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포도2025-02-10 13:19:55
지금 청춘은 어디에 있는가
단편영화 <우리는 어디에 있는가> 비평
우리는 어디에 있는가. 영화의 제목이자 핵심인 문장이다. 우리는 어디에 있을까. 또는 대체 우리는 누구일까. 약 6분 내외의 단편영화지만, 그 짧은 시간에 많은 의미들이 영상 속에서 부유하고 있다.
단편영화 <우리는 어디에 있는가>는 단 두 명의 인물로만 흐름을 전개한다. 단편영화의 특성이나 한계가 명확하기에 적은 인원을 사용하지는 않았을까, 생각할 수 있다. 평론을 하는 입장에서 그것을 정확히 파악하는 데에는 한계가 있겠지만 그 부분이 사실이 아니라고 단정할 수는 없을 것 같다. 그러나 주목해야 하는 것은 단편영화가 가지는 그 한계점을 '적은 인원으로도 관객에게 충분히 소구 가능한' 이야기로 타파해나가고 있다는 것이다.
우리와 식물들의 관계에는 무엇이 있는가
비를 좋아하는 사람에게는 과거가 있다. 그것도 아름다우면서도 슬픈 사랑의 과거가 있다. 청춘에 사랑이 빠질 수 있으랴. 우리는 한 아파트의 야외에서 우산을 펼치고 비를 맞으며 쪼그려 앉아 있는다. 첫 카메라 앵글에서 우리는 정말 비를 맞고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그것은 이내 미래가 뿌리는 '가짜 비'라는 것을 관객은 알게 된다. 우리는 왜 비를 맞고 있나.
러닝타임 내내 영화 곳곳에서 식물이 모습을 드러낸다. 종류는 다양하다. 토마토, 딸기 모종, 몬스테라. 미래는 우리에게 토마토를 준 적이 있고, 우리는 토마토를 기른 적이 있다. 토마토는 햇빛과 물만 있으면 쉽게 자란다. 우리도 그걸 알고 있다. 그렇지만 우리는 애써 그 사실을 부정한다. 그 토마토 화분을 버린 적도, 그렇다고 기르지 않은 적도 없지만 열매가 맺는 것은 우리와 다른 상황에 놓여있는 것이 된다. 우리는 아직 비를 맞고 싹을 틔우지 못한 상황이기 때문일 것이다. 우리에게는 그 슬픈 사랑의 과거가 자기 자신의 성장을 저해하는 요인이 될 수밖에 없다. 싹도, 햇빛도 들지 못한 마음에 열매를 맺은 토마토를 받아들이고 인정할 수 있을까.
미래는 그런 우리에게 희망을 심는다. 지금 마음이 어떨지 몰라도 심고 기르다 보면 마음이 편해진다고. 우리의 마음에 볕을 들게 하라는 듯이 말을 건넨다. 미래의 할머니가 미래에게 전한 말이기도 하다. 우리의 시간보다 곱절은 더 많은 시간을 보냈을 할머니의 말을 잘못됐다 단정할 수는 없을 것이다. 우리는 그 말을 듣고서 어떤 생각을 했을까.
미래가 기르는 몬스테라는 방 안에서 길러지고 있다. 인공조명의 도움으로 빛을 받고 자란다. 어쩌면 우리와 비슷한 모습으로 보인다. 우리는 스스로 물을 받아내지 못해 위층에서 미래가 물을 뿌려주어야만 하고, 스스로 마음에 빛을 들이지 못해 미래에게서 위로되는 말들과 조언을 들어야만 한다. '답답하지 않을까'. 우리가 몬스테라를 보고 처음으로 꺼낸 말이다. 일은 일사천리로 이루어진다. 우리와 미래는 몬스테라 화분을 방에서 끄집어내고, 계단을 통해 내려보내고, 끌차로 끌어 햇빛을 보게 하려 한다.
급한 마음에 사고가 잇따르는 것은 필연일까, 우연일까. 그 과정에서 몬스테라가 심어져 있는 화분이 떨어져 깨지고 만다. 깨진 화분을 들고 갈 수는 없다. 끌차에 올려 끌고 갈 수도 없다. 몬스테라를 심었던 그 흙들은 이미 모두 깨진 화분의 틈새로 새어 나와 주워 담을 수 없게 된다. 우리와 미래는 결단해야 한다. 다시 되돌릴 수 없는 이 상황을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
우리는 어디에 있는가, 어디에 있어야 하는가
결국 몬스테라를 봉지에 담아 바깥에 아주 심기로 택한다. 인공조명과 미래가 주는 물로 애써 생명을 이어가던 몬스테라는 이제 자유로이 빛을 받고 물을 머금을 수 있게 될 것이다. 그리고 그 과정에는 우리가 있다. 우리가 몬스테라에게 그 기회를 주었고, 직접 몬스테라를 이고 가 심어준다.
우리에게도 그럴 기회가 있어야 할 것이다. 직접 빛을 받아야 할 것이고, 직접 물을 머금을 기회를 가져야 한다. 그 누구도 인공적으로 도움을 준대도, 직접 하지 않으면 그 어느 것도 온전히 자기 자신의 양분이 되지 않을 것이다. 더 이상 미래에게 의존할 수 없는 것이다. 우리도 우리의 힘으로 자유롭게 방향과 양분을 찾아야 한다.
과거는 오래 간직해도 좋다고 한다. 시간이 지나면 그 위에도 결국 다시 싹이 튼다고 한다. 어떤 과거에도 새로 싹은 트고, 삶은 다시 한번 새롭게 트여 계속해서 돋아날 것이다.
