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리비아2023-12-17 22:13:29
묵직한 엔딩의 '나, 다니엘 블레이크'
사회적 연결망과 사회적 시스템
엔딩이 인상적이었던 작품으로 만약 영화의 마지막이 해피엔딩이었다면, 그 울림이나 묵직함은 이만큼 깊고 크진 않았을 것이다.
내 삶을 손에 쥐고 흔들 수 있는 존재가 나 자신이 아닌, 사회 공권력과 그것을 실무에서 적용시키는 자라는 사실을 자각하지만, 그들 앞에 무릎꿇지 않고 자존심을 지키고자 애쓰는 블레이크는 어리석어 보이지만, 의외로 자존심이 내 생명보다 더 중요하다 여기는 이들은 이 세상에 꽤 많다.
하지만 그들 또한 누군가의 도움을 기꺼이 받아들이고, 마음의 문을 열어주는 대상이 있음을 보면, 사회적인 서비스 체계 역시 그들을 돌볼 수 있는 방법을 마련해 갈 수 있을 것이다.
영화는 내가 가진 기술로 사회적 도움이 필요한 다른 이에게 대가를 바라지 않고 도움을 줍니다. 이러한 사회적 연결망은 서로가 서로의 도움이 되어 어려운 상황 가운데서도 지지와 의지처가 되어줍니다.
영화가 준 묵직한 울림이 스크린 안에만 머물지 않길 바라며 켄 로치 감독의 차기작 '나의 올드 오크' 이후를 기대하고 싶습니다.
출처 . 사진 - 네이버 스틸컷
Relative conten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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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JIFF 데일리] 남겨진 자들의 안녕을 빌며
- 아직도 생생한 그날이 벌써 10년 전이 되었습니다. 제25회 전주국제영화제에서는 그날의 아픔을 기리는 세월호 참사 10주기 특별전을 열었는데요. 그중에서도 <목화솜 피는 날>은 세월호 참사를 소재로 제작된 극영화입니다. 단순히 세월호를 연상케 하는 영화가 아니라, '안산', '단원고등학교', '세월호' 등의 이름을 그대로 사용하는 직접적인 영화죠. 참사 이후 남겨진 사람들의 삶을 극의 요소를 통해 그려내는 영화 <목화솜 피는 날>을 전주에서 만났습니다.목화솜 피는 날When We Bloom AgainSummary'병호'와 '수현'은 꽤 괜찮은 부부 사이였다. 그러나 10년 전에 참혹한 사고로 둘째 딸을 잃고, 각자의 고통을 견디느라 서로를 외면해 왔다. 그러던 사이, 딸의 죽음을 감당할 수 없었던 '병호'는 점차 기억을 잃어간다. '수현' 역시, 무기력함만 커진다. 그런 '수현'은 첫째 딸의 참아왔던 두려움을 듣게 된다. "아빠마저 잃을까 봐 두려워." 무기력에 갇혀있던 '수현', 그런 그녀에게 남편인 '병호'를 찾아야만 하는 이유가 생긴다. (출처: 전주국제영화제)Cast감독: 신경수출연: 박원상, 우미화, 최덕문, 조희봉 외그들의 비상등이 꺼질 때까지<목화솜 피는 날>은 남겨진 자들의 이야기입니다. 남겨진 자들은 저마다의 방식으로 갑작스럽게 찾아온 이별을 견뎌냅니다. 누군가는 이별의 원인에 집착하고, 누군가는 이별 자체를 회피합니다. 누군가에겐 몰아치듯 밀려오는 슬픔이 누군가에겐 서서히 차오릅니다. 당사자가 아닌 사람들의 눈에는 그 방식이 과격해 보이기도, 무심해 보이기도 합니다.집착과 회피, 과격함과 무심함. 우리는 이것이 정상 범주의 반응이 아니라는 것을 압니다. 그러나 우리는 또한 알고 있습니다. 그들은 현재 비상등을 켠 자동차와 같다는 것을요. 비상등은 정상 주행에 어려움이 있음을 안내하는 표시입니다. 비상등을 끌 수 있는 사람은 오직 자동차에 탄 사람뿐입니다. 자동차 밖의 사람은 비상등을 켠 이유도, 비상등을 끄지 않은 이유도 정확히 알 수 없습니다. 그저 운전자가 비상등을 끌 때까지, 거리를 유지하며 주행할 수밖에 없습니다.그러나 현실의 우리는 비상등의 불빛을 종종 외면합니다. 아무 문제가 없어도 살기 퍽퍽한 것이 삶이라지요. 그래서인지 감히 그들의 고통을 평가 절하하는 일들이 벌어지곤 합니다. 정상 주행에 방해된다며 얼른 비상등을 끄라고 강요하고, 이제는 비상등을 끌 때가 되었다고 종용합니다. 버젓이 비상등을 켜고 있는데도, 정상 주행을 하지 않는다며 나무라는 사람도 있습니다.<목화솜 피는 날>은 각자만의 방식으로 비상등을 켜고 달리는 사람들을 비춥니다. 섣부른 강요와 종용 대신 인내와 배려가 필요하다고 말합니다. 우리는 기다려야 합니다. 그들이 스스로 비상등을 눌러 끌 때까지, 다시 정상 주행을 할 수 있을 때까지.⊙ ⊙ ⊙"그날을 기억하시나요?"얼마 전, 세월호 10주기를 추모하는 의미로 마련된 영화 모임에서 이런 질문이 나왔습니다. 단 한 명도 빠짐없이 그날을 온전히 기억하고 있었죠. 우리는 여느 때와 다름없는 일상에서 그날의 충격과 마주했습니다. '전원 구조' 뉴스에 한시름 놓았던 것도, 믿기지 않은 오보 소식을 접했던 것도, 수면 아래로 빨려 들어가듯 사라졌던 선체의 모습이 뇌리에 박힌 것도, 모두 같았습니다.역대 최악의 오보였던 '전원 구조' 뉴스 화면이 등장하는 장면은 저를 2014년의 그날로 데려다 놓았습니다. 