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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또비됴2025-05-21 22:47:42

타이틀 곡 없는 네 번째 디스토피아 앨범처럼

<러브, 데스+로봇> 시즌 4 리뷰

<러브, 데스 + 로봇> 시리즈는 넷플릭스에 간헐적으로 발매하는 컴필레이션 앨범과도 같다. 사랑, 죽음 그리고 로봇(테크놀로지)이란 세 가지 주제를 갖고 다양한 감독이 만들어낸 이 작품들을 보고 듣는 재미는 그 자체로 쏠쏠하다. 이런 의미에서 <블랙 미러> 시리즈와 함께 매력적인 디스토피아 세계를 선사하는 <러브, 데스 + 로봇> 시즌4를 향한 기대감은 컸다. 하지만 기대가 크면 아쉬움도 큰 법이라는 걸 새삼 깨달았다. 

 

 

 

 

 

 

전반적으로 긍정적인 결과물이라고 생각한다. 레드 핫 칠리 페퍼스의 공연 실황을 애니메이션으로 구현한 <CAN'T STOP>이나 <미지와의 조우>의 매운맛 버전처럼 느껴진 <미니와의 조우>, 독특한 색채와 화풍을 선보인 <400 보이즈> <지크는 어떻게 종교를 갖게 되었나> <기어갈 수 있으니>, 고퀄리티의 수려한 그래픽으로 구현한 <스파이더 로즈> <티라노사우르스의 비명>, 그리고 블랙코미디 스타일 짙었던 <또 다른 커다란 것> <골고다> <똑똑한 가전제품 멍청한 주인> 등 제목에 기인한 주제로 탄생한 10편의 이야기들은 완성도를 떠나 각기 다른 개성이 넘쳤기 때문이다.  

 

 

 

 

 

 

하지만 시리즈가 거듭될수록 이전 작품들에서 봤던 기시감은 벗어나지 못했다. 다수의 작품은 이전 시리즈에서 본 스타일과 세계관, 또는 콘셉트와 겹치면서 신선함은 떨어졌고, 일보 후퇴한 측면도 있다. 시리즈를 거듭할수록 생길 수밖에 없는 거라고 치부할 수 있지만, 팬들에게는 아쉬운 부분이다. 

 

 

개인적으로 가장 아쉬운 건 시즌을 대표할 만한 작품이 부재하다는 것. 시즌1에서는 <굿 헌팅> 시즌3에서는 <히바로>를 꼽을 수 있는데, 이번 시즌에는 딱히 떠오르는 작품이 없다. 폭망했던 시즌2가 생각날 정도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시즌 4를 계속 볼 수 있었던 건 실존적 디스토피아를 그리는 시리즈의 중점을 어떻게든 이어 나갔기 때문이다. 개성은 다르지만, 다른 존재(로봇, 동물, 로봇, 외계인, 악마 등)를 통해 인간이 가진 나약함과 이기심, 배타성 등을 들춰내고, 반성하게 만드는 부분은 그 자체로 매력적이다. 로봇은 물론, 고양이, 돌고래, 문어처럼 생긴 외계인, 타락한 천사 등이 인간을 대하는 태도를 보면 곧바로 객관화된다. 우리도 지구 안에서는 작은 개체일 뿐이라고 말이다. 

 

 

여기에 현 인류의 혼란과 불안을 각 작품에 녹여냈다는 점이다. 로봇에게 의존하면서 점점 멍청해지는 인간, 인간성 말살 상황에서 실존에 대한 고민, 전쟁, 종말 등의 소재는 이를 잘 보여준다. 이 중심마저 흔들렸다면 제작을 맡은 팀 밀러와 총괄 프로듀서를 맡은 데이빗 핀처 감독이 미웠을 것 같다. 

 

 

 

 

 

 

결과적으로 시즌4를 보면 이전 시즌에서 봤던 좋은 작품을 찾아볼 것 같다. 처음 이 시리즈를 접한 이들이라면 시즌 1부터 정주행할 수도 있다. 왜 넷플릭스 구독자들이 이 시리즈를 기다렸는지에 대한 호기심이 생기기 때문. 아쉽기는 하지만 그럼에도 시즌 5를 기다린다. 왠지 짝수 시즌보다 홀수 시즌의 완성도가 좋다는 가설이 세워졌다고나 할까. 아쉬움을 뒤로하고 레드 핫 칠리 페퍼스 CAN'T STOP이나 들어야겠다. 

 

 


개인 추천 에피소드 3

 

 

 

| <지크는 어떻게 종교를 갖게 되었나>


 

 

 

 

제2차 세계대전을 배경으로 독일군이 깨운 타락천사와 사투를 벌이는 미 공군들의 이야기. 비행기 안에서 벌어지는 피칠갑 고어 액션과 살아남기 위해 벌이는 모습은 박진감 넘치게 연출된다. 특히 좁은 공간을 최대한 활용한 액션 시퀀스와 이를 구현하는 작화 보는 재미가 쏠쏠하다. 여기에 전쟁과 죽음의 공포 속에서 신과 종교, 믿음은 인간에게 어떤 의미를 갖는지에 대한 묵직한 물음은 힘든 상황 속에 놓인 우리들의 삶을 돌이켜보게 한다. 참고로 해외에서 가장 인기 있는 작품이다. 연출은 시즌 3 <킬 팀 킬>의 디에고 포랄이 맡았다. 

 



| <티라노사우루스의 비명>


 

 

 

 

시각적으로 가장 높은 완성도를 자랑하는 작품. 경기장, 검투사, 공룡 등이 등장하는 작품인 만큼 호쾌하고도 잔인한 액션이 볼거리. 액션보다 잔인한 건 검투사들과 공룡의 죽음을 유희로 즐기는 군주와 상류 지배층들의 모습이다. 결국 폭군을 향한 피지배층과 동물(또는 자연)의 복수가 벌어진다. 극 중 자연을 무참히 짓밟은 인간, 유색인종을 노예로 부려 먹은 백인들의 추악한 과거 등을 잘 녹인 이야기. 다만 세계관의 설명이 조금이라도 나왔다면 좋았을 걸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연출은 팀 밀러가 맡았다. 

 

 

 

 

| <스파이더 로즈>


 

 

 

브루스 스털링의 동명 단편을 영상화한 단편. <쿵푸팬더> 시리즈로 잘 알려진 제니퍼 여 넬슨 감독이 메가폰을 잡은 이 작품은 남편을 떠나보낸 후 외로움에 힘겨워하는 여성, 외계 애완동물, 그리고 복수라는 주제를 잘 융합하며 긴 여운을 남긴다. 신체를 기계로 대체하면서 감정이 메말라갔던 스파이더 로즈와 귀여운 애완동물로 그 공허를 채우는 이야기는 그 자체로 아름답다. 여기에 SF 장르에 걸맞은 우주 전쟁과 액션 장면은 볼거리를 제공한다. 그리고 마지막 반전도 있다. 반전의 힌트는 초반에 나오니 주의 깊게 보기 바란다.  

 


사진출처: 넷플릭스

 


평점: 3.0 / 5.0
한줄평: 타이틀 곡 없는 네 번째 디스토피아 앨범

작성자 . 또또비됴

출처 . https://blog.naver.com/anqlepdl/22387345409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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