숨2025-03-02 15:48:19
시선의 권력과 폭력성을 직면하다
영화 <시빌 워: 분열의 시대>를 보고
작품을 수입하여 부제를 붙이거나 새로운 제목을 붙이는 것을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다. 제목은 작품의 얼굴이라고 생각하며, 어떤 선택은 작품을 오염시키기도 한다. 하지만 이 작품은 무척이나 어울리는 '분열의 시대'라는 부제를 달고, 한국의 극장에 도착했다. 그렇다면, 이 작품에는 어떤 ’분열‘이 벌어지고 있는가? 일차적으로는 ’내전‘으로 인한 분열이다. 한 나라의 국민임에도 갈라선 이들. 이들이 어떤 이념으로 인해 갈라서게 됐는지에 이 영화는 집중하지 않는다. 그러나 영화 속에서 한 인물이 기자인 주인공과 동료들을 향해 묻는 질문은 의미심장하다. “Which kind of American are you?”. 이 질문을 던진 뒤, 그의 총구는 아시아 출신 미국인들에게 먼저 향한다. 이차적으로는 ‘종군사진기자’들의 분열이다. 주인공인 이들은 내전 상황에서 내면의 분열을 겪으며, 이 작품은 후자에 초점을 둔다.
이들은 전쟁의 참혹함을 사진으로 다뤄내어 사람들의 의식을 고취시키겠다는 의지를 가진 인물들로 보인다. 그렇게 이들은 ’Great photo’를 찍기 위해 현장을 누빈다. 내전 상황 속에 펼쳐지는 수많은 이들의 죽음들. 그 순간 카메라를 들이밀어 극적인 순간을 담아내는 것이 그들의 일이다. 총탄이 오가고 피가 솟구치는 순간들이 화면에 연속적으로 보여진다. 전쟁 영화에 어울리지 않게 울려퍼지는 파티에서나 나올법한 음악은 우리의 의식을 혼란하게 만든다. 그 현장을 좋은 구도로 포착한 이들은 현장을 떠나며 말한다. ”아드레날린이 솟구친다”. 그러나 목숨을 내놓고 일하는 이들은 집단 내부에서 동료의 죽음을 맞이하자 온전히 다른 반응을 보인다. 쾌감 속에 익명의 인물들의 죽음을 담아내던 이들은 자신의 동료를 ‘그들’ 정도로 칭하자 그들도 이름을 가졌다며 분노를 표출한다. 게다가 집단의 정신적 지주격인 이의 죽음에는 절망하며 고함을 쏟아낸다. 이 순간, 이들의 음성은 음소거되어 이미지로만 비춰진다. 즉, ‘분열의 시대’라는 부제 속에 담긴 의미는 단순히 ‘내전’만을 의미하지 않는다. ’분열의 시대‘는 이들 내부에서도 진행 중이다.
결정적인 순간은 찾아오고, 총과 카메라는 번갈아가며 보여진다. 그렇게 시선의 권력이 가진 폭력성은 상징적으로 재현된다. ’shoot’은 ‘총을 쏘다’라는 의미 뿐만 아니라, ‘사진을 촬영하다’라는 의미도 있다는 것을 우리에게 다시금 알려주는 순간이다. 그리고 찾아온 클라이막스의 이미지는 예상 가능함에도 충격적이다. 카르티에 브레송이 말했던 ‘결정적 순간’은 그순간 카메라에 담긴다.
카메라의 곁에 오랜 시간 머물러왔다. 그렇기에 그 ‘결정적 순간’을 포착했을 때의 쾌감을 안다. 불행이 만드는 스펙터클은 끔찍하며 아름답다. 그때 나도 이들과 같은 표정을 지었을까. 일찍이 수전 손택은 <타인의 고통>에서 폭력이나 잔혹함이 보여주는 이미지들로 뒤덮인 현대사회에서는 사람들이 타인의 고통을 일종의 스펙터클로 소비한다고 지적한 바 있다. 스펙터클로 뒤덮인 사회에서 우리는 끝없이 폭력에 무뎌진다. 이는 온갖 매체들이 점점 더 폭력적인 이미지를 양산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더이상 예전 같은 자극으로는 대중들은 만족하지 못한다.
이 작품의 특장점은 그러한 스펙터클을 끝없이 재현하는 것을 넘어, 그 스펙터클을 온힘을 다해 포착하는 인물들의 복잡한 심리를 여과없이 표현한다는 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거룩한 뜻이 있다는 곳으로 나아가지 않고, 사실 우리는 스펙터클을 담아내는데 쾌감을 느낀다는 것을 인정한다는 점이 이 작품의 장점이다. 충분히 교조적인 흐름일 될 수 있었을 것임에도, 시선의 권력과 폭력성에 대해 인정하고 직면하는 이 영화가 좋다. 그렇다면 보는 이이자 찍는 이로서 나는 어떤 스탠스를 취해야 하는가. 영원히 풀리지 않을 이 질문을 남긴 채 이 영화는 우리의 손을 떠난다.
Relative conten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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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루카> - ‘걱정을 뒤로하고 가고 싶은 곳으로 발을 내디뎌!’
루카 (Luca)
개봉일 : 2021.06.17 (한국 기준)
감독 :엔리코 카사로사
출연 : 제이콥 트렘블레이, 잭 딜런 그레이저, 엠마 버만
걱정을 뒤로하고 가고 싶은 곳으로 발을 내디뎌!
픽사의 새로운 영화 <루카>가 싱그러운 이탈리아의 여름을 들고 찾아왔다. 분명히 이 영화관으로 이동하는 내내 내 팔은 강한 햇빛에 따갑다고 소리를 질렀는데 영화 속 여름은 너무도 싱그럽고 활력이 넘쳐서 또다시 여름에 대한 기억 조작을 한판 당하고 나왔다. 톡톡 튀는 귀여운 주인공들과 평화로운 항구 마을, 넘치는 가족애와 아이의 호기심, 그리고 차별 없는 부드러운 시선으로 가득찬 루카와 친구들의 여름이 그 어느 여름 하늘보다 맑게 빛났다.
“수면 근처엔 얼씬도 하지 마!” 엄마가 호기심 많은 아들 루카를 다그친다. 바다와 육지로 나뉜 세상. 바다와 육지에 사는 생물들은 서로를 바다괴물과 육지 괴물이라고 부른다. 조업을 하는 사람들은 이 바다에선 바다괴물이 나온다고 말하며 꼬리를 가진 바다괴물의 실루엣을 보자마자 무섭고 흉한 것이라고 말한다.
그 바다괴물의 정체는 루카와 가족들, 간단하게 말하자면 루카의 종족들이다. 바닷속에 사는 그들은 육지에 나가면 비늘이 사라지고 육지에 사는 사람들과 같은 모습으로 변할 수 있는 능력을 가졌다. 하지만 물에 닿아 비늘이 솟아나는 순간 바다괴물이라 인식되며 배척을 받고, 심하면 사냥의 대상이 된다.
어느 날 호기심 많은 소년 루카는 배에서 떨어진 육지 사람들의 물건을 보게 된다. 알람시계, 카드, 유리잔, 축음기. 처음 보는 물건들은 루카의 육지에 대한 궁금증을 증폭시킨다. 또 엄마가 안된다 하지 마라 가까이 가면 안된다. 라고 말하면 더 궁금해지는 게 아이의 심리가 아닌가. 루카는 육지 사람들에 대해 잘 안다는 알베르토의 감언이설에 이끌려 머릿속을 지배하고 있는 두려움을 떨쳐내고 육지에 올라가는데 성공한다.
