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nonymoushilarious2025-01-31 23:54:14
재능의 우월함은 사회 속 열등함 속에서도 빛난다
히든 피겨스
이 영화, 볼 때마다 감탄하게 된다. 황인종도 나름 인종차별을 당해서 억울하다고들 하지만 흑인종만큼 억울한 인종을 없을 거라고 생각한다. 아주 많은 사람들이 노예로 팔려가고, 하대받던 것이 당연하던 시기가 있었기 때문이다. 흑인들에 대한 노골적인 차별은 그렇게 오래전에 있었던 일들도 아니다. 왜냐하면 이 영화의 배경이 1960년대이기 때문이다. 한창 우주 산업에 박차를 가하던 그 때, 우리는 그 시절을 고대도 아니고, 중세도 아니고, 현대에 가까운 과거로 보고 있지 않나. 흑인들을 향한 차별은 아직도 완벽히 근절되지 않았지만 비교적 멀지 않은 과거에는 그 차별이 당연한 것이었다. 그 와중에서 엘리트 집단은 또 얼마나 폐쇄적인 집단인가. 태생적으로 흑인들에게 부여된 폐쇄성을 딛고, 사회적으로 폐쇄적일 수 밖에 없는 집단에 들어가 살아남으려는 세 여자, 이들의 이야기가 궁금하다.
1. 흑인은 백인보다 모든 면에서 열등할 것이라는 오만
능력을 인종으로 나누는 것이 얼마나 멍청한 잣대인지 지금은 모두가 그 사실을 알지만 과거를 사시던 할아버지 혹은 할머니들은 아직도 그 잣대가 유효하다고 생각하시는 경우를 본 적 있다. 그런 의미에서 우리 나라도 아직 백인에 대한 우호가 있지 않나. 하지만 이 영화를 보다보면, 이제는 시대착오적인 오만이 되어버린 인종차별은 이 영화 전체를 좌우하는 키워드다. 백인들은 관리자이고, 흑인들은 백인들의 지휘를 받는 사람이라는 설정 부터가 보는 내내 답답하게 만든다. 하지만 이 세 여자들은 모두 자기 힘으로 극복해낸다. 개인적으로 많이 알려진 명장면이지만 캐서린이 백인들과는 다른 화장실을 써야해서 건물을 왔다갔다 해야하는 그 모습을 한탄하며 화내는 장면이 정말 명장면이다. 그렇게 서럽게 말하는 캐서린을 보며 안타까워하다가 그 말을 듣고, 당장 백인과 유색인종 화장실의 경계를 없애버린 상사도 참 예민하긴 해도 좋은 사람이구나 생각했다. 예민함은 직업적인 데서 오는 모습이겠구나 생각하게 되더라.
하지만 그렇게 엘리트라는 사람들이 그 사소해 보이는 화장실 문제 하나 이해를 못 하다니 싶다가도, 어디선가 들은 말인데, '공감도 지능'이라는 말처럼 그들에게는 유색인종을 이해하는 공감적 지능이 양성된 적이 없는 것이다. 공감이라는 것은 내 안의 세계를 뚫고 나온 경험이 많을수록 증폭되는데, NASA의 엘리트들은 공부머리들은 좋은데, NASA라는 폐쇄적인 공간에서 공부만 하다보니, 그런 공감적 능력까지 키울 여력은 없었던 거겠지. 그리고 또, 시대적 한계가 있었을 것이다. 유색인종이 받는 차별을 자신이 겪을 일이 없었을 테니, 화장실 하나 가는 것 조차 불편을 감수해야한다는 사실에 대해 생각해본 적도 없었을 것이다. 이렇게 생각해보면, 살면서 불편함을 표출하는 사람이 있다면, 그 사람은 어쩌면 힘들고, 고통스러운 기억들이 많이 남아서, 소위 쿨하지 못한 심성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불편함을 느꼈던 과거를 반면교사 삼아 다른 사람이 자신과 같은 불편함을 느끼겠구나 싶어서 조심하는 사람도 있다. 이처럼 불편한 경험은 누군가의 삶의 스펙트럼을 넓혀주기도 하는데, 백인들의 삶에서 불편함이래봐야 얄팍했을 테니, 흑인들이 느꼈을 깊은 단전에서부터 끌어올린 불편함에 대한 호소가 대단히 신선하지만 또한 낯설었을 것이다. 자신들의 일상이 누군가에겐 특권이었을 것이기에.
2. 그들이 필요했던 것은 자리이자 누군가의 인정
결론적으로 이들은 자신들의 능력을 인정받는다. 하지만 나는 이 영화에서 글렌 파월이 연기한 조종사 역할을 참 인상깊게 보았다. 그는 처음부터 흑인이고 뭐고 그런 편견이 없어보이는 인물로 나온다. 그저 멋있는 군인 역할이었다. 캐서린에게 보이는 친절함과 그녀를 향한 굳은 믿음이 참 내가 받는 친절도 아니면서 괜히 고마웠다. 마치 그 시절 백인들도 다 그랬던 건 아니었겠구나 싶어서 괜히 안심되고 그랬다. 다행히 세 여자들은 자신의 의지를 관철시켜 성공했지만 이 세상에 성공까지는 하지 못하고 도전까지만 해본 분들의 입장에서 판단해 본다면, 그들은 누군가의 인정이 필요했을 것이다. 그 조종사처럼 그저 편견없이 바라봐주는 친절함 만이라도 있었다면 더 대우받는 흑인들이 더 많을 수 있었을까. 그리고 다시 언급하지만 캐서린의 상사도 참 좋은 사람이었겠구나 싶었다. 처음에는 흑인이라 탐탁지 않아 했어도 능력을 입증하니 신봉하는 모습에서 그는 인종차별주의자가 아니라 능력차별 주의자 겠거니 싶었다.
이들은 모두 성공했기 때문에 영화화까지 될 수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내가 모르는 숨겨진 이야기 속에 그들처럼 성공까지는 못했지만 도전하다 현실의 벽에 부딪혀 포기한 사람, 아예 도전의 기회조차 얻지 못한 인종차별에 의한 소수자들은 많았을 것이다. 이 세 여자들을 보면서 인종차별을 타파한 사이다 3인방으로만 볼 것이 아니라 이들 말고도 조명받지 못한 소수 인종 사람들은 얼마나 많았을까 생각하며 괜히 센치해졌다. 하지만 빛이 어둠을 밝히듯, 빛나는 보석은 어디에 둬도 튀는 것처럼 그들의 재능과 패기는 그 답답한 NASA의 엘리트 집단의 콧대를 지그시 눌러버릴 만큼 강력했던 것 같다. 흑인들이 보여준 재능과 패기는 백인들보다 열등하다고 생각했던 흑인들의 빛나는 보석과도 같은 우월함이었을 것이다. 그 우월함을 무기로 우월한 정신으로 무장한 백인들을 무찔렀던 것이 아닐까.
Relative conten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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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피 - 이렇게 만들어 회자되는 것도 나름의 능력이라면 능력
한국영상자료원은 영화를 사랑하는 이들에게 참으로 좋은 기관이다. 다양한 영화들을 접할 수 있는 시설과 여러 전시까지. 작년 8월에는 "풍문으로 들었소: '컬트적'인 한국영화" 기획전을 온라인으로 진행하였다. (필자같이)소수의 열광적인 팬들을 지니고 있는 영화들을 KMDb VOD로 접할 수 있게 해주었다. 기간 동안 여러 영화를 보면서 웃기도 하고, 박수치기도 했다. 이렇게 본 영화 중 하나인 "하피"를 소개해볼까 한다. 라호범 감독의 대뷔작이자 현재까지 마지막 영화인 하피는 이정현, 김래원, 김꽃지 주연이라는 지금 기준으로도 괜찮은 라인업을 보여준다. 하지만 이 영화는 한국 공포 영화 역사상 역대급 괴작이라는 평을 듣고 있다. 과연 어떤 작품이길래 괴작이라는 얻기 힘든 칭호를 받은 걸까.
