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INELAB2025-01-20 15:51:19
1월 셋째 주 주말 박스오피스 분석 with 씨네픽
깜짝 흥행으로 북미 박스오피스 1위 등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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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놉>에 출연했던 키키 파머와 가수 SZA가 주연을 맡은 버디 코미디 영화 <One of Them Days>가 깜짝 흥행에 성공했습니다. 이번 주말에 <무파사: 라이온 킹>을 근소한 차이로 제치고 1위에 올랐습니다.
잇사 레이가 제작하고 'Rap Sh!t'의 쇼러너였던 시리타 싱글턴이 각본을 맡은 이 영화는 절친이자 룸메이트인 두 여자가 친구의 남자 친구가 집세를 날려버렸다는 사실을 알게 되면서, 집과 우정을 지키기 위해 벌이는 일들을 그린다고 합니다.
한편, 2위를 차지한 <무파사: 라이온 킹>은 부진한 출발을 보였으나, 이후 뒷심을 발휘하며 현재 북미 누적 수익 2억 달러를 넘기는데 성공했습니다.
3위 역시 신작이 차지했습니다. 유니버설 스튜디오와 공포영화 명가 블룸하우스 프로덕션이 선보인 <Wolf Man>은 순위권에 올랐지만, 1,000만 달러를 겨우 넘기는 오프닝 스코어로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성적을 거뒀습니다. <Wolf Man>은 1941년의 만들어진 동명의 영화를 새롭게 각색한 작품으로, <인비저블맨>을 연출한 리 워넬 감독이 메가폰을 잡고 크리스토퍼 애봇과 줄리아 가너가 주연을 맡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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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박스오피스에서는 여전히 <하얼빈>과 <소방관>이 1, 2위를 다투고 있습니다. 두 작품 모두 순위는 지켰지만, 각각 관객 수 18만 명, 5만 명을 동원하며 얼어붙은 극장가를 실감케 하고 있습니다.
어린이를 위한 애니메이션 <뽀로로 극장판 바닷속 대모험>이 누적 관객 수 32만 명을 돌파하며 3위를 기록하였고, 데미 무어의 열연으로 화제가 된 <서브스턴스>가 무서운 뒷심을 발휘하며 누적 관객 수 25만 명을 달성하며 4위에 올랐습니다.
금주에 <검은 수녀들>, <히트맨2> 등 가족 관객을 노린 한국 영화들이 연이어 개봉하는 가운데, 새롭게 왕좌를 차지하는 작품이 나타날지 주목받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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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ive conten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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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프니까 청춘 아니고, 청춘시련
영화 <청춘시련> 포스터
청춘시련 (Terrorizers, 2022)
장르 : 대만, 멜로·로맨스 │ 감독 : 호위딩
출연 : 이목(유팡), 임백굉(밍량), 진정니(모니카), 임철희(장둥링)
등급 : 청소년 관람불가 │ 러닝타임 : 127분아프니까 청춘 아니고, 청.춘.시.련
청춘이라는 단어는 왜 그리 힘든 단어랑 잘 어울릴까. 아프니까 청춘이었는데, 이번엔 ‘청춘시련’이다. 청춘들의 편린을 그려낸 대만의 한 영화 제목이다. 사실 포스터나 제목만 보고는 그저 그런 로맨스일 거라고 생각했다. 큰 착각이었다.
영화 <청춘시련> 스틸컷
영화에는 다양한 주인공들이 나온다. 이야기는 하나로 연결되지만, 주인공의 시점에 따라 옴니버스처럼 펼쳐지는 구성이다. 맨 처음 그려지는 이야기는 귀여운 외모의 여성 ‘유팡’과, 누가 봐도 착하고 건실하게 생긴 남성 ‘장둥링’의 로맨스다. 남자가 적극적으로 구애하고 여성은 이에 넘어가고, 비 내리는 공중전화 부스에서 로맨틱하게 키스하고, 미래를 도모하고..., 여기까지만 해도 이 영화는 그냥 일반적인 로맨스에 지나지 않았다. 그러다, 기차역에서 칼을 든 채 유팡을 향해 달려드는 남자로 인해 영화의 장르는 바뀌어버린다.
그 남자는 왜 칼을 들었을까
유팡을 향해 칼을 들고 달려든 남자는 ‘밍량’. 유팡과 함께 살던 동거인 남성이다. (동거‘남’이 아닌 정말 공간만 셰어 하는 동거‘인’이다) 영화 초반, 소극적이고 과묵하게 그려지는 밍량을 보고 “아, 유팡을 사랑했던 거구나. 그런데 장둥링한테 뺏겨서 화가 났구나. 그래서 칼을 들었구나”하고 생각했다. 물론 그런 이유로 칼을 들어도 분명 미친놈이다.
영화 <청춘시련> 스틸컷
하지만 영화는 시점을 꼬아, 이번엔 ‘모니카’라는 여성을 비춘다. 모니카는 진정한 영화배우가 되고 싶어 하는 무명배우다. 하지만 배우로 먹고사는 과정은 녹록지 않았고, 현실과 타협해 한 포르노 사이트에 배우로 출연을 하게 되었다. 운명은 장난과도 같았고, 그렇게나 영화배우로 이름을 알리고 싶었던 마음과는 달리, 사람들은 포르노에 나왔던 그녀를 무척이나 특별하게 기억한다. 야릇한 표정으로 자신을 유혹하는 듯한 모니카의 연기에 압도당한 팬들 중에는, 유팡을 향해 칼을 들고 달려들던 ‘밍량’도 있었다.
밍량은 포르노 사이트에서 보게 된 모니카에게 정말이지 홀딱 반했다. 그 이후 그녀를 마치 자신의 실제 여자 친구처럼 여기며 몰래 집에도 드나들고 온갖 비밀스러운 스토커 행세를 하고 다닌다. 그렇다면 여기서 의문. 밍량은 왜 모니카가 아닌 유팡에게 칼을 휘두른 걸까.
