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INELAB2025-01-31 14:30: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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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ive conten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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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에게 찾아온 어린 의뢰인은 없었을까?
개봉 당시 런닝맨에 나와 어리버리한 매력을 뽐냈던 이동휘. 그 기억에 가벼운 마음으로 보기 시작한 영화 <어린 의뢰인>은 무거운 마음으로 마무리를 할 수밖에 없었던 작품이었다. 영화 제목이 '어린 의뢰인'이어서 이동휘가 변호사고 의뢰인이 어린이라는 점은 알고 있었지만 그 의뢰가 아동학대일 것이라고 생각조차 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영화 <어린 의뢰인> 시놉시스
“제가 동생을 죽였어요”
당신에게 찾아온 뜨거운 질문! “당신은 이 아이를 외면하시겠습니까?”
인생 최대 목표는 오직 성공뿐인 변호사 정엽. 주변에 무관심한 그에게 다빈과 민준 남매가 자꾸 귀찮게 얽힌다. 오랫동안 기다렸던 대형 로펌 합격 소식을 듣게 된 ‘정엽’은 믿을 수 없는 사실을 알게 된다. 10살 소녀 다빈이 7살 남동생을 죽였다는 충격적인 자백 뒤늦게 미안함을 느낀 정엽은 자신의 모든 것을 걸고 다빈의 엄마 지숙에게 숨겨진 진실을 밝히려고 한다.
* 해당 내용은 네이버영화를 참고했습니다.
이 이후로는 영화 <어린 의뢰인>에 대한 스포일러가 존재합니다.
무서웠던 어른들
영화 <어린 의뢰인>을 보면서 가히 충격적이었던 것은 다빈과 민준이의 주변에 있었던 어른들이었다. 남매가 부모로부터 폭력을 당하고 있다는 것을 모두가 알고 있었지만 어느 누구도 그 집 문을 열고 들어가 말리는 이가 한 명도 없었기 때문이다.
"오늘따라 애를 심하게 잡네. 또 시작이네. 남의 집일에 신경쓰는 거 아니야." 이렇게 말하며 그저 외면을 하고, 다빈이 동생을 죽였다 하여 경찰에 잡혀 갈 때도 어느 누구도 다빈이의 편에서 걱정해주는 이가 없었다. 다빈이는 이에 "어른들은 믿는거 아니야."라고 킹콩 인형에게 말을 하고, 재판에 가서도 어른들을 믿지 못해 입을 닫는 상황이 펼쳐지고 만다. 그저 나의 일이 아니라고 해서 참혹한 광경을 방관만 하고 있다는 점에서 내가 그 주변 사람이었던 선뜻 나설 수 있을까 반성을 하게 되는 순간이었다. 방관자의 얼굴과 내 얼굴이 겹쳐지면서 남매에게 굉장히 미안한 감정이 들었다.
아이들의 시각을 엿보다
아동학대에 관련된 영화를 많이 본 것은 아니지만 대부분의 영화에서는 관객을 방관자적 시각으로 거나 가해자의 시각으로 두게된다. 관객은 카메라의 시선을 따라갈 수밖에 없기 때문에 욕설이나 폭력적인 장면은 피해자와 가해자가 동시에 등장하기에 그 상황을 전체적으로 바라보게끔 연출이 대부분 이뤄진다.
하지만 영화 <어린 의뢰인>에서는 계모의 결정적인 증거로 인형 속의 카메라를 제시하면서 피해 동의 입장에서 폭력을 행사하는 계모의 얼굴을 너무나도 사실적으로 단시간 내에 보여준다. 정말 충격적이었다. 이러한 직접적인 연출 뿐 아니라 정엽과 함께 햄버거를 난생 처음먹는 남매의 모습을 통해서도 학대아동의 슬픈 단면을 느낄 수 있었다. “아저씨, 엄마는 어떤 느낌이에요?” 그저 순수하게 묻는 것 같지만 결국 계모로부터 엄마의 느낌을 받지 못한다는 것을 보여주는 대사였다. 하지만 너무나도 호기심이 넘치는 말투로 물어봐서 더욱 가슴이 저렸던 부분이었다.
내게 찾아온 어린 의뢰인은 없었을까?
영화를 보면서 펑펑 울고 계모의 행동에 화가 나고 무관심한 주변 어른들에 분노하다가 이른 결론은 혹시 나에게 찾아온 어린 의뢰인은 없었을까?였다. 내 주변에서도 이런 일이 발생하고 있는데 바쁘다는 이유로 모르는 척 넘어간 일이 없었을까? 생각해보게 되는 작품이었다.
특히 마지막 크래딧이 올라갈 때 한 해 아동학대 피해 신고가 나날이 증가하고 있고, 영화를 보고 있는 지금도 학대받는 아동이 있다는 문구를 읽으면서 마음이 굉장히 무거워졌다. 더는 방간하지 말고 주위를 둘러보며 살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었고, 신호를 보내고 있지만 내 일이 아니라는 핑계로 무시하진 않았는지 살펴보게 되는 영화였다.
영화 <어린 의뢰인>은 학대 아동의 초점에서 영화를 풀어내 어른들의 반성을 이끌어낸 작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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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꾹꾹 삼키는 것이 아닌
'스왈로우'는 이식증을 다루는 영화이다. 주인공 헌터는 결혼을 하고 집에서 홀로 지내는 평범한 사람이다. 하지만 임신했다는 사실을 알게 된 이후 압정, 구슬, 배터리 등을 삼키는 이식증 현상이 나타난다. 남편과 시부모님은 헌터가 걱정되어 돕고자 상담도 권유해보지만 헌터는 오히려 더 크고 뾰족한 물건들을 삼킨다. 헌터는 상담사와 얘기하면서 자신이 여태 아무한테도 말하지 않은 비밀을 하나씩 얘기하며, 후반에는 영화의 터닝포인트, 강간범인 자신의 아버지를 찾아가 대화한다. 마지막에는 임신 중절 약을 먹으면서 화장실에서 나오는 연출로 마무리된다.
