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류산2025-02-25 23:57:29
3시간 50분의 대작, 영화 <브루탈리스트>
영화 <브루탈리스트> 리뷰
젊은 감독이 저예산으로 짧은 촬영기간 동안 만들어 낸 영화가 영화제에서 각광을 받고 있다는 소식을 들었다. 영화 <브루탈리스트(The Brutalist)> 이야기다. 아내와 함께 영화를 보기 위해 극장을 찾았다. 대작이라는 소문에 비해 생각보다 상영하는 극장이 적어 예매가 쉽지 않았다. 아마도 긴 러닝타임으로 극장이 부담스러웠나 보다. 이 영화는 헝가리 출신 유대인 건축가 라즐로 토스(애드리언 브로디 분)가 미국에 정착하며 겪는 삶을 그린 작품이다.
브래디 코베 감독은 브루탈리즘 건축 양식을 활용해 주인공의 내면과 시대적 배경을 섬세하게 담아냈다. 현실과 환상을 오가는 독특한 연출과 카메라 워크는 영화의 분위기를 고조시킨다. <피아니스트>에서 깊은 인상을 남긴 애드리언 브로디는 이번 작품에서도 주인공의 복잡한 감정을 탁월하게 표현해 몰입도를 높였다.
<브루탈리스트>는 AI 기술을 활용해 일부 장면을 구현했다. 이는 영화의 완성도를 높이는 데 기여했지만, AI가 예술적 진정성을 훼손할 수 있다는 논란도 불러일으켰다. 예술과 기술의 조화 속에서 이 영화가 아카데미에서 어떤 평가를 받을지 궁금해진다.
총 러닝타임은 3시간 35분이지만, 15분의 인터미션을 포함해 3시간 50분으로 늘어났다. 아내는 한 시간 정도 줄였으면 더 좋았겠다고 했다. 인터미션 없이 편집한다면 1시간 15분을 단축하는 셈이다. 긴 러닝타임은 관객에게 피로감을 줄 수 있다. 마틴 스코세이지 감독의 <플라워킬링문>이 3시간 26분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굳이 인터미션을 도입할 필요가 있었을까 싶다. 오히려 흐름을 방해하는 요소가 될 수도 있다.
영화 <브루탈리스트>는 독창적인 연출과 깊이 있는 연기로 주목할 만한 작품이다. 관객의 집중력 한계를 넘기는 긴 상영시간은 부담이 될 수도 있다. 서사를 압축하고 몰입도를 높였다면 더 강렬한 인상을 남길 수 있지 않았을까.
Relative conten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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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특종' 경주에서 값진 승리는 없다
1972년 뮌헨 올림픽은 슬픈 역사의 한 페이지로 기억됩니다. 팔레스타인 테러 조직 '검은 9월단'이 올림픽 선수촌에 침입해 이스라엘 선수 11명을 살해했기 때문인데요. <9월 5일: 위험한 특종>은 당시 테러 상황을 생중계한 미국 ABC 방송국 주조정실의 모습을 생생하게 담아낸 영화입니다. 언론인을 꿈꾼다면 1970년대 보도 현장을 간접적으로 체험할 수 있고, 저널리즘의 역할에 대한 다양한 질문을 던지는 이 작품을 꼭 한 번쯤 관람하기를 추천합니다.
※ 씨네랩으로부터 초청받은 <9월 5일: 위험한 특종> 시사회를 통해 영화를 감상했습니다. <9월 5일: 위험한 특종>은 2025년 2월 5일 국내 개봉작입니다.
9월 5일: 위험한 특종
September 5
Summary
1972년 뮌헨, 올림픽 생중계에 도전한 ABC 방송국 스포츠팀은 무장한 테러리스트들이 선수촌에 난입해 인질극을 벌이고 있음을 알고 이를 생중계로 보도한다. 솟구치는 시청률과 9억 명의 시청자까지, 생방송으로 내보내는 단독 특종에 전 세계의 이목이 집중된 가운데, 그들은 테러리스트들 역시 자신들의 방송을 보고 있음을 알게 되는데… (출처: 씨네21)
Cast
감독: 팀 펠바움
출연: 피터 사스가드, 존 마가로 외
9억 명이 시청한 테러 생중계
영화의 주인공은 뮌헨 올림픽의 생중계를 맡은 ABC 방송국 스포츠 팀입니다. 당시 ABC 방송국은 전 세계 최초로 올림픽 위성 동시 생중계를 진행해 이목을 끌었습니다. 원활한 방송을 위해 올림픽 선수촌 옆에 간이 스튜디오를 세우기까지 했죠. ABC 방송국은 차질 없는 생중계를 위해 수많은 위기 상황에 대비했겠으나, 올림픽 도중 테러 사건이 발생할 것이라고는 감히 상상조차 하지 못했을 겁니다. 테러 발생 직후, 마침 사건 현장과 가장 가까운 곳에 있던 그들은 이 상황을 전 세계에 실시간으로 송출하기로 합니다.
<9월 5일: 위험한 특종>은 멀티 캐스트를 활용해 테러 상황을 라이브하는 주조정실의 모습을 밀도 있게 그려냅니다. 주조정실을 지휘하는 프로듀서, 몸집만 한 카메라를 테러 현장과 가까운 언덕으로 끌고 올라가는 카메라맨, 독일 경찰의 무전을 엿듣는 통역사, 선수로 위장해 올림픽 선수촌을 드나드는 직원까지. 정신 없이 오가는 사람들 한가운데서 영화를 관람하다 보면, 관객이 아니라 그 현장 속 '주조정실 직원 1'이 된 것 같은 기분이 들 정도죠.
ABC 방송국 스포츠 팀은 '특종'을 놓치지 않기 위해 고군분투합니다. 전 세계 시청자의 눈과 귀를 사로잡는 화면이 무엇일지를 고민하느라 잠시도 쉬지 못합니다. 그들의 생중계는 인질이 전원 생존했다는 속보를 전함으로써 22시간 만에 막을 내렸고, 약 9억 명이 시청하는 대기록을 세웠습니다. 어마어마한 시청률로 방송을 마친 제작진은 축배를 나눠 듭니다.