틈날 때마다 뉴스 화면을 새로고침했던 그날, 창문에 매달린 아이들을 생중계로 지켜봐야 했던 그날, 배를 버리고 팬티 바람으로 도망치던 선장을 바라볼 수밖에 없었던 그날. 심장이 쿵쾅거리고, 머리가 멍해지고, 자꾸만 소름이 끼쳤습니다. 영화 속에서 다시 재생되고 있는 10년 전 그날이 너무 말이 되지 않아서, 너무 허탈해서, 너무 무력해서.엔딩 크레딧에는 세월호 참사로 희생된 304명의 이름이 나옵니다. 단원고등학교 2학년 학생들의 이름은 한 반에 열댓 명씩 빼곡히 적혀 있습니다. 널따란 갑판, 좁고 기다란 복도, 출렁이는 파도, 배 안에서 했던 불꽃놀이, 만약을 대비해 착용한 구명조끼까지. 그날의 일은 사고가 발생했다는 사실만 빼면 제 고등학교 2학년 수학여행 때와 같습니다. 부모님은 잘 다녀오라며 배웅해 주셨고, 저는 설레는 마음으로 제주도행 여객선에 올랐죠. 그날의 사고는 어쩌면 저에게 벌어졌을 수도 있는 일이었습니다. 자꾸만 소름이 끼쳤던 건, 살아서 이 영화를 보고 있는 것이 정말로 '운'이었다는 걸 계속 실감했기 때문이었습니다.<목화솜 피는 날>의 에필로그에서 '병호'는 세월호를 견학하러 온 학생들에게 사고의 원인으로 꼽히는 문제들을 하나씩 읊어줍니다. 듣다 보면, 머릿속에서 '고작'이라는 단어가 끊임없이 맴돕니다. 고작 그런 문제 때문에, 고작 그런 말 때문에, 고작 그런 결정 때문에…. 세월호 참사는 언제든 일어날 수 있었지만, 절대 일어나지 않을 수도 있었습니다. 우리는 이 사실을 20년 후에도, 30년 후에도 잊어서는 안 될 것입니다.⊙ ⊙ ⊙10년이 지났지만, 세월호 참사를 극영화로 만드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었을 겁니다. 아물지 않은 상처이고, 해결되지 않은 문제이기 때문입니다. 영화에서도 나오듯이, 유가족 당사자도 아닌 사람들이 감히 세월호를 상업적으로 사용하는 것에 거부감을 표할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목화솜 피는 날>은 극영화가 할 수 있는 가장 최선의 방법으로 세월호를 다룹니다. 세월호 참사를 단순한 소재로서 어물쩍 이용하지 않고, 유가족, 자원봉사자, 진도 어민 등 참사 이후 남겨진 다양한 사람들을 비춥니다.종종 '이 장면은 유가족에게 상처가 되지 않을까?' 걱정도 되었습니다. 그러나 영화 속에는 세월호 유가족이 꾸린 4.16가족극단 노란리본의 배우들도 보였고, 제작 및 촬영에 참여한 '2학년 O반 OO 아버지', '2학년 O반 OO 어머니'도 있었습니다. <목화솜 피는 날>만의 메시지를 전하기 위해 유가족들과 충분한 논의가 이뤄졌음을 유추할 수 있었죠. 어쩌면 더 많은 사람에게 그날을 잊지 않게 하는 이러한 접근이야말로 비상등을 켜고 천천히 주행하고 있는 사람들 곁에 있어 주는 행동이 아닐지 생각해 봅니다.잊지 않겠습니다.One-Liner꽃이 진 후에도 솜이라는 두 번째 꽃을 틔우는 목화를 떠올리며, 부디 안녕들 하시기를.Schedule in JIFF2024.05.02(목) CGV전주고사 8관 17:002024.05.04(토) 메가박스 전주객사 5관 20:302024.05.08(수) 메가박스 전주객사 10관 20:30전주국제영화제 기간 : 05월 01일 - 05월 10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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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슬픔과 공존하는 사랑
SYNOPSIS.
여덟 살 난 딸, 투병 중인 아버지와 파리의 매일을 살아가고 있는 산드라는 어느 날 오랜 친구 클레망을 만나 새로운 사랑을 시작한다.
일과 가족, 사랑 사이에서 삶은 계속되고 때로는 눈물이 왈칵 쏟아지려 하지만 아침은 여느 때와 같이 찬란하게 찾아온다.
영화가 시작되면, 당신은 곧바로 사랑에 빠질 것이다. 레아 세이두로 시작되는 이름들, 함께 나오는 음악, 레아 세이두가 걷는 거리가 담긴 색감… 이 모든 것이 더없이 ‘영화’롭다. 산드라(레아 세이두)가 마침내 도달해 두드리는 초록 문의 느낌조차.
그러나 잠긴 문을 열어주는 일조차 쉽지 않은 아버지와, 차분하게 아버지가 문을 열어줄 수 있도록 대화를 이어가는 산드라의 모습을 보고 있노라면, 더없이 영화로워 보였던 장면의 바로 뒷면에 현실이 살고 있음을 깨닫게 된다.
영화는 기본적으로 어딘가에 중점을 두고 편집을 거친 결과물이다. 로맨스 영화는 두 사람의 로맨스 서사에, 성장 서사는 한 사람의 내면 성장 서사에 집중하여 인물의 일면들을 담아낸다. 현실은 그렇지 않아서, 로맨스 서사를 쌓거나 성장을 이루는 사건들은 절대 단독으로 일어나지 않는다. 잡다한 일상과 갑작스러운 일들을 처리하면서 해나가야 한다. 수많은 감정과 사건들이 360도 사방팔방에서 날아드니까. 복선과 맥거핀으로 곱게 준비해 둔 자리가 아닌, 어느 날 갑자기.
