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INELAB2025-01-13 13:48:13
1월 둘째 주 주말 박스오피스 분석 with 씨네픽
속편으로 돌아온 <크리미널 스쿼드> 1위 등극!

제라드 버틀러 주연의 <크리미널 스쿼드>가 속편으로 돌아왔습니다.
전작과 동일하게 크리스찬 거드게스트 감독이 메가폰을 잡은 <크리미널 스쿼드2: 판테라>가 개봉 첫 주 누적 수익 1,550만 달러를 기록하며 박스오피스 1위를 차지했습니다. 전작은 입소문을 타며 총 4,500만 달러를 벌어들였고, 제작비 4,000만 달러가 투입된 이번 속편 역시 비슷한 성적을 거둘 것으로 예상되고 있습니다.
제라드 버틀러는 전작과 동일하게 빅 닉 역을 맡아 유럽으로 건너가 강도 전문가 도니(오셔 잭슨 주니어)를 추적하는 이야기를 그립니다.
한편, 1,320만 달러를 벌어들인 <무파사: 라이온 킹>이 2위를, 국내에서는 큰 호응이 없는 것과 달리 북미에서는 큰 사랑을 받고 있는 <수퍼 소닉3>가 누적 수익 2억 달러를 넘기며 3위를 차지했습니다.

국내에서는 <하얼빈>이 여전히 선두를 지키고 있습니다. 3주째 주말 박스오피스 1위를 지키고 있지만, 전주보다 약 18만 명이 적게 들어 누적관객수 400만 명을 겨우 넘긴 상황입니다.
금주에도 별다른 대작이 개봉하지 않는 상황이기에 이번 주말에도 무난하게 순위권 앞에 위치할 것으로 보이나,
과연 손익분기점인 650만 명의 벽을 넘어설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되고 있습니다.
지난주와 동일하게 <소방관>이 2위를 지키고 있으며, <히든페이스> 박지현 주연의 <동화지만 청불입니다>가 새롭게 순위권에 들어 3위를 차지했습니다. 각각 누적 관객 수 370만 명, 10만 명을 기록하였습니다.


Relative conten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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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5월 다섯째 주 극장 개봉 & 예정작
“정말 우연이라고 생각해요?”
청부 살인 설계자 강동원의 완벽 변신!
6일째 1위를 달리고 있는 <퓨리오사: 매드맥스 사가>를 꺾고
1위에 올라설수 있을지! 5월 마지막주 개봉예정작 같이 만나보아요
5월 마지막주 개봉예정 PICK
설계자
-강동원 X 이무생 X 이미숙
드림 시나리오
-니콜라스 케이지 X 줄리안 니콜슨
오늘부터 댄싱퀸
-리브 엘비라 키페르순 라르손 X 빌리아르 크루센 비오달
창가의 토토
-오노 리리아나 X 야쿠쇼 코지
설계자
The Plot
개요: 범죄, 드라마 | 한국 | 99분
감독: 이요섭
출연: 강동원, 이무생, 이미숙, 이현욱, 탕준상
개봉: 2024.05.29.
배급: (주)NEW
시놉시스
의뢰받은 청부 살인을 사고사로 조작하는 설계자 ‘영일’
그의 설계를 통해 우연한 사고로 조작된 죽음들이 실은 철저하게 계획된 살인이라는 것을 아무도 알지 못한다. 이번 타겟은 모든 언론과 세상이 주목하고 있는 유력 인사. 작은 틈이라도 생기면 자신의 정체가 발각될 수 있는 위험한 의뢰지만 ‘영일’은 그의 팀원인 ‘재키’, ‘월천’, ‘점만’과 함께 이를 맡기로 결심한다.
철저한 설계와 사전 준비를 거쳐 마침내 실행에 옮기는 순간 ‘영일’의 계획에 예기치 못한 변수가 발생하는데...!
드림 시나리오
Dream Scenario
개요: 코미디, 드라마 | 미국 | 102분
감독: 크리스토퍼 보글리
출연: 니콜라스 케이지, 줄리안 니콜슨, 릴리 버드, 마이클 세라 등
개봉: 2024.05.29.
배급: ㈜올랄라스토리, 메가박스중앙㈜
시놉시스
소심하고, 한심하고, 평범 그 자체여서 언제 어디서나 존재감 없는 ‘폴’로 인해 온 세상이 떠들썩해진다! 왜? 그가 지구상 모두의 꿈에 나타나고 있기 때문에! “실존 인물 맞나요? 왜 당신 꿈을 꾸죠? 도대체 누구세요?” SNS 메시지 폭주, 인터뷰 출연, 광고 모델 요청은 물론, 심지어 꿈속 만남이 현실로 이어지는 기막힌 일까지! 꿈속 남자에서 모두가 꿈꾸는 남자로 거듭난 ‘폴’! 하지만 갑자기 그가 등장하는 모든 꿈들이 악몽이 되는데…
오늘부터 댄싱퀸
Dancing Queen
개요: 드라마 | 노르웨이 | 92분
감독: 오로라 고세
출연: 리브엘비라 쉬퍼, 스툴라 하르비츠, 빌야르 크누세 등
개봉:2024.05.29.
배급: 그린나래미디어(주)
시놉시스
16만 팔로워를 가진 힙합 댄서 E.D.윈에게 첫눈에 반한 12살 소녀 미나는 운 좋게 오디션을 통과하고 E.D.윈의 댄스 크루에 들어간다. 공부와 달리 마음대로 되지 않는 몸에 인생 첫 좌절을 마주한 미나. 하지만 포기란 없다! 한때 춤으로 이름 좀 날렸던 할머니의 지도하에 남사친 마르쿠스와 비밀스러운 연습을 시작하는데… 함께라면 할 수 있어! ★오늘부터 댄싱퀸★
창가의 토토
Totto-Chan The Little Girl at the Window
개요: 애니메이션, 드라마 | 일본 | 114분
감독: 야쿠와 신노스케
더빙:오노 리리아나, 야쿠쇼 코지, 오구리 슌, 박지윤, 장광 등
개봉: 2024.05.29.
배급: (주)디스테이션
시놉시스
남들과 조금 다르다는 이유로 다니던 초등학교에서 쫓겨나게 된 ‘토토’는 엄격한 규율로 가르치는 이전 학교와 달리, 있는 그대로의 ‘토토’를 품어주는 새로운 학교로 가게 된다. 인자한 교장 선생님, 전차로 만들어진 교실, 다양한 친구들과 함께하는 그곳에서 ‘토토’는 모든 것이 새롭고 설레는 나날을 맞이하는데… 사랑스러운 토토의 세계로 초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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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권선징악의 끝판왕 '모나리자와 블러드 문' 스포일러 포함 (feat. 전종서)
*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돼 있습니다.
