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류산2025-02-25 23:57:29
3시간 50분의 대작, 영화 <브루탈리스트>
영화 <브루탈리스트> 리뷰
젊은 감독이 저예산으로 짧은 촬영기간 동안 만들어 낸 영화가 영화제에서 각광을 받고 있다는 소식을 들었다. 영화 <브루탈리스트(The Brutalist)> 이야기다. 아내와 함께 영화를 보기 위해 극장을 찾았다. 대작이라는 소문에 비해 생각보다 상영하는 극장이 적어 예매가 쉽지 않았다. 아마도 긴 러닝타임으로 극장이 부담스러웠나 보다. 이 영화는 헝가리 출신 유대인 건축가 라즐로 토스(애드리언 브로디 분)가 미국에 정착하며 겪는 삶을 그린 작품이다.
브래디 코베 감독은 브루탈리즘 건축 양식을 활용해 주인공의 내면과 시대적 배경을 섬세하게 담아냈다. 현실과 환상을 오가는 독특한 연출과 카메라 워크는 영화의 분위기를 고조시킨다. <피아니스트>에서 깊은 인상을 남긴 애드리언 브로디는 이번 작품에서도 주인공의 복잡한 감정을 탁월하게 표현해 몰입도를 높였다.
<브루탈리스트>는 AI 기술을 활용해 일부 장면을 구현했다. 이는 영화의 완성도를 높이는 데 기여했지만, AI가 예술적 진정성을 훼손할 수 있다는 논란도 불러일으켰다. 예술과 기술의 조화 속에서 이 영화가 아카데미에서 어떤 평가를 받을지 궁금해진다.
총 러닝타임은 3시간 35분이지만, 15분의 인터미션을 포함해 3시간 50분으로 늘어났다. 아내는 한 시간 정도 줄였으면 더 좋았겠다고 했다. 인터미션 없이 편집한다면 1시간 15분을 단축하는 셈이다. 긴 러닝타임은 관객에게 피로감을 줄 수 있다. 마틴 스코세이지 감독의 <플라워킬링문>이 3시간 26분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굳이 인터미션을 도입할 필요가 있었을까 싶다. 오히려 흐름을 방해하는 요소가 될 수도 있다.
영화 <브루탈리스트>는 독창적인 연출과 깊이 있는 연기로 주목할 만한 작품이다. 관객의 집중력 한계를 넘기는 긴 상영시간은 부담이 될 수도 있다. 서사를 압축하고 몰입도를 높였다면 더 강렬한 인상을 남길 수 있지 않았을까.
Relative contents
-
- 인테리어 영감을 주는 영화 BEST9
다가오는 봄, 참고하기 좋은 인테리어 영감을 주는 영화 9편을 소개합니다.
인류에게 문명의 지혜를 가르쳐 준 검은 돌기둥의 정체를 밝히기 위해서 목성으로 향하는 디스커버리호 안에는 선장 ‘보우만’과 승무원 ‘풀’, 전반적인 시스템을 관장하는 인공지능 컴퓨터 ‘할’이 타고 있다. 평화롭던 우주선은 ‘할’이 스스로 ‘생각’하기 시작하면서부터 위기를 맞는다. 특히나 이 영화는 60년대 작품으로 인간이 아직 달에 가기 전에 만들어진, 올해 개봉 51주년을 맞이한 기념비적인 SF 우주 영화.
세 딸을 둔 이브는 남편 아서가 새로운 애인 펄이 생기자 이혼을 요구하자 자살을 기도한다. 다행히 목숨을 건져 요양소에 입원하게 되지만, 세 딸중 어느 누구도 아서의 외도에 대해 관심이 없자 이브의 절망감은 점점 더 커져만 간다. 결국 아서는 떠나고 이브와 세 자매만 남게 되자, 서로에게 화를 내고 비난하던 네 여자는 그동안 쌓여 있던 앙금을 털어 버리고 관계를 회복하기 시작한다.
1983년 이탈리아, 열 일곱 소년 엘리오는 아름다운 햇살이 내리쬐는 가족 별장에서 여름이 끝나기만을 기다리고 있다 어느 오후, 스물 넷 청년 올리버가 아버지의 보조 연구원으로 찾아오면서 모든 날들이 특별해지는데... 엘리오의 처음이자 올리버의 전부가 된 그 해, 여름보다 뜨거웠던 사랑이 펼쳐진다.
집에서 매춘하는 젊은 가정주부의 일상을 건조하게 담은 영화, 성적 억압과 경제적 착취의 공간 가정에 대한 고찰. 잔느는 어린 아들을 키우며 집에서 매춘하는 젊은 가정주부이다. 그러나 한 손님의 방문과 함께 잔느의 일상은 기이하게 무너지고, 그녀는 실수를 하기 시작한다. 마침내 그녀는 손님을 찔러 죽이고 거실 탁자로 쉬러 간다.
오스트리아의 공주 마리 앙투아네트는 동맹을 위해 프랑스의 황태자 루이 16세와 정략결혼을 하고 베르사유에 입궐한다. 완전히 다른 세상에 들어선 그녀는 새로운 생활에 대한 기대로 설레지만, 무관심한 남편과 프랑스 귀족들의 시기심으로 점차 프랑스에서의 생활에 외로움을 느끼고 지쳐만 간다.세상에서 가장 유명한 그녀, 마리 앙투아네트! 사치와 허영이라는 타이틀, 다른 남자들과의 스캔들, 굶주려가는 국민들에게 케이크를 먹으라고 외쳤다는 루머, 진실은 무엇일까? 세상이 궁금해 한 그녀의 모든 것이 밝혀진다.
미국 디트로이트와 모로코 탕헤르라는 먼 거리에 떨어져 지내는 뱀파이어 커플 아담과 이브. 수세기에 걸쳐 사랑을 이어온 이들이지만 언더그라운드 뮤지션으로 활동 중인 아담은 인간 세상에 대한 염증으로 절망에 빠져 있다. 이브는 그를 위로하기 위해 디트로이트행 밤비행기에 몸을 싣고 마침내 두 사람은 재회한다. 그러나 만남의 기쁨도 잠시, 이브의 통제불능 여동생 애바의 갑작스런 방문은 숨겨두었던 뱀파이어의 본능을 일깨우기 시작하는데… 21세기 현대사회, 아담과 이브는 과연 영원한 삶과 사랑을 이어갈 수 있을까.
