숨2025-03-02 15:48:19
시선의 권력과 폭력성을 직면하다
영화 <시빌 워: 분열의 시대>를 보고
작품을 수입하여 부제를 붙이거나 새로운 제목을 붙이는 것을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다. 제목은 작품의 얼굴이라고 생각하며, 어떤 선택은 작품을 오염시키기도 한다. 하지만 이 작품은 무척이나 어울리는 '분열의 시대'라는 부제를 달고, 한국의 극장에 도착했다. 그렇다면, 이 작품에는 어떤 ’분열‘이 벌어지고 있는가? 일차적으로는 ’내전‘으로 인한 분열이다. 한 나라의 국민임에도 갈라선 이들. 이들이 어떤 이념으로 인해 갈라서게 됐는지에 이 영화는 집중하지 않는다. 그러나 영화 속에서 한 인물이 기자인 주인공과 동료들을 향해 묻는 질문은 의미심장하다. “Which kind of American are you?”. 이 질문을 던진 뒤, 그의 총구는 아시아 출신 미국인들에게 먼저 향한다. 이차적으로는 ‘종군사진기자’들의 분열이다. 주인공인 이들은 내전 상황에서 내면의 분열을 겪으며, 이 작품은 후자에 초점을 둔다.
이들은 전쟁의 참혹함을 사진으로 다뤄내어 사람들의 의식을 고취시키겠다는 의지를 가진 인물들로 보인다. 그렇게 이들은 ’Great photo’를 찍기 위해 현장을 누빈다. 내전 상황 속에 펼쳐지는 수많은 이들의 죽음들. 그 순간 카메라를 들이밀어 극적인 순간을 담아내는 것이 그들의 일이다. 총탄이 오가고 피가 솟구치는 순간들이 화면에 연속적으로 보여진다. 전쟁 영화에 어울리지 않게 울려퍼지는 파티에서나 나올법한 음악은 우리의 의식을 혼란하게 만든다. 그 현장을 좋은 구도로 포착한 이들은 현장을 떠나며 말한다. ”아드레날린이 솟구친다”. 그러나 목숨을 내놓고 일하는 이들은 집단 내부에서 동료의 죽음을 맞이하자 온전히 다른 반응을 보인다. 쾌감 속에 익명의 인물들의 죽음을 담아내던 이들은 자신의 동료를 ‘그들’ 정도로 칭하자 그들도 이름을 가졌다며 분노를 표출한다. 게다가 집단의 정신적 지주격인 이의 죽음에는 절망하며 고함을 쏟아낸다. 이 순간, 이들의 음성은 음소거되어 이미지로만 비춰진다. 즉, ‘분열의 시대’라는 부제 속에 담긴 의미는 단순히 ‘내전’만을 의미하지 않는다. ’분열의 시대‘는 이들 내부에서도 진행 중이다.
결정적인 순간은 찾아오고, 총과 카메라는 번갈아가며 보여진다. 그렇게 시선의 권력이 가진 폭력성은 상징적으로 재현된다. ’shoot’은 ‘총을 쏘다’라는 의미 뿐만 아니라, ‘사진을 촬영하다’라는 의미도 있다는 것을 우리에게 다시금 알려주는 순간이다. 그리고 찾아온 클라이막스의 이미지는 예상 가능함에도 충격적이다. 카르티에 브레송이 말했던 ‘결정적 순간’은 그순간 카메라에 담긴다.
카메라의 곁에 오랜 시간 머물러왔다. 그렇기에 그 ‘결정적 순간’을 포착했을 때의 쾌감을 안다. 불행이 만드는 스펙터클은 끔찍하며 아름답다. 그때 나도 이들과 같은 표정을 지었을까. 일찍이 수전 손택은 <타인의 고통>에서 폭력이나 잔혹함이 보여주는 이미지들로 뒤덮인 현대사회에서는 사람들이 타인의 고통을 일종의 스펙터클로 소비한다고 지적한 바 있다. 스펙터클로 뒤덮인 사회에서 우리는 끝없이 폭력에 무뎌진다. 이는 온갖 매체들이 점점 더 폭력적인 이미지를 양산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더이상 예전 같은 자극으로는 대중들은 만족하지 못한다.
이 작품의 특장점은 그러한 스펙터클을 끝없이 재현하는 것을 넘어, 그 스펙터클을 온힘을 다해 포착하는 인물들의 복잡한 심리를 여과없이 표현한다는 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거룩한 뜻이 있다는 곳으로 나아가지 않고, 사실 우리는 스펙터클을 담아내는데 쾌감을 느낀다는 것을 인정한다는 점이 이 작품의 장점이다. 충분히 교조적인 흐름일 될 수 있었을 것임에도, 시선의 권력과 폭력성에 대해 인정하고 직면하는 이 영화가 좋다. 그렇다면 보는 이이자 찍는 이로서 나는 어떤 스탠스를 취해야 하는가. 영원히 풀리지 않을 이 질문을 남긴 채 이 영화는 우리의 손을 떠난다.
Relative contents
-
- 36살과 13살은 사랑에 빠질 수 있을까?
5월은 푸르른 나무들이 싹을 틔우는 계절이고, 12월은 잎을 거두고 추위를 견디는 계절입니다. 영어권에서는 'May-December'가 5월과 12월의 간극처럼 나이 차이가 크게 나는 커플을 이르는 말이라고 하는데요. 영화 <메이 디셈버>는 관용어를 사용해 제목에서부터 영화의 소재를 내걸고 시작하는 작품입니다. 5월의 남자와 12월의 여자, 그들은 어떤 사랑을 하고 있을까요? 그들의 사랑은 정말 '사랑'일까요?
※ 씨네랩으로부터 초청받은 <메이 디셈버> 시사회를 통해 영화를 감상했습니다. <메이 디셈버>는 2024년 3월 13일 국내 개봉 예정작입니다.
