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이정2025-01-27 15:02:10
미래가 될 수 없는 어떤 과거
영화 <그들은 피아노 연주자를 쐈다> 리뷰
SYNOPSIS.
천재 피아니스트, 흔적도 없이 사라지다?!
보사노바 황금기를 책으로 담으려던 기자 ‘제프 해리스’.
우연히 감미로운 피아노 연주를 듣고, 그 주인공 ‘테노리우 주니오르’에 매료된다.
하지만 30년 넘게 음악 활동을 멈춘 그의 삶은 미스터리로 가득했다.
제프는 리우데자네이루에서 여러 음악가들과 인터뷰를 거듭하며 숨겨진 진실을 파헤치는데...
밝혀진 충격적인 사실은 테노리우 주니오르가 아르헨티나 투어 중 실종되었다는 것!
POINT.
✔ <치코와 리타>에서 쿠바를 배경으로 재즈와 사랑을 얽어 보여주었던 바로 그 감독이, 이번에는 갑작스럽게 사라진 피아노 연주자의 실화를 담아 왔습니다
✔ 보사노바 재즈 아티스트를 좋아한다면 놓치기 아쉬운 이름들이 숱하게 지나가는 작품
✔ 화려한 색감과 보사노바 재즈 음악으로 우리의 감각을 두드리는 작품
✔ 동시에, 한 시대의 어둑한 이야기를 조망하는 작품
✔ (요즘 왜 자꾸 이런지 모르겠지만~ 알겠기도 하고~) 지금 이 시국에 보면 섬뜩해지면서 더 의미를 품고 다가오는 작품
✔ 1월 29일 개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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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장르가 가장 화려하게 피어났던 시절을 뒤돌아보는 것은 언제나 묘한 감정을 준다. 모든 부와 시선이 집중되어 미친 듯이 빛나는 시기를 보는 일은 눈이 즐거울 수밖에 없지만, 그 결말 혹은 명암을 알고 있는 입장에서 바라보는 것이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미래의 입장에서 소위 황금기 혹은 전성기였던 과거를 돌아보는 일은, 단순 노스탤지어 이상의 감정을 불러일으킨다. <바빌론>, <맹크>, <헤일, 시저> 같은 작품들을 생각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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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사노바의 물결을 타고
<그들은 피아노 연주자를 쐈다>는 제프 해리스라는 작가가 재즈 관련 칼럼으로 유명세를 얻고 새 책 작업을 하는 과정에서, 우연히 들었던 앨범 속 피아노 연주자 테노리우 주니오르(Tenorio Junior)의 삶과 행적을 따라가는 형태로 진행되고 있다. 2016년 리우데자네이루 하계 올림픽/패럴림픽 마스코트 이름에까지 쓰였던 조빔이나 비니시우스의 명성에 비해 낯선 이름이지만, 그의 이름을 따라가다 보면 우리는 브라질에서 태동한 보사노바 재즈의 물결, 그 원류를 마주하게 된다.
보사노바의 창시자처럼 여겨지는 작곡가 조빔과, <이파네마의 소녀> 작사가이기도 한 시인 비니시우스의 만남. <슬픔이여 안녕(Chega de Saudade)>라는 전설적인 곡의 탄생, 엘라 피츠제럴드가 자기 공연을 마치고 부리나케 달려가던 클럽의 존재까지... 브라질이 세계 음악의 중심지처럼 여겨졌던 그 시절. ('보사노바Bossa Nova'라는 단어 뜻 자체도 뉴웨이브, 누벨바그와 똑같다는 지점에서 더더욱) 영화로 치면 누벨바그 같은 시절이었다. (그 과정에서 엘라 피츠제럴드를 비롯한 아티스트들의 육성도 들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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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과거의 영광과 기쁨과 위대함만 존재하지 않는다. 미국에서도 많은 사랑을 받으며 보사노바가 널리널리 알려지던 그 전성기는 상처와 함께 이어진다. 1964년부터 1985년까지 20년 간 이어진 브라질의 군부 독재는 수많은 사람들의 살해와 실종으로 이어졌고, 마치 짜기라도 한 것처럼 모든 독재 세력은 사람들이 함께 음악을 듣는 행위를 싫어한다. 예술가들도 탄압을 받았고, 많은 브라질 뮤지션들은 때마침 무르익은 보사노바 음악과 함께 북미권에 진출했다...고 알려져 있지만, 살해당하고 실종당한 수많은 사람들 중에도 예술가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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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는 재즈 애니메이션에 담근 다큐멘터리로, 애니메이션 작화 이전에 어떤 표정으로 어떻게 말했을지 쉽게 연상할 수 있는 무수히 많은 사람들의 인터뷰가 들어 있다. 그들의 말은 다소 반복적으로 전개되는데, 그 부분이 내겐 조금도 지루하지 않았다. 무수한 피해 증언이 모자이크처럼 모여 거대한 국가 폭력을 고발하는 그림으로 보였기 때문이다. 그들은 동료이자 친구였던 테노리우의 갑작스러운 죽음을 여전히 괴로워했고, 그를 그리워했으며, 그의 면면은 조금도 '정치적인 사람'이 아니었다고 강조한다.
정치적인 삶을 살지도 않았고, (거의 불교도 같았다는 주변인들의 증언과는 달리) 곧 태어날 아이까지 다섯이나 되는 아이들과 아내를 두고 애인을 동행해 투어를 떠날 만큼 그다지 도덕적인 현자도 아니었으며, 다만 그가 남긴 악보만으로도 너무나 서정적이고 아름다운 곡을 남긴 훌륭한 음악가였던 테노리우 주니오르는, 그의 삶이 아니라 그의 죽음으로 '정치적'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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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가 될 뻔한 과거를 타고
삶의 한 순간을 강렬하게 스친, 오래도록 좋은 기억이었던 사람이 갑자기 사라져 살해되었다는 소식... 그것도 마땅히 국민을 지키고 삶의 기반이 되어야 할 국가가 주도하여 살해했다는 소식은 언제나 끔찍하다. 내 친구가 아무런 이유 없이 어딘가에서 학살 당하는 세상이라니. 독재 정권이란 뭘까. 왜 음악가와 학생과 시인과 주부와 어린아이를 죽일까.