단순히 작 중의 우리에게만 해당되는 말이 아니다. 지금의 시대를 살아가는 청춘들, 즉 '우리'에게도 통하는 말이다. 사랑과 이별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모든 시도에는 실패가 따르기 마련이고 좌절이 있기 마련이다. 주변에서 건네는 위로와 조언들이 많겠지만 언제까지나 그 인공적인 것들에 의존하며 살 수는 없다. 우리의 삶이 우리만의 것이듯, '우리'의 삶도 '우리'의 것이니까.
많은 좌절과 실패 끝에는 자기혐오가 발생할 수밖에 없다. 이 또한 필연적인 것이다. 불행한 운명이라면 운명이라 하겠지만, 현시대의 인간이라는 존재는 계속해서 그 틀을 깨고 부숴 나아가야 한다. 어떤 형태의 과거이든 간에 그 위에 새로이 싹을 틔우고 돋아나게 해야 한다. 그렇게 나아간다.
영화의 종반부에서 재미있는 구도를 보여준다. 바로 우리가 카메라에 직접 물을 뿌려 주는 것. 우리는 몬스테라에게 물을 줬을 것이다. 그러나 그것이 왜 그 모습을 보는 '우리'에게 주는 것처럼 느껴지는 것일까. 우리가 자기 자신과 동일시하는 감정을 느끼는 몬스테라에 물을 뿌려주는 것처럼, 결국 '우리'도 '우리'에게, 정말 '우리' 스스로가 아니더라도 동일시할 수 있는 것들에 힘을 주어야 하지 않을까.
우리는 어디에 있는가. 우리는 안에 있는가 바깥에 있는가. 안에 있다면 바깥으로 가야 하는가. 바깥에 있다면 안으로 가야 하는가. 그 어느 곳에도 정답은 없지만, 안에 있다가 보면 바깥으로 나가야만 하는 순간이 오고, 바깥에 있다 보면 안으로 들어갈 수밖에 없는 순간이 온다. 마치 작 중에 등장하는 몬스테라처럼 말이다. 그렇기에 우리는 몬스테라이고, 몬스테라는 우리다. 몬스테라는 바깥에 없다. 바깥에 없다는 것은 직접 무언가를 쟁취할 수 없다는 것이 된다. 아무것도 변하지 않는다는 것이 된다. 우리의 마음도 바깥에 없다. 바람이 불고 비가 내리는 그 속에서 변화할 기회를 모두 놓친다. 우리 또한 몬스테라처럼 그렇게 야외에 존재하지 않는다.
그렇다면 우리는 어디에 있어야 하는가. 그 메시지는 영화의 끝에서 몬스테라가 심어지게 되는 그곳, 자유롭게 햇빛을 쬐고 물을 머금을 수 있는 그곳이지 않을까. 실내에서만 지내던 몬스테라가 야외에서 어떻게 잘 살아갈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영화에서조차 그 이후의 이야기는 다루지 않는다. 그래도 우리는 몬스테라에게 물을 준다. 우리 자기 자신도 미래도 서로를 그렇게 믿고 방치해야만 한다. 사랑이 오면 떠나가야 하는 순간이 온대도, 모든 시도에 실패와 좌절이 따를 수밖에 없대도 직접 뿌리내리고 고개를 치켜들어야 하기 때문일 것이다. 그게 진정한 삶이고, '우리'를 향한 애정이기 때문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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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일대학교 사진영상학부 학생들의 단편영화 <우리는 어디에 있는가>는 유튜브에서 관람할 수 있습니다.
Relative conten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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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는 당신을 알지 못하고 나 자신도 솔직히 잘 모르고
서서히 균열
이 영화의 주인공은 미국 국적의 배우 엘리자베스(나탈리 포트만)이다. 엘리자베스는 누군가에게 향하고 있다. 이동 중인 엘리자베스. 카메라는 이 영화의 다른 주인공 그레이스(줄리언 무어)와 조(찰스 멜튼)에게로 향한다. 둘은 부부다. 엘리자베스는 이 그레이시, 조 부부를 취재하기 위해 두 사람이 살고 있던 곳으로 향하던 중이었다. 왜? 엘리자베스에게 시나리오가 들어왔다. 그 시나리오에서 나온 대로라면 엘리자베스가 맡게 된 배역이 그레이시를 토대로 한 것이었다. 기자처럼 다가온 그레이시. 그레이시의 질문과 시선이 점점 충돌하기 시작한다.
원형 구조?
이 영화를 구성하는 이야기는 작품 그 자체를 형상화했다. 이 영화의 핵심을 이루는 모티브가 무엇일까? 작중에서 자주 반복되는 대사인데, ‘나를 이해할 수 있어?’라는 말이다(이 문장은 시놉시스에도 있기 때문에 스포일러가 아니다). 이 영화는 이 질문을 시각적으로 보여주는 듯한 촬영 구도를 반복한다. 가령 우리가 가장 쉽게 이 영화에 대한 정보를 볼 수 있는 포스터를 보면 이해하기 어렵지 않다. 두 사람(그레이시/엘리자베스)의 얼굴을 가로로 연이어 배치하는 장면이 몇 있다. 이는 두 사람 사이의 관계를 촬영으로 보여준다고도 볼 수 있는 지점이다. 비단 촬영뿐만 아니라 이야기의 몇 요소들도 두 사람의 관계를 암시하고 있다. 엘리자베스의 직업은 배우다. 배우는 그 사람의 인생에 대해 흉내 내는 일이다. 이런 점에서 ‘배우’라는 소재는 ‘타인을 이해할 수 있는가?’와 직결되는 문제라고도 할 수 있겠지? 이렇게 이 영화는 ‘타인을 이해할 수 있는가’라는 질문에 반복해서 답을 내놓는다. 반복되는 상황, 소품, 이야기 흐름까지 이 세상을 우리가 이해하는 방식에 대해 코멘트하고 있다. 이는 영화 팬들이라면 알고 있을 <벨벳 골드마인>에서의 변태적인 미장센과 공통점이 느껴지는 부분이다. 이 <벨벳 골드마인>과 유사하게 <메이 디셈버>는 거의 모든 소재에 대칭이라는 키워드를 배치시켰는데 이 부분 역시 ‘타인을 이해할 수 있는가’라는 질문에 답을 던지는 지점이라고도 할 수 있다. 영화의 모든 디테일이 핵심을 향한다는 것이 공통점이 된 것이다. 심지어 영화가 게으르지도 않다. 이 밀도를 다층적으로 활용하기도 한데, 엘리자베스와 그레이시 뿐만아니라 조나 엘리자베스, 그레이시와 조, 그리고 세 인물과 그 나머지까지 인물들은 서로 사회를 이루며 영화를 둘러싸고 있다.