메이 디셈버
May December
Summary
신문 1면을 장식하며 미국을 떠들썩하게 만든 충격적인 로맨스의 주인공들인 ‘그레이시’와 그보다 23살 어린 남편 ‘조’. 20여 년이 흐른 어느 날, 영화에서 그레이시를 연기하게 된 인기 배우 ‘엘리자베스’가 캐릭터 연구를 위해 그들의 집에 머물게 된다. 부부의 일상과 사랑을 깊숙이 들여다보는 엘리자베스의 시선과 과거의 진실을 파헤치는 그의 잇따른 질문들이 세 사람 사이에 균열을 가져오는데... (출처: 씨네21)
Cast
감독: 토드 헤인즈
출연: 나탈리 포트만, 줄리안 무어, 찰스 멜튼
강렬한 스캔들을 둘러싼 세 인물
: 말하는 사람, 듣는 사람, 갇힌 사람
이 영화의 'May-December' 커플은 60살이 다 된 아내 '그레이시'와 36살 남편 '조'입니다. 23년 전, 유부녀였던 '그레이시'는 자신이 일하던 가게의 아르바이트생이자 아들의 친구였던 13살 '조'의 아이를 가집니다. 감옥에서 아이를 출산한 '그레이시'와 '조'의 이야기는 뉴스 1면을 장식하는 희대의 스캔들이 되었죠. 강렬한 그들의 사랑은 이십여 년이 지나 영화화가 결정됐고, 연기 인생의 또 다른 한 획을 그을 작품을 찾던 배우 '엘리자베스'가 '그레이시' 역을 맡습니다. <메이 디셈버>는 'May-December' 커플의 이야기를 더 깊이 있게 이해하려는 '엘리자베스'가 부부의 집을 찾으면서 시작됩니다. 영화는 세 인물을 가까이에서, 또 멀리서 바라볼 수 있도록 시점을 조금씩 바꿔가며 이야기를 전개합니다. 그리고 이십 년 전의 스캔들을 중심에 둔 세 사람을 각각 말하는 사람, 듣는 사람, 갇힌 사람으로 정의하죠.
말하는 사람은 과거의 스캔들을 '엘리자베스'에게 들려주는 '그레이스'입니다. 당시를 회상하는 '그레이스'에게는 부끄러운 기색이 전혀 없습니다. 36살 유부녀가 13살 소년과 사랑을 나눠 아이를 가졌는데도, 아들 친구와 바람이 났는데도, 심지어 아들의 생일 전날에 이 사실이 세상에 알려졌는데도요. 손자와 자식이 같은 날 졸업하는 진 광경의 자리에도 당당하게 '엘리자베스'를 부릅니다. '그레이스'는 진실보다 자신이 원하는 삶을 더 중요시하는 인물로 비칩니다. 그래서 언제나 태연하고 뻔뻔할 수 있었죠. 그는 자신이 순진한 사람이길 원하고, '엘리자베스'가 자신들의 사랑을 완벽한 사랑으로 보길 원하며, '조'가 영원히 이 관계를 사랑으로 보길 원합니다.
듣는 사람은 완벽한 연기를 위해 부부를 취재하는 '엘리자베스'입니다. 그는 '그레이시'와 '조' 사이에 자리 잡은 진실을 파헤치려고 노력합니다. 이를 빌미로 부부의 과거를 헤집고, 진실에 더 가까운 이야기를 들으려 애쓰죠. 그런데 단순히 취재라고 포장하기에 '엘리자베스'의 취재 여정은 다소 기만적입니다. '그레이시'와 '조'의 딸이 있는 자리에서 "배역을 선택할 때는 '도덕적으로 모호한 인물'에 매력을 느낀다"라고 말하거나, 13살에 '그레이시'를 유혹한 '조'의 매력을 가늠하기 위해 그와 잠자리를 갖는 것도 마다하지 않죠. 어느새 진실 찾기는 핑계가 되고, '엘리자베스'의 눈빛에는 야심만이 이글거립니다.
갇힌 사람은 스캔들의 또 다른 주인공인 어린 남편 '조'입니다. 영화 초반부의 '조'는 공동체의 기억 속에 남은 강렬한 이야기와는 달리 더없이 다정하고 화목한 가정의 가장으로 보였습니다. 하지만 실상 '조'는 그때 그 이야기 속에서 조금도 크지 못한 채 머물러 있는 사람이었죠. "네가 나를 꼬신 거야", "나는 순진해"라는 '그레이시'의 함정에 빠져 죄책감과 부도덕함을 느끼고, 속죄와 책임감을 느끼며 살고 있었습니다. 이것이 자신이 원한 삶이라고 굳게 믿으면서요. 나비의 알을 주워다가 성체로 키워 날려 보내는 것만이 유일한 감정의 배출구였습니다. 이러한 삶을 평화로운 일상으로 여겨왔던 '조'에게 '엘리자베스'의 등장은 균열이었습니다. 진실을 찾는 '엘리자베스'로 인해 마음속 물음표가 떠오른 '조'는 외면해 왔던 진실에 향한 질문을 던집니다.
⊙ ⊙ ⊙
인간이라는 모호한 회색의 스펙트럼
영화를 만든 토드 헤인즈 감독은 <메이 디셈버>가 "자기 자신을 들여다보는 것에 대한 거대한 거부감"을 이야기하는 작품이라고 말했습니다. 세 인물의 공통점도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누구보다 가까운 존재, '자기 자신'이라는 진실을 대하는 방식 말입니다. 세 인물은 서로 다른 방법으로 자기 자신의 진실을 바라보길 거부합니다. '그레이시'는 원하는 대로만 말함으로써 자기 자신을 가렸고, '엘리자베스'는 남의 이야기를 파헤침으로써 자기 자신을 덮었으며, '조'는 아무것도 하지 않음으로써 자기 자신을 숨겼습니다.
그렇다고 해서 그들에게 잘못이 있냐고 묻는다면, 쉽게 대답하기가 어렵습니다. 이 세상에 자기 자신을 똑바로 직시할 수 있는 사람은 아마 없을 테니까요. 하지만 인간은 자기 자신을 제외하고는 누구든지 기꺼이 들여다보려 하는 이상한 습성이 있습니다. '엘리자베스'가 그랬듯이, 함부로 직시하죠. 이렇듯 세 인물의 도덕성과 옳고 그름에 관해 끝없이 생각하다 보면 궁극적으로 이런 생각에 가닿습니다. 극 중에서 나오는 '도덕의 회색지대'라는 말처럼, 바로 그 검은색도 흰색도 아닌 모호한 회색의 스펙트럼이 곧 인간의 본질이구나.
<메이 디셈버>는 처음부터 끝까지 바로 이 인간의 모호함에 관해 이야기하고 있는지도 모릅니다. 영화를 보고 난 뒤에 샘솟는 질문들도 모두 비슷한 철학적 물음과 맞닿아 있습니다.
- 36살 여인은 정말 13살 소년을 사랑했을까?
- 13살 소년은 정말 36살 여인을 사랑했을까?
- 13살 소년을 사랑한 36살 여인의 잘못은 무엇일까?
- 그것을 잘못이라고 말할 수 있는 근거는 어디에 있을까?
- 도덕이 먼저일까, 사랑이 먼저일까?
- 타인의 진실을 향한 '엘리자베스'의 열망은 인간으로서의 도덕인가, 배우로서의 야심인가?
- '엘리자베스'의 선을 넘는 야심과 '그레이시'의 순진한 가면 중 어느 것이 더 부도덕한가?
질문의 답을 고민하다 보면 머릿속은 계속 복잡해지기만 합니다. 정확한 답 하나 없이 모호함만이 두둥실 떠다닙니다. '누가 옳은가?', '누가 그른가?', '옳은 사람이 있긴 한가?', '옳다는 것은 무엇인가?', '도덕이란 무엇인가?', '인간이란 무엇인가?' 아아, 하지만 복잡하고 모호한 인간처럼 흥미로운 것이 또 없지요.