원래 육지에 살던 존재가 아닌 바다 괴물, 또는 다른 생물, 별종으로 취급되는 루카와 알베르토, 그리고 마을에서 만난 첫 번째 친구 줄리아. 루카와 알베르토는 줄리아를 통해 자전거 타는 법, 파스타 먹는 법, 하늘을 보는 법 등을 배우고 줄리아는 항상 혼자 참여했던 대회의 든든한 지원군을 얻게 된다. 밝은 햇볕이 내리쬐는 여름, 세 친구는 각자가 바라던 더 큰 세상으로의 여행, 목표를 위해 노력한다. 루카와 알베르토가 육지로 나오고, 줄리아가 끝없이 대회에 출전하는 건 새로운 세상으로 나아가기 위한 노력이자 누군가가 갖고 있는 편견에 대한 도전이었다.
줄리아는 루카와 알베르토가 어디서 왔는지, 어떤 환경에서 자랐는지, 자전거를 잘 타는지, 포크질을 잘 하는지 같은 조건을 크게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는다. 같은 목표가 있고, 자신과 비슷한 ‘별종’으로 불리는 루카와 알베르토를 자연스레 친구로 받아들였을 뿐이다. 이 순수한 우정을 보며 많은 걸 계량하고 나누던 나의 날카로운 시선을 반성하게 되었고, 씩씩하고 밝은 아이들의 모습에 크게 감동받은 순간이었다.
루카 시놉시스
이탈리아 리비에라의 아름다운 해변 마을, 바다 밖 세상이 궁금하지만, 두렵기도 한 호기심 많은 소년 '루카' 자칭 인간세상 전문가 ‘알베르토’와 함께 모험을 감행하지만, 물만 닿으면 바다 괴물로 변신하는 비밀 때문에 아슬아슬하기만 하다. 새로운 친구 ‘줄리아’와 함께 젤라또와 파스타를 실컷 먹고 스쿠터 여행을 꿈꾸는 여름은 그저 즐겁기만 한데… 과연 이들은 언제까지 비밀을 감출 수 있을까? 함께라서 행복한 여름, 우리들의 잊지 못할 모험이 시작된다!
* 아래 내용부턴 스포가 있을 수 있습니다 *
살렌치오 브루노!
루카는 육지 세상이 궁금하지만 물 위로 올라가는 걸 두려워한다. 밖에는 어떤 것이 있을지, 사람들이 자신을 해하진 않을지... 온갖 궁금증과 걱정이 뒤섞이고 있을 때, 잠수복을 입은 자칭 육지 전문가 알베르토를 만나게 된다. 알베르토는 고민하고 있는 루카를 망설임 없이 물 위로 올려치고 루카에게 걷는 법을 알려준다.
가고 싶은 곳으로 발을 내딛고, 쓰러지기 전에 다른 발을 내디뎌!
알베르토의 응원과 코치 덕분에 루카는 육지에 빠르게 적응하게 된다. 하늘, 구름, 태양, 중력, 공기, 사람들의 물건으로 가득한 육지. 모든 게 새롭고 즐겁다. 지금껏 접하지 못한 세상은 두려움보다는 새롭고 궁금한 것으로 가득하다. 물에서 나와 해변 땅을 밟으니 하늘에 보이는 것이 궁금해지고, 육지 괴물이라 칭하는 육지 사람들의 생활이 궁금해진다. 특히 육지 사람들이 만든 ‘베스파’는 알베르토와 루카에게 더 큰 세상에 대한 꿈을 갖게 만든다.
알베르토는 베스파를 타고 더 넓은 세상을 여행하자며 루카에게 함께 항구 마을로 가지 않겠냐고 묻는다. 루카는 한 번도 접해본 적 없는 ‘육지 괴물’들의 마을에 대한 두려움이 있었지만 베스파를 갖고 싶은 마음과 호기심에 알베르토의 제안을 수락한다.
“머릿속 브루노를 물리쳐야 해!”, “살렌치오, 브루노!”
처음으로 가본 육지 사람들의 마을엔 두려운 것이 가득했다. 바다괴물 또는 바다 생물들을 잡는 그림이 그려진 벽, 바다괴물을 사냥한다는 줄리아의 아빠. 모르는 물건들 투성이인 가게들. 그리고 혹여나 물이 닿아 피부가 변하지 않을까, 사람들이 나를 공격하지 않을까 하는 두려움. 새로 만난 세상과 새로운 도전 앞에서 루카가 작은 두려움을 느낄 때마다 알베르토는 이렇게 말한다. “머릿속 브루노를 물리쳐야해!”, “살렌치오, 브루노!”.
알베르토는 루카의 머릿속엔 걱정을 하게 만드는 존재 ‘브루노’가 있다고 말한다. 자전거를 타고 하늘로 날아오를 때, 가파른 내리막을 내려가야 할 때, 항구 마을로 모험을 떠날 때 등등. 루카는 여러 순간에 고민과 갈등을 반복하고 알베르토는 그 모든 걸 깨야 새로운 세상으로의 모험을 성공할 수 있다고 말한다. 루카는 알베르토의 말에 “살렌치오, 브루노!”를 외치며 더 힘차게 페달을 밟는다.
내가 원하는 건 학교에 가는 거야.
새로운 육지 세상, 새로운 친구 줄리아, 높은 하늘에서 빛나고 있는 수많은 별들. 루카는 엄마가 항상 위험하다고만 말했던 육지에 나와 새로운 세상을 만나게 되고 줄리아처럼 학교에 가고 싶다는 꿈을 꾸게 된다. 깊은 바다에서 그냥 생각만 하면서 사는 심해어 큰 아빠 같은 삶이 아닌 더 넓은 곳으로 나아가 더 많은 걸 배우고 싶다는 꿈. 근데, 육지 사람들이 ‘바다괴물 루카’를 받아줄까? 알베르토와 루카는 루카의 새로운 꿈을 중심에 두고 갈등을 일으킨다.
육지에서 알베르토와 루카, 줄리아는 별종이다. 평범한 사람이 아닌 바다괴물인 알베르토와 루카, 그리고 이 마을에 어울리지 않는 사람이라고 평가받는 줄리아. 루카의 부모님은 루카가 별종으로 취급받는 육지에 올라가지 않길 바라고 알베르토는 루카가 학교에 갈 수 없다고 말한다. 그리고 줄리아의 아빠는 매번 경기에 홀로 출전하는 줄리아를 걱정한다. 아이의 꿈 자체를 부정하는 것은 아니지만, 어디선가 별종으로 취급받고 배척당할지도 모르는 환경에 놓이지 않을까 싶어 걱정스러웠던 게 아닐까.
루카와 알베르토, 줄리아는 어른들의 걱정 어린 시선을 뒤로하고 도전을 멈추지 않는다. 경기에서 우승해 나도 이 마을에 어울리는 사람이라는 걸 보여주고 싶다는 줄리아와 나도 육지 사람들과 다르지 않음을, 더 큰 세상을 여행할 수 있음을 보여주고 싶다는 루카와 알베르토. 아이들을 만류하던 부모님들은 어느새 아이들의 꿈을 인정하고 힘을 실어준다. 루카의 엄마는 다른 아이들 사이에 섞여 자전거를 타고 지나가는 루카를 멍하니 보며 “엄청 빠르다”라고 말하고 아이들이 우승을 했을 때 누구보다 자랑스럽고 기뻐하는 모습을 보인다. 줄리아의 아빠는 줄리아의 부탁에 경기 참여 비용을 마련해 주고 파스타 먹기 연습을 위해 여러 파스타를 준비해 준다. 그리고 루카와 알베르토를 바다 괴물이 아닌 줄리아의 친구, 자신의 새로운 아이로 받아들인다.
제가 잘 알죠. 이 아이들은 루카, 알베르토입니다.
마을 사람들은 바다 괴물이라 칭하는 존재들을 잘 모르고 있었음에도 바다에 산다는 이유로, 비늘을 가졌다는 이유로 괴물이라 말하고 배척해야 하는 존재로 생각한다. 그들이 큰 해를 끼치거나 잘못한 일이 없음에도 우리와 모습이 다르다는 이유만으로 다른게 아닌 틀린, 없애야 하는 존재라고 인식한다. 육지와 바다의 명확한 선은 바다 사람들을 더 깊은 바닷속으로 숨게 만들었으며 육지와 바다의 사이를 더 멀게 만들었다.
