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이바다2025-02-12 20:01:16
속는 셈 치고 이 메디컬 드리마를 봐야하는 다섯가지 이유
넷플릭스 드라마 <중증외상센터> 리뷰
▷한줄평 : 우리에겐 영웅적 서사가 필요한 시기에 살고 있다
▷드라마 : 중증외상센터, 넷플릭스 2025.1월
▷평점 : ★★★
지난 2025년 1월 24일 넷플릭스에 공개된 메디컬 드라마 <중증외상센터>를 볼까 말까? 고민이다.
<종합병원>1994년, <허준>1999년, <하얀거탑>2007년, <뉴하트>2007년, <골든타임>2012년, <굿닥터>2013년, <낭만닥터 김사부>2016년, <슬기로운 의사생활>2020년
등과 같은 메디컬 드라마를 보아 왔던 터라 뭐 새로운 게 있을까 싶다.
으레 뛰어난 의술을 자랑하는 천재 의사를 중심으로, 그를 추종하는 초짜 후배 의사, 노련하고 헌신적인 간호사,
그리고 주인공과 갈등을 일으키는 원장단의 인물 구도는 메디컬 드라마의 전형이다.
중간중간 위험천만하고 긴박한 수술 장면도 빠질 수 없고, 간간이 눈물 쏙 빼놓는 감동적인 사연과 신파가 들어가면 금상첨화이다. 뭐 이제 새로운 게 있을까?
그런데도, 요즘 <중증외상센터>를 보는 사람이 많은가 보다. 그 이유는 무엇일까?
첫째, 지금 우리에게는 슈퍼 히어로가 필요하다
작금의 우리나라 현실은 참으로 암담하기만 하다. 작년 초 갑작스러운 의대 증원으로 촉발된 의정 갈등은 해결되지 않고 암초처럼 수면 아래 자리하고 있고,
최근에는 계엄과 탄핵이라는 정치적 위기는 정점으로 향하고 있다. 말도 안 되는 이야기가 연일 TV 뉴스에 도배되는 하루하루를 견뎌내는 것이 지치고 힘들다.
이러한 상황에서 위기를 일거에 해소해 버리는 백강현(주지훈)과 같은 슈퍼 히어로의 등장은 시의적절해 보인다.
어둠이 깊을수록 별은 더욱 빛나는 법이다. 이럴 때 잠시나마 현실을 잊을 수 있는 판타지에 몰입할 수 있다는 것이 위안이 된다.
폭발음과 함께 포탄이 떨어지는 전장에서 오토바이를 타고 등장하는 블록버스터급 주인공의 등장 장면은 이건 현실이 아니라고 대놓고 이야기한다.
8부작 정주행하면 약 7시간(411분) 동안은 칠흑 같은 어둠 속에서 반짝이는 별들의 향연에 푹 빠져들 수 있다.
2023년에 이미 촬영을 마친 드라마를 이제서야 공개하는 것은 때를 보는 지혜가 남다르다고나 할까? 노림수가 엿보인다.
넷플릭스 드라마 <중증외상센터> 스틸컷 / 출처 : 페이스북
둘째, 한편의 성장 드라마를 보는 듯하다
한국대학교병원 중증외상팀에 새롭게 부임한 백강현(주지훈)을 중심으로, 항문외과에서 스카우트된 양재원(추영우), 책임감 강한 시니어 간호사 천장미(하영),
마취통증의학과 레지던트 박경원(정재광)이 중증외상센터의 원팀으로 세워져 가는 이야기가 전개된다.
우리나라의 중증외상센터가 법적, 제도적 미비로 어려움에 처해 있다는 것이 널리 알려진 사실이다.
그러나 생명을 살리는 본질에 충실하고자 하는 백강현을 중심으로 주변 인물들이 하나둘씩 판타지 속 영웅들로 교화되어가는 듯하다. 마치 어벤저스팀과 같이 말이다.
이런 영향력은 드라마에서 중증외상팀을 중증외상센터로 발전시키고, 우리나라의 권역외상센터로의 외연의 확장으로까지 영향력을 미친다.
실제로 2012년 "중증외상센터 설립을 위한 응급의료에 관한 법률 개정안"(일명 이국종법)에 따라 5개 권역외상센터(Regional Trauma Center)가 설치되었으며,
지금까지 총 17개의 센터가 운영되고 있다.[주1] 한 개인의 성장이 조직의 성장과 전 사회의 성장까지 도모한다는 점에서 우리 공동체에 던지는 메시지가 분명해 보인다.
넷플릭스 드라마 <중증외상센터> 스틸컷 / 출처 : 페이스북
셋째, 생명을 살리는 일은 누구에게나 중요하다는 사실을 명징하게 보여준다
중증 외상 환자 발생 비율이 사무직보다는 노동직이 높다는 연구 보고서가 있다.[주2]
외상사고는 공장에서 산업재해로 다치거나, 버스가 다리 아래로 추락하거나, 화재가 발생하여 빠져나오지 못하거나,
군대에서 총기 사고가 나거나, 산행 중 추락하는 등으로 발생한다. 이렇게 외상사고는 바로 나 자신, 나의 가족이 대상이 될 수 있다.
자본주의 체제에서 병원조차 돈에서 자유로울 수는 없다. 드라마 장면 중 병원에서 가장 많은 수익이 나는 곳으로 장례식장, 식당, 주차장이 언급되는 것은 웃픈 현실이다.
그래서 의료시스템은 적자가 발생하더라도 운영이 되어야 하는 공공재적 성격을 갖는다.