⊙ ⊙ ⊙
<메이 디셈버>는 배우들의 연기가 영화의 맛을 크게 살렸습니다. 가히 연기 대결이라고 말해도 부족함이 없는 작품이었는데요. 줄리안 무어의 '그레이시'를 완벽하게 내재화해 연기하는 나탈리 포트만의 모습은 그야말로 소름 돋을 정도로 놀라웠습니다. '조'를 사랑의 감옥에 가두는 '그레이시'의 순진한 얼굴을 그려낸 줄리안 무어의 얼굴은 또 어떻습니까. 여기에 이 작품으로 연기상 21관왕을 휩쓴 찰스 맨튼의 활약도 빼놓으면 섭섭하지요. <리버데일>의 반가운 얼굴을 다시 만나 기뻤습니다. 쉽지 않은 역할을 완벽하게 소화해 낸 그에게 손바닥에 불나도록 박수를 보내고 싶네요.
One-Liner5월과 12월, 알과 나비는 동시에 존재할 수 없으나, 인간만은 그럴 수 있다고 착각한다.
-
- 죽음을 대하는 태도
죽음을 떠올리면 두려움이 느껴진다. 하지만 일반적으로 우리는 그 죽음을 잊고 삶을 살아간다. 죽음이 느껴지는 순간은 누군가 다른 사람의 장례식장에 가거나 큰 사고를 당하는 순간들일 것이다. 잊고 지내다가 그런 순간을 맞이하면 자신의 죽음에 대해서 생각하게 된다. 순식간에 두려움이 마음을 가득 채우고 죽음을 피하려 무척 조심하게 된다. 모두에게 결국 찾아오는 죽음은 두려운 존재이지만 그렇게 아주 가끔만 우리를 괴롭힌다.
만약 나의 목숨이 여러 개라면 죽음을 두려워하게 될까. 죽음은 나라는 존재의 소멸을 의미하기도 한다. 완전히 소멸해 버린다는 두려움은 살아있는 모든 존재에게 당연한 것이다. 그런데 죽었지만 다시 살아날 수 있다면 조금은 더 용감하게 위험한 일에 도전해 볼 수는 있을 것 같다. 좀 더 나은 삶을 위해 다른 도전을 하고 위험한 일들도 해나가다 보면, 어쩌면 하나의 생을 살아가는 것보다는 다른 것을 보고 경험하게 될지도 모른다.
목숨이 하나 밖에 남지 않은 장화신은 고양이
영화 <장화신은 고양이:끝내주는 모험>의 주인공 장화신은 고양이(목소리:안토니오 반데라스)는 9개의 목숨을 가지고 있다. 영화 속 그가 모험을 하는 모습에서는 두려움의 태도를 볼 수 없다. 언제나 자신감이 넘치고 위험한 일을 마다하지 않는다. 그가 가지고 있는 특유의 유쾌함은 그런 두려움 없는 삶에서 오는 것이다. 죽어도 다시 삶을 이어갈 수 있다는 확신은 그가 죽음을 두려워하지 못하게 한다. 실제로 그는 여러 지역을 다니면서 많은 경험을 했고 그런 삶을 즐긴다.
그는 배부른 왕이나 영주를 괴롭힌다. 엄청나게 축적된 곡물과 돈을 훔쳐 하층민들에게 돌려준다. 그 과정에서 여러 가지 위험에 처하고 실제로 그에게는 엄청난 현상금이 걸려있기도 하다. 많은 사람에게 쫓기는 생활을 하면서도 그는 여유가 넘친다. 그런 그는 모험 중에 여덟 번째 죽음을 맞는다. 잠시 후에 다시 깨어난 그는 크게 신경 안 쓰는 것 같았지만 이제 한 번만 더 죽으면 완전히 죽게 된다는 것을 알았을 때부터 달라진다.
그때부터 늑대 모습을 한 죽음은 장화신은 고양이를 따라다닌다. 처음 늑대를 본 장화신은 고양이의 반응은 겁에 질린 모습 그대로다. 털이 곤두서고 몸이 떨린다. 아주 오랜 시간 동안 겪어보지 못한 공포가 그에게 찾아온 것이다. 그때부터 그는 자신감을 잃어버리고 특유의 긍정적인 태도도 사라져 버린다. 죽음을 생각하지 않고 살던 그에게 죽는다는 공포는 일반 사람이 느끼는 것에 비해 훨씬 큰 것처럼 보인다.
사실 우리 모두 누군가의 죽음을 종종 겪는다. 가까운 사람의 죽음은 마음을 아프게 하고 또 죽음에 대한 공포를 느끼게 하는 순간이기도 하다. 하지만 평소에는 죽음에 대해 크게 두려워하지 않는다. 그저 일상을 살다가 어느 순간 죽음이 공포스럽게 다가오는 때가 있다. 모두의 목숨은 하나지만 매번 죽음의 공포 속에 살지는 않는다. 하지만 장화신은 고양이에게 죽음은 전혀 생각하거나 고민해보지 않았던 것이다. 마치 잠자는 것처럼 잠시 기절했다 깨어나는 과정이 죽음을 느낄 수 있는 전부였기에 8개의 목숨까지 그는 죽는다는 공포를 전혀 느끼지 못했다.
죽음 앞에 두려워하는 장화신은 고양이의 극복기
영화가 보여주는 겁에 질린 장화신은 고양이의 모습은 인상적이다. 그는 겁에 질린 나머지 자신이 살아오던 삶의 모습을 포기해 버린다. 지금까지 자신이 쌓아왔던 명성과 이미지를 모두 버리고 아무도 알아보지 못하는 곳으로 숨어버린다. 그가 다른 고양이들과 그곳에서 살아가는 모습 속에는 삶의 활기는 전혀 찾아볼 수 없다. 장화신은 고양이가 공포로 인해 삶의 의지를 잃어버리는 과정이 무척 설득력 있게 그려진다.
영화에는 강아지 페로가 장화신은 고양이가 같이 모험을 하게 된다. 페로는 어린 시절부터 버림받았던 캐릭터이다. 그런데 그의 삶의 태도는 무척 긍정적이다. 자신은 늘 버림받았고 운이 안 좋았으며 죽을 수도 있었다는 것을 인정하면서도 삶에서 좋아하는 것들을 놓치지 않으려 한다. 친구들에게 버림받으면서도 친구들의 장점을 말하는, 다르게 보면 바보 같은 캐릭터다. 하지만 그런 점 때문인지 그에게는 두려움이나 공포가 적다. 그는 자신이 할 수 있을 만큼 최선을 다해 친구가 하고 싶은 것을 할 수 있게 돕는다. 자신의 목숨은 하나뿐이지만 다시 아홉 개의 목숨을 가지고 싶어 하는 장화신은 고양이를 위해 최선을 다해 돕는 페로의 모습은 무척 감동적이다.
