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밍글2025-03-04 11:36:21

관객들의 추억을 끊임없이 두드리는 ‘그리움’이란 감정

영화 <로봇 드림>

 

 

<로봇 드림>은 1980년대, 동물들만 사는 뉴욕을 배경으로 ‘도그’와 ‘로봇’의 우정을 다룬 영화이다. 원작에서부터 이어진 단순한 그림체와 동화 같은 분위기로 아동용 애니메이션으로 오해받기 쉽지만, 영화는 이별과 그리움에 대한 마냥 가볍지는 않은 이야기를 다룬다. 그리고 그 중 ‘그리움’이란 감정으로 관객들의 추억을 끊임없이 두드린다. 도그가 살고 있는 80년대가 단순한 설정이 아닌 것처럼 말이다.     

 

 

 

냉전이 완화되고 경제 호황이 시작된 희망과 격동의 시기. 엠파이어 스테이트에서 우뚝 솟은 쌍둥이 빌딩이 보이던 80년대는 많은 미국인에게 황금기로 기억된다. 걱정 없이 센트럴파크에서 롤러스케이트를 타고, 코니아일랜드에서 하루 종일 해수욕하는 도그와 로봇의 모습은 그 당시를 살아간 미국인들의 노스텔지어를 자극한다.     

 

 

 

영화는 시대와 더불어 영화산업 자체를 추억한다. 인터뷰에서 파블로 베르헤르 감독이 ‘이야기로 이야기하는 영화라는 매체의 본질로 돌아가고 싶다’고 언급한 것처럼, 이제는 과거의 전유물이 된 무성영화를 <로봇 드림>을 통해 재현한다(정확히 따지자면 이 영화는 무성영화가 아니다). 특유의 과장된 몸짓의 유머 코드와 무성영화에서 느낄 수 있는 슴슴한 감칠맛은 과거의 무성영화들을 추억하게 한다. 특히 꿈에서 도그의 집이 판낼처럼 쓰러져 로봇을 덮치는 장면은 버스터 키튼의 무성영화 <스팀보트 빌 주니어>를 기억하는 사람에게 짧지만, 강렬한 인상을 주었을 것이다. 그 외에도 공식 포스터의 <원스> 오마주부터 <오즈의 마법사>, <맨하탄> 등 <로봇 드림>에는 많은 영화의 흔적이 숨어있다.     

 

 

 

 

 

영화의 주제가 ‘September’도 빠뜨릴 수 없다. 앞서 말한 내용들은 관객들에게 전하는 것이었다면, 이 노래는 영화 속 주인공들에게 전하는 것에 더 가깝다. 감독의 의도처럼 둘의 관계에 딱 맞는 노래이기도 하면서, 특정 냄새나 소리로 과거 현상을 기억하게 하는 ‘프루스트 효과’를 느끼게 해주기 때문이다. ‘September’를 듣는 순간 도그와 로봇은 주변 시선을 신경 쓰지 않고 신나게 춤을 추며 추억 속으로 들어가고, 둘의 행복했던 기억들은 노래 속에 남게 된다.     

 

 

 

<로봇 드림>의 다양한 감각을 가지고 와 관객들의 추억을 자극하는 모습은, 마치 관객의 추억을 넣어 미완성인 영화를 완성하기 위한 과정으로 보인다. 대사가 없는 영화에 자신의 추억 속 목소리를 집어넣고, 단순한 그림체로 그려진 둘의 얼굴에 자신의 추억 속 얼굴을 그리면서 말이다. 영화 속 주인공들의 이름이 ‘개’와 ‘로봇’이라는 명칭에 가까운 이유도 같은 이유이지 않을까. 각자의 추억을 담아 완성한 두 번째 이야기는 도그와 로봇의 이야기처럼 아름답지 않을 수도 있다. 그럼에도 아름다웠던 그 순간을 그저 추억하길 바라며 영화의 엔딩크래딧은 올라간다.    

작성자 . 밍글

출처 . https://brunch.co.kr/@nomin-zoo/6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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