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INELAB2024-05-10 13:30:23
[JIFF 데일리] 새로운 감정들이 전주에 등장했다!
픽사 in 전주 with <인사이드 아웃 2> 행사 취재
전주국제영화제에서 영화 <인사이드 아웃 2> 개봉을 기념하여 픽사 in 전주 이벤트를 개최했습니다.
노은영 전주시 문화체육관광국장은 "전 세계적으로 사랑받는 애니메이션을 선보인 디즈니,픽사의 다양한 작품과 곧 개봉 예정인 <인사이드 아웃 2>의 풋티지를 국내에서 가장 먼저 볼 수 있는 특별행사를 전주시에서 진행함으로써 전주를 찾은 방문객들과 시민들에게 관광거점도시 전주의 매력을 알리는 기회가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는데요.
이번 픽사 in 전주 with <인사이드 아웃 2> 행사는 영화제 기간 중에서도 5월 2일(목) 부터 10일(금)까지 진행되었습니다.
더불어, 지난 5월 2일(목)에는 국내 최초로 언론 매체를 대상으로 34분 가량의 <인사이드 아웃 2> 풋티지 상영회가 진행되었는데요. 풋티지 상영 이후 화상 기자회견을 통하여 <인사이드 아웃 2>의 연출을 맡은 켈시 만 감독과 마크 닐슨 프로듀서가 참여하여 다채로운 이야기를 나눴기에 더욱 화제가 되었습니다.
제가 방문한 날짜는 5월 5일 어린이날이었는데요. 영화제에 참석한 분들 뿐만 아니라 많은 전주 주민들이 어린이날을 맞이하여 참석하였습니다. 시네필들을 사로잡은 이벤트 뿐만 아니라 아이들이 좋아할 체험 이벤트도 진행되었는데요.
디즈니,픽사 애니메이션 OST 오케스트라 공연, 버블 벌룬쇼, 컬러링, 틀린 그림 찾기, 미로, 타투 스티커, 페이스페인팅 체험, <인사이드 아웃 2> 액티비티 북 제공 등의 다양한 이벤트가 있었습니다.
새로운 캐릭터(감정)의 출연으로 화제가 된 <인사이드 아웃 2>의 새로운 캐릭터를 먼저 볼 수 있는 행사였습니다.
전주국제영화제 기간
5월 1일(수) ~ 5월 10일(금)
Relative conten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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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베놈2: 렛 데어 비 카니지 (2021)
* 본 리뷰는 <마이 네임>의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베놈2: 렛 데어 비 카니지 (2021)
감독: 앤디 서키스
출연: 톰 하디, 우디 해럴스, 나오미 해리스, 미셸 윌리엄스, 스테판 그레이엄 등
장르: 액션, SF
개봉일: 2021.10.13
러닝타임: 97분
베놈과 에디, 드디어 한몸이 되다
나름대로의 규칙을 정하고 '에디 브록(톰 하디)'의 몸 속에 기생하여 평화로운(?) 생활을 하던 '베놈'. '앤(미셸 윌리엄스)'의 결혼 소식을 듣고 심란해하던 에디를 위로해주려고 베놈은 나름대로 노력을 하지만, 그런 행동들이 에디의 스트레스를 더욱 가중시킨다. 설상가상으로, 연쇄살인마 '캐서디(우디 해럴슨)'를 인터뷰 하던 도중 분노한 베놈이 그를 공격하게 되는데, 이 때 캐서디가 에디의 손을 물어 심비오트 조각을 흡수해버린다. 제대로 된 인터뷰에 실패한 에디는 베놈과 한바탕 싸우고, 베놈 역시 집안을 난장판으로 만들고 나가버린다.
한편, 캐서디는 사형 집행 직전 '카니지'로 각성하게 되고, 교도소에서 대학살을 저지른 후 탈출한다. 그리고 헤어진 연인 '배리슨(나오미 해리스)'를 찾아가 구하고 두 사람은 각자의 원수라고 할 수 있는 사람들을 하객으로 삼아 결혼식을 올리려 한다. 소중한 사람을 지키기 위해, 잠시 갈라섰던 베놈과 에디는 비로소 한마음을 품게 되는데....
코미디적 요소만 발현될 뿐
<베놈>은 1편이 개봉하기 전부터 굉장히 기대하던 시리즈 중 하나였다. 하지만, 많은 장면이 잘려나간 것 같은 편집과 뚝뚝 끊기는 줄거리, 불친절한 캐릭터의 빌드업 등으로 1편은 혹평이 가득했다. 혹평과는 별개로 '톰 하디'의 티켓 파워가 캐릭터 자체에 대한 궁금증과 영화의 오락성으로 인해 상업적인 흥행을 거뒀기에 무난히 2편이 나올 수는 있었는데, 따라서 1편의 단점들을 어떻게 극복했을지가 이번 영화를 감상하는 주요 쟁점이었다.
그러나 개선점을 찾아보기는 어려웠다. 이번에도 러닝타임이 97분으로 굉장히 짧은 편인데, 쿠키영상과 엔딩크레딧을 제외하면 1시간 30분에 불과하다. <베놈2>의 메인 플롯은 1편 쿠키영상에서 예고했던 '카니지'의 등판과 빌런으로서의 빌드업, 그리고 카니지와 베놈의 대치일 터인데, 의외로 돋보이는 장면들은 베놈과 에디가 다투는 코믹한 장면들 뿐이다. 마치 두 인물의 갈등이 부부싸움인 것처럼 연상시키는 장면들이 많아 종종 실소를 자아내게 만드는데, 아마 많은 관객이 <베놈>으로부터 기대한 부분은 아닐 것이다. 그나마 1편에서는 '베놈'을 처음 접했다는 이유로 그의 잔혹성과 무게감만큼은 분명하게 드러났는데, 2편에서는 한결 귀여움만 더해졌다. 마블과 소니 계열의 히어로 영화들 중에서도 어두움 면에서 손꼽히는 캐릭터인데, 연출 때문에 많이 변질된 감이 있다.
여전히 부족한 캐릭터 빌드업 능력
<베놈 1>에서 '베놈'이라는 캐릭터의 서사와 주인공으로서의 빌드업이 부족하다는 평을 받았는데, 이는 새로운 빌런 캐릭터를 구현하는데도 동일한 문제점으로 작용한다. 빌런 캐릭터인 '캐서디'의 흑화 원인을 불우한 가정환경으로 설정했는데, 결과적으로 그가 사형 집행을 앞둔 연쇄살인마가 되었다는 점에서 동정이나 공감을 느낄만한 여지를 없애버렸다.
무엇보다 '베놈'에게서 탄생한 심비오트 '카니지'에 대한 설명이 너무나 부족한데, 가령 베놈의 대사에 의해 전해지는 '빨간 놈은 위험해' 같은 부분들이 원작 만화를 보지 못한 관객들에게는 굉장히 불친절한 요소로 작용한다. 아무래도 영상물 등급 판정을 낮게 받기 위해 여러 장면을 삭제하면서 개연성이 부족한 결과를 낳게 된 듯한데, 관객의 이해를 해치거나 오해를 불러일으키는 장면들이 생겨버렸다는 점에서 진정으로 중요한 부분을 놓친 느낌이다. 그리고... 중요한 스포일러가 될 수 있을 것 같기는 한데, 캐서디의 여자친구인 '배리슨'의 숙적으로 등장하는 형사 '패트릭 멀리건(스티븐 그레이엄)'에게 꽤나 중요한 복선을 깔아놓고는 단 한 번도 제대로 짚어주지를 않는다. 결국 영화관을 나온 후 해석영상이나 영화 유튜버들이 설명해주는 영상을 찾아봐야 해당 의미를 찾을 수 있게 만들어놓았으니 그야말로 불친절이 극에 달했음을 알 수 있다.