장화신은 고양이가 자신의 삶에 처음 찾아온 죽음을 어떤 식으로 대해야 할지 모르는 캐릭터라면 페로는 그가 어떤 삶의 태도를 가져야 하는지를 보여주는 캐릭터라고 할 수 있다. 약간은 달관한 듯한 페로의 모습은 오랜 삶을 살았던 장화신은 고양이보다 더 성숙해 보인다. 그에게 중요한 건 지금의 삶이고 자신의 옆에 있는 친구들이다.
드림웍스사가 오랜만에 내놓은 영화 <장화신은 고양이: 끝내주는 모험>은 <슈렉>의 조연으로 등장했던 장화신을 고양이를 주인공으로 한 두 번째 영화다. <슈렉>의 세계를 좀 더 확장하여 보여주는 이 영화는 장화신은 고양이와 강아지 페로의 이야기를 통해 죽음과 삶에 대한 철학적 이야기를 쉽고 흥미롭게 전달하고 있다.
*영화의 스틸컷은 [다음 영화]에서 가져왔으며, 저작권은 영화사에 있습니다.
주간 영화이야기 뉴스레터!
구독하여 읽어보세요 :)
네이버 프리미엄 콘텐츠에서 제 뉴스레터를 구독하실 수 있어요.
https://contents.premium.naver.com/rabbitgumi/rabbitgumi2
-
- 아주 적절하고 선을 잘 탄 가족 영화 《담보》
작년 추석 무렵 제주도에서 봤던 영화 《담보》. ‘바퀴 달린 집’이라는 예능 프로그램에 김희원과 성동일이 하지원이랑 굉장히 친한 모습이어서 이 조합을 무엇일까 궁금했었는데 바로 영화 《담보》를 같이 찍으면서 친해진 것 같았다. 영화 《담보》는 추석과 같은 명절에 가족끼리 보기 좋았던 작품이었다.
영화 《담보》 시놉시스
1993년 인천, 거칠고 까칠한 사채업자 두석과 종배는 떼인 돈 받으러 갔다가 얼떨결에 9살 승이를 담보로 맡게 된다. “담보가 무슨 뜻이에요?” 뜻도 모른 채 담보가 된 승이와 승이 엄마의 사정으로 아이의 입양까지 책임지게 된 두석과 종배. 하지만 부잣집으로 간 줄 알았던 승이가 엉뚱한 곳에 있다는 것을 알게 된 두 사람은 승이를 데려와 돌보게 된다.
예고 없이 찾아온 아이에게 인생을 담보 잡힌 두석과 종배. 빚 때문에 아저씨들에게 맡겨진 담보 승이. 두석, 종배, 승이 세 사람은 어느덧 서로에게 특별한 존재가 된다.
*해당 내용은 네이버 영화를 참고했습니다.
알고 있었지만 눈물나는 스토리
영화를 보기 전부터 모든 스토리가 예상이 갔던 영화 《담보》. 그래서 이미 알고 있는 내용이었기에 크게 감동을 받지 못하지 않을까 우려를 하면서 영화관으로 들어갔다. 하지만 영화 《담보》는 굉장히 선을 잘 탄 작품이었다.
이러한 신파가 많다는 것을 감독도 알고 있어서 그런지 뭔가 한 번에 일이 착착착 진행되기 보다는 한 두 번은 관계가 엇갈리게 배치하면서 적당한 긴장감을 보여주면서도 관객이 영화 속에서 바라는 감동포인트는 지켜주는 작품이었다.
그래서 중반 이후부터는 정말 눈물 주르륵 흘리면서 봤다. 전형적이긴 했지만 그 전형적인 것을 지루함으로 만든 것이 아니라 감동으로 이끌어낼 수 있었다는 것에 충분히 만족스럽게 작품을 감상하고 나올 수 있었다.
김희원의 감초연기
하지원과 성동일이 영화 속에서 감동을 담당하는 역할이었다면 재미를 담당하는 역할은 김희원이었다. 극 중에서 같은 군대에서 복무를 하다가 제대한 성동일과 김희원.
약간 철없고 눈치없는 아이같은 김희원이 성동일이 시야에서 사라질 때마다 내뱉은 뒷담화 같은 욕에 중독되어서 김희원이 클로즈업되거나 원샷을 받을 때마다 저 입에서 또 어떤 혼잣말이 나올까 내심 기대가 됐다.
그럴 때마다 찰진 욕과 상사에 대한 분노가 함께 표현됐지만 성동일이 뒤를 돌아보는 순간 깨갱하며 다시 쭈굴 모드로 돌아가는 모습을 보면서 모두가 가지고 있는 비굴함을 재밌게 잘 표현하지 않았나 싶다.
가족의 의미를 되새기는 추석영화
영화 《담보》를 보는 내내 들었던 생각은 ‘참 약아빠진 영화다.’였다. 신파라는 장르에 대해 굉장히 인색한 사람들 마저도 가족이 모이는 추석날이 되면 가족과 함께 다같이 가족극을 보게 되는 경우가 많다.
아주 그 시기를 적절하게 추석연휴로 개봉일자를 잡으시고, 내용도 남남이었던 세 사람이 가족이 되어가는 과정을 그리면서 오랜만에 만나는 가족들간의 정을 영화로 극대화를 시켜주시고~ 정말 타이밍 하나는 끝내주는 작품이 아닐까 싶다.
그래서 결론은 추천하는 작품이다. 물론 어디서나 한번씩 다 봤던 내용이지만 가족이 다 모였을 때 가족애를 더 강하게 느끼고 싶다면 영화 《담보》를 같이 보면서 함께 울고 재밌게 감상하는 방법도 좋을 듯 싶다.
너무나도 적절한 시기에 적절한 내용으로 찾아온 아주 적절한 가족 신파 영화 《담보》. 신파를 싫어하는 사람들도 만족하고 충분한 감동을 줄 수 있는 작품이라고 생각한다.
-
- 9월 2주 차 개봉작 추천
안녕하세요!
영화/OTT 콘텐츠 큐레이션 웹 매거진 '씨네랩'입니다.
제26회 부산국제영화제 화제의 상영작 <둠둠>의 개봉부터
1984년을 시작으로 여전히 인기를 모으고 있는 드래곤볼 시리즈 <드래곤볼 슈퍼: 슈퍼 히어로>의 개봉까지!
그럼 9월 둘째 주에는 어떤 영화가 기다리고 있을지!
더 자세히 한번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
.
.