사실 영화를 처음에 봤을 때는 헌터가 물건 하나하나 삼킬 때 마다 마음도 몸도 너무나 아팠다. 내가 직접 그 물건들을 먹는 마냥 영화 보면서 얼굴을 찌푸리기도 하고 헌터가 괴로워하는 장면들이 나올 때마다 이어폰을 빼면서 조금씩 넘기기도 했다. 사실 영화에서는 헌터가 왜 이렇게 물건들을 삼키고 이런 행동들을 하는지 자세히 이유를 보여주지는 않는다. 그렇기 때문에 영화 마지막까지 봐도 이해가 안 되는 부분들도 있었고 과연 내가 생각한 게 맞는 걸까 싶은 의문도 들어 블로그 이것저것 찾아보면서 이해하고 `스왈로우`란 퍼즐을 하나씩 맞춰 나간 것 같다.
개인적으로 영화에서 시어머니가 헌터에게 건네준 책에, "Everyday, try to do something unexpected. Push yourself to try new things."가 헌터에게 많은 영향을 끼친 게 아닐까 싶기도 하다. 사실 처음에 봤을 때도 `설마 이 구절 하나 때문에 이런 행동을 한도고?`란 궁금증이 들기도 했다.
이식증이란 질환을 이 영화를 통해 처음 알게 되기도 해서 소재가 흥미롭기도 하고 제목처럼 `스왈로우`, 삼키다란 행위를 통해 사람의 심리를 표현한 점이 신선했다. 여기에 영화에서 나오는 장소별 색채 대비와 더불어 영화 포스터만 봐도 느낄 수 있는 몽환적인 분위기를 통해 영화가 한층 더 다채로워진 것 같아 인상 깊게 느껴졌다.
누구에게나 감추고 싶은 아픔이나 비밀이 있을 것이다. 누구한테는 에겡? 저게? 싶은 점 마저 타인에게는 큰 상처일 수도 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러한 감정들을 잘 추스르고 극복하고, 힘듦을 딛고 다시 일어서는 과정이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언제까지나 그 굴레에 빠질 수는 없을 테니까. 꼭 혼자 씨름하면서 그 상황을 직접 대면하여 해결하지 않아도 된다. 옆 사람에게 도움을 요청할 수도 있고 솔직하게 자기 생각과 감정을 보여주면서 꼬인 실을 하나씩 풀어가도 된다.
누구도 아프지 않기를 바라며 삼키기보다는 뱉는, 꾹꾹 쌓기만 하는 것이 아닌 소신 있게 용기 있게 외치고 지적하는 행동을 통해자신을 위한 삶을 살아가면 어떨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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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너무 늦게 켜진 강하늘의 원맨쇼!
너무 늦게 왔다. SNS와 스트리밍 채널의 폐해를 소재로 한 <스트리밍>은 사이버렉카 등 이제는 만연되어 흘러넘치는 현실에서 크게 부각되지 않는다. 영화가 가진 사회적 문제 고찰이나 날선 시선은 그 자체로 중요성을 갖지만, 그 칼날이 무딘 느낌이랄까. 영화보다 현실이 더 심각한 상황이 된 세상에서 <스트리밍>은 본의 아니게 특색을 잃는다.
사회이든 스트리밍 세상이든 1등이 최고다. 승자독식 플랫폼 ‘왜그’에서 범죄 채널 1위 자리를 고수하는 우상(강하늘)은 살인을 저지르고 피해자 옷의 일부분을 잘라가는 ‘옷자락 살인마’의 연쇄살인사건을 쫓는다. 자신만의 추리력을 토대로 같은 스트리머 마틸다(하서윤)와 함께 사건을 추적하는 라이브 방송을 하지만, 본인보다 더 전문가다운 마틸다에게 한 방 먹는다. 이후 우상의 채널 순위는 떨어진다. 구독자들의 성화에 전화를 받지 않는 마틸다의 집으로 간 우상. 근데, 그녀는 사라지고, 누군가에게 납치된 영상을 보게 된다.
<스트리밍>은 한 미스터리 사건을 파헤치려는 한 유튜버를 통해 스트리밍 플랫폼이 우리 삶에 어떤 영향을 미치고 있는가에 대한 문제제기를 하는 작품이다. 우상이 이 사건에 집착하고 마틸다의 행방을 찾는 건 정의를 위해서라기 보다는 왜그라는 플랫폼에서 1위를 고수하기 위한 목적이 크다. 다시 말해 후원금. 돈을 벌기 위한 수단이 더 크다. 구독자들의 클릭을 유발하고, 후원금을 보낼 정도의 어그로는 기본, 무논리를 논리적으로 설명하는 말발도 갖춰야 한다. 타고난 것인지 아니면 우연으로 그렇게 된 것인지 몰라도 우상은 자신의 이름처럼 이 플랫폼에서 ‘우상’이 된다.
자신도 그것을 알고 있기에 이 스트리밍 판을 자신의 무대로 여기며, 이 추적극을 자신의 것으로 만든다. 자신이 프로파일러가 된 것 같은 느낌적인 느낌으로 추리하고, 관련된 이들을 심문하고, 장소를 알아내는 등 누군가에게는 추리 영화처럼, 누군가에게는 주작처럼, 누군가에게는 장난처럼 자신만의 콘텐츠를 만든다. 왜? 그눔의 1위 때문이다.
영화는 이런 그의 욕망을 꺼내듯 마틸다와의 합방 이후 떨어진 순위를 보여주고, 실종사건 라이브 방송으로 다시 1위 탈환을 하려는 그의 고군분투를 보여준다. 목적이야 어떻든 관객은 또 한 명의 구독자가 된 것 같은 느낌으로 우상의 방송을 지켜보는데, 이는 <서치> 이후 유사 소재 영화의 기본값이 되어버린 스크린 라이브 기법의 힘이 크다. 너무 많이 활용되어 특이점은 사라졌지만 극 중에서는 지속적으로 몰입도를 유지시킨다. 한 번 접속하면 나가기 버튼을 누를 생각조차 하지 못하도록 영화는 92분이라는 러닝타임을 꽉꽉 채운 빠른 전개를 밀고 나간다.
물론, 중반 이후부터 극 중 댓글 창에 계속 언급되는 ‘주작’이라는 단어처럼, 마틸다 사건 자체가 우상의 주작이 아니냐는 의문을 들게 한다. 속도감 있는 사건 해결을 위한 몇몇 설정들의 개연성 상실로 인해 집중력도 떨어지는 게 사실. 모든 스트리머의 본색이 광기로 가득 차있 다는 설정과 이를 표현하는 방식 또한 상투적이라 보는 재미는 떨어진다. 더욱이 영화에서 다루고 있는 문제가 우상과 그 주변 인물들의 문제를 넘어 승자독식 플랫폼의 문제와 이를 조장하는 사회적 분위기로 그 영역을 확장하지 못하는 건 아쉬운 부분이다.
