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라별2021-12-20 16:56:34
특별함을 찾아 도착한 곳은 평범함이었다
영화 <노웨어 스페셜> 리뷰
영화 <노웨어 스페셜> 사은품으로 두루마리 휴지를 주길래 얼마나 슬프길래 이걸 줄까 했는데 정말 눈물이 도르륵 주르륵 좌라락 흐른 작품이었다. 입양과 죽음이라는 소재이기에 당연히 슬플 걸 알긴 했지만 극 중 배우들의 절제된 감정표현 때문인지 되려 관객이 내가 감정을 폭발시키고 나오게 만들었던 작품이었다.
영화 <노웨어 스페셜> 시놉시스
서른네 번째 생일을 맞은 창문 청소부 존, 살 날이 얼마 남지 않은 그에게는 마지막으로 할 일이 있다. 바로 네 살짜리 아들 마이클에게 새로운 부모를 찾아주는 것. 세상에 혼자 남을 아이를 위해 존은 특별한 부모를 찾는 여정을 시작한다.
아직 어리지만, 말도 잘 듣고 예절도 잘 지켜요. 내 아이를 키워줄, 새 부모를 찾습니다.
* 해당 내용은 네이버영화를 참고했습니다.
이 이후로는 영화 <노웨어 스페셜>에 대한 스포일러가 존재합니다.
창의 경계를 잘 보여주는 작품
존은 창문청소부로 일하며 돈을 번다. 이 창문의 경계가 영화 속에서는 굉장히 유의미하게 등장한다. 창문을 깨끗하게 닦을수록 안이 훤히 보이고 그 집 사람들이 어떻게 살아가고 있는지 알 수 있지만 정작 존은 그 집 안으로는 절대 들어갈 수 없다는 그 장벽을 너무나도 잘 표현해주고 있었다. 특히 존이 창문을 닦는 집들을 대부분 중산층 이상의 집들이다 보니 아이의 온전한 방, 가득찬 장난감을 바라볼 수밖에 할 수 없는 존의 상황과 입장이 너무나도 잘 드러나는 직업이 아니었나 싶다. 그리고 꼭 자신의 아들만큼을 이렇게 유복한 가정으로 입양을 보내고 싶어하는 존의 결심이 왜 들었는지도 알 수 있는 대목이었다.
아들을 위한 특별한 곳? 과연 좋은 것일까?
존은 특별한 경우다. 시한부 선고를 받았고 죽기 전 반드시 아들을 다른 집으로 입양을 보내야 하는 상황이기에 사회복지사들도 존에 경우에는 특별히 다루고 있었다. 그래서 사회복지사와 함께 위탁가정을 계속해서 둘러본다. 인터뷰도 하고 대화도 나누면서 집안의 분위기와 가정 환경을 살핀다. 존과 인터뷰를 본 가정은 교육에 열을 올리는 부모, 본인들의 권위를 지켜려는 부모, 본인들의 선함을 증명하려는 부모, 그리고 자신의 이야기를 해주는 부모, 다양한 가족을 만난다.
이 과정에서 초반 존은 자신의 아들 마이클이 보다 나은 환경에서 자라길 바랐지만 점차 위탁가정들을 둘러보면서 어떤 가족이 마이클에게 특별한 가족이 되어줄 수 있을까 보다 마이클에게 관심과 사랑을 줄 수 있는 가족을 누구일까로 생각이 바뀌게 된다. 모두가 자신이 마이클에게 잘 해줄 수 있는 장점과 강점들을 자랑하는 가족과 달리 한부모 가정이지만 유일하게 존의 환경과 마이클이 좋아하는 것을 물어보고 직접 함께 놀아줬던 엄마를 선택한다. 이 선택이 왜 영화 제목이 노웨어 스페셜 인지 잘 보여주지 않았나 싶다.
죽음을 받아들이는 과정
존은 마이클에게 자신의 죽음을 알리고 싶어하지 않았다. 하지만 마이클은 눈치를 채고 있었던 듯 싶다. 34살의 아빠 생일에 굳이 초 한 개를 더 주며 1년을 더 함께 살자고 표현을 하는 것 같아서 정말 눈물이 도르륵 흘러내렸다. 자신의 죽음을 받아들이기 어려웠던 존은 마이클에게 죽음에 대한 동화책과 소재에 대해 알려주기 꺼려하는 모습을 보인다. 하지만 사회복지사와의 기나긴 대화를 통해 마이클이 자신을 기억할 수 있게끔 기억 상자를 만들면서 스스로 죽음을 차분히 받아들인다. 그리고 마이클에게 죽음에 대한 동화책을 읽어주면서 죽음을 슬픈 것이 아니라 새로운 시작이며 언제나 아빠는 공기 속에서 마이클 곁에 있을거라는 말을 하는데 세상에 이 아이를 남겨두고 떠나야 하는 아버지의 마음이 정말 얼마나 애달플까 하는 생각이 들어 눈물이 멈추지 않았던 것 같다.
오래간만에 영화관에서 펑펑 울다 나온 영화 <노웨어 스페셜>. 특별함을 찾아 헤맸지만 결국 그 특별함은 사랑과 관심으로 보듬어 안아 줄 수 있는 평범함이었다는 것을 보여준 작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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