그러다 문득 깨닫는다. 기관총과 군인, 검열이 거리 곳곳에 깔려 있는 당시의 부에노스아이레스. 비니시우스와 피아졸라도 있었던 도시는 그들로 인해 "모퉁이를 돌아가더니 영영 안 돌아"오는 사람들의 도시가 되어버린 풍경. 그건 어쩌면 우리의 미래가 되었을 수도 있는 풍경이었다.
비록 국회와 시민들에 의해 막히기는 했으나, 우리도 "국회와 지방의회, 정당의 활동과 (...) 일체의 정치활동"을 금하고, "모든 언론과 출판은 계엄사의 통제"를 받으며, 누군가를 "계엄법에 의해 처단"하겠다고 으름장을 놓는 문건이 발표되는 것을 실시간으로 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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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선량한 일반 시민들은 일상생활에 불편을 최소화"하겠다지만, 그런 도시에서 과연 무엇이 살아남을 수 있나. 음악도, 북적이는 사람들도, 예술도 사라지고 말 것이다. 영화에서 테노리우의 죽음을 "브라질 음악의 죽음의 메타포"라고 언급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권력으로 사람을 찍어 누르는 사회에서 예술은 온전히 피어오를 수 없다. 그래서 더없이 '예술'적인 이 영화의 화려한 색감과 리드미컬한 음악에도 불구하고, 거기 실려 전해진 지구 반대편 나라의 근대사가 단순한 과거로만 느껴지지 않아 극장에서 섬뜩함을 몇 번이나 느껴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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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노리우가 2024년 12월 3일 이야기를 들었다면 무엇이라고 말했을까? 알 수 없다. 영화에서도 몇 번이나 서술되듯, 그는 자신이 두고 간 아이들이 낳은 아이들을 비롯해 그 어떤 미래도 보지 못했으므로. 죽은 자를 떠올릴 때 기묘한 기분에 사로잡히는 이유다. 내 기억 속 그들은 너무 생생한데, 그는 모른다. 기후동행카드와 K-패스로 지하철을 타는 세상도, 한국에서 칸영화제와 오스카영화제를 석권한 영화가 나오고 노벨문학상 수상자가 나왔다는 사실도, 그들이 없는 세상에서 이만큼 나이를 먹은 나의 모습도.
테노리우의 음악은 좋은 음악이 줄줄이 나오는 이 영화에서도 손 꼽히게 아름다워 전곡을 따로 듣고 싶어질 정도였으나, (들으면서 이 글을 쓰고 있다) 테노리우의 죽음은 단순히 한 음악가의 죽음 혹은 한 장르의 죽음에 대한 메타포 이전에, 국가폭력의 희생자는 사실 "아직 우리 곁에 있었어야 할 사람"임을 깨닫게 한다. 이는 수많은 상상을 발휘하게 한다. 어쩌면 윤동주가 전태일에 대한 시를 썼을 수도 있는 것이다. 군부 독재에 희생된 젊은이들 중 누군가가 세월호를 생각하고 목소리를 내는 장면을 우리가 보았을 수도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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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너진 자리에 우뚝 설 기록을 타고
마지막으로 이 영화에서 내게 인상 깊었던 인물들은 기록을 남기는 사람들이다. 짧게는 국가가 행한 폭력의 기록을 보관하는 이들에서부터, (이와 비슷한 이들의 존재감은 <존 오브 인터레스트>에서도 두드러진다) 좀더 확장하자면 제프가 글을 쓰게 하는 뉴욕의 편집자 제시카와 브라질 현지 친구 주앙도 그렇다. 이들은 계속해서 제프에게서 글을 끌어내고 그를 조력하여, 제프가 글을 완성하게 한다.
독재 정권들이 마치 짠 것처럼 싫어하는 대상은 사람들이 함께 부르는 노래 뿐만이 아니다. 폭력에 물들고 깨진 이들의 사고는 온건한 언어를 견디지 못하여, 언어를 무너뜨린다. 고문을 기다리는 통로는 "행복의 길"로 불리고, 영원한 실종은 "수송 작전"으로 불린다. 아이히만에 대해 한나 아렌트가 지적한 지점과 정확히 일치한다.
미래가 되어서는 안될, 결코 미래가 될 수 없을 어떤 과거를 재현하지 않는 방법은 기록과 기억을 계속해서 이어가는 일에 많은 부분을 기댄다. 영화 속에서 테노리우의 죽음은, 죽음 이후 테노리우가 알지 못하는 세상은, 배턴을 이어받듯 여기까지 기록되어 왔다. <그들은 피아노 연주자를 쐈다>를 보는 당신을 통해, 또 한 번 기억되고 기록될 것이다.
*온라인 무비 매거진 씨네랩을 통해 시사회에 참석하여 감상 후 작성하였습니다.
Relative conten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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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비워내야 채울 수 있다는 깨달음!
비워내야 채울 수 있다는 깨달음! <문경>은 번아웃에 시달리는 현대인들에게 이 메시지를 오롯이 전하는 영화다. 이를 위해 인물들은 시간이 멈춘 듯 천천히 걷고, 문경의 푸른 산과 맑은 계곡 등 자연을 바라보며 힐링을 얻는다. 힘들었던 자신의 과거를 토로하며, 그 무거운 짐을 내려놓기도 한다. 그리고 관객에게 넌지시 묻는다. 함께 비움을 실천하겠냐고.
직장인들이 매일 힘듦을 겪듯 문경(류아벨)도 예외는 아니다. 예술 전시 기획 담당 팀장인 그는 팀 내 일도 잘하고 성실한 계약직 초월(채서안)을 정규직으로 전환하고자 노력한다. 하지만 회사는 묵묵부답. 결국 초월은 계약직 만료가 되어 홀연히 사라진다. 몸이 아파 병원에 입원까지 했던 문경은 회사 복귀 후 이 사실을 알게 되고, 복잡한 마음을 다잡기 위해 초월의 고향이자 자신의 이름과 같은 문경으로 휴가를 떠난다. 그곳에서 우연히 첫 만행을 나선 비구니 가은(조재경), 길 잃은 강아지 길순을 만난 그는 유랑 할매(최수민) 집에서 신세를 진다. 그리고 그날 밤 이들은 저마다 마음 속 깊은 곳에 자리잡은 아픈 과거를 꺼낸다.
