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이정2025-01-27 15:02:10
미래가 될 수 없는 어떤 과거
영화 <그들은 피아노 연주자를 쐈다> 리뷰
SYNOPSIS.
천재 피아니스트, 흔적도 없이 사라지다?!
보사노바 황금기를 책으로 담으려던 기자 ‘제프 해리스’.
우연히 감미로운 피아노 연주를 듣고, 그 주인공 ‘테노리우 주니오르’에 매료된다.
하지만 30년 넘게 음악 활동을 멈춘 그의 삶은 미스터리로 가득했다.
제프는 리우데자네이루에서 여러 음악가들과 인터뷰를 거듭하며 숨겨진 진실을 파헤치는데...
밝혀진 충격적인 사실은 테노리우 주니오르가 아르헨티나 투어 중 실종되었다는 것!
POINT.
✔ <치코와 리타>에서 쿠바를 배경으로 재즈와 사랑을 얽어 보여주었던 바로 그 감독이, 이번에는 갑작스럽게 사라진 피아노 연주자의 실화를 담아 왔습니다
✔ 보사노바 재즈 아티스트를 좋아한다면 놓치기 아쉬운 이름들이 숱하게 지나가는 작품
✔ 화려한 색감과 보사노바 재즈 음악으로 우리의 감각을 두드리는 작품
✔ 동시에, 한 시대의 어둑한 이야기를 조망하는 작품
✔ (요즘 왜 자꾸 이런지 모르겠지만~ 알겠기도 하고~) 지금 이 시국에 보면 섬뜩해지면서 더 의미를 품고 다가오는 작품
✔ 1월 29일 개봉

한 장르가 가장 화려하게 피어났던 시절을 뒤돌아보는 것은 언제나 묘한 감정을 준다. 모든 부와 시선이 집중되어 미친 듯이 빛나는 시기를 보는 일은 눈이 즐거울 수밖에 없지만, 그 결말 혹은 명암을 알고 있는 입장에서 바라보는 것이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미래의 입장에서 소위 황금기 혹은 전성기였던 과거를 돌아보는 일은, 단순 노스탤지어 이상의 감정을 불러일으킨다. <바빌론>, <맹크>, <헤일, 시저> 같은 작품들을 생각해 본다.

보사노바의 물결을 타고
<그들은 피아노 연주자를 쐈다>는 제프 해리스라는 작가가 재즈 관련 칼럼으로 유명세를 얻고 새 책 작업을 하는 과정에서, 우연히 들었던 앨범 속 피아노 연주자 테노리우 주니오르(Tenorio Junior)의 삶과 행적을 따라가는 형태로 진행되고 있다. 2016년 리우데자네이루 하계 올림픽/패럴림픽 마스코트 이름에까지 쓰였던 조빔이나 비니시우스의 명성에 비해 낯선 이름이지만, 그의 이름을 따라가다 보면 우리는 브라질에서 태동한 보사노바 재즈의 물결, 그 원류를 마주하게 된다.
보사노바의 창시자처럼 여겨지는 작곡가 조빔과, <이파네마의 소녀> 작사가이기도 한 시인 비니시우스의 만남. <슬픔이여 안녕(Chega de Saudade)>라는 전설적인 곡의 탄생, 엘라 피츠제럴드가 자기 공연을 마치고 부리나케 달려가던 클럽의 존재까지... 브라질이 세계 음악의 중심지처럼 여겨졌던 그 시절. ('보사노바Bossa Nova'라는 단어 뜻 자체도 뉴웨이브, 누벨바그와 똑같다는 지점에서 더더욱) 영화로 치면 누벨바그 같은 시절이었다. (그 과정에서 엘라 피츠제럴드를 비롯한 아티스트들의 육성도 들을 수 있다.)

그러나 과거의 영광과 기쁨과 위대함만 존재하지 않는다. 미국에서도 많은 사랑을 받으며 보사노바가 널리널리 알려지던 그 전성기는 상처와 함께 이어진다. 1964년부터 1985년까지 20년 간 이어진 브라질의 군부 독재는 수많은 사람들의 살해와 실종으로 이어졌고, 마치 짜기라도 한 것처럼 모든 독재 세력은 사람들이 함께 음악을 듣는 행위를 싫어한다. 예술가들도 탄압을 받았고, 많은 브라질 뮤지션들은 때마침 무르익은 보사노바 음악과 함께 북미권에 진출했다...고 알려져 있지만, 살해당하고 실종당한 수많은 사람들 중에도 예술가가 있었다.

영화는 재즈 애니메이션에 담근 다큐멘터리로, 애니메이션 작화 이전에 어떤 표정으로 어떻게 말했을지 쉽게 연상할 수 있는 무수히 많은 사람들의 인터뷰가 들어 있다. 그들의 말은 다소 반복적으로 전개되는데, 그 부분이 내겐 조금도 지루하지 않았다. 무수한 피해 증언이 모자이크처럼 모여 거대한 국가 폭력을 고발하는 그림으로 보였기 때문이다. 그들은 동료이자 친구였던 테노리우의 갑작스러운 죽음을 여전히 괴로워했고, 그를 그리워했으며, 그의 면면은 조금도 '정치적인 사람'이 아니었다고 강조한다.
정치적인 삶을 살지도 않았고, (거의 불교도 같았다는 주변인들의 증언과는 달리) 곧 태어날 아이까지 다섯이나 되는 아이들과 아내를 두고 애인을 동행해 투어를 떠날 만큼 그다지 도덕적인 현자도 아니었으며, 다만 그가 남긴 악보만으로도 너무나 서정적이고 아름다운 곡을 남긴 훌륭한 음악가였던 테노리우 주니오르는, 그의 삶이 아니라 그의 죽음으로 '정치적'이 되었다.

미래가 될 뻔한 과거를 타고
삶의 한 순간을 강렬하게 스친, 오래도록 좋은 기억이었던 사람이 갑자기 사라져 살해되었다는 소식... 그것도 마땅히 국민을 지키고 삶의 기반이 되어야 할 국가가 주도하여 살해했다는 소식은 언제나 끔찍하다. 내 친구가 아무런 이유 없이 어딘가에서 학살 당하는 세상이라니. 독재 정권이란 뭘까. 왜 음악가와 학생과 시인과 주부와 어린아이를 죽일까.
그러다 문득 깨닫는다. 기관총과 군인, 검열이 거리 곳곳에 깔려 있는 당시의 부에노스아이레스. 비니시우스와 피아졸라도 있었던 도시는 그들로 인해 "모퉁이를 돌아가더니 영영 안 돌아"오는 사람들의 도시가 되어버린 풍경. 그건 어쩌면 우리의 미래가 되었을 수도 있는 풍경이었다.
비록 국회와 시민들에 의해 막히기는 했으나, 우리도 "국회와 지방의회, 정당의 활동과 (...) 일체의 정치활동"을 금하고, "모든 언론과 출판은 계엄사의 통제"를 받으며, 누군가를 "계엄법에 의해 처단"하겠다고 으름장을 놓는 문건이 발표되는 것을 실시간으로 본 것이다.