1922년 뉴욕 외곽에서 살고 있는 닉은 호화로운 별장에 살고 있는 이웃 개츠비에게 관심을 갖게 된다. 제1차 세계대전에 참전한 후 옥스포드에서 공부한 적이 있다는 개츠비는 어딘가 비밀이 가득한 의문의 사나이. 이 베일에 싸인 백만장자는 토요일마다 떠들썩한 파티를 열어 많은 손님을 초대했다. 파티에 초대 받아 참석한 후 개츠비와 우정을 쌓게 된 닉은 자신의 사촌 데이지와 개츠비가 옛 연인 사이였던 것을 알게 된다. 데이지는 가난한데다 전쟁터에서도 돌아오지 않는 개츠비를 잊은 채 부유한 톰과 결혼한 상태이다. 하지만 그녀의 남편 톰은 정비공의 아내와 은밀한 사이였고, 때마침 개츠비와 재회하게 된 데이지는 잊혀졌던 사랑의 감정을 되살리는데…
뉴요커 레이첼은 남자친구 닉의 절친 결혼식이 열리는 싱가포르로 향한다. 처음으로 아시아를 방문한다는 설렘도 잠시, 닉의 가족을 만난다는 사실이 걱정이다. 그런데 알고 보니 닉이 싱가포르에서 가장 부유한 집안의 아들이자 모두가 선망하는 결혼 후보 1순위 신랑감이었던 것. 레이첼은 사교계 명사들의 질투와 더불어 본인을 영 탐탁지 않아하는 닉의 어머니의 타겟이 되는데… 남친의 재력을 알게 된 순간, 시월드의 문이 활짝 열렸다!
영화 데이지즈는 마리라는 동명을 가진 두 명의 장난기 어린 소녀들이 자신들 주위의 삶을 교란시키고 파괴한다.
-
- 북미 박스오피스를 부활시킨 영화
전 세계 박스오피스를 주도하는 ‘북미’ 박스오피스 시장이 돌아왔습니다. 덕분에 할리우드 주요 영화 스튜디오들이 안도의 한숨을 내쉬고 있다고 하는데요! 미국의 현충일, ‘메모리얼 데이’는 북미 주요 국경일로써, 가장 큰 수익을 내는 공휴일 중 하나로, 이번 연휴를 노리고 개봉한 두 편의 블록버스터 영화로 인하여 극장이 오랜만에 매우 활기찬 모습을 보였다고 합니다.
본 기록이 북미를 비롯한 전세계 박스오피스 시장에서 시사하는 바가 큰 이유는, 이번 박스오피스 수익이 팬데믹 이전의 박스 수익과 큰 차이가 없기 때문입니다. <콰이어트 플레이스 2>의 전편인 <콰이어트 플레이스>는 2018년 4월 개봉 당시 5020만 달러의 오프닝 스코어를 기록하였는데요. 이는 제작비 1700만 달러의 알려지지 않은 영화의 예측하지 못한 흥행이었기에, 제작사는 곧바로 속편 제작에 착수하였고, 전편보다 훨씬 큰 제작비인 6100만 달러를 투자하여 2편을 제작할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이에 상응하는 극장 매출을 개봉 일주일 만에 벌어들인 것이죠.
<콰이어트 플레이스 2>와 같은 날 개봉한 디즈니의 <크루엘라>의 경우, 북미에서는 자사 OTT 플랫폼인 디즈니+와 동시 개봉을 택했는데요. 디즈니+에서 극장 티켓가보다 비싼 30달러에 대여되고 있는 <크루엘라>는 OTT와 극장으로 관객이 양분된 상황 속에서, 오프닝 스코어 2130만 달러 (약 237억 원)을 기록하며 분전하였습니다.
현재, 약 75%의 극장이 가동되고 있는 북미 시장은 극장 좌석 수가 제한된 상황 속에서도 힘겹게 극장을 지켜가고 있습니다. 한 미디어 분석가에 의하면 “본 연휴를 맞아 개봉한 두 편의 영화 (“콰이어트 플레이스 2”, “크루엘라”)는 관객들의 대작에 대한 꺼지지 않은 관심을 다시 한 번 알아볼 수 있는 계기였다”고 하는데요. 국내에서도 <분노의 질주: 더 얼티메이트>가 개봉 2주 만에 관객 수 200만에 육박하는 기록을 써가고 있는 걸 보면, 개봉이 연기되고 있는 블록버스터에 대한 사람들의 기대감이 느껴지는 것 같습니다.이 기세를 몰아 <컨저링 3: 악마가 시켰다> (6.4 북미 개봉), <인 더 하이츠> (6,11 북미 개봉), <히트맨의 보디가드 2> (6.16 북미 개봉), <분노의 질주: 더 얼티메이트> (6.25 북미 개봉) 등 매주 각 영화사의 텐트폴 영화들이 줄지어 개봉될 예정인데요.
북미뿐 아니라, 전 세계 박스오피스가 가장 활발한 ‘여름’ 시장이 올해는 정말 ‘활발’할 수 있길 바라며,
오늘 하루도 영화로운 하루 보내시길 바랍니다.
씨네랩 에디터 Cammie
-
- 소수자 감정, 정말 이게 다인가요?
6★/10★
물, 불, 흙, 공기 4개 원소가 ‘함께’ 살아가는 엘리멘트 시티. 이곳에 불끼리 모여 살다가 재난이 발생해 삶의 터전을 잃은 앰버네 가족이 이주해온다. 가족은 불을 주 손님으로 하는 가게를 꾸려 생계를 이어왔고 앰버네 가족은 여기에 큰 자부심을 느낀다. 그런데 우연한 계기로 앰버는 엘리멘트 시티 공무원으로 일하는 웨이드(물)을 만난다. 둘은 처음에는 '불법’ 증축된 앰버의 가게를 어떻게 할 것인지를 두고 실랑이를 벌이지만 이내 서로에게 호감을 느끼고 결국에는 사랑에 빠진다. 그러나 물은 불을 꺼뜨리고, 불은 물을 증발시킨다. 둘은 이 난관을 넘을 수 있을까?
