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INELAB2024-03-06 17:18:29
마음을 울리는 올드팝 삽입 영화들
로봇드림 3월 13일 개봉
명장면 속 올드팝이 삽입된 영화들을 소개합니다.
3월 13일 개봉하는 <로봇드림> 과 함께 즐겨보아요
뉴욕 맨해튼에서 홀로 외롭게 살던 ‘도그’는 TV를 보다 홀린 듯 반려 로봇을 주문하고 그와 둘도 없는 단짝이 되어 행복한 나날을 보낸다. 그러던 어느 날, 해수욕장에 놀러 간 ‘도그’와 ‘로봇’은 예기치 못한 상황에 휩쓸려 이별을 맞이하게 되는데··· “기다려, 내가 꼭 다시 데리러 올게!”
[어바웃 타임] - Morten Harket - Can’t Take My Eyes Off You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 radio head - creep
[로봇드림] earth, wind & fire - September
[아이 엠 샘] - Lucy In The Sky With Diamonds
[슈퍼마리오 브라더스] bonnie tyler - holding out for a hero
[킹스맨: 골든 서클] - John Denver - Take Me Home, Country Roads
Relative conten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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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BIFF 데일리] 17년, 차마 잊히지 못한 부조리를 외치기까지의 시간
* 이 글은 씨네랩 크리에이터 기자단으로서 부산국제영화제에 참석하여 작성한 리뷰입니다.
* 스포일러가 있을 수 있으니 유의해 주시기 바랍니다.
<포스터>
<감독>
정지영
<출연진>
설경구, 진경, 염혜란, 유준상, 허성태 외
<시놉시스>
1999년 시골 소읍의 한 슈퍼마켓에 강도 치사 사건이 벌어진다. 경찰은 세 명의 소년들을 진범으로 지목, 빠르게 수사를 종결한다. 얼마 뒤 새로 부임한 황준철(설경구) 반장은 경찰 고위직 최우성(유준상)과 무리들이 성과를 앞세워 이 사건을 조작했다는 확신을 갖게 된다. 그는 특유의 끈질기고 강직한 수사력으로 재수사와 재심을 시도한다. 실화를 기반으로 한 <소년들>은 실화와 허구 사이에서 흥미로운 영화를 만들어 내기로 유명한 정지영 감독의 신작이다. 영화는 과거와 현재를 오가며 장르적 재미를 높이는 동시에 약자들의 마음을 따뜻하게 어루만지는 소영웅 서사를 펼쳐낸다. 설경구, 유준상, 진경, 허성태, 염혜란 등 호화 캐스팅도 돋보인다. (정한석)
(출처: 부산국제영화제 홈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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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가다보면 억울할 일이 많다. 동생이 잘못했는데 내가 누명을 뒤집어 쓰고 혼났다든가, 감나무 밑에서 갓끈을 맸는데 감도둑이라 욕 들어먹는다든가 하는 일이 그렇다. 이런 사소한 일로만 억울하면 그나마 서럽지나 않을텐데, 우리 사는 사회는 마냥 합리적이기만 한 것은 아니어서, 그보다 더한 일을 겪을 때도 비일비재하다.
그리고 우리가 마주하는 불합리와 부조리는, 인간의 아주 내밀한 이기심이 배려심 없는 욕망을 양분 삼아 자라난 것인 경우가 많다. 그것은 때론 우리를 무력하게 한다.
그렇다면 우리는 이 부조리를, 이 부조리에서 기인한 무기력함을 어떻게 이겨낼 수 있을까?
우리는 어떻게 그것들에 맞설 수 있을까?
영화 <소년들>은 이러한 부조리에 맞서는 이들에 대한 이야기다.
1. 무엇이 부조리를 만드는가?
영화는 2000년과 2016년을 오가며 <우리슈퍼 강도 살인 사건>을 조명한다.
때는 1999년 어느 밤, '우리 슈퍼'에 세 명의 강도가 침입해 할머니를 죽이고 금품과 돈을 빼앗아 달아났다. 범인으로는 그 이웃인 소년 셋이 지목되었고, 그들은 한 달도 안되는 시간 동안 살인죄 선고를 받고 옥살이를 하게 된다.
그러부터 1년 후, 황준철은 우연한 계기로 이 사건의 진범이 따로 있음을 알게 되고, 그로 인해 억울한 누명을 쓰고 옥살이를 하게 된 소년들을 위해 사건의 진상을 밝히기 위해 동분서주하게 된다.
어떻게 된 일인고 하니, 그 당시 소년들을 수사한 경찰들이 저희들의 승진을 위해 소년들에게 거짓 증언을 받아낸 것이다. 그러나 재수사 과정은 그리 녹록지 않다. 발바닥에 땀나게 뛰어다니는 황준철과는 달리, 주변 사람들은 협조적이지 않았으니까. 왜 그랬을까? 그것은 아마도, 아주 사소한 이기심 때문일지도 모른다.
최무성 일당은 저희가 폭력을 앞세워 거짓 증언을 받아냈다는 것을 드러내고 싶어하지 않았다. 소년들을 범인으로 잘못 지목한 윤미숙은 어머니가 강도살인 당한 충격에 휩싸여 그 당시에 대해 떠올리고 싶지 않아했고, 진범은 죄로부터 도망가고자 했으며, 소년들은 강압 수사 과정에서 있었던 끔찍한 트라우마를 되돌리고 싶지 않았다.
그리하여 황준철 반장의 노력은 수포로 돌아간다. 바로 그러한 이기심이 모이고 모여 부조리를 더욱 견고하게 만들었으므로. '내게도 사정이 있었다'는 변명들은 그렇게 다른 누군가의 삶을 망쳤다.
그렇게 가난하고 힘없는 이들은 권력을 쥔 이들의 구둣발 아래 무참히 짓밟히고 만다.
2. 17년, 정의를 되찾기까지의 시간
그리고 2016년. 황 반장의 재수사가 있고부터 16년의 세월이 흐른다. 조직의 비리를 캐내던 황 반장은 그에 대한 보복으로 보직에서 제외되고 내내 변방의 섬에서 좌천 당한 채 시간을 보냈다. 이제는 은퇴를 1년 남은 어느 초라한 말년, 답답한 속을 그저 술로만 달래던 그는 아주 우연한 기회에 어느 소식을 듣는다.
소년들과 그들을 거두어들인 미숙이, 17년 전 그 <우리 슈퍼 강도 살인 사건>에 대해 재심을 준비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미 거대한 부조리에 굴복한 바가 있는 황 반장은 주저한다. 어차피 공소시효가 끝난 사건이었다. 진범은 이미 잡아들일 수도 없고, 이미 옥살이를 한 소년들의 인생을 되돌릴 수도 없다. 해도 소용이 없는 일을 다시 시도하며 무기력함을 느끼고 싶지 않기도 했을 것이고, 그러한 의미 없는 노력을 기울이면서 주변 사람들이 다시금 다치기를 원하지 않았을 것이다.
그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는 재심에 협조하기로 한다. 기꺼이 사표를 내고, 그 모든 부조리에 다시금 맞선다. 그는 그 현장의 부조리를 직접 목도한 가장 확실한 증인이었으므로. 그는 얼마든지 증인석에 오를 권리가 있었다.
그렇다면 황준철은, 윤미숙은, 소년들은, 왜 이제 와서 부조리에 맞선 것일까?
짐작건대, 그것은 어쩌면, 그날의 그 사건이 17년이 지나도록 그들을 따라다녔기 때문이리라. 소년들의 꽁무니에는 언제나 살인자라는 꼬리표가 남았고, 윤미숙은 그들이 그토록 오랫동안 억울한 삶을 살게 한 것에 가책을 느꼈으며, 황준철은 잘못을 바로잡지 못했다는 부끄러움에 매일 같이 술잔을 기울였다. 강도 살인을 저지른 진범들은 그들이 저지른 죄로 말미암아 평생토록 도망치며 살았다. 마음의 밑바닥에 짐처럼 가라앉은 오랜 옛날의 부조리가 오래도록 그들 모두를 괴롭혀 온 것이다. 이로부터 해방되는 유일한 길은, 이로부터 더는 도망치지 않고 맞서는 일이었으리라.
