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INELAB2025-01-13 13:48:13
1월 둘째 주 주말 박스오피스 분석 with 씨네픽
속편으로 돌아온 <크리미널 스쿼드> 1위 등극!

제라드 버틀러 주연의 <크리미널 스쿼드>가 속편으로 돌아왔습니다.
전작과 동일하게 크리스찬 거드게스트 감독이 메가폰을 잡은 <크리미널 스쿼드2: 판테라>가 개봉 첫 주 누적 수익 1,550만 달러를 기록하며 박스오피스 1위를 차지했습니다. 전작은 입소문을 타며 총 4,500만 달러를 벌어들였고, 제작비 4,000만 달러가 투입된 이번 속편 역시 비슷한 성적을 거둘 것으로 예상되고 있습니다.
제라드 버틀러는 전작과 동일하게 빅 닉 역을 맡아 유럽으로 건너가 강도 전문가 도니(오셔 잭슨 주니어)를 추적하는 이야기를 그립니다.
한편, 1,320만 달러를 벌어들인 <무파사: 라이온 킹>이 2위를, 국내에서는 큰 호응이 없는 것과 달리 북미에서는 큰 사랑을 받고 있는 <수퍼 소닉3>가 누적 수익 2억 달러를 넘기며 3위를 차지했습니다.

국내에서는 <하얼빈>이 여전히 선두를 지키고 있습니다. 3주째 주말 박스오피스 1위를 지키고 있지만, 전주보다 약 18만 명이 적게 들어 누적관객수 400만 명을 겨우 넘긴 상황입니다.
금주에도 별다른 대작이 개봉하지 않는 상황이기에 이번 주말에도 무난하게 순위권 앞에 위치할 것으로 보이나,
과연 손익분기점인 650만 명의 벽을 넘어설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되고 있습니다.
지난주와 동일하게 <소방관>이 2위를 지키고 있으며, <히든페이스> 박지현 주연의 <동화지만 청불입니다>가 새롭게 순위권에 들어 3위를 차지했습니다. 각각 누적 관객 수 370만 명, 10만 명을 기록하였습니다.


Relative contents
-
- [넷플릭스] 맨헌트 : 유나바머 vs 유나바머 그가 입을 열다 : 드라마와 다큐멘터리의 차이.
살인자에게 스토리를 부여한다는 것은 어떤 일일까?
우리는 연쇄 살인마를 비롯한 범죄자를 대상으로 영화를 만들거나 드라마를 만든다.
범죄자의 행동이나 범행을 바탕으로 작품을 만든다면 관객의 관심은 물론 어떤 면에선 스토리의 큰 틀을 기댈 수 있기 때문에 실화를 기반으로 한 작품들이 많이 나온다.
수사물이나 스릴러를 자주 보는 편이라 실화를 기반으로 한 작품들도 종종 만난다.
때로는 [캐치 미 이프 유 캔]처럼 범죄자인 주인공을 응원하게 되는 작품들이 있었고,
범죄자에게 서사를 부여한다는 것에 대해 크게 생각이 없었다.
그런데 어느 순간 그 상황이 좀 무서운 것이라는 인지가 생겼다.
"범죄자에게 부여된 서사로 인해, 드라마 속 캐릭터나 범죄자의 행동을 조금이라도 이해할 수 있다는 것이 과연 올바른 일일까?"
이런 고민 없이 소모하듯 작품을 봐도 되는 걸까?
이 고민에 길을 잡아준 작품이 있었다.
실화 기반 미드, 맨헌트 : 유나바머[MANHUNT : UNABOMBER]와 다큐멘터리 유나바머 그가 입을 열다 [Unabomber : In His Own Words]였다.
범죄물 / 다크 / 실화 기반 / 추리 / 테러 / 몰입도 높음 / 미국 드라마 / 미드 / 스릴러 / 넷플릭스 드라마 / 맨헌트 : 유나바머[MANHUNT : UNABOMBER]
미드 [맨헌트 : 유나바머]는 외로운 늑대형의 테러리스트 유나바머(시어도르 카진스키)의 성장과 범죄 체포까지의 스토리를 담고 있다.
어린 나이에 하버드대학교에 입학할 정도로 천재였던 유나바머는 대학 생활 중 지원했던 잘못된 심리 실험으로 인해 인격이 망가지게 된다.
이미 천재이기 때문에 보통의 평범함을 몰랐던 그는 인격이 망가지게 되면서 일반적인 사고를 할 수 없는 병든 사람이 되게 된다.
현대 문명이 인류를 파괴한다는 문명 혐오주의자가 된 유나바머는 자신의 천재적인 지식을 이용해서 폭탄 테러를 저지른다.
그는 철저하게 자신을 숨기고 살아서, 미국의 수사 기관에서는 유나바머를 찾지 못한다.
맨헌트는 유나바머와 수사관들의 스토리르 절묘하게 합쳐 스토리가 탄탄한 드라마를 보여준다.
분명히 테러범인데 맨헌트를 보고 있자면 이상하게 유나바머를 이해할 것 같은 기분이 든다.
그리고 유나바머가 잡혔을 때 다행이라는 생각이 드는 한편, 자신의 신념을 끝까지 지키려는 유나바머가 경이롭기도 했다.
하지만 그 생각은 다큐멘터리 유나바머 그가 입을 열다 [Unabomber : In His Own Words]를 보면서 바뀌게 되었다.
범죄물 / 실화 / 테러 / 몰입도 높음 / 미국 다큐멘터리 / 넷플릭스 다큐멘터리 / 유나바머 그가 입을 열다 [Unabomber : In His Own Words]
미드 맨헌트를 흥미롭게 봤기 때문에 선택하게 된 다큐멘터리가 [유나바머 그가 입을 열다]였다.
드라마와는 다르게 다큐멘터리는 유나바머의 가족, 주변 인물, 그를 쫓던 수사관들의 인터뷰를 통해 입체적으로 유나바머를 그려낸다.
맨헌트에서 필터를 씌워서 유나바머를 그려냈다면 유나바머 그가 입을 열다에서는 있는 그대로의 유나바머를 그린다.
특히 드라마에서 비중을 두지 않았던 테러 피해자의 인터뷰와 유나바머 주변에 살았던 이들의 인터뷰를 통해 그의 민낯을 그려낸다.
다큐멘터리를 보기 전까지, 자신의 신념을 위해 테러리스트가 되었던 외로운 늑대 유나바머란 이미지가 이 인터뷰들을 통해 깨지게 된다.
그가 겪은 일은 안타깝지만, 유나바머는 그저 살인을 저지른 테러범에 불과했다.
특히 드라마 맨헌트에서 이상하리 만큼 선하게 그려졌던 유나바머가 매우 거칠고 폭력적인 사람임이었을 알게 되었을 때 묘한 느낌이었다.
