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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wr2025-03-13 08:08:51

죽음의 사유에서 피어오르는 삶

영화 〈숨〉


6★/10★ 6★/10★

  

 영화의 주요 화자는 세 명이다. 그리고 이들은 모두 서로 다른 방식으로 죽음에 걸쳐 있다. 장례지도사 유재철은 수많은 이의 죽음 의례를 총괄하며 죽음에 관한 태도를 다듬었고, 폐지를 줍는 여성 노인 문인산은 얼마 남지 않은 여생이 무탈하기를 소원하며, 유품정리사 겸 특수 청소를 하는 김새별은 고인이 남긴 흔적을 갈무리해 그의 살아생전 모습을 상상 속에서 복원한다. 이 세 명에게는 또 하나의 공통점이 있다. 죽음에 천착하여 삶의 조건을 환기한다는 것 말이다.     

 브런치 글 이미지 2

 

  먼저 장례지도사 유재철. 그는 부자와 가난한 사람의 죽음을 모두 다뤄봤다. 가져갈 수 없는 것에 대한 미련이 커서인지 부자는 얼굴을 찡그린 채 몸을 웅크리고 죽었다. 반면 가난한 자는 극락에 간 듯한 편안한 표정이다. 현실의 고달픔을 이제는 벗어날 수 있어서일까? 죽음은 현생의 무수한 불평등을 거스르는 몇 안 되는 인간의 공통 경험인데, 장례지도사는 여러 죽음의 양태 속에서 자기 삶의 태도를 톺아본다. 누군가는 께름칙하다는 이유로 꺼리는 일인 염殮을 하는 그의 노동 장면이 특히 인상적이다. 그의 정돈되고 익숙한 손길은 한 사람의 생애 단 한 번뿐인 특별한 일을 ‘일상적’인 일로 만든다. 노동으로서의 염이 무수히 반복되는 사건으로서의 죽음이 야기하는 두려움을 상쇄하여 다른 방식으로 죽음을 사유할 것을 촉구하는 것이다.     

 

  두 번째는 폐지 줍는 노인 문인산이다. 그의 말은 듣는 이를 괴롭게 한다. 사는 게 사는 게 아니다, 죽지 못해 산다, 사는 게 슬프고 허무하다, 호화 찬란하게 살고 싶었다……. 그에게 생은 언젠가부터 고통과 회한의 연속이었다. 건강 악화와 빈곤이라는 조건에서, 독거 여성 노인인 그는 죽음이 별 소란 없이 스윽 다가왔으면 한다. 그에게 요란스럽게 다가오는 죽음에 대응할 자원이 없기 때문이다. 유재철이 환기해주듯 죽음 앞에서 우리는 모두 평등하다. 그러나 문인산이 또 다른 방식으로 보여주듯 우리를 속박하고 있는 불평등은 그 죽음마저 불공평한 것으로 만든다. 불평등이 만연한 사회에서 죽음의 존엄은 박탈되고, 존중받지 못하는 노인은 홀로 외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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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 번째는 유품정리사 김새별. 우리와 비슷한 모양새였을 신체는 썩어 문드러져 잘 닦이지 않는 진액이 되었고, 그 진액을 박박 문질러 걷어내는 김새별은 죽은 자가 남긴 흔적을 토대로 그의 생전 삶의 조각을 맞춰본다. 그가 들려주는 고인의 이야기는 왜 인간은 죽은 후에야 인간적인 상상력의 대상이 될 수밖에 없는지에 관한 물음을 던진다. 김새별이 특수 청소를 하며 추론한 것들을 사회가, 제도가, 이웃이, 가족이 먼저 할 수 있었다면 소주병이 굴러다니는 방에서 홀로 죽어 진액이 된 남자의 삶은 그와는 달랐을지도 모른다.     

 

  서로 다른 자리에서 죽음과 맞닿아 있는 이들의 이야기는 필연적으로 죽음과 순환을 이루는 삶을 환기한다. 영화에는 숨소리에 집중해 크게 들려주는 장면이 있다. 죽음과 삶이 들이쉬고 내쉬는 ‘하나’의 과정으로서 숨과 같다는 것을 전하기 위해서였을 터다. 우리는 죽음과 맞닿은 삶을 어떻게, 어떤 조건 위에서, 어느 정도의 온기를 품고 살아갈 것인가? 숨을 들이쉬면 내쉬어야 하듯이, 삶을 잘 살아가려면 죽음을 생각해야 한다.     

 

 

*영화 매체 〈씨네랩〉에 초청받은 시사회에 참석한 후 작성한 글입니다.

작성자 . rewr

출처 . https://brunch.co.kr/@cyomsc1/4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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