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INELAB2025-01-13 13:48:13
1월 둘째 주 주말 박스오피스 분석 with 씨네픽
속편으로 돌아온 <크리미널 스쿼드> 1위 등극!

제라드 버틀러 주연의 <크리미널 스쿼드>가 속편으로 돌아왔습니다.
전작과 동일하게 크리스찬 거드게스트 감독이 메가폰을 잡은 <크리미널 스쿼드2: 판테라>가 개봉 첫 주 누적 수익 1,550만 달러를 기록하며 박스오피스 1위를 차지했습니다. 전작은 입소문을 타며 총 4,500만 달러를 벌어들였고, 제작비 4,000만 달러가 투입된 이번 속편 역시 비슷한 성적을 거둘 것으로 예상되고 있습니다.
제라드 버틀러는 전작과 동일하게 빅 닉 역을 맡아 유럽으로 건너가 강도 전문가 도니(오셔 잭슨 주니어)를 추적하는 이야기를 그립니다.
한편, 1,320만 달러를 벌어들인 <무파사: 라이온 킹>이 2위를, 국내에서는 큰 호응이 없는 것과 달리 북미에서는 큰 사랑을 받고 있는 <수퍼 소닉3>가 누적 수익 2억 달러를 넘기며 3위를 차지했습니다.

국내에서는 <하얼빈>이 여전히 선두를 지키고 있습니다. 3주째 주말 박스오피스 1위를 지키고 있지만, 전주보다 약 18만 명이 적게 들어 누적관객수 400만 명을 겨우 넘긴 상황입니다.
금주에도 별다른 대작이 개봉하지 않는 상황이기에 이번 주말에도 무난하게 순위권 앞에 위치할 것으로 보이나,
과연 손익분기점인 650만 명의 벽을 넘어설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되고 있습니다.
지난주와 동일하게 <소방관>이 2위를 지키고 있으며, <히든페이스> 박지현 주연의 <동화지만 청불입니다>가 새롭게 순위권에 들어 3위를 차지했습니다. 각각 누적 관객 수 370만 명, 10만 명을 기록하였습니다.


Relative conten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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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모비우스 / Morbius, 2020
영화 <스파이더맨: 노 웨이 홈>의 흥행은 말하지 않아도 다들 아실 테니, 해당 작품이 '어떤 청사진을 펼쳤는지?'를 말해보겠습니다.
결과부터 말하면, "멀티버스(다중우주)"를 인정하며 3명의 스파이더맨을 비롯해 악당들까지 종합선물세트로 내놓은 결과물은 제작진과 관객들 모두 만족스러웠습니다.
이제는 관객들의 바램과 제작진들의 의도가 '얼마나 일치하는지와 상충되는지?'에 걱정과 기대가 공존하는데요.
그런 점에서 첫 타자로 나서는 <모비우스>는 어땠는지? - 영화의 감상을 정리해 보도록 하겠습니다. :)어렸을 적부터 희귀 질환을 앓고 있던 "모비우스"는 자신을 비롯해 똑같은 질환에 걸린 이들의 치료제 개발에 열을 올리고 있습니다.
그러던 가운데, 흡혈박쥐와 인간의 DNA 결합에 성공하고 자신을 대상으로 실험에 나서는데요.
결과는 성공하나 이 과정에서 끊임없는 사람의 피를 갈구하는 것을 알게 되는데...왜, 박쥐 중에서 "배트맨"만 있는 줄 알아?
1. 면접관의 느낌이 이런 건가?
솔직히, 영화 <모비우스>는 본 작품보다는 <스파이더맨: 노 웨이 홈>를 비롯한 "SSU(소니 스파이더맨 유니버스)"를 구성하는 하나의 퍼즐로 더 관심이 갔습니다.
그도 그럴 것이 이 하나의 영화로 끝나지 않을게 관객들이나 제작진 모두 말하지 않아도 알고 있으니까요.
그렇다면, <모비우스>를 어디에 초점을 두고서 봐야 우리는 좀 더 재밌고 만족스럽게 극장을 나갈 수 있을까요?그래서, 니 이름이 뭐니?
영화 <모비우스>는 104분의 분량의 상당 부분을 자기소개에 할애합니다.
"박쥐"라는 점에서 경쟁사의 "배트맨"이 연상되나 <모비우스>는 처음이라 관객들과는 처음이라서 이런 부분이 꼭꼭 필요한데요.
하지만, 아쉽게도 이미 다름 영화들이 해왔기에 관객들에게는 호기심보다는 피로함부터 앞서니 나름의 차별화는 보여줘야만 합니다.
그렇게, 선보이는 "으스스한 분위기"에서 보여주는 폭주한 상태에서의 액션은 나름 시선을 이끄는데 충분했습니다.2. 여러 갈래로 퍼지는 이야기들
하지만, 이후 각 캐릭터들의 동기에 있어 살짝의 아쉬움이 엿보입니다.
먼저, "모비우스"는 능력을 얻고 치료가 되지만 이후 일정 시간마다 피를 마셔야 하는 부작용에 부득이한 피해에 고민을 합니다.
이에 관객들도 납득할 수 있는 데에는 자신과 비슷한 질환을 가진 아이들을 치료하는 이야기를 사전에 제공했기에 그런 그의 고민에 이해할 수 있는 것이죠.
하지만, 그의 친구 "마일로"에는 "모비우스"와는 다르게 생략된 설명이 많아 보였습니다.그래도, 악당이고 친구인데...
극중. "마일로" 역시, 똑같은 질환을 앓고 있는 인물이나 "모비우스"가 만든 혈청을 맞으며 그와 똑같은 능력을 얻게 되는 캐릭터로 대척점에 서있습니다.
그렇다면, "마일로"는 '왜 이를 뽐내는지?'를 설명해야 하는데요. (앞에서 '자신과 비슷한 질환을 가진 아이들을 치료하는 이야기'처럼 말이죠)
그러나, 영화를 보면 그의 행동에는 납득이 가지 않는 설명만을 합니다. - 아버지와 같은 "니콜스 박사"에게는 "차별적 사랑"에 이야기하지만, 전혀 모르는 바입니다.