드라마보다 다큐멘터리를 먼저 보았다면 드라마를 보면서 어딘지 모르게 불쾌감을 느꼈을 것 같다.
그럼에도 맨헌트 : 유나바머[MANHUNT : UNABOMBER]와 유나바머 그가 입을 열다 [Unabomber : In His Own Words]는 완성도가 높은 작품들이다.
그리고 맨헌트를 본다면 꼭 유나바머 그가 입을 열다라는 다큐멘터리를 함께 보기를 추천한다.
-
- 그는 10년 만에 마주한 자유가 막막하다
8★/10★
*스포일러가 포함된 글입니다.
1973년 미국 샌프란시스코의 차이나타운. 한 아시아 남성이 살인 혐의로 긴급체포된다. 절도죄로 보호감찰 중이던 그는 집에서 친구에게 빌린 총을 실수로 발사해 벽에 흔적을 남겼는데, 그 흔적이 살인 사건에 사용된 총의 것과 일치한다는 것이 살인죄 기소의 결정적인 근거였다. 그의 이름은 이철수. 1952년 한국에서 태어난 이철수는 그를 가족에 맡기고 미국으로 간 어머니의 권유로 미국에 온 한국인 이민자였다. 그의 나이 열두 살 때였다.
종신형을 선고받은 이철수는 수감된 지 10여 년 만에 석방되었다. 그의 수감이 미국 내 한국 이민자, 나아가 아시아 이민자의 열악한 현실을 상징하는 사건으로 부상한 결과였다. 이철수가 체포되던 때부터 그가 진범이 아니라는 이야기가 돌았다. 백인으로 구성된 시 당국자와 경찰은 사건의 ‘빠른 해결’을 원했다. 이철수의 범죄 이력과 사건 당시의 행적은 그들의 좋은 먹잇감이었다. 검찰이 남긴 기록에서 이철수는 내내 ‘중국인’으로 지칭되었다. 요컨대 이 사건은 아시아인 거주지에서, 아시아인들끼리 벌인 사건으로 성급히 마무리되었다.
한국인 이민자이자 주류 언론에서 일하는 한 기자가 이철수 사건에 주목했다. 사건 기록을 살펴본 기자는 이철수에게 죄가 없다고 확신했다. 그의 기사는 대서특필되었고, 이후 여러 활동가가 이 사건에 달려들었다. 이철수 사건은 곧 아시아인들이 미국에서 어떤 위치에 있는지를 상징하게 되었다. 여러 사람들의 노력으로 이철수는 10년 만에 자유를 되찾았다.
그러나 이철수는 자유로워지지 못했다. ‘프리 철수 리’, 즉 ‘이철수를 석방하라’는 영화의 요구는 그의 석방으로부터 다시 한번 시작된다. 이철수는 유명 인사가 되었다. 그는 여기저기를 다니며 자신의 경험을 들려주었고, 자신을 도와준 사람들에게 감사 인사를 표했다. 그리고 그 모든 것이 끝났을 때, 이철수는 다시 현실에 발을 디뎌야 했다. 그러나 이철수는 자기 앞에 놓인 현실이 막막하고 부담스러웠다. 그는 자신이 사람들의 기대에 부응하는 삶을 살아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렇지 않으면, 자신을 도운 사람들의 헌신적 노력을 배신하는 것이라 여겼다. 그는 사람들이 실망할까 걱정했고, 자신에게 쏠린 기대에 큰 압박을 느꼈다. 그렇게 이철수는 ‘두 번째 감옥’에 갇혔다.
이철수는 한국에서는 찢어지게 가난하게 살았고, 미국에 와서는 종종 어머니에게 폭행당했다. 하루를 벌어 하루를 먹었고, 언젠가부터 도둑질을 시작했다. 갱단에 소속된 적은 없었다. 그가 차이나타운의 한국인, 즉 외톨이였기 때문이다. 감옥에서도 마찬가지였다. 인종 별로 나뉜 수감자 무리 한복판에서 이철수는 홀로 생존해야만 했다. 감옥에서 살아남기 위해 자신을 건드리는 갱단 구성원을 살해하기도 했다. 그런 그가 하루아침에 아시아인들의 영웅이 되었다. 그는 남들의 기대에 맞춰 뒤늦게나마 ‘좋은 삶’을 살고 싶었지만 방법을 몰랐다. 전화 안내원, 컴퓨터 세일즈맨, 건물 관리인 등의 일을 했지만 오래가지는 못했다. 결국 마약에 손을 댔고, 마약 살 돈을 마련하기 위해 자신을 도운 사람들을 찾아가 난폭하게 굴었다. 방화 사건에 휘말려 18개월간 수감 생활을 하기도 했다. 그를 짓누르는 두 번째 감옥은 첫 번째 감옥과 달리 타인의 도움과 연대로 해결할 수 있는 문제도 아닌 듯 보였다. 이철수는 결국 2014년 병환 치료를 거부하고 62세의 나이로 생을 마감했다.
이철수의 삶은 우리를 고양시켰다가 침잠케 한다. 그의 억울한 옥살이가 민권 운동의 결실로 마무리될 때, 우리는 진실과 연대의 힘을 확인할 수 있다. 그러나 ‘좋은 삶’이라는 기대에 갇힌 이철수의 삶은 앞서 관객을 감동케 한 것들이 동시에 얼마나 허약한지를 드러내기도 한다. 혹은 우리가 상상하는 연대의 깊이와 내용을 상식적인 차원 이상으로 심화시켜야 함을 일깨워주기도 한다. 이철수가 ‘두 번째 감옥’에서 좌절하지 않기 위해서 우리가 해야 할 일, 사회에 요청할 일은 무엇이었을지 질문하는 일 말이다. 쉽지 않은 질문이다. ‘좋은 삶’이 무엇인지부터 정의해야 하고, 그 삶을 가능케 하는 안전망의 내용을 현실에 밀착해 구체적으로 따져봐야 하기 때문이다. 첫 번째 감옥의 비극을 방지하기 위한 긴 노력과 여기에 담긴 가치마저 우스꽝스러운 것으로 취급되는 시대에 두 번째 감옥의 비극을 막기 위한 방법이 무엇이냐는 질문은 비현실적으로 보인다. 그러나 생의 마지막이 가까워질 즈음, 자신의 삶 궤적이 켜켜이 새겨진 형언할 수 없는 복잡한 감정이 깃든 그의 얼굴은 우리를 이 불가능한 질문에 붙들어 놓는다. 이철수의 얼굴은 그가 감당하지 못한 질문이 정말 본질적으로 답변 불가능한 것이냐고 묻는 듯하다.