그리하여 그들은 목소리를 내기로 결심했다. 그들은 지난날의 부끄러움과 실수를 바로잡고자 하는 용기를 동력으로 삼아 다시금 진실을 밝히고자 했고, 마침내, 세상에 그들의 목소리가 닿게 했다.
영화는 완벽한 해피엔딩은 아니다. 그러나, 최소한 가장 억울했을 사람들이 응당 그들이 누려야 할 삶을 되찾았다. 그리고 어떤 싸움은, 가장 사소한 것을 회복하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값어치가 있는 법이다.
우리 주변에도 부조리한 일들은 널리고 널렸다. 그에 대해 목소리를 내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은 아니지만, 그것이 모이고 모인다면, 어쩌면 우리는 변화를 야기하는 아주 사소한 계기를 만들어 낼 수 있을지도 모른다. 자, 우리 한 번 생각해보자. 우리 자신과 주변에는 어떤 억울한 일들이 있을까? 우리는 그들을 위해 무엇을 해줄 수 있을까? 아주 사소한 것이라도 좋다. 무엇이든 시작해보자.
3. 관람 포인트
일반적인 수사물의 문법을 따르고 있지만 재미있는 관람 포인트들이 많다. 그 중 몇 가지만 소개하면 아래와 같다.
첫째, 이 영화는 16년이라는 긴 시간의 장벽 하나를 두고 2000년과 2016년을 넘나든다. 이 각기 다른 시간이 어떻게 연출되었는지, 배우들은 어떻게 다른 모습을 보여주었는지를 살펴보는 것도 재미있는 감상법이 될 것이다. (GV에서 설경구 배우가 말하길, 효과적인 연출을 위해 일주일 동안 나흘이나 굶었다고 한다..!)
둘째, 무거운 소재의 영화임에도 곳곳에 숨어있는 유머가 돋보인다. 특히 조연배우들의 재치가 인상 깊었는데, 허성태와 염혜란 배우의 생활감 넘치면서 익살스러운 연기가 일품이었다!
셋째, 이 영화는 실제 사건을 바탕으로 제작된 영화이다. 실제 사건을 살펴보며 어떤 일이 있었고, 영화에서는 이를 어떻게 다루었는지를 비교해보는 것도 재미있을 것이다.
2022.10.06. 부산국제영화제 10.05~10.14 15:00 하늘연극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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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트찰라와는 달랐던 슈리의 블랙 팬서
아수라장
오래 볼 수 있었다면 좋았을 걸. 의지하고 있었다. 오빠가 세상을 떠났다. 슈리는 어느 때와 다름없는 큰 빈자리를 체감하고 있다. 오빠 트찰라는 한없이 다정한 사람이었다. 좋은 오빠였고 멘토였으며 훌륭한 국왕이었다. 그리고 둘도 없는 슈퍼히어로였다. 타노스와의 전투 이후에 병이 생겨 건강이 위독해진 것이 계기가 됐다. 온갖 방식으로 발달한 와칸다의 기술이었지만 트찰라의 병을 치료하는 건 불가능했다. 좌절하는 슈리. 블랙 팬서는 현재 공석이다. 그렇게 길지 않은 시간에 왕이 두 명이나 세상을 떠났다. 빈자리인 국왕은 슈리의 어머니 라몬다가 통치하기로 했다. 갑작스러운 라몬다의 등장에 혼란스러운 와칸다. 와칸다에는 비브라늄이라는 특수 물질이 있다. 혼란스러운 와칸다를 공략해 비브라늄의 활용법에 제약을 두고 싶어 하지만 온 세상의 간섭을 피하는 건 사실 현실적으로 어렵다. UN 청문회장에 불려 나가 와칸다에 간섭하지 말라고 맞서는 라몬다. 내외적으로 빗발치는 침략 시도에 와칸다는 노력을 기울이고 있었다.
그리고 어떤 날의 저녁에 이르렀다. 비브라늄 채굴선이 대서양에 갑자기 덩그러니 나타났다. 채굴선에서 두 사람이 배에서 내린다. 잠수복을 입고 비브라늄 근처로 다가가는 두 사람. 갑자기 두 사람의 연락이 끊긴다. 무슨 일이지? 두 사람과 교신하려뎐 채굴선. 채굴선은 군사들이 지키고 있었다. 이 채굴선에 정체불명의 굉음이 들려온다. 귀를 막는 채굴선 안의 사람들. 잠시 시간이 지나자 사람들이 자기 발로 직접 바다에 빠진다. 끔찍한 광경. 채굴선의 책임자였던 두 사람은 헬기로 탈출 계획을 세운다. 헬기가 이륙해 공중에 떴다. 그런데 갑자기 무언가가 튀어 오르더니 헬기를 집어던져 바다에 빠트렸다. 수십 명이 바다에서 참혹하게 살해당한 것이다. 소식을 듣는 에버렛 로스. 와칸다와 직접 접촉해서 무슨 일이지 묻는다. 당연히 바다 위의 살인사건은 와칸다와 관련이 없다. 그럼 뭐가 문제지? 에버렛 로스와 슈리, 라몬다는 비브라늄을 갖고 대립을 벌이는 집단이 하나 더 있다는 걸 알게 된다. 그 집단의 위치는 땅 아래 바다였다. 터전인 발로칸에 비브라늄이 있었다. 그리고 그 나라의 수장 네이머는 터전을 지키기 위해 미국인 과학자, 리리 윌리엄스를 찾고 있었다. 와칸다와 네이머는 이 과학자의 거취, 그리고 나라를 지도하는 방향성에 대해 대립하며 전투를 벌인다. 과연 슈리와 라몬다는 와칸다를 지킬 수 있을까?
벌써 11월
올해 개봉한 세 번째 마블 영화다. 작년 <스파이더맨 : 노 웨이 홈>의 두 번째 쿠키영상을 보고 '오오' 하던 때가 어느새 1년이 지났다. 5월에 개봉한 <닥터 스트레인지 : 대혼돈의 멀티버스>를 마지막으로 이번 <블랙 팬서 : 와칸다 포에버>가 이번 22년을 장식한다. 사실 올해 마블의 타율이 그렇게 높지는 않다. 저번 <토르 : 러브 앤 썬더>의 평가가 좀 많이 별로였다. 글쓴이의 기억 상으로 마블에서 '스피드 쿠폰' 같이 선착순 할인 이벤트를 연 적이 없다. 아마 <토르 : 러브 앤 썬더>가 처음이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이에서도 알 수 있듯 마블의 타율은 솔직히 최근 들어서 많이 낮은 편이다. 체감상 좋은 평가를 받았던 작품이 없다. 특히 이 낮은 평가는 드라마에서 더 명확해진다. <미즈 마블>은 3화 보고 접었다. 왜냐하면 이 이 히어로가 다른 슈퍼히어로와의 차별성이 그렇게 안 느껴졌기 때문이다. 또 다른 드라마 <변호사 쉬헐크>는 초중반까지 쭉 잘 만들다가 엔딩에서 전부 부숴 버렸다. 내가 좋아하는 ‘데어데블’을 가볍게 만든 것 까지는 좋다. 그런데 엔딩은 영화에서 가장 중요했던 주제 ‘헐크의 거취’를 무의미하게 만드는 헛스윙이었다. 마블의 헛스윙은 왠지 글쓴이만 느끼는 것이 아닌 것 같다. <블랙 위도우>는 엔딩을 알고 영화를 본다는 한계, <샹치 : 텐 링즈의 전설>과 <닥터 스트레인지 : 대혼돈의 멀티버스>는 빌런의 존재감이 컸던 것, <토르 : 러브 앤 썬더>는 ‘뇌절’의 향연이었다는 것이 단점으로 지적됐다. <완다비전>과 <로키> <문나이트> <호크아이>가 좋은 평을 받긴 했지만 이 드라마들이 마블의 악평을 덮어주지는 못했다.