영화를 보고 나서 가장 먼저 든 생각은, 이 영화 정말로 이상하다. 진심으로 말이다. 이 생각이었다. 개인적으로 필자가 살면서 본 영화들중에 정말 손에 꼽을 정도로 역대급이다. 농구를 하는데 폭발음이 들리고, 단추가 굴러가는데 오토바이 엔진 소리가 들리는 등 정말로 황당하기 그지없는 효과음들이 관객들을 반겨준다. 여기서 끝이 아니다. 이 영화의 진짜 별미(?)는 나레이션이다. 누가 봐도 놀라는 표정을 짓고있는데 "~은 지금 놀랐다" 라던가, 쇠사슬로 목을 조이는 장면에서는 "이 쇠사슬은 사실 플라스틱이다. 노약자나 임산부는 놀랄 필요는 없지만 굳이 이 영화처럼 연기할 필요는 없다" 이런 식으로 얘기하는 것이 대표적이다. 이런 요소들 때문에 좀 몰입된다 싶을 때 감흥을 깨버리고 헛웃음이 나오게 한다. 또한 나레이션 뿐만 아니라 영화의 등장인물들도 나레이션을 한다. 작중에서 실제 칼이 아닌 가짜 칼로 공격을 해서 역공 당했을 때 정지컷과 함께 모형칼이었다는 나레이션과 함께 "아 맞다!" 하는 등장인물의 나레이션이 나온다. 정지컷과 같은 연출들도 남발되어서 시각적 요소들도 난잡하기 짝이 없다.
대다수의 사람들은 이 설명만 들으면 흔히 말하는 졸작이라고 생각할 것이다. 하지만 필자는 이 영화를 주목하고 있다. 왜냐하면 단순히 졸작이 아닌, 괴작의 범주에 들어가는 영화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이 영화에서 어이없는 요소(나레이션, 편집, 효과음 등)들은 대부분 후반 작업에서 추가되는 요소들이다. 즉, 감독이 다 의도하고 이러한 결과물을 내놓았다는 것인데, 그렇기에 이 영화가 괴작이라고 할 수 있는 것이다. 당시 라호범 감독의 인터뷰 기사를 인터넷에서 우연히 찾게되었는데, 인터뷰에 따르면 공포물에 코믹 요소를 가미해 새로운 도전을 했다고 밝혔다. 이런 시도를 대뷔작부터 내세우는 것과 자신의 선택에 자부심을 가지는 태도는 감독으로 용기있다고 평할 수 있다. 이런 요소들이 단순히 악영향만을 끼쳐 영화 관람을 중단하고 싶게 만드는 것이 아니라 어이 없어서 계속 보게 만드는 마성의 매력을 가지고 있다. 이렇게 20년이 지나도 회자되고 특별전까지 열려서 상영(비록 온라인 상영이긴 하지만)되는 것도 다른 의미로 대단하다고 할 수 있다. 공포 영화를 보면서 이렇게 어이 없게 만드는 것도 능력이라면 능력이다. 이런 시도를 대뷔작부터 해서 확실하게 실패한 때문인지, 라호범 감독의 작품을 더 이상 볼 수 없다는 것이 안타깝게 느껴진다. 그의 발칙한 상상력이 더욱 궁금해지는 하루다.
*이 글은 원글 없이 새로 작성된 글이며, 출처란에는 작성자의 인스타그램 주소를 기재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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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토베 얀손>, 인생 구석구석을 모험하며 살아간 토베 얀손을 기억하며
- 씨네랩으로부터 초청받아 크리에이터 자격으로 <토베 얀손> 시사회를 관람한 후 작성한 리뷰글입니다.
스포일러가 담겨 있습니다. -
영화 <토베 얀손>은 무민 작가로 유명한 '토베 얀손'의 실제 이야기를 다룬 작품이다.
전 세계의 많은 사람들은 귀엽고 따스한 분위기를 풍기는 캐릭터 '무민'은 잘 알지만, 정작 무민을 만든 작가에 대해서는 잘 모른다.
나도 그랬다. 그래서 내가 몰랐던 예술가의 삶을 들여다보고자 하는 마음으로 영화를 관람했다.
영화는 크게 토베의 예술가(돈을 벌기 위한 예술가와 진정으로 그리고 싶은 것을 그리는 예술가)로서의 자신에 대해 끊임없이 탐구하는 이야기, 가부장적인 시대 속에서 자신의 예술을 인정해주지 않는 아버지와의 갈등 이야기, 아토스와 비비카와의 사랑 이야기를 보여주고 있다.
토베의 일과 사랑에 주목한 영화이다.
뿐만 아니라 영화의 시선을 따라가다보면 그녀의 화려한 업적이 아닌 그 안에 깃든 에너지, 고뇌, 갈등 등의 '내면'도 면밀히 파악할 수 있을 것이다.
- 인생은 모험이라고 생각해요.
구석구석 탐험해야죠.
극중에서 토베가 직접 꺼내는 말이다.
개인적으로 이 대사가 토베의 삶을, 그리고 영화의 전체를 관통하는 말이라고 생각한다.
정말 토베는 살아가면서 단순히 무민 만화를 그리며 돈을 버는 예술가에서 그치지 않고, 다양한 분야에서 활동을 이어나갔다.
만화가, 극작가, 소설가, 화가···
끊임없이 모험하고 탐험했다.
한편으로는 내가 진정으로 추구하는 삶이자 바라는 삶의 모습이기에 영화를 보며 '부럽다', '존경스럽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인생은 하나의 모험이다.
그리고 그 모험을 알차게 채워나가는 것은 나의 태도와 마음가짐에 달려있다.
나도 토베처럼 구석구석 탐험해나갈 것이다.
- 독창성은 제 특기예요.
토베는 자신의 독창성을 살려 '무민'이라는 캐릭터를 만들어냈다.
무민을 주인공으로 만화를 연재했고, 직접 쓴 무민 이야기를 무대에 올리기도 했다.
그리고 이 독창성은 당시에 큰 사랑을 받았으며, 그 사랑은 지금까지도 이어지고 있다.
자신의 특기가 무엇인지를 알고, 그 특기를 살려 무언가를 해낸다는 점에서 토베는 참 대단한 사람이라는 생각이 든다.
영화를 보며 자동적으로 따스한 미소가 지어지던 장면이 있다.
바로 신문에 주기적으로 무민 만화를 연재하면서 많은 인기와 큰 성공을 얻은 토베의 싸인을 받기 위해 줄 서서 기다리는 어린 아이들의 모습이었다.
부모의 손을 잡고 설렘가득한, 잔뜩 상기된 얼굴로 줄을 서서 기다리는 아이들의 모습이 참 예뻤다.
독창성과 순수함이 깃든 토베의 마음이 '무민'이라는 캐릭터를 통해 아이들에게도 전해진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괜시리 마음 한 켠이 몽글몽글해지는 장면이어서 더 기억에 남는다.
토베는 아토스와 비비카를 사랑했다.
토베가 제일 사랑했던 사람은 비비카였다.
서로를 못 만난 지 한참이 지난 후에도 토베는 여전히 비비카를 사랑했다.
오랜만에 다시 만나서 이야기를 나누던 중, 만화가, 극작가, 소설가, 화가를 전부 다 하고 싶다는 토베의 말에 비비카는 다 하라는 말을 건넨다.
이 순간이 참 좋았다.
예술가로서의 정체성에 대해 계속 고뇌하던 토베는 비비카의 '다 해'라는 말을 듣고 순간 마음이 탁 트이는 경험을 했을 것 같다.
가슴 속 어딘가에 응어리 져 있던 것들이 해소되는 기분이 들었을 것 같다.
내가 하고 있는 일의 정체성에 대해 고뇌하고 있을 때 주변의 누군가가 선뜻 다 하라는 말을 건네준다면 참 큰 힘이 될 것 같다.
토베는 비비카를 제일 사랑했다.
비비카는 도시 파리를 정말 사랑했다.
이 사실을 온전히 깨달은 토베는 자신의 이야기의 일부 내용을 빌려 비비카에게 '너를 야생으로 놓아주겠다'라는 말을 한다.