진짜 로맨스는 여기에 있었다
다시 영화의 시점은 바뀌고, 이번엔 모니카와 유팡이 함께 등장한다. 모니카와 유팡은 극단에서 만난 사이다. 처음에는 서로를 응원하는 동성친구라고 생각했으나, 둘은 연인으로 서로를 사랑했다. 하지만 모니카는 배우로 먹고사는 일이 더 급했고, 여차저차 상황에 쫓겨 호주로 떠나야 하는 상황이 된다. 그렇게 비극적으로 헤어져야만 했던 여성 커플의 로맨스 뒤로, 건실한 청년 장둥링이 등장한 거였다.
영화 <청춘시련> 스틸컷
그제야 퍼즐이 후드득 맞춰진다. 영화 초반에는 조명되지 않아 전혀 몰랐던 이야기들을 알고 나자, 같은 사건인데 새로운 것들이 보이기 시작했다. 그러니까 유팡을 향해 칼을 휘두른 밍량은, 유팡을 사랑한 게 아니라 질투한 것이었다. 자신이 그토록 열렬히 사랑하는 가상 여자 친구 ‘모니카’와 사랑을 나누고 몸을 섞는 유팡이 증오스러웠던 것.
그래서 이 영화 뭔 내용인데? 누가 악역인데?
하나의 완벽한 서서를 알고 나자 영화는 괴기스럽기도 하고, 많이 혼란스럽기도 했다. 그리고 어쩌면 이것이 ‘이야기’라는 것의 본질적인 특성이 아닐까 싶었다. 이야기란 화자에 의해 조각나고 편집되는 것이 아니던가. 우리는 살면서, 한 사건이 당사자들에 의해 다르게 엇갈리는 것을 마주하곤 한다. 같은 사건인데도 A가 기억하는 것과 B가 기억하는 것은 다른 것이다. 자신의 주관에 의해 어떤 부분은 거세되고, 어떤 부분은 과장된다.
영화 <청춘시련> 스틸컷
결국 누구의 이야기를 듣느냐에 따라 색깔은 달라질 수밖에. 갱생이 불가한 미친 스토커로만 생각했던 ‘밍량’도 순수한 여고생 ‘키키’의 입장에서는 자신을 구원해준 고마운 사람이 되고 만다. 이렇게 주관에 따라 극명하게 갈려버리는 서사를 보며 관객은 무엇이 맞고 무엇이 틀린 지, 누가 나쁘고 누가 좋은 사람인지에 대해 쉽게 판단할 수 없었다. 마치 우리네 인생처럼.
그 시절은 그 자체로 혼란이고 시련이지
정확히 무엇을 말하고자 했는지는 조금 불투명했으나, 이 영화에서 느껴지는 대만의 청춘들이 한국의 청춘들과 크게 다르지 않고, 그 시절은 누구나 뜨겁고 혼란스럽고 세상에서 제일 소란스러운 세계라는 것만은 절절히 느낄 수 있었다. 제목 그대로, 청춘은 시련 그 자체다. 연인은 떠나가거나 배신하고, 정립되지 않은 자아는 불안으로 요동친다. 그 시기를 지나, 넘쳐나는 음식물 쓰레기를 언제 처리할 것이냐가 제일 큰 소란이 된, 30대의 내 고요한 삶이 조금은 고맙게 느껴졌다.
영화 <청춘시련> 스틸컷
가끔 뜨거운 그 시절로 다시 돌아가고프냐고 묻는다면 아니. 이렇게 영화를 통해 간접 체험하는 것으로 충분하다고 말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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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간의 이중성을 궤뚫어보다, 은비적각락 (隐秘的角落, 2020)
국내에서는 ‘나쁜 아이들’이라는 제목으로 나왔지만, 원제인 ‘은비적각락’은 은밀한 구석이라는 의미로, 극 중 인물들이 숨기고 싶어 하는 면모들을 하나둘씩 펼쳐내며 전개에 속도가 붙는 방식으로 전체를 이끌어간다. 많이 봐왔던 추리 범죄물과는 달리, 시청자가 직접 범인을 추리해나가는 방식이 아닌 1화에서부터 전체에 화두가 되는 사건을 보여주고, 범인 또한 드러낸다. 하지만 메인 사건을 기점으로 또 다른 사건들이 일파만파 걷잡을 수 없이 커진다.
소년궁의 여름방학 동안 많은 일이 휘몰아친다. 가장 메인 사건이라고 할 수 있는 산에서 일어난 살인사건을 중심으로 학교인 소년궁에서 발생한 추락사건, 뒤이어 몇 건의 살인사건까지. 재밌는 점은 전혀 관련이 없다고 생각했던 인물들이 모두 실타래처럼 얽혀있는 관계에 속해 있다는 것이다. 모든 실마리를 다 풀어보면 그들은 평행선에 놓여있다.
이 드라마의 핵심 도구는 인간의 ‘이중성’이다. 누구나 그렇듯이 사람은 완전히 좋은 사람이거나, 또 완전히 나쁜 사람일 수는 없다. 하지만 극의 특성상 선과 악이 뚜렷이 존재해왔던 기존의 방식과는 달리, <은비적각락>은 그 경계를 굉장히 모호하게 풀어낸다. 겉으로 보기에는 가정적이고 아이들을 좋아하며 가르침에 열의가 있는 소년궁의 수학 선생님 장둥셩과 다소 소극적이지만 항상 시험 1등을 놓치지 않는 학생인 주차오양이 대표적인 인물이다. 이 둘은 주위 사람들에게는 그저 선한 사람일 뿐이지만, 숨기고 있는 비밀들이 있다. 이런 요소들은 등장인물들을 좀 더 입체적으로 만들고, 앞으로의 일들을 예측할 수 없게 해 긴장감과 왠지 모를 불안감을 선사한다. 특히 장둥셩이 살인을 한 중요한 단서가 주차오양과 친구들에게 있는 상황에서, 그들의 어쩔 수 없는 잦은 만남은 보는 이로 하여금 위험 요소가 된다.