이 정도면 괜찮았지
그도 그럴 것이 요즘의 MCU는 무엇을 목표로 생각하고 만드는지 잘 모르겠다. <캡틴 아메리카> 시리즈는 스릴러와 전쟁영웅, 시간여행이라는 뚜렷한 키워드가 있었다. <아이언맨> 시리즈는 전쟁 무기 매출 업자의 개과천선이라는 것, <스파이더맨>은 소년 히어로 피터 파커의 성장담 등등. 잘하고 있던 굳이 반복시켜 지루하게 만드는 선택이나 ‘히어로를 조명하고 싶은 마음은 있는 건가’ 싶은 것들이 과거의 명성에 누가 되고 있다. 최근 <블랙 아담>에 대한 호평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액션 신에서 더 락의 캐릭터를 잘 살릴 만큼 좋은 묘사가 들어갔다는 칭찬이 적지 않았다.
이런 지점에서 이 <블랙 팬서 : 와칸다 포에버>는 글쓴이의 생각에 선택과 집중이 잘 들어가 있다고 생각한다. 영화에서 전면적으로 보여주고 싶었던 것은 (포스터에서 대놓고 스포 하고 있듯) 슈리가 어떻게 블랙 팬서를 승계하냐에 대한 이야기다. 처음부터 트찰라를 떠나보낸 슈리의 감정연기에 힘을 주고 시작한다. 이 감정선은 진중한 영화의 톤에 힘이 실리며 엔딩부까지 이르러 진한 감정적인 여운을 남기는데 효과적이다. 이 처음부터 엔딩까지의 단적인 장면 연출뿐만 아니라 요소요소마다 슈리가 어떤 계기 때문에 블랙 팬서가 됐고, 네이머와의 차별점은 어느 지점에서 생기는가? 는 극에서 대놓고 임팩트를 주고 있는 부분이다. 뿐만 아니라 영화 전반적으로 유럽인들의 아프리카 침략에 대해 감독 라이언 쿠글러가 코멘트하는 듯한 느낌도 있다. 뾰족하게 다가오는 것이 없는 것 같았던 마블의 영화들과는 차이점이 있는 것이다. 훨씬 더 진중해진 느낌?
가볍지 않은 분위기
이 진중해진 분위기에는 슈리, 라몬다, 네이머 역할을 맡은 배우들의 연기가 두드러진다. 물론 나머지 배우들도 연기는 다들 잘했지만 이 세 배우의 호연은 어마어마하다. 먼저 슈리 역을 맡은 레티샤 테이트는 깊은 감정연기를 보여줬다. 초반부 트찰라와의 이별 직전 받아들일 수 없어 애써 부정하는 모습을 기점 찍고 영화의 중심 서사인 슈리의 성장기를 무리 없이 전개한다. 이 인물에게 가장 중요했던 정서는 혼란과 분노다. 후자는 영화에서 후반부에 굉장히 중요하게 작동하기 때문에 구체적으로 쓰기는 어렵다. 그러나 이 분노가 글쓴이 입장에서 선명하게 느꼈던 점은 레티샤 테이트가 감정연기를 능수능란하게 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극에서 이 사람이 화를 내야 할 이유가 명확하니 이게 다른 블랙 팬서와의 차이점으로 작동하는 것이다. 그리고 초대 블랙 팬서의 부재라는 안타까운 상황에 누가 되지 않는 가볍지 않은 템포가 필요했다. 영화는 이를 슈리의 연기로 메꾼다. 혼란이라는 정서는 후반부의 분노와도 연관이 있다. 내가 블랙 팬서를 승계받아도 되는지. '미국인 과학자'를 어떻게 해야 할지. 와칸다는 어떻게 이끌어야 하는지, 같은 실존적인 고민을 러닝타임 동안 반복하다 후반부에 감정을 터트린다.
또 슈리의 어머니 역을 맡은 라몬다의 연기도 훌륭했다. 라몬다는 사실 모순된 과제를 안고 있다. 평화를 유지하고 싶어 하면서 네이머는 견제한다. 혼자 남은 유일한 가족 슈리를 지키고 싶어 하지만 그녀가 블랙 팬서를 승계하길 원한다. 그런데 이 와중에도 나라를 이끌어야 한다. 여러 역할과 갈등 사이에서 단단하게 버텨야 하는 라몬다. 단단하게 버틸 땐 믿음직스럽게, 역시 인간이기 때문에 무너져 내릴 때는 무너지는 감정연기를 훌륭하게 소화했다. 극에서 중후반부까지 굉장히 중요했던 인물 중 하나였다. 주요 터닝포인트가 되기 때문이다. 이를 위해서 강약 조절의 능수능란함으로 러닝타임을 돌파한다. MCU의 조연들 중에서 이 영화의 라몬다를 기억할 분이 많을 것 같다고 생각했다. 네이머 캐릭터는 입체적인 인물이다. 이 캐릭터가 영화화된 건 이번이 처음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사람은 극에서 중용될 것이며, 후에 어벤저스의 일원이 될 수도 있지만 뒤통수 칠 여지도 있다는 걸 캐릭터의 퍼포먼스로 보여준다. 액션 연기도 후술하겠지만 슈리 쪽이 아쉬운 부분이 큰 반면에 네이머의 전투는 시원시원한 맛이 있어 좋다. 상의 탈의한 캐릭터의 콘셉트도 이를 덧붙이는 좋은 설정이었다.
색다른 블랙 팬서
그러나 이러나저러나 해도 영화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블랙 팬서'의 재해석이다. 영화 전반적으로 어떻게 그녀가 슈퍼히어로가 됐는지를 조명하고 있다. 이는 전 블랙 팬서 채드윅 보스먼이 맡았던 트찰라는 너무 숭고한 존재였다. 제모 남작이 아버지를 살해했지만 정작 남작을 죽이지는 않았다. 이는 인피니티 사가에서 캐릭터들이 맡았던 희생과도 연관이 있다. 아이언맨은 결국 버키의 행방을 끝까지 찾지 않았고, 캡틴 아메리카는 자기 삶을 포기해 전설적인 군인이 됐으며 토르는 아스가르드를 지키려다가 가족들을 잃었다. 블랙 위도우는 타노스를 제지하기 위해서 자기 목숨을 던졌다. 이런 맥락에서 트찰라가 왜 어벤저스의 일원이 됐는지를 설명하는 공통점이 됐다. 어찌 보면 다 비슷비슷한 사건 같은데 캐릭터만의 개성이 살았던 이유도 이런 섬세한 설정의 차이에서 온다고 생각했다.
인피니티 사가 이후 MCU는 다른 방식으로 히어로들을 소개하고 있다. 이 <블랙 팬서 : 와칸다 포에버>는 더 특별하다. 트찰라가 했던 희생을 어느 정도는 승계하며 반대 측면에서 슈리의 분노를 구석구석 활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는 이 '블랙 팬서'의 차후 행보에 굉장히 중요한 키워드가 될 것으로 보인다. 이 감정적으로 슈리가 어떤 상태인지 설명하는 영화의 수는 유효했다. 이 설명을 위해 전편의 설정을 갖고 오는데, 입체적인 캐릭터 설정을 위한 좋은 차용이었다고 생각한다. 네이머와의 공통점도 부각하면서 이를 뒤집는 반대 기능도 실현한다. 어느 정도는 '토니 스타크'가 생각나는 인물의 감정선이었다.
