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INELAB2025-01-02 16:36:10
다가온 2025년을 위한 영화 대사 모음 zip.
그러니까... 그냥 하면 돼요 해요 해요 해요!

그날이 오고야 말았습니다...
바로 2025년 1월 1일이요!
아직 2024년을 떠나보낼 준비가 안된 사람들을 위해
다가온 2025년을 힘차게 보낼 수 있는 영화 대사들을 모아보았습니다.
그럼 저희는 용감하게, 씩씩하게 2025년에서 만나요!







Relative conten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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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두려움에도 불구하고 결국 구원자의 길을 택하다
운명이라는 것이 정말 있을까. 대부분의 사람들은 자신의 의지대로 하고 싶은 것을 하고 성공하고 싶어 한다. 하지만 그런 목표에 도달하기 위해서는 어느 정도의 운이 필요하다. 그건 자신이 선택할 수 있는 것은 아니고 열심히 노력하는 가운데에서 얻어볼 수 있는 일종의 보너스 점수 같은 것이다. 그렇게 운이 조금 따라줘야 자신이 원하는 운명에 도달할 수 있다. 그래서 사람들은 자신의 운이 들어오는 때를 알기 위해 사주나 점을 보고 기도를 한다.
그런 식으로 미래를 알게 되는 것이 과연 좋은 일일까. 우리는 그렇게 좋은 시기나 불운의 시기를 듣고 해당 시기가 되면 그것에 맞추어 행동한다. 마치 무슨 일이 벌어질지 아는 것처럼 준비된 행동을 하는 것이다. 진짜 사주나 점에서 들었던 것과 같이 비슷한 결과가 찾아올 수도 있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가 많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자신의 미래에 대한 이야기를 들으면 그냥 넘기지 못한다. 자꾸만 신경 쓰고 또 신경 쓰면서 좀 더 나은 미래가 만들어지길 희망한다.
영화 <듄> 시리즈의 주인공 폴(티모시 샬라메)은 미래에 대한 환영을 본다. 꿈속에서 혹은 스파이스가 몸속으로 들어갔을 때마다 특정한 장면들을 보고 그것이 미래에 벌어질 일이라 생각한다. 그래서 그는 미래에 대한 두려움을 가지고 있다. 좋은 모습, 나쁜 모습이 모두 있는 그 환영은 폴을 비롯한 모든 사람에게 영향을 준다. 영화 속 등장인물들은 그런 미래의 비전이나 신호에 예민하다. 마치 자신들이 느끼는 혹은 자신들이 알고 있는 미래의 예언이 모두 실현될 것처럼 생각하고 행동한다. 그들은 그들 자신이 그리는 미래의 모습에 의해 각기 다른 두려움을 가지고 있다.
첫 번째 감정 - 폴 무앗딥 우슬 아트레이데스의 두려움
폴은 여러 이름으로 불린다. 폴, 무앗딥, 우슬, 아트레이데스 같이 그를 부를 수 있는 이름이 많다. 그만큼 그에게 많은 짐이 주어졌다고 볼 수 도 있다. 몰락한 아트레이데스 가문의 복수를 하고 그 이후 다시 가문을 일으킬 때까지 그가 해야 할 일이 무척이나 많다. 게다가 그는 사막에 사는 일부 프레멘들에게 예지 된 구원자일 거라는 기대도 받는다. 그가 어렵게 살아남은 순간부터 그는 자신의 가문에게도, 프레멘들에게도 구원자가 되라는 보이지 않는 강요를 당하고 있는 것이다.
그는 꿈에서 미래를 본다. 어떤 일이 일어나는지, 어떤 결말이 찾아오는지. 미래의 모습에서 전쟁을 보고 민중들의 고통을 본다. 그건 결국 자신이 전면에 나서 복수를 하고 우주 전쟁들 벌여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는 자신이 예지자로서, 조직의 영웅이 되어 전쟁에 참여하는 것에 굉장히 큰 두려움을 가지고 있다. 그건 자신이 가져올 질병과도 같은 것이다. 그는 자신으로 인해 발생한 그 미래 때문에 자기 자신을 일종의 질병이라고 생각하게 된다.
폴은 분명 지도자로서의 자질을 충분히 가지고 있다. 영민하고 용기가 있다. 무엇보다 모든 일에 침착하고 다른 사람을 존중할 줄 안다. 이야기 속에 폴이 등장할 때마다 그가 좋은 리더라는 것이 드러난다. 하지만 그는 그런 자신을 드러내지 않으려 최선을 다한다. 그건 많은 사람들이 고통받을까 두려워하는 마음 때문이다. 그런 마음과 감정을 느낀다는 것 자체만으로도 그가 좋은 영웅이라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다. 결국 그는 이야기의 후반부에 어떤 계시를 받고 전면에 나선다. 그리고 그가 예지에서 본 여러 상황들을 미리 예측하면서 자신만만하게 사람들을 전쟁 속으로 이끈다. 모든 사람들이 열광하며 그의 뒤를 따르지만, 그건 결국 파멸의 한가운데로 모두를 던져놓는 건 아니었을까? 폴이 느끼고 있던 그 두려운 상황처럼 말이다.
두 번째 감정 - 레이디 제시카의 두려움
레이디 제시카(레베카 퍼거슨)는 아들 폴을 지키려 애쓴다. 그녀는 암막에서 모든 가문을 조종하고 있는 베네 게세리트다. 베네 게세리트는 아주 오래전부터 프레멘들에게 언젠가 구원자 리싼 알가입이 나타나 모두를 구원할 거라는 소문을 퍼트렸다. 마치 종교적 믿음처럼 그것은 남부 지역의 프레멘들에게 신앙이 되었다. 그 상황 속에서 등장한 폴은 그들에게 거의 완벽한 구원자의 조건을 가지고 있다. 하코넨 가문의 공격으로부터 살아남은 외지인, 그리고 사막에서 살아남을 정도의 정신력과 능력을 가지고 있는 사람. 폴은 그런 조건을 충분히 가지고 있었고 실제로 자신의 능력을 온전히 증명하고 있었다.
