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wr2024-11-27 07:33:21
한국 여성 스포츠 영화의 유의미한 변곡점
영화 〈모래바람〉
근래 개봉한 한국의 여성 스포츠 영화 중 가장 인상적이었던 건 〈야구소녀〉였다. 여성 야구 선수가 남성들이 절대 다수인 야구판에서 2군 프로 무대에 데뷔하기까지의 여정을 담은 영화다. 주인공 수인의 진심과 도전, 그녀를 ‘여성’이 아닌 ‘야구인’으로 대하는 소수의 남성 친구와 코치, 그들과 수인의 관계성 등이 매력적인 영화였다. 〈모래바람〉은 한국 여성 스포츠 영화 계보에서 또 하나의 유의미한 변곡점이 될 만한 영화다. 두 영화를 비교해보면 그사이 프로 여성 선수에 관한 우리 사회의 관념과 지향이 어디로 이동하고 있는지를 분명하게 감지할 수 있다.
〈야구소녀〉에는 계보가 없다. 수인은 늘 최초고, 혼자다. 그러나 〈모래바람〉에는 계보가 있다. 20년간 여자 씨름 선수로 활약해온 선수가 있고(송송화), 모든 선수가 하나같이 ‘우상’, ‘전설’로 꼽는 절대적 강자(임수정)가 있다. 그리고 이들을 목표로 땀 흘리며 도전하는 후배 선수들(양윤서, 김다혜, 최희화)이 있다. 영화는 1999년 여자 씨름 선수 등록이 가능해진 이후부터 쌓여온 여자 씨름 선수의 계보를 담아낸다. 여성 스포츠 영화에서 계보는 대체로 ‘불가능’한 것이었다. 실화를 바탕으로 제작된 영화 〈우리 생애 최고의 순간〉과 같은 예외적 선례가 있기는 했지만, 대체로 여성 스포츠 영화는 계보가 없는 상태에서 사회의 편견과 자기 자신과의 외로운 싸움에 몰두하는 선수 한 명에게 주로 카메라의 초점을 맞춰왔다. 그러나 이제 여성들은 홀로 고군분투하지 않는다. 여성들에게도 롤 모델이 있다. 그것도 끝내주는 커리어를 가진 롤 모델이.
계보 ‘있음’은 땀 흘리는 여자들이 맺는 유대의 근거이기도 하다. 역시 〈야구소녀〉에는 없던 것이다. 동료인 동시에 라이벌인 여자 씨름 선수들은 서로를 격려하면서도 경쟁에는 모든 것을 건다. 다른 수많은 남성중심적 언어와 마찬가지로, 스포츠‘맨’십이라는 표현 역시 새로운 대체 용어를 고민해봐야 한다.
나이가 들어 은퇴했거나 은퇴를 앞둔 선수들의 존재도 〈야구소녀〉에는 없고 〈모래바람〉에는 있다. 20년 동안 선수로 활약한 후 은퇴한 송송화는 현재 협회 이사로 활동하며 심판과 코치에 도전하고 있다. 여자 씨름으로의 진입을 꿈꾸는 어린 여성에게 20년간 선수로 활동한 사람의 존재는 그 자체로 용기를 줄 수밖에 없다. 여자 씨름판의 GOAT인 임수정도 마찬가지다. 영화는 언제나 당연히 1등이었던 임수정이 후배들의 도전에 왕좌를 빼앗기는 상황에서 그녀가 느끼는 부담과 좌절의 순간을 밀도 있게 담아낸다. 부상과 기량 하락의 악조건 앞에서도 관성에 젖어 운동하기를 거부하고 칠전팔기 끝에 마침내 정상에 다시 오르고 마는 그녀의 이야기는 송송화의 이야기와 어우러져 여성 씨름인들이 꿈꿀 수 있는 다양한 미래의 가능성을 펼쳐낸다.
〈모래바람〉에 〈야구소녀〉에는 없는 요소가 있다는 말이 전자가 후자보다 낫다는 말은 아니다. 각자의 완성도를 갖춘 두 영화는, 다만 그사이에 많은 것이 변했다는 것을 분명하게 실감하게 해주는 역할을 한다. 핵심은 더는 ‘독고다이’할 필요가 없다는 것. 계보와 동료가 있는 여성 선수들은 서로에게서 자신이 나아갈 길을 가늠해볼 수 있고, 그 과정에서의 고민을 나누며 함께 성장할 수 있다. 최근 여성 생활 스포츠인이 크게 늘었다. 〈골 때리는 그녀들〉, 〈무쇠소녀단〉처럼 아마추어 여성 스포츠인들이 동료들과 함께 도전하는 방송도 잇따라 제작되었다. 그러니까, 〈야구소녀〉에서 〈모래바람〉으로의 여정은 여성 스포츠인, 나아가 모든 여성이 함께 만들어온 변화를 대변한다.
송송화는 씨름 선수인 동시에 주부, 엄마, 아내, 며느리였다. 임수정은 지금도 ‘시집은 언제 가느냐’는 질문을 받는다. 여성이자 씨름 선수로서 이들은 종종 모순된 요구를 동시에 받았지만 동료들과 함께 ‘씨름하며’ 자기 길을 만들었고, 그 길은 이제 모든 여성 씨름 선수의 길이 되었다. 〈모래바람〉은 씨름판에 카메라를 줌인하여 사회 변화의 커다란 흐름을 가늠케 해주는 영화다. 스포츠 영화의 쾌감과 시의성을 고루 갖춘, 우리가 살고 있는 시대를 감각하게 해주는 영화인 것이다.
*영화 매체 〈씨네랩〉에 초청받은 시사회에 참석한 후 작성한 글입니다.
Relative contents
-
- ? 6월 첫 번째 주 극장 개봉 & 예정작 ?
안녕하세요!
영화/OTT 콘텐츠 큐레이션 웹 매거진 '씨네랩'입니다.