그러나 후손들인 우리는 이미 역사를 알고 있습니다. 역사에 기록된 바는 '전원 생존'이 아니었지요. 극 중에서도 테러 조직이 인질로 붙잡은 이스라엘 선수 11명을 살해했다는 것이 뒤늦게 밝혀집니다. 생중계를 이끈 프로듀서 '제프리'는 어찌저찌하여 방송을 마무리하지만, 언론인으로서 깊은 고뇌에 빠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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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통은 언제부터 특종이 되었나
1970년대의 기술 상황을 고려할 때, 테러 상황을 실시간으로 전 세계에 생중계한 것은 여러모로 엄청난 일입니다. 어떤 의미에서는 축배를 들지 않을 수 없는 일이었을 테죠. 그러나 이를 긍정적으로 바라볼 수만은 없다는 것도 우리는 이미 알고 있습니다. 우리는'전원 생존'이라는 오보와 특종을 위해 자극적인 내용들을 앞다투어 내세우던 언론의 경쟁적인 보도 행태를 직접 경험한 세대이기 때문입니다.
제 머릿속에는 아직도 언론이 보도한 이미지를 통해 공개된 고통의 면면들이 선명합니다. 가라앉은 세월호가 선명하고, 소란했던 이태원이 선명하며, 질주하는 제주항공 비행기가 선명합니다. 언론은 이러한 이미지들을 '시선 잡아끌기'용으로 대중에게 공개해선 안 됐습니다. 이러한 이미지가 가져올 결과를 고민했어야 합니다. 하지만 '제프리'의 실제 인물인 당시 ABC 방송국의 조정 프로듀서 제프리 메이슨마저도 팀 펠바움 감독과의 인터뷰에서 '(현장에서는) 그럴 시간이 없었다'고 답했다고 하지요.
이렇듯 <9월 5일: 위험한 특종>은 저널리즘을 향한 다양한 질문을 던지게끔 합니다. 뉴스는 세상에 어떠한 영향을 미치는가? 뉴스의 영향력을 어디까지 고려해야 하는가? 언론인은 어떤 자세로 사실을 대해야 하는가? 사실이란 무엇인가?고통은 언제부터 특종이 되었나?
오늘날은 소셜 미디어가 언론보다 빠르게 소식을 전파하는 시대입니다. 이러한 상황에서도 언론은 여전히 쓸데없는 '특종' 경주에 올라타 있고, '시선 잡아끌기'용 보도에 열중하는 것만 같습니다. 이제는 정보의 홍수 속에서 제대로 된 '단독'을 기획하는 언론이 필요합니다. 사회적 약자를 무시하는 대기업의 횡포를 포착하거나, 장애인 이동권 시위를 쟁점을 언론인의 시선에서 정리하거나, 팩트 체킹된 정보를 공정한 관점에서 취사선택하여 전달하거나... 특종이나 단독이라는 말머리가 달려야 할 기사는 무릇 이런 것이어야 하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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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월 5일: 위험한 특종>은 체험하는 영화로서도 무척 인상적인 작품입니다. 주조정실 안에서만 진행되는 스토리인데도 손에 땀을 쥐게 하고, 쉬이 가라앉지 않는 긴장감을 만들죠. 그때 그 시절의 방송 현장을 보는 재미도 쏠쏠합니다. 수제로 자막을 만드는 모습, 필름을 느리게 돌려 슬로우 모션으로 재생하는 모습, 확대한 사진을 출력하기 위해 필름을 재촬영하는 모습 등 다채로운 아날로그 기술의 향연이 펼쳐집니다. 저널리즘을 향한 여러 질문들을 곱씹으며, 당시의 모습을 재현하기 위해 부단히 애쓴 미술팀의 활약도 감상해 보시길 바랍니다.
One-Liner
재앙은 언론에 기회로 작동하고, 보도윤리를 지키는 언론에는 기회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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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정이라는 이름의 정권, 혹은 저항의 씨앗
모하마드 라술로프 감독의 영화 <신성한 나무의 씨앗>은 2022년 마흐사 아미니의 사망 이후 이란 전역에서 일어난 '여성, 생명, 자유' 시위를 배경으로 한다. 이 작품은 억압적 체제 속에서 무너지는 한 가족의 서사를 통해 정치와 일상이 만나는 지점을 정면으로 응시한다.
주인공 이만은 시위가 진행되는 상황 속에서 수사 판사로 승진하며 가족의 안전을 명분으로 총을 받는다. 하지만 이 총이 사라진 순간부터 그는 가족을 의심하기 시작하고, 불안과 권력욕이 겹치며 점점 독재자의 얼굴을 드러낸다. 결국 신뢰는 깨지고, 가정은 붕괴한다.
이만의 가족은 체제 내 다양한 위치와 시선을 상징한다. 이만은 억압하는 정권을, 아내는 전통적 가치에 묶인 여성상을, 딸들은 변화와 저항의 가능성을 담는다. 특히 영화 곳곳에 삽입된 실제 시위 장면과 폭력에 노출된 여성들의 모습은 현실과 극의 경계를 허물며 강한 메시지를 던진다.
가족을 지키기 위해 지급된 총은 결국 가족을 파괴하는 도구가 되고, 일상을 기록하던 캠코더마저 후반부엔 취조와 감시의 시선으로 변질된다. 보호와 통제, 기록과 감시는 종이 한 장 차이일 뿐이라는 것을 영화는 냉철하게 보여준다.
이만이 “나는 정직하게 살아왔다”라고 말하지만 그가 가족 중 총을 가져간 사람을 찾아내는 과정은 타인의 권리를 침해하고 공포로 통제하는 방식이다. 문제는 그가 이 모든 행동이 정당하다고 믿는다는 데 있다. 권력과 신념이 결합한 자의 위험성을 영화는 날카롭게 포착한다.