영화에서 각 원소가 상징하는 바는 명확하다. 물은 백인이고 흙과 공기는 물(백인)과 적당히 어울릴 수 있는 존재의 은유이며, 불은 물과는 만나서는 안 되는 유색인의 은유다. 영화는 서로 만났을 때 큰일이라도 날 줄 알았던 물과 불의 접촉에서 파생되는 긍정적인 변화를 강조하며 인종 간 화합을 요청한다. 이민자 가족의 설움과 분노를 중간중간 녹여내기도 한다. 캐릭터도 매력적이다. 적당한 완성도를 가진 영화다. 하지만 ‘인종 간 접촉(그리고 사랑)을 통한 변화’라는 메시지는 2023년에 말하기에는 다소 고루하다. 인종에 따라 서로 다른 위계화된 공간에 살아가고, 그 경계를 넘는 일이 금기였던 시대에나 적합한 메시지다.
영화에서 앰버는 자신의 분노를 조절하지 못한다. 영화는 ‘다혈질’인 앰버가 감성적이고 다정한 웨이드를 만나 사랑에 빠지며 성격이 바뀌어가는 과정이 나온다. 그러나 유색인/소수자인 앰버의 화가 고작 편견 없는 백인 기득권과의 사랑으로 해소될 리가 없다. 앰버의 화에는 인종 정의의 복잡한 맥락이 담겨 있을 테니까. 그러나 영화는 여기에 주목하면서도 이를 제대로 해소하지는 못한다. 2023년에 인종 간 공존과 사랑을 이야기하려면 메시지와 질문이 조금 더 치밀하게 고민되었어야 하지 않을까 싶다. 무언가 비밀이 숨겨 있을 듯 암시되다가 어느새 ‘해소’되고야 마는 소수자 감정(분노)을 더 밀도 높게 풀어냈다면 어땠을까 싶다. 이민자 2세가 부모에게 느끼는 애정‧존경과 부담감의 공존만으로는 어딘가 부족하다.
-
- 감각적인 영화를 묻거든 길복순을 보게 하라
감각적인 영화를 묻거든 길복순을 보게 하라
영화 리뷰 <길복순>감독] 변성현
출연] 전도연, 설경구, 김시아
시놉시스] 청부살인이 본업이지만 겉으로 보기에는 평범한 이벤트 회사인 MK ENT. 소속 킬러 길복순은 작품은 반드시 완수해 내는 성공률 100%의 킬러이자, 10대 딸을 둔 엄마다. 업계에서는 아무도 범접할 수 없는 에이스지만, 딸 재영과의 관계는 서툴기만 한 싱글맘인 그는 자신과 딸 사이의 벽을 허물기 위해 퇴사까지 결심한다. MK ENT. 대표 차민규의 재계약 제안의 답을 미룬 채, 마지막 작품에 들어간 복순은 임무에 숨겨진 진실을 알게 된 후, 회사가 허가한 일은 반드시 시도해야 한다는 규칙을 어기게 된다. 그 소식을 들은 MK ENT.는 물론, 모든 킬러들의 타겟이 되고야 마는데… 죽거나 죽이거나, 피할 수 없는 대결이 시작된다.
#스포일러 주의#스타일리쉬 그 잡채
영화 길복순을 보다보면 스토리가 정말 뻔하다는 것을 느낄 수 있다. 하지만 지루하지 않게 영화를 볼 수 있었던 이유는 영화 시퀀스 자체가 굉장히 감각적이다. 여타 다른 액션 영화에서는 보지 못했던 촬영 기법과 편집 기법들이 등장해서 눈이 즐거웠던 작품이었다. 복순이 딸 재영이 담배 피는 것을 알게 되자 이를 시뮬레이션 돌려보면서 어떻게 하면 마음의 문을 닫은 딸과의 거리감을 좁힐 수 있을지 상상한다. 이 과정에서 시뮬레이션인듯 현실인듯 그 경계가 모호하게 편집을 했던 장면이 있었는데 그 다음 장면에서도 또 시뮬레이션이 아닐까 하는 관객의 생각과는 다르게 바로 현실로 돌아오면서 관객과의 밀당을 제대로 했던 장면이 아닐까 싶다.
그리고 마지막 길복순과 차민규의 1:1 대결 씬에서는 그 시뮬레이션의 절정을 보여준다. 실력적으로는 차민규가 절대우위에 있기에 차민규는 길복순의 수를 하나씩 생각하면서 길복순의 공격에 맞춰서 복순을 죽이는 장면들을 상상한다. 처음에는 현실처럼 이를 그려내다가 이렇게 길복순이 죽는다고? 허무하게?라는 감정이 들 때쯤 다시 길복순의 공격이 시작되면서 이 장면들이 차민규의 상상 속이라는 것을 관객들에게 알려준다. 그리고 이러한 상상이 차민규의 집무실 모든 공간에 꽉 채워지면서 너무나도 많은 차민규가 너무나도 많은 길복순을 하나씩 죽이는 장면을 보여준다. 이러한 장면을 통해서 기술적으로 차민규가 절대적 우위에 있음을 보여주면서 과연 길복순은 어떠한 수를 내놓을지 관객으로써는 기대가 되는 장면이었다. 이처럼 영화 길복순은 감각적인 연출을 통해서 관객과의 밀당을 잘 한 작품이었다.
그럼에도 시리즈가 더 낫지 않았을까..
하지만 그럼에도 아쉬운 부분은 있었다. 영화가 아닌 드라마로, 시리즈로 만들어졌다면 캐릭터들의 서사과 깊이감이 더욱 살 수 있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너무나도 들었던 작품이었다. 사실 길복순이라는 캐릭터를 제외하면 다른 모든 캐릭터는 소비적으로 쓰였다는 느낌이 강하게 드는 영화였다. 다들 길복순과의 단편적이고 평면적인 관계를 보이고 있어서 캐릭터별 매력을 느끼기에는 굉장히 아쉬운 작품이었다. 그래서 이 작품이 만약 드라마로 만들어졌다면 캐릭터별 서사를 쌓고, 그 속에서 길복순과의 관계를 보여주고, 마지막에 가서 모두 자신의 이익을 위해 길복순과 적이 되어 그녀를 공격할 때 오히려 더 길복순의 입장에 더욱 감정적 동조를 느낄 수 있었을텐데 하는 아쉬움이 짙게 남았다. 사실 영화 길복순은 화려한 액션신을 볼만했지만 길복순의 선택에 대해서, 그리고 길복순이 처한 환경에 대해서 관객들이 함께 공감할 만큼 주변 인물들과의 관계성은 딸을 제외하고는 보여지지가 않아서 그녀의 선택에 따른 책임에 함께 불안해하거나 슬퍼하거나 안도하기에는 힘들었던 작품이었다.