하지만 영화의 또 다른 관점 포인트이자 기대 포인트인 강하늘의 연기는 관객을 사로잡기에 충분하다. 꽤 단정해 보이는 옷차림과 헤어 스타일, 그리고 살짝 보이는 문신 등으로 비주얼을 잡고 방송 9단과도 같은 멘트를 작렬시키는 그의 스트리밍 화면 속 모습은 그 자체로 스트리머로 보인다. 극 중 라이브로 비치는 그의 민낯이 벗겨지는 순간이나 과열하는 양상을 보이는 부분에서 느껴지는 강렬한 에너지는 그만의 원맨쇼의 중요 동력. 강하늘에게 한 영화를 끌고 가기에 충분한 능력이 있다는 걸 다시금 깨닫게 한다. 트렌드가 살짝 지난 이야기에 실망해도 강하늘의 연기는 만족할만 하다. 물론 그의 원맨쇼 만으로 영화의 단점을 상쇄하는 건 아니지만 말이다.
“관심이 많아지면 집착이 된다”라는 극 중 대사처럼, 지나친 관심은 곧 사회적 문제를 일으키는 요소로 발현될 수 있다. 이런 점을 알고 있음에도 더 많은 관심을 끌고 촉구하는 이들의 무분별한 어그로는 그들이 의도와 상관없이 집착으로 점철된 악마를 잉태시킨다. 화면을 사이에 두고 일방적인 관심을 요구하는 스트리머, 일방적인 관심을 보내는 구독자 모두 이 아사리판을 만든 주동자인 셈. 늦게 도착했고, 만듦새가 성기기는 했지만, 그럼에도 이 영화를 다시 보게 되는 건 마지막 우상의 방송 때문이다. 만약 영화를 본다면 그의 마지막 얼굴과 궤변을 잊지 말기 바란다.
사진 제공: 롯데엔터테인먼트
평점: 2.5 / 5.0
관람평: 너무 늦게 켜진 강하늘의 원맨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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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젊은이는 더 이상 희생하지 않는다
캐빈 인 더 우즈
줄거리
다 함께 깊은 숲 속 별장에 놀러가기 위해 모인 다섯 친구들.
별장의 지하실에는 이상한 물건으로 가득 찼고, 숲의 분위기는 심상찮다.
그 사이, 그들을 지켜보고 있는 수상한 사람들까지.
그들은 무사히 이 숲을 빠져나갈 수 있을까?
*아래 내용은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젊은이는 더 이상 희생하지 않는다
숨은 의미 찾기
"사회는 무너져야 해. 우리가 너무 나약해서 그걸 허용하지 못할 뿐이지."
친구들은 마약쟁이 마티의 투덜거림을 대수롭지 않게 여긴다. 하지만 이 말은 영화를 통틀어 가장 중요한 대사다.
기관의 존재를 모르고 이 영화를 중반부까지 본다면 아마 누구나 한 번쯤은 봤을 법한 뻔한 공포영화라고 생각했을 것이다. 왜인지는 모르겠지만 정말 안 어울리는 여러 명의 친구들이 갑자기 뭉쳐서 여행을 간다. 그들은 20대의 청춘인데, 그 중 한 명은 늘 무언가 고민을 가진 상태지만, 발랄한 친구들에 의해 마지못해 여행에 동참한다.
사진 참조 : 네이버 영화
엄청 큰 차를 타고 고속도로를 달리다가 꼭 길을 잃어버리고, 어쩐지 음산한 분위기의 가게를 찾아가서 꼭 길을 묻는다. 그럼 가게 주인은 거의 90%의 확률로 친구들이 가는 곳에 대해 부정적인 발언을 한다. 혹은 '돌아가라' 같은 표지판 같은 게 있지만 그런 것 쯤은 싸그리 무시해버린다. 그리고 도착한 곳은 딱 봐도 허름하고 으스스한데 주인공들은 거부감도 없는지 멀쩡히 그곳에 들어간다. 심각한 고민이 있던 주인공은 갑자기 새로운 사랑에 빠지고, 서브 커플은 자기들끼리 물고 빨면서 급 19금 영화를 상영하고, 외로운 분위기 메이커는 중간중간 산통을 깨는 방식으로 환기를 시켜준다. 그러고 있다 보면 주인공들은 스스럼없이 어둡고 쾌쾌한 지하실을 들락날락거리며 뻔질나게 하면 안 될 것 같은 짓들만 골라서 한다.
사진 참조 : 네이버 영화
뒷 내용은 안 봐도 알 것 같은, 뻔한 클리셰란 클리셰는 다 때려박은 공포영화 아닌가.
이 상황을 조종하는 건 비밀리에 감춰진 기관이다. 그들은 마치 익숙한 듯이 이런 상황들을 연출한다. 단정하게 차려입은 수많은 사람들을 보고 있으면 생기 없이 타자기를 두들기는 회사원이 떠오른다. 그들은 그저 근무를 하는 중이다. 그러니 이 상황이 다섯 명의 주인공에게는 진행 중인 현실이지만, 기관 사람들에게는 진행 중인 프로젝트에 불과한 것이다.
마티의 말마따나 이 세계는 구속되어 있다. 싸구려 B급 영화를 공장처럼 찍어내는 과정이 바로 그 증거다.
"이런 의식은 문화마다 다르고 세월에 따라 변하기도 했지만, 항상 젊은이들을 제물로 바쳤지."
무엇을 위한 구속이냐? 젊은 세대의 반란을 막기 위함이다.
영화에서 '과거에 지구를 지배했던 고대의 신들'을 실제로 본 사람은 아무도 없다. 그 말은 즉 신이라는 존재들은 명확한 형체가 있는 실제 신이 아니라는 말이다. 그저 지금 이 사회를 통솔하고 권력을 쥐고, 세상을 멋대로 주물럭거리는 기득권자들을 말하는 것 뿐.
