 현재를 오가는 초반 진행이 발목을 잡는다. 과거의 사연과 현재의 미스터리가 맞아 들어가는 순간은 분명 짜릿하다. 하지만 시점과 주인공이 자꾸 바뀌다 보니 그 지점에 도달하기까지 집중하기 어려운 것도 사실이다. 이처럼 주인공이 나뉘다 보니 과거와 현실을 오가는 과정에서 감정선이 흐트러지기도 한다.
각색 과정에서의 무리수도 엿보인다. 일례로 현재 시점의 배경으로 영국을 선택한 결정은 의외다. 할리우드 영화에 중독된 결과물일 수도 있지만, 배경이 영국이라서 부자연스러운 지점이 있기 때문. 계단 프로젝트에 필요한 1,000개의 핵무기 중 300개만 구했다는 대목이 대표적이다. '미국이 배경이었다면...?'이라는 의문을 떨치기 어렵다. 주인공 5인방이 모두 옥스퍼드 대학을 다녔다는 설정도 그 연장선상에 있다.
<삼체>는 기대와 우려가 반반이었다. 원작의 명성이 빛, 제작자 겸 각본가 데이비드 베니오프와 D.B. 와이스는 그림자였다. 그들이 전작 <왕좌의 게임>에서 각색만 잘할 뿐 새 이야기를 만드는 능력은 부족하다는 혹평을 받았기 때문. 다행히도 원작이 이미 완결된 <삼체> 프로젝트는 그들의 장점만 살릴 수 있는 환경이었던 듯하다. 그래서일까? <삼체>의 다음 시즌이 <왕좌의 게임>과는 다를 거라는 기대도 헛되지는 않아 보인다.
Exceeds Expectations 기대 이상
인간 본성을 걸고 외계 문명과 짜릿한 도박 한 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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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삶의 황혼기를 지나니 새롭게 보였던 것에 대한 고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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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 보고 싶어
이 영화의 주인공은 태평양 전쟁 당시 일본 어느 동네에 살던 주인공 마히토다. 안절부절못하는 마히토. 창가 반대편에 엄마가 누워있는 병원이 있다. 전쟁 중이었던 일본. 분위기가 어지럽다. 병원만 보고 있는 마히토. 평화가 깨졌다. 믿을 수 없는 일이 벌어졌다. 전투기가 엄마가 누워있는 병원에 폭격을 가한 것이다. 불에 탄 병원. 엄마는 그렇게 세상을 떠났다. 마히토의 마음에는 큰 구멍이 생겼다.
마히토의 아버지는 그 구멍을 채우기 위해 노력한다. 새어머니를 찾은 아버지. 새로운 어머니를 찾은 이 가족은 우츠노미야 시로 이사를 간다. 새어머니와 아버지에게 냉담한 마히토. 새어머니 나츠코는 친엄마가 아니기 때문에 차가운 태도를 유지한다 이런 마히토의 태도는 새어머니에게만 국한되는 것이 아니다. 사실 학교도 가기 싫었고, 원래 집이 아닌 다른 곳에서 살고 싶지도 않았다. 도망가고 싶은 마히토. 이 마히토에게 왜가리 한 마리가 날아든다. 마히토는 이 왜가리와 함께 새로운 세상으로 떠난다.
안 그랬던 적은 없어
이 영화는 미야자키 히야오가 기존 필모그래피에서 갖고 있던 특징들을 그대로 유지하고 있다. 미야자키 하야오는 전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애니메이션 제작자라고 볼 수 있는 인물이다. 일례로 하야오의 수상이력은 아주 좋은 편이다. 2003년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이 아카데미 장편애니메이션 상을 수상했다. 이 의미는 거대하다. 지금 현재 2023년에 아시아 영화가 세계에서 가지는 입지는 괜찮은 편이다. 하지만 2000년대 초반의 위상과는 큰 차이가 나기 마련인데, 이를 순수한 작품성과 재미로 극복했다는 점이 흥미롭다. 아시아 영화의 인재풀이 넓어지거나 시스템이 활성화되기 이전에, 또 미디어가 현재까지 발달하기 전에 달성한 업적인 것이다.
