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inoDAY2025-03-18 20:06:09
침범 | 악의 마음을 읽는 대신 가리기 급급하다
<침범> 리뷰
*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7살 딸 '소현'(기소유)을 홀로 키우는 싱글맘 '영은'(곽선영). 수영 강사 일을 하며 혼자서라도 딸을 잘 키워보려고 노력하지만, 그녀는 버겁기만 하다. 화가 나면 엄마도 칼로 베고, 유치원에서도 친구들을 물리적으로 괴롭히고, 왜 다른 생명을 죽이면 안 되냐고 묻는 소현의 기이한 행동이 좀처럼 끝나지 않기 때문. 엄마의 헌신과 정신과 치료에도 불구하고 소현이 달라질 기미가 안 보이자, 영은은 극단적인 선택을 고민한다.
20년 후, 어린 시절의 기억을 잃고 특수 청소 업체에서 일하는 '김민'(권유리). 그녀는 딸이 잃은 이후 자신을 딸처럼 '현경'(신동미)과 가족처럼 지낸다. 어느 날, 그들 앞에 해맑은 얼굴의 '박해영'(이설)이 나타난다. 가족도 없고, 과거 이력도 알 수 없는 해영이 조금씩 일상의 틈을 비집고 들어오자 민은 그녀를 경계하기 시작한다. 그렇게 민과 해영이 갈등이 정점에 달한 순간, 그들이 각자 숨기고 있던 비밀이 수면 위로 떠오른다.
악인의 서사를 거세한 스릴러
"악인에게 서사를 주지 말라." 잔혹 범죄 사건이 발생하면 SNS에서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는 구호다. 범죄 피해자에 대한 애도나 연대보다 가해자의 사연, 수법 및 범죄 결과 등을 선정적으로 다루는 미디어를 비판하는 구호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악인에게 서사를 주지 말라'는 외침에는 우려도 따른다. 이 구호에 내포된 사회적 악영향이 결코 작지 않기 때문이다.
우선 악인의 서사는 때때로 유용하다. 가해자의 서사는 범죄 발생의 개인적, 구조적 원인이나 사회의 모순, 그리고 예방을 위해 필요한 대책까지도 말해줄 수 있다. 일례로 조현병 환자의 살인 사건은 범죄 예방 대책과 보건 복지 대책이 더 끈끈하게 연계되어야 할 필요성을 일러준다. 따라서 그들의 서사를 극단적으로 배제할 경우 동종의 범죄를 예방하고 잠재적인 피해자를 더 많이 구제할 기회를 놓칠 위험이 따른다.
악인이 아닌 사람까지도 사회적으로 배제하는 경향성도 유발할 수 있다. 악인의 서사는 들을 필요도 없다는 도덕적 확신이 견고할수록 더 많은 서사를 무시할 수 있기 때문. 설령 악인이 아니어도 자신과는 다른 서사를 지닌 타인을 쉽게 배제하고, 악마화할 수 있으니까. 소설, 영화 등을 통해 악인의 이야기를 꾸준히 접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그에게 일부 공감하는 자신을 보면서 타인을 이해하는 힘을 잃지 않으려는 훈련인 셈이다.
이러한 맥락에서 볼 때 <침범>은 단편적이다. 영화는 "악인에게 서사를 주지 말라"라는 구호에 충실하다. 악인을 순수악으로 규정하고, 사회에서 제거해야 한다고 말하며, 악의 마음을 읽어낼 수 있어도 일부러 외면하면서 스릴러로서 장르적 쾌감을 선사하는 데에만 열중한다. 하지만 이는 양날의 검이다. 악인의 서사를 회피했을 때의 부작용으로 인해 전체적인 완성도에 균열이 생기고, 의도와 메시지에도 의문이 남기 때문이다.
<케빈에 대하여>와의 결정적 차이
<침범>은 1막과 2막으로 나뉜다. 그중 1막은 영화 <케빈에 대하여>를 연상시킨다. 소재가 같기 때문. <케빈에 대하여>는 사이코패스 아들 '케빈'(에즈라 밀러)을 어떻게 키워야 할지 모르고, 그를 두려워하는 엄마 '에마'(틸다 스윈튼)를 보여줬다. <침범>의 1막도 마찬가지다. 엄마 은영은 딸 소현을 키우기가 버겁다. 그녀는 기본적인 사회성도, 선악의 구분도 없는 사이코패스 같은 딸이 무섭다.
그런데 두 작품 사이에는 결정적인 차이점이 있다. 악인을 대하는 태도의 차이다. <케빈에 대하여>는 케빈을 타고난 악인으로 규정하는 대신 그의 서사를 보여준다. 원치 않았던 임신과 출산으로 인해 처음부터 아들을 두려워하고 밀어내려 한 엄마. 그런 엄마로부터 사랑받지 못하고, 버려질까 무서워하며 불안정해지고 사회성을 갖추지 못한 아들. 영화는 모자의 갈등과 충돌이 사이코패스 살인범 케빈을 낳는 과정을 차분히 훑는다.
