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ine_Rec2025-02-12 17:52:13
성공의 기준은 흐릿하고 희망은 또렷하다
영화 <김씨표류기> 리뷰
도대체 그 '성공'이 뭔가요? 흔히 ‘성공’하면 떠오르는 이미지가 있다. 적어도 나에게는 깔끔하게 차려입은 정장, 바쁘게 움직이는 사람들과 반짝이는 야경을 가진 도시 대게 이런 ‘세련’되고 ‘반짝이는’ 모습들이 그려진다. 이런 성공 판타지에 취해 언어 공부, 스펙 쌓기, 자격증, 대외 활동 등등 바쁘게 살다보면 정작 내가 바라던 삶이 이런거였나 하는 소위 말하는 현타, 번아웃이 오기 마련이다. 그러다 문득 “성공, 꼭 해야할까?” 라는 질문이 떠오르기도한다. 아니, 성공의 모습이 꼭 이래야하는가? 라는 질문이 더 맞는 것 같다. 영화 <김씨표류기>는 이런 질문을 품고있는 모든 현대인들에게 위로와 공감, 그리고 희망의 메시지를 건낸다. 사회적 낙오자가 되고 외딴 섬에 표류된 김씨와 자신의 진짜 모습을 드러내기를 두려워하는 또 다른 김씨의 모습 속에서 누구나 자신의 고민과 방황의 경험을 찾아볼 수 있기 때문이다. ‘무기력’에서 ‘심심함’을 거쳐 ‘몰입’의 상태에 이르기까지 step 1. 무기력 무기력해지기 쉬운 세상이다. 연애, 회사, 일, 돈… 모든 방면에서 ‘미달’인 남자 김씨는 무능하고 무력하다. 구조조정으로 회사에서 잘리고, 2억의 빚을 지닌채 재취업에 도전하지만 뜻대로 되지 않는다. "남들 다 하는데 넌 안되냐"라는 비난을 헤집으며 말 그대로 발버둥 치는데, 정작 돌아오는 건 기계적인 대출 광고 뿐이다. "희망을 갖자. 대출을 받자"라며 희망을 속삭이지만 더 큰 절망을 안겨주는 이 사회에서 남자 김씨는 무기력해질 수 밖에 없다. step 2. 심심함 더 이상 빚과 취직에 쫓기지 않아도 되는 무인도의 김씨는 이제 심심함이라는 사치를 누린다. “심심하다. 더 이상 바랄 게 없는 완벽한 심심함입니다” 무기력과 심심함은 언뜻 보기엔 비슷할 수 있으나 엄연히 다르다. 둘 다 활기 없이 축 처진 느낌을 연상케하지만, 무기력은 그런 상황을 개선시키고자 할 수 없는 상태이고 심심함은 현재의 지루함을 바꾸고자하는 마음이 싹틀 수 있는 상태이다. 언제 죽어도 좋다는 마음으로 생 버섯 등 아무거나 입에 넣는 김씨. 이런 심심함이 주는 잔잔함과 평화로움은 그리 오래가지 못한다. step 3. 공허한 ‘몰입’ 공허한 ‘몰입’으로 심심함을 회피하는 둘. 남자 김씨는 처음에는 단순 생존에 몰입한다. 새를 잡고, 고기를 굽고, 오리배로 집을 만들고. 물론 생존에 필요한 일들이지만 이러한 단순 생존 수칙들은 남은 인생을 보낼 동력이 되지 못한다. 여자 김씨도 마찬가지다. 하루를 생산적으로 살았다는 기분을 느끼기 위해 제자리에서 만보를 걷는다. 온라인에서 남을 도용하며 거짓으로 사는 삶. 하루하루를 계획적으로 나름 ‘바쁘게’ 살고 있지만 너무나 공허하고 의미없는, 허상된 생산성과 몰입에 충실한 삶에 그친다. step 4. 마침내 도달한 진짜 ‘몰입’ 이 둘은 각자의, 또 맞닿은 희망을 동력으로 마침내 진실된 ‘몰입’의 상태에 이른다. 짜장면을 먹기 위해 밀 재배를 하는 남자 김씨. 언제 죽어도 좋다던 그가 짜장면을 만들기 위해 농사를 지으려면 건강해져야 한다며 운동까지 한다. 자신만의 루틴을 지키며 인터넷 상에서만 생활하던 여자 김씨도 비로소 현실의 삶을 살기 시작한다. 남자 김씨에 대한 호기심과 그와 소통하겠다는 목표가 생기자 그녀는 마침내 바깥에 있는 김씨의 사진을 찍고, 그가 보낸 메시지를 읽고 여러 감정을 느낀다. 인터넷 속 그녀가 아닌 현실의 ‘김정연’이 깨어난 것이다. 방문을 걸어잠그고 화장실 가는 타이밍도 눈치보더니 그녀가 무려 집 밖을 나서서 남자 김씨가 있는 섬 쪽으로 편지까지 던진다. 이처럼 자신의 진실된 목표와 희망에 ‘몰입’하는 삶은 활기 넘치고 의미있는 변화를 촉구한다. Hello How are you Fine thank you 기어코 둘은 서로를 발견한다. 여자 김씨의 일방적인 호기심을 넘어 이제 둘은 소통하며 서로의 존재를 소중히 여긴다. 안식처이자 도피처였던 밤섬은 사라졌고, 인터넷 속 여자 김씨의 삶은 청산되었지만 둘은 서로가 있기에 괜찮을지도 모른다. 사회가 말하는 ’성공‘의 기준에 들어가기 위해 아등바등하지 않고 자신이 진정으로 원하는 목표와 희망을 위해 살아본 뜨거운 마음이 둘에게는 남아있기 때문이다. 김씨들을 향해 보낸 응원들이 자신에게도 닿길 물리적으로, 또 정신적으로 고립된 채 무기력하게 살아가는 여자 김씨와 남자 김씨. 이 둘에게 활기를 불어넣은 것은 다름 아닌 희망과 목표의식이다. 제대로 된 재료 하나 찾기 어려운 밤섬에서 짜장면을 먹겠노라 다짐한 남자 김씨. 직접 면을 뽑기 위해 농사를 짓고 옥수수를 재배하는 추진력을 선보인다. 작지만 원대한 그의 꿈을 지켜보며 관객들은 목표 달성에 가까워지는 순간순간을 응원할 수 밖에 없게된다. 신용불량카드로 오리배에 붙은 새똥을 긁어 발견한 씨앗, 허수아비 머리 깡통 밑 자라난 옥수수, 짜파게티 속 짜장스프… 누군가에게는 하찮아 보일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짜장면을 진심으로 바라는 김씨와 함께 관객은 자연스레 짜장면 영접의 순간을 간절히 소망하게된다. 배달로 뚝딱 얻게되는 짜장면이 아닌 면발 가락 하나하나 직접 만든 수제 짜장면은 더욱 달콤하리라. 여자 김씨를 응원하는 마음도 점차 커진다. 남자 김씨에게 전달할 편지를 담은 유리병을 던지기 위해 한강으로 향하는 그녀. 3년째 은둔 생활을 하는 그녀가, 내 집 화장실 하나 가는 것도 계산하는 그녀가 무려 집 밖으로 나가 한강 다리 위에 서기까지 얼마나 많은 망설임과 결심의 순간들이 있었을까? 영화 속 김씨들이 원하는 목표를 이루고 끝끝내 희망을 놓치지 않기를 바랐던 것 처럼 현실 속 우리도 희망의 메시지를 품고 서로 응원하기를 주저하지 않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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