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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INELAB2024-11-20 11:08:21

들숨에 불안과 날숨에 초조함을

영화 <아가미> 리뷰

아가미 (2024)

감독: 유승원

출연: 유승원, 정가현, 이영석

상영시간: 77

 

꿈을 좇아 극단 생활을 하고 있는 주인공 승원(유승원). 영화는 그런 승원의 불안하고 위태로운 발걸음을 따라 시작된다. 그가 극단을 떠나게 된 이유는 7년 동안 만나지 않았던 아버지의 부고 소식. 장례식장에서 만난 이복남매 가현(정가현)과의 어색한 만남을 뒤로하고, 승원은 어릴 적 아버지와 살던 시골집으로 향한다. 치직거리는 티비, 삐걱거리는 문과 낡은 소파에 둘러싸여 잠이 드는 그의 모습은 초조하고 혼란스러워 보인다.

 

 

 

 

무기력한 일상을 보내던 와중, 불쑥 찾아온 가현과의 동거는 극의 분위기를 전환시킨다. 의뭉스러운 사건들이 승원을 둘러싸고, 그의 불안감은 더더욱 고조된다. 승원의 초조한 시선을 따라가며 전개되는 영화는 그를 불안하게 하는 것들을 함께 좇으며 그와 완전히 동화되게 만든다. 반복되는 기타 리프, 조용히 흐르지만 잦아들지 않는 물소리, 꽝꽝 얼어버린 호수가 오감을 바짝 긴장하게 만들었다.

 

 

 

 

 

결국 승원은 일상으로 돌아가고, 끝마치지 못했던 연극을 성공적으로 올린다. 연극을 마치고 선배와의 대화에서 나지막이 뱉은 할 만큼 했으면 됐어요.’는 승원의 인생을 관통하는 한마디 같았다. 결국 그를 불안하게 만들었던 것은 아무것도 아니었다. 극을 마치고 나눈 선배와의 대화, 다시 돌아간 시골집의 부서진 문고리는 안개가 걷혀 숨통이 트이는 기분을 느끼게 해주었다.

 

나에게 <아가미>에 대해서 이야기하는 영화였다. 꿈에 도전하는 승원과 현실에 순응하는 가현 중, 나는 가현에 가까운 인간 군상이다. 특별히 하고 싶은 것도 없고 특출나게 잘하는 것도 없는 평범한 사람. 그럼에도 현실에 순응하고 싶지만은 않은 욕심을 못내 가지고 있는 애매한 사람. 그러나 승원과 가현 중 어떤 인물이 더욱 바람직하냐고 묻는다면, 그것은 정답이 없는 문제라고 생각한다. 승원은 현실을 인정하고 다음 단계로 나아가는 가현이 부러울 것이다. 반면 가현은 꿈을 좇아 몸을 내던지는 승원을 동경할 것이다. 결국 우리는 내가 가지지 못한 것을 탐욕하고, 끊임없이 바랄 수밖에 없다.

 

 

 

 

 

청년의 불안함은 결국 알 수 없음기인하는 듯하다. 마치 대문 앞에서 승원과 가현이 마주한 할머니처럼. 이유 없이 빤히 나를 바라보는 시선. 그 시선 너머에 무엇이 있는지 알 수 없다는 사실이 청년을 불안하게 만든다. 그렇기에 우리의 불안함은 당연하다. 사회에 내던져진 우리에게 모든 것은 미지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 미지의 세계를 탐색해 나가는 것이 청년의 숙명이다. 그렇기에 우리는 충분히 불안해도 괜찮다. 결국 영화 <아가미>는 이런 초조함과 불안함에 깊이 잠기지는 말자고, 숨을 골라 천천히 호흡해 보자고, 할 만큼은 해보자는 메시지를 담담하게 전달한다.

 

*<아가미> 언론배급사 시사회에 참석 후 작성한 리뷰입니다.

Editor. Iris

작성자 . CINELA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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