남은 건 쿠키영상 뿐
그럼에도 <베놈2>를 봐야 하는 이유는 한 가지가 있다. 바로 영화 본편보다 더욱 강한 임팩트를 남긴 쿠키 영상 때문. 바로 원작에서 대치 관계로 엮여 있는 마블의 '스파이더맨(톰 홀랜드)'이 쿠키 영상에 등장하며 역대 마블 영화 역사상 가장 강렬한 결말을 남겼다. 이 때 똑같은 침대에서 아예 다른 공간으로 이동해버린 '에디'의 모습을 통해 마블이 앞으로 그려나가고자 하는 '멀티버스'의 등장을 어느 정도 예고했는데 과연 <베놈> 후속작에 마블의 '스파이더맨'이 등장할 수 있는 것인지, 12월에 개봉될 <스파이더맨: 노 웨이 홈>은 어떠한 내용으로 펼쳐질 것인지 여러 방면에서의 궁금증을 증폭시켰다. 즉, 쿠키영상이 없었더라면 본편의 값어치 전체가 떨어져 보일 수도 있었을만큼 쿠키영상이 전부였던 후속작이다. 쿠키 영상에 대해서는 해석에 대한 의견도 갈리고, 다양한 가정이 등장하고 있어 어찌 됐건 <베놈2>를 통해 앞으로의 시리즈에 대한 대중의 흥미를 자극하는데는 일부분 성공했다.
- 씨네랩 크리에이터 popofil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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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진실을 마주 하는 태도
우리는 아름다운 풍경을 보면 ‘그림 같은 풍경’이란 말을 쉽게 쓰지만, 예전부터 그림은 아름 다운 풍경을 한 폭에 담기 위해, 자연을 보고 그린 것이니, 그 말은 조금 이상한 말일지도 모른다. 현실에서 믿을 수 없는 사건이 벌어지면 ‘영화 같은 일’이라고 말하는 것 역시 어딘지 ‘그림 같은 풍경’ 이란 말만큼이나 기괴하게 느껴진다. 보통의 인간이 상상할 수 없는 사건을 만들어 내는 것은 누군가의 상상보다는 결국 현실 세계의 누군가다.
실화 바탕의 영화는 대체로 한 시대를 떠들썩하게 했던 사건에서 시작하는 경우가 많다. 그야말로 ‘영화 같은 사건’ 일 확률이 많고 그런 일엔 으레 피해자와 가해자가 존재하기 마련이다. 실화 바탕의 영화를 볼 때마다 마음이 조마 조마해지는 것은 이 종합 예술이라는 작품이 만들어지고 선보이는 과정에서 또 다른 누군가가 2차 가해를 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하는 마음이 들 때가 있기 때문이다.
이런 영화가 필요 하다는 것을 생각하게 된 건 ‘도가니’ 때문이었다. (나는 줄거리만 읽고도 너무 많이 울어서, 아직도 보지 못했지만) 한국의 최초 사회고발물 영화였던 ‘도가니’가 만들어지고 사람들에게 조금이나마 현실을 알려주었기 때문에, 실제 사건은 영화 개봉 후인 2011년 9월 재수사가 시작되었고, 관련된 법을 제정하고 2012년 광주 인하 학교는 폐교되었다. 때로 용기를 내어 어렵게 만들어진 영화는 현실을 바꾸기도 하고, 잊혀지지 않아야 할 사건을 남겨 주기도 한다.
영화 <도가니>가 한국 사회에 해당 사건이 직접적으로 진행되는 방식으로 만들었다면 (물론 실제 사건은 더 충격적이어서, 영화를 만드는 과정에서 완화 했다고는 하지만) 영화 <스포트라이트> 그 사건을 취재하는 기자팀을 중심으로 사건을 취재하며 진실에 다가가는 방법을 보여주고 있다.
미국의 3대 일간지 중 하나인 보스턴 글로브 내 ‘스포트라이트’ 팀은 가톨릭 보스턴 교구 사제들의 아동 성추행 사건을 취재하기 시작한다. 하지만 더욱 굳건히 벽을 쌓고 있는 권력 때문에 진실을 마주하기가 어렵다. 언론도 정치인도 교장도 학교도 모두 종교와 연결되어 숨겼던 사건.어떤 기록도 남기지 않은 대교구.
“교회가 수세기 동안 막아 온 일입니다. ‘글로브’지가 버텨낼 힘이 있을까요?”
하지만 사건을 파헤쳐 조사하면 할수록 엄청난 규모에 기자들은 더욱 책임감을 느끼게 된다. 그렇기에 인생을 함께한 종교적인 믿음에 균열이 생기고, 내 가족과 공동체가 해를 입을 수도 있다는 것을 알면서도 묵묵히 ‘진실’에 다가가려 한다.
영화는 충격적인 사건을 파헤치면서도 취재 과정에 집중한다. 머리가 띵 할 만큼 놀라운 사실을 발견할 때도 기자들은 이성적이고 담담하게 그리고 묵묵히 취재해 나간다. 자극적인 연출 웅장한 음악은 없었다. 우리는 이 사건을 누구보다 진심으로 진정성있게 대하고 있음이 연출에서도 드러난다. 회의 하는 장면이나 취재 장면을 롱테이크로 보여주어 마치 현장에서 함께 회의에 참여 하고, 취재 결과를 직접 보고 받는 것처럼 느껴지게 만들다. 취재하는 과정에서 기자들이 겪는 어려움 그리고 진실을 향한 단호함 그리고 무엇보다 취재의 과정에서 피해자를 대하는 태도를 보며 언론인이란 무엇인가 생각하게 한다. 감정에 휩쓸리지 않게 이성적으로 취재하려고 노력하면서도
따듯함을 잃지 않는 태도는 무엇보다 인상적이었다.
영화가 보여주는 이런 태도들은 관객들에게도 고스란히 전해진다. 나처럼 감정적인 인간이, 눈물 콧물 쏟게 오열하도록 만들지 않으면서도 사건의 심각성을 크게 전해주었다. 많은 사람들이 이 영화를 언론의 책임의식, 언론의 윤리의식, 기자정신을 잘 보여주는 영화라 말한다. 하지만 오히려 나는 이 영화를 통해 영화가 ‘실화’를 대하는 태도에 대해 생각해 볼 수 있었다. 진실을 마주하는 것이 두렵지만 끝까지 집요하게 파헤치고, 그 과정에서 그 어떤 누구도 상처 입지 않도록 따듯함을 가진 마음으로, 그리하여 실제 사건이 영화화 되었을 때 누군가에게 위로와 힘이 될 수 있는 그런 영화가 될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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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몇 번 봤었어도 재밌는 폐쇄 산장 스릴러물
난 오늘도 혼자 카페에 왔다. 이게 불만이란 건 아니다. 바로 옆자리에 여자분 둘이 앉아서 도란도란 대화를 나누고 있다. 에어팟을 끼고 있어서 뭐라고 들리지는 않는다. 오. 한 분은 그냥 반팔을 입었다. 벌써 반팔을 입나? 싶다가도 4월 말의 제주는 또 반팔을 입어야 시원하니 충분히 그럴 만하다. 옆옆자리에도 여자분 둘이 앉았다. 바로 옆자리의 여자분들과는 다르게 큰 목소리가 에어팟을 뚫고 들어온다. 무슨 이야기를 하는지 까르르 웃고 있다. 빤히 쳐다보며 무슨 이야기를 하는지 볼 필요는 없을 테니 그냥 내 모니터에만 집중했다.
모니터에 집중하니 왠지 생각 안 나는 글도 쓸 수 있을 것 같다. 갑자기 아무 말 대잔치로 내용을 줄줄줄 쓸 수 있을 것 같다. 별다른 것 없이 힙한 카페에서 친구들과 대화하는 사람들만 봤는데 갑자기 할 말이 생긴다. 그러니까, 왜 영화를 보기 시작했더라? 나도 저 사람들처럼 되고 싶어서 그랬던 것 같다. 사람이 인간적으로 할 이야기 정도는 있어야지. 2022년의 지금 생각해보면 '대체 이놈은 뭐하는 놈일까'싶었을 때, 난 사람들과 하고 싶은 말이 없었다. 그래서 실없는 이야기만 하곤 했다. 그래서 영화 한창 좋아할 때 그냥 사람들이랑 다양한 대화를 해보고 싶어 덕질(?)을 시작했던 것 같다. 처음 본 <박하사탕>이나 <문라이트> 같은 영화들이 가벼운 작품이 아니기도 하고 그때 썼던 글도 그런 느낌들이지만 그런 건 아무래도 지금의 나에게 중요하지 않다. 원래 사람 살면서 가볍게 재미있는 이야기 할 수 있는 게 부담 없고 뒷맛도 깔끔하다. 또 그런 이유로 내가 그냥 순수 재미로 가득한 영화들에 어느 정도 호감이 가는지도 모르겠다. 이거야 말로 오히려 영화 보는 이유지! 재밌으면 좋은 영화다!