여렸을 적 에피소드를 살펴보면, 편지를 다른 아이들에게 빼앗겨 얻어맞는 이야기의 주인공은 "모비우스"입니다. (이를 "마일로"로만 바꿨어도...)
그러면서, "모비우스"와의 힘을 합치자는 이야기와 그의 연인 "밴 크로포드 박사"와의 사랑까지 중구난방으로 뻗치는 느낌이죠.3. 결국, 쿠키 2개에 마음이 녹는다.
이렇게, "마일로"에 대한 이야기를 하는 이유에는 이를 맡은 "맷 스미스"의 연기가 주인공 "모비우스"를 연기한 "자레드 레토"도 만들지 못한 스팟을 만들거든요.
바로, <유주얼 서스펙트, 1995>의 "카이저 소제"가 점점 똑바로 걸어나가는 장면을 그대로 보여주거든요.
물론, 앞서 말한 해당 능력에 따른 부작용까지의 설명이 된 상태라서 다른 의미로의 섬뜩함마저 불러오니 더더욱 설명에 아쉬움이 생깁니다.
이렇게, 본다면 영화 <모비우스>는 아쉬움 투성의 영화로 남겨지겠지만 그래도 생각보다 나쁘지만은 않습니다.이래서, 화날 때 쿠키가 좋다는 거야!
이번 영화를 연출한 '다니엘 에스피노사' 감독의 이름만을 들어봐선 모르겠지만, 그가 연출해온 <세이프 하우스, 2012>와 <라이프, 2017>를 봤다면 그의 스타일이 뭔지는 잘 아실 겁니다.
특출난 작품보다는 공식대로 무난하게 만드는 연출자입니다.
그런 점에서 <모비우스>는 특별히, 모나지도 않는 작품으로 충분히 바라볼만한 작품입니다.
다만, 전작이 <스파이더맨: 노 웨이 홈>인 만큼 그 모나지도 않는 평범함이 살짝 아쉽게 다가오지만요.※ 쿠키 영상은 2개로 "엔딩 크레딧"이 나오기 전에 다 나옵니다.
※ 앞서 말한 "SSU(소니 스파이더맨 유니버스)"의 "스파이더맨"이 "꼭, 톰 홀랜드만은 아니겠다"는 예측이 됩니다. (아니면, 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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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준비없이 맞이하는 황혼의 순간
준비없이 맞이하는 황혼의 순간
영화 <브루클린의 멋진 주말> 리뷰
출처: 다음 영화
살아온 날이 살아갈 날보다 많다는 것을 체감하는 순간을 받아들이는 일은 누구에게나 처음이기에-또한 마지막이기도 하고- 그 어떤 사람도 능숙하거나 잘할 수는 없다. 다만 익숙해지려고 노력할 수 있을 뿐. 영화 <브루클린의 멋진 주말> 속 노부부 역시 피할 새 없이 다가온 이 첫 황혼의 순간을 무방비한 상태로 맞이하며 인생의 새로운 위기에 봉착한다.
뉴욕 브루클린, 이스트 빌리지 아파트에는 은퇴한 교사 루스(다이안 키튼 분)와 화가 알렉스(모건 프리먼 분)가 살고 있다. 계단을 오르내리기가 어려워진 알렉스를 위해 40년 동안 머물러 온 집을 팔기로 결심하는 루스. 부동산 중개인인 조카 릴리(신시아 닉슨)의 도움을 받아 집을 매물로 내놓지만 집 보러 온 사람을 맞이하고 가격을 결정하는 일들이 쉽지가 않다. 한편, 정든 집을 떠나고 싶어 하지 않은 알렉스는 집 안 곳곳에서 옛 추억을 떠올리고 젊은 시절의 두 사람을 떠올리며 아쉬움에 잠긴다. 결국 루스는 알렉스와 함께 직접 살 집을 찾아 나서지만 파는 것만큼이나 어려운 집 고르기. 집을 사는 것도 파는 것도 모두 어려운 루스와 알렉스는 과연 이 아파트를 무사히 떠날 수 있을까?
언뜻 보면 그저 두 노부부가 이사를 하며 겪는 좌충우돌 고군분투기처 같은 영화 <브루클린의 멋진 주말>은 모습을 통해 두 사람이 저희도 모르는 새 다가온 노년의 시기를 극복하며 인생의 새로운 막을 여는 과정을 보여준다. 루스와 알렉스를 힘들 게 하는 가장 큰 벽은 바로 본인들을 그저 ‘노인네’로 만드는 현실. 집 사고파는 일을 도와주는 릴리는 시종일관 두 사람을 세상 물정 모르는 늙은이 취급하며 사사건건 모든 일에 간섭하고 그들이 만나는 젊은 사람들은 무례하기 짝이 없다. 게다가 이 중요한 시기에 발생한 폭탄 테러 위협과 애완견 도로시의 입원까지. 우아하게 맞이할 줄 알았던 노년, 현실적이라기보다 다소 영화적인 이 모든 사건들은 두 사람의 삶을 의도적으로 혼란에 빠트려 두 사람을 시험한다.
출처: 다음 영화
그리고 이 지점에서 두 사람은 달리는 걸 멈추고 숨을 고른다. 그들이 돌아본 건 40년을 함께 한 과거. 살고 있는 집 곳곳에 스며든 두 사람의 그리운 기억들은 잊고 있던 그 시절 그 마음을 상기시켰다. <유스>(2015)에 등장하는 노년의 영화감독 믹 보일(하비 케이틀 분)은 이렇게 얘기한다. ”저 산을 봐봐. 젊었을 때는 이렇게 모든 게 가까워 보여. 미래니까. 반대로 이렇게 봐봐. 늙으면 모든 게 이렇게 멀게 보여. 과거니까.” 그렇다. 루스와 알렉스가 그 과거를 잊어버릴 뻔한 건 그 순간들이 단지 너무 멀리 보였기 때문이었다. 가까운 미래가 두 사람을 지치게 만들 때 두 사람은 눈을 돌렸고 멀리 있어 돌아보지 못했던 과거는 그 자리를 그대로 지키며 그들을 묵묵히 응원하고 있었다.