모나리자와 블러드 문
(23.03.22 개봉)
감독: 애나 릴리 아미푸르
출연: 전종서 등
피 나오는 재난 영화도 못 보는 제가
'모나리자와 블러드 문'을... 왜 보았을까요......
네 정답은 CGV 필름마크가 가지고 싶었기 때문입니다
ㅋㅋ 그것도 있지만 사실은
유튜브에 예고편 틀어 주는 거 보고 반했어요
전종서 님께 반했다는 표현이 더 정확하려나요
기괴한 연기(??)를 너무 잘하시는 거 같아요 몸값부터,,
암튼 강려쿠한 스포 하나 드리자면
첫 장면부터 피 잔뜩 튀기는... 잔인한 영화입니다......
무엇보다 계속해서 깔리는 BGM으로
어딘가 모르게 섬뜩하고 소름돋는 분위기가 연출돼요
그럴 만한 게 애초에 주인공 모나부터가
정신 병원을 탈출한 조현병 환자예요
망명으로 인해 10살 때부터 정신병원 신세라고 하던데
그렇다면 조현병은 아니지 않았을까...
하나의 아동 학대 행위이지 않았을까 추측해 봅니다
'모나리자와 블러드 문'은
모나의 자유를 향한 여행 계획... 그쯤 되는데요
정신병원에 다시는 돌아가고 싶지 않은 모나,
그녀를 돕는 이는 많지만 진정으로 임하는 사람은 몇 안 돼요
여기서 '권선징악'이라는 감독 의도를 깨달았고
또 '자유의지'에 관한 생각이 하나 들었는데요
사람들은 모나의 눈을 보면 조종당하는 기분이 듭니다
온몸에서 열이 나고 손이 멋대로 움직인다... 고 하죠
그렇다면 모나가 마녀인가? 그건 아닐 거예요
정신병원에 갇혀 발톱마저 혼자 못 깎는 신세였던 그
내가 내 손을 마음대로 움직이지 못하는 게
얼마나 고통스러운 것인가를
시각적으로 보여 주는 장면들이라고 생각했어요
물론 영화적 기법으로 허용된 판타지지만요
그렇다면 권선징악은 무엇인가?
모나는 악한 행동을 한 이에게만
자유의지가 없어지는 최면의 벌을 내려요
자신을 괴롭혔던 병원 사람들,
자신을 그 지옥에 가두려는 경찰,
사람을 마구 때리는 여자,
왕따시키는 가해자 아이들 등
세상에 벌을 내려야 할 사람이 이렇게 많네요
물론 보니의 주도로 인해
모나도 사람들의 돈을 훔치는 데 일조했지만
이 벌은 주동자였던 보니가 받았죠?
죽기 직전일 정도로 아주 심하게,, 맞았으니까요
근데 또 사람 때린 값은 그의 동료가 갚아 줘요
권선징악을 이루려면 사람 때리는 데 끝이 없네요
암튼 그런 모나에게
아무것도 바라지 않고, 그저 돕기만 하는 캐릭터가
딱! 두 명 있죠?
찰리랑 퍼즈요 ㅎㅎ
퍼즈는 모나랑 어떻게 함 해 보려고 하는 줄 알았는데
옷도 주고 먹을 것도 주고 위조 신분증도 주고
모나가 원하는 대로 다 해 주는 부드러운 남자였고
찰리는 모나의 미래를 위해
자신의 현재를 버리기까지 하는 멋진 남자예요
사실 저는 모나가 찰리를 구해 주는 거라고 생각했어요
방임하는 엄마의 옆에서요
그런데 결국 찰리가 그 손을 놓아 버렸고......
이번에는 욕망 덩어리 모나 혼자 도망쳤네요
어떤 후기에서
자유와 욕망 그 굴레... 라는 한 줄 평을 보았는데
그 말이 딱 맞는 거 같아요
자유=욕망이지만, 욕망 때문에 자유를 잃을 수도 있거든요
그 대표적인 예시로 보니가 있겠네요
암튼 2시간짜리 영화였는데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재미있게 보고 왔답니다 ㅎㅎ
으스스한~ 분위기 좋아하는 분들이라면
한 번쯤 봐 볼 만한 영화였어요!
*스토리: ★★★★
*연출: ★★★★
*영상미: ★★★★★
*연기: ★★★★★
*OST: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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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렌필드>가 드라큘라의 가스라이팅을 극복한 방법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드라큘라’(니콜라스 케이지) 성을 방문했다가 그의 감언이설에 속아 직속비서가 되기로 결심한 ‘렌필드’(니콜라스 홀트). 인간을 뛰어넘는 괴력과 반사신경을 갖게 된 것도 잠시, 그는 밤낮없이 찾아오는 흡혈귀 사냥꾼을 격퇴하고, 드라큘라 입맛에 맞는 순결한 제물을 찾으며 정신없이 살아간다. 어느 날, 드라큘라는 사냥꾼과 싸우다가 햇빛에 쬐여 큰 부상을 입고, 렌필드는 그를 미국으로 옮겨 간호한다. 여느 때처럼 술집에서 제물을 찾으며 시간을 보내던 렌필드는 마피아의 협박에 주눅 들지 않는 경찰 ‘레베카’(아쾨피나)를 만나고, 한 가지를 결심한다. 자기도 레베카처럼 당당하게 살겠다고. 드라큘라와의 관계를 마침내 끊겠다고.
드라큘라가 주인공 아닌 드라큘라 이야기
흡혈귀 중 가장 유명한 캐릭터라 해도 과언이 아닌 드라큘라 백작. 그는 소설에서 처음 등장했고, 100개가 넘는 영화로 재해석됐다. 그중 가장 유명한 작품은 토드 브라우닝 감독의 1931년 영화 <드라큘라>다. 이 작품에서 그는 '깃을 세운 망토를 입은 채 여자를 꼬시는 흡혈귀'와 같은 이미지로 굳어졌기 때문이다. 물론 고정된 이미지에서 벗어나려는 시도도 많았다. <드라큘라: 전설의 시작>처럼 진중한 다크 판타지 장르로 각색하거나, 넷플릭스와 BBC가 협업한 시리즈 <드라큘라>처럼 그를 현대로 불러왔다.
크리스 맥케이 감독은 <렌필드>로 더 과감하게 드라큘라를 재해석했다. 드라큘라를 현재 시간대로 불러왔고, 배경도 루마니아(왈라키아)나 영국이 아닌 미국으로 선택했다. 하지만 이번 주인공은 드라큘라가 아니다. 원작 소설 속 정신병자, 렌필드가 주인공이다. 그는 다른 생명을 먹으면 장수할 수 있다는 생각에 벌레를 잡아먹는 기괴한 인물이다. 영화나 드라마에서는 드라큘라를 돕는 부하 역할로 자주 등장한다. 영화는 아랫사람인 그의 시점에서 드라큘라를 묘사한다. 그러다 보니 한 번도 생각하거나 기대하지 않았던 드라큘라의 면모가 드러난다. 아랫사람을 교묘히 조종하는 악덕 상사의 모습이다. <렌필드>는 이 기괴한 갑을관계에 주목해 고전을 현대적으로 세련되게 재해석한다.