도망치듯 빠져나와
주인공 다비는 마약중독자다. 치료 센터에서 마약중독 해소 프로그램을 수강하고 있다. 다비는 어딘가 불안해 보인다. 그렇게 불안한 하루를 보내고 있는 어느 날 가족에게 전화가 온다. 어머니가 편찮으시다는 전화였다. 휴대전화를 사용할 수 없는 센터. 어찌어찌 전화기를 소유하고 있는 사람을 통해 가족과 연락하고 이내 집으로 갈 채비를 마친다. 차를 타서 집으로 향한다. 그러나, 역시 삶은 원하는 걸 한 번에 가져다주지 않는다. 한 번에 쭉쭉 향하면 좋았을 걸 밖에는 폭설이 내렸다. 어쩔 수 없이 어느 산장에 도착하게 된다. 산장에는 중년의 남, 녀 둘과 어쩐지 주위 산만해 보이는 남자 하나, 또 건장한 남자가 있다. 다들 목적지가 있지만 날씨가 이런 탓에 갈 곳이 없는 처지가 되어버렸다. 산장 속 일행들은 게임을 하기로 한다. 카드 게임이었다. 그런데, 그냥 모르고 지나치면 좋았을 사실을 알아버렸다. 산장 밖에 덩그러니 주차돼있는 차를 지켜보니 웬 아이가 납치되어 있었다. 아이는 어떤 병의 영향으로 긴 시간 동안 약을 먹지 않으면 죽게 된다. 밖에는 폭설이 몰아치고 무기도 없으며 경찰도 오기 어려운 이 상태. 주인공 다비는 아이를 구하기 위해 산장에서 온갖 노력을 기한다. 아이를 구하고 산장에서 탈출하는 것이 영화의 소재라고 볼 수 있을 것이다.
국밥 같은 서스펜스
1) 폐쇄된 공간 2) 날씨 안 좋음 3) 통신까지 안됨 4) 뭔가 불안해 보이는 인물. 이 네 가지가 이 극에 설정된 배경이다. 이런 영화 찾아보면 많을 것이다. <올드>도 살짝 비슷한 느낌이고 <23 아이덴티티> 역시 그랬다. 이런 긴장감 사실 익숙하다. 특히 눈 오는 산장이라는 공간적 배경은 사골보다 더 상위 개념을 갖고 와야 할 정도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영화의 긴장감은 좋았다. 이 이유로 흑막의 정체를 들고 싶다. 왠지 다른 스릴러물과는 다른 템포였다. '범인이 누구냐?'를 통해 주는 영화적 재미를 포기하고 후반부의 빠른 템포를 선택했는데 선택지를 잘 고른 느낌이다. 공간적 배경이 많이 익숙함에도, 또 이런 장르영화가 가져다주는 비꼼과 조소가 식상함에도 극을 끝까지 볼 수 있었던 건 갈등 구조를 다른 템포로 비틀었기 때문이었다.
또 인물 설정도 괜찮았다. 어느 정도 예상이 가는 구석이 있던 것도 맞지만 절묘하게 클리셰를 비틀었다. 이 역시 흑막의 정체에서 알 수 있다. 여기서 무슨 코멘트를 하면 그냥 대놓고 결과를 말해주는 셈이라 쓸 수는 없을 것이다. 그러나 극을 보다 보면 '어 좀 의외다' 싶은 부분이 있다. 이 외에도 인물의 처지 변화도 신선했다. 악의 평범성을 보여주는 연출이었다.
미국 독립영화가 이런 느낌일까
저번 주에 <태어나길 잘했어>를 극장에서 보고 왔다. 우리나라 독립영화를 보다 보면 새로운 배우를 알 수 있다는 점에서 재미있다. 나름 한국영화 팬이라고 생각했는데 홍상표 배우 빼고는 다 초면인 분들이었다. 뭐 이건 <꿈의 제인>을 보고 구교환, 이주영, 이민지 배우를 처음 알게 됐을 때도 마찬가지였다. 이 영화 역시 좀 생소한 배우들이 나왔다. 이런 신선함은 영화의 장점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난 가끔 할리우드에도 나오는 배우들이 나오는 것 같다는 식상함을 느끼곤 한다. 황정민. 정우성, 이정재, 이병헌, 최민식, 송강호 배우 연기 잘하는 거 아는데 너무 자주 보는 느낌이었다. 이런 맥락이 해외에도 적용되는 셈이다. 정신병 걸린 천재 베네딕트 컴버배치, 능력 있는 섹시가이 다니엘 크레이그, 기상천외한 세상 속에서도 꿋꿋한 에밀리 블런트, 속에 쌓인 거 많은 제시 플레먼스, 시간 여행하는 레이철 맥아담스, 말 많은 라이언 레이놀즈까지 할리우드도 은근 섭외 클리셰 있다. 뭐 이 배우들이 그만큼 스타성이 있으니까 중용받는 것이지만 한 편으로는 인물만 봐도 어느 정도 예상을 하곤 한다. 이 영화는 신선한 얼굴을 보여주며 보다 더 다른 방식의 이야기 전개에 힘을 부여한다.
OTT의 장점이 이런 거지 뭐
<오징어 게임>이 인기를 끌었을 때가 생각난다. 난 솔직히 그게 그렇게 인기를 끌 거라고 생각 못했다. 재미는 있었지만 각본의 구멍이 좀 많았다고 느껴졌기 때문이다. 그런데 엄청 대박이 터졌다. 이 덕에 배우들이 엄청나게 유명세를 탔다. 특히 새벽 역을 맡았던 정호연 배우는 알폰소 쿠아론의 신작에 캐스팅됐다고 한다. 원래 배우로서의 필모그래피가 그렇게 많지 않았음에도 완전 대박이 난 것이다. 난 이런 게 넷플릭스의 순기능이 될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각 나라의 오리지널 콘텐츠로 무난하게 재미있는 작품도 수익내기가 쉬워지는 느낌? 만약 넷플릭스 배급이 아니라 JTBC에서 방영됐다면 이만큼 국제적인 인기를 끌 수 있었을까? 그냥 우리나라 드라마 1로 끝나지 않았을까?
<시>나 <밀양>, <기생충>과 <마더>같이 예술적으로도 탁월한 영화가 그냥 인기 많은 작품보다 해외에서 잘 될 가능성이 높다는 건 그렇게 불합리한 추론이 아니다. 예를 들어 <신과 함께> 같은 경우 외국 관객들이 이해 아예 못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있다. 반면에 <마더> 같은 경우 어머니의 모성애라는 소재와 서스펜스를 전개하는 방식은 나라 구분 없이 탁월하기 때문에 인기가 많을 수도 있다. 이는 곧 우리가 다른 나라의 영화를 볼 때 예술성이 기가 막히게 탁월하지 않은 것들을 보기 어렵다는 뜻도 된다고 생각한다. 실제로 이번 아카데미에서 여우주연상을 받은 <타미 페이의 눈>도 극장에서 볼 수 없었던 작품 아닌가? 어쩌면 우리나라 관객들은 미국인들에 비해 모순적인 출발점을 가지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수입된 작품만 보기에는 선택지가 좁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런 문화 격차(?)가 OTT가 등장하니 어느 정도는 해소되는 듯하다. 영화 그냥 재밌으니까 보는 거다. 인문학적 소양이나 사람의 깊이가 필요한 영화들도 분명히 의미는 있지만 어떤 이들은 그냥 뇌 비우고 시간 죽이고 싶어서 영화를 보기도 한다. 이 디즈니 플러스에 이런 미국 독립영화가 들어오니 우리나라 스릴러물을 보는 것 이외의 선택지가 더 생겼으니 이는 분명히 이 플랫폼이 갖는 이점이라고 볼 수 있을 것이다. 이제는 수입사에 기대지 않아도 될 것 같다.
