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INELAB2025-03-06 11:59:52
3월 1주 차, 최신 씨네 뉴스
아리 애스터 감독 신작 <에딩턴> 첫 이미지 공개

아리 애스터 감독과 호아킨 피닉스의 두 번째 협업 영화인 <에딩턴>의 첫 이미지가 공개되었습니다.
유출된 각본에 의하면, <에딩턴>은 팬데믹 시대를 배경으로 한 서부극이며, 2020년대의 정치적 이슈를 반영한 영화로 예상됩니다.
이야기는 보안관 조 크로스(호아킨 피닉스)와 시장 테드 가르시아(페드로 파스칼)의 경쟁을 중심으로 전개되며,
지역 식료품점에서 마스크 착용을 거부한 조가 시장 선거에 출마하기로 하면서 두 사람 사이의 갈등이 격화된다고 합니다.
아리 애스터 감독의 영화답게 이번 작품도 상당히 폭력적인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겟아웃> 조던 필 감독 신작 북미 개봉일 확정

<겟아웃>, <놉> 등으로 관객들에게 신선한 충격을 안겨주었던 조던 필 감독의 신작 개봉일이 확정되었습니다.
유니버설 스튜디오는 그의 네 번째 장편 영화를 2026년 10월 23일 개봉한다고 공식 발표했습니다.
이에 따라 본격적인 제작은 2025년부터 시작될 것으로 예상됩니다.
작가 및 배우 파업으로 인해 제작이 무기한으로 연기되었던 이 작품에 대한 정보는 아직 베일에 싸여있으며,
출연진 정보 역시 아직 알려진 바 없습니다.
<패스트 라이브즈> 셀링 송 감독 신작 <Materalist 머터리얼리스트> 북미 개봉일 공개

전작 <패스트 라이브즈>로 선댄스 영화제에서 돌풍을 일으켰던 셀린 송 감독의 신작 <머터리얼리스트>가 A24를 통해 북미 개봉일을 알렸습니다.
오는 6월 13일 북미 극장 개봉 예정이며, 다코타 존슨, 크리스 에반스, 페드로 파스칼이 주연을 맡았습니다.
전통적인 로맨틱 코미디 영화로,
뉴욕에서 성공을 꿈꾸는 젊은 중매업자가 자신이 사랑했던 두 남자 사이에서 갈등하는 이야기를 그리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드라마 <석세션> 제작한 제시 암스트롱 차기작은 영화

북미 전역을 들썩이게 했던 드라마 <석세션>을 제작한 제시 암스트롱의 차기작 소식입니다.
HBO에서 제작 예정인 영화의 각본과 연출을 맡은 것으로 알려졌으며,
스티브 카렐, 제이슨 슈워츠먼, 코리 마이클 스미스, 라미 유세프가 출연 예정입니다.
제시 암스트롱의 장편 영화 데뷔작인 신작은 국제 금융 위기가 진행 중인 가운데 재회하는 네 명의 친구들을 중심으로 전개되며,
2025년 촬영이 계획되어 있습니다.


Relative conten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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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현빈의 원맨쇼가 빛났던 좀비물
현빈과 장동건의 조합이라는 사실만으로 보고 싶었던 영화 <창궐>. 그 당시까지만 해도 넷플릭스에 <킹덤> 이 나오기 전이었고, 사극과 좀비물의 결합이 굉장히 신선했던 시기였다. 그래서 전혀 어울리지 않을 것 같던 조합으로 나온 영화 <창궐>에 대한 기대가 상당했었다. 그런 기대에 영화 <창궐>은 상당히 선방을 하지 않았나 싶다.
영화 <창궐> 시놉시스
야귀떼가 온 세상을 집어삼켰다!
밤에만 활동하는 산 자도 죽은 자도 아닌 ‘야귀(夜鬼)‘가 창궐한 세상, 위기의 조선으로 돌아온 왕자 이청은 도처에 창궐한 야귀떼에 맞서 싸우는 최고의 무관 박종사관 일행을 만나게 되고, 야귀떼를 소탕하는 그들과 의도치 않게 함께하게 된다.
한편, 조선을 집어삼키려는 절대악 김자준은 이 세상을 뒤엎기 위한 마지막 계획을 감행한다. 조선필생 VS 조선필망, 세상을 구하려는 자와 멸망시키려는 자!.오늘 밤, 세상에 없던 혈투가 시작된다.
* 해당 내용은 네이버영화를 참고했습니다.
이 이후로는 영화 <창궐>에 대한 스포일러가 존재합니다.
박씨전이 연상된 영화 <창궐>
영화 <창궐>을 보는 내내 박씨전의 창작의도가 생각났다. 박씨전은 병자호란 때 당한 치욕을 씻기 위해 소설에서 나마 그 치욕을 씻어 용골대를 처형하는 그런 내용의 소설이다. 영화 <창궐> 역시 비슷한 노선이었다. 그냥 역사대로 인조가 노환으로 죽고, 돌아온 세자가 효종이 될 수도 있었을텐데 청나라에 굴복한 인조를 야귀(좀비)에 먹히게 하고 결국엔 죽음에 이르게 하는 모습을 보면서 영화 속에서 벌을 주는 것인가?하는 느낌이 들었다.
생각보다 무서웠던 좀비들
영화 <부산행>을 볼 때도 좀비들의 떼거지 등장에 그렇게 놀라지는 않았다. 아마 영화 <부산행>은 홍보 초기부터 한국형 좀비라는 타이틀을 강하게 내걸고 와서 이미 예상을 해서 그런 것일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영화 <창궐>은 그 때까지만 해도 넷플릭스 오리지널 <킹덤>을 보지 않은 상태였고, 사극이라는 것에 초첨이 맞춰져 있어서 이렇게 좀비가 사실적이라고 예상하지도 못했고, 한복과 좀비의 조합이 이렇게나 충격적으로 다가올 것이라 가늠조차 안돼서 무섭게 느껴지지 않았나 싶다. 그만큼 분장팀의 사실적인 묘사와 배우들의 연기력의 조합이 좋았던 것 같다.
현빈의 원맨쇼
영화 <창궐>에서 가장 빛이 났던 것은 현빈의 액션신이었다. 청나라에서 자라며 자유로운 사고를 가진 이청의 모습을 현빈은 굉장히 재치있게 표현해냈다. 야귀떼들과 1대 100으로 싸우는 모습을 보면서 보는 내가 진이 다 빠질 정도였고, 재치 넘치고 유머러스하던 이청이 백성들의 아픔을 이해하고 왕으로 거듭나는 변화를 굉장히 잘 표현해서 현빈이라는 배우가 이렇게나 연기를 잘하던 배우였나 싶었던 작품이었다.
