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또비됴2025-02-14 16:42:14
증명만 하다 끝내 펴지 못한 날개!
<캡틴 아메리카: 브레이브 뉴 월드> 리뷰
큰 기대는 하지 않았다. 최근 마블 영화의 현주소를 알기 때문에 기대보다는 조금이라도 옛 모습을 되찾을 수 있는 여지가 있는지 체크하는 것에 방점을 뒀다. 그럼에도 <캡틴 아메리카: 브레이브 뉴 월드>는 아쉬움이 남는다. 새로운 캡틴 아메리카를 통해 멋진 신세계를 열려고 했던 마블의 야망과 자신감은 그 자체가 동력 아닌 족쇄가 되어버린다. 힘찬 날갯짓으로 비상(飛上)하려던 새로운 캡틴 아메리카의 첫 비행은 아쉽게도 비상(非常)을 알린다.
팔콘 아니다. 새로운 캡틴 아메리카다. 스티브 로저스로부터 방패를 물려받은 샘 윌슨(안소니 마키)은 팔콘 시절 날개를 무기 삼아 자신만의 캡틴 아메리카의 길을 연다. 어느 날, 그는 차기 팔콘 ‘호아킨 토레스’(대니 라미레즈)와 함께 ‘아다만티움’을 탈취, 불법 거래를 시도하려던 일당을 소탕한다. 그 노고를 인정받아 대통령이 된 ‘새디우스 로스’(해리슨 포드)의 초청으로 슈퍼 솔져 이사야(칼 럼블리)와 함께 백악관 만찬에 초대된다. 기쁨도 잠시, 어디선가 노래 소리가 들리고 갑자기 총소리가 들린다. 이시야가 대통령을 향해 총을 쏜 것. 체포된 이시야의 무죄를 증명하기 위해 배후를 찾아 나선 샘은 뜻밖의 사실을 마주한다.
<캡틴 아메리카: 브레이브 뉴 월드>를 한마디로 요약하자면 ‘증명’이다. 샘은 캡틴 아메리카로서 많은 이들 앞에서 증명해야 한다. 더 이상 팔콘이 아닌 어벤져스의 리더이자 미국과 세상을 구하는 히어로로서 준비, 앞으로 그 역할을 맡겠다는 결심은 약 2시간 내내 이어진다. 이를 위해 영화는 캡틴 아메리카가 되기 위한 통과의례처럼 샘 스스로 단계별 증명을 하는 과정을 오롯이 담는다.
좀 더 고난과 역경을 보여주기 위한 방법으로 샘은 스티브 로저스와 다르다는 걸 인지시킨다. 특히 슈퍼 혈청을 맞지 않은 인간으로서 방패와 비브라늄 날개 슈트로 세상을 구해야 하기에 더 큰 노력을 하고. 그만큼 더 많은 자기 검열에 쌓이는 모습을 보여준다. 스승이자 우상으로 여긴 이사야가 다시 감옥에 들어가고, 자신과 손을 잡자던 대통령은 테러 이후 ‘넌 스티브 로저스가 아니야’라는 말을 하며 적대 관계를 유지하는 등 샘은 자신을 향한 믿음과 신뢰를 깨뜨리려는 챌린지에 시달린다. 유독 이 영화에 빌런 수가 많은 이유도 여기에 기인한다고 볼 수 있다.
증명은 대통령이 된 로스도 해야 한다. 과거 닉네임인 ‘썬더볼트’에 걸맞은 과오, 특히 헐크를 잠재우기 위해 어보미네이션 만들거나 소코비아 협정을 제시하며 어벤져스를 분열시켰다. 그런 그가 국가를 책임지는 대통령이 되었고, 그 자리에 맞게 변모한 자신을 증명해 내야 한다. 샘처럼 로스 또한 거하게 챌린지를 당하는 상황에서 어떻게든 증명할 기회를 잡기 위해 안간힘을 쓰는 그의 모습은 샘과 마찬가지로 공감대를 형성한다. <인크레더블 헐크> 때 와해된 딸 베티(리브 타일러)와의 소원한 관계를 개선하려는 아비의 마음도 보여주는 등 샘 보다 더 공감되는 부분이 있다.
하지만 과하면 넘친다. 한 명도 아니고 두 명이, 증명을 계속해야 하는 이야기는 후반부로 갈수록 힘이 떨어진다. 특히 배후에 위치한 빌런이 공개되고, 로스가 레드 헐크로 변하는 이유, 이를 막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샘의 이야기는 어느 정도 예상 가능한 범위내에서 진행된다. <캡틴 아메리카: 윈터 솔저>와 비슷한 결의 (정치) 첩보 장르를 택하며 숨겨진 배후를 계속 찾아가는 재미, 새로운 광물 아디만티움을 놓고 겨루는 강국들의 패권 다툼 등 현실 정세를 녹인 부분도 있지만, 짜임새가 너무 헐거워 긴장감이 덜한 건 아쉬운 부분이다.
마블 영화를 기다리는 이유 중 하나는 역시나 액션. 이번 작품의 뷰 포인트는 역시나 활공 액션이다. 비행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춘 새로운 캡틴 아메리카의 새로운 액션 스타일은 시선을 사로잡는데, 후반부 일촉즉발의 순간에서 전투기 공격을 막아내는 액션은 큰 스크린에서 볼거리를 선사한다. 차세대 팔콘과의 협동 공격도 굿! 다만, 지상 공격에서는 심심하다. 활공보다는 스피드와 파괴력이 잘 살리지 않아 둔탁한 느낌도 드는데, 이를 상쇄하기 위해 방패, 날개 등 아이템을 활용하지만, 그럼에도 관객들의 이목을 집중시키기 쉽지 않아 보인다. 이로 따라 후반부 막강한 힘을 자랑하는 레드 헐크와의 대면 액션도 확실한 볼거리를 주긴 하지만, 기대보단 평이한 수준으로 그친다.
이게 다 마블 때문이라고 하면 할 말은 없다. 워낙 높아진 눈높이에 과거 찬사를 받은 전작들의 아성을 뛰어넘는 것 자체가 신작들의 챌린지이기 때문이다. 어떻게 해서든 더 나은 작품을 만들어 증명해 내야 하는 게 제작진들의 숙명. 어쩌면 극 중 증명 챌린지를 찍는 듯한 샘과 로스의 모습에서 그동안 어벤져스 시리즈 이후 관객들에게 외면당한 마블 영화의 과오를 반성하고 이를 발판으로 더 높은 곳으로 비상하겠다는 제작진들의 모습이 오버랩된다. 캡틴 아메리카가 누구인가. 포기를 모르는 남자 아니던가. 쿠키에서도 나오지만 세상은 또 한 번 위기에 처했고, 캡틴 아메리카는 포기하지 않을 것이다. 다음 이야기가 계속되는 한 더 멋지게 돌아온 캡틴 아메리카와 마블 영화를 만날 수 있기를 기원한다. (그동안 쏟아부은 티켓값이 아까워서라도 꼭 멋지게 돌아와야 한다.)
사진 제공: 월트디즈니컴퍼니 코리아
평점: 2.5 /5.0
한줄평: 더 멋진 마블 영화는 ‘다음기회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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