<침범>은 정반대다. 소현을 순수한 악인으로 묘사한다. 반려견을 죽이고, 친구들을 공격하고, 엄마도 칼로 베는 그녀의 악행을 하나씩 보여주면서 그녀에 대한 두려움과 공포심을 부추긴다. 그녀를 이해할 수 있는 서사는 명시적으로 제시되지 않는다. 소현의 아빠가 가족을 떠날 만큼 그녀의 타고난 기질이 잔인하고 남다르다고 언급하고, 단순한 질투심 정도를 공격적인 행동의 이유로 등장시킬 뿐이다.
반면에 영은의 모성애는 강조된다. 영은은 딸에게 해도 되는 일과 안 되는 일을 설명하고, 그녀의 공격성을 해소하기 위해 시골 농장에서 닭도 잡는다. 그녀의 헌신은 악인과 그의 서사를 애초에 배척해야 한다는 메시지를 뒷받침한다. 엄마의 희생에도 불구하고 딸이 변할 기미가 없다 보니 배제의 논리에도 힘이 실리는 것. 이는 1막의 끝을 장식하는 수영장 시퀀스에서 영은이 딸과 함께 자살하려 하는 이유로 이어진다.
장르적으로 거부한 악인의 서사
2막도 다르지 않다. 2막에서도 소현이라는 악인의 서사는 선택적으로 다뤄진다. 그녀가 얼마나 잔혹하고 파렴치한 지를 장르적으로 풀어낼 때에만 포착하면서 영은의 선택에 설득력을 더한다. 이때 핵심은 <화차>를 연상시키는 미스터리다. 1막과 2막 사이에 존재하는 20년이라는 시간의 공백 덕분에 관객은 2막에 등장한 인물 중 누가 소현인지를 알 수 없다. 이 무지에서 비롯된 서스펜스가 2막의 원동력이 된다.
소현처럼 보이는 주인공은 두 명, 김민과 박해영이다. 김민에게는 정신병원에 입원한 어머니가 있다. 이 대목은 수영장에서의 자살 시도 후 영은은 입원하고, 소현은 이름을 바꾼 게 아닌가 하는 의심을 자아낸다. 한편 갑작스럽게 등장해 김민과 현경 사이에 끼어든 박해영은 과거사가 아예 묘사되지 않는다. 공백으로 남은 개인사는 20년의 공백과 이어지면서 해영을 소현으로 의심하는 근거가 된다.
다만 소현의 정체를 다룬 미스터리는 큰 효과가 없다. 해영의 반복된 악행을 김민이 제지하는 과정에서 소현의 정체가 일찍 드러나기 때문이다. 소현의 정체를 숨기면 김민이 현경 몰래 가족 행세를 하는지, 아니면 해영이 김민과 현경의 관계에 침범하는지가 헷갈린다. 그러나 소현의 정체가 밝혀진 순간 침범의 주체는 명확해지고, 미스터리도 단순 서프라이즈를 유발하는 데서 그친다.
그렇지만 <침범>은 스릴러다운 공포감과 긴장감만큼은 유지하면서 이름값을 해낸다. 타인의 사정에 전혀 공감하지 못하고 자기중심적으로 생각하는 사이코패스를 얼굴을 맞대고 마주하는 경험을 선사하기 때문. 특히 직장과 거처를 마련해 주는 호의를 가족을 침범하고 생명을 위협하는 적의로 되갚는 해영, 곧 소현을 지켜보다 보면 왜 영은이 딸인데도 그녀를 제거하고자 했는지를 체감할 수 있다.
읽는 대신 덮다
에필로그에서도 <침범>의 관점은 유지된다. 물가에서 영은의 환영과 대화를 나누는 소현은 죄책감보다는 세상의 잘못을 토로한다. 엄마가 자기 말에 공감하지 않고, 도리어 수영장에서처럼 물속으로 들어가자고 하자 소현은 영은의 환영을 죽인다. 이렇게 <침범>은 마지막까지 소현의 서사를 단순한 변명으로 치부하고, 그녀를 '순수악'으로 규정하며, 어떤 가족과 사회도 침범할 수 없도록 배제해야 한다면서 이야기를 끝맺는다.
그러나 이러한 결말은 다소 편의적이고 무책임해 보인다. 소현이라는 악인의 서사를 편린이나마 보여줄 수 있는 장치가 있는데도 의도적으로 외면하는 듯 보이기 때문이다. 대비를 이루는 물과 불의 이미지가 대표적이다. 물과 불의 차이에 주목하면 순수악처럼 그려지는 소현의 내면을 엿볼 수 있다.