이 영화는 그 일면을 포착하려고 애쓴 흔적이 보인다. 산드라와 클레망의 사랑은 아무 전조도 상징도 없이, 작은 대화 하나로 시작된다. 갑작스럽게 만나지만 자연스럽게 대화가 시작되고, 마가 뜨지 않는 대화가 즉각적으로 가능한 사이지만. 사실 이 두 사람의 사랑은 K-유교걸 정서로 받아들이기 쉽지 않은 관계의 자장에 놓여 있다. 그 사실을 둘도 잘 알고 있어서, “나 이거 불장난 아니야”라고 진지함을 피력한다. 너무 쉽게 불장난으로 보일 위치라서.
우연한 재회와 가벼운 대화들 위에 번진, 불장난 아닌 사랑이 날로 자라나고 있다고 해서, 로맨스 영화의 주인공처럼 사랑의 면만을 담아낼 수 있는 상황은 아니다. 산드라에게는 돌보아야 할 딸도 있고, 무엇보다 큰 병으로 자신을 잃어가는 아버지가 있다. 아버지를 요양원에 보내네 마네 하는 대화를 해야 하고, 철학 교수였던 아버지가 자신의 뇌리에서 길을 잃어가는 모습을 보는 것은 너무나 힘이 든다. 우연히 만난 아버지의 제자가 안부를 묻는, 더없이 가벼운 대화 한가운데서 울컥 눈물이 터지기도 하고. 아버지의 짐을 챙기다 저항 없이 눈물을 흘리기도 하고.
클레망과의 사랑은 그 사이사이, 샌드위치 사이의 잼처럼 펼쳐진다. 빵 위에 쓱 발리듯 부드럽고 자연스럽게. 클레망과 산드라 사이의 대화에서 가장 좋았던 점은, 슬픔이 깔린 일상에서도 자연스럽게 이어 붙일 수 있는 편한 대화가 가능하다는 점이었다.
열정적인 키스 직후에도 딸 아이의 펜싱 수업에 가야 하고, 아버지의 짐을 정리해야 하고… 산드라의 일상은 그렇게, 시작되는 사랑과 사라져 가는 사랑, 다가와준 사랑과 다가가 돌보아야 하는 사랑 사이에서 굴러간다. 타오르는 육욕과 대조적으로 쇠해 가는 아버지의 육체 사이. 사랑을 그리워하는 밤과 아이를 재우는 밤 사이.
파리 한가운데서 레아 세이두의 얼굴을 하고 영화라는 매체를 통해 전달되고 있지만, 그럼에도 이 감정은 우리에게 낯선 것이 아니다. 내게 주어진 수많은 역할과 위치를 저글링하듯이 돌리고 돌리면서 일상을 채워가는 것은 우리 모두 마찬가지니까. 누군가의 자식으로서, 학생이나 직장인 같이 자기 일상을 채우는 일에 관하여, 등등… 더러 누군가의 부모 혹은 조부모 같은 역할이 더해지기도 할 것이다. 게다가 영화 속 산드라의 아버지가 큰 병에 걸리신 것처럼, 기존의 역할이 다른 모습으로 변하기도 한다. 삶은 언제나 다각도의 감정과 사건 사이 놓여 있다. 진공 상태의 삶이란 없다.
거기서 우리는 부단히 노력을 한다. 그런데 아무리 노력해도 여기서 완벽하게 안정적인 균형을 잡는다는 것은 환상에 불과함을 깨닫게 된다. 역설적이지만 소중히 여길수록 그 상실은 아프다. 아버지의 노트에 쓰인, “이 병은 내게 가장 소중한 것으로 나를 벌한다”는 문장처럼. 가장 소중했기에 가장 아픈 상실이, 필연적으로 삶을 찾아온다.
아버지의 병증도 해결 방법이 없지만, 병이 없어도 인간은 무언가를 쉬이 상실하는 존재이다. 산드라와 딸 린은 이미 남편/아빠라는 가족 구성원을 (어떤 형태로든) 상실한 경험이 있고, 지금 아버지/할아버지를 서서히 잃어가고 있으며, 클레망과의 관계 귀추를 지켜보고 있다. 우리의 삶은 시간에 따라 하나씩 많은 것을 잃어갈 수밖에 없는 것. “매일 이별하며 살고 있”는 것은 서른 즈음만의 일이 아닌 것이다.
병에 갇혀가는 아버지를 보며, 그 아버지의 어디를 붙잡아야 할지. 끝나가는 관계는 어떻게 해야 할지. 잃어버리고 사라지는 것이 늘어갈 때 그걸 어떻게 붙잡으려 애써야 하는지. 이 슬픔에서 파괴되지 않으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
사실 방법은 별로 없다. 아버지를 위해 좋은 요양병원을 찾고, 좋아하시던 음악을 틀어 보거나 딸아이의 그림을 병실에 붙여 두는 각양각색의 노력을 하지만, 솟구치는 슬픔을 아주 사라지게 할 방법은 없다. 클레망과 서로 꼭 끌어안고, 아무리 사랑한다 말해도, 그 슬픔을 없애 줄 수는 없다.
그러나 우리는 서로를 위해 가끔 기꺼이 바보가 되어 줄 수 있다. 아이들을 방에 몰아넣고 최선을 다해 산타와 루돌프로 열연하는 어른들의 귀여운 모습처럼, 솟구치는 눈물을 참지 못하는 산드라에게 몸을 한 번 맞대어 끌어안는 것처럼. 삶에 상실은 끝없이 일어나지만, 그 거대한 슬픔을 버티고 살게 하는 것은 우리의 이런 귀엽고 사소한 순간들이다. 거대한 구멍을 단숨에 메울 수는 절대 없는, 그러나 얼기설기 삶을 이어갈 수 있게 해주는. 그런 순간들이 “어느 멋진 아침”을 선사한다.