드라큘라의 '가스라이팅'
영화는 드라큘라에게 붙잡힌 채 그의 뒤치다꺼리를 맡은 렌필드를 보여주며 시작한다. 고성(古城)을 파는 부동산 거래로 큰돈을 벌기 위해 드라큘라에게 접근한 렌필드. 그는 큰 힘을 주겠다는 드라큘라의 감언이설에 넘어가 그의 비서가 됐다. 벌레를 먹으면 괴력이 생기는 능력을 얻은 후, 렌필드는 백 년이 넘는 세월 동안 온갖 허드렛일을 맡았다. 뱀파이어 사냥꾼으로부터 드라큘라를 지키는 건 기본이다. 드라큘라가 햇빛 때문에 크게 다친 후로는 깨끗한 피를 가진 사람을 제물로 바쳐 회복을 도왔다.
물론 렌필드도 고민한다. 자기가 하는 일이 옳은 건지. 드라큘라를 떠나 새로운 삶을 살 수는 없을지. 하지만 그의 고민은 항상 같은 곳으로 귀결한다. 그는 드라큘라를 거스르지 못한다. 그에게서 능력을 얻었기 때문은 아니다. 렌필드에게 드라큘라는 생명줄이기 때문이다. 드라큘라는 렌필드가 자기 마음에 들지 않는 제물을 데려오면 그를 일부러 공격한다. 피를 흘리며 쓰러진 렌필드가 용서를 구하면 그제야 자기 피로 치료한다. 이런 일이 반복되자 렌필드는 드라큘라의 요구나 명령을 거절할 생각조차 하지 못한다. 이처럼 의존적이고, 또 자기 파괴적인 인간관계는 사실 낯설지 않다. 데이트폭력, 학교폭력, 가정폭력 사례에서 '가스라이팅'이 활개 치는 뉴스는 언제든지 접할 수 있다. <렌필드> 속 드라큘라와 렌필드의 관계에 쉽게 공감할 수 있는 이유다.
어딘가 씁쓸한 갑을관계 탈출기
그런데 <렌필드> 속 피해자 모습은 단순하지 않다. 렌필드는 단순히 조종당하는 게 아니다. 자기 처지가 당연하다고 자조하며 동조한다. 드라큘라에게 의존하는 악순환을 렌필드 본인이 만들었기 때문이다. 그는 아내와 아이를 저버린 채 드라큘라를 만나러 떠났다. 부와 권력을 원했기 때문에. 드라큘라의 제안도 받아들였다. 더 강한 힘과 능력을 탐냈기 때문에. 이 찰나의 선택 때문에 그는 스스로 퇴락했다. 즉, 자발적인 굴종이 렌필드와 드라큘라의 진짜 관계인 셈이다. 이는 렌필드만의 문제도 아니다. 영화에는 다른 악역도 있다. 마피아가 활개를 치고, 경찰은 그들로부터 돈을 받고 눈감아준다. 그런데 이들과 렌필드는 크게 다르지 않다. 힘을 쫓아 권력자에게 스스로 굴복하고 의존한다는 공통점이 있다. 굴복이 드라큘라보다 더 위험한 악인 셈이다.
실제로 영화가 자기 의지가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거듭 강조한다. 자기가 시작한 악순환과 인간관계를 끊어낼 수 있는 사람은 오직 본인뿐이니까. 렌필드에게 레베카와의 만남이 전환점인 이유이기도 하다. 작중 레베카는 마피아의 외압과 회유에 굴하지 않는 몇 안 되는 경관이다. 그녀는 마피아에게 아버지를 잃었지만, 아버지처럼 마피아와 싸우겠다는 경찰다운 소신을 잃지 않는다. 그런 그녀를 보면서 렌필드는 큰 충격에 빠지고, 자기 합리화를 그만두고 드라큘라와의 관계를 다시 맺으려 한다.
드라큘라에게 데려갈 제물을 물색하려고 나가던 집단 심리 치료 모임이 기회다. 렌필드를 비롯한 참석자는 '인생의 주인공은 나'라고 외치며 서로를 격려한다. 말로만 그치지 않는다. 패션이나 헤어 스타일, 집 인테리어처럼 세세한 것까지 직접 바꿔주며 서로 자존감을 높여준다. 하지만 렌필드의 탈출기는 어딘가 씁쓸하다. 그 안에도 갑과 을이 있기 때문이다. 모임을 주도하는 강사는 피해자에게 자기 책을 판다. 그 책이 마치 성경 마냥 구원을 약속한 것처럼. 이 또한 낯설지 않다. 피해자를 이용하는 두 번째 가해자도 손쉽게 접할 수 있으므로. 이처럼 <렌필드>는 인간관계로 인한 현대인의 고민을 정확히 지적한다. 주인공을 바꾼 고전의 재해석이 인상적인 이유다.
장르를 넘나드는 피 칠갑 코미디
이러한 메시지와 주제 의식은 영화 전반에 넘쳐흐르는 B급 정서 덕분에 더욱 빛을 발한다. 액션이 대표적이다. 영화 속 액션은 단순한 눈요기가 아니다. 원래 렌필드는 드라큘라를 보호할 때만 자기 능력을 활용한다. 하지만 이야기가 진행되면서 그는 다른 목적을 위해 자기 능력을 사용하기 시작한다. 그러다 보니 액션이 과격하고 피가 많이 튈수록 드라큘라와의 관계를 끊으려는 의지는 더 잘 전달된다. 만화처럼 뻔뻔하게 피를 튀기다 보니 오히려 거부감이 덜한 셈이다. 실제로 절단된 팔과 다리를 무기처럼 활용하거나, 시체 위에서 키스하는 장면은 잔인하거나 기괴하지 않다. 그저 유쾌하다.
액션 외의 대목도 다르지 않다. 사실 <렌필드>에는 윤리적으로 문제가 되거나 불편한 점이 있다. 과거 이야기가 현대 배경으로 옮겨오면서 필연적으로 모순이 생기기 때문이다. 일례로 드라큘라가 렌필드에게 '순수한 여성의 피'가 필요하다고 닦달하는 장면은 지금의 젠더 관점에서는 이상한 뉘앙스로 전달될 수 있다. 드라큘라에게 제물로 바쳐지는 사람들도 어색하다. 현대 사회에서는 과거와 달리 추적이 용이하기 때문에 피할 수 없는 여러 의문점이 떠오르는 까닭이다.