<문경>은 서로 다른 이야기를 가진 이들이 만나 펼치는 로드무비 형식을 취한다. 도시에 사는 직장인 문경과 산 속 사찰에서 지내던 비구니 가은은 문경이라는 특별한 곳에서 조우하고 길순이의 주인을 찾아주기 위한 여정을 떠난다. 이들의 만남은 우연이지만, 점점 필연이 되어가는 과정이 펼쳐지는데, 서로 접점 하나 없는 이들이 가까워지는 건 마음속 깊은 곳에 자리 잡은 상실과 부채감이 드러나면서다.
길순이가 맺어준 거나 다름없는 이들은 유랑 할매 집에서 비로소 공통점을 찾는다. 바로 자신과 가까운 이가 세상을 떠났고, 그에 따른 상길과 부채감이 마음 깊숙이 자리해 있다는 점이다. 문경은 가수를 꿈꿨던 동생을, 가은은 가장 친한 친구를 잃었다. 특히 가은은 과거 일어났던 사회적 참사를 연상케 하는 장소의 유일한 생존자로 그 죄책감에 비구니가 되기로 결심한 것. 이들이 각각 초월과 길순이에게 도움을 주려고 하는 이유는 이 전사 때문이다.
유랑 할매도 마찬가지다. 마음에 상처를 입은 후 마음의 문을 닫은 손녀 유랑(김주아)을 보살피는 그는 미리 그 아픔을 알지 못하고 지켜주지 못한 미안함이 가득하다. 손녀만 생각하면 마음이 디비진다(뒤집히다의 경북 방언)는 그의 말에는 어른의 책임을 다하지 못했다는 자신의 책망이 담겨있다.
이런 이들의 아픔이 치유되는 곳은 유랑 할매의 집이다. 언제나 그 자리에 있을법한 자연처럼, 이 집은 상처받은 이들을 보듬어 주는 공간으로 표현된다. 특히 툇마루에 앉아 문경은 동생, 가은은 친구, 유랑 할매는 손녀의 이야기를 꺼내놓으며, 그동안 감춰뒀던 아픔을 끄집어내고 서로 교감한다. 비슷한 상황에 놓인 이들의 공감과 이해는 비로소 마음을 비울 수 있는 계기가 되고, 집은 자연스럽게 이들의 마음을 여는 환경을 조성한다. 마치 자연이란 따뜻한 품 안에서 사람으로 받은 상처, 사람으로 치유하는 격이랄까. 물질적인 것이 아닌 마음을 나누고 배려하는 행동만으로 누군가에게는 큰 힘이 된다는 걸 영화는 말하고 있다.
기존 힐링 영화처럼 <문경>은 자극적인 소재나 구미를 당기는 이야기들이 별로 없다. 선유동계곡, 윤필암, 고모산성, 주암정, 진남교반, 잉카마야박물관 등 문경의 아름다운 풍광이 시선을 사로잡지만, 자칫 문경시의 홍보 영화처럼 보이기도 한다. 그만큼 사찰 음식을 먹는 듯한 심심함이 영화 전반에 깔리는데, 그 맛이 나쁘지 않다. 건강하다. 장르 영화와 비교했을 때야 단점으로 각인되지만, 영화의 메시지를 도드라지게 보이기 위한 적절한 선택으로 보인다. 이로 인해 두 시간 동안의 힐링 여정은 그 의미를 더한다.
이 영화가 힐링을 전하는 것에만 그치지 않는 건 신동일 감독의 변화된 연출력에 있다. <방문자> <나의 친구, 그의 아내> <반두비> 등 서로 다른 위치에 놓인 이들의 관계를 통해 우리가 살고 있는 사회를 조망했던 감독은 이번 영화에서도 문경과 가은을 통해 자신의 스타일을 이어 나간다. 단, 이전과 다르게 세상을 보는 눈이 달라졌다. 이전 서로의 다름을 첨예한 대립으로 이끌고 갔던 작품들과 달리, <문경>에서는 그 다름을 이해하는 쪽으로 가져간다. 여성과 여성의 관계, 인간과 개(동물)의 관계, 인간과 자연의 관계로 확장해 공감을 통한 연대의 가능성도 펼친다. 이는 길순의 시선으로 인간의 세상을 바라보는 시점샷만 봐도 알 수 있다.
<문경>은 소박한 이야기지만 중요한 이야기를 담는다. 욕심 보단 비움, 인과응보 보단 인연과보(因緣果報, 어떤 일이 일어나려면 거기에는 반드시 원인이 있다. 원인 없이 일어나는 일은 없다.)의 철학으로 인간 세상의 모습을 담는다. 이런 이유에서 <문경>은 지금 우리 삶에 필요한 영화라고 보인다. 기자간담회에서 문경 역을 맡은 류아벨 배우는 “그냥 우리가 사는 이야기 같은 점이 좋았다”고 작품의 매력을 소개했다. 특별함은 없지만, 봐도 봐도 마냥 좋은 자연의 모습처럼, 이 영화도 그렇게 보이지 않을까. 여름의 마지막 끝자락, 문경으로 힐링 여행을 떠나길 바란다.
사진 제공: 트윈플러스파트너스
평점: 3.0 / 5.0
한줄평: 비워야 채울 수 있다는 깨달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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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진실은 규명되지 않지만 추락은 해부된다
7★/10★
*스포일러를 포함한 글입니다.
프랑스의 산속의 별장. 한 남자가 추락사한다. 시신을 발견한 가족들이 소방 당국에 신고하고, 경찰 역시 출동해 현장을 살핀다. 그런데 죽은 사무엘의 아내 산드라에게 질문하는 경찰의 말투가 묘하다. 경찰은 사무엘의 추락사가 자살이 아닌 타살이라 의심한다. 그리고 산드라를 핵심 용의자로 지목한다. 이제 산드라의 혐의를 입증하려는 수사 당국과 자신의 결백함을 증명하려는 산드라의 다툼이 시작된다.
별장에는 사무엘과 아내 산드라, 아들 다니엘 그리고 반려견 스눕뿐이었다. 사건 당일의 개요는 이렇다. 작가인 산드라는 별장에서 인터뷰가 계획되어 있었는데, 전날 언쟁이 있었던 사무엘은 음악을 크게 틀어 인터뷰 진행을 방해한다. 어쩔 수 없이 인터뷰어를 돌려보낸 산드라는 다른 일을 하다가 잠들고, 아들 다니엘은 스눕과 함께 산책을 나간다. 그리고 산책에서 돌아오던 다니엘이 사무엘의 시신을 처음 발견한다. 경찰은 다니엘이 산책을 나간 사이에 산드라가 사무엘과 다투다 그를 살해했을 것이라 본다. 그리고 산드라가 수사 기관에 말하지 않았으나, 사무엘이 녹음해두었던 두 사람의 말다툼이 공개되면서 산드라는 점차 불리해진다.