"(...) 선량한 일반 시민들은 일상생활에 불편을 최소화"하겠다지만, 그런 도시에서 과연 무엇이 살아남을 수 있나. 음악도, 북적이는 사람들도, 예술도 사라지고 말 것이다. 영화에서 테노리우의 죽음을 "브라질 음악의 죽음의 메타포"라고 언급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권력으로 사람을 찍어 누르는 사회에서 예술은 온전히 피어오를 수 없다. 그래서 더없이 '예술'적인 이 영화의 화려한 색감과 리드미컬한 음악에도 불구하고, 거기 실려 전해진 지구 반대편 나라의 근대사가 단순한 과거로만 느껴지지 않아 극장에서 섬뜩함을 몇 번이나 느껴야 했다.

테노리우가 2024년 12월 3일 이야기를 들었다면 무엇이라고 말했을까? 알 수 없다. 영화에서도 몇 번이나 서술되듯, 그는 자신이 두고 간 아이들이 낳은 아이들을 비롯해 그 어떤 미래도 보지 못했으므로. 죽은 자를 떠올릴 때 기묘한 기분에 사로잡히는 이유다. 내 기억 속 그들은 너무 생생한데, 그는 모른다. 기후동행카드와 K-패스로 지하철을 타는 세상도, 한국에서 칸영화제와 오스카영화제를 석권한 영화가 나오고 노벨문학상 수상자가 나왔다는 사실도, 그들이 없는 세상에서 이만큼 나이를 먹은 나의 모습도.
테노리우의 음악은 좋은 음악이 줄줄이 나오는 이 영화에서도 손 꼽히게 아름다워 전곡을 따로 듣고 싶어질 정도였으나, (들으면서 이 글을 쓰고 있다) 테노리우의 죽음은 단순히 한 음악가의 죽음 혹은 한 장르의 죽음에 대한 메타포 이전에, 국가폭력의 희생자는 사실 "아직 우리 곁에 있었어야 할 사람"임을 깨닫게 한다. 이는 수많은 상상을 발휘하게 한다. 어쩌면 윤동주가 전태일에 대한 시를 썼을 수도 있는 것이다. 군부 독재에 희생된 젊은이들 중 누군가가 세월호를 생각하고 목소리를 내는 장면을 우리가 보았을 수도 있는 것이다.

무너진 자리에 우뚝 설 기록을 타고
마지막으로 이 영화에서 내게 인상 깊었던 인물들은 기록을 남기는 사람들이다. 짧게는 국가가 행한 폭력의 기록을 보관하는 이들에서부터, (이와 비슷한 이들의 존재감은 <존 오브 인터레스트>에서도 두드러진다) 좀더 확장하자면 제프가 글을 쓰게 하는 뉴욕의 편집자 제시카와 브라질 현지 친구 주앙도 그렇다. 이들은 계속해서 제프에게서 글을 끌어내고 그를 조력하여, 제프가 글을 완성하게 한다.
독재 정권들이 마치 짠 것처럼 싫어하는 대상은 사람들이 함께 부르는 노래 뿐만이 아니다. 폭력에 물들고 깨진 이들의 사고는 온건한 언어를 견디지 못하여, 언어를 무너뜨린다. 고문을 기다리는 통로는 "행복의 길"로 불리고, 영원한 실종은 "수송 작전"으로 불린다. 아이히만에 대해 한나 아렌트가 지적한 지점과 정확히 일치한다.
미래가 되어서는 안될, 결코 미래가 될 수 없을 어떤 과거를 재현하지 않는 방법은 기록과 기억을 계속해서 이어가는 일에 많은 부분을 기댄다. 영화 속에서 테노리우의 죽음은, 죽음 이후 테노리우가 알지 못하는 세상은, 배턴을 이어받듯 여기까지 기록되어 왔다. <그들은 피아노 연주자를 쐈다>를 보는 당신을 통해, 또 한 번 기억되고 기록될 것이다.
*온라인 무비 매거진 씨네랩을 통해 시사회에 참석하여 감상 후 작성하였습니다.
Relative conten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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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월 넷째 주 개봉작 소개 <킹메이커> <해적:도깨비 깃발> <원 세컨드>
안녕하세요!
영화/OTT 콘텐츠 큐레이션 웹 매거진 '씨네랩'입니다. :)
매 주 화요일!
한 주의 개봉작 중에서 여러분께 소개드리고 싶은 작품을
씨네랩이 직접 큐레이션하여 소개드리는 콘텐츠를 시작합니다!
씨네랩에서는 영화/OTT의 모~~든 콘텐츠 정보를 아주 쉽고 편리하게 제공받으실 수 있으니, 많은 관심과 사랑 부탁드립니다! :)
그럼 씨네랩이 추천하는 1월 넷째 주의 개봉 신작을 소개하겠습니다!
1. 킹메이커
드라마 | 한국 | 123분
감독 : 변성현 | 출연 : 설경구, 이선균, 유재명, 조우진, 박인환 등
개봉 : 2022년 1월 26일 개봉
배급사 : 메가박스중앙(주)플러스엠
"세상을 바꾸기 위해 도전하는 정치인 ‘김운범’ 앞에 그와 뜻을 함께하고자 선거 전략가 ‘서창대’가 찾아온다.
열세인 상황 속에서 서창대는 아무도 상상하지 못한 선거 전략을 펼치고 ‘김운범’은 선거에 연이어 승리하며,
당을 대표하는 대통령 후보까지 올라서게 된다. 대통령 선거를 향한 본격적인 행보가 시작되고 그들은 당선을 위해 총력을 기울인다.
그러던 중 ‘김운범’ 자택에 폭발물이 터지는 사건이 발생하고 용의자로 ‘서창대’가 지목되면서 둘의 관계는 새로운 국면을 맞이하게 되는데... 치열한 선거판, 그 중심에 있던 두 남자의 이야기가 시작된다!"
*관전포인트* : 극 중 정치인 '김운범'을 연기하는 배우 설경구와 그를 대통령으로 만드려는 야심찬 선거 전략가 '서창대'를
연기하는 배우 이선균. 국내 최고의 연기를 선사하는 두 배우를 한 작품에서 만나볼 수 있는 좋은 기회입니다.
또한 故 김대중 전 대통령과 그의 선거 참모였던 엄창록, 그리고 1960-70년대 드라마틱한 선거 과정을 모티브로영화적 재미와 상상력에 기초해서 창작된 실화를 바탕으로 한 픽션이니 이 부분도 염두해두시면 좋은 관전 포인트가 될 것 같습니다.
마지막으로 변성현 감독의 특기인 감각적인 미쟝센입니다. 제70회 칸국제영화제에 초청돼 호평받은<불한당: 나쁜 놈들의 세상>을 통해 보여준 감각적이고 세련된 미장센은 이번 영화에서도 다시 한번 느끼실 수 있을 것입니다.
2. 해적: 도깨비 깃발
모험 | 한국 | 125분
감독 : 김정훈 | 출연 : 강하늘, 한효주, 이광수, 권상우, 채수빈, 세훈, 김성오 등
개봉 : 2022년 1월 26일 개봉
배급사 : 롯데엔터테인먼트
"자칭 고려 제일검인 의적단 두목 ‘무치’(강하늘)와 바다를 평정한 해적선의 주인 ‘해랑’(한효주).
한 배에서 운명을 함께하게 된 이들이지만 산과 바다, 태생부터 상극으로 사사건건 부딪히며 바람 잘 날 없는 항해를 이어간다.