하지만 이 미야자키 하야오의 명성과는 다르게 그의 영화는 항상 난해했다. 대표적으로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에서 부모님이 돼지가 되는 장면이 있다. 이 장면에서 일어나는 사건의 선후관계를 보면 신기한 일 투성이다. 이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 초반부의 부모님이 음식을 먹다가 돼지가 되는 장면이 있다. 돼지가 되는 거는 그냥 판타지 요소 아닌가?라고 생각하기 쉽다. 하지만 이 ‘돼지가 된다’라는 것이 1980년대의 일본 버블경제를 의미한다고 하면 좀 갑작스럽다. 엔딩을 통해 전하는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의 핵심은 한 소녀가 ‘잊던 것을 다시 되돌이킨다’라는 점, 그러니까 세상에 나갈 때 각자가 고유하게 갖던 오리지널리티를 잊지 말라는 의미이기 때문에 둘은 상충된다. 비단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뿐만 아니라 인지도가 덜한 영화 역시도 난해한 편이었다. <벼랑 위의 포뇨>도 그랬고, <모노노케 히메>도 그랬다.
본작 <그대들은 어떻게 살 것인가>가 이번에도 (감독의 전작처럼) 사랑스러운 영화일 것이라고 기대한 분들이 있다면 무조건 실망할 것이다. 미야자키 하야오는 필모그래피 중 가장 위에 있을 매운맛 영화를 만들었다. 이 영화는 기본적으로 직선적인 이야기를 거부한다. 직선적인 이야기라고 함은 기-승-전-결의 이야기구조를 뜻한다. 얼마 전에 개봉한 <너와 나>를 생각해 보자. 세미가 불안해한다(기)- 세미가 하은이에게 찾아간다/그리고 하은이가 좋아하는 사람이 있는 것 같아 불안해한다(승)의 구조를 갖고 있다. 일반적으로 각본가들이 이야기를 구성할 때 염두하는 ‘욕망과 이 문제를 해결하는 구조’를 <너와 나>는 갖고 있는 것이다. <그대들은 어떻게 살 것인가>는 다르다. 이 영화는 초반 30분을 전제로 이야기의 밑그림을 그리고, 그 이후를 각자의 키워드에 맞게 채색하는 구조를 갖고 있다. 그래서 본질적으로 애니메이션의 틀을 갖고 있지만 수채화 그림이나 에세이라고 보는 게 타당하다. 다른 에세이 같은 영화들과 유사하게 주인공은 사실상 감독의 분신이다. 또 이 인물의 욕망은 자신의 내면세계를 관객에게 보여주고자 하는 마음이다.
군수공장 집 아들
이 영화에서 가장 중요한 설정은 주인공 마히토의 아버지가 군수공장을 운영한다는 점이다. 이 설정 자체만으로도 이 영화에 대해 부정적으로 평가할 관객 분들도 많을 것이다. 세계 2차 대전을 배경으로 하고 있는데 군수공장 사장 집안 아들이 주인공이라면 자칫 전쟁에 대해 합리화하는 것처럼 읽히기 쉽다. 하지만 글쓴이는 이 군수공장 사장 아들이라는 설정을 반대로 읽었다. 우선 이 영화의 원작에 이 설정이 등장하는지 유무는 중요하지 않다. 중요한 건 미야자키 하야오가 이를 선택했다는 점이다. 미야자키 하야오는 그동안 반전이라는 키워드를 필모그래피 내내 새긴 인물이다. 그런데 이런 인물이 전쟁에 대해 합리화하는 태도를 취한다? 과연 ‘군수공장 사장 아들과 세계 2차 대전’이 가져올 파급력을 과연 몰랐을까? 글쓴이는 아니라고 보는 것이다.
이 영화에서 ‘군수공장 사장 아들’이라는 설정은 주인공이 스스로를 어떻게 생각하는지에 대한 비유다. 이 영화의 핵심은 도망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이 영화를 끌고 가는 두 소재는 과거와 현재다. 인물들은 각자 나름의 이유가 있어 과거의 자신 때문에 현재에서 도망친다. 특히 주인공 마히토가 흥미롭다. 마히토의 새어머니는 어린 주인공이 받아들이기엔 어려운 존재다. 가족에 만족하지 못하기 때문에 학교생활의 부적응으로 이어진다. 타인에 대한 분노가 자기 자기 스스로를 파괴하는 결과로 이어진 것이다. 이 마히토를 기점으로 이야기가 전개되는 방향을 보면 이해하기 쉽다. 주인공의 강력한 조력자로 나오는 인간 캐릭터, 왜가리, 새어머니, 심지어 흑막처럼 보이는 등장인물까지 마히토와 유사하다. 등장인물들은 자신이나 타인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고 있기 때문에 문제에 직면했다는 점이 공통점이 되는 것이다. 이를 중심으로 영화를 보면 이야기가 쉽게 느껴진다. 영화가 가지각색의 캐릭터를 통해 다양한 인간군상을 보여주는 것이다. 이런 인생들 사이에서 ‘그대들은 어떻게 살 것인가?’라고 묻는 영화가 이 작품이다. 자, 이를 염두하고 시선을 조금만 옆으로 돌린다. 마히토는 사실상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 본인을 암시하고 있다. <바람이 분다>로 본인의 전투기 덕력(?)을 고백한 마야자키 하야오. 하지만 그는 반전주의자다. 또 감독의 어머니는 그가 어린 시절에 <그대는 어떻게 살 것인가>라는 책을 선물한 적이 있다.