레이디 제시카는 자신의 아들을 잃을 거라는 두려움을 가지고 있다. 그녀의 두려움은 <듄> 1편에서 폴이 헬렌 모히암(샬롯 램플링)에게 능력을 시험받는 장면에서도 드러난다. 제시카는 아들이 시험에 통과하지 못할까 봐 손을 벌벌 떨며 기도한다. 이 두려움은 파트 2에도 그대로 이어진다. 그녀는 프레멘들이 머무는 곳에 도착하자마자 자신이 해야 할 일이 무엇인지를 알게 된다. 바로 프레멘들의 대모가 되기 위해 일종의 테스트를 통과하는 것이다.
그녀는 신비한 물을 마시고 어떤 비전을 본다. 죽음에서 돌아온 그녀의 모습에는 단호함이 있다. 그 단호함을 만드는 건, 자신의 아들인 폴을 살려야겠다는 위기의식이다. 아들을 진짜 예언된 영웅으로 만들지 않으면 폴은 죽음을 맞이한다. 그래서 제시카는 아주 단호하게 아들에게 영웅이 되는 길을 가라고 이야기한다. 미래가 이루어지지 않으면 모든 것이 깨질 것이라는 불안감이 이 두려움의 큰 축을 지탱하고 있다. 폴과 제시카 모두 미래를 두려워하면서도 결국에는 그런 미래로 나아갈 수밖에 없다는 절망에 가까운 감정을 동시에 느끼고 있다.
세 번째 감정 - 챠니의 두려움
챠니(젠데이야 콜먼)는 사실 구원자 혹은 영웅의 존재를 믿지 않는다. 그는 폴이 처음 프레멘 집단에 들어올 때부터 그를 달갑게 보지 않았다. 하지만 그가 보여주는 적응 능력과 노력하는 모습 그리고 믿을 수 있는 그의 행동을 보면서 조금씩 마음을 연다. 챠니는 폴에게 사랑을 느끼고 두 사람은 연인이 되지만 챠니에게 폴은 구원자가 아니라 그저 한 사람일 뿐이다. 그가 프레멘 집단에 인정을 받을 정도로 뛰어난 적응력을 보이는 폴이지만 챠니에겐 그저 사랑하는 사람일 뿐이다.
폴이 가진 두려움에 대해서 챠니는 완전히 이해하지 못한다. 하지만 그들을 괴롭히는 하코넨을 이겨내려면 결국 폴이 원하지 않는 것을 받아들여야 한다. 챠니도 승리를 위해 같이 공격을 하길 원하지만 폴이 본격적으로 신적인 구원자의 행동을 보이자 챠니는 두려움을 느낀다. 사랑하는 폴을 잃을 것이라는 두려움이 그녀의 온몸을 감싸기 시작하고 그건 반항으로 이어진다. 모든 프레멘이 폴을 구원자로 인정했지만 챠니만은 그것을 이해할 수 없다.
영화 후반부 챠니의 눈빛은 실망감으로 가득하다. 결국 폴을 잃어버렸다는 상실감, 구원자의 신화에게 연인을 빼앗겼다는 분노. 챠니의 두려움이 현실로 다가온 순간에 그녀는 밖으로 뛰쳐나간다. 폴의 복수가 완성되어 가는 모든 과정에서 챠니는 폴에게서 시선을 떼지 못한다. 그건 사랑하는 연인에 대한 동정심과 분노가 섞여있다. 어쩌면 챠니의 이 복잡한 감정이 앞으로 이어질 다음 이야기에서 폴의 운명을 어느 정도 예견하고 있는 것일지도 모른다. 가장 폴을 이해하고 또 사랑하는 챠니는 폴의 미래를 그렇게 받아들인다.
영화 <듄 파트 2>는 장엄한 스페이스 오페라다. 이번 파트 2에서 주인공 폴과 그의 주변에 있는 인물들은 모두 두려움을 느낀다. 하지만 결국 구원자의 자리에 올라서는 폴은 자신이 그 두려움을 직접 감당하는 대신 다른 사람의 두려움을 사라지게 만든다. 영웅이 짊어져야 할 짐이 꽤나 무겁게 느껴진다. 그의 두려움은 뛰어난 미장센과 좋은 상상력으로 구성된 세계에 그대로 담겼다. 여기에 영화음악을 담당한 한스 짐머의 웅장한 음악이 그 장엄한 분위기를 더 고조시킨다.
자신의 미래를 어느 정도 알고 있는 폴 아트레이데스는 자신의 운명을 수용하는 것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그가 앞으로 걸어갈 길이 그가 꿈속에서 보던 장면들이 그대로 이어질지, 아니면 다른 길을 택함으로써 다른 결말이 될지는 아직 알 수 없다. 하지만 그 암울한 미래를 보고서도 결국 그 길을 선택한 폴의 결정을 보고 나면 그다음 이야기가 이내 궁금해진다.
*영화의 스틸컷은 [왓챠]에서 다운로드하였으며, 저작권은 영화사에 있습니다.
https://www.notion.so/Rabbitgumi-s-links-abbcc49e7c484d2aa727b6f4ccdb9e03?pvs=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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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대정신의 유효함을 되묻는 팽팽한 범죄극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어린 나이에 아버지를 교통사고로 잃고 동생들을 부양해야 했던 '강인구(하정우)'. 그는 막무가내로 '혜진(추자현)'과 결혼한 후 여러 사업을 벌여 가정을 지탱하지만 이내 한계에 봉착한다. 그런 인구에게 학교 동창 '응수(현봉식)'는 한 가지 사업 아이디어를 준다. 수리남에서 버려지는 홍어를 국내로 공급해 큰돈을 만질 수 있다는 것. 이에 곧장 수리남으로 넘어간 인구는 나름 성공적으로 사업을 이어간다. 어느 날, '첸진(장첸)'이 이끄는 중국 삼합회와 갈등을 빚게 된 그는 한인 교회 목사 '전요환(황정민)'의 도움을 받아 위기를 넘긴다. 그러나 안도할 틈도 없이 인구는 그의 홍어에 코카인을 숨겼다는 혐의로 체포되고, 국정원 요원 '최창호(박해수)'로부터 전요환이 그의 사업을 마약 거래에 이용했다는 진실을 알게 된다. 이에 국정원의 전요환 체포 작전에 협력하기로 한 인구는 다시금 수리남으로 향한다.
