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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루프레스2025-03-13 11:55:37

언젠틀 오퍼레이션

언젠틀 오퍼레이션

2차 세계전쟁에서 연합군이 독일군과 맞서 싸우는 영화는 수 백, 수 천 편이 넘지만, 크게 보면 '전쟁 영화'와 '액션 영화'로 나눌 수 있다. 전쟁의 참혹함, 전쟁의 소용돌이에 휘말려 비극을 겪는 사람들의 이야기 특히 독일군에게 몰살당하는 유대인 서사는 하나의 거대한 흐름을 이룰 정도로 많다. 반면 2차 세계전쟁의 승패를 결정지은 '독쏘 전쟁'에 관한 영화는 과거 '쏘련'과 지금의 '러시아'를 중심으로 '쏘비에트 연방'이었던 나라들에서 아주 적게 창작되는 수준이다.
2차 세계전쟁의 승리는 분명 연합국의 승리가 맞지만, 전쟁 초반에 해당하는 1941년에 독일군이 '쏘련'을 침공하면서 벌어진 '독쏘 전쟁'에서 쏘련군과 쏘련 국민은 무려 3천만 명 넘게 사망하면서 마침내 독일군을 궤멸한다. 독일이 쏘련을 침공한 건 가장 어리석은 선택이었고, 2차 세계전쟁에서 독일이 지는 결정적 원인이 되는데, 과거 나폴레옹이 러시아를 침공했다 패하면서 결국 권력을 빼았긴 것처럼, 히틀러 역시 '쏘련'에게 지면서 자신의 죽음을 앞당겼다.
미국이 2차 세계전쟁에 참전한 시기는 1941년 일본군이 하와이를 공습하면서부터다. 이때까지도 미국은 2차 세계전쟁에서 중립을 지키려 했지만, 일본군의 도발로 전쟁은 유럽에서 아프리카 일부 국가를 제외한 지구 전체의 국가들이 전쟁에 휘말리게 되고, 인류 역사에서 가장 많은 사람이 죽은 전쟁으로 기록된다.

'언젠틀 오퍼레이션'은 2차 세계전쟁의 핵심 국가 가운데 하나인 영국이 독일과 싸우는 다양한 내용 가운데 '특수전'을 다루고 있다. 가이 리치 감독은 예전에 '맨 프롬 엉클'에서 영국, 미국, 소련 스파이가 힘을 모아 핵폭탄 제조를 하려는 테러 집단을 궤멸시키는 스파이 영화를 만들기도 했다. '맨 프롬 엉클'은 정통 스파이 영화로, 미장센이나 스토리가 나쁘지 않았으나 흥행 성적이 좋은 편은 아니었다.
군의 공식 작전이 아니라는 점에서 '언젠틀 오퍼레이션'도 '맨 프롬 엉클'과 궤를 같이 하는데, 2차 세계전쟁에서 그동안 알려지지 않았던 영국 특수부대의 활약을 그린 영화다. '언젠틀 오퍼레이션'을 보면 자연스럽게 떠오르는 영화가 쿠엔틴 타란티노 감독의 '바스터즈, 거친 녀석들'이다. 두 영화 모두 특수부대가 독일군을 궤멸하는 내용인데, '바스터즈, 거친 녀석들'이 '2차 세계전쟁'을 배경으로 한 창작 영화라면, '언젠틀 오퍼레이션'은 실화를 바탕으로 만든 영화라는 점이 다르다.
가이 리치 감독이 왜 이 영화를 만들려 했을까. 그는 '맨 프롬 엉클' 같은 스파이 영화, '셜록 홈즈' 같은 탐정 영화, '더 커버넌트' 같은 리얼한 전쟁 영화도 만들지만, 가이 리치를 상징하는 영화는 갱 영화다. 그의 데뷔작 '록, 스탁 앤 투 스모킹배럴즈'의 충격적으로 놀라운 연출과 서사는 그 전까지 어떤 감독도 구현하지 못한 영화적 상상력이었으며, 연출 방식이었다.
엉킨 실타래처럼 복잡한 서사 구조와 결정적 장면에서 화려하고 놀라운 슬로우모션을 보여주면서, 스토리, 미장센, 대사, 연기, 연출 등 영화의 모든 요소를 전혀 새로운 감각으로 보여준 영화가 '록, 스탁 앤 투 스모킹배럴즈'였고, 이후 '스내치', '리볼버', '락큰롤라', '젠틀맨' 등에서 가이 리치의 장점은 잘 드러났고, 그의 장점이 드러난 영화는 대개 흥행에도 성공했다.