팥이 별로 없는 찐빵
그렇게 드라마를 잘 충족한 영화라고 생각했지만 당연히 단점은 있다. 영화에서 액션이 약하다는 것은 분명히 단점으로 작용할 것 같다. 드라마를 보고 가서 좋았다는 것은 글쓴이 입장이다. 기존에 마블(을 비롯한) 슈퍼히어로 영화를 보고 싶어 하는 분들 중 화려한 액션 연기를 기대하고 가시는 분이 많았을 것이라 생각한다. 그게 장르적인 특성이기도 하니까. 그러나 영화에서 가장 중요한 주인공 슈리의 액션은 낙폭이 크다. 멋있을 땐 검은색의 색감과 함께 빠른 톤으로 액션을 보여준다. 이는 최후반부 가장 마지막 전투에서 두드러진다. 영화의 가치 중 1/5를 차지한다고 생각할 정도다. 얼핏 보면 이게 가능한가? 싶은 액션이 이 사람의 몸 쓰는 방식에서 나타나는 것이다. 이 영화 내내 이런 액션만 반복되면 좋았겠지만 그렇지 않다. 하이라이트 신의 초반부, 어떤 장소에서 아크로바틱 하게 몸을 움직이며 전투를 한다. 여기서 몸은 유연한데 카메라는 그렇지 못하다. 이 각도에서 찍고 저 각도에서 찍어서 계속 흔들린다. 편집의 템포도 살짝씩 끊긴다. 이러다 보니 감독이 분명히 장르적인 특성을 부여하기 위해 액션 시퀀스를 넣었을 텐데 전투 신만 나오면 정신없고 지루하게 느껴진다. 이는 슈리에게만 적용되는 이야기가 아니다. 오코예와 와칸다 군인들에게도 성립하는 이야기다. <캡틴 아메리카>의 루소 형제가 이 액션을 맡았다면 훨씬 더 멋있었을 거라고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이 아쉬움은 '리리 윌리엄스'라는 캐릭터에게도 이어진다. 리리 윌리엄스가 등장하는 계기나 캐릭터성에 대해서는 이견이 없다. 그러나 살짝 생각해보면 이 인물이 굉장한 트롤링을 하고 있다고 느껴지기 쉽다. 하지만 글쓴이는 리리에게 잘못이 없다고 본다. 가령 내가 우리가 카페에서 글을 쓰고 있다고 해보자. 내가 쓰는 글이 어느 나라 정부의 허점을 찌르는 것이 될 수도 있다. 이걸 의도하고 쓸 수는 있겠지만 거의 대부분 불가능하다. 또 이 인물의 거취가 어떤 사람의 입장과 큰 관련이 있다는 부분은 절대 그냥 만든 점이 아닐 것이다. 이 인물관계는 또 다른 영화의 키워드인 '과거 유럽인들의 식민지배'와도 연관이 있으니 기능적으로 캐릭터를 설정하지 않았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이 '리리 윌리엄스'와 관련한 큰 단점은 슈트 디자인이라고 생각한다. 난 모르겠다. 너무 전형적인 슈퍼히어로처럼 만들지는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든다. 그래서 이 인물이 슈트를 입고 하는 행동이 멋이 없다. 판은 잘 깔아줬는데 이상한 시각화 때문에 히어로의 이미지 전달에 어느 정도 손해를 보는 것이다. 영화를 보고 나서 이 사람이 왜 등장했는지는 기억에 남았는데 '아이언 하트'의 비주얼은 전혀 기억에 남지 않았다.
또 부분 부분 시각화에서 아쉬운 부분이 돋보인다. 위 문단과 마찬가지로 영화에서 시각화가 강점으로 작용한 부분은 있다. 바로 와칸다와 발로칸의 시각화다. 와칸다의 시각화는 이미 전작에서 묘사가 됐다. <블랙 팬서>와 <어벤저스 : 인피니티 워>에서 볼 수 있던 와칸다 묘사가 이번 영화에서 더 업그레이드된 채로 묘사된다. 와칸다는 문명과 자연이 공존하는 생경한 나라다. 이를 섬세한 방식으로 빼놓지 않게 구현해서 슈리의 활동이 어색하지 않게 보여준다. 반대로 발로칸의 묘사도 훌륭했다. 해양 도시 발로칸. 바닷속에 생긴 왕국은 얼핏 보면 식상해질 수도 있다. 그러나 왕관 묘사나 거기 사는 사람들의 집 터나 하나하나 사실적으로 설계를 짜서 구현한 티가 난다. <아바타> 시리즈의 네이티리 족이 사는 곳이 생각나는 묘사다. 물론 바다와 육지라는 공간적 배경이 대비되기는 하지만 익숙한 것에서 살짝만 틀었다는 점에서 공통점이 생길 것이다. 이 영화를 지루하다고 볼 분들은 많을 것이다. 어느 정도 그런 측면이 있는 건 사실이니까. 그런데 발로칸 묘사 하나만큼은 많은 분들의 머릿속에 남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다. 전체적으로 파란색 톤으로 빼면서도 그 안에 있는 세부적인 장치들, 요소들을 주제적인 것과 잘 어울리게 만들었다.
그러나 시각화에서 아쉬운 것을 빼먹을 수 없다. 가령 슈리는 극에서 와칸다 산 비행기를 여러 번 탄다. 당연히 극에서 중요하게 쓰인다. 이 비행기를 탈 때 굉장히 어색하다. 잘 만들어진 긴장감이 깨질 정도다. 이는 많은 분들이 완성도로 지적할 만큼 조악하다. 또 초반부 트찰라가 사망하고 시체가 운구되는 신이 있다. 여기서도 트찰라의 관이 너무 지나치게 클로즈업되어있어서 이질감이 크다. 아이언 하트가 슈트를 입고 전투하는 신이 있다. 여기에 <아이언맨>의 삽입곡이 쓰이면서 토니 스타크를 오마주한 느낌이 든다. 그런데 슈트 퀄리티는 절망적이다. 영화를 보면서도 아이언맨을 좋아하는 분들이 불쾌하다고도 생각할 수 있을 것 같다고 느꼈다. 단순히 컴퓨터를 이용한 시각화만 문제인 건 아니다. 물리적으로도 구현할 수 있는 시각화도 아쉬웠다. 단 한 부분에서. 바로 슈리의 체형이다. 슈리가 너무 말랐다. 액션 할 때는 그게 티가 잘 안 나지만 와칸다를 지휘할 때는 단점이 두드러진다. 그래서 카리스마가 느껴지지 않는다. 라몬다나 트찰라, 음바쿠는 큰 체구로 보이는데 슈리는 그 반대다. 슈퍼파워가 없었다면 블랙 팬서 라고 느끼기 어려울 정도였다. 어느 정도 벌크업을 생각하고 영화를 찍을 수는 없었던 걸까? 감독의 선택에 아쉬움이 생긴다.
좋은 영화
아마 이 영화를 좋게 평가할 사람이 그렇게 많지 않을 것 같다. 최근 마블의 아쉬운 행보 속에서 국면전환을 시킬 만큼 잘 만든 영화는 아니기 때문이다. 슈퍼히어로 영화에서 액션이 부실하다는 건 또 다른 단점이 될 수밖에 없다. 드라마적으로 잘 만들었기 때문에 부분 부분 보이는 슬로우모션은 영화를 더더욱 아쉽게 만든다. 그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작년-올해 개봉했던 마블의 영화들 중에서든 돋보이며 입체적인 슈퍼히어로가 나왔다는 점은 분명하게 주장(?)하고 싶다. 이 히어로는 우리가 알던 히어로들과는 아주 살짝 다르다. 또 시각화가 아쉽긴 하지만 강점으로 발현되는 부분은 엄청나다. <아바타 : 물의 길>을 앞두고 CG 맛보기를 하고 싶다면 이 영화도 좋은 선택이다. 아. 이 영화가 이렇게 아름다운 시각화를 보여주기 위해서 차용한 영화가 몇 편 있다. 글쓴이는 <문라이트>라고 생각했고 같이 갔던 일행은 <아바타>라고 느꼈다. 이 영화들에서 사용했던 연출이나 시각화가 마음에 들었다면 <블랙 팬서 : 와칸다 포에버>가 낯설지 않을 것이다. 또 영화에서 사회적인 문제를 다룬 방식도 마냥 깊지는 않았지만 옅지도 않았다는 문장을 쓰고 싶다. 페이즈 4가 되고 나서 개봉했던 마블 영화들 중에서는 가장 탄탄한 이야기를 구성한 느낌이다. 풍부한 이야기를 시도해서 하고 싶은 것을 전달하는 데에는 좋았지만 아쉬운 부분도 있는 그런 영화였다. 아. 쿠키 영상 엄청 중요할 것으로 보인다. 꼭 보시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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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칸영화제 단골 초청배우 이선균 필모7선
배우 이선균은 칸영화제만 3번 초청되었는데요 그만큼 캐릭터에 대한 깊은 탐구와 작품을 고르는 안목이 있는거겠죠? 이 기세라면 나중에 칸영화제 남우주연상 수상하는 장면을 보게 될지도?
