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2025-02-20 19:30:11
우리에게 사랑의 필요성을 일깨워주는 드라마
넷플릭스 오리지널 <멜로무비> 속 관계들에 대하여
출처: 넷플릭스
우리가 사랑 없이 살아갈 수 있을까. 몇몇은 자신 있게 “있다”라고 답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들에게 묻고 싶다. 무언가를 사랑해 본 적이 단 한번도 없느냐고.
혐오와 차별이 난무하는 현대 사회에서도 우리는 끊임 없이 사랑을 갈구한다. 우연한 계기로 이어진 인연에 마음을 쏟기도 하고, 반대로 누군가에게 분에 넘치는 사랑을 받기도 한다. 비단 연인간의 사랑이 아니더라도, 가족을 향한, 혹은 가족이 주는 뿌리 박힌 사랑을 문득 인지하기도 한다.
<멜로무비>는 바로 그 사랑을 논하는 10부작 드라마다. 짧다면 짧고, 길다면 긴 10부 동안 인물들의 감정선을 세밀하게 따라간다. 때로는 사랑에 고통 받고, 때로는 사랑으로 치유 받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담았다. 다양한 인물들이 관계를 맺으며 서로를 이해해가는 과정을 훌륭하게 그려냈다. 특히, 색감과 미술적 요소가 돋보인다. 청량하고 아련한 분위기를 자아내는 푸른 톤의 색 보정과, 멜로 장면에서의 노을 연출은 사랑의 감정을 더욱 낭만적으로 만든다.
출처: 넷플릭스
주인공은 김무비(박보영)와 고겸(최우식)이다.
김무비는 한마디로 고슴도치 같은 사람이다. 평생 영화를 사랑했던 아버지 밑에서 자란 무비는 영화를 애증한다. 여기서 '애'의 감정은 꾸준히 싫다고 하면서도 영화 스태프로 일하다 감독으로 데뷔하는 모습으로 엿볼 수 있다. 아버지와의 관계 속에서 마음을 쉽게 내주면 상처받는다는 사실을 깨달아버린 무비는 누군가와 깊은 관계를 맺는 것을 두려워한다.
반면에 고겸은 지독한 씨네필이다. 유년기의 외로움을 영화로 달랬고, 영화는 그의 친구이자, 가족 같은 존재였다. 김무비와의 첫 만남에서 ‘김무비’라는 이름 자체에 흥미를 보이는데, 이는 그가 영화에 대해 각별한 애정을 가지고 있음을 보여준다. 김무비와는 달리 능청스럽고 밝은 성격을 가지고 있다. 하지만 어쩌면 그 밝음은 내면의 어둠을 숨기기 위한 도구였을지도 모른다.
고겸과 김무비가 사랑에 빠지는 과정은 꽤 드라마틱하다. 흔한 멜로 영화처럼 두 사람은 운명적으로 여러 번 마주친다. ‘멜로 무비’라는 제목에 걸맞게 초반 시퀀스를 전형적인 멜로물의 클리셰로 그려간다. 클리셰에 클리셰를 겹쳐 익숙한 느낌을 주면서도, 마음껏 가슴 설렐 수 있게 연출한다.
그러나 <멜로무비>의 매력은 단순한 로맨스를 넘어서 더 깊은 이야기를 풀어낸다는 점에 있다. 가슴 설레던 멜로씬은 1화만에 끝나고, 2화에서 고겸이 갑작스럽게 사라지며 속된 말로 ‘사약’을 투척한다. 이때부터 본격적으로 극이 전개된다.
출처: 넷플릭스
이 드라마는 주인공들의 사랑뿐만 아니라, 다양한 인간관계를 통해 사랑의 의미를 조명한다. 이 관계들은 사랑으로 이어져있다는 점에서 공통점을 가진다.
그러므로 이번 글은 <멜로무비>에 등장하는 관계를 살펴보고자 한다. 관계를 하나씩 뜯어보다 보면, 이 드라마가 그리는 ‘사랑’의 의미를 깨우칠 수 있을 것이다.
# 김무비와 주변인들의 관계
김무비와 아버지
무비의 아버지는 영화만을 바라보며 살았고, 결국 과로로 세상을 떠났다. 넉넉하지 않은 형편에서도 영화만을 좇았던 아버지를 무비는 쉽게 용서하지 못한다. 하지만 그 미움이 사실은 사랑 받고 싶은 마음에서 비롯된 감정이란 걸 무비도 잘 알고 있다. 이에 아버지의 죽음에 대한 부채감까지 겹쳐 무비는 시간이 지나도 아버지에 대한 복잡한 감정을 떨쳐내지 못한다. 시간이 지나며 무비는 다른 사람들과 아버지에 대한 감정을 나누며 조금씩 마음을 치유한다. 때로는 자신의 감정을 마주하는 것만으로도 내면의 응어리가 해소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
김무비와 어머니
무비의 어머니는 무뚝뚝하지만 누구보다 다정한 사람이다. 힘든 순간마다 무비의 곁을 지켰고, 꾸준한 사랑을 주었다. 10화에서 무비와 어머니가 나누는 대화에서 많이 울었다. 속마음을 내비치지 않던 모녀가 끌어안고 울음을 나눌 때, 사랑으로 치유 받는 이들의 모습이 좋았다. 너무 당연했기에 돌아보지 못했던 어머니의 사랑. 모두가 다시 생각해보아야 하는 부분이다.