소현은 어려서부터 물을 두려워한다. "사람들은 두려울 때 솔직해진다"라는 소현의 대사로부터 그 이유를 유추할 수 있다. 그녀는 남들과 다르다는 사실을 숨겨야 한다고 교육받고, 본모습을 드러내면 늘 혼났다. 심지어 그녀의 본모습을 아는 아빠는 가족을 떠났고, 엄마는 자신을 버리려고 했다. 이처럼 솔직해져서는 안 되는 소현이 보기에 자기 자신을 투명하게 드러내는 물은 그녀의 트라우마를 자극하는 두려움의 대상이다.
그래서 그녀는 자신을 감춰야 할 때면 물과 반대되는 불을 선택한다. 가출 후 보육원에서 지낼 때 할머니가 찾아오자 정체를 들킬까 봐 보육원에 불을 지른다. 김민이 자신의 과거를 알아채자 또 한 번 불을 지르고 자신을 숨기려 한다. 이러한 맥락에서는 에필로그도 의미가 달라진다. 엄마의 환영을 죽이는 장면에서는 본모습을 있는 그대로 인정받으면서도 동시에 숨기고 싶은 모순된 욕망과 강박이 잔혹함 대신 느껴지기 때문이다.
배제와 회피의 대가
이처럼 극 중 흩어져 있는 파편으로부터 소현의 서사를 읽어내면 <침범>의 내용과 메시지가 더 풍부해질 수 있다. 예를 들어 그녀가 불을 지르지 못하게 하려면 어떤 방법이 있을지 상상력을 발휘할 수도 있다. 하지만 <침범>은 소현을 '순수악'의 포지션에 가두면서 그 가능성 자체를 닫아 버린다. 같은 소재를 다루는 <케빈에 대하여>에 비하면 소재의 잠재성을 끄집어내고, 성장시킬 용기가 없었던 것처럼 보인다.
더 나아가 소현의 서사를 일부러 무시한 선택도 역효과를 낸다. 그녀의 악행을 장르적으로 소비하는 과정에서 악인과 관련된 이들의 서사도 관심 밖으로 밀려나기 때문이다. 실제로 <침범>은 악인의 서사에 관심이 없지만, 악인의 피해자도 그의 잔혹성을 과시하는 도구로만 활용한다. 즉, 악인의 서사를 무조건적으로 배제할 때 발생할 부작용을 <침범>의 회피적 태도가 보여주는 셈이다.
실제로 소현의 할머니는 은영이 죽은 후에도 소현이를 돌보다가 수 차례에 칼에 찔리고 베인 것으로 드러난다. 하지만 그녀의 고통은 그저 소현의 악함을 강조하기 위한 수단일 뿐이다. 20년 간 할머니의 일상이 어떤 모습이었지는 다뤄지지 않기 때문. 김민과 해영의 플롯도 마찬가지다. 그들의 이야기는 20년 간 일관된 소현의 악행을 과시할 뿐이다. 소현이 도망친 후 피해자인 그들의 삶이 어떻게 변했는지는 묘사되지 않는다.
결과적으로 <침범>은 장르적으로 즐길만한 스릴러 그 이상의 매력을 보여주지 못했다. 매력적인 소재, 모성애와 사이코패스적 특성을 살려낸 배우들의 연기력에도 불구하고 고유한 색깔을 내지 못했기 때문이다. '악인의 서사'에 대한 단편적이고, 선택적인 고찰의 부작용이라고 불 수도 있다. 같은 소재를 다룬 <케빈에 대하여>, 비슷한 장르와 구성을 취한 <화차>의 그림자가 좀처럼 지워지지 않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Acceptable 무난함
탐구 대신 덮어두기를 선택한 회피형 스릴러
Relative conten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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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치한데... 재밌어... 당신의 길티플레져 영화는?
❣️Cinelab Curation❣️
여러분의 길티플레져 영화는 무엇인가요?
유치하지만.. 심장이 울리는 그런 영화요!
절대 안 볼 것 같았지만, 나도 모르게 이끌려 어느새 엔딩크레딧을 보게 되었던 영화들이 있지 않나요?
제게는 어릴 때 봤던 <트와일라잇> 시리즈가 그랬는데요!
너무 유치해서 입을 틀어막고 보다가,
나중에 시리즈 마지막 편을 보고 나오는 길에는 너무 섭섭했던 거 있죠?😅
오늘은 이런 유치하고도 사랑스러운 영화들을 모아보았는데요🤍
여러분의 길티플레져 영화도 추천해 주세요!_________________________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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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추석연휴 영화 추천 '천박사 퇴마 연구소: 설경의 비밀' 스포일러 포함
천박사 퇴마 연구소: 설경의 비밀
23.09.27 개봉
판타지, 12세 관람가
한국, 98분
원작: 네이버 웹툰 <빙의>
출연: 강동원, 허준호 등
강동원 배우 용안 보는 영화로 유명해진
'천박사 퇴마 연구소: 설경의 비밀'!
인배 역의 이동휘 배우가 여기저기서
어떻게 새벽 6시에도 저런 얼굴일 수 있냐며...