녹취에서 드러난 부부의 사정은 복잡하다. 산드라는 어느 정도 재능을 인정받은 성공한 작가다. 하지만 마찬가지로 작가를 꿈꾸는 사무엘은 그렇지 못했다. 교수 생활을 하긴 했으나 작가로서 성공하길 꿈꾼 그는 최근 별장을 수리해 렌트하고 남는 시간에 글을 쓰기 위해 교수직까지 그만두었다. 그런데도 글은 써지지 않는다. 자신이 쓰다 포기한 대목을 협의하에 가져다 쓴 산드라의 작품이 성공하는 모습을 지켜보기도 한다. 같은 꿈을 지녔으나 아내만 잘나가는 상황이 오랫동안 반복되어온 것이다. 결정적인 건 아들의 사고였다. 오랜만에 글이 잘 풀리던 어느 날, 사무엘은 하원하는 다니엘을 데리러 가는 일을 다른 사람에게 맡겼다. 그런데 그날 사고가 나 다니엘은 시력을 거의 상실했다. 무능한 남자라는 자괴감에 자식에게 장애를 안겼다는 자책감이 더해진다. 사무엘은 사고 이후에는 정신적‧심리적으로 위축되어 섹스도 하지 못한다. 그래서 양성애자인 산드라가 다른 여성과 잠자리를 가진 것을 넘어갈 수밖에 없었다. 상징적으로 거세당한 무능력한 남자가 죄책감에 시달리는 상황이다. 사무엘의 추락은 남성성의 추락이다. 그것도 더는 떨어질 곳조차 없는. 산드라는 그런 사무엘에게 ‘글을 쓰지 못해 일상으로 도망갔다’고 비난한다. 수사 당국이 제기하는 타살의 정황적 근거다.
녹취에는 둘의 갈등이 위험 수위에 다다랐다는, 즉 산드라가 사무엘을 살해할 동기가 충분했다는 주장에 고개를 끄덕이게 하는 맥락이 읽힌다. 그러나 이 모든 걸 고려해도 산드라의 ‘살해 동기’를 추궁하는 검찰의 집요함은 소름끼친다. 그 누구도 자신 앞에 서면 무죄일 수는 없을 거라는 서늘함을 주는 검찰 캐릭터는 산드라를 숨이 막힐 듯 몰아붙인다. 또 하나 문제가 된 건 산드라의 창작법이다. 그는 항상 실제 사건에서 모티브를 얻어 창작해왔다. 산드라의 개인사적 굴곡은 늘 그녀 작품의 소재가 되었다. 그래서 남편의 사망(‘살해’)도 그 연장에서 일어난 일이라는 추궁이 가해진다(사무엘의 녹취는 산드라의 창작법을 통해 글을 쓰고자 한 그가 아내 몰래 일상을 녹음해둔 것이었다).
누군가의 삶을 자기 추론에 맞게 재조립해 공격하는 법정 공방 장면, 즉 검사가 파편화해 취사선택된 산드라의 일상은 우리가 늘상 ‘그럴듯하게’ 해내곤 하는 타인에 대한 그 모든 추론에 중대한 문제제기를 한다. 실은 여기에 자의적 해석이 강하게 개입되어 있을 가능성을 엄중히 환기하는 것이다. 물론 영화가 끝까지 사무엘의 죽음이 자살인지 타살인지 보여주지 않는다는 점에서 타살 가능성은 완전히 배제할 순 없다. 하지만 산드라가 무죄라는 절반의 가능성이 존재하는 한 그를 향한 모든 의심은 어느 정도는 막 남편을 잃은 아내가 감당하기 어려운 비난일 수밖에 없다.
진실은 규명하지 않되 추락은 해부하는 이 영화가 던지는 물음이 여기에 있다. 우리는 퍼즐의 한 조각을 가지고 누군가를 비난하는 데 너무 익숙하고 능숙하다. ‘추락한 남편의 남성성을 조롱하는 아내’라는 ‘팩트’는 여기에 불을 붙일 완벽한 근거가 된다. 그러나 지배적 추론 한편에 존재하는 무죄의 가능성을 인정하는 일에는 그렇지 않다. 그러니까, 〈추락의 해부〉는 사무엘의 추락에 대한 해부인 동시에 산드라의 추락에 대한 해부이기도 하다. 모든 인간의 추락에는 안전망이 필요하다. 남성으로서의 존재가치를 찾지 못한 사무엘에게도, 자기 결백의 가능성을 지키고 싶은 산드라에게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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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톺아보기] 현빈 배우 출연작 파헤쳐 보기!!
안녕하세요!
영화/OTT 큐레이션 매거진 '씨네랩'입니다.
며칠 전, 손예진 배우와 결혼식을 올리며 인터넷을 뜨겁게 달궜었죠.
오늘의 배우는 바로 배우 '현빈'입니다.
그럼, 배우 현빈의 필모그래피를 톺아보러 가볼까요?!
출처: 네이버 프로필
배우 현빈은 맡은 캐릭터마다 늘 한국에서 신드롬이 일어났는데요. 중저음의 목소리와 멜로에 최적화된 눈빛이라는 말이 붙을 정도로
부드럽고 다정한 눈빛이 배우 현빈의 매력으로 꼽히고 있습니다. 현빈 배우는 한 인터뷰에서 '단 1초라도 자신을 보는 순간 위안을 줄 수 있는
배우가 되고 싶다'고 밝힌 적이 있는데요. 지금까지 다양한 영화와 드라마에 출연하면서 맡은 여러 배역을 통해 시청자, 관객들에게 위로와 위안의 메시지가 전달됐다고 생각합니다.