높은 언덕에서 보면 에펠탑은 보여도 우리 집이 어디인지는 알 수 없듯이, 삶이라는 거대한 것을 조망하면 얼핏 거대한 슬픔에 비해 이런 작고 사소한 순간들이 잘 보이지 않는다. 그러나 우리를 살게 하고 쉬게 하는 곳은 에펠탑 같은 랜드마크가 아니라 집이다. 상실이 숱하게 일어나고, 슬픔의 얼굴도 영영 가시지 않을 것이다. 서울 어디서 보아도 보이는 거대한 건물처럼. 그러나 슬픔과 사랑이 공존할 수 있다는 것, 그것이 삶의 축복이 아닐까. 랜드마크가 있는 도시에 내 몸 뉘일 곳 또한 있다는 것이.
그러고 나니 영화가 끝나면서 흘러나오는 노래의 LOVE WILL REMAIN이라는 가사가 잔잔하게 위로가 된다. 잃어버리고 사라져가는 것들의 세계 속에서, 슬픔과 공존하는 사랑. 결국 그게 우리에게 영영 남을 것이다.
*온라인 무비 매거진 '씨네랩'을 통해 시사회에 초청받아 감상 후 작성하였습니다. 영화는 9월 6일 개봉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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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낯선 세계를 엿보는 즐거움, 그리고 씁쓸함
경고: 영화의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낯선 세계와 그 속의 자신감으로 비롯된 즐거움
분명 폴 토머스 앤더슨의 <부기 나이트>는 최고의 영화 중 하나다. 그러나 영화가 포르노 세계에 투신해서 어마어마한 성공을 거둔 남자를 다루고 있단 이야기를 들으면, 대부분은 왜 굳이 이 영화를 봐야 하나 생각이 들 것이다. 물론 소재가 소재인 만큼 야한 장면이 많이 나온다. 그러나 <부기 나이트>는 단순히 인터넷에서 쉽게 볼 수 있는 야한 영상으로 끝나지 않는다. 오히려 영화의 매력은 영화 속 배우들의 육체적 매력이 아니라 디스코 음악과 네온사인으로 치장된 1970년대 ~ 1980년대 미국의 분위기, 그리고 그에 편승해 언젠가는 성공할 것이라고 굳게 믿고 모인 배우들의 모습을 통해 만들어진다.
특히 영화의 주인공이자 성공한 포르노 배우였던 더크 디글러(마크 월버그)는 자신감으로 똘똘 뭉친 남자다. 그는 평범한 소년 '에디'로서 어떤 식당에서 알바를 하고 있을 때에도 길다란 물건으로 소문이 자자했던 사람이었다. 마침 식당에 있었던 잭 호너(버트 레이놀즈)는 에디의 소문을 듣고 포르노 배우로 일할 생각이 없느냐고 묻는다. 마침 집에서 벗어나고 싶었던 에디는 그 제안을 수락하고 '더크 디글러'라고 하는 새로운 이름을 부여 받는다. 그리고 새로운 이름에 걸맞게 에디, 아니 더크에게는 새로운 삶과 잭을 포함한 스태프, 포르노 배우로 이뤄진 새로운 공동체가 찾아온다.
더크의 기대감을 반영이라도 하듯 그 공동체는 더크에게는 환상적인 공간이었다. 그 공동체의 리더 역할도 겸임했던 감독 잭은 자신만만하게 앞으로 포르노도 예술 영화가 될 수 있다고 이야기를 하고, 그 말에 감화된 배우들은 더크처럼 열정을 다해 자신의 일에 최선을 다한다. 잭뿐만 아니라 잭의 파트너였던 엠마(줄리안 무어)는 더크를 친아들처럼 대한다. 그 가족 같은 분위기 속에서 더크는 다양한 상을 휩쓰는 대스타로 거듭난다. 비록 그 속에서 마약을 너무 많이 해서 의식을 잃어버린 미성년자 여배우가 아무도 모르는 곳에 버려지는 사건이 발생한 적이 있긴 했지만, 그 공동체 속의 밝은 분위기를 깨기에는 역부족이었다.
<부기 나이트>는 낯선 세계를 엿보는 즐거움을 선사하는 영화다. 복고적이면서도 밝은 분위기를 조성하는 음악과 네온사인도 그렇지만, <부기 나이트>는 주인공 더크에만 스포트라이트를 비추지 않고 포르노 세계 속에 있는 사람들의 모습을 포착해내는 데 성공한다. 그에 부응하듯 더크 역할을 맡았던 마크 월버그는 말 그대로 더크 그 자체가 되어 영화 안에서 마음껏 열정을 불태우는 모습을 보여준다. 아까 이야기했던 포르노 감독 잭, 프로 포르노 배우 엠마, 롤러스케이트를 타고 다니는 롤러걸(헤더 그레이엄) 등 포르노계에 종사하는 사람들도 잭의 매력에 기대지 않고 영화 속에서 각자만의 매력을 뽐낸다.
그곳도 현실과 별반 다른 게 없다는 씁쓸함
그런데 이 즐거움은 1980년대를 기점으로 화려한 분위기 속에 숨은 어둠을 끄집어내면서 씁쓸한 감정으로 바뀌게 된다. 잭의 밑에서 일하고 있었던 리틀빌이라는 스태프가 아내의 불륜으로 인해 자살을 하게 된 뒤, 그 어둠은 마침내 더크를 포함한 '가족'들의 삶을 위협하기 시작한 것이다. 잭은 비디오의 대량 생산 시대가 찾아옴에 따라 점차 영화관에서 상영되는 성인 영화를 제작하는 게 손해가 되는 상황에 직면했고, 더크는 조니라는 젊은 배우의 합류로 인해 자신이 퇴물이 되어서 포르노 세계에서 버려지지 않을까 걱정한다.
