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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eing artist2025-02-12 16:29:38

밥 딜런 영화에서 밥 딜런이 없었다면 큰일 났을 영화

영화 <컴플리트 언노운> 리뷰

과거 한참 음악에 미쳐있던 시절, 강헌 교수님의 <전복과 반전의 순간 vol.1>를 우연히 읽게 되었다. 그 책을 모두 읽은 후 필자의 머릿속에 들었던 생각은 "예술의 역사와 반전은 반항에서 시작한다."였다. 특히나 음악 같은 경우, 한 사회를 주름잡고 있던 장르가 새로운 장르로의 변혁을 거치기 위해선 반항의 역사가 항상 동반되었다. 재즈가 그랬고, 포크 음악이 그랬으며, 로큰롤이 그랬다. 재밌는 것은 그 재즈, 포크, 로큰롤도 후대 장르에게 밀릴 때에 그들이 밀어낸 방식과 동일한 방식인, 젊은 세대의 기성 세대에 대한 반항으로 밀렸다는 점이다. 작지만 울림있는 반항들은 현재의 음악사까지 이어져 그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고, 그렇기에 현재까지의 음악사를 반항의 역사로 칭하는 것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그 역사 속엔 우리가 결코 빼놓을 수 없는 뮤지션들이 존재한다. 대표적인 예로, 로큰롤의 황제인 엘비스 프레슬리, 이름이 곧 역사인 비틀즈, 팝의 황제 마이클 잭슨 그리고 반항의 아이콘이자 최초의 작사로 노벨 문학상을 수상한 밥 딜런이다.

영화 <컴플리트 언노운>은 밥 딜런이라는 인물이 어떻게 음악에 빠질 수 있었고, 작사와 포크 음악을 통해 최고의 스타텀에 올라 지금까지 그 전설을 지켜올 수 있었는지 그 연대기를 보여준다.

포크 음악의 가장 대표적인 특징이라고 한다면 어쿠스틱 기타 외에 다른 악기들을 달리 사용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오직 어쿠스틱 기타와 보컬의 음색으로만 승부를 보는 장르이기 때문에, 가수의 음색과 개성, 분위기, 리듬 그리고 가사가 중요하게 여겨진다. 포크 음악을 우리나라 말로 직역하자면 민요 음악이고, 민요라 함은 그 사회와 국가의 전통과 분위기를 담아 만들어진 음악이다. 그렇기에 포크 음악은 휘황찬란한 조명이나 무대 효과, 화려하고 볼거리가 충만한 무대 퍼포먼스로 승부하는 음악이 아니라 노래 속 감정을 함께 공유하고, 음악을 통해 서로가 서로에게 위안하고, 함께 비판하고, 함께 일어설 힘을 나누는 음악이다. 영화 <컴플리트 언노운>엔 영화 <위키드>과 같은 뮤지컬 영화만큼이나 음악이 굉장히 많이 존재하고, 모두 주인공인 "밥"이나 당시 포크 음악을 하는 인물들이 직접 연주하는 식으로 관객에게 제공하게 되는데, 이런 씬들 모두 연주 중인 뮤지션의 얼굴과 표정, 입에서 나오는 가사에 집중하게 하여 가사를 통해 당시의 상황과 사회적 분위기에 공감할 수 있게 하고, 당시 사회 전반에 관한 것들을 부연 설명이나 기타 소잿거리를 통해 소개하지 않고, 음악을 통해 자연스럽게 관객이 젖어들 수 있게 한다. 과연 최초의 작사 노벨 문학상다운 가사들은 오히려 전쟁이 끝난 후의 냉전시기와 인종 차별 금지 시위의 혼란한 형국의 미국을 관객에게 이해시키기 효율적이었고, 영화가 마치 가사가 없지만 가사가 들리는 한 개의 재즈 음악같은 매력을 소유하였다.