본래에는 누군가를 도와주기 위한 의도였다 한들, 겉으로 보이는 행동은 결과적으로 나쁜 행동들이었다는 것 또한 드라마의 주요 포인트이다. 주차오양과 그의 친구인 옌량과 웨푸가 동생의 치료비를 마련하기 위한 목적으로 장둥셩에게 증거를 빌미로 돈을 요구하는 것과 아내를 사랑해서였지만 거듭된 살인을 저지른 장둥셩처럼 말이다. 후반부에 장둥셩은 주차오양을 자신과 같은 상황에 직면하도록 의도하지만, 아이는 다행히도 선의 영역에 좀 더 머무른다. 끝내 되돌릴 수 없는 길을 가버린 장둥셩은 불행한 마지막을 맞게 되고, 주차오양은 자신의 선에서 다시 회복 가능한 방법을 나름대로 찾는다.
한여름 밤의 악몽 같은 나날들이 지나고, 소년궁의 새로운 학기가 다시 시작된다. 아이들은 다시 제자리를 찾고, 또 새로운 나날들이 그들을 맞이한다. <은비적각락>을 보면서 가장 크게 와닿은 생각은 아이들이 과연 ‘나쁜 아이들’로 정의될 수 있는가이다. 아이들의 의도는 너무도 순수하고 지극히 이타적이며, 그래서인지 12화라는 시간 동안 아이들이 나쁘다는 생각은 잘 들지 않는다. 이에 반해 장둥셩과 같은 어른들은 타인에게 좋은 사람으로 보일지 몰라도, 나중엔 자신의 이득이나 미래를 위해 엇나가고 만다. 결국, 세상은 아이들의 사려 깊은 마음에 손을 들어준 셈이다. 이렇게 <은비적각락>은 동전의 양면과도 같은 선과 악의 본질을 섬세하게 궤뚫어본다. 전체적으로 보았을 때는 잔잔한 템포를 유지하지만, 사건에 점점 다가갈수록 속도감을 낸다. 특히 아이들의 압도적인 연기와 매 화의 엔딩은 드라마의 매력을 한층 더해준다. 이런 촘촘한 서사와 연출이 있는 작품이라면, 언제든지 환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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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독으로 가득하지만 끊임없이 사랑이 피어오르는 곳.
델리아 오언스가 펴낸 소설을 원작으로 한 영화 '가재가 노래하는 곳'이 11월 2일에 개봉했다. 원작 소설은 2019년에 출간되어 뉴욕타임스에서 180주 연속 베스트셀러를 달성하여 큰 주목을 받았다. 영화 곳곳에서 표현되는 습지 특유의 분위기와 책 속의 등장인물들을 표현하는 배우들의 표현이 인상적이다. 책이 스크린으로 옮겨지는 순간을 마주하며 가을의 시작을 여는 영화, '가재가 노래하는 곳'을 소개한다. 갑자기 벌어진 죽음은 체이스의 평판보다는 모두가 낯설어하면서도 모두가 경멸하는 습지의 소녀인 카야에게 시선이 쏠리게 했다. 정확한 증거는 없지만 전체적인 정황과 심증이 카야를 가르키고 있는 터라 고정된 시선과 편견으로 그를 바라보는 이들로 인해 카야는 용의자가 되어 좁고 습한 곳에 갇히게 된다. 체이스의 죽음에 카야가 관련되어 있는지 궁금하다면 영화를 통해 확인해보길 바란다.
우리 사회는 소문이 늘 사실처럼 소문이 퍼지고 개개인이 휘말린다. 당사자가 되면 고통스러운 순간의 연속이지만 그와 관련되지 않은 이들에게는 흔한 가십거리에 불과했다. 낯섦의 경계를 허무는 노력보다 미지의 무언가에 대해 끊임없이 추측하는 것이 훨씬 쉬우니까. 그렇게 당사자가 없는 곳에서 시작되는 말은 걷잡을 수 없이 커져 마치 사실인 것처럼 퍼진다. 그런 상황이 반복되지만 악순환은 끊기지 않는다. 자연 그대로의 모습을 유지하는 습지와는 다르게 빛도 사라지고 생기도 사라진 모습으로 변모하고 쉽게 내뱉은 것들은 그 편안함과 달리 고독함으로 남았다. 하지만 그를 안타깝게 바라보는 이들이 전해주는 따뜻함이 카야에게도 닿을 수 있을까.
사랑으로 가득했던 공간은 금세 폭력의 장으로 바뀌고 모든 소리가 메아리가 되어 돌아오는 적막한 고독으로 가득 찼다. 두려움뿐만 아니라 용기, 설렘을 동반한 것들로 이루어져 있는 생소한 감정을 미처 다 표현하지 못하여 포기할 만도 하지만 카야는 그곳에서 살아남기 위해 자신이 살아갈 방법을 체득한다. 그렇게 모두가 떠나간 공간 사이에 피어나는 한송이의 사랑을 발견한다. 존재 자체에 대한 의문과 글에 담긴 의미를 생각해보며 카야는 조금 더 성장해간다. 항상 함께할 것 같았던 타인은 늘 그랬던 것처럼 떠나고 다시 그는 고독에 빠진다. 그를 온전히 그 자체로 바라봐주는 건 습지뿐이었다. 새가 둥지를 지키듯 습지도 카야를 지켜주었다. 가재가 노래하는 곳은 카야가 자연 그 자체로 스며들 수 있는 공간이었을 것이다. 카야의 마음이 타서 재가 되었던 것만큼의 상실은 아니었지만 사랑으로 인해 마음이 얼어붙는다는 건 다양한 감정이 다시 오므라들게 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 무뎌지듯 또 다른 사랑이 찾아오고 확신 없는 마음속에서 외롭지 않은 마음을 발견한다. 그것도 잠시 혼자 사는 것보다 두려움에 사는 게 더 무서워지는 순간을 마주한다. "사람들은 껍질 안에 생명이 있다는 것을 잊죠." 말처럼 유일한 카야의 세상은 카야 자신만이 알고 있었으니까. 습지에 갇힌 게 아니라 자연의 일부가 되어 카야는 습지 그 자체가 되었다. 자신과 동떨어진 세계에서 마야는 어떤 감정을 느꼈을까 라는 생각이 많이 들었지만 카야의 전반적인 삶이 주로 사랑 이야기에 집중되다 보니 카야 내면의 이야기는 많이 가려져 좀 아쉬웠다. 영화의 전체적인 분위기와 원작의 분위기가 어떨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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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치고 힘든 순간이 하이틴 영화처럼 해피엔딩으로 끝나길
성적표를 받은 미국의 고등학생, 거기에 적힌 글자는 ‘C’다. 여타의 학생이라면 우울한 기분으로 게을렀던 과거를 후회하거나 부모님께 혼날 걱정을 할 것이다. 그녀는 다르다. 선생님을 설득할 시간이 필요하다며 부모님께 성적표 공개를 거부한다. 어떻게 자신하냐는 질문엔 매 학기 선생님들을 설득해 점수를 올렸다고 당당히 말한다. 심지어 독신인 토론 선생님이 행복하면 점수가 올라갈 거란 가정하에 다른 선생님과 로맨스를 만든다, 그녀의 계획은 성공하고 훌륭한 성적을 받으며 친구들의 고마움과 인기를 한꺼번에 얻는다. 말도 안 되는 이야기 같지만, 하이틴 영화 ‘클루리스’에서는 가능하다.