극장 개봉 영화
드래곤볼 슈퍼: 슈퍼 히어로
ⓒ 네이버 영화
개요: 애니메이션 | 일본 | 100분
감독: 코다마 테츠로
출연: 노자와 마사코, 후루카와 토시오 등
개봉: 2022.09.14
배급: 소니픽처스코리아
줄거리
레드리본군은 손오공의 손에 절멸했다.
그러나 레드리본군의 정신을 계속해서 이어받고 있던 몇몇 사람들이
궁극의 인조인간 ‘감마1’과 ‘감마2’를 만들었다.
이들 두 인조인간은 자신을 ‘슈퍼 히어로즈’라 부른다.
이들이 피콜로와 손오반을 공격하기 시작하는데…관전 포인트
1984년 만화책으로 선보인 후 수많은 애니메이션으로 제작되면 인기를 끈 드래곤볼.
지난달 19일 북미에서 개봉과 동시에 <불릿 트레인>과 <탑건: 매버릭> 등을 제치고 박스오피스에서
1위를 차지할 정도로 전세계적으로 인기가 많은 영화이다.
9명의 번역가
ⓒ 네이버 영화
개요: 미스터리 | 프랑스 | 105분
감독: 레지스 로인사드
출연: 올가 쿠릴렌코, 알렉스 로더 등
개봉: 2022.09.14
배급: (주)이놀미디어
줄거리
화제의 베스트셀러 ‘디덜러스‘.
이 책의 마지막 장 출판을 위해 9개국의 번역가들이 고용된다.
결말 유출을 막기 위해 아무도 나갈 수 없는
지하 밀실에서 작업을 시작한 그들.
하지만 곧 첫 10페이지가 인터넷에 공개된다.
그리고 편집장 ‘에릭’에게 도착한 한 통의 메시지.
"돈을 보내지 않으면 다음 100페이지를 공개하겠다.”
‘에릭‘은 모든 수단을 동원해 범인을 찾으려 하고,
번역가들은 서로를 의심하기 시작하는데…관전 포인트
번역가를 다루고 있는 작품이라 프랑스어부터 그리스어, 러시아어, 이탈리어 등 10개의 언어를
한 영화 안에서 만나볼 수 있다. 실화에서 모티브를 얻은 영화로 굉장히 흥미로운 소재를 다루고 있다.
오! 마이 고스트
ⓒ 네이버 영화
개요: 코미디 | 한국 | 98분
감독: 홍태선
출연: 정진운, 안서현, 이주연 등
개봉: 2022.09.15
배급: (주)디스테이션
줄거리
귀신 보는 것이 유일한 스펙인 신입 FD ‘태민’(정진운)은
어렵게 취업한 스튜디오에서 야간 순찰을 돌던 중
갈 곳 없는 붙박이 귀신 ‘콩이’(안서현)를 만나게 된다.
눈만 마주쳤다 하면 티격태격하던 일상 속 어느 날,
이들의 유일한 일자리이자 잠자리인 스튜디오에
원인을 알 수 없는 미스터리한 사건들이 발생하는데…관전 포인트
인간과 귀신의 팀플레이라는 독특한 소재와 생동감 넘치는 캐릭터 설정이 매력인 영화이다.
정진운 배우의 제대 후 첫 작품이며, <옥자> 이후 5년 만에 스크린에 컴백한
안서현 배우의 만남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귀멸의 칼날: 장구저택 편
ⓒ 네이버 영화
개요: 애니메이션 | 일본 | 87분
감독: 소토자키 하루오
출연: 하나에 나츠키, 키토 아카리 등
개봉: 2022.09.15
배급: BoXoo엔터테인먼트
줄거리
꺽쇠 까마귀가 일러준 다음 임무지는 남남동.
임무로 향하는 도중 탄지로는 최종 선별에서 만난 동기 검사인 아가츠마 젠이츠를 우연히 만난다.
젠이츠의 소극적인 태도에 애를 태우면서, 탄지로는 산의 오지에 있는 저택에 다다른다.
그곳에는 장구로 저택을 변화시킬 수 있는 능력을 가진 혈귀의 모습이 보이고,
심지어 멧돼지 얼굴의 기괴한 남자가 나타나는데…관전 포인트
지난 달에 개봉했던 <귀멸의 칼날: 아사쿠사 편>의 후속편인 작품이다.
<귀멸의 칼날: 장구저택 편>은 '귀살대' 대표 3인방이 처음으로 결성하는 순간이 나오기에
더더욱 기대를 모으고 있다.
홈리스
ⓒ 네이버 영화
개요: 드라마 | 한국 | 83분
감독: 임승현
출연: 전봉석, 박정연 등
개봉: 2022.09.15
배급: 그린나래미디어(주)
줄거리
이사를 앞둔 어린 부부 ‘한결’과 ‘고운’,
하지만 설렘도 잠시, 보증금 사기를 당한 것을 알게 된다.
갈 곳이 없어 막막해진 ‘한결’은 ‘고운’을 데리고 어떤 집으로 향한다.관전 포인트
제21회 전주국제영화제 한국경쟁부문에서 CGV 아트 하우스상을 수상한 작품이다.
청년 빈곤, 주거 문제, ,노인 고독사 등 사회 이슈를 흡입력 있게 다루었다.
둠둠
ⓒ 네이버 영화
개요: 드라마 | 한국 | 101분
감독: 정원희
출연: 김용지, 윤유선, 박종환 등
개봉: 2022.09.15
배급: 영화사 진진
줄거리
자신에게 집착하는 엄마 때문에 전부였던 음악을 놓아버린 DJ 이나
길을 걷다 우연히 들려온 비트에 디제잉을 다시 하기로 결심하고
베를린에 갈 수 있는 오디션에 참가하는데...관전 포인트
세계 영화제를 휩쓴 단편 <벨빌> 정원희 감독의 장편 데뷔작이다.
유수의 영화제에 초청되며 화제를 모았다.
그동안 영화에서 보지 못한 일렉트로닉 음악, 디제잉을 소재로 다루어 기대를 모으고 있다.
씨네랩 에디터 Hizy
-
- 사랑으로 점철된 봉준호식 살아남기!
<기생충> 이후 약 5년 만의 신작이다. 시간이 흐른 만큼 세상은 변했다. 그리고 사회를 보는 사람들의 시선도 달라졌다. 봉준호 감독의 시선도 그러한 듯하다. <기생충>을 통해 한 줌의 빛도 행복도 허락하지 않았던 감독은 <미키 17>을 통해 희망을 얘기한다. 그것도 사랑으로 점철된 희망을. 물론, 그 도착 지점까지 가는 과정은 다수의 작품에서 보여준 세상의 불합리함이 가득하다. 그 속에서 아등바등 살아가는 힘 없는 사람들도 등장한다. 하지만 달라졌다. 이게 관객들에게 덜컹거림으로 작용할 듯 하지만 어쩌면 이 시점에서 가장 필요한 건 희망이라는 감독의 메시지는 더 확고해보인다.
