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ABBITGUMI2024-12-24 17:39:47
나를 사랑하지 않는 것의 대가
- <서브스턴스>(2024)







나 자신을 사랑한다는 말은 단순한 것처럼 보이지만, 현실에서는 그리 쉽지 않다. 많은 사람들은 자신에 대해 불만족스러워하며, 나라는 존재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기보다는 비난하고 증오하는 경향이 있다. 우리는 때때로 스스로를 공격하면서, 자신을 온전히 사랑하기 위한 첫걸음조차 내딛지 못한다. 특히 현대 사회처럼 복잡하고 고립된 환경에서는 자신이 어떤 존재인지 깊이 고민하게 된다. 이런 고민은 나 자신을 더 나은 사람으로 만들고 싶다는 욕망으로 이어진다.
이런 욕망은 다양한 형태로 표출된다. 많은 이들은 더 나은 자신이 되기 위해 운동을 시작하거나, 명상을 통해 내면의 평화를 찾으려 한다. 피부 관리를 통해 외모를 가꾸거나, 식단을 조절하며 건강을 유지하려는 노력도 흔히 볼 수 있다. 하지만 여기서 그치지 않고, 외모에 대한 불만족을 해결하려는 사람들은 성형수술을 받거나, 심지어 약물에 의존하기도 한다. 이런 노력들은 표면적으로는 자기애를 위한 행동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외부의 평가에 대한 두려움에서 비롯된 경우가 많다.
현대 사회는 아름다움에 대한 구체적이고 강박적인 기준을 제시하며, 개인에게 끊임없이 자신을 그 기준에 맞추라고 요구한다. 외모는 개인적인 만족도와 직결되기도 하지만, 동시에 타인의 평가에 의해 좌우되는 경우가 많다. 나이가 들며 외모가 변하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지만, 이를 받아들이지 못하고 거부하는 태도는 자존감을 무너뜨리는 결과로 이어진다. 사람들은 다른 이들의 평가를 절대적인 기준으로 받아들이고, 그것에 맞추기 위해 자신을 억누르고 바꾸려 한다. 이러한 과정에서 자신에 대한 증오가 더 커지고, 진정한 자기애는 점점 멀어지게 된다.
[첫 번째 감정] 엘리자베스의 상실감
엘리자베스(데미 무어)는 한때 모든 스포트라이트를 받던 스타였다. 그러나 시간이 흐르며 그녀의 인기는 사라졌고, 그녀 자신도 나이를 받아들이기 힘들어한다. TV 프로그램을 진행하며 활동을 이어가지만, 주변의 시선은 과거의 영광과 비교하며 그녀를 더 초라하게 만든다. 특히, 프로듀서의 대체 인물을 찾으려는 행동은 엘리자베스의 상실감을 더욱 증폭시킨다. 그녀는 더 이상 과거의 자신을 되찾을 수 없다는 절망에 빠진다.
이런 상실감은 그녀의 자존감을 철저히 무너뜨린다. 영화 초반, 화장실에서 자신의 몸을 거울로 바라보는 장면은 엘리자베스가 자신을 얼마나 혐오하고 있는지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그 순간에도 카메라는 그녀의 몸을 아름답게 비추지만, 엘리자베스는 자신의 나이 든 모습을 감당하지 못한다. 외부의 평가에 좌우되던 그녀의 자존감은 이제 그녀 자신조차 부정하게 만든다.
결국, 그녀는 젊고 아름다운 자신을 다시 만들기 위해 '서브스턴스'라는 약물에 의존하기 시작한다. 이 약물은 그녀의 몸에서 새로운 자아인 '수'(마가렛 퀄리)를 탄생시킨다. 젊고 매력적인 수는 엘리자베스의 이상을 현실로 만든 듯하지만, 상실감을 치유하기는커녕 오히려 엘리자베스를 더욱 고통스럽게 만든다. 그녀는 자신의 몸을 수에게 내어주며 점차 파괴의 길로 접어든다.
[두 번째 감정] 수의 자신감
수는 엘리자베스가 잃어버린 젊음과 자신감의 상징이다. 그녀는 엘리자베스의 젊은 시절을 현실로 구현한 듯하며, 사람들의 찬사를 받으며 단숨에 스타로 떠오른다. 프로듀서와 주변 사람들의 긍정적인 반응은 수에게 자신감을 심어주며, 그녀를 무대의 중심에 올려놓는다. 수는 외부의 사랑과 관심을 받으며, 자신만의 삶을 살아가려 한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엘리자베스와 수의 관계는 더욱 복잡해진다. 수가 빛날수록 엘리자베스는 점점 더 어둠 속으로 빠져들며, 자존감은 더욱 바닥으로 떨어진다. 영화는 이 둘을 대비시키며 관객들로 하여금 수의 매력에 빠지도록 유도한다. 이러한 연출은 엘리자베스의 고통을 더욱 두드러지게 하며, 그녀를 파괴의 길로 몰아넣는다.
결국, 수는 엘리자베스의 몸을 완전히 지배하려고 한다. 약물의 설명서에는 "두 캐릭터는 모두 당신이다"라는 경고가 있지만, 수는 이 경고를 무시하고 자신의 욕망을 따라간다. 그녀의 자신감은 엘리자베스의 존재를 파괴하며, 결과적으로 엘리자베스를 잃어가는 과정을 보여준다. 이로써 영화는 자아와 외부의 평가 사이에서의 갈등을 극단적으로 드러낸다.
[세 번째 감정] 프로듀서의 징그러움
영화에서 가장 불쾌한 인물은 단연코 프로듀서다. 그는 쇼 비즈니스의 냉혹한 현실을 상징하며, 엘리자베스와 수를 상품으로 취급한다. 프로듀서는 자신의 투자자들 앞에서 수를 자랑스럽게 소개하며, 그녀를 하나의 상품처럼 다룬다. 그 장면은 쇼 비즈니스의 추악한 이면을 적나라하게 보여주며 관객에게 깊은 혐오감을 안긴다.
프로듀서의 행동은 단순히 개인적인 탐욕을 넘어 시스템적인 문제를 드러낸다. 그는 수를 통해 더 많은 이익을 얻으려 하며, 그녀를 철저히 이용한다. 그의 존재는 엘리자베스와 수의 고통을 증폭시키며, 쇼 비즈니스라는 시스템이 어떻게 개인을 파괴하는지를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영화 후반, 괴물이 등장하며 상황이 급변하지만, 관객에게 더 큰 충격을 주는 것은 이러한 괴물을 만들어낸 프로듀서와 같은 시스템이다. 영화는 쇼 비즈니스가 가진 추악한 이면을 통해 외모 지상주의와 성공의 본질에 대해 묻는다. 프로듀서의 역겨움은 단순한 캐릭터를 넘어선 사회적 비판으로 기능한다.