영화 <창궐>은 현빈의 원맨쇼 만으로도 충분히 볼만한 가치가 있는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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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본 애니메이션들 사이에 묻히면 속상할 이 한국 영화
첫인상
“미소야, 인사 제대로 해야지!” 담임 선생님이 미소를 다그친다. “안미소.” 짧은 답변만 툭 내던진다. 어딘가 불안정해 보이는 미소. 미소는 제주의 어느 초등학교에 전학 왔다. 낯을 엄청 가리는 미소. 사실 그 이전에 뭐만 하면 전학 가던 탓에 학교에 가는 일이 좀 귀찮게 느껴졌다. 어쩔 줄 몰라하는 미소. 수업 첫날에 엄마를 뒤로하고 갑자기 도망쳐 버린다. 그 짧은 순간에 눈이 마주쳤던 건 원래 짝꿍이 될 예정이었던 하은이었다.
오늘 하은이는 뭐라 말할 수 없는, 인상적인 경험을 했다. 쟤는 뭘까? 처음 내뱉었던 미소의 인사는 하은이에게 큰 인상을 남기기 충분했다. 집에 가는 길. 길지 않은 시간을 들여 집에 도착했다. 하은이 가족은 서로 사이가 좋은 편이다. 타지에서 온 어머니와 찐 제주도민인 아버지를 두고 있는 하은. 식탁에서 나오는 대화도 그렇게 무겁지가 않다. 그런데 오늘은 왠지 모르게 대화 소재가 하은이의 인간관계였다. “얘 친구 없어서 어떵(떡)하지?” 성격도 착한 하은이지만 외로운 감이 없지 않아 있다. 이런 하은이에게 갑자기 한 손님이 찾아온다. “안녕! 나는 미소야. 오늘 네 짝꿍이 될 뻔했던.”
어디서 본 것보다 나았어
이 영화는 대만 영화 <안녕, 나의 소울메이트>를 리메이크한 작품이다. 당시 주연배우였던 주동우의 ‘연기 차력쇼’를 바탕으로 살짝 다크 했던 분위기를 잘 끌고 갔던 원작. 영화를 볼 때 기억에 남았던 것은 글쓴이가 전부터 잘 알던 대만 청춘영화의 연출 방식이 살짝 보인다는 것이다. <말할 수 없는 비밀>부터 <그 시절, 우리가 사랑했던 소녀>까지 이 대만이라는 나라에 있던 영화들은 어느 장르를 품고 있는 듯하다. 본 작은 이 특성을 잘 소화한다. 나라가 바뀌었는데 대만 청춘영화 특유의 청량감이 살아있는 것이다. 어떻게? 공간적 배경을 설정한 것에 주안점을 두었다. 이 영화의 주요 공간은 제주와 서울이다. 영화의 특성상 전자 제주에서 벌어지는 이야기가 중심이 될 수밖에 없다. 이 당위성을 적절하게 사용하듯이 영화에서 위치는 굉장히 중요하다. 어느 장면에서는 공간 안에 갇혀서 바다를 바라보아야 한다. 그런데 바다를 바라보는 데 밍밍하게 바다만 있으면 뭔가 맛이 없다. 그럼 예뻐야 한다. 이런 특성을 살리는데 제주 서귀포시의 어느 공간은 뭐 두말할 필요가 없다. 이뿐일까? 미소와 하은이가 자전거를 타고 휘리릭 달려가는 것도, 스쿠터를 타고 달려가는 일도 색감과 인물들의 분위기를 설정하기 위해서 제주는 필수적이었다. 또 영화 초반부에서 가장 중요한 장면이 있다. 이 부분은 그냥 아무 생각 없이 봐도 중요하다는 것을 알 수 있는 장면이다. 이곳에서 일어나는 사건의 전후관계도 걸어 다녀야 하는 제주의 특성을 살리기도 했고, 토속적인 장소를 구현한 좋은 수가 됐다.
글쓴이는 제주도 사람이다. 많은 영화들이 제주를 공간으로 사용했단 것을 알 수 있다. 가령 <계춘할망> 같은 경우는 공간을 제주로 설정해야만 하는 이유가 있다. 바로 주인공이 해녀여야만 하기 때문이다. 비슷한 맥락에서 전도연 배우가 주연을 맡았던 <인어공주>가 있다. 여기서는 주인공이 제주로 가서 전원생활을 해야 했던 이유가 있다. 이런 인물의 서사와 함께 제주도 사투리가 들리는 것을 어렵지 않게 들을 수 있다. 이 <소울메이트>에서 제주 사투리가 들리기는 하지만 억지로 막 욱여넣지 않았다는 것이 글쓴이는 신선하게 느껴졌다. 서울과 제주의 거리 차이가 아이러니를 품고 있다는 것을 이면으로 깔고 표면적으로는 이 공간을 묘사한 감독의 섬세함이 느껴졌다.
반복과 차이
영화의 핵심으로 작동하는 요소 중 하나는 반복과 차이에 있다. ‘소울메이트’라는 단어를 보고 직관적으로 느껴지는 단어는 ‘영혼을 공유하는 친구’라는 뜻이다. 영화는 이를 충실하게 이행한다. 우선 미소의 서사다. 미소의 가족 특성은 초반에 그렇게까지 중요하지 않은 것 같다. 하지만 이 영화는 후반부에 정확히 반복된다. 후반부에 등장하는 한 가족의 이야기, 내지는 구성요소를 생각해 보면 감독이 영화에서 강조하고 싶었던 것이 무엇인지 알 수 있다. 또 영화에서 대놓고 핵심처럼 보이는 미술이라는 소재 역시 감독이 설정한 반복이라는 모티브를 확인할 수 있다. 뭐 이렇게 핵심으로 작동되는 키워드가 아니더라도 영화 대사에서 두 사람의 처지를 관통하는 대사가 나온다.