그리고 가장 결정적으로 인물들 간의 연결관계와 공통점을 묘사하는 이유는 영화가 내리는 결론과도 닿아있다. 영화는 가장 중요한 무언가를 숨기고 있다. 이 것을 숨기는 방식 역시 신선한데, 이는 토드 헤인즈가 그동안 시도해 온 파격적인 이야기 형식의 연장선상 같아 보이니 등장인물 중 유달리 도드라지는 한 캐릭터에 주의집중하시길 바란다. 또 우리가 수많은 영화에서 봐왔던 사랑의 이기적인 속성도 활용하는데, 역시 거장은 거장이구나 싶다.
틈입하는 사운드
이 영화를 보면서 먼저 귀에 들어왔던 건 사운드다. 이 영화는 음향효과를 특별하게 사용했다. 어떻게? 바로 이 영화의 플롯을 음향으로 청각화한 것이다. 대표적으로 세 번째 장면에선가 어떤 여자애가 냅다 소리 지르는 부분이 있다. 이와 유사하게 영화를 보다 보면 ‘우연히 갑자기 어떤 소리가 끼어드는’ 장면을 몇 개 찾을 수 있다. 이런 것들이 아무 맥락도 없이 공통점을 보며 그냥 들어가지 않았겠지? 이 음향 효과들은 다른 영화의 사운드들이 잘 짜여 있기 때문에 더 두드러진다. 핵심은 ‘다른 영화의 사운드가 잘 짜여 있다’는 점인데, 이는 사실 영화에서 누군가와 누군가의 관계로 치환되고 있다. 주인공 간의 관계에 비명소리 같은 것이 틈입하는 것이다. 이 양상을 중심으로 이야기를 보면 영화가 조금은 어렵지 않게 느껴질 것 같다.
영화가 사운드를 활용한 다른 방식은 인물의 정서다. 이 영화의 이야기는 원인을 규명할 수 없는 불안감으로 가득 차 있다. 영화를 보다 보면 그 불안한 요소가 무엇인지 쓸 수 있지만 이야기 내적으로 거슬러 올라가기 때문에 구체적으로 쓰긴 좀 어렵다. 하지만 분명하게 언급할 수 있는 건 ‘사운드’다. 이 영화의 초반부에 의미심장한 장면이 있다. 바로 그레이시가 “소시지가 다 떨어졌구먼”이라고 말하는 장면이다. 소시지가 다 떨어졌다는 게 이야기 흐름 상 중요한 장면이 되진 아니겠지? 하지만 이 장면에 밑줄이 쫙 그 여진 이유는 연출하는 방식에 있다. 이 음향은 왠지 모르게 불안정한 인물들의 분위기, 인간관계, 그리고 플롯 흐름과도 관련이 있다. 글쓴이는 청각적 요소를 이렇게 활용해서 불안감을 만들어낼 수도 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시각과 청각이 서로 충돌하면서 불안함을 만들어내고, 그 도착지에 무엇이 있는지를 염두하고 본다면 영화가 좀 더 쉬울 것이다.
다층적인 이야기
이 영화의 두 주인공 그레이시와 엘리자베스는 여성이다. 이를 이 영화가 여성영화로서 읽히는 지점이 몇 있다. 이 영화가 인물을 대상화하는 방식을 보면 기존에 알고 있던 ‘팜므파탈’ 같은 것이 뒤틀렸다는 걸 쉽게 파악할 수 있다. 이는 감독의 전작 <캐럴>에서도 느낄 수 있던 부분이기도 하다. 또 이 영화가 핵심을 인물로 또 플롯으로 소화한 것과 유사하게 표현한 부분도 있다. 바로 이 영화의 플롯을 형상화한 형태 중 ‘원’이라는 것이 여기에 이어지는 것이다. 이 두 장면에서 영화 내적인 논리로 작동하는 것이 여성영화로서의 맥락으로도 작동하니 영화가 영리한 선택을 뒀다고 볼 수 있다. 이 외에도 영화의 적지 않은 부분에서 ‘여성의 주체적인 선택’을 암시하는 대사가 몇 있으니 이런 맥락의 이야기를 구성하는 요소 역시 촘촘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또한 이 영화를 예술가의 영화로 읽을 수 있다. 이 영화는 예술가와 세상이 상호작용하는 방식에 대해 다룬 이야기처럼 읽히기도 한다. 이 영화에 등장하는 예술은 표면적으로는 두 가지다. 하지만 어떤 예술은 기자가 구사하는 저널리즘으로, 또 다른 현실은 마치 연극적으로 보인다. 그리고 그 현실과 예술을 병치시켜 엔딩에 이르면 이 영화가 정말 넘고 싶어했던 것이 무엇일까 어렴풋이 이해할 수 있다. 글쓴이는 이런 소재들도 과연 거장이다 싶었지만 오히려 단점이 느껴지는 지점이기도 했다. 다층적인 이야기를 구성함에 따라 인물들이 엄청나게 생동감이 있는 타입들은 또 아니었던 듯 하다. 서서히 스며드는 나탈리 포트만의 연기와 줄리언 무어의 맹위, 종잡을 수 없는 찰스 멜튼이 굉장했어서 그렇지 영화가 다이나믹한 템포로 빠르게 달리지는 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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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구 최후의 밤 / 地球最後的夜晚 (Long Day's Journey Into Night)
지구 최후의 밤 / 地球最後的夜晚 (Long Day's Journey Into Nigh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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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감상평 /
(최대한 스포를 안하고 쓴..감상)
이 영화는 컨셉(?)이 되게 독특하다.