인생은 한 번 꼬이기 시작하면 매듭을 풀기 어렵다. 미키(로버트 패틴슨)의 인생이 그렇다. 친구 티모(스티븐 연)의 꼬드김에 마카롱 사업을 하다가 폭삭 망한 그는 무서운 사채업자를 피해 티모와 함께 지구를 떠나려 한다. 외계 행성 개척 우주선을 타기로 마음먹은 것도 잠시, 미키는 자신에게 특별한 재능이 없다는 걸 깨닫고, 가장 고된 일을 도맡고, 죽으면 다시 프린트되는 익스펜더블로 지원한다. 이 비인간적 기술로 반복 재생되는 미키는 부속품처럼 우주선 내 노동자로 살아간다. 17번째 복제로 태어난 미키는 얼음 행성 생명체인 ‘크리퍼’를 만나 죽을 위기에 놓인다. 다행히 살아 우주선으로 복귀한 안도감도 잠시, 왓더~~ 자신의 옆에 미키 18이 떡하니 있는 게 아닌가. 행성 당 1명만 허용된 익스펜더블이 법규를 위반한 ‘멀티풀’ 상황. 둘 중 하나는 죽어야 한다. 그럼 누가 죽어야 할까? 17? 18? 에잇 신발~~
| 이름 없는 노동자의 이름(실존)찾기미키! 죽는 건 어떤 기분이야?
수없이 등장하는 이 질문. 어쩌면 영화는 이 질문에 대한 답을 하는 것처럼 보인다. 미키는 이 질문을 매번 듣지만, 대답을 피한다. 정확히 말하면 대답하지 못한다. 그는 죽음을 반복하는 복제인간이기 때문이다. 이 운명을 가진 이에게 죽음의 개념은 우리와 좀 다르다.
그런 그에게 미키 18이 나타나고 처음으로 실존에 대한 고민을 한다. 미키 17은 큰 범주안에서는 본인이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다른 객체로 받아들인 미키 18을 본 후, 자신의 삶이 빼앗길까봐 두려워한다. 특히 멀티플이 허용되지 않는 사회에서 누군가는 죽어야 하는 상황에 놓이자 미키 17은 자신의 생존권을 주장하며 어떻게든 살기 위해 발버둥 친다.
그동안 바보처럼 수동적인 삶을 택했던 미키 17은 이 상황을 통해 비로소 능동적인 삶을 취한다. 그는 장대한 미래를 위한 목적으로 실험 쥐처럼 쓰이고, 부속품처럼 사용됐던 자신의 삶이 정작 자신을 위한 것인가에 대한 물음을 던진다. 나의 삶은 어떤 의미고, 나의 죽음은 존중받고 있는가에 대한 자문이 그것.
극 중 되풀이되는 그의 죽음은 존중받고 있지 않다. 죽는 게 직업이지만, 다수의 이익과 생명을 위한 목적에 사용되는 일회용품 취급을 받는 건 참혹할 따름이다. 복제품임에도 생명을 갖고 태어났지만, 독재자 케네스(마크 러팔로)는 보란 듯이 그 생명을 박탈까지 한다. 일말의 존중 없이 그게 직업이니 그 본분을 다하라는 말뿐이다. 이는 위험하고 질 낮은 노동 현실에 놓인 이들을 자연스럽게 떠올리게 되고, SF 장르를 뚫고 현실 문제를 생각하게 하는 촉매제로 작용한다.이처럼 지난한 과정을 통해 펼쳐지는 후반부는 존중받아야 마땅한 자신의 정체성을 찾는 미키 17의 이야기로 귀결된다. 복제 인간이지만, 어엿한 생명체로서 인간으로서 인정받기 위한 몸부림. 그 노력과 결단의 값은 다행히도 긍정적이다.
| 봉준호 필모그래피의 집대성, 복제품?<미키 17>은 봉준호 감독의 필모그래피를 집대성한 작품이기도 하다. 우주선 안에서 벌어지는 사회는 <설국열차>의 사회와 비슷해 보이고, 행성의 원래 주인인 크리퍼는 <옥자>의 슈퍼 돼지를 연상시킨다. 나사 빠진 듯한 미키의 모습은 <괴물>의 강두(송강호)를, 크리퍼와의 대화를 위한 통역기는 <설국열차>의 통역기의 초기 버전처럼 보인다.
그동안 쌓아 올린 봉준호 감독의 이력, 그리고 영화 속 장치들이 이 영화 곳곳에 보이는 건 너무나 자연스러운 일이다. 감독 자신의 모든 걸 갈아 넣어서 만든 게 영화라면, 제목처럼 이 영화는 ‘봉준호 8’이라고 말할 수 있다. (<미키 17>은 봉준호 감독의 장편 8번째 작품이다.)
그만큼 <미키 17>에는 그동안 감독이 중요하게 생각했던 불합리한 사회 시스템 비판, 계급에 따른 불평등, SF 설정을 가져와 희망 없는 현실을 빗댄 이야기 등이 들어있다. 이런 소재와 주제 이곳저곳에 섞여 있는데, 이를 찾는 재미는 쏠쏠하다. 하지만 그 활용 면에서는 물음표다.
<기생충> 정도는 아닐지라도 이번 영화는 사회 문제로 깊게 들어가지 않는다. 들어가다 보면 한도 끝도 없이 깊은 구렁텅이에 빠질 것 같은 우려 때문인지, 웃고 넘어간다. 때때로 깊이 들어가도 될 듯한 부분도 살짝 발만 담근다. 물론, 이 부분이 크게 모난 구석으로 보이지는 않지만, <기생충>을 생각하고 온 관객들이라면 아쉬운 지점인 건 맞다.
| 서구 사회에 일침을 가하는 봉준호식 일갈, 흘러넘치는 건 흠!아쉬움을 메우는 건 동양인으로서 서구 사회에 일침을 가하는 비판 의식에 있다. <미키 17>은 우주선 내 개척 사회를 이끄는 케네스와 일파(토니 콜렛) 부부를 통해 멍청한 독재자의 민낯을 보여주고, 정치와 종교(특히 개신교)와의 결탁이 얼마나 잘못된 길로 사람들을 인도하는지를 오롯이 보여준다. 이는 현 미국 사회는 물론, 유럽을 포함한 서구 사회를 비판하는 요소로 활용한다. 물론, 우리나라도 예외는 아니다. 특히 얼굴 마단인 케네스와 뒤에서 조종하는 일파의 모습은 자연스럽게 어떤 부부가 생각난다.