루카와 알베르토, 줄리아는 그 진한 선을 뛰어넘고 친구가 되어 함께 손을 잡고 결승선을 통과한다. 그 모습은 구석에 숨어있던 바다 사람들에게 용기를 주었고, 용기를 내 드러낸 바다 사람들의 진짜 모습은 육지 사람들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육지, 바다 사람들은 드디어 편견 없이 서로의 진짜 모습을 마주하게 된다. 그리고 잘못된 존재가 아닌 조금 다른 존재임을 받아들인다.
“거긴 위험한 곳이야”, “너는 달라서 받아주지 않을 거야.” 같은 편견, 미리 집어먹은 걱정과 고민 앞에서 주저앉기보다 같은 꿈을 가진 친구의 손을 잡고 달려가는 아이들의 모습이 큰 감동으로 다가왔던 영화 <루카>. 더운 여름날, 특히 흰 구름이 하늘 가득 떠있는 날 이 영화를 보게 된다면 틀림없이 지금보다 한 뼘쯤 더 행복해질 거라 말하고 싶다. 한 번도 만나본 적 없는 새로운 세상으로의 도전을 앞두고 고민과 갈등, 두려움이 가득한 사람이라면 이 영화가 분명 힘이 될 것이다. 머리에 가득 찬 두려움을, 브루노를 떨치고 새로운 꿈을 꾸자. “살렌치오, 브루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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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할리우드에서 가장 핫한 미국 독립 영화 배급사 'A24' 영화 큐레이션
안녕하세요!
영화/OTT 콘텐츠 큐레이션 웹 매거진 '씨네랩'입니다.
할리우드에서 가장 독보적인 개성과 입지로 탄탄한 매니아층을 쌓아가고 있는
배급사 A24를 알고 있으신가요?
<문라이트>에서 <미나리> <에브리씽 에브리웨어 올 앳 원스> 그리고 현재 상영 중에 있는 영화 <클로즈>까지!
오늘 씨네랩은 웰메이드 다양성 영화를 배급하고 미국 독립영화계 신흥 강자로 떠오르고 있는 A24 영화사가
제작 혹은 배급한 작품 큐레이션 입니다 :)
평론가 그리고 관객들에게 많은 사랑과 호평을 받은 A24 TOP 7 지금 바로 살펴 보시죠!
문라이트
ⓒ 네이버 영화
개요: 드라마 | 미국 | 111분
감독: 베리 젠킨스
출연: 알렉스 R.히버트, 에쉬튼 샌더스, 트래반트 로즈
개봉: 2023.03.22.
시놉시스
마이애미를 배경으로 한 흑인 아이가 소년이 되고 청년으로 성장해 가는 과정에서 푸르도록 치명적인 사랑과 정체성에 관한 이야기.
명대사
"언젠가는 뭐가 될지 스스로 결정해야 해. 그 결정을 남에게 맡기지 마."
CINE PICK!
A24에서 제작한 영화 <문라이트>는 흑인 소년 '샤이론'이 소년에서 청년으로 넘어가는 시점을 3 파트로 나눈 이야기이자 사랑 그리고 정체성에 관한 이야기를 담고 있습니다.
2017년 아카데미 최우수작품상, 각색상, 남우조연상 3관왕을 차지하며 걸작으로 평가되고 있는 영화 <문라이트>는 A24 제작사의 대표 작품이라 할 수 있죠.
킬링 디어
ⓒ 네이버 영화
개요: 스릴러 | 영국, 아일랜드, 미국 | 121분
감독: 요르고스 란티모스
출연: 콜린 파렐, 니콜 키드먼, 배리 케오간
개봉: 2018.07.12
시놉시스
성공한 외과 의사 스티븐과 그에게 다가온 소년 마틴 미스터리한 그와 친밀해질수록 스티븐과 그의 아내의 이상적인 삶은 완벽하게 무너지는데... "이 악몽을 끝내줘. 할 수 있어?"
명대사
이건 은유에요. 상징 같은 거죠.
CINE PICK!
고대 그리스 3대 비극 작가인 에우리피데스의 희곡을 모티브로 한 작품으로 제70회 칸영화제 각본상을 수상하며 '충격적인 복수의 이야기'를 다룬 작품입니다. 콜렌 파렐, 니콜 키드먼, 베리 케오간 등이 출연해 절제되면서도 섬뜩한 연기를 펼쳤고 '더 랍스터'로 연출력을 인정 받은 요르고스 란티모스의 스릴러 작품입니다.
유전
ⓒ 네이버 영화
개요: 미스터리 | 미국 | 127분
감독: 아리 에스터
출연: 토니 콜렛, 밀리 샤피로, 가브리엘 번, 알렉스 울프
개봉: 2018.06.07
시놉시스
‘애니’는 일주일 전 돌아가신 엄마의 유령이 집에 나타나는 것을 느낀다. 애니가 엄마와 닮았다며
접근한 수상한 이웃 ‘조안’을 통해 엄마의 비밀을 발견하고, 자신이 엄마와 똑같은 일을 저질렀음을 알게 된다.
그리고 마침내 애니의 엄마로부터 시작돼 아들 ‘피터’와 딸 ‘찰리’에게까지 이어진 저주의 실체가 정체를 드러내는데…
명대사
지금 일어나는 일. 나만 막을 수 있어
CINE PICK!
영화 ‘유전’은 할머니의 죽음에서 시작된 저주로 헤어날 수 없는 공포에 지배당한 한 가족에 대한 이야기를 그린 작품으로
마지막 순간까지 소름끼치는 심리적 공포를 극대화한 작품이라 할 수 있죠.
이동진 영화평론가는 ‘유전’에 대해 “공포영화 장르 말고도 기본적으로 잘 만든 영화”라면서 “장르 팬만을 위한 것이 아니라
고전적이면서 우월한 영화”라고 극찬하며 평론 및 대중적으로도 극찬을 받은 작품입니다.
미나리
ⓒ 네이버 영화
개요: 드라마 | 미국 | 115분
감독: 정이삭
출연: 스티븐 연, 한예리, 윤여정, 앨런 김, 노엘 조
개봉: 2021.03.03
시놉시스
"미나리는 어디서든 잘 자라" 낯선 미국, 아칸소로 떠나온 한국 가족.
가족들에게 뭔가 해내는 걸 보여주고 싶은 아빠 '제이콥'(스티븐 연)은 자신만의 농장을 가꾸기 시작하고 엄마 '모니카'(한예리)도 다시 일자리를 찾는다.
아직 어린 아이들을 위해 ‘모니카’의 엄마 ‘순자’(윤여정)가 함께 살기로 하고 가방 가득 고춧가루, 멸치, 한약 그리고 미나리씨를 담은 할머니가 도착한다.
의젓한 큰딸 '앤'(노엘 케이트 조)과 장난꾸러기 막내아들 '데이빗'(앨런 김)은
여느 그랜마같지 않은 할머니가 영- 못마땅한데… 함께 있다면,
새로 시작할 수 있다는 희망으로 하루하루 뿌리 내리며 살아가는 어느 가족의 아주 특별한 여정이 시작된다!
명대사
미나리는 어디서든 잘 자라
CINE PICK!
영화 '미나리'는 희망을 찾아 낯선 미국으로 떠나온 한국 가족의 아주 특별한 여정을 담고 있는 이야기로, 선댄스 영화제 심사위원대상, 제78회 골든글로브까지 전세계 영화제 78관왕을 기록했다. 더불어 '미나리'의 '순자' 역을 맡은 배우 윤여정님은 한국 역사 최초 미국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여우조연상을 받아 더욱 재조명된 작품이기도 합니다.