영화가 보여주는 강렬함
영화 <서브스턴스>는 현대 사회가 외모와 성공에 집착하는 현실을 신랄하게 비판한다. 우리는 자신의 외모와 자아를 사랑하지 못하고, 외부의 평가에 의존하며, 그 평가를 만족시키기 위해 자신을 끊임없이 바꾼다. 영화는 우리가 자신을 사랑하지 못하면 결국 무엇을 잃게 되는지를 강렬하게 보여준다.
배우 데미 무어는 실제로도 외모와 나이에 대한 사회적 평가와 싸워온 인물이다. 그녀는 이 영화에서 자신의 경험을 투영하듯 진솔한 연기를 펼친다. 수를 연기한 마가렛 퀄리는 젊음과 매력을 극대화하며, 관객들조차 그녀에게 매료되게 만든다. 두 배우의 연기는 영화의 메시지를 더욱 설득력 있게 전달한다.
<서브스턴스>는 단순히 미스터리와 호러 장르에 머무르지 않는다. 이 영화는 우리에게 묻는다. "당신은 자신을 사랑하는가?" 이 질문은 우리의 자아와 외부의 평가 사이에서 어떤 선택을 해야 하는지를 깊이 고민하게 만든다. 영화의 클로즈업과 음향 효과는 자아가 만들어지고 파괴되는 과정을 시각적, 청각적으로 강렬하게 전달한다.
현대 사회의 자기애와 외모 집착에 대한 날카로운 비판을 담은 이 영화는 다양한 해석이 가능한 작품이다. 고어적인 요소에도 불구하고, 영화가 전하려는 메시지는 분명하다. 자신을 사랑하지 못하면, 결국 괴물이 되는 것은 나 자신이라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한다. <서브스턴스>는 흥미롭고 생각할 거리가 많은 영화로, 강력히 추천한다.
Relative conten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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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왓챠] 주술회전 [呪術廻戦] [일본 애니메이션]
애니메이션 / 일본 애니 / 만화 / 판타지 / 몰입도 높음 / 왓챠 애니 / 성장물 / 다크판타지 / 판타지 / 주술사
왜 이 작품을 선택했을까?
왓챠를 결제한 가장 큰 이유는 넷플릭스에 애니메이션이 부족했기 때문이었다. 그렇다보니 왓챠에서 보는 작품은 주로 일본 드라마나 애니메이션이 많다. 보통 짧은 줄거리와 아이콘을 보고 작품을 선택하는데, 주술회전의 아이콘이 크게 매력적이진 않았다. 그런데 막상 애니메이션을 보니 작품의 색감이나 그림체가 가슴 설렐 정도로 좋았다.(당연히 스토리도 훌륭) 애니 애호가들 사이에 그림체가 들쭉날쭉하다는 평이 있는데, 만화책으로 안 보고 애니로 봐서인지 그런 부분은 모르겠고, 개인적으론 그림보다는 스토리나 작품 캐릭터의 완성도를 보는 편이라 그런 평에 대해 크게 영향을 받진 않는다.
작품의 짧은 줄거리
주술회전은 일반인이라고는 할 수 없는 경이로운 신체능력을 타고난 소년 이타도리 유지가 주술사가 되어 가는 과정을 그리고 있다. 판타지 애니이자 성장 드라마인 이 만화는 당연히 주인공이 여러 역경을 이겨내고 친구를 사귀고 성장해가는 과정을 그려낸다. (지루할 틈 없이 그러나 지나치게 자극적이진 않게)
등장인물 중 가장 매력 있는 캐릭터는?
주술회전에 등장하는 모든 캐릭터가 매력적이지만 개인적으론 밝고 맑고 탄력성 강한 주인공 이타도리 유지를 좋아한다.
연기자 중 가장 좋았던 배우는?
유튜브로 대신함.
출처[멋진기영TV]_https://www.youtube.com/watch?v=BBBGqQdoo20&t=193s
총정리 한 줄
오프닝과 엔딩의 색감이 계속 기억에 남는 애니메이션. 이런 작품 때문에 왓챠 구독을 멈출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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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BIFAN 데일리] 미쳐버린 소녀, 드래곤이 되다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감독] 델 캐서린 바튼
출연] 줄리아 새비지 Julia SAVAGE, 사이먼 베이커 Simon BAKER, 야엘 스톤 Yael STONE
시놉시스
10대 소녀, 블레이즈는 한 여성이 당한 폭력 피해의 유일한 목격자로 사건 이후 정신 불안 증세를 겪는다. 그녀만의 도피처인 상상의 세계에서, 그녀는 오랜 친구이자 반짝이게 빛나는 마법의 용과 함께 내면의 분노를 표출하며 평온을 찾는다. 어린 시절의 충격적인 기억은 완전히 잊힐 수 없지만, 블레이즈는 마침내 두려움 없이 미래로 한 발짝씩 나아갈 수 있게 되었다.
익숙함을 신선함으로
사실 <블레이즈>의 이야기는 그렇게 새롭지 않다. 그간 많은 여성 영화가 선택한 소재와 주제의 반복이다. 데이트 폭력을 비롯한 성폭력의 심각성을 일깨우고, 그로 인해 목숨을 잃는 여성들의 처지를 전달한다. 여성들이 연대해서 성폭력 가해자를 징벌해야 한다고 외친다. 예를 들면 <프라미싱 영 우먼> 같은 작품과 결이 비슷하다. 징벌의 방식이 법의 테두리 안이냐 밖이냐가 다를 뿐이다.
자연히 <블레이즈>는 신선함을 담보할 수 없는 영화다. 소재와 주제가 그 중요도나 심각성과는 별개로 이미 익숙한 사안이기 때문이다. 한국 범죄 영화나 드라마에서 버닝썬 사건을 모티브로 삼은 장면이 클리셰처럼 등장하듯이.
대신 <블레이즈>는 이야기를 풀어내는 화법의 측면에서 예상치 못한 일격을 날린다. 영화는 사건과 관련된 수사와 가해자에 초점을 맞추지 않는다. 사건의 목격자인 주인공이 마주한 내면의 공포와 사춘기를 겪어내는 10대의 여정에 초점을 맞춘다. 특히 그 여정의 핵심 키워드인 '여성의 광기'를 대사와 대화가 아닌 다채로운 이미지로 빚어낸다.