이렇게 두 사람의 처지를 엇갈려서 제시한 이유는 사랑이라는 주제와 이어진다고 볼 수 있겠다. 이 영화가 퀴어 로맨스를 다룬 영화일까? 물론 그렇게 볼 수도 있다. 그러나 글쓴이는 이 영화가 그 소재를 다룬다고 보지 않는다. 영화는 두 사람의 처지를 병치시켜서 서로를 이해하고 생각할 수밖에 없는지 보여주기 때문이다. 영화에서 그런 대사가 있다. ‘너는 내가 살아온 걸 이해 못 해’라는 것이다. 영화는 사실 어떤 인물이 고른 선택지를, 다른 사람이 사는 형식으로 이루어져 있다. 역지사지의 영화인 셈이다. 이 세상의 인간관계를 생각해 보면 모든 갈등과 헤어짐이 관점의 차이에서 온다는 걸 어렵지 않게 알 수 있다. 이런 줄 알았는데 상대는 이랬고. 나는 그때 몰랐지만 내 생각보다 상대방이 날 더 좋아했고. 이렇게 서로의 마음을 알 수 없기에 인간은 지루한 인간관계를 반복한다. <소울메이트>는 이를 잘 이해하듯 이 사랑이 왜 우리들에게 공감을 살 수밖에 없는지를 보여준다. 현실성을 인물 간의 관점을 혼합시켜서 부여한 것이다.
K-레이첼 맥아담스
글쓴이는 영화를 보면서 김다미 배우가 정말 뛰어난 역량을 지녔다고 생각했다. 물론 그전부터 연기했던 몇몇 클립들을 봤었다. 드라마를 즐 안보는 글쓴이지만 <이태원 클라스>나 <그 해 우리는>의 활약상을 어느 정도 알고 있다. 이 영화에서 김다미 배우가 보여준 연기는 그동안의 필모를 집대성한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김다미 배우가 지금 1995년 생으로 27세다. 글쓴이랑 두 살 차이 난다. 글쓴이가 지금 교복 입고 고등학생 연기하면 민원 들어올 것 같은데 이 배우는 어떤 헤어스타일로든 찰떡같이 소화한다. 비주얼적인 것뿐만 아니라 이 인물은 나이대에 맞는 인물의 행동을 잘 연기한다. 10대 때는 10대답게, 20대 초 불안한 일상을 보내는 청춘으로서의 일상, 악착스럽지 않으면 낙오되는 삶, 30대가 되고 나서 겪는 다른 인생까지 한 사람이 한 인간의 일생을 바탕으로 매번 다른 처지에 적응하는 모습을 잘 연기했다. 이는 영화의 주제적인 측면과도 이어진다. 매 번 다른 입장에 놓이기 때문에 서로가 서로를 소울메이트라고 인식하는 것이다. 감정적인 호소력, 눈물연기의 빈도는 뭐 말해 뭐 해? 수준이다.
하은 역을 맡은 전소니 배우도 연기가 좋았다. 하은 캐릭터는 감정적으로 입체적인 측면이 미소보다 넓어야 한다. 하은이가 받아들이는 것이 미소의 서사에서 핵심이고, 또 영화가 전하고자 했던 ‘이런 사랑이 있나요?’라는 질문과도 닿아있다(심지어 영화의 촬영 자체도 배우의 얼굴을 클로즈업하는 방식으로 많이 짜여 있다). 전소니 배우를 이를 잘 이해하듯 중요한 부분마다 표정연기를 성공적으로 소화한다. 대표적으로 후반부에서 인물이 재회하는 장면이 있다. 영화의 후반부 각본이 살짝 작위적인 느낌이 듦에도 불구하고 이 장면이 없으면 영화의 엔딩이 성립되지 않을 수준이다. 이 장면에서 세월 동안 쌓아놓은 애정과 증오를 눈빛으로 보여준다. 전소니 배우의 이름은 몇 번 들어봤어도 실제로 연기하는 건 처음 봤다. 이 배우의 얼굴을 효과적으로 연기를 이끌어낸 좋은 연출이 돋보였다.
작위적이긴 해
영화 장점 정말 많다. 글에서 크게 언급하지 않는 부분은 역시 촬영이다. 제주라는 공간적 배경이 아니더라도 영화가 유지하는 색감과 구도가 작품을 더 아름답게 만든다. 괜히 대만 청춘영화의 업그레이드라고 쓴 것이 아니다. 그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후반부까지 전소니, 김다미 배우의 표정연기로 이야기의 작위적인 느낌을 끌고 갔다는 점은 아쉽다. 중반부까지 이어지는 서로 아끼는 친구 관계가 균열이 일어나는 기점이 있다. 이를 시작으로 후반부와 엔딩을 위해 이야기가 감정적으로 몰입할만한 요소가 살짝 적다는 느낌이 든다. 충분히 이 전에 이 사람들이 이런 문제들을 잘 해결할 수 있지 않았을까? 생각이 드는 것이다. 그러나 뭐 영화를 보시는데 크게 지장이 있지는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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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넷플릭스 영화 <레베카> 뮤지컬과 비교해본다면?
인생 뮤지컬 중 하나인 레베카. 그런 레베카가 넷플릭스 오리지널 영화로 개봉해 보게되었다. 1940년대 원작 영화가 있다는 것은 알고 있지만 접해보지 않은 관계로 나에게 있어서 레베카에 대한 비교 대상은 뮤지컬 밖에 없었다. 그런데 뮤지컬과 주인공의 초점/시점이 분명히 달라서 보는 재미가 있었다.
영화 레베카 시놉시스
영화 레베카는 갓 결혼한 젊은 여성이 남편 드윈터 가문 소유의 저택에 도착하면서 이야기가 시작된다. 황량한 해안과 대비되는 웅장한 저택. 비밀이 숨겨져 있을 것만 같은 음산한 분위기가 감도는 곳이다. 그녀는 남편의 전처인 레베카의 그림자와 싸우게 된다. 이미 세상을 떠난 레베카이지만 그녀의 흔적이 집안 곳곳에 남겨져 있기 때문이다.
이름 붙여지지 않은 존재에 대한 이야기
영화의 이야기는 영화 속 인물들 중 드 윈터 부인의 초점에 맞춰서 진행된다. 여기서 중요한 지점은 드윈터 부인이 영화 속에서 단 한번도 자신의 이름으로 불리지 않는다는 점이다.
영화 속 모든 캐릭터, 하다 못해 하인들도 자신의 이름으로 불리지만 드 윈터 부인은 절대 자신의 이름으로 불리지 않는다. 여행 비서로 일할 때에는 고용인의 매니저로서 불리다가 호텔에서 만난 막심 드 윈터의 부인이 되면서 드 윈터 부인이라고 명명될 뿐 여자 주인공 캐릭터의 원래 이름은 알 길이 없다.