그런데 인간적으로 디즈니 플러스 홍보팀 일 진짜 못한다. <출구는 없다> 뿐만 아니라 <조조 래빗>같이 좋은 영화 많은데 이걸 유저들이 일일이 다 찾아서 봐야 한다는 게 참..;
스릴러물의 제1덕목은 뭐다?
너지? 4885. <추격자>는 탄탄한 서스펜스를 유지하는 영화다. 영화 초반부부터 지영민이 나쁜 놈인 거 다 알고 시작하는데도 두 시간 동안 눈을 뗼 수가 없다. 자세히 들여다보면 다른 스릴러물과는 다른 차이점이 보이긴 해도 영화 자체적인 구실을 나름 다 하는 셈이다. 이 영화가 <추격자> 만큼의 창의성이 있어 보이지는 않지만 일단 그냥 재미있다. 긴장감이 넘친다. 후반부 폭주하는 전개가 좋다. 뭐 그럼 된 거 아니겠어? 이 영화는 스릴러 영화고, 장르의 값을 한다! 가끔은 어떤 영화의 해설보다 그냥 재미있는 영상물이 당길 때가 있기 마련이다. <문나이트> 한번 보기에 돈이 아까운 분들에게 이 영화 추천드린다. 주말에 연인, 친구들과 재미있게 볼 수 있을 것이다!
#디즈니플러스영화추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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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구덩이로 떨어지지 않기 위한 믿음의 벨트
스포일러를 포함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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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기생충>에서 연교의 대사, "믿음의 벨트"는 꽤 오랫동안 기억에 남는다. 그 '믿음의 벨트'는 이후 모든 사건의 발단이 된다. 인간은 상상만으로도 믿을 수 있는 존재라, 눈에 보이지 않는 것도 믿을 수 있다. 놀랍지 않은가.
이 세상도 믿음으로 얼레벌레 굴러간다. 누군가가 나를 해치지 않을 거라고 생각하고 집밖을 나서며 횡단보도 신호등에 초록불이 켜지면 쌩쌩 달려오던 차도 정지선 앞에 멈출 거라고 믿는다. 천 원을 내고 800원짜리 빵을 사면 200원을 거슬러줄 것이며 범죄를 지른 사람은 죗값을 받을 것이고, 보험료를 내면 유사시 보험금을 받을 거라 믿는다. 그러고 보면 세상에 믿음이 사라지는 순간 모든 게 박살나겠구나 싶다. 실체가 보이지도 않는 추상적 개념인 믿음이 80억 인구를 떠받치고 있다는 사실이 두려워진다.
나는 쉽게 믿지 못하는 편이다. 그렇다고 해서 의심이 많지도 않다. 그런 생각이 들 때마다 물 위를 부유하고 있는 것 같다. <메기>에서 윤영은 경진에게, 누군가로부터 완전히 믿음을 받은 경험이 없어서 그렇다고 말한다. 때로는 누군가 나를 믿고 있다는 사실마저도 부담스럽다.
이미지 출처 : 네이버 영화믿는다는 말의 무게는 상당하다. 때로는 땅을 뚫고 들어가 싱크홀을 만들어낼 만큼 막중하다. 엄마의 '믿는다'는 말, 선생의 '믿는다'는 말, 친구의, 애인의, 이러다 어쩌면 사돈의 팔촌까지 뭘 이리 믿는지. 믿는다는 말은 어쩌면 '내가 신경쓰지 않겠다'는 말과 다름없을지도 모른다. 그래서 나는 나를 믿지 않기를(?) 때로는 바랐다. 나를 못믿어서 나서주었으면 했다. 학교도 혼자 못가고, 숙제도 혼자 못하는 애, 혼자서 자취방을 구하지도 못하고 밥도 알아서 못해먹으니 옆에서 좀 거들어주어야 하는 애, 신경쓰이는 애가 되고 싶었다.
그렇지만 이 믿음의 벨트는 내 주변 사람들에게 어찌나 꽉 맞게 조여 있는지 내가 무슨 짓거리를 하고 돌아다녀도 나를 믿었고, 모두가 다 벨트를 메고 있으나 나에게는 벨트가 없었다. 구속이 없으니 너무너무 자유롭긴 한데, 원래 그런 거 아니겠나. 벨트가 없으면 사고가 나기 전까지는 당연히 편하다.
이미지 출처 : 네이버 영화자, 이제 마리아사랑병원으로 들어가 보자. 마리아사랑병원 엑스레이실은 환자가 많지 않은가 보다. 익명의 직원이 엑스레이실에서 성관계를 했고, 누군가가 밖에서 촬영 버튼을 눌렀다. 뼈와 뼈를 둘러싼 살들의 희미한 윤곽만 보이는 이 정체불명의 엑스레이는 마리아사랑병원 마당에 떡하니 걸린다.
간호사 여윤영은 그의 남자친구 이성원은 그 엑스레이 사진이 자기들의 것이라고 믿는다. 다른 사람들도 그렇게 믿는다. 과연 진짜 여윤영일까? 그들이 믿는 것은 '내 것이 아니다'이다. 모두가 엑스레이실을 사랑하고, 다들 한 번씩 그런 경험이 있지만 내가 하지 않았다고 믿는 것이 더 편하기 때문이다. 그렇게 여윤영은 엑스레이 사진의 주인공이 된다.
원장 이경진은 여윤영에게 권고사직 비슷한 걸 하는데, 사직서까지 품에 안고 원장실로 갔던 여윤영은 오기가 생겨 그만두지 않겠다고 한다. 다음 날, 용감하게 여윤영은 병원에 출근하는데, 직원들이 모두 결근했다. 왜일까. 직원들은 다들 갑자기 아프다고 하는데 이경진은 그들이 거짓말을 하고 있다고 믿는다. 이때 여윤영은 이경진에게 '믿음 교육'을 해야 한다며 직원들이 진짜 아픈지 확인해보자고 한다. 믿음도 학습이 필요한 항목이긴 하다. 믿는 사람은 세상이 두쪽나도 믿고, 못믿는 사람은 콩으로 메주를 쑨다 해도 믿지 않는다.
이 병원 환자는 희한한 걸 하나 키운다. 이름은 '메기'. 실제로도 메기이다. 메기는 어항에서 병원을 관찰한다. 어느 날 메기가 어항 위로 풀쩍 뛰어오르자 환자는 지진이 날 것이라며 병원을 탈출한다. 결국 에피소드에 그쳤으나 도시 곳곳에 싱크홀이 생기기 시작한다.
싱크홀이 생기자 백수였던 이성원에게 일자리가 생긴다. 이성원은 싱크홀 현장에서 노동을 하는데, 자기도 모르는 사이 커플링을 잃어버린다. 커플링을 찾으려고 온 현장을 다 뒤지지만 경험상 잃어버린 반지를 다시 찾을 가능성은 0에 수렴한다.
그러자 같이 일하는 동료들이 의심스러워진다. 그동안은 서로 잘 어울렸지만, 이제 그들이 달리 보인다. 윤영은 성원이 의심스럽다. 반지를 잃어버렸다면, 왜 빼고 다녔던 걸까? 그러던 와중에 윤영은 성원의 전 여자친구를 만난다. 전여친은 성원이 데이트폭력을 했고, 그 기억 때문에 아직 힘든데 윤영을 때린 적은 없는지 묻는다. 성원은 반지 찾기에 몰두한다. 그러다 같이 일하는 동생의 발가락에 자기 반지가 끼어 있는 것을 발견한다.