성공을 자신감 넘치게 부르짖었던 사람들은 이 시류에 어떻게든 적응하려는 비굴한 모습을 보여주지만, 그마저도 실패로 돌아가고 만다. 끝내 잭의 곁을 떠나게 된 더크는 음반을 내려고 하는 등 성공을 위해 노력했지만 결국에는 실패로 돌아간다. 더크가 떠난 뒤 잭은 종종 외로움에 빠진다. 사실 남겨둔 가족이 있었던 엠마는 가족들을 다시 만나려고 하지만 포르노 배우라는 직업적인 한계에 부딪쳐 끝내 가족과 같이 살지 못하게 된다. 롤러걸은 우연히 자신의 과거를 알고 있었던 남자를 만나자 자신이 어떤 존재인지 드러나는 것이 두려워져서 홧김에 폭력을 행사한다.
세상과의 소통에 실패한 사람들에게 남은 선택지는 그들이 다시 공동체를 이루는 것밖에는 없었다. 이 결말은 표면적으로는 잭을 머리로 하는 가족의 회복을 나타내는 모습을 보여준다. 그러나 훗날 결말에서 개구리비가 내리는 이적을 통해 묘한 뜨거움을 자아내게 했던 <매그놀리아>와는 달리, 이 재결합은 불완전해 보인다. 가족 내부의 문제가 계속 될 수 있다는 암시를 주기 때문이다. 촬영 준비를 마친 더크가 거울을 보고 되뇌이는 마지막 장면도 마찬가지다. 그 거울은 더크의 얼굴 대신 그의 물건만 비칠 뿐이다.
더크의 재빠른 부침은 어마어마한 육체적 능력만 있으면 큰 성공을 거두는 포르노 세계의 특성을 반영한다. 그만큼 화려하지만 세대 교체도 빠르고, 시대에 밀려 버려지는 사람도 많다. 그러나 속도의 차이만 있을 뿐, 사람이 사람으로서 대우를 받지 못하고 몰락하는 모습, 그것 때문에 피해자든 가해자든 끝없는 외로움에 시달리는 비극이 비단 포르노 세계와 1970년대 ~ 1980년대 미국의 이야기만은 아닐 것이리라. 결국 <부기 나이트>를 통해 느꼈던 씁쓸함은 즐거움마저도 덮어버리지 못한 익숙한 비극성에서 비롯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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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도둑의 캐릭터를 다양화하다
최동훈 감독의 필모를 하나씩 살펴보고 있는 요즘, 그의 첫 천만관객 영화 여던 영화 <도둑들>을 봤다. 어렸을 적 봤던 기억은 있지만 앉아서 제대로 보진 않아서 이렇다할 기억이 별로 없었는데 왜 천만명이 넘는 사람들이 선택했는지 알 수 있었던 재미있는 작품이었다.
영화 <도둑들> 시놉시스
10인의 도둑, 1개의 다이아몬드 그들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한 팀으로 활동 중인 한국의 도둑 뽀빠이와 예니콜, 씹던껌, 잠파노. 미술관을 터는데 멋지게 성공한 이들은 뽀빠이의 과거 파트너였던 마카오박이 제안한 홍콩에서의 새로운 계획을 듣게 된다. 여기에 마카오박이 초대하지 않은 손님, 감옥에서 막 출소한 금고털이 팹시가 합류하고 5명은 각자 인생 최고의 반전을 꿈꾸며 홍콩으로 향한다.
홍콩에서 한국 도둑들을 기다리고 있는 4인조 중국도둑 첸, 앤드류, 쥴리, 조니. 최고의 전문가들이 세팅된 가운데 서로에 대한 경계를 늦추지 않는 한국과 중국의 도둑들. 팽팽히 흐르는 긴장감 속에 나타난 마카오박은 자신이 계획한 목표물을 밝힌다. 그것은 마카오 카지노에 숨겨진 희대의 다이아몬드 <태양의 눈물>. 성공을 장담할 수 없는 위험천만한 계획이지만 2천만 달러의 달콤한 제안을 거부할 수 없는 이들은 태양의 눈물을 훔치기 위한 작업에 착수한다.
그러나 진짜 의도를 알 수 없는 비밀스런 마카오박과 그런 마카오박의 뒤통수를 노리는 뽀빠이, 마카오박에게 배신당한 과거의 기억을 잊지 못하는 팹시와 팀보다 눈 앞의 현찰을 먼저 챙기는 예니콜, 그리고 한국 도둑들을 믿지 않는 첸과 중국 도둑들까지. 훔치기 위해 모였지만 목적은 서로 다른 10인의 도둑들은 서서히 자신만의 플랜을 세우기 시작한다.* 해당내용은 네이버영화를 참고했습니다.
이 이후로는 영화 <도둑들>에 대한 스포일러가 존재합니다 :)
캐릭터별 매력이 넘쳤던 작품최동훈 감독 작품의 매력포인트는 캐릭터가 굉장히 다채롭다는 점이다. 사실 투톱이든 타이틀이든 주연캐릭터 1,2명에 의존해 극을 이끌어 가는 경우가 많은 반면 최동훈 감독의 작품들에서는 굉장히 다양한 캐릭터들을 만나볼 수 있다. 그렇다고 해서 그 많은 캐릭터들이 다른 한 캐릭터를 빛내주기 위해 있는 존재들이 아니라 다 나름 자신의 빛을 잃지 않고 영화 속에 녹아든다. 이러한 최동한 감독의 특징이 영화 <도둑들>에서 잘 드러난 것 같다. 마카오박, 펩시, 뽀빠이, 예니콜, 첸, 씹던껌, 앤드류, 잠파노까지 8명이라는 캐릭터가 물론 등장씬의 수는 다를지 모르더라도 그 각각의 캐릭터들이 어떤 특징을 가지고 있는지 관객의 머리 속에 잘 각이되게끔 캐릭터의 매력을 극대화한 작품이었다.