이렇게 캐릭터의 이름을 등장시키기 않는 이유는 아마 영화 속에서 단 한번도 그 실체가 등장하지 않는 레베카를 강조시키기 위함이 아닐까 싶다. 주인공의 이름은 일부러 지우고 등장하지 않는 인물의 이름을 계속 노출시킴으로써 보이지 않는 존재를 계속해서 호명하며 레베카의 존재감을 부각시키는 효과를 낳을 수 있었던 것 같다.
뮤지컬보다는 덜 했던 레베카의 존재
영화가 드 윈터 부인에게 개인의 이름을 구체적으로 명명하지 않았고, 집안의 물건들을 통해 레베카의 존재를 계속해서 드러냈지만 개인적으로는 뮤지컬보다 레베카의 존재는 크게 각인되지 않았다.
아마 이것은 시점의 문제인 듯 싶다. 뮤지컬은 그 시점이 레베카를 모시던 댄버스 부인에게 맞춰져 있었다. 댄버스 부인이 레베카를 끔직이도 사랑했던 감정이 관객들에게 공유가 되고 광기 어린 집착을 통해서 레베카가 아직도 존재하는 것 같은 느낌을 자아냈기 때문이다.
하지만 영화에서는 그 시점이 댄버스 부인이 아니라 드 윈터 부인에게 맞춰지면서 드 윈터 부인과 레베카의 대립적인 구도가 형성된다. 즉, 관객의 입장에서는 드 윈터 부인의 감정에 따라갈 수밖에 없기 때문에 반대편에 있는 레베카보다는 드 윈터 부인의 존재가 더 쉽게 각인이 된 것 같다.
그 이후 삶의 이야기가 있어서 좋았다
레베카의 존재감이 뮤지컬보다 덜 했기 때문에 존재하지 않는 '존재'라는 이 그로테스크함이 크게 않아서 개인적으로는 엄청나게 흡입력이 있는 작품은 아니었다. 하지만 영화가 충분히 좋았던 이유에는 2가지가 있다. 먼저 드 윈터 저택의 화재 이후의 삶을 다뤘다는 점과 드 윈터 부인이 굉장히 주체적인 인물로 변화하는 과정을 그려냈다는 점이다.
뮤지컬에서 드 윈터 부인은 댄버스 부인에게 거의 농락당하다 싶이 결정권도 없으며 힘도 없어 본인의 삶이 타인에게 휘둘리는 가녀인 인물로 나온다. 하지만 영화 속에서의 드 윈 부인은 막심과 레베카의 관계를 파악한 후 그 사건을 덮고 새로운 출발을 할 수 있도록 모든 판을 짜는 인물로 성장한다. 더불어 저택의 화재 이후 그 저택을 나와 아직 악몽에 시달리긴 사지만 새 보금자리를 얻기 위해 남편과 이곳 저곳을 돌아다니며 드 윈터 부인의 만족스러운 눈빛으로 영화가 끝난다는 점이 인상적이었다.
이 후반부의 내용 덕분에 뮤지컬과 그 주제를 달리 할 수 있었던 것 같다. 뮤지컬이 댄버스 부인의 광기 어린 집착을 나타낸 작품이라면 영화는 드 윈터 부인이 레베카라는 과거의 흔적을 지워내고 사랑을 쟁취하는 것을 그린 작품으로 해석할 수 있었다. 그래서 마지막 장면에 드 윈터 부인의 이름이 직접적으로 제시됐다면 훨신 더 좋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도 약간 드는 작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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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역사의 현장에 뛰어든 한 용감한 예술가가 남긴 위대한 유산
▷한줄평 : 한 장의 사진이 역사를 뒤흔든 순간, 리 밀러는 더 이상 뮤즈가 아닌 증언자가 되었다.
▷평점 : ★★★
▷영화 : 리 밀러: 카메라를 든 여자(LEE), 2025.9월
※ 본 글은 씨네랩(http://cinelab.co.kr) 초청 시사회 참석 후 작성한 리뷰입니다.
사진은 빛과 시간을 기록한다. 조리개를 열어 공간을 재단하고, 셔터 스피드를 설정하여 시간을 채집한다.
그렇게 탄생한 사진은 공간에 시간을 더한 4차원적 결과물을 2차원 평면으로 단순화하고 응축시킨다.
그리고 어떤 시공간 속 사진가의 경험과 감정을 담아낸다.
따라서 사진은 ‘의도된 기록’이다. 우리가 어떤 사진 앞에서 강렬한 울림을 느낀다면, 이미 그 의도에 설득당한 것이다.
여기 두 사진을 유심히 들여다보자. 어떤 의도가 보이는가?
사진 <히틀러 욕조 안의 리 밀러> / Lee Miller(왼쪽)와 David Scherman(오른쪽) 독일 뮌헨의 아돌프 히틀러 집 욕조안에서 (1945년 4월 30일)1945년 4월, 제2차세계대전 종전 직후 히틀러가 자살했다는 소식을 접한 리 밀러(케이트 윈슬렛)와 그의 동료 데이비드 셔먼(앤디 샘버그)은
다하우(Dachau) 강제 수용소의 해방 현장을 취재한 직후 히틀러의 아파트를 찾아간다.
그곳에서 밀러는 진흙투성이의 군화를 매트위에 벗어놓고 나체 조각상과 히틀러 초상화 아래에서 ‘더러움을 씻어내는’ 의식을 사진 속에 담아낸다.
히틀러의 은밀한 사생활의 공간이었던 욕조 안에서 ‘총통의 세상은 이제 끝났다. 그리고 우리는 여기에 있다’는 무언의 메시지를 전한다.
이 사진의 의도는 ‘굴욕감’이다. 이 도발적인 사진은 나치의 몰락을 가장 극적으로 상징하는 이미지로 역사에 기록된다.
“나는 히틀러의 집에서 사진을 찍었고, 히틀러의 침대에서 잠을 푹 잤습니다.
심지어 다하우의 흙을 히틀러의 욕조에서 씻어내기도 했습니다.” / 리 밀러이 한 장의 사진은 그녀의 삶 전체를 설명한다.
모델과 뮤즈로서 살아왔던 리 밀러가 어떻게 대담한 2차 세계대전의 사진작가가 되었을까?