이미 배우로서의 정점을 찍었지만 장르불문, 드라마, 저예산영화, 예술영화 등 가리지 않고 등장하며 이선균배우의 독보적인 길을 개척해나가고 있는데요. 어떤 배역을 맡던 찰떡같이 소화해 내는 이선균 배우의 대표 필모그래피와 함께 명대사 보고가세요
[나의 아저씨]
“죽고 싶은 와중에, 죽지 마라, 당신 괜찮은 사람이다, 파이팅 해라. 그렇게 응원해주는 사람이 있다는 것만으로 숨이 쉬어져. 고맙다. 옆에 있어줘서”
CINEPICK
삶의 무게를 버티며 살아가는 아저씨 삼 형제와 거칠게 살아온 한 여성이 서로를 통해 삶을 치유하게 되는 이야기
[누구의 딸도 아닌 해원]
“너 미쳤니, 너 미쳤어! 너 미친년이야 너! 아니 어떻게 나랑 헤어지고 그딴 놈이랑 잘 수 있냐고! 내가 너 얼마나 사랑했는데! 얼마나 우리가 힘들게 헤어졌니, 우리가! 그냥 그딴 애랑 자?! 이런 X발 X같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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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생 해원(정은채)은 학교 선생인 성준(이선균)과의 비밀스런 관계를 정리하고 싶다. 내일 캐나다로 이민을 떠나는 엄마(김자옥)와 만나고 우울해진 해원은 오랜만에 성준을 다시 만난다. 그날 식당에서 우연히 같은 과 학생들을 마주치게 되고 두 사람의 관계가 알려지게 된다. 해원은 더 불안해지고, 성준은 둘이서 어디론가 도망을 가자는 극단적인 제안을 한다... 해원은 자주 꿈을 꾼다. 그녀의 꿈은 그녀의 깨어있는 삶과 비교가 될 것인데, 그 중 어느 것도 그녀의 삶이 아니라고 말할 수 없을 것이
[잠]
“누가 들어왔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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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한 신혼부부 ‘현수’(이선균)와 ‘수진’(정유미). 어느 날, 옆에 잠든 남편 ‘현수’가 이상한 말을 중얼거린다. “누가 들어왔어” 그날 이후, 잠들면 마치 다른 사람처럼 변하는 ‘현수’. 깨어나면 아무것도 기억하지 못하는 ‘현수’는 잠들면 가족들을 해칠까 두려움을 느끼고 ‘수진’은 매일 잠드는 순간 시작되는 끔찍한 공포 때문에 잠들지 못한다. 치료도 받아보지만 ‘현수’의 수면 중 이상 행동은 점점 더 위험해져가고 ‘수진’은 곧 태어날 아이까지 위험에 빠질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갖은 노력을 다해보는데…
[기생충]
“냄새가 선을 넘지..몰라 가끔 지하철타다보면 나는 냄새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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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원백수로 살 길 막막하지만 사이는 좋은 기택(송강호) 가족. 장남 기우(최우식)에게 명문대생 친구가 연결시켜 준 고액 과외 자리는 모처럼 싹튼 고정수입의 희망이다. 온 가족의 도움과 기대 속에 박사장(이선균) 집으로 향하는 기우. 글로벌 IT기업 CEO인 박사장의 저택에 도착하자 젊고 아름다운 사모님 연교(조여정)가 기우를 맞이한다. 그러나 이렇게 시작된 두 가족의 만남 뒤로, 걷잡을 수 없는 사건이 기다리고 있었으니…
[내 아내의 모든 것]
“니가 항상 투덜대는 게 외로워서 그런 거였더라고. 내가 외로우니깐 그렇더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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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쁘고 사랑스러운 외모, 완벽한 요리 실력, 때론 섹시하기까지. 남들이 보기엔 모든 것을 갖춘 최고의 여자 ‘정인’(임수정). 하지만 입만 열면 쏟아내는 불평과 독설로 인해 남편 ‘두현’(이선균)에겐 결혼생활 하루하루가 죽을 맛이다. 매일 수백 번씩 이혼을 결심하지만 아내가 무서워 이혼의 ‘이’자도 꺼내지 못하는 소심한 남편 두현. 그런 아내와 헤어질 방법은 단 하나뿐. 그녀가 먼저 두현을 떠나게 하는 것! 제발… 제 아내를 유혹해 주세요! 아내가 싫어하는 짓만 골라하며 소심한 반항을 해보지만 눈도 까딱 않는 정인으로 인해 두현은 절망에 빠진다. 하지만 어떤 여자든 사랑의 노예로 만들어 버리는 비범한 능력을 지녔다는 전설의 카사노바 ‘성기’(류승룡)를 만나 절호의 기회를 얻는 두현! 이제 은퇴를 선언하고 은둔의 삶을 선택한 그에게 두현은 카사노바 일생의 화룡점정을 위한 마지막 여자로 정인을 유혹해 달라고 부탁하는데…
[끝까지 간다]
“쏴바 이 x발람아 내가 너 최소한 무기징역 나온다에 18만원건다 이 x팔새끼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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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니의 장례식 날, 급한 연락을 받고 경찰서로 향하던 형사 ‘고건수’(이선균). 아내의 이혼 통보, 갑작스런 내사 소식까지, 스트레스 폭발 직전의 건수는 실수로 사람을 치는 사고를 일으키고 만다. 되돌릴 수 없는 상황! 어떻게든 모면해야 하는 건수는 누구도 찾을 수 없는 곳, 바로 어머니의 관 속에 시체를 숨긴다. 끝났다고 생각한 순간, 놈이 나타났다! 하지만 곧 경찰 내부에서 실종 및 뺑소니 사건에 대한 수사가 시작되고 범인이 다름아닌 자기 자신인 건수는 이를 은폐하기 위해 애쓴다. 그러던 어느 날, 사건의 모든 걸 알고 있다는 정체불명의 목격자 ‘박창민’(조진웅)이 등장하고, 목적을 감춘 채 건수를 조여오는 창민의 협박 속 건수의 상황은 예측할 수 없는 위기로 치달아 가는데…! 절체절명 형사의 마지막 반격 되돌릴 수 없다면, 끝까지 간다!
