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okseol2021-04-14 16:37:11
[지브리 정주행 특집 ①] 귀를 기울이면 (Whisper of the Heart, 1995)
- 지브리 정주행 특집 첫번째 영화 -
"컨트리 로드, 이 길이 고향으로 이어진다 해도
나는 가지 않아. 갈 수도 없지"
귀를 기울이면, 1995
우리들의 꿈과 사랑의 시작은 언제부터였을까?
지브리가 보여주는 그 시절 몽글몽글한 첫사랑의 기억!
<귀를 기울이면>
*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을 수 있습니다.
▶ SYNOPSIS
책 읽는 것을 좋아하는 중학생 시즈쿠는 어느 날 도서카드에서 '아마사와 세이지'라는 낯익은 이름을 발견한다. 요 며칠간 빌려 본 책들의 도서카드를 전부 확인해 본 시즈쿠는 세이지가 매번 자신보다 먼저 책을 빌려간 소년의 이름이라는 것을 알게 되고, 세이지라는 인물에 대해 '그는 어떤 아이일까?' 혼자 상상하며 호기심을 갖는다.
한편, 도서관에서 일하시는 아버지의 도시락을 배달하러 지하철에 오른 시즈쿠는 혼자 지하철을 타고 어디론가 향하는 고양이를 보게 된다. 그 모습에 저도 모르게 고양이를 따라간 시즈쿠는 처음 보는 마을, 신비롭게 생긴 골동품 가게에 들어간다. 그 골동품 가게의 자상한 주인 할아버지를 만난 시즈쿠는 할아버지의 손자가 다름 아닌 세이지라는 것을 알게 된다. 세이지는 바이올린 장인이라는 확고한 꿈을 가지고 이탈리아 유학까지 생각하고 있을 정도로 도전적이고, 자신만의 길을 걷고 있는 소년이었다. 시즈쿠는 자신의 꿈을 위해 적극적으로 노력하는 세이지의 모습에 호감을 느끼고, 또 한편으로는 그의 그런 모습에 자극을 받아 '내가 하고 싶은 것은 무엇일까?' 고민하며 작가로서의 꿈에 한 걸음 도전하기 시작한다.
▶ REVIEW
1. 90년대의 일상과 아날로그적인 감성
지브리 영화를 꽤 보긴 했지만, 주로 누구나 알만한 판타지 위주의 작품들만 보아온 나로서는 이런 일상물이 생소하면서도 새롭게 느껴졌다. 사랑과 꿈에 대한 성장을 다루었으며, 일본의 서민적인 가정집 모습과 학교생활, 그리고 90년대 작품인만큼 아날로그적인 감성 충만한 요소들을 찾아볼 수 있다. 도서카드를 보면서 영화 <러브레터> 생각이 많이 났는데, 다른 작품 어딘가에서도 본 듯 한 걸 보니 일본에서는 흔한 소재인가보다. 일본 여행 갔을 때 현금을 쓰면서 느낀 거지만 나는 이렇게 너무 빠르게 흘러가지 않는 모습들이 오히려 좋더라. 잔잔한 영화를 좋아하는 사람은 분명히 좋아할 작품! 주인공도 지금까지 지브리 작품 중 손에 꼽을 정도로 귀엽다.
2. Take Me Home, Country Road
영화를 다 보고나면 저절로 흥얼거리게 되는 Country road~
세이지의 바이올린 연주와 시즈쿠가 노래를 부르는 장면은 작품 내에서도 단연 꼽게 되는 명장면인데, 시즈쿠가 작사한 노래 가사가 너무 좋다.
「 홀로됨을 두려워하지 않고
힘내서 살기로 꿈을 정했네
외로움을 억누르고
강한 자신을 지켜 나가자
컨트리 로드, 이 길을 계속 걸어가면
고향으로 갈 수 있을 것만 같은
느낌이 드는, 컨트리 로드
아무리 외롭더라도
절대 눈물은 보이지 말자
마음이 급한 건지
발걸음이 빨라지네
추억을 지우기 위해
컨트리 로드, 이 길이 고향으로 이어진다 해도
나는 가지 않아
갈 수도 없지
컨트리 로드, 내일이 와도
변함없이 나는 나
가고 싶지만, 갈 수가 없네
안녕, 컨트리 로드 」
3. 오하요!
개인적으로 너무너무 귀여웠던 장면!