배우 '현빈' 프로필
출처: 네이버 프로필
이름 | 현빈 (본명: 김태평)
출생 | 1982년 9월 25일
소속사 | VAST 엔터테인먼트
데뷔 | 2003년 KBS 드라마 <보디가드>별명 | 김현빈, 현테일
배우 '현빈' 데뷔 과정
출처: 네이버 프로필
배우 현빈은 고등학교 시절, 연극을 하게 되면서 연기의 매력에 빠지게 되었고, 이를 계기로 배우를 꿈꾸게 되었다고 합니다.
2003년 KBS 드라마 <보디가드>에서 데뷔를 했고, 논스탑 4에 출연하면서 스타 덤에 오르게 되었습니다.
이를 시작으로 <내 이름은 김삼순>,<백만장자의 첫사랑>, <시크릿 가든>을 찍으며 엄청난 인기를 얻게 되었습니다.
배우 '현빈'의 대표작
내 이름은 김삼순 - 현진헌
출처: MBC drama 유튜브
30대 싱글 김삼순은 웃음거리가 되고 마는 촌스러운 이름, 뚱뚱한 외모라는 콤플렉스를 갖고 있지만
전문 파티시에로 당당하고 유쾌한 삶을 살아간다.
현빈은 냉정하고 부정적인 성격을 가진 프렌치 레스토랑 보나뻬띠의 사장 현진헌 역을 맡았다.
------------- 시청 가능한 OTT -------------
왓챠, 웨이브, 쿠팡플레이, seezn
시크릿 가든 - 김주원
출처: 스브스 옛날 드라마 유튜브
무술감독을 꿈꾸는 스턴트우먼 길라임과 까칠한 백화점 사장 김주원. 의도치 않게 영혼이 뒤바뀐
두 사람은 상대방의 진솔한 모습을 알게 되고, 점차 서로에게 빠져들기 시작한다.
현빈은 학력, 예술적 안목, 패션 센스 다방면으로 뛰어나지만, 오만한 성격을 가진 로엘 백화점 사장인 김주원 역을 맡았다.
------------- 시청 가능한 OTT -------------
왓챠, 웨이브, 쿠팡플레이
사랑한다, 사랑하지 않는다 - 지석
출처: 네이버 영화
갑자기 새 남자가 생겼다며 집을 나가겠다고 말하는 그녀. 속 마음을 알 수 없는 그는 마지막 식사를 위해 레스토랑에 예약하고
그녀와 함께 외출하기로 한다. 비에 잠겨 끊어진 다리를 핑계로, 두 사람은 하루 더 함께 머물게 된다. 그와 그녀는 진짜 헤어질 수 있을까?
현빈은 세심하지만, 도저히 속을 알 수 없는 남편 지석 역을 맡았다.
------------- 시청 가능한 OTT -------------
웨이브
만추 - 훈
출처: 네이버 영화
어머니의 부고로 7년 만에 교도소에서 특별 휴가를 받은 애나. 장례식에 가기 위해 탄 시애틀행 버스에서 누군가에게 쫓기는 훈을 만나고,
두 사람은 함께 시애틀에서의 하루를 보낸다.
현빈은 겉으로는 밝지만 속으로는 슬픔을 갖고 있으며, 돈을 받고 사랑을 파는 훈 역을 맡았다.
------------- 시청 가능한 OTT -------------
왓챠, 쿠팡플레이, seezn
공조 - 림철령
출처: 네이버 영화
임무를 완수해야 하는 철령과 임무를 막아야만 하는 진태. 그들에게 주어진 시간은 단 3일, 한 팀이 될 수 없는 남북 형사의 예측불가 공조수사가 시작된다!
현빈은 작전 중 아내와 동료를 잃게 된 특수 정예부대 출신의 북한형사 림철령 역을 맡았다.
------------- 시청 가능한 OTT -------------
티빙, 왓챠, 쿠팡플레이
꾼 - 황지성
출처: 네이버 영화
그저 최악의 사기범을 잡고자 사기꾼이 뭉쳤다. '꾼'들이 모인 이 판에서 누구도 믿지 마라! 진짜 '꾼'들의 예측불가 팀플레이가 시작된다.
현빈은 사기꾼만 골라 속이는 사기꾼이자 팀에서 브레인을 담당하는 황지성 역을 맡았다.
------------- 시청 가능한 OTT -------------
넷플릭스, 티빙, 쿠팡플레이
협상 - 민태구
출처: 네이버 영화
국제 범죄조직의 무기 밀매업자 민태구는 태국에서 한국 경찰과 기자를 납치하고 협상가 채윤을 협상 상대로 지목한다.
남은 시간 12시간, 목숨을 건 일생일대의 협상이 시작된다.
현빈은 이유도, 목적도, 조건도 없이 인질극을 벌이는 민태구 역을 맡았다.
------------- 시청 가능한 OTT -------------
왓챠, 넷플릭스, 티빙, 쿠팡플레이
사랑의 불시착 - 리정혁
출처: tving
어느 날 돌풍과 함께 패러글라이딩 사고로 북한에 불시착한 재벌 상속녀 윤세리와 그녀를 숨기고 지키다
사랑하게 되는 특급 장교 리정혁의 절대 극비 러브스토리를 그린 드라마.
현빈은 불의와는 절대 타협하지 않는 원리원칙 주의자이다. 북한 총정치국장의 아들이자 민경대대 5중대의 대위 리정혁 역을 맡았다.
------------- 시청 가능한 OTT -------------
넷플릭스, 티빙
이상으로 배우 '현빈' #톺아보기 시간을 마치도록 하겠습니다.
항상 작품에서 새로운 모습을 선보이는 현빈 배우. 앞으로 차기작에서는 또 어떤 새로운 모습을 보여줄지 기대가 됩니다!
그럼 오늘도 재밌고 유익한 시간이 되었기를 바라며,
다음 주에도 톺아보기 콘텐츠로 다시 돌아오겠습니다!
안녕 ٩( ᐛ )و
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씨네랩 에디터 ri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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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족 영화 <페어웰>부터 <새해전야><톰과 제리>까지! 2월, 기다렸던 화제작 총출동!
2월 극장가, 마침내 기다리고 기다렸던 화제작들이 출격한다. 2월 4일(목) 개봉하는 전 세계 33관왕에 빛나는 룰루 왕 감독, 아콰피나 주연의 <페어웰>부터 화려한 배우 라인업을 자랑하는 영화 <새해전야>, 그리고 추억의 캐릭터 실사판 영화 <톰과제리>까지 개봉을 확정해 오랜만에 극장가는 관객들의 발걸음이 끊이질 않을 전망이다.
