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2025-04-08 19:28:02
세상 참 좁다, 그치?
넷플릭스 [악연] 리뷰
이 글은 넷플릭스 [악연]의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사진 출처:서울 경제
물론 원작을 감상하지 않았기 때문에 단언할 수는 없지만. 넷플릭스로 무대를 옮긴 작품 [악연]의 레퍼런스가 정확히 어디서 왔는지는 단박에 추측이 가능하다. 바로 영화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짐승들]과 [PM11:14].
6부작이긴 하지만 한 사건을 중심으로 등장인물들의 입장을 듣다 보면 그다지 지루하지도, 답답하지도 않게 다음 편으로 가는 문턱을 넘어갈 수 있다. 매 편마다 알고 싶지 않았던 사실들이 밝혀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시리즈의 중앙에 턱 하고 자리 잡아서 '풀어낼 방법이 있기나 할까?'라는 생각마저 품게 하는 비밀의 매듭은 여전히 풀어질 생각조차 없다. 그 덕분에 시리즈의 말미로 갈 때까지도 작품을 감상하는 데 있어 긴장감을 놓지 않게 해주는 장점이 되어, 힐끔힐끔 핸드폰을 들여다보는 월급 루팡이 될 수 있게 해 준다(?)
한 번에 동시간대, 혹은 동 시점의 이야기를 볼 수 없기 때문에. 메인 사건과 인물들이 너무 떨어져 있다는 생각이 문득 들기도 하지만. 이 작품이 묘사하는 악연이 한 번에 사고처럼 쾅하고 생긴 것이 아닌, 아주 조금씩 삐걱이며 잘못되다 보니 이지경이 되었다. 의 표본이기에, 실 한가닥에서 다른 실 가닥으로 넘어가며 꼬인 부분을 들여다보는 충격도 찬찬히 들여다본 시간만큼이나 매우 커진다.
사진출처:KBS스타 연예
매듭을 꼬아놓은 솜씨도 칭찬하지 않을 수 없다.
보통의 작품들에서 이 끊으래야 끊을 수 없을 것처럼 보이는 악연의 계기에 덩그러니 돈만 존재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 작품은 한국인들에게는 너무도 친숙하면서도 한 번쯤은 뒤통수를 맞아봤을 법한 학연, 지연, 혈연을 섞어 사건을 헝클어댄다.
궁지에 몰린 사람들이 유일하게 기댈 곳이면서 천연덕스럽게 배신하기도 가장 쉬운 관계 안에서 사건이 진행되는 덕에, 이 골치 아픈 매듭은 그 세계 안에서 고여버릴 대로 고이게 되고. 금세 쿰쿰한 냄새를 풍기며 썩어가기 시작한다.
분명히 그 시궁창에서 나오거나 끝낼 기회가 존재했던 인물들도 있었다. 그러나 대다수의 인물들은 그 세계가 풍기는 들큼한 썩은 내에 취해 그곳에 머물기를 주저하지 않는다. 이로 인해 그들의 악연은 더 확실하게 얽히기 시작하고. 결국 두 손 두 발 다 들 수밖에 없는 고르디우스의 매듭(참고 1)이 되어 모든 악연의 실이 된 인물들에게 턱 하니 다가온다.
사진 출처:엘르
고르디우스의 매듭이 생각 나서였을까. 등장인물들의 최후가 마음에 들었던 이유도 여기에 있다는 말을 하지 않을 수 없다. 고르디우스의 매듭은 알렉산더 대왕의 칼질 한 번에 난제에서 해답이 있는 문제로 탈바꿈했다. 엉킴을 구성하고 있다고 말해도 위화감이 없을 거의 모든 인물들은 달콤하지도 않고, 그렇다고 자신들이 원하는 쾌락이나 선물의 기쁨을 누리지도 못한 채 최후를 맞이했다. 이 문제의 끝을 보기 위해 잘려나간 실타래에 불과한 인물들을 보며. 이토록 덤덤하면서도 고개를 끄덕이게 하는 최후는 없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나 정말로 문제가 끝났는가?라는 물음에는 여전히 답을 내릴 수 없다는 생각이 크다. 그 이유는 아이러니하게도 이 극을 통틀어 남은 사람인 주연(신민아)과 정민(김남길) 때문이다.
처음 정민을 보았을 때는 이 극의 입장에서는 소모품에 가깝다는 느낌이 들었다. 앞서 언급한 두 레퍼런스와 이 작품의 유사성을 눈치채자마자. 그의 "쓸모"가 훤히 보였고 아니나 다를까 그 예상의 끝에서 정민은 메스질을 하고 있었으니까.
사진출처:구글
그러나 주연의 옆에 그가 남아 있는 것을 보면서 나는 얼굴이 일그러지는 것을 참을 수 없었다. 주연은 유일하게 다른 인물들이 나오기 싫어했던 그 진흙탕 같은 세상 속에서 악착같이 기어 나와, 극의 마지막이 되어서야 평온에 가장 다가간 인물이기 때문이다. 이제야 모든 것을 몰아내듯 마지막 한숨을 뱉어내는 그녀의 발꿈치의 한 자락에 정민이라는 실 한 가닥이 걸려 있는 것을 보는 것이 괴로웠다. 그러나 그녀 또한 다른 인물들과 다르지 않은 실수를 했기 때문에 여전히 그 악연에 매여있음을 알 수 있었다.
낱낱이 밝혀지는 진실로 인해 속절없이 잘리는 인물들 속에서. 주연은 오롯이 그 진실을 받아들일 수 있는 마지막 기회를 스스로 거부했다. 유일하게 타인의 잘못으로 인해 악연에 얽힌 그녀가 자신의 선택으로 인해 악연을 다시 만들어내는 모습을 보며 나도 모르게 혀를 끌끌 찼다. 또다시 이 매듭을 풀려면 그녀는 과연 얼마나 더 긴 자신의 인생을 바쳐야 할지. 알 수 없는 일이었다.
알렉산더는 고르디우스의 매듭을 칼로 잘라내며 문제를 해결했지만, 그 방식은 결국 그의 왕국이 조각조각나는 운명을 피하지 못하게 했다. [악연] 속 주연의 선택 역시 그와 닮아 있다. 그녀는 악연의 고리를 끊기 위해 발버둥쳤지만, 그 과정에서 스스로 또 다른 실타래를 엮어버리는 실수를 범했다. 그녀가 선택한 길은 완전한 해방이 아닌, 새로운 얽힘으로 이어질 가능성을 품고 있었다. 이는 단순히 타인의 잘못에 의한 것이 아니라, 그녀 자신이 내딛은 발걸음에서 비롯된 것이기에 더욱 무겁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주연이 맞이한 겨울이 더 이상 길어지지 않기를 바란다. 그녀가 걸어온 길은 비록 완벽하지 않았지만, 그 진흙탕 속에서 끝내 평온에 가까워지려 했던 노력만큼은 부정할 수 없다. 이 이야기가 악연의 매듭을 완전히 풀어내지는 못했을지라도, 적어도 그 매듭을 직면하고자 했던 그녀의 용기가 작은 희망의 실마리가 되기를 기대해본다.