이 말이 내겐 이제 그만 우리 둘을 서로의 추억 속에 묻어두자, 라는 말로 들렸다.
다소 가부장적인 사회 속에서 자신의 예술을 인정해주지 않던 아버지가 돌아가신 뒤, 토베는 아버지의 앨범 하나를 건네받는다.
바로 토베가 신문에서 연재하던 무민 만화를 모두 오려서 모으고 있었던 아버지의 앨범이었다.
앨범이 펼쳐지고, 정성스럽게 스크랩된 무민의 모습을 보자마자 눈물이 나왔다.
살면서 반드시 '무언가를 잃고 나서야 진정으로 깨닫는 순간'이 오는 것 같다.
이 장면 속의 토베도 마찬가지이다.
아버지는 어찌 됐든 토베의 작품을, 토베의 예술을 사랑하고 응원했다.
영화의 후반부에 창문을 열어 놓고 자던 토베의 집안에 강한 바람이 들어오며 책상 위에 놓여 있던 그림이 그려진 종이들이 여기저기 흩뿌려지고, 커튼이 강하게 흔들리는 장면이 나온다.
이런 모습을 보며 토베는 무언가를 깨달은듯한, 하지만 조금 오묘한 표정을 짓는다.
그리고 토베가 미완성 그림인 <시작하는 사람>을 그리며 영화는 끝이 난다.
'시작하는 사람'.
앞으로 여러 분야에서 활동하며 자신이 흥미로워하는 일을 모두 할,
인생의 구석구석을 탐험할 '토베 얀손'을 암시하는 장면이라고 생각한다.
참 멋있고 본받고 싶은 사람이다.
한 예술가의 삶을 영화로 만든 작품을 볼 때는 항상 괜시리 마음이 싱숭생숭해지는 것 같다. 괜히 울적해지는 기분이다.
아마도 삶을 마감하기까지 끊임없이 했던 그들의 고뇌와 시행착오, 내면에 응어리 져 있는 복잡한 감정들을 적나라하게 보게 되기 때문에 드는 생각 같다.
<토베 얀손> 역시 마찬가지였다.
특히 포스터, 영화의 오프닝, 영화의 중반부, 영화가 끝나고 난 후의 엔딩크레딧에 토베 얀손이 자신의 내면에 있는 복잡한 감정들을 해소하듯이 열심히 춤추는 장면이 나온다.
이 춤추는 장면을 통해 그녀의 심정이 얼마나 복잡한 상태일지를 어림짐작할 수 있었다.
토베가 춤추는 것만으로도 무언가를 분출하고 싶다는 그녀의 감정이 스크린 바깥의 나에게까지 잘 전달되어 괜히 나까지 복잡해지는 것 같았다.
스스로의 인생을 어느 하나에 규정짓지 않고
구석구석 모험하며 살아간 '토베 얀손'을 이 영화를 통해 접하길 바란다.
그리고 '무민'과 그녀를 함께 기억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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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쉬운 <비상선언>, 그래도 좋았던 건...
*이 리뷰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우린 현실에서 수많은 재난을 봐왔다. 그 재난을 경험하고 살아난 생존자들도 있고, 반대로 희생당한 사람들도 무척 많다. 그것을 화면으로 바라보는 사람들의 마음은 복잡해진다. 자신이 그곳에 있지 않았다는 안도감과 우연히 그 자리에 있어서 그 악몽을 겪는 사람들에 대한 안타까움이 함께 마음에 자리 잡는다. 그렇게 재난상황은 사람들 마음 깊숙이 자리 잡고 있던 본능을 끌어올린다. 깊숙이 자리 잡고 있던 생존에 대한 본능은 사회에 보여주는 가면을 치워버리고 진짜 얼굴을 드러내게 한다. 따뜻한 얼굴, 차가운 얼굴, 무심한 얼굴 등 다양한 얼굴은 진정한 세상의 모습을 수면으로 끌어올린다.
그렇게 드러난 얼굴은 생존만을 바라보게 만든다. 일반 사람들에게는 안전을 좀 더 바라보게 만들고 필요한 경우, 보다 나은 안전을 위해 시위를 하기도 한다. 반면에 정치인들은 그 재난의 상황을 이용해 정치적인 생명을 연장하려고 한다. 공무원인 정부 고위 관계자 역시 마찬가지다. 정치인과 연결될 수밖에 없는 고위 관계자들은 자신이 차지하고 있는 자리를 지키기 위해 정치인의 지시를 충실하게 따른다. 그것이 옳고 그른지보다는 일단 자신의 조직 내에서 안정적인 결정에 따르려고 한다. 그리고 그 재난 상황 안에 있는 사람들에게는 당장 생존할 기회를 찾게 만든다. 이 가혹한 상황은 모두를 몰아붙인다.
비행기 속 테러와 재난을 함께 다루는 영화 <비상선언>
영화 <비상선언>은 테러와 재난 상황 속 인물들과 그 상황을 해결하기 위해 모인 외부의 인물들의 얼굴을 담는다. 이 상황을 시작한 건, 테러범인 진석(임시완)이다. 그는 미리 SNS에 비행기 테러를 하겠다는 영상을 올리고 사람들이 가장 많이 타는 비행기의 표를 구매해 탑승한다. 그의 목적은 명확하게 드러나지 않는다. 마치 남대문을 불태운 테러나 대구 지하철 참사의 테러범이 했던 것처럼 사회를 향한 분노를 드러내는 것 자체가 목적이다. 정작 테러를 한 진석은 사람들이 죽어가는 모습을 보면서 즐기려는 목적이 아니다. 단순히 비행기를 탄 모두를 죽이는 것이 그가 유일하게 바라는 것이다. 영화 속 어디에도 그가 다른 사람이 차례로 죽는 것을 즐기는 모습을 볼 수 없다. 단지 그는 치사량 높은 바이러스 하나로 자신이 가진 분노를 표출하고 그 자신도 그 분노에 의해 먼저 현장을 떠난다.
비행기 내부에서는 벌어진 테러의 중심에 다양한 인물이 포진된다. 부기장 현수(김남길), 스튜어디스 희진(김소진)과 과거 비행기 조종사였던 재혁(이병헌)이 진석을 막기 위해 애쓴다. 그들은 테러범인 진석을 막으려 최선을 다하지만 그가 이미 퍼뜨린 보이지 않는 바이러스를 완전히 막을 수는 없다. 승객들은 하나둘씩 감염되기 시작하고 어떤 해결책도 가지고 있지 못한 그들에겐 불안이라는 또 다른 바이러스가 급속도로 퍼진다. 그와 중에 스튜어디스들과 조종사들은 최선을 다해 사람들을 진정시키기 위해 애쓴다. 비행기 내부의 사람들은 대부분은 지시에 따라 안정을 취하고 있지만 그 사이에서 불안을 느끼는 사람들은 자신만의 안전을 위해 사람들을 구분 짓기를 원한다. 영화 중반 이후엔 바이러스 증상 발현자들과 무증상자를 따로 나누게 되고 이는 그 안에서 작은 계급을 만든다. 짧은 시간에 형성된 작은 벽이 만들어지는 과정을 영화는 차근차근 보여주고 있다.
비행기 외부에서는 형사 인호(송강호)가 테러리스트인 진석의 뒤를 쫓는다. 그리고 정부 관계자들도 상황실을 만들어 이 상황에 대처하려고 한다. 가장 열심히 뛰는 건 아내가 비행기에 타고 있다는 걸 알게 된 인호다. 그는 필사적으로 진석의 행적을 수사해 그 상황을 해결할 단서를 찾으려고 한다. 반면에 국토부 장관 숙희(전도연)와 청와대 관계자 태수(박해준)는 관련 관리자들을 모아 대책회의를 하고 그 상황에서 가장 최선의 선택을 하려 노력한다. 하지만 그 안에서 의견 충돌이 있고, 대통령을 비롯한 윗선의 결정을 기다리는 측면에서 그들의 논의와 결정은 무척 늦은 감이 있다. 피해자 가족이기도 한 개인은 필사적으로 그 상황을 타계하려 노력하지만 정작 제대로 된 대책을 마련해야 할 정부 관계자들은 늘 한 발 느리게 다음 해결책을 제시한다. 어떤 경우엔 다음 결정을 못하고 지지부진하는 경우도 발생한다.