사실 실화를 기반으로 한 작품은 언제나 거대한 적을 마주하고 있다. 이야기의 끝이 정해져 있을 뿐만 아니라, 그 끝을 모두 알고 있다는 점이다. 해피엔딩일지 새드엔딩일지를 두고 등장인물과 관객들이 눈치 싸움을 벌이는 그런 긴장감은 효과가 크지 않다. 오로지 결말이 이르는 과정으로 승부를 봐야 하기에 팔 한쪽을 쓸 수 없는 것이나 다름없다. 하지만 항상 단점이지는 않다. <덩케르크>에서 영국군이 민간인의 도움을 받아 퇴각한다는 것, <남산의 부장들>에서 김재규가 박정희를 죽일 것이라는 사실은 모두가 안다. 하지만 결말을 안다고 해서 이 작품들이 흥미가 없다는 평을 듣지는 않는다. 핵심은 그 과정을 어떻게 그려내어 모두가 아는 결말에 '어떤 감정과 의미를 담아낼 수 있는가'이다.
그래서 윤종빈 감독의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수리남>에서 가장 먼저 눈에 띄는 것은 실화를 각본을 바꾸는 재주다. 드라마는 수리남에서 마약 사업을 펼치던 조봉행 검거 작전과 작전에서 눈부신 활약을 펼친 민간인 K 씨의 이야기를 재해석하는데, 문자 그대로 이야기를 만들어내는 힘이 좋다. "왜...?"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특정 대목을 길게 늘어놓다가도 한 순간에 감정을 집약시켜 분출시키는 솜씨는 (그 자체로도 극적이지만) 실화를 드라마틱하게 재구성하는 데 최적화되어 있다. 1화를 보자. 1화에서 가장 중요한 소재는 홍어다. 홍어에는 인구 아버지의 부성애가 담겨 있고, 그 가족애를 물려받은 인구 역시 홍어를 즐겨 먹는다. 더 나아가 홍어는 인구 부자가 공유하는 삶의 의지이기도 하다. 아버지가 아내의 장례식에서 울지 않고 홍어회를 먹듯이, 가족과 함께 더 풍족하고 행복하게 살겠다며 인구는 홍어를 잡으러 수리남으로 떠난다. 그래서 1화는 예상과 달리 전반적으로 꽤나 밝다. 전요환 목사의 등장이 거슬리기는 하나 인구의 꿈이 무너질 정도는 아니다.
하지만 사업이 더 커지고 한 층 더 잘 살 수 있게 되려는 찰나에 홍어는 절망의 원천이 된다. 홍어에서 마약이 검출되자 밑바닥에 시작해 빛을 보는 듯했던 인구의 삶은 구렁텅이로 떨어진다. 마치 순간적인 킬패스로 상대팀의 수비라인을 무너뜨리는 것처럼, 다소 길고 지루하다고 느껴질 찰나에 1화의 결말은 곧장 다음 에피소드로 넘어가게 만든다. 능수능란한 완급조절이 돋보이는 연출적 특징은 다른 대목에서도 빛을 발한다. 예를 들어 작중 전요환이 체포될 것이라는 사실은 놀랄 일이 아니다. 그래서 드라마는 그가 어떻게 몰락하는지를 보여주는 데 힘을 준다. '변기태(조우진)'을 비롯한 전요환의 측근들 중에 누가 국정원의 언더커버일지 시청자와 치열한 눈치 싸움을 벌인다. '데이빗(유연석)'이 화장실에서 들어오거나 핸드폰을 사용하는 장면 등은 짧은 힌트가 진짜 힌트일지 아닐지를 고민하게 만들면서 자연히 반전으로 이어진다.
이러한 <수리남>의 화법은 그 내용 덕분에 더 인상적이다. 특히 캐릭터들의 믿음을 다루는 대목이 흥미롭다. 인구는 노력하고 열심히 산다면 더 좋은 미래가 올 거라는 희망만을 붙잡은 채 지구 반대편 수리남으로 향했다. 이 믿음은 인구만의 것이 아니었다. 베트남 참전 용사인 인구 아버지를 지탱했던 힘이었고, 국정원 요원으로 임무에 충실하면 세상을 더 깨끗하게 만들 수 있다고 믿는 창호의 신념이었다. 심지어 전요환도 비틀린 방식으로나마 같은 희망을 공유한다. 그간 축적한 자본을 고스란히 재투자해 마약의 생산, 제조, 유통을 단번에 처리할 낙원은 그 믿음의 현화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미래를 향한 낙관으로 가득한 믿음의 알맹이는 다르다. 특히 믿음을 실천에 옮길 수단이 분기점이다. 믿음을 현실로 불러올 때 그 수단이 될 사람들에 대한 태도가 일견 동일해 보이는 희망을 두 부류로 나누어 대비시킨다. 구체적으로 보면 인구의 믿음은 창호의 신념, 요환의 희망과는 결이 다르다. 국정원과 전요환은 기본적으로 인구를 수단적으로 이용한다. 작전을 위해 인구의 사업을 파괴하고 그의 목숨이나 처지에도 부주의했던 국정원이나 첸진과 그를 저울 위에 놓고 무게를 재던 전요환의 모습은 목적 만을 우선시한다는 공통점이 있다.
이는 아무리 돈을 최우선으로 좇는다 하더라도 죽은 친구의 가족과 기일을 먼저 챙기는 인구와의 결정적 차이다. 더 나아가 세 인물 간의 관계 변화를 설명하는 기제이다. 인구와 국정원이 결국 다시 협력하게 된 계기는 창호가 진심 어린 사과를 하고, 인구를 한낱 장기판의 말이 아니라 파트너로 대하기로 합의한 이후부터다. 반면에 전요환은 설령 인구를 마약 사업의 파트너로 삼겠다던 말이 진심이었다 하더라도 인구에게 그가 체스판 위의 졸이 아니라는 확신을 심어주지 못한다. 마약으로 통제되고 있는 신도들의 모습, 그리고 어린아이까지 붙잡아 두는 잔악함 때문에 인구는 끝내 설득되지 않는다. 이처럼 드라마는 믿음이라는 소재를 이용해 인구와 요환의 대립뿐만 아니라 인구와 창호의 갈등도 부각해 자칫 평면적일 뻔했던 이야기의 흐름에 변주를 주는 데 성공한다.