상업영화가 과연 나쁜 것일까?
영화 <도둑들> 리뷰를 쓰면서 다른 리뷰들도 함께 봤는데 영화 <도둑들>에 대한 혹형이 많았었다. 나는 개인적으로 좋게 봤다. 왜냐면 상업영화가 꼭 나쁘다고 생각하진 않기 때문이다. 다만 스크린의 독과점이 나쁘다고 생각할 뿐이다. 영화 <도둑들>은 사실 대중들이 원하는 오락상업 영화의 문법을 그대로 따르고 있다. 일상생활에서 느끼기 힘든 짜릿함, 통쾌함을 대리 만족시켜주고 무언가를 훔친다는 범죄를 지켜보며서 어찌보면 일탈의 경험도 해볼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자신이라면 하지 못할 행동들을 영화를 보면서 희열을 느끼고 그 감정과 충동을 희석시키는 오락영화로서 영화 <도둑들>은 충분히 그 역할을 해냈다고 생각한다. 그러니 천만이 넘는 사람들인 선택한 것인 아닐까? 단지 상업영화라고 해서, 오락영화라고 해서 따가운 눈초리를 보내는 것은 사실 조금 불편하다.
도둑은 도둑일 뿐이다
영화 <도둑들>을 보면서 좋았던 점은 도둑의 미화가 지나치지 않았다는 점이다. 다른 작품들을 보다보면 솔직히 도둑이 세상을 구한다던지, 구하지도 않았는데 약간 그저 본인들의 이익을 취하기 위해 다른 사람의 재물을 뺏어온 것인데 이 과정을 영웅화한다던지 이런 부분들을 쉽게 목격할 수 있다. 하지만 영화 <도둑들>에서는 도둑은 도둑이다. 라는 스텍스가 명확해서 액션신이나 다이아몬드를 훔치러가는 과정에서 보여지는 도둑들의 굉장한 능력들을 보면서도 마지막에는 결국 도둑일 뿐이라는 사실을 명시하면서 영웅화 하지 않았다는 점이 굉장히 인상적이었다. 솔직히 도둑은 범죄자다. 하지만 영화의 소재로서는 너무나도 매력적이다. 그렇기에 영화 속에서는 그들의 행위를 미화하고 정당화하며 영웅화하는 경우가 있는데 이 작품은 그렇지 않아서 만족스러웠다.
영화 <도둑들>은 두고두고 찾아볼 명작은 아니더라도 남는 시간에 재밌게 볼 수 있었던 즐거운 오락영화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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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무나 소화 못한다는 이 배역
트랜스젠더, 여장 남자 배역을 맡은 배우들!
중성적인 페이스와 아우라는 기본, 연기는 잘해야 본전치기
여장 남자의 시초격인 <뜨거운 것이 좋아> 부터
개봉을 앞둔 <파일럿>까지 준비했습니다.
배우들의 용기와 도전에 박수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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줄거리
십대 시절 집을 나와 카스트로의 쿠바 혁명군에 동참한 레이날도 아레나스는 하바나 대학에 입학하여 문학을 공부한다. 혁명의 기운이 거세게 몰아치는 하바나는 레이날도에게 예술가의 감성과 동성애자로서의 성 정체성을 눈뜨게 해준다. 그러나 60년대말 카스트로의 독재가 시작되면서 예술가와 동성애자들을 향한 탄압이 시작된다. 레이날도는 "혁명은 모든 이를 위한 게 아니었다. 섹스는 투쟁의 수단이 됐다"고 씁쓸하게 말한다.
그의 저항은 글쓰기와 동성애를 통해 표현된다. 누명을 쓰고 감옥에 투옥된 후에도 레이날도의 글쓰기는 멈추지 않는다. 1980년의 쿠바 정권은 혁명에 동참하지 않는 동성애자, 범죄자 등을 추방하기에 이르고 레이날도는 미국행 배를 탄다. 그러나 뉴욕에서의 생활은 가난과 에이즈라는 고통으로 다가온다.
줄거리
장미와 캔디 그리고 미니스커트, 모피, 스타킹, 샤넬 No.7… 이게 다 뭐냐고요? 모두, 제가 사랑하는 것들이랍니다. 전 남자아이에요. 여자가 되고 싶은… 이름은 패트릭이죠. 하지만 그냥 키튼이라 불러 주세요. 전 그 이름이 좋거든요. 전 갓난 아기였을 때 성당 앞에 버려졌어요. 저를 버린 엄마는 아마 제가 이렇게 섹시한 여자로 자란 걸 보면 좀 후회할 지도 모르죠. 저는 엄마를 ‘유령 숙녀’라 부른답니다. 엄마는 잠들지 않는 도시 런던이 삼켜버렸대요. 전 어렸을 때 그 이야기를 들었고, 어느 날 유령 숙녀를 찾으러 런던으로 떠날 결심을 했답니다.
런던은 사실, 최악이었어요. 런던엔 심각한 일들만 가득한 거 같아요. 그렇다고 우울해할 제가 아니죠. 전 딱딱한 건 질색이거든요. 제가 과연 유령 숙녀를 찾을 수 있을까요? 이 길고 긴 여행을 마치면 달콤하고 평화로운 아침을 먹을 수 있을까요? 제 이야기의 끝을 두고 내기를 걸어보는 건 어때요? 일단 나는 해피엔딩에 나의 소중한 한표를 던지죠~
줄거리
화려하게 평정했던 세계를 등지고 하루 아침에 사라진 전설의 톱 모델 '쥬랜더'와 '헨젤' 어느 날 세상의 모든 아름다움이 사라질 위기에 놓이고, 비밀 에이전트 ‘발렌티나’는 그들을 소환한다. 화려한 패션과 아름다움으로 무장한 역대급 에이전트로 거듭난 '쥬랜더'와 '헨젤'! 그들은 과연 강력한 아름다움으로 세상을 구할 수 있을까? 올 여름, 대체불가 초특급 에이전트가 온다!