테러 장르로 시작해 중반까지 이어지는 압도적인 긴장감
지난 수요일 개봉한 영화 <비상선언>은 관객 사이에서 호불호가 심하게 나뉘고 있다. 영화의 구성 자체가 이렇게 호불호가 나뉠 수밖에 없는 구조로 되어 있다. 영화의 전반부는 테러 장르라고 볼 수 있다. 테러리스트가 등장하고 그가 하와이행 비행기에 생화학 테러를 벌인다. 그리고 그가 퍼트린 바이러스가 점점 많은 사람들에게 퍼지기 시작한다. 한 명으로 시작했던 감염자는 금방 그 숫자를 늘려간다. 그렇게 비행기 안이 아수라장이 되어가는 과정이 영화 중반까지 담긴다. 중반까지 진행되는 테러 장르는 꽤 훌륭하게 영상에 담겼다. 실제와 똑같은 형태로 만들어진 비행기 세트를 실제로 돌리면서 촬영된 비행 시퀀스는 굉장한 현실감을 주고 긴박감을 더해준다. 여기에 동기를 드러내지 않고 테러를 벌이는 빌런 진석은 영화에 엄청난 긴장감을 선사한다. 또한 지상에서 진석의 뒤를 쫓는 인호의 추적극도 굉장히 빠르고 박진감 있게 담겨있다.
이렇게 무사히 전반부를 마친 영화는 후반부에 접어들면서 재난 장르로 방향을 튼다. 재난 장르에는 빌런이 사라지고 피해자들과 지상의 가족 그리고 공무원들이 화면을 채운다. 그러니까 목적 자체가 테러에서 벗어나는 것이 아니라 바이러스가 퍼지고 있는 비행기 안의 사람들이 무사히 지상으로 돌아오는 것으로 바뀌게 되는 것이다. 그러면서 본격적으로 피해자의 얼굴을 중점적으로 비추기 시작한다. 피해자 중의 중심인물이라고 할 수 있는 재혁이 전면에 등장하게 되고, 그의 과거 이야기도 덧붙여진다. 그렇게 신파 코드를 덧붙이기 시작하는 것이다. 여기에 사회적인 메시지도 포함되면서 중반까지 응축해왔던 긴장감을 풀리게 만든다. 사회적인 메시지를 보여주기 위해 시간과 사람들의 행동들도 조금은 인위적으로 압축해놓았다는 느낌도 든다. 이런 점에서 영화 <비상선언>의 후반부는 아쉽게 느껴진다.
하지만 후반부에 던지는 사회적인 메시지 자체는 명확하다. 우리가 지금도 겪고 있는 바이러스라는 특수한 상황 앞에서 여론은 급격하게 갈라진다. 그 안에서 여러 의견들을 보고 자신이 어떤 것을 따를지 결정하기도 하지만 사실 어떤 것이 더 옳은 것인지 단번에 판단하기가 쉽지 않다. 영화 속에 피해자들이 탄 비행기의 착륙을 반대하는 사람들과 그것을 찬성하는 사람들이 있다. 일반인의 입장에서 그 두 가지 의견 중 어떤 것이 더 옳은가라고 묻는다면 쉽게 답하기 어렵다. 피해자를 구해야 한다는 생각도 들겠지만 한 편으로는 바이러스가 퍼질 수 있다는 공포감이 같이 떠오르기 때문이다. 이렇게 일반인의 의견이 갈리더라도 정부는 피해자를 최대한 구할 수 있는 방안을 찾아야 한다. 하지만 정치인들과 정부 관계자들은 정치적인 안정을 우선적으로 고려하는 결정을 한다. 그들의 비겁한 모습 또한 영화 후반부에 고스란히 담겨있다.
아쉽지만 평가절하되서는 안 될 이야기
영화 <비상선언>은 동일한 재난 상황이 벌어질 때 우리 사회의 단면을 무척 잘 캐치하여 담았다. 이런 모습은 우리가 이미 코로나 바이러스라는 재난을 통해 겪어온 일이다. 더 과거로 가서 반복적으로 일어난 다양한 한국 내 재난을 떠올릴 수도 있다. 특별한 테러 동기도 찾기 어려운 테러범 진석도 우리 사회에서 종종 볼 수 있는 인물이다. 사회에 대한 불만에 가득 차 있는 자들이 바로 그들이다. 그들은 대구 지하철 테러 같은 끔찍한 범죄를 일으켰도 남대문에 불을 지르기도 했다. 그들이 원하는 건 그저 자신의 분노를 표출하는 것뿐이다. 그런 점들이 바로 이 영화가 우리에게 보여주고자 하는 것이다.
영화는 테러 장르로 시작해 재난 장르로 마무리가 된다. 비록 후반부 아쉬운 점들은 있지만 이 영화가 평가절하될 만큼 엉망은 아니다. 하이재킹 테러 장르로 보여줄 수 있는 최대의 긴장감을 영화에 담았고 후반부에 보여주고자 하는 메시지를 명확히 전달하고 있다. 여기에 신파적인 장면들 역시 포함되어 있지만 생각보다 그 강도가 세지는 않다. 비록 압축적으로 상황을 전달하는 과정에서 시간의 비약과 너무 딱 맞게 떨어지는 설정들이 들어가 있기는 하다. 하지만 그것이 영화 전체를 엉망으로 만들지는 않는다. 영화에는 피해자와 그들을 돕는 사람들이 있고, 무책임한 정부 관계자도 있기만 그 상황과 결정을 책임지는 모습을 보이는 관료도 있다. 거기에 피해자 가족들의 모습도 같이 보여주면서 다각도로 영화의 상황을 볼 수 있게 구성하고 있다.
이 영화에서 무엇보다 좋은 연기를 보여주는 배우는 임시완이다. 테러범 진석 역할을 맡고 있는데 평범하지만 분노를 깊숙이 숨기고 있는 모습을 잘 보여주고 있다. 무척 좋은 인상을 가진 그가 사람들에게 무심하게 죽었으면 좋겠다고 내뱉는 장면은 무척 인상적이다. 송강호나 전도연, 이병헌 같은 탑 배우들도 이 영화 안에서 혼자 따로 놀지 않고 적절하게 잘 맞는 연기를 보여주고 있다. 이 영화를 연출한 한재림 감독은 과거 <연애의 목적>, <연애의 온도> 같은 관계에 대한 영화를 탁월하게 연출했었고, <관상>, <더킹>, 같은 사회고발과 관련한 영화도 완성도 있게 연출한 경험이 있다. 이번 <비상선언>에는 실감 나는 비행기 테러 이야기와 함께 현실에서 실제로 겪고 있는 바이러스로 인한 사회적 문제들을 적절하게 이야기에 녹여냈다.
*영화의 스틸컷은 [다음 영화]에서 가져왔으며, 저작권은 영화사에 있습니다.
[간단한 리뷰가 포함된 movielog를 제 유튜브 채널에서도 보실 수 있습니다. :)]
유튜브 Rabbitgumi 채널 구독과 좋아요도 부탁드립니다!
https://www.youtube.com/watch?v=5bk32hJLLEI
Rabbitgumi의 영화이야기 유료 뉴스레터에도 영화 <비상선언>과 관련된 내용이 담겨있습니다.
궁금하신 분들은 구독하여 읽어보세요! :)
https://rabbitgumi.stibe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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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특별함을 찾아 도착한 곳은 평범함이었다
영화 <노웨어 스페셜> 사은품으로 두루마리 휴지를 주길래 얼마나 슬프길래 이걸 줄까 했는데 정말 눈물이 도르륵 주르륵 좌라락 흐른 작품이었다. 입양과 죽음이라는 소재이기에 당연히 슬플 걸 알긴 했지만 극 중 배우들의 절제된 감정표현 때문인지 되려 관객이 내가 감정을 폭발시키고 나오게 만들었던 작품이었다.