사진 참조 : 네이버 영화
그들은 자신을 위한 제물로 젊은이들의 뻔하디 뻔한 B급 영화를 원한다. 그 안에서 그들이 감정을 소모하고, 성적 대리만족을 주고, 고통스럽게 죽길 바란다. 그래서 젊은이들이 헛짓거리를 하게끔 그들을 조종한다. 기관은 금발염색 혹은 가스 살포 등등의 다양한 방법으로 주인공들에게 약물을 주입한다. 인지능력을 떨어트리는 방법이라면서. 아무리 똑똑한 젊은이라도 시야를 가린 채로 절벽에 내놓으면 걸을 수 없다. 그 상황에서 이어폰을 통해 '이렇게 움직여, 저렇게 움직여' 하고 조종하는 건 너무나도 쉬운 일이다.
"네 말이 맞아. 인류는 다른 누군가한테 기회를 줄 때가 됐어."
그러나 그 틀에서 가까스로 벗어난 두 명의 젊은이는 담배를 피우며 말한다. 자신들이 죽으면 지구를 살릴 수 있지만, 그들은 치열하게 살아남고자 몸부림친다. 기꺼이 지구와 타인을 위해 희생하기보단 지구의 종말을 택한다. 그들은 '어른'이나 '기성세대'라는 표현보다는 '인류'라는 포괄적인 단어를 사용한다. 이는 단순 기득권자들을 넘어 인류 전체에 대한 자기반성이나 다름없다.
사진 참조 : 네이버 영화
영화는 인간의 입장에서 치면 전혀 희망적이지 않다.
그저 기본 공포영화의 클리셰를 몽땅 깨버리는 엉망진창 얼렁뚱땅 흘러가는 영화다. 하지만 혼돈 속에서도 돋보이는 이러한 날카로움은 영화를 '짱구'가 아닌 '영화'로 만든다. 단기적으로 보았을 때, 결국 인류가 멸망하는 엔딩이기 때문에 배드엔딩이라고 할 수도 있다.
하지만 굳건한 시스템, 구속된 사회를 모조리 무너뜨린다면 폐허 속에서도 새로운 희망이 싹 틀 가능성은 있지 않을까?
2인분 같은 1인분 영화
감상평
일단 이 영화에서 가장 놀랐던 건 토르님의 강림. 나는 마블 세계관을 전부 들여다볼 엄두도 안 날 뿐더러, 히어로물에 큰 관심이 없다. 옛날에 로다주의 토니 스타크를 보면서 "아이언맨 넘 멋쪙!" 하긴 했지만, 그것도 다 옛날 얘기.
아무튼 그러하니 어벤져스도 그냥 스쳐가듯 연휴에 방영하는 걸로 스토리나 알고 있을 뿐이지만, 어쨌든 토르가 토르인 건 안다. 아니, 망치 들고 세상 천지 다 부수고도 남을 양반이 왜 저기서 저러고 있대.
SCP를 알게 되고 이런 저런 영상을 찾아보다가 이 세계관을 바탕으로 만든 영화도 있다길래 궁금해서 봤다. SCP096도 재밌었지만, 개인적으로는 이 영화가 더 재밌다. 비관적이고 비꼬는 듯한 전개 방식이 신선하고 우스웠다. 그냥 재미있으려고 봤는데 갖가지 메세지까지 던져줘서 혜자스러운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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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닥터스트레인지2> 재밌는데 아쉬워.. 쿠키영상 해석
지난 5월 4일 개봉한 닥터스트레인지2 : 대혼돈의 멀티버스. 모두가 기대하고 기다린 작품인 만큼 굉장히 큰 기대를 하고 개봉 당일 바로 극장으로 향했다. 일때문에 오전에는 볼 수 없었고 심야 영화로 예매를 해둬서 혹시라도 스포라도 당할까 영화 보기 전에 SNS를 아예 들어가지도 않았다..ㅎ
본격적으로 <닥터스트레인지 : 대혼돈의 멀티버스> 관람 후기 및 쿠키 영상의 의미를 다뤄보도록 하겠다. 다만 스포일러가 굉장히 아주 굉장히 많으니 아직 관람하지 않으신 분들이라면 관람하고 다시 방문해 주시길 적극 권장한다. 이전 <어벤져스 : 엔드게임> 이나 <어벤져스 : 인피니티 워> 만큼의 강력한 스포일러는 솔직히 없지만.. 그래도 모르고 봐야 매력적인 장면은 분명히 있다. 하고 싶은 말은 정말 많은 영화인데 간략하게! 깔끔하게! 짧게! 정리해 보았다.
? <닥터 스트레인지 : 대혼돈의 멀티버스>
1. 최고인 부분
▶ 연출적인 면에서 공포, 호러물에 초점을 둔 최초의 마블 시네마틱 영화다웠다. 개인적으로 아찔하게 연상되는 호러물의 연출 요소들이 굉장히 매력적이라고 느껴졌다. 음악이나 효과음을 사용한 공포감 조성은 역시 샘 레이미 감독 다운 영화라고 생각이 들었다. 완다가 피를 흘리며 수로 터널에서 닥터스트레인지(이하 닥스)와 아메리카 차베즈(이하 차베즈), 크리스틴을 쫓아가는 장면은 마치 <터미네이터>의 후반부 추격씬이 떠오를 정도로(오마쥬한 장면이 맞을 듯 하다) 섬뜻했다. 또 미러디멘션 함정에서 빠져 나오는 완다의 모습은 마치 영화 <주온>의 엄마 귀신이 떠르기도 했다. 이 외에도 지속적으로 호러물 특유의 연출 장치가 지속적으로 나오는데 취향 차이일 수 있지만 '히어로 물'이라는 배경 안에서 '호러' 장르의 요소를 맛 보니 그 느낌이 굉장히 색달랐다. 개인적으로 연출은 정말 극찬하고 싶다.