참고 1
고르디우스의 매듭을 푸는 자가 아시아의 왕이 될 거임!이라고 했는데 알렉산더 대왕이 오 내가 할 거임. 하더니 얍 하고 칼을 휘둘러 매듭을 잘라버렸음. 그리고 정말로 제국을 호령했음.
[이 글의 TMI]
1. 탄핵 축하기념모임으로 비건 피자집에서 메뉴 다 박살냄.
2. 넷플릭스 공무원 박해수 최고.
3. 이번주엔 주 6일 운동하기!!
#악연 #넷플릭스 #이일형 #박해수 #신민아 #이희준 #웹툰원작영화 #범죄스릴러 #영화추천 #최신영화 #영화리뷰어 #영화해석 #결말해석 #영화감상평 #개봉영화 #영화보고글쓰기 #Munalogi #브런치작가 #네이버영화인플루언서 #내일은파란안경 #메가박스 #영화꼰대
Relative conten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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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랑에 대한 믿음 - 영화 <더 웨일>
이 영화는 사랑과 구원에 관한 이야기이다
브렌든 프레이저
희망 혹은 사랑의 밝은 느낌은 결코 찾기 어려운 포스터와 트레일러
하지만 영화를 보고 난다면, 우리는 분명
주인공 찰리 역을 연기한 브랜든 프레이저의 말처럼
이 영화가 사랑과 구원에 관한 이야기임을 알 수 있을 것이다
※스포주의
※ 해당 시사회는 씨네랩 크리에이터로서 참석하였습니다
주인공 찰리는 살아있지만, 사실은 죽어있을지도 모르겠다.
그는 보조기 없이는 쉽게 일어날 수 없고, 혼자 힘으로는 떨어트린 핸드폰과 열쇠도 줍지 못하며 천장에 달린 손잡이 없이는 침대에 눕기조차 쉽지 않다. 과거에 대한 트라우마로 인해 망가져 버린 몸과 마음은, 그를 세상과 단절시킨 채 작은 아파트먼트의 소파 위에 가두어버렸다.
마치 망망대해처럼 깊고 어두운 그 속에 말이다.
영화 속 찰리의 삶을 통해서, 우리는 진짜 사람답게 '사는' 것과 겨우 '살아가지는' 것의 차이를 눈으로 볼 수 있게 된다. 마음 속 내적인 고통이 한 사람의 삶에 얼마나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는지 또한 말이다. 찰리는 자신의 집에 방문하는 이들에게 자신이 역겹지 않느냐는 질문을 던지는데, 사실상 이는 스스로에 대한 짙은 자기 혐오가 깔려있는 질문이다. 하지만 이러한 그의 삶이 전부 타의에 의한 것은 아니었다. 그 속에는 수많은 찰리 본인의 선택이 있었고, 그 속에서 느끼는 죄책감과 혼란, 갈등은 그를 더욱 괴롭게 하는 부분이다. 사랑을 찾아 가족을 두고 떠났던 본인의 이기적인 선택에 대한 죄책감과 결국 자기 삶의 전부였던 파트너를 잃은 고통 속에서 그는 오랜 시간 헤엄치게 되었다.
온라인 강의를 업으로 삼는 찰리는, 학생들에게 작문에 대한 강의를 한다. 그는 학생들에게 에세이를 쓸 때 가장 중요한 것은 '진실성' 이라며 끊임없이 이를 강조한다. 하지만 정작 본인은 카메라가 망가졌다는 거짓말과 꺼진 검은 화면 아래 본인의 모습을 숨길 뿐이다. 그리고 마침내 그가 자신의 모습을 드러냈을 때, 그의 마음 속에는 본인이 강조하는 진실성과 정직함으로부터 비롯된 당당함이 아닌 세상과 스스로의 삶에 대한 분노와 슬픔만이 가득찼을 뿐이다. 그렇게 분노에 찬 마음으로 노트북을 내던지는 순간, 그는 바깥 세상과 자신을 잇던 유일한 끈을 잘라 버린다. 그리고 이러한 그의 분노에는 마치 친구가 될 수 있을 것만도 같았던 피자 배달부의 존재가 큰 트리거가 되었다. 배달부는 매일 비슷한 시각, 같은 피자를 시키지만 모습은 드러내지 않는 찰리에 대해 은근한 걱정과 관심을 주었다. 문 앞에 피자를 놓으며 찰리의 안부를 묻고, 짧은 대화와 더불어 심지어는 통성명까지 한다. 하지만 찰리의 모습을 마주한 그가 내뱉은 탄식 한 마디는 벼랑 끝에 있던 찰리를 마침내 무너뜨린 순간이 되버린다. 결국 자신의 모습을 거부하는 세상의 모습을, 찰리는 그 배달부를 통해 확신한 것이다.
영화는 찰리를 중심으로 여러 인물들의 이야기를 그리며 그들 간의 관계를 드러낸다.
그리고 그 속에는 서로 간의 구원과 사랑, 삶과 죽음의 이야기가 있다.
찰리는 발작으로 인해 숨이 멎을 것만 같은 죽음의 문턱에 닿을 때마다 소설 <모비딕>을 주제로 삼은 한 에세이를 읊고, 또 듣기를 원한다. 소설 속 주인공이 그 거대한 고래를 잡기 위해 삶을 다하는 것처럼, 어쩌면 찰리는 자기 삶의 고래를 찾고자 했을지도 모르겠다. 인생에서 잘 한 일이 단 하나라도 있음을 확인해야겠다고 절규하는 그의 대사는, 공허한 삶속에서 단 하나의 희망으로 삼아왔던 딸 엘리에 대한 의미를 다시금 상기시킨다. 하지만 영화의 결말을 보면, 찰리가 정말 자기 삶의 고래를 찾았는지, 마침내 구원을 얻게 되었는지는 어쩌면 확실히 알 수 없을지도 모른다. 허나 확실한 건, 결국 삶에 대한 의지와 사랑에 대한 그의 믿음이 그를 다시 두 발로 일어서게 했다는 것이다. 온전히 그의 힘으로.
그의 재기를 알리는 작품이 등장했다.
정신적, 육체적 고통을 겪고 배우로서 암흑기를 겪던 브렌던 프레이저가
이제는, 다시 두 발로 일어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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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남녀 문제가 아니다. 약자가 여자였던 케이스였을 뿐
* 해당 영화는 넷플릭스에서 시청이 가능합니다.
남성 중심의 미국 대표 보수 언론 채널인 폭스 뉴스에서 아나운서로 성공하기 위해 한 목표를 향해 달려들지만 성향은 각기 다른 세 여자가 있다. 능력있는 재원이지만 대학교 때 미스 아메리카로 뽑힌 경력으로 인해 미녀 아나운서 타이틀에서 아나운서보다 미녀라는 타이틀이 더 치우친 그레첸 칼슨, 영화 상에 나오는 대사에서 알 수 있듯 섹시하기엔 너무 똑똑하고, 똑똑하다고 하기엔 너무 섹시하다는 평을 듣는 폭스 채널 간판 진행자 메긴 켈리 그리고 앞서 소개된 두 아나운서를 보고 꿈을 키운 새로운 시대의 야망녀 케일라 포스피실.