윤영의 집은 재개발지역에 있는 빌라이다. 사람들이 열심히 시위했지만 자본 앞에서는 무력할 수밖에 없었다. 성원은 일이 없는 날이면 윤영이 살(성원은 얹혀 살) 집을 보러 다녔는데, 성원은 계단이 있다는 것을 말해주지 않고 윤영을 부른다. 윤영은 하마터면 자전거를 타고 계단을 굴러 떨어질 뻔했다.
한때 믿음의 벨트로 서로를 믿었던 사람들이 의심을 하기 시작하고, 의심은 부지불식간에 확신이 된다. 결국 반지는 손가락에 맞지 않았고 윤영은 성원에게 이별을 고했다.
경진은 윤영에게 "우리가 구덩이에 빠졌을 때 우리가 해야 할 일은 구덩이를 파는 것이 아니라 그곳에서 얼른 빠져나오는 것"이라는 말을 해준다. 윤영이 세탁소에서 옷을 받아갈 때 옷에 붙어있던 쪽지에서 발견했던 것과 같은 문구이다.
윤영이 나중에 생각해 보니, 사실확인도 하지 않고 의심부터 한 것 같아 성원의 본가에 찾아간다. 성원은 반지 사건을 통해 부풀어진 의심의 결과를 이미 확인했다. 윤영은 성원에게 여자를 때려보았냐고 묻는다. 성원은 아무렇지 않게 그렇다고 대답한다. 그때 땅이 울리면서 성원이 서 있던 자리에 거대한 싱크홀이 생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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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는 신뢰를 기반으로 구축된다. 홉스의 사회계약론에 따르면 사회는 실체가 없고, 각 개인의 계약으로 만들어진 인공적 허상이다. 계약이란 믿음을 뜻한다.
믿음이 사라지면 사회가 무너진다. 사회가 무너짐을 땅이 무너지는 싱크홀에 비유하자면, 어쩌면 <메기>는 사회계약론의 심플한 알레고리이겠다(물론 감독이 믿음, 의심에 관한 이야기이며 인권영화라는 것을 밝혔다).
이미지 출처 : 네이버 영화<메기>에는 온갖 사회문제가 고개를 내밀고 있다. 불법촬영과 청년실업, 재개발 문제가 똘똘 뭉쳐 싱크홀이라는 거대한 구덩이로 빠져버린다. 사회문제를 완전히 전면에 배치한 다큐멘터리도, 너무 숨겨두어 의미를 찾기 어려운 영화도 아니다. 이를테면 재개발을 위해 덮어놓은 파란색 천막에 재개발로 쫓겨날 예정인 거주민들이 해수욕을 즐기는 모양새로 시위하는 장면 같은 것. 이옥섭 감독의 문법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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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눈과 귀를 열어야 '붉은 하늘'도 아름답다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펠릭스'(랭스턴 위벨)와 함께 뜨겁고 건조한 여름 발트해 해변을 방문한 '레온'(토마스 슈베르트). 그러나 숲 속 별장에서 예상치 못한 손님 '나디아'(파울라 베어)와 '데비트'(엔노 트렙스)를 조우한 이후 그들의 여름 계획은 점차 꼬이기 시작한다. 레온은 사사건건 펠릭스와 충돌하고, 새 친구들과도 어울리지 못한 채 자기 일에만 몰두한다. 반면에 펠릭스는 나디아, 데비트와 즐거운 한 때를 보낸다.
이에 더해 휴가뿐만 아니라 일도 레온을 괴롭히기 시작한다. 막 완성한 소설 출판을 앞두고 극심한 스트레스에 빠진 레온. 산불 소식이 들려오고 소방 헬기가 오가는 가운데 그의 마음속에서도 불길이 꿈뜰거린다. 나디아를 향한 욕망, 데비트를 향한 질투, 펠릭스를 향한 분노가 점점 치솟기 시작하고, 그렇게 네 청춘의 여름은 조금씩 파국을 향해간다.
<어파이어>, 페촐트다운 신작
크리스티안 페촐트는 이른바 ‘베를린 학파’(Berliner Schule)라 불리는 감독들 중 1세대로 불린다. 이들은 외국 도시나 휴양지 등을 무대 삼아 현재 독일인의 일상적인 삶을 관찰하는 작품을 주로 만들기로 유명하다. 페촐트는 비슷하다. <피닉스>, <운디네>와 같은 작품은 평범한 사람의 일상을 다룬다. 다만 차이도 있다. 페촐트의 영화는 독일 근현대사를 배경 삼아 독일인의 혼란과 상실감에 주목한다는 특징이 두드러진다.
<어파이어>도 마찬가지다. 물론 전작만큼 무겁지는 않다는 인상은 분명하다. 여름휴가라는 시간적 배경, 바닷가 휴양지라는 공간적 배경이 큰 역할을 한다. 그 안에서 펼쳐지는 삼각, 혹은 사각 관계의 청춘 로맨스라는 소재 역시 상대적으로 가볍게 느껴진다. 산불이라는 위협이 직접적으로 묘사되는 장면이 마지막에 몰린 구성도 한 가지 이유다.
하지만 주인공 레온의 시선을 따라가다 보면 <어파이어>는 평범한 청춘 로맨스가 아니다. 독일어 제목인 <Roter Himmel 붉은 하늘>의 의미가 결코 가볍지 않다는 점을 알 수 있다. 레온과 다른 인물의 관계를 유심히 들여다보면 현대인의 소통에 대한 고찰과 경계, 그리고 일말의 희망까지 맛볼 수 있기 때문이다.
머리를 한 대 치고 싶은 주인공
단언컨대, <어파이어>의 주인공 레온은 끔찍한 인물이다. 첫 등장부터 그렇다. 별장을 가는 차 안. 운전 중인 펠릭스는 차가 이상하다고 반복해서 말한다. 하지만 조수석에 앉은 레온은 친구의 말을 가볍게 무시한 채 자기 생각에 갇혀 있다. 바로 다음 장면에서 차는 고장 나고, 펠릭스와 레온은 짐을 지고 별장까지 걸어가야 한다. 이 짧은 장면만 봐도 레온이 얼마나 자기중심적이고, 오만하고, 폐쇄적인지 손쉽게 알 수 있다.
바로 이어지는 장면은 첫인상이 잘못되지 않았음을 확인시켜 준다. 숲이 우거진 지름길을 이용해 별장으로 가려는 레온과 펠릭스. 펠릭스가 길을 하기 위해 잠시 떠난 뒤 레온은 숲에 홀로 남는다. 그곳에서 레온은 아무것도 보지 못한다. 헬기 소리를 듣지만 하늘에서 헬기를 보지 못한다. 멧돼지 소리도 듣지만 멧돼지 꼬리도 보지 못한다. 차가 이상하다는 펠릭스의 말을 듣지 못한(혹은 않은) 것처럼, 레온은 철저히 자기중심적이다.
그의 한심한 성정은 곳곳에서 튀어나온다. 벽이나 문 뒤에 숨은 채 타인을 마음대로 재단하고 평가하는 데 특출 나다. 예술학교 입시를 준비 중인 펠릭스의 포트폴리오를 필요 이상으로 과하게 지적하며 기분을 상하게 한다. 나디아에게 첫눈에 반한 뒤에는 데비트에게 괜히 시비를 건다. 정확히 알아볼 생각도 하지 않고 나디아와 데비트가 연인 관계라고 지레짐작한다. 호텔에서는 호텔 직원의 실수를 대놓고 조롱한다.
자기 손으로 파괴하는 청춘 로맨스
사실 주인공이 짜증 나면 좀처럼 영화에 몰입하기 어렵다. 하지만 <어파이어>는 예외다. 페촐트는 주인공의 비 호감도를 역이용해서 평범하지 않은 청춘물을 만들어냈다. 자기만의 좁은 세상과 아집에 갇힌 한 청년이 인생을 망치는 비극을 신랄하게 보여주며 예상에서 살짝 벗어난 쌉쌀함을 안겨준다.