-
- [JIMFF 인터뷰] “이런 영화제, 전 세계에 또 있을까요?”, 제천국제음악영화제 이동준 집행위원장 인터뷰
제천국제음악영화제 이동준 집행위원장은 1994년 ‘구미호’의 영화음악으로 데뷔해, 올해로 영화 인생 30주년을 맞았다. 지금껏 ‘은행나무 침대’, ‘초록 물고기’, ‘각설탕’, ‘태극기 휘날리며’를 비롯해 ‘탄생’, ‘1947 보스톤’까지 꾸준히 영화음악 작업을 이어오고 있다. 이동준 위원장은 제17회 청룡영화상 음악상, 제35회 대종상영화제 음악상 등을 수상했으며 2013년 제9회 제천국제음악영화제에서는 제천영화음악상을 받은 바 있다. 작년부터는 제천국제음악영화제 집행위원장을 역임하고 있다. 영화제가 한창인 7일, 제천예술의전당에서 이동준 집행위원장과 이야기를 나눴다.
올해로 영화인생 30주년을 맞으셨습니다.
징그러워요. 30년 됐다고 하니까. (웃음) 본의 아니게 상징성을 가진 해여서 돌아보니 ‘어라? 얼추 그렇게 됐네’ 했죠. 징그럽기도 하고 대견스럽기도 하고 두 마음이 공존하죠.
영화 음악 꿈꾸기 시작한 계기가 있는지요.
-어린 시절 영향이 크다고 봐요. 정확한 년도는 기억은 안 나는데 ‘벤허’라는 영화를 봤어요. 영화에 압도되는 신기한 경험이었어요. 음악적인 느낌이 제 감성에 새겨진 거죠. 유독 영화음악과 클래식을 좋아했어요. 음악가라는 방향을 정해놓은 것은 아니었는데 사춘기 때 음악을 하고 싶다는 욕망이 자꾸 일어났어요. 록 밴드도 했고요. 어렸을 때 엄마와 이모 따라다니면서 다닌 극장의 추억이 유난히 강렬했던 것 같아요. 그런 잔향이 제 미래를 결정한 자산으로 작용했을 것 같아요.
6일, 제천예술의전당에서 영화제와 마찬가지로 20주년을 맞은 ‘태극기 휘날리며’ 필름콘서트가 열렸습니다. 공연 후 눈물을 보이셨는데요.
주책이죠. 자기가 만든 거에 자기가 뻑 가는 거. (웃음) 제 역사와 삶이 많이 응축된 눈물이었어요. 리허설할 때 되게 좋겠다는 확신은 들었어요. 장동건 배우도 그렇고 강제규 감독도 그렇고 눈물을 흘리면서 많은 걸 돌아봤죠. 그렇게 각자의 시선이 어우러져 수십 가지 감정이 올라왔어요. 감사함, 스스로에 대한 고마움, 미래의 도전에 대한 용기. 많은 감정이 교차하더라고요. 조명 활용 등에서 필름 콘서트의 정체성이 잘 전달되고, 퍼포먼스도 전달이 잘돼서 놀라기도 했어요.
예술인에게 도전, 초월은 평생의 과제
제천만이 제공할 수 있는 영화 경험 고민 중
작년 19회 영화제 슬로건은 ‘Da Capo(다 카포)’였고, 이번 영화제 슬로건은 ‘Superascendo(수페라스켄도)’입니다. 각각 ‘처음으로 돌아가다’, ‘초월하다’란 뜻이지요.
처음 집행위원장하면서는 슬로건 안 하려고 했어요. 굳이 해야 되나 싶었는데 홍보하는 사람 입장에서는 필요하다 그래서 했죠. 그래서 작년에는 영화제의 20대를 앞두고 처음으로 돌아가는 기분을 되살리자는 의도에서 음악용어인 다 카포를 썼죠. 20회인 올해에는 도전하고 한계를 넘어서는 걸 고민했죠. 제가 이름 짓기를, 라틴어 찾기를 좋아해요. 그래서 뒤지다가 초월하다, 도전하다 이 말을 찾았죠. 슬로건을 정하니까 포스터 방향성도 도전적인 게 나왔어요. 초월하는 느낌으로요. 예술인들에게는 이런 도전, 초월의 방향이 평생 있지 않아야 하나 싶어요.
이전에 하이테크를 지향하는 영화제를 고민하고 계시다고 말씀하신 적이 있습니다.
영화와 멀티미디어가 공존할 수 있는 특별한 체험관이 제천에 최초로 생긴다면 그 자체로 랜드마크가 될 수 있겠죠. 콘서트도 하고요. 규모가 크지 않더라도요. 영화를 포함해 음악과 다채로운 미디어 콘텐츠를 묶어서 재밌게 만들 수 있겠다 싶어요. 욕심은 있는데 조금씩 변화할 수밖에 없죠. 그런 공간에 대한 고민은 계속 있어요.
20주년을 맞아 영화제에서 사랑받은 작품을 다시금 관객에게 선보이는 ‘제천 리와인드’ 섹션을 기획하셨습니다.
소개하고 싶은 작품이 너무 많은데 다 담지를 못했어요. 제게 가장 큰 충격을 준 영화는 ‘서칭 포 슈가맨’이에요. 유난히 기억에 많이 남아요. 너무 신선했어요. 올해 개막작 ‘아바: 더 레전드’도 그렇고요. 올해에도 좋은 영화가 참 많아요. 음악영화제로서 취할 수 있는 선택의 폭이 작년보다는 더 나았다 싶어요. 프로그래머가 일을 너무 잘하신 덕분이겠죠.
어제 진행된 팬과의 만남 행사도 직접 기획하셨다고 들었습니다. 위원장님뿐 아니라 심사위원, 영화제를 방문한 셀럽분들이 참석해주셨고요.
영화제에 셀럽이 많이 오는 게 대중의 영화제 선호도를 결정할 수 있잖아요. 그런데 역으로 셀럽이 영화제에 어떤 명분으로 올까 싶었죠. 작품이 노미네이트되면 오는데, 그냥 축하해주러 오기는 쉽지 않으니까요. 우리도 셀럽이 오면 얼마나 좋을까 하는 숙제가 늘 있었는데 오히려 심사위원이라는 명분으로 셀럽분들이 오시면 좋을 것 같다 싶었죠. 그런데 그 귀한 분들을 모시고 심사만 시키기는 아쉽잖아요. 그런 분들이 제천에 왔다고 시민들께 알리며 가깝게 다가가고 싶었어요. 그래서 오픈 스테이지로 토크 진행했어요.
새로운 도전에 대한 두려움 없어
영화음악을 꿈꾼다면 진지하게 질문해봐야
감독님께서는 영화음악뿐 아니라, 드라마와 뮤지컬, 게임 심지어는 아시아축구연맹 공식 주제가까지 작곡하셨습니다.