그대들은 어떻게 살 것인가
영화가 흥미로웠던 점은 미야자키 하야오가 자기 자신을 돌이키고 있다는 점이다. 이를 위해 기존 필모그래피를 오마주한 몇 장면이 있다. 새어머니와 마히토가 대화하는 신은 <모노노케 히메>에서 봤던 장면이 연상된다. 영화의 문제 해결 과정에서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이 생각나는 장면도 있다. 어떤 장면에선 <벼랑 위의 포뇨>를 상기시킨다. 우츠노미야 시의 집에서 일하는 할머니들, 그리고 동물과 유령들은 사랑스러워서 웃음이 난다. 이 세 캐릭터들은 전적으로 하야오스러운 비주얼을 갖고 있다. 이 모든 오마주를 그냥 단순히 팬들 보기 좋으라고 넣은 건 아닐 것이다. 사실상 하야오의 분신인 주인공이 감독의 필모그래피를 하나하나 경험하며 이야기를 전개한다. 이는 이야기에서 오마주가 차지하는 비중을 좀 더 쉽게 접근하게 만든다.
하지만 이 모든 오마주가 하야오의 고백이자 반성처럼 보이는 이유는 따로 있다. 영화의 악당 때문이다. 이 영화에서 악당이 하는 일과 사는 곳은 미야자키 하야오의 내면을 상징하면서 그동안 걸어온 길을 암시하고 있다. 미야자키 하야오는 예술가다. 그 긴 시간 동안 애니메이션 하나를 깎아 우리에게 풍부한 감동을 선사한 인물이다. 그럼 당연히 예술에 대한 의미가 깊을 것이다. 하야오가 긴 시간 동안 예술가로 살았기 때문에 이 예술이란 존재는 하야오에게 다양한 의미를 가진다. 이 의미를 주인공 마히토가 천천히 되짚어보는 구조가 이 영화의 플롯이다. 그러니까 이 영화는 예술이라는 가치를 탐구하는 과정이 ‘나에게 어떻게 살 지를’ 설명해 줬다는 일종의 선언처럼 보인다. '나는 이렇게 살았지만 놓친 것들이 몇 있어. 이런 나를 두고 너희들은 어떻게 살래?'라고 반문하는 것이다.
대중성이 뭐죠
하지만 이 모든 이야기를 글로 썼다고 해서 글쓴이가 이 영화를 쉽게 이해한 것은 아니다. 이 작품은 기본적으로 완벽하게 이해할 수 없는 영화처럼 보인다. 미야자키 하야오가 본인 내면의 단면을 잘라서 영화화했기 때문에, 우리 같은 3자는 그를 완벽하게 이해할 수 없다. 그래서 이 영화에 대해 ‘난해하고 지루하다’라는 평에 반박하지 못하는 이유가 이 점에 있다. 특히 초중반부 40분까지의 전개에서 미야자키 하야오가 일부러 기괴하게 연출한 장면도 몇 보인다. 이렇게 대중성과는 저 멀리 떨어진 이 영화. 그래서 많은 이들에게 추천하긴 어렵다. 하지만 글쓴이는 이 역시 예술의 순기능 중 하나로 보인다. 이렇게 다양한 질문을 던지는 것이 우리가 삶에서 하는 일이고, 예술이 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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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apter 2 공간
00:00 새벽의 모든
01:10 과거와 현재
05:49 공간, 안팎
09:43 별점 및 한 줄 평
10:00 다음 리뷰 예고
들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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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부니베어 : 애들이 줄었어요> 메인 예고편
어느 날 빅은 뭐든지 커지게 만드는 신비로운 기계를 구입한다.
그러나 정반대로 개미만큼 작아진 곰돌이 형제와 빅은 다시 원래의 크기로 돌아가기 위해 모험을 펼치게 되는데…
과연 그들은 무사히 과거로 돌아 갈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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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송해 1927> 티저 예고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