모델, 뮤즈, 배우, 아티스트에서 종군기자로, ‘찍히는 삶’에서 ‘기록하는 삶’으로
리 밀러(1907~1977)는 1907년 미국에서 태어나, 1927년 보그(Vogue)의 커버 모델로 데뷔해 화려한 커리어를 쌓았다.
초현실주의 아티스트 만 레이, 피카소의 뮤즈로 활동하며 예술계의 중심에 서 있었다.
그러나 1939년 제2차 세계대전 발발은 그녀의 삶을 완전히 바꾸어 놓았다.
리 밀러(Lee Miller)의 모델로서 활동시절의 사진들(좌) 리 밀러의 ‘피크닉’(1937년) 사진 / (우) 영화 <리 밀러: 카메라를 든 여자> 스틸컷
“난 사진 찍는 게 더 좋아요. 찍히는 것보다.”
그녀는 모델이 아닌 사진가로서, 타인의 시선에 포획된 삶이 아니라 스스로 기록하는 삶을 선택했다. 보그 소속 종군기자로서 카메라를 들고 전선에 뛰어든 것이다.
영화 <리 밀러: 카메라를 든 여자>는 바로 이 전환점을 따라가며, 그녀의 시선이 포착한 전쟁의 참상과 상흔을 담담히 그려낸다.
(위) 리 밀러의 종군기자 시절 사진 / (아래) 영화 <리 밀러: 카메라를 든 여자> 스틸컷
전쟁을 기록한 리 밀러의 카메라, 역사의 증언이 되다
밀러는 처음에는 간호사, 여성 군인, 폐허가 된 건물을 담으며 전쟁의 흔적을 기록했다. 그러나 곧 “왜 여성은 최전방에 갈 수 없는가”라는 질문을 던진다.
결국 1944년 총탄이 오가는 최전선에 뛰어들어 여성이라는 한계와 사회적 규범을 뛰어넘는 여성 특유의 시선으로 역사를 기록하려고 애쓴다.
그렇게 시작한 그녀의 사진은 단순한 기록을 넘어 역사의 증언이 된다.
네이팜탄 첫 투하, 노르망디 상륙작전, 파리 해방, 알자스 전투, 그리고 1944년 독일 부켄발트와 다하우 강제수용소의 참혹한 장면까지.
그녀는 과거 초현실주의 아티스트의 경험을 살려 파괴와 죽음의 이미지와 동시에 그 속에서 스치듯 드러나는 삶과 아름다움을 함께 포착해냈다.
생 말로에서 찍은 <부츠와 탄약>(1944년)은 육체가 사라진 자리에 뼈처럼 놓여 있는 탄약의 모습은 전쟁의 잔혹함을,
종전 후 다하우에서 찍은<운하에 떠오른 죽은 SS경비병>(1945년)은 학살의 공포와 그 주변의 평화로운 풍경이 강렬하게 대비를 이룬다.
리 밀러의 대표 사진들 : <부츠와 탄약>(1944년), <운하에 떠오른 죽은 SS경비병>(1945년), <방화 마스크를 쓴 여인들>(1941년), <전쟁 복장>(1942년),
<보조 영토 서비스 탐조등 조작원>(1943년), <텐트 수술실>(1944년), <재판 받는 독일 부역자>(1944년),, <라이프치히 시장의 딸의 자살>(1945년),
<폐허가 된 빈 오페라 하우스에서 ‘나비 부인’을 부르는 오페라 가수>(1945년)
그녀와 셔먼이 함께 촬영한 다하우 해방 직후의 사진들은 1945년 <보그> 6월호에 'Believe it(믿어라)’라는 제목으로 실렸다.
밀러는 런던에 있는 편집자 오드리(안드레아 라이즈보로)에게 사진을 보내면서도 게재될 확신이 없었기에
이것이 사실임을 믿어주기를 간곡히 부탁드립니다’(I IMPLORE YOU TO BELIEVE THIS IS TRUE!)라는 메모를 함께 남겼다.
1945년 <보그> 6월호 ‘Believe It’과 다하우 수용소 사진들 / 출처 : VOGUEARCHIVE https://archive.vogue.com/article/1945/6/believe-it
남겨진 상처, 그리나 드러난 값진 유산
그러나 리 밀러는 생전에 자신의 사진을 적극적으로 알리지 않았다.
1977년 그녀가 세상을 떠난 뒤, 아들 앤소니가 다락방에서 6만 장에 달하는 사진과 필름을 발견하면서 비로소 세상에 알려지기 시작했다.
그는 어머니의 작품을 정리해 아카이브를 만들고, 책으로 출간하며 그 유산을 세상과 나눴다.
영화는 아들 앤소니(조시 오코너)가 리 밀러와 인터뷰하며 과거를 회상하는 방식으로 전개된다.
그 과정에서 앤소니는 그동안 잘 알지 못했던 어머니가 겪었던 전쟁의 참상과 상흔을 마주한다.
폐허가 된 건물 속에서 굶주림과 두려움에 떨고 있었던 한 소녀의 눈빛이 전하던 ‘생명에의 갈구’는 지금까지도 잊히지 않는 전쟁의 잔상이다.
전쟁터에서 누구보다 용감하고 대담해 보였던 그녀는, 이제까지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와 알코올 중독에 시달려왔다.
이제서야 앤소니는 어머니의 고통을 이해하게 된다. 동시에 한 여성이 발휘한 예술가적 용기는 어느 누구도 쉽게 남길 수 없는 위대한 기록을 만들어냈다 것도 알게 되었다.
리 밀러의 카메라는 단순한 도구가 아니라, 역사의 가장 어두운 순간 속에서 인간의 존엄을 증언한 위대한 유산이었다
[참고자료]
1. The National WWII Museum https://www.nationalww2museum.org/war/articles/lee-miller-witness-concentration-camps-and-fall-third-reich
2. ARTBOOK https://www.artbook.com/blog-featured-image-lee-miller-hitlers-bathtub.html
3. VOGUEARCHIVE https://archive.vogue.com/article/1945/6/believe-it
4. LEE MILLER ARCHIVES https://www.leemiller.co.uk
5. 히틀러의 욕조에서https://www.vintag.es/2020/10/lee-miller-david-scherman.html
6. Lee Miller의 사진집 https://www.theguardian.com/artanddesign/gallery/2023/sep/12/surrealism-and-war-the-life-of-lee-miller-in-pictures
영화 < 리 밀러: 카메라를 든 여자> 포스터
2025.9.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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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혹성탈출 4 | 아직은 오지 않은 '새로운 시대'
*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진화한 유인원과 퇴화한 인간들이 살아가는 땅. 성년식을 기다리던 '노아'(오웬 티그)와 독수리 부족은 갑작스레 '프록시무스 시저'(케빈 듀랜드) 군대의 습격을 받는다. 노아는 혈투 끝에 간신히 살아남지만, 아버지는 죽고 모든 부족은 프록시무스 시저의 왕국으로 끌려간다. 이에 노아는 부족을 구출하고 아버지의 복수를 이루기 위한 여정에 나선다.