한국에 최초 개봉하는 <트랜스포머: 비스트의 서막> 부터
김태희 X 임지연의 지니 TV 오리지널 드라마 '마당이 있는 집' 까지!
다채로운 이번주 개봉∙공개작들, 지금 바로 만나보시죠!
트랜스포머: 비스트의 서막
Transformers: Rise of the Beasts Little Mermaid
©롯데엔터테인먼트
개요: 액션 | 미국 | 127분
감독: 스티븐 카플 주니어
출연: 안소니 라모스, 도미닉 피시백, 피터 딘클리지, 양자경
개봉: 2023.06.06
배급: 롯데엔터테인먼트
시놉시스
전 우주의 행성을 집어삼키는 절대자, ‘유니크론’의 부하 ‘스커지’는 ‘테러콘’들을 이끌고 지구에 당도한다. 그에 맞서기 위해 지구에 정체를 숨기고 있던 트랜스포머 ‘오토봇’ 군단이 모습을 드러내고 또 다른 트랜스포머 진영인 ‘맥시멀’과 힘을 합친다. 옵티머스 프라임이 이끄는 ‘오토봇’과 옵티머스 프라이멀을 중심으로 한 ‘맥시멀’. 모두의 운명을 건 그들의 압도적 전투가 시작된다!
CINE PICK!
계적인 신드롬을 불러일으킨 <트랜스포머> 시리즈를 기반으로 2023년 한층 진화된 신작으로 오토봇과 맥시멀이 힘을 합쳐 펼치는 거대한 전투를 그린 영화. 신예 감독과 오리지널 제작진이 함께 해 한층 완성도 높은 ‘트랜스포머’만의 볼거리와 재미를 예고한다.
부기맨
The Boogeyman
ⓒ월트디즈니 컴퍼니 코리아
개요: 공포 | 미국 | 98분
감독: 롭 새비지
출연: 소피 대처, 크리스 메시나, 데이빗 다스트말치안
개봉: 2023.06.06
배급: 월트디즈니 컴퍼니 코리아
시놉시스
‘세이디’와 어린 동생 ‘소여’는 갑작스러운 엄마의 사고로 깊은 슬픔에 빠진다. 그러던 어느날, 낯선 남자가 집에 찾아온 뒤부터 어둠 속에서 알 수 없는 존재가 나타나기 시작하는데… 공포의 문이 열린다!
CINE PICK!
미스터리 공포물로 공포 소설의 거장 스티븐 킹의 동명 단편 소설을 원작으로 한다.<호스트: 접속금지>의 롭 새비지 감독이 연출을 맡았고 <콰이어트 플레이스>의 스콧 벡 & 브라이언 우즈와 <블랙 스완>의 마크 헤이만이 각본을, 기묘한 이야기>의 숀 레비와 덴 코헨이 제작에 참여하여 기대감을 높이고 있다.
사냥개들
웹드라마
ⓒ넷플릭스
개요: 액션 | 대한민국
감독: 김주환
출연: 우도환, 이상이, 허준호, 박성웅
공개: 2023.06.09
채널: 넷플릭스
시놉시스
사람 목숨보다 돈이 먼저인 사채업의 세계에 휘말린 두 청년이 거대한 악의 세력에 맞서 목숨 걸고 싸우는 이야기를 그린 넷플릭스 시리즈
CINE PICK!
웹툰 원작으로 '청년경찰', '사자', '멍뭉이' 등 다채로운 소재를 기반으로 청춘의 성장과 버디 콤비를 다뤄온 김주환 감독이 연출을 맡았다. 우도환이 성실함과 배려심으로 똘똘 뭉친 복싱 유망주 건우로, 이상이는 능글맞지만 정이 넘치는 우진으로 분해 신선한 케미와 폭발적인 시너지를 예고한다.
마당이 있는 집
웹드라마
ⓒGenie TV
개요: 미스터리, 스릴러 | 대한민국
제작: 김영규, 김제현, 장소정
연출: 정지현, 허석원
출연: 김태희, 임지연, 김성오, 최재림
공개: 2023.06.19
채널: Genie TV, Genie TV 모바일
시놉시스
뒷마당에서 나는 수상한 냄새로 인해 완전히 다른 삶을 살던 두 여자가 만나 벌어지는 서스펜스 스릴러
CINE PICK!
동명의 베스트셀러 소설을 원작으로 한 드라마로 'WWW'와 '스물다섯 스물하나'를 연출한 정지현 감독의 신작. 김태희, 임지연, 김성오, 최재림 등 탄탄한 배우진이 가세한 서스펜스 스릴러로 더욱 기대를 모으고 있다.
익스트림 페스티벌
Extreme Festival
ⓒ트윈플러스파트너스㈜
개요: 코미디, 드라마 | 대한민국 | 94분
감독: 김홍기
출연: 김재화, 조민재, 박강섭, 장세림
개봉: 2023.06.07
배급: 트윈플러스파트너스㈜
시놉시스
개최 일주일 전 갑자기 정종 문화제에서 연산군 문화제로 바뀐 망진의 지역 축제. 스타트업 대표 ‘혜수’는 축제를 무사히 진행시키기 위해 고군분투한다. 그런데! 무늬만 이사 ‘상민’은 퇴사한 직원 ‘래오’를 알바로 데려오고, 축제 당일 현지에서 뽑은 인턴 ‘은채’는 과하게 열정적이다. 설상가상…! 축제의 막이 오르기 직전 객석은 텅 비고, 초대가수는 펑크 나고, 지역 극단은 보이콧을 선언하는데… 맘대로 되는 게 하나도 없는 이 죽일 놈의 축제 그래도 축제는 계속돼야 한다! 반드시!
CINE PICK!
영화 <익스트림 페스티벌>은 망하기 일보 직전 지역 축제를 무사히 개최하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스타트업 청년들의 이야기를 그린 현실 격공 대환장 코미디 영화.