진실을 말할 수 있는 용기
멋진 액션과 딸과의 관계 회복이라는 두 가지 큰 주제 속에서 이 영화를 관통하는 소재가 있다. 바로 ‘용기’다. 다양한 용기 중에서도 자신을 솔직하게 표현하고 진실을 말할 수 있는 용기다. 딸 재영은 레즈비언으로 같은 반 친구와 사귀고 있었고, 이를 알게된 남학생이 재영과 한달 동안 사귀면 다른 사람에게 알리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말한다. 이에 재영은 싫다고 말하는 과정에서 남학생에게 상해를 입히고 정학을 당하게 된다. 처음 이유를 말하지 않았던 재영은 결국 용기를 내서 엄마 복순에게 커밍아웃을 하고, 당황한 엄마는 이렇다할 말도 없이 회사 전화를 받고 쌩하고 나가버린다.
그렇게 킬러들과 싸움 이후 집으로 돌아온 복순은 다시금 재영과 마주하고, 대화를 나눈다. 그 과정에서 복순은 재영에게 자신이 솔직하게 킬러라고 말할 수 있는 기회를 놓치고, 딸이 국정원이냐고 물어보자 ‘엄마는 아무런 대답도 하지 않았다’라며 긍정도 부정도 하지 않는다. 하지만 재영은 보안상 말할 수 없다는 국정원의 규칙을 지킨다고 생각을 하고, 복순은 이런 재영을 보면서 솔직한 딸과 달리 자신은 자신의 직업을 솔직하게 말할 수 없는 자신의 행동을 보면서 하염없이 눈물을 흘린다.
마지막으로 차민규 대표와의 1:1 대결씬에서도 차민규는 길복순의 손에 죽기로 이미 결심을 한 상태였고, 이를 딸 재영에게 보여주기 위해 cctv를 연결해 재영에게 보내준다. 재영은 결국 자신의 엄마 복순이 한 남자를 무자비하게 죽이는 모습을 실시간으로 확인하게 되고, 이를 알게 된 복순은 하지 않던 기도를 하며 집으로 달려간다. 자신이 솔직하게 먼저 딸에게 밝히지 못했다는 자책과 후회, 그리고 딸이 엄마의 모습을 보고 놀라진 않았을까 하는 걱정, 딸 재영이 이런 엄마를 받아들이지 못하면 어떨까 하는 두려움. 재영이 자신이 레즈비언임을 밝히기 전까지 느꼈을 오만가지의 감정들을 똑같이 느끼며 집으로 향한다. 하지만 재영은 그런 엄마에게 자신이 본 영상을 모른척하며 엄마를 품어준다. 재영과 복순이 겪는 일련의 사건들을 보면 두 모녀의 관계 회복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그 과정 속에서 기회가 왔을 때 솔직하게 진실을 말할 수 있는 용기가 얼마나 대단하고, 또 필요한지 잘 보여주고 있었다.
영화 길복순은 감각적인 연출과 함께 나름의 주제를 잘 전달하고 있었던 작품이었다. 다만 드라마로 만들었으면 훨씬 더 탄탄한 작품이 되지 않았을까 하는 약간의 아쉬움도 함께 남는 작품이었다.
-
- 사랑스러운 두 배우와 동력을 잃은 리메이크
내 맘은 이게 아닌데
위이잉. 회로가 굴러가고 있다. 어떤 회로? 행복회로와 연애회로. 95학번 한국대 기계공학과 복학생 김용은 현재 행복회로를 굴리고 있다. 자전거를 타고 수업 들으러 가는 용. 친구 놈이 말을 건다. "야. 너 그거 들었냐? 우리 과에 똑똑한 여자 애 들어온다는 거." 사실 학과에 신입생으로 여학생이 들어온다는 것은 '내일 일어나서 밥을 먹는다'에 준하는 흔한 이야기다. 아니 들어 올 수도 있지. 그런데 이 여학생이 다른 사람이 아닌 '서한솔'이라면 이야기가 다르다. 수수한 외모. 그렇게 꾸미지 않았는 데도 한솔이의 미모는 저 멀리 있는 용이의 마음을 흔들어 놓기에 충분했다. 혼란스러운 세기말 1999년. 많은 것들이 바뀌기 바로 직전이었다. 두근 반 세근 반 용이의 계절도 봄으로 바뀌기 직전이다. 그렇게 설레던 일상을 보내고 있었다. 신나는 대학 생활. 어느 날 용은 은성이가 갖고 있는 'HAM 무전기'를 발견한다. 야. 은성아. 나 이거 써봐도 돼? 뭐라도 있으면 좋잖아? 한솔의 마음을 얻기 위해 무전기를 빌리는 용. 용은 그 무전기에서 의외의 상대와 대화한다.
내 맘은 이게 아닌데. 무늬에게 사랑은 너무 어렵다. 무늬의 오랜 '남사친' 영지. 무늬는 영지를 사랑하고 있다. 21학번 대학생인 무늬. 무늬에겐 친구들이 있다. 친구들과 수다 떨 때는 떡볶이를 먹으며 노닥거리고, 인스타그램을 끄적이며 일상을 공유한다. 별 다를 바 없는 무늬의 20대. 그러나 무늬의 짝사랑 영지는 뭔가 다르다. 하고 싶은 일이 있어 대학을 다니지 않았던 영지. 어느 음식점에서 아르바이트 일을 하면서 보내고 있다. 난이도가 올라가는 무늬의 사랑. 영지가 다른 친구들과 다를 바 없는 평범한 인생을 살았다 하더라도 무늬에겐 용기가 없었다. 언제 떠날지 모르는 영지. 불안함이 점점 늘어나고 있다. 그래도 할 일은 해야지. 교양 과제를 위해 누군가를 인터뷰해야 하는 무늬. 집에 고물처럼 박혀있는 'HAM 무전기'의 수화기를 켠다. "씨큐. 씨큐. 혹시 들리시나요?" "네 들립니다. 제 이름은 김용이라고 합니다."