에브리씽 에브리웨어 올 앳 원스
ⓒ 네이버 영화
개요: 액션 | 미국 | 150분
감독: 다니엘 콴, 다니엘 쉐이너트
출연: 양자경, 스테파니 수, 키 호이 콴, 제이미 리커티스
개봉: 2023.03.01
시놉시스
미국에 이민 와 힘겹게 세탁소를 운영하던 에블린은 세무당국의 조사에 시달리던 어느 날 남편의 이혼 요구와 삐딱하게 구는 딸로 인해 대혼란에 빠진다.
그 순간 에블린은 멀티버스 안에서 수천, 수만의 자신이 세상을 살아가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고,
그 모든 능력을 빌려와 위기의 세상과 가족을 구해야 하는 운명에 처한다.
명대사
어디든 갈 수 있지만 난 너와 여기 있고 싶어
CINE PICK!
아카데미을 휩쓴 화제의 영화 에.에.올! A24 배급 영화 중 북미, 글로벌 흥행 1위 타이틀을 거머쥔 작품으로 국내에서도 35만 관객을 동원하며 많은 이들의 사랑을 받은 작품입니다.
클로즈
ⓒ 네이버 영화
개요: 드라마 | 벨기에,네덜란드,프랑스 | 104분
감독: 루카스 돈트
출연: 에덴 담브린, 구스타비 드와엘
개봉: 2023.05.03
시놉시스
서로가 세상의 전부였던 레오와 레미는 친구들에게 관계를 의심받기 시작한다. 이후 낯선 시선이 두려워진 레오는 레미와 거리를 두고, 홀로 남겨진 레미는 걷잡을 수 없는 감정에 빠져들고 만다. 점차 균열이 깊어져 가던 어느 날, 레오는 믿을 수 없는 현실을 마주하게 되는데...
명대사
오늘은 왜 먼저 갔어?
CINE PICK!
영화 '클로즈'는 루카스 돈트 감독의 두 번째 작품으로 루카스 돈트 감독은 첫 장편작 <걸>로 제71회 칸영화제에서 황금카메라상을 수상하며
데뷔한 감독으로 루카스 돈트 감독 특유의 다채로운 동선과 디테일한 움직임,
그리고 뛰어난 묘사력이 더해지면서 <클로즈>만의 독특하고 아름다운 미장센을 완성한 작품입니다.
<클로즈> 또한 A24가 배급을 맡았습니다.
이 외에도 A24는 <플로리다 프로젝트> <레이디 버드> <미드 소마> 등 웰메이드 다양성 영화들을 선보여왔습니다.
특히 올해는 제95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클로즈>를 비롯한 <에브리씽 에브리웨어 올 앳 원스> <애프터썬> <더 웨일> 등을 통해
최다 후보를 배출해내는 데 성공하며, 더욱 그 위상과 위세를 떨치고 있습니다.
A24 큐레이션은 여기서 마치도록 하겠습니다.
추후 더욱 유익하고 재미난 영화 소식으로 찾아오겠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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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야기는 비단을 닮아
브런치 넷플릭스 스토리텔러로 선정되어 넷플릭스 멤버십과 소정의 상품을 지원받았으며, 넷플릭스 콘텐츠를 직접 감상 후 느낀 점을 발행한 글입니다.
*주요 줄거리가 서술되어 있습니다. 아무 정보 없이 보기 원하시는 분은 나중에 다시 읽어주세요.
1992년 싱가포르. 노이즈가 자글거리는 필름 너머로 습기와 열기가 푹푹 전달되는 것만 같다. 그 안에 안경을 끼고 카메라를 든 십대 여자아이가 웃는다. 영상 속 어린 샌디 탠 감독은 친구들과 로드무비를 찍고 있었다. 이 다큐멘터리 영화는 옛 사진과 영상으로 싱가포르 역사와 그 안의 자기 모습을 돌아보며 시작한다.
필름의 질감과 색감을 좋아한다면, 단편소설 속 특색 있는 인물들을 곱씹으며 읽는 시간을 좋아한다면 이 영화를 사랑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무성 영상과 옛날 사진, 노트 등 오래 간직해온 자료들을 재미있고 유쾌하게 편집해 냈다.
넷플릭스 다큐멘터리 <셔커스:잃어버린 필름을 찾아서>
영화와 음악을 사랑하고, 그 마음 그대로 움직일 만큼 행동력 있던 십대 시절. 샌디는 친구들과 함께 도서관 복사기로 잡지를 만들고, 콜라주 이미지로 자기 취향을 더덕더덕 붙이고 있다. 그 시절 응당 갖기 마련인 분노와 반항을 자기만의 에너지로 사용하며 성장했다. 검열 아래서도 자기 취향을 확장해 나가는 이들의 생생한 눈빛. 그의 회상대로 "광란은 일상을 앞질렀다" 할 만한 시절이었다.
그때부터 그는 이미 영화의 세계에 살고 있었다. 소피와 자스민 두 친구도 함께였다. '조지 카도나'라는 교사가 지도하는 영화 제작 수업을 들었다. 조지는 스스로를 미국 영화 제작자라고 소개했지만, 국적도 출신도 정확히 알 수 없는 사람이었다. 이들은 수업을 마치면 드라이브를 하며 들개들을 보곤 했다. 아무 짝에도 쓸모없어 보일 수도 있다. 그러나 영화를 사랑하는 십대 아이들에게는 큰 영향력을 남긴 시간이었을 것이다. 껌 씹는 것조차 금지했을 정도로 경직되어 있던, 침묵과 미소를 권장했던 당시 싱가포르 사회에서는 흔치 않은 만남이었다. 누벨바그를 사랑하는, 빛이 변해가는 풍경을 가만히 보고 있는 어른이라니.
오래된 영화는 스승에게, 또 이어 제자에게도 영감을 남긴다. 샌디는 조지와 찰떡 같은 호흡을 맞추다가, 싱가포르 배경의 로드무비 시나리오를 일필휘지로 써나간다. 1990년대 초반은 '싱가포르 영화'라는 개념 자체가 아직 낯설던 시절이었다. 아예 싱가포르를 배경으로 하는 영화조차 많지 않았던, 싱가포르 영화의 떡잎이 돋기 시작하던 즈음이었다. 눈 쌓인 들판에 발자국을 남기며 뛰어다닐 생각에 들뜬 아이들처럼, 샌디는 마구 직진하기 시작했다.
의견 차이는 있었지만 소피와 자스민도 영화 <셔커스>를 위해 최선을 다했다. 소피는 공손한 메일을 써서 회의를 잡았다. 테이프 하나 기타 하나로 음악을 만들어야 하는 친구도 있었다. 배우 오디션을 치르고, 다들 설렘과 기대를 가득 안고 이 영화에 모든 것을 쏟아부었다. 필름과 장비도 제공받았다.
그런데 언제부턴가 조금씩 이상하다. 회의를 조율한 사람은 소피지만 정작 회의 직전에 조지는 소피를 부엌으로 보낸다. "영화를 믿은" 소피는 내켜하지 않으면서도 그 자리를 순순히 내어준다. 제한된 장비로 정성껏 만든 음악이 담긴 테이프, 그 하나뿐인 테이프도 조지가 가져가서 돌려주지 않았다. 들개를 찍으러 함께 다니던 제자들을 데리고, 조지는 이제 ATM에서 ATM으로 돌아다닌다. 아이들의 모든 저금까지 이 영화에 쏟아부었다. 자스민은 이상한 점을 하나씩 기록하고 지적한다. 영화를 완성시킬 야심에 차서 직진만을 고수하고 있는 샌디에게는 이 모든 이상한 점이 보이지 않는다.