줄거리
색소폰 연주자인 조와 베이스 바이올린 연주자 제리는 갱단의 살인 장면을 우연히 목격하게 된다. 얼굴이 노출되고 얼떨결에 갱들에게 쫓기는 신세가 되어 버리고 만 두 사람은 도시를 무사히 빠져나갈 방법을 궁리하게 된다. 그들이 빠져나갈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여자로 변장하고 마이애미로 향하는 여성순회 공연단에 숨어드는 것. 감쪽같이 변장하고 오디션을 통과한 두 사람은 아름다운 여인들과 그야말로 꿈만 같은 생활을 시작하게 된다. 그 중에서도 극단의 리드싱어인 슈가에게 그만 홀딱 반해버린 조. 그는 서서히 그녀와 가까워진다. 조는 그녀가 좋아하는 남성상으로 자신을 위장하고 그녀에게 접근하는데...
줄거리
방탕한 생활을 하며 로데오를 즐기는 전기 기술자 ‘론 우드루프’(매튜 맥커너히)는 어느 날 의사 ‘이브 삭스’(제니퍼 가너)로부터 에이즈진단을 받게 된다. 그에게 남은 시간은 단 30일…! 죽음을 맞이할 준비가 되어있지 않던 ‘론’은 치료제로 복용했던 약물이 효과가 없다는 사실을 알게 된 후, 자국에서는 금지된 약물을 다른 나라에서 밀수해 들여오기 시작한다. 그러던 중 우연히 알게 된 에이즈 감염자 ‘레이언’(자레드 레토)과 함께 ‘달라스 바이어스 클럽’을 만들고, 회원제로 자신과 같은 병을 앓는 환자들에게 밀수한 치료 약물을 판매하기 시작하는데…
줄거리
1926년 덴마크 코펜하겐. 풍경화 화가로서 명성을 떨치던 에이나르 베게너(에디 레드메인)와 야심 찬 초상화 화가인 아내 게르다(알리시아 비칸데르)는 누구보다 서로를 아끼고 사랑하는 부부이자 서로에게 예술적 영감을 주는 파트너이다. 어느 날, 게르다의 아름다운 발레리나 모델 울라(엠버 허드)가 자리를 비우게 되자 게르다는 에이나르에게 대역을 부탁한다. 드레스를 입고 캔버스 앞에 선 에이나르는 이제까지 한번도 느껴본 적 없었던 감정의 소용돌이 속에서 또 다른 자신의 모습을 마주한다. 그날 이후, 영원할 것 같던 두 사람의 사랑이 조금씩 어긋나기 시작하고, 그는 모든 것을 송두리째 바꿀 선택의 기로에 서게 되는데…
줄거리
혼자 남겨지는 것이 두려운 소녀 ‘소현’은 어떻게든 사람들과 어울리기 위해 매일 안간힘을 쓴다. 하지만 그런 ‘소현’을 받아주는 것은 ‘정호’ 오빠뿐이다. ‘정호’마저 소현을 떠나고 누구라도 자신을 찾아주길 바라던 어느 날, 꿈결처럼 미스터리한 여인 '제인'이 나타나고, 그날 이후 소현은 조금씩 ‘제인’과의 시시한 행복을 꿈꾸기 시작한다.
줄거리
하루 아침에 인생 추락한 스타 파일럿 제 2의 인생 이륙 준비 중! 최고의 비행 실력을 갖춘 스타 파일럿이자 뜨거운 인기로 유명 TV쇼에도 출연할 만큼 고공행진 하던 한정우는 순간의 잘못으로 하루아침에 모든 것을 잃고 실직까지 하게 된다. 블랙 리스트에 오른 그를 다시 받아줄 항공사는 어느 곳도 없었고 궁지에 몰린 한정우는 여동생의 신분으로 완벽히 변신, 마침내 재취업에 성공한다. 그러나 기쁨도 잠시! 또다시 예상치 못한 난관에 부딪히게 되는데… 인생 순항을 꿈꾸던 그의 삶은 무사히 이륙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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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날로그 감성을 풀어낸 관계의 이야기
씨네랩의 초청을 받아 다녀온 영화 <마이 뉴욕 다이어리> 시사회. 영화 <원스 어 폰 어 타임 인 할리우드>에서부터 윤여겨 봤던 마가렛 퀄리가 나온 작품이어서 이번에는 또 어떤 연기를 보여줄까 기대를 하며 보러간 작품이었다.
영화 <마이 뉴욕 다이어리> 시놉시스
평범한 건 싫어요. 특별해지고 싶어요.
1995년 작가를 꿈꾸는 조안나는 뉴욕에서 가장 오래된 작가 에이전시에 CEO 마가렛의 조수로 입사한다. 출근 첫날, 호밀밭의 파수꾼의 작가 J.D. 샐린저의 팬레터에 기계적으로 응대하라는 지시를 받지만 조안나는 그들에게 진심어린 답장을 보내려고 한다. 자신을 좀처럼 봐주지 않는 회사에서 그녀는 점차 상사들의 눈에 들기 시작하고, 주위의 사람들을 점차 변화시켜나간다.
*해당 내용은 네이버영화를 참고했습니다.
이 이후로는 영화 <마이 뉴욕 다이어리>에 대한 스포일러가 존재합니다.