비주얼 합격
시놉시스를 4초만 봐도 알 수 있듯 이 영화의 주인공은 용과 무늬다. 용은 여진구 배우가, 무늬는 조이현 배우가 맡았다. 드라마를 잘 안 보는 나. 여진구 배우의 대표작 하면 <화이>가 생각난다. 그래서 이 배우가 이렇게 좋은 배우였나? 싶었다. 일단 이 극에서 용(이)의 서사가 제일 중요하다. 전반부는 사랑에 빠진 남자의 이야기를 찌질하면서도 풋풋한 양면성을 띄는 톤으로 이끌어가야 한다. 연기라고 하는 것은 기본적으로 작위적인 무언가가 들어갈 수밖에 없다. 여기서 여진구 배우가 보여준 연기는 연기가 아닌 것 같았다. 이 연기에는 굴곡이 있어야 한다. 사랑에 빠졌기에 달달하고 멋있는 듬직한 모습과 사소한 것에 일희일비하는 궁색맞음이 한 사람의 톤 안에 있어야 극에서 전하고자 하는 이야기를 전달할 수 있다. 여진구 배우는 이를 이해한 듯 풍부한 감정연기를 선보인다. 아마 이 영화를 보고 나서 조이현 배우의 화보집 같은 느낌이 들기 때문에 이 부분에 대해 말하는 분이 많을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여진구 배우의 팬이라면 베테랑이 된 이 배우의 퍼포먼스를 볼 수 있다. 이에 힘입은 배인혁, 김혜윤 배우도 그 시절 티가 나는 파릇파릇한 대학생을 잘 소화했다. 특히 김혜윤 배우는 96년생으로 한국 나이 27세다. 건국대학교를 다녔다고 검색하니 나온다. 아마 이때 15학번 신입생으로 들어온 많은 남학생들의 마음을 실제로 훔치지 않았을까 생각했다. 대학생 연기가 아니라 진짜 대학생 같았다.
현대 시점으로 와서, 무늬 역을 맡은 조이현 배우는 극에서 가장 빛난다. 아마 영화에서 기억에 남는 것이 뭐냐?라고 글쓴이에게 묻는다면 조이현 배우의 모든 것이라고 답할 수 있을 것 같다.(나머지는 하이라이트 신에 삽입된 명곡이라고 답하고 싶다) 조이현 배우가 그렇게 장신이 아닌 것으로 알고 있다. 큰 화면으로 보면 조이현 배우의 비율이 더 뛰어나게 느껴진다. 또 조이현 배우가 무쌍 미녀의 대표 격 아닌가? 귀여운 외모와 더 귀여운 목소리 톤으로 사랑스러운 현대 시점의 이야기를 이 배우의 매력으로 끌고 간다. 연기도 자기가 잘할 수 있는 역할로 잘 골랐다. 소심할 땐 소심하지만 인물이 자기다움을 잃지 않는 씩씩한 내면을 잘 보여줬다. <지금 우리 학교는>에서 볼 수 있던 남라 캐릭터의 강점을 어느 정도는 옮겨 온 듯하다. 후술하겠지만 영화에서 무늬의 감정선이 거의 이해되지 않는 것은 굉장히 치명적이다. 그러나 이 무늬에게 집중해서 이야기를 이해할 수 있었던 건 조이현 배우의 비주얼과 연기력 덕이다. 또 멜로드라마의 구성에서 과거 시점이 현재 시점보다 훨-씬 존재감이 세다. 대신 반대 측면에서 현재 시점이 영화가 정말 하고자 하는 바를 전달하는 부분이 있다. 여기에서도 중요할 때 감정에 힘을 빡 주는 연기로 영화를 소화한다. 이 무늬를 지원 사격하는 영지 캐릭터, 그러니까 나인우 배우의 비주얼도 좋았다. 아니 대학생활하다 보면 꼭 저런 형이 여학생들한테 인기 많았다. 그 모습을 꼼꼼하게 묘사한 성실함이 돋보였다.
좀 갑작스럽네
그렇게 두 주인공의 비주얼을 예쁘게 뽑았다. 이런 로맨틱 코미디 장르나 청춘들을 주인공으로 한 영화는 이런 게 필수 아닌가? 그러나 이 영화를 보면서 느꼈던 가장 치명적인 단점은 이야기의 흐름이다. 일단 영화는 과거 시점과 현대 시점으로 이루어져 있다. 가장 중요한 설정은 이 두 시점에서 두 인물이 대화를 나눈다는 점이다. 통상적으로 22년 전 과거의 대상과 무전을 나눈다는 것은 불가능하다. 그럼 과거 시점이나 현재 시점이나 이 판타지적인 소재를 받아들이는 데 심리적인 장벽이 있어야 몰입이 쉬울 것이다. 그런데 영화는 이를 묘사하다가 말았다. 서로 '당신이 거짓말하고 있는 거 아냐?'라고 말하다가 갑자기 서로를 이해한다. 여기서 몰입이 어그러진다. 그럼 영화의 핵심으로 닿는 부분까지 감정 이입이 안된다는 단점이 있다.