김무비와 우정후
‘작고 가여운 것들’을 외면하지 못했던 유년시절 김무비가 능동적으로 만들어낸 관계다. 후에 건강해져서 돌아온 정후는 마치 가족처럼, 김무비와의 관계에서 또 다른 종류의 사랑을 보여준다.
# 고겸과 주변인들의 관계
고겸과 고준
애틋한 형제 관계다. 형에게 짐이 되고 싶지 않은 어린아이 고겸. 그런 어린아이만 보며 삶을 살아온 고준. 두 사람의 관계는 형제애를 넘어서 부모와 자식의 관계를 떠올리게 한다. 형을 너무 사랑해서 형의 병든 마음을 애써 모른 척하는 고겸과, 고겸을 사랑해서 한평생을 고겸에게만 바치던 고준의 에피소드는 모두를 울렸다. 처음에는 고준이 죽는 스토리가 잔인하게만 느껴졌지만 극에 강조되다시피 현실은 영화와 달리 잔인한 일들이 반복된다. 대부분의 시청자가 이에 납득했을 것으로 예상된다.
고겸과 홍시준
우정 관계다. 고준이 죽고, 고겸이 힘들어할 때 홍시준이 건네던 묵묵한 위로가 기억에 남는다. 다정한 말에 서툰 홍시준은, 행동으로 고겸에 대한 애정을 보여준다. 고겸은 그런 홍시준을 잘 알고 있다. 요란하진 않지만 단단한 둘의 우정이 좋았다.
그 외,
홍시준과 송주아
이 둘은 7년 연애를 끝으로 헤어진 연인들이 다시 만났을 때의 모습을 그린다. 5년 후에도 아직 주아를 놓지 못한 홍시준의 마음이 절절하게 연출된다. 둘은 예전처럼 데이트도 해보지만, 5년 전의 그 관계로는 돌아갈 수 없다는 것을 두명 모두 알고 있다. 하지만 그 당시 둘은 최선을 다해 사랑했다. 송주아가 홍시준에게 ‘우리 좋았어’라고 했던 대사가 기억에 남는다. 유효기간이 지난 사랑이지만, 그때 서로를 향한 마음이 진심이었기에 아름답게 보내줄 수 있다
그리고, 김무비와 고겸
이 둘의 관계는 따뜻하다. 서로의 상처를 공유하고 담담하게 위로를 주고 받는다. 처음부터 깊은 대화가 가능했던 것은 아니다. 고겸이 사라지기도 하고, 돌아온 고겸을 김무비가 매몰차게 거절하기도 하며 여러 갈등이 비춰진다. 하만 그 안에서 서로를 이해해가며 서로에게 잔잔하게 스며드는 감정선을 담아냈다.
출처: 넷플릭스
이 드라마에서 사랑이란, 만병통치약이다. 크게 곪은 관계도 사랑이 남아있으면 어떤 방향으로든 치유 받을 수 있다. 하지만 그만큼 결코 쉽게 지속되지 않는다. 관련해서 필자는 SNS에서 ‘사랑은 노력이다’라는 문구를 본 적이 있다. 사람은 처음부터 잘 맞을 수 없다. 그게 설령 핏줄로 연결된 혈족일지라도, 내 모든 걸 줄 수 있을 정도로 사랑하는 사람이어도. 또한, 서로 가장 잘안다고 생각할 때가 가장 잘 모르는 때일 수 있다. 그렇기에 더 노력해야 한다. 사랑하는 만큼 서로를 더 들여다보자. 가끔 삐걱거리긴 하겠지만, 이를 이겨내면 관계가 더욱 단단해질 것이다.
10부작 드라마를 한 글로 담아내려니 글이 길어졌다. 이 드라마를 모두가 보았으면 좋겠다. 시간이 갈수록 점점 세상이 삭막해지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혐오가 당연해지고, 비난이 난무하는 세상은 모두를 병들게 할 뿐이다. 지금 이 시점 우리에게 필요한 건 ‘사랑’이다. 따뜻해지자. 서로에게 조금만 다정해지자.
출처 . [사진 출처] 넷플릭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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