영화 <컴플리트 언노운>을 '친절하다', '안 친절하다'의 이분법적인 시선으로 굳이 구분지어야 한다면 불친절하다 편에 속한다. 당대 사회적 분위기나 당대 유명 밴드와 뮤지션들에 대한 구체적이고, 세밀한 소개나 묘사는 다소 찾아보기 힘들다. 오히려 관객들이 영화 속 맥락이나 상황 속에서 눈치껏 이해해가는 편이 수월한 편이며, 음악사적으로나 포크 1960년대에 기초 지식이 동반된다면 더할 나위 없이 좋은 작품일 것으로 보여졌다. 하지만 영화의 다소 불친절하다는 특징에도 불구하고, 1960년대에 대한 기초 지식이 빈약한 필자에에게도 영화를 이해하는 데에 큰 지장이 있지 않았고, 영화 속에서 제시하는 단서나 소재만으로도 영화 자체를 즐기는 데엔 큰 문제가 되지 않았다.

영화는 포크 음악이 주류 음악이 아니던 시절부터 시작한다. 이곳 저곳을 떠도는 방랑자처럼 보이는 이는 당시 포크 음악으로 유명세가 있던 "우디 거스리"를 찾았고, 병원에서 중증을 앓고 있던 "우디"는 그의 친구이자 또다른 포크 ㅇ음악 유명인 "피트"의 도움을 받아 그 방랑자와 인사하게 된다. 그 방랑자가 바로 작품의 주인공 "밥 딜런"이다. 미스터리한 그는 "우디"에게 들려주고 싶어 그의 앞에서 포크 음악을 들려주게 되고, 그가 맘에 들었던 "피트"는 그를 무대에 세웠고, 영화는 그렇게 시작한다.

"밥 딜런"은 영화 속에서 소위 '깨어있는 사람'으로 보이진 않는다. 자신에 대한 소개를 여자친구인 "실비"에게도 터놓지 않으며, 항상 어딘가 수상하고, 예술인으로서의 고뇌에 빠진 듯한 느낌을 풍기게 된다. 또한 그는 다소 사회성마저 떨어져 보인다. 작품 속 그에 대한 인물들의 직접적인 평가는 그에게 환장한 팬들의 열화와 같은 예찬이 아니면 직장 동료들의 그에 대한 부정적인 시선이었다. 그럼에도 사회적 분위기를 잘 캐치하면서 포크 음악과도 잘 어울리게 가사에 담아내는 그의 천부적인 능력과 신비주의 속 자유로워 보이는 그의 아우라는 사람들이 그를 결코 놓지 못하게 만든다. 앞서 언급했듯 영화의 초반부엔 포크 음악이 주류 음악이 아니었던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밥 딜런"의 등장은 포크 음악을 메인으로 만들기 충분했고, 그는 초대박 스타가 되었다. 이전 포크 가수들의 음악을 커버하는 게 아니라 본인만의 개성과 스타일이 담긴 포크 음악은 그를 성공시켜주었고, 성공을 바라던 "밥 딜런"은 찾아온 행복에 자신의 개인적 공간이 계속해서 사라지는 거 같아 갈수록 피폐해지기 시작했다. 또한 그에게 더이상 음악은 즐거움의 그것이 될 수 없었고, 새로운 장르, 새로운 음악을 하고 싶은 그에게 포크 음악은 이제 어깨를 짓누르는 무거운 짐일 뿐이었다. 그렇게 1965년 뉴포트 포크 패스티벌이 되었고, 반항의 아이콘 "밥 딜런"은 이름 그대로 포크 음악만을 했으면 하는 "피트"와 동료들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결국 일렉트릭 사운드를 겸비한 포크 록을 선보였고, 수 많은 관객들이 이에 대해 아유를 퍼부었다.