이에 더해 서로 다른 믿음 간의 충돌이 그저 개인의 욕심과 열망의 충돌에 국한되지 않고 시대정신에 대한 메타포로 보이기도 한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 일례로 전요환은 자신의 교회, 자신의 종교가 마약과 다를 게 없다고 말한다. 왜 그럴까? 작중 수리남으로 향한 한국인들은 요환이나 인구처럼 본국에서 이루지 못한 목표를 기어코 이루겠다는 일념으로 가득 차 있다. 그런 이들에게 요환의 존재는 한국에서의 실패로 믿음이 약해진 세계에 침투하는 새로운 형태의 희망이다. 사업 초기에 인구가 요환에게 전적으로 의지하며, 의심스러운 일이 생기면 곧장 그에게 도움을 청했듯이. 달리 말해 요환은 목표 지상주의라는 종교의 화신인 셈이며, 또 시대정신의 무용함을 맛보고도 이를 왜곡된 방식으로 반복하는 실패의 굴레를 상징하기도 한다. 이는 실제 사이비 종교의 작동 메커니즘과도 유사하다. 그래서 요환은 종교가 마약이나 다름없다고 이야기한다.
이러한 맥락에서는 인구와 요환의 갈등, 창호의 변화와 요환의 파멸은 그저 두 개인의 갈등 이상으로 읽힌다. 목표를 위해 사람들을 수단으로만 활용하는 시대에 맞지 않는 과거의 잔재를 청산하고, 동행과 상생이라는 새로운 시대정신을 추구해야 한다는 지향을 엿볼 수 있다. 그렇기에 일 대 일 승부로 끝이 나는 본작의 결말은 기대만큼 쾌감이 강렬하지는 않으나 충분히 납득할 만하다. 비인간적으로 통제당하는 여성과 아이들에게서 가족을 겹쳐 보며 내 몸처럼 이웃을 사랑할 줄 아는 인구에게 목사를 사칭하는 전요환이 직접 붙잡히는 이미지가 필요한 이유가 엿보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는 양날의 검이기도 하다. <수리남>의 마지막 디테일 때문에 새로운 시대정신의 필요성을 역설하는 메시지가 부정당하는 듯한 인상이 남는 것이다. 요환이 체포되어 징역형을 선고받고, 인구는 동두천에서 카센터를 운영하는 모습을 보여주는 드라마의 끝은 핵심 삼인방, 인구, 요환, 창호의 이야기를 완결하는 데에 열중한다. 정작 그 결말을 가능케 한 결정적 계기인 요환 휘하 교회 신도, 특히 여성과 아이들의 행방은 전혀 언급되지 않는다. 그들이 구출이 되었는지 아니면 수리남에서 여전히 같은 방식으로 살아가는지는 알 길이 없다.
이렇게 예전 아버지들의 모습을 빼닮은 인구의 새로운 면을 보여주려는 목적을 위해 여성과 아이가 아이러니하게도 그저 수단으로 소비되어 버린다. 영화의 장르나 실화적 배경을 고려해 본다면, 여성 캐릭터의 절대적 수가 부족한 것보다는 그들을 활용하는 태도가 일관성 있던 메시지의 설득력을 마지막 순간에 떨어뜨리며 발목을 잡는 셈이다. 그렇게 윤종빈 감독과 넷플릭스의 첫 만남도 숱한 짤과 밈을 남기는 임팩트와는 별개로 일말의 아쉬움을 남긴 채 막을 내리고 만다.
A(Acceptable, 무난함)
재미와 서스펜스, 메시지까지도 전부 잡았다. 그저 블론세이브가 찝찝할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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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OTT행을 택하는 영화들
영화 '사냥의 시간', '콜', '서복' 포스터
윤성현 감독의 <사냥의 시간>, 박신혜, 전종서 주연의 <콜>, 차인표 주연의 <차인표>, 조성희 감독의 <승리호>, 박훈정 감독의 <낙원의 밤>, 그리고 이용주 감독의 <서복>까지. 이들 영화들의 공통점은 당초 극장 개봉을 염두하고 제작되었으나 결국 OTT 공개 혹은 동시공개를 택했다는 점이다. (<서복>의 경우 당초 2020년 12월 개봉을 염두했으나 무기한 연기되었고, 결국 4월 중 티빙(TVING)과 극장 동시 공개를 택했다.) 앞선 다섯 편의 영화들은 넷플릭스를 통해 공개되었거나 공개 예정이며 <서복>처럼 넷플릭스가 아닌 다른 플랫폼을 통해 공개되는 영화는 이번이 처음이다. 더이상 새삼스럽지는 않게 되기도 했지만 다시 떠오르는 질문. 극장은 앞으로 괜찮을까?
이 글은 본격적인 분석이나 전망을 하려고 쓰는 글은 아니나 그럼에도 통계자료는 살펴야겠다. 영화진흥위원회의 '2020년 한국 영화 산업 결산 보고서'에 따르면 2020년 한국 영화시장 극장 매출액은 전년 대비 73.3% 감소한 5,104억 원에 불과했다. 이는 2000년대 초반 수준. 관객 수 역시 전년 대비 73.7% 감소한 5,952만 명이었다. 국내 극장 연간 관객 수는 2013년 이후 줄곧 2억 명을 넘어선 수치를 기록했었다. 지난 10년간 계속 증가해왔던 극장 수 역시 2020년에는 일부 휴관 및 폐관 등 영향으로 2019년 513개(3,079개 스크린)에서 2020년 474개(3,015개 스크린)로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한편 방송통신위원회에서는 국내 OTT 시장 규모가 2020년 7,801억 원 정도일 것으로 전망했으며 PwC에 따르면 글로벌 OTT 시장 규모는 2020년 584억 5,600만 달러, 한화로 약 66조 원 정도로 추산된다. 국내에서도 넷플릭스와 왓챠는 물론 네이버 시리즈, 티빙, 시리즈, 시즌 등 여러 플랫폼들이 본격적으로 경쟁을 시작한 만큼 앞으로도 극장 밖 플랫폼을 통한 영화의 최초 공개는 여럿 있을 것 같다. 당장 HBO Max(워너브러더스), 디즈니 플러스(월트디즈니컴퍼니) 등 할리우드 메이저 스튜디오들의 OTT를 통한 독점 공개 혹은 극장과의 동시 공개 역시 활발히 진행되고 있어서 이런 추세는 국내와 국외를 구분하지 않고 당분간 이어질 듯.