'언젠틀 오퍼레이션'은 순한 맛의 '바스터즈, 거친 녀석들' 버전으로 보인다. 주인공들이 독일군을 가을 바람에 낙엽이 우수수 떨어지는 것처럼 한꺼번에 쓸어버리고, 독일군을 잔혹하게 사살하는 장면도 가끔 보이지만, 그래도 전반적 분위기는 정통 드라마 또는 코미디에 가깝다.
가이 리치 감독이 '얌전하게' 연출한 이유는 알 수 있다. 영화가 역사적 사실을 기반으로 하고, 실제 인물이 존재하며, 영국이 독일을 상대로 싸워서 이긴 작전 가운데 보기 드문 특수작전이며, 이 작전에서 영국이 자랑하는 윈스턴 처칠이 중요한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영화에서 윈스턴 처칠은 자주 등장한다. 대서양에서 연합군의 군함과 상선을 닥치는대로 파괴하는 독일군 잠수함 '유보트'의 존재는 영국에게 심각한 위협이 된다. 아직 전쟁 초기인 1939년부터 1941년까지 영국은 독일에게 엄청난 공격을 당하면서 거의 고립되는데, 미국에서 보내주는 물품이 대부분 배에 실려 오고 이 과정에서 독일 유보트가 상선을 공격해 침몰시키면서 영국 국민은 식량이 부족해 고생한다.
또한 1940년부터 1941년까지 독일 공군은 영국 상공 위에서 폭탄을 투하해 영국 도시를 파괴한다. '더 브리츠'라고 부르는 이 '대공습 작전'은 영국의 각료 일부가 독일에게 항복하자는 말까지 나올 정도로 물질적 피해도 컸고, 국민의 심리적 공포도 심각했다.

이 심각한 상황을 타개하는 유일한 방법은 독일 유보트가 대서양에서 사라지는 것이고, 잠수함 대 잠수함의 전투에서는 영국이 이길 방법이 없다는 걸 잘 아는 윈스턴 처칠은 독일 유보트를 지원하는 함대를 궤멸시켜 보급을 차단하면 자연스럽게 잠수함들이 움직이지 못할 거라고 판단한다. 결코 쉽지 않은 작전은 분명했고, 이 작전을 위해 윈스턴 처칠과 군 고위 장성 몇 명만 아는 특수부대를 구성하고, 이 몇 명의 대원이 작전을 수행한다.
영화에서는 나오지 않지만, 이때 이미 영국은 독일군이 주고 받는 무선 통신의 암호문을 어느 정도 해독할 수 있는 상태였다. 유명한 영국 과학자 엘런 튜링이 만든 암호해독기는 나중에 컴퓨터로 발전하는데, '암호의 역사'에서 보면, 엘런 튜링이 2차 세계전쟁에서 연합군이 승리하는 수 많은 역할 가운데 매우 중요하고, 결정적 역할을 했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이런 영국군의 암호 해독과 정보를 바탕으로 영국군은 독일 해군 가운데 유보트를 지원하는 함대가 아프리카 중립국 해역에 머물고 있다는 걸 확인한다.
이들은 특수부대인 만큼 전면전을 펼치지 못한다. 모든 작전은 은밀하고 조용하게 진행되며, 가장 효율적으로 독일군에게 궤멸적 타격을 줄 수 있는 방법을 선택한다. 영화의 마지막 부분에서 가장 화려한 장면이 나오지만, 그 장면도 가이 리치 영화로 보면 매우 점잖은, '젠틀한' 장면으로 보인다.
제목은 '언젠틀'이라고 썼지만, 사실 내용으로는 '젠틀'한 편이다. 그래서 아쉬운 건, 영화에서 가이 리치의 특징을 살리는 연출을 보기 어렵다는 점이다. 영화 성격상 차분하게 연출해도 재미있을 거라고 판단할 수 있겠지만, 영화의 재미, 연출의 개성, 영화적 상상력의 발현이라는 점에서 가이 리치의 장점이 잘 드러나지 않은 점은 아쉽다.

1941년, 일본군이 하와이를 공습하면서 미국이 2차 세계전쟁에 전격 참전하는데, 이때부터 미국은 연합국의 '군수물자 지원' 중심 기기 역할을 한다. 미국은 당시 독일군과 맞서 싸우는 '쏘련'에게도 수천만 톤의 무기와 식량, 장비를 공급했으며, 영국으로도 그 이상의 무기, 식량, 장비를 공급했다.
독일군을 비롯 유럽의 연합국 전체가 생산하는 무기보다 미국 한 나라에서 생산하는 무기가 수십 배 이상 많았기에, 대서양에서 유보트가 침몰시키는 상선보다 미국이 생산해서 내보내는 배가 더 많았다. 전쟁은 그 나라가 가진 모든 재화를 쏟아부어 치르는 엄청난 소모전이라는 걸 생각할 때, 미국처럼 상상 이상의 놀라운 생산성을 가진 나라는 그때까지 역사적 사례를 찾을 수 없었다.
2차 세계전쟁에서 연합국이 승리할 수 있었던 여러 조건이 있지만, 미국이 참전하고, 미국에서 만든 전쟁물자가 유럽으로 날마다 공급되었다는 사실은 결정적이다. '언젠틀 오퍼레이션'을 조금 더 재미있게 보려면, 윈스턴 처칠이 독일에 항복하지 않겠다는 굳은 결심을 하게 되는 과정, 엘런 튜링이 발명한 암호해독기와 암호부대가 독일군 암호문을 풀어내는 과정, 쏘련이 독일군에 맞서 동부전선에서 궤멸 직전까지 가는 피해를 입으면서도 끝까지 스탈린그라드를 사수하는 과정 등을 함께 이해하면 이 영화가 2차 세계전쟁에서 드러나지 않은 또 하나의 특수작전으로 놀라운 성과를 이뤘다는 걸 알 수 있다.

  • 이 영화는 '씨네랩 크리에이터로 참석한 영화입니다.

작성자 . 마루프레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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