[화차]
“...'너'로 살아. 제발 붙잡히지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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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 한 달 전, 부모님 댁에 내려가던 중 휴게소에 들른 문호와 선영. 커피를 사러 갔다 온 문호를 기다리고 있는 건 문이 열린 채 공회전 중인 차 뿐이다. 꺼져있는 휴대폰, 흔적도 없이 그녀가 사라졌다. 그녀를 찾기 위해 전직 강력계 형사인 사촌 형 종근에게 도움을 청한 문호. 하지만 가족도 친구도 없는 그녀의 모든 것은 가짜다. 실종 당일, 은행잔고를 모두 인출하고 살던 집의 지문까지 지워버린 선영의 범상치 않은 행적에 단순 실종사건이 아님을 직감하는 종근은 그녀가 살인사건과 연관되어 있음을 알아낸다. 그녀는 과연 누구였을까? 그녀의 정체에 다가갈수록 점점 더 충격적인 진실들이 밝혀지기 시작 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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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시 〈부당거래〉의 세계에 갇힌 류승완
상업영화 감독으로서 류승완이 가진 위상을 고려했을 때, 〈베테랑2〉는 아쉬움을 남기는 영화다. 먼저 주제다. 〈베테랑2〉는 수년 전부터 범람하는 사적 제재물의 연장에 있다. 신자유주의 사회 이후 공동체 붕괴 속도는 가팔라졌고, 법과 공권력은 시민들의 법 감정을 충족하기에는 솜방망이처럼 가벼웠다. 단지 능력과 역량이 부족해서가 아니라 권력 친화적으로 뼛속까지 썩어 있었기 때문이다. 사적 제재 장르물은 법과 공권력은 만인에게 평등하게 집행된다는 믿음이 깨진 곳을 파고들었다. 〈베테랑2〉와 직접 비교되는 〈비질란테〉 시리즈가 아니더라도 하나하나 언급하기도 벅찰 정도로 수많은 영화와 드라마가 이 문제를 다루었다. 심지어 2022년 작 〈경관의 피〉는 법의 테두리에서 범인을 잡는 경찰과 수단과 방법을 가라지 않고 악인을 검거하는 경찰의 대립을 다뤘다는 점에서 〈베테랑2〉의 문제의식을 한참 앞서 선보인 바 있다. 대중의 원한을 따라가지 못하는 경찰이 마주한 딜레마라는 〈베테랑2〉의 문제의식이 영화 초반부터 도드라졌을 때 실망스러웠던 이유다. 이미 익숙한, 심지어 자극적‧선정적으로 활용되다 소진된 소재에 왜 굳이 류승완까지 뛰어들었을까 싶어서다. 몇몇 인상적인 액션신과 배우들의 연기만으로는 돌파할 수 없는 기시감을 내내 떨칠 수 없었다.
정작 흥미로웠던 건, 이 영화가 류승완이 지향하는 세계를 드러내 보인다는 점이었다. 〈부당거래〉에서 그는 감히 손댈 수 없는 자신들만의 카르텔을 구축한 법 기술자의 문제를 다뤘다. 체념과 무력감을 자아내는, 우리가 어떤 세계를 살고 있는지에 대한 냉소적 조망이었다. 그러나 〈베테랑〉에서는 이를 통쾌함과 짜릿함이 깃든 분노로 전환했다. 조태오(유아인)라는 희대의 악역과 그를 때려잡는 평범한 경찰 서도철(황정민)의 이야기는 〈부당거래〉가 그려낸 세계와는 분명 달랐다.
〈베테랑〉에서 류승완이 ‘무엇’으로 〈부당거래〉의 닫힌 세계를 돌파했는지에 주목해보자. 서도철이 거악 조태오와 맞설 때 가진 무기는 몸과 깡뿐이었다. 대중문화 담론으로 영역을 확장해보자면, 신자유주의 시대의 착취와 경쟁 격화로 초토화된 기존의 남성 연대를 지탱해온 건 ‘의리’였다. 굳이 김보성 배우의 캐릭터로 자리 잡은 ‘의리’ 열풍을 언급하지 않더라도 이즈음의 한국영화는 구원을 갈구하며 고뇌하는 남성 캐릭터의 독무대였다. 우정, 민족, 돈, 정의, 여성을 매개로 한 남성 연대를 모색한 이 시기의 영화는 이른바 ‘두 글자 영화’, ‘세 글자 영화’ 등으로 불리며 범람했다. 그중에서도 류승완의 〈베테랑〉이 천착한 건 몸과 깡이었다. 조태오에 비해 모든 게 열세인 서도철이 이들을 무기로 끝내 승리하는 영화의 서사에서, 평범한 남자라면 ‘누구나’ 단련하거나 가질 수 있는 몸과 깡은 분명 길 잃은 채 좌절하는 남성 주체에게 짜릿하고 통쾌한 위무로 다가갔을 것이다.
그리고 또다시 시간이 흘러 〈베테랑2〉가 나왔다. 서도철은 여전히 몸과 깡으로 싸운다. 그러나 류승완은 그에게 하나의 무기를 더 준다. 바로 소시민의 평범한 윤리다. 전작에서는 하나하나 규정을 지켜가며 수사해야 하는 상황에 서도철이 답답함을 느끼고 이를 은근슬쩍 위반하며 웃음을 자아내는 장면, 심지어는 누군가의 규정 '악용'으로 서도철이 곤경에 몰리는 장면도 있었다. 그런 서도철이 이번에는 원칙과 상식의 수호자로 돌아왔다. 서도철은 법이 모두에게 평등하지 않다는 데 불만인 평범한 소시민 중 한 명이다. 그러나 공권력의 일원으로서 이 조류에 휩쓸리기보다는 원칙에 입각한 직업윤리를 택한다. 공권력을 사적 제재의 수단으로 삼는 경찰(정해인)에 대적하는 것이다. 역설적이게도, 〈부당거래〉의 검사들이 그러하듯 서도철이 기성 체제의 수호자로 둔갑하는 순간이다. 물론 차이는 있다. 〈부당거래〉의 검사들이 지키고자 한 건 자기 기득권이었지만 서도철은 법과 공권력에 담긴 상식을 옹호하고자 한다.
〈베테랑2〉는 이 차이를 강조하기 위해 유독 공을 들인다. 이 영화에서 범죄자보다 더 악질적인 존재로 제시되는 인물군은 자극적인 가짜뉴스만 유포하며 수익을 내는 유튜버, 마찬가지로 폭력적인 방식으로 범죄자를 사적으로 처벌하고자 하는 ‘의인’ 등이다. 범죄를 저지르고도 그에 마땅한 죗값을 치르지 않는 건 문제지만, 그들을 합법적인 방식을 거치지 않고 처벌하려는 것이 더 큰 문제라는 것이다. 소시민 서도철의 가족 이야기가 전편에 비해 더 자주 등장하고, 극의 서사에서 더 중요한 역할을 맡는 이유도 마찬가지다. 전작에서 가족은 서도철이 현실에 발을 걸치고 있는 인물이라는 점을 부각하기 위한 부수적 장치 정도로 활용됐지만, 이번에는 서도철이 지키고 보호해야 할 핵심 대상이라는 역할을 부여받는다. 서도철이 직업윤리를 배반하지 않으면서도 끝내 가족을 지켜내고 체제를 교란하는 악인을 검거하는 데서 직업적 상식을 지키는 일이 사회의 ‘근간’인 가족을 지키는 일로 확장되는 것이다. 영화의 마지막, 사건을 해결한 서도철이 냉랭하던 아들과 라면을 끓여 먹고, 그의 아내가 무심한 듯 부자父子에게 다가와 어우러지는 장면은 서도철이 고군분투 끝에 지켜낸 직업윤리가 가족을 지키는 일과도 연결되어 있음을 강하게 환기한다. 불합리하더라도 자기 영역에서 직분에 맞는 윤리를 지키며 가정을 지키는 어느 소시민 남자의 윤리는 이렇게 몸과 깡 이후 서도철의 새로운 무기가 된다.