▶ 배우들의 연기력도 훌륭하다. 정말 다른 차원에 존재하는 듯 서로 다른 연기를 펼치는 베네딕트 컴버비치의 연기는 아주 좋았다. 완다 막시모프를 연기한 엘리자베스 올슨 역시 '모성'이라는 만국 공통 키워드를 아주 잘 완다라는 캐릭터에 맞게 연기했다. 개인적으로 베네딕트 컴버비치는 눈 세개 달린 닥스를 연기할 때 오는 비열함과 공허함이, 완다는 마지막에 다른 차원의 자신에게 '평생을 사랑으로 키울게'라는 말을 할 때의 눈 빛이 정말 대단했다. 역시 캐릭터 서사가 쌓이고 배우의 연기력이 뒷 바침되면 엄청난 시너지가 있다는 점을 다시금 느낄 수 있었다. (차베즈를 연기한 소치틀 고메즈는.. 연기력이 좋다는 생각이 드는 장면은 딱히 없었고 이번 영화에서 애초에 성장 서사를 완다와 닥스의 이야기에서 부과적으로 추가해준 느낌이기 때문에 더 이상 언급 없이 넘어가려 한다. 캐릭터 자체의 매력도 자신감 넘치고 당돌한 원작 코믹스와는 조금 모습이 달라 잘 모르겠다. 나중에 바뀌려나?)
2. 아쉬운 부분
▶ 서사가 살짝 애매하다. 사실 '멀티버스'라는 소재가 나온 만큼 이야기의 개연성은 받아들이는 사람 마음이다. '멀티버스'가 굉장히 좋은 소재인게 서사에서 만큼은 거의 무적의 단어이다. 모든 개연성을 '멀티버스'하나로 설명 가능하다. 이야기가 막히면 "멀티버스 때문이야!", "다른 차원의 존재가..!" 이렇게 넘어가면 되고 "왜 많은 우주 중 이 우주로 넘어온거야?" 라고 '우연성'에 의존한 모습을 비판하면 "멀티버스라는 거대한 차원의 순리 앞에 인간은 할 수 있는 게 없다. 섭리이자 운명이다."라고 말해버리면 그만이라서 그냥 가불기다. 이번 영화 역시 '멀티버스'라는 소재를 믿고 굉장히 우연성에 의존하고 개연성이 떨어지는 부분들이 굉장히 많다. (대표적으로 차베즈가 우리가 원래 알던 닥스를 찾아온 것이 모든 이야기의 시발점인데 이 부분이 우연 그 자체다. 이를 앞서 말한 '멀티버스' 안에서의 운명이라고 생각하면 전혀 문제 없지만, 서사적으로 부자연스럽다고 생각하면 또 그 부분도 할 말이 없다.)
▶ 이런 맥거핀은 오랜만에 본다. '비샨티의 책'이 마치 이 이야기를 끝마칠 수 있을 것 같이 굉장히 비중있게 다루면서 등장한지 10초만에 사라지니 살짝 당황스럽긴하다. 맥거핀 활용을 통해 관객에게 극심한 당황을 선사하는 것이 목적이었다면 적어도 나에게는 대성공이었다. 이 부분도 사실 개인에 따라 '맥거핀' 이구나 하고 넘어갈 수도 있고 진심으로 어이 없다고 느낄 수도 있는 부분이라고 생각한다.
▶ 캐릭터 소모성이 너무 심하게 크다. 838지구의 어벤저스 '일루미나티'의 캐릭터들이 대표적인데.. 오랜만에 보는 블랙볼트(음파를 사용하는 히어로)가 반갑기도 하고 (마블의 대표적인 망작..ㅎ) 다른 모습들의 히어로들도 좋았고, 역시 가장 반가운 것은 프로페서 X 였는데 이 캐릭터들이 정리되는데 한 15분 정도 걸렸나 싶다. 완다라는 캐릭터가 '다크 홀드'를 사용해 얼마나 강해졌는지 보여주는 혹은, '다크 홀드'와 '멀티버스'라는 개념 앞에 인간들(일루미나티 전원이 인간은 아니겠지만 그래도)이 얼마나 허무한 존재인지 보여주는 요소라고 생각할 수는 있다. 다만 그래도 예고편으로 기대하게 하고 멋지게 등장시켰으면서 이렇게 죽이면.. 소모성 캐릭터로만 보인다.
? 마블 영화말고 ○○○○ 영화 보고 가시면 더 재밌어요!
1. 영화의 감정선을 충실히 따라가고 싶으면 <완다비전> 보세요!
▶ 사실 이렇게 말하기도 어려운게 만약 <닥터스트레인지2>로 마블영화에 입문하시는 분이 있다면 이 외에도 볼 영화가 상당히 많다. 가령 <닥터스트레인지 1편>정도는 보고 오셔야 닥스라는 캐릭터를 이해할 수 있고, 드라마 <로키> 정도는 보고 오셔야 '멀티버스'를 이해할 수 있으며, 직전 영화 <스파이더맨 : 노웨이홈>까지도 보고 오셔야 영화의 시간적 흐름을 이해할 수 있다. 그런데 또 <스파이더맨 : 노웨이홈>을 보려면 직전 <어벤져스>시리즈는 봐야하고.. <어번제스>를 보려면 이전 <아이언맨>시리즈를 또 봐야하고.. 복잡해진다. (그만큼 마블이라는 영화의 서사가 정말 많이 쌓였다.) 그러니까 결국 지금 하는 말은 적어도 '마블 시네마틱'이라는 대서사를 어떤 방식으로든(유튜브에 요약본이 워낙 많으니) 알고 있는 사람에게 드리는 말이다.
▶ 디즈니 +의 <완다비전>을 보지 않는 다면 '완다'라는 중심 캐릭터 서사가 부족하고 이는 곧 감정선 공감이 부족할 수 밖에 없다. 가장 베스트는 앞서 말했 듯이 지금까지 나온 모든 마블 시리즈를 다 보는 것이 가장 좋겠지만 마블 자체가 매니아틱한 영화 만드는 것을 극도로 경계하고 있어 이번 영화도 '멀티버스'라는 개념만 알고 가면 보는데 전혀 지장이 없다. 하지만 '완다'라는 인물이 극도로 악녀(마녀)로 묘사되는 부분에 있어, 단순히 '모성애'로만은 설명할 수 없는 그동안의 서사가 있기 때문에, <완다비전>정도는 반드시 챙겨 보고 관람하시는 것이 좋다. 설혹 안보고 영화를 먼저 보셨더라면 지금 다시 드라마를 보고 2회차 관람을 추천드릴만큼 <완다비전>을 보고 안보고의 차이가 영화 감상에 큰 영향을 끼친다고 생각한다. 예컨대 <완다비전>을 아예 모르면 처음 닥스와 완다가 만나서 하는 대화의 '웨스턴 뷰'가 무엇인지 조차 모를테니 당황스러울 수 밖에 없다.
