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무래도 입시보다는 귀신이랑 싸우는 게 낫다.
<아메바 소녀들과 학교 괴담: 개교기념일> 영화 리뷰
통통 튀는 소녀들의 괴담 맞짱
영화감독이 꿈인 지연과 친구들이 이 영화의 주인공이다. 꿈을 가진 당찬 소녀들이지만 성적은 … 글쎄다. 성적이 뭐가 중요하냐 싶지만서도 고3인 그들에게 성적은 꽤 중요한 요소이다. 성적은 일단 두고, 앞으로의 진학을 위해 준비하던 중 지연은 우연히 방송반 캐비닛에서 1998년에 촬영된 비디오테이프를 보게 된다.
다음 내용부터는 영화의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비디오테이프에 찍힌 것은 심령 숨바꼭질. 선배들이 찍은 것 같은 영상에는 공포영화 클리셰처럼 무언가 찝찝한 느낌을 준다…. 했더니 지연에게 귀신이 붙어버렸다. 지연은 이를 애써 무시하지만, 결국 친구들에게 말하게 된다. 친구들도 함께 기이한 현상을 겪게 된다. 이 해결법은 개교 기념일, 귀신과 숨바꼭질해서 이기는 것! 테이프의 주인공인 선배의 말을 들어보니 숨바꼭질 승리 시 무려 수능 만점이 주어진단다. 그럼 피할 수 없고, 피할 이유도 없다. 소녀들은 학교 괴담과 맞짱뜨러 간다.
작정한 B급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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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영화는 장담컨대 무섭지 않다. 이 영화만큼 깔깔 웃은 공포 영화는 없을 것이다. 아주 깨알같이 틈틈이 웃기다. 최근 본 B급 영화 중에서 최고급의 영화이다. B급 영화를 잘 만들기는 참 어렵다고 생각한다. B급을 만들려다 그냥 BABO급이 되어버리는 경우가 다분하다. 이 영화는 작정하고 B급을 만들어서 성공한 영화이기에 소중한 것 같다. 이런 영화를 좋아하는 입장에서 누군가 “재밌는 여름 영화 없어요?” 하면 무조건 이 영화를 추천해 주고 있다.
자꾸만 공포영화의 분위기를 부숴버리고, 현실 분위기가 나올 때마다 빵 터졌다. 장르의 법칙을 철저히 지키다가도 휙 돌아서 가버린다. 이런 모습이 통통 튀는 매력으로, 아주 귀엽게 느껴진다. 매력적인 인물들이 만들어내는 분위기가 좋다. 특히 영화감독을 꿈꾸는 지연이 중간중간 공포영화 클리셰라며 어떤 벽을 뚫고 말할 때마다 너무 재밌었다. 지연뿐만 아니라 유튜버 은별이도 웃기다. 귀신 숨바꼭질하는 순간에 영상 촬영이라니, 그것도 브이로거 말투로, 이것은 어쩌면 엄청난 유튜버의 재능일지도 모른다. 사실 등장인물 중에 안 웃긴 사람이 없다. 귀신도 웃기다.
활기찬 에너지 가득
푸른 하늘, 하복을 입은 학생들, 수채화 같은 색감… 그런 청춘 영화에서 느껴지는 에너지보다도 어쩌면 여기가 리얼 학생의 청춘 에너지가 더욱 가득하다. 정말 고등학생 시절 있을 법한 친구들, 공감되는 말들이 리얼한 청춘 에너지를 끌어올려 준다. 영화를 보는 내내 시험 끝나고 교실 티비로 영화 보는 기분이었다.
일본이나 대만의 학생 청춘 영화를 좋아하는데, 보다 보면 좋다가도 먼 이야기 같아서 묘하다. 한 발짝 떨어진 채 보는 기분이 든다. 이 영화는 한 두 발자국 걸어 들어가서 보는 기분이다. 입시가 호러인 고등학교 시절, 귀신과 맞짱 뜨는 웃긴 학생들이라니! 완전 심적 거리가 가깝다.
소소하지만 최고의 디테일
지연과 친구들은 고3이라서 숨바꼭질의 보상이 도움이 되지만, 고2인 후배는 도움이 안 된다는 설정이다. 결말에서 지연과 친구들만의 이야기로 끝나나 했는데, 꼼꼼하고 아주 웃기게도 후배의 이야기까지 챙겨줬다. 정말 영화 끝까지 웃었던 것 같다. 이런 설정까지 신경 쓴 점이 알찬 영화로 만들어 준 것 같다.
디테일하게 잘 챙긴 영화라 그런지 캐스팅도 정말 잘했다고 생각한다. 반가운 얼굴도, 새로운 얼굴도 있었다. 다 각자의 캐릭터에 찰떡같이 어울렸다. 정말로 그 얼굴로, 그런 성격으로 존재할 것 같다.
그리고 이 영화 특별 출연에 정말 익숙한 배우가 많이 나온다. 담임 선생님 전소민 배우님, 과학쌤 고규필 배우님 등 보다가 “어!”하고 놀라게 된다. 특출로 나오는 배우들도 정말 자연스럽고 찰떡같이 어울려서 캐스팅에 박수치게 된다.
또, 또, 또 하자
앞으로도 이런 영화가 많이 만들어졌으면 좋겠다. 작정하고 웃기게 만든, 잘 만든 B급 영화가 너무도 필요하다. 최근, 이 영화가 다시 SNS에서 퍼지면서 주위에 보는 사람이 많아졌다. 더, 더 퍼져서 또 이런 영화가 만들어졌으면 좋겠다. 본 지 오래되었지만, 화제가 되는 지금 글이 하나라도 더 올라오면 도움이 될까봐 이렇게 리뷰 글도 쓰게 되었다. 그만큼 진심으로 애정하는 영화이다.
한 줄 코멘트
취향 저격! 이런 영화 매년 개교 기념일마다 하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