그 시절의 샌디
우여곡절 끝에 촬영이 끝난다. 성취와 동시에 탈진할 수밖에 없는 경험이었다. 이들은 각자의 자리로 돌아간다. 이미 외국의 영화학교에 다니고 있던 소피, 자스민, 샌디 모두 각자의 학교로 돌아가고, 조지만이 싱가포르에 남아 필름 작업을 하기로 했다. 샌디는 간절한 마음으로 <셔커스> 완성을 기다렸지만, 아무리 기다려도 필름은 오지 않는다. 그리고 조지와 필름이 증발하듯 사라져 버린다. 모든 이야기를 등에 지고 사라져 버린 것이다. 열심을 다했던 셋은, 아니 더 많은 이들은, 충격에 빠진다. 그토록 최선을 다해 모든 것을 쏟아부었는데 남은 것은 갈수록 흐릿해지는 기억뿐이다.
그는 무엇이었을까? 영화 제작의 내부자가 아니라 외부자였던 것일까? 순식간에 실패로 전락한, 야심만만했던 기획들. 샌디는 괴로운 기억을 닫아두었다고 말한다. 그런데 이상하다. 이 다큐멘터리는 시작부터 <셔커스>를 포함한 영상과 사진으로 편집되어 있다. 1992년 촬영과 이 다큐멘터리가 나온 2018년 사이 필름을 되찾았다는 뜻이다. 샌디 탠 감독과 친구들은 <셔커스> 필름을 어떻게 다시 얻게 된 걸까? 조지는 누구였을까? <셔커스>는 잃어버린 필름을 찾는 동시에, 그와 함께 사라진 조지를 찾는 여정이 된다.
조지, 그리고 샌디
조지가 어떤 사람이었는지, 샌디 탠 감독이 <셔커스> 필름을 어떻게 다시 만나게 되었는지는 영화에서 직접 확인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실제로 무슨 일이 있었는지와 무관하게, 샌디 탠 감독에게 조지가 어떤 의미로 남았는지와도 무관하게, 필름에 담긴 시간과 열정까지 절도해간 조지가 이 영화에 갇히면서 체포되었다는 인상을 지울 수 없었다. 결국 그는 샌디 탠 감독의 작품 소재가 되었으니까.
영화를 사랑한다고 영화 속 인물이 되는 건 아니다. 창작을 업으로 삼을 거라면 이야기 바깥에 사는 자신을 잃지 않아야 할 것이다. 이야기 바깥을 부단히 걸어다니며 자기 길을 만들고 자기 이야기를 쌓아야 한다. 그러나 조지는 그렇지 못했다. 평생 한 편의 영화 감독도 되지 못했고, 오히려 누군가의 이야기의 소재로만 남고 말았다. 소재가 된다고 나쁜 삶은 아니지만, 추측하건대 아마 그가 진정 원한 삶은 아니었을 듯하다.
변죽만 울리다 보면 진정 자기가 원하는 중심으로 들어갈 수 없다. 자신의 세계를 확고히 쌓아가는 이, 조금씩이라도 자기 이야기를 자기 방법으로 표현하는 법을 익혀가는 이에게 이길 재간이 없다. 조지는 그렇게 샌디의 영화 소재, 등장인물로만 이름을 남겼다.
진짜 조지는 어떤 마음이었을까. 알 수 없지만, 나의 추측에는 내가 반영된다. 자신의 영화는 만든 적 없는 이가 다른 이의 영화를 향해 던지는 비릿한 시선에서 나는내 비겁함을 발견한다.
취미라는 단어에 가둬 두기엔 내게 글쓰기란 너무 의미가 깊은 일이다. 그러나 본업이 아니라는 이유로 너무나 쉽게 밀려난다. 맹렬하게 고민하고 애쓸 때도 있지만 어디로 흘러가는 건지 모르겠는 마음이 더 크다. 그러다가도 특별한 재능을 특별하게 인정받는 남들을 보면 부럽고, 은연 중에 내게도 그런 "한 방"이 찾아와주길 꿈꾸는 마음이 슬쩍 고개를 든다.
그 마음은 망상에 지나지 않단 걸 안다. 어떤 계기를 만나 반짝 주목받을 수도 있겠지만, 그 또한 꾸준히 해나가는 과정의 한 순간일 뿐이다. 내가 하고 싶은 게 뭔지 더듬더듬 확인하고, 이게 최선일까 불안해하면서도 차곡차곡 모자이크화처럼 시간을 채워가는 것밖엔 방법이 없다는 걸.
그러다 보면 뭐라도 담겨있을 것이다. 그 시절의 건물과 패션의 색감마저 아름다웠던, 지금은 사라져버린 싱가포르 풍경조차 특별하게 느껴지는 <셔커스> 필름 컷들처럼. 특별하기보다 특이한 인물들로 가득한, 자기만이 가질 수 있는 색깔로 꽉 차 있는 컷들이었다.
거칠고 투박해도, 온 세계가 공감할 수 없어도, 앞선 시간에서 알게 모르게 배운 것들이 녹아 있고, 생생하게 살아있는 것들. 샌디 탠 감독은 필름을 빼앗기고, 이후의 커리어에도 영향을 받았지만, 오랜 시간 끝에 결국 <셔커스>를 영화라는 방법으로 완성했다.
타의에 의해 끊긴 피륙은 무명도 비단이 된다고, 박완서 소설 어딘가에서 읽었다. 이건 그 비단을 닮은 이야기였다. 다시 오지 않을 그 시절을, 지금 여기서도 다시 감싸안을 수 있을 만큼 힘 있는 비단. 피륙을 끊은 가위조차 휘감고 계속 너울너울 이어져가는 비단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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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계속 살아가겠습니다.
<그래비티>를 영화관에서 본 경험은 제겐 잊을수 없는 여러 경험들 중 하나입니다. 객관적인 영화의 완성도로 보자면 알폰소 쿠아론 감독의 작품들 중 <로마>를 넘을 수 있는 작품은 없다고 생각하지만, 제 마음은 언제나 <그래비티>를 향해 기울어져 있습니다. 광활한 우주를 배경으로 펼쳐지는 압도적인 롱테이크라던가 비유적인 이미지들과 같은 영상미에 대한 이야기는 차치하더라도, 알폰소 쿠아론 감독 특유의 생명을 존중하는 카메라의 시선과 아픔을 딛고 새로이 태어나고자 분투하는 영화속 라이언 스톤 박사의 모습이 특히나 와닿았습니다. 그리고 영화를 보던 그 시절의 저에게 용기를 준 소중한 작품이기도 합니다. 알폰소 쿠아론 감독 자체에 대해서 할말이 많아서, 언젠가 기회가 된다면 그에 대한 감독론을 써보고 싶다는 소소한 소망을 갖고 있습니다. 우선, 지금 이 글에서는 <그래비티>만을 다루게 되겠지만요.
과거는 놓아주고, 다시 앞으로.
허블 우주망원경을 수리하기 위해 우주를 탐사하던 맷 코왈스키의 팀은 같은 궤도를 돌고 있는 위성의 잔해에 휩쓸려 사고를 당하게 됩니다. 갑작스러운 사고에 탐사선은 망가지고, 맷 코왈스키와 라이언 스톤을 제외한 다른 탐사원들은 목숨을 잃습니다. 설상가상으로 우주복의 연료도 산소도 모두 부족한 상태. 살아남은 맷 코왈스키와 라이언 스톤은 지구로 되돌아갈 방법을 찾아봅니다. 수다쟁이인 맷 코왈스키는 긴장을 풀어줄 목적인지 라이언 스톤에게 끈질기게 말을 거는데, 그덕분에 라이언 스톤은 자신의 아픔을 털어놓게 됩니다.
라이언 스톤은 자신의 아픔을 털어놓게 됩니다.
“딸이 있었어요...4살이었죠. 학교에서 술래잡기를 하다가 미끄러져서 머리를 부딪쳤죠. 그렇게 허무하게 죽었어요. 연락을 받았을 땐, 운전중이었어요. 그때부턴 그것만 해요. 아침에 일어나, 출근하고. 운전만 해요.”