먼저 2월 4일 개봉하는 <페어웰>은 뉴욕에 사는 ‘빌리’와 그녀의 가족들이 할머니의 남은 시간을 위해 벌이는 세상에서 가장 따뜻한 거짓말을 담은, 2021년이 거짓말처럼 행복해지는 센세이션 흥행작이다. 봉준호 감독이 극찬한 ‘위대한 아시아 여성 감독’ 룰루 왕의 작품으로, 그의 자전적인 이야기에서 시작됐다. 룰루 왕 감독의 실제 경험인 만큼 현실적이고 보편적인 감성을 전하는 <페어웰>. 할머니의 남은 시간을 위해 가짜 결혼식을 준비하며 선의의 거짓말을 하는 ‘빌리’와 가족들의 모습은 사랑하는 사람을 위한 진심에 집중해 다정하고 따뜻한 드라마를 기대하게 한다. 무엇보다 온 가족이 모이기 어려운 상황 속 ‘함께’라는 소중함을 떠올리게 하는 작품으로 보는 이들의 마음을 뭉클하게 만들 예정이다. <페어웰>은 오랜만에 등장한 진정성 있는 감동과 따스한 웃음을 선물할 웰메이드 가족 영화로 흥행몰이를 예고한다. 특히 제77회 골든글로브 시상식에서 한국계 최초 뮤지컬·코미디 영화 부문 여우주연상을 수상한 아콰피나의 열연과 인디펜던트 스피릿 어워즈에서 <기생충>을 제치고 최우수작품상을 수상한 룰루 왕 감독의 연출력은 그 자체만으로도 기대감을 높인다.
2월 10일(수)에는 매력적인 대세 배우 김강우, 유인나, 유연석, 이연희, 이동휘, 천두링, 염혜란, 최수영, 유태오까지 믿고 보는 멀티 캐스팅으로 화제를 모은 영화 <새해전야>가 개봉한다. <새해전야>는 인생 비수기를 끝내고 새해엔 더 행복해지고 싶은 네 커플의 두려움과 설렘 가득한 일주일을 그린 작품이다. 지난 사랑의 실패로 새로 찾아온 사랑을 두려워하는 ‘지호’(김강우)와 ‘효영’(유인나), 미래에 대한 고민과 성장통을 겪고 있는 ‘재헌’(유연석)과 ‘진아’(이연희), 국제결혼을 준비하며 생기는 문화적 차이를 극복해 나가는 예비 가족 ‘용찬’(이동휘), ‘야오린’(천두링), ‘용미’(염혜란), 그리고 주변의 편견에 조금씩 흔들리는 오랜 연인 ‘오월’(최수영)과 ‘래환’(유태오)까지 네 커플이 전하는 공감 가득한 이야기들로 연인, 친구, 가족 전 세대가 함께 즐길 수 있는 힐링 무비로 주목받고 있다.
2월 24일(수) 개봉하는 <톰과 제리>는 자타공인 장난꾸러기 라이벌 콤비 톰과 제리의 뉴욕을 발칵 뒤집을 역대급 대소동을 그린 라이브 액션 & CG 애니메이션이 섞인 하이브리드 영화로 이제까지 볼 수 없었던 신선한 재미를 선사할 예정이다. 앙숙관계의 대표적인 캐릭터이자 환상의 짝꿍인 톰과 제리는 뉴욕 대도시의 화려한 조명 아래, 새로운 무대를 배경으로 서로 힘을 합쳐 잔망 넘치는 깜찍 케미를 펼쳐 보인다. 클로이 모레츠와 마이클 페냐, 켄 정 등 할리우드를 대표하는 내로라하는 연기파 배우들과의 찰떡 호흡도 기대를 더한다. <톰과 제리>에 담긴 삶에 대한 진실한 태도의 가치, 우정과 협력의 중요성, 어려운 과제에 도전하는 모험 등은 어른들에게는 추억을 아이들에게는 이색적인 재미를 선사해 세대를 초월한 인기를 모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처럼 2월 개봉을 앞두고 있는 다양한 장르의 화제작들이 팬데믹 시대 꽁꽁 얼어붙은 극장가를 녹여줄 것으로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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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help or hurt
핑계 없는 무덤은 없고, 나의 모든 행동에는 늘 이유가 있다. 이를 충분히 설명하지 못한 상태에서, 낙인찍듯 단편적으로 결론 내려질 때 억울하다. 그러나 동시에 인터넷에 올라오는, 짧은 영상이나 몇 줄 글만으로 상대를 쉽게 간파했다 생각하며 낙인찍듯 손쉽게 말한다. 사람은 정말 왜 이럴까? 이렇게 생각하면서도 내일 되면 뉴스 속 누군가를 보며 고개를 절레절레 젓고 있을, 나는 또 왜 이럴까?
영화 <더 웨일>의 주인공 찰리는 사랑스럽기만 한 캐릭터는 아니다. 외모 때문만은 아니다. 극이 진행될수록 관객에게 주어지는 정보를 종합할 때, 그가 과거에 내린 선택이나 행동들이 남긴 상처를 생각하면 그렇다.
그러나 건강하지 않은 몸과 마음을 여실히 보여주면서도 괜찮다, 미안하다, 말을 달고 있는 그의 측은한 표정을 보고 있으면 궁금해진다. 무엇이 그를 저렇게 몰았을까?
#hurt: 상처받은 마음
극이 진행되면서 조각조각 이어지는 정보들을 통해, 관객은 찰리의 삶을 스친 일들을 가늠해볼 수 있다. 그가 남긴 상처와 그에게 남은 상처. 너무 사랑한 것들이 소실된 자리에 남은 커다란 상처들. 그 자리는 어쩌면 누군가가 쓰던, 지금은 텅 비어버린 방과 같은 것인지도 모르겠다. 찰리로서는 들어갈 수도 없는 방.
찰리는 스트레스성 폭식으로 여기까지 왔다. ‘저렇게 먹으면 없던 병도 생기겠는데…’ 싶은 음식을 욱욱거리며 밀어 넣은 끝에 그가 토해내는 것은 눈물이다. 눈물을 토하기 위해 음식을 토해야만 했던 것일까. 그렇게 하지 않고서는 눈물도 토해내기 어려운 마음이란 무엇일까.