우선 레온은 자기 손으로 로맨스를 파괴한다. 생체발광으로 빛나는 밤바다를 보러 가자며 나디아가 호감을 보여주는데도 소통을 거부하며 스스로 가능성을 없앤다. 자기가 집필한 소설 '클럽 샌드위치'를 나디아가 엉망이라고 평가하자, 고작 아이스크림 판매원의 비평이라고 깎아내린다. 그녀가 문학을 전공하고 박사 과정 중이라는 사실을 안 뒤에는 자괴감 때문인지 그녀에게 더 공격적인 태도를 보인다.
즐거워야 할 휴가도 망친다. 펠릭스와의 대화는 철저히 일방향이다. 펠릭스는 계속해서 제안한다. 해변에 가자고, 같이 해수욕하자고, 저녁 식사를 하자고, 지붕을 같이 수리하자고. 하지만 레온은 '일을 해야 한다'는 이유로 전부 거절한다. 새로운 사람을 만나는 즐거움도 거절한다. 나디아, 펠릭스, 데비트가 잘 어울리는 가운데, 레온은 해수욕장 인명구조원인 데비트의 직업을 평가절하하며 선민의식을 드러낸다.
보고 듣지 못한 자의 비극
커리어도 엉망으로 만든다. 소설 피드백을 위해 별장을 방문한 출판사 사장 '헬무트'(마티아스 브란트)는 갑자기 몸이 아파 입원한다. 검사 후 신장에 문제가 생겨 일을 하기 어렵다는 사실을 깨달은 헬무트. 이에 그는 레온에게 진심으로 충고한다. 능력 좋은 편집자를 붙여줄 테니 <클럽 샌드위치>를 포기하고 잠재력을 떨칠 수 있는 새 작품을 집필하라고.
하지만 레온은 복을 걷어찬다. 헬무트가 자기와 자기 소설을 무시했다고 분개한다. 나디아가 일갈하기 전까지는 헬무트가 죽을 수도 있다는 사실과 그의 진심을 전혀 보지 못한다. 붉게 물든 하늘만 보고 산불을 알지 못하듯이, 그는 자기 앞에 있는 대상을 제대로 보거나 듣지 못했다.
대가는 처참하다. 산불에 초토화된 숲처럼 비참한 현실이 레온을 덮친다. 안전하다고 믿은 해변까지 밀고 들어온 열기와 새하얀 잿가루를 목격한 순간에는 이미 늦었다. 레온이 걷어차 버린 가능성과 잠재력은 불 속에서 서로 끌어안은 채 타 죽은 펠릭스와 데비트의 모습으로 그의 눈앞에 등장한다. <어파이어>가 크리스티안 페촐트의 이름값이 어색하지 않은, 쌉쌀한 청춘 영화인 이유다.
아닌 척하며 독일 사회를 꼬집다
다른 관점에서 보더라도 <어파이어>는 독특한 매력을 뽐낸다. 실제로 <어파이어>는 곱씹을수록 묵직한 영화다. 아무리 감독의 전작보다 가볍다고 하지만, 페촐트의 통찰력마저 없어지지는 않았다. 어두운 현실을 직접 그려내지는 않지만, 가벼운 스케치와 터치만으로도 충분히 드러내기 때문이다.
레온이 데비트 이름을 듣고는 그가 동독 출신이냐고 되묻는 장면이 대표적이다. 그 순간 데비트를 향한 그의 멸시는 단순한 인간관계의 범주가 아니다. 동독 주민의 2등 국민(Deutscher zweiter Klasse) 정서가 스쳐 지나간다. 레온이 데비트의 직업을 무시하는 대목도 서독에 비해 동독 지역 실업률이 상대적으로 높고, 소득 수준이 낮다는 현실을 환기시킨다.
하필이며 펠릭스와 데비트가 산불의 피해자라는 점도 의미심장하다. 피부색만 봐도 알 수 있겠지만 펠릭스는 일반적인 게르만족이 아닌 이주민이다. 펠릭스와 데비트는 성소수자이기도 하다. 사회적 소수자, 약자를 대변하는 인물들만 목숨을 잃은 셈이다. 그들의 운명은 바다로부터 바람이 불기 때문에 산불은 큰 문제가 아니라는 레온의 말과 대비를 이루기도 한다.
따라서 <어파이어>를 독일 사회의 현실과 떼놓고 볼 수는 없다. 이민자, 난민, 동독 주민 등의 불만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독일 축구 대표팀은 러시아 월드컵 전후로 메주트 외질 같은 터키 출신 선수와 관련해 논란을 겪은 바 있다. 극우 정당인 '독일을 위한 대안'은 지지율 2위를 기록하고 자치단체장을 배출하며 약진 중이다. 즉, <어파이어>는 레온과 같은 무관심, 멸시와 외면이 독일 사회를 무너뜨리고 있다고 비판하는 영화다. 가장 일상적이고 개인적인 이야기를 통해 거대하면서도 중요한 담론을 보여주는 셈이다.
그래도 붉은 하늘은 아름답다
<어파이어>는 희망의 끈을 놓지 않는다. 레온의 실패와 좌절로부터 새로운 가능성을 타진한다. 레온은 일련의 사건을 거치며 변화한다. 그는 나디야가 함께 보자고 했던 빛나는 밤바다를 목격한다. 소리만 들었던 헬기와 멧돼지도, 붉게 물든 하늘로만 접한 산불의 모습도 두 눈에 똑똑히 담는 데 성공한다.
결말에서 레온의 변화는 더 극적이다. 그는 자기 세계에 갇힌 채로 쓴 '클럽 샌드위치'를 포기했다. 직접 겪은 비극적인 여름휴가를 가감 없이 글로 풀어내며 새 소설을 썼다. 암 투병 중인 헬무트를 만나 대화를 나누며 웃는다. 늘 그랬듯이 뒤에 숨는 대신, 앞으로 나서서 나디아를 마주한다. 그렇게 레온은 성장한다.
레온의 성장은 단순히 한 개인, 청년의 성장이 아니다. 한 사회를 구성한 공동체의 변화 가능성과 저력을 믿는 희망 찬가일지도 모른다. 이는 산불로 물든 붉은 하늘이 단순한 재난의 전조나 위협이 아닌 이유이기도 하다. 산불이라는 위협을 알리는 붉은 하늘을 정확히 보고, 그 아름다움을 느끼는 것 자체가 새 희망이기 때문이다.
Exceeds Expectations 기대 이상
주인공이 짜증 나는 만큼 붉은 하늘은 아름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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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등 (2015)
영화 <4등>의 중심 인물은 모두가 피해자다. 이미 첫 아시안 게임에서 신기록을 세우고, 다가오는 아시안 게임의 유망주로 떠오르는 젊은 수영 천재 ‘광수’, 수영이 좋아서 시작했으나 매번 4등만 하는 ‘준호’, 기자이자 준호의 아버지인 ‘영훈’, 악착같은 준호의 어머니인 ‘정애’. 간략한 소개로만 보아선 이들이 무슨 피해자인지 의문이 들 것이다. 하지만, 영화속 이들을 지긋이 바라보면 그들이 어딘지 말도 안되는 선택을 하며, 그 선택의 원인을 좀처럼 찾을수 없다는 점을 알아차릴 수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영화속에서 좀처럼 보이지 않는 중력을 행세하는 힘의 주체는 대체 무엇인가? 쉽게 보이지 않는 이 희미한 중력장의 실체는 영화속 인물들을 하나 하나 정리하다보면 발견할 수 있다.
1-1. 광수
가장 먼저, 광수의 경우는 아시안 게임을 앞두고 태릉선수촌으로 들어가기로 결정한다. 그리고 태릉으로 출발하는 날 그의 오래된 고향의 폐건물에 들러서 광수는 불법 도박을 하고 있는 고향 선배들에게 작별 인사를 나누고 폐건물에서 빠져나오려고 한다. 하지만, 광수의 뒤에 떨어진 말. “내일 가도 되잖아, 너 천재잖아”라는 그 말이 광수를 다시 도박판으로 불러들인다. 서울로 떠나려던 광수는 뒤를 돌아보며 입맛을 다시고 뒤돌아서더니, 다음 컷에는 어느덧 광수가 도박판에서 도박을 하고 있는 컷으로 이어진다. 광수는 이 지점에서 어촌 마을의 도박에 빠진 ‘형님’들이 만들어 놓은 덫에 빠진 셈이다.
