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비2025-03-06 12:06:04
아는 맛 SF에 봉준호 한 스푼 추가
영화 <미키 17> 리뷰
◇ 영화 소개
| 제목: 미키 17
| 장르: 모험/SF/드라마/코미디
| 감독: 봉준호
| 출연: 로버트 패틴슨, 나오미 아키에, 스티븐 연, 토니 콜렛, 마크 러팔로
| 상영시간: 137분
| 시놉시스: “당신은 몇 번째 미키입니까?” 친구 ‘티모’와 함께 차린 마카롱 가게가 쫄딱 망해 거액의 빚을 지고 못 갚으면 죽이겠다는 사채업자를 피해 지구를 떠나야 하는 ‘미키’. 기술이 없는 그는, 정치인 ‘마셜’의 얼음행성 개척단에서 위험한 일을 도맡고, 죽으면 다시 프린트되는 익스펜더블로 지원한다. 4년의 항해와 얼음행성 니플하임에 도착한 뒤에도 늘 ‘미키’를 지켜준 여자친구 ‘나샤’. 그와 함께, ‘미키’는 반복되는 죽음과 출력의 사이클에도 익숙해진다. 그러나 ‘미키 17’이 얼음행성의 생명체인 ‘크리퍼’와 만난 후 죽을 위기에서 돌아와 보니 이미 ‘미키 18’이 프린트되어 있다. 행성 당 1명만 허용된 익스펜더블이 둘이 된 ‘멀티플’ 상황. 둘 중 하나는 죽어야 하는 현실 속에 걷잡을 수 없는 사건이 기다리고 있었으니… “자알 죽고, 내일 만나”
출처: 네이버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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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의도치 않게 시기적절한 영화가 된 <미키 17>
SF영화란 자고로(단지 개인의 의견일 뿐이지만), 현실에서 벗어난 아주 특이한 배경에 인간들을 몰아넣고 '여기서 보면 말 안 되지? 근데 인간들은 매번 그걸 모르더라.'라고 꼬집는 맛이 있어야 한다. 그러니까, 2024년에 트럼프가 당선되지 않았거나 계엄이란 황당한 일이 벌어지지 않았다면 이 영화는 SF적 소임을 다했을 것이다. 그러나 지금 이 영화는 온 지구에 걸친 부패와 해악을 적나라하게 보여주며 다큐멘터리의 역할을 하고 있다.
마크 러팔로가 연기한 '마셜' 캐릭터를 보고 각 나라에서 자신들의 정치인을 보는 듯하다는 후기가 넘쳐나고 있다. 이 영화가 조금 더 일찍 개봉했더라면 미래는 바뀌었을까? 그건 아무도 모를 일이다. 중요한 사실은 과거는 바꿀 수 없고 오직 행동해야 하는 미래만 남아있을 뿐이라는 것이다.
그리고 또 하나의 이슈, 트럼프의 '이주민 강제 추방 정책'에 대해 얘기하려 한다. <미키 17> 속 인간은 지구를 떠나 새로운 개척지를 만들기 위해 니플하임에 갔다. 그렇다면 원주민은 니플하임의 크리퍼(모티브가 크루아상이라고 하니 그에 맞춘 새로운 이름으로 불리길 바란다)이고 이주민은 인간이다. 그렇다면 미국은 어떤가? 현재 미국인(통상 백인에 금발의 이미지)들은 이주민이다. 원래 그곳에 살던 아메리카 원주민들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니 '이주민 강제 추방 정책'이 얼마나 앞뒤 안 맞는 말인가.
인간이 다른 행성에 도착해 그곳의 토착 생물을 핍박하는 스토리는 SF에선 흔하디 흔하지만 개봉 시기가 절묘해 특히 기억에 남았다.
2. 변화는 과감하지 않아도 된다.
영화를 보고 주연 캐릭터 외에 눈에 띈 두 사람이 있었다. 바로 카이와 도로시.