광기의 여러 모습
실제로 영화는 블레이즈 내면에 자리 잡은 여러 광기의 이미지를 보여준다. 처음에 광기는 트라우마를 이겨내기 위한 방어 기제로 등장한다. 드래곤이 대표적이다. 항상 블레이즈 방 한편에 자리 잡고 있는 용은 존재만으로도 그녀에게 심리적 안정을 가져다준다. 쌍을 이루는 수많은 인형도 또 하나의 도피처다. 그녀는 인형들과 함께 해변을 거닐면서 즐거운 시간을 보낸다.
하지만 이내 광기는 점점 공격적인 성격을 드러낸다. 일례로 드래곤의 역할이 달라진다. 방에서 단순히 위로를 해주던 드래곤 대신 불을 내뿜는 다른 드래곤이 등장한다. 법정에서 사건의 피의자는 변호사를 내세워 무죄를 주장한다. 그 광경에 화가 난 블레이즈는 목격잔 진술 중에 피의자를 불태우는 상상을 한다.
더 많은 이미지가 뒤이어 등장한다. 블레이즈는 집의 뒤뜰 혹은 울창한 숲의 한가운데 같은 곳에서 시끄러운 록 음악에 몸을 맡긴 채 머리를 뒤흔든다. 앞뒤 사정을 모르더라도 이 장면만 보면 '미쳤다'라는 인상을 받기에 충분하다. 눈이 아플 정도로 색이 바뀌는 조명도 한몫한다.
블레이즈의 괴기한 내면은 하나의 이미지로 응축된다. 바로 달이다. 사다리를 타고 보름달 앞에 올라간 블레이즈. 그녀는 옷을 벗고 달을 껴안고, 그제야 편안함을 느낀다. 왜냐하면 늑대인간도 보름달빛을 받아 변신하듯이 서구권 전통에서 달과 광기는 한 몸이니까. 또 라틴어로 달은 Luna이고, Lunatic이라는 영어 단어는 정신이상자를 지칭한다. 갑작스럽게 등장한 이미지이지만 달과 블레이즈의 교감이 의미심장한 이유다.
광기는 단순히 미친 게 아니다
그러니 아버지 눈에 딸은 점점 미쳐가는 것처럼 보인다. 지나친 공격성과 폭력성으로 인해 블레이즈가 자해하자 아버지는 의사 말마따나 약물 치료를 시도하기도 한다. 하지만 딸이 약을 안 먹는 등 치료에 응하지 않자 합리적인 결정을 한다. 블레이즈를 정신병원에 보낸다. 현실과 상상을 분간하지 못해 자동차 사고까지 내는 판국이니, 최선의 선택처럼 보인다.
흥미로운 것은 오랜 기간 언제나 광기, 그중에서도 특히 여성의 광기는 항상 이런 식으로 다뤄졌다는 점이다. 문화적, 역사적 맥락 안에서 광기는 비합리였고, 정신질환을 비과학이었다. 광기는 제거될 대상이고, 정신이상자는 사회에서 배척됐다. 특히 여성의 광기는 더 위험하다고 간주됐다. 유럽의 마녀 사냥이 대표적이다. 정통성 있는 권력(가톨릭)의 시점에서 여성들에게 주로 전수된 마법이나 주술 같은 전통은 제거 대상이었다.
이러한 맥락에서 보면 블레이즈의, 곧 여성의 광기는 색다른 의미를 갖는다. 단순한 일탈이 아니다. 저항이다. 어리다는 이유로 보호하고, 나약하다는 이유로 목격자로서의 진술을 막아서는 사회와 어른을 향한. 트라우마를 정면으로 극복하는 대신 정신과 치료를 권유하며 보호하려고만 하는 어른에게. 자기를 미쳤다고 매도하면서 죗값을 치르지 않은 피의자를 감싸는 듯 보이는 시스템에. 블레이즈는 광기로서 저항한다.
그녀가 정신병원 상담사에게 던지는 질문은 이미지의 홍수 사이에 숨은 메시지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그녀의 질문은 근본적인 의문이다. 성폭력범, 살인자는 멀쩡히 살아가는데 왜 목격자와 피해자만 고통스러워야 하는지. 왜 사회는 가해자를 곧바로 단죄하지 않는지. 시스템에 대한 본질적인 의문을 던진다. 그녀가 정신과 약을 숨기고 먹지 않는 것도 같은 맥락에서 볼 수 있다. 이는 단순히 치료를 거부하는 정신병자의 행동이 아니다. 자기의 광기를 치료하기 이전에 올바른 심판을 통해 진짜 문제와 원인을 해결해야 한다는 의사표시다.
소녀, 드래곤이 되다
질문만 던지는 데서 멈추지 않는다. 영화는 답을 스스로 찾는다. 상상 속에 숨고 도망가는 것은 답이 될 수 없다. 광기를 공개적으로 표출하는 것도 사회와 시스템을 바꾸지는 못한다. 그러니 답은 하나다. 광기를 승화해 내적으로 단단해져야 한다. 분노, 충격, 공포에 휩쓸리지 않은 상태로 법정에서 당당히 진술할 수 있어야 한다. 그래서 블레이즈는 상상 속의 드래곤을 죽인다. 대신 스스로 자기를 보호할 드래곤이 된다.
<블레이즈>의 이 클라이맥스 역시 광기의 알레고리가 가득하다. 결말부에 블레이즈가 어두운 나무들 사이에서 춤추는 장면 사이로 일전에 블레이즈의 광기를 보여준 수많은 이미지가 스쳐 지나간다. 고막을 때리는 하드 한 록 음악과 정신없는 조명 속에서 컷들은 빠른 속도로 전환된다. 마치 디오니소스의 축제를 보는 듯하다. 고대 그리스 사람들이, 특히 여성들이 디오니소스 축제 때 밤에 노래 부르고 춤추며 열광과 무아지경에 빠졌던 것처럼 블레이즈도 광기에 빠져든다. 그렇게 블레이즈는 광기 안에서 더 단단한 드래곤으로 거듭난다.
마지막으로 피의 이미지가 블레이즈의 성장과 변화에 담긴 연대의 의미를 강조한다. 정신병원에서 블레이즈는 첫 생리를 한다. 그녀의 상상 속에서는 폭포수처럼 뿜어져 나오는 피에 흠뻑 젖는다. 이 피의 이미지는 그녀가 드래곤을 죽이는 장면을 이어진다. 흰색 침대에 생리혈이 묻었듯이, 순백색 드래곤의 배를 가르고 피를 적신 채 그녀는 드래곤이 된다. 이렇게 영화는 모든 소녀가 여성으로, 드래곤으로 성장해야 한다고 말한다. 여성의 광기를 긍정하고, 저항적인 에너지로 승화시켜 함께 연대해야 한다고 외친다.