*워너브러더스는 2021년 신작 열일곱 편 모두를 극장과 HBO Max 동시 공개할 것이라고 지난 12월 발표했고, 그 시작은 <원더 우먼 1984>였다.
영화 '원더 우먼 1984' 스틸컷
다만 이런 상황이라고 해서 극장의 미래가 어둡기만 한 것은 아니다. 픽사 애니메이션 <소울>(2020)이 국내에서는 <다만 악에서 구하소서> 이후 처음으로 200만 관객을 돌파한 작품이 되었으며, 제93회 아카데미 시상식의 후보 발표를 앞두고 주요 작품으로 거론 중인 <미나리>(2020) 역시 국내에서는 2주째 주말 박스오피스 1위를 지키며 누적 관객 50만 명 돌파를 앞두고 있다. 옆 나라 일본에서는 <극장판 귀멸의 칼날: 무한열차편>이 21주째 상영되며 매출액으로는 역대 1위, 관객 수로는 역대 2위에 오르는 등 사람들은 여전히 극장을 찾고 있고, 극장에서만 가능한 종류의 경험을 여전히 소비하고 있다. 중국에서는 <아바타>(2009)가 재개봉해 <어벤져스: 엔드게임>(2019)에 내주었던 글로벌 역대 흥행 1위를 탈환하기도 했다. (마블 스튜디오는 공식 트위터를 통해 <아바타>의 1위 탈환을 축하하는 트윗을 남기기도 했다.)
영화 '극장판 귀멸의 칼날: 무한열차편', '미나리' 스틸컷
일단 국내에서는 3월 말 <고질라 VS. 콩>과 <자산어보>를 비롯해 4월 <모탈 컴뱃>과 <서복>, 5월 <분노의 질주: 더 얼티메이트> 등 개봉 예정작들이 기다리고 있다. 최근 뉴욕에서도 일부 극장이 제한적으로 영업을 재개하는 등 각 국가와 지역별 상황은 다르지만 조금씩 극장 업계도 다시 관객들을 불러들일 채비를 하고 있다. 쓰고 보니 다소 용두사미급의 결론이 된 것 같기도 하지만, 여전히 극장은 괜찮다고 생각한다. 아직은, 관객들을 극장으로 걸음하게 할 만한 화제작들이 있는 한.
영화 '고질라 VS 콩', '자산어보' 포스터
* 본 콘텐츠는 브런치 김동진 님의 자료를 받아 씨네랩 팀이 업로드 한 글입니다.
원 게시글은 아래 출처 링크를 통해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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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차기작이 3개 이상인 배우 모아보기
안녕하세요! 씨네랩입니다.
오늘은 차기작이 세 개 이상인 배우를 한번 살펴볼까 하는데요!
벌써 차기작이 세 개 이상이 뜬 배우에는 과연 누가 있을까요?
그럼, 지금부터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강하늘
ⓒ 티에이치컴퍼니
차기작 목록
<스트리밍>
<이재 곧 죽습니다>
<30일>
차기작 관련 소식
<스트리밍>
영화 <스트리밍>은 '구독자 수 1위의 미스터리 스트리머 우상이 풀리지 않는 연쇄살인사건의
단서를 파헤치는 과정을 실시간으로 방송하며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린 스릴러'이다. 강하늘은
영화에서 범죄 프로파일링 전문 방송을 하는 구독자 수 1위의 미스터리 스트리머 역을 맡았다.
<30일>
영화 <30일>은 '로맨스로 시작했지만 스릴러가 되어버린 결혼 생활의 끝을 딱 30일 앞두고
뜻밖의 사고로 기억을 잃어버린 노정열과 홍나라의 로맨틱 코미디'이다. 주연 배우 강하늘과
정소민은 영화 <스물>에 이어 다시 한번 호흡을 맞추게 되며 많은 이들의 기대를 모으고 있다.
김태리
ⓒ 제이와이드컴퍼니
차기작 목록
<외계+인 2부>
<악귀>
<정년이>
차기작 관련 소식
<악귀>
장르물의 대가 김은희 작가의 복귀작 SBS 드라마 '악귀'는 문을 열면 악귀가 있는 다른 세상,
악귀에 씐 여자와 그 악귀를 볼 수 있는 남자가 다섯 가지 신체를 둘러싼 의문의 죽음을
파헤치는 드라마다. 드라마에는 배우 김태리, 오정세, 홍경이 출연한다.
<정년이>
드라마 <정년이>는 동명의 웹툰을 원작으로 하는 드라마로 1950년대 인기를 끌었던
여성국극단에 관해 다룬 작품이다. 실제로 원작 웹툰 작가가 주인공 정년이의 초기
이미지를 잡을 때 <아가씨> 속 김태리의 이미지를 많이 참조했었다고 밝히며 기대를
더욱 높혔다.
한선화
ⓒ KEYEA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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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토에서 온 편지>
<걸스 인 더 케이지>
<놀아주는 여자>
<달짝지근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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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토에서 온 편지>
가족 안에서 자신을, 그리고 뿌리는 찾아가는 세 자매의 이야기를 담은 영화 <교토에서 온
편지>는 영화제에서 공개 됐지만, 아직 극장 상영은 하지 않았다. 배우 한선화는 둘째 혜영
역을 맡았다.
<달짝지근해>
영화 <달짝지근해>는 독적인 맛을 개발해온 천재적인 제과회사 연구원 치호가 무엇이든
긍정적으로 생각하는 대출심사회사 콜센터 직원 일영을 만나게 되면서 달짝지근한 변화를
겪게 되는 이야기를 담았다. 영화는 3개월 간의 촬영을 마치고 작년 10월에 크랭크업했다.