이만은 가족들을 심문하기까지 이르고, 아내인 나즈메는 이만처럼 좋은 아버지에게 그러면 안 된다며 아이들을 다그친다. 가정도 하나의 서열이 존재하는 집단이다. 그렇다면 이만은 누구에게 그런 권력을 부여받았을까. 오랜 가부장제, 침묵을 강요당해 온 여성들, 자기검열에 익숙한 사회가 그 답일 것이다. 영화 속 여성들은 머리 염색, 매니큐어, 히잡, 옷차림 하나도 자유롭게 선택할 수 없다. 그 현실 속에서 변화의 목소리는 죽음과 폭력으로 되돌아온다.
반면 둘째 딸 사나는 타협하지 않는다. 그는 부모가 자신을 아이로 여길 때, 몰래 언니의 친구를 집에 숨겨 들이고, 총을 감춘다. 이만을 가장 불안하게 만드는 존재는 결국 가족 중에서도 가장 약자로 인식했던 사나인 셈이다. 우리는 이런 모습을 낯설지 않게 마주해왔다. 어머니의 희생을 당연시했던 과거 세대와, 가부장적인 그 구조에 의문을 제기하는 현재 세대 사이의 균열. 이 영화는 바로 그 지점을 정면으로 파고든다.
2시간 47분의 상영시간, 점점 고조되는 갈등과 폭력의 수위가 때론 불편하게 다가올 수 있다. 그러나 그 모든 것이 지독하게 현실적이라 계속 바라보게 만든다. 이만의 붕괴는 마치 변화를 막고 억압만 해서는 긍정적인 결말을 맞을 수 없다는 걸 암시하는 듯하다.
이 영화는 단지 스크린 속 이야기로 그치지 않는다. 나즈메를 연기한 배우는 영화 출연으로 인해 사실상 자택에 감금되어 있는 상태로 전해진다. <신성한 나무의 씨앗>은 영화 안과 밖 모두에서 저항과 용기를 담은 기록이다. 허구와 현실 사이에 뿌려진 이 씨앗이 어떤 나무로 자라날지는, 이 영화를 마주한 우리의 몫이다.
본 글은 씨네랩 크리에이터로 시사회에 초대받아 작성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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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23회 전주국제영화제의 모든 것
3월 31일 목요일 오후 6시 CGV 용산아이파크몰에서 제23회 전주국제영화제 기자회견이 진행되었습니다.
출처 : 전주국제영화제 (김승수 조직위원장-이준동 집행위원장-문석 프로그래머-문성경 프로그래머 - 전진수 프로그래머)
김승수 조직위원장은
"제23회 전주국제영화제를 마지막으로 조직위원장을 떠난다. 전주는 용기 있는 도시다. 다른 도시에서 망설였던 영화들을 전주는 망설이지 않고 용기 있게 준비했다. 앞으로 초심을 지켜가는 영화제가 될 수 있도록 기간 내 노력하겠다"라고 밝혔습니다.
이준동 집행위원장은
"전주국제영화제는 2020년 코로나19가 전 세계 팬데믹이 되고 나서 가장 먼저 열린 국제영화제로 기존에 없었던 새로운 매뉴얼을 만들어서 새로운 길을 개척해나갔다. 이번 국제 영화제는 회복할 단계로, 3년 만에 전주국제영화제 '돔'을 설치하여 중요한 행사를 진행할 예정이다. 그럼에도 걱정스러운 건 방역이다. 어떠한 경우에도 신속하게 대응할 준비를 갖추었다. 안전한 영화제가 되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다"라고 밝혔습니다.
출처 : 전주국제영화제
이번 전주국제영화제의 시작을 열어줄 개막작은 코고나다 감독의 '애프터 양'입니다.
출처 : 전주국제영화제
코고나다 감독은 2017년 데뷔작 <콜롬버스>에 이어 최근 OTT를 통해 방영 중인 <파친코>를 연출하며 널리 알려지기 시작한 한국계 감독입니다.
코고나다는 감독이 되기 전에는 웨스 앤더슨, 오즈 야스지로, 스탠리 큐브릭 등을 포함한 유명 감독에 대한 비디오 에세이를 제작하여 영화계에 이름을 알렸던 영화작가이자 학자였습니다.
그의 두 번째 작품인 <애프터 양>은 미국의 단편소설 작가 알렉산더 와이스틴의 원작 [양과의 안녕 Saying Goodbye to Yang]을 영화화한 것으로 정적이고 미니멀한 SF라는 독특한 연출력을 보여주는 작품입니다.
폐막작으로는, 에리크 그라벨 감독의 <풀타임>이 선정되었습니다.
출처 : 전주국제영화제
캐나다 출신으로 프랑스에서 활동해온 에리크 그라벨 감독의 두 번째 장편 <풀타임>은 비정규직 직장에 다니며 두 아이를 키워야 하는 싱글맘의 극한 상황을 여과 없이 보여주는 작품입니다.
집값을 절약하고자 대도시 근교로 먼 출퇴근길에 올라야 하는 사람들, 출산과 양육으로 경력단절을 겪어야 하는 여성 근로자들, 그 와중에 벌어지는 파업과 구직난은 우리에게도 깊은 공감과 함께 답답함을 느끼게 합니다.