여기저기 퍼뜨린 덕에 저도 얼굴을 기대하고 갔는데
이번엔 벚꽃 날리는 효과 후광 효과 이런 건 없었지만
계속 저(카메라)를 쳐다봐서... 심장 아프더라고요
ㅋㅋ
아! 쿠키 한 개 있어요
엔딩 크레딧 1~2분쯤 나오고 쿠키 보여 주니까 나가지 마세요
뭔가 시즌 2가 나와도 될 법한 내용의 쿠키라서...
시즌 2도 기대해 보겠습니당
대대로 마을을 지켜 온 당주집 장손이지만
정작 귀신은 믿지 않는 가짜 퇴마사 ‘천박사’(강동원).
사람의 마음을 꿰뚫는 통찰력으로 가짜 퇴마를 하며,
의뢰받은 사건들을 해결해 오던 그에게
귀신을 보는 의뢰인 ‘유경’(이솜)이 찾아와
거액의 수임료로 거절하기 힘든 제안을 한다.
‘천박사’는 파트너 ‘인배’(이동휘)와 함께 ‘유경’의 집으로 향하고
그곳에서 벌어지는 사건을 쫓으며
자신과 얽혀 있는 부적인 ‘설경’의 비밀을 알게 되는데…
귀신을 믿지 않는 가짜 퇴마사!
그의 세계를 흔드는 진짜 사건이 나타났다!
영화 <천박사 퇴마 연구소: 설경의 비밀> 줄거리
시놉시스부터 너무너무 재미있어 보여요
귀신을 믿지 않는 가짜 퇴마사, 근데 당주무당집 장손
결국 귀신을 잡는다는 이야기로 흘러갈 거라
무서운 거 1도 못 보는 저는 겁을 많이 먹었었는데요
15세도 아니고 12세 관람가다 보니까 무서운 장면은 거의 없어요
귀신 얼굴, 눈이 좀 기괴한데 그건 적응만 하면 괜찮고
오히려 사람 손가락 잘리는 게 여러 번 나와서 그게 제일 무서웠어요
솔직히 영화 시작하고 20분? 정도까지
무서운 분위기가 계속 연출돼서 나갈까 진짜 고민했는데
오히려 그 이후가 괜찮더라고요 왜지?
범천이 인간들에 여기저기 빙의해 다니는 장면이 있는데
유치해 해보이다가도 또 재미있고
사람들이 각기 다른 무기를 들고 천박사를 공격하는 게 재미있고요
천박사는 하나도 안 다치고 다 막아내는 게 또 웃기더라고요
미스터리, 판타지, 퇴마, 스릴러 등의 장르를 가지고 있지만
일단 이동휘 님이 껴 있다는 건
코미디를 포기하지 않는다는 말이기 때문에 (??)
코미디 3분의 1, 판타지 3분의 1, 스릴러 3분의 1 같아요
아마 추석 연휴 개봉할 영화들 중에서
캐릭터, 스토리, 연출 삼박자가 가장 잘 맞는 영화 아닐까 싶은데요
귀신을 못 보지만 기가 막힌 칼을 가지고 있는 천박사와
귀신 들린 동생을 구하고 싶은 귀신 보는 유경을 붙임으로 인해
캐릭터가 가야 할 길이 확실해졌고
범천이 결국 설경에 봉인될 거라는 걸 시청자 모두 알고 있지만
어떤 방식으로 봉인될지를 기대하는 거잖아요?
98분간 CG가 유치하지 않았던 적이 거의 없었는데
유일하게 엔딩에서 설경이 열리고 닫히는 거긴 최고였던 거 같아요
약간 디즈니 거울 나라의 앨리스 재질?
그에 반해 연출은 사알짝 유치했지만,,,
윤병희 박경혜 배우님께서 유치하지 않게
범천의 옆에서 잘 끌어 주신 것 같아요
솔직히 박경혜 님 손가락 잘리기 전 열연이 다 살림 . . .
박소이 배우 원래 여기 잘하는 건 알았지만
귀신 들린 연기 하는 건 처음 보는데요
눈빛이 정말 무섭고 말하는 게 귀에 착착 붙더라고요
진짜 대박적임......
내로라하는 대배우들 사이에서
박소이 배우 연기가 제일 눈에 띄었던 것 같아요 짱짱
기생충 부부, 조이현 배우, 박정민 배우
그리고 블랙핑크 지수 님까지
다양한 분들이 카메오로 나오셔서 더욱 즐길거리가 풍부했습니다
특히 박정민, 지수 나오는 부분이 기억에 남는데요
박정민 님의 신들린 연기와 지수 님의 신들린 미모......
*스토리: 5/5점
*연출: 5/5점
*영상미: 3/5점
*OST: 1/5점
*연기: 5/5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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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먹지 마세요! 그릇된 신념에 양보하세요!