1막은 기본적인 2D 그리고 2막은 3D로 구성되어 있다.
영화를 보기 전에는 왜 불편하게 처음부터 3D도 아니고 굳이 중간부터 저런 불편한 설정을 하였을까 싶었는데..
다.. 이유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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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영화의 1막은 주인공의 기억더듬기라고 볼 수 있다.
본인이 가장 사랑했던 사람을 찾는 과정에서 기억들을 하나하나 되짚어본다.
그렇기때문인지 시간이 순차적이지 않고, 과거였다가 현재였다가 한다.
그래서.. 이런 비순차적 플롯나열 덕분에 일단.. 빡집중안하면 중간중간 헷갈리고..
이게 '우리가 모르는' 주인공의 기억을 더듬는 것이다 보니.. 흘러가는 상황이 머릿속에 쏙쏙 박히지 않는다.. 어리둥절 투성이..
그리고 굉장히 지루하다.
어쨌든 이 기억더듬기파트가 한 1시간 10분정도 된다.
이 70분이 굉장한 난관이다.. 이것만 버티면.. 버티면.. 엄청난 것을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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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1시간 12분쯤 되면 갑자기 뜬금없이 영화 타이틀이 뜬다.
빠밤!!
이때 진짜 소름돋음.
그러면서 카메라 기법(?)이 마치 스팀게임처럼 변하고..
영화의 분위기가 확 달라진다.
(3D효과의 극대화를 위한 변화였던 것 같다.)
그리고 새로운 공간에서 새로운 사람들과의 만남이 이어진다.
근데 이게 새로운데.. 사실 새로운 사람이 아닌..
뭔가 기억을 곁들인..사람들이다..
아니 분명 아는 사람들인데 다들 몰라
이게 뭐야?
하던 도중 깨달은게.. '아, 이게 주인공의 꿈(상상)이구나..!'
그렇다.
2막은 주인공의 상상이고.. 그렇기 때문에 감독이 이 부분을 3D로 만든것이다!
(만약 내가 극장에서 봤다면 바로 알아챘겠지..난 이게 1,2막 구성인지 몰랐다)
이 꿈에서는 주인공이 1막에서 본인이 되짚어 본 기억들을 바탕으로 그 기억의 조각들을 하나하나 조합해 나간다.
그리고 이 꿈 자체가 주인공의 상상이다 보니, 등장하는 캐릭터들이 누구인지 정확히 얘기해주기보다는 모두 상징으로 그들이 누구인지 알려준다.
이게 정말 재미있는게, 1막에서 대사로 언급되었던 부분들이 시각적으로 보여지면서 진짜 기억을 맞춰나가는 기분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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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영화에서 1막이든 2막이든 가장 중요한 심볼은 '시계'이다.
영화를 볼 때 시계를 중심적으로 보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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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서 말했듯, 이 영화는 정확한 대사보다 '상징'으로 설명해주는 어찌보면 불친절한 영화이기때문에.. 조금 어렵다..
솔직히.. 한번더 봐야 제대로 이해를 할 수 있을 것 같다.
그리고.. 진짜 영화관에서 3D로 보고싶다..!!
재개봉 해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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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3월 셋째 주 극장 개봉 & 예정작 ?
3월 3주차 개봉예정작 시작합니다.
탐정 말로
Marlowe
ⓒ 네이버영화
개요: 범죄, 액션, 스릴러 | 미국, 스페인, 아일랜드, 프랑스 | 109분
감독: 닐 조단
출연: 리암 니슨, 다이앤 크루거, 제시카 랭 등
개봉: 2024.03.21.
배급: ㈜바이포엠스튜디오
시놉시스
할리우드 곳곳을 누비며 사건을 해결하는 탐정 '말로'는 어느 날 갑자기 사라진 애인 '니코'를 찾아 달라는 매력적인 여인 '캐빈디시'의 의뢰를 받아 조사를 시작한다. 머지않아 말로는 니코의 실종에 숨겨진 충격적인 비밀을 마주하게 되는데...
CINE PICK!
영국에 셜록홈즈가 있다면, 프랑스에는 필립 말로가 있습니다
레이먼드 챈들러가 만들어낸 추리소설의 탐정 ‘필립 말로’의 이야기를 다루며 ‘검은 눈의 금발’을 원작으로 하는 작품으로 험프리 보가트, 제임스 가너 등 할리우드의 전설적인 배우들이 거쳐간 ‘필립 말로’역에 리암 니슨이 배역을 맡으며 화제를 모으고 있습니다.
당신이 잠든 사이
ⓒ 네이버영화
개요: 미스터리, 멜로/로맨스 | 스페인, 프랑스 | 100분
감독: 장윤현
출연: 추자현, 이무생
재개봉: 2024.03.20.