올해 국제경쟁 섹션에는 첫 번째 혹은 두 번째 장편영화를 연출한 감독의 영화 가운데 아시아 최초로 상영되는 작품을 대상으로 예심을 거쳐 총 10편을 초청했습니다. 젊은 영화인들이 마든 다양한 장르의 패기 넘치는 작품들이 자리하고 있습니다. 작년에 이어 올해도 10편 중 6편이 여성 감독 연출작으로 선정되어 여성 연출자의 약진이 계속되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국제 경쟁 섹션]
- 요즘 사람들 Actual People - 킷 자우하
- 청춘을 위한 앨범 Album for the Youth - 말레나 솔라르스
- 알레프 Aleph - 이바 라디보예비치
- 고독의 지리학 Geographies of Solitude - 재클린 밀스
- 아슬란을 찾아서 A Human Position - 아네르스 엠블렘
- 메두사 Medusa - 아니타 호샤 다 실베이라
- 레이와 디오 Raydio - 잔카이디
- 스파이의 침묵 The Silence of the Mole - 아나이스 타라세나
- 도쿄의 쿠드르족 TOKYO KURDS - 휴가 후미아리
- 시계공장의 아나키스트 Unrest - 시릴 쇼이블린
한국경쟁작은 총 9편으로 극영화 8편, 다큐멘터리 1편입니다.
심사를 담당한 문석 프로그래머는 "올해 가장 눈에 띄는 주제는 '가족'이었다. 팬데믹 장기화로 한동안 바깥 세계를 비판적으로 바라보던 시선들이 가족이나 사랑 같은 내적인 세계로 향한 듯 보인다"라고 밝혔습니다.
[한국 경쟁 섹션]
- 경아의 딸 Mother and daughter - 김정은
- 내가 누워있을 때 When I Sleep -최정문
- 비밀의 언덕 The Hill of Secrets - 이지은
- 사랑의 고고학 Archaeology of love -이완민
- 윤시내가 사라졌다 Missing Yoon - 김진화
- 잠자리 구하기 Saving a Dragonfly - 홍다예
- 정순 Jeong-sun - 정지혜
- 파로호 Drown -임상수
- 폭로 Havana - 홍용호
올해 전주국제영화제에서 가장 주목해야 할 섹션 중 하나는 이창동 감독의 작품 세계를 중간 정리하는 차원에서 만든 [이창동 : 보이지 않는 것의 진실] 입니다.
출처 : 전주국제영화제
특별전에서는 프랑스 알랭 마자르 감독이 만든 이창독 감독에 관한 다큐멘터리가 월드 프리미어로 상영되며, 이창동 감독이 연출한 최신 단편영화 <심장소리>또한 세계 최초로 공개됩니다. 이창동 감독이 연출한 장편영화 6편 모두 4K 디지털 리마스터링 된 화질로 상영활 계획으로, 이 또한 세계 최초입니다.
4K로 상영되는 이창독의 감독의 전작은 애초부터 4K 디지털로 촬영된 <버닝>과 이미 4K 리마스터링 작업 후 한차례 공개된 적이 있는 <박하사탕>을 제외하면 모두 4K 버전으로는 처음 상영됩니다.
출처 : 전주국제영화제
다음으로 주목할만한 섹션으로는, [충무로 전설의 명가 태흥영화사]입니다. 전주국제영화제와 한국영상자료원이 함께 준비한 회고전 '충부로 전설의 명가 태흥영화사'는 지난해 안타깝게 세상을 떠난 이태원 태흥영화사 대표를 추모하고, 태흥영화사가 한국영화사에 남긴 발자취를 돌아보기 위해 기획되었습니다.
출처 : 전주국제영화제
이번 특별전에서는 칸영화제에서 감독상을 수상한 <취화선>을 비롯해 모두 8편의 영화가 상영됩니다. 임권택 감독을 비롯해 이두용, 김유진, 장선우, 배창호, 김홍준, 이명세, 송능한 감독의 대표작이 선보일 예정입니다. 이 중 <취화선>과 <장비빛 인생>(김홍준)은 디지털 상영본으로 최초 공개됩니다.
전주국제영화제가 선정한 영화인 한 명이 특별 프로그래머가 되어 작품을 직접 고르고 선정하여 시네필에게 소개하는 [J 스페셜 : 올해의 프로그래머]에는 연상호 감독이 선정되었습니다.
연상호 감독은 "전주국제영화제로부터 '올해의 프로그래머' 제안을 받고 과연 어떤 기준으로 프로그래밍을 해야 할까 고민을 많이 했다. 그러다 단순하게, '요즘 내가 가장 관심 있어하는 장르영화에 영향을 준 작품들로 프로그래밍을 해보자! '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게 선택한 세 영화는 요즘 내가 가장 관심 있어하는 장르의 영화, 또 극장에서 관람할 기회를 놓친 작품들이다."라고 말했습니다.
출처 : 네이버 영화
데이비드 린치 감독의 <블루 벨벳>(1986), 구로사와 기요시 감독의 <큐어>(1997) , 가타야마 신조 감독의 <실종> (2021) 이외에 연상호 감독의 첫 번째 장편영화 데뷔작인 <돼지의 왕>과 첫 번째 실사영화 데뷔작인 <부산행>도 프로그램에서 함께 볼 수 있습니다.
이외에도 코로나19 상황에서도 다양한 이벤트와 자전거 대여 등 다양한 지역 밀착형 프로그램을 준비했습니다. 방역 관련 질문에 이준동 집행위원장은 " 전주국제영화제는 이미 2년 전에 온라인으로 진행하며 노하우가 쌓였다. 방역 당국, 영화제 측 의료 장관들과 함께 준비를 해와서 오프라인으로 가겠다는 강력한 의지가 있다. 하지만 제일 중요한 건 안전이기에 세심하게 신경 쓰도록 하겠다"라고 밝혔습니다.
제23회 전주국제영화제는 오는 4월 28일(목)~ 5월 7일(토) 10일간 개최됩니다.
씨네랩 에디터 Ria
- 요즘 사람들 Actual People - 킷 자우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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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욕망의 해방만이 답은 아니다.
경고: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결론: 실패한 피카레스크
넷플릭스 드라마 <살색의 감독 무라니시>(약칭: 무라니시)의 주인공은 무라니시 도루라는 실존인물이다. 그는 1980년대 ~ 1990년대에 일본 안에서 AV 산업을 주름잡았었던 인물이었다. 그래서 드라마를 보면서 이런 의문이 들었다. 왜 제작자들은 넷플릭스를 통해 그의 행적을 되살리려고 했던 걸까. 그리고 그것의 궁극적인 목적은 무엇일까.