어찌 보면 <블레이즈> 다소 진부할 수 있는 페미니즘의 메시지를 표현함에 있어서 새로운 세련됨을 보여주는 영화라고 할 수도 있다. 자칫 혼란스러울 수 있는 이미지의 연속이 사실은 정교하게 계산된 조합이라는 걸 영화가 끝나갈 때 비로소 깨달을 수 있으니.
<블레이즈>는 부천 영화제에서 두 번 상영된다. 첫 상영은 이미 지났다. 하지만 다른 기회를 놓쳐도 크게 아쉬워할 필요는 없다. 곧 극장에서 만날 수 있기 때문. <블레이즈>는 7월 12일에 개봉 예정이다.
2023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6/29~7/9) 중 상영일정
7월 2일 20:00 - 21:41 CGV소풍 10관 (상영코드 445)
7월 6일 19:30 - 21:11 CGV소풍 4관 (상영코드 834)
Acceptable 무난함
강렬한 광기로 새로 그려내는 여성의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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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폭력을 받아들인 자에게 열리는 다음 라운드
클라우드 (Cloud, 2024)
폭력을 받아들인 자에게 열리는 다음 라운드
관람등급 : 15세 이상 관람가
장르 : 스릴러, 액션
러닝타임 : 124분
감독 : 구로사와 기요시
출연 : 스다 마사키, 후루카와 코토네, 오구다이라 다이켄, 오카야마 아마네, 쿠보타 마사타카
개인적인 평점 : 3/ 5
쿠키 영상 : 없음
“하여간 특이해”, “이상한 애네”
한국인들의 사랑이 시작되는 대표적인 시그널로 통하는 말이다. 나도 이렇게 사랑에 빠졌다. 구로사와 기요시 감독의 영화에. 구로사와 기요시 감독의 영화는 언제나 불분명하고 의아하고 이상하다. 그런데 그래서 다시 찾게 된다. 잠시 헛웃음이 나게 하다가도 금세 진지함을 보이는 그의 영화엔 미묘한 매력이 있다.
<클라우드>는 특히 이런 미묘함과 혼탁함이 빛나는 영화다. 주인공 요시이를 맡은 배우 스다 마사키는 혼탁함과 의아함이라는 애매한 요소들을 매력으로 바꾸는데 큰 역할을 한다. 그는 몇 수 앞의 감정을 꿰뚫어 보는 듯한 신묘한 연기를 펼치며 영화 곳곳에 느껴지는 결핍을 메꿔내고 마치 솜사탕을 만들 듯 영화의 몸집을 몇 배로 불려내는 저력을 보여준다.
솔직히 말하자면 <클라우드>는 아무에게나 추천할 만한 영화는 아니지만 적어도 스다 마사키를 좋아하는 관객에겐 큰 고민 없이 추천할 수 있을 것 같다.
영화의 주인공 요시이는 리셀러다. 그는 낮에는 옷을 깔끔히 세탁하고 다림질하는 세탁 공장에서 일하고 퇴근 후엔 구김살이 가득한 불법 리셀러 라텔로 활동한다. 그는 오직 감에 의지해 물건을 사재기하고 웃돈을 얹어 재판매하며 돈을 번다. 요시이의 물건이 비싸게 팔리는 요행이 반복될 때마다 그의 통장엔 숫자가 늘어나고 동시에 라텔을 향한 증오도 늘어난다.
세탁 공장 일과 리셀러를 병행하던 요시이는 최근에 사재기한 치료기로 크게 돈을 벌고 공장을 그만둔다. 그리고 한적한 호수 근처 저택을 임대한 후 그곳을 사무실 겸 연인 아키코와의 보금자리로 꾸민다. 요시이는 지금보다 더 큰돈을 벌길 바라며 사노라는 직원 한 명을 고용하고 더욱 본격적으로 리셀러 활동을 이어간다.
그 사이 온라인에선 리셀러, 사기꾼 라텔을 혼내주자는 피해자 모임이 생겨나고 누군가는 라텔을 향한 분노를, 누군가는 목적지가 없는 분노를 쏟아내며 하나의 팀을 조직한다. 이들은 라텔을 잡는 게임에 참가한 파티원이 되어 상식을 웃도는 폭력적인 움직임을 보이고 요시이는 살아남기 위해 이전이라면 상상할 수 없었던 결단을 내리게 된다.
<클라우드>는 ‘액션 영화를 만들어보고 싶다.’는 감독의 생각에서부터 시작된 액션 스릴러 장르의 영화로 현실과 비현실이 뒤섞인 몽롱한 꿈같은 작품이다. 이게 말이 되나 싶다가도 왜인지 말이 되는 것 같고 이런 놈들이 존재할까 싶은데 또 비슷한 놈들을 어디선가 본 것만 같다. 무지향성의 분노와 폭력, 집착이 범람하는 이 이상한 세계가 어쩐지 낯설지 않아 더 찝찝하고 흥미롭다.
- 아래 내용부터 영화의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각자의 이상한 집착을 가진 참가자들이 모인 게임
요시이, 아키코는 돈과 물건에 대한 집착, 사노는 고용주 요시이와 그의 변화에 대한 집착, 괴한 무리는 자신의 분노를 올바르게 사용하고 있다는 착각과 집착을 갖고 있다. 이들은 이런 집착을 충족하기 위해 엉망으로 벌려둔 상황을 대략 ‘보상이 걸린 한 판의 게임’ 정도로 정의하고 합리화하며 곧 죽어도 자신의 폭력과 실수엔 초점을 맞추지 않는다.
요시이는 이 사달의 시작점인 리셀러 일을 그저 ‘아무리 말이 안 되는 물건이라도 살 사람이 있으면 팔리는 것, 그냥 도둑잡기 게임 같은 것’이라고 말하고 피해자들의 고통은 생각하지 않는다. 그리고 갑자기 나타난 괴한들을 자신의 업보로 받아들이지 않고 그들을 비난하고 경멸한다.
다른 곳에서 뺨 맞고 요시이를 잡으러 온 괴한들은 정확한 이유 없이(이 무리에서 요시이에게 제대로 된 사기를 당한 사람은 없다) 요시이를 죽이려는 이 상황을 그냥 모르는 사람들과 벌이는 게릴라 게임 또는 피해자들을 위해 정의를 행하는 것이라 여기며 자신들의 폭력을 합리화한다.