또 이는 무늬라는 인물의 캐릭터성과도 이어진다. 무늬는 관찰자이면서도 능동적인 입장으로 극을 이끌어간다. 관찰자로서는 용의 사랑을 모니터링하며 조언하는 역할을 아끼지 않는다. 이 관찰자의 관점에서 푸는 이야기는 쉽게 이해할 수 있다. 그러나 앞 문단에서 언급한 것의 연장선상에서, 용(이)에게 쏟는 감정선이 관객이 생각하는 것보다 깊게 느껴진다. 또 현재의 무늬가 갖고 있는 문제는 영지에게 어떻게 마음을 표현할 것인가? 에 대한 것이다. 이 이유가 단순히 용의 첫사랑에 같이 몰입해서 마음이 깊어졌다기엔 내면 묘사가 너무 안일하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든다. 과거의 이야기 비중을 좀 줄여서 무늬의 사랑에 집중했더라면 어땠을까? 아쉬움이 든다. 또 무늬가 HAM 무전기로 대화하게 된 계기가 있다. 바로 교양과목 발표다. 이 교양과목 발표가 너무 흐지부지 마무리된다. 영화를 보는 분들 중에 분명 대학생 신분이 있을 것이다. 보다 보면 친구들은 발표를 잘하는데 무늬만 굉장히 평면적으로 발표한다. 이는 '우리 모두 다 사랑하고 있습니다'라는 캐치프레이즈와 '낭만'이라는 핵심 키워드를 살리기 위해 희생한 것으로 보인다.
소소하지 않아
22년을 돌아온 리메이크다. 올해 후속작이 참 많았다. 그중 이 영화를 보고 가장 먼저 떠올렸던 것은 <탑건 : 메버릭>이다. 36년 전의 1편은 미국의 군인들에게 사기를 진작시키는 역할을 했던 것으로 보인다. 2022년의 이 <탑건 : 메버릭은>은 아날로그가 왜 사라져선 안 되는지에 대해 소리 한 방 크게 지르는 영화가 됐다. 이를 반영하는 호쾌한 액션으로 톰 크루즈의 대표작이 되었다. 36년이 걸린 이 영화. 두 영화는 차이점을 보여주며 왜 리메이크할 수밖에 없었는지를 보여줬다.
그러나 이 <동감>은 22년을 걸린 리메이크의 이유를 찾기 어려웠다. 구체적으로 굳이 영화의 시점을 2022년과 1999년으로 설정한 이유를 찾기도 어렵다. 뭐라고 적을 것도 없이 현대 젊은이들을 관통하는 메시지가 없다. 또 과거라는 설정이 영화에서 엄청 중요했나? 그것도 아니다. 용과 한솔의 사랑이야기에서 터닝포인트가 되는 부분은 시대상과 관련이 없다. 이런 소재와 메시지가 따로 노는 현상은 자잘 자잘한 것에서 더 신경 쓰인다. 가령 무늬가 2022년 봄에 아이폰 13을 쓰는 것이나 3월에 패딩을 안 입고 다니는 것이 그렇다. 섬세한 힘이 부족해 고증에 실수가 있는 것이다. 또 영화에서 굉장히 중요한 소재로 거북이와 달이 있다. 이 두 소재를 통해 연출가가 보여주려고 했던 것이 얕다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다. 개기월식이라는 소재는 영화에서 그렇게까지 중요하지 않다. 또 거북이라는 소재는 영화에서 연결고리를 위해 기능적으로 툭 던진 느낌이 강하다. 굳이 마음의 이동을 표현하기 위해서 거북이가 있어야 하나? 아니라고 본다. 또 수위 아저씨가 극후반부에 어떤 이미지를 관객에게 보여준다. 이 장면에서 굳이 그렇게 할 필요가 없다. 조이현, 여진구 두 배우의 극후반부 퍼포먼스로 아련한 느낌을 잘 살렸다. 그런데 나레이션에 이것까지 더해지니 계속 들었던 말을 두,세번 반복하는 느낌이 강하다.
사랑스럽기만 한
영화는 사랑스럽다. 조이현, 여진구 두 사람의 캐릭터성이 통통 튀기 때문에? 맞다. 나인우, 배인혁의 훈훈한 비주얼? 김혜윤의 미모? 맞다. 영화는 이 배우들의 매력을 중심으로 사랑스러운 느낌을 잘 풍긴다. 그러나 첫사랑의 달달함이 영화의 전부는 아니다. 이렇게 짝사랑과 첫사랑에 대해 다룬 영화라면 뭐랄까 나 혼자서 품고 있는 짝사랑의 상대에게 메시지라도 보낼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이 영화를 보고 무언가 동기부여가 생기지 않았다. 그냥 조이현 배우 같은 여사친이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한 그 정도였다. 이는 절대 관객들이 그냥 넘어갈 문제가 아닐 것 같다. 무슨 말이냐면. 영화가 사랑스럽긴 한데 굳이 이걸 봐야만 하는 이유가 되지는 않기 때문이다. 사랑스러운 영화 볼 거면 <건축학개론>을 보는 게 나을지도 모르니까. 더 사려 깊은 연출을 보여줬으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는 영화다. 아. 이 영화와 협업한 츄, 미노이의 리메이크 곡을 지금 글 쓰면서 듣고 있다. 이 <고백>과 <습관>이 아주 잘 뽑혔다.
-
- 나만 참으면 돼. 아니, 너만 참으면 돼.
* 이 리뷰는 스포일러가 될 수 있습니다. 영화를 관람하실 분들은 뒤로 가셔도 됩니다.
시끌벅적한 시장 입구. 차를 타고 상견례장에 도착한다. 부모를 창피해하는 듯 아닌 듯하는 딸과 예비 사된 내외를 기다리고, 각자의 자녀를 칭찬하고, 조금은 위태해 보였던 상견례는 끝이 난다.
주인공 오복은 상견례를 위해서 입었던 예쁜 옷을 입고, 구 시장 철거 반대대책위의 술자리에 합석한다. 가방에는 딸에게 줄 큰돈을 넣어둔 상태였다. 영화의 배경에 대해서 공부하지 않고 관람했던 터라 혹시 돈은 도둑맞는 것인가 마음을 졸였다. 다행히 가방을 단단하게 메고 귀가하는 오복을 보니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았던 모양이었다. 그러나 그 아침의 오복의 발걸음이 무거워 보였다. 숙취 때문인가, 무슨 일이 있었나 걱정하던 찰나 지하철 계단에서 지나가던 학생이 말해준다.
"아주머니, 피..."
'그래. 영화가 진행되려면 뭔가의 사건이 있어야 하는 것이 맞지.'라고 생각했고, 그 사건은 영락없이 오복이 병에 걸린 것이라고 생각했다. 병에 걸리면서 병원비에 드는 돈과 딸 결혼식에 드는 돈에 의해서 인생의 허무함을 느끼는가 보다 했다. 그런 일일 거라고는 상상하지 않았다. 술 마시고 가라며 잡아끌던 그 손을 '더럽다'라고 생각했으면서도 말이다.