<무라니시>는 무라니시 도루(야마다 타카유키)의 명암을 드러내는 피카레스크를 표방한다. 흡사 <더 울프 오브 월스트리트>처럼 말이다. 그에 맞게 <무라니시> 시즌 1은 무라니시의 빛나는 성공을, 시즌 2는 무라니시의 잘못과 몰락을 그린다. 무라니시뿐만 아니라 AV 산업에 숨어 있는 명암도 드라마가 다루는 소재다.
하지만 <무라니시>가 놓쳐버린 것이 있다. 바로 피카레스크가 전달해줘야 하는 감정이다. 피카레스크는 악인들의 이야기를 그려야 한다. 그런 만큼 평면적인 등장인물들이 나오는 작품들보다 만들기 더욱 어렵다. 이들은 보통의 주인공들에게 느끼는 공감과 악인들의 잘못으로 인해 몰락하는 결말을 동시에 선사해줘야 하기 때문이다.
아리스토텔레스의 <시학>에서 그 근거를 찾아볼 수 있다. <시학>에서는 등장인물의 불행이 그의 악행 때문에 일어나지 않아야 한다고 이야기한다. 불행이 실수나 판단 착오 때문에 일어나야 등장인물들에게 공감할 수 있기 때문이다. 악인이 주인공이라면 이 감정과 함께 그의 몰락으로 인한 카타르시스도 같이 선사해야 한다.
무라니시란 캐릭터의 문제점
<무라니시> 속 무라니시에게는 주인공으로서 선사하는 공감이 있다. 하지만 악인으로서 선사하는 카타르시스는 없다. 무라니시는 드라마 내내 인간의 욕망을 해방시키겠다는 목표로 가득 차 있다. 그의 욕망에 동조한 주변인들도 마찬가지였다. 시즌 1의 매력은 마침내 그 욕망을 성취하는 데 성공한 무라니시의 모습으로 만들어진다.
분명 무라니시의 목표는 잘못되었다. 그럼에도 무라니시에게 공감을 했던 이유는 그 목표를 이루려 노력하는 모습이 보였기 때문이다. 이는 <하우스 오브 카드>의 주인공 프랜시스(케빈 스페이시)에게 느꼈던 감정과 비슷하다. 그래서 시즌 1이 매력적으로 느껴졌던 것이다. 무라니시의 성공은 성취감과 씁쓸함을 동시에 전달했다.
하지만 시즌 2가 되면 이러한 모습은 정반대의 감정을 전달한다. 드라마가 그에게 면죄부를 주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드라마는 그의 실책을 드러내면서도 그 실책이 출발부터 잘못된 목표에서 비롯되었다는 것을 애써 회피하려 한다. 그 이중성이 드라마를 혹평하게 만들 수밖에 없는 요소다.
그 이중성은 결말에서 격화된다. 무라니시는 몰락한 뒤 길거리에서 물건을 파는 거지로 전락한다. 어느 날 그는 예전 동료와 함께 바다로 가게 된다. 무라니시의 폭주를 보다못해 그와 결별했던 사람이었다. 무라니시는 그에게 해변가의 돌을 파는 퍼포먼스를 한다. 그리고 다시 재기할 수 있다고 자신감을 내비친다.
이 모습은 무라니시의 불행이 그의 욕망을 알아주지 못했던 세상 때문이라는 뉘앙스를 전달한다. 무라니시가 가지고 있는 욕망은 순수했지만 세상이 그걸 알아주지 않아 몰락했다는 이야기다. 이 탓에 카타르시스는 완전히 증발해버리고 말았다. <더 울프 오브 월스트리트>도 표면적으론 악인의 승리로 끝나지만 이 카타르시스는 확실히 챙겼다.
의혹
결국 <무라니시>의 어정쩡한 태도는 욕망을 해방시키면 안 된다는 기괴한 결말로 끝나버렸다. 어쩌면 <무라니시>는 무라니시의 여러 면을 보여주는 척하면서 그의 모습을 그리워하는 게 아닐까. 물론 그의 욕망이 실현될 가능성은 없어보인다. 여전히 올바른 삶을 살려는 수많은 사람들이 있는 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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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웃고 울게 만드는 <기적>의 세 가지 특이점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기찻길은 있어도 정작 기차역은 없는 마을에서 아버지 ‘태윤(이성민)', 누나 ‘보경(이수경)'과 함께 살아가는 ‘준경(박정민)'. 누나와 함께 마을에 남아 왕복 5시간 통학길을 감수하며 지내는 그는 마을에 간이역을 만들어 달라는 편지를 청와대에 계속해서 보낸다. 이러한 준경에게 우연히 관심을 갖게 된 자칭 뮤즈 ‘라희(임윤아)'는 그의 편지 쓰기를 돕기 시작하고, 준경의 편지에 지금보다 더 큰 힘이 실리도록 장학퀴즈나 대통령 배 수학경시대회에 응시할 기회도 마련해준다. 그러는 사이 자신도 의식하지 못하던 찰나에 준경에게는 따뜻한 기적이 찾아온다.
대한민국 최초의 민자 역사인 양원역을 모티브로 한 <기적>은 추석 시즌 영화답게 웃음과 눈물, 감동과 풋풋한 로맨스까지 확실한 재미를 보장해준다. 물론 완전하지는 않다. 예를 들어 전반적인 영화의 분위기가 결코 가볍지 않은 가운데, 두 주인공의 로맨스처럼 결이 유독 다르게 느껴지는 대목은 서로 다른 두 영화를 이어 붙인 듯한 어색함도 자아낸다. 이처럼 종합 선물세트 같기도 하고 오랜만에 만난 어색한 친척 같기도 한 <기적>의 인상은 작중 빛나는 세 가지 특이점, 터널, 기적, 그리고 반딧불이에서 비롯된다고 볼 수 있다.