영화 <노웨어 스페셜> 시놉시스
서른네 번째 생일을 맞은 창문 청소부 존, 살 날이 얼마 남지 않은 그에게는 마지막으로 할 일이 있다. 바로 네 살짜리 아들 마이클에게 새로운 부모를 찾아주는 것. 세상에 혼자 남을 아이를 위해 존은 특별한 부모를 찾는 여정을 시작한다.
아직 어리지만, 말도 잘 듣고 예절도 잘 지켜요. 내 아이를 키워줄, 새 부모를 찾습니다.
* 해당 내용은 네이버영화를 참고했습니다.
이 이후로는 영화 <노웨어 스페셜>에 대한 스포일러가 존재합니다.
창의 경계를 잘 보여주는 작품
존은 창문청소부로 일하며 돈을 번다. 이 창문의 경계가 영화 속에서는 굉장히 유의미하게 등장한다. 창문을 깨끗하게 닦을수록 안이 훤히 보이고 그 집 사람들이 어떻게 살아가고 있는지 알 수 있지만 정작 존은 그 집 안으로는 절대 들어갈 수 없다는 그 장벽을 너무나도 잘 표현해주고 있었다. 특히 존이 창문을 닦는 집들을 대부분 중산층 이상의 집들이다 보니 아이의 온전한 방, 가득찬 장난감을 바라볼 수밖에 할 수 없는 존의 상황과 입장이 너무나도 잘 드러나는 직업이 아니었나 싶다. 그리고 꼭 자신의 아들만큼을 이렇게 유복한 가정으로 입양을 보내고 싶어하는 존의 결심이 왜 들었는지도 알 수 있는 대목이었다.
아들을 위한 특별한 곳? 과연 좋은 것일까?
존은 특별한 경우다. 시한부 선고를 받았고 죽기 전 반드시 아들을 다른 집으로 입양을 보내야 하는 상황이기에 사회복지사들도 존에 경우에는 특별히 다루고 있었다. 그래서 사회복지사와 함께 위탁가정을 계속해서 둘러본다. 인터뷰도 하고 대화도 나누면서 집안의 분위기와 가정 환경을 살핀다. 존과 인터뷰를 본 가정은 교육에 열을 올리는 부모, 본인들의 권위를 지켜려는 부모, 본인들의 선함을 증명하려는 부모, 그리고 자신의 이야기를 해주는 부모, 다양한 가족을 만난다.
이 과정에서 초반 존은 자신의 아들 마이클이 보다 나은 환경에서 자라길 바랐지만 점차 위탁가정들을 둘러보면서 어떤 가족이 마이클에게 특별한 가족이 되어줄 수 있을까 보다 마이클에게 관심과 사랑을 줄 수 있는 가족을 누구일까로 생각이 바뀌게 된다. 모두가 자신이 마이클에게 잘 해줄 수 있는 장점과 강점들을 자랑하는 가족과 달리 한부모 가정이지만 유일하게 존의 환경과 마이클이 좋아하는 것을 물어보고 직접 함께 놀아줬던 엄마를 선택한다. 이 선택이 왜 영화 제목이 노웨어 스페셜 인지 잘 보여주지 않았나 싶다.
죽음을 받아들이는 과정
존은 마이클에게 자신의 죽음을 알리고 싶어하지 않았다. 하지만 마이클은 눈치를 채고 있었던 듯 싶다. 34살의 아빠 생일에 굳이 초 한 개를 더 주며 1년을 더 함께 살자고 표현을 하는 것 같아서 정말 눈물이 도르륵 흘러내렸다. 자신의 죽음을 받아들이기 어려웠던 존은 마이클에게 죽음에 대한 동화책과 소재에 대해 알려주기 꺼려하는 모습을 보인다. 하지만 사회복지사와의 기나긴 대화를 통해 마이클이 자신을 기억할 수 있게끔 기억 상자를 만들면서 스스로 죽음을 차분히 받아들인다. 그리고 마이클에게 죽음에 대한 동화책을 읽어주면서 죽음을 슬픈 것이 아니라 새로운 시작이며 언제나 아빠는 공기 속에서 마이클 곁에 있을거라는 말을 하는데 세상에 이 아이를 남겨두고 떠나야 하는 아버지의 마음이 정말 얼마나 애달플까 하는 생각이 들어 눈물이 멈추지 않았던 것 같다.
오래간만에 영화관에서 펑펑 울다 나온 영화 <노웨어 스페셜>. 특별함을 찾아 헤맸지만 결국 그 특별함은 사랑과 관심으로 보듬어 안아 줄 수 있는 평범함이었다는 것을 보여준 작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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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퀸스 갬빗 그리고 천재 판타지
천재
우리들은 천재를 좋아한다. 2016년도 이세돌이 알파고와 대결을 했을 때 사람들이 열광한 이유는 유일하게 기계를 이긴 인간의 스토리여서 좋아했다기보다 이세돌이 보여준 범접할 수 없는 천재성에 열광한 것이 더 크다고 본다.
사람들이 바라는 천재의 모습이 있다. 가정이 불우하거나 특유의 독특한 습관. 약물중독이라던가 먼가 광기에 찬 모습. 결핍된 대인관계. 기존의 틀을 무너뜨리는 과감함. 그리고 고뇌. 이런 것들이 없다면 우리는 천재를 보아도 약간 섭섭해한다.
그런 면에서 퀸스 갬빗은 사람들이 바라는 천재의 모습을 1도 빠짐없이 집어넣었을 뿐만 아니라 시대에 잘 들어맞는 요소와 전형적인 내러티브로 아주 잘 만들었다.
스토리.
이야기의 주인공은 베스 하먼으로 어린 시절 사고로 고아가 된 후 고아원에서 주 정부가 어린아이들에게 주는 진정제를 먹다 중독되는 과정에서 체스에 재능을 발견한다. 지하실에서 한 늙은 노인에게 체스를 배우면서 하먼은 점점 체스에 눈을 뜨게 되고 입양이 된 후에도 체스에 의지를 불태우며 여러 강자들을 무찌르고 정상에 도전한다. 그 과정에서 하먼이라는 체스 선수로써의 성장과 여성으로서의 성장. 한 인간으로서의 성장 과정을 보여준다.
성장. 영리한 연출.
이 드라마를 영리하다고 한 이유 중 하나가 우리가 바라는 천재의 모습을 전부 넣었다는 것이다. 흔히 천재들은 특유의 습관이 있다고 사람들은 믿는데, 이 드라마의 주인공인 하먼도 집중하거나 승리를 목전에 두면 톡을 손으로 받치거나 주먹으로 양 턱을 받치는 행동을 한다. 그리고 이 행동이 나오면 반드시 고조되는 배경음악을 깔아 긴장감을 부여하고 바로 뒤에는 승리의 모습을 보여준다. 이 뿐 아니라 천재성이 동력을 얻지 못할 때 약물에 의존하려는 점. 무언가 불우한 가정환경과 대인관계에 미흡한 점은 우리가 흔히 상상하는 천재의 모습을 그대로 반영한다.
뿐만 아니라 체스라는 주제 자체가 주인공에게 메리트를 준다. 보통 체스는 남성이 향유하는 스포츠기에 하먼은 체스 선수로써의 성장이 아닌 여성으로서의 성장과 승리로 보인다. 처음 하먼이 체스를 할 때 사람들은 체스는 남자의 스포츠라며 하먼을 무시한다. 심지어 체스 대회에서도 실력이 있는 남성들과 대진을 붙여주지 않고 같은 성별의 여성과 대결하도록 붙여준다. 그러나 하먼은 이를 천재성으로 극복한다. 초반 한 번을 제외하고 극 중 내내 그녀는 남성들과 대결을 한다. 하먼이 대결하는 남성들을 자세히 살펴보면 남고생부터 남자 대학생. 중년의 남자. 노년의 남자 순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이 순서는 단순히 체스의 고수는 나이가 많은 남성임을 뜻하는 것이 아니라 어려서부터 노년까지 체스라는 세계를 전부 향유하고 있는 남성 중심의 체스 세계를 차례차례 무너뜨리는 모습을 보여준다.