배급: 트윈플러스파트너스㈜
시놉시스
행복했던 부부, 일도 가정도 평탄했지만 ‘덕희’가 교통사고로 선택적 기억 상실증을 앓게 된다. 지난 결혼 생활이 머리 속에서 사라져 ‘덕희’는 초조해 하지만 늘 다정한 ‘준석’의 위로로 천천히 기억을 찾아가려고 한다. 어느 날, 속도 위반 통지서, 카드대금 연체, 호텔 결제 내역까지… ‘준석’의 알 수 없는 행적들이 밝혀지는데. 내가 알던 남편은 도대체 누구일까.
CINE PICK!
<접속> <텔 미 썸띵>을 연출한 장윤현 감독의 신작 <당신이 잠든 사이>는 연기력이 입증된 추자현과 이무생이 부부로 호흡을 맞추며 남편 준석의 알 수 없는 행적들이 발견되면서 진실을 추적해가는 미스터리 로맨스를 그립니다.
나이트 스윔
NIGHT SWIM
ⓒ 네이버영화
개요: 공포 | 미국 | 98분
감독: 브라이스 맥과이어
출연: 와이어트 러셀, 케리 콘돈, 아멜리 호펄레, 개빈 워렌
개봉: 2024.03.20.
배급: 유니버설 픽쳐스
시놉시스
물속에 혼자 남겨진 순간, 공포에 잠긴다 넓은 수영장이 있는 새집으로 이사 온 후 더할 나위 없는 행복을 느끼고 있는 ‘레이’ 가족. 하지만 완벽한 순간도 잠시, 물속에서 혼자 수영하게 되면 숨막히게 조여오는 공포에 잠기게 되는데… ※절대 혼자 수영하지 말 것 ※ 진짜 무서운 건 이 아래에 있어
CINE PICK!
<나이트 스윔>은 5분도 안되는 단편 공포영화로 호러의 거장 제임스완과 블룸하우스의 창립자 제임슨 블룸의 선택을 받으며 탄생시킨 작품으로 북매 개봉 첫날 박스오피스 1위에 오르며 개봉 첫 주 제작비를 벌어들인 화제작입니다.
리볼버 릴리
Revolver Lily
ⓒ 네이버영화
개요: 액션, 스릴러 | 일본 | 139분
감독: 유키사다 이사오
출연: 아야세 하루카, 하세가와 히로키
개봉: 2024.03.21.
배급: 와이드 릴리즈㈜
시놉시스
3년 동안 57명을 살해할 정도로 엄청난 킬러 스킬을 가진 세계 최고의 스파이 ‘오조네 유리’. 첩보 활동을 그만두고 조용히 살던 그녀에게 일가족이 살해된 소년 ‘신타’가 찾아온다. 일본 육군에게 쫓기던 ‘신타’는 아버지의 조언대로 ‘유리’에게 도움을 청하고, 그렇게 그녀는 다시 총을 들게 되는데…
CINE PICK!
아야세 하루카의 열연과 액션 시퀀스가 돋보이는 작품 <리볼버 릴리>는 <고>로 일본 아카데미상 최우수감독상을 받고 최근 한국 드라마 <완벽한 가족>의 연출을 맡은 유키사다 이사오 감독이 메가폰을 잡은 작품입니다.
이렇게 극장 개봉 영화, 총 네 편의 영화를 소개해 드렸는데 어떠셨나요?
그럼 남은 한 주도 건강하게 보내시길 바라며, 지금까지 씨네랩 에디터 Amy였습니다!
https://www.instagram.com/cinepic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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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순진무구한 표정으로 모든 것을 부수다.
시작부터 쉽지 않았던 마녀 시리즈가 ‘마녀: Part 2. The Other One’이라는 이름으로 다시 돌아왔다. 긴 공백 끝에 개봉한 ‘마녀: Part 2. The Other One’은 김다미 배우가 아닌 새로운 신인, 신시아 배우가 새로운 마녀로 등장하며 이목을 집중시킨다. 또한 사라졌던 캐릭터들이 다시 그 자리를 채우면서 새로운 발견까지 함께하며 영화의 재미를 더 한다. 자윤이 사라진 뒤를 그리고 있는 이 영화는 과거의 뿌리부터 시작하여 1보다 더 강력한 존재들의 싸움으로 이어지고 강렬한 액션과 거침없는 이야기 전개가 꽤 인상적이다. 다만 영화에서 표현되는 잔인함과 욕설의 정도에 비해 15세 관람가라는 게 약간 걱정스럽다. 그동안의 공백을 메우려는 듯 다시 시작하는 마녀 두 번째 이야기는 이야기의 확장을 더한 마녀2는 자윤이 사라지고 난 후의 이야기를 다루었다. 자윤이 사라지고 어떤 집단의 습격으로 아크가 초토화되면서 탈출한 소녀가 길을 서성이게 된다. 우연히 만난 경희에게서 처음 느껴보는 따스함이 그로 인해 새로운 감정을 느끼게 만든다. 한편, 목적은 다르지만, 목표 대상은 같은 그들이 모이면서 모습을 감추고 있었던 소녀의 능력이 발산되기 시작한다. 존재 자체만으로도 위협이 되는 소녀의 존재는 멀어질수록 더 가까워지고 있었다. 그들을 구원하는 순간, 소녀도 구원받게 되었다.
늘 그렇듯 목적을 위한 목적이 가치를 잃으며 무엇을 찾으려고 했는지조차 잊게 만드는 순간을 조명하며 순진무구한 표정에 떠오르는 광기를 강렬한 액션을 통해 적나라하게 표현한다. 또한 마녀의 뿌리를 찾아가듯 이야기의 흐름이 과거에서 현재로 이어지며 어떤 존재의 탄생을 알려 다음 시리즈를 기대하게끔 만든다. 앞으로 이어질 이야기에서 자윤과 소녀가 어떤 점에서 다른지, 왜 모체가 소녀를 그렇게 찾았는지를 다루어 줄 것이라고 믿어 의심치 않는다.