영화 ‘클루리스’는 벌써 개봉한 지 20년이 훌쩍 넘는 이야기로 제인 오스틴의 ‘에마’를 현대적으로 해석해서 만든 작품이다. 많은 사람이 하이틴 영화의 정석이라고 부르기도 하고 ‘꼭 봐야 할 하이틴 TOP’ 순위에도 항상 빠지지 않고 등장한다. 마치 하이틴 영화계의 히치콕의 ‘사이코’고 셰익스피어다. 전체적인 내용은 간단하다. 베벌리 힐스에 사는 고등학생 셰어의 학교생활과 우정, 사랑을 다룬다. 부유한 집에서 경제적으로 어려움 없이 자란 아가씨가 변호사 아빠를 닮아 말도 청산유수인데 자신감마저 넘칠 때 벌어지는 상황들이 주요 사건이다.
클루리스 영화의 특징은 셰어라는 인물의 특징과 일맥상통한다. 주인공의 매력이 특히 중요한 하이틴 영화에서 그녀의 존재감은 독보적이다. 먼저 옷을 좋아한다. 몸에 달라붙는 슬립 원피스와 노란색 체크 셋업 의상, 가죽 치마와 프레피 룩은 화려한 외모와 잘 어울린다. 영화의 분위기마저 알록달록하고 다채롭게 보인다. 유행은 돌고 돌아서 촌스럽지 않고 2020년에 유행하는 의상이 등장한다. 예를 들어 셰어가 집에서 입고 있는 보라색 이너와 세트인 카디건은 요즘 온라인 쇼핑몰에서 가장 쉽게 찾을 수 있는 디자인이다. 게다가 영화가 셰어의 독백으로 진행되기 때문에 최근 유행하는 Vlog를 보는 기분이 든다.
다음 특징은 영화 속 어떤 상황이라도 과즙미를 머금고 상큼하게 만드는 대사들이다. 아빠가 밤늦게 파티에 간 셰어에게 “몇 시인 줄 알아?”라고 묻자 그녀는 태연하게 씩 웃으며 ‘이 옷엔 시계가 안 어울려요.’라고 대답한다. 만화를 보며 의붓오빠인 조시에게 매우 실존주의적이라고 고급스럽게 말하고는 단어 뜻을 제대로 알지 못한다. 또 다른 파티를 나가려고 할 때 아빠와 나누는 대사는 어이가 없어서라도 웃게 된다.
“그 옷이 뭐니!”
“드레스요.”
“누가 그래?”
“캘빈 클라인이요.”
설득력 없고 종종 이해되지 않는 그녀의 사고 회로는 당연하다는 듯 뻔뻔하고 당당하게 말하자 귀엽고 사랑스럽게 보인다. 그녀 자신도 스스로 사랑스럽고 멋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 그래서 또래 남자애들은 자신보다 옷도 못 입고 멍청하다고 무시한다.
이렇게 세상을 다 알 것처럼 친구들에게 훈계하고 세상이 자신의 마음대로 움직일 거라 행동하던 그녀도 사회의 벽에 부딪힌다. 맞지 않은 사람을 억지로 연결해주다가 상처 받고, 사람에 대한 그릇된 편견으로 위기에 처한다. 기어코 운전면허 시험까지 떨어졌을 땐, 자신이 몹시 작고 바보가 된 기분을 느낀다. 그녀가 영화의 첫 장면에서 말하듯 친구들과 다를 바 없는 10대다.
진정으로 셰어를 사랑스럽게 만드는 요소는 이 순간이다. 좌절한 순간들마저 그녀 답게 해결한다. 철없던 자신의 잘못을 빠르게 인정하고 더 나은 사람이 되기 위해 노력한다. 다툰 친구에게 미안하다며 진심으로 사과하고 세상에 도움이 되는 일을 하기 위해 물품 기부 행사를 열며 앞장선다. 그러면서 엉뚱함을 잃지 않는다. 자신의 철없음을 깨닫는 순간조차 쇼윈도를 보며 내면을 고민하는 게 아니라 ‘저 옷이 제 사이즈가 있을까요?’라며 독백한다. 옛날 영화답게 연출도 귀여워서 셰어가 누군가를 좋아하는 마음을 인정할 땐 그녀 뒤에서 분수가 튀어 오른다. 그녀와 영화는 뭘 해도 사랑스럽기만 하다.
하이틴 영화를 보는 이유는 쉽기 때문이 아닐까? 편하게 아무 생각 없이 볼 수 있고 웃을 수 있다. 풋풋한 주인공의 로맨스에 대리 설렘 느낄 수 있다. 거기에 이유를 하나 더 추가하고 싶다. 과거에 개봉한 하이틴 영화는 열이면 열 개 모두 해피엔딩으로 끝난다. 사랑을 이루고 우정을 얻고 성장한 주인공의 환하게 웃는 얼굴이 마지막 장면이다. 우리의 일상도 그랬으면 좋겠다. 지치고 무기력하게 버티는 시간들이 결국엔 하이틴 영화처럼 더는 닫을 수 없을 만큼 꽉 닫힌 행복으로 끝나길 희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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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클리셰는 외나무다리에서 만난다
이 글은 영화 [비상선언]의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영화 평론가 이동진 선생님은 내가 본 영화에 10점을 준 사람의 평가를 보고 에이 그건 아니지. 라며 1점을 주는 행동 또한 남의 의견을 신경 쓰는 것이라고 말씀하셨다.(영화 [포제서;Posessor] GV)
취향이란 것에는 옳고 그름도, 급의 차이도 없다고는 하지만 영화 티켓 값이 만 오천 원에 육박하는 데다 이례 없는 대작 파티가 펼쳐지고 있는 현재. 금전적으로도 시간적으로도 가장 현명한 선택을 하기를 원하는 관객들이 다른 사람의 의견에 귀가 솔깃할 수밖에 없는 것도 이해 가능하다.