물론 객관적으로 현실을 마주하는 루스와 알렉스의 태도과 행동이 모두 옳다고 할 수만 없다. 젊은이들은 노인네를 기계치로 안다고 성질을 내는 알렉스는 결국 메일 한 통을 제대로 못 여는가 하면 현관에 들어오지 말아 달라는 다른 집주인의 부탁에도 두 사람은 막무가내로 들어간다. 화를 주체하지 못하고 큰 소리를 치는 일도 있고 사실 전처럼 몸이 아주 건강한 것도 아닌 게 사실이니 말이다. 그러나 그들을 마냥 비난할 수 없는 건 그들 역시 이 시기가 낯선 처음이기 때문이다. 노년의 지혜는 젊은 시절을 지나는 사람들에게 충고를 할 수 있게 해 주지만 그들 자신에게 노년에 대해 조언해 줄 이들은 사실 세상에 남아 있지 않다.
출처: 다음 영화
더불어 영화를 보는 관객들 모두 두 사람을 응원하게 된다. 리처드 론크레인 감독이 부드러운 브라운톤의 화면을 통해 두 사람이 앞으로 나아가는 그 모든 과정을 따뜻한 시선으로 그려낸 덕분이다. 프레임을 가득 채우는 브루클린 역시 내리쬐는 햇살 속에서 꼭 가고 싶은 사랑스러운 장소로 태어났다. 그리고 그 인간적이고 따스한 순간에 존재하는 루스와 알렉스. 차갑고 냉정하며 복잡함으로 무장한 무시무시한 세상과 상관없이 둘만의 세상에 살아가는 노부부의 시간들은 보는 이로 하여금 응원하게끔 만드는 마력을 지녔다.
과거가 현실의 상황을 기적처럼 바꾸진 못한다. 아무리 다정하게 두 사람을 바라봐도 우리가 직접 도울 수는 없다. 결국 매 순간순간 도전이 되는 인생의 황혼기를 받아들이고 새로운 삶을 살아가는 건 두 사람의 몫. 곁에서 손을 잡아주는 사랑하는 사람이 있기에 두 사람은 이 모든 시기를 견딜 수 있는 힘을 갖는다. <브루클린의 멋진 주말>의 원제는 <Ruth & Alex>. 사실 꼭 멋질 필요까지도 없다. 단 두 사람만으로도 세상을 살아갈 의지가 되니까 말이다.
지원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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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흑백요리사>가 흥행할 수밖에 없었던 이유
사진ⓒ넷플릭스
넷플릭스 <흑백요리사>를 밤새워가며 봤다. 가장 결정적인 부분에서 끊어버리는 미친 편집력, 한 회 한 회 새롭고 다채로운 미션들로 채워진 기획력. 정말이지 1화부터 12화까지 ‘뭐야 왜 벌써 끝나’를 외치며 정주행 할 수밖에 없었다.
그간 요리사들을 경쟁시키는 서바이벌 프로그램은 정말 많았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왜 <흑백요리사>는 이토록 사람들을 열광하게 했을까. 물론 앞서 말한 쫄깃한 기획과 편집이 한몫했겠지만, 개인적으로는 결정적 트리거가 ‘다윗과 골리앗의 싸움’에 있지 않았나 싶다.
사진ⓒ넷플릭스
우리가 한 편의 영화를 볼 때, 또는 소설책을 볼 때. 뭐니 뭐니 해도 가장 매력적인 요소는 취약하고 가진 것 없는 주인공이 상대적으로 더 잘나고 누가 봐도 힘센 경쟁자와 붙을 때가 아닌가. 이 프로그램은 다윗과 골리앗이 붙었을 때 다윗을 더 응원할 수밖에 없는 관객의 마음을 정확히 저격한 것이다. 심지어 제 이름 석 자조차 밝힐 수 없는 흑수저 셰프들은, 관객의 응원 본능에 더 활활 불씨를 지폈더랬다.
그러나 이 프로그램의 흥미는 거기서 끝나지 않는다. 흑수저를 응원하려면 골리앗이 미워야 하는데, 잘나고 다 가진 백수저 셰프들이 무조건 밉고 싫으냐 하면 그것도 아니기 때문이다. 프로그램은 백수저들이 단순히 덩치만 큰 게 아니라 그 지위를 얻기까지 십수 년을 노력하고 땀 흘린 인간적인 존재들임을 심도 있게 조명한다. 역시 진정한 스토리텔링은 악역에게도 감정이입을 하게 만드는 법. 거기에 2차적 열광 포인트가 있었다.
백수저, 괜히 그 자리에 있는 게 아니구나.
사진ⓒ넷플릭스
많은 것을 이룬 사람이 다시 심판대에 서는 일은 쉽지 않을 것이다. 많게는 50년부터 적게는 19년의 요리 경력을 가진 백수저 셰프들은 소위 말해 돈과 명성 모두를 거머쥔 성공한 직업인이다. 다들 서너 개씩 레스토랑을 소유하고 있거나 누구나 아는 굵직한 레스토랑의 총괄 셰프니까. 다시 말해 그들은 이미 요리 실력 최강자이며, 대중에게도 잘 알려진 셀럽인 상태였다.
그런 그들이 까마득한 후배들과 겨뤄서 자칫 지기라도 하면 망신살일 뿐인데도 ‘굳이’ 프로그램에 참가한 것이다. 그건 가진 걸 잃고 싶지 않은 방어의 마음보다, 자신의 한계와 매너리즘을 깨고 싶은 용기가 더 크다는 뜻일 테다. 나는 거기서 이미 그들이 평범한 백수저가 아니며, 매력적인 골리앗이 될 수밖에 없다고 생각했다.
사진ⓒ넷플릭스
또, 그들은 서로 의견이 달라 싸우는 일은 있었지만, 하나같이 겸손했다. 그 점이 너무도 놀라워 보는 내내 인간적으로 감탄했을 정도였다.