<렌필드>는 B급 감성을 한껏 활용하면서 위와 같은 의문점이 뇌리조차 스치지 못하게 한다. 노예 계약과 싸우는 렌필드의 모습을 제4의 벽을 깨는 연출을 통해 보여주며 B급 코미디를 선사한다. 마피아와 부패된 경찰조직을 등장하면서 누아르처럼 보일 때는 돌연 분위기를 바꾼다. 망상에 빠진 드라큘라를 활용해 호러와 스릴러적 요소는 코미디로 전환하는 게 대표적이다. 드라큘라의 설정을 역이용한 장면도 웃음을 자아낸다. 기독교적 요소가 가미된 퇴마의식을 정작 마약 가루를 이용해 치르거나, 치유력이 있는 드라큘라 피를 이용해 드라큘라가 죽인 사람을 되살리는 식이다.
물론 <렌필드>에도 여러 단점이 있다. 무엇보다도 마무리가 성급하다는 인상이 짙다. 호러, 코미디, 액션, 누아르 등 워낙 많은 장르가 복합적으로 섞여 있는데 러닝 타임은 93분으로 꽤 짧다. 달리 말해 레베카 가족과 마피아 간의 악연처럼 흥미로운 이야기를 많이 생략하거나 일부러 지나칠 수밖에 없다. 결말로 갈수록 캐릭터가 편의적으로 퇴장하는 이유다. 그러다 보니 영화가 속도감은 빠르되, 다소 급하게 전개한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이에 더해 호불호도 극명히 나뉠 수밖에 없다. <데드풀>과 같은 작품처럼 미국식 유머가 워낙 많이 등장하기 때문이다. 만약 일반적인 한국 영화와는 전혀 다른 분위기나 톤에 적응하지 못한다면, 익숙한 소재를 설득력 있게 재해석한 <렌필드>의 매력도 장점이라고 하기는 어렵다.
Acceptable 무난함
가장 세련된 형태의 재해석 중 하나. 취향만 맞는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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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당신은 어떤 '룸'에 갇혀 있나요?
2008년 요제프 프리츨 사건을 바탕으로 한 동명의 소설 『룸』을 영화화 한
레니 에이브러햄슨 감독의 《룸》(2015)
올드 닉은 17살 조이를 납치하고 도망치지 못하게 감금한 뒤 지속적으로 강간한다. 조이는 납치범의 아이인 잭을 낳게 된다. 7년 후 잭은 5살이 된다. 조이와 잭은 '룸'에서 벗어나 자신의 삶을 되찾기 위해 탈출을 감행한다.
영화는 자극적인 사건(실제 사건보다는 아니지만)을 다루고 있지만 폭력적인 장면들은 절제되어 있다. 폭력적이거나 잔인하거나 고통스러운 장면을 못 보는 사람이라도 무리 없이 볼 수 있다. 그러면서도 긴장감을 유지하면서 극을 이끌어 나간다. 스릴러지만 따뜻함을 느낄 수 있어 대부분의 사람들에게 호불호 없이 받아들여질 수 있는 작품이다.
본 리뷰는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
살기 위해서는 '연결'이 필요하다
인간이 극한의 상황을 버텨낼 수 있는 힘은 어디에서 오는 걸까? 올드 닉에게 7년 동안 지속적인 강간과 폭력을 당한 조이는 아들 잭 덕분에 버텨낼 수 있었다. 하지만 이 영화는 모성으로 극복한 시련에 대한 이야기가 아니다. 조이가 살기 위해서는 잭이 필요했고, 잭은 엄마가 필요했다. 그들은 '룸'에 홀로 남겨지지 않기 위한 서로의 버팀목이자 숨구멍이었다.
영화는 잭의 시선을 따라간다. 올드 닉이 오면 잭은 옷장 안에 들어가 숨죽이고 있는다. 우리는 같이 숨죽여 조이의 고통을 가늠할 뿐이다. '룸'에서 태어나 5살이 될 때까지 나가본 적 없는 잭에게 이 작은 방은 세상의 전부다. 조이는 잭을 위해 세상에 대해 말해 주지 않았지만 마침내 탈출을 결심하고 잭에게 현실을 말해준다. '룸' 이외의 세상을 모르는 잭은 진짜 세상을 부정하고 탈출 작전을 미루고 싶어 한다. 그러나 한번뿐인 기회를 놓칠 수 없는 조이는 계획을 실행한다. 마침내 잭은 태어나 처음으로 세상을 보게 된다.
진짜 나무, 진짜 고양이, 진짜 개, 엄마가 아닌 진짜 사람. 작고 더러운 창문을 통해 보이는 하늘이 아니라 진짜 하늘.조이는 잭을 위해 세상으로 아이를 내보낸다. 조이는 그런 잭이 있었기에 닉에게 벗어날 수 있었다. 서로를 지키고자 하는 마음이 그들을 버틸 수 있게 만들었고, 세상을 만나게 해 주었다.
처음 세상을 만난 잭
세상을 만난 아이와 사회에 내던져진 엄마
조이와 잭의 탈출 작전은 영화의 약 절반 지점에서 성공한다. 감금과 폭력에서 어떻게 탈출했는지 뿐 아니라 이후의 상황도 중요하다는 의미다. 우리는 가정폭력, 성폭력 피해자들이 견뎌내야 하는 모진 사람들과 사회에 대해 생각해야 한다.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던 것처럼 다시 행복하게 산다는 건 말도 안 된다. 조이는 7년이라는 세월을 잃었다. 17살이었던 그는 성인이 되었고, 엄마가 되었다. '착한 아이'가 되려고 한 선행의 대가는 컸다.
'착한 아이'에서 '엄마'가 된 조이는 7년 전에 멈춰버린 자신의 방과 추억을 복잡한 감정으로 마주한다. 극적인 사건에 이끌리듯 구름 떼 같이 모여든 대중들과 언론은 이들을 더욱 혼란스럽게 만든다. 인터뷰어는 조이가 자살을 시도했는지, 잭에게 미안하지 않은지, 닉을 아빠로 인정할 것인지를 질문하며 조이를 배려하지 않는다. 조이를 힘들게 한 건 닉뿐만이 아니다. 쏟아지는 질문과 시선, 그리고 응원조차 그를 고통스럽게 만들었다.
'룸'에서는 살아남아 탈출하기 위해 온 힘을 쏟았다. 하지만 그곳에서 벗어났음에도 조이는 행복하지 않다. 혼란스럽고 불안하다. 조이는 주변의 도움을 거절하고 홀로 견딘다. 결국 조이는 극단적인 선택까지 하게 된다. 조이가 세상을 탈출하기 위해서는 죽음밖에 없었다. 그리고 잭은 다시 한번 조이의 죽음을 막아주게 된다.