아무도 믿을 수 없는 여행길에서 고생하던 노아는 우연히 두 친구를 만난다. 유인원 '라카'(피터 메이컨)는 노아에게 전설적인 유인원 지도자 '시저'의 가르침을 알려준다. 또 자신처럼 프록시무스 시저에게 쫓기던 인간 소녀 '메이'(프레이아 앨런)는 노아에게 유인원과 인간의 과거, 현재, 미래를 알려준다. 이러한 도움을 토대로 노아는 시저의 가르침을 기만하는 프록시무스를 무찌르고 유인원과 인간 모두를 구할 전투에 나선다.
4편의 저주에 걸리다
의도하지는 않았겠지만, 2024년 봄 극장가는 4편으로 가득하다. <쿵푸팬더 4>가 긴 공백을 깨고 돌아왔고, <범죄도시4>는 천만 관객을 돌파했다. 다만 성과는 기대 이하다. <쿵푸팬더 4>는 지난 시리즈의 매력과 캐릭터에만 기댈 뿐이었다. <범죄도시4> 역시 여전한 흥행 파워를 과시했지만, 장기 시리즈의 피로감은 가중됐다.
<혹성탈출: 새로운 시대>(이하 <혹성탈출4>)는 올봄의 세 번째 '4편'이다. 2011년에 리부트 된 시리즈의 4편이고, <혹성탈출: 종의 전쟁> 이후 7년 만의 속편이다. 그런데 제목이 퍽 흥미롭다. 지난 삼부작으로부터 직접적으로 이어지는 속편인데도 불구하고, 제목에서 '4'라는 넘버링을 활용하지 않았다. 이로부터는 시리즈의 새 출발을 보여주려는 의도가 엿보인다. 지난 주인공인 '시저'(앤디 서키스)를 등장시키지 않듯이.
하지만 <혹성탈출4>도 '4의 저주'를 벗어나지 못했다. 지난 시리즈의 메시지와 주제의식을 적절히 계승한 전개를 보여주지만, 비주얼을 제외한 대부분이 오리지널리티가 부족하다. 그 결과 4편까지 이어진 시리즈에 신선한 피를 수혈할 작품이냐고 묻는다면 고개를 선뜻 끄덕이기는 어렵다.
시리즈의 정수를 계승하다
<혹성탈출>의 핵심은 유인원과 인류의 대립이다. 하지만 거대한 스케일의 전쟁만 화두가 되지는 않았다. 시저에게는 인간 친구가 여럿 있었다. 자기를 키워준 윌. 아내를 치료해 준 말콤. 인간을 향한 복수심과 증오심을 꺾어 준 소녀 노바. 의견이 다른 유인원 및 인간과의 충돌에도 불구하고 시저가 인류와의 공존을 추구한 이유였다. 이처럼 사적 감정을 공적 책무로 승화하는 시저의 여정은 <혹성탈출>의 드라마를 특별하게 만들었다.
전편으로부터 300여 년 후를 다루는 <혹성탈출4>도 마찬가지다. 이번에도 종족 간의 전쟁 사이에서 싹을 틔우는 두 유인원과 인간의 관계를 다룬다. 인류를 무시하는 유인원 노아와 유인원에게 사냥당하던 인간 메이는 우연히 같이 여행을 떠난다. 노아는 프록시무스 시저에게 붙잡혀 간 자기 부족을 구출하기 위해. 메이는 인류의 미래를 건 임무를 수행하던 중에.
물론 둘은 서로를 완전히 신뢰하지 않는다. 자기 종족의 존속이라는 목표가 언제나 최우선이기 때문. 하지만 서로에 대한 오해와 편견을 조금씩 덜어내면서 둘은 우정 비슷한 관계까지 나아간다. 친구는 아니지만, 차마 서로를 죽이지는 못하는 관계로. 서로가 서로를 죽여야 미래의 화근을 잘라낼 수 있는데도. 그렇게 <혹성탈출4>는 재개될 유인원과 인류의 전쟁을 미묘한 애증의 감정선 속에 포함시키는 데 성공한다.
아이디어는 좋았다
앞선 시리즈의 계승만큼 프랜차이즈를 일신하려는 노력도 엿보인다. 유인원 대 인간의 대립 구도뿐만 아니라 유인원 간의 갈등에도 초점을 맞춘다. 노아와 프록시무스 시저는 인간과 공존할지, 아니면 인간을 제거하고 지구를 차지할지를 두고 다툰다. 이는 2편 <반격의 서막> 속 시저와 코바의 대립을 극대화한 듯 보인다.
이름만 봐도 두 주인공의 대립은 필연적이다. 성경에서 노아는 신의 뜻에 충실한 유일한 인간이었다. 그래서 그는 방주를 만들어 대홍수로부터 모든 생명체를 구할 수 있었다. 영화 속 노아도 마찬가지다. 그는 "유인원은 뭉치면 강하다"와 "유인원은 유인원을 죽이지 않는다"라는 시저의 말을 제대로 이해한 유일한 유인원이다. 그래서 그는 나름의 방주를 만들어 시저의 뜻대로 인간과의 공존을 모색하는 리더로 거듭난다.
반면에 프록시무스 시저는 시저를 사칭한다. 인간과 유인원을 모두 지배하는 왕국을 만들고, 인간의 기술력을 손에 넣기 위해서 "유인원은 뭉치면 강하다"라는 가르침을 악용한다. 그 과정에서 죽어가는 유인원은 신경 쓰지 않는다. 라틴어로 '가장 가까운'이라는 의미를 지닌 '프록시마(Proxima)'를 이름으로 쓰지만, 정작 시저가 가장 지양할 선택만 지향한다.