음악적으로 욕심이 많아요. 이런 거 저런 거 하는 두려움은 한 번도 없었어요. 계속 새로운 거 하고 싶은 마음은 늘 있어요. 제 음악적 스펙트럼을 규정하지 않고 확장하는 거죠. 제가 좋아하는 음악가 중 그런 성향의 음악가가 많아요. 창작하는 사람이라면 두려워하지 않고 도전 영역을 찾아야 해요. 더 많은 다양성을 추구하고 싶어요.
영화제 집행위원장이 아닌 아티스트 이동준의 행보와 계획도 궁금합니다.
영화제 개막식 공연에 작년부터 늘 제가 만든 곡을 직접 연주했어요. 내년에도 할 거예요. 이 자체가 영화제의 정체성일 수 있거든요. 집행위원장이 직접 작곡한 곡을 개막식에서 연주하는 영화제는 전 세계에서 유일할 테니까요. 그리고 개인 솔로 앨범도 준비하고 있어요. 그런 지점이 앞으로의 숙제죠. 올해 개인 공연도 예정되어 있어요.
영화음악을 꿈꾸는 분들에게 조언해주시고 싶은 내용이 있으신지요.
내가 왜 음악을 좋아하는지를 질문하는 게 중요한 거 같아요. 질문에 답할 수 없다면 중간에 포기하게 돼요. 이 질문에 대한 답이 ‘그냥 좋은 것 같아서요’라면 안 했으면 좋겠어요. 굉장히 진지하게 접근해야 해요. 잘 모르는데 어떻게 진지할 수 있을까 싶겠지만, 미래에 자기 인생을 던질 일인데 진지하게 질문을 해야죠. 내 인생을 바칠 만하다는 자기 확신이 있을 때 해야 해요. 구체적으로 작곡하고 들어보고 대화해보고 부딪혀보고 평가도 받으면서요. 영화음악 말고도 다른 음악이 있는데 영화음악을 하려면 뭐가 필요할지를 따져보고 찾아봐야죠. 출발점에서 그런 진정성을 갖는 게 어떤 음악을 하더라도 가장 중요하지 않을까 싶어요.
‘체념’ 말고 ‘초월’하자
관객분들에게 받은 선물을 돌려드리고 싶다
메가박스 제천과 2022년부터 함께한 CGV 제천이 모두 작년에 문을 닫았습니다. 상영관 확보에 여러 어려움이 있었을 듯합니다.
영화관 하나 건립하고 유지하는 게 보통 일은 아니잖아요. CGV 상황은 올 초 정도에 어느 정도 인지가 됐고 시나 저희는 여러 방법을 찾았죠. 영화제 기간만이라도 대관하는 방법을 고민했고요. 시에서 사줬으면 좋겠다 싶기도 했어요. 그런데 현실적으로는 영화관이 있다고 해도 유지할 수 있는 플랜이 없다면 반복될 문제잖아요. 답은 계속 구해야겠지만 ‘이런 영화관이 있어?’ 할 정도의 도전적인 영화관을 꿈꾸지 않으면 그냥 기존 영화관처럼 될 거예요. 영화관의 새로운 방향성을 고민할 필요가 있죠. 영화 프로그램 자체도 다채롭게 하고, 영화관 자체가 복합 예술 공간으로 나아가는 방향도 고민해야죠. 제천에서만 경험할 수 있는 새로운 영화관을 계속 생각 중이에요.
최근 재정 지원 문제로 여러 영화제가 힘든 시기를 겪고 있고, 한국 영화 역시 어려운 시간을 보내고 있습니다.
영화제는 돈 많이 쓰면 잘 될 수 있어요. 그런데 현실이 그렇지 않다면 소박한 영화제도 매력적이라고 생각해요. ‘올해 돈 줄었다’ 이런 거는 초월했으면 좋겠어요. 체념이 아닌 초월요. 제천에 맞는 영화제를 생각한다면 큰 예산 안 들이더라도 색다르게 가는 것도 좋을 것 같아요. 현실적인 부분과 영화제의 가치에 대한 것들을 고루 고민해야죠.
마지막으로 영화제에 참석한 관객과 관계자분들께 한말씀 부탁드립니다.
영화제가 20대가 되기까지 유지될 수 있도록 와주신 분들이 계신데 그분들께 너무 감사해요. 20회에 대한 고마움이 앞으로 또 10년 후까지 이어질 테고요. 영광스럽게도 20회를 맞이했는데 큰 선물을 주셔서 감사하다는 말씀 그리고 그 선물을 다 나누고 싶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어요. 미래의 선물 보따리도 준비하고 싶습니다.
글: 하이스트레인저 박해민
사진: 하이스트레인저 김문숙
-
- 오늘만큼은 맘껏 웃고 싶을 때, <패딩턴>
오늘의 영화는 바로,
맘껏 웃고 싶을 때 보는 영화 <패딩턴>입니다.
ⓒ 네이버 영화
정보
개요 코미디 | 영국 | 95분
감독 폴 킹
출연 벤 위쇼, 니콜 키드먼, 휴 보네빌 등
등급 전체 관람가
줄거리
폭풍우에 가족을 잃은 꼬마곰 ‘패딩턴’은 페루에서 영국까지 ‘나홀로’ 여행을 떠난다.
런던에 도착한 ‘패딩턴’은 우연히 브라운 가족을 만나게 되고
그들의 도움을 받아 새로운 가족을 찾아 나선다!
한편, 말하는 곰이 나타났다는 소식에 악당 박제사 ‘밀리센트’는 호시탐탐 ‘패딩턴’을 노리는데…<패딩턴>의 T.M.I
ⓒ 네이버 영화
<패딩턴> 원작은?
1958년, 영국의 문학작가 마이클 본드의 '내 이름은 패딩턴'이 영국에서 첫 출간되면서 인기를 얻었고,
지금까지 패딩턴 베어 시리즈는 3,500만부 이상 판매, 40개국 언어로 번역되어
전세계적으로 인기를 얻고 있습니다.
패딩턴 속편
2015년에 패딩턴이 개봉한 후, 2017년에 패딩턴 2가 개봉했고,
현재 패딩턴 3 제작 중에 있습니다.
"맘껏 웃게 만들다!"
ⓒ 네이버 영화
<패딩턴>은 페루에 살던 꼬마곰이 런던에 오면서 벌어지게 되는 일을 담았습니다.
꼬마곰이 사람들과 함께 생활하는 이 상황 자체도 너무 재밌긴 하지만,
꼬마곰의 시각으로 바라보는 런던의 모습 또한 유쾌하게 담아냈습니다.
칫솔이 어떤 용도를 쓰이는 물건인지 모르고 귀를 닦기도 하고,
안내 문구를 잘못 이해하고 하는 행동, 패딩턴의 행동 하나하나가 웃음을 띄우게 만들었습니다.