"누구나 서로에게 힘을 주는 거야. 혼자서 강한 사람은 없단다."
우리가 누군가의 혼자됨을 내버려 두지 않는다면 많은 죽음을 막을 수 있다.
약자들의 연대
올드 닉은 이런 말을 한다. '너희들이 먹고 잘 수 있는 건 다 내 덕분이니 감사하라. 직장을 잃어서 나도 힘들다'라고. 부부 사이에서 흔히 들을 수 있는 대화지만 그들의 상황을 생각해 보면 이렇게 미친 소리가 없다. 영화 속 올드 닉은 잔인한 범죄자고 이들은 부부가 아니다. 그런데 이 대화에서 우리는 가족 같은 느낌을 받는다. 경제력으로 가족을 통제하고 억압하는 행위를 한다면 올드 닉과 다를게 무엇인가? 일상적으로 이루어지는 가정폭력은 영화 속 올드 닉과 다르지 않음을 보여준다.
탈출에 성공한 잭을 구조한 두 명의 경찰관이 나온다. 이 장면에서 약자를 대하는 태도에 여성과 남성의 차이가 분명히 느껴진다. 여성인 파커 경관은 잭의 말을 기다려주고, 사건의 단서를 얻어 또 다른 피해자를 구하기 위해 노력한다. 반면 남성 경관은 광신교의 짓으로 치부하고 미아보호소에 보내자고 한다. 남자 경관은 불안정하고 횡설수설하는 어린 잭을 도움이 필요한 존재가 아니라 해결해야 하는 문제로 본다. 일상에서 위협적인 상황을 느끼는 경우가 적기 때문일까? 남자 경관은 잭을 보고도 범죄를 예상하지 못한다. 파커 경관과 남성의 차이는 여성이 모성을 내재하고 있기 때문이 아니다. 강자가 아니기에 예민하고 직관적으로 대처할 수 있는 것이다.
"엄마도 '룸'에 작별 인사해야지."
'룸'에서 잭은 자신의 완전한 세계를 만들었다. 그곳에서 잭은 자신만의 행복을 찾았다. 아침마다 방의 물건들에게 인사하고, 쥐와 친구가 되고, 무엇보다 엄마와 많은 시간을 함께 했다. 잭은 '룸'을 벗어나서도 종종 그곳을 그리워한다. 마지막으로 조이와 잭은 룸을 다시 마주한다. 잭은 테이블, 세면대 그리고 옷장에게 작별 인사를 한다. '룸'에게 하는 작별 인사는 다음 문장을 위한 마침표와 같다. 끝내지 않으면 시작할 수 없다. '룸'은 더 이상 공포로 걸어 잠겨 있지 않다. 원한다면 벗어날 수 있다.
"문이 열려 있으면 '룸'이 아니거든"
문은 열렸고, 어디로 갈지는 우리에게 달려 있다.
우리가 갇혀 있는 그곳은 어디인가. 그 문은 누가 닫았는가. 문을 열자. 혼자서 버겁다면 누군가와 함께 어떻게든 그 문을 향해 나와 '룸'과 작별을 고하고 세상으로 나아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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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무비 알고리즘] ‘여행과 사랑’, 낯선 곳에서의 당신
[무비 알고리즘 Movie Algorithm]:
‘온더플로어’만의 컨텐츠, [무비 알고리즘]에서는 다양한 영화들을 하나로 묶어본다. 너무나 달라보이는 영화들. 하지만 영화 하나하나를 조금씩 살펴보면, 우리는 그것들에게서 어떠한 연결고리를 찾을 수 있다. 이번 무비 알고리즘의 연결고리는 ‘여행’과 ‘사랑’이다. 지금부터 여행과 사랑이라는 연결고리로 묶인 네 편의 영화들을 살펴보자.여행 가기 전날 밤 잠에 들기전의 설렘, 여행지에 도착해 아름다운 건축물을 보면서 느끼는 행복, 돌아오는 비행기를 타면서 떠나온 땅들을 바라볼 때의 아쉬움. 이처럼 여행이 만드는 설렘과 행복, 그리고 아쉬움은 사랑이 가진 그것들과 너무나 닮아있다. 한번도 가보지 않은 낯선 곳에서 이방인이 되어버린 우리들. 우리가 여행 속에서 느끼는 수많은 감정이 있겠지만, 이것들 중에 가장 특별한 감정은 단연 사랑일 것이다. 낯선 이가 느낄 차가운 공기, 그 속에서 더욱 뜨거웠던 그 둘만의 시간을 소개한다.
<비포 선라이즈 Before Sunrise >
- 영화: 비포 선라이즈 (1995)
- 감독: 리처드 링클레이터
- 출연진: 에단 호크, 줄리 델피, 안드레아 에커트 外
‘단 하루를 위해’
달리는 기차 안, 싸우는 독일인 커플을 보며 똑같은 감정을 느낀 ‘제시 (에단 호크 分)’와 ‘셀린 (줄리 델피 分)’. 각각 미국과 프랑스에서 온 그들은 같은 기차를 타고 있다는 공통점 외에는 어느 하나 같은 것이 없었다. 우연한 기회로 대화를 나누게 된 그들은 짧은 순간이지만 서로에게 흥미를 갖게 된다. 오스트리아 비엔나에 도착한 기차, 원래라면 프랑스로 돌아가야 하는 셀린은 함께 내리자는 제시의 제안에 그들은 함께 비엔나를 여행하게 된다. 비엔나에서 보내는 단 하루, 그들은 비엔나의 아름다운 풍경 속에서 수많은 이야기를 나누게 되고 잊지 못할 감정을 갖게 된다.
‘떠나가기에 더 간절한’
여행과 사랑이라는 주제로 글을 써야겠다고 생각했을 때, 가장 먼저 떠오른 건 ‘리처드 링클레이터’ 감독의 <비포 트릴로지>였다. <비포 선라이즈>, <비포 선셋>, <비포 미드나잇>은 모두 일관되게 제시와 셀린이 여행지에서 보내는 시간들을 다룬다. 기차 안 스치듯한 만남에서 시작해 평생의 연인이 되어가는 그들. 그 모습을 지켜보면서 우리는 18년의 세월동안 그들 곁에서 살아갔다는 생각마저 든다. <비포 선라이즈>가 <비포 트릴로지> 중의 첫 작품임에도 불구하고, 많은 이들은 해당 작품을 최고의 작품으로 뽑는 경우가 많다. 필자가 감히 생각하기에는 두 사람의 첫 시작이 여행이 가지는 풋풋함과 설렘, 그 로망을 가장 잘 드러내서는 아닐까 싶다.