이 상황에 끼어든 사노와 아키코는 사심을 채우기 위해 요시이를 새로운 측면으로 이끌거나 그를 이용할 계획을 세우며 함께 게임의 엔딩을 향해 달려간다.
요시이에게 열린 다음 라운드
평화로운 숲속과 어울리지 않는 총성이 이어지는 상황. 총을 든 괴한들과 사노는 서로를 향해 총을 겨눈다. 그런데 사노의 옆에 딱 붙은 요시이는 총을 쏘지 못하고 그저 사노의 뒤를 어색하게 따라다닌다.
요시이는 라텔로 활동하며 사람들의 마음에 상처를 입히긴 했지만 신체적으로 누군가를 해한 적은 없었고 실제로 누굴 죽일 마음도 없었다 요시이는 이 상황에서도 누굴 죽이겠단 마음보다 물건을 챙기는 게 먼저다. 요시이가 1라운드에서 나무 막대기를 깔짝이며 상대를 기절시키고 있는 초보라면 요시이를 제외한 사람들은 다음 라운드에서 칼을 들고 상대를 죽이는 고수라고 할 수 있다. 타카모토는 가족을 죽인 살인범이고 다른 괴한들은 요시이가 숨었던 오두막의 관리인을 죽이고 유기한 동조자다. 사노는 과거를 알 수 없지만 총기를 다루는 어두운 일을 했음이 분명하고 아키코는 돈을 위해 요시이를 죽일 마음이 있다.
사노가 묶여있던 요시이를 풀어주는 순간, 요시이는 자리에서 일어나며 순간 사노의 팔을 의지하지만 바로 손을 떼고 “원래 생활로 돌아가고 싶어.”라고 말하며 사노와 한발자국 정도 떨어진다. 그리고 괴한들을 설명할 땐 자신과 전혀 상관없는 인생의 패배자라고 말한다. 요시이는 본능적으로 자신이 이유 없이 폭력을 휘두르는 괴한, 사노와는 다른 사람임을 의식하고 있다. 하지만 상황이 극한으로 치닫자 요시이도 1라운드를 넘어 사노와 다른 이들이 머물고 있는 다음 라운드로 이동한다.
요시이는 사노를 겨누고 있는 토도야마 (이온전자 치료기 사장)를 발견하고 사노를 구하기 위해 총을 쏜다. 사노는 요시이에게 총 쏘는 게 생각보다 쉽지 않냐며 가벼운 농담을 던지고 요시이는 대답하지 않는다. 그 대신 타카모토를 잡기 위해 밖으로 달려나갈 때 사노의 속도에 맞춰 함께 달려가는 것으로 대답을 대신한다. 요시이는 결국 자신을 둘러싸고 있는 폭력을 받아들였고 그는 이제 사노와 같은 선상에 서있다.
마지막까지 함께 상황을 정리한 요시이와 사노는 비현실적인 하늘의 입구로 달려간다. 사노와 함께 새로운 라운드에 진입한 요시이는 이제 자신이 원했던 원래 생활로 돌아갈 수 없다. 폭력에 물든 사람과 폭력에 물들지 않은 사람의 삶은 같을 수 없으니까.
비정상적인 폭력성을 쏟아내는 괴한들, 폭력을 부추기던 사노, 결국 그것을 받아들이고 변한 요시이. 이 들의 모습이 그다지 놀랍고 낯설지 않다는 점이 이 영화가 남기는 가장 큰 찝찝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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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랑으로 뒤덮였지만 삐뚤어진 죄책감으로 채워진 엄마라는 이름
해안가에 휴가를 온 레다는 웃음을 지으며 휴가를 보낸다. 등대의 불빛이 들어차는 공간과 파도 소리로 가득한 해안가는 그가 정적인 고찰에 젖어 들기엔 딱 맞았다. 그것도 잠시 세상의 소음을 모두 밀어 넣은 듯 시끄러운 소리와 함께 몰려드는 사람들로 인해 평화가 깨진다. 무리를 지어 다니는 이들은 접근하기가 무서울 정도다. 그럼에도 자리를 지키며 일을 하던 레다의 눈에 니나가 들어온다. 매일 같은 해변에서 시간을 보내지만 레다가 니나를 바라보던 일방적인 시선이 서서히 서로를 응시하게 된다. 마주하지는 않던 두 사람이 한 사건으로 인해 시선이 시선을 잇는 순간을 마주한다. 해변이 혼란에 빠지면서 레다는 자신의 과거와 겹치는 모습에 회상에 젖어들고 딸로 인해 두 사람은 만난다. ‘딸’과 ‘인형’ 사이에서 본인 그 자체가 되고 싶은 그런 장면들이 반복되고 과거와 현재를 교차하는 방식이 다소 어지럽게 만든다. 그 과정을 통해 자신이 되고 싶은 마음과 엄마의 책임감을 동시에 느꼈던 레다의 불안한 죄책감이 드러난다. 하고 싶은 일과 할 수 있는 일의 경계선 사이에서 레다는 선택했고 그 선택은 무의식 속의 죄책감으로 남는다. 레다가 선택했던 도피성 결혼과 포기는 오로지 개인의 문제만은 아니다. 레다는 또 다른 이름인 니나에게서도 볼 수 있으니 결코 끝나지 않은 어머니이자, 딸이다. 보이는 구간을 그저 바라보며 그러기로 했던 수많은 순간이 깨지기 시작한다. 불안한 것 자체가 모성인 걸까. 자연스럽게 엄마를 찾고 부르면 불안한 그런 상태에 놓이는 그런 불안함은 답이 없는 주관식 문제 같다.
겉보기에 멀쩡했던 빛깔 좋은 과일들은 짓눌려 썩어있었다. 미처 뱀이 되지 못한 과일들이 그렇게 과일 향을 풍기고 있었지만, 베개에 붙어 힘차게 소리를 내며 울고 있던 매미는 그런데도 살아있음을 드러낸다. 엉망진창 덕지덕지 붙은 모래알처럼 엉겨 붙었던 이들은 자신의 책임이자 사랑이었다. 때론 녹아버린 아이스크림이 녹아 손을 끈적하게 만들 정도로 찾지만, 그 책임으로부터 거리를 유지하니 좋으면서도 불안한 마음을 가지게 된다. 그렇게 소리 내어 말하지 못한 죄책감이 마지막이 되어서야 파도에 쓸려내려 가는 듯하다. 레나의 감정을 모두 다 이해할 수는 없었지만, 자신에게 있어서 기존과는 조금 다른 모습에 변명하는 모습보다는 자신의 감정을 솔직하게 있는 그대로 담아내며 나도 영화가 끝날 무렵에는 바다에 파도가 밀려오듯 당연하게 받아들일 수 있었다. 그리고 나는 “엄마는 나를 사랑할까? 언제부터 나를 사랑했을까?” 질문 하나를 머릿속에 떠올린다. 2초의 시간과 욕망의 시간조차 사치가 되는 순간들에 모두가 당연하다고 생각했던 모성애는 삐뚤지만 여전히 아름답지 않은 참혹한 전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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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부정당하는 것들마저 꿋꿋이 사랑할 용기
주요 내용
- 영화 소개, 줄거리
- 데칼코마니 같은 엄마와 딸
- 엄마와 딸의 위치, 심경 변화
- 수박의 의미
- 덮어둔 문제에 정면으로 부딪히는 의외의 인물
딸에 대하여 (Concerning My Daughter, 2024)
부정당하는 것들마저 꿋꿋이 사랑할 용기
개봉일 : 2024.09.04.