박규영
ⓒ 사람엔터테인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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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셀러브리티>
<오늘도 사랑스럽개>
<스위트홈 시즌2>
<스위트홈 시즌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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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셀러브리티>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셀러브리티>는 명해지기만 하면 돈이 되는 세계에 뛰어든 아리가
마주한 셀럽들의 화려하고도 치열한 민낯을 담은 드라마이다. 박규영 배우는 셀러브리티의
세계에 발을 들이고 인생이 바뀐 '서아리' 역을 맡았다.
<오늘도 사랑스럽개>
동명의 웹툰을 원작으로 하는 드라마 <오늘도 사랑스럽개>는 키스를 하면 개로 변하는 저주에
걸린 여자와, 그 저주를 풀 수 있는 유일한 치트키지만 개를 무서워하는 남자의 예측불허
판타지 로맨스 드라마이다. 박규영 배우는 키스를 하면 개로 변하는 저주에 걸린 '한해나' 역을
맡았다.
유태오
ⓒ 씨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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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러운 돈에 손대지 마라>
<패스트 라이브즈>
<연애대전>
<세상에서 가장 나쁜 소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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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스트 라이브즈>
영화 <패스트 라이브즈>는 할리우드 신작 영화로 해외 유명 배급사 A24와 CJ엔터테인먼트가
공동 투자 및 제작을 맡았다. 영화는 한국에서 만난 어린 시절 연인이 어른이 된 후 재회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담았다.
<연애대전>
<연애대전>은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로 남자에게 병적으로 지기 싫어하는 여자와 여자를
병적으로 의심하는 남자가 사랑을 통해 서로를 치유하는 모습을 그린 로맨틱 코미디다. 유태오
배우는 연애라면 질색인 '남강호' 역을 맡았다.
씨네랩 에디터 Hiz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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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AI의 세상에 사랑을 담다
죽음은 모든 사람에게 다가온다. 친척이나 지인, 가족 중에서 돌아가시는 분이 있을 때 처음 경험하는 죽음은 때론 슬프고 때론 조용하다. 조금 가까웠던 사람의 죽음을 만나게 된다면, 슬픔과 처음 맞닥뜨리게 된다. 어느 정도 마음이 정리된 이후에는 상대방을 현실에서 다시는 볼 수 없다는 아쉬움이 길게 남는다. 장례식을 통해 짧게나마 작별인사를 하지만, 더 이상 상대방의 반응은 들을 수도 볼 수도 만질 수도 없다. 그렇게 죽음은 아주 긴 이별이 된다.
여기에 특별한 AI프로그램이 있다. 죽음을 맞은 가족이나 지인의 디지털 데이터와 정보가 있으면 그것을 바탕으로 AI 프로그램 안에 그 사람이 존재하는 것처럼 만들어준다. 만들어진 가족과 영상통화 형식을 통해 대화하고 소통을 할 수 있다. 어떤 사람들은 죽음 직전에 자신의 정보를 관련 회사에 보내 자신의 모습을 AI 프로그램 안에 만들어둔다. 장례식이라는 이별의 절차를 보내지만, 그 이후에도 가족들은 큰 상실감 없이 그 사람과 이야기하면서 시간을 보낼 수 있다. 이런 프로그램을 다루는 영화가 바로 <원더랜드>다.
[첫 번째 감정] 엄마 바이리의 배려
바이리(탕웨이)는 불치병에 걸려 죽음 직전에 있다. 그녀는 자신의 죽음을 알게 될 자신의 딸을 걱정한다. 그 걱정은 결국 원더랜드라는 AI 서비스를 신청하게 만든다. 자신을 디지털화하는 그녀의 결정은 바로 딸을 배려한 것이었다. 직접 만나는 건 더 이상 할 수 없지만, 영상 통화를 통해 딸은 엄마와 계속 소통할 수 있다. 실제로 바이리의 죽음과 장례식은 영화에 등장하지 않는다. 그래서 딸이 바이리와 영상 통화하는 장면은 실제 살아있는 두 사람이 대화하는 것처럼 느껴진다.
딸을 위한 그 배려로 딸은 심리적으로 안정된 상태로 생활할 수 있다. 하지만 그 상황이 불편한 사람이 있다. 바로 바이리의 엄마 화란(니나 파우)다. 그녀는 화면 속의 바이리를 진짜 딸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대화를 하면서 진짜 딸이 살아있는 것처럼 느껴지지만, 화란은 이미 딸의 죽음을 받아들인 상태고 개인적으로 장례를 치르고 난 이후였을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화란에게는 AI로 만들어진 바이리가 아무리 딸과 똑같은 말투와 행동을 하고 있더라도 인정을 하지 못하는 것이다.
원더랜드라는 AI 세상 속의 바이리는 생전의 그녀가 원하는 모습을 하고 있다. 고고학자로서 유물을 탐사하는 장소에서 일을 하는데, 그런 모습을 자신의 딸에게도 보여주어 꿈을 키워주는 역할도 해주고 싶어 한다. 그러니까 죽음 직전 만들어낸 원더랜드의 세상은 모두 딸을 위해 만들어진 것이다. 대화를 하고, 자기 전에 책을 읽어주고, 노래를 불러주면서 그는 딸에게 무한한 사랑을 선사한다.
모든 진실이 딸에게 공개된 순간은 이 영화에서 가장 감정적인 장면이 만들어진다. 딸은 그 사실을 생각보다 금방 받아들이고, 이내 그 상황에서 자신이 계속 엄마와 소통할 수 있는지를 확인한다. 이 장면은 아직 어린 딸의 심리를 무척 현실감 있게 담은 장면이다. 딸은 화면 속 엄마에게 잘 때 책을 계속 읽어줄 수 있는지를 묻는다. 그 옆에 있던 바이리의 엄마 화란이 울음을 터뜨리는 장면 역시 무척 좋은 장면이다. 화란은 화면 속 바이리를 그제야 비로소 딸로 인정한다. 그리고 딸이 죽은 이후의 슬픔을 그제야 터뜨린다.