작품 속에서 제시와 셀린은 하루동안 비엔나의 다양한 장소들을 돌아다닌다. 허나 비엔나의 아름다운 풍경들은 어느 순간이 되면, 우리의 눈에 들어오지 않게 되는데 그 이유는 제시와 셀린의 대화에 빠져들게 되어서이다. 가벼운 농담에서 시작하여 죽음과 인간, 그리고 사랑까지. 능글맞고 현실적인 제시와 섬세하고 이상적인 셀린의 표현과 말은 극과극이라고 할 정도로 너무나 달랐다. 그러나 그들 모두 꾸밈 없이 솔직했다. 영화를 보면서 생전 처음 보는 사람과 하루만에 저렇게 사랑을 느끼고 가까워질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카페에 앉아 친구에게 전화하는 형식을 빌려 서로에게 뜨거운 사랑을 말하는 이들을 보며 그 마음은 금방 바뀌게 되었다. 사랑을 하는데 있어서 얼마나 시간을 보냈는지가 중요한 게 아니라, 어떤 시간을 보내느냐가 중요하다는 것을 강하게 느껴진다.
영화의 마지막, 각자의 기차에 탄 제시와 셀린은 미소를 지으며 눈을 감는다. 행복한 미소와 감은 눈. 아마 그 의미는 평생 다시 겪을 수 있을지 확실하지 않은 그 하루를 꿈속에서나마 다시 한번 느끼고 싶어서는 아닐까 생각해 본다.
<냉정과 열정 사이 Calmi Cuori Appassionati>
- 영화: 냉정과 열정 사이 (2001)
- 감독: 나카에 이사무
- 출연진: 타케노우치 유타카, 진혜림, 유스케 산타마리아 外
‘같은 공간, 같은 시간’
이탈리아의 피렌체와 밀라노에 살고 있는 두 이방인 '준세이 (다케노우치 유타카 分)'와 '아오이 (진혜림 分)'. 그들은 일본에서 만나 서로를 너무도 사랑했지만, 그 기억을 묻어둔 채 각자의 삶을 살아가고 있었다. 오해와 불행한 사건으로 인해 멀어진 이들. 하지만 우연한 기회로 재회한 그들은 다시 서로에게 끌리게 되지만, 이미 각자의 삶에는 다른 사람이 자리 잡고 있었다. 준세이는 그림 복원을 배우며 ‘메미 (시노하라 료코 分)’와 동거 중이고, 아오이는 마빈 (왕민덕 分)’과 안정적인 미래를 꿈꾼다. 하지만 준세이와 아오이는 서로를 향한 마음을 숨길 수 없었다. 과연 그들은 결국 10년 전 연인이었던 시절 아오이의 30번째 생일에 피렌체의 두오모 성당에서 만나기로 한 약속을 지키고 다시 사랑을 이어갈 수 있을까.
‘냉정을 이기는 것’
<냉정과 열정 사이>는 수많은 한국 관광객을 이탈리아 피렌체으 ‘두오모 성당’으로 이끈 대표적인 일본의 로맨스 영화이다. 영화는 과거와 현재를 오가며 두 사람의 이야기를 섬세한 방식으로 풀어낸다. 특히, 원작 소설은 작가 ‘에쿠니 가오리’와 ‘츠지 히토나리’라는 남녀 작가 두 명이 신문에서 2년간 각각 ‘아오이’와 ‘준세이’의 입장이 되어 교대로 연재한 독특한 형식을 취하고 있다는 점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이러한 소설을 원작으로 한만큼 다소 단조로워 보이는 형식임에도, 나름대로의 개성이 있을뿐더러 깔끔하게 이야기가 구성되었다. 결국 관객들은 10년의 세월동안 일어난 두 사람의 엇갈린 운명과 애틋한 감정을 더욱 깊이 이해할 수 있다. 두 인물의 비극적인 상황과는 반대되게 이탈리아 피렌체와 밀라노의 풍경은 아름답게 묘사된다. 두오모 성당, 아르노 강변, 밀라노의 거리 등 낯선 이의 얼굴과 함께하는 이국적인 풍경은 준세이와 아오이의 사랑 이야기를 더욱 낭만적으로 만든다.
영화 전반에 흐르는 ‘엔야 (Enya)’의 특별한 음악과 ‘요시마타 료 (Yoshimata Ryo)’의 서정적인 피아노 선율은 영화의 깊이와 분위기를 한층 더 끌어올린다. 특히, <'The Whole Nine Yards'>와 같은 두 주인공의 애절한 사랑을 더욱 돋보이게 하는 명곡들은 큰 인기를 끌었다. 무엇보다도 <냉정과 열정 사이>의 준세이와 아오이라는 캐릭터 모두 감정선이 요동치지 않아 표현하기가 어려움에도 이들을 연기한 두 배우의 연기는 훌륭했다. 다케노우치 유타카는 겉으로는 차분해 보이지만, 내면에 열정을 간직한 준세이를 잘 소화했고, 진혜림은 잔잔해보이지만 강인한 아오이의 매력을 충실히 표현했다.
빛 바랜 추억을 복원하는 준세이, 영롱한 사랑을 세공하는 아오이. 10년의 시간, 점점 더 멀어지는 그 간극을 뛰어넘은 그 사랑의 힘의 원천은 서로의 존재가 갖는 믿음과 이끌림인듯 하다.
<김종욱 찾기 Finding Mr. Destiny>
- 영화: 김종욱 찾기 (2010)
- 감독: 장유정
- 출연진: 임수정, 공유, 이청아 外
‘세상 모든 종욱들’
뮤지컬 무대 감독 ‘지우 (임수정 分)’는 인도 여행에서 만난 첫사랑 '김종욱'을 잊지 못하고, 결국 '첫사랑 찾기 사무소'를 운영하는 ‘기준 (공유 分)’에게 의뢰를 하게 된다. 기준은 꼼꼼함과 집요함으로 '김종욱'이라는 이름을 가진 사람들을 수소문하기 시작하지만, 이는 쉽지가 않다. 전국에 있는 수많은 '김종욱'을 찾아다니며, 자신의 이상형과 딱 맞는 그때의 그 남자를 찾기 위해 고군분투하지만 찾으면 찾을수록 오히려 자신의 옆에서 티격태격하며 늘 함께 있는 기준에게 마음이 끌린다. 한편, 기준은 융통성 없고 답답한 지우를 구박하면서도, 그녀의 첫사랑 찾기를 진심으로 돕는다. 그러던 중, 우연한 계기로 기준은 '김종욱'에 대한 결정적인 단서를 발견하게 되고, 지우에게 이 단서를 가져간다. 과연 그들은 어떻게 될까.