이에 더해 노아와 프록시무스 시저의 대립은 종교적으로 해석할 여지가 있기에 더욱 흥미롭다. 여러 세대가 지난 뒤 시저는 숭배의 대상이 됐고, 노아와 프록시무스 시저는 시저의 후계자 자리를 두고 다툰다. 마치 예수의 가르침을 두고 여러 교파가 싸웠듯이. 또 무함마드의 후계자 자격을 두고 수니와 시아가 전쟁을 벌였듯이. 이렇게 보면 <혹성탈출4>는 <혹성탈출> 버전 <듄>이 될 수도 있었다.
스토리텔링의 한계
그러나 기존 삼부작과 차별화될 가능성은 미처 꽃 피우지 못했다. 제작진의 스토리텔링 역량이 뒷받침되지 않기 때문. 영화는 두 주인공의 본질적인 차이를 보여줄 다양한 맥락과 복합적인 함의를 외면한다. 일례로 프록시무스 시저의 왕국을 묘사할 때는 정복 전쟁, 노예제, '시저'라는 호칭처럼 고대 로마를 연상케 하는 요소를 활용한 반면, 노아와 프록시무스 시저의 대립은 단순히 부족의 생존과 탈출 차원으로 국한시킨다.
그러다 보니 여러 장치도 제대로 활용되지 못한다. 독수리 부족의 통과 의례가 대표적이다. 노아의 부족에게는 독수리 알을 훔쳐 키우는 성년식이 있다. 이때 둥지마다 최소한 알 하나는 남겨둬야 한다는 규칙이 있다. 이는 독수리 부족이 본질적으로 타 생명체와의 공존을 추구한다는 점을 암시한다. 하지만 영화는 노아와 독수리의 관계를 개인적 차원에만 국한한다. 노아에게 독수리는 부족의 리더로 거듭나고 아버지의 복수를 완수하는 도구일 뿐이다. 결국 미묘한 함의는 끝내 전해지지 않는다.
스토리텔링 문제는 메이의 묘사에서도 드러난다. 노아 혹은 유인원의 관점에서 이야기를 풀어가다 보니 메이는 철저히 인간중심적이고, 노아의 행보를 방해하는 빌런처럼 보인다. 인류와 유인원의 대립은 극대화되지만, 둘 사이에 작게나마 피어난 우정의 싹은 더욱 작아진다. 그 결과 서사는 다소 평면적이고, 지난 삼부작에 비해 인간 캐릭터의 매력도 찾아보기 어렵다.
뒷심 부족한 볼거리
볼거리 역시 아쉬움이 적지 않다. 물론 <메이즈 러너> 시리즈의 웨스 볼 감독이 새로 메가폰을 잡은 만큼 전체적인 스타일의 변화는 인상적이다. 이전 감독인 맷 리브스가 전반적으로 정적인 분위기를 유지하다가 순간적으로 에너지를 분출하는 연출력을 과시한 반면, 이번에는 유인원과 인간의 추격전처럼 역동적인 카메라워크가 눈길을 끈다.
이에 더해 포스트 아포칼립스 영화 제작 경험을 살려 수풀로 뒤덮인 도시와 철골구조, 녹슨 배와 무너진 부두로 만든 프록시무스 시저의 왕국 등의 디스토피아 세계관도 유려하게 펼쳐 보인다. 그뿐만이 아니다. <라이온 킹> 실사 영화가 사자를 비롯한 동물의 표정을 효과적으로 구현하지 못했던 것과는 달리, 유인원들의 미세한 표정 변화도 놓치지 않고 포착한 CG 기술력은 감탄을 자아낸다.
하지만 후반부로 갈수록 스펙터클은 약해진다. 이전 시리즈에 비해 스케일이 소소하다 보니 <캐리비안의 해적: 낯선 조류>를 보는 것 같은 실망감이 밀려들 수 있다. 특히 클라이맥스의 구성이 아쉽다. 노아와 프록시무스 시저의 대결은 공격도 반격도 일방적이라서 긴장감을 조성하는 데 한계가 있다. 노아와 결속된 독수리를 활용하는 아이디어도 암시가 너무 많아서 반전이라고 보기는 어렵다.
결국 공은 속편에게
결과적으로 <혹성탈출4>의 결말은 아쉬움이 크다. 독립된 작품이면 모르겠지만, 네 번째 시리즈에서도 인간과 유인원의 전쟁을 다시 한번 암시하는 결말은 신선함이 부족하다. 돌고 돌아 시저의 이야기를 반복하는 게 아닌가 싶기 때문. 여러 프랜차이즈가 같은 실수를 범했기에 특히 우려스럽다. 시리즈 리부트 후에도 매그니토와 프로페서 X의 갈등 구도를 마지막까지 되풀이 한 <엑스맨> 시리즈가 대표적이다.
결국 공은 속편에게 넘어간 듯하다. 속편의 전개에 따라 <혹성탈출4>가 새로운 시대를 위한 한 걸음일지가 결정될 테니. 달리 말해 어떤 의미로든 속편을 기다리는 재미만큼은 분명해 보인다.
Acceptable 무난함
진짜 무대는 다음으로 미루는 예고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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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랑에서 시작해 파멸로 끝난 한 남자의 이야기
10월 27일 개봉을 앞둔 영화 <아네트>. 영화 <아네트>는 2021년 칸영화제 개막작이자 감독상을 수상한 작품이었다. 그래서 기대가 많이 되면서도 우려했던 작품이었다 왜냐면,, 그간 칸이 선택한 작품이 나의 취향에 들어맞지 않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결론을 미리 말하자면 심오했지만 정말 재밌게 봤던 작품이었다.
영화 <아네트> 시놉시스
영화 <아네트>는 예술가들의 도시 LA를 배경으로 이야기가 펼쳐진다. 스탠드업 코미디언 헨리와 오페라 가수 안은 첫눈에 서로에게 이끌린다. 둘 다 LA에서 잘나가는 배우들이었지만 결혼 후 출산을 하면서 오페라 가수 안의 인기는 더욱 높아지는 반면, 스탠드업 코미디언인 헨리는 안의 인기에 가려 그 코미디가 먹히질 않고 집에서 딸 아네트를 돌보는 역할에 지나지 않는다. 그렇게 둘의 관계는 계속 악화되던 차에 안과 헨리는 요트 여행을 떠나게 되고 폭풍우가 치는 밤 요트에서 그 둘의 운명은 갈리고 만다.
*이 이후로는 영화 <아네트>에 대한 스포일러가 존재합니다.