"화려한 출연진"
ⓒ 네이버 영화
벤 위쇼, 니콜 키드먼, 휴 보네빌, 샐리 호킨스, 다들 한 번씩은 들어본 이름들이죠?
세계에서 가장 다재다능한 여배우 중 한 사람으로 떠오르는 니콜 키드먼은
자신의 딸을 위해 출연을 결정했다고 하는데, 냉정하고 집착이 강한 박제사 역을 너무나도 잘 소화해냈습니다. 주인공 '패딩턴' 목소리는 가디언의 Hot List 2007에 주목해야 할 배우로 선정된 벤 위쇼가 맡았습니다. 밝고 천진난만한 패딩턴 그 자체를 보여줘 극의 재미를 더해줬습니다.
"이런 분들께 추천드립니다"
- 마음껏 웃을 수 있는 영화를 보고싶다?
- 가족과 함께 볼 수 있는 영화를 찾고 있다?
- 코미디 영화를 좋아한다?
귀여운 캐릭터와 유쾌함이 더해져 큰 재미를 선사하는
지금까지 영화 <패딩턴>이였습니다.
-----------------------------------------------------------------------------------------------------------
씨네랩 에디터 ria
-
- 명불허전 리들리 스콧, 세련되었지만 아쉽다
'라쇼몽 효과', <라스트 듀얼>과 떼려야 뗄 수 없는
구로사와 아키라 감독의 1950년 영화인 <라쇼몽>은 새로운 영화 기법을 만들어냈습니다. 이른바 라쇼몽 효과라고 불리는 기법은 하나의 사건을 두고 여러 시선으로 바라보는 군상극을 기본 골자로 하여 사용됩니다. 통일되지 않은 여러 관점으로 사건을 각각 바라보고 있기에 각 관점별로 그 사건을 설명하고 묘사하다 보면 자연스럽게 왜곡이 발생하기 마련입니다. 이렇게 동일한 사건을 여러 화자가 각자의 왜곡된 시선으로 여러 번 반복하여 보여줌으로써 관객들이 점차 그 사건의 진상과 사실에 다가갑니다. 동일한 이야기를 반복해서 들려주기에 지루하게 느껴질 수도 있지만, 이야기가 반복될수록 밝혀지는 진상과 예상치 못했던 요소 또는 반전의 등장 등 분명히 동일한 이야기임에도 매번 새롭게 느껴집니다. 이 기법의 의미를 알고 있거나, 혹은 <라쇼몽>을 감상한 상태이면 <라스트 듀얼> 또한 라쇼몽 효과를 사용한 군상극임을 알 수 있습니다. 하지만 <라스트 듀얼>의 그것은 원작과는 조금 다르게 활용되었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습니다.
카루주, 르 그리, 그리고 마르그리트가 전하는 진실이란 제목으로 크게 세 장으로 나뉜 <라스트 듀얼> 역시 결투 재판을 진행하게 된, 세 등장인물 사이에서 벌어진 한 사건을 각자의 입장에서 서술하고 있습니다. 이때 카루주와 르 그리가 술자일 때에는 라쇼몽 효과에 따른 각자의 관점의 차이를 확실하게 확인할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축하연에 참석한 두 친구가 화해를 하는 시퀀스에서 카루주가 술자일 때에는 본인이 먼저 손을 내밀면서 화해의 말을 건네고 르 그리가 이를 받아들입니다. 하지만 르 그리가 술자일 때에는 반대로 르 그리가 먼저 화해의 말을 건네고 카루주가 이를 받아들입니다. 그 외에도 르 그리와 마르그리트 간의 입맞춤을 두고, 1장에서는 화해의 의미 그 이상 그 이하도 아닌 행위로 묘사하는 데 그칩니다. 하지만 2장에서는 르 그리의 마르그리트에 대한 연모를 중점적으로 묘사하는 등 연출에서도 둘의 차이를 명확히 하고 있습니다. 이처럼 두 장 간에 존재하는 차이들로 인해 관객들은 사실을 파악하기 어렵습니다. 그렇기에 관객들은 사건의 진상을 파헤치기 위해 직접 추리를 벌이게 되고, 그 과정에서 서스펜스도 생기면서 자연스럽게 영화에 몰입하게 됩니다.
군상극과 라쇼몽 효과, 그리고 <라스트 듀얼>
1장과 2장까지는 정석과 같이 흘러가고 있다.
마르그리트의 '진실', 장르적 재미는 반감되지만 괜히 거장이 아닌
하지만, 3장 마르그리트가 전하는 진실에 이르고 나면 이전과 분위기가 상당히 달라집니다. 앞선 두 장과 달리 3장이 시작할 때 '진실'이란 단어만이 화면에 오래 남아있음으로써 3장의 이야기가 진실, 혹은 진실을 넘어선 사실임을 뚜렷이 보여주고 있습니다. 라쇼몽 효과를 활용할 때 어떤 사건이 가지고 있는 사실은 변하지 않지만, 그 사실이 명확히 무엇인지는 밝히지 않습니다. 그 대신 사실을 확정 지을 수 있는 결정적인 단서들을 각 화자들이 진실이라고 믿고 있는, 왜곡된 시선으로 바라본 사건의 곳곳에 메타포로 숨겨놓고 있습니다. 관객들은 이러한 단서들을 찾아내고 추리함으로써 군상극이란 장르가 가지고 있는 장점과 재미를 적극 활용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라스트 듀얼>은 3장의 이야기가 진실임을 밝혀버림으로써, 두 장에 걸친 추리와 추측을 무용지물로 만들어 버립니다. 즉 장르적 재미를 감소시키고 클라이맥스는 허무해집니다.
다만 3장의 방향을 이렇게 설정한 데에는 어느 정도 참작의 여지가 있습니다. 현대에는 아직 약자의 위치에 존재하고 있는 여성들은 여전히 수난을 겪고 있으며, 그에 대한 해방의 일환으로 소위 '미투'로 일컬어지는 운동이 있습니다. 이러한 수난이 명백히 존재하고 가장 극심하던 시기인 야만적인 중세 유럽을 배경으로 하여 그들의 투쟁기를 그려내고 있습니다. 강인하고 진취적인 여성상의 등장인물을 자신의 영화에 자주 등장시킨 리들리 스콧의 특성상 이러한 급작스럽게 노선을 변경하는 듯한 전개는 노골적으로 보일 수는 있을지라도 놀랍지는 않습니다. 그보다 더 인상적이었던 부분은 이렇게 노골적이고 명백한 주제의식을 관객들에게 전파하고 있지만 그 속에는 여전히 <라쇼몽>과 같이 진실이란 존재에 관해 다루고 있습니다. 마르그리트가 주장하는 진실이 사실로 받아들여졌지만, 이는 본인이 쟁취해 낸 게 아닌 결투 재판을 통해 받아들여진 것입니다. 더군다나 마르그리트가 주장하고 있는 진실 또한 본인의 관점이 적용되었기에 남성들에 비해서는 사실에 더 가깝긴 하겠지만 왜곡이 존재하고 있음에는 틀림없습니다. 즉, 진실이란 무엇인지·진실이 어떻게 성립되는지에 관해서도 다루고 있는 점을 통해, 괜히 리들리 스콧에게 거장이란 명칭이 붙여진 게 아니란 생각을 가지게 합니다. 물론, 3장의 시작에서 '진실'이란 단어를 오래 노출시키는 노골적인 연출로 주제의식을 관객들에게 주입시키는 행위는 더 훌륭하고 완벽해질 수 있었던 <라스트 듀얼>의 만듦새를 제 손으로 깎아먹은 행태라 변명의 여지가 없습니다.