드라마 [이렇게 된 이상 청와대로 간다]의 공동각본에 참여하여 재기 발랄하면서 긴장감 있는 전개를 선보였던 김홍기 감독의 첫 장편 연출작으로 김재화, 조민재, 박강섭, 장세림이 출연한다.
-
- 그럼에도 불구하고 쟁취해야 할 어떤 사랑
* 이 글은 씨네랩으로부터 초청 받아 참석한 영화 <우리, 둘>의 시사회 관람 후기입니다.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으니, 이에 유의하시기 바랍니다.
우리는 때때로 영화 같은 사랑을 꿈꾼다. 우리의 상상 속에서, 우리는 그 어떤 역경도 딛고 일어나 모두의 축복을 받는 행복한 미래를 그리곤 한다. 마침내 악당의 음모와 박해, 방해를 이겨내고 잘생긴 왕자 혹은 공주와 사랑에 빠져 함께 달콤한 신혼 여행을 떠나는 그 많은 이야기들의 주인공들처럼. 그러나 현실의 사랑은 그렇지 않다. 우리네 사랑은 언제나 행복을 담보하지는 않으며, 우리의 사랑을 방해하는 이들은 완전한 악당이기보다는 그들만의 방식으로 우리를 아끼고 사랑하는 사람일 수도 있다. 그러므로 동화가 아닌 현실을 사는 우리의 사랑은 종종 고달프고, 때때로 행복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은 사랑을 한다. 그것이 주는 찰나의 달콤함 때문이 아니라, 어떤 사랑은 그들의 인생 그 자체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그것은 저항할 수 없는 어떤 운명과도 같다. 이때 사랑은 누군가가 일평생 사로잡혀 있던 족쇄로부터 그를 해방시키며, 폐허 속에서도 그의 삶을 빛낸다. 그러므로 어떤 사랑은 쟁취되어야만 한다. 그 어떤 고난과 역경이 있을지라도.
영화 <우리, 둘>은 이러한 '쟁취되어야만 했던, 그리고 마침내 쟁취된' 어떤 절실한 사랑에 대한 이야기이다.
1. 비밀의 연인
니나와 마도는 오랜 연인이다. 두 사람은 복도 하나를 사이에 둔 이웃 사촌이기도 하다. 니나는 마도를 사랑하기에 베를린에서 프랑스의 어느 작은 도시까지 날아왔다. 마도는 그녀의 전부이고, 니나 역시 마도가 떼려야 뗄 수 없는 소중한 동반자이다. 두 사람은 함께 먹고, 함께 자고, 함께 취미를 하며 시간을 보낸다. 두 사람은 평범한 연인이다. 둘의 관계가 차마 남들에게 알려지지 못한 관계라는 점을 제외하면 말이다.
그들이 레즈비언 커플이기 때문이다.
마도가 커밍아웃하지 않은 까닭은 둘 남은 자식들 때문이다. 그녀는 커밍아웃이 가족을 붕괴시킬 것을 두려워했고, 니나는 그런 그녀를 오랫동안 기다려왔다. 건넛편 집의 문 너머에서.
그런 마도가 두 사람이 처음 만난 로마로 떠나 살자고 제안한 것은 어쩌면 그녀 또한 이 잔잔하고 숨겨진 일상에 변화가 있기를 바랐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로마로 떠나려면 적당한 이유를 설명해야 하는데, 그러려면 필연적으로 니나의 이야기를 꺼내지 않을 수 없다. 즉, 이 오랜 사랑에 대해 고백해야 한다는 뜻이고, 더 이상 숨기며 살지 않겠다는 것을 의미하기도 한다. 그러므로 마도의 '로마 이주 선언'은 니나에게도 중요했다. 사랑하는 연인을 드디어 내 연인이라 밝힐 수 있는 기회니까!
2. 과부의 어떤 성역
그러나 마도는 끝내 자식들에게 니나의 이야기를 꺼내지 못한다. 자식들은 오래 전에 죽은 마도의 남편이 그녀의 마지막 사랑이라고 철썩같이 믿고 있다. 독선적이고 이기적이던, 그리고 사랑한 바 없었던 남편은 죽음을 맞이함으로써 어떤 건드릴 수 없는 성역이 되어 있었고, 그런 까닭에 마도는 자식들이 제멋대로 세운 그 성역을 침범하기를 주저한다. 마도는 남편을 사랑하지 못했던 것과는 별개로 딸와 아들을 사랑했고, 손자를 사랑했으므로. 어떤 사랑을 쟁취하기 위해 다른 사랑을 저버린다는 것은 너무나 무거운 선택이었으므로. 자식들은 '사실 남편이 아니라 니나라는 여인을 사랑했다'는 어머니의 고백을 순순히 받아들이지 않을 터였다.
그리고 마도는 차마 발설되지 못한 고백만을 안은 채 뇌졸중에 걸려 쓰러지고 만다. 그녀의 몸과 혀는 아픈 몸에 묶였고, 더는 자신이 오랫동안 숨겨왔던 사랑에 대해 말하지 못하게 되었다.
3. 몇 피트 너머의 사랑
가까스로 목숨은 부지했지만 몸이 불편해진 마도에게는 딸과 간병인이 간수처럼 붙는다. 비밀의 연인인 니나는 그 주변을 서성인다. 사랑하는 이가 아프다는데, 몇 피트 너머의 문을 그저 바라만 보아야 한다.
니나의 집은 좀처럼 생활의 흔적이 없다. 그가 주로 생활한 곳은 마도의 집이었기 때문이다. 구색 맞추기용이었으므로 그녀의 집은 언제 떠나도 이상하지 않을 것처럼 단촐하다. 그 적막한 집에서, 니나는 작은 외시경 너머로 마도에게 다가갈 기회를 엿본다. 마도의 삶의 전부였던 니나는 이제 철저한 이방인이 되었다. 그 흔한 사랑의 말들도 이제 그녀에게는 너무나 어렵고 귀한 말이 되어버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니나는 마도에게로 전력을 다해 손을 뻗는다. 그를 위해서는 주거 침입, 간병인을 쫒기 위한 음모 따위도 불사한다. 니나가 있어야 할 곳은 마도의 옆이며, 바로 그 곳에 니나의 삶 또한 있기 때문이다.