인간을 능가하는 힘 앞에서는 그저 인간의 무력함을 느끼게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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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변하지 않는 애정의 끈기
PROGRAM NOTE.
1980년대 홍콩은 세계적 경제 대국으로 발돋움하는 동시에 이로 인해 수많은 화교들이 해외로부터 흘러들면서 사회, 경제적으로 혼돈의 시대를 보내고 있었다. 그런 홍콩에서 가장 위험하고 불가사의한 무법지대가 바로 구룡성채였다. 그 무렵 홍콩으로 흘러들어와 힘겹게 살아가고 있던 찬 록쿤은 악명 높은 미스터 빅이 이끄는 갱단에게 쫓기게 되고 우연히 구룡성채로 몸을 피한다. 구룡성채를 지배하는 사이클론의 도움으로 구룡성채에서의 삶에 적응하던 찬 록쿤. 그러나 찬 록쿤과 구룡성채를 향한 악당들의 위협은 점점 거세진다.
1993년에 철거되어 지금은 역사 속으로 사라진 홍콩의 씬 시티, 구룡성채. 기괴하고 미로 같은 공간을 배경으로 펼쳐지는 사나이들의 이야기가 가슴을 울린다. 시대적 배경과 절묘하게 포개어지는 공간적 배경과 더불어 인물들의 다양한 사연과 관계를 통해 그 당시 홍콩의 모습을 절로 떠오르게 한다. 90년대 홍콩 영화 전성기의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화려한 액션 역시 놓칠 수 없는 매력 포인트. 제77회 칸 영화제 공식 초청작으로 첫 공개 당시 이미 극찬을 받은 바 있다. (이정엽 / 20회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
POINT.
✔️ 홍콩 영화를 좋아하세요? 그러면 일단 보세요!
✔️ 고천락, 홍금보, 곽부성, 임현제... 홍콩 영화의 기라성 같은 이름들과 함께 유준겸, 오윤룡, 료자여 등 샛별 같은 이름들이 함께 놓여있습니다. 명배우 파티!
✔️ 하반기 개봉 예정이라고 합니다.
이번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 폐막작 제목이 '구룡성채'라는 거다. 아무 정보도 보지 않고, 제목만 보고, 이걸 봐야겠다 생각했다. 구룡성채라니. 홍콩의 씬 시티(sin city)로 불리던 고층 슬럼. 불법 증축으로 거대하게 올라선 굴속 같은 곳. 지금은 철거되어 역사 속으로 사라진 곳. 당시에도 위생이나 치안 측면에서 좋은 거주지라 할 수는 없는 곳이었지만, 철거되지 않았어도 들어가볼 수는 없었을 곳. 그럼에도 워낙 독특하여 자꾸 궁금해지는 곳이 아닌가. 다들 좋아하잖아?
아니나 다를까 재빨리 매진되어, 취소 표를 겨우 구했다. 그리고 나서야 영화 정보를 확인해 보니... 범죄 스릴러 액션... 홍금보? 아니 왜 나는 구룡성채의 역사를 담은 다큐멘터리일 거라 생각했지? 내 편협한 영화 취향 표에 범죄, 스릴러, 액션은 들어가 있지 않으며 홍금보는... 그가 나오는 영화를 본 적이 없다. 괜찮을까 걱정 반 기대 반으로 보러 갔다가, 만족해서 나왔다. 하, 이게 바로 홍콩영화의 맛이지!
아는 맛이 제일 무섭다
영화의 스토리라인은 매우 간단하다. 그리고 익숙하다. 미리 알아둘 것도 없다. 구룡성채를 둘러싸고 싸우는 이야기구나 정도로만 파악해 두면, 영화가 시작되고 얼마 되지 않아 눈앞에 마치 아침 드라마처럼 익숙한 공식이 펼쳐질 것이다. 시작과 동시에 '옛날 옛적에' 느낌으로 구구절절 펼쳐지는 텍스트부터 전개되는 방식까지 어느 하나 어렵게 소화되는 것이 없다.
그러나 원래 아는 맛이 제일 무섭다. 다른 나라에서 만든 영화였으면 이게 무슨 허무맹랑한 소리야! 하고 실망했을 것들도, 홍콩 액션 영화에서 펼쳐지니 익숙한 장르의 문법에 편승해 그냥 즐기게 된다.
자고로 홍콩 영화의 맛은 사람과 사람 사이의 끈덕진 의리 아닌가. 의리를 끝까지 지키려는 주인공 무리와, 그 의리를 손쉽게 배반하는 악의 무리 사이의 갈등. 요즘 같은 세상에 우스울 정도로 올바른 주제를 이렇게 고수하는데 어떻게 매력이 없을 수가 있냐고. 게다가 이토록 바른 주제의식을 이렇게 폭력적인 장면에 끼워 넣는 얼얼한 홍콩 스타일. 폭력적이다 못해 헛웃음이 나오는 무협의 경지에까지 이르는 액션. 아는 맛은 정말 무섭다. 헤어날 수 없게 만든다. 나도 이런데 홍콩 액션 영화를 유년기와 청소년기에 정통으로 맞은 사람들에겐 이 영화가 얼마나 만족스러울까.