사실 <기적>의 전반부를 놓고 장면 하나하나를 곱씹어 보면 엉성하다고 볼만한 순간이 적지 않다. 마을 주민들의 불편함은 이해가 되지만, 준경의 동기가 명확하게 제시되지 않다 보니 맹목적이라고 할 수 있는 간이역에 대한 그의 집착은 공감을 일으키지 못한다. 불도저처럼 직선적인 라희와 소심한 준경의 티키타카도 풋풋한 싱그러움과는 별개로 억지스럽다. 우연적인 만남으로 시작해 우정을 빙자한 로맨스는 간이역 설립을 위한 준경의 편지 쓰기를 라희가 도우면서 진행되는데, 애초에 준경의 동기나 목적이 와닿지를 않으니 그 과정이 지나치게 들떠 있는 것처럼 느껴진다.
그러나 정작 영화를 보는 중에는 위의 내용이 전혀 어색하지 않다. 실화에서 모티브를 얻었지만 엄연히 픽션 영화인만큼, 기본적으로 <기적>의 매력은 동화적 판타지에서 비롯되기 때문이다. 이장훈 감독은 시작과 동시에 본인의 전작인 <지금 만나러 갑니다>처럼 영화의 배경을 현실이 아닌 동화로 옮겨 놓는다. 예상치 못하게 터널에서 튀어나오는 화물 열차를 피하는 찰나에 준경의 이야기가 시작되는 것은 우진(소지섭)이 사별한 연인 수아(손예진)를 터널에서 다시 만나는 데서 모든 이야기가 비롯되는 것과 다르지 않다. 특히 터널이라는 존재가 <부산행>의 마지막 장면처럼 흔히 특정한 시점 이전의 세상과 그 이후의 세상을 나누는 분기점처럼 활용된다는 점을 고려하면, 이 작품이 한 편의 판타지를 그려내는 것은 더욱 분명해진다. 그 덕분에 다소 엉성하고 어색할 법한 장면이나 설정도 오히려 동화적인 분위기를 살려주는 포인트가 된다.
이렇게 <기적>이 그려내는 동화적인 판타지는 보경과 관련된 부자의 가슴 아픈 과거사가 등장하는 중반부터 반전과 신파의 힘을 극대화하는 추진력으로 작용하기도 한다. 관객을 동화 속으로 초대하는 오프닝에 가려져 있던 현실을 일깨우고 과거의 사연을 뒤늦게 털어놓으며 의문을 해소시키고, 역으로 감동과 눈물을 자아내면서 가족의 비극을 강조한다. 이러한 전개 역시 <지금 만나러 갑니다>와 유사한 측면이 있는데, 같은 전략이 다시 한번 적중한 결과 기꺼이 눈물을 흘리고 싶은 신파가 완성된다.
흥미로운 것은 이 신파에서 제목인 '기적'의 중의성이 중요한 포인트가 된다는 사실이다. 우선 영화 제목은 기적(miracle)을 뜻하며, 모두가 불가능하다던 간이역을 기어코 만든 준경의 사연은 분명 기적이라고 부를 법하다. 그런데 단지 그것만이 기적은 아니다. 영화는 과거에 얽매여 현재를 살지 못하고 미래를 생각지 못하는 같은 문제점을 공유하는 두 남자가 과거의 비극을 극복하는 것도 또 하나의 기적이라고 이야기한다.
준경은 도로조차 없는 시골 구석에서 무려 NASA에 장학생으로 유학 갈 기회를 잡지만, 과거의 아픔 때문에 집을 떠나는 것을 망설인다. 아들의 상처를 공유하는 아빠 태윤은 준경에게 자신의 아픔을 들키지 않기 위해 일부러 아들을 따뜻하게 대하지 않으며, 결국 고민에 휩싸인 그를 돕지 못한다. 이때 영화는 두 부자가 결코 이겨낼 수 없을 거라고 지레짐작했던 장애물을 끝내 넘어서고, 새로운 미래를 꿈꿀 수 있는 기회를 붙잡는 기적과도 같은 순간을 마침내 완공된 간이역에 첫 기차가 들어서는 순간과 일치시킨다. 기차의 기적 소리(whistle)가 온 마음이 흉터로 가득한 가족에게 기적(miracle)을 선사하는 것이다. 이렇게 영화는 서로 다른 기적이 멀리 떨어져 있지 않고 결국에는 하나임을 표현하는 장치로 기적의 중의성을 영리하게 활용한다.
다만 터널에서 시작된 웃음이 기차의 기적 소리에 뒤따르는 눈물로 귀결되는 전개가 마냥 반갑지만은 않다. 보편적인 감성에 호소할 수 있는 매력과 별개로, 복고적이고 회귀적인 이 눈물이 다소 때늦은 도착처럼 느껴질 여지도 있기 때문이다. <기적>의 플롯을 지탱하는 핵심 감정선은 가족을 위해 기꺼이 자신을 희생하는 누나 보경을 향한 준경의 그리움과 미안함, 그리고 아빠인 태윤의 회한이라고 할 수 있다. 따라서 작중 가족 이야기는 대학 진학을 포기하거나 동생들을 돌보기로 결심한 보경으로 대표되는 여성들에 대한 헌사라고 볼 여지도 있다. 문제는 이러한 류의 이야기가 이미 숱하게 소비되었고, 영화의 시대적 배경인 1986~8년에서 30여 년이 지나버렸기 때문에 영화가 보편적인 감성과 익숙함 사이의 경계에서 줄을 타는 듯이 느껴질 수 있다는 점이다. 그렇기에 조금 더 담백하고, 새로운 이야기가 가능하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도 자연스레 남는다.