그러한 사정은 마도도 마찬가지다. 그녀는 불편한 몸에 묶이고 나서 비로소 온몸으로 자신의 사랑을 위해 부딪힌다. 움직이지 않는 다리를 기어코 움직여 니나에게로 향한다. 자식들이 두 사람의 관계를 마침내 알아차리고 그녀를 호스피스에 가두었을 때도, 그 많은 약들이 그녀의 정신을 몽롱하게 할지라도, 그녀는 니나에게로 자꾸만 기울어진다. 사랑의 관성이란 그런것이기 때문이다.
4. 나는 당신과 함께 떠나요.
결국 니나와 마도는 재회한다. 모든 것을 뒤로 한 채 마도의 곁으로 왔던 니나처럼 마도도 그의 자식과 집과 모든 것을 뒤로 하고 마도를 택한다.
비록 자식들은 두 사람의 관계를 반대하고, 모아둔 여행 자금은 도둑맞아 사라지고 없지만, 그 엉망인 폐허 속에서, 두 사람은 샹송에 발맞추어 춤을 춘다.
어쩌면 두 사람의 사랑은 끝내 인정받지 못할지도 모른다. 마도의 몸은 예전처럼 돌아가지 않을지도 모르고, 두 사람의 행복이 언제까지 이어질지 그 무엇도 담보할 수 없다.
그럼에도 두 사람은 재회했고, 사랑을 확인했고, 비로소 그 무엇도 숨기지 않는 사랑을 만끽한다.
마침내 그들의 사랑을, 인생을 쟁취하고 만 것이다. 그 어느 동화 속의 사랑처럼.
이 영화는 아주 현실적이면서도 동화적인 매력이 있다. 우울한 현실을 여과 없이 보여주면서도 틈틈이 재치있는 장면들도 잊지 않고 내보낸다. 영화 속에는 누군가의 인생이 담겨 있고, 그 여느 인생이 그러하듯 기쁨과 환희, 고뇌와 슬픔이 혼재되어 있다.
이 영화를 보며 차마 발설되지 못한 사랑들에 대해 생각해 보았다.
누군가에게는 당연한 사랑이, 다른 어떤 이에게는 그렇지 못하다. 마도처럼 사회적 시선과 가족이라는 족쇄에 사로잡혀 사랑이되 사랑이라 말하지 못하고, 니나처럼 자신이 그의 연인이노라고 말하지 못하고 언제나 그 주변만을 떠도는 삶을 살기도 한다. 사랑에는 국경도 없다는데, 이제는 그들도 마음껏 사랑을 이야기할 때도 되지 않았을까? 그들이 원하는대로 사랑을 부르짖어도 되지 않을까?
이 세상의 모든 이들이 자신의 사랑을 찾기를 바라며, 영화 속의 삽입곡 petula clark의 <chariot>의 링크를 남겨 본다.
나도 내 꿈의 마차를 타고 내가 사랑하는 것을 찾아 이만 떠나 봐야겠다.
https://youtu.be/RK--XOF3OUY
당신이 가고 싶다면
당신은 나와 함께 살 거예요.
환상적인 섬에서
저 위에서당신은 한 세상을 볼 거예요.
저 푸른 하늘에 숨겨진 세상을
당신에게 모든 게 새로울 거예요.
저 대지는 끝이 없을 거예요.
우리에게 행운을 안겨 줄거예요.
저 달은 우리의 미래가 될 거예요.
당신이 날 사랑한다면.
-
- 돌보다, 돌아보다
8월 26일 (목), 바로 어제 '돌보다, 돌아보다'라는 슬로건 아래 제23회 서울국제여성영화제가 그 스물세 번째 여정을 시작하였습니다. 7대 홍보대사로 위촉된 배우 '문가영'이 사회자로 나서며, 핫펠트(예은)의 축하공연과 개막작 <토베 얀손>의 상영으로 그 문을 연 제23회 서울국제여성영화제는 8월 26일(목)부터 9월 1일(수)까지 메가박스 상암월드컵경기장과 문화비축기지에서 7일간 개최되는데요.
코로나 팬데믹 하에서 일상을 잠시 멈추고, 각자의 자리에서 버텨온 사람들의 품으로 느리지만 차근차근 많은 작품들이 돌아오고 있고, 이와 함께 앞으로를 위한 '영화제'들이 열리고 있습니다. 해외에서는 칸 영화제가 2년 만에 다시 개최되었으며, 2021년 7월 열린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를 필두로 국내 많은 영화제 역시 하반기에 온/오프라인 동시 개최될 예정이라고 합니다.
올 하반기! 철저한 방역수칙 아래 개최될 영화제 목록을 지금부터 같이 알아볼까요?
잇츠 CINE PICK!
제23회 서울국제여성영화제
홍보대사 문가영 (출처 : 키이스트) / 제23회 서울국제여성영화제 공식 포스터 / 뮤지션 핫펠트 (출처 : 아메바컬쳐)
일시 : 2021.08.26(목) ~ 2021.09.01(수), 총 7일간
장소 : 메가박스 상암월드컵경기장, 문화비축기지
규모 : 27개국 119편 영화 상영 (장편 74편, 단편 45편) / 온라인 : 66편 (장편 44편, 단편 22편)
슬로건 : '돌보다, 돌아보다 (A Caring Reflection)'
올해 공식 슬로건 ‘돌보다, 돌아보다’는 ‘누군가를 관심 가지고 보살핀다’는 뜻의 ‘돌보다’와 ‘내 주변과 지난 일을 되돌아본다’는 ‘돌아보다’를 나란히 배치해, 팬데믹 상황의 장기화를 잘 버텨온 서로를 응원하고 주변과 일상을 돌아보는 성찰을 통해 단단하게 함께 나아가기를 제안하는 마음을 담았다고 합니다.