이들은 한 사람에 대한 내부 고발을 진행한다. 바로, 폭스 채널의 권력자 로저 에일스를 고발하는 것이었다. 로저 에일스의 여성 아나운서들의 내면 속에 들끓고 있는 야망을 이용해 자신의 성적 욕망을 채우고, 그 욕망을 채워준 데에 대한 대가로 아나운서들의 야망을 채워준 것이다. 이들은 각기 다른 이유로 자신들의 내부 고발을 포장했지만 사실은 모두 같은 일을 겪고, 같은 고민을 했던 워싱턴의 커리어우먼이 되기 위해 감당해야 했던 일들을 침묵한 것에 대한 대가를 치룬다.
1. 여성 아나운서는 아나운서이기 전에 여성인가, 여성이기 전에 아나운서인가
영화에서 등장하는 대사 중에서 무심코 지나간 대사인데, 마음에 걸렸던 대사는
"외모에 신경을 안쓴다고? 여잔데?"였다.
결국 이 영화 속에 등장하는 여성 아나운서들은 뉴스를 시청하는 대중들에게 잘 보이기 위해서 자신의 성적 매력을 강조하는 외관으로 뉴스를 진행하지만 사실은 그들은 대중보다도 1차적으로 폭스 뉴스 채널을 지배하는 권력자, 로저 에일스를 위한 외관으로 뉴스를 진행한 것이다. 바로 그것이 문제였다.
이런 프레임 속에서 영화를 감상한다면 분명 남성 중심의 미국 대표 보수 언론 채널인 폭스 뉴스에서 살아남기 위해 아등바등하는 세 여성들의 모습이 이해가 될리가 없다. 이 영화는 폭스 뉴스를 시청하는 사람들의 시선을 사로잡는다는 명분 아래 사실은 로저 에일스의 눈에서 벗어나지 않기 위해서 그가 정해준 규칙인 몸매가 드러나는 옷을 입고, 발 뒤꿈치를 다쳐가며 하이힐을 신어가며 텔레비전 화면에 한 번이라도 나오기 위해서 고군분투하는 워싱턴의 여성들을 극사실적으로 보여주는 것에 오히려 불편함을 느끼는 사람들이 있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은 했다. 하지만 영화 속 로저 에일스의 대사 중에
"미디어는 비주얼 매체야. 눈에 보이는 너의 외모, 몸매 모두 중요한 요소야. 그러니까 지금 당장 일어서서 한 번 돌아봐."
"풀샷으로 잡아!!! 다리를 보여주란 말이야!!!"
등의 대사를 보면 미디어가 얼마나 여성의 몸을 성적으로 소비하는 성적 대상화를 당연시하고 있는지 되돌아 보게 된다. 우리 나라의 경우도 아나운서를 뽑는 기준에 외모가 항상 들어가고, 하다못해 기상캐스터의 조건에도 외모가 중요한 요소로 알려져 있는데, 이렇듯 미디어에서 뉴스를 소개하는 사람마저 예쁘고 섹시한 사람들로 구성하는 것이 관례화된 것은 결국 이 로저 에일스가 만든 관행이었던 것이다.
하지만 이 영화가 여성의 성적 대상화를 다루고 있다고 해서 여성만이 피해를 당하고 있다고 페미니즘적인 관점을 남성들에게 주입하고 있는 것은 아니라고 본다. 위 영화에서 보여주는 성적 대상화 문제는 "로저 에일스가 남자고 당한 사람이 여자다"라고 하는 젠더적인 프레임이 중요한 게 아니라 로저 에일스가 권력자라는 관점이 중요하다. 하필 역사 속에서 대부분의 권력자들이 남자였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여자가 고통받는 경우가 압도적으로 많았던 것이다. 그러니 이 영화를 보고 페미니즘이니 뭐니 하면서 싸울 것이 아니고, 남자와 여자를 비교하기 이전에 권력을 가진 성별이 어느 쪽이었는지 구분하는 것이 제일 현명한 것 같다. 그런데 이 영화에서는 권력자가 남자였기 때문에 권력자의 심기를 건드리지 않기 위해서 여성들은 그 권력자에게 복종했던 것이다. 성관계를 하든, 성적인 무례한 농담을 견디든 어떤 방식으로든.
영화에서 등장하는 대사 중에서 무심코 지나간 대사인데, 마음에 걸렸던 대사는
"외모에 신경을 안쓴다고? 여잔데?"
였다.
결국 이 영화 속에 등장하는 여성 아나운서들에게 자신의 성적 매력을 강조하는 외관은 굉장히 중요했다. 하지만 사실 그들은 대중보다도 1차적으로 폭스 뉴스 채널을 지배하는 권력자, 로저 에일스를 위한 외관으로 뉴스를 진행하고 있었다. 그게 더 큰 문제였다.
2. 누구도 비난할 수 없는 폭풍전야의 정체기
로저 에일스를 처음 고발한 사람은 그레첸. 그레첸은 퇴사 전, 고발을 준비할 당시까지만 해도 자신의 편을 들어줄, 자신과 같은 성적 요구를 받은 사람들이 정의를 위해 싸워줄 것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고발이 진행되자, 폭스에서 여전히 일하고 있는 여성 동료들은 여러가지 분파로 나뉘기 시작한다.
로저 에일스의 측근들 중의 여성들, 다 알고 있지만 모른척하는 사람들, 진짜 모르는 사람들, 갈등하는 사람들. 그 중에서 눈에 띄는 부류들은 로저 에일스는 굉장히 좋은 사람이고, 로저 에일스가 없으면 폭스 채널이 없다고, 당신들의 직장도 없어진다고 로저 에일스의 입장을 설파하며 여성들에게 암묵적인 압력을 행사하는 일부 여성들의 모습이었다. 그들 중에는 진짜 로저가 그랬을 리 없다고 굳게 믿으며 로저에게 충성하는 부류도 있을 것이고, 로저의 눈 밖에 나지 않기 위해서 본인도 알고 있었겠지만 생존을 위해 일종의 위선적인 행동을 한 것일 수도 있다.
하지만 위선이든 무지였든 우리들은 생존을 위한 암투에서 파생된 부작용을 비난할 수 있을까? 내가 같은 상황에 처했다면, 나는 어벤져스에나 나올 법한 도덕적인 마은드로 악의 축인 로저를 고발하는 정의를 실현했었을까? 하루하루를 그저 살아가기만 해도 바쁜 우리들은 그렇게 영화 속에서 나올 만한 사람들처럼 영웅적이지 않고, 무언가 큰 결정을 할 때에는 평판, 가족의 체면 등등 여러 요소들을 고려해야 한다. 그래서 그레첸에게 불리하게 돌아가던 고발 초반 상황은 한없이 웃프기만 하다. 이들의 각기 다른 모든 선택들이 이해가 가고, 공감도 되어서.