세계대회를 심사하는 50년 경력의 ‘여경래’ 셰프는 학벌도 화려한 이력도 없는 흑수저 ‘철가방 요리사’에게 지고도 분개하기는커녕, “저보다 그 후배가 잘했으니까 이긴 거죠”라며 인자한 미소를 보였고, ‘최현석’ 셰프는 자신보다 후배 격인 안성재 셰프의 다소 날카로운 피드백에도 오히려 자신의 오만함을 자책하는 모습을 보였다. (그는 셰프들의 셰프로 꼽힐 만큼 대단한 입지의 인물이다)
다른 셰프들 역시 마찬가지였다. 어린 후배들의 요리 실력을 인정하고, 칭찬하고, 그들의 모습에서 퇴색됐던 초심을 되찾아 가기도 했다.
사진ⓒ넷플릭스
성공한 사람들은 멋있지만, 그보다 더 멋진 사람은 거기에 안주하지 않고 자세를 낮춰 더 배우려는 사람임을, 백수저 셰프들을 보며 새삼 깨달았다.
흑수저, 이름은 없어도 실력은 있는 자들
사진ⓒ넷플릭스
반면 흑수저 셰프들을 바라보는 재미는 그들의 열정과 순수성, 그리고 참신한 요리실력이 아니었나 싶다. 경력으로 치자면 백셰프들에 비해 하염없이 아래지만, 흑수저 셰프들의 실력은 정말 대단했다. 그저 아직 세상에 알려지지 않았을 뿐, 한 흑수저 참가자의 말처럼 전혀 ‘짜치지 않는’ 요리 실력의 소유자들이었던 것.
너무 많은 참가자들이 눈부셨고, 다재다능했지만 그중 특히 기억에 남는 세 명이 있다.
사진ⓒ넷플릭스
첫 번째는 강력한 우승 후보이자 나의 원픽이기도 했던 ‘트리플스타’. 그는 거의 기계나 다름없는 칼질에서부터 사람들을 놀라게 했다. 야채 하나하나 일정한 크기로 써는 그 정확함은 그가 완성도 있는 음식을 위해 몇천 번 몇만 번을 노력했는지 느끼게 했다. 맛은 말해 뭐할까. 요리사의 재능과 노력이 만나면 어떤 음식을 꽃피우는지 매회 감탄하며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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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번째는 ‘이모카세’. 파인 다이닝 참가자들이 우세한 프로그램에서 한식, 그것도 누구나 아는 집밥으로 두각을 나타내며 최종 8인에까지 들었던 그녀는 엄마의 손맛 그 자체였다. 부모님의 병세로 인해 음식장사의 길로 접어들어야 했던 이모카세는 하루에 천 그릇씩 안동국수를 말았단다. 그 시간만큼 쌓인 손맛은 얼마나 견고하고 단단했을지. 잘 구운 김 한 장으로 시식단을 홀려버리는 연륜은 절로 고개를 끄덕이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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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종 우승자인 ‘나폴리 맛피아(권성준)’ 역시 당연히 기억에 남는다. 그는 우승 소감에서 “10년간 집과 주방만 왔다 갔다 하면서 이렇게 답답하게 사는 게 맞나 싶었는데, 그게 틀리지 않은 것 같다”라고 밝혔는데, 그 한마디 안에 그가 흘렸을 피땀눈물이 담겨있는 것 같았다.
참가자들 중 유독 주변 분위기에 휩쓸리지 않았던 것도, 그렇게 10년간 매일매일 단련한 내공 덕분이 아니었을까 싶다. 그를 보면 요리사에게 중요한 자질이 비단 흘러넘치는 열정뿐 아니라, 비가 오나 눈이 오나 묵묵히 실력을 다져나가는 지구력이란 걸 여실히 느낀다.
그리고, 안성재
사진ⓒ넷플릭스
이 프로그램의 수많은 눈부신 참가자들만큼 못지않게 매력적이었던 인물이 있다면 그건 바로 심사위원 ‘안성재’가 아닐까 싶다. 그로 말하자면, ‘채소의 익힘 정도’를 무척이나 중요하게 생각하고, ‘이븐하게 익지 않은 고기’는 가차 없이 탈락시키는, 엄청나게 엄격하고 정확한 셰프다. 오죽 칼 같았으면 대한민국에 딱 하나 있다는 미슐랭 3스타가 그의 레스토랑 ‘모수’일까.
방송과는 거리가 먼 삶을 살아왔기에 대중들에게는 그간 널리 알려지지 않았으나, 이번 방송을 통해 그의 매력은 가히 초신성처럼 폭발했다. 너무도 멋진 셰프여서다.
사진ⓒ넷플릭스
이제는 재미난 유행어가 되었지만, 그가 프로그램에서 남긴 여러 말을 곱씹다 보면 대한민국 유일 3스타 셰프로서 지닌 단단한 철학과 신념이 느껴진다. 음식의 본질과 멀어진 난해한 요리를 지양하며, 비비지 않은 밥에 ‘비빔밥’이라는 이름을 붙이지 않고, 아무 맛도 나지 않는 꽃잎을 단순히 예뻐 보이기 위해 디시에 올리지 않는 그 마인드.
셰프란 자신의 창작 욕구를 충족하기 위해 존재하는 예술가가 아니라, 오롯이 고객에게 공감과 만족을 줄 수 있는 음식을 만드는 서버라는 것을 그를 통해 배운다.
사진ⓒ넷플릭스
누가 누가 더 맛있게 요리하나. 그 대결 현장만을 비췄던 게 기존의 요리 서바이벌 프로그램이었다면, 이 프로그램에서는 셰프가 보였다. 이름이 있든 없든, 몇 개의 레스토랑을 가지고 있건 아니건, 그저 맛있는 음식을 정교하게 만들고 싶어 하는 진정한 셰프들의 모습.
간절히 우승하길 바랐던 나의 원픽 트리플스타가 떨어져 아쉬웠지만, 이 프로그램을 보고 난 후 한동안 여운이 가시질 않았다. 한 접시에 담긴 노력과 재능이 이토록 사람의 마음을 울릴 수 있다는 게 놀랍다. 그리고 이제 와 보니, 백수저와 흑수저로 치사하게 나눈 듯했던 것도, 사실은 계급장 떼고 누가 요리를 잘하나 보여준 가장 공평한 시스템이 아니었나 싶다.