23회 서울국제여성영화제는 함께 영화 보기를 통해 영화제가 창출해 온 가치를 안전한 방법으로 이어가면서도, 오프라인 영화제의 제약을 뛰어넘어 온라인으로 영화제의 영역을 확장시켰습니다. 상영작의 절반이 온오프라인으로 동시 상영되고, 프로그램 이벤트는 사전녹화와 라이브 스트리밍으로 전면 무관중, 온라인으로 진행되는데요. “발견”과 “아시아단편”, “아이틴즈” 등 경쟁섹션의 영화와 신작, 고전 영화 등 다양하게 구성된 온라인 상영작 66편 (장편 44편, 단편 22편)은 영화제 전용 온라인 플랫폼 ‘온피프엔ONFIFN’에서 감상할 수 있다고 합니다. 이번 영화제에서 가장 큰 화제가 되고 있는 배두나, 김아중X변영주, 문가영의 스타토크, <고양이를 부탁해> 20주년 스페셜 토크, “안부를 묻다: 여성영화제의 친구들에게”, 감독 대 감독, 쟁점포럼 등의 행사는 온라인으로 생중계 될 예정이며, 스페셜 토크와 해외 감독들의 GV는 사전녹화되어 송출된다고 합니다.
개막작 - <토베 얀손> (Tove)
핀란드, 스웨덴 | 2020 | 100min | Fiction
감독 : 차이다 베리로트 | 출연 : 알마 포이스티, 크리스타 코소넨PROGRAM NOTE : <토베 얀손>은 ‘무민’ 시리즈의 창조자, 퀴어 예술가 토베 얀손의 2차 세계 대전의 막바지 시기부터 10여 년간 삶을 그리고 있다. 관객들이 가장 처음 보게 되는 것은 춤을 추듯 몽환적으로 또는 격렬하게 몸을 움직이는 토베의 모습이다. 그리고 곧 2차 세계 대전 한가운데 방공호에서 무민 캐릭터의 원형을 스케치하는 토베의 모습이 이어진다. 무민 시리즈의 탄생과 성공에 안착하기까지 토베 얀손의 작가적 경력이 영화의 원경이라면, 전경에는 여성 퀴어 예술가 토베 개인이 맺는 개인적 관계들과 그로 인한 불안과 긴장, 자아의 발견과 성장, 자유와 독립에 대한 갈망, 그리고 이 모든 것을 통과하며 발산되는 토베의 에너지와 얼굴 표정이 내세워진다. 거의 항상 인물에 가까이 다가가 있으며 시종일관 미세하게 흔들리고 있는 카메라는 이러한 영화적 구조를 뒷받침하며, 아버지와의 갈등, 비비카 반들레르와의 연애, 평생의 파트너 툴리키 피에틸레와의 만남이 어떻게 토베의 작품 세계에 불가분의 영감을 주는지 보여 준다. 린다 바스베리의 16mm 촬영은 투박함과 온화함을 동시에 전달하며, 영화의 엔딩에 삽입된 8mm 푸티지는 영화 내내 토베가 보여 준 자유로운 움직임과 활력, 생동감의 원천을 확인시켜 준다. [황미요조]
제13회 DMZ 국제다큐멘터리영화제
제13회 DMZ 국제다큐멘터리영화제 공식 포스터
일시 : 2021.09.09(목) ~ 2021.09.16(목), 총 8일간
장소 : 메가박스 백석, 고양아람누리
규모 : 39개국 126여편 영화 상영
비전 : 평화, 소통, 생명의 가치를 구현하는 아시아 대표 다큐멘터리 영화제로 도약이번 영화제의 메인 포스터로 선정된 사진은 노순택 작가의 작품 '백기완의 주먹'입니다. 올 2월 타계한 사회운동가 백기완 선생의 불끈 쥔 주먹을 담은 사진으로, 약자와 소수자가 있는 곳에서 함께 투쟁하고 활동한 백기완 선생의 모습처럼 DMZ국제다큐멘터리영화제 역시 관객, 영화인과 함께하며 다큐멘터리를 통해 우리 사회를 진실하게 비춰갈 것을 다짐하는 의미에서 이 사진을 선정했다고 합니다.
영화제 집행위원장은 코로나로 인하여 전세계가 어려운 시기임에도 DMZ국제다큐멘터리영화제가 변함없이 수행해야 할 역할이 있다고 믿으며, 코로나로 위축된 제작환경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좋은 다큐멘터리 영화는 전 세계에서 만들어지고 있기에, 영화제 역시 '좋은 작품을 관객들에게 소개한다'는 영화제 본연의 역할을 이어가려 한다고 전했습니다. 영화제의 근간이라 할 수 있는 오프라인 극장 상영은 이어가되, 이와 함께 자체 개발한 스트리밍 서비스 VoDA(보다)를 통해 온라인 상영을 병행해 관객들이 영화제를 편하게 즐길 수 있도록 구성하였다고 하는데요. 영화제는 앞으로도 관객과 다큐멘터리 창작자의 만남을 중단 없이 이어갈 수 있도록 도울 것이라 전했습니다.개막작 - <수프와 이데올로기> (Soup and Ideology)
일본, 한국 | 2021 | 118min | Documentary
감독 : 양영희 (YANG Yong-hi)
SYNOPSIS : 2009년 아버지가 돌아가시자, 일본에 남은 것은 어머니와 딸 뿐이었다. 혼자 사는 노모가 걱정된 딸은 매달 도쿄에서 오사카의 본가를 찾아가기 시작한다. 그러한 딸에게 어머니는, 문득 당신이 제주 4.3의 체험자라는 말을 꺼낸다. 아무에게도 말하지 않은 채 가슴 속 깊은 곳에 묻어둔 기억이 다시 숨을 쉬기 시작한다. 절대로 남에게 말하지 말라고 당부하면서 어머니는 자신이 제주 4.3에 어떻게 관련되었는지 구체적으로 이야기하기 시작하는데···.