2022년 여름 4 대작 중 세 번째 영화인 [비상선언]은 이미 시사회를 통해 후반부의 진행이 다소 아쉽다는 평이 돌기 시작했고, 이로 인해 아직 영화를 접하지 않은 예비 관객들 조차 소문을 통해 자신들의 선택을 조금은 단속하는 것처럼 보인다.
압도한다는 말로도 부족하다는 전반부를 깎아먹을 정도로 후반부가 그렇게 나쁜지. 그리고 나쁘다면 얼마나, 어떤 점이 나쁜지. 개봉 당일에 영화를 보고 온 관객의 입장에서 느낀 점을 정리해 보았다.
그러나 그 의견이 전문가의 의견이건 한 개인의 의견이건, 혹은 천만 관객 이상의 생각이건 상관없이. 자신이 보고 싶었던 영화는 보는 것이 맞다는 것이 나의 입장이다. 작품을 놓친다는 것은 자신의 취향을 형성할 수 있는 기회 한 번을 잃는 것과 같으므로.
전반전;클리셰를 영리하게 피하며 선제골을 넣다.
사진 출처:다음 영화/개인적으로는 이 장면에서 박해일 배우의 모습이 보였음. 선과 악이 공존하는.
단지 한국 영화계에서만 낯설었을 뿐. 할리우드 영화를 통해 관객들은 이미 익숙한 항공 테러, 혹은 재난 영화를 만들겠다는 선택을 했을 때.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누가 뭐라 해도 "뻔한 것"들을 쳐내는 작업이었을 것이다. [비상선언]은 이런 장르물에서 만날 수 있는 요소들을 아주 조금씩 비틀어 기시감을 최대한 피하려 노력했다.
악역인 진석에게는 서사보다는 순도 높은 사이코패스 설정을 꼭 쥐어주었고. 이 테러의 목적이 돈도 인질도 누군가의 석방도 아닌 그저 모두의 죽음임을 암시하며, 타협점이 전혀 없다는 데서 오는 불안감을 높였다.
또한 대머리에 하얀 민소매를 즐겨 입고 군번줄을 걸치고 있을 것만 같은 퇴역한 특수부대 출신, 혹은 무엇이든 다 아는 방법이 있는 진실의 방으로 테러범을 데려갈 것만 같은 게임 체인저도 애초에 이 비행에 합류시키지도 않았다.
가장 놀라운 점은 비행기 안의 나머지 탑승객들이다.
그들은 이 참담한 와중에도 누구 하나 남 탓을 하지 않으며. 혼자 살려고 발버둥 치다 모두를 위험에 처하게 하는 일도 하지 않는다(참고 1). 영화 안에서 성가진 긴장감을 유발하는 파워 게임이나 자원 쟁탈전도 벌이지 않는다.
배정받은 자리에 얌전히 앉아 안전벨트를 매고 간이 테이블까지 착실하게 내려놓은 채 입도 뻥끗하지 않을 것만 같은 승객들 덕분에. 영화는 삶에 대한 미련을 말끔히 버린 테러범이 총 한 자루, 큰 고함 한 번 없이 비행기를 탈취한 그 상황에 모든 포커스를 둘 수 있게 된다.
이렇게 마련된 소중한 찬스는 영화 전반부 내내 유효 골을 터뜨린다. 눈에 날아와 박히는 모든 장면들이 주는 압도감은 탄탄한 압박이 되어 그 어떤 잡생각도 하지 못하게 하는 시간으로 관객들을 꽁꽁 묶어둔다.
후반전;외나무다리에서 만난 클리셰에게 동점골 허용
사진 출처:다음 영화
사실 후반부의 "신파"라고 부를 수 있는 장면의 슬픔의 강도는 그렇게 심하지는 않다. 어느 정도 있을 법한 정도이고, 또 가족과의 마지막을 고하는 장면이니 이해할 수도 있다.
하지만 영화의 흐름상 그 모든 부분들이 기괴하다, 혹은 느닷없다는 느낌이 강하게 든다. 과연 이 껄끄러움의 원천이 무엇인지 조용히 들여다보면. 애초에 영화의 원만한 흐름과 긴장감을 위해 서사는커녕 자신의 입을 기꺼이 다물었던 다수인 탑승객들에게 너무 급작스럽게 스포트라이트를 줘 버렸기 때문이라고 할 수 있다.
이제 당신들의 차례입니다.라는 의도가 아닌, 시간이 좀 남았는데 어떻게라도 좀 해봐요.라는 투의 취급을 하고 있다는 점은 영화의 후반부를 매우 무성의하고 무책임하게 보이게 하기 충분하다.
그 산만함은 머릿속에서 지금 이거 날 울리려는 거지?라는 반감이 고개를 불쑥 들게 하는 기폭제 역할을 한다. 그리고 그 순간부터 눈물은 단 한 방울도 나오지 않는다.
과격하다 못해 무자비하게 느껴질 정도의 공격을 퍼붓는 바람에 압도적인 승리가 예상되던 상대방에게서 아주 조금씩 허점이 보이기 시작함과 동시에, 조금씩 무너지는 수비 진영이 눈에 들어오기 시작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피했다고 자부했고. 따돌렸다고 믿었던 클리셰는 결국 외통수처럼 좋은 결말로 가는 길목을 막아 선 최후의 수비수가 되어있었고. 이 명성도, 실력도, 소문도 자자한 선수는 결국 이번 경기에서도 보기 좋게 한 골을 넣고야 말았다.