또한 보경으로 대표되는 여성들에 대한 헌사라고 하기에도 애매한 측면이 있다. 왜냐하면 영화는 보경과 같은 캐릭터를 반복하는 데서 그치기 때문이다. 당장 라희만 하더라도 그녀는 스스로를 준경의 뮤즈라고 지칭한다. 하지만 예술의 원천 그 자체이자 예술가에게 영감을 심어주는 능동적 여신이었던 뮤즈의 본래 의미와 달리 그녀의 역할은 그저 준경을 뒷바라지하고 기다리는 선에서 제한된다. 라희라는 캐릭터 자체는 적극적인데, 정작 그 캐릭터가 활동할 수 있는 판을 못 깔아주기에 새로운 그림이 보이지 않는 것이다. 이처럼 판타지라는 고립된 배경에서 안전하게 추억을 되살리는 것에 그친 결과 영화의 로맨스는 준경과 라희가 반딧불이를 만나는 장면의 연출처럼 판에 박은 듯 몰개성적이다.
다행히도 어떤 면에서는 긍정적이고, 또 다르게 보면 부정적인 <기적>의 특이점들은 배우들의 역량 아래 일관된 이야기를 만들어 나간다. 이성민이 선보이는 가슴 절절한 부성애 연기는 명불허전이고, 박정민 역시 과거의 아픔부터 현재의 망설임과 고뇌에 이르는 복합적인 감정선을 유려하게 표현해내면서 극을 장악한다. 임윤아 역시 <엑시트>나 <공조>의 연장선상에 위치한 캐릭터를 맡아 극에 활력을 불어넣는다. 특히 이수경은 그녀가 아니었다면 중반부의 반전이 가져다줄 수 있는 감동이 반 이상 줄지 않았을까 싶을 정도로 큰 인상을 남긴다. 이러한 안정적인 앙상블 덕분에라도 <기적>이라는 기차는 최소한의 목표로 삼았던 간이역에 도착하는 데 성공한다.
A(Acceptable, 무난함)
동화 속 눈물과 감동에 배우들의 앙상블이 만나면 무방비로 설득될 수밖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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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가 사랑하는 모든 다큐들에게.
N년차 OTT 구독자로서, 넷플릭스의 가장 큰 장점은 바로 '다양성'이라는 생각이 든다. 그중에서도 다큐멘터리를 제일 좋아하는데, 항상 넷플릭스 오리지널 영화를 볼 때 어딘가 아쉬운 몇 % 의 부분들을 마저 채워주는 느낌이다. 그동안 봐왔던 몇 가지 인상 깊었던 다큐멘터리를 소개하겠다.
1. 섹스토피아(2017)
원제_Liberated: The New Sexual Revolution
미국 대학생들의 성에 대한 인식과 문화의 민낯을 확실히 알려준 다큐. 감독이 무작정 카메라를 들고 나와서 대학교 봄방학을 즐기는 모습을 촬영한다. 우리나라에 비해 성에 대해 다소 개방적이라는 건 알고 있었지만, 이렇게까지 아무 생각 없이 가벼운 만남을 추구한다는 것에 사실 좀 많이 충격을 받았다. 이제는 '사랑'의 개념과는 많이 멀어진, 그저 단순한 즐거움을 위해 하루를 이름도 모르는 사람과 보내는 것이 다반사 된 그들의 일상을 가감 없이 보여준다. 사람을 한 인격이 있는 개체로 보지 않고, 그저 자신을 위해 필요한 수단으로 보는 비정상적인 생각이 일반화되고 있다. SNS를 포함한 다양한 매체에서 비추는 고정적인 여성과 남성의 역할에 어쩔 수 없이 적응하게 되고, 소외되지 않기 위해 평소에는 하지 않을 법한 행동들을 하는 그들을 보면서 어딘가 씁쓸함이 느껴진다.
무엇보다 성폭력의 위험에 노출되어 있는 여성들의 모습이 너무 안타까웠다. 바닷가에서 페스티벌을 즐기는 내내 그들은 남자들의 무차별적인 접촉을 피해 도망 다니기도 하고, 너무 대놓고 이상한 행동을 요구하는 사람들에 맞서 대항하고, 당황해하기도 한다. 어쩌면 그들에게 진정한 해방이란 외적으로 무언가를 드러내고 과시하는 것이 아닌 자신의 가치와 몸을 되찾고 심적으로 자유로워지는 것이 아닐까. 실제로 이런 실상을 촬영하고 있던 시기, 해당 구역에서 집단 강간 사건이 일어나 큰 파장을 일으킨다. 오히려 피해자를 도와주는 것이 아닌, 그 상황을 촬영하고 방관했다는 사실에 사람들은 크게 분노한다. 정말 점점 미친 세상이 되어 가고 있다. 최근에 봤던 다큐멘터리 중에 가장 직접적으로 와닿은 작품이다.
2. FYRE: 꿈의 축제에서 악몽의 사기극으로(2019)
원제_Fyre
FYRE, 이 축제를 한마디로 정의하자면 용두사미이다. 셀럽 모델들을 주인공으로 내세워 이제껏 경험할 수 없었던 엄청난 규모의 축제인 양 홍보를 해놓고, 막상 초대받은 인플루언서들이 도착했을 때는 기본적인 주거시설조차도 제대로 마련되어 있지 않았다. 음악 페스티벌 하나를 준비하는데 드는 사람들의 노력과 수많은 비용을 한 사람의 무지와 우매함으로 인해 물거품으로 만든 최악의 비극적인 사건이다. 최근에 이런 일이 일어났다는 게 솔직히 아직도 믿기지가 않았고, 처음 균열을 발견했을 때에도 그저 강압적으로 축제만 진행하면 된다는 식으로 마구 밀어붙인 대표의 태도에 말을 잃게 된다.