제17회 인디애니페스트
일시 : 2021.09.09(목) ~ 2021.09.14(화), 총 6일간
장소 : CGV 명동역 씨네라이브러리, 인사아트센터
온라인 상영 : 2021.09.10(금) 10:00 ~ 2021.09.24(금) 17:00 [Vimeo]
슬로건 : 人비트人1. (형용사) 개재하는, 중간의
2. (애니메이션 용어) 키프레임 사이에 들어가는 프레임
3. (영화제 슬로건) 또 한번 보고 듣고 말하는 우리들의 사이를 이어 주는, 인디애니페스트!
2005년부터 매년 주목할 만한 해외 애니메이션을 소개하고, 국내외 애니메이션계의 긴밀한 네트워킹을 이어오며 매년 전 세계의 독창적인 애니메이션을 국내 관객들에게 소개해온 '인디애니페스트'는 국내 유일의 독립애니메이션 전문 영화제에서 세계 유일의 아시아 애니메이션 영화제로 자리매김한 영화제입니다. 인디애니페스트는 지난해 여타 영화제들이 코로나19 이슈로 인해 온라인 개최 등의 형식 변경과 축소 개최로 행사를 치른데 반해 기존 오프라인 개최 방식을 고수하며 성황리 영화제를 마무리해 크게 주목받은 바 있는데요. 영화제는 사람과 사람의 사이를 이어주는 소통의 공간으로서의 역할을 다시 한번 상기하며 12년째 이어온 국제 협업 프로젝트 '릴레이 애니메이션' 등을 상영한다고 합니다.
개막작 - <죽이고 떠나라> (Kill It and Leave This Town)
폴란드 | 2020 | 88min | Animation
감독 : 마리우스 발친스키 (Mariusz Wilczynski)
PROGRAM NOTE : 마리우스 빌친스키 감독은 다양한 형태의 상실과 절망을 겪는 주인공들의 정신적으로의 불안한 여정을 과거와 현재의 틈새를 가로지르며 기괴하고 그로테스크하며 종종 외설적인 묘사로 가득 채워 놓는다. 작품의 스타일은 우리에게 익숙한 선형적 서사의 문법에서 벗어나 완전히 다른 결로 다가온다. 절제된 흑백의 선과 거친 얼룩의 색채가 스며든 우울한 판타지는 파편화된 몽상들과 뒤엉켜 낯선 거리감까지 드러낸다. 그러니 굳이 해석하려 애쓰지 말고 감독이 미처 전하지 못해 나지막이 읊조리는 독백에 감각을 기울이며 잠시나마 감정의 전이를 느껴보는 것은 어떨까 한다. [추혜진]
다양한 방식으로 각자의 자리에서 관객을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는 영화 그리고 영화제와 함께
오늘도 영화로운 하루 보내시길 바랍니다.
씨네랩 에디터 Cammie
-
- [DMZ DOCS] 죽음과 퀴어의 정치
제14회 DMZ국제다큐멘터리영화제 포스터
죽음의 무도(Danse Macabre)
Thailand, Germany/2021/89min/툰스카 빤시티보라꿀, 파사라윈 꿀솜분 감독 작품
영화는 태국의 왕실과 군부, 이름 없는 시민들을 번갈아 비춘다. 뉴스, 동영상 등 여러 푸티지로 이어지는 둘 사이에는 커다란 권력 격차가 있다. 왕과 왕실, 번갈아 집권하는 군부에게는 이름과 서사가 있다. 하지만 국가 권력에 의해 미스터리한 죽음을 맞은 시민들은 죽음의 이미지로만 나열된다. 권력의 중심에서 수많은 정치적 사건이 벌어지는 동안 ‘변방’의 존재들은 피와 뼈, 사체로만 자신을 증언하는 것이다.
영화가 끝난 후 진행된 GV에서 감독은 외국인들이 생각하는 태국의 이미지, 태국인이 원하는 국가의 이미지가 ‘아름다운 자연과 문화유산을 가진 나라’로 포개진다며 비판했다. ‘아름다운 태국’에는 죽은 자들의 자리가 없기 때문이다. 〈죽음의 무도〉는 바로 그 ‘아름다운 장소’ 곳곳에서 수많은 사람이 해명되지 못한 죽음을 맞이했다는 사실을 태국의 역사와 지도에 기입하기 위한 시도다.
영화가 퀴어 이미지를 활용하는 방식이 인상적이다. 영화에는 시위에서 공연할 에로틱한 춤을 연습하는 두 남성 댄서, 누군가를 유혹하는 게이 남성의 성애적 몸짓, 여러 ‘아름다운 자연’을 배경으로 한 두 남성의 섹스 장면 등이 문득문득 등장한다.
태국에는 왕실과 국왕을 모욕하는 자를 처벌하는 법이 있고, 군부를 비판하는 목소리는 폭력으로 억압당한다. 에로틱하게 나열되는 남성 퀴어 이미지가 국가 권력이 시민에게 강제하는 ‘도덕’을 거스르는 저항의 이미지가 되는 것은 이런 맥락에서다. 퀴어는 존재 자체로 ‘건전한’ 시민의 도덕, 즉 인구 재생산의 ‘의무’를 위반하기 때문이다.
위반은 애도로 이어진다. 인구를 재생산하지 ‘못하는’ 남성 퀴어들이 펼치는 에로틱한 몸짓은 국가에 생명을 빼앗긴 자들의 죽음에 새로운 의미를 부여한다. ‘생명과는 관계없는’ 성애적 행위가 국가 폭력으로 잔혹하게 살해당한 자들의 이미지와 포개져 그들의 죽음이 저항의 무대가 될 수 있음을 증언한다는 점에서 말이다.