광수는 몇날며칠을 도박에 빠져 태릉선수촌에 늦게 들어가게 되고, 뒤늦게 들어간 광수를 본 선수촌 코치는 대걸레 자루로 광수에게 체벌을 가한다. 대걸레 자루로 백 대. 그 체벌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인다면 광수의 몸은 분명 곤죽이 되고 말 것이다. 광수는 저항하고, 저항은 코치의 심기를 건드린다. 곧 체벌은 감정적인 폭력으로 변질되고, 광수는 폭력을 견디지 못하고 선수촌을 떠난다.
1-2. 어머니 정애
정애는 아들 준호의 성공을 위해서라면 무엇이든 할 준비가 되어 있다. 하지만, 아들 준호는 매번 4등만 하고, 정애는 준호의 성적이 아쉽기만 하다. 정애는 준호를 위해서라면 자신이 기꺼이 악역이 되고자 한다. 준호에게 일부러 밉살스럽게 ‘4등’이라고 부르는 모습, 준호에게 대놓고 “엄마가 싫지? 그러면 수영할 때 엄마가 뒤에서 쫓아온다고 생각하고 해 봐”라는 식의 말들을 하며 준호의 성공을 위해서 기꺼이 악역을 자처한다. 정애가 아들에게 거는 기대는 첫째로 아들이 구질구질하게 살지 않았으면 하는 것이고, 둘째는 정애가 열정을 부을만한 것이란 이제 아들밖에 남아있지 않기 때문이다.
극심한 교육열로 유명한 한국사회 수많은 어머니의 초상을 담은 것이 영화 <4등> 속에서 그려진 정애의 모습이다. 특히나, 그 자식에게 거는 간절함의 깊이는 사회적인 계급과 지위가 낮을수록 짙어진다. 출산과 육아후 전업주부로서 아이들의 삶만을 좇는 정애에게는 사회적 지위가 없다. 그녀가 사회속에서 온전히 할 수 있는 일이라곤 오로지 아이들의 교육밖에 없다. 이는 한국사회의 구조, ‘여성’에게 부과되는 독박육아와 강력한 사회적 단절의 탓이다. 이런 구조 탓에 어머니 정애는 자기 자신에게서 더이상 기대할 수 있는 것이 없음을 깨닫고 두 아들을 다그친다. (자신처럼)구질구질하게 살기 싫으면, 노력해서 성공하라고 주문하고 있는 것이다.
1-3. 아버지 영훈
아버지는 수영 천재이자 유망주인 광수를 만나고 이 유망주를 일찍이 알아보고 친해진다. 영훈은 광수의 성적을 묻고 광수가 높은 기록을 세웠다는 대답을 듣고는 광수에게 기대를 걸며 명함을 건네준다. 그때까지만해도 그는 광수에게 호의적이다. 기자인 그가 수영 유망주와 친해지고자하는 목적은 어느정도 알 법하다. 그리고 이런 가벼운 인간관계는 작은 균열에도 쉽게 무너져내린다는 사실 또한 충분히 알 법하다.
광수가 태릉을 박차고 전화를 건 것은 ‘영훈’의 번호였다. 광수는 억울하다는 듯이 말한다. 대걸레 자루로 100대를 맞으라는데 그게 말이 됩니까, 자신이 있어서 늦게 간 겁니다, 개인적인 사정이 있어서 1 주일 늦었습니다. 그리고 광수의 절박한 전화를 받은 영훈의 대답은 “맞을 짓을 했으니까 맞았겠지”였다. 그리고 이런 영훈은 후에 자신의 아들 준호가 새로운 수영 코치 광수에게 체벌을 당했다는 말을 듣고 광수를 찾아가 그에게 아이에게 체벌을 하지 말라고 단호하게 말한다.
이를 통해서 영훈은 분명하게 체벌에는 반감을 갖고 있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하지만, 체벌에 반감을 갖고 있는 영훈은 광수의 전화를 외면하는데, 이 행동에는 많은 이유가 있을 것이다. 그 이유란 영화를 통해서 다 알 수 없기에 추론만 가능할 뿐이지만, 가장 높은 가능성을 가진 이유를 제시해보자면, 영훈이 광수를 두둔한다고 하여 이득이 될 것이 없다는 점이다. 앞으로 자신의 업으로 한 집안을 이끌어가야 할 영훈에게 이득이 되지 않을 비주류의 물결에 몸을 떠맡기라는 선택은 어렵다. 영훈에게는 일단 제 식구들을 먹여살려야 할 의무가 있고, 그 의무는 전적으로 영훈에게만 짊어져 있기 때문에 먹고 살기 위해서라도 영훈은 다소간에 뻔뻔해질 수밖에 없는 것이다. 이 역시 그 기형적인 한국 사회의 구조탓이라고 하겠다. 여성에게는 독박육아가, 남성에게는 생계유지의 의무가. 한쪽 성별에게 주어지는 전적인 의무들이 그 의무를 짊어진 사람들의 마음을 제멋대로 헤집고, 망쳐놓는다.
1-4. 준호
“형. 1 등하면 무슨 기분이에요?” 순진무구한 표정으로 4등 준호는 1등을 해낸 초등 수영부 선수에게 자신이 느껴보지 못한 감정을 묻는다. 이런 준호는 광수의 과거처럼 보이는 인물이다. 준호는 그저 수영이 좋아서 시작했고, 엄마는 성적이 나오지 않는 준호탓에 애가 타서 새로운 코치 광수에게 준호의 지도를 맡긴다. 그리고 광수는 준호에게서 재능을 발견한다. 광수는 재능있는 준호를 키우고자 체벌로 엄하게 가르치며, 어린 준호는 당연히 맞는 게 싫다. 하지만, 준호는 가정으로 돌아와 어느순간 자신의 동생에게 자신이 받은 체벌을 그대로 재현하며 동생의 울음소리에도 아랑곳하지 않는다. 마치 광수처럼.
역설적으로도 준호는 새로운 코치인 광수에게 ‘엄하게’ 교육을 받으면서, 성적은 점차 좋아진다. 하지만 성적과는 반대로 준호는 점차 코치의 체벌이 두려워 수영에서 느꼈던 순수한 흥미와 즐거움을 점차 잃게되고, 급기야 광수의 체벌 탓에 더 이상 수영을 하지 못하겠다며 아버지에게 고백하고, 수영장을 떠난다.
2. 기성 사회의 구조와 구조속의 피해자들.
이 네 명의 중심인물을 정리하다보면, 영화가 그려낸 그들의 삶은 도덕적 딜레마에 의한 긴장의 장력이 팽팽하게 유지되고 있음을 느낄 수 있다. 우선 광수는 태릉으로 떠아냐 한다는 것을 알면서도 도박장에 남고, 모욕적이고 감정적인 체벌이 싫어 태릉을 떠났으면서 체벌을 대물림하며, 정애는 자신이 악역을 맡고 있음을 알고 있으면서도 악행을 중단하지 않고, 영훈은 타인의 고통은 외면하더라도 자기 자식의 고통에는 민감하게 반응하며, 준호는 마찬가지로 체벌이 싫었으면서 체벌을 대물림하고 권위적으로 누군가를 내려다보는 시선을 갖게 된다.