카이는 나샤와 함께 일하는 동료로, 임무 수행 중 애인 제니퍼를 잃었다. 마셜은 미키에게 익스펜더블인 네가 죽었어야 한다며 제니퍼라는 한 사람이 아닌 '가임기 여성'을 잃었음에 분노한다. 여성을 하나의 존재로 보지 않는 성차별적 시선에 카이는 정면으로 부딪힌다. 마셜 부부와의 식사 자리에서 종족 번식 임무를 제안하는 마셜에게 카이는 자신을 '자궁'으로 보는 거냐 말한다. 그리고 그 식사 자리에서도 미키는 익스펜더블의 역할을 수행하며 죽어가는데, 다들 미키의 상태는 보지 않고 각자의 얘기만 하고 있다. 카이는 모두가 미쳐버린 이 상황에서 유일하게 미키를 챙기고 진심으로 걱정한다.
그러나 완벽히 혁명적 인물은 아니다. 마셜을 공격한(실은 놀라 돌아다닌 것뿐이지만) 크리퍼를 처리하고, 멀티플인 미키를 발견하자 이를 보고하려 하기도 한다. 카이는 자신의 자리에서 역할을 충분히 수행하면서도, 불합리함은 좌시하지 않는 독특한 캐릭터이다.
도로시 역시 카이와 비슷한다. 미키를 복제하면서 죄책감을 느끼지 않는 다른 연구원들과 다르게 도로시는 미키를 한 사람으로 본다. 연구자인 특성을 살려 크리퍼 통역기를 만들어 상황 해결에도 큰 도움을 주었다.
이 둘을 보며 누군가를 도와주고, 세상을 좋게 만드는 건, 커다란 용기와 시도가 필요한 것이 아니라 사소한 배려와 뚝심일 뿐이란 걸 느꼈다. 그러니 변화는 과감하게 시작되는 게 아니라 작은 생각에서부터 시작된다.
3. 인간을 인간답게 하는 건, 결국 사랑
나샤와 미키의 관계는 특별하다. 모든 게 완벽한 나샤와 매번 목숨이 버려지는 미키의 사랑은 우리가 극한의 상황에 몰린다 해도 사랑 하나만은 잊지 말아야 함을 상기시킨다. 미키 1부터 미키 18까지 나샤는 미키를 사랑했고, 사랑하고 있으며, 사랑할 것이다. 그 사랑이 미키를 지탱하게 만들었고 수많은 죽음을 버틸 수 있게 만들었다.
그리고 또 하나의 사랑이 있다. 바로 미키 18.
첫 만남에서 다소 좋지 않은 인상을 남긴 미키 18은 마셜과의 식사 자리에서 있던 얘기를 듣고 크게 분노한다. 그리고 내린 하나의 결론. 마셜을 죽여야겠다.
미키 18은 미키 17이 인정하는 가장 또라이 같은 인물이다. 항상 주눅 들어있고 무슨 일이든 불평 없이 하는 '자신'과 정반대의 성향을 가졌다. 둘의 상반된 태도는 미키 18이 '미키 반스'의 삶을 사랑하길 선택했기 때문이다. 자신이 살아있는 걸 보고도 무기만 챙겨 돌아간 티모에게 복수하려던 것도, 마셜 부부와의 식사 자리에서 겪은 모욕을 듣고 분노했던 것도, 어린 시절 자신이 차를 망가뜨려 엄마가 죽었다고 자책하는 미키 17에게 '네 잘못이 아니라고.' 대답해 준 것도, 전부 '미키 반스' 자체를 사랑했기 때문이다. 사랑하지 않는 이를 위해 누가 이렇게까지 해줄 수 있을까? 그리고 미키 18은 '미키 반스'를 위해 죽음을 두려워하면서도 사건의 원흉을 붙잡고 마지막 복수를 이뤄낸다.
그러므로 나샤와 미키 18은 각자의 방식으로 미키 반스를 사랑했다. 미키를 미키답게 만들어준 둘은 항상 미키의 곁에서 그를 격려하고 호통치며 남은 한 명의 삶을 온전히 꾸려갈 수 있게 만들어줄 것이다.
아는 맛 SF지만 봉준호식 코미디와 사회 풍자가 잘 드러나는 영화. 러닝타임 3시간이 짧게 느껴지고 외계 생명체 크리퍼가 귀여운, <미키 17> 리뷰 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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