이유 없는 죽음은 없다. 모든 억울한 죽음은 애도되어야 한다. 국가의 도덕을 거스르는 몸짓, 즉 퀴어적 몸짓은 이를 위한 최선의 수단이 된다. 수많은 희생자의 죽음과 퀴어한 몸짓의 이질적 포개짐이 태국의 더 나은 미래를 여는 새로운 정치적 상상력의 장소, ‘아름다운 태국’의 이미지에 균열을 내는 정치적 가능성의 장소로 표상되기를 바란다.
*이 글은 영화 전문 웹진 〈씨네랩〉에 초청 받아 제14회 DMZ국제다큐멘터리영화제에 기자단으로 참석한 후 작성한 글입니다. 영화제는 9월 29일까지 이어지며 상영작은 온오프라인으로 감상할 수 있습니다.
-
- 북미 박스오피스를 부활시킨 영화
전 세계 박스오피스를 주도하는 ‘북미’ 박스오피스 시장이 돌아왔습니다. 덕분에 할리우드 주요 영화 스튜디오들이 안도의 한숨을 내쉬고 있다고 하는데요! 미국의 현충일, ‘메모리얼 데이’는 북미 주요 국경일로써, 가장 큰 수익을 내는 공휴일 중 하나로, 이번 연휴를 노리고 개봉한 두 편의 블록버스터 영화로 인하여 극장이 오랜만에 매우 활기찬 모습을 보였다고 합니다.
본 기록이 북미를 비롯한 전세계 박스오피스 시장에서 시사하는 바가 큰 이유는, 이번 박스오피스 수익이 팬데믹 이전의 박스 수익과 큰 차이가 없기 때문입니다. <콰이어트 플레이스 2>의 전편인 <콰이어트 플레이스>는 2018년 4월 개봉 당시 5020만 달러의 오프닝 스코어를 기록하였는데요. 이는 제작비 1700만 달러의 알려지지 않은 영화의 예측하지 못한 흥행이었기에, 제작사는 곧바로 속편 제작에 착수하였고, 전편보다 훨씬 큰 제작비인 6100만 달러를 투자하여 2편을 제작할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이에 상응하는 극장 매출을 개봉 일주일 만에 벌어들인 것이죠.
<콰이어트 플레이스 2>와 같은 날 개봉한 디즈니의 <크루엘라>의 경우, 북미에서는 자사 OTT 플랫폼인 디즈니+와 동시 개봉을 택했는데요. 디즈니+에서 극장 티켓가보다 비싼 30달러에 대여되고 있는 <크루엘라>는 OTT와 극장으로 관객이 양분된 상황 속에서, 오프닝 스코어 2130만 달러 (약 237억 원)을 기록하며 분전하였습니다.
현재, 약 75%의 극장이 가동되고 있는 북미 시장은 극장 좌석 수가 제한된 상황 속에서도 힘겹게 극장을 지켜가고 있습니다. 한 미디어 분석가에 의하면 “본 연휴를 맞아 개봉한 두 편의 영화 (“콰이어트 플레이스 2”, “크루엘라”)는 관객들의 대작에 대한 꺼지지 않은 관심을 다시 한 번 알아볼 수 있는 계기였다”고 하는데요. 국내에서도 <분노의 질주: 더 얼티메이트>가 개봉 2주 만에 관객 수 200만에 육박하는 기록을 써가고 있는 걸 보면, 개봉이 연기되고 있는 블록버스터에 대한 사람들의 기대감이 느껴지는 것 같습니다.이 기세를 몰아 <컨저링 3: 악마가 시켰다> (6.4 북미 개봉), <인 더 하이츠> (6,11 북미 개봉), <히트맨의 보디가드 2> (6.16 북미 개봉), <분노의 질주: 더 얼티메이트> (6.25 북미 개봉) 등 매주 각 영화사의 텐트폴 영화들이 줄지어 개봉될 예정인데요.
북미뿐 아니라, 전 세계 박스오피스가 가장 활발한 ‘여름’ 시장이 올해는 정말 ‘활발’할 수 있길 바라며,
오늘 하루도 영화로운 하루 보내시길 바랍니다.
씨네랩 에디터 Cammie
-
- 안개 속에서 찾은 인간의 본성에 대해
인스타그램을 뒤적이다가 영화 관련한 피드에서 영화 <미스트>의 결말이 최악의 반전이라며 평 남긴 것을 보고 궁금해서 보기 시작한 영화 <미스트>. 그런데 정말 결말은 최악이었다. 하지만 한 번쯤은 봐야할 작품이었다. 영화 자체를 못만들었다는 것이 아니라 최악이라는 결말이 칭찬인 그런 영화였다.
영화 <미스트> 시놉시스
당신이 알던 세상은 안개 속으로 사라진다
평화로운 호숫가 마을 롱레이크, 어느 날 강력한 비바람이 몰아친 뒤, 기이한 안개가 몰려온다. 데이빗은 태풍으로 쓰러진 집을 수리하기 위해 읍내 그의 어린 아들 빌리와 옆집 변호사 노튼과 함께 다운타운의 마트로 향한다. 하지만 데이빗은 무언가 이상한 느낌을 떨쳐버릴 수 없었다.
마켓에서 물건을 고르는 도중 동네 노인이 피를 흘리면서 “안개 속에 무언가가 있다!!” 뛰쳐 들어왔다. 마트 밖은 이미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정체 불명의 안개로 뒤덮혔고, 정체불명 거대한 괴생물체의 공격을 받는다. 마트 안에는 주민들과 데이빗, 그의 아들 빌리가 고립되었고, 지금 밖으로 나간다면 모두 죽는다는 미친 예언자가 그곳을 더욱 절망스럽게 만든다. 몇 시간 뒤 그들은 믿을 수 없는 괴물들의 등장으로 목숨의 위협을 받고, 살기 위해 살아 남기 위해 싸우기로 결심한다. 과연 그들 앞에 펼쳐진 것들은 인류의 재앙일까? 그곳에서 그들은 살아나갈 수 있을까?* 해당 내용은 네이버영화를 참고했습니다.