다크한 뮤지컬 영화 속 유머를 섞어 놓다
영화 <아네트>는 굉장히 다크하다. 하지만 이러한 다크함 속에서도 중간중간 유머는 놓치지 않은 매력적인 작품이었다. 영화 중간중간 안과 헨리의 관계를 보여주는 뉴스 속보들이 나온다. 둘이 톱스타인만큼 파파라치가 많이 따라붙는다는 설정으로 정말 헐리우드에서 볼법한 폭스사의 뉴스를 보는 듯한 느낌이었다. 이렇게 심각하고 다크한 이야기들 중간중간 유쾌하면서도 조금은 비판적인 둘의 관계를 짚어주는 기사들이 섹션별로 정리되고 있어 조금은 긴 러닝타임을 잘 따라갈 수 있었다.
목각인형을 활용하다
처음 아네트가 태어났을 때 든 느낌은 ‘괴이하다’였다. 당연히 어린아이를 캐스팅했을 것이라 생각했는데 무슨 목각인형이 아기의 행세를 하고 있어서 굉장히 당황스러웠다. 하지만 그 당황스러움은 잠시였다. 안과 헨리를 연기한 마리온 꼬디아르와 아담 드라이버의 연기는 정말 대단했다. 그 목각인형을 정말 아이를 다루듯 소중하게 다루고 있어서 나마저도 저 아이가 정말 진짜 아이처럼 느껴지도록 만드는 연기였다.
그렇게 영화를 다 보고나서 왜 감독이 목각인형으로 아이를 연출했는지 어렴풋이 짐작이 가능했다. 아네트는 부모에게 이용만 당한다. 아빠 헨리에게는 돈벌이의 수단으로 엄마 안에게는 헨리를 향한 복수의 수단으로 아네트는 이용된다. 그래서 자신의 몸을 자신의 뜻대로 움직이지 못하고 남의 조종에 의해 살아가는 어린 아네트의 모습을 목각인형으로 표현한 것이 굉장히 인상적이었다.
사랑으로 시작해 파멸로 끝나다
영화 <아네트>는 안과 헨리가 서로를 너무 사랑하면서 이야기가 시작된다. 우리는 우리는 너무 사랑해라는 노래를 부르며 평생의 약속을 맺는다. 하지만 둘의 커리어에서 점차 차이가 나고 안은 계속해서 성공을 헨리는 계속해서 실패를 이어가면서 둘의 사이는 틀어지고 결국 그 자격지심에 빠진 헨리는 폭풍우치는 바다 속에서 안을 바다 속으로 떨어뜨린다.
그렇게 혼자 딸 아네트를 키우는 도중 아네트가 빛을 받으면 노래를 한다는 사실을 깨닫고 이를 이용해 돈을 벌기 시작한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헨리는 안이 지휘자와 관계를 가졌고 아네트가 그의 딸일지도 모른다는 사실을 알게되자 결국 지휘자까지 죽음으로 몰아간다. 이 모든 것을 지켜보고 있었던 아네트는 마지막 무대에서 아빠의 모든 죄를 밝혀버린다. 그렇게 죄값을 치르러 교도소로 들어간 헨리를 향해 면회실에서 딸 아네트는 아빠는 날 절대 사랑하면 안된다고 노래를 부름 이야기는 마무리된다.
자신의 의견을 말할 수 있는 시점이 되어서야 목각인형이 아닌 실제 사람으로 등장한 아네트. 그리고 같은 멜로디지만 사랑을 표현하던 영화의 시작과 사랑을 거부하는 영화의 마지막. 이 장면을 보면서 한 남자의 사랑이 자격지심으로 인해 파멸로 이어진 것을 여실이 보여줘서 기억에 오래남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영화 <아네트>는 배우들의 연기력과 레오 카락스의 연출, 그리고 반대되는 개념으로 수미상관을 이루는 장치들도 굉장히 매력적이었던 작품이었다. 왜 칸영화제에서 작품상을 받았는지 이해가 되는 영화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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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년만에 평창국제평화영화제 다녀왔습니다 l 해물은 싫지만 이 짬뽕은 좋아요ㅣ선우정아님 최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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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오랜만에 제 이야기겸... 영화제 이야기겸....
무엇보다... 현생에 지친 모두를 위해 제가 힐링 받았던 순간들을 공유해보려고 합니다...!
영상을 보시고 다들 조금이라도 마음에 여유를 느끼셨으면 좋겠군요ㅜ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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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건을 추적하던 앵커, 과거의 문제와 만나다! 묵직한 메시지를 던지는 심리 스릴러
?Rabbitgumi입니다!!
천우희 주연의 영화 앵커가 개봉했습니다.
스릴러 장르의 영화이고 한 모녀가 죽은 사건을 추적하게 되는 앵커의 이야기인데요.
이야기가 후반부로 갈수록 사회의 문제점과 연결되는 영화입니다.
특히나 직장 여성으로서 겪거나 느낄 수 있는 심리적인 두려움이 반영된 영화입니다.
장르적인 힘이 생각보다는 강하지 않고 기시감이 느껴지는 이야기이긴 하지만,
던지는 메시지 만큼은 묵직한 영화입니다.
배우들의 연기도 좋구요. :)
자세한 리뷰는 영상을 참고해주세요!
그리고 제가 매주 일요일마다 영화에세이를 전달 드리는 Rabbitgumi 영화 이야기 뉴스레터에도 관심을 가져주시고 많은 구독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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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미싱타는 여자들> 1차 예고편
1970년대 평화시장에는 가난해서 혹은 여자라서 공부 대신 미싱을 타며 '시다' 또는 '공순이'로 불린 소녀들이 있었다. 저마다 가슴에 부푼 꿈을 품고 향했던 노동교실 그곳에서 소녀들은 서로의 이름을 부르고, 노래를 하고, 희망을 키웠다. 다른 시대를 살았던 청춘이 오늘의 청춘에게 보내온 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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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넷플릭스 <피지컬 : 100> 티저 예고편
죽도록 싸우고, 마지막까지 살아남아라! 금메달리스트였든, 치어리더였든, 가수였든 상관없다. 인종도, 젠더도, 종목도 상관없다. 오직 하나의 룰. 몸으로 끝까지 살아남는 1명이 이긴다! 각 필드 최고의 피지컬 100인 중 최후까지 살아남을 '궁극의 피지컬'은 누구인가 세상 어디에도 없던, 극한 생존경쟁 《피지컬: 100》 2023년 1월 24일, 오직 넷플릭스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