패가 없어도 마작은 계속된다
사실 나는 홍콩 영화를 많이 보지 않았다. 애초에 홍콩 영화에 익숙한 세대는 아니어서, 뒤늦게 왕가위 영화를 몇 편 보면서 마치 영화사 따라가듯 홍콩 영화도 좀 봐야지 의식적으로 본 정도. 무의식적으로 홍콩 영화를 이미 꿀꺽꿀꺽 받아 마신 나의 앞 세대와는 감각이 다를 수밖에 없다. 홍콩 영화를 대표하는 얼굴 또한 내겐 홍금보 쪽보다는 왕가위 영화로 수렴되는 양조위와 장국영의 얼굴 쪽이 가깝다.
그럼에도 고천락, 임현제, 곽부성 같은 배우들은 어쩜 그렇게 멋있는지. 자신들이 수호하는 의리와 인정을 품은 채 우아하게 나이 든 '형님'들의 모습이 보기 좋았고, 그 아래 각자 있는 대로 멋을 부리고 의리를 받드는 다음 세대의 모습도 보기 좋았다. 무엇보다 세대를 이어가겠다는 의지 같은 것이 결연하게 느껴져서 좋았다.
세대 교체란 건 일면 서글프기도 하다. 당장 구룡성채는 몇 년 후 철거될 것임을 우리는 이미 알고 있고, '형님' 세대는 마치 구룡성채처럼 과거 영광의 기록이 되어 떠나갈 것이다. 홍콩 영화가 아시아 일대를 씹어 먹던 시절은 끝난 것 같다는 말조차 무색해진 지 오래다.
그러나 패가 하나 없어도 마작은 계속된다. 몸의 일부를 다치고 잃어도 싸움은 계속된다. 아무튼 우리는 우리가 사랑하는 이 가치를 포기하지 않겠다는 어떤 선언처럼 느껴지는 이 마음. 그 올곧음조차 촌스럽게 치부되는 시대에, 여전히 홍콩 영화를, 홍콩 액션 영화를 고수하는 건 정말 뜨끈뜨끈한 마음이다. 홍콩의 여름 습도만큼이나 끈적끈적하게 마음에 눌어 붙는다.
애정이 묻어날 때 가장 강하다
구룡성채에 대한 다큐멘터리를 보고 싶었던 내가 꽤나 만족했을 만큼, 이 영화는 사진으로 보던 구룡성채의 면면을 성실하게 재현했다. 빛도 들지 않는 굴속같은 건물 안쪽에서 구멍가게를 내고, 잡은 돼지를 염장하고, 만두를 빚고, 생선을 토막 내고... 하며 살아가는 많은 사람들. 공동 수도 앞에 줄은 길고 물은 모자라며 전깃줄은 언제 화재가 나도 이상하지 않을 만큼 복잡하게 꼬여 있다.
그러나 이 영화는 구룡성채의 외양만 구현하고 싶었던 것 같지 않다. 외양을 성실하게 재현하는 동시에, 구룡성채 거주민 사이의 인정까지 그려낸다. 마약과 매음과 폭력 조직 등 각종 범죄만 있는 곳이 아니라, 사람과 사람 사이의 끈끈한 관계가 존재했던 삶의 현장이었다는 사실도 담아내고자 한 마음이 느껴진다.
홍콩 영화는 늘 홍콩을 정말 사랑한다. 반환이 결정되고 실제 반환이 이루어지면서 홍콩이 겪은 혼란의 상처는 홍콩 사람들에게 선명하게 남았지만, 깊고 눅진한 애정으로 승화되었다. 홍콩 영화마다 혼란과 방황 사이로 그 애정이 깊이 느껴진다.
이 영화 또한 홍콩에, 홍콩 사람들에, 홍콩 영화에, 홍콩 액션 영화에 깊은 애정을 품고 있는 게 느껴진다. 그리고 난 누군가 이토록 깊은 애정을 품은 시선을 보면 흐물흐물 녹아내린다. 이 애정에 거스르는 방법 같은 건 도무지 모르겠다.
이 영화의 단점이 없지는 않다. (없을 리가...) 영화의 액션은 중간에 좀 과해지면서 무협의 경지에까지 이르고, 아무리 홍콩 맛이라지만 어디까지 가나... 하는 생각이 분명히 든다. 그리고 옛날옛적 액션 영화 답게, 필요 이상으로 남성 중심적이어서 여성과 아동 캐릭터는 소모적으로 표현되는 면이 있다. 구룡성채에서 가장 다부진 눈빛을 하고 있는 (터치드 보컬 윤민 닮았다) 만두집 여성의 경우에도 더 좋은 서사를 부여해줄 수 있었을 것 같다. 시대의 변화에 맞추어 더 발전하지 못한 것은 분명히 아쉬운 구석이다.
그렇지만 홍콩 영화는, 홍콩 영화를 둘러싼 애정은 지금도 변치 않고 여전히 그 자리에 건재함을 빛내는 좋은 작품이었다. 개봉 후 아빠 보여줘야지 싶은 작품도 참 오랜만이다. 깊은 애정을 받은 것들은 시간이 가도 은은히 빛난다. 부디 그 빛을 더 갈고 닦으며 시대에 발맞추어 더 오래오래 빛나 주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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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타인의 삶〉에서 이어지는 한 방울의 눈물
〈타인의 삶〉(2007)에서, 동독의 비밀경찰 비즐러는 극작가와 배우 커플을 도청하며 감시하다 어느새 그들의 예술에 감화되어 남몰래 눈물을 흘린다. 그리고 두 사람이 위기에서 탈출하는 데 결정적인 도움을 준다. 영화에서, 비즐러가 흘린 한 방울의 눈물은 시대의 지배적 담론과 그에 부착된 권력이 아무리 강하다 해도 결코 인간 내면을 완전히 잠식할 수는 없다는 점을 보여주는 가장 결정적인 근거로 제시된다. 비즐러가 반체제 인사를 감시하는, 사상이 투철한 인물이라는 점은 그 눈물 한 방울의 가치를 더욱 극화한다. 어둡고 칙칙한 공간에서 도청하던 그가 홀로 전율하며 흐르는 한 방울의 눈물은 체제에 속한 사람의 내면에조차 잠식당하지 않은 공간이 있음을 폭로하고, 우리가 ‘인간다움’이라 부를 만한 것이 바로 그 공간에서 시작된다는 점을 보여준다.