관람등급 : 12세 이상 관람가
장르 : 드라마
러닝타임 : 106분
감독 : 이미랑
출연 : 오민애, 허진, 임세미, 하윤경
개인적인 평점 : 3.5 / 5
쿠키 영상 : 없음
*본문에서 인물의 이름은 극 중에서 사용되는 이름인 그린, 레인, 제희(노인)와 엄마로 표기 (엄마의 이름이 잠시 스쳐 지나가듯 나오긴 하지만 의도적으로 엄마의 이름을 제대로 보여주지 않은 것 같다고 느껴져 그대로 ‘엄마’로 표기하겠습니다.)
<딸에 대하여>는 동명의 원작 소설을 영화화한 작품으로, 다른 것 같지만 닮아있는 엄마와 딸. 그리고 딸의 연인과 유한한 삶의 끝에 서있는 노인. 네 여성들의 아픔과 사랑을 재료로 찍어낸 데칼코마니 같은 영화다.
영화는 외적으로 폭발하는 지점 없이 주인공인 엄마의 내면에 집중하며 진득하게 나아간다. 외부 사건의 자리를 대신 채운 짧은 침묵과 방문 사이를 들여다보는 눈, 사랑 위로 자라난 아픈 말들엔 엄마의 두려움과 슬픔이 깃들어있다.
<딸에 대하여>의 주인공인 엄마는 요양보호사로 일하고 있는 중년의 여성이다. 그녀의 딸인 그린은 7년 동안 만난 동성 연인 레인과 동거를 하다 경제적 문제를 해결하지 못해 엄마의 집으로 들어오게 된다.
엄마는 자신의 수박은 숟가락으로 대충 떠먹으면서도 딸이 먹을 수박은 예쁘게 썰어 준비하는, 딸을 사랑하는 엄마지만 딸이 함께 데려온 동성 연인만큼은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이다.
어느덧 중년이 된 엄마는 인생의 밝은 면보다 어두운 면을 더 많이 보며 살고 있다. 그녀는 연고 하나 없이 요양원에 방치되어 있는 노인 제희를 지극정성으로 돌본다. 제희는 한 어린이 제단의 설립자로 어린아이들의 미래를 위해 젊은 시절의 대부분을 희생한 사람이다.
하지만 현재 제희는 가진 것이 하나도 없는 노인이다. 제단 사람들과 언론인들의 관심이 끊긴지는 한참이고 가정을 이루지 않아 찾아올 자식도 없다. 제희에게 남아있는 건 작은 손가방 하나와 곧 끊길 예정인 제단의 지원금뿐이다.
엄마는 이런 제희가 가엾다. 그리고 제희를 오래 들여다보고 있으니 그 안에 자신과 그린의 미래가 그려지는 것 같아 두렵다. 남편, 아이 하나 없이 버려진 노인의 미래가.
그래서 엄마는 딸의 미래와 행복을 위해 동성 연인과의 사랑을 반대한다. 딸을 사랑한다면 이해하고 배려해야 하지만 차분히 앉아 대화를 나누기엔 엄마의 삶이 너무 팍팍하다.
극 중에서 엄마는 그린의 엄마, 요양보호사 여사님으로만 그려진다. 그녀의 이름은 아주 잠시 스쳐 지나갈 뿐, 아무도 이름을 불러주지 않고 그녀의 편을 들어주는 든든한 지원군도 없다. 서서히 나를 잃어가는 중년 여성의 불안감은 죽음만을 기다리고 있는 노인 앞에서 더욱 짙어진다. 영화는 떨리는 중년의 마음을 따라가며 엄마와 딸의 두려움. 그리고 여전히 엄마의 곁에 남아있는 소중한 것을 재조명한다.
<딸에 대하여>는 동성 연인과 엄마 사이의 갈등을 중심으로 굴러가는 퀴어 영화이기도 하지만 꼭 그 문제가 아니더라도 늙어감과 외로움, 삶에 대해서도 생각하게 만드는 영화다. 모녀 관계에 대해서도 많은 걸 느낄 수 있으니 꼭 성소수자인 딸이 아니어도 20대 이상의 딸이 있는 모녀관계라면 혼자보단 함께 보는 걸 추천한다. (어린 딸과 엄마보다는 어른인 딸과 엄마에게 추천!)
- 아래 내용부터 스포 有
데칼코마니 같은 엄마와 딸
엄마는 딸이 자신과 다르게 살아가길 바란다. 외롭지 않게 행복하게. 엄마의 바람대로 그린은 자신의 행복을 찾고 그것을 지키기 위해 최선을 다한다. 그린은 사랑하는 사람을 만나 함께 살기 위해 노력하고 부당한 대우를 받는 성소수자를 위해 투쟁한다.
엄마의 눈엔 딸의 사랑과 정의감이 소꿉장난과 오지랖으로 느껴진다. 적당한 남자를 만나 아이를 낳고 그렇게 모나지 않게 살았으면 좋겠는데 동성연애에 관계도 없는 다른 강사의 부당 해고 집회에 얼굴을 팔고 다니다니. 엄마는 새까맣게 타들어가는 속을 붙잡고 대체 왜 그러냐며 소리친다.
그린은 엄마가 자신에게 부당한 거, 싫은 거는 말하라고 가르쳤다고 답한다. 엄마는 몰랐지만 딸은 엄마의 가르침대로 잘 자랐고 엄마도 여전히 부당한 현실에 맞서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엄마는 손발이 묶인 제희와 그것을 방관하는 동료를 향해 소리친다.
“어떻게 저게 남의 일이야. 우리라고 저렇게 안 될 줄 알아?”