모든 장르적 규칙을 파괴했다고 자부하는 전반부의 위엄을 한 번에 무너뜨리는 치욕적인 골로 기록될 것이다.
인저리 타임;책임감과 부담감으로 인한 어이없는 실축.
사진 출처:다음 영화
과연 이 영화가 좋은 마무리를 할 수 있을 것인가. 에 대해 생각할 시간을 가져본다면. 영화가 어떤 메시지를 전달하려 했는지. 그리고 그 규칙을 얼마나 잘 지켰는지를 따져보아야 할 것이다.
이 영화 전술의 기본은 책임감이었다.
장장 두 시간에 걸쳐 책임감에 대해 이야기하고 또 이야기한다. 아예 장관 숙희(전도연)의 입을 빌어 책임을 지는 일을 하는 사람이 공무원이라는 대사까지 내뱉는다. 또한 인호(송강호)는 직업적인, 그리고 가장으로의 책임감을 둘 다 내버리지 않고 허리춤에 찬 채 죽어라 뛰는 것을 마다하지 않는다.
영화는 자신의 전술이 옳았음을 증명하는 방법으로 재혁(이병헌)의 만회 비행이 성공해 안착하는 장면으로 비유하는 것을 선택했다. 비록 10분에 한 번씩 바람 방향이 바뀌어 안전한 착륙을 예측할 수 없었지만. 두 명의 사상자를 내는 바람에 조종간을 놓게 만들었던 그때를 완벽하게 만회할 수 있는 기회를 책임감을 통해 놓치지 않았다고. 그러니 이 플레이는 꽤나 일관되었다고 주장한다.
결론은, 혹은 결과는 옳았을 수 있다.
그러나 언제나 문제는 목적지에 도달하는 방법에 있다. 영화가 신파를 선택한 것이 문제가 아닌, 신파를 선택하는 과정이 잘못되었음이 결말에 절실히 드러난다. 재혁으로 대변할 수 있는 이 경기의 설계자는 재혁에게는 잊고 싶었을 그때의 결정보다 더 형편없는 결정을 내리고 눈물을 흘리고 있다. 마치 그 결정이 최선의 선택이라는 것처럼.
과연 이 선택이 KI501 항공편이 전반부에 겪은 생화학 테러와 다른 점은 무엇인가에 대해 생각하지 않을 수 없게 된다.
그 어떤 영화와 비교해도 지지 않을 법한 항공 재난 영화의 앞부분을 만들어 낸 비행기의 탑승객들은. 이보다 더 나은 선택을 하고 선택받을 권리가 있었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영화는 이들에게 그런 선택지를 들이밀지 않았다. 우리는 책임졌다.라는 결말은 결국 그 어떤 것도 책임지지 못했다.
마치면서
세 사람이 도둑질을 했다.
한 사람은 도둑질이 나쁜 것인지 모르고 했고
한 사람은 도둑질이 나쁜지 알면서도 했으며
한 사람은 도둑질이 궁금해서 했다고 했다.
이 중 가장 나쁜 사람은 과연 누구일까.
정답(?)은 도둑질이 나쁜 것인지 모르고 한 사람이라 했다. 선과 악을 구분할 수 조차 없는 무지함 만큼 나쁜 것은 없다는 말이기도 하다.
분명 그럴 의도로 만든 결말은 아니었을 것이다. 이렇게 비칠지 몰랐을 것이다. 하지만 그로 인해 더 나쁜 결말이 되어버렸음은 인정해야 할 것이다.
그럼에도 영화의 전반부가 주는 힘은 정말 대단하다. 또한 선과 악이 공존한다는 박해일의 얼굴을 들여다보는 듯한 임시완의 연기는 매서움을 넘어 섬뜩하기까지 하다. 두 번 다시 이런 캐스팅을 볼 수 없을 것처럼 호화로운 배우들의 연기를 보는 것만으로도. 이 영화는 많은 것을 관객들에게 줄 수 있을 것이다.
참고 1
물론 빌런(들?)이 등장하긴 하지만. 다른 재난 영화들에 나오는 인물들에 비하면 귀여울 지경이며, 오히려 저런 상황에 처했을 때 일으킬 수 있는 정상 범위의 반응 중 하나 정도로 보인다. 솔직히 저 정도면 나도 이길 수 있다. 정도?
[이 글의 TMI]
1. 오래간만에 야식 먹고 글 쓰고 자려고 했는데 왜 벌써 새벽 다섯 시지.
2. 하지만 후회는 없다.
3. 다다음주 휴가다!!!!!
[수다쟁이의 또 다른 TMI]
여담이긴(??) 하지만.
영화에서 생화학 테러(바이러스)가 일어날 것임을 암시하는 순간부터 내 머릿속은 두 배로 바빠지기 시작했다. 배운 게 도둑질이라고 과연 저 영화 속 바이러스는 어떤 바이러스인지.(혹은 어떤 바이러스에 가까울지) 그리고 묘사하고 있는 증상이나 전염되는 방법 등의 고증이 얼마나 되어 있는지 등에 대해 생각하느라 박진감을 넘어서 피부로 와닿다 못해, 영화 내내 머리에서 김이 슉슉 뽑아져 나오는 걸 실시간으로 느낄 수 있는 영화였다. 아 물론 이 영화를 보신 우리 연구실 리더분에 의해 다음 주 저널 클럽에서 영화에 대한 토론을 (공부해와서) 하기로 했다.
....?? 왜 나만 새드 엔딩인데. 나도 구해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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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등생이 아닌 모범생의 길을 가다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미국이나 유럽으로 나갈 날만 기다리며 외무부 중동과에서 하루하루 버틸 뿐인 외교관 ‘민준’(하정우). 그러던 어느 날, 민준은 놀라운 기회를 잡는다. 20개월 전 레바논에서 실종된 외교관 '오재석'(임형국)의 암호 메시지를 받은 것. 아무도 레바논에 갈 생각을 안 하는 가운데, 민준은 외무부 장관의 약속을 받아낸다. 비공식작전에 성공하면 미국 발령이라는 약속을. 이에 그는 레바논으로 향한다.