페미니즘이란 주제로 급 드리프트 시킨 3장, 그럼에도 진실이란 존재에 대해 섬세하게 다루고 있는 감독의 능력은 인정할 수밖에 없다. 그런데, 꼭 페미니즘을 썼어야 했나?
비주얼리스트, 그리고 섬세하고 미묘한 차이를 완벽하게 구현해낸 배우들
리들리 스콧 감독의 장기를 논할 때, 모든 사람이 동의하는 능력이 하나 있습니다. 극의 상황별로 적절하고 어울리는 아름다운 비주얼 활용 능력, 다시 말해 리들리 스콧은 비주얼리스트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 능력의 일환으로, 리들리 스콧의 사극 영화 중에서 극한에 가깝게 고증을 따라가는 경우들이 있습니다. <라스트 듀얼> 또한 철저한 고증으로 이뤄진 영화입니다. 판타지 풍이 아닌 실제 중세 시대의 복식을 비롯해, 화살은 갑옷을 종잇장처럼 관통하지 않으며 튕겨나갈 때에는 언제든지 튕겨나갑니다. 그리고 전쟁에서 체인 메일을 손에 휘감아 적의 얼굴을 향해 수없이 내려치는 장면이라든지, 이 영화의 백미라고 할 수 있는 두 기사의 결투 또한 아름답게 그려내지 않고 목숨을 걸고 진행하는 만큼 처절하고 묵직하고 차갑게 그려내고 있습니다. 이때 <라스트 듀얼>은 진실에 관해 다루고 있는 만큼 철저한 고증을 통해 감독이 진실에 관해 말하고자 하는 내용을 뒷받침하고 있는 요소 중에 하나가 아닌가 하는 재밌는 생각도 듭니다.
그 외에도, <라스트 듀얼>이 지닌 강점 중의 하나로, 배우들의 섬세하고 뛰어난 연기를 들 수 있습니다. 이 영화는 동일한 사건을 반복하여 보여주지만 그 사건의 화자가 모두 다르기에 모든 상황이 동일하게 비칠 수는 없으며, 동일하게 비친다면 결코 좋은 영화라고 할 수 없습니다. 물론, <라스트 듀얼>의 배우들 모두 그러한 모습은 찾아볼 수 없는, 아주 훌륭한 연기를 선보였습니다. 대표적으로 르 그리가 마르그리트를 무작정 찾아와 강간하는 씬에서, 2장과 3장의 배우들이 보여주는 모습은 미묘하게 유사하면서도 명백히 다르게 그려냈습니다. 2장에서 르 그리의 고백은 아름답고 우아하며, 마르그리트는 형식적으로 저항하며 그녀도 즐기는 듯이 묘사되었습니다. 하지만 3장에서 진행되는 대사는 2장과 다를 바가 없지만 상황은 정반대입니다. 르 그리의 고백에서 아름다움은 온데간데없이 뜬금없고 어색함 가득한 고백이었으며, 마르그리트는 진심으로 저항하며 처절하게 절규하고 있습니다. 이처럼 눈에 띄게 변화를 확인할 수 있는 씬 외에도 1장과 2장이 시작하는, 강을 건너 적을 향해 달려가는 시퀀스가 있습니다. 둘은 동일한 상황을 비추고 있지만 미묘하게 차이를 보이는 아담 드라이버의 표정은 1장과 2장에 큰 차이가 있으리라고 누구나 예측할 수 있도록 하는 장치로서 아주 훌륭했습니다. 이처럼 미묘한 차이를 섬세하게 묘사해 낸, 배우들의 명연기를 아낌없이 칭찬하고 싶습니다. 번외로, 조디 코머는 <프리 가이>와 동일한 배우가 맞는지 눈을 의심할 정도로, 이 영화에서 정말 아름답게 등장했습니다.
배우들의 섬세한 연기는 단연코 <라스트 듀얼>의 백미. 그리고 비주얼리스트 리들리 스콧의 아름다운 비주얼 활용 능력, 철저한 고증은 영화의 주제와도 연관되어 있는 건 아닐지?
1장과 2장을 거치면서, 영화가 빌드 업해 나가는 양상은 정말 좋았고 더할 나위 없었습니다. 하지만 3장의 도입부가 쌓아올린 빌드 업을 스스로 무너뜨린 느낌입니다. 분명히 진실을 말하고 있음에도 김이 팍 새 버렸고, 흥미 또한 떨어졌습니다. <라스트 듀얼>은 좋은 영화이면서 동시에 아쉬운 영화입니다. 아무리 포장을 하려고 노력했지만 개인적으로는 굉장히 마음에 들지 않았습니다. 그럼에도 치명적인 그 부분을 제외하고 나머지 부분들은 모두 좋았기에, 아쉬움을 뒤로하고 이 영화의 감상을 추천합니다 :)
본인 결정은 본인이 해야죠.
결과도 본인이 책임지는 거고.
★★★★
-
- 돌고 도는 탄실을 대화와 미장센으로 장전하다
*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꿈에 그리던 새 아파트 입주를 기다리던 경찰 '하수영'(전도연). 하지만 그녀는 연인이자 상관인 '임석용'(이정재)으로부터 날벼락 같은 소식을 듣는다. 뒤로 몰래 관리하던 마약 밀 조직이 검거됐고, 그녀 이름이 담긴 녹취 파일이 검찰에게 넘어갔다는 것. 이에 그녀는 모든 죄를 뒤집어쓰면 현금 7억과 자기 아파트를 보장하겠다는 '앤디'(지창욱)의 제안을 받아들여 감옥에 간다.
2년이 지나 마침내 출소한 하수영. 하지만 그녀는 교도소 앞에 생전 처음 보는 '정윤선'(임지연)만 자기를 마중 나오자 일이 잘못되었음을 직감한다. 임석용의 부사수였던 '신동호'(김준한)와 과거 자기가 관리하던 조폭 '조 사장'(정만식)을 찾아가 사건의 전말을 들은 후 하수영은 결심한다. 약속을 어긴 앤디, 그리고 앤디의 뒷배인 '그레이스'(전혜진)와 전면전을 벌이는 한이 있더라도 약속받은 보상을 받아내겠다고.