“먹지 마세요! 저를 믿으세요!” 성장 시기인 학생들에게 이런 말을 하는 영양교사라니. 근데, 들어보면 일리가 있다. 한 끼를 거르면 기후변화, 식량난, 자연재해의 원인이 되는 환경오염을 줄일 수 있고, 체지방 감소에 따른 건강을 챙길 수 있으며, 자제력 향상에도 도움이 된다. 그렇다면 나도 한 번 동참해볼까 하는 생각이 들 정도. 정신 차려! 이건 환경보호, 체지방 감소, 자기 통제와 아무런 관련이 없다. 오로지 이 가르침의 근원은 ‘믿음’이다. 정확히 말하면 ‘그릇된 신념’. <클럽 제로>는 무한 경쟁과 소외감에 구멍 난 마음을 음식이 아닌 잘못된 믿음으로 채우려는 아이들, 그리고 이를 방조하거나 이용하는 어른들을 비판 어린 시각으로 바라보는 영화다.
한 엘리트 학교의 교실, 삼삼오오 아이들이 모인다. 영양교사로 부임한 미스 노백(미아 와시코브시카)은 건강을 유지하면서 학습 능력을 키우는 ‘의식적 식사법’을 가르친다. 뭔가 체계적이면서도 믿음이 가는 그녀의 말에 점점 빠져들어 식사량을 줄여가는 아이들. 급기야 야위어 가는 자신을 돌보지 않은 채 선생님과 함께 ‘클럽 제로’ 회원이 되기 위한 단계를 밟는다. 음식을 거부하는 아이들 때문에 걱정이 가득한 부모들은 이내 학부모 회의를 열고 미스 노백을 내쫒기로 결정한다.
미스 노백은 인간에게 그릇된 신념이 얼마나 무서운 일을 초래하는지 보여주는 영화다. ‘의식적 식사법’을 누가 믿고 따르겠냐 하겠지만, 아무나 그 타깃이 될 수 있다. JMS, 오대양 사건, 아가동산만 보더라도 이를 알 수 있지 않은가. 극 중 아이들은 환경보호, 건강 유지, 자제력 및 집중력 강화, 수업 성적 향상을 위해 이 수업을 듣지만, 어느 순간 초심을 잃고 그릇된 신념이란 늪에 빠진다.
이들을 잘못된 믿음으로 인도하는 가장 큰 요인은 바로 결핍이다. 아이들은 모두 결핍된 요소가 하나씩 있다. 가족의 사랑, 뭐든지 최고가 돼야 한다는 중압감, 가정 형편상 장학금을 받아야 하는 압박 등 어른들은 모르게 그들은 마음에 구멍이 생긴 채 살아간다. 이때 미스 노백의 따뜻한 말 한마디와 격려, 카리스마 넘치는 리딩이 그 구멍을 메워준다. 자신도, 가족도 해줄 수 없는 일을 그녀가 했기에 믿음과 신뢰가 쌓이고, 그때 옳고 그름의 경계는 허물어진다. 이로 인해 그것이 그릇된 신념이라 할지라도 그녀가 하는 일이라면 무조건 따르게 되는 것. 여기에 집단 커뮤니티에 그것도 남들은 참여하지 못하는 것에 속하길 바라는 아이들의 심리도 작용한다.
아이들만 결핍이 있는 건 아니다. 미스 노백도 마찬가지다. 극 중 미혼인 그녀는 인정 욕구와 내적 사랑의 대상을 아이들에게서 찾는다. 자신의 말을 따르고 심지어 복종하는 아이들의 믿음이 곧 그녀의 결핍을 충족하는 에너지원인 셈. 그 또한 결핍을 채우기 위한 잘못된 신념이 낳은 신낳괴(잘못된 신념이 낳은 괴물)였던 것이다.
잘못된 믿음으로 파생된 이 기묘한 사건을 다루는 영화는 거짓을 진실로 믿는 현대사회의 문제점을 바로 보게 한다. 미스 노백이 영양교사가 된 건 인터넷을 통해 그녀의 ‘의식적 식사법’을 알게 된 학부모의 추천 덕분이다. 방법에 대한 사실 확인 보다는 유명도와 트렌드가 더 중요한 시대. 학부모의 추천을 받아들인 교장은 아이들의 안위보단 최신 트렌드를 자신의 학교에서 펼칠 수 있다는 것 자체에 만족한다. 검증 따윈 안중에 없다. 부모들도 비슷한 양상이다. 특히 미스 노백을 추천한 부모들은 트렌드라면 꼭 해야 하는 현대인들의 모습이 투영되어 있다. 진실이야 어떻든 최신의 것이라면 무조건 따르고 맹신하는 모습은 우리의 자화상처럼 느껴진다.