[두 번째 감정] 연인 정인의 그리움
원더랜드에 자신이 그리워하는 존재를 넣은 다른 사람이 있다. 정인(수지)은 연인인 태주(박보검)를 원더랜드의 세계에 만들어 넣어두었다. 실제 태주는 사고로 혼수상태로 병원에 누워있다. 매일 찾아가 자신의 연인을 보고 오지만 현실에서는 대화할 수가 없다. 언제 깨어날지도 모르는 그 상황에서 정인이 택한 건, 이별이 아니라 자신만의 태주를 AI로 만드는 것이었다. 혼자 남았다는 그리움은 정인을 원더랜드의 세계로 이끌었다. 그리고 그 세계와 접속하면서 정인은 자신이 가진 그리움을 잊어간다.
아침마다 정인을 깨워주는 AI 태주는 친절하고 밝다. 늘 웃는 얼굴로 우주비행사의 모습을 한 태주가 화면 속에 등장하면 정인의 얼굴엔 미소가 가득해진다. 화면을 보며 저녁을 먹고, 술을 마시고 같이 게임을 하기도 한다. 여느 연인의 모습과 다를 바 없다. 비록 현실의 태주는 누워있지만 정인의 태주는 원더랜드의 세계 속에 이미 존재한다. 그렇게 정인은 현실의 태주와 점점 멀어진다. 프로그램으로 만들어진 태주는 진짜 태주의 모습과 진짜 똑같을까?
현실에서 결국 태주가 깨어나는 걸 본 정인은 원더랜드 서비스를 중단하기로 하지만 여전히 혼란스럽다. 아직 심리적으로 불안정한 현실의 태주는 삶의 안정성을 찾기까지 시간이 필요한 듯, 여러 실수를 반복하면서 정인을 당황스럽게 한다. 하지만 AI에 만들어놓은 태주는 그렇지 않다. 정인이 원하는 정보를 알려주고, 자신의 기분에 맞춰 대해주는 존재다. 현실의 태주와 AI태주 사이의 괴리를 느낀 정인은 꽤 오랜 시간 동안 혼란스러워한다. 정인이 자신이 사랑하는 태주를 너무나 그리워해서 만들어낸 AI 태주는, 어쩌면 정인이 기억하는 태주의 좋은 면만 담긴 것이 아닐까.
[세 번째 감정] 원더랜드에 담긴 사랑
AI프로그램인 원더랜드는 아직 현실에는 존재하지 않는다. 하지만 근미래에는 이런 서비스가 실제로 실현될 가능성이 충분히 있다. 이미 특정 방송 다큐멘터리에서 데이터를 기반으로 만들어낸 가상 VR 인물에 대한 이야기를 우리가 감명 깊게 본 적이 있다. 그래서 영화 <원더랜드>의 설정은 충분히 현재의 우리들이 공감할 만한 것이다.
영화 속 인물들이 원더랜드에 특정 인물을 넣어두는 것은 대부분 사랑 때문이다. 사랑하는 누군가를 위해서, 혹은 곧 죽음을 앞두고 있는 사람을 사랑해서, 그 존재를 AI로 만들어 프로그램 속에 넣고 시간이 날 때마다 평소처럼 대화를 해나간다. 그렇게 상대방을 보고 위안을 얻고 관계를 계속 이어나간다. 어떤 이들은 그것이 과한 욕심이 아니냐고 반문할 수도 있다. 일반적으로 죽음은 시간을 보내면서 그저 받아들여야 하는 것으로 인식되어 왔다. 하지만 이런 원더랜드와 같은 기술이 발전하여 실제로 실현 가능해진다면, 죽음은 완전한 이별이 아니라 또 다른 사랑의 모습으로 우리에게 다가올 수도 있다. 지금 현재 시점에 AI 와 삶 그리고 죽음에 대해 생각해 볼 수 있는 문제를 던진다.
가족을 위해서, 연인을 위해서, 자신을 위해서 영화 속 사람들은 AI 세상 속에 자신을 넣는다. 그리고 죽음 이후에도 서로 상대방의 사랑을 확인한다. 기술로 만들어진 사랑의 세상이 바로 원더랜드다. 원더랜드 안에서는 모든 것이 가능하다. 때론 그 기술적인 것들이 과하게 느껴지지도 하지만 결국에는 모든 사랑은 영원히 이어진다. 영화는 각 인물들이 이 새로운 세계 때문에 겪게 되는 혼란과 고민을 세심하고 감성적으로 담았다.
영화 <원더랜드>는 다양한 배우들의 연기가 좋다. 특히 바이리 역을 맡은 탕웨이는 엄마로서 자신이 가진 감정을 극에 그대로 녹여 폭발적으로 보여준다. 이 영화는 다른 등장인물의 이야기들보다 바이리의 서사가 특히 더 인상적이다. 여기에는 탕웨이와 바이리 엄마를 연기한 니나 파우의 연기가 큰 영향을 주었다고 할 수 있다. 정인 역을 맡은 수지의 얼굴에선 이제 비로소 배우의 느낌이 나고, 정인의 감정이 널뛰는 모습을 잘 표현해 냈다.
무척 아름다움 화면과, 배우들의 연기 그리고 감성적으로 풍부한 느낌이 드는 영화음악을 사용해 원더랜드라는 새로운 세상을 영화적 상상력으로 보여준다. 이 기술의 장단점이 있겠지만, 이 영화를 연출한 김태용 감독은 이 시스템으로 인해 변화해 가는 사람들의 모습을 조금은 긍정적인 시선에서 바라보고 있다. 각 인물들의 에피소드가 각각 따로 노는 느낌을 주지만, 적어도 바이리 가족의 에피소드는 이 영화의 단점을 상쇄할 힘을 보여주고 있다.