부당 해고 사건에 대해 말하던 그린도 엄마와 똑같이 우리 일이 될 수도 있는 일이라고 말한다. 모전여전 그 자체인데 엄마는 그걸 모른다.
한숨 쉬어가며 나와 우리를 이해하다.
문밖을 서성이던 엄마, 문안에서 자고 있던 딸. 두 사람의 위치 변화 / 결말 해석요양원 과장과 지속적으로 갈등을 빚던 엄마는 제희와 함께 요양원에서 쫓겨난다. 엄마는 제희를 찾아 깊은 산속 병동을 방문하고 그녀를 집으로 데려온다. 엄마보다 더 어린 딸들은 이 갑작스럽게 나타난 식구를 받아들인다.
얼마 지나지 않아 제희가 세상을 떠난 후 엄마와 그린, 레인은 함께 장례식을 진행한다. 엄마는 제희를 떠나보내며 자신이 지독하게 붙잡고 있었던 두려움을 털어놓는다. 그린이 어르신이나 자신처럼 혼자가 될까 봐 두려웠다고.
그런데 엄마는 이제 인정하려고 한다. 그린의 곁에는 레인이 있고 두 사람과 함께 웃고 싸워줄 친구들이 있다는 것을. 딸이 자신의 등 뒤를 지켜줄 수 있을만큼 자랐다는 것을.
그린은 엄마 대신 상주에 이름을 올리고 친구들과 함께 장례식장을 지킨다. 그 덕분에 항상 문밖에서 전전긍긍하며 딸의 방을 바라보던 엄마는 이제 방 안에서 편하게 잠에 든다. 그리고 시간이 지난 후, 횡단보도에서 함께 손을 잡고 지나가는 또 다른 딸들의 앞모습을 정면으로 마주한다.
엄마는 딸에게 예쁜 수박만 주고 싶다
수박의 의미엄마는 그린이 집에 오기 전, 그린을 위해 커다란 수박을 산다. 엄마는 홀로 오르막길을 오르며 힘겹게 수박을 품에 안고 집으로 돌아온다. 그리고 수박을 반으로 뚝 잘라 절반은 예쁘게 썰어 그린을 위해 남겨두고 절반은 TV 앞에 앉아 숟가락으로 푹푹 퍼먹는다.
엄마는 병원에 입원한 아빠를 대신해 홀로 인생의 무게를 짊어져왔다. 그렇게 살다 보니 푹푹 파먹다 금세 비어버린 수박처럼 어느덧 엄마의 인생도 탄생보다 죽음에 더 가까운 위치에 다다른다. 엄마는 이제 나이 먹는다는 게, 혼자가 된다는 게 두렵다. 그리고 2층 집에 사는 세입자 가족처럼 이상적인 가족을 이루지 못할 딸이 걱정된다.
내 수박은 아무렇게나 팍팍 퍼먹어도 괜찮지만 딸은 예쁘게 썰어진 수박을 먹이고 싶은 게, 내 삶은 모나게 흘러가도 괜찮지만 딸의 인생은 예쁘게 꾸며주고 싶은 게 엄마다. 엄마의 말대로 그린과 레인은 함께 할 수 있는 것이 거의 없다. 결혼, 법적 보호자, 아이를 가진 가정. 아무것도 이룰 수 없다. 엄마는 동성애자의 삶이 이성애자의 삶보다 어렵다는 걸 알고 있기에 그린을 말리고 싶어 한다.
하지만 두 사람은 엄마가 걱정하는 것보다 훨씬 강한 어른이자 믿음을 나누는 연인이다. 그린과 레인은 커다란 수박을 반반 나눠 들고 웃으며 집으로 돌아온다. 설령 무겁고 쉽지 않은 인생이라 해도 두 사람은 지금처럼 인생의 무게를 나눠들고 함께 웃으며 걸어갈 것이다.
그리고 영화엔 그린과 레인이 들고 온 수박이 부서지거나 소비되는 장면이 나오지 않는다. 굳이 필요 없어서 해당 장면을 넣지 않은 걸 수도 있지만 나는 이걸 이유 삼아 영화가 두 사람이 함께 짊어지고 갈 인생을 긍정적으로 그리고 있다고 생각하려고 한다.
덮어둔 문제에 정면으로 부딪히는 레인
치매 증상이 심해진 제희는 수시로 배변 실수를 한다. 하지만 마지막 자존심인지 기저귀를 차는 것은 한사코 거부한다. 엄마는 어르신이 편한 게 제일이라며 귀찮은 빨래와 목욕을 받아들인다. 그런데 요양원 과장과 관계자들은 비품을 너무 많이 쓰고 빨래도 너무 자주 한다며 엄마에게 불만을 토로한다.
눈칫밥을 먹던 엄마는 제희에게 억지로 기저귀를 채우는데 제희는 그것에 충격을 받은 것인지 몰래 침대를 벗어나 자신을 찾으러 온 엄마와 실랑이를 벌이다 그 자리에서 소변을 보는 실수까지 한다.
엄마의 2층 집에 세 들어 사는 부부는 여전히 싱크대 위에서 물이 샌다고 말한다. 그리고 이전에 불렀던 분들 말고 진짜 전문가를 불러달라고 요청한다. 엄마는 그들의 요청대로 다시 전문가를 부르고 물이 새는 걸 잡으려면 천장을 다 뜯는 대공사를 해야 한다는 답변을 듣는다.
타인의 기준에 맞춰 억지로 채워놓은 기저귀, 임시로 해결해 놓은 누수는 다시 문제를 일으키고 만다. 사람의 마음도, 사람과 사이의 문제도 그렇다. 평범하지 않다고, 나와 다르다고 억지로 막고, 시간이 지나면 상대의 마음도 바뀔 거라고 대충 덮어놓고 살다 보면 언젠가는 터지게 되어있다.
그린은 몰라도 레인은 이걸 알고 있었던 것 같다. 현실적인 문제에 떠밀려 엄마의 집으로 들어온 것 같기도 하지만 언젠가는 레인이 엄마와의 관계를 극복하기 위해 정면으로 부딪히고 있다는 느낌이 들기도 했다.
불편한 건 말씀해달라, (그린에게) 우리만 참는 게 아니다, 우리 마음대로 할 수 있는 단 하나의 일을 하는 거다. 관계에 확신을 갖고 있다.. 레인은 차가운 엄마 앞에서도 또박또박 자신의 마음을 내비치고 갑작스레 등장한 제희를 정성껏 보살피며 엄마의 마음을 이해하려 노력한다.