그들을 비난하기엔 내가 같은 상황에 처했을 때에 어떤 선택을 할 지 결론이 나지 않을 만큼 민감한 문제임을 너무나 잘 알기에. 이런 과정 속에서 로저에게 성적인 요구를 받았던 사람들 중에서 제일 잘 나가고 있는 메긴의 자아분열적인 모습, 즉, 마음 속으로는 그레첸에게 힘을 실어주고 싶지만 머리는 폭스에서 쫓겨나면 내 밥줄은 어떡하나 하는 걱정에서 비롯된 로저를 억지로라도 미화하는 모습들 사이에서 갈팡질팡하는 모습이 참 안쓰럽게도 공감이 갔다. 메긴이 양심을 선택하는 것이 어떤 결과를 불러일으킬지 알 수 없는 도박을 하는 것이나 다름없었기 때문이다.
반대로, 철저하게 공화당 지지자인 집안에서 태어나 폭스 채널에 애사심이 깊은 케일라는 과도기적인 인물로 묘사가 된다. 해낼 수 있다는 자신감과 회사에서 인정받고 싶다는 욕구로 똘똘 뭉친 케일라는 자신의 아름다운 외모와 능력에 대한 믿음으로 회사 내의 고위직들과 접촉을 시도하고, 그 접촉은 그녀를 로저에게로 인도한다. 그 과정에서 로저의 어김없이 그녀에게 돌아보라고 지시하고, 치마를 올리라는 주문을 하는 눈빛은 예상대로 변태적이었다. 폭스 채널에 대한 애사심, 업적들의 주역이 외모 지상주의자를 넘어 잠자리 킬러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을 때의 케일라의 얼굴은 정말 울기 직전이었다. 자신의 야망을 이뤄내기 위한 선택이 자신을 해치고 있음을 본능적으로 안 표정이었다. 그녀가 처음에 생각한 것처럼 뉴스 채널의 진행자가 되는 데에 미모와 능력 뿐만이 아니라 로저를 성적으로 만족시켜야 되는 관문이 있음을 알고 난 뒤부터 그녀의 정신 상태는 파괴된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그레첸의 바람대로 내부 고발에 참여하기 직전에 그녀가 보인 눈물은 자신이 선택한 과거의 과오를 감당해내지 못할 만큼 그녀는 아직 어린 사람임을 보여주는 대목인 것 같다.
정리하자면, 로저의 성적인 욕구에 대해 알았지만 자신의 성공을 위해 침묵하고 체념했던 메긴 같은 사람들이 있었기 때문에 그레첸과 같은 사람이 고발할 때도 반응이 미적지근했던 것이고, 또, 이후에 이후 세대인 케일라에게까지 그 피해가 미친 것이다. 하지만 메긴 같은 사람들도 끊임없이 갈등하다가도 결국 자신의 피해 사실을 고발한다. 그 수는 23명이었다.
영화를 보면서 느꼈던 점은 이 영화는 영화계 하비 와인스타인 사례와 정말 흡사하다는 것이었고, 미투 운동보다 더 이른 시점에 진행되었던 내부 고발 사건이었다는 것이었다. 근 2,3년 동안 확실히 '옛날엔 다 그랬어'로 일축되던 인권 침해의 폐해들이 쌓이고 쌓여 더이상 공간을 만들어 내지 못하고 터져 버리는 경우가 많았던 것 같다. 미투 운동도 그렇고, N번방 사건도 그렇고 말이다. 가끔 바람을 피거나 폭력적인 배우자를 두고도 그런 배우자를 버리지 못하는 엄마들이 종종 하는 말 중에서 이런 말이 있다.
"옛날에 우리네 엄마들은 다 참고 살았어, 그렇다고 이혼하는 것은 더 안되는 일이었으니까."
이 영화를 보면서 이런 식으로 묵살되는 소수자, 권력 구도에서 약자를 담당하는 사람들은 얼마나 수많은 체념들을 견뎌내었던 것일까 연민이 들면서도 앞선 세대분들에게는 죄송스럽지만 어쩔 수 없었던 체념의 결과가 이후 세대에게 미치는 영향을 보면 또 마냥 연민의 감정만 느끼지는 않는다. 원망할 대상을 찾긴 찾아야 겠는데 도대체 무엇을 향해 원망을 해야 할지 모르겠는 복합적인 감정이 든다. 그렇다면, 우리네 사람들을 이렇게 무기력하게 만든 사회구조, 그리고 그 사회구조를 만들어낸 로저 같은 사람들을 욕을 해야 할 텐데 말이다. 영화의 결말은 내부 고발이 성공하는 해피엔딩이지만 아직도 세상에는 권력형 괴롭힘 문제는 일상 속에 산재해 있기 때문에 영화를 보고 나오는 뒷맛이 참 씁쓸할 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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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떤 영화는 현실이다
“제 누나, 로키타는 왜 체류증을 못 받나요?” 누나와 함께 살고 싶은 토리 취직을 해서 토리를 학교에 보내고 싶은 로키타 서로의 보호자가 되기로 결심한 이들의 아름다운 이야기
<토리와 로키타> 줄거리
감동 걸작이라니 내가 본 <토리와 로키타>는 충격적이고 잔인한 영화였다. 어떤 공포영화보다 무서웠고, 중후반쯤 가서는 화면을 똑바로 쳐다볼 수조차 없었다. 아마도 너무 현실적이고 토리와 로키타가 너무 어렸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아니면 그들의 끝이 예상이 갈 수밖에 없었어서 그랬는지도 모른다. 사실 나는 보는 중에 두 손을 꼭 쥐며 차라리 개연성이고 뭐고 상관없으니 토리와 로키타가 마약왕이 되어서 행복하게 사는 결말이 나왔으면 좋겠다고 생각하기까지 했다. 그 정도로 이 영화는 잔혹하고 지독하게 현실적이다.
그들이 살고 있는 벨기에에서 난민으로 분류되는 토리와 로키타는 그들의 삶을 좀 더 안정적으로 이어가기 위해 체류증을 얻으려고 한다. 하지만 그들이 남매로 인정받기란 여간 쉬운 일이 아니다. 그들의 삶을 자세히 들여다본 우리는 알 수 있다. 그들의 관계는 피를 나눈 가족들보다 깊고 다정하다. 하지만 이런 그들을 모르는, 아니 알아도 모른 채 해야 하는 사회는 결국 로키타가 원하던 것을 주지 않는다.
이런 절망적인 상황에서도 그들은 돌파구를 찾아내며 설령 그 돌파구가 위험하고 법의 보호를 받지 못하는 것이래도 신경 쓰지 않는다. 왜냐면 이들의 삶은 이미 사회에게 내쫓긴 법 바깥에 존재하기 때문이다. 토리를 위하는 로키타와 로키타를 위하는 토리의 모습이 참 보기 좋았지만, 한편으로는 그들의 이런 서로에 대한 다정함이 오히려 그들의 삶을 구렁텅이로 집어넣는 것 같아 안타까웠다. 토리와 로키타 앞에 단단히 벽을 세운 사회는 이런 다정한 관계조차 그들에게 허락하지 않는 것 같았기 때문이다.