2. 영화적 장치, 영화의 연출을 공감하고 싶으면 <이블 데드> 보세요!
▶ 마블 영화를 보는대 왜 전혀 상관도 없는 이상한 옛날 영화를 보고 가면 좋냐라고 반문할 수 있지만 샘 레이미 감독의
<이블 데드>를 보고 가면 영화를 보는 내내 감독님의 연출 기법이 현재의 CG를 만나 훨씬 높아진 퀄리티를 자랑하는 것을 볼 수 있다. 이 부분이 영화 연출을 좋아하시는 분들에게는 정말 흥미로운 부분일 것이라 확신한다. 특히 영화를 보는 내내 굉장히 B급 스러운 호러 연출이 무언가 어색하다고 느끼셨다면 지금 당장 <이블 데드>를 관람해보시길.
? <영화를 관통하는 '행복(happy)'과 '이성(reasonable)'>
1. "Are you happy?"
▶ 영화 내내 나오는 이 질문은 이 영화의 핵심 메시지를 관통한다. 영화는 마법, 마녀, 악마 등의 서구적인 소재를 잔뜩 사용하지만 굉장히 불교스러운 서사 흐름이다. '멀티버스'라는 것을 악용하면 대혼돈인 '인커전'을 만든 다는 것은 불교의 섭리를 거부하면 재앙이 따르는 것과 비슷하며, 결국에는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고 반성하며 생을 마감하는 것 역시 일정 부분 비슷한 감이 있다. 영화는 '완다'라는 캐릭터의 끔찍함을 여러 연출을 통해 보여주지만 종장에는 결국 그 누구의 도움도 아닌 '완다'라는 캐릭터 자체가 깨달음을 얻는 것으로 '행복'을 얻는다. 영화 내내 계속된 이 질문은 '행복'이라는 요소가 결국 자기 내면에 위치하고 어떻게 받아들이는 것이 중요한 것인지를 설명한 것이 아닐까 싶다.
2. "Reasonable"
▶ 영화는 이성적임을 굉장히 강조한다. 애초에 이 '이성적임'이 완다가 타락하는 이유라고 할 수 있다. <어벤져스>에서 닥스가 타임스톤을 타노스에게 넘기는 것은 결국 인류 절반의 종말을 불러 일으켰다. (물론 다시 구해오기는 하지만) 이 부분이 닥스가 가진 '정의'의 이성적인 행위인데, 어찌보면 대의를 위한 작은 희생이라고 볼 수 있을 것이다. 이 논리가 '완다'에게는 해당이 안된다는 점은 굉장히 '비이성적'이다. 완다가 타노스 마냥 지구를 멸망시키려는 것도 아니고 자신의 '아이'를 보고싶어 지금까지 알지도 못 하던 '아메리카 차베즈'라는 아이 하나를 희생시킨다는데 마치 너무나 끔찍한 마녀, 괴물로 치부되는 것은 그녀의 입장에서는 '비이성' 그 차체이다. '완다'역시 그동안 어벤져스로 활동하며 지구를 지켰고 노력했으며 사실 닥스 보다 더하면 더 열심히 지구를 지켰을 지도 모른다. (퀵실버까지 잃어 가며 열심히 어벤져스로 활동했으니까..) 어찌보면 닥스의 선택이 비전을 죽였고 이는 그녀의 지금까지의 노력을 허투로 만들었기 때문에..'내로남불'의 기분이 들어 화가 잔뜩 난게 아닐까..
? 쿠키 영상의 의미는?
1. 쿠키 영상 (1) _ 클레아의 등장, 도르마무 재등장 떡밥
▶ 첫 번째 쿠키영상에서 평상복 차림으로 거리를 걷던 닥스에게 갑자기 등장해서는 "당신 때문에 인커전이 발생했으니 해결해야 한다"며 한 여성이 자줏빛 검으로 차원을 갈라 다크 디멘션을 연다. 이어서 인커젼이 무섭냐고 도발하자 스트레인지는 "당연히 그래야지"라고 답하곤 다크 디멘션 안으로 함께 들어간다. 여기서 여성은 바로 '클레아'이다!
▶ 클레아는 자줏빛 에너지로 이루어진 검으로 차원을 가를 수 있다.(아메리카 차베즈와 비슷하다고 할 수 있을까?) 원작에서는 '닥스'의 연인으로 나오기도 했으며 <닥터스트레인지 1편>의 '도르마무'의 조카이다. 때문에 닥스의 다음 영화나 다음 등장에 '클레아'를 통해 '도르마무'가 다시 등장할 수도 있을 것이다.
2. 쿠키 영상 (2) _ 제 4의 벽을 허문, 샘레이미 다운 쿠키 영상
출처 : https://youtu.be/hV_dgZ7yD-M
▶ 영화 중간에 닥터 스트레인지의 마법으로 인해 3주간 스스로 얻어맞은 피자볼 노점상인 브루스 켐벨 배우가 등장한다. 드디어 멈춘 주먹을 보고 미친듯이 웃다가 멍든 얼굴로 "다 끝났어!(It's over!)"를 외치며 마무리된다. 이 타이밍에 극장 안 관객들 모두가 제대로 웃었다. 해석하면 말 그대로 닥스의 마법이 다 끝났다는 의미이지만 그가 바라보는 방향이 카메라, 즉 관객들 쪽에 시선을 두고 외치는 거라 말 그대로 영화가 끝났다고 알려주는 제4의 벽을 허물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마치 <데드풀> 처럼 말이다. 참고로 이는 이전 샘 레이미 영화 <이블 데드>를 오마주한 영상이다. 지금 영상에 나온 배우가 이번 <닥터스트레인지 : 대혼돈의 멀티버스>에 나온 배우와 동일인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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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말 뒤편에서 삼켜지는 감정들
말 뒤편에서 삼켜지는 감정들
*이 글은 영화의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자비에 돌란 감독은 쉽게 형언할 수 없는 것들에 대한 영화를 찍어왔다. 그의 영화에서 가장 돋보이는 것은 언제나 인물이며, 그는 이야기보다도 인물에, 그리고 인물들이 느끼는 감정에 주목해왔다. 지금까지의 그가 인물들이 서로에게 내뱉는 말들의 충돌을 통해 그 감정을 두드러지게 나타냈다면, 이번 영화에서 그는 그것의 충돌보다도 인물이 내뱉는 말 뒤편의 감정을 좇는다. 그렇기 때문에 <마티아스와 막심>은 자비에 돌란 감독의 전작들에 비해 부드럽게 느껴지는 면이 있다. 여전히 스타일리시하고 영상미 있지만, 감정을 표현함에 있어 절제하는 것이 분명히 느껴진다. 무엇보다도 연출 기법이 서사에 자연스럽게 녹아들어 간다. 아마도 이런 부분 때문에 혹자에게 이 영화는 그의 전작들에 비해 전형적으로 느껴질 수도 있을 것이다. 감독 본인이 인터뷰에서 밝혔듯 이 영화에서 미학적인 의도로 찍은 장면은 베이 윈도우 뒤에서 마티아스와 막심이 키스를 하는 장면 하나뿐이며, 그는 영화 대부분의 장면을 온전히 인물의 심리에 따르며 찍었다. 핸드헬드 장면이 많은 것은 아마도 이 때문일 것이다. <마티아스와 막심>은 그의 영화 중 가장 자연스럽게 느껴지는 영화다.