그러던 어느 날, 왜구선을 소탕하던 이들은 흔적도 없이 사라진 왕실의 보물이 어딘가 숨겨져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고
해적 인생에 다시없을 최대 규모의 보물을 찾아 위험천만한 모험에 나서기 시작한다.
하지만 사라진 보물을 노리는 건 이들뿐만이 아니었으니! 원하는 것을 얻기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역적 ‘부흥수’(권상우) 또한 보물을 차지하기 위해 바다에 뛰어드는데...!
해적과 의적, 그리고 역적 사라진 보물! 찾는 자가 주인이다!"
*관전포인트* :
먼저 개성 넘치는 캐릭터들과 이들을 한꺼번에 볼수 있다는 재미인 것 같습니다.의적단 두목 무치(강하늘)와 해적선 주인인 해랑(한효주)부터 해적왕을 꿈꾸는 막이(이광수) 등와 각각의 매력과 개성으로 무장한 배우들이 만들어내는 케미를 만나보시길 바랍니다.
또한 사라진 왕실의 보물을 찾아 육지,바다 가릴 것 없이 활약하는 해적들의 모습,특히 그들이 선사하는 액션과 화려한 CG의 스케일은 눈과 귀를 충분히 만족할 수 있을 것입니다.
마지막으로 웃음/코믹 포인트입니다. 사사건건 부딪히는 해적과 의적의 케미스트리는남녀노소 할 것이 웃고 즐길 수 있는 올 설 연휴 최대의 오락물입니다.
3. 원 세컨드
드라마 | 중국 | 103분
감독 : 장이머우 | 출연 : 장역, 범위, 류 하오춘
개봉 : 2022년 1월 27일 개봉
배급사 : 찬란
"영화 시작 전 상영되는 뉴스 필름에 오랫동안 헤어져 있던 딸이 등장한다는 소식을 알게 된 장주성은 텅 빈 사막을 헤치고
외딴 마을의 영화관으로 향한다. 그러나 눈 앞에서 정체불명의 필름 도둑이 필름을 훔쳐 달아나 버리는 모습을 목격하고
황급히 그 뒤를 쫓아 나서는데…
딸의 모습이 담긴 시간은 단 1초, 딸을 만나기 위한 아버지의 눈물의 여정이 시작된다"
*관전포인트* : 베를린국제영화제와 베니스국제영화제, 그리고 칵국제영화제에서 모두 최고상을 수상한 이력이 있는
중국의 거장감독인 장이머우 감독의 신작입니다. 오랫동안 그를 흠모해온 영화팬들에게는 아주 기분 좋은 소식일텐데요.
이번 신작은 장이머우 감독 영화 인생을 총 망라하는 영화가 될 것이라고 합니다.
항상 인간 본연의, 생동하는 인간의 의지를 포착해 세계인의 공감을 얻는 작품 세계를 그려내는만큼<원 세컨드> 또한 너무나 기다려지는 작품입니다.
씨네랩이 추천하는 1월 넷째 주 개봉 신작은 여기까지입니다. :)
이번 주에도 영화로운 한 주가 되기를 바라며,
씨네랩 콘텐츠는 다음 주 설 연휴에도 계속됩니다. :)
씨네랩 에디터 cammi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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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랑에 빠진 날 달에다 데려다줘
사랑은 우주선을 타고
이 영화의 주인공은 마케팅 전문가 켈리(스칼렛 요한슨)다. 못 파는 건 없다. 아니 이야기로 못 만드는 건 없다. 이 세상 존재하는 어떤 것에도 사연을 만들어서 파는 켈리. 왠지 그동안의 과거가 묘연한 사람이지만 확실한 인싸들에겐 거칠 것이 없다. 어느 날. 어떤 남자가 켈리를 찾았다. 그 남자는 모 바커스(우디 해럴슨). 모 바커스는 이내 곧 자신을 소개한다. "왜 차 같은 거나 팔아요? 당신은 더 큰 걸 팔 수 있어요"라는 모. 모는 자신감 넘치는 말투로 켈리에게 '나사(NASA)에 취업하지 않겠냐'라고 묻는다. 제안만 하면 다행이다. 금세 켈리의 숨겨진 과거에 대해 이야기하며 스스로를 '나랏일 하는 사람'이라고 소개한다. 상처 투성이의 과거를 숨겨주겠다는 모 바커스. 켈리가 나사(NASA)에 들어갈만한 이유는 충분하다. 그리고 그곳엔 듬직한 남자 콜 데이비스(채닝 테이텀)가 있었다. 한참 우주에 우주선을 보내려고 노력하고 있었던 미국 정부와 나사. 켈리는 마케팅 전문가로서 나사에 합류한다. 하지만 모의 제안이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미국과 세계가 놀랄만한 아이디어를 건네는 모 바커스. 속이거나, 사랑에 빠지거나, 우주에 도착하거나 셋 중 하나다.
샌드위치형 구조
영화에서 제일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것은 이야기의 구조다. 이 영화의 구조는 크게 두 갈래다. 첫째. 포스터에 대문짝 하게 걸려있는 채닝 테이텀과 스칼렛 요한슨이 펼치는 로맨스/코미디다. 마케팅 전문가인 여자와 NASA에서 근무하는 우주 전문가인 남자. 두 남자는 술집에서 우연히 만나 사랑을 시작한다. 이 두 사람이 사랑을 시작하는 장면이 아주 흥미롭다. 첫 장면. 여자가 카페에서 책을 읽고 있는데 그 책에 불이 붙는다. 이과생인 남자는 그 책에 '불이 붙는다'라고 지적한다. 하지만 여자는 일종의 수작이라고 생각한다. 남자는 진짜 책에 불이 붙어서 건넨 말이었다. 문과형 여자와 이과형 남자가 불에 대한 반응으로 성격을 보여준 예시가 될 것 같다. 이건 두 사람이 처음으로 마음을 고백할 때 보여주는 대사에서도 읽을 수 있다. 남자는 여자의 구역에 다가가려 용기 내 한 마디를 건넨다. 하지만 남자는 서투를지언정 솔직하게 나 자신을 보여준다. 반대로 여자는 능수능란하기'만'하다. 본인도 본인의 진짜 속내를 보여주는 대신 피상적인 것에만 신경 쓰는 모습을 보여준다. 이 차이가 두 사람의 성격을 보여주는 것과 동시에 이 영화가 품고 있는 장르적인 속성을 한 방에 요약했다. 서투를 순 있어도 나 자신을 그대로 보여주는 남자. 사람을 대하는 것에서는 능수능란하지만 진짜 자신의 모습을 알 수 없는 여자가 그 장면에 그대로 나온 것이다. 이거야 말로 사랑 영화에서 기대하는 낭만적인 성격 그 자체 아니겠어? 서로의 결핍을 채우는 사랑을 바라기 때문에 (글쓴이 같은) 솔로들이 이런 장르물에 열광하는 것이라 생각하고, 이 작품에 그대로 나와 좋았다.