직장인으로서 개인적으로 사건의 흐름보다는 이 페스티벌을 담당하게 된 수많은 직원들이 겪는 심적인 고통과 스트레스에 나도 모르게 이입하면서 보게 되었다. 마치 마감일이 다가왔는데도 기본적인 틀조차 무시한 채 그저 마무리만 하면 된다는 상사에게 시달리는 것과 뭐가 다른가. 심지어 급여 문제도 있어서 기존에 받기로 했던 금액조차도 받지 못하고 일을 진행해야 했다고 한다. 이들은 이 사건이 끝난 후 지금까지 트라우마와 심적인 상처를 안고 살아가고 있다. 무엇보다 그 축제에 초대받은 인플루언서들에게는 정말 인생에 몇 없을 비극적인 일 중 하나였을 것이다. 최고급 숙박을 제공한다는 것과 엄청난 게스트들이 등장한다는 사실에 한껏 기대하고 도착한 곳은, 왠 짓다 만 텐트였던 것이다. 심지어 방수시설도 되어 있지 않아 물이 새고, 제대로 된 화장실도 없었다고 한다. 대표는 이상과 현실의 간극을 전혀 인지하지 못하는 사기꾼인 게 분명하다. 제일 화가 나는 포인트는 이 모든 사건에 대한 판결 이후이다. 결국 이 대표는 보석금을 내고 풀려나고, 지금은 또 다른 사업에 뛰어들었다고 한다. 제2의 Fyre 사기극을 준비할지도 모르는 법이다. 오히려 핵심 사건보다 그 이후의 근황을 보는 게 더 힘 빠지는 일인 것 같다.
3. 슈퍼맨 각성제(2018)
원제_Take Your Pills
각성제라고 불리는 '애더럴'을 포함한 약물들의 남용 사태에 대한 질문을 던진다. 나 또한 고등학교 입시 생활을 할 때 에너지 드링크를 마신 적은 있지만, 각성제를 주기적으로 먹어본 기억은 없다. 이미 지나치게 경쟁을 하고 있지만, 일종의 부스터로 각성제라는 옵션을 추가하게 된 사회를 카메라에 담는다.
이런 것에서도 사회 구조가 드러나는 점이 흥미롭다. 고소득층의 자녀들은 여러 가지 과외를 받으면서 좋은 점수를 받을 기회가 비교적 많아지는데, 소득이 낮은 부모의 자녀들은 오로지 자신의 힘으로만 성적을 감당해내야 한다. 좋은 점수는 받고 싶은데, 자신이 없을 때에는 이런 약의 힘을 빌려서라도 살아남아야 한다는 아이들의 인터뷰가 놀라웠다. 이 또한 어떻게 보면 부정행위라고 할 수 있는데, 이는 격차를 줄이기 위한 정당한 행위라고 주장한다. 또한 ADHD가 있는 아이들이 애더럴을 섭취하게 되면 집중력이 좀 더 좋아진다고 믿는 부모들도 있다. 한 어머니는 아들의 예술적 재능이 약을 통해서 더 잘 발현되었다고 말하는데, 사실 그 아이는 어렸을 때부터 약을 먹어야 하는 게 정말 싫었다고 말한다. 그 아이는 거의 10년간 약을 먹어왔는데, 실제로 이렇게 약에 의존하는 아이들의 수가 상당하다고 한다. 너무 어릴 때부터 약에 길들여지는 건 아닌지 걱정하는 것보다는, 순간의 완화 효과 때문에 득을 본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생각보다 제법 많은 것 같다.
학생들뿐만 아니라 성인들에게도 애더럴은 필수 요소가 되어가고 있다. 특히 증권사 일을 하는 사람들에게는 기본적으로 먹는 약들 중 하나라고 한다. 대체 경쟁에서 이기는 게 뭐가 그렇게 중요하길래 다들 이렇게까지 하는지, 경각심까지 들게 한다. 심지어 어떤 제약회사에서는 업무 효율을 증가시켜주는 약을 개발 중이라고 말한다. 이제는 약으로까지 경쟁하는 시대라니, 다음엔 뭐가 될지 무서워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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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달과 함께 추락하는 영화, 문폴
재난 영화 전문 감독인 롤랜드 에머리히 감독의 신작 문폴이 공개되었습니다.
이번엔 달이 추락해 지구와 충돌하게 되는 재난을 담고 있죠.
재난 전문 감독의 영화답게 달이 지구와 가까워지면서 다양한 재난의 모습을 보여줍니다.
그런데 많은 재난 장면들이 이미 과거에 본 적이 있죠?
그래서 기시감이 많이 들고 후반부로 갈수록 긴장감이 떨어집니다.
자세한 리뷰는 영상을 참고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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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속 좀비와 #살아있다 가 의미하는 것
영화 살아있다가 개봉했습니다.
저는 시사회를 통해 그럭저럭 봤던지라,
개봉 이후 관람객 평이 생각보다도 더 좋지 않아 조금 놀랐는데요.
이 콘텐츠는 영화 살아있다를 '이렇게도 볼 수 있지 않을까'하는 생각에 만들게 됐습니다.
오늘도 시청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영화 살아있다의 스포일러가 포함돼 있습니다.
#살아있다 #유아인 #박신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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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플래시백> 메인 예고편
“네가 선택하는 순간 그게 너의 현실이 될 거야”
과거, 현재, 미래를 초월하는 금지된 약 '머큐리'단조로운 일상에 지친 직장인 ‘프레드릭'.
어느 날 길에서 마주친 낯선 남자에게서 데자뷔를 느낀 뒤
기억 저편에 묻어두었던 고등학생 시절 첫사랑 '신디'를 떠올린다.
신디가 졸업 시험을 앞두고 갑자기 사라졌다는 사실을 알게 된 프레드릭은
그의 실종이 친구들과 호기심에 삼킨 금지된 약 '머큐리'와 깊이 연관되어 있음을 직감한다.
“나는 과거의 기억인가, 미래의 환영인가”
과거와 미래의 경계에 갇힌 프레드릭의 마지막 선택!
과거의 미스터리를 파헤칠수록 시공간이 무너지는 기묘한 감각을 느끼게 되고
악몽 같은 과거와 감옥 같은 미래의 경계에 갇힌 프레드릭은 자신의 현실을 결정할 최후의 선택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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