감독은 이런 주제를 색감과 음악으로 잘 표현해 낸다. 극 중 주된 컬러는 노란색이다. 학교, 학생(교복 등)을 명시하는 색인 동시에 후반부의 이야기를 관통하는 색이다. 노란색은 보통 행복, 기쁨 등의 긍정적 색상으로 지식, 지적 능력도 의미한다. 초반부에는 원래 뜻으로 색이 사용되지만, 후반부로 갈수록 신호등의 노란색 불처럼 경고, 주의의 의미가 도드라진다. 극 말미에 점점 말라가면서도 클럽 제로의 일원이 되는 것에 행복한 아이들, 이를 방관하거나 말릴 수 없는 어른들을 향한 경고처럼 보이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노란색이 가진 색 의미, 지식, 지적능력을 오롯이 가져가는 건 장학금을 받으려 이 수업을 들은 벤의 엄마뿐이다. 어른들 중 그나마 자식을 걱정하고, 염려하며, 먹지 않는 행위에 강한 반기를 드는 유일한 사람으로 등장한다. 마지막까지도 그녀는 노란색 옷을 입는다.
음악의 쓰임새도 독특하다. 전위적인 음악으로 영화의 시작을 알리는 건 물론, 토속신앙에서 쓸법한 묘한 구음, 그리고 이 구음이 모여 후반부 그들 만의 찬가가 되는 결과물은 기묘하면서도 잘못된 신념이 하나로 뭉쳐지는 과정을 돋보이게 한다. 제36회 유럽 아카데미 음악상 수상, 제56회 시체스 영화제 음악상 수상만 보더라도 극 중 음악 활용도가 돋보였다는 걸 알 수 있다.
결핍은 성장의 동력도 되지만, 되려 성장하지 못하게 하는 걸림돌이 된다. 마음속 공허함을 채우기 위해 무던히도 노력했던 그 과정을 겪었던 사람이라면 이 영화가 남달라 보일 것 같다. 약간의 다정함과 친절함, 그리고 자식을 향한 한없는 믿음으로 구멍을 메웠다면 아이들의 미래는 달라졌을까? 어른들의 미래도 달라졌을까? 거두절미하고 그릇된 신념에 양보하지 말고 일단 먹자, 먹어야 산다!
덧: 식욕 감퇴 장면이 있으니 유의해서 감상하시길~~
사진 출처: 판시네마 제공
평점: 3.5 / 5.0
한줄평: 그릇된 신념이 낳은 현대판 불행 우화!
* 씨네랩 크리에이터로서 시사회에 참석 후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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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소소하지만 특별한 이야기, <시시콜콜한 이야기>
오늘의 영화는 바로,
<시시콜콜한 이야기>입니다.
출처 | 네이버 영화
정보
개요 | 멜로/로맨스, 드라마 | 한국 | 33분
감독 | 조용익
출연 | 이수경, 엄태구
등급 | 12세 관람가
줄거리
감독 지망생 도환은 지난 연애로 고통받고 있는데, 프리랜서 모임에 나갔다가 이상하게 매력적인 은하를 알게 된다. 그녀의 도움으로 그는 지난 연애의 문제점을 알게 되고, 그의 시나리오 또한 해결책을 찾게 된다. 은하와 도환은 전화와 문자로 계속 가까워진다. 도환이 그녀에게 호감을 갖게 되지만, 그는 또다시 상처받을까 두렵다.
출처 | 다음 영화
"마음을 사로잡는 영화"
<시시콜콜한 이야기>는 제16회 미쟝센 단편영화제에서 관객상을 수상했다. 이 영화를 보면 왜 이 영화가 관객들에게 선택을 받았는지 이해가 될 것이다. 정말 소소한 이야기이지만, 마음이 설레고 기분이 좋아진다. 과연 왜일까. 아마 좋아하던 누군가가 떠올라서, 혹은 누군가를 좋아했던 나의 모습이 생각나서 아닐까. 도환과 은하가 이상하게 서로에게 끌렸던 것처럼 이 영화 또한 형용할 수 없는 어떠한 감정에 의해 관객이 끌렸던 것 같다.
출처 | 왓챠 유튜브 캡처
"싱그러움"
영화를 생각하면 딱 한 단어가 떠오른다. '싱그러움'. 싱그러운 초록 풀로 꽉 차있는 배경, 귀뚜라미와 매미 소리, 채도 높은 색감. 영화 속에서 보이고, 들리는 것에 의해 마치 싱그러운 여름 한가운데에 있는듯한 느낌을 받았다. 풍경과 함께 배우들의 풋풋한 연기는 영화의 싱그러움을 더욱 극대화했다.
출처 | 왓챠 유튜브 캡처
"사랑스러운 두 배우"
이수경 배우는 항상 자신이 맡은 캐릭터를 자연스럽게 소화해 내며 다양한 연기를 보여줬다. 배우 최민식은 한 인터뷰에서 이수경 배우를 "천생 배우, 동물적인 본능으로 연기하는 배우"라며 칭찬을 했다. 그뿐만 아니라 여러 감독과 동료 배우는 이수경 배우를 '본능'의 배우라는 말하는데요. 그러니까 이수경 배우는 계산 없이 본능적으로, 그 캐릭터 자체가 되어 연기를 하는 것 같다. 그래서인지 이수경 배우가 연기한 '은하'하는 캐릭터가 너무 매력적이게 다가왔다.
