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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wr2023-06-30 23:29:48

[BIFAN 데일리] 책 한 권이 촉발한 사회적 패닉

영화 〈사탄의 부름〉

 

사탄의 부름(Satan Wants You) 

메리 고 라운드 부문

숀 홀러, 스티브 J. 아담스 감독

Canada/2023/90min     

 

*영화의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1980년. 미국에서 《미셸은 기억한다(Michelle Remembers)》라는 책이 출간되었다. 내용은 충격적이었다. 미셸이라는 이름의 여성이 어린 시절사탄 숭배자들에게서 14개월간 학대되었다는 게 요지였다. 동물을 잔인하게 도살하는 장면을 강제로 목격하게 하고, 죽은 태아를 숭배 의식에 활용하는 등 미셸의 폭로는 끔찍한 내용으로 가득했다. 책은 대단한 반향을 일으켰다. 미셸은 그녀의 상담가이자 책을 함께 쓴 로런스와 투어를 다니며 사람들에게 자신의 기억을 들려줬다. 아버지의 폭력과 방치에 지친 어머니가 사탄 숭배자였고, 미셸을 단체에 넘겼다는 사실은 이 사건에 대한 대중의 관심을 더욱 증폭시켰다.     

 

  그러나 미셸의 폭로와 ‘성공’을 다루던 영화 〈사탄의 부름〉은 이내 방향을 튼다. 주지하다시피, 지금은 누구도 당시 미 전역을 들썩였던 사탄 숭배자를 진지하게 대하지 않는다. 도대체 그사이에 무슨 일이 일어났던 걸까? 사탄 숭배 범죄는 실재했을까? 〈사탄의 부름〉을 따라가 보자.     

 

 

  미셸과 로런스가 화제가 되자 자신도 미셸과 같은 사탄 숭배 피해자라고 주장하는 사람이 줄을 이었다. 심지어 한해 200만 명의 아동이 사탄 숭배자들에게 납치되어 희생된다는 주장까지 나왔다. 사탄 숭배 집단은 그만큼 핫한 이슈였다. 그러자 일부 상담가와 정신 건강 전문가들이 지금이 기회라는 듯 자신이야말로 사탄 숭배 전문가라고 나섰다. 사탄을 판별하는 ‘자격증’까지 생겨났다. 일부 경찰은 ‘주님의 경찰’을 자처하며 사탄 숭배 범죄를 소탕하겠다고 나서기도 했다. 즉, 사탄 숭배 퇴치는 거대한 시장, 문화적 현상이 되어 공권력이 작동하는 방식에도 영향을 끼쳤다. 요컨대 미셸과 로런스의 ‘사탄 공포’ 장사는 ‘대박’을 쳤다.     

 

  사탄 몰이는 무고한 피해자를 양산하기도 했다. 사람들은 사탄 숭배 가해자로 지목된 사람을 별 의심 없이 낙인찍었고, 사법체계 역시 이들을 재빠르게 처벌했다. 아동 학대 사건의 두터운 사회적 맥락은 소거된 채 모든 것이 사탄 숭배자 탓으로만 단순화됐다. 사탄 숭배자들의 범죄 증언에 조금이라도 비판적 시각을 보이는 사람은 ‘사탄 숭배자’가 아니냐며 추궁받았다. 사탄 숭배라는 압도적 진실은 그 어떤 의심도 허용하지 않았다.     

  도대체 이 모든 일은 어떻게 가능했을까? 영화는 《미셸은 기억한다》 신드롬이 환자의 취약성과 상담사의 야심이 결탁한 결과, 그리고 이를 선정적으로 소비한 사회의 합작품이라고 말한다. 로런스는 그저 그런 평범한 의사로만 남을 수는 없다고 고민하던 찰나 영화 〈악몽(Sybil)〉을 봤다. 어릴 적 끔찍한 학대의 경험으로 악몽을 꾸는 인물이 주인공인 영화였다. 그러던 중 정신적 문제로 고통을 겪은 미셸을 소개받는다. 로런스의 머리가 번득인다. 로런스는 미셸의 고통과 자신의 야심을 교묘히 결탁해나간다. 미셸의 고통에 자신의 상상력을 덧씌워 이를 ‘사실’로 만들고자 한 것이다.     

 

 

  미셸 역시 여기에 적극 동참한다. 정신적, 심리적 문제를 가진 환자에게는 의사의 관심과 흥미가 보상이다. 자신의 아픔을 인정받고 공감받고 싶은 환자는 의사들이 유도하는 방식으로 자신의 기억을 왜곡할 수 있다. 둘 사이의 로맨스는 이 현상을 더 가속화했다. 이렇게 로런스와 미셸은 각각 유명해지고 싶다는 욕망과 누군가에게 사랑받고 싶다는 욕망을 교환해 시대를 풍미한 스캔들의 계기를 마련했다. 여기까지가 막대한 사회적 비용을 초래한 사건의 전모다.     

 

  〈사탄의 부름〉은 1980년대 미국에서 있었던 일을 다룬다. 하지만 권한, 영향력, 돈을 갈망하는 사회적 관심 끌기의 문제는 당시 미국의 일만이 아니다. 《미셸은 기억한다》 유의 스캔들은 지금까지도 다른 형태로 수없이 반복되어왔다. 무엇보다 이 영화는 사람들의 감정이 어떻게 뭉치고 흩어지는지, 그 감정의 흐름이 기존의 권력 구조와 만났을 때 어떤 파괴적 효과를 자아내는지에 관한 흥미로운 통찰로 가득하다. 가톨릭교회는 이 사건을 사람들이 더는 신을 믿지 않는 시대에 경종을 울리는 계기로 활용하고자 했고, 언론은 그저 신이 나서 ‘사탄 숭배’ 보도를 이어갔으며, 공권력과 사법 체계는 극도로 무능하기만 했다. 사탄 숭배 비난이 보수적 도덕의 강화로 이어졌음을 짐작하기는 어렵지 않다. 단순히 과거의 흥밋거리를 다루는 것을 넘어 감정의 사회, 문화, 정치적 효과를 고민하게끔 하는 영화다.

 

 

*영화 전문 웹진 〈씨네랩〉을 통해 기자로 초청받아 작성한 글입니다.

*제27회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는 6월 29일부터 7월 9일까지 온오프라인에서 진행됩니다.

작성자 . rewr

출처 . https://brunch.co.kr/@cyomsc1/290/writ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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