단순한 선악 구도에서 몸과 깡만을 무기로 강자를 들이받는 소시민의 이야기는 판타지일지언정 쾌감을 안겨준다(〈베테랑1〉). 하지만 칼로 무 자르듯 문제를 단번에 해결할 수 없는 복잡한 현실에서는 자기 윤리를 붙잡고 지탱하는 것만으로도 벅차다(〈베테랑2〉). 그런 서도철에게 류승완은 소박한 정의로 소박한 삶을 지키는 남자야말로 가장 위대한 남자라는 위안을 건넨다. 일상의 작은 정의야말로 〈부당거래〉의 폐쇄적 세계와 〈베테랑〉의 판타지적 승리가 채워주지 못하는 허탈함을 온전히 채워줄 수 있다는 것이다. 이것이 바로 한국영화가 치열하게 모색한 남성성의 길이 돌고 돌아 다시 도달한 곳이다. 그러나 지금의 세계가 평범한 남성 가장이 답으로 제시될 수 있는 시대인가? 〈부당거래〉의 부조리한 세계는 과연 그토록 ‘쉽게’ 극복될 수 있는 것일까? 그것도 감독이 전작 〈밀수〉에서 선보였듯 여성들의 억눌린 목소리와 가려진 노동이 이제 막 포괄적 사회 공론장에 진입한 지금? 아이러니하게도, 류승완 감독이 그토록 돌파해내고자 한 〈부당거래〉의 세계는 〈베테랑2〉로 인해 출구 없는 세계임이 다시금 확인되었다. 서도철에게는(그리고 남성들에게는) 다른 길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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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10회 서울국제어린이영화제 추천작] 전쟁 중 울려 퍼진 피아노
시리아 내전 중에도 피아니스트라는 삶을 놓지 않았던 카림의 실화를 바탕으로 한 영화 <전장의 피아니스트>. 피아니스트가 전쟁 중에 어떠한 역할을 할 수 있었는지 궁금했고, 실화라는 사실에 더욱 혹해서 기대됐던 작품이었다. 그리고 다양한 피아노 곡들이 어떠한 의미를 가지고 이 작품 속에서 기능하고 있을지 살펴보고 싶다는 생각에 예매를 했던 작품이다.
영화 <전장의 피아니스트> 시놉시스
극렬 테러리스트들의 점령으로 매일 총성이 울리는 전쟁터가 되어버린 시리아의 세카. 음악마저 금지되어 버린 혼란 속 피아니스트 카림은 피아노를 팔아 연주를 마음껏 할 수 있는 오스트리아 빈으로 떠나려 하지만, 테러리스트들의 공격으로 인해 피아노가 망가져 버린다. 피아노를 다시 고치기 위해선 테러리스트의 감시와 공격을 피해 피아노 부품이 남아있다는 이웃 마을로 향해야 한다.
* 해당 내용은 서울국제영화제 공식홈페이지 소개를 참고했습니다.
이 이후로는 영화 <전장의 피아니스트>에 대한 스포일러가 존재합니다.
전쟁의 황폐화를 보여주다
영화 <전장의 피아니스트>를 보면서 탄식이 계속해서 나왔다. 이렇게까지 전쟁의 참혹함을 보여준 영화가 있었을까? 치열한 전투현장을 보여준 영화들은 그간 많이 봐왔지만 이렇게 전쟁 속에서 남겨진 민간인들의 삶에 대해 집중 조명한 작품은 개인적으로 처음봐서 그 충격이 상당했다.
영화 <전장의 피아니스트>에서는 전쟁으로 인해 사람이 죽는 모습을 계속해서 보여주는 작품은 아니다. 민간인을 관리하는 테러리스트와 군부대들의 모습을 보면서 민간인들이 얼마나 그들의 눈치를 보면서 하루하루 살아가고, 일상 속에서도 폭탄이 터지는 소리와 총성이 bgm처럼 들리는 모습들을 묘사하고 있다. 특히 폭탄이 떨어지고 황폐화된 모습을 드론을 통해 촬영해 보여주는데 회색도시 그 자체였다. 생명이라고는 단 하나도 보이지 않고, 오로지 무너진 건물과 잔해들만 보이면서 전쟁이라는 것이 지나고 보면 인간의 삶과 환경을 파괴시키는지 잘 보여주고 있었다. 상공에서 황폐화된 한 도시를 보여주는데 약간 공든 탑이 무너진 듯한 허탈하고도 허망한 느낌이 나서 보는 내내 굉장히 안타까웠다.
클래식의 이야기를 알면 더욱 재밌는 작품
피아니스트의 이야기를 다룬 작품이기에 작품에서는 중간중간 주인공 카림이 피아노를 연주하고, 한 번쯤을 들었던 곡이 들려온다. 선율을 듣다보면 그의 감정이 잘 드러나고 있어서 딱히 피아노 곡에 대한 이해가 없더라도 작품에서 충분히 묻어나오기 때문에 문제는 없지만 만약 작품 속 등장하는 피아노곡의 이야기를 알고 있다면 음악감독이 이 피아노곡을 선택하는 데에도 다 이유가 있었다는 것이 느껴질 수 있을 것이다.
작품이 시작함과 동시에 들려오는 슈만의 트로이메라이. 트로이메라이는 꿈, 명상이라는 뜻으로 현실에 대한 기대감 속에서 슈만이 자신의 미래에 클라라를 초대하고자 작곡한 ‘어린이 정경’에 포함된 곡이다. 이 연주를 시작으로 영화가 이어지는데 주인공 카림이 곧 떠날 오스트리아 빈에서의 자신의 삶을 꿈꾸면서 기대감에 부풀어 있음을 잘 보여주는 장치였다. 하지만 곧 테러리스트에게 총을 맞고 돌아온 지인이 수술대에 오르고, 카림은 그를 위해 쇼팽의 빗방울 전주곡을 연주한다. 쇼팽의 빗방울 전주곡은 폭우 속 돌아오지 않는 연인을 기다리며 작곡한 곡으로 유명하다. 카림은 아마 총상을 입고 수술을 하는 그의 모습을 보면서, 그리고 테러리스트들에게 끌려가 돌아오지 않는 자신의 지인들을 생각하며 쇼팽의 빗방울 전주곡을 연주한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결국 피아노를 고치는 데 성공한 카림은 브람스의 인터메조를 연주하는데, 어쩌면 이 연주를 시작하면서 자신이 피아니스트로서 오스트리아에 가지 못할 수도 있다는 것을 암시한 것처럼 보였다. 브람스는 슈만의 아내 클라라를 사랑했지만 끝내 클라라와 이어지지 못하고 평생을 독신으로 살아갔다. 그녀에게 헌정된 이 곡을 선택한 카림은 자신을 브람스에 빗대 피아노를 지독하게 사랑하지만 자신의 꿈을 이루러 오스트리아로 갈 수 없음을 알리는 복선같은 장치였다. 마지막으로 테러리스트를 끌어들이기 위해서 길거리에서 피아노를 연주했던 이 작품의 명장면에서는 베토벤의 피아노 소나타 발트슈타인. 이 곡은 베토벤이 새로운 각오와 함께 시련을 딛고 일어설 수 있다는 희망과 피아노의 기술적인 발전이 맞물려서 창작된 작품인데, 테러리스트에 저항하면서 자신이 피아니스트로서 이 전쟁에서 테러리스트에 맞서겠다는 각오를 표현하는 것 같았다.
갑자기 투사가 되다
전쟁이 한 나라와 인간의 삶을 얼마나 망가트릴 수 있는지에 대해서 잘 보여준 작품이었지만 마지막 결말은 기존 투사들의 모습과 비슷하게 이어져서 아쉽게 다가왔다. 한국의 독립투사들의 이야기는 ‘갑자기’ 독립군이 되는 이야기 구조를 많이 따르고 있다. 예를 들면 그저 자신의 삶이 중요했던 한 주인공이 주위 사람들이 다치고 핍박 받는 모습을 보자 갑자기 독립군이 되어 일본군과 맞서 싸우고, 자신이 원했던 것을 희생하고 국가와 민족을 위해 죽음도 불사르는 캐릭터로 거듭나는 서사가 은근히 많은 편인데, 개인적으로 영화 <전장의 피아니스트>에서의 카림 역시 비슷한 느낌이 들었다.