세상은 그들에게 혹독하다. 생활의 전반을 책임지는 로키타는 체류증을 받지 못한 난민이기 때문에 그들의 삶은 평범하지 못하고 생존을 할 수 있느냐 없느냐의 문제로 직결된다. 그들은 마약 운반과 같은 불법적인 일을 할 수밖에 없으며 제대로 된 노동의 대가조차 받지 못한다. 심지어 여성으로서 로키타는 수치스러운 일과 더불어 성적 착취까지 당한다.
이런 일련의 사건들은 단순히 영화에서만의 일이 아니다. 현재 일어나고 있는 현실이다. 내가 영화를 보며 느꼈던 공포를 어떤 이들은 실제로 매일 매 순간에 느끼고 있을 것이다. 받았던 충격은 그들과 함께 살아가는 사람으로서 당연히 느껴야 하는 것이었고, 이 충격은 더 나아가 사회에 대한 비판과 더 나은 삶으로 향하는 노력으로 이어져야 하는 것은 자명했다.
“영화가 할 수 있는 일은 전혀 다른 조건에서 사는 사람들의 다른 세상을 관객들에게 보여주는 것입니다. (그런 영화를 통해) 관객들이 다른 삶을 생각하게 하고 기존 의견을 바꾸도록 하는 거죠. 사람들은 영화로 다른 위치에 놓인 사람들을 바라보고 마음을 움직이게 됩니다. 그게 영화의 역할 아닐까요?” -장피에르
한겨레 기사 <‘벨기에의 거장’ 다르덴 형제 “영화는 약자 편에 서야 한다”>
“영화가 착취당하는 사람을 (직접적으로) 도와줄 수도 없고, 프로파간다(선동·선전)가 돼서도 안 됩니다. 하지만 영화는 약자 편에 서야 합니다.” -뤼크
한겨레 기사 <‘벨기에의 거장’ 다르덴 형제 “영화는 약자 편에 서야 한다”>
인터뷰에서 감독들이 했던 말처럼 영화는 다른 이의 삶을 보여주고 여기서 그치는 것이 아닌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이고 좀 더 나은 세상이 되도록 노력해야 한다. 그렇기 때문에 이 영화의 결말은 허망할 수밖에 없다. 그들의 삶을 그대로 보여줘야 했기 때문이다.
생각했다. 로키타가 만약 불법 체류증을 무사히 얻었다면 그들이 꿈꾸던 안정적인 삶이 기다리고 있었을까. 나는 아니라고 단정했다. 왜냐면 불법으로 얻은 자격은 또 그들에게 족쇄가 되어 또 다른 착취를 불러왔을 테니까. 현실 역시 마찬가지 일 것이다. 현실이 그렇기 때문에 이 영화는 어떻게 끝이 나던 행복한 결말일 수 없다. 이 영화가 다시 쓰였을 때 좀 더 행복한 결말을 볼 수 있길 바란다. 그러니까 세상의 수많은 토리와 로키타들이 더 나은 삶을 살아갈 수 있기를 바란다.
*이 글은 씨네랩으로부터 초청받아 참석한 <토리와 로키타> 시사회에서 관람 후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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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JIMFF 데일리] 인디고 걸스의 노래를 색다르게 즐기는 방법
저는 뮤지컬은 좋아하지 않지만, 주크박스 뮤지컬은 상당히 좋아하는 편입니다. 이러한 성향을 갖게 된 데에는 아무래도 <글리>의 영향을 빼놓을 수 없는데요. 오래된 명곡을 새롭게 편곡하거나 의외의 곡들을 매쉬업하여 극에 삽입하는 것이 <글리>가 음악을 대하는 방법입니다. 아주 오랜만에 이러한 <글리>의 감성을 되살린 작품을 감상했습니다.
글리터와 둠
Glitter & Doom
Summary
인디고걸스의 상징적인 곡들로 풀어낸 환상적인 여름 로맨스 뮤지컬. 뮤지션 '둠'과 자유분방한 '글리터'는 첫눈에 사랑에 빠져 함께 도망칠 계획을 세운다. 그런데 29일은 정말 영원한 사랑을 약속하기에 충분한 시간일까? (출처: 제천국제음악영화제)
Cast
감독: 톰 구스타프슨
출연: 알렉스 디아즈, 알란 카미시
<글리터와 둠>은 1987년 데뷔하여 포크 음악과 펑크락을 결합한 음악을 선보인 인디고 걸스의 음악으로 이야기를 만들어낸 주크박스 뮤지컬 영화입니다. 이 뮤지컬 영화에는 오직 인디고 걸스의 음악만을 사용해 이야기를 전개하겠다는 외고집이 보입니다. 작품 속에는 'Closer to fine', 'World falls', 'Get out the map' 등의 노래가 적재적소에 쓰이는데요. 조금만 보아도 캐릭터와 장면을 만들어 놓고 인디고 걸스의 노래를 붙인 것이 아니라, 인디고 걸스 노래의 가사와 분위기에 맞춰 이야기를 구상했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대중 음악을 활용하는 주크박스 뮤지컬이라고는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꼭 인디고 걸스를 잘 알아야만 즐길 수 있는 영화는 아닙니다. 노래 가사와 짜맞추기 위해 넣은 장면들도 튀거나 어색하지 않게 세심하게 만들었으며, 편곡 자체가 완결성을 갖추어 무척 세련되기 때문인데요. 특히 '1 2 3 & Leads & I'll change'과 같이 여러 곡을 하나로 매쉬업하여 각기 다른 캐릭터의 상황을 표현하는 시퀀스들은 이야기의 선봉에서 이끄는 역할을 성실히 수행하면서도, 주크박스 뮤지컬의 매력을 온전히 보여줍니다.
주크박스 뮤지컬이 처음인 사람도 금세 빠져들 수 있도록 만인에게 익숙한 사랑, 꿈, 가족을 주제로 이야기를 전개하는 것 또한 진입장벽을 낮춰주는 요인입니다. 영화 속 주인공은 부유한 가정에서 태어났으나 가족의 테두리에 갇혀 있는 '글리터'와 불우한 환경에서 자라 가족의 영향권에서 벗어나기 위해 저 자신을 가둬 버린 '둠'입니다. 극과 극의 두 사람이지만, 그들에게는 꿈이 가로막힌 상태라는 공통점이 있죠. 여느 사랑이 그렇듯 두 사람은 어느날 갑자기 우연히 사랑을 시작하고, 그 과정에서 펼쳐지는 꿈과 가족에 관한 갈등을 해소하는 여정이 <글리터와 둠>의 주된 이야기입니다. 익숙하기도 하고, 한편으로는 굉장히 뻔해 보이는 이야기는 인디고 걸스의 노래와 어울리게 탈바꿈하는 과정에서 남다른 생기를 얻습니다.
