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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03-02 15:48:19

시선의 권력과 폭력성을 직면하다

영화 <시빌 워: 분열의 시대>를 보고


 

작품을 수입하여 부제를 붙이거나 새로운 제목을 붙이는 것을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다. 제목은 작품의 얼굴이라고 생각하며, 어떤 선택은 작품을 오염시키기도 한다. 하지만 이 작품은 무척이나 어울리는 '분열의 시대'라는 부제를 달고, 한국의 극장에 도착했다. 그렇다면, 이 작품에는 어떤 ’분열‘이 벌어지고 있는가? 일차적으로는 ’내전‘으로 인한 분열이다. 한 나라의 국민임에도 갈라선 이들. 이들이 어떤 이념으로 인해 갈라서게 됐는지에 이 영화는 집중하지 않는다. 그러나 영화 속에서 한 인물이 기자인 주인공과 동료들을 향해 묻는 질문은 의미심장하다. “Which kind of American are you?”. 이 질문을 던진 뒤, 그의 총구는 아시아 출신 미국인들에게 먼저 향한다. 이차적으로는 ‘종군사진기자’들의 분열이다. 주인공인 이들은 내전 상황에서 내면의 분열을 겪으며, 이 작품은 후자에 초점을 둔다.

 

 

이들은 전쟁의 참혹함을 사진으로 다뤄내어 사람들의 의식을 고취시키겠다는 의지를 가진 인물들로 보인다. 그렇게 이들은 ’Great photo’를 찍기 위해 현장을 누빈다. 내전 상황 속에 펼쳐지는 수많은 이들의 죽음들. 그 순간 카메라를 들이밀어 극적인 순간을 담아내는 것이 그들의 일이다. 총탄이 오가고 피가 솟구치는 순간들이 화면에 연속적으로 보여진다. 전쟁 영화에 어울리지 않게 울려퍼지는 파티에서나 나올법한 음악은 우리의 의식을 혼란하게 만든다. 그 현장을 좋은 구도로 포착한 이들은 현장을 떠나며 말한다. ”아드레날린이 솟구친다”. 그러나 목숨을 내놓고 일하는 이들은 집단 내부에서 동료의 죽음을 맞이하자 온전히 다른 반응을 보인다. 쾌감 속에 익명의 인물들의 죽음을 담아내던 이들은 자신의 동료를 ‘그들’ 정도로 칭하자 그들도 이름을 가졌다며 분노를 표출한다. 게다가 집단의 정신적 지주격인 이의 죽음에는 절망하며 고함을 쏟아낸다. 이 순간, 이들의 음성은 음소거되어 이미지로만 비춰진다. 즉, ‘분열의 시대’라는 부제 속에 담긴 의미는 단순히 ‘내전’만을 의미하지 않는다. ’분열의 시대‘는 이들 내부에서도 진행 중이다.

 

 

결정적인 순간은 찾아오고, 총과 카메라는 번갈아가며 보여진다. 그렇게 시선의 권력이 가진 폭력성은 상징적으로 재현된다. ’shoot’은 ‘총을 쏘다’라는 의미 뿐만 아니라, ‘사진을 촬영하다’라는 의미도 있다는 것을 우리에게 다시금 알려주는 순간이다. 그리고 찾아온 클라이막스의 이미지는 예상 가능함에도 충격적이다. 카르티에 브레송이 말했던 ‘결정적 순간’은 그순간 카메라에 담긴다.

 

카메라의 곁에 오랜 시간 머물러왔다. 그렇기에 그 ‘결정적 순간’을 포착했을 때의 쾌감을 안다. 불행이 만드는 스펙터클은 끔찍하며 아름답다. 그때 나도 이들과 같은 표정을 지었을까. 일찍이 수전 손택은 <타인의 고통>에서 폭력이나 잔혹함이 보여주는 이미지들로 뒤덮인 현대사회에서는 사람들이 타인의 고통을 일종의 스펙터클로 소비한다고 지적한 바 있다. 스펙터클로 뒤덮인 사회에서 우리는 끝없이 폭력에 무뎌진다. 이는 온갖 매체들이 점점 더 폭력적인 이미지를 양산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더이상 예전 같은 자극으로는 대중들은 만족하지 못한다.

 

이 작품의 특장점은 그러한 스펙터클을 끝없이 재현하는 것을 넘어, 그 스펙터클을 온힘을 다해 포착하는 인물들의 복잡한 심리를 여과없이 표현한다는 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거룩한 뜻이 있다는 곳으로 나아가지 않고, 사실 우리는 스펙터클을 담아내는데 쾌감을 느낀다는 것을 인정한다는 점이 이 작품의 장점이다. 충분히 교조적인 흐름일 될 수 있었을 것임에도, 시선의 권력과 폭력성에 대해 인정하고 직면하는 이 영화가 좋다. 그렇다면 보는 이이자 찍는 이로서 나는 어떤 스탠스를 취해야 하는가. 영원히 풀리지 않을 이 질문을 남긴 채 이 영화는 우리의 손을 떠난다.

작성자 . 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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