조금 포스가 있고, 센 악역을 주로 맡았던 배우 '엄태구'의 로맨스 영화는 상상 그 이상이었다. <시시콜콜한 이야기>가 엄태구 배우의 입덕작이었다고 말하는 팬들도 많고, 관련 영상 댓글을 보면 엄태구 배우가 더 많은 로맨스 작품을 찍어줬으면 하는 바람이 적혀있다. 한국인이 사랑을 시작하는 방법이 '하여튼 웃겨', '하여튼 희한해', '하여튼 이상해'라고 하던데 극 중 은하가 도환에게 빠지게 된 것도 이게 시작이 아니었을까 싶다. 조금은 찌질하게 묘사되는 도환이지만...하여튼 웃기고, 희한하고, 이상하다.
출처 | 다음 영화
"은하의 시점은?"
다만, 조금 아쉬웠던 점은 도환의 시점만 있을 뿐, 은하의 시점은 알 수 없었다. 극 중 은하는 도환에게 "여자를 단순히 그냥 이별 통보하는 대상으로 표현하기보다는 그 여자는 나름의 이별을 준비해 온 시간이 있었을 거라고 다가가는 건 어때요? '너무 남자 시점으로만 보는 영화보다는 좋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들었어요."리는 이야기를 한다. 작품 속에서 나온 이야기이지만, 정작 이 작품에서는 볼 수 없어 조금 아쉬웠다.
출처 | 왓챠 유튜브 캡처
싱그러운 로맨스 영화를 찾고 계시다면 <시시콜콜한 이야기> 어떨까요?
<시시콜콜한 이야기>는 왓챠에서 감상하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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씨네랩 에디터 Hiz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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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징어 게임>만큼 노골적으로, <지옥>처럼 추접하게
윤여정 배우가 작년인가 청룡영화상에 나와서 한 말이 있다. "몇 주 전 가디언지와 인터뷰를 했는데 '왜 한국의 콘텐츠들이 국제적으로 인기 있는지 아느냐'라고 물었다. 우리는 항상 좋은 영화와 드라마들이 있었다. 세계가 단지 지금 우리에게 주목할 뿐이다."라고 모두발언에서 말했다. 굉장히 맞는 말이라고 생각한다. <오징어 게임>이 굳이 잘 나가지 않아도 나는 한국에서 좋은 콘텐츠가 많았다고 생각한다. <벌새>나 <꿈의 제인> 같은 영화들, 되게 한국적인 작품이라고 생각한다. 특히 <벌새>는 작품 자체만 보면 한국인이기 때문에 경험했던 기억으로 전 세계의 사람들이 쉽게 받아들일 수 있는 영화라고 생각한다. 세계의 많은 사람들이 봐도 충분히 짠하고, 충분히 이해할 수 있는 그런 영화인 셈이다.
이렇게 <벌새>와 같이 우리는 충분히 좋은 영화와 드라마를 찍어내고 있다. 작년 국내 여론으로는 <오징어 게임>만큼이나 인기가 많았던 <DP>가 있고, 김다미-최우식 배우의 좋은 케미를 볼 수 있는 <그 해 우리는>도 있었다. 또 많은 사람들이 사랑하는 <나의 아저씨>나 <비밀의 숲>도 넷플릭스에서 볼 수 있으니 한국의 시청자들은 사실 눈이 높은 게 맞다. 이렇게 코로나19가 전 세계를 강타해 OTT가 발달하고 한국의 소프트파워가 점점 증가하고 있는 이 세태에 K-아포칼립스 드라마물이 하나 등장했다. <부산행>의 좀비, <오징어 게임>의 시스템에 대한 은유, <지옥>의 디스토피아 묘사까지 한국형 스릴러물의 좋은 본보기가 나온 셈이다. 5일 걸쳐있는 설 연휴기간, 넷플릭스로 달려가 보자.
1) 어떤 것에 대한 드라마인가요?
1화 도입부에 한 학생이 학교폭력을 당하는 장면이 나온다. 울며불며 사정하지만 가해자들에게 그딴 건 없다. 몇 번 몸싸움을 벌이다 피해자 학생이 옥상 아래로 떨어지게 된다. 한 3층 정도 되는 높이에 부딪힐 때 간판에 맞고 떨어졌기 때문에 최소 중상이다. 피해 학생은 병원으로 실려간다. 아버지와 대면한 피해자. 아버지는 피해 학생에게 '다 괜찮아질 거야'라고 위로하지만 아들은 상처가 깊은 듯하다. 아버지는 아들의 상처에 아무렇지도 않게 반응한다. 마치 과학자가 테스트용 실험쥐를 가진 것처럼 말이다. 그렇게 극이 시작된다.