익숙함과 뻔함의 자리를 메우는 또 다른 요소는 독특한 영화적 편집입니다. 이 작품은 음악으로 관객의 귀를 사로잡는 동안에도 다양한 편집 기법을 활용해 지루할 틈 없는 화면을 관객에게 선사합니다. 씨네21 송경원 편집장은 과거 뮤지컬 영화인 <라라랜드>에 대해 "영화인 척하는 실황 공연"이라고 평한 적이 있는데요. 적어도 이 작품은 무대에 오르는 뮤지컬에서는 보여줄 수 없는, 오직 영화이기에 보여줄 수 있는 모습들을 제대로 보여줍니다.
독특한 성격의 캐릭터나 판을 뒤집어 놓는 반전이 없더라도 소소한 이야기들을 지루하지 않게 펼치는 영화를 좋아하는 제게, <글리터와 둠>은 짜릿한 전율을 선사하기도, 예상치 못하게 눈물샘을 자극하기도 했던 작품이었습니다. 정상성의 범주라는 건 없다는 듯 퀴어들이 잔뜩 등장하는 점도, 간만에 떠오른 <글리>의 추억과 일맥상통하는 면이 있었지요. <글리>의 '커트'와 '블레인'처럼 탁월한 연기와 노래, 그리고 케미스트리로 극을 더 흥미롭게 만든 두 명의 배우를 새로 알게 되어 기쁘기도 합니다. 아직도 <글리> 사운드 트랙가 돌아가고 있는 제 음악 스트리밍 앱에 <글리터와 둠>의 오리지널 사운드 트랙 앨범이 새로이 추가된 채로, 제천국제음악영화제에서 집으로 돌아가는 차에 몸을 싣습니다.
9월 7일(토) 20:00 제천시문화회관
9월 9일(월) 19:00~20:54 예술의전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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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젠더 이슈와 소셜 미디어 폐해를 섞은 풍자극
“안녕하세요. 한정미입니다!” 여장을 한 조정석이 이 말을 하는 순간! <파일럿>을 향한 관심도 커졌다. 한 미모(?)하는 조정석의 모습과 연기에 대한 기대뿐만 아니라, 오랜만에 만난 여장 남자 코미디 영화라는 점에서 올여름을 기다리게 만든 것. 물론, 기존 여장 남자 코미디 영화와 별반 다르지 않을 듯한 기시감은 여름 성수기에 이륙하려는 영화의 불안 요소! 하지만 이륙한 영화를 만나보니 기시감 미탑승! 대신 다른 요소들이 착석했다.
최고의 비행 실력 보유자, <유 퀴즈 온 더 블럭>까지 출연할 정도로 인기 고공행진 중인 항공 조종사 한정우(조정석). 하지만 올라갈 때가 있으면 내려갈 때가 있는 법. 직장 술자리에서 여성 차별적 발언을 한 그는 하루아침에 실직자가 된다. 다른 항공사에 문을 두드려봐도 블랙리스트에 오른 그를 뽑아주는 항공사는 없다. 설상가상으로 이혼까지 하고, 모아둔 돈도 다 떨어져 가는 신세. 하는 수 없이 이찬원 성지순례를 다니느라 바쁜 엄마(오민애)와 뷰티 크리에이터로 활동하는 여동생 한정미(한선화)에 집에 들어간다. 그러던 어느 날, 한 항공사에서 성 비율에 맞춰 파일럿을 채용한다는 소식을 들은 그는 지원서를 낸다. 이름은 한정미, 성별은 여성, 직책은 부기장으로. 며칠 후, 1차 서류 합격 소식을 들은 그는 여동생의 도움으로 남성이 아닌 여성으로의 가짜 삶을 시작한다.
<파일럿>은 두 개의 엔진을 갖고 있다. 그중 하나는 여장 남자 코미디다. 잘 나가던 조종사가 말실수로 추락한 후, 여동생의 이름과 신분을 빌려 재취업에 성공했지만, 자신의 신분을 들키지 않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과정 자체가 재미를 전한다. 일하기 위해서는 여성으로 살아야 하는데, 고초가 여간 많은 게 아니다. 여자 화장실에 가야 하는데, 남자 화장실에 가는 건 기본, 한정우로 살았던 말투와 기억, 행동들이 기어이 표출되고, 동기이자 워맨스를 이루는 윤슬기(이주명) 등 자신의 비밀을 숨겨가며 연명하는 한정우의 모습은 웃음을 자아낸다.
여기에 젠더 이슈를 통한 웃음도 첨가된다. 한정미라는 여성으로 살려고 마음먹은 그가 가장 참지 못하는 건 바로 사회적 편견에 알게 모르게 여성을 비하하는 언행, 성희롱까지 당해야 하는 등 남성이었을 때는 전혀 문제기 안되었던 부분이다. 육사 후배이자 함께 비행기 운행을 해야 하는 기장 서현석(신승호)과의 에피소드는 이를 잘 그린다. 남자인지 모르고 한정미에게 추파를 던지는 상황 자체가 주는 재미는 물론, 이를 벗어나기 위해 한정우의 다소 과격한 타파 방법이 웃게 만든다. 이 터프한 모습에 더 빠져드는 서현석의 모습에 그 웃음은 배가 된다.
이런 서사적 구조와 코미디 작법은 <파일럿>만의 장점은 아니다. 영화의 원작인 스웨덴 작품 <콕핏>은 물론, <투씨> <미세스 다웃파이어> 등 여장 남자 코미디 계보를 잇는 작품에서 숱하게 봐왔던 부분이다. 선배 격인 영화들과의 차별화 포인트를 가져가야 하는 건 <파일럿>의 운명. 연출을 맡은 김한결 감독은 이 코미디 장르에 좀 더 깊숙이 파고드는 젠더 이슈와 캔슬컬처를 포함한 소셜미디어 폐해를 가져온다. 이는 <파일럿>의 두 번째 엔진으로서 그 역할을 다한다.
앞서 소개한 듯 영화는 남성에서 여성의 삶을 사는 한정우를 통해 여성들이 겪는 사회적 고초를 투영한다. 비록 코미디라는 장치로 활용될 때도 있지만, 극이 후반부로 갈수록 단순히 휘발되는 게 아니라 묵직한 풍자 요소로서 그 역할을 제대로 한다. 기장은 남성, 부기장은 여성으로 대변되는 직업의 성 우위, 여성을 직업의 숙련도와 포부가 아닌 외모로만 평가하는 사회적 잣대 등 반복되는 젠더 이슈는 점점 쓴웃음을 짓게 만든다.
여기에 SNS로 대변되는 소셜미디어의 폐해도 중요한 역할은 한다. 핵인싸로서 살아가는 한정우의 삶은 빛 좋은 개살구다. 사회적인 지위와 면모에만 중점을 뒀기 때문에 가족도 그리고 비행기 조종을 좋아했던 자기 자신도 잊고 산다. 진짜 자신의 이름과 성을 가린 채 여성으로 변장해 살아가는 건 어쩌면 과거 진짜 한정우가 아닌 핵인싸 한정우의 삶을 지향했던 그의 과거 모습과 겹친다. 어쩌면 한정미로 살아가는 삶은 예전의 과오를 오롯이 체감하는 형벌처럼 느껴지고, 자기 잘못을 인정하고 반성하는 과정으로도 보인다.