이 이후로는 영화 <미스트>에 대한 스포일러가 존재합니다.
괴물이 어떻게 왔는지는 중요하지 않다
사실 웬만한 SF영화를 보다보면 그 괴생명체 혹은 문제의 원인이 어떻게 발생했고 이를 어떻게 해결해나가는지 명확한 설명이 되지 않으면 도대체 이게 뭐지? 하는 감정이 든다. 하지만 이 작품은 그렇지 않았다. 영화 <미스트> 속에서는 이 안개의 원인과 괴생명체에 대한 출현의 이유는 군인을 통해서 짧게 설명된다. 하지만 그 해결과정에 대해서는 크게 설명해주지 않는다.
그럼에도 크게 의문을 품지 않았던 점은 이 작품이 전하고자 하는 인간 존재에 대한 의미를 굉장히 잘 풀어냈기 때문이다. 이 작품이 SF적 요소를 활용하고는 있지만 주제 자체가 SF의 미래를 다루는 것이 아니라 위기 상황과 혼란한 시대 속에서 인간은 어떻게 행동하는가?에 대해서 다룬 내용이다보니 SF적 요소에 대한 마무리가 제대로 되지 않았다고 하더라도 영화의 몰입에 전혀 방해가 되는 않았다. 여기서 깨달은 점은 주제를 확실히 전달하고 그 메인 테마를 밀도감있게 풀어내는 것이 관객에게 얼마나 중요한지 알 수 있었다.
예측가능한 종교에 매달리는 사람들
종교를 믿지 않는 나로써는 영화 중반부터 시작된 하느님에 대한 맹신과 예언에 몰두하기가 힘들었다. 그리고 상당히 불편했다. 그럼에도 영화를 끝까지 볼 수 있었던 이유는 그 설득의 과정이 굉장히 일리가 있었기 때문이다. 그저 미친 여성의 헛소리에 불과했던 말들이 그저 사이비라고 생각했던 말들이 의도치 않 하나 둘씩 맞아 떨어지면서 가망이 없어 보이는 미래에 여자의 말대로 벌어지는 현재 속에서 그녀의 말을 믿을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그래서 세상이 혼란하거나 개인이 너무나도 힘들 때 도대체 왜 종교에 귀의를 하는 것일까 궁금했었는데 영화 <미스트>에서 조금 그 의문이 해결됐던 것 같다. 사람들은 불확실성을 좋아하지 않는다. 대부분 예측 가능한 범주 내에서 변주가 들어가는 것을 선호한다. 하지만 전혀 예측할 수 없는 당장의 현실 속에서 종교와 같은 교리는 나름의 예측가능성을 선산한다. 교리에 따르면, 성경에 따르면 현재우리는 어느 위치에 있고 다음은 이럴 것이다 라는 해석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사람들의 예측가능성에 대한 선호를 바탕으로 위기 상황에서 종교에 귀의하는 경우가 많아진다는 것을 굉장히 잘 표현한 작품이었다고 생각한다. 종교를 믿지 않는 저를 이렇게 설득할 수 있을 정도면 말이다.
한치 앞도 모르는 인생에 대하여
영화 <미스트>를 최악의 결말과 반전이라고 평하는 이유는 막판 5분에 다 담겨있다. 종교에 다 홀려버린 사람들과는 분리를 선언하며 데이빗은 아들과 일부 사람들과 함께 자동차를 타고 최대한 갈 수 있는 곳까지 안개와 괴물을 피해 달려간다. 하지만 안개는 끝도 없이 이어지고 ㅚ물을 어디서 나올지 모른다는 공포 속에서 계속 앞으로 향해 달려나가던 차는 결국 연료가 모자라 멈추고 만다. 뒤에서는 괴물이 오는 소리가 들려오는 것 같고 이제는 선택의 여지가 없다. 괴물에 잡아 먹히거나 현재 가지고 있는 총으로 자살을 하는 방법 밖에 없다. 괴물에 잡아 먹히거나 현재 가지고 있는 총을 자살을 하는 방법박에 없다. 하지만 차에 탄 인원은 5명, 탄환은 4개. 데이빗은 결국 사람들을 모두 죽이고 자신은 괴물에 잡아먹히는 것을 선택한다.
그렇게 괴물에게 소리를 지르며 발악하는 순간 데이빗의 눈에 목격된 것은 서서히 걷혀가는 안개와 상황을 정리하러 온 군부대였다. 조금만 기다렸다면 모두가 살 수 있었지만 극심한 공포와 미래는 이제 없다는 낙심은 죽음만이 방법이라는 결정을 내리게 만들었다. 이렇게 허탈하고 허망한 반전을 보면서 인간은 정말 한 치 앞을 보지못한다는 사실과 극도의 두려움과 공포 속에서는 미래를 낙담하며 안좋은 선택을 하게 된다는 인간 본연의 모습을 굉장히 잘 풀어낸 비극적인 작품이었다고 생각한다.
영화 <미스트>는 보는 내내 종교와 인간 본성에 대해 굉장히 철학적인 생각을 할 수 있었던 시간이었다.
-
-
-
- 넷플릭스 <멜로무비> 티저 예고편
사랑도 하고 싶고 꿈도 이루고 싶은 청춘들이 서로를 발견하고 영감이 되어주며 각자의 트라우마를 이겨내는 영화같은 시간을 그린 로맨스 시리즈 넷플릭스 시리즈 《멜로무비》 2월 14일, 오직 넷플릭스에서!
-
- 티빙 <유미의 세포들 시즌2> 티저 예고편
많이 기다렸어?! 그럴 줄 알고 준비했지! 시즌2 티저야!!! (우와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