다른 이야기는 영화가 다루고 있는 음모론이다. 음모론이 뭐야? ‘어떤 상황이 사실은 거짓말로 이루어져 있다!’라는 것이 음모론이다. 그럼 이 음모론을 둘러싼 세 가지 서스펜스가 일어난다. 1) 진짜 거짓말인지 아닌지 2) 거짓말이다 하더라도 이 거짓말이 들키지는 않을지 3) 영화의 주요 과제인 두 사람의 일이 이뤄질 수 있을지에 대한 여부가 영화에서 이야기를 끌고 가는 원동력이 된다. 선택과 집중이라는 말도 있잖아? 영화가 이야기의 동력을 하나로 유지하지 못하고 각자 주장이 강하면 난잡하게 느껴지지 않을까? 아니다. 이 영화가 이야기를 조립하는 데 있어 굉장히 정교했던 이유가 따로 있는데, 모 버커스(우디 해럴슨)를 등장시킨 것이 이야기의 밀도를 높인 좋은 선택이었다. 이 인물이 이 세 가지 서스펜스를 모두 끌고 가면서 동시에 모에 대한 캐릭터들의 반응을 다각화시켜 이야기의 패턴을 지루하지 않게 만들었다. 그리고 정말 중요한 것. 이 모 바커스라는 인물은 영화에서 여자 주인공 켈리라는 인물과 공통점을 가진다. 서스펜스와 로맨틱/코미디가 하나로 합쳐지는 지점이기도 한데, 이야기를 받아들이는 데 있어 관객들이 쉽게 받아들일 수 있는 장치로 작동한다.
'로맨틱'한 '영화'
글쓴이가 이 영화를 다 보고 느꼈던 건 고전적인 할리우드의 향취가 느껴진다는 점이다. 결핍과 그에 따른 관계성을 가져왔다는 것이 그 고전적인 향의 근원인 듯하다. <아파트 열쇠를 빌려드립니다>라는 영화가 있다. 또 <쉘부르의 우산>이란 영화가 있다. 이 두 1960년대 영화의 공통점. 두 사람 간의 결핍을 영화의 중심 배경이 되는 공간을 바탕으로 정교하게 설정한다는 점이다. 실제로 <아파트 열쇠를 빌려드립니다>는 사랑하고 싶은 남자와 사랑받고 싶은 여자의 관계를 아파트와 열쇠라는 것에 비유한 영화다. 아파트, 그러니까 집은 인간사에 있어 꼭 필요한 것 중 하나다. 사랑이 아파트처럼 인간에게 꼭 필요하다는 비유를 영화에서 표현했다고 생각한다. <플라이 미 투 더 문>과의 공통점. 음모론의 성격과 사랑의 성격에 공통점을 찾아 낭만적인 속성을 강조했다는 것이다. <쉘부르의 우산>이라는 영화는 소재를 통해서 사랑의 힘을 믿는 작품이라고 볼 수 있을 것이다. 이 소재를 둘러싼 캐릭터들의 리액션에는 인물들 간의 관계가 정말 중요하게 밑줄 그어져 있다. '이 사람을 대체할 수 없는 건 없다!'를 믿고 있는 영화라 후반부의 전개가 특히 감동적으로 느껴진다. 비슷한 맥락에서 <플라이 미 투 더 문>은 켈리의 비밀을 바탕으로 사랑의 힘을 전적으로 신뢰한다는 것을 보여준다. 켈리의 정체성이 모호하게 표현되는 영화임에도 두 사람의 사랑이 낭만적인 것처럼 느껴지는 것. 이 영화가 <쉘부르의 우산>같이 관계의 의미를 통해 한 사람의 존재를 믿었기 때문은 아닐까 생각해 본다.
또 이 <플라이 미 투 더 문>에는 현실과 영화 사이에 관한 견해가 담겨있기도 하다. 이 영화의 프로젝트를 총괄하고 있는 남자주인공 콜. 이 사람은 프로젝트를 운영하는 데 있어 정말 싫어하는 것이 있다. 바로 누군가가 개입하는 것이다. 있으면 있는 그대로가 좋지 마케터(켈리)가 붙고 영상으로 생중계를 하고 이런 거 다 거추장스럽다. 이 콜이 프로젝트를 바라보는 태도는 중후반부 찍고 어떤 인물이 무언가를 이끄는 것과 비슷하게 느껴지기도 한다. 그 인물은 어떤 공간의 세세한 특성까지 디테일하게 그려낸 인물이다. 사실적인 질감을 중요시했다는 점에서 어떤 상황을 묘사하는 일종의 태도를 보여주는 것이다. 이 두 묘사는 영화가 두 인물을 겹치게 보여주면서 어떤 것을 강조했다고 읽을 수 있다. 반대로 이 태도와 정반대에 있는 것이 켈리의 태도다. 켈리는 연출이 들어간 무언가가 있다 하더라도 이야기를 재미있게 만드는 것을 추구한다. NASA는 진지한 집단이다. 광고 가판대가 아니다. 하지만 이런 금기를 부수고 적극적으로 사람들을 끌여와 ‘각자의 NASA’를 만든 것이 이 영화가 보여주는 켈리의 활약이다. 이런 태도는 고전 영화사에서도 읽을 수 있다. 영화에 언급되는 큰 이름 스탠리 큐브릭은 인위적일지언정 그 안에서 풍기는 이미지의 매력으로 많은 사람들을 매혹시킨 영화감독이다. <배리 린든>이나 <닥터 스트레인지러브>에서 보여주는 압도적인 이미지는 영화라는 매체에 매혹될 수 있는 1차원적인 요소, 시각적인 것과 상상력의 힘을 집약시켰다고 생각한다. 이걸 카메라를 있는 그대로 담는, 테런스 멜릭스러운 사람과 비슷하다고 볼 수 있을까? 글쓴이는 대치된다고 생각한다. 심지어 이 사람(큐브릭)이 1960년대 이후 활동했던 전력을 보면 거진 다 원작이 있다. 원작 그대로가 아닌 변형을 추구한 켈리의 태도와 겹쳐지는 것이다. 이 두 태도는 사실 영화를 어떻게 만들 것인가라는 태도로 읽어도 아무 무리가 없다. 우리 한국영화에서도 홍상수와 박찬욱이 자연스러운 욕망의 발현 / 새로운 세계(특히 건물)의 발명이라는 점에서 대비되는 것처럼 말이다. 영화는 이 두 태도를 계속해서 비춰주면서 누구의 편을 별로 안 든다. 마무리가 훌륭해서 밸런스를 잘 지킨 것이다.
깔끔한 마무리
이 영화의 가장 큰 장점이라고 생각하는 것은 오프닝과 엔딩이다. 특히 영화의 후반부 전개는 어색하지도 않고 걸리적거리는 것도 없이 깔끔했다. 어떤 점에서? 영화가 정치적으로 읽힐만한 여지를 주지를 않았기 때문이다. 사실 이건 이 영화의 위험부담이기도 했다. 2차 대전 이후의 냉전을 시간적 배경으로 삼았고 그 긴장감이 영화 안에 틈입되기 때문에 그럴만한 여지가 충분하다. 선을 조금만 넘으면 이게 당시 미국이 추구했던 눈먼 경쟁을 풍자하고 싶었던 건지, 미국인들의 '국뽕' 영화인지, 로코물인지 뭔지 파악이 어려웠을 수도 있다. 실제로 영화가 다루는 사건이 부피가 점점 커지면서 어떻게 마무리 지으려나 우려가 되는 부분도 있었다.