라이언 스톤 박사에게 딸의 존재는 그녀가 삶을 살아갈 수 있게 해주는, 지구에서 발을 딛고 서있도록 만들어주었던 ‘중력’이었을 겁니다. 그런 딸을 잃은 라이언 박사는 더이상 지구에 발을 딛지 못하고, 무중력 상태의 우주로 떠나온 것이겠죠. 여기에서 눈여겨 볼만한 점은 라이언이 딸을 잃은 상실감에 빠져 있긴 했지만, 그 이유로 자신의 삶을 완전히 포기한 것은 아니라는 사실입니다.
죽음의 공포속에서 새롭게 태어나다
코왈스키마저 떠나보내고, ISS(우주정거장)에 무사히 도착합니다. 지칠대로 지친 라이언 스톤은 우주복을 벗고 몸을 웅크리는데 그 모습은 마치 태아의 모습을 닮았습니다. 그렇죠, 영화는 바로 이 장면을 통해서 라이언 스톤이 과거의 기억들을 놓아주고 새롭게 태어나게 될 것이라는 상징적인 묘사를 하고 있습니다. 과거의 아픔과 회한을 놓아주고, 라이언은 새롭게 태어납니다. 이제 그녀는 삶을 부정하지 않고, 그 누구도 자신을 기다리지 않는 지구락 해도 다시 되돌아가고자 합니다.
Letum non omnia finit. (죽음이 모든 것을 끝내지 않는다.)
라이언 스톤 박사는 이제 새롭게 태어나고자 합니다. 하지만, 세상은 필사적으로 살아가려는 사람에게 장난이라도 치듯이 어떤 기회를 보여주었다가 없애버립니다. 압도적인 공간, 불확실의 공간인 우주안에서 인간은 너무도 무력합니다. 우주뿐만아니라, 저 지구에서도 마찬가지로 인간은 무력하여, 라이언 스톤의 딸처럼 정말 허무하게 죽어버리기도 하죠. 이 세계는 정말로 운명같은 것이 처음부터 모두에게 주어져 있는 것처럼, 인간이 원하는 바를 쉽게 이루도록 놔두지 않습니다.
마침내 라이언 스톤은 삶의 장난과 같은 짓궂음에 지쳐버리고, 그녀는 어떤 거대한 운명앞에서 굴복하고, 탈출선안에서 모든 희망과 가능성을 포기한채로 죽음을 결심합니다. 모든 것을 포기하고, 죽음앞에서 굴복하려는 순간 갑작스럽게 탈출선의 해치가 열립니다. 어떻게 나타난 것인지 알수없지만, 기적처럼 맷 코왈스키가 나타나서 보드카를 건네며 라이언에게 조언을 남겨주고 떠납니다.
자식 잃은 슬픔만한 게 어디있다고. 하지만 계속 가기로 했다면 끝까지 가 봐야지.
“알아. 여기에 영원히 남고 싶을 거야. 조용하니 혼자 있기에 좋고. 눈을 감으면 세상 모두가 잊혀지지. 여기엔 상처 줄 사람도 없고. 계속 살아봐야 뭐 별 거 있겠어? 자식 잃은 슬픔만한 게 어디있다고. 하지만 계속 가기로 했다면 끝까지 가 봐야지.”
라이언 스톤이 모든 희망을 포기하고, 삶을 등지려는 순간. 기적처럼 나타난 맷. 라이언은 진정한 죽음앞에서 다시한번 삶을 생각하고 다시 삶을 향해 모험을 시작합니다. 그녀는 여전히 죽음을 두려워 하지만, 그것을 극복하고 다음 걸음을 내딛습니다. 라이언 스톤이 그녀의 다음 걸음에 예상되는 결과가 삶이든 죽음이든, 그 결과를 받아들일 준비가 된 순간 삶도 죽음도 다시 그녀를 환대합니다.
삶은 언제나 좋은 소식과 나쁜 소식을 동반하고.
버튼 하나만 잘못 눌러도 죽을수 있는 상황입니다. 라이언은 그 아슬한 경계에서 살아남기 위해 노력하는데, 사실 우리의 일상도 별반 다르지 않습니다. 운전중 살짝 손이 미끄러지기만 해도 곧 큰 사고로 직결되고, 길을 걷다가도 잠깐 한눈을 파는 사이에 위험한 일들이 벌어지기도 합니다. 언제나 우린 다음 걸음을 예상하지 못하고 살아갑니다. 하지만, 역설적이게도 다음 걸음을 예상할 수 없기 때문에 희망을 품고 다음 걸음을 계속해서 내딛는 것이기도 하죠. 아무것도 하지 않고 죽음을 기다리고 있을 바에야, 한 걸음이라도 내딛는 편이 나을테니까요.
아무것도 하지 않고 죽음을 기다리고 있을 바에야, 한 걸음이라도 내딛는 편이 나을테니까요.
“내가 보기에 예상되는 결과는 두가지다. 무사히 착륙해서 멋진 모험담을 들려주거나 앞으로 10분 안에 불타 죽거나 어느 쪽이든 밑져야 본전이다! 어떻게되든, 엄청난 여행일 거다.”
텐공에 도착하여 착륙선을 찾아 간신히 언도킹에 성공한 라이언 스톤. 지구의 중력은 무자비하게 라이언 스톤이 탑승한 착륙선을 끌어당깁니다. 이제, 그녀의 말처럼 예상되는 결과는 상반된 두 가지의 결과입니다. 라이언은 웃으면서 이 상황을 받아 들입니다. 그녀는 무사히 지구에 도착하여 비로소 지구의 중력을 다시한번 느낍니다. 라이언 박사는 지구에 무사히 도착하고 후련하게 웃으며 자신을 붙잡아주는 대지에 감사의 인사를 속삭입니다. 이윽고 당당히 중력에 맞서서 일어서는 라이언 스톤의 모습이 카메라에 잡히며, 과거의 아픔에서 벗어나 새로이 태어나는 여정을 그린 영화 <그래비티>는 이렇게 끝납니다. 영화 <그래비티>는 태아가 세상밖으로 나오기 위해 애쓰는 것만큼이나 강렬하게 삶을 추구하고 있습니다. 그래서인지, 이 영화를 보면 언제나 벅차오르는 감정을 느끼곤 합니다. 때때로 삶의 중력이 어깨를 짓누르는 그 무게가 무겁긴하지만, 그래도 그 중력덕분에 우리가 서있을 수 있고, 계속해서 걸어갈 수 있는 것이 아닐까 생각해봅니다.
* 이미지 출처: 네이버 영화 포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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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판단을 지연하여 도달하는 곳
이탈리아 영화감독 루카 구아다니노는 서사를 부분적으로 감추거나, 결정적인 장면에서 카메라를 돌리고, 포커스를 맞추지 않으면서 사건 자체보다 사건이 인물에게 실어나르는 감정에 주목한다. 일례로, <콜 미 바이 유어 네임>에서 청년이 소년에게 숨겨져 있던 성 정체성을 끌어올리는 동안, 소년의 부모는 둘의 사랑을 방해할 생각은커녕 그들의 사이를 관조하거나 응원한다. 더욱이 이 영화는 청년에게 시선을 할애하지 않아, 관객에게 성 정체성에 의해 고민하고 지연되는 갈등보다 소년의 마음이 움직이는 궤도를 동행하게 만든다. 성 정체성을 다루면서도 그들에게 가해지는 차별과 폭력보다는 미학적 완성도에 더 깊게 몰두하는 것을 두고, 미국 평론가 조너선 롬니는 “이 영화에서 묘사되는 세계는 너무나 빛나고 완벽해서, 이건 인생에 대한 영화가 아니라 라이프스타일에 대한 영화처럼 보인다.”(장영엽, 「씨네21」 2018-03-21 재인용)라는 평을 남기기도 했는데, 이런 비판에도 구아다니노는 자신의 영화적 관심사를 멈출 생각이 없어 보인다. 왓챠를 통해 독점 공개된 HBO 드라마 <위 아 후 위 아>(2020)에서는 한술 더 떠 ‘다름’을 평범하게 제시하며 ‘구분’ 자체를 흐리기 때문이다.