앞서 정리한 바와 같이 이 도덕적 딜레마들은 모두 어떤 원인에서 부터 발생하고 있는데, 이 인물들의 사례를 통해 귀납적으로 접근하면 그 원인을 밝혀볼 수 있을 것이다. 거두절미하고 말하자면, 영화속의 모든 문제는 불합리한 기성 사회의 구조에서 비롯된다. 어촌마을의 기성세대인 ‘형님’들이 만들어 놓은 도박판에 어쩔수 없이 빠져드는 광수, 그리고 잘못은 체벌을 통해 몸속에 교훈을 새겨야 한다는 기성의 교육 방식, 양심적인 비주류에 휘말리면 생계를 보장할 수 없는 사회속에서 생계를 위해 뻔뻔해져야 했던 영훈, 이 사회속에서 이젠 자신이 무엇도 될 수 없음을 깨닫고 그 자식들은 무엇이라도 근사한 삶을 살게 되기를 간절히 바라는 정애.
영화 <4 등>속 인물들을 통해서 “어떤 사물의 의미는 개별로서가 아니라 전체 체계 안에서 다른 사물들과의 관계에 따라 규정된다”는 구조주의 이론에 따라 잘못된 기성의 구조속에서 상처받는 이들의 면면을 볼 수 있다. 그리고 어쩔수 없이 잘못된 구조를 따르기 위해 자신들의 개별적인 의미와 신념을 잃고, 사회 주류의 신념과 구조를 따르는 이들의 삶이 멀리에 있지 않음을 분명하게 확인할 수 있으며, 사회적 지위와 계급이 낮을 수록 구조의 요구와 강요에 더욱 순종하게 될 수밖에 없다는 사실은 희미하게 확인할 수 있다.
물론 이 글이 기성 사회를 만든 기성 세대들을 비판하고자 함이 아니다. 우리 사회의 이런 아픔은 개발도상국이 선진국으로 성장하기 위한 시대적 상처이며, 일반적인 역사적 기류에 의한 것이지 특정한 누구에 의한 것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때문에 지금 필요한 것은 감정적으로 기성의 세대를 비판하는 것이아닌 기성의 사회 구조를 비판적인 시각으로 되돌아보며 무엇을 고쳐나가야 할까 생각해보는 것이다.
3. 구조속에서 잃어가는 것들
영화 <4 등>을 통해서 우리 사회가 현재까지 앓고 있는 상처를 재확인할 수 있음은 물론이며, 몇몇 사람들에게는 지난한 과거를 회상하며 자신의 처지와 영화속 불합리한 상황들을 동일시 여겨볼 수 있을 정도로 현실적으로 그려내고 있다.
영화 <4 등>속 인물들은 구조에 의해서 요구된 악역을 어느정도 떠맡는다. 이를 통해 관객은 상처를 지닌 자가 또 다른 누군가에게 상처를 입힌다는 역설적인 비인간성을 영화속에서 목격하며, 이 영화가 마냥 통렬한 사회비판의 영화로만 다가오지 않은 이유는 바로 그 때문이다. 아마도 비판만을 담은 영화였다면 아쉬움이 많이 남았을테지만, 영화 <4등은> 사회구조의 문제성에 대한 비판만을 하지 않고, 더 나아가 한 줄기의 희망을 예술적으로 그려내고 있기도 하다. 그 때문에 <4 등>은 조금 높게 평가하고 싶은 영화다.
구조속에서 잃어가는 것은 개별체의 순수한 특성이다. 우리 인간은 모두의 지문과 홍채가 다르듯이 인간이 가진 개별성은 인간 종의 특징 중 하나라고 할 수 있다. 그리고 개별적인 인간이 모인 사회의 다양성은 불가피하다. 하지만, 때때로 ‘구조’는 구성원들에게 특별한 지위와 책무를 떠맡기거나 강요한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인간의 순수한 특성, 개별성과 주체성을 잃게 된다.
인간은 사회적 강요와 구조가 정의한 개체성에서 탈피하여 자신만의 순수한 개체성을 추구할 때 아름답게 빛난다. 영화 <4등>에선 그 아름다움을 묘사하는데, 사회적 구조 속에서 정당화되는 체벌이 두려워 수영장을 떠난 준호가 다시금 수영을 하고 싶다는 순수한 동기로 늦은 새벽에 수영장을 찾아와 홀로 어둡과 차가운 물속에서 빛을 따라 헤엄치는 장면에서 그렇다.
이 씬이 아름다운 것은 바로 어둑한 새벽, 어둑한 물속에서 감감히 출렁이는 빛의 주변을 헤엄치는, 절대적인 어둠속 희미한 빛의 주위로 떠도는 여리고 어린 피사체의 모습이 씬에 아름답게 담겨있기 때문이다. 본래 밝기만 해서는 그 밝음의 정도를 인지하지 못하는 것이 우리 인간인지라, 어둠속에서의 그 희미한 빛을 향해 헤엄치는 준호의 모습은 그 어떤 희망적인 언어보다도 강렬한 희망의 언어로 읽힌다. 비록 그 빛이 준호를 수영장에서 꺼내올리는 빛에 불과했다 할지라도, 카메라에 담긴 영상은 그 결과로만 축약하기에는 너무도 아름답게 그려져 있다.
<4 등>은 이렇게 구조속에서 피해받는 이들의 고통과 초상들을 보여주는 한편으로는, 우리 각자가 지니고 있는 사회구조 내의 개별적 존재로서의 정체성에서 탈피하여 개별적인 존재를 추구하는 과정이 지닌 순수함의 미학을 카메라에 담아내며 희미하지만, 희미하기 때문에 강렬한 희망의 메세지를 유려하게 그려내어, 작금의 사회가 필요로 하는 비판의 메세지와 함께 영화의 미학적인 추구 또한 충실히 따르고 있는 꽤나 괜찮은 영화라고 할 수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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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완다비전 예고편으로 놓치면 안되는 마블의 미래
#산돌구름 #완다비전 #마블예고편 #이스터에그
"마블쟁이는 산돌구름에게 폰트를 지원 받았습니다"*영상 타임라인*
00:00 인트로
00:45 신문 속 이름, 존
01:14 half sitcom, half MCU spectacular
02:18 하우스오브엠
03:20 쌍둥이, 위칸과 스피드
04:09 할로윈 코스튬
04:40 애거사 하크니스
06:18 멀티버스와 완다
08:02 아웃트로2020. 09. 23 영상입니다.
마블쟁이 인스타그램: @marvel_jeng2
마블쟁이 페이스북: https://www.facebook.com/marveleroffi...* 영상에 사용된 모든 음악은 Epidemicsound 의 정식 라이센스 음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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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물방울을 그리는 남자 - 아들이 바라보는 아버지의 상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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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년간 묵묵히 '물방울'만을 그리며 물방울 작가로 사랑받은 화가 김창열
침묵과 고독으로 가득한 그의 세상에는 기묘한 균열이 존재한다
자신의 아버지이자 같은 예술가인 '인간 김창열'을 이해하기 위해
카메라를 든 아들은 그리움의 시간을 살다 간
그의 삶을 담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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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아이스 로드> 티저 예고편
캐나다 매니토바주,
다이아몬드 광산 폭발 사고로 갱도에 매립된 26명의 광부들.
이들을 구출할 유일한 방법은 제한시간 내
해빙에 접어든 아이스 로드를 횡단해 구조용 파이프를 운반하는 것뿐.
영하 50도에 달하는 극한의 추위와 눈 폭풍이 도사린 ‘하얀 지옥’ 위니펙 호수 위
불가능한 미션의 수행자로 선택된 전문 트러커 ‘마이크’는
대형 트레일러 3대와 구조팀을 이끌고
예측불가 위험들이 도사리고 있는 아이스 로드를 달리기 시작하는데…
주어진 시간은 단 30시간,
살기 위해 멈추지 말고 질주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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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넷플릭스 <명탐정 코난 : 범인 한자와 씨> 공식 예고편
여기는 범죄 도시, 베이커가. 세계 최고 수준의 범죄율로 악명 높은 이곳에 누군가가 칠흑의 그림자를 드리운다. 이 남자(혹은 여자?)의 목적은 ‘어떤 사람’을 살해하는 것. 그렇다. 《명탐정 코난》 시리즈에 없어선 안 될 그 녀석이 이번엔 주인공이다! 온몸을 감싼 검은 타이츠, 순백의 두뇌를 소유한 그(녀)의 이름은 바로... 범인 한자와 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