소셜미디어의 폐해 대상은 한정우만이 아니다. 진실은 중요하지 않고 화려한 모습에만 현혹되어 반응을 보이고, 어느 순간 자신의 생각과 달라져 팔로우를 취소하고 비판하는 일반 대중의 캔슬컬처 행태도 꼬집는다. <가장 보통의 연애>를 통해 뜬소문으로 사람을 판단하고 평가하는 세태를 멜로 장르로 보여줬던 김한결 감독은 이번엔 코미디 장르로 전작과 유사한 현대인들의 행태를 꼬집는다. 이런 부분으로 인해 <파일럿>은 기존 여장 남자 코미디와의 차별화를 가져가면서도 젠더 이슈, 소셜미디어 폐해 등 현시대의 세태를 반영하는 풍자극으로서 그 소임을 다한다.
두 가지 엔진은 가열차게 움직이지만 그 균형감을 유지하는데 공을 들이다 보니 웃음의 강도와 풍자의 깊이는 다소 아쉬움이 남는다. 난기류를 만나는 것처럼, 태생적으로 지닌 풍자의 메시지가 다소 무거워 간혹 마냥 웃을 수 없는 장면들을 마주하게 되고, 이로 인해 코믹함이 계속 연결되지 못한다.
그럼에도 한 번 이륙한 영화가 안전하게 착륙할 때까지 관객을 사로잡는 건 역시나 조정석이다. 이 역할을 과연 누가 할 수 있을까. 천연덕스럽게 1인 2역을 오가며 웃음을 유발하는 건 물론, 앞서 소개한 사회적 메시지를 전달하는 다리 역할을 말끔하게 소화한다. 웃음을 줬다가 뺐다 하는 밀당의 고수처럼, 관객을 들었다 놨다 하는데, 남녀노소 누구나 이 영화를 무난히 즐길 수 있는 건 조정석의 힘이라고 본다.
극 중 한정우를 도와주는 여동생 역 한선화는 든든한 지원군이다. 현실남매 포스를 보여주면서 말 맛 제대로 살리는 티키타카 파트너로 극을 살린다. 여기에 이 남매의 엄마 김안자 역의 오민애의 연기도 뒤지지 않는다. 이찬원을 향한 덕심으로 똘똘 뭉친 중년 여성 역을 입체감 있게 그리는데, 핸드폰 받는 자세부터, 말투, 팬덤에 사로잡혀 열정을 바치는 이들의 모습 등 포인트 마다 코믹과 감정 연기를 임팩트 있게 보여줘 몇 장면 나오지 않음에도 기억에 남을 정도다.
<파일럿>은 코믹 판타지다. 설정 자체부터 말도 안 되는 웃음이 그득하다. 그렇지만 이 영화를 단순히 팝콘 무비로 소비하기엔 아쉽다. 한정우 또는 한정미를 통해 보여준 이야기가 그리 낯설지 않기 때문이다. 어쩌면 우리도 한정우처럼 남에게 보여주는 것만 신경 쓰다 자신을 잃어버린 채 비행하고 있을 수 있다. 그러다 난기류를 만나 추락하기 전 이 영화를 보고 자신을 돌아보는 건 어떨까. 일단 신나고 쓰디쓰게 웃으면서!
사진제공: 롯데엔터테인먼트
평점: 3.5 / 5.0
한줄평: 여장 남자 코미디로 이륙했다 사회 풍자극으로 착륙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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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가 나로 자랄 수 있어서 다행이야
벚꽃이 만개하고 하늘엔 몽실한 구름이 떠다니는, 어엿한 봄이다. 다만 그 봄이 조금 과하게 느껴진다. 한낮의 온도는 거의 30도에 육박하고, 꽃잎은 쉴 새 없이 흩날리다가 떨어진다. 바닥에 물든 분홍과 빨강들. 이제 실감한다. 계절 또한 순간이다. 금세 지나갈 것을 알기에 그리 구경 가는 것이 아닌가 하고. 순간을 붙잡고 싶은 욕망은 누구에게나 존재하니까.
봄이면서도 초여름. 애매한 중첩을 보니 주인공의 이름이 떠오른다. 춘희. 기쁠 희, 좋을 희, 즐거울 희. 온갖 의미 중에서도 그의 이름 말은 봄 춘春, 계집 희姬. 봄의 계집이다. 출생등록을 할 때 잘못 입력한 한자. 동시에 탓하기 좋은 변명거리다. 일이 꼬이고 꼬여 문제만 생길 때에 문득 그런 생각을 하지 않는가. 시작부터 잘못되었다고. 원래 이렇게 되었으리라고.
자기 자신을 운명이란 이름에 가둬둠으로써 탄식하고, 연민하고, 모순적이게도 위로받는다. 춘희의 삶도 엇비슷한 것 같다. 사람들이 나를 미워한다고 생각하여 세상 모든 것이 그렇게 보이던, 누구에게나 있을 처연한 시기. 다만 춘희에게는 그 시간이 꽤, 길었을 뿐이다.
*스포일러 있습니다.
영화는 춘희의 과거와 현재를 오간다. 중학생 춘희는 어머니와 아버지를 잃고, 사촌의 집에 얹혀살게 된다. 동갑내기 여자애는 쌀쌀 맞고, 그의 보호자들은 교묘하게 차갑다. 마치 떠안기 싫은 짐을 어쩔 수 없이 진 것처럼. 몸만 겨우 누일 수 있는 자그마한 다락방. 여러 이불을 켜켜이 쌓아 올리는 게 최선인 독방. 춘희에게 허용된 크기와 위치는 딱, 그 정도다.
지금의 춘희는 어떨까. 여전히 같은 방에서 생활한다. 하지만 알록달록한 전구도 놓고, 창가와 벽에 사진도 붙이고, 나름 아늑한 공간이다. 춘희는 살면서 많은 것을 갖지 못했을 테지. 특별히 안타깝다거나 불쌍하다는 둥 가치판단을 멋대로 내리고 싶진 않다. 단지 그 공간에 대한 춘희의 애착이 느껴졌을 뿐이다.
춘희의 일과는 퍽 단순했다. 일어나서 수경을 끼고, 마늘을 한 알씩 까고, 2kg는 족히 되는 것 같은 양을 어깨에 이고 식당을 찾아간다. 사촌 오빠가 운영하는 식당. 노동의 대가는 3만 원. 이런 일 말고 홀서빙을 하라는 제안에도 춘희는 고개를 젓는다.