부푼 희망을 안고 베이루트 공항에 도착하자마자 공항 경비대에게 쫓기는 민준. 공항을 간신히 빠져나온 그는 한국인 택시기사 ‘판수’(주지훈)를 우연히 만난다. 설상가상으로 인질 몸값을 노리는 갱단마저 그를 쫓기 시작하자, 민준은 아무리 봐도 사기꾼 같은 판수만 믿고 비공식작전을 수행하기 시작한다.
매력 없는 모범생
팬데믹을 거치면서 한국 영화계에는 새로운 트렌드가 생겼다. 한국 외교사의 비하인드를 다루는 작품이 여럿 공개됐다. 남북 외교관의 소말리아 탈출기를 그려낸 <모가디슈>, 샘물교회 선교단 아프가니스탄 피랍사건을 다룬 <교섭>이 대표적이다. 김성훈 감독이 메가폰을 잡고 하정우, 주지훈이 출연한 <비공식작전> 역시 같은 트렌드를 따른다.
사실 트렌드에 올라탄 영화는 양날의 검을 손에 쥐고 있다. 상황이 좋게 흘러가면 관객의 니즈를 정확히 겨냥해서 흥행할 수 있다. 반대로 뒤늦게 트렌드에 올라탄 경우 리스크가 크다. 앞선 작품들과의 차별화에 실패해서 관객의 눈도장을 찍기 어렵기 때문이다. <비공식작전>은 후자에 가까운 상황이다. <교섭>의 흥행 실패는 해당 소재가 소구력이 없다는 현실을 보여줬다.
이에 <비공식작전>은 최대한 많은 관객을 최대한 넓히려고 노력했다. 초반부는 유머러스하다. 후반부를 채운 액션 시퀀스는 강렬하다. 하정우와 주지훈의 케미는 익숙하지만, 기대한 재미를 선사한다. 그 와중에 시대상을 반영한 묵직한 드라마는 심금을 울리기 위해 노력한다. 마치 모범생 같다. 특출 난 지점은 없어도 고루고루 균형을 잡았다. 다만 그 때문에 또 다른 문제가 생긴다. 조금 가혹하게 말하자면, 재미는 있되 매력이 없다.
묵직한 드라마의 힘
<비공식작전>에서 눈에 먼저 들어오는 대목은 드라마다. <교섭>과 유사한 이야기가 전체 틀을 잡는다. 두 작품 모두 국가의 역할에 대해 이야기한다. 다만 전달하는 방식은 다르다. <교섭>은 '정재호'(황정민)를 어떻게든 국민을 살려야 한다는 사명감의 화신으로 소개했다. 하지만 인물과 관객 간의 가교를 놓는 데는 실패했다. 개인의 일탈이 두드러진 샘물교회 사건을 소재로 삼다 보니 관객이 주인공에게 몰입할 여지가 없었다.
<비공식작전>은 영리하다. 정반대의 길을 택했다. 초반부에 민준은 허술하다. 그에게 외교관으로서 대단한 사명감은 사치다. 서울대 출신 후배에게 밀려 승진 못하는 그는 평범한 공무원 중 하나다. 이 소시민적 감성 덕분에 관객은 손쉽게 민준에게 마음을 열 수 있다. 이 교감은 그의 변화를 납득할 수 있는 여지도 준다. 평범한 직장인이 모든 자국민을 구하려는 진정한 외교관으로 거듭나는 이야기를 자연스럽게 따라갈 수 있다.
보조 플롯도 인상적이다. 레바논에서 그가 사투를 벌이는 동안 외무부는 안기부와 갈등을 빚는다. 외교관을 한 명이라도 더 구해야 되지 않겠냐는 외무부 장관의 항변은 힘이 없다. 외무부의 단독 작전 때문에 안기부장 심기가 불편해졌으므로. 이 갈등은 결국 국가의 역할에 대한 질문이다. 국익을 따지기 전에 국가는 국민의 생명을 보호해야 한다고 말한다. 6월 민주 항쟁과 서울 올림픽이 시대적 배경이라 더 의미심장하다. 그러다 보니 외무부 직원들의 단체 행동, 오재석 서기관과 민준의 만남은 과한 연출 없이도 뭉클하다.
분위기를 환기하는 버디 무비
물론 드라마에만 집중하면 자칫 분위기가 너무 진지해질 수 있다. <비공식작전>는 버디 무비를 활용해 열기를 적절히 식힌다. 민준과 판수의 티키타카가 쉼터인 셈이다. 이 접근은 효과적이다. 두 주인공의 이야기가 버디 무비의 전형과 조금은 다르기 때문이다.
보통 버디무비는 상극의 사람이 만나서 이야기를 만들어 간다. 처음엔 온갖 갈등을 빚다가 점차 닮아가는 변화의 감동이 핵심이다. 인종부터 성격까지 모두 다른 주인공이 등장한 <그린북>처럼. <교섭>만 해도 주인공의 성격도 스타일도 정반대였다.
<비공식작전>은 다르다. 외교관 민준과 사기꾼 판수는 사실상 같은 인물이다. 민준은 외무부 중동과를 벗어나고 싶어 하지만 갇혀 있고, 판수는 레바논을 떠나고 싶지만 그럴 수 없는 사람이다. 그러던 중 그들은 눈앞에 찾아온 천금 같은 기회가 찾아오자 사투를 벌인다. 달리 말해 <비공식작전>은 같은 처지에 있는 두 사람이 꿈을 이루기 위해 협력하는 이야기다.
여기에 김성훈 감독의 장기가 곁들여진다. 그의 작품은 대체적으로 어둡지만, 유머를 잃지 않는다. <터널>처럼. <비공식작전>도 마찬가지다. 문을 사이에 둔 티키타카, 돈가방을 둘러싼 추격전에서는 두 배우의 합이 웃음을 유발한다. 그 과정에서 두 인물은 유대감을 쌓는다. 목적지만 가면 그만이었던 택시 기사와 승객은 서로를 진짜 목적지에 데려다 주기 위해 노력하는 동지가 된다. 기사와 승객이 바뀐 듯 보이기도 한다. 그 덕분에 이 버디 무비는 뭉클한 진심을 자연스럽게 전달할 수 있다. 가랑비에 옷 젖듯이.
