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nonymoushilarious2022-09-13 16:06:16
모든 서사가 계획된 '로맨스 부어버리기'
넷플릭스 오리지널 '퍼플하트' 리뷰
한 여자가 애타게 결혼할 남자를 찾는다. 여자는 젊은 나이에 당뇨에 걸려 인슐린을 주기적으로 맞아야 하는데 보험을 들어놓지 않아 수천 만원의 의료비를 부담해야 하기 때문이다. 미국은 우리 나라 같지 않게 의료 보험이 민영화된 나라라서 의료비 부담이 만만치 않다. 그런 그녀에게 갑자기 닥친 당뇨라는 시련은 그녀의 가수의 꿈에 방해가 되기에 그는 군인 남편을 만들어 국가에서 지원해주는 보험 제도 혜택을 받고자 한다. 그런데 이런 미친 제안을 받아들인 더 미친 남자가 그녀 인생에 들어오는데, 이들의 투닥투닥 결혼 생활은 유지될 수 있을까?
1. 소재의 장점을 말아먹은 로맨스 부어버리기
이 영화가 근래 개봉한 넷플릭스 영화 중에서 인기가 꽤 많았다고 한다. 하지만 역시 난 주류에서 약간 벗어난 인간이기 때문일까. 난 이 영화가 그렇게 인기있을 만한 영화는 아니었다고 본다. 그냥 넷플릭스에서 흔히 내놓는 로맨스 아류작이라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우선 소재는 좋았다. 미국 소시민들의 보험 제도를 비판하기 위해 갑작스레 당뇨병에 걸린 여자를 주인공으로 삼았다는 점이 이 영화의 장점이다. 하지만 그게 끝이다. 미국 사회에서 의료 보험의 혜택을 받지 못하는 수많은 사람들이 있다는 메시지를 전해주려고 했다기에는 이 영화는 로맨스 영화이기 때문이다. 영화가 가진 설정의 특별함이 진부한 내용에 가려져 빛을 발하지 못한다. 그냥 처음부터 기존 로코처럼 가벼운 설정으로 들어갔으면 어땠을까 싶기도 했다. 설정은 심각한 주제인데 내용은 그냥 사랑에 빠지는 가벼운 내용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무엇보다 뒤로 갈수록 내용이 흐지부지되다가 갑자기 로맨스로 급변하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둘의 계약 결혼이 어떤 계기로 사랑이 되는 것인지 알 수가 없었다. 두 사람은 정말 꾸준히 싸워대는데, 결혼하기 전과 결혼한 후의 싸움이 뭐가 다른 것인지 잘 모르겠다. 그냥 자존심이 센 두 남녀가 상황이 여의치 않아 결혼을 했는데, 싸우다가 정들어 갑자기 사랑에 빠졌다 라는 서사를 이해하기엔 너무 뜬금없는 전개였다. 의학드라마인데 로코가 가미되어 힘이 쭉 빠진 여러 드라마들을 생각나게 했달까.
2. 계획된 로맨스 영화의 설득력의 부재
남주의 비밀이 이 영화의 반전인데, 사실 이 반전이 이 영화의 설득력을 가장 망친다고 생각한다. 탑건에서나 볼 법한 군인 판타지를 몰빵한 캐릭터인가 싶었던 초반의 이미지가 무너지면서 실망한 탓이었을까. 남자가 점점 어린 아이 같아 보이면서 캐릭터의 매력이 반감됐다. 오히려 이 점이 그의 인간미로 보일 수도 있겠지만 적어도 나에게는 마이너스였다. 내 군인 판타지가 과했던 것일지도 모른다.
'부족한 서로를 보듬어주는 것이 진짜 사랑'이라고 말하고 싶었던 것 같은데 크게 공감이 되진 않았다. 서사의 순서가 있어야 할 타이밍에 계획적으로 들어가있는데 계획에 충실하느라 감정선의 흐름은 신경쓰지 못한 듯한 느낌이었다.
3. 로맨스의 한계이자 장점
그런데 로맨스 영화 서사가 다 거기서 거긴데 너무 진지하게 받아들이는 것은 아닐까 생각할 수도 있다. 인정한다. 로맨스 장르는 서사보다는 배우의 얼굴로 설득하는 장르인 만큼 배우들의 비주얼로 밀어붙인다는 것에는 동의한다. 하지만 배우들의 비주얼만으로 보다보면 영화 내용은 쉽사리 잊히기 마련이다. 혐관 서사의 두 주인공이 싸우다가 사랑에 빠지는 것 이외에 그 과정에 무슨 일들이 있었는지는 기억이 항상 안난다.
그래서 매번 봐도 새롭다는 것은 장점이긴 하다. 그래서인지 로맨스 장르에서 배우의 비주얼이 좋 내용이 좀 기대치에 못미치더라도 좋은 영화로 평가하는 사람도 더러 봤다. 이건 정말 취향의 차이라서 많은 분들의 의견 부탁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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