아, 시즌2는 언제 나오지?
■ BOOK 연애 결혼 힐링 에세이 『사연 없음』 현실 직장 생활 에세이 『어쩌다 백화점』 PDF 인간관계 비법서 『오늘보다 내일 나은 인간관계』 ■ CONTACT 인스타그램 @woodumi 유튜브 『따수운 독설』 작업 문의 deumji@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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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트라우마의 다른 모습들
우리는 살면서 때론 피해자가 되고 때론 가해자가 될 때도 있다. 어느 누구도 가해자가 되길 바라지 않는다. 가해자는 누군가에게 피해를 입혔다는 뜻이기 때문이다. 비록 범죄나 심각한 폭력에 연루되지 않았다고 할지라도 아주 사소한 일상에서 우리는 종종 억울함을 느낄 때가 있고 반대로 다른 사람에게 작은 피해를 입힐 수도 있다. 그런 사소한 문제들을 서로 이야기하고 용서해가면서 서로에 대한 신뢰를 얻고 또 관계를 발전시켜 나가는 것은 우리가 평소에 겪는 아주 일상적인 인간관계일 것이다.
어떤 경우에는 그런 관계에서 서로 생각이 많이 달라질 때가 있다. 서로 오해가 깊어지고 시간이 지날수록 그 관계는 점점 멀어진다. 다시 예전의 그 관계로 돌아가려고 서로 시도하지만 다시 과거와 같은 관계를 회복하기는 어렵다. 그래서 서로 떨어져 각자의 삶을 살고 서로 가끔씩 연락을 주고받으며 지낸다. 그렇게 상대방이 정확히 어떤 생각을 하고 어떤 감정을 가졌는지 알 수 있는 기회는 없어지고 만다. 특히나 가까운 가족 간에 그런 관계가 되기 쉽다. 자식이 자라면서 자신의 생각이 생기고 성인이 되면서 어떤 일을 계기로 부모님과 멀리 떨어져 있기 원한다. 서로 대화를 하긴 하지만 부모와 자식 각자가 가진 생각을 정확히 알기는 어렵다. 가지고 있는 불편함 마음을 먼저 털어놓지 않음으로써 최소한의 평화를 지키려 하기 때문이다.
트라우마를 가지고 있는 인물이 회복되는 과정
영화 <더 브릿지>는 각자가 가지고 있는 트라우마와 불편한 마음을 가지고 있는 린지(제니퍼 로렌스)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아프가니스탄에 파견되었다가 차량 이동 중 적군의 공격을 받고 재활치료를 받는 장면이 영화의 초반을 채우고 있다. 정신적 트라우마를 받은 듯한 그는 아주 조용하게 재활에 집중하고 있다. 그가 멍하니 앉아서 허공을 보고 있는 모습과 어려운 재활에 힘들어하는 모습은 그가 가지게 된 트라우마가 얼마나 정상적인 생활을 방해하는지를 잘 보여준다.
린지가 재활 치료를 마치고 엄마가 있는 고향으로 돌아오면서 이야기는 본격적으로 시작된다. 엄마가 있는 집에 가지만 여전히 불편해 보인다. 그는 엄마와 대화를 나누는 것도 어색하게 보이고 집에서 쉬고 있는 린지의 모습도 불편해 보인다. 영화는 그녀가 왜 그렇게 엄마와 집을 불편해하는지 설명하지 않는다. 단지 그가 하는 표정과 행동을 따라가며 여전히 트라우마 속에 갇혀있는 린지의 모습을 비출 뿐이다.
린지는 차 수리를 하러 갔다가 자동차 정비공은 제임스(브라이언 타이리 헨리)를 만나게 되고 여러 가지 상황으로 인해 부득이하게 자주 대화를 하게 된다. 그런데 두 사람에겐 과거의 트라우마에 대한 공통점이 있다. 두 사람은 많은 대화 끝에 그것을 알게 되는데, 린지가 군에서 차량을 타고 이동 중에 적군의 공격을 받아서 얻은 트라우마가 있다면, 제임스는 과거 자신이 가족들을 태우고 운전을 하다가 차가 뒤집히는 사고를 냈다는 트라우마가 있다.
재미있는 건, 린지는 자신이 머무르는 고향 집에서 멀리 떠나려고 하는 것이고 제임스는 반대로 집에만 머무르고 싶어 한다는 것이다. 영화가 관심을 가지는 건 두 사람이 가진 트라우마를 드러내는 것인데 두 사람이 가진 트라우마는 비슷하지만 무척 다르게 보인다. 린지는 집에서 벗어나고자 택한 곳에서 다시 집으로 돌아오는 예상하지 못한 상황을 맞는 반면, 제임스는 최대한 가족들과 같이 집에 머무르고 싶어 하지만 가족들을 떠나고 자신은 떠나지 못한 상황을 맞는다.
서로의 트라우마를 위로하는 린지와 제임스
영화가 따라가는 린지는 사실 어린 시절에 겪은 트라우마를 가지고 있다. 오빠가 약물 중독으로 감옥에 간 이후 엄마와 살면서 겪은 불행한 일들이다. 영화에서 정확히 제시되지는 않지만 그때 오빠로 인해 발생한 여러 가지 힘든 상황이 린지의 트라우마를 만들었다고 할 수 있다. 이런 린지 앞에 나타난 제임스라는 사람은 자동차 사고 이후 자신이 다른 가족들에게 피해를 줬다는 죄책감을 가지고 있다. 린지와 제임스의 결정적인 차이는 바로 죄책감의 유무다.
또한 린지가 제임스를 바라보는 시선에는 측은함이 있다. 나보다 불쌍하다는 생각, 그러니까 동정심이 더해져 자꾸만 제임스와 밥을 먹고 시간을 보내게 만든다. 아마도 린지는 가족과 자신의 한쪽 다리를 잃은 제임스를 만나면서 자신의 이야기를 한다는 펀안함을 느꼈겠지만 한 편으로는 상대방을 보며 약간의 위안을 느꼈을 것이다. 두 사람의 대화 들을 지켜보다 보면 두 사람이 서로에게 이성적인 호감을 가진다고 보기보다는 서로에게 위로를 받고 앞으로의 삶을 이어나갈 수 있는 힘을 얻는 관계로 보는 것이 좋을 것이다.