더군다나 하먼은 우리가 흔히 뛰어난 재능이 있는 사람이라면 무조건 가지고 있어야 한다고 생각하는 요소들도 전부 다 가지고 있다. 우리가 스타에게 가지고 있는 흔한 편견들.
세련된 패션. 매력적인 외모. 술, 담배, 성적인 관계, 불우한 대인관계까지 하먼에게 빠지는 것들이 하나도 없다.
여기까지만 해도 감독이 참 영리하다고 생각이 드는데, 감독은 한 발 더 나아가서 한 수를 더 둔다. 나는 하먼도 천재지만 감독도 천재라고 생각한다. 감독은 천재라면 응당 가지고 있어야 할 위기와 극복. 무릎을 팍 찍고 일어나는 극복의 과정을 넣는다. 요즘 아무리 사이다류의 스토리들이 사람들에게 환호를 받아도 사람들은 위기가 없는 스토리를 금방 질려한다. 하먼에게 무릎을 팍 찍는 위기는 약물과 새어머니의 죽음이다.
보통 이 위기를 개인의 노력이나 뛰어난 천재성을 다시 발휘하며 극복해야 하지만 감독은 그렇게 두지 않는다. 하먼의 위기를 우리와 같은 주변 인물을 통해 극복하게 만든다. 그래서 사람들에게 "그래. 아무리 천재라도 우리와 같은 범인들의 도움이 없으면 안 돼" 혹은 "그래 아무리 천재라도 어린 시절의 친구와 인연은 소중하지"라는 점을 느끼게 해 준다.
그리고 주변.
매번 주인공보다 이상하게 주변 인물을 통해 느끼는 것이 많은 편이다.
나는 하먼보다 하먼 주변에서 머물렀던 한 인물에게서 많은 것을 느꼈다. 처음에는 하먼이 도전해야 하는 도전자였지만 후에는 연인 비슷한 관계에 있었던 남자. 그리고 결국 후에는 하먼을 떠나고 체스를 포기하지만 나중에 하먼을 도와주려는 해리에게 눈이 계속 갔다.
해리는 뛰어난 체스 실력을 가진 사람으로 체스 선수의 길을 가려 하지만 하먼과 대결 후 그녀의 모습을 보고 무력감을 느낀다. 해리에게는 열정도 천재라면 당연히 가지고 있어야 할 재능도 없기 때문이다. 보통은 이때 인정하지 않고 끝까지 물고 늘어져서 성공이든 실패든 결과를 보는 것이 대부분인데 해리는 깔끔하게 모든 것을 포기한다. 자신이 좋아했던 것을 포기하는 용기. 재능의 영역이 있음을 깨닫고 포기하는 해리에게 이상한 연민과 쓸쓸함이 느껴졌다.
예전에 어떤 예능에서 본 장면이 생각났다. 천재는 99% 노력과 1% 영감으로 이루어진다 라는 말을 두고 사람들은 역시 99% 노력이 필요해 라고 생각한다고 한다. 그러나 저 말이 진짜 의미하는 것은 99% 만큼 노력을 해도 1%의 영감이 없으면 천재가 될 수 없다는 것이다. 천재를 보고 열광하고 동경하는 사람도 있겠지만 천재를 보고 무력감과 벽을 느낀 해리의 쓸쓸한 표정이 계속 마음속에 남았다.
우리가 천재에게 바라는 것과 시대에 걸맞는 요소들. 그리고 속도감 있는 전개.
퀸스 갬빗.
*본 콘텐츠는 브런치 까마구의 까망책방 작가님의 자료를 받아 씨네랩 팀이 업로드 한 글입니다.
원 게시글은 아래 출처 링크를 통해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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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23회 전주국제영화제] 시상 결과 발표
지난 4월 28일부터 진행된 제23회 전주국제영화제(JIFF)가 오늘(5월 7일) 그 막을 내렸는데요! 폐막작 <풀타임> 상영 후 10일 간의 축제를 마무리한 전주국제영화제를 빛내준 57개국의 217편의 작품들에 감사를 표하며, 지난 5월 4일(수)에 전주돔에서 열린 제23회 전주국제영화제의 시상 결과를 알려드리겠습니다!
씨네랩이 함께한 그 영광의 순간과. 2년 만에 오프라인에서 열린 전주국제영화제의 뜨거운 열기를 엿볼 수 있는 순간을 공유하며, 앞으로 오프라인에서 열릴 수많은 축제와 영화제를 기약해보는 시간을 가져보는 건 어떨까요? 그럼 지금부터, 철저한 방역수칙 아래 진행된 시상식의 주인공들을 확인해보도록 하겠습니다!
국제경쟁 부문 대상, <고독의 지리학>
Geographies of Solitude
다큐멘터리 | 캐나다 | 2022 | 103분
감독 : 재클린 밀스 | 출연 : 조이 루커스
캐나다 노바스코사주 해역의 외딴곳, 세이블섬에 두 여성이 있다. 환경 보호 활동가인 조이 루커스는 1970년대에 처음 이 섬에 당도했을 때 미술학도였다. 조이가 이 가느다란 당에서 지낸 세월은 벌써 수십 년으로, 대부분의 시간을 홀로 보내왔다.
일정상 시상식에 참석하지 못한 '재클린 밀스' 감독은 문성경 프로그래머의 입을 빌려 수상 소감을 전했는데요. <고독한 지리학>은 집밥처럼 소박하고 편안한 영화"라고 소개하며, "대단한 영광의 의미를 온전하게 받아들이기까지 매우 긴 시간이 걸렸다."고 전함과 동시에, 이 영화를 선보일 수 있는 자리를 마련해준 전주국제영화제에 감사인사를 전했습니다. 국제경쟁 심사위원 4인은 수상작을 전함에 있어, 굉장히 많은 논의를 나누었지만 "대상" 부문에 있어서는 이견 없이 만장일치로 결정했다고 하였는데요. 이는 매진 행렬을 이어간 <고독의 지리학>의 작품성을 엿볼 수 있는 부분이었습니다.
국제경쟁 부문 작품상, <시계공장의 아나키스트>
Unrest
역사 | 스위스 | 2022 | 93분
감독 : 시릴 쇼이블린 | 출연 : 클라라 고스틴스키, 발렌틴 메르츠
19세기, 새로운 기술이 등장하며 시계를 만드는 스위스 한 마을은 변화를 겪는다. 이 마을에서 조용히 일어난 무정보주의 운동 지지 현장에서 한 러시아인 여행자와 시계 공장 노동자가 만난다.
국제경쟁 감독상 수상의 영예를 안은 시릴 쇼이블린 감독은 전주에 온지 며칠밖에 되지 않았지만, 마음을 움직이게 만드는 도시라며 영화제의 도시 '전주'에 대한 칭찬을 아끼지 않았습니다.
국제경쟁 부문 심사위원 특별상, <도쿄의 쿠르드족>, <스파이의 침묵>
좌 : TOKYO KURDS 우 : The Silence of the Mole
다큐멘터리 | 일본 | 2021 | 105분
감독 : 휴가 후미아리 | 출연 : Ozan, Ramazan, Mehmet
터키 쿠르드족 난민이 일본으로 와 도쿄 교외 지역에 정착하기 시작한 건 1990년대부터다. 현재 그 수는 2천여 명에 달하지만 여전히 이들은 불법 이민자 신세다. 여기에 오잔(18), 라마잔(19), 메흐메트(38)가 살고있다.
다큐멘터리 | 과테말라 | 2021 | 91분
감독 : 아나이스 타라세나 | 출연 : Elías BARAHONA, Carlos OBREGÓN
영화는 과테말라 역사상 가장 억압적이었던 정부에 잠입한 한 저널리스트의 삶을 쫓으며, 침묵을 강요당한 나라의 기억으로 우리를 이끈다.