약속을 깬 대가가 없다
흔히 장르를 관객과의 약속이라고 한다. 스토리텔링과 미장센, 연출 등의 영역에서 어느 정도 변하지 않는 선이 있다는 말이다. 특히 이 약속은 상업영화에서 중요하다. 관객이 특정 장르에 특정 재미와 쾌감을 기대하는 한, 장르 영화는 이를 충족할 때 흥행하기 때문. 전투기 시퀀스로 중무장해 액션 블록버스터의 자격을 뽐낸 <탑건: 매버릭>과 슈퍼히어로 영화답지 못한 서사, 빌런, 액션을 보여준 <더 마블스>의 차이가 그 방증이다.
물론 모든 영화가 언제나 장르의 관습을 따르지는 않는다. 과감하게 규칙을 깨부수기도 한다. 그런 작품은 종종 신선하다는 호평을 받는다. 크리스토퍼 놀란의 <오펜하이머>가 대표적이다. 이 작품은 대중적이지 않은 내용의 전기 영화였다. 그러나 오펜하이머의 인생을 두 개의 시간선으로 나눈 후 교차하는 과감한 시도로 관객과 비평가 모두의 입맛을 사로잡는 데 성공했다.
다만 도전과 위험은 한 쌍이다. 규칙을 파괴하고도 대중을 매료하려면 그 관습을 깬 이유와 효과를 명확히 보여주고 설명할 수 있어야 한다. 오승욱 감독의 신작 <리볼버>는 이 리스크를 간과했다. 익숙한 한국 누아르 영화의 틀을 벗어나기 위한 여러 노력으로 가득하지만, 그 시도가 가져올 수 있는 장점을 가시적으로 설명하지는 못했다. 그 결과 <리볼버>는 고이 숨겨 놓은 진의를 보여주기도 전에 관객으로부터 외면받고 말았다.
단순하지만 기대한 맛도 아니다
사실 <리볼버>는 복잡하지 않다. 등장인물은 많지만, 이야기는 간단하다. 전직 경찰이 약속받은 돈을 찾아다니는 게 전부다. 한국형 누아르 요소도 많아서 익숙하다. 기업처럼 보이는 거대 범죄 조직은 마약 사업을 하고, 부패 경찰은 그들 뒤를 봐주면서 이득을 챙긴다. 그 덕분에 몰입도 쉽다. 하수영이 출소한 직후와 그녀가 감옥에 간 2년 전 전말이 드러나는 초반까지는 한국 영화에서 볼 법한 폭발적인 복수극을 기대할 수 있다.
그런데 초반부를 지나자마자 오승욱 감독은 예상을 뒤엎는 결정을 내린다. 자극적이고 빠른 전개 대신 차분하게 이야기를 풀어낸다. 주먹싸움이나 총격전 대신 그저 대화가 이어진다. 그렇다고 각 캐릭터의 사연이나 전사를 넋두리하지도 않는다. 창문 같은 오브제나 절 같은 배경을 강조하면서 각 인물의 행동에만 초점을 맞춘다. 절제된 폭력 속에서 돈이라는 목적을 바라보는 이들의 선택을 천천히 감상하도록 유도한다.
이 특징은 한 작품을 연상시킨다. 박훈정 감독이 넷플릭스로 공개한 <낙원의 밤>이다. 복잡하거나 특별하지 않은 이야기를 누아르 장르에서 흔히 기대하지 않는 템포와 분위기로 담아냈기 때문. 약간의 허술함이 느껴지는 캐릭터들이 펼치는 블랙 코미디, 그리고 차가운 영상미로 공간적 배경의 힘을 극대화하는 연출 역시도 공통점이다.
대화가 유독 많은 이유
특히 <리볼버>에는 유달리 마주 보고 대화하는 장면이 많다. 그 장면들만 모아 봐도 이 작품이 어떻게 규칙을 깨려 했는지 유추할 수 있다. 사실 누아르 영화에서 가장 쉽고 흔한 대화법은 무력과 폭력이다. 총이나 칼로 협박해서 필요한 정보를 얻어내고, 그 사실을 다른 사람에게 발설하면 죽이겠다고 경고하는 식이다.
<리볼버>는 다르다. 총이 있지만, 쓰지 않는다. 하수영은 계속해서 대화로 정보를 찾는다. 약점을 쥐고 협박할 수 있는 상대에게도, 과거에 안 좋은 인연이었던 사람에게도 가급적 힘을 쓰지 않는다. 만악의 근원이자 출소하면 돈을 주겠다는 약속을 깬 앤디와도 평화롭게 일을 끝내려 한다. 피 섞인 술을 마시면서까지. 이 대목에서 이미 <리볼버>는 기존 작품들과는 조금 다른 길을 가겠다고 암시한 듯하다.
그런데 막상 대화를 통해 주어진 정보는 많지 않다. 하수영, 정윤선, 신동호, 앤디 등이 주고받는 대화는 말맛이 있어서 보는 재미가 있지만, 그와 동시에 항상 물음표를 남긴다. 겉보기에는 명료한 지시 아래로 진짜 속내와 욕망이 숨어 있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남자들 사이에서 줄 타는 정윤선이 의외로 하수영을 진심으로 돕고, 앤디에게 의외로 아픔이 있고, 신동호가 아닌 척하면서 진짜로 하수영을 좋아했듯이.
이처럼 말과 행동이 어긋나고 무엇을 진짜로 원하는지 헷갈릴 때, 힌트가 슬며시 드러난다. 바로 공간이다. <리볼버>는 화종사라는 절에서 모든 사건이 갈무리된다. 이때 화종사에는 여러 함의가 동시에 깃든다. 하수영에게는 그녀가 찾고 있던 모든 것이 숨겨져 있던 장소다. 다른 이들에게도 마찬가지다. 등장하기 전까지는 스쳐 지나가는 복선에 불과했지만, 이 절은 극 중 모든 인물의 욕망과 개인사가 한데 모이는 접점이다.
유달리 절이 눈에 들어올 때
그 공간이 하필이면 '절'이라는 사실도 의미심장하다. 클라이맥스는 화종사를 배경으로 한 소동극이다. 그런데 구조가 묘하다. 누군가의 선의, 악의, 그리고 욕망이 뒤엉킨 코미디다. 그 끝에서 각 인물은 마땅한 보상 혹은 대가를 받는다. 하수영에게는 옛 연인의 진심과 돈이, 정유선에게는 위기를 무릅쓴 선의의 보상이 주어진다. 다른 이들은 하수영과의 약속을 지키지 않기 위한 계략을 되돌려 받는다.