하지만 이 영화는 굉장히 영리하게 이야기를 마무리짓는다. 이 선택은 음모론이나 세계사 같은 거시적인 것은 저기 뒤로 치워두고 현실에 있는 것이 근간이 된다. 이게 만약 우연한 사고같이 인간이 초래한 무언가였다면 어색한 것이 많을 뻔했다. 왜? 그건 사랑영화에는 영 어울리지 않는다. 원래 사랑은 어디 갈지 모르고, 상대가 무슨 생각할지 몰라서 애가 타는 것 아니겠어? 엔딩의 이 존재는 하나로 규정되지도 않고 여기저기 잘 돌아다니면서 나름의 활약을 펼친다. 마치 어디로 향할지 그들 스스로도 모르는 사랑에 빠진 사람들처럼. 불처럼 불타면서 하나로 종잡을 수 없는 사랑의 두 속성을 시작과 끝으로 잘 요약한 선택이 돋보인다.
예술가 타입
스칼렛 요한슨은 현재의 할리우드에 있어 빠져서는 안 될 인물이다. '블랙 위도우'로서 전성기 MCU를 이끈 인물임과 동시에 <그녀>나 <결혼 이야기> 같은 영화에서 그 나름의 깊이를 보여줘 슈퍼스타라고 부르기에 모자람이 없는 배우다. 이 <플라이 미 투 더 문>은 그녀의 스타성만을 드러내는 영화는 아니었던 것 같다. 스칼렛 요한슨이 가진 브랜드 파워를 오롯이 보여준 것 같았다. 이 사람은 자신의 이미지를 너무나도 잘 아는 것 같다. 어떻게 하면 공허한 내면에 강조를 둘 수 있을지. 어떡하면 매혹적이고 섹시한 캐릭터를 유지할 수 있을지. 이 감정과 느낌 사이의 관계도 너무 잘 알고 있어서 둘이 모순되지 않는다. 상대역을 맡은 채닝 테이텀도 서투른 내면을 표현하는 데 있어 섬세했다. 그리고 기술적으로도 이 장면에서 '정말 중요한 것 같아!'라고 생각한 티가 난다.
무난하게 볼 수 있어
비수기인 극장가. <인사이드 아웃 2>를 본 관객들 중 영화관에 걸려있는 것 중에 추천받고 싶은 사람이 있다면 글쓴이는 이 <플라이 미 투 더 문>을 추천한다. 강한 템포로 콰콰쾅 몰아치지는 않는다는 점에서 잔잔하다고 느낄 관객이 있는 것도 알고 이야기가 얕다고 느낄 만한 여지가 충분하다는 것 역시 잘 안다. 하지만 이 영화는 정말 시네마가 줄 수 있는 그 목적을 충실하게 이행한다는 점에서 많은 사람들이 좋아할 만한 영화 그 자체라고 생각한다. 심지어 스칼렛 요한슨과 채닝 테이텀의 톡톡 튀는 로맨스/코미디도 관객을 을 빨아들이기에 충분하다. 개봉 2주차에 들어 상영관이 없긴 하지만, 그래도 주위에 관이 있다면 관람을 추천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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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BIFF 데일리] 책 속의 등장인물이 현실에 나타났다
- 6명의 등장인물Six CharactersCast감독: M.L. 뿐드헤바놉 데와쿤출연: 마리오 마우러, 탁손 팍숙차레른, 케마닛 짜미콘, 나타폰 떼미락, 챠이야폴 줄리언 포우파르트, 빠껀 찻버리락Synopsis긴장감이 감도는 영화 세트. 호러영화를 촬영하려는 감독은 무척이나 신경이 예민해져 있다. 제멋대로인 배우들은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다. 이 와중에 갑작스럽게 정체불명의 여섯 명이 등장한다. 그리고 자신들은 죽은 작가가 남긴 작품의 등장인물들이라면서 자신의 이야기를 들려준다. 감독은 낯선 이방인들을 비웃지만 결국 그들이 말하는 치명적인 가족의 이야기에 도취되기 시작한다. (출처: 부산국제영화제)Review부산국제영화제에 태국 영화의 등장이라, 재밌어지겠네.드라마 <상속자들>의 대사 ‘사학루등’을 아시나요? “사탄들의 학교에 루시퍼의 등장이라, 재밌어지겠네.” 드라마가 종영한 지 몇 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릴 만큼 센세이셔널한 대사인데요. 감히 이 대사를 패러디할 정도라면, 부산국제영화제에 초대된 태국 영화를 향한 제 기대감이 얼마나 컸는지 충분히 느끼시지 않을까 싶습니다.태국의 초호화 캐스팅으로 화제를 모은 탓인지, 좌석이 매진되어 하마터면 영화를 보지 못할 뻔했습니다. 상영 직전에야 겨우 표를 구할 수 있었죠. 태국어를 공부하는 사람으로서, 설레는 마음을 안고 부산 영화의전당 소극장에 들어섰습니다. 낯선 태국어만큼이나 생경하고 신선한 영화 <6명의 등장인물>을 소개합니다.⊙ ⊙ ⊙감독, 배우, 그리고 인물(Character)의 이야기<6명의 등장인물>은 이탈리아의 극작가 루이지 피란델로의 희곡 『작가를 찾는 6인의 등장인물』을 각색한 작품입니다. 부산국제영화제는 이 작품을 ‘영화에 관한 영화’라는 키워드로 소개하는데요. 정말 그렇습니다. 이 작품의 주인공은 영화를 만드는 사람들인 감독과 배우이기 때문입니다. 여기에 이 사람들도 빼놓을 수 없죠. 우리가 ‘영화를 만드는 사람’을 떠올릴 때 흔히 생각하지 못하는 존재, 바로 이야기 속 인물들입니다.이 영화의 골자는 원작과 유사합니다. 죽은 작가의 등장인물이라고 주장하는 사람들이 작품을 준비 중인 연출진과 배우들 앞에 나타나 자신들의 삶을 설명하고 호소하죠. 극을 이끄는 건 감독과 배우여야 마땅하나, <6명의 등장인물>의 흐름을 쥐고 흔드는 건 책 속에만 존재해왔던 인물들입니다. 연출진과 배우들은 어느 순간 관객이 되어, 배우보다 더 배우처럼 격렬하게 무대를 장악하는 인물들을 그저 지켜봅니다. 누군가에 의해 표현되어야만 세상에 모습을 드러낼 수 있었던 그들은 고삐 풀린 듯 자신들의 이야기를 토해냅니다. 독자 또는 관객의 흥미에 따라 외면되곤 했던 인물들의 숨은 사정을 조명한다는 점이 매우 흥미로운 지점입니다.⊙ ⊙ ⊙원작의 철학을 녹여내는 이 영화만의 방법영화 촬영장이라는 한정된 공간, 6명의 등장인물의 입을 통해 스토리텔링되는 사건, 막장 드라마 같은 이야기, 관객을 향한 독백 같은 대사, 지나치게 화려한 의상들과 짐짓 꾸며낸 듯한 과장된 제스처와 말투까지. <6명의 등장인물>은 어찌 보면 조악한 연극 같아 보입니다. 극의 전개도 곰곰이 생각해보면 합리적인 데가 하나 없습니다. 영화를 찍으려고 모인 사람들이 영화를 찍기는커녕, 어디선가 난데없이 나타난 인물들의 이야기에 속절없이 빠져버리는 것만 해도 그렇습니다.