춘희는 하루 3만 원을 통장에 차곡차곡 모으는 중이다. 이 같은 성실함은 간절한 목표가 있기 때문이다. 바로 다한증 수술. 땀이 많아 금세 손이며 발이며 축축해지는 것이 춘희에겐 오래된 스트레스였다. 신발을 벗고 들어가는 모든 공간엔 자신의 흔적이 남았다. 사람들은 그 흔적을 불쾌하게 여겼고, 춘희는 찌푸린 얼굴이나 날 선 목소리 따위를 빼곡히 기억했다. 어릴 때야 무덤덤한 표정에 가려 잘 드러나진 않았겠지만.
벼락과 천둥이 치던 날, 춘희는 평소처럼 할 일을 마치고 집으로 향하던 중에 벼락을 맞는다. 검댕이가 묻은 얼굴로 집에 들어가 쓰러지듯 잠들었는데 웬걸. 제 몸 위로 이불이 덮였다. 자신을 제외한 다른 가족들이 없는 집인데 말이다. 의아한 상황은 곧 믿을 수 없는 일로 이어진다. 어린 춘희, 그러니까 중학생 춘희가 지금의 춘희 앞에 나타났다.
그렇게 기묘한 동거가 시작된다. 같이 마늘을 까고, 라면을 먹고, 대화를 나눈다. 춘희의 기억과 다른 것이 하나 있다면, 지금의 자신에게 있는 손의 흉터가 중학생 춘희에겐 없었다. 이상한 일이다. 분명 다한증인 자신이 싫고 미워서 소각장 앞에 불씨에 손바닥을 가져다댔는데 말이다.
춘희가 깊게 생각하지 않은 건 또 다른 일상의 변화 때문이겠다. 얼결에 참여한 모임에서 주황을 만났다. 말을 더듬는 주황과 땀이 흥건한 춘희. 자기 자신의 결점이라고 생각하는 점을 그대로 드러낸 관계. 솔직해서인가, 둘은 급속도로 가까워지며 춘희는 술김에 말도 안 되는 일을 들려주겠다며 중학생 춘희 이야기를 스리슬쩍 꺼낸다. 과거의 자신을 만난다면, 무얼 하겠느냐고.
주황은 아버지의 폭력에 매번 맞기만 하지 말고 한 번은 덤비라, 말해주고 싶다고 했다. 반면 춘희는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다. 아니, 못했던가. 그 애에게 무엇을 해주고 싶은지, 무엇이 필요할지 모르는 눈치였다.
모든 것이 나름 순조롭게 흘러갈 무렵 사건은 하나둘씩 생겨난다. 하나, 중학생 춘희가 사라졌다. 둘, 사촌오빠가 춘희에게 새로운 집을 구하라고 통보한다. 그 집을 매물로 올려놨다고. 셋, 모임 세미나에서 거금을 사기당했다. 다한증을 치료하려고 모아두었던 돈이 몽땅 사라진 셈이다. 모든 것을 잃기만 한다.
그러나 춘희는 침묵하지 않는다. 자신에게 이 집이 어떤 의미인지, 자신의 어머니에게 어떤 의미였는지, 목소리를 낸다. 물론 사촌에겐 얼토당토않는 얘기다. 집에 누가 거주하느냐에 따라 임대인 자격을 얻고 잃는 건 아니니까. 사실을 바꿀 만한 힘은 없었다. 애초에 그건 춘희의 목적이 아니기도 했다.
그저 중학생 춘희가 꾹꾹 눌러 두었을 진심을, 집에 대한 애착을, 자신의 보호자들을 향한 그리움을 발화하고 싶었을 테다. 수수깡으로 정성스레 만든 집이 제 허락도 없이 망가져 버려진데도 오히려 사과를 건네야 하는 시절에서 벗어나, 자신의 상처를 당당히 말할 수 있는 지금의 춘희로.
최근 넷플릭스 드라마 <소년심판>에서 이런 대사가 나왔다. 어린 시절 학대받은 아이는 그때로부터 자라나지 못한다고. 10년이든 20년이든 시간만 흐를 뿐이라고. 몸만 커져서 어른처럼 보이지, 여전히 아이라고. 춘희는 자라지 못한 자신을 알아주기로 한다.
모든 사람들이 나를 다 싫어하고, 미워하고, 불쾌하게 여긴다고 생각하며 오롯이 견뎌온 상처들 또한 끌어안는다. 자신에게 남은 손바닥의 화상을 어린 춘희에게 되물려주지 않기 위하여, 자신에게 소중한 것을 말과 행동으로 지켜내기 위하여.
영화에서도 내내 보였다. 춘희의 주변에 있던 사람들의 공통점이자 기이한 지점. 춘희를 진심 어린 눈으로 걱정했다가 날카로운 말씨로 돌변했다. 순식간에 전혀 다른 사람이 된 듯. 여기서 카메라의 담긴 시선이 달랐다. 부드러운 상황을 보여줄 땐 상대방의 모습을, 춘희를 비난할 땐 춘희의 상처받은 얼굴이 보였다.
이렇게 말하는 것 같았다. 춘희가 기억하는 타인의 모습은 일부일 뿐이라고. 모두 춘희를 미워하고 싫어한 게 아니라, 아끼는 마음도 존재했다고.
나 자신을 다독여준 후에야 춘희는 새 집으로 새 출발을 한다. 이제는 사촌 집의 다락방이 아니라 자신의 집에서 자신만의 공간을 만들어 갈 춘희. 자신의 점액질로 흔적을 남기는 민달팽이처럼 꿋꿋이 제 길을 걸어가길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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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씨네랩에서 시사회 초청을 받아 참석 후 기고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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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거 아세요? 안 보면 여러분 손해에요! ⁰▿⁰ 【소름 돋는 명장면-페이즈2】
#마블 #MCU #명장면
#아이언맨3
SF, 모험, 액션│미국│129분
감독 셰인 블랙│출연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 기네스 팰트로#토르: 다크 월드
액션, 모험, 판타지│미국│112분
감독 앨런 테일러│출연 크리스 헴스워스, 나탈리 포트만#캡틴 아메리카: 윈터 솔져
액션, 모험, SF│미국│136분
감독 조 루소, 안소니 루소│출연 크리스 에반스, 스칼렛 요한슨#가디언즈 오브 갤럭시
액션, 모험, SF│미국│122분
감독 제임스 건│출연 크리스 프랫, 조 샐다나#어벤져스: 에이지 오브 울트론
액션, 모험, 판타지, SF│미국│141분
감독 조스 웨던│출연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 크리스 헴스워스#앤트맨
액션, SF│미국, 영국│117분
감독 페이튼 리드│출연 폴 러드, 마이클 더글라스#리뷰문의
adonai0919@gmail.com#트위치
https://www.twitch.tv/sura_chtr#인스타그램
https://www.instagram.com/b.writerTrack: Syn Cole - Gizmo [NCS Release]
Music provided by NoCopyrightSounds.
Watch: https://youtu.be/pZzSq8WfsKo
Free Download / Stream: http://ncs.io/GizmoBut he knows the way that I take;
when he has tested me,
I will come forth as gold.
Job 23: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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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라이온킹 원작 총정리 #10
원작 라이온 킹에 관한 여러 흥미로운 이야기를 해보았습니다.
#라이온킹 #라이언킹 #lionki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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