영화 <더 브릿지>는 린지가 심리적으로 회복되는 과정을 아주 천천히 따라가는 영화다. 영화에는 극적인 순간이 없다. 하지만 불안정한 린지가 집에서 엄마와 겪는 장면들에서는 왠지 모를 불안감이 전달되고, 제임스와 이야기를 나누는 장면들에서는 뭔가 의지할 대상이 생긴 것 같은 편안함을 느끼게 한다. 마치 린지의 트라우마가 회복되는 과정을 체험하는 것처럼 그 세밀한 감정들을 잘 전달하고 있다. 더 나아가 제임스가 가진 트라우마와 죄책감 역시 무척 설득력 있게 담고 있다. 그래서 영화를 다 보고 나면 왠지 관객도 심리치료를 받은 듯한 느낌을 준다.
린지 역을 맡은 제니퍼 로렌스는 전쟁에서 받은 트라우마를 겪고 있는 군인 역할을 무척 실감 나게 하고 있다. 화장기 없는 얼굴과 수수한 옷차림 그리고 왠지 공허하게 느껴지는 그의 눈빛은 진짜 실존하는 군인의 모습처럼 보인다. 그가 제임스와 교류하며 조금씩 눈빛이 살아나고 미소를 보이는 모습은 배우의 연기로 무척 자연스럽게 녹아들어 있다. 제임스 역을 맡은 브라이언 타이리 헨리는 과거에 코믹한 역할을 많이 맡았던 배우다. 이번 영화에서는 무척 심각한 역할을 맡았는데 트라우마와 죄책감 속에 스스로를 고립시킨 인물을 훌륭하게 소화했다. 이 영화의 제작사는 최근 독립영화와 예술영화 그리고 공포영화에서 존재감을 보이고 있는 A24다. 두 배우의 열연은 애플티비+를 통해서 볼 수 있다.
*영화의 스틸컷은 [다음 영화]에서 가져왔으며, 저작권은 영화사에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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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진실의 그림자를 뒤쫓아 가다
(스포일러가 될 수 있는 내용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메이 디셈버>. 5월과 12월이라는 제목이 왜 붙었는지 알게 되리라 생각하고 상영관에 입장했다. 그러나 5월과 12월의 간극이 나이 차이가 많이 나는 연인들을 가리키는 것임을 영화를 본 후에야 찾아볼 수 있었듯이, <메이 디셈버>는 사람들의 기억 속에 갇혀 있던 사건의 연보와 억눌렸던 생각을 조금씩 끄집어낸다. 다름 아닌 배우가 캐릭터로 분하는 과정을 통해서.
나이 차이가 많이 나는 이 커플의 이야기는 곧바로 관객에게 찾아오지 않는다. 날씨는 좋고, 여유는 넘치고 집은 예쁘고 아이들은 신이 났다. 집 주인 부부의 나이 차가 유독 많이 난다는 특징 외에는 아무 문제도 없어 보이는 이 매끄러운 세계는 배우인 엘리자베스가 도착하면서부터 조금씩 뒤틀린다. 토드 헤인즈 감독의 솜씨가 그 뒤틀림과 균열의 과정을 묘사하면서 특유의 긴장감을 창조한다.
열 네 살 소년 ‘조’와의 부적절한 관계로 징역형을 살고 아이를 낳은 그레이시의 이야기가 영화화되는 과정에서 엘리자베스가 그녀를 연기하게 된다. 배역 준비를 위해 가족을 방문한 엘리자베스는 관찰을 시작하지만, 그레이시는 영화가 담아 낼 자신들의 삶의 단면, 즉 이야기로 만들어질 법한 일정한 시간 이외의 것은 공유하지 않으려 든다. 엘리자베스도, <메이 디셈버>를 보는 관객도 그녀와 그레이시가 캐릭터로서 닮아 가는 과정만큼이나 ‘진실’을 알고 싶어한다. 그들의 이야기, 처음부터 끝까지의 모든 동기와 선택, 사건과 감정, 그리고 그 재연을 원하게 되는 것이다. 그러나 <메이 디셈버>는 단편적인 증언과 인물의 태도만 보여줄 뿐, 결코 플래시백을 통해 과거를 직접 목격하게 하는 지름길로 가지 않는다. 가장 흥미로운 지점은 진실을 파헤쳐 보려는, 형사들이 할 법한 이런 시도를 배우가 하고 있다는 것이다. 과거가 선명해질수록, 진실에 가까워질수록 엘리자베스는 캐릭터가 된다.
그러나 영화는 그 진실이 무엇인지 끝내 알려주지 않는다. 진실이라는 게 존재하지 않을지도 모른다고 말하기라도 하는 것처럼. 배역을 완성해가는 엘리자베스는 그레이시와의 관계에 균열을 내지만, 그것이 그레이시의 과거 중 정확히 어느 지점 때문인지 관객도, 엘리자베스도 알 수 없다. <메이 디셈버>는 영화와 배우만 할 수 있는 방식대로 그것을 이야기한다. 우리가 찾고 싶은 것, 진실에 가까운 무언가의 궤적을 재현하고 또 재연해 보는 것이다. 이 작품에서 인물들이 보여 주는 사건들, 그 옳고 그름에 대해 자꾸만 고민하게 하는 문제를 연결하는 것은 결국 스크린 위에 그것을 배치해 둔 손길이다. 나탈리 포트만과 줄리안 무어의 대체 불가능한 에너지 만큼이나 매력적으로 다가오는 요소는 관객이 추리하고 긴장하게 하는, <메이 디셈버>만이 발휘하는 보이지 않는 힘이다.