원작자 루이지 피란델로가 자신의 예술을 통해 드러내고자 했던 철학을 생각해보면, 이러한 영화의 접근을 조금은 이해할 수 있습니다. “현실은 헛되고 실체가 없다”고 말한 피란델로는 인간의 부조리를 내용으로 하는 작품을 많이 썼거든요. 작가가 정해놓은 대로 살아가는 인물들마저도 진실의 일면만을 설파하며 새로운 현실을 창조해내려 한다는 ‘의붓딸(6명의 등장인물 중 한 명)’의 고백에서 피란델로의 철학이 직접적으로 드러나기도 합니다.무의미하고 불합리함으로 점철되어 어느 것이 진실이고, 거짓인지, 어느 것이 현실이고, 이야기인지, 누가 배우이고, 인물인지 끊임없이 모호하게 하는 <6명의 등장인물>. 아마도 이 작품을 구성하고 있는 과한 연극적 요소와 조악함, 불합리함 등은 루이지 피란델로의 작품을 영화적 방법으로 표현해내기 위한 선택들이 아니었나 싶습니다.⊙ ⊙ ⊙누구나 한 번쯤 해볼 만한 상상에 인간의 부조리에 관한 깊이 있는 탐구를 더한 작품, <6명의 등장인물>. 이야기 속 인물이 현실에 존재한다는 상상은 뻔하다고만 생각했는데, 이렇게도 풀어낼 수 있다는 점이 정말 놀라웠습니다.태국어를 공부하는 사람으로서 태국어 원제 <มายาพิศวง>를 안 살펴볼 수 없죠. มายา는 기만이나 속임, พิศวง는 기이하게 느끼거나 의혹을 품는 것을 뜻합니다. 결국 기이한 속임, 의심스러운 기만으로 풀어볼 수 있는데요. 이 영화에 대한 한 줄 평을 해야 한다면 딱 저 제목을 빌리고 싶습니다. “기이한 속임과 의심스러운 기만.” 6명의 등장인물의 터무니 없는 이야기가 혹시 기만은 아닌지 의심하다 보면, 진실과 거짓, 현실과 이야기를 오가는 기이한 속임을 경험하는 작품. 제목처럼 묘하고 매력적인 영화였습니다.Schedule in BIFF2022.10.06(목) 영화의전당 시네마테크 16:302022.10.07(금) 영화의전당 소극장 12:302022.10.09(일) 롯데시네마 센텀시티 4관 13:30부산국제영화제 기간: 10월 04일 - 10월 14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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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패션계의 조커, 크루엘라!
아직 올해가 가지 않았지만, 현재로썬 가장 인상 깊게 본 영화다. <크루엘라>는 디즈니 원작 <101마리의 달마시안 개>에서 악당을 맡고 있는 '크루엘라'의 과거 삶을 다룬 영화다. <101마리의 달마시안 개>를 보지 않은 상태로 영화를 봤지만, 큰 각색이 없는 거 같아 원작을 안 보고 영화를 봐도 무방하다. 오히려 <크루엘라>를 보고 <101마리의 달마시안 개>를 본다면 크루엘라 매력에 더 빠질 듯하다. 그리고 영화는 마치 <악마는 파라다를 입는다>가 떠오르게 만든다. 패션이라는 키워드와 냉정하고 딱딱한 상사의 존재라는 공통점이 있기 때문이다.
#사진 밑으로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크루엘라> 네이버 스틸컷
패션
<크루엘라>는 1970년대 영국을 배경으로 하고 있다. 당대 배경을 살려 가풍이나 생활양식을 흩트림 없이 재연한다. 그중에서 패션이 엄청나다. 1970년대 패션 스타일을 완벽하게 재연할 뿐만 아니라 1980년대 펑크 문화로 생기는 펑크 룩 패션이 합쳐져 화려하고 독특한 패션을 선보인다. 1970년대 고전 패션 스타일을 선보이는 남작 부인 바로네스(엠마 톰슨) 패션과 1980년대 펑크 패션을 결합하여 새로운 패션 패러다임을 선보이는 크루엘라의 모습은 인물 관계 간의 단순한 외적 갈등을 패션이란 요소로 확장해 화려하고 아름다운 대립 구도를 표현한다. 또한, 거시적 관점으로 접한다면 당대 1970년대 패션을 가진 기성세대와 1980년대 펑크 문화와 함께 반문화를 선보이는 신세대간의 사회 갈등을 떠오르게 만든다. 자신만의 개성과 평등을 주장하는 펑크 문화의 특징처럼 크루엘라만의 아방가르드한 패션 스타일에 빠지게 된다.
패션쇼에서 '눈' 다음으로 즐거운 기관이 있다면 그건 바로 '귀'일 것이다. <크루엘라>는 다양한 각도와 샷을 통해 패션의 아름다움을 눈으로 선보이지만, 마치 영화가 아닌 패션쇼를 보는 것처럼 신나고 다양한 OST가 흘러나온다. 일부 OST는 기성 곡도 포함되어 있지만, 이러한 점이 더욱 <크루엘라>에 등장하는 패션을 바라보는 관객들을 흥분하게 만든다.
조커
필자는 크루엘라를 보면서 <조커>의 '조커'가 생각났다. 둘 다 빌런이거니와 어머니의 정신질환으로 힘든 가정환경도 있지만, 화장과 분장을 통해 자아를 드러내거나 각성하는 방법과 세상을 향한 자신의 외침이 닮아 보였기 때문이다. 유혈과 폭력을 통해 자신을 드러내는 조커처럼 크루엘라는 유혈과 같은 자극 없이 남작 부인 패션쇼 때 자신만의 패션을 선보이며 일종의 노이즈 마케팅 효과와 자신의 존재를 드러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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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여름, 뜨거운 사랑영화 "오직 그대만"
여기 땀 냄새가 물씬 풍기지만 사랑스러운 멜로 영화가 있어요!
한때 잘 나갔던 복서 남자 주인공과 시력을 잃어가는 여자 주인공. 눈을 감으면 더욱더 선명해지는 오직 그대만. 오직 그대만 영화 리뷰 시작해 볼게요~
기본 정보
장르 : 멜로, 로맨스
감독 : 송일곤
각본 : 송일곤, 노홍진
출연진 : 소지섭, 한효주
개봉일 : 2011년 10월 20일
평점 : 9.14
스트리밍 : tvN , NETFLIX, 웨이브, 왓챠
기획 의도
잘나가던 복서였지만 어두운 상처 때문에 마음을 굳게 닫아버린 철민. 시력을 잃어가고 있지만, 늘 밝고 씩씩한 정화. 좁은 주차박스에서 외로운 시간을 보내고 있던 철민에게 꽃 같은 그녀, 정화가 나타났다. 나보다 나를 더 사랑해 주는 사람. 두 눈을 감으면 선명해지는 그 얼굴,
여담
영화 오직 그대만은 부산국제영화제 개막작으로 시작하여 많은 사람들에게 이름을 알렸다.
영화 오직 그대만은 각 나라별로 리메이크 되었다. (한국, 튀르키예, 일본, 인도)
후기 및 결말
영화 오직 그대만 결말을 살펴보자면.