자연스럽게 흘러가는 이야기를 담아낸 영화임에도 이 영화에는 한 가지 튀는 부분이 있다. 바로 영화 출연을 부탁하는 친구 동생 에리카와 그의 친구다. 이들은 영화에서 마티아스와 막심 나이대의 다음 세대로 묘사된다. 이들은 프랑스어와 영어를 혼용해 쓰고, 리베트를 비롯한 그의 친구들은 그런 그들의 행동을 비꼬는 뉘앙스를 취한다. 두 세대의 언어 충돌은 퀘벡의 젊은 층에게 나타나는 영어에 대한 선호 변화를 실감하게 만든다. 성에 대한 인식 또한 마찬가지다. 에리카의 친구가 마티아스와 막심에게 "둘이 키스 해봤어요?"라며 아무렇지 않게 물어보고, 에리카가 둘에게 "오빠들은 여자야. 아니 남자일 수도 있지"라며 영화에 대해 설명하는 장면은 이들의 개방된 성, 젠더 인식에 대해 느끼게 한다. 특히나 "양식에 있어 인상주의적이면서도 표현주의적"이라는 말에 대해 질문하는 막심에게 에리카가 "오빠들 세대의 관점으로 보면 그렇지"라고 대답하는 장면은 윗세대의 한계에 대한 아래 세대의 변화 가능한 발전성을 나타내는 것처럼 받아들여진다. 영화의 중심 서사와는 다소 동떨어진다는 인상을 지울 수는 없지만, 퀘벡의 젊은 층에 나타나는 변화 양상을 날카롭게 나타낸 인상적인 부분이다.
" 클로즈업 준비됐어?"
친구 동생의 단편 영화에서 키스 씬을 찍은 뒤, 두 사람에게는 변화가 생긴다. 둘은 알 수 없는 감정에 혼란스러워한다. 이때 두드러지는 건 마티아스의 행동이다. 마티아스는 약혼자에게 자기라고 부르지 말라며 짜증을 내고, 단편 영화를 자신 없이 본 것에 대해 신경 쓰는 등 주변 사람들에게 예민하게 반응한다. 또한 막심의 송별회를 잊었던 척하고, 게임 중 그가 사기를 쳤다고 시비를 거는 등 막심과 거리를 두며 배타적으로 행동한다. 막심은 그런 그의 행동을 신경 쓰고, 자신을 쳐다보는 사람들의 시선을 자꾸 의식하게 된다. 두 사람의 다른 행동은 성격 탓도 있겠으나, 애초에 두 사람의 처지가 다른 데서 기인한다고 볼 수 있다. 부유한 가정에서 자란 마티아스는 로펌에 안정적인 직장을 가지고 있고, 승진과 약혼자와의 미래를 앞둔, 가진 것이 많은 사람이다. 그에 반해 막심은 불안정하고 막막한 삶을 살고 있다. 2주 뒤 오스트레일리아로 돈을 벌러 떠날 예정이고, 히스테리를 부리는 엄마와 연락 두절인 형은 그에게 의지가 되지 않는다. 친구들과 마티아스의 엄마가 오히려 그의 안식처다.
이렇게 다른 두 사람이지만, 결국 두 사람 모두 혼란스러운 상황에 길을 잃는 것은 같다. 이른 아침 수영 중에 방향을 잃고 헤매던 마티아스가 숙소에 도착해 "길을 잃었어"라고 말하는 장면은 그런 두 사람의 감정을 상징적으로 나타내는 장면이라 할 수 있다. 자신의 감정과 마주하길 두려워하며 계속해서 막심을 밀어내던 마티아스는 결국 파티 도중에 막심에게 상처를 줄 말을 내뱉는다. 여기서 그는 막심을 점박이라고 부르는데, 내내 언급되지 않던 막심의 흉터가 유일하게 언급되는 장면이다. 자리를 박차고 나갔던 마티아스는 이내 다시 돌아온다. 그러고는 카드 게임을 하고 있는 다른 친구에게 괜히 훈수를 두며 어색하게 막심 곁으로 갈 기회를 만든다. TV를 보고 있던 막심의 곁에 마티아스가 앉는 장면에서 Phosphores cent의 <Song For Zula>가 흘러나온다. 크레딧이 올라갈 때 들리기도 하는, 영화 전체를 요약한다고 할 만한 곡이다. 이날 두 사람은 서로의 마음을 확인한다.
하지만 이때도 마티아스는 자신의 감정을 제대로 마주하길 겁낸다. 막심은 주말을 같이 보내자며 지금의 감정을 이해하고 싶다고 하지만, 마티아스는 이건 우리가 아니라며 모르겠다고 말한다. 다음 장면에서 마티아스는 점멸하는 전구 밑에 서있다. 불이 들어왔다 안 들어오기를 반복하는 전구는 친구 사이이면서 사랑 사이에도 놓인 두 사람의 상태를 나타내는 것처럼 느껴진다. 마티아스가 스위치를 건드리며 인트로에서도 들리던 전구를 켰다 끄는 소리가 다시 들린다. 마티아스는 결국 전구를 끄고 장면은 암전 된다. 거래처 변호사 케빈과 바에 있던 마티아스는 그곳을 나와 어딘가로 뛰어간다. 하지만 목적지를 찾지 못하고 그 자리에 서서 괴로워한다. 막심은 다른 바에 있다. 그는 화장실 거울을 보며 자신의 반점을 가려본다. 거울에서는 상처가 보이지 않지만 그의 얼굴에는 여전히 상처가 있다. 막심은 엄마의 집 앞에서 돌아온 형과 함께 즐거워하는 엄마의 모습을 보고 복잡한 표정을 짓는다. 여전히 두 사람은 길을 잃었으며, 목적지를 찾지 못한다.