*본 리뷰는 하이스트레인저 씨네랩에서 초대받아 시사회 참석 및 관람 후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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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콜 (The Call) (2020), 광기 어린 스릴러, 질주하는 사이코드라마
콜 (The Call) (2020)
광기 어린 스릴러, 질주하는 사이코 드라마
콜(The Call), 광기 어린 사이코 드라마의 탄생
2020년을 한 달 남겨두고, 발전 없는 전형적인 한국 영화들을 향해 강력한 펀치 한 방을 날리는 신선한 스릴러 한 편이 스크린에 등판했다. 언젠가부터 뻔해진 충무로의 흔한 남자 주연 캐스팅 하나 없고, 한 가지 장르에 정착하지 못하는 애매모호함, 지겨움의 끝을 연발하는 신파도 모두 한꺼번에 갖다 치웠다. 그 대신 두 명의 여성 캐릭터들을 앞세워 처음부터 끝까지 휘몰아치는 서스펜스로 단 한 순간도 긴장감을 놓지 못하는 스릴러를 탄생시켰다. 자질구리한 스토리도 인물도, 장르의 분위기를 해치는 뜬금없는 코미디도 모두 없다. 오로지 '전화'를 매개체로 벌어진 서스펜스 단 하나에만 집중한다. 스피디한 연출로 작품을 이끌어나가는 '이충현' 감독의 힘과 배우들의 시너지가 만들어낸 훌륭한 합작품이라 할 수 있겠다.
운명 같은 전화벨 소리,
잔인한 폭주와 악연의 서막
1999년의 '영숙(전종서)'과 2019년의 '서연(박신혜)'은 같은 집에 있는 전화를 매개체로 20년의 시간을 뛰어넘은 채 연락이 닿게 된다. 말도 안 되는 판타지로 시작된 둘의 인연의 시작은 순조로웠다. '서연'은 '영숙'에게 99년 이후에 벌어진 사건들, '영숙'이 좋아하는 '서태지'의 음악들을 들려줬고, 무당인 '신엄마(이엘)'에게 억압 받는 '영숙'에겐 '서연'과의 통화가 자신이 기댈 수 있는 유일한 숨통이었다.
하지만, '서연'은 '영숙'이 살고 있는 99년도에 돌아가신 자신의 아버지를 '서연'이 살릴 수 있을 것이란 생각을 하게 되고, '영숙'은 몰래 집을 빠져나와 '서연'의 아버지의 죽음을 막는다. 하지만, 시간의 역학을 건드리기 시작한 이 사건이 두 사람의 인연을 파국으로 만드는 결정적인 시발점이었다. 두 사람이 바꾼 과거로 인해 '서연'은 현재 부모님과 행복한 생활을 보내고 있는 부잣집 딸의 모습으로 변하게 되고, '서연' 역시 '영숙'에게 미래에 다가올 일을 알려줘 '영숙'의 죽음을 막는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영숙'이 자신을 죽이려던 '엄마'를 살해하게 되고, 세상 밖으로 나오면서 시공간을 초월한 두 사람의 우정에는 균열이 가기 시작한다.
세상 밖으로 나온 사이코패스,
광기 어린 질투에서 시작된 파국
'엄마'를 죽이고 자유를 찾은 '영숙'은 세상 밖으로 나오면서 본격적으로 그녀에게 내재되어 있는 사이코패스의 광기를 표출하기 시작한다. 그러면서 어느새 가족과의 행복한 삶을 영위하느라 자신에게 소홀해져 버린 '서연'에게는 질투와 살의를 느끼기 시작한다. '영숙'의 살인 행위를 나중에서야 알게 된 '서연'은 처음으로 '영숙'에게 반기를 들며 그녀의 심기를 건드리게 되고, 이는 '서연'에게 질투를 느끼고 있던 '영숙'의 분노를 터뜨리는 기폭제가 되어 '영숙'은 본격적으로 '서연'의 주변을 잔혹하게 망가뜨리기 시작한다. 과거의 자신을 지키기 위해 애쓰는 '서연'과 자신의 끔찍한 미래를 막기 위해 폭주하는 '영숙'의 싸움. 어느 한 쪽이 죽어야만 끝날 것 같은 두 사람의 시간을 초월한 악연은 끝내 처절한 파국으로 이어진다.
‘전종서’의 재발견, 미친 연기력 폭주
<콜>의 연출과 스토리, 출연 배우들의 호연 모두 훌륭하지만 이 작품을 이끄는 힘의 8할은 '전종서'에게 있다. 한국 영화사에 유례없는 여성 사이코패스 연쇄살인마 캐릭터를 연기하며 혼신을 다해 미친 연기력을 쏟아냈다. 각성하는 순간부터 보여주기 시작한 '영숙'이라는 캐릭터가 주는 공포와 긴장감, 그리고 후진 없이 질주만 하는 공격적인 모습이 주는 임팩트는 그야말로 압도적이었다.
<콜>은 '전종서-박신혜'의 호흡보다는 오로지 '전종서'의 약이라도 빨은 듯한 광기 어린 연기력에 시선이 쏠린다. <버닝>에서의 신비로운 소녀는 온 데 간 데 없이 살아지고, 당장이라도 상대방의 목숨을 앗아갈 것 같은 맹수 같은 눈빛을 지닌 사이코패스로 완벽하게 변신했다. 솔직히 중반부부터는 강강강강만 있는 캐릭터라 과유불급이라는 생각이 들 수도 있지만, '전종서'의 연기력이 그러한 우려들을 곧바로 불식시킨다. '써니'에서 '천우희'의 신들린 연기력을 접했을 때의 느낌을 9년만에서야 똑같이 느낄 수 있었다.
(+)
최고의 명장면은 20년 전의 '서연'과 '아빠'가 '영숙'의 집을 찾아왔을 때, '영숙'이 뒤돌아 살아 있지도 않은 '엄마-!'를 부르며 스산한 미소를 띠는 장면이다. 배우의 표정 변화만으로 공포감을 유발할 수 있다는 것을 느낄 수 있는 순간이었다.
속도감 있는 전개, 긴장감 넘치는 연출
비현실적인 스토리를 바탕으로 진행되는 작품이기 때문에 아무래도 중간 중간 설정에 대한 구멍을 발견할 수는 있다. 하지만, 스피디한 전개와 손에 땀을 쥐게 하는 긴장감 넘치는 연출이 영화의 허점들을 금세 메꿔준다. 극적인 장면에 사용하는 음악의 활용도 굉장히 신선했다. 대표적으로 '영숙'이 처음 집안에서 탈출했을 때, 슬로 모션과 함께 강렬한 록 음악을 삽입하며 고삐 풀린 연쇄살인범의 새로운 시작을 공격적으로 알리는 효과를 줄 수 있었다.