철민(소지섭)은 정화(한효주)의 수술비를 마련하기 위해 불법 격투기 대회에 참가하게 됩니다. 한 때 잘나가던 철민은 싸움 끝에 우승하지만, 조폭들의 개입으로 우승상금은 잃어버리게 됩니다. 정화의 시력을 다시 되찾았지만, 철민의 몸은 망가져 버리게 됩니다. 결국 두 사람은 돌고 돌아 두 사람의 추억의 장소에서 재회하며 해피엔딩으로 영화는 끝이 납니다.
영화는 정말 뻔한 이야기와 결말을 가지고 있지만 한효주와 소지섭의 캐릭터를 잘 살려서 더욱 더 알차고 재미있게 볼 수 있었어요!
한 여름에 땀내가 풀풀 풍기는 남자 주인공과 언제 어디서 봐도 사랑스러운 여자 주인공의 멜로 로맨스 영화 오직 그대만 추천드리고 싶어요!
한줄평 : 사랑은 돌고 돌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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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퀴어로부터 '보편'으로
여성들의 관계‧감정‧경험을 포착해 섬세하게 재현함으로써 자신만의 영역을 구축해 온 셀린 시아마 감독의 작품 세계를 이해하는 또 다른 관점은 퀴어다. 셀린 시아마의 영화 인물 중에는 여성인 동시에 퀴어인 자들이 많다. 감독은 이들이 마주한 고난과 그 고난을 헤쳐 나가는 인물들의 강인함을 놀라운 관찰력으로 포착해 낸다. 그리고 이를 통해 젠더 이분법과 이성애규범성 너머를 상상하게끔 한다. 슬픔이 깃든 퀴어 존재가 어떻게 삶을 이어가는지를 그녀의 영화를 통해 따라가 보자.
먼저 〈톰보이〉(2011)다. 주인공은 10살 ‘소년’인 미카엘이다. 짧은 머리에 날렵한 체구를 가진 미카엘이 새로 이사 온 동네 친구들과의 놀이에서 축구, 수영, 힘 싸움 등을 능숙하게 해내자 친구들의 관심이 쏠린다.
하지만 정작 놀이에 나가기 전의 미카엘은 걱정 투성이다. 축구를 하는 남자아이들은 상의 탈의로 팀을 나눈다. 미카엘을 불안케 하는 건 자신이 윗옷을 벗은 팀과 그렇지 않은 팀 중 어디에 속할지 알 수 없다는 점이다. 사실 미카엘은 로레라는 또 다른 이름을 가진 ‘생물학적 여성’이다. 그래서 상의를 벗었을 때 자신의 가슴이 다른 남자아이들과 달라 보일까 걱정한다. 수영도 마찬가지다. 이번에는 수영복 앞섬이 문제다. 원피스 수영복을 잘라 남자 수영복처럼 만든 미카엘은 수영복 앞섬이 불룩 튀어나오지 않자 고민 끝에 찰흙을 길게 만들어 페니스의 대용물로 수영복 속에 넣는다. 다른 남자아이들처럼 괜히 놀이 도중 침을 뱉는 것도 찰흙으로 만든 페니스와 더불어 미카엘이 ‘부족한’ 남성성을 메꾸는 방식 중 하나다. 이런 것들이 뛰어난 놀이 실력을 가진 미카엘을 위축되게 만든다.
영화 〈톰보이〉 스틸컷
흥미로운 건 미카엘이 찰흙 페니스를 보관해 두는 장소다. 미카엘은 찰흙 페니스를 자신의 빠진 이와 함께 보관한다. 빠진 이는 ‘자연’이고 찰흙 페니스는 ‘인공’이지만, 몸에서 떼어 보관할 수 있다는 점에선 같다. 그러나 미카엘에게는 빠진 이와 별 차이가 없는 찰흙 페니스가 누군가에게는 ‘결핍’의 기호로 읽힌다. 미카엘의 ‘진짜 이름’이 로레임이 드러난 후, 친구들은 잔인한 방식으로 미카엘의 성별을 확인한다. 미카엘을 ‘남자’로 알고 좋아했던 리사가 직접 미카엘의 성기를 만져 보게 함으로써 말이다. 미카엘의 페니스 ‘없음’은 그저 놀러 나가기를 망설이게 하는 일상적 불편함이었으나 성별 이분법이 군림하려 드는 상황 속에서는 수치심의 근거가 된다. ‘있고 없음’의 차원이 아닌 신체의 다름으로 독해되어야 할 미카엘의 음부가 결정적 낙인의 이유가 되는 것이다.
잘못 짝지어진 인과관계다. 엄마의 강압으로 파란 원피스를 입고 친구 집에 찾아가 자신의 성별에 관한 ‘사실’을 말하는 미카엘을 수치심에 휩싸이게 하는 건 그/녀의 성기 모양이 아닌 그 모양에 대한 세상의 폭력적인 독해다. 미카엘은 눈물 흘리며 파란 원피스를 숲에 버린다. 찰흙 페니스와 마찬가지로 파란 원피스 역시 쉽게 몸에서 떼어 낼 수 있는 물건에 불과하다. 그럼에도 사람들은 그 아무것도 아닌 찰흙 페니스와 파란 원피스에 과한 의미를 부여하는 일을 멈추지 않는다. 리사가 미카엘이 미카엘인 동시에 로레일 수 있음을 받아들이고 말을 걸어 주기 전까지 미카엘/로레가 감당해야 할 슬픔은 너무 커다란 것이었다.
미디어는 늘 아이를 과잉보호의 대상으로 표상하지만, 성별이 모호하게 읽히는 아이는 아무런 보호를 받지 못한다. 아이는 어긋난 결핍감으로, 부모는 편견 가득한 수치심으로 괴로워할 뿐이다. 〈톰보이〉는 성별 이분법이 존재에게 얼마나 큰 폭력으로 다가갈 수 있는지를 분명하게 보여 준다.
영화 〈톰보이〉 스틸컷
다음은 성적 지향과 이성애규범성의 문제다. 〈타오르는 여인의 초상〉은 굉장히 세련되고 치밀한 방식으로 성적 지향과 평등의 문제를 사유한다. 관계의 평등을 위해 영화가 주목하는 건 시선이다.
마리안느는 원치 않는 결혼을 앞둔 엘로이즈의 초상화를 그리는 일을 그녀의 어머니로부터 의뢰받는다. 결혼에 대한 거부감에 초상화를 그리기 위한 포즈 취하기를 거부하는 엘로이즈에게는 산책 친구로 거짓 소개된다. 마리안느는 자신에게 주어진 6일 동안 엘로이즈를 면밀히 관찰한다. 생김새뿐만 아니라 사소한 동작까지도 관찰의 대상이다. 일상에서는 별 의미가 없는 것이지만, 그림을 그릴 때는 사소한 부분이 없기 때문이다. 어려움에 봉착할 때면, 마리안느는 엘로이즈가 된 것처럼 포즈를 취하기도 한다. 엘로이즈의 성격과 몸짓, 표정을 자신의 몸에서 재현해 보고자 하는 것이다. 꼼꼼한 관찰과 다른 존재 되기의 과정을 거치는 마리안느가 엘로이즈를 사랑하게 되는 건 지극히 ‘당연한’ 전개다.