우주 행성을 개척한다는 목적으로 모인 독재자와 그를 신봉하는 이들의 모습, 그리고 행성 주인인 크리피를 열등한 벌레로 보고 이들을 말살하려는 모습은 개척이라는 목적 아래 영토 및 물적 확산을 위해 식민지를 단행했던 서구 사회의 과거를 떠올리게 한다. 생김새가 다르다고 해서 존중 대신 하대하고, 약탈하고, 이용하는 모습은 그 자체로 매스껍다. 특히 크리피 꼬리를 잘라 믹서기에 갈고 최고의 소스라 칭하는 일파의 모습은 혀를 내두를 정도. 중요한 건 이들의 만행을 정작 자신들은 잘못되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제3자의 시선이자, 동양인의 시각으로 서구 사회를 그린 영화는 객관성을 확보하며 비판 어린 시선에 무게감을 더한다. 이에 때때로 고민과 통쾌함을 번갈아 갖는 재미가 있다. 한 가지 아쉬운 건 이런 이야기들이 흘러넘친다는 것이다. 앞서 미키를 통해 하위 계층 노동자의 현실과 권력과 종교의 결탈, 독재자의 만행, 서구 사회의 어두운 역사 등 다양한 이야기를 137분에 넣다 보니 과부하가 걸린다. 보기보다 인풋이 많고 그에 따른 생각이 번지다 보니 순간순간 집중력이 떨어진다. 그동안 감독이 하고 싶었던 이야기가 너무 많았던 탓일까?
| 파워 오브 러브, 사랑만이 살길이다!그럼에도 이 영화가 감독의 필모그래피에서 한 줄을 남길 수 있는 건 ‘사랑’ 덕분이다. 영화에서 ‘사랑’은 그 중요성이 크다. 먼저 감독의 첫 번째 멜로 영화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미키와 나샤(나오미 애키)의 사랑은 그 위력을 발휘한다. 많은 이들에게 소모품처럼 여겨지는 미키지만, 오로지 나샤에게는 중요하고 사랑스러운 한 사람이다. 복제 번호는 다르지만 그 또한 미키로 인정하는 유일한 사람, 시험체로 죽어가는 상황에서도 그 옆을 지키는 사람이다. 어쩌면 미키보다 자신을 더 사랑해 주는 이가 바로 나샤다.
이들의 멜로 라인을 견고하게 쌓는 건 이 힘든 시기에 필요한 건 ‘사랑’이라 주제를 강조하기 위해서다. 극 중 관계를 맺는 이들은 각자 필요에 의해서다. 자신의 이익을 추구하기 위한 수단으로서 서로를 이용하고, 착취한다. 하지만 미키와 나샤는 무조건적인 관계다. 그렇기 때문에 서로를 존중하고 사랑한다. 독재자 및 권력을 가진 이들에게 없는 그 마음이 이들에게는 있다.
후반부 크리퍼와 전쟁을 치를 위기에 놓인 상황에서 어떻게든 이를 면하기 위해 노력하는 건 미키 17, 18과 나샤 등이다. 마음속에 사랑과 존중이 있는 이들이기에 비로서 크리퍼와 소통을 할 수 있고, 참혹한 전쟁을 막을 수 있는 것이다.
물론, 감독이 극 중 산재한 문제를 ‘사랑’이라는 단어로 손쉽게 해결한다는 생각을 뿌리치기는 힘들다. 하지만 혼란스럽고 혼탁한 현실 사회가 더 심화되고 있는 세상 속에서 ‘사랑’의 의미는 위대하고 더 커 보인다. 사랑 또는 존중이 실종된 시대에 살고 있어서 더 그런 느낌이 크다. 이 잔혹한 사회 실상이 염세적이었던 감독의 마음마저 바꾼 듯하다. 그만큼 사랑은 위대하다. 과거에도 현재에도 그리고 미래에도.
덧붙이는 말: 극 중 미키의 삶을 바꾼 매개체로 빨간 버튼이 나온다. 그 버튼을 누른 후 죄책감에 시달리게 된 그는 오롯이 자신의 삶을 살지 못한다. 누구나 자신만의 빨간 버튼이 있을 터. 그 버튼을 또 한 번 누를 때가 오기 마련인데, 두렵지만 막상 누르면 그동안 보이지 않던 자아가 보인다. 미키처럼 말이다. 생존 자체가 힘든 세상에서 자신만의 빨간 버튼을 찾고 눌러보면 어떨까! 사랑도 하고!사진 제공: 워너브라더스
평점: 3.5 / 5.0
한줄평: 사랑으로 점철된 봉준호식 살아남기!
-
- 모든 서사가 계획된 '로맨스 부어버리기'
한 여자가 애타게 결혼할 남자를 찾는다. 여자는 젊은 나이에 당뇨에 걸려 인슐린을 주기적으로 맞아야 하는데 보험을 들어놓지 않아 수천 만원의 의료비를 부담해야 하기 때문이다. 미국은 우리 나라 같지 않게 의료 보험이 민영화된 나라라서 의료비 부담이 만만치 않다. 그런 그녀에게 갑자기 닥친 당뇨라는 시련은 그녀의 가수의 꿈에 방해가 되기에 그는 군인 남편을 만들어 국가에서 지원해주는 보험 제도 혜택을 받고자 한다. 그런데 이런 미친 제안을 받아들인 더 미친 남자가 그녀 인생에 들어오는데, 이들의 투닥투닥 결혼 생활은 유지될 수 있을까?
1. 소재의 장점을 말아먹은 로맨스 부어버리기
이 영화가 근래 개봉한 넷플릭스 영화 중에서 인기가 꽤 많았다고 한다. 하지만 역시 난 주류에서 약간 벗어난 인간이기 때문일까. 난 이 영화가 그렇게 인기있을 만한 영화는 아니었다고 본다. 그냥 넷플릭스에서 흔히 내놓는 로맨스 아류작이라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우선 소재는 좋았다. 미국 소시민들의 보험 제도를 비판하기 위해 갑작스레 당뇨병에 걸린 여자를 주인공으로 삼았다는 점이 이 영화의 장점이다. 하지만 그게 끝이다. 미국 사회에서 의료 보험의 혜택을 받지 못하는 수많은 사람들이 있다는 메시지를 전해주려고 했다기에는 이 영화는 로맨스 영화이기 때문이다. 영화가 가진 설정의 특별함이 진부한 내용에 가려져 빛을 발하지 못한다. 그냥 처음부터 기존 로코처럼 가벼운 설정으로 들어갔으면 어땠을까 싶기도 했다. 설정은 심각한 주제인데 내용은 그냥 사랑에 빠지는 가벼운 내용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무엇보다 뒤로 갈수록 내용이 흐지부지되다가 갑자기 로맨스로 급변하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둘의 계약 결혼이 어떤 계기로 사랑이 되는 것인지 알 수가 없었다. 두 사람은 정말 꾸준히 싸워대는데, 결혼하기 전과 결혼한 후의 싸움이 뭐가 다른 것인지 잘 모르겠다. 그냥 자존심이 센 두 남녀가 상황이 여의치 않아 결혼을 했는데, 싸우다가 정들어 갑자기 사랑에 빠졌다 라는 서사를 이해하기엔 너무 뜬금없는 전개였다. 의학드라마인데 로코가 가미되어 힘이 쭉 빠진 여러 드라마들을 생각나게 했달까.