친구였던 스기무라의 당황스러운 고백에 시즈쿠가 그냥 친구로 지내자!고 거절한 뒤, 등교길에 어색하게 만나 인사를 건네는 장면이다. 일본어로 "오하요(안녕)!" 하는 두 사람의 딱딱한 입모양이 포인트다 ㅋㅋㅋㅋ 이 영화를 보게 된다면 꼭 이 귀엽고 사랑스러운 장면을 놓치지 마시길!
4. 꿈을 찾는 사람에게, 길을 잃은 사람에게
뭔가를 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게 만드는 영화였다. 그리고 꼭 완벽하지 않더라도 그 자체로 시작과 도전이, 꿈을 꾼다는 자체가 얼마나 빛나고 의미있는 일인지 말해주는 영화. 조금 부족하면 어때? 너무나 당연한 과정인데! '이 작품을 10대 때 봤으면 좋았겠다'는 네이버 평점이 너무나 와닿았다. 처음 무엇인가를 시작하는 사람들, 아직 길을 찾고 있는 사람들, 그리고 새로운 길을 준비하려는 사람들 모두에게 위로가 될 것 같다. 일본 애니를 통해 꿈꾸고 위로받는 것을 좋아하는 편인데, 지브리에서 이렇게 직접적으로 '꿈'과 '위로'를 다룬 건 처음이라서 더 와닿았는지도 모르겠다.
5. 우리들의 세이지는 누구일까?
사람들은 누구든 그들의 성장에 꼭 필요한 사건들을 언제, 어디에서, 누구와든 반드시 경험하고 지나간다고 생각한다 나의 세이지는 누구였는지, 그 시절 나의 꿈은 무엇이었는지, 무엇에 분해하고 또 무엇에 열광했으며 나의 어떤 미래 모습을 그리고 원했었는지 하나하나 대입해보는 재미가 있는 영화라고 생각한다.
생각해보면 중고등학교 시절의 나는 시즈쿠보단 세이지에 가까웠다. 꿈과 목표가 명확했고, 친구들은 그런 나를 보며 확실한 꿈을 가지고 있는 몇 안되는 아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실제로 나는 그 시절 꾸었던 꿈과는 조금 다른 길을 걸어왔고, 지금은 잠시 멈춰서서 내가 진정 좋아하는 것이 어떤 것인지 다시 생각해보는 시간을 가지고 있다. 사람이 변하는 것처럼 꿈도 변하는 것 같다. 중요한 것은 현재의 내 마음에 귀를 기울이는 것이 아닐까? 충실한 현재에 사는 것이 후회없는 과거와 미래를 만드는 길이라고 믿는다.
▶ BEST QUOTES
1.
- 둘이 사랑하는 사인가요?
- 사랑하지만 사는 세계가 달라. 남자는 드워프의 왕이거든.
여자는 12시 종이 울릴 때만 양에서 원래대로 돌아온단다.
그래도 왕은 매시간 나탄서 공주를 기다린단다.
이 시계를 만든 장인이 이룰 수 없는 사랑을 했겠지.
2.
- 이대로 단숨에 탑을 넘자
- 저렇게 높은데?
- 가까이 있는 것은 작게, 멀리 있는 것은 크게 보이는 법이지
3.
너도 귀엽진 않구나. 나랑 똑같아.
왜 변하는 걸까?
나도 전엔 밝고 귀여운 애였는데
이젠 책을 봐도 예전처럼 설레지 않아
머릿 속에서 누가 항상 현실은 다르다고 말해
우울한 일이지?
4.
남들과 다른 방식의 삶이란 그만큼 어려운 거란다.
무엇이 일어나도 누구의 탓도 할 수 없으니까.
5.
- 시즈쿠, 다 읽었다. 고맙다. 아주 고마워.
- 거짓말! 솔직히 말해 주세요. 원하는만큼 못 썼어요.
뒷 부분은 엉망이고요. 저도 알아요.
- 그래, 거칠고 덜 다듬어진 게 세이지의 바이올린 같더구나.
시즈쿠의 원석을 보게 돼서 기뻤다.
수고했다. 넌 멋진 아이야.
서두를 필요 없다. 천천히 다듬어가렴.
6.
널 빨리 보고 싶었어.
속으로 네 이름을 불렀거든
'시즈쿠!' 하고.
그랬더니 정말 네가 나타난거야.
우리들 정말 굉장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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