함께 시간을 보내며 가까워진 마리안느는 엘로이즈에게 자신이 왜 이 집에 왔는지를 솔직히 털어놓는다. 그리고는 엘로이즈에게 자신이 그린 엘로이즈의 초상화를 보인다. 그런데 엘로이즈의 반응이 시큰둥하다. “이게 나에요?”라고 되묻는다. 생명력, 존재감이 없다고 냉정히 평가한다. 마리안느는 발끈하여 자신이 그림을 그리는 규칙‧관습‧이념을 철저히 따라 초상화를 그렸으며 그러다 보면 엘로이즈가 제기한 문제가 불가피하게 발생할 수도 있다고 반박한다. 그러나 마리안느의 자부심은 회복되지 않는다. 그녀는 자존심이 상해 자신이 그린 그림을 스스로 망치고 엘로이즈의 어머니에게 두 번째 기회를 달라고 부탁한다. 이번에 주어진 시간은 5일이다.
영화 〈타오르는 여인의 초상〉 스틸컷
첫 번째 6일이 익숙하고 관습적인 방식으로 엘로이즈를 관찰하고 그려 내는 시간이었다면, 두 번째 5일은 마리안느만이 그릴 수 있는 엘로이즈를 그리는 시간이다. 이 기간 동안, 마리안느는 엘로이즈의 외양, 습관뿐만 아니라 감정을 읽는 법까지 배운다.
둘의 관계가 결정적으로 깊어지는 건 마리안느가 엘로이즈 또한 자신을 관찰하고 있었음을 알게 된 후다. 엘로이즈는 화가가 그림을 완성하기를 수동적으로 기다리기만 하는 시선의 객체가 아니었다. 엘로이즈 역시 마리안느와 함께하는 모든 시간 동안 그녀를 관찰했다. 화가와 대상이라는 일방적인 관계는 허물어지고 서로의 존재를 존중하며 신중히 탐구하는 상호적 시선이 생성된 것이다. 둘의 사랑이 만개하는 건 바로 이 평등한 시선 위에서다. 이성애자들이 젠더 권력을 제대로 바라보지 못해 사랑에 실패하고, 그러면서도 규범적 사랑 바깥에 있는 성소수자의 사랑을 경멸하는 동안, 엘로이즈와 마리안느는 모든 위계적 시선을 거부하고 서로를 동등하게 만드는 시선을 교환함으로써 평등한 관계에 기반한 사랑을 창조해 냈다. 나는 〈타오르는 여인의 초상〉만큼 사랑 문제에 있어 이성애자의 무능과 레즈비언의 유능을 극명하게 대비하는 영화를 본 적이 없다.
엘로이즈와 마리안느가 공유하는 평등한 응시의 의미와 가능성을 다시금 되새기게 하는 장면이 있다. 가사노동을 돕는 하녀 소피는 원치 않는 임신으로 낙태를 하려 한다. 이에 엘로이즈와 마리안느가 소피를 돕는다. 18세기 프랑스에서 낙태는 큰 위험을 동반하는 의료 조치였다. 마리안느는 괴로워하는 소피를 보고 고개를 돌리지만, 엘로이즈는 그런 마리안느를 돌려세우며 그녀의 고통을 ‘바라보라’고 말한다. 엘로이즈에게 시선은 사랑하는 존재를 탐색하는 관능적인 수단일 뿐만 아니라 타인의 아픔에 공감하는 윤리적 도구이기도 하다. 레즈비어니즘과 그리 연관되어 보이지 않는 낙태라는 주제가 엘로이즈와 마리안느의 시선으로 인해 주목할 만한 고통, 즉 동등하게 다뤄져야 할 정치적 의제로 부상하는 것이다.
영화 〈타오르는 여인의 초상〉 스틸컷
그러나 누구보다 뜨겁고 윤리적인 사랑을 나눈 둘은 끝내 함께하지 못한다. 엘로이즈는 예정대로 결혼을 해야 하고, 마리안느는 새로 완성한 초상화를 넘긴 후 눈물로 뛰쳐나올 수밖에 없다. 그들이 구축한 세계는 확장되지 못하고 허물어졌다. 남은 건 둘이 함께한 11일의 기억과 그 아름다운 시간을 기록한 그림뿐이다. 하지만 그녀들은 그림으로 남겨진 사랑을 ‘보며’ 서로를 추억한다. 그럼으로써 기억을, 서로가 나눈 경험과 관계를 연장한다.
〈콜 미 바이 유어 네임〉을 연상케 하는 압도적인 엔딩 장면은 엘로이즈가 마리안느가 일깨워 준 감각을 여전히 소중히 간직하고 있음을 알려 준다. 마리안느는 엘로이즈가 들어 보지 못한 소리를 들려주었고, 엘로이즈는 몇 년 후 오케스트라의 웅장한 연주를 들으며 격하게 흐느낀다. 마리안느가 일깨운 엘로이즈의 감각이 여전히 닫히지 않은 것이다. 불평한 젠더 권력에 기댄, 편견에 가득 찬 이성애규범성은 여기서 또 한 번 조롱당한다. 사랑이 개인의 의도가 배제된 정략 이성애 결혼이 아닌 이를 금지당한 레즈비언 연인 사이에서 피어올랐다는 점에서 그렇다. 사랑에서 배제된 레즈비언에 의해 ‘보편’의 경지로 승화된 사랑이라는 테마는 〈타오르는 여인의 초상〉이 품은 황홀한 아이러니다.
영화 〈타오르는 여인의 초상〉 스틸컷
셀린 시아마의 영화에는 여성의 가슴과 성기를 비추는 장면이 종종 나온다. 그런데 이 장면을 비추는 방식은 다른 영화와 확연히 다르다. 셀린 시아마는 이성애 남성의 시선으로 늘 과잉 성애화되어 온 여성 신체를 퀴어 슬픔과 수치심, 여성의 고통, 쾌락을 환기하는 방식으로 담는다. 그녀의 영화에서 여성의 몸은 멋대로 분절되어 흩뿌려지지 않고 몸의 주인이 느끼고 감각하는 바를 전달하는 데 충실하다. 그리고 이런 재현이 영화의 모든 장면에 이어진다. 그녀가 담아낸 밀도 높은 여성들의 세계가 다른 관점으로 여성을 촬영한 장면이 차곡차곡 쌓인 결과물이란 소리다.
거창한 주제를 다루는 영화가 어깨에 힘만 들어간 채 헛발질하는 경우는 수도 없이 많다. 이와 반대로 셀린 시아마는 페미니스트답게 구체적 삶 경험에서 추상적‧보편적 명제로 나아간다. '보편'이란 게 정말 있다면, 이는 관념과 공상이 아닌 구체적 경험과 감정에서만 도출될 수 있는 것일 게다. 그렇지 못한 보편은 구체적 경험과 감정을 억누르는 거짓말일 수밖에 없다. 셀린 시아마 영화 속 성별 이분법과 이성애규범이 그러하듯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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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격하게 세상을 구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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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강 우주 빌런에 맞선, 자살특공대에게 맡겨진 ‘더’ 대책 없는 작전.
팀플레이가 ‘더’ 불가능한 최악의 안티히어로들.
최고의 팀워크를 기대한다면 “죽.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