그 안에서 상처를 주기도 받기도 했던 찰리는 이제 잔뜩 지친 고래처럼 죽음을 바라보고 있다. 그 자리에서 그가 꺼낸 카드는 뜻밖에도 딸이다. 상처를 주었던 존재이자, 이제 상처를 되돌려 받으면서도 바라보는 존재.
#help: 도움의 손길
이 극에는 찰리에게 도움을 주려는 사람들이 등장한다. 친구 리즈는 찰리의 필요를 살피고, 결정적인 순간마다 함께 있다. 찰리의 서사를 공유하고 있고, 찰리에게 어떠한 강요도 하지 않는다. 찰리의 건강에 좋지 않을 것이 뻔한 음식도 사다 준다. 이대로는 찰리의 죽음이 가까워져 온다는 걸 감지하지만, 찰리의 방향성을 바꾸려 하진 않는다. 리즈는 인간이 결코 서로를 구원할 수 없다고 믿으니까.
반면 토마스는 자신이 보기에 찰리에게 필요하다 생각되는 것, 즉 복음을 전하기 위해 이따금 찰리를 찾아온다. 찰리의 건강 상태에 대해 알고 난 후로 오히려 찰리에게 더욱 접근하며, 찰리의 방향성을 바꾸기 위해 애쓴다. 그는 자신이 내미는 손길이 선의의 도움, 도움닫기를 할 수 있도록 내미는 발판 같은 것임을 믿어 의심치 않는다.
하지만 내가 이 영화에서 본 도움이 있다면, 메리가 앨런에게 건넸다는 “May I help you?”라는 말에서. 어쩌면 종교인들이 그토록 목 놓아 외치는 복음은 그 안에 있는 것 같다. 메리에게는 사랑이 있다. 오랜 고통과 절연의 시간 끝에서 상대의 숨소리에 귀를 기울이는, 그 자리에 생명이 있다. 이제는 말해도 소용없는 추억들을 굳이 더듬거리면서 듣는 숨소리. 상처와 고통 속에서 괴로워하면서도 잠깐 내보이는 그 속살 같은 마음.
그 마음을 찰리도 느꼈는지 모른다. 토마스가 엘리에 대해 말하면서 “날 도우려고 한 건지 아니면 상처 주려고 한 건지help me or hurt me” 모르겠다고 할 때, 그게 도움이었다고 판단한 걸 보면. 결국 상처를 남겼지만 사랑한 대상에게서 미진하나마 포용을 보고, 그는 날아오르는 고래가 된다.
#love, 어쩌면 그것이 사랑
찰리뿐 아니라 이 극 속의 인물들은 제각각의 생채기가 나 있기에, 각기 다른 방향을 바라보고 있는 상처 난 마음에서 배어 나오는 말들은 절반의 진실만을 품고 있다. 사람은 사람의 무게를 온전히 구원할 수 없다는 리즈의 말도 맞지만, 동시에 사람이 사람을 무조건 외면할 수 없다는 찰리의 말도 맞다.
그 안에서 help와 hurt는 어쩌면 한 끗 차이다. 종교적인 행위의 일탈에 대한 토마스의 이중적인 태도에서 help라는 말에 감추어져 있던 hurt를 보아도, help로도 hurt로도 해석될 여지가 있는 엘리의 행동을 보아도, hurt의 마음을 품고 있다 생각했지만 실은 괴로워하면서도 help가 우러나왔던 메리의 마음을 보더라도. help와 hurt는 모순적으로 뒤죽박죽이다.
인간과 인간이 솔직한 마음을 부딪는 일은 너무 어렵지만, 어쩌면 그것이 사랑인지 모른다. 솔직하게 마음을 여는 것, 그리고 그 마음의 서사에 귀를 기울이며 포용하는 것. 지저분해진 찰리의 방에 붙어 있는 포스터는 하필 <템페스트>다. 복수 대신 포용과 용서로 화해라는 결말을 이루는 이야기.
사람은 누구나 서사를 품고 있다. 찰리가 토마스에게 했던 말처럼, 누구에게나 겉보기로 알 수 없는 사정이 있다. 어쩌면 ‘전형적인’ 사람이란 없는지도 모른다. 자신의 서사는 계시처럼 받아들이면서 타인의 서사를 견디지 못한다면 그들의 help는 hurt밖에 될 수 없으며, 사랑은 전해지지 않고, 구원은 없을 것이다.
그러므로 아주 솔직할 것. 마음을 열 것. 그것이 모든 처음이다. 그 작은 단추를 풀지 못하면 온 생에 상처가 남고 만다. 고래를 향한 “가엾은 집념”으로 가득한 <모비 딕>의 늙은 선장처럼. 동시에 이는 모든 끝이기도 하다. 남은 상처를 다시 헤아리게 만드는 힘 또한 여기에서 비롯되니까.
인간을 구원하는 것은 결국 사랑이다. 무수하게 변용되고 변주되며 닳고 해진 문장. 우리가 모두 각기 다른 의미로 사용하는 이 문장을, 빛나는 고래 같은 찰리의 순간들을 통해 다시 헤아려 본다. 솔직하게, 열린 마음으로.
*온라인 무비 매거진 '씨네랩'을 통해 시사회에 초청받아 감상한 후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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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안양 서포터즈들의 축구 사랑을 볼 수 있다!
시놉시스
수카바티는 산스크리트어로 극락이라는 뜻이다. 나바루 감독은 3살 때부터 지금까지 안양에서 쭉 살았다. 나바루 감독이 말하길 안양은 매우 평범한 곳이라고 하는데 1997년 안양에는 RED 서포터즈들이 있었다. 그 서포터즈들이 안양의 축구 선수들을 응원했고 시간이 지나자 안양 FC는 서울 상암 FC로 옮기게 된다. 그 이후로 RED 서포터즈들은 안양에 축구단이 다시 생기기를 안양 시에 건의를 했고 매일 부결이 됐지만 포기하지 않는 RED 서포터즈들의 이야기가 시작된다!