2. 계획된 로맨스 영화의 설득력의 부재
남주의 비밀이 이 영화의 반전인데, 사실 이 반전이 이 영화의 설득력을 가장 망친다고 생각한다. 탑건에서나 볼 법한 군인 판타지를 몰빵한 캐릭터인가 싶었던 초반의 이미지가 무너지면서 실망한 탓이었을까. 남자가 점점 어린 아이 같아 보이면서 캐릭터의 매력이 반감됐다. 오히려 이 점이 그의 인간미로 보일 수도 있겠지만 적어도 나에게는 마이너스였다. 내 군인 판타지가 과했던 것일지도 모른다.
'부족한 서로를 보듬어주는 것이 진짜 사랑'이라고 말하고 싶었던 것 같은데 크게 공감이 되진 않았다. 서사의 순서가 있어야 할 타이밍에 계획적으로 들어가있는데 계획에 충실하느라 감정선의 흐름은 신경쓰지 못한 듯한 느낌이었다.
3. 로맨스의 한계이자 장점
그런데 로맨스 영화 서사가 다 거기서 거긴데 너무 진지하게 받아들이는 것은 아닐까 생각할 수도 있다. 인정한다. 로맨스 장르는 서사보다는 배우의 얼굴로 설득하는 장르인 만큼 배우들의 비주얼로 밀어붙인다는 것에는 동의한다. 하지만 배우들의 비주얼만으로 보다보면 영화 내용은 쉽사리 잊히기 마련이다. 혐관 서사의 두 주인공이 싸우다가 사랑에 빠지는 것 이외에 그 과정에 무슨 일들이 있었는지는 기억이 항상 안난다.
그래서 매번 봐도 새롭다는 것은 장점이긴 하다. 그래서인지 로맨스 장르에서 배우의 비주얼이 좋 내용이 좀 기대치에 못미치더라도 좋은 영화로 평가하는 사람도 더러 봤다. 이건 정말 취향의 차이라서 많은 분들의 의견 부탁드린다.
-
- [Movielog #25] 스승과 제자의 이야기, 자산어보
이준익 감독의 자산어보가 지난 주 개봉했습니다.
흑백영화로 촬영된 영화는 정약전이 흑산도 유배시절 쓴 자산어보의 서문의 내용을 바탕으로 상상을 가미하여 만들어낸 영화입니다.
매우 아름답게 촬영이 되어서 하나의 수묵화를 보는 듯한 느낌도 줍니다.
정약전은 기본적으로 평등주의적이고 평화주의적인 열린 사고를 가지고 있는 인물로 묘사됩니다.
반면 창대는 성리학을 따르는 것이 진정한 진리라고 생각하고 그 길로 향하려 하죠.
서로 관계가 처음에는 좋지 않지만 정약전은 창대에게 책에 대해 알려주고 창대는 정약전에게 어류에 대한 정보를 알려줍니다. 서로 교환으로 시작한 이 관계는 점점 깊어지죠.
결국 스승과 제자의 이야기를 하고 있는 영화에요.
배우들의 연기도 좋구요자세한 내용은 리뷰를 참고해주세요!
Rabbitgumi 채널 구독과 좋아요도 부탁드립니다. :)
-
- 「모가디슈」예고편 1초 단위 분석 그리고 소말리아 내전 핵심요약ㅣ모가디슈 예고편ㅣ모가디슈 김윤석 조인성ㅣ모가디슈 1차 예고편ㅣ소말리아 해적 아덴만ㅣ
? '모가디슈(2021 여름)' 예고편 1초 단위 분석
그리고 영화의 배경인 '소말리아 내전' 역사 소개- 모가디슈 영화정보
장르: 드라마, 액션
감독: 류승완
각본: 류승완
제작: 강혜정
출연: 김윤석, 조인성, 허준호, 김소진, 정만식, 구교환, 김재화, 박경혜 외
촬영: 최영환
조명: 이재혁
편집
미술
음악
의상
주제곡
촬영 기간: 2019년 11월 ~ 2020년 2월
제작사: 대한민국 외유내강, 덱스터 스튜디오, 필름케이
배급사: 대한민국 국기 롯데엔터테인먼트
개봉일: 대한민국 국기 2021년 7월
화면비
상영 시간: 121분
제작비: 240억 원
- 시놉시스
내전으로 고립된 낯선 도시, 모가디슈
지금부터 우리의 목표는 오로지 생존이다!대한민국이 UN가입을 위해 동분서주하던 시기
1991년 소말리아의 수도 모가디슈에서는 일촉즉발의 내전이 일어난다.
통신마저 끊긴 그 곳에 고립된 대한민국 대사관의 직원과 가족들은
총알과 포탄이 빗발치는 가운데, 살아남기 위해 하루하루를 버텨낸다.
그러던 어느 날 밤, 북한 대사관의 일행들이 도움을 요청하며 문을 두드리는데…목표는 하나, 모가디슈에서 탈출해야 한다!
- 캐릭터
대한민국 대사관
한신성 대사 (김윤석 분)
강대진 참사관 (조인성 분)
김명희 (김소진 분)
공수철 서기관 (정만식 분)
조수진 대사관 사무원 (김재화 분)
박지은 대사관 막내 사무원 (박경혜 분)
북한 대사관
림용수 대사 (허준호 분)
태준기 참사관 (구교환 분)
2021년 개봉예정인 대한민국의 영화. 류승완 감독의 11번째 연출작.
1991년 소말리아 내전으로 인해 고립되어 버린 남북대사관 공관원들이 목숨을 걸고 함께 탈출했던 실제 사건을 모티브로 제작되었다.영화 제목이 캐스팅 과정에서는 '탈출' 이라는 가제로 알려졌으나, 이후 '모가디슈'로 확정되었다.
2020년 여름 성수기 개봉작품으로 준비중이었으나, 코로나19 사태로 인해 개봉이 1년 가까이 지연되었다.
영화의 배경은 소말리아 모가디슈지만 현재까지도 위험이 발발한 지역인지라 실제 촬영은 모로코에서 이루어졌다고 한다.#모가디슈 #모가디슈_예고편 #모가디슈_실화
-
- 애플 TV+ <파친코> 공식 예고편
뉴욕타임스 베스트셀러에 등극하며 화제가 된 동명의 소설을 원작으로 한 '파친코' - Pachinko는 한 한국인 이민 가정의 희망과 꿈을 장장 4대에 걸쳐 촘촘히 그려냈다. 아카데미 시상식 여우주연상에 빛나는 윤여정을 비롯해 이민호, 진 하, 김민하 등이 열연을 펼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