물론, 아쉬움도 있다. 아무래도 시공간의 변화가 많은 작품이다 보니 신비로움을 유발하는 형태로 CG 기법을 많이 사용했는데, 가진 기술과 자본력에 비해 욕심을 부린 게 느껴진 부분이었다. 판타지스러움을 유발하는 데에는 성공했으나 부자연스럽고 어색하다는 느낌이 강했다. 하지만, 극중 CG 장면은 극히 일부이기 때문에 크게 신경 쓰일 정도까지는 아니었다.
판도라의 상자가 야기한 비극
'서연'과 '영숙'의 인연이 어긋나게 된 계기는 '서연'이 '영숙'으로 하여금 과거 사건의 결과를 바꾸게 한 것에서 출발했다. 그 전까지만 하더라도, 두 사람의 통화는 단순히 과거의 미래의 사건들에 대한 사소한 이야기를 나누는 정도였고, 이 때까지만 해도 두 사람의 우정에 균열이 갈 가능성은 없어 보였다.
하지만, 두 사람은 과거와 현재를 바꾸기 시작했고, 이로 인해 서로의 행동이 각자 다른 공간에 있는 자신에게 점점 영향을 주기 시작하면서 두 사람의 관계는 당연히 깨질 수밖에 없게 된다. 이 과정에서 '서연'이 시공간의 역학이 주는 관계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했기 때문에 스스로에게 다가오는 비극의 그림자를 막을 수 없었던 것이다. 과거의 '영숙'에게 다가올 미래를 알려줄 수 있는 '서연'과 달리 '서연'은 과거의 '영숙'의 행위로 현재의 자신에게 생길 변화를 알 방법이 없다. 제 아무리 '서연'이 발버둥쳐 봤자 무조건적으로 '서연'이 불리한 입장인 것이다.
예상을 뒤엎는 스토리, 묵직한 펀치 한 방
어찌 보면 익숙한 스토리다. 전화를 매개체로 과거와 현재의 인물이 교신을 한다는 것은 드라마 <시그널>을 비롯한 여러 작품에서 익히 봐온 소재다. 그렇기 때문에 <콜> 역시 전개상 예상 가능한 스토리가 상당 부분 존재하기도 했다. 하지만, <콜>은 익숙한 소재가 주는 예상을 뒤엎는 스토리를 부분 부분 첨가시켰다. 극 초반부에 '영숙'에 대한 학대를 일삼는 무당 '신엄마'는 누가 봐도 악역 같았지만, 따지고 보면 '영숙'의 사이코패스 기질을 알고 이를 억제시키기 위해 자신에 대한 공포심을 심어주고, 악령에게 씌었다는 프레임을 '영숙'에게 걸어놓은 셈이었다. 중간 중간 복선들을 깔아 놓아 '영숙'이 사이코패스라는 것을 암시하긴 했지만, '신엄마'의 행동들은 분명 처음부터 이해할 수 있는 장면들은 아니었다.
결말부 역시 예상을 뒤엎으며 한국 영화의 고질병과도 같은 신파 엔딩을 겨냥한 묵직한 펀치 한방을 날려준다. 1999년 '영숙'과 '서연의 엄마(김성령)'의 혈투, 그리고 2019년 '서연'과 '영숙'의 싸움에서 극적으로 '서연의 엄마'가 몸을 날려 '서연'을 구하고, '영숙'의 목숨을 끊는다. 그리고 함께 죽은 줄만 알았던 '서연의 엄마'가 마지막 시퀀스에 등장하며 '역시 어머니의 힘은 강하다'와 같은 K-영화의 전통적인 메시지를 날리며 갑자기 용두사미로 끝나는 듯한 실망감을 던져준다. 하지만, 엔딩 크레딧이 내려가는 순간, 멀티 엔딩으로 마지막 반전을 선사하며 통쾌함을 느끼게 해준다. 어찌 보면 한국영화의 피날레가 지향해야 할 점을 알려줬다고도 볼 수 있는 엔딩이었다.
극장 개봉 실패에 대한 아쉬움
코로나 바이러스로 인해 극장개봉에 실패한 작품들이 넷플릭스로 향하고 있는 가운데, <콜>은 <사냥의 시간>에 이어 올해 두번째로 넷플릭스 단독 공개를 택한 국내 영화였다. 혹평 일색이었던 <사냥의 시간>과 달리 <콜>은 오히려 이 작품을 극장에서 볼 수 없다는 사실이 크나큰 아쉬움을 남긴다. TV 스크린으로 봤을 뿐인데도, <콜>이 가져다 준 전율은 대단했고, 수작을 만났다는 흥분이 아직까지도 가시지 않는다. 이 작품이 '이충현 감독'의 장편영화 데뷔작이라는 것 자체도 매우 충격을 준 사실이었다. 극장 개봉 실패는 아쉽지만, <콜>의 제작진과 배우들이 보여줄 앞으로의 모습에 상당한 기대를 걸 수 있을 것 같다.
* 본 콘텐츠는 블로거 겔겔겔스타 님의 자료를 받아 씨네랩 팀이 업로드 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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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가 그치지 않던 어느 여름날,
가출 소년 ‘호다카’는 수상한 잡지사에 취직하게 되고
비밀스러운 소녀 ‘히나’를 우연히 만난다.
“지금부터 하늘이 맑아질 거야”
그녀의 기도에 거짓말 같이 빗줄기는 멈추고,
사람들의 얼굴에 환한 빛이 내려온다.
“신기해, 날씨 하나에 사람들의 감정이 이렇게나 움직이다니”
하지만, 맑음 뒤 흐림이 찾아오듯
두 사람은 엄청난 세계의 비밀을 마주하게 되는데…
흐리기만 했던 세상이 빛나기 시작했고, 그 끝에는 네가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