RED 서포터즈들은 붉은빛을 내는 폭죽을 들고 응원을 하며 다소 과격한 행동을 하지만 그건 안양 RED 서포터즈들이 다른 팀과의 차별화를 두기 때문이다. 안양은 1000년 전에 태조왕건이 후삼국을 통일하고자 안양에서 잠시 터를 잡았는데 오색구름이 나타나길래 지나가는 스님에게 물었더니 여기가 극락이라고 해서 붙여진 이름의 도시이다. 그만큼 안양 RED 서포터즈들의 도시에 대한 자부심이 엄청난데 80년 전 전두환 대통령 시대의 3S 정책에 의해 스포츠가 활성화되자 한국 축구는 더욱더 발전한다.
그리고 90년대에 들어서는 하이텔 같은 PC 통신의 발달로 각종 동호회가 창설되는데 그중에 축구 동호회도 인기가 많았다고 한다.
2002년 전 국민을 들썩이게 만든 대한민국의 월드컵 4강 진출에는 붉은 악마 응원단이 있었는데 그 주역에는 RED 서포터즈가 있었다. RED 서포터즈는 단순한 축구 동호회를 넘어서 전국으로 퍼져나갔다. 하지만 안양 LG 축구단이 서울 상암 FC로 이전하면서 RED 서포터즈들이 분노를 하게 만들었다. 그로 인해 안양에는 축구단을 다시 만들라는 RED 서포터즈들의 반발이 올라왔고 10만 명의 시민 청원을 받아 안양 시의회에 건의하기도 했다.
최대호 안양 시장은 자꾸만 부결되는 안양 축구단 설립을 안타깝게 보고 여러 당 시 의회 의원들에게 동의를 받아내고자 열심히 노력했다고 한다. 그리고 2012년 안양에도 축구단이 만들어져야 한다는 의견이 시 의회에서 과반수로 득표를 얻었고 가결된다. 안양 축구단이 다시 만들어지고 안양은 K-LEAGUE에서도 훌륭한 성적을 거두진 못했지만 과거의 RED 서포터즈들은 자신의 축구단이 기죽지 않게 많은 격려와 아낌없는 응원을 해주었다.
과거의 안양 축구단을 기억하는 사람들은 다른 건 필요 없고 자신들의 일상에 기쁨을 주는 것만으로도 행복하다고 한다. 승패를 떠나 그저 축구 팬으로서 즐거웠으면 되는 것이다.
안양에서 살고 자라 축구를 좋아했던
그들의 이야기를 그렸다!
※ 씨네랩의 크리에이터로써 영화 시사회에 초대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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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질라 vs 콩」 7시간 시리즈 20분 요약 + 7분 설명ㅣ결말포함 영화리뷰ㅣ고질라 대 콩ㅣ고질라 킹콩ㅣ고질라 대 킹콩ㅣ몬스터버스ㅣ건데ㅣ
? '고질라 vs 콩 (Godzilla vs. Kong, 2021)' 고질라 대 콩 예고편 분석
그리고 몬스터버스(몬스터 유니버스, Monsterverse) 시리즈 요약 정리
1. "고질라"(2014)
제작사: 레전더리 픽처스
배급사: 워너 브라더스
장르: 모험, 액션, SF
감독: 가렛 에드워즈
제작: 존 제시니, 메리 패런트, 토머스 툴
각본: 맥스 보런스틴, 프랭크 대러본트, 데이비드 캘러햄 외
출연진: 에런 테일러존슨, 엘리자베스 올슨, 브라이언 크랜스턴, 와타나베 켄,
샐리 호킨스 외
촬영 기간: 2013년 3월 18일 ~ 2013년 6월
개봉일자: 대한민국 2014년 5월 15일. 미국 2014년 5월 8일
음악: 알렉상드르 데스플라
러닝 타임: 123분
제작비: 1억 6,000만 달러
북미 박스오피스: $200,676,069 (최종)
월드 박스오피스: $529,076,069 (최종)
한국 총 관객수: 709,734명 (최종)
2. "콩:스컬 아일랜드(2017)
제작사: 레전더리 픽처스
배급사: 워너 브라더스 코리아
장르: 모험, 판타지
감독: 조던 복트-로버츠
제작: 존 제시니, 메리 패런트. 토머스 툴
각본: 맥스 보런스틴. 데릭 코널리, 존 개틴스, 댄 길로이
출연진: 톰 히들스턴, 브리 라슨, 사무엘 L. 잭슨, 존 굿맨, 존 C. 라일리 외
촬영 기간: 2015년 10월 19일 ~ 2016년 3월 18일
개봉일자: 대한민국 2017년 3월 8일, 미국 2017년 3월 10일
음악: 헨리 잭맨
러닝 타임: 118분
제작비: 1억 8,500만 달러
북미 박스오피스: $168,052,812 (최종)
월드 박스오피스: $566,152,812 (최종)
한국 총 관객수: 1,689,717명 (최종)3. "고질라:킹 오브 몬스터(2019)
감독: 마이클 도허티
제작: 메리 패런트, 알렉스 가르시아, 토머스 툴, 존 자시니, 브라이언 로저스
각본: 마이클 도허티, 잭 쉴즈
원안: 맥스 보런스틴, 마이클 도허티, 잭 쉴즈
제작사: 레전더리 엔터테인먼트
배급사: 워너 브라더스, 토호(도호) 영화사
장르: 모험, 액션, SF
출연진: 밀리 바비 브라운, 카일 챈들러 외
촬영 기간: 2017년 6월 19일 ~2017년 9월 27일
개봉일자: 미국 2019년 5월 31일. 대한민국 2019년 5월 29일
음악: 베어 맥크레리
주제곡: 일본 [ALEXANDROS] - Pray
러닝 타임: 132분
제작비: 1억 7,000만 달러
북미 박스오피스: $109,432,609
월드 박스오피스: $384,232,609
한국 총 관객수: 359,041명 (2019년 7월 4일 기준)
#고질라vs콩 #고질라_대_킹콩 #고질라vs킹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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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디즈니+ <나는 그루트다 시즌 2> 공식 예고편
나무나무 작고 소중한 초특급 귀요미 히어로 그루트가 왔다? 디즈니+ 오리지널 단편 [나는 그루트다] 새로운 5개의 단편, 9월 6일 단독 공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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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디즈니+ <에코> 티저 예고편
2024년의 시작, 마블이 선사하는 강렬한 액션 스타일? 고통과 분노에서 시작된 가장 잔혹한 대결의 서막 디즈니+ 마블 오리지널 시리즈 [에코] 1월 10일 디즈니+ 모든 에피소드 단독공개 확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