*영화의 스틸컷은 [왓챠]에서 다운로드하였으며, 저작권은 영화사에 있습니다.
https://www.notion.so/Rabbitgumi-s-links-abbcc49e7c484d2aa727b6f4ccdb9e03?pvs=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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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반복 속 파동을 그리다
저녁 식사를 위한 재료를 준비하는 한 여성의 모습으로 시작하는 영화 <잔느 딜망 (Jeanne Dielman, 23 Commerce Quay, 1080 Brussels)> 은 아들과 함께 생활하는 잔느의 3일간의 일상을 드러낸다. 롱 -테이크로 인물의 반복되는 일상을 천천히 쫓고, 첫째 날, 둘째 날과 같은 시간적 표지도 직접적으로 등장 시키는 영화는 마치 다큐멘터리 영화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반복되는 듯 날마다 조금씩 변주 되어 등장하는 잔느의 일상은 지켜보는 관객들로 하여금 여느 때와 같이 흘러가는 일상 중 그녀에게 찾아온 작은 파동과 미묘한 균열을 감지할 수 있게 한다.
앉아있는 잔느의 뒤로 비치는 창살이 있는 찬장과 그녀가 집안으로 들어가기 전 거치는 수많은 문들, 집 내부까지 <잔느 딜망>에는 다양한 창과 문의 이미지가 등장한다. 외출 후 돌아오는 길, 공동 현관의 우체통을 지나 창살이 있는 여러 겹의 문을 닫고 엘리베이터를 타는 잔느의 모습은 아들과 함께 지내며 매춘으로 생활을 이어 나가고, 반복적이고 단조로운 가정적 행위를 반복하는 현재 자신의 삶에 스스로를 가두는 것처럼 보인다. 그녀가 닫는 여러 겹의 문들은 그녀가 스스로를 현재의 일상에 갇히게 만든 새장처럼 보이기도 하며, 내부로 향하며 내부와 외부를 연결하는 통로의 문을 닫는 행위로서 잔느가 반복되는 일상을 벗어나 다른 삶으로 향하고 꿈꾸려는 가능성을 닫는 행위처럼 보이기도 한다. 잔느는 매춘부 생활을 통해 생계를 이어감으로써, 매춘은 그녀에게 사랑하는 아들과의 삶을 유지해 갈 방법이자 생계를 이어갈 수단이 된다.
아무리 생계를 유지하는 수단이라고 해도 마냥 달갑지 만은 않을 매춘의 행위가 이루어지는 공간은 다름 아닌 그녀의 집 안방이다. 보통 집은 개인적이고 사적인 공간으로 외부로부터 보호 받을 수 있는 가정적인 공간으로 여겨지는 반면, <잔느 딜망>에서 잔느의 집은 아들과 함께 저녁 식사를 하고 대화를 나누는 평온한 공간인 한편, 매춘의 행위가 이뤄지고 아들의 말을 통해 자신의 행위에 대한 정당함이 부정 당하게 되는 공간으로서, 외부의 시선이나 관음적인 시선으로부터 완전히 보호받을 수 없는 공간으로 나타난다. '창'은 히치콕의 <이창>에서처럼 어떤 대상을 응시하는 관음적인 시선을 돕는 도구로 묘사되기도 하는데, 이와 같이 잔느의 집으로 향하는 통로에 놓여진 문들을 비롯해 부엌에 앉아있는 그녀의 뒤로 보이는 창살이 있는 찬장과 그녀가 안방으로 들어가는 장면에서 열리고 닫히는 문 등 <잔느 딜망>에 계속해서 등장하는 '창'과 '문' 은 그녀가 스스로 그녀를 가두고 제한한 그녀의 삶을 보여주는 동시에 위험에 노출된 매춘부로서의 그녀의 삶을 느끼도록 하고, 이러한 점은 그녀의 집이 사적이고 안락하기보다는 무방비하게 노출된 상태라는 것을 극대화 시킨다.
한편, 잔느를 응시하는 관음적 시선은 극 중 인물의 시선, 혹은 극 내부에 존재하는 불특정한 시선뿐만 아니라, 극 밖에서 그녀를 응시하고 있는 관객의 시선이 될 수도 있다. 영화가 진행되는 동안 관객은 카메라의 시선과 동일시되어 ‘집’이라는 사적인 공간에서 이뤄지는 그녀의 3일간의 일상을 응시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녀는 스크린 밖에서 자신의 삶을 지켜보는 관객과 카메라의 존재를 인식하지 못하는데, 이는 스크린이라는 창을 통해 관객이 그녀의 일상을 일방적으로 관찰하고 있는 것으로 볼 수 있으며, 영화는 관객에게 참여자의 위치 대신 일정한 거리를 두고 인물을 관찰하는 관찰자로서의 위치와 특권적 관점을 부여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잔느 딜망>은 잔느의 삶을 반복적이고 단조로우며 평범하게 비추는 한편, 조금씩 변주되는 매일의 행동을 통해 인물의 미묘한 심경 변화와 일상 속 균열을 느끼게 하는데, 이러한 변주는 크게 표현되지는 않을지언정 같은 루틴이 반복될 것으로 생각했던 관객의 예측을 깨트림으로써 예상치 못한 그녀의 행동 변화에 집중하게 하고, 변주가 있기 전까지 일어나는 반복은 집안일, 식사와 같은 재생산의 굴레에 놓인 여성과 그 지속시간을 느끼게 만든다. 한편, 영화에서 등장하는 창살이 있는 '창'의 이미지는 히치콕의 <이창>을 떠올리게 하며, 매춘부라는 직업으로 생계를 이어가고 강한 모성애를 보여주는 모습은 오영강의 <신녀>를 연상하게 만든다. 그렇게 <잔느 딜망>에서 잔느라는 여성의 3일간의 일상은, 단조롭고도 위태롭게, 사적인 동시에 공개적으로 흘러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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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니....이런 영화가 있다고?! 지구의 미래를 예언한? 그 영화! [결말포함]
영화에취한다 비지니스메일: allwey02@gmail.com
영화: 보이저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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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범죄도시1-3 시리즈 초간단 요약 / 사진만 봐도 기억나는 듯
영화직관하는남자 홍큐의 "범죄도시 시리즈 요약"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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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바람의 검객> 예고편
절대 악에 맞서기 위해 신념의 검을 든 검객!
에도 막부가 쇠락해 가는 혼돈의 시대.
격변의 시대 뒤에는 이름 없는 무사들의 활약이 있었다.
떠돌이 무사 쇼는 유곽에 팔려온 소녀를 구해주려다
신정부와 에도 정권의 치열한 전쟁 한 가운데 서게 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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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씽2게더> 1차 예고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