‘내 곁에 누군가’
영화는 한국 로맨틱 코미디의 정석적인 흐름을 따라간다. 앞서 본 <냉정과 열정 사이>가 시종일관 잔잔함을 바탕으로 여운을 준다면, 해당 작품은 발랄함과 유쾌함을 통해 즐거움을 선물한다. 해당 영화 역시 원작을 갖고 있는데 동명의 뮤지컬이 그 원작이다. 이를 통해 적절한 타이밍에 들어오는 음악으로 뮤지컬의 장점을 그대로 살리면서, 영화적 연출도 놓치지 않았다. 첫사랑 찾기라는 소재에 더해 ‘공유’와 ‘임수정’이라는 로코 (로맨틱 코미디) 장인들의 연기도 볼만 하다. 공유는 그 특유의 장난기 있는 목소리로 '한기준' 역을 맡아 능청스러운 코믹 연기와 츤데레 매력을 선보이고, 임수정은 털털하고 사랑스러운 '서지우'역을 맡아 로코퀸다운 면모를 보여준다. 이들의 연기와 얼굴합은 영화의 즐거운 요소이다.
영화는 판타지적 요소보다는 첫사랑에 대한 현실적인 연애 감정에 집중한다. 뮤지컬은 극적인 효과를 위한 장치일뿐, 실질적으로 영화가 관객에게 유도하는 방향은 첫사랑에 대한 환상과 현실 사이의 괴리, 그리고 새로운 사랑을 시작하는 것에 대한 두려움 등에 대한 고찰이었다. 호두과자를 하나 안 먹고 남겨두는 이유를 묻는 기준의 말에 ‘끝을 안내면 좋은 느낌 그대로 두고두고 남는다’라고 답하는 모습. 사실 김종욱씨의 모든 것을 알면서도 끝일까, 실망할까 두려워 알면서도 모른 척 김종욱을 찾지 않은 지우. 이처럼 누구나 한 번쯤 경험해 봤을 법한 감정들을 섬세하게 그려내며 이를 통해 관객들은 자신의 경험을 투영하며 영화에 더욱 공감할 수 있었다., 공유와 임수정이 나오는 인도 ‘조드프루’ 지역의 회상신과 같이 국내외 여행지에서의 풍경은 아름다웠고 로케이션의 힘을 느낄 수 있었다. 분명 감미로운 OST나 대사 등 누군가에게는 오글거리는 장면들도 많았다. 그러나 ‘김동욱’, ‘신성록’, ‘김무열’, ‘정준하’ 등 익숙한 스타들을 카메오로 볼 수 있고 영화 내내 나오는 특유의 유머는 “나 이런 게 좋아하네”라는 말을 자동으로 나오게 한다.
여행지에서 만난 누군가를 찾기 위해, 또 다른 여행을 떠난 두 사람. 그들의 원래의 목표였던 ‘김종욱 찾기’는 어느새 맥거핀이 되어버렸고 그들에게는 여행 속 항상 함께했던 서로가 너무나 큰 의미로 남게 되었다.
<해피 투게더 Happy Together>
- 영화: 해피 투게더 (1997)
- 감독: 왕가위
- 출연진: 양조위, 장국영, 장첸 外
‘나랑 같이 있어줘’
홍콩 반환을 앞둔 1997년, "우리 다시 시작하자"라는 하보영 (장국영 分)의 말 한마디에 이끌려 여요휘 (양조위 分)는 그와 함께 홍콩의 지구 반대편에 위치한 아르헨티나까지 오게 된다. 두 사람은 이과수 폭포를 함께 보러 가기로 약속하지만, 그들은 헤어지게 된다. 다른 피부색의 두 이방인에게 낯선 타지에서의 생활은 녹록치 않았다. 요휘는 탱고 바에서 일하며 힘겹게 생활을 이어가는데, 그러던 어느 날, 보영이 심하게 다친 채 아휘 앞에 다시 나타난다.
아휘는 보영을 간호하며 다시 한번 그에게 마음을 열지만, 보영의 변덕스러운 성격은 쉽게 변하지 않는다. 자유분방하고 즉흥적인 보영은 아휘에게 상처를 주는 말과 행동을 반복하며, 쉽게 떠났다 쉽게 돌아온다. 안정적인 관계를 원하는 아휘는 그런 보영에게 지쳐가면서도, 그를 쉽게 놓지 못한다. 그러던 와중 새롭게 일을 한 식당에서 ‘장 (장첸 分)’을 만나게 되는 등, 새로운 사건이 일어난다. 혼란에 빠진 아휘와 보영의 관계. 과연 그들의 끝에는 서로가 있을까.
왕가위 감독에게 칸 영화제 감독상을 안겨준 해당 영화는 그의 독보적인 세계를 다시 한번 세계에 각인시켰다. 감독의 특징인 즉흥적인 연출과 미장센, 다양한 상징들은 영화 내내 끊임없이 살아 숨쉰다. 먼저 작품의 구성은 다양하게 변화되어 왔는데 초기에는 장국영이 아닌 ‘유덕화’가 보영의 역할이었고, 이과수 폭포로 가는 로드 무비가 원래의 구성이었다. 또한 아휘의 이성 연인이 등장하기도 하는 등 작품은 제작 내내 변화를 거쳤다.
왕가위의 영혼의 파트너 ‘크리스토퍼 도일’이 담당한 촬영 역시도 정해진 대본 없이 촬영된 장면들이 많다. 일례로 보영과 아휘가 갈등하고 다투는 장면에서 활용된 흔들리는 핸드헬드 카메라는 인물들의 불안정하고 위태로운 관계를 효과적으로 표현한다. 또한 클로즈업을 통해 아휘의 슬픔과 고독, 보영의 불안과 후회 등 복잡한 감정들을 전달한다. 흑백, 붉은색, 녹색, 노란색 등의 활용을 통한 강렬한 색채 대비 역시 두 남자의 엇갈린 운명과 혼란스러운 감정을 상징한다. 특히, 흑백의 색은 현실의 고단함과 과거를, 컬러의 색은 현재를 상징하며 붉은색과 노란색은 열정과 불안, 녹색은 희망과 고독을 나타낸다..
‘구름 사이 봄햇살’
<해피 투게더>는 단순한 동성 연인의 사랑 이야기를 넘어 이방인의 고독, 불안정한 관계와 엇갈린 운명에 대한 깊은 성찰을 담고 있는 영화이다. 감독은 영화 전반에 걸쳐 다양한 상징과 장치들을 활용하여 이러한 주제를 효과적으로 표현했다. 작품 내내 관통하는 상징적 이미지인 아래로 쏟아지는 이과수 폭포 역시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아휘의 방 안에 놓인 이과수 폭포 스탠드는 두 남자가 함께 이루고자 했던 꿈, 이상향을 상징한다. 반면, 결말에 보영 없이 혼자 이과수 폭포에 도착한 아휘가 직접 맞이한 거대하고 압도적인 이미지는 아휘의 공허함과 상실감을 극대화한다 작품 내내 등장하는 여권도 중요한 의미를 가진다. 보영의 여권을 숨긴 아휘의 행동은 상대를 구속하고 옭아매려는 욕망의 표현이다. 여권은 곧 자유와 이동의 가능성을 상징하는데, 이를 빼앗음으로써 강압적 수단을 사용해야만 아슬아슬하게 이어지는 그들의 관계를 은유적으로 표현하는 것이다.
