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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EON 승연2025-02-12 17:08:30

지독한 현실이 비현실적으로 느껴지는 영화 [플로리다 프로젝트]

연출과 미장센 관점에서의 리뷰

[플로리다 프로젝트]

 

드라마 | 미국 | 111분 | 2018

감독 션 베이커 

 

 

 

 



 

 

최근 <아노라>로 황금종려상을 받고 올해 오스카 작품상 후보에 오른 감독 션 베이커. 아노라 이전, 그의 대표작이라고 불렸던 영화는 바로 2018년 연출작인 <플로리다 프로젝트>이다. 

개인적으로는 이 영화를 본 후 션 베이커 연출작은 믿고 찾아 보게 되었다. 영화를 처음 봤을 당시 간만에 인상적인 영화를 봤다고 느꼈다. 배우들도 연출도 신선했으며 특유의 시각적 구성도 인상 깊었다.

내가 션 베이커를 좋아하는 이유는 하고 싶은 이야기를 꾸준히 하면서 영화적인 연출 감각도 놓치지 않기 때문이다. 그의 영화적 특징을 꼽는다면 사회 계층 문제를 자주 다룬다는 것, 아름다운 색감을 쓴다는 것, 그리고 실험적인 화면 구성이라고 말할 수 있다. 가슴이 답답할 정도로 황망한 이야기로 이토록 아름답게 스크린을 채울 수 있을까? 그 역설이 주는 카타르시스를 느낄 때면 종합예술이라 불리는 영화를 경탄하게 된다.






 

 

- 커다란 대형마트와 그 앞을 지나가는 무니, 젠시, 스쿠티.

 

첫 번째로 인상 깊었던 건 위 장면처럼 뒤 배경과 아이들의 대비를 사용한 샷이 많았다는 것이다. 고정된 카메라에 광각렌즈를 사용한 넓은 화각으로 아이들이 상대적으로 더 작아 보이게 연출했다. 커다란 배경은 변하지 않는 상태에서 아이들은 소리치고 움직이니, 대비가 극명하다. 그들이 소리를 질러도 딱히 세상은 반응하지 않는다.

 

참 재밌는 영화다. 극의 초반에는 다큐멘터리 같은 호흡을 보인다. 샷의 길이도 길고, 넓다. 어떤 인물을 강조하기보다는 장소와 상황을 객관적으로 담는다. 연출은 굉장히 담담하고 연기는 극히 사실적이지만 사건과 인물들은 굉장히 입체적이고, 자극적으로 느껴진다. 감독은 그 자극적인 인물과 사건이 지극히 현실적인 일임을 말하고자 했던 것 같다. "영화니까라고 생각하지? 근데 이거 지금 어딘가에서 일어나는 일들이야. 니들이 모르는 세상엔 저런 일상이 있어." 라고 말하는 느낌이었다. 다큐멘터리처럼 서서히 하나씩 정보를 준다. 처음엔 장소, 그리고 그를 지키는 관리인 보비, 각각 아이들과 그 보호자들. 그리고 그들이 누구인지를 서서히 이해하게 된다. 그러다 어느 순간, 헤일리와 무니의 삶에 몰입해있다. 그들의 행동에 화가 나다가도 그들이 겪을 일들이 괴롭다. 나는 보비와 눈을 같이하는 기분이었다.

 

 

 

 

- 무니의 시선에 맞춰 쪼그려 앉은 보비. 그리고 무니에 맞춰진 카메라 앵글

 

보비는 가장 큰 맥을 이끌어가는 인물이라고 본다. 사건에 중심에 있진 않지만 항상 그곳에 있고 관찰자로서 관객과 함께 한다. 중반부까지는 보비에 입장에 가장 몰입해 있다가 바로 뷔페 장면. 무니의 클로즈업과 연달아 나오는 헤일리의 클로즈업에 나는 헤일리와 무니의 마음 사이 어디쯤으로 몰입이 바뀌었다.

 

 

 

 

 

- 사랑스러운 무니의 정면 클로즈업

 

이 장면이 내가 느낀 영화의 첫 번째 정면 클로즈업이었다. 뒤 포커스를 날려서 촬영한 걸 보니 의도된 것 같다. 이때 관객은 처음으로 무니와 헤일리에게 눈을 마주치게 된다. 위태롭지만 사랑스러운 모녀를 보며 그들을 위한 삶은 대체 무엇인지 혼란스러워졌다. 내가 몰입하고 싶지 않던 불편한 진실과 마주한 기분이었다. 이 장면 뒤부터 급격히 감정이입이 되었고, 무니가 우는 장면에서는 정말 참을 수 없었다. 무니를 바라보는 보비와 무너지는 헤일리, 도망치는 무니. 감정들이 소용 쳤다.

 

 

 

 


- 비슷한 사이즈이지만 전혀 다른 표정의 무니.

 

자신의 가족인 엄마와, 매직 캐슬을 잃게 된 무니는 진짜 아이가 되어버린다. 아이들은 본능적으로 어른들의 사정을 읽는다. 극 초반 자신은 어른들이 울 것 같을 때를 안다는 무니의 말을 보면 알 수 있다. 하지만 그들은 감당하기 벅찬 일들 속에서 살아남기 위해 더 아이처럼 군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런 아이들을 위해 무얼 할 수 있을까. 포스터나 예고편과는 다르게 굉장히 담담하지만 슬픈 영화이다. 관객을 울리려고 끼워 맞춰 만든 신파극들과 비교되었다. 제작진이 울면서 만든 영화 같았다.

 

 

 

 

 

 

 

가장 좋았던 장면은 헤일리가 훔친 입장권을 팔아 돈을 벌고 무니와 함께 장을 보고 카트를 가지고 차들 사이의 횡단보도를 건너는 장면이었다. 사진을 찾고 싶었는데 못 찾아서 카트 사진으로 대체. 수많은 차들이 빠르게 지나가는 가운데 헬리가 밀어주는 카트에 탄 무니는 깔깔거리며 웃고 있다. 무니는 가장 초라한 네바퀴 속에서 가장 행복해했다. 물론 객관적으로 보면 헤일리는 의심할 여지가 없는 최악의 보호자이다. 온갖 나쁜 짓은 다하고 무니랑 같이 물건을 팔기도 한다. 극 초반 자기는 그딴 짓은 절대 안 한다며 아무도 날 일하게 해주지 않는다던 헤일리는 누구를 위해 그런 일을 했을까. 집도, 직업도 없는 그는 무엇을 위해 살고 있을까.

 

 

 

 

 

 

 

이 영화가 말하고자 하는 바 안에서는 선과 악이나 옳고 그름을 따지는 것이 중요하지 않은 것 같다. 션 베이커 영화를 보면 늘 그러하다. 이 영화를 통해 상을 받은 무니 역의 브루클린 프린스의 수상소감처럼 저건 현실이고 세상엔 수많은 헬리와 무니가 있다. 그들이 행복하기 위해 혹은 저런 일들이 사라지기 위해서 정부나 사회가 말하는 것이 정말 최선인지, 그게 아니라면 무엇을 해야 하는지 생각해보게 만드는 영화인 것 같다. 첫 연기였다던 배우들과 그들을 완벽히 디렉팅 한 션 베이커에게 박수를 보낸다. 좋은 영화를 봐서 기분이 좋다.

 

 

 

 

 

 

작성자 . YEON 승연

출처 . 사진 출처 : TM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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