출국 전날 막심은 마티아스의 엄마 프랑신에게 전남편 전화번호를 부탁해 연락을 취하고, 3주 전 마티아스의 메일로 보낸 상황이라는 답을 받는다. 마티아스의 진심을 다시 확인한 그는 울음을 터뜨린다. 그에게 서운했던 감정이 녹아내린 것일 수도, 이제 호주로 떠나기 때문일 수도, M과 M의 농장을 만들기엔 이미 완전히 늦어버렸기 때문일 수도 있다. 어쨌든 막심은 마티아스의 진심을 다시 확인했다. 짐을 다 챙기고 집 문을 연 그의 앞에 친구들이 보인다. 그중에는 마티아스도 있다. 이후 두 사람의 관계가 어떻게 되든 간에 당장 두 사람의 목적지는 사랑보다 우정에 가깝다. 길을 잃었던 두 사람은 자신들을 붙잡아주는 친구들이 있기 때문에 다시 길을 찾는다. 마티아스는 막심의 곁에, 막심은 마티아스의 곁에 여전히 남는다.
<마티아스와 막심>은 사랑에 대한 영화이며, 또한 우정에 대한 영화다. 실제로 자비에 돌란 감독은 20대 중후반에 만난 친구들을 캐스팅했다는 사실을 드러내며 자신을 이해하고 받아준 친구들과 우정에 대한 영화를 만들고 싶어 <마티아스와 막심>을 만들게 됐다고 밝힌 적이 있다. 마티아스와 막심을 비롯한 영화의 친구 무리는 때때로 서로를 공격하기를 서슴지 않지만, 동시에 언제 그랬냐는 듯 서로를 챙기며 사랑을 베푼다. 그러면서 서로가 서로의 든든한 기둥이 되어준다. 어쨌든 영화는 우정에 가깝게 끝나지만, 만약 둘의 관계가 사랑으로 진전되다 해도 이들의 우정에는 별 영향이 없을 거라는 생각이 든다. 막심의 얼굴 흉터가 그들에게 아무것도 아니게 받아들여진 것처럼.
* 본 콘텐츠는 브런치 영시코기 님의 자료를 받아 씨네랩 팀이 업로드 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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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쥬라기 월드 : 도미니언 감상평 - 쥬라기 월드 시리즈의 허무한 퇴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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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리즈의 정신을 계승한다는 작품의 최종장이라는 거창한 홍보문구에 비해 그 임팩트는 꽤나 부족했다고 저는 생각합니다. 쥬라기 월드 3에서 이런 아쉬움이 느껴진 이유에는 몇가지 작품의 판단미스들이 있는데요. 첫 번째는 오웬과 블루의 연대와 케미스트리가 거의 전무하다는 부분입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쥬라기월드 트릴로지의 키 메시지는 모든 생명에 대한 존중과 공생이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이 영화... 기대에 못 미치는걸 떠나서, 이 정도로 무난해도 되는건가 싶더라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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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앰뷸런스, 정신차린 마이클 베이 감독의 긴장감 넘치는 액션 영화
?Rabbitgumi입니다!!
파괴지왕 마이클 베이 감독의 영화 앰뷸런스가 개봉했습니다.
사실 아주 크게 기대받던 영화는 아니었죠.
예고편을 봤을 때, 은행을 털고 추격전을 벌이는 이야기여서 뻔하게 느껴지기도 했구요.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꽤 재미있는 액션 영화였습니다.
마이클 베이 감독 특유의 액션 연출 스타일이 그대로 들어가있는데 조금은 질질 끈다거나 오버하는 장면이 줄었어요.
이야기 구성에는 여전히 만족스럽지 못하지만,
액션과 상황이 이어지는 가운데 긴장감 만은 확실히 잡습니다.
영상과 음향이 멋집니다.
자세한 리뷰는 영상을 참고해주세요!
그리고 제가 매주 일요일마다 영화에세이를 전달 드리는 Rabbitgumi 영화 이야기 뉴스레터에도 관심을 가져주시고 많은 구독 부탁드립니다!
뉴스레터 구독하기는 아래 링크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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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넷플릭스 <예스 데이!>
지금부터 24시간, 아이들 마음대로!
언제나 안 된다고만 말해야 할 것 같았다. 아이들에게도, 직장 동료들에게도. 하지만 하루쯤 다르게 살아보기로 결심한 앨리슨과 카를로스. 24시간 동안 세 아이 마음대로 하는 ‘예스 데이’를 선물하기로 한다. 그때까진 짐작도 하지 못했다. 온 가족이 로스앤젤레스를 휩쓸며 정신없는 모험을 하게 되리라는 사실을. 그리고 다섯 식구가 그 어느 때보다 가까워지리라는 사실을.
엄마와 아빠는 안 된다고만 하는 사람. 그래도 오늘만은 달라지겠어. 24시간 동안 아이들 마음대로. 부모는 무조건 예스. 짜릿한 모험을 하며 즐거운 하루를 보내는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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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귀신> 티저 예고편
귀신이 출몰하기로 유명한 강원도 폐교회!
초자연 미스터리 현상을 취재하는 방송국 제작진과 귀신을 쫓는 무당, 그리고 미스터리 체험단이 귀신의 실체를 밝히기 위해 찾는다. 그날 밤, 역시나 범상치 않은 기운에 기이한 경험을 하게 된다. 다음날 낮, 기겁한 이들 앞에 정체불명의 사람들이 하나 둘 나타나면서 밤보다 더 기이한 경험을 하게 되는데...
나오라는 귀신은 안 나와도, 귀신보다 더 무서운 사건들이 득실대는 현실 공포를 경험하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