영화는 물론 재밌고, 좋은 작품이라고 생각한다. 우선 음악이 너무 좋았고, 그 음악을 화면에 구사하는 방식 또한 훌륭했다고 생각한다. 더불어 "밥 딜런"이 무대를 할 때마다 관객 수가 많아지는 것을 관객이 직접 목도할 수 있게끔 보여주는 씬들도 또한 인상깊었고, 삐딱하면서 어딘가 미스테라힌 그의 신비주의가 상황이 흘러감에 따라 어떤 식으로 악화되는지 또한 보는 재미가 있었다. 당시의 혼란한 미국 사회를 포크 음악으로 대동할 수 있었음을 스크린을 통해 보여주고자 한 의도, 그 의도를 구현한 방법 등 여러가지로 흥미로운 작품이었다. 영화의 종반부, "밥 딜런"은 뉴포트 포크 페스티벌에서 나와 "우디 거리스"를 찾아온다. 그를 쳐다보면서 노래를 부르는데, 그 노래가 바로 우디 거리스의 <Dusty Old Dust>이다. 노래 속엔 이런 가사가 존재한다. "잘 가시게. 알게 되어서 너무도 좋았네." 이 가사를 읊조리던 "밥 딜런"은 자신의 오토바이를 타고 그곳을 떠나면서 영화가 막을 내린다. 영화는 "밥 딜런"이 자신의 우상이자 음악을 시작하게 해준 자신의 우상이었던 "우디 거리스"에게 마지막 인사를 내미는 듯하는 장면을 마지막으로 장식하면서 동시에, 포크 음악을 주류로 만들었던 전설적인 뮤지션 "밥 딜런"이라는 인물이 포크 음악에서 떠나 새로운 모험, 새로운 장르에 대한 도전을 조명하고, 그의 용기에 박수를 보내려는 의도가 있었던 것으로 추측된다. 이러한 점에서 선곡적으로나 이를 영상화하는 과정, 결과물 모두 만족스러웠던 작품이라고 생각된다.

물론 영화 <컴플리트 언노운>을 완벽했냐고 누군가 물어본다면, 완벽함에선 다소 거리감이 있어보인다고 답할 것이다. 우선 화면이 너무 어둡다는 점이 대단히 아쉬웠다. 영화적 설정, 당시의 분위기를 살리기 위해 그런 채도를 사용했다는 점을 감안하더라도 관람하는 데에 불편함이 있었고, 영화가 대부분 오후나 저녁 시간대, 어둑한 실내를 배경으로 한다는 점에서 본 단점은 더욱 부각되었다. 특히 소위 '아이홀'이 굉장히 짙은 티모시 샬라메가 주연이기 때문에 어둑한 영화적 배경과 합쳐져 그의 표정이나 얼굴을 보는 것이 다소 제한됐다.

더불어, 영화 <컴플리트 언노운>은 "밥 딜런"이라는 인물을 통해 어떤 이야기를 하고 싶은 것인지 헷갈리게 한다는 점에서 아쉽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의 천재성이 부각되고, 그의 음악성을 통해 사람들이 감화되는 모습들을 통해 음악이 사회에 어떤 긍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는지를 보여준 점은 충분히 좋았지만, 영화 속 인물만이 아니라 관객마저도 "밥 딜런"이라는 인물에 대해 좀처럼 정이 갈 수 없게 제작된 거 같아 영화를 보는 내내 의문만이 남았었다. 예술가적 예민한 태도에 대해선 우리 관객들도 충분히 감안할 수 있지만, 영화 <컴플리트 언노운> 속 예술가적 예민성이라고 보기엔 지나쳐보이는 "밥 딜런"의 무례함과 삐딱함은 영화를 통해 그를 알아가야 하는 관객의 입장에서 의심이 들 수 밖에 없었다. 또한 필자의 입장에서 영화가 음악계에 대한 그의 행보를 변혁과 자유로운 반항으로서 보여지게 하는 것이 아니라 그저 반골 기질이 있는 한 음악 천재로써 보여지게 했다는 점에서 "밥 딜런"이라는 인물이라는 인물을 다소 작게 표현한 것은 아닌가 생각되었다. 혹 그러할 의도가 있었다면 이를 역전시킨다거나 아니면 그러한 모습을 보여줌으로써 어떠한 메시지를 내포한다거나 하는 영화적 장치도 없어보여 결론적으로 영화의 메시지가 무엇일까 헷갈렸다. 영화의 종반부를 통해 영화의 마무리를 정리하고, 그의 심정들을 음악으로서 대변하고자 하는 영화적 장치들을 만들었지만 이전 장면들에서 그에게 충분히 공감되거나 그를 이해할 수 없는 상태였기에 그의 행동에 필자가 감화되기란 쉽지 않았다.

작성자 . being artist

출처 . https://blog.naver.com/le_film_artiste_ho/223758106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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