작품의 후반, 아휘와 보영만큼이나 큰 영향력을 보여준 인물은 첸이었다. 자신이 정한 선을 넘지 않으면서 아휘에게 다가가는, 그리고 "귀가 눈보다 더 중요하다"라고 말하는 첸. 이러한 첸의 행동과 대사는 아휘가 보영과의 관계처럼 겉으로 드러나는 모습에만 얽매이지 않고, 자신의 진정한 감정과 욕망에 집중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렇게 첸은 아휘가 스스로 과거의 상처를 극복하고, 새로운 삶을 찾는데 있어서 그의 성장을 돕는 희망의 상징이자 방향이 되었다.
영화의 제목이자 가수 ‘터틀즈 (The Turtles)’의 목소리로 마지막을 장식한 그 말 "해피 투게더". 이는 역설적이게도 두 주인공의 불행하고 엇갈린 사랑을 의미한다. 함께 있지만 진정으로 행복하지 못하고 외로웠던 두 사람, 진정한 행복은 무엇인지에 대한 질문의 답은 어느새 우리의 몫으로 넘겨졌다.
‘사랑하게 될거야’
여행을 떠나면 우리는 낯선 공간, 낯선 사람들 속으로 빠져든다. 그렇게 나와 당신은 의지할 곳, 의지할 것 하나 없는 이방인이 된다. 너무나 낯선 그 곳, 그 다른 색의 눈들이 만든 시선들은 너무나 차가워 우리는 그 눈들을 피하려 애를 쓰곤 한다. 그렇게 경계하는 눈들을 피하고 한 숨을 돌리고 나면 보이는 어느 누군가. 그 누군가에게서 당신은 냉기를 식혀줄 가장 뜨거운 바로 그것, ‘사랑’을 느끼게 된다. 끝이 두렵다고 여행을 떠나지 않는 사람은 없는 것처럼, 여행의 끝이 언제나 해피엔딩은 아닌 것처럼, 뜨거웠던 사랑의 끝이 아쉽고 또 아플 수 있다. 그러나 다시 못 볼 지나간 풍경들을 놓쳤다고 괴로워하기 보다는, 자그마한 용기를 내어 사랑해보는 것은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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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장황한 스케일 그리고 그것조차 담아내지 못한 이야기
조선 팔도 제일의 살수 '이난'(신현준) 병마가 그를 위협하고, 점점 가까워지는 죽음에 고통스러운 몸을 이끌고 한 마을에 의탁한다 탐관오리의 횡포와 울부짖는 백성들의 비명으로 점철된 살아있는 지옥… 조선 최고의 살수 '이난' 마침내 그가 깨어난다!
<살수> 줄거리
줄거리만 봤을 때 좀 진지한 사극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보고 나니 이 영화, 유머도 있고 조금은 가볍다.
하지만 그뿐이다. 아니 그도 못하다.
되지도 않는 유머는 오히려 집중력을 흐트러지게 만들 뿐이고, 말투는 자꾸만 과거와 현대를 왔다 갔다 한다. 그렇다 보니 자연스럽게 배우들의 연기 또한 어색해져버린다.
여기서 가장 큰 문제점은 바로 개연성이다. 자꾸 말 한마디로 퉁치려고 한다. 갑자기 등장한 살수 이난은 밑도 끝도 없이 최고의 살수라고 말해주는 걸로 그의 실력 증명을 끝낸다. 그리고 이에 적응할 틈도 없이 이난은 알 수 없는 병에 걸려버린다. 갑자기 들이닥치는 설정값들에 정신이 하나도 없지만 그래도 아직은 괜찮다.
그런데 이 영화, 더 나간다. 이난이 조선 최고의 살수인데 무공을 쓰지 않는다는 것 하나로 바보가 되어버리는 이 상황을 우리는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는가.
‘조선 최고’의 살수라는 이름이 가지고 있던 무게감은 온데간데없고 그저 동네 바보 하나만큼의 가벼운 사람 하나만 남는다. 그런데 이게 웃기지도 않다.
후반으로 갈수록 어쩔 수 없이 이난이 악당들과 부딪히면서 액션이 많아진다. 하지만 이미 깎여버린 이난의 이미지는 너무 많이 가벼워져 긴장감은 전혀 느낄 수 없다.
그리고 모든 장면이 뚝뚝 잘린다. 칠복이와 선홍이네와 이난이 그렇게 정을 쌓았는지 몰랐는데 우리도 모르는 새 자신의 정체를 밝히고 싸울 정도로 친해져있다. 또한 갑자기 산적들은 멋대로 민가를 침입한다. 그러고는 그 이유가 자신이 두목인 걸 확실하게 하기 위해서란다. 내가 눈을 깜빡이는 사이에 몇몇 장면들이 지나갔나? 이런 급전개가 너무 당황스럽다.
그리고 왜 이난을 쫓는 여자 살수는 눈이 붉어지고 사람을 조종할 수 있는 걸까. 이난을 압박하는 뒷세력은 누구인가. 이렇게 마지막까지 풀리지 않는 이야기까지 후편을 기약하는 건가. 하지만 그렇기에는 <살수> 자체가 너무 허술한 영화였다. 많은 영화를 봐왔지만 이렇게 아쉬움이 많이 남는 영화는 오랜만이었다.
*이 글은 씨네랩으로부터 초청받아 참석한 <살수> 시사회에서 관람 후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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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압도적인 캐스팅에도 아쉬움을 남긴 원더랜드 / 눈과 귀가 즐거운 / 로맨틱 드라마 / 탕웨이 박보검 연기는 굿
영화직관하는남자 홍큐의 "원더랜드" 후기입니다.
*엔드크레딧 전 재미난 쿠키영상이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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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트랜스포머 ONE> 1차 예고편
전설이 된 영웅들의 시작! [트랜스포머 ONE] 1차 예고편 대공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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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넷플릭스 <우리의 지구> 공식 예고편 ?
우리 모두의 터전, 경이로운 지구를 만난다. 최신 기술을 사용한 《우리의 지구》는 50개국이 넘는 나라를 누비며 UHD 4K로 모든 영상을 촬영한 다큐멘터리. 이국적인 정글에서 깊은 바닷속까지, 인류와 자연이 공유하는 생명의 터전을 탐험한다. 데이비드 애튼버러 경이 내래이션을 맡은 《우리의 지구》, 4월 전 세계 공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