〈카라바조의 그림자〉는 비즐러의 눈물을 16세기의 이탈리아 화가 카라바조에게 헌사한다. 교황의 명령을 받은 한 남자가 있다. ‘그림자’로 불리는 그는 카라바조가 일으킨 파문을 객관적으로 조사할 임무를 명받는다. 난폭한 성격의 카라바조는 살인죄를 저지르고 도피하다 사면을 기다리는 중이다. 한편에서는 신성을 모독하고 실정법을 위반한 카라바조를 빨리 처형하라는 요구가 있고, 다른 한편에서는 카라바조의 재능을 알아본 몇몇 귀족, 심지어 추기경까지 교황에게 카라바조의 사면을 청하고 있다. 그림자는 이 상황에서 카라바조 사건을 면밀히 추적한다. ‘객관적’ 진실에 가 닿가 위해서다.
카라바조는 고통받는 자들에게서 예술을 길어왔다. 수감자, 가난하고 병든 자, 창녀를 종교화의 모델로 썼다. 그의 모델이 된 ‘비천한’ 사람들은 자신도 신성할 수 있는 존재라는 가능성에 고무되고 여기에 자부심을 느낀다. 동시에 카라바조는 난폭하고 ‘저속’하다. 향락에 젖은 파티를 일삼고 소년과 남색을 벌인다는 혐의도 받는다. 반대자들은 카라바조를 ‘악마’라고 부르고, 그를 지지하는 추기경이 ‘타락’했다며 비난한다.
‘객관적’ 조사를 명받기는 했으나, 그림자는 보수적이고 권위적인 인물이다. 가톨릭교회의 권위가 지엄해야 한다고 믿고, 도덕적 정결이 그 권위를 지탱해야 한다고 믿는다. 그리고 짐작 가능하듯, 그림자는 카라바조의 삶과 예술에 가까이 다가가면 갈수록 메스꺼움과 매혹을 동시에 느낀다. 메스꺼움은 카라바조가 예술로 묶어낸 ‘빈자들의 교회’라는 집단 감각이 로마 교회를 위협할지 모른다는 본능적 위기감에서 나온다. 카라바조가 기존의 미술 학교, 아카데미 소속 인물과 그들의 화풍에 반기를 드는 것도 카라바조의 반체제성에 대한 그림자의 의혹을 돋운다. 반면 매혹은 자기 신념과 반대될지라도 도저히 인정하지 않을 수 없는 예술적 재능과 그 재능이 그림자의 마음을 파고드는 과정에서 나온다.
모든 조사를 마친 그림자는 카라바조와 대면한 최후의 장면에서, 자신의 신념과 마음을 저울질한 후 나름의 결단을 내리고, 이후 눈물 한 방울을 흘린다. 후회의 눈물일까? 감동의 눈물일까? 그림자는 비즐러와 같은 것을 느꼈으나 다른 선택을 내렸다. 이렇게 예술과 체제, 권력과 인간의 딜레마에 관한 그럴듯한 드라마가 완성된다.
다른 한편, 카라바조가 예술가로 이름을 남길 수 있었던 건 21세기가 아니라 16세기에 태어났기 때문이기도 하다. 그가 예술가의 인품, 생활을 작품성과 깊이 연계하는 오늘날을 살았다면 어땠을까? 그를 둘러싼 스캔들은 더 뜨겁고 격렬했거나 아니면 애초에 예술가로서 자격을 상실해 점화조차 되지 않았을 수 있다. 개인적으로, 이 영화에서 가장 아름답다고 느낀 장면은 대개 난폭한 난동꾼인 그가 밑바닥 사람들과 애정 어린 관계를 맺고, 그들에게 깃든 성령을 포착한 후, 모델로 세우기까지의 몇몇 과정에 대한 묘사였다. 바로 이런 과정이 있었기에 카라바조의 작품이 여전히 빛나는 것일 터다. 그래서 더더욱 헷갈렸다. 오늘날의 기준으로 과거의 인물을 재단하고 평가하는 일은 지양되어야 하지만, 지금 우리가 사는 시대에 그와 같은 인물이 다시 등장한다면 어디에 초점을 두고 그를 평가할 것인지에 관해서 말이다. 수 세기 전 그림자가 마주한 고민은 다른 방식으로 계승되어 우리에게 나름의 답변을 요구하고 있다.
*영화 매체 〈씨네랩〉에 초청받은 시사회에 참석한 후 작성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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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피 가 이제 할리우드 주연급 배우로 성장을 했다니!!
*결말포함 영화리뷰 아닙니다#맥켄지포이 #멕켄지포이 #인터스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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냉혹한 킬러 케이트가 치명적인 물질에 중독된다. 그녀에게 남은 생명은 24시간뿐. 그 안에 자신을 죽음으로 몰아넣은 적을 찾아 복수하려는 케이트. 그녀는 뜻밖에도 자신이 살해한 남자의 딸과 손을 잡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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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동아리 '빛나리' 부원인 시연, 연우, 소정, 송희는
'세상의 끝'을 찍어 오라는 방학 숙제를 하기 위해 지하철 1호선 신창역으로 향한다.
웃음이 끊이지 않던 친구들은 계획대로 잘 풀리지 않는 여정에 점점 지쳐가고,
낯선 곳에서 14살 첫 여름방학을 마주하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