방점을 찍은 액션
마지막으로 <비공식작전>은 액션과 서스펜스로 관객의 눈길을 끝까지 사로잡으려 한다. 액션의 스케일은 크지 않다. 하지만 지형지물을 아기자기하게 활용해서 긴장감을 고조한다. 광야에서 들개가 나오는 장면, 베이루트의 주택 옥상에서 민준과 무장 단체와의 대치, 차가 낄 정도로 좁은 골목길을 종횡무진하는 카 체이싱 장면이 대표적이다. 다만 비슷한 배경의 <모가디슈>와 비교하면 결정적인 장면이 부족하다는 인상도 남는다.
색다른 지점도 있다. 후반부 액션에서는 두 주인공의 활약이 두드러진다. 그런데 초중반부에는 검문소 테러 장면처럼 민준과 판수가 액션의 주체가 아니라 관찰자인 대목이 있다. 오재석 씨를 만나러 가는 도중에는 현지 중동 테러 조직의 교전 한가운데에 떨어지기도 한다. 이러한 간극은 오히려 영화의 몰입도를 높여준다. 지나치게 영화적인 액션이 아니라서 현실감이 살기 때문이다. 또 <교섭>과 달리 단조로울 수 있는 액션 패턴에 변주를 주면서 여름 대작에 걸맞은 쾌감을 주려 한다.
모범생이라 아쉽다
그러나 <비공식작전>은 끝끝내 아쉽다. 다방면으로 뛰어난 모범생이지만, 확실한 매력이 안 보인다. 배우 활용법은 문제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일례로 민준은 <수리남> 속 '강인구'와 결이 비슷하다. 그들은 그저 더 잘 살아보기 위해서 남들이 안 하는 일을 했고, 그 대가로 곤경에 빠진다. 둘 모두 적당히 가볍고, 종국에는 옳다고 생각하는 일을 한다. 대중적으로 익숙한 배우 하정우의 이미지가 고스란히 투영된 결과물이다.
영화의 전반적인 구도와 분위기가 감독의 전작인 <터널>을 닮은 점도 모범생 이미지를 강화한다. 위기에 빠진 주인공은 고립된 공간에서 원맨쇼를 펼친다. 바깥에서는 주인공을 도우려는 이들과 방해하는 세력이 갈등을 빚는다. 진지한 분위기는 주인공의 예상치 못한 코미디 덕분에 환기된다. 주인공이 혼자가 아니라 둘이라는 점만 다를 뿐이다. 그 결과 <터널>의 확장판을 보는 듯한 느낌을 떨칠 수 없다. 한 번 찾아낸 성공 방정식을 따라갔다는 인상이 강한 이유다.
그러다 보니 <비공식작전>은 굳이 극장까지 가서 봐야 하는 이유를 제공하지 못한다. <범죄도시 3>나 <밀수>가 호불호는 갈려도 자기만의 확고한 개성을 어필해 관객을 극장까지 유인한 것과 대조를 이룬다. 물론 팝콘 무비로서 튀는 단점이 없다는 점은 여름 시장에서 장점일 수 있다. 하지만 하정우와 주지훈, 그리고 김성훈 감독의 조합이 갖는 무게감과 명성에 비하면 마냥 장점이라고 하기도 애매해진다.
<비공식작전>은 여러모로 작년 여름시장의 생존자 중 하나인 <헌트>를 떠올리게 한다. 장르적으로 스릴러와 액션이 중심이라는 점에서 포지션이 유사하다. <신과 함께> 시리즈로 천만 영화를 만들어 냈던 하정우-주지훈 조합도 이정재-정우성 커플을 연상하기에 충분하다.
하지만 <헌트>와의 유사점 때문에 <비공식작전>의 단점은 오히려 더 분명해진다. 러닝타임을 액션으로 꽉꽉 채우고, 두 주인공의 비중도 거의 오 대 오로 가져가면 최대한 개성을 살리려 노력한 <헌트>. 반대로 <비공식작전>은 어떤 면도 준수한 수준 이상의 완성도를 보여주지 못했다.
그러다 보니 <비공식작전>의 미래는 어둡다. 극장에서 <헌트>처럼 손익분기점까지 버틸 수 있을 거라는 기대는 크지 않다. 심지어 <콘크리트 유토피아>와 예매율 1위를 차지한 크리스토퍼 놀란의 <오펜하이머>가 대기 중이니 앞날은 더욱 암울하다.
Acceptable 무난함
재미는 있다. 극장까지 가는 게 관건일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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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결말포함】로리콘의 충격적인 최후
#롤리타 #로리타 #lolita
안타까운 소식이 끊이질 않습니다
시국이 정말 뒤숭숭한 요즘이 시국 이 시점에서
우리에 책임은 없는가
우리를 되돌아봤으면 합니다영화 롤리타를 통하여
성과 성욕 그리고
올바름에 대해 생각해봅니다※ 작가 슈라 원칙
1. 독자를 실망시키지 않는다
2. 어그로를 끌지 않는다
3. 수익을 먼저 생각하지 않는다
4. 함부로 남을 비방하지 않는다※ 연락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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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hen he has tested me,
I will come forth as gold.
Job 23: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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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어사이드 스쿼드" 느낌이 팍팍 나는
영화 '버즈 오브 프레이(Birds of Prey, 2020) 예고편 분석 및 감상 영상
감독: 캐시 얀
각본: 크리스티나 호드슨
제작: 마고 로비, 수 크롤, 브라이언 언클레스
출연: 마고 로비, 메리 엘리자베스 윈스티드, 저니 스몰렛, 이완 맥그리거 외
장르: 슈퍼히어로 영화, 액션
음악: 대니얼 펨버턴
촬영기간: 2019년 1월 14일 ~ 2019년 4월 15일
제작사: DC 필름스, 럭키챕 엔터테인먼트, 크롤 & 코 엔터테인먼트, 클럽하우스 픽쳐스
배급사: 워너 브라더스, 워너 브라더스 코리아
개봉일: 2020년 2월 7일 예정#버즈오브프레이 #버즈오브프레이예고편 #할리퀸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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