드라마는 소년 프레이져(잭 딜런 그레이저)가 군인인 두 엄마를 따라 이탈리아에 있는 미군 주둔지로 오면서 시작한다. 프레이져는 손톱에 색을 칠하고, 미성년자임에도 맥주를 손에 쥐고, 지휘관의 아들에게는 걸맞지 않은 화려한 옷차림으로 주둔지를 활보한다. 그런데 두 엄마는 프레이저의 기행을 오히려 비범하다고 여기고, 특히 친모인 사라(클로에 세비니)는 미육군 대령이자 부대의 지휘관이지만 집에서는 아들에게 뺨을 맞기도 하는 연약한 모습을 보인다. 프레이져에게 아버지의 부재는 성장에 불편함을 주지 않는 듯 보이는데, 일례로 생리를 시작한 다른 주인공 케이틀린(조던 크리스틴 시먼)이 탐폰의 사용법을 몰라 혼자 애를 먹는 반면에, 프레이져는 엄마 매기(앨리스 브라가)를 통해 면도하는 법을 배운다. 케이틀린과 그의 가정도 평범과는 거리가 있다. 미국인 아빠, 나이지리아인 엄마, 친부가 따로 있는 이복오빠와 함께 사는 케이틀린은 성 정체성에 혼란을 겪는 중이다. 그는 아빠 포이트리스(스콧 메스쿠디)가 자신을 ‘아가씨’라고 부르는 것에 서운해하고, ‘하퍼’라는 이름으로 남장을 하고 주둔지 밖을 돌아다니기도 한다.
흥미로운 점은, 드라마가 ‘원래 다들 이렇지 않아?’라고 시치미를 떼듯 어딘가 어색한 인물들을 대수롭지 않게 담아낸다는 것이다. 구아다니노는 전작들에서 그랬듯, <위 아 후 위 아>에서도 평범하지 않은 두 가정의 사연을 서사의 진행에 필요한 부분만 꺼내 보여준다. 레즈비언인 매기와 사라가 사랑에 빠지게 된 계기, 프레이져의 친부에 대한 정보, 그가 왜 임신한 사라와 헤어졌는지도 시청자는 알 수 없다. 케이틀린의 오빠인 대니(스펜스 무어)의 친부 또한 드라마 내부에서 존재를 확인할 수 없고, 남편과 이별한 후에 제니(페이스 알라비)가 어떻게 미군 포이트리스의 만나게 되었는지 가르쳐주지 않는다. 드라마는 서사 바깥에 있는 과거의 이야기를 극 안으로 가져오지 않아, 인물들의 특별한 사연이 극적으로 보이지 않게 한다.
드라마가 ‘다름’과 ‘구분’에 관해 말을 아끼는 동안, 프레이져와 케이틀린이 겪는 정체성의 혼란도 두 아이가 서로를 지탱하며 큰 문제 없이 유려하게 흐른다. 그러다 6화에서 포이트리스가 두 아이를 떼어놓기 위해 직접 학교 앞으로 찾아온다. 그런데 이 장면에는 의미를 알기 힘든 인서트씬이 막간처럼 틈입한다. 프레이져와 케이틀린은 열정적으로 춤추고 노래하지만, 식당에 있는 사람들은 아이들에게 무관심하다. 심지어 두 아이는 카메라를 정면으로 바라보기까지 한다. 흥겨운 음악과 유쾌한 운동감이 있지만 서사와는 큰 연관이 없다는 점에서 이 씬은 레오 까락스의 영화 <홀리모터스>(2012)에서 드니 라방이 성당에서 아코디언을 연주하며 퍼레이드를 벌이는 장면과 닮아있다. 영화비평가 허문영은 <홀리모터스>의 이 장면을 두고 “이 장면에 넋을 잃게 되는 이유는 연주와 음악 자체에 있지 않고, 그것의 위치에 있다. 비루하고 잔혹하며 고단한 가면 놀이의 틈에서 우리를 향해 이처럼 벼락같이 쏟아지지 않았다면, 우리가 이 음악을 그토록 사랑할 수 있었을까.”(허문영, 「진실은 막간에 있다」)라고 평했는데, 그의 말에 따르면 이 장면이 가진 장력은 배치에 있다는 것이다. <위 아 후 위 아>의 유사한 장면도 구분이 개입하는 순간을 정확히 짚어내어 위치한다. 이 장면은 프레이져 때문에 케이틀린이 어긋나고 상처받을까 걱정하는 포이트리스가 물리적으로 두 아이를 가로막는 순간이다. 그리고 드라마에서 다름과 올바름의 경계에서 처음으로 인물 간에 갈등이 발생하는 순간이기도 하다. 그래서 드라마는 작위적인 장면의 의도적 배치를 통해 다름에 관한 판단을 영리한 방법으로 지연하는 것이다.
그렇다면 드라마가 판단을 지연하려는 목적은 무엇일까. 그것은 드라마 중간중간 미디어에서 언급되는 트럼프와 관계있어 보인다. 드라마는 트럼프의 당선 소식(6화 결말)을 기점으로 앞선 회차들을 전복시키며 지연했던 판단을 하나둘 건져낸다. 크레이그(코리 나이트)의 죽음 이후 학생들은 토론을 벌이며 상대의 의견을 거부하고, 그 과정에서 프레이져의 솔직함은 눈치 없음으로 바뀐다. 또한, 흠모하던 조나단(톰 메르시에)의 집을 방문한 프레이져는 속옷만 입고 춤을 추는 조나단의 여자친구와 조나단 사이에 서게 되는데, 갑자기 도망치듯 뛰쳐나온다. 두 엄마에게서 발견할 수 없었던 여성과 남성의 신체적 차이와 조화 확인했을까. 아니면 자신의 남들과는 다른 성적 지향이 잘못됐다고 생각했을까. 프레이져는 집으로 돌아가 두 엄마에게 이제껏 찾은 적 없던 아버지의 행방을 묻는다. 4화에서 아이들이 자신의 성기를 거리낌 없이 드러내고, 남의 물건을 마음대로 쓰고, 먹다 남은 음식물을 아무렇게나 던져놔도 아무런 제약이 없던 러시아인의 저택에도 일탈이 주는 해방감과 역동성이 거둬진다. 술과 마약은 아이들을 통제할 수 없게 만들고, 대니와 아이들은 물건을 부수고 폭력을 행사한다. 일탈이 비행으로 바뀌면서 아이들만의 공간으로 어른인 매기와 사라가 찾아오게 된다.
특히 크레이그의 죽음에 대한 사라의 태도가 눈에 띈다. 사라는 모니터에 비친 희생자들의 시신 앞에서 “여기 군인밖에 없잖아”라고 말하며 나체를 드러내고, 추모식에선 ‘평화를 위한 대가’라며 그들의 죽음을 군인으로서 숭고한 희생이라고 포장한다. 이는 그들의 죽음을 미국을 위해 정당화하는 것처럼 보이며, 드라마 내내 자신과 대립각을 세우던 포이트리스가 미군들이 이탈리아 피자 가게 파손시킨 사건을 “미국을 모욕했겠죠”라며 미국을 위한 폭력을 정당화한 것과 다르지 않아 보인다(이 장면에서도 트럼프 관련 뉴스가 라디오에서 흘러나온다). 즉 7화에선 이전 회차까지 선명한 구분이 없던 성 역할, 어른/아이, 군인/민간인, 미국/타국이 하나로 모이거나 둘로 나뉘며 그 경계가 선명해지는데, 이 갈등 양상은 트럼프 시대가 가져온 분리 정책과 미국 사회의 분열과 겹쳐진다. 드라마가 6회까지 미뤄뒀던 갈등을 트럼프의 당선이라는 하나의 소실점으로 모아 7화에 일순 화면 위로 길어 올린다고 본다면, 드라마가 판단을 지연한 목적은 트럼프 시대의 사회 분열을 겨냥하기 위해서였다고 말할 수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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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늘과 바람과 '동주'와 시: 별이 된 청춘들
마음이 절로 숙연해지는 밤이다.