아마 레인이 없었다면 엄마는 더 오래 아니 어쩌면 평생 딸을 이해할 수 없었을지도 모른다. 레인은 미움이 뚝뚝 새어 나오고 있던 모녀 관계를 지붕부터 뜯어 싹 고쳐낸다.
처음엔 당연히 엄마와 딸 그린의 갈등이 중점으로 그려지고 레인의 비중이 작을 거라 생각했는데 오히려 레인이 모녀 사이에서 완충 역할을 하고 이야기를 봉합하는데 중요한 역할을 하는 인물로 그려져 더 좋았다.
생각보다 더 곱고 어른스러웠던 레인과 빛나는 눈으로 레인에게 생명을 불어넣은 하윤경 배우의 모습은 오래 잊지 못할 것 같다. 물론 엄마의 마음속주름 하나까지도 모두 느끼게 해준 오민애 배우와 반질반질하고 예쁘고 단단한 자갈 같은 그린을 보여준 임세미 배우도 함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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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배우가 그 배우였다고? [우디 해럴슨] 편
안녕하세요!
영화/OTT 콘텐츠 큐레이션 웹 매거진 '씨네랩'입니다.
많은 영화 작품 중 다양한 도전, 다채로운 연기력으로 보는 이에게 강렬한 잔상을 남긴 배우들이 참 많죠.
영화를 볼 때마다 '이 배우 어디에 나왔었지?' 회상하며 배우의 필모를 살펴본 경험이 참 많은데요.
이번 콘텐츠 큐레이션 주제는 바로 오늘, 5월 17일 '슬픔의 삼각형' 개봉을 맞이하여
다채로운 면모와 연기력을 보유한 '이 배우가 그 배우였다고? [우디 해럴슨] 편' 큐레이션 입니다.
<헝거 게임> 시리즈 헤이미치 역
ⓒ 네이버 영화
헝거게임 시리즈에서 주인공 캣니스를 멘토로서 지지하는 '헤이미치' 역을 맡은 우디 해럴슨.
<헝거게임 : 판엠의 불꽃>(2012)부터 <헝거게임> 시리즈에서 12구역 최초의 우승자이자 캣니스(제니퍼 로렌스)의 멘토 헤이미치 역을 맡아
<헝거게임 : 더 파이널>(2015)까지 활약하며 극 내 빼놓을 수 없는 명품 조연으로서의 역할을 톡톡히 해냈습니다.
영화 <베놈 2> 카니지 역
ⓒ 네이버 영화
영화 <베놈 2>는 미워할 수 없는 빌런 히어로 '베놈'앞에 사상 최악의 빌런 '카니지'가 나타나
대혼돈의 시대를 예고하면서 피할 수 없는 대결을 그린 액션 블록버스터 작품입니다.
우디 해럴슨은 영화 <베놈 2: 렛 데어 비 카니지> 에서 빌런 '카니지'역을 맡아 대중들에게 강렬한 이미지를
각인 시킨 바 있죠.
<혹성탈출3> 대령 역
ⓒ 네이버 영화
'혹성탈출' 시리즈의 마지막 3부작인 영화 '혹성탈출: 종의 전쟁' 은 '혹성탈출: 종의 전쟁'은 인간과 공존할 수 있다고 믿었지만 가족과 동료들을 무참히 잃게 된 유인원의 리더 시저와 인류의 존속을 위해 인간성마저 버려야 한다는 인간 대령의 대립, 그리고 퇴화하는 인간과 진화한 유인원 사이에서 벌어진 종의 운명을 결정할 전쟁의 최후를 그린 작품입니다.
작품 속 우디 해럴슨은 '시저'와 대립하는 인간군의 대령 역을 맡아 선악을 넘나드는 악명 높은 캐릭터로 분해 극의 완성도를 높였습니다.
<지랄발광 17세> 브루너 선생님 역
ⓒ 네이버 영화
영화 '지랄발광 17세'는 가족도 친구도 학교도 연애도 뭐 하나 자기 맘대로 되지 않아
우울한 17세 소녀 네이딘(헤일리 스테인펠드)이 인생 최대 위기를 겪는 과정을 담은 작품입니다.
극 중 우디 해럴슨은 브루너 선생님 역을 맡아 주인공 헤일리 스테인펠드와 남다른 케미를 선보였죠.
<슬픔의 삼각형> 선장 역
ⓒ 네이버 영화
우디 해럴슨의 신작, 바로 오늘 개봉한 영화 <슬픔의 삼각형>.
'슬픔의 삼각형'은 2022년 제75회 칸영화제 황금종려상을 수상하고 2023년 제95회 아카데미 시상식 작품상, 감독상,
각본상 후보에 오른 작품으로 개봉전 부터 기대를 한가득 모으고 있습니다.
특히 우디 해럴슨은 크루즈에 탑승한 부자들을 신랄하게 비판하는 선장 토마스 역을 맡았습니다.
영화 <지랄 발광 17세>를 재밌게 보셨다면 이번 우디 해럴슨이 맡은 '선장' 역 또한 유머러스하고 노골적인 코미디 면모가 부각돼 적극 추천하는 작품입니다.
이 배우가 그 배우였다고? [우디 해럴슨] 편은 여기서 마치도록 하겠습니다.
추후 더욱 유익하고 재미난 영화 소식으로 찾아오겠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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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CIA, 스왓, LA 형사가 출동하면 생기는 일 [원조코미디/결말포함]
#코미디영화#재미있는영화#액션영화
▼구독은 여러분의 큰 힘입니다https://www.youtube.com/channel/UCNqd...
▼무비워크 먹여살리기???
https://toon.at/donate/637245550022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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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로봇 드림> 메인 예고편
뉴욕 맨해튼에서 홀로 외롭게 살던 ‘도그’는
TV를 보다 홀린 듯 반려 로봇을 주문하고
그와 둘도 없는 단짝이 되어 행복한 나날을 보낸다
그러던 어느 날, 해수욕장에 놀러간 ‘도그’와 ‘로봇’은
예기치 못한 상황에 휩쓸려 이별을 맞이하게 되는데···
“기다려, 내가 꼭 다시 데리러 올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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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신 강시선생> 메인 예고편
저주받은 강시들에 얽힌 비밀을 밝혀라!
배고픈 귀신들을 위한 귀신절에
갑자기 출몰한 강시들로
마을은 위기에 빠지게 된다.
혼비백산이 된 마을을 구하기 위해
사투를 벌이는 퇴사마 ‘하오’는
이 사태에 무시무시한 음모가
숨겨져 있다는 것을 밝혀내는데…
역대급 퇴마 호러액션이 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