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cto2025-02-13 13:55:54
강렬하고 자극적인 이미지와 사운드 속에 엘리자베스도, 수도 없었다.
영화 <서브스턴스> 리뷰

아름다움과 젊음의 집착이 초래하는 파국
릴리 글래드스턴과 마거릿 퀄리가 출연하고, 코린 하디가 연출한 영화 <서브스턴스(The Substance)>는 단순한 SF 호러를 넘어, 인간의 욕망과 사회적 강박을 집요하게 탐구하는 작품이다. 영화는 ‘젊음’과 ‘아름다움’에 대한 현대 사회의 집착을 파고들며, 외모지상주의와 자기 정체성의 상실이라는 무거운 주제를 강렬한 비주얼과 사운드를 통해 관객에게 전달한다.
강렬한 시청각적 경험
<서브스턴스>는 시각적, 청각적으로 매우 강렬한 작품이다. 한 장면, 한 장면마다 감독의 야심찬 연출이 돋보이며, 색감과 조명, 카메라 앵글은 인물의 내면을 극적으로 표현하는 데 집중한다. 사운드 디자인 또한 강렬한 인상을 남기는데, 단순한 배경음악이 아니라 캐릭터들의 심리 상태를 대변하는 요소로 작용한다. 숨소리, 심장 박동 소리, 찢어지는 듯한 음향 효과들은 영화의 긴장감을 극대화하며 관객을 몰입하게 만든다.

되풀이된 카르마
주인공 엘리자베스(마거릿 퀄리)는 젊음과 아름다움을 되찾기 위해 ‘수(Substance)’라는 프로젝트에 참여하게 된다. 이 ‘수’는 단순한 존재가 아니라 엘리자베스의 또 다른 자아이자, 그녀가 바라는 이상적인 모습이다. 영화는 엘리자베스가 ‘수’를 통해 자신의 욕망을 실현하는 과정을 따라가지만, 두 존재의 관계는 점점 균열을 일으킨다.
‘수’는 엘리자베스의 이상적인 모습을 구현한 듯 보이지만, 점차 그녀를 위협하는 존재로 변모한다. 영화는 이들의 대립을 통해, 인간이 원하는 완벽한 자기 자신이 실재하는 자아를 밀어내고 파괴할 수밖에 없는 역설적인 구조를 제시한다. 이는 곧 현대 사회가 요구하는 ‘완벽한 몸’, ‘완벽한 이미지’에 대한 강박이 결국 자기 자신을 소멸시키는 과정과 맞닿아 있다.

모든 것을 터트리다
<서브스턴스>는 외모지상주의와 현대 사회의 비인간적인 아름다움 기준에 대한 날카로운 비판을 던지지만, 그 메시지가 충분히 깊이 있게 전달되었는지는 논란의 여지가 있다. 영화는 엘리자베스가 젊음을 되찾고자 하는 과정에서 겪는 갈등과 파멸을 직접적으로 묘사하지만, 이러한 시스템을 구축한 사회적 구조에 대한 고찰은 다소 부족하다.(그것이 의도일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다.)
특히, 영화의 후반부가 피로 얼룩진 파국적 결말로 치닫는 과정에서, 메시지의 설득력이 다소 약해진다. 3막에서 엘리자베스의 변모는 극단적인 폭력과 혼란 속에서 그려지며, 영화가 궁극적으로 무엇을 말하고자 하는지 모호해지는 경향이 있다. 영화가 진행될수록, 엘리자베스 개인의 자기 파괴적인 모습에 집중되며, 젊음과 아름다움을 향한 집착이 어떻게 한 인간을 무너뜨릴 수 있는지를 강렬하게 보여준다. 그래서 영화가 비판하는 외모지상주의와 자본주의적 소비 시스템이 단순한 공포와 충격적 이미지로 대체되면서, 근본적인 문제를 탐구하는 깊이 있는 서사로 이어지지는 않는다.

결국 남은 것은 공허
<서브스턴스>는 시각적, 청각적으로 매우 인상적인 작품이며, 관객의 감각을 강렬하게 자극하는 데 성공했다. 영화의 연출과 배우들의 연기는 뛰어나며, 특히 마거릿 퀄리는 자신의 내면의 갈등과 혼란을 섬세하게 표현해낸다. 그러나 영화가 던지는 메시지는 충분히 깊이 있게 전달되지 못하며, 그저 강렬한 이미지와 사운드의 충격으로 끝나는 듯한 인상을 준다.
결국, 이 영화는 보이는 외모와 젊음을 향한 강박이 어떻게 인간을 파괴하는지를 그린다. 하지만 그 파괴의 과정이 단순한 공포적 서사로 마무리되면서, 사회적 비판 의식이 다소 피상적으로 느껴진다. 그렇기에 <서브스턴스>는 강렬한 감각적 체험을 원한다면 충분히 볼 가치가 있는 작품이지만, 보다 깊이 있는 사회적 메시지를 기대하는 관객에게는 아쉬움을 남길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결국 이 영화에는 욕망과 욕구와 깊이 축적된 열등감과 자기 파괴적이 뒤섞인 '충동된 감정'만 있었다. 새롭게 태어난 '나'를 영리하고, 치밀하게 사용하지 못하고, 엘리자베스와 수의 균형 있는 관계가 지속된 기간이 단 '일주일'뿐이었다. 새롭게 태어난 수의 되풀이된 현재는 엘리자베스의 과거였으며, 미래일 수 있었다.
이 굴레는 어떻게 하면 벗어날 수 있을까.
정말 엘리자베스와 수가 기괴하게 혼합된 '몬스터의 파괴'뿐이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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