음악이 금지된 시리아에서 피아니스트였던 카림은 자신의 꿈을 펼치기 위해 오스트리아로 이주할 계획을 세운다. 그러기 위해서는 돈이 필요했고, 엄마의 유일한 유품인 피아노를 팔아서 밀항할 수 있는 배삯을 벌어보고자 하지만 테러리스트의 방해로 피아노가 망가져 이 피아노를 다시 살리기 위해 피아노 부품이 남아있는 이웃마을로 향한다. 그리고 이곳에서 피아노 부품을 가져와 피아노 수리까지 마치고 판매에 성공하지만 결과적으로 그는 자신이 아닌 친동생처럼 아끼는 아이를 오스트리아로 보내고, 시리아에 남아 테러리스트와 맞선다.
이제까지 영화 속에서 카림이 무모할 정도로 피아노를 고치기 위해 위험한 이웃마을로 들어간 이유가 자신이 보다 더 나은 삶을 살기 위해 오스트리아로 건너가 피아니스트로서 성공하기 위해 그런것이라는 개인적 욕망으로 서사가 쌓아져오고 있었는데, 갑자기 마지막에 국가와 내 동료롤 위한 희생으로 바뀌면서 솔직히 조금 당황스러웠다. 자신이 미끼가 되어 길거리에서 피아노를 연주하는 모습은 영화 자체의 명장면이었고, 이 과정에서 테러리스트들을 공격하고 그들과의 전투에서 승리하는 것에서 카타르시스를 느낄 수 있었지만, 그동안 쌓아왔던 카림의 서사와는 조금 배치되는 느낌이어서 ‘갑자기’라는 생각을 지울 수는 없었다. 피아노 곡의 복선이 아닌 이야기 자체에서도 카림의 심리 변화를 조금 더 자세히 설명했더라면 ‘갑자기’라는 느낌은 많이 없앨 수 있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시리아의 내전의 참혹함과 그 과정에서 민간인이 겪었던 피폐함에 대해서 잘 표현하고 있었던 영화 <전장의 피아니스트>. 하지만 이야기를 풀어나가는 과정에 있어서 ‘갑자기’라는 느낌이 있어서 개인적으로는 조금 아쉬웠던 작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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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여름의 판타지아 그리고 우드잡
2015년 어느 날, 좋은 영화라 같이 보고 싶다는 친구의 손에 이끌려 영화관으로 향했다. 그날은 상영 마지막 날이었고, 관객석은 꽉 차 있었다. 내가 한여름의 판타지아에 대해 알고 있는 단 하나의 정보는 배경이 일본이라는 것.
배우도 감독도 아무것도 모른 체 영화 관람이 시작되었다.
한여름의 판타지아는 1부와 2부로 나뉘어, 흑백에서 컬러로 전환되는 독특한 형식의 영화다. 흑백이라면 좀 답답할 것 같지만 몰입도가 높은 영화라 어느새 지금 보고 있는 화면이 흑백이라는 것도 잊을 정도였다. 그 중심엔 조감독 '미정'역의 김새벽 배우가 있었다. 영화감독 태훈과 새영화를 찍기 위해 일본의 지방 소도시 나라현을 방문한 미정. 그녀는 외지인임에도 자연스럽게 마을에 녹아 들어가 사람들을 인터뷰한다. 영화인지 다큐멘터리 필름인지 헷갈릴 정도로 자연스러웠던 그녀의 연기는 이후 두고두고 기억에 남았다.
흑백에서 컬러로 바뀌어서 그랬을까? 1부와 2부의 주인공이 같은 사람들인데, '배우가 바뀌었나?'하고 생각할 정도로 느낌이 달랐다. 남주인공인 ‘이와세 료’씨는 2부의 캐릭터를 연기하기 위해서 3일 동안 일부러 살을 까맣게 태웠다고 했고, 여주인공인 ‘김새벽’씨는 영화가 전환되는 시점에 머리를 풀고 나왔다. 참 신기하게 2부의 새벽씨는 다른 여자라고 느껴질 정도로 예뻤다.
영화는 큰 굴곡 없이 잔잔하지만 지루하지 않은 힐링 무비였다. 그리고 한여름의 판타지아가 끝나고 난 후, 고조라는 일본의 어느 지방으로 여행을 다녀온 듯 느껴졌다. 또 영화 내내 떠오르던 미우라 시온의 책 ‘가무사리 숲의 느긋한 나날’을 다시 읽고 싶어졌다.
이 책은 영화 '우드잡'으로 개봉했는데, 어디론가 떠나고 싶은 날 한여름의 판타지아와 함께 보기 좋은 영화다.
순서는 조금 더 자극적인 우드잡을 뒤로 해야 한다.
워낙 미우라 시온의 원작 소설 '가무사리 숲의 느긋한 나날'을 좋아해서 영화 '우드잡'을 보기 전에 기대와 불안감이 함께 있었다. 하지만 영화를 다 보고 난 후, 괜한 기우였다는 것을 깨달았다. 나도 모르게 "아, 좋다."라는 혼잣말을 하고 있었기 때문에. 영화는 원작 소설과 약간 다르지만, 그 다른 점이 영화를 더 살렸다.
대학 시험에 떨어졌는데, 여친에게 차이기까지 한 우드잡의 주인공 히라노. 홍보 전단의 모델이 예쁘다는 단순한 이유로 산림관리 연수에 지원한다. 깊고 깊은 산속에서 나무를 다뤄야 하는 산림관리 연수 프로그램의 무서움을 모른 체, 모델만을 찾아 가무사리 마을에 떨어진 히라노. 휴대 전화도 터지지 않는 깊은 산속 마을에서 식객으로 산림관리 연수를 시작한 그. 고된 노동에 열두 번도 더 도망칠 기회를 노린다. 하지만 어느새 벌목과 산림관리에 익숙해져 가고, 그를 가무사리로 이끌었던 홍보 모델인 이시이 나오키를 실제로 만나게 된다.
따뜻하고 먹먹한 소설 '가무사리 숲의 나날'에 스윙걸즈의 감독인 야구치 시노부의 유쾌함을 덧입혀 탄생한 영화 우드잡. 장면 장면을 사진으로 소장하고 싶은 영화다. 눈이 편해지면서 마음도 편해지는 영화의 색감도 좋았지만, 그 무엇보다 남자 주인공 히라노 유키역의 소메타니 쇼타의 구부정한 어깨가 너무너무 사랑스러운 영화다.
소메타니 쇼타의 어벙한 표정은 우드잡의 별책부록.(귀여우어어어어어어어어어어어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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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나의 흑역사 로맨티카> 30초 예고편
언제 죽을지 몰라도 뜨거운 사랑은 하고싶은 마르타.
데이트 앱을 켜 운명의 남자를 찾기 시작하는데
마음에 드는 사람이 어째 단 한 명도 없다!?
하지만 포기 직전의 마르타에게도 기적은 있었으니.. 이시대의 완벽남 아르투로가 눈앞에 나타났다!
첫눈에 사랑에 빠진 마르타는 아찔한 흑역사를 생성하고,
그 대가로 단 한번의 저녁 식사 기회를 얻게 되는데..!
우리가 사랑에 빠질 확률 9.5%
마르타의 목숨을 건 작전은 성공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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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더 플랜> 메인 예고편
회사에서 해고 당해 의기소침해진 세 친구 ‘파코’, ‘라몬’, ‘안드라데’는 계획을 실행하기 위해 파코의 집에 모인다.
하지만 함께 타고 가려던 안드라데의 차가 고장나서 발이 묶인 상황.
견인 차를 부르고 기다리는 동안 그들은 대화를 시작한다.
안드라데는 그날 아침 식사하러 들른 식당에서 30년 전 자기를 버리고 떠났던 엄마를 만났고,
파코는 2주 전부터 의심해 왔던 아내의 불륜 상대를 알게 된다.
한편 가장 평정심을 유지하는 것처럼 보였던 라몬은 생각지도 못했던 큰 비밀을 실토하게 되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