이 시퀀스를 보다 보면 한 단어가 뇌리에 떠오른다. 바로 '업(業)'이다. 불교에서 업은 미래에 일어날 일의 원인이 되는 행동과 그 인과를 뜻한다. 한 사람이 경험한 기쁨 혹은 슬픔은 업의 원리에 따라 결과로써, 필연적으로 되돌아오기 마련이다. 즉, 자기가 행한 행위가 선한지 악한지 여부에 따라 미래의 운명도 결정된 셈이다. 선의를 베푼 자와 약속을 지키지 않은 자의 운명이 극명히 엇갈린 클라이맥스를 함축하기에 제이다.
모든 사건의 원점이 밝혀지는 순간에도 업을 떠올리지 않을 수 없다. 그레이스와 하수영은 화종사 마당에서 처음 대면한다. 그 순간 왜 그레이스가 앤디를 통제하지 못했는지, 왜 사고는 앤디가 치고 그레이스는 뒤치다꺼리하기 바빴는지 이유가 드러난다. 그들이 남매가 아닌 모자 관계라는 업이 마침내 모습을 드러내는 것. <리볼버>에서 유달리 자연광을 활용한 촬영법과 화종사의 영상미가 눈에 띄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이는 영화 제목이 '리볼버'여야만 하는 이유와도 이어진다. 하수영은 가급적 총을 쓰지 않으려 하지만, 결국에는 리볼버로 사람들을 죽이고 만다. 업의 관점에서 보면 죄를 짓지 않으면서 자기에게 주어진 보상을 갈구하지만, 끝내 다시 업을 쌓은 셈이다. 그래서일까? 마지막 순간 하수영의 표정은 홀가분함 대신 씁쓸함과 처연으로 가득하다. 마치 리볼버의 탄실처럼 돌고 도는 그 순환 고리를 온몸으로 느낀 것처럼.
메뉴판과 달라서 실망스러운 맛
문제는 상술한 해석이나 메시지가 설령 <리볼버>의 실제 의도였다 하더라도, 그 내용이 쉽사리 전달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즉, 장르적 클리셰를 재해석하지도 못하고, 그렇다고 독보적으로 두각을 나타내는 스타일을 보여주지도 못한 애매한 결과물인 셈이다. 일례로 <리볼버>는 임석용 자살 사건의 진실을 황정미, 그레이스, 신내림, 화종사 등 몇 단어로 압축하며 제 발로 미스터리와 서스펜스를 포기해 버린다.
캐릭터도 문제다. 뭔가 있어 보이는 캐릭터가 등장하지만, 보면 볼수록 그들은 매력이 없다. 별다른 서사가 주어지지 않았기 때문. 팜므파탈 같던 정윤선은 남이 시킨 일을 처리하기 바쁘다. 현직 경찰인 신동호는 자기가 부패 경찰인 것도, 구애를 거절한 하수영에게 원한을 품은 것도 숨기지 않는다. 치밀한 사이코패스 같던 앤디도 애정 결핍일 뿐이다. 그러니 아무리 인물들의 서사를 뒤섞어도 특별한 재미를 느낄 수가 없다.
클라이맥스인 화종사 시퀀스는 모든 문제의 집약체라 할 수 있다. 의도대로라면 이 장면은 블랙코미디여야 했다. 그러나 각 인물의 동기도, 서사도 명확히 보이지 않다 보니 그들의 욕망과 선택이 업보로 되돌아온다는 메시지가 제대로 전해지지 않는다. 그 결과 클라이맥스는 어디서 웃어야 할지 애매한 시퀀스로 귀결된다. 그렇다고 강렬한 액션이 등장하지도 않다 보니 장르적인 관점에서는 실망감이 클 수밖에 없다.
다만 <리볼버>을 위한 변명이 한 가지 남아있기는 하다. 배급사 플러스엠 엔터테인먼트가 개봉일과 플랫폼을 잘못 선택한 책임도 적지 않기 때문. 의도나 메시지, 연출만 보더라도 이 작품이 여름 시장에 통하는 대중적인 영화는 아니다. 그러다 보니 OTT에서 공개하거나, 1달 먼저 개봉한 <탈주>와 개봉일을 맞바꾸는 게 더 적절한 선택이 아니었나 싶다. 물론 <리볼버>의 완성도가 받쳐 줬다면 이 모든 악조건도 어렵지 않게 넘겼겠지만.
Acceptable 무난함
액션과 스릴 대신 대화와 미장센으로 장전한 누아르. 지루하거나 묘하거나.
-
- 브아걸 제아가 리뷰하는 영화 싱 스트리트 & Lost Stars 기타 라이브??이거 안 보면 유죄
영화 드라마 모두 마사지하듯 시원하게 이야기로 풀어드립니다!
씨네마사지 ?
레전드 걸그룹 브라운아이드걸스!
브아걸의 리더 제아를 만나고 왔습니다!
레전드 보컬 제아와 함께 파헤쳐 본 영화 싱 스트리트!
제아가 라이브로 부르는 Lost Stars까지!
------------------------------------------------------------------------------------------------------
?Music provided by 브금대통령
-
-
- 영화 <디어 에반 핸슨> 메인 예고편
자신감 제로, 존재감 제로, 어딜 가든 눈에 띄지 않는 소년 ‘에반 핸슨’은
매일 스스로에게 편지를 쓰며 어제와 다른 특별한 하루를 꿈꾼다.
어느 날, 자신에게 쓴 편지를 ‘코너’에게 빼앗긴 에반 핸슨.
며칠 뒤 갑작스러운 코너의 죽음으로 인해
자신의 편지를 코너의 유서로 오해하고 찾아온 그의 가족은 따뜻한 관심을 표하고
누군가가 자신을 알아봐 주길 바라온 에반 핸슨은 그들의 따뜻함에
얼떨결에 코너와의 우정과 추억에 대한 기억을 만들어내게 되며 모두의 마음을 움직이게 되는데…
세상에 혼자 남겨진 것 같은 순간
에반이 당신을 찾아갑니다.
-
- 영화 <정직한 후보2> 티저 예고편
거짓말 못하는 ‘진실의 주둥이’ 컴백! 이번엔 2명?! 서울시장 선거에서 떨어지며 쫄딱 망한 백수가 된 ‘주상숙’은 우연히 바다에 빠진 한 청년을 구한 일이 뉴스를 타며 고향에서 화려한 복귀의 기회를 잡는다. 하지만 정직하면 할수록 바닥으로 곤두박질치는 지지율 앞에 다시 뻥쟁이로 돌아간 그 순간, ‘주상숙’에게 운명처럼 찾아온 ‘진실의 주둥이’! 이번엔 ‘주상숙’의 비서실장 ‘박희철’까지 주둥이가 쌍으로 털리게 되는데... 재미도 2배! 웃음도 2배! 주둥이 대폭발 코미디가 돌아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