출판사에서 일하는 나에게 더욱 인상적이었던 작품
주인공 조안나는 작가 에이전시에서 일을 시작한다. 이 부분으로 시작으로 나는 이 영황에 빠져 들었다. 왜냐면 나는 출판사에서 편집자로 일하고 있기 때문이다. 에이전시와 출판사는 뗄레야 뗄 수 없는 관계이다. 그래서 에이전시에서 일하는 조안나를 보며, 그리고 신입으로 들어간 조안나는 보며 올해 처음 입사한 내 모습이 많이 떠올라서 감정 이입을 하면서 볼 수밖에 없었다. 기계적인 답변을 달아야 할 때도 있지만, 회의와 미팅을 하며 자유롭게 어딜 갈 수 있다는 것, 그리고 본인이 하기 나름이라는 것을 재치있게 잘 보여준 작품이었다.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의 따뜻한 버전이 아닐까?
사수로 있었던 마가렛과 그녀의 조수 조안나. 이 둘의 관계를 보면서 영화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의 미란다와 앤디 삭스를 보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영화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에서 미란다는 앤디 삭스를 엄청 부려먹었다면 오히려 마가렛은 제대로된 일감을 주지 않는 방법으로 각각 앤디와 조안나가 회사생활을 하는 데 있어 실망감을 안겨준다.
하지만 각각 잡지사와 출판업계에 있으면서 앤디와 조안나는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을 스스로 찾아나셨고, 그 속에서 자신을 조금 더 회사에 맞춰 변화시키는 모습을 보여준다. 그 과정에서 각자의 상사에게 시련이 닥치고, 그녀들을 보살피면서 그들에게 감동을 주고 둘의 사이는 점차 신뢰를 하는 관계로 이어진다. 자신의 능력을 인정받으면서 점차 성장하던 이들은 이제 자신만의 길을 찾아 다시 떠나는 모습으로 영화는 마무리된다.
이러한 기본적인 구조가 비슷해서 영화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와 굉장히 결이 비슷하다는 생각을 할 수밖에 없었다. 다만, 조금 더 자극적이고 화려한 잡지사를 다룬 영화 <악마를 프라다를 입는다>와는 달리 차분하고 조용한 정서의 출판업계를 다룬 영화 <마이 뉴욕 다이어리는>는 따뜻한 감성을 더 느낄 수 있었다. 1995년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보니 그 아날로그한 감성과 아름다운 뉴욕의 가을 거리를 배경으로 그 따뜻함이 배가되어 다가오지 않았을까 생각한다.
올바른 헤어짐이란
영화 <마이 뉴욕 다이어리>를 보면서 느낀 것은 헤어짐에도 예의가 있다는 것이다. 조안나는 버클리에서 학교를 다니다가 친구를 불러 뉴욕에 놀러온다. 놀러온 뉴욕의 분위기가 자신과 맞다고 생각하면서 뉴욕 생활을 시작해버린다. 돈을 벌기 위해 그렇게 들어간 곳이 작가 에이전시였다. 하지만 이렇게 급하게 결정을 내리게 되면서 남자친구에게 제대로 된 이별을 통보하지 못한 채로 새로운 남자친구를 만들게 된다. 그렇기에 전 남자친구는 조안나에게 편지를 보낸다. 이런 조안나는 그 편지를 죄책감에 읽지 못하는 상황에 이른다.
그러던 중 워싱턴 출장을 간 김에, 사실은 전남친이 초대해준 음악회에 가고자 워싱턴 출장을 자발적으로 임한 조안나는 그곳에서 전남친과 제외한다. 둘은 그저 우리 그만 만나자. 라는 간단한 말 한 마디면 됐을 일을 왜 그렇게 못했을까 하며 이야기를 나눈다. 이 장면은 아마 조안나에게 가장 영향을 크게 준 장면일 것이다. 이러한 대화를 나누기 전까지 조안나의 태도는 양쪽에 발을 담군 모습을 많이 보여준다. 연락을 안하고 있지만 그렇다고 해서 정확히 헤어짐에 대해 이야기를 한 상태는 아닌 전남친과 현남친 사이에서, 작가 에이전시에서 일을 하며 시를 쓰고 싶지만 쓰지 않고 마가렛에게는 그저 조수로서 자신이 담당한 작가 제리에게는 작가로서 그 사이에서 갈팡질팡하는 조안나의 모습을 자주 포착할 수 있었다.
하지만 이 대화 이후 조안나는 맺고 끊음을 정확히 하기 시작한다. 자신의 기분과 상태를 배려해주지 않는 현남친과의 관계도 확실히 정리하고, 우물쭈물 쓰지 못했던 시들도 다시 쓰기 시작하면서 작가에 도전한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에이전시에서 맡은 바 계약을 완벽히 처리하고 작가의 길을 가기 위해 마가렛에게 그동안 정말 많은 것을 배웠고, 행복하고 영광스러운 시간이었다며 헤어짐의 인사를 당당하게 건넬 수 있는 그녀의 모습을 보면서 어떤 관계에서든 그 관계가 사람 사이이든, 물건이든, 상황이든 맺고 끊음을 분명히 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것을 잘 보여준 작품이 아닐까 싶었다.
영화 <마이 뉴욕 다이어리>는 같은 업계(?) 종사자여서 눈길이 더 갔고, 뉴욕의 분위기에 취해 뉴욕을 가고 싶게 만들었던 작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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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켈리 갱> 메인 예고편
폭력과 부패로 가득했던 시대
온갖 범죄로 세상을 더럽히는 무법자 ‘해리’와 부패경찰 ‘알렉스’에 맞서
자신만의 방식으로 악인들을 단죄한
전설적 영웅이자 세상이 버린 위대한 범죄자
‘네드 켈리’의 이야기가 시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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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디즈니+ <전대대실격> 티저 예고편
13년 전 시작된 괴인과 대전대 간의 전투가 전부 연극이었다? 패배뿐인 삶에 절망한 전투원 D가 궐기한다! [전대대실격] 4월 7일 디즈니+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