국제경쟁 심사위원특별상 공동 수상의 영예를 안은 두 작품은 국가의 정치적 상황에 대한 진정성 있는 이야기를 한 작품입니다. 이 시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이 직시해야 할 현실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는 작품은 관객들이 꼭 봐야할 영화이기도 합니다. 특히 많은 수의 영화가 만들어지지 않는 과테말라의 이야기를 다룬 '아나이스 타라세나' 감독은 "이번 수상이 과테말라 영화계에 좋은 영향을 미칠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수상 소감을 밝혔습니다.
한국경쟁 부문 대상, <정순>
Jeong-sun
드라마 | 한국 | 2021 | 105분
감독 : 정지혜 | 출연 : 김금순, 윤금선아
동네 식품공장에서 일하는 정순은 세월에 억척스러워질 법도 한데 그 이름처럼 정순하게 살아간다. 그런 정순에게 공장 동료이자 또래인 영수가 다가온다. 두 사람은 점점 가까워지며 둘만의 은밀한 관계를 즐기고, 영수는 그 관계를 휴대폰 카메라로 담는 것을 즐기는데... 그러던 어느 날, 주변 사람들이 그녀를 이상한 시선으로 바라본다.
한국경쟁 부문 영광의 대상의 주인공인 '정지혜' 감독은 "저희 영화가 너무 작은 영화여서 배우분들과 제작진분들이 많은 고생을 했다."고 말하며 모든 스텝들에게 감사 인사를 전했는데요. 어려운 이야기를 담고 있는 만큼 힘든 역할을 맡아준 배우들에게 영광을 돌렸습니다. 이와 함께, 아직도 정순과 같이 힘든 시간을 겪고 있을 모든 정순들에게 지지와 응원을 보냈습니다.
한국경쟁 부문 배우상, <윤시내가 사라졌다> - 오민애 배우/<사랑의 고고학> - 옥자연 배우
좌 : <윤시내가 사라졌다>의 오민애 배우 우 : <사랑의 고고학>
드라마 | 한국 | 2021 | 108분
감독 : 김진화 | 출연 : 이주영, 오민애
이 시대의 '관종' 유튜버, 장하다는 한물간 인기를 되찾고자 사생활까지 팔아가며 구독자를 모은다. 그러던 어느 날 전설의 가수 윤시내가 사라진다! 이에 장하다는 이미테이션 가수 '연시내'로 활동하는 엄마를 라이브 방송 소재로 삼아 구독자들에게 뜨거운 반응을 얻어낸다. 한편, 꿈의 무대를 잃고 절망에 빠진 연시내는 동료 이미테이션 가수 '운시내'와 함께 윤시내를 찾아 떠나기로 하고, 장하다는 그들 몰래 라이브 방송을 꾸민다.
드라마 | 한국, 프랑스 | 2022 | 168분
감독 : 이완민 | 출연 : 옥자영, 기윤
영실과 인식은 만난 지 8시간 만에 연인이 된다. 인식은 영실이 자유로운 영혼이라 확신한다. 불안한 인식은 영실로부터 어더한 상황에서도 함께할 것이라는 약속을 받아내고, 영실은 약속을 지키고자 노력한다. 헤어진 후에도 매일 연락을 주고받던 두 사람. 8년 후, 영실은 우도에게 설렘을 느끼지만 아무것도 할 수가 없다.
한국경쟁 부문 배우상 첫 번째 수상자인 '오민애' 배우는 "직장생활을 하면서 내가 좋아하는 영화 일을 3년만 더 해보자 했는데, 올해가 4년째,"라고 말하며, 무명생활을 오래 버티고 있을 배우들의 이름을 한 명 한 명 언급하여 큰 감동을 주었습니다. 다른 일정으로 시상식에 불참한 '옥자연' 배우는 프로그래머를 통해 긴 수상 소감을 전했는데요. 오랜만에 축제답게 치뤄지는 축제인데 시상식에 참석하지 못하여 애석하다고 말하며, 배우와 인물이 교차되는 값진 순간을 경험할 수 있었던 작품에 감사 인사를 전하기도 했습니다.
CGV 아트하우스상 배급지원상, 왓챠가 주목한 장편상 2관왕, <경아의 딸>
드라마 | 한국 | 2022 | 118분
감독 : 김정은 | 출연 : 김정영, 하윤경
요양 보호사로 일하며 홀로 살아가는 경아. 의지할 곳은 딸 연수뿐이지만 연수가 독립한 뒤부터 얼굴조차 보기 힘들다. 한편, 전 남친 상현에게 시달리던 연수는 최후의 이별 통보를 한 뒤 본가에 다녀온다. 연수가 떠난 뒤 경아는 낯선 이로부터 충격적인 메시지를 받게 된다.
아트하우스 배급지원상과 왓챠가 주목한 장편상 2관왕을 수상한 <경아의 딸>의 김정은 감독은, 작품은 '연주'가 어떻게 수렁에서 탈출하는지에 강조점을 둔 영화라고 말하며, 2018년도부터 4년 정도 준비한 작품에 대하여, 너무나도 필요한 이야기이지만 무겁고 예민한 주제를 다루고 있기에 피해자분들이 혹시나 이 영화를 보고 상처를 입거나, 그 분들께 누가 되지 않을까 하여 많이 힘들었다고 전했습니다. 더불어, 이 어려운 역할을 해준 배우들께 진심으로 감사하다는 말씀 드리고 싶다고 말하며, 앞으로도 n번방에 지속적인 관심을 부탁드린다는 진심어린 소감을 전했습니다.
CGV 아트하우스상 창작지원상, <비밀의 언덕>
The Hill of Secrets
드라마 | 한국 | 2022 | 122분
감독 : 이지은 | 출연 : 문승아
감수성이 풍부하고, 섬세하고, 예민한 열두 살 소녀 명은이 글쓰기를 통해 자신과 가족에 대해 알아가며 성장하는 이야기.
아트하우스 창작지원상 수상의 영예를 안은 <비밀의 언덕>의 이지은 감독은 '명은' 역의 문승아 배우와 시상대에 함께 올라 기쁨을 나누었는데요. 창작을 하며 상을 기대하면 건강에 안 좋다는 걸 알기에 기대를 하지 않고 왔다고 말하며, 문승아 배우에게 정말 감사하다며 인사를 전했습니다. 문승아 배우는 특히 레드카펫에서 '갸루피쓰'를 선보이며, 젊은 감성을 한껏 드러내기도 했습니다.
한국 단편경쟁 대상, <유빈과 건>
In The Dry Stream
드라마 | 한국 | 2022 | 26분
감독 : 강지효 | 출연 : 윤희성, 장시우
물이 흐르지 않는 계곡 깊숙한 곳에 유빈과 건, 두 아이가 있다. 서로가 서로에게 유일한 두 친구. 그들에게 건천은 최고의 집이자 놀이터이나 그 마음을 알아주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많은 후보작 중 한국단편 경쟁 '대상'의 영예를 안은 <유빈과 건>의 강지효 감독은 "상상도 못 했던 상이다. 고향 제주와 관련된 작품을 촬영해보고 싶었다."고 말하며, 앞으로 더 열심히 하겠다는 소감을 밝혔는데요. 강지효 감독의 앞으로가 더 기대되는 바입니다.
한국 단편경쟁 감독상, <트랜짓>
Transit
드라마 | 한국 | 2022 | 28분
감독 : 문혜인 | 출연 : 우지현, 김규나
시작 단계의 아역배우 백호와 오랜만에 현장에 복귀한 트랜스젠더 조명기사 미호. 둘은 어쩐지 현장의 구석 어딘가에서 자꾸만 마주친다.
단편경쟁 감독상의 주인공인 '문혜인' 감독은 "사실 저는 독립영화에서 배우로 오래 활동을 해왔고, 이런저런 시간들을 지나면서 스스로에게 재충전의 시간이 필요하다 생각하던 와중에 글을 쓰고 연출을 하게 되었다."고 밝혔는데요. 조금은 해이감을 갖고 있던 영화를 만드는 것, 영화를 한다는 것의 의미를 찾고 싶은 마음이 있다고 말하며, 앞으로 좋은 마음으로, 좋은 지향점을 갖고 영화에 임하겠다고 밝혔습니다.