시인 윤동주와 독립운동가 송몽규가, 대한민국의 해방을 지켜보지 못한 채 세상을 떠났다는 사실이 무엇보다 마음아팠다.
대한민국의 독립을 위해 애쓰신 분들의 무한한 투쟁에 감사하고 죄송한 마음이 든다. 그리고 그로부터 100년 정도가 지난 지금의 대한민국은, 당신들 덕에 국민과 국토와 완전한 주권을 되찾을 수 있게 되었다고 전해드리고 싶다.
시인 윤동주는,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누구나 아는 시인 ‘서시’로 가장 유명하지만, 나는 ‘별 헤는 밤’이라는 시를 가장 애정한다. ‘서시’만큼이나 좋다. 영화 속에서, 옥의 창살 사이로 내다보이는 별들을 비추며 ‘별 헤는 밤’이 낭송되는 장면에서 잠시나마 그가 되어볼 수 있었다. 얼마나 아팠을까. 얼마나 괴로웠을까. 창씨개명을 해야만 했던 현실이 얼마나 원망스러웠을 것이며, ‘동주’가 아닌 ‘히라누마 도주’로 불려야했던 자신이 얼마나 부끄러웠을까. 무수히 많은 별들이 하늘에서 쏟아질 것만 같은데, 그것들은 끝내 손에 닿지 않는다.
별 하나에 추억과
별 하나에 사랑과
별 하나에 쓸쓸함과
별 하나에 동경과
별 하나에 시와
별 하나에 어머니, 어머니,
-'별 헤는 밤' 중이 구절을 가만히 떠올리다보면 사무치는 그리움이 손에 닿을 것만 같다. 애써 잡으려해도 잡히지 않고, 잡게 되어도 다시 놓치기 일쑤지만 세상에 존재하는 아름다운 것들을 외는 그의 시는 왠지 모르게 하나의 묵직한 위로로 다가온다.
시인 윤동주(좌_강하늘)와 독립운동가 송몽규(우_박정민)
영화에 대해 말하자면, 중간중간에 그가 쓴 시들이 낭송되는 부분이 정말 좋았다. 괜히 더 애틋한 마음이 들었고, 그래서 더 사랑하게 됐다.
처음부터 끝까지 흑백으로 촬영된 필름은 암울한 현실을 배가시킨다. 독립운동가 송몽규와 시인 윤동주는 그 속에서도 희망을 잃지 않고 굳건한 신념으로 투쟁했다. 투옥되었을 당시, 생체실험을 한다는 일본인들의 말도 안되는 명분 하에 바닷물 주사를 강제로 맞은 결과, 결국 이른 나이에 생을 마감하신 두 분께. 지켜드리지 못해 죄송하다고 말씀드리고 싶다. 그리고 당신들은 정말 멋있는 분들이시라고, 아무것도 부끄러워하실 필요가 없다고.
엔딩 크레딧에 나오는 두 분의 연대기를 보는데 계속해서 눈물이 났다.
암흑기와도 같았던 일제강점기에 태어나
그 나잇대에 누릴 수 있는 행복을 마음껏 누려보지 못한 채 ,
오로지 해방만을 꿈꾸며
한 번뿐인 생을 ‘살아내야’하셨을 분들께,
너무나도 죄송한 마음이 들어서.
어릴 적 교과서를 통해 처음 알게 된 시인 윤동주. 그때 갖게 된 열렬한 마음이 지금껏 이어져 온 것 같다. 교과서 활자나 시험지에서 윤동주 시인을 마주하기 전, 이러한 영화나 그의 생에 관한 책을 통해 그를 먼저 알게 되었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내 방 책꽂이 한 켠에는 ‘하늘과 바람과 별과 시’ 필사책이 있고, 벽 한쪽에는 영화 ‘동주’의 일러스트 엽서가 자리하고 있다. 문학 속에서 희망을 찾고 세상을 조금이나마 바꾸려 한 그의 시 속에는 고뇌와 아름다움이 공존한다. 그래서 그가 쓴 시와 그를, 참 많이도 존경하고 동경했던 것 같다.
이제는 별이 되어버린 그 시대의 청춘들께.
"우물 속에는 달이 밝고, 구름이 흐르고, 하늘이 펼치고, 파아란 바람이 불고 가을이 있고 추억처럼 사나이가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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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비상선언, 좋았는데 아쉬운 영화
?Rabbitgumi 입니다!
기대를 많이 모았던 작품이죠.
비상선언이 개봉했습니다.
관상, 더 킹, 연애의 목적을 연출한 한재림 감독의 신작이죠.
배우진도 화려합니다.
송강호, 전도연, 이병헌, 김남길, 임시완 같은 탑 배우들이 출연합니다.
개봉 후 첫 주의 반응은 호불호가 갈리는데요.
이 영화가 어땠을지 좀더 자세히 알려드릴게요! :)
자세한 리뷰는 영상을 참고해주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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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Movielog #26] 주눅들어있는 평범한 가장의 본 모습, 노바디
존윅의 각본가가 존윅 시리즈를 기획한 사람들과 함께 새로운 영화로 돌아왔습니다.
바로 영화 노바디 입니다.
전반적으로 존윅과 비슷한 부분이 많아요. 집에 침투하는 적을 제압하는 액션 장면도 그렇고,
다양한 격투장면은 존윅을 떠오르게 하는 부분이 많습니다.
확실히 이 제작진의 인장이 확실히 들어가 있다고 볼 수 있어요.
조금 다른 점은 가족과 아빠의 가정 내 위치에서 소외당하는 모습을 넣어서 가족적인 감정도 느끼게 합니다.
그래서 자신의 본래 모습을 찾고 가족에게도 그것을 보여주는 영화라고도 할 수 있죠.
다른 것 보다 액션이 좋습니다.
존윅 시리즈를 좋아하신다면 추천드려요. 하지만 아쉬운 점도 물론 있는 영화죠.
자세한 내용은 영상을 끝까지 봐주세요. :)Rabbitgumi 채널 구독과 좋아요도 부탁드립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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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척살대> 예고편
영웅들이 깨어난다!
마도문의 제자 ‘아청’은 사부의 명으로 당문의 장문에게 서신을 전달하려 길을 떠난다.
허나 당문을 비롯한 강호의 각 무림 장문들이 원인 모를 독에 중독되어 사경을 헤매게 되고
그 원인이 불양수의 음모임을 알게 된 ‘아청’은 창술의 ‘복풍’, 상인 ‘강약신’등 동료들과 함께
강호의 평화를 위한 마지막 전투를 준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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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어네스트와 셀레스틴: 멜로디 소동> 메인 예고편
세상의 편견을 뛰어넘은 절친 음악가 곰 '어네스트'와 꼬마 생쥐 '셀레스틴' 둘은 ‘어네스트’의 망가진 바이올린을 고치러 그의 고향 ‘샤라비’로 향한다 오랜만에 찾은 거리에는 음악이 금지되어 침묵만이 흐르고 ‘어네스트’의 숨겨진 과거가 드러나는데… 사라진 멜로디를 되찾기 위한 '곰'과 '생쥐'의 특별한 우정이 다시 시작된다! 감독: 장-클리스토페 로저, 줄리엔 청 장르: 애니메이션 러닝타임: 80분 개봉일: 2025년 6월 11일 관람등급: 전체관람가 수입·배급: ㈜영화사 진진 공동배급: ㈜하이스트레인저 #어네스트와셀레스틴_멜로디소동 #어네스트와셀레스틴 #6월영화 #영화추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