담담한 표정으로 목욕탕에 가서 씻고, 속옷을 빨고, 병원을 가고, 집에 눕는다. 벌써 안 쓴 지 한참 된 생리대를 다시 사용한다. 가족들은 가게에 나가지 않는 오복을 걱정하지만 그러려니 한다. 나이가 있으니까 그냥 몸이 안 좋으니까 했다. 그러는 중에 가해자는 오복의 집에도 다녀갔다. 걱정하는 척, 상황을 염탐하러 간 것으로 보였다. 아니, 사실 가해자는 자신이 잘못했다고 전혀 인식하지 않았던 것일지도 모른다.
혼자 속앓이를 하던 오복은 대책위의 가장 어른에게 '사과'를 받아다 달라고 했다. 대면하기 조차 싫은 그 마음과 '왜', '무엇 때문에'를 설명하는 것이 얼마나 싫은지를 너무나 알고 있기에 괜스레 눈물이 났다. 며칠을 고민하고 내린 결론이 사과였다는 것도 이해가 갔다. 아마 오복에게는 '나만 참으면'의 주문이 작용했으리라.
다만, 그런 인내와 용서에는 진심 어린 사과가 동반해야 한다는 마음이었을 것이다. 한강에 배 한 번 뜬 거라는 거지 같은 소리도 몸에 난 상처도 잘못했다는 사과 하나면 충분했을지 모른다. 오복도 그 시대의 사람이었기에, 그런 상황이 있을 때는 여자가 참아야 한다는 것을 배워온 세대였기에 더욱이.
그러나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 사과는 받아지지 않았고, 시장에는 누군가가 피해를 당했다는 소문이 무성했다.
대책위의 중심에 있었던 가해자를 다들 필요로 했다. 지금 그가 잘못을 저질렀다는 것이 공론화가 되면 보상금을 받을 수 없게 될까 봐 다들 전전긍긍했다. 시장 안의 누구도 오복의 편이 되어주지 못했다. 물론 안 한 사람도 있었지만. 오복은 그가 단상에 올라가서 마이크를 들고 사람들에게 정의로의 소리를 하는 것을 듣고 있어야만 했다. 분명히 잘못한 사람인데 사람들에게 영웅 대접을 받고 있는 그 상황을 오복은 지켜보아야만 했다.
결국 오복은 딸에게 이야기했고, 고소를 진행했다. 가해자는 오복을 직접 찾아왔다. 욕을 하고 물건을 발로 찼다. 오복은 바라지 않았던 '공론화'가 이뤄졌다. 이렇게 싸움이 끝날 줄 알았다. 피해자가 명확했고, 가해자가 명확했기에 그놈이 처벌받을 줄 알았다. 영화처럼, 드라마처럼 그렇게 될 줄 알았다.
사정 모르는 남편 놈은 '그런 일은 여자가 응해주지 않으면 안 일어난다'는 소리나 해 댔다. 모든 사실을 알고 나서 술에 잔뜩 취해서도 그랬다. 사과를 받아다 줄 생각도, 아내인 오복의 편에 서 줄 생각도 없었다. 다만 소유한 물건이 망가지기라도 한 것처럼 본인의 울분을 토해낼 뿐이었다.
증인을 해주기로 했던 사람도 결국 나타나지 않았고 더 이상 할 수 있는 일이 없다고 생각했다.
딸의 결혼식 날, 하혈이 멈췄다. 몸의 상처는 아물었다. 몸의 상처가 아물었으니 없던 일로 하라는 징조 같았다. 그렇게 어디서나 늘 일어날 수 있는 그런 '에피소드'의 하나로 끝나는 듯싶었다.
그러나, 오복은 호소문을 작성했다. 동생들을 가르치느라 자식들을 키우느라 배우지 못해 맞춤법을 틀려도 괜찮았다. 평생을 해볼 일이 없을 줄 알았던 시위도 해 봤는데, 이런 건 못해볼까 싶었다. 이제 말 많고 탈 많던 첫째 딸의 결혼식도 끝이 났다. 오복은 목에 피켓을 걸고 가해자의 앞에 섰다.
이제, 진짜 시작이다.
'왜 제목이 갈매기인가'는 많은 사람들이 궁금해할 것 같았다. 어떤 장르의 어떤 내용의 영화를 찍더라도 제목을 갈매기리고 했을 것이라는 감독님의 말에 웃음이 났다. 갈매기의 Gull과 소녀의 Girl과 발음이 비슷하다는 것에도 의미가 조금은 있었는데 발음이 전혀 다르다고 해서 지금은 이야기하지 않는다고도 하셨다. 영어 무지렁이가 들었을 때는 암만해도 비슷한 것 같지만.
질문의 기회가 있었다.
카메라가 움직임이 없이 바라보는 듯한 연출이 굉장히 많았는데, 의도가 있었는지 궁금했다.
많은 분들이 '핸드 헬드'기법을 추천했다고 한다. 오복의 흔들리는 감정을 표현하기에 더할 나위 없는 기법이기 때문이다. (들어가서 보면 전혀 잔잔하지 않은 감정이지만) 스토리가 잔잔하게 보일 때는 그것만큼 잘 표현되는 것이 없기도 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청개구리 기질이 있던 감독님은 그 얘기를 듣자 오히려 고정을 많이 해야겠다고 생각하셨다고 한다. 개인적으로는 아주, 정말 잘한 판단이라고 느꼈다. 우리의 주변에서 일어나는 사건들은 당사자가 아닌 상황에서야 '바라보는 입장'일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오복의 감정이 하루에도 열두 번씩 바뀌고, 속에서 천불이 났다가 가라앉았다가 하는 것은 당사자만 알 수 있는 것이기 때문이다. 영화를 보는 우리는 그리고 극 중에서 오복을 제외한 모두가 다 '당사자'가 아니다. 결국 지켜보는 역할일 수밖에 없다는 것이 촬영기법에 고스란히 담겨 있었다.