한국 단편경쟁 심사위원특별상, <분더카머 10.0>
Wunderkammer 10.0
실험 | 한국, 네덜란드 | 2021 | 32분
감독 : 기예림, 박소윤, 정인우 | 출연 : 이상하, 한누리, 위다나
미래의 한 가상 도시. 보다 안정적이고 빠른 자율주행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만들어진 운영 체제 '분더카머 10.0(Wunderkammer 10.0)'은 지도 데이터를 크롤링해 스스로 학습한다. 특정 타임라인 내의 데이터에만 한정적으로 접근할 수밖에 없는 한계를 맞닥뜨린 분더카머는 인터넷에서 오래전 만료된 여행 블로그를 발견한다.
한국단편경쟁 심사위원특별상의 영예는 <분더카머 10.0>에게 돌아갔는데요. 수상의 영광을 안은 주인공은 "영화가 많이 실험적이라 걱정하기도 했고, 영화제에서 틀어진 것만으로도 감사한데, 상까지 주셔서 감사하다."고 수상 소감을 밝혔습니다.
왓챠가 주목한 단편상, <그렇고 그런 사이>/<29번째 호흡>/<새벽 두 시에 불을 붙여>/<겹겹이 여름>/<트레이드>
한국 | 2022 | 30분
감독 : 김인혜 | 출연 : 주가영, 김강휘
선지는 새언니가 된 친구 진희와 제사상에 올릴 전을 부친다. 분명 결혼 전까진 쿨한 친구였는데, 오늘따라 진희가 엄마 영순을 대하는 태도가 불편하다
한국 | 2022 | 27분
감독 : 국중이 | 출연 : 전아희, 한성수
아희는 처음부터 좀비를 연기하려던 건 아니었다. 그저 새로운 도전이었고 자신의 연기 스펙트럼을 넓히고 싶었을 뿐이다. 그러나 시간이 흐를수록 좀비로만 쓰임을 당하고, 다신 좀비를 안 하겠다 다짐하지만 결국 좀비로 현장을 향하게 되는데... 이미 지칠 대로 지친 아희는 슛이 들어가자 알 수 없는 행동으로 이제껏 쌓은 자신의 감정을 모두 분출해내고 만다.
한국 | 2022 | 19분
감독 : 유종석 | 출연 : 조은형, 한성민
1995년 화원여자기술학원. 서리는 이곳에서 있었던 화재 사건과 유림에 대해 이야기한다. 그토록 불을 두려워했지만 기어코 불을 보고자 했던 소녀에 대해
한국 | 2022 | 34분
감독 : 백시원 | 출연 : 이노아, 김우겸
여름날. 헤어진 연인이 우연히 마주친다. 이들의 우연한 만남은 둘 간의 10년의 세월을 거쳐 세 번의 각기 다른 여름날로 이어진다.
한국 | 2022 | 29분
감독 : 김민주 | 출연 : 심혜인
무한한 경쟁 저 너머 위로 올라가고픈 도경과 이미 한참 전에 밀려난 병태. 서글픈 청춘. 도경은 임용고시 공부와 편의점 알바를 병행한다. 한편 병태는 노모를 부양할 돈이 없어 쩔쩔맨다. 병태가 간신히 돈을 구할 방법을 마련할 찰나. 도경에 의해 물거품이 되고 마는데. 한밤의 편의점, 서로를 끌어내리기 전까지 그들은 이곳을 벗어날 수 없다.
다큐멘터리상, <2차 송환>
다큐멘터리 | 한국 | 2022 | 156분
감독 : 김동원 | 출연 : 김영식, 고 문상봉
2000년 남북화해시대를 맞아 63명의 간첩 출신 장기수가 북으로 송환됐으나, 전향 장기수들은 명단에서 제외됐다. 2001년 이들은 '전향무효선언'을 하고 2차 송환 운동을 전개한다. 좌우 대립이 심각한 남한 사회의 정치적 현실 속에서 북의 고향으로 돌아가고 싶어 하는 전향 장기수들의 희망과 절망, 30년간 그들을 지켜본 감독의 시선으로 전개되는 휴먼 스토리.
다큐멘터리상의 심사를 맡은 문성경 프로그래머는 "영화제는 항상 새로운 재능을 발굴하기 위해 애쓰는 곳"이라고 말하며, 올해 다큐멘터리상은 꾸준히 작업을 이어온 그 가치에 주목하였다고 심사 총평을 밝혔는데요. 수상의 주인공, <2차 송환>의 '김동원' 감독은 작품은 남한 사회의 정치적 현실 속에서 북으로 돌아가고 싶어하는 사람들을 담은 작품이라 밝히며, 작품의 주인공인 '김명식' 선생이 전주에서 오랜 시간을 보냈기에 더욱 뜻깊은 상이라 말하면서도, 많이 옅어진 남북 관계와 송환에 대한 사람들의 관심을 촉구하기도 하였습니다.
J비전상, <문제없어요♪>
No Problem
드라마 | 한국 | 2022 | 15분
감독 : 고경수 | 출연 : 김예지, 김우택
예지의 소화 불량 고백하기.
J비전상을 수상한 <문제없어요>의 고경수 감독은 포기하지 않게 응원해준 친구들에게 전하는 감사인사와 함께, 포기하지 않겠다는 짧고 굵은 수상소감을 전하였습니다.
넷팩상, <UFO를 찾아서>
Journey to the West
중국 | 2021 | 111분
감독 : 쿵다산
빈털터리 중년 남성 탕즈쥔은 SF 잡지의 편집장이다. 평생 그를 애먹여온 의문은 외계인을 찾기 위한 또 다른 여정으로 그를 이끈다.
넷팩상 부문 심사위원들은 기발함으로 가득했던 작품이라며 <UFO를 찾아서>에게 수상을 안겼는데요. 비경쟁 섹션 아시아 상영작 중 1편을 선정하는 넷팩상의 영광을 안은 작품이기도 합니다.
다가오는 5월 25일 극장에서 만나볼 수 있는 <더 노비스>부터, 각종 영화제에서 만나볼 수 있는 '단편들까지 제23회 전주국제영화제의 소중한 작품들에 앞으로도 지속적인 관심 부탁드리며, 앞으로도 다양한 영화제 소식을 공유해드릴 수 있게 노력하는 씨네랩이 되겠습니다!
그럼 오늘도 영화로운 하루 보내시기 바랍니다.
씨네랩 에디터 Cammi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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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레이맨, 넷플릭스에서 보기 아까운 액션 영화
?Rabbitgumi 입니다!
마블 어벤져스 엔드게임의 감독인 루소 형제가 마블에서 벗어나서 다양한 시도를 하고 있죠.
이번에는 넷플릭스의 투자를 받아 그레이맨이라는 영화로 돌아옵니다.
라이언 고슬링과 크리스 에반스가 출연하고 있는 액션영화인데요,
꽤 스케일이 큰 액션 영화여서 극장에서 선 공개 되었어요.
넷플릭스가 엄청난 금액인 2억 달러를 투자한 영화죠!
이 영화가 어땠을지 좀더 자세히 알려드릴게요! :)
자세한 리뷰는 영상을 참고해주세요! :)
그리고 제가 매주 일요일마다 영화에세이를 전달 드리는 Rabbitgumi 영화 이야기 뉴스레터에도 관심을 가져주시고 많은 구독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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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헌트> 공식 예고편
사냥꾼'이 될것인가, '사냥감'이 될것인가! 공식 예고편 공개? 지금 바로 이벤트 참여하고 [헌트] 예매권 받아가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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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늑대사냥> 티저 예고편
바다 위 움직이는 지옥, 도망갈 곳은 없다! [늑대사냥] 티저 예고편 대공개!? 9월 21일, 나쁜 놈들이 찾아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