우리나라가 암 치료는 세계적으로도 우수한 역량을 보이고 있는 반면에 중증외상사고 대응은 낮은 수준을 보이는 것은
그만큼 상대적으로 투자가 아직은 부족하다는 것을 말해준다.[주3]
그래서 드라마 <중증외상센터>에서 돈보다는 생명을 살리는 본질에 충실하고자 고군분투하는 장면들은 우리 사회에 무엇이 중요한지 경종을 울리는 일이다.
‘우리는 계속 뛰어야 했다. 환자의 죽음에 괴로워하는 것마저도 우리에게는 사치였다.
24시간, 365일. 한순간이라도 우리가 멈추면 누군가의 심장도 털컥 따라 멈출 것 같았다.
그래서 우리는 계속 뛰어야 했다. 환자의 심장을 계속 뛰게 하기 위해 우린 계속 뛰어야 한다.'
<중증외상센터> Episode 03 : 우린 계속 뛰어야 한다 / 양재원(추영우)
넷플릭스 드라마 <중증외상센터> 스틸컷 / 출처 : 페이스북
넷째, 빌런(악역)들조차 귀엽고 사랑스럽다
메디컬 드라마에서 빠질 수 없는 것이 주인공과 갈등을 벌이는 빌런(악역)의 등장이다.
만성적자에 허덕이는 중증외상센터와 백강혁(주지훈)은 병원장 최조은(김의성)과 기조실장 홍재훈(김원해)에게는 눈엣가시이다.
그 대립 갈등 속에서 애제자 양재원(추영우)을 빼앗기고 백강혁을 적대시하는 항문외과 한유림(윤경호) 과장의 연기는 당연 압권이다.
이들 악역들의 전략이 그리 주도면밀하지 않고 허술하기만 하다. 그래서 갈등은 오래 지속되지 않고, 금세 해소되어 버린다.
초반에 적대적이었던 한유림(윤경호) 과장이 오히려 백강혁을 보호하고 지지하는 역할로 교화되는 과정을 보고 있노라면 마냥 귀엽기만 하다.
메타버스 속 가상 현실은 우리네 상황과 매우 닮아 있지만 현실 타개를 돕는 여러 인물들의 등장은 지금 우리 사회의 변화에 대한 바램의 투영인듯싶다.
답답하지 않고 쉽다. 빠르다. 속 시원하다.
넷플릭스 드라마 <중증외상센터> 스틸컷 / 출처 : 페이스북
다섯째, 우리나라 외상센터의 현실이 사실적으로 그려지고 있다
이 드라마는 동명의 웹 소설과 웹툰을 원작으로 하고 있다. 원작자는 2018년 이국종 교수의 수필 <골든아워>에서 영감을 받아 소설을 썼다고 한다.
이국종 교수는 아주대학교 외상외과 전문의로 재직하면서 권역외상센터 설치, 닥터헬기 도입 등을 주도적으로 해결하기 위해 노력했다.[주4]
병원 경영진과의 갈등을 여과 없이 언론에 노출했었다. 2011년에는 소말리아 해적으로부터 인질을 구출하는 아덴만 여명작전에서 총상을 입은 석해균 선장을 치료한 것으로도 유명하다.
이 예화는 드라마 <중증외상센터>에서 아프리카 수단에서의 총격전으로 부상당한 군인을 에어 앰뷸런스로 이송하고 치료하는 스토리로 각색되어 등장한다.
드라마에서는 닥터헬기를 이용하여 사고 현장에 신속하게 접근하여 골든타임 내에 처치하는 것을 강조한다.
그러나 많은 예산이 소요되기 때문에 병원 자체적으로 헬기를 보유하기 어렵고 소방청 소방항공 소방헬기를 이용해야 한다.
(작중 배경은 2015년으로 2022년 기준 지금은 총 8호기의 정부 지정 닥터헬기가 운용되고 있다)[주5]
촌각을 다투는 상황에서 응급헬기의 사용은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
더군다나 외국과 달리 우리나라는 헬기 이착륙 위치를 아무 곳에나 할 수 없어 제도적 보완도 필요하다.
그래서 장면 곳곳에 보건복지부 장관 강명희(김선영)의 등장과 지원은 반갑다.
넷플릭스 드라마 <중증외상센터> 스틸컷 / 출처 : 페이스북, 이국종 교수(현재 국군대전병원장), 경기도에서 운영 중인 닥터헬기 'AW-169' /출처 : 경기도
드라마 <중증외상센터>는 현실적인 상황을 반영하고 있지만, 등장인물들은 현실에 존재하지 않을 법한 인물들로 가득하다.
마치 영화 속 영웅적 인물이 등장해 문제를 해결하듯, 현실에서도 변화를 이끌어낼 인물이나 정책에 대한 갈망이 투영된 것은 아닐까?
암울한 새해 벽두에 던지는 화두가 유쾌하면서도 묵직해 보인다.
<참고자료>
[주1] 나무위키(권역외상센터) :https://namu.wiki/w/%EA%B6%8C%EC%97%AD%EC%99%B8%EC%83%81%EC%84%BC%ED%84%B0?from=%EC%A4%91%EC%A6%9D%EC%99%B8%EC%83%81%EC%84%BC%ED%84%B0
[주2] 한겨레21(『교통사고 사망률도 유전되는 더러운 세상』/김기태 기자) : https://h21.hani.co.kr/arti/cover/cover_general/28725.html
[주3] 닥터프렌즈(외상외과의 역사/원작자 Dr.이낙준) : https://www.youtube.com/watch?v=oWwSVw7dGJk
[주4] 세바시 797회 강연 (이국종 교수편, 2017년 8월 7일) : https://www.youtube.com/watch?v=A_zuHvBlvkA
[주5] 중앙응급의료센터(닥터헬기운용 현황) : https://www.e-gen.or.kr/nemc/business_doctor_helicopter.d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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