멀리서 바라보는 것이 어쩌면 음침해 보일 수 있다. 하지만 그 역시 오복이 겪을 일을 소문으로 만들어 버리고, 피해자가 오복인 것만 숨긴 채 그의 남편에게 아무렇지 않게 말하는 시장 사람들 그 자체를 표현한 것 같았다. 화두를 던지고, 반응이 어떻게 올지 기대하는 것 같은 그 사람들 말이다.
성과 관련된 문제에서 발생하는 일반적인 일들이 자연스럽게 녹아 있었다. 소재가 어려웠던 만큼 인터뷰나 사전 자료 모으기가 어려웠을 것 같은데 어떻게 진행했는지 물었다.
사실 내가 겪었던 일과 오버랩이 되었다. 타임라인이 상당히 유사했다. 아마 많은 피해자들의 타임라인이 비슷했을 것이라 생각했다. 그런데 어떤 사람이 어떻게 그 사실을 말해줬을까 싶었다. 특히 나이가 있는 어르신들은, 우리의 어머니 세대들은 그런 말을 더욱 하기 어려워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건 기우였다. 한참 준비하시던 시기에 서지현 검사의 피해사실 고백 등의 타임라인을 많이 참고하였다고 했다. 피해를 받으신 분이 아니더라도 그 세대 분들의 생각을 담으려고도 많이 노력하셨다고 한다.
그랬다. 공론화가 되었든 아니든 세상의 정말 많은 사람들이 비슷한 피해를 받고 있었고, 비슷한 과정을 겪고 있었던 것이다. 그런데 여직 이 세상에는 그런 사람들을 도와줄 수 있는 방법이 많지 않다. 피해를 겪지 않도록 하는 것은 물론이거니와 피해를 받은 후에도 마찬가지다. 어디까지가 증인이 될 수 있고, 어디까지가 증거가 될 수 있으며, 피해자가 어디까지 자신의 피해를 되돌아보고 파헤쳐야 하는지 가늠도 되지 않는다.
영화에서 '어떤 일'이 일어났는지 명확하게 묘사하지 않았지만 다들 알고 있었다. '성'이라는 단어를 입밖에 내면 큰일이라도 나는 것 같았다. 피해자의 피해 사실을 직접적으로 묘사하고 싶지 않았다는 감독님의 말에 저절로 고개가 끄덕여졌다. 하지만 다른 한 편으로는 너무 현실적이지 않은가. 그런 피해를 당했다고 말을 하는 순간 피해자가 날아드는 화살을 우리는 너무나 많이 봐 왔다. 피해자가 피해 사실을 밖으로 내지 못하는 것은 너무나 당연했다.
조연으로 많이 봐왔던 '정애화' 배우님의 오복 연기도 매우 좋았고, 모든 배우들이 주변에서 흔히 있을 법한 분들 같은 느낌이라 더 몰입이 되었던 것 같다. 셋째 딸 역할을 맡으셨던 김가빈 배우님이 감독님의 친언니였다는 것에는 실제로 막내딸인 감독님이 친언니가 철없는 막내딸의 역할을 하는 것을 보는 것이 어땠을까 싶어서 괜히 웃음이 났다.
성 피해자의 이야기를 다룬 영화가 <갈매기>가 처음은 아니다. 하지만 그런 영화들을 보고 나올 때면 가해자에게도 이유와 변명과 서사가 있고, 피해자는 너무 처절하게 나와서 찝찝한 마음을 감출 길이 없었다.
<갈매기>는 다르다. 어떤 이는 다큐멘터리 같다고 할 수도 있고, 어떤 이는 너무 잔잔하다고 느낄 수도 있다. 어쩌면 열린 결말 같아서 속 시원하지 않을 수도 있다. 그러나 찝찝하지 않다. 사실 모든 피해자에게는 결론은 있을 수 없는 일이고, 언제나 현재 진행형이라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나아간다. 참으라고 배워왔고, 참으라고 들어왔고, 참으라는 말로 스스로를 죽여왔지만 이제는 그러하지 않으려고 한다. 세상의 오복이들은 여전히 싸우고 있다.
<이 리뷰는 씨네랩으로부터 시사회에 초청받아 관람한 후 작성했습니다>
-
- 레전드 걸그룹 브라운아이드걸스의 제아와 함께 리뷰하는 음악 영화 코다! ??
영화 드라마 모두 마사지하듯 시원하게 이야기로 풀어드립니다!
씨네마사지 ?
레전드 걸그룹 브라운아이드걸스!
브아걸의 리더 제아를 만나고 왔습니다!
레전드 보컬 제아와 함께 파헤쳐 본 영화 코다!
------------------------------------------------------------------------------------------------------
?Music provided by 브금대통령
-
- [Movielog #26] 주눅들어있는 평범한 가장의 본 모습, 노바디
존윅의 각본가가 존윅 시리즈를 기획한 사람들과 함께 새로운 영화로 돌아왔습니다.
바로 영화 노바디 입니다.
전반적으로 존윅과 비슷한 부분이 많아요. 집에 침투하는 적을 제압하는 액션 장면도 그렇고,
다양한 격투장면은 존윅을 떠오르게 하는 부분이 많습니다.
확실히 이 제작진의 인장이 확실히 들어가 있다고 볼 수 있어요.
조금 다른 점은 가족과 아빠의 가정 내 위치에서 소외당하는 모습을 넣어서 가족적인 감정도 느끼게 합니다.
그래서 자신의 본래 모습을 찾고 가족에게도 그것을 보여주는 영화라고도 할 수 있죠.
다른 것 보다 액션이 좋습니다.
존윅 시리즈를 좋아하신다면 추천드려요. 하지만 아쉬운 점도 물론 있는 영화죠.
자세한 내용은 영상을 끝까지 봐주세요. :)Rabbitgumi 채널 구독과 좋아요도 부탁드립니다. ^^
-
- 디즈니+ <킬러들의 쇼핑몰> 티저 예고편
"강하면 짖지 않아, 강해져야 해" 삼촌이 남긴 수상한 사이트 쇼핑몰을 계속 운영하시겠습니까? [킬러들의 쇼핑몰] 1월 17일 그랜드 오픈
-
- 디즈니+ <설강화> 메인 예고편
눈만 마주쳐도 심장이 찌릿-! 정해인 x 지수의 애틋한 사랑 이야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