드라마는 빠르게 한국사회를 훑는다. 학교폭력. 유튜브에 의해 뽑히는 자극적인 썸네일. 왕따. 미투 운동. 전염병이 창궐하고 나서의 한국사회. 현재 한국의 징병제도. 코로나19에 대응하는 우리 사회. 많은 순간을 지나쳐왔음에도 여전히 우리 사회를 관통하고 있는 부조리까지. 뭐 우리의 기억 속에 있는 대한민국을 어렵지 않게 확인할 수 있다. 물론 기존의 한국 드라마들이 세태를 공격했던 부분까지 포함되어 있다. <오징어 게임>에서 시스템에 대한 비유를 극으로 제시한 부분이나 쉽게 타인을 혐오하는 <지옥>에서의 새 진리교의 모습 역시 볼 수 있을 것이다. 이를 위해서 좀비라는 장르적인 소재도 위화감 없이 잘 녹아들었다고 볼 수 있을 것이다.
2) 어떤 드라마로 정의할 수 있을까요?
1화의 첫 줄에서 썼듯 학교폭력이라는 소재가 영화의 중심축을 이끈다. 이 좀비 바이러스를 만든 사람이 학교폭력 피해자의 아버지였다는 점이 어떤 연출 의도를 담았는지는 굳이 말 안 해도 알 것이라 생각한다. 또 극을 보다 보면 왕따 피해자-가해자-그 외의 학생들이 물리적으로 어떤 위치에 있는지를 확인할 수 있는데, 이 역시 극을 보다 보면 감독이 필연적으로 약자가 발생할 수밖에 없는 시스템에 대해 어떤 조소를 건네는지를 알 수 있다. 그리고 이 차가운 냉소를 보면 이들에게 우리가 너무나도 무관심했다는 것 역시 느낄 수 있을 것이다. 또한 현재 코로나19가 창궐한 세태에 대해서도 말하고 있다. 언제부턴가 헬스장을 갈 때 시간제한이라는 게 생겼다. 원래 나는 모든 일과를 끝마치고 외로운 몸을 침대에 누워 1시간은 쉬었다가 운동하러 간다. 그런데, 9시까지 가는 통금 제한이 생겨 행동에 강제가 생겼다. 그러면 어떤 모습을 볼 수 있느냐. 헬스장에 사람이 많이 보인다. 10시~11시에 갈 때보다 작은 시간에 회원들이 집중적으로 모이는 것이다. 이것도 코로나19가 확산되기 쉬운 조건 아닌가? 어떤 정파에 휩쓸려서 생각해보자는 것이 아니다. 이 한국사회에서 어떤 정책을 결정할 때, 우리는 그것에 대한 합리적인 근거를 모두 안다고 여길 수 있을까? 난 아니라고 생각한다. 비단 매일 운동하러 가는 일개 사회복무요원인 나도 '왜 내가 적어도 8시까진 운동하러 가야 하지'에 대한 이유를 알지는 못한다. 이건 어떤 정당이 대선에서 이기든 크게 차이가 없었다. 그냥 나라를 좌지우지하는 정치인이라는 이유로 모든 정보를 통제하며 부조리에 대해서도 실질적으로 뭘 할 수가 없었던 것이다. 선거라는 도구도 단순히 몇몇 정치인을 끌어내릴 수는 있었지만 이들이 우리를 이용해서 나쁜 짓을 벌이는 것을 견제할 수 있었나 싶기도 하다. 이 드라마는 이 모습을 '재난에 극복하는 한국사회의 단면'을 극화해서 제시한다. 이게 코로나19 확산 이후에 여러 방역수칙과 전염병 대응방안이 유사하게 떨어지며 극의 몰입을 더한다.
3. 이 드라마의 장점은 무엇인가요?
일단 첫 번째, 조연진의 연기 퍼포먼스가 어마 무시하다. 특히 이유미 배우에 대해 이야기하고 싶다. 이유미 배우는 현재 1994년 7월생이라고 한다. 13학번이니까 지금 29살이다. 근데 이 사람이 10대 배역을 맡았다. 솔직히 이거 티 좀 난다. 살짝 비주얼 상으로는 안 어울리는 느낌이 있다. 혼자만 선생님 포스가 있는 것이다. 그런데 연기를 너무 잘해서 이게 상쇄된다. 극의 초중반부는 이유미 배우의 카리스마로 이끌어갔다고 봐도 무방할 정도. 또 다음은 윤귀남 역을 맡은 유인수 배우다. 이 역은 연기 조건이 다른 역들에 비해 많다. 좀비가 튀어나와야 하고. 액션도 해야 하고. 일진 역할도 해야 하고. 이것저것 신경 써야 할 것이 있다. 그런데 이 수많은 전제조건을 살기 어린 액션으로 소화한다. 또, 이 인물을 관통하는 내적인 콤플렉스가 있는데 이를 소화하는 데 있어서도 좋은 연기를 보여준다. 또 박미진-장하리 두 역을 맡은 배우들도 퍼포먼스가 좋았다. 특히 장하리 역을 맡은 배우는 내면의 고독함과 똑 부러져야만 하는 현실을 감내하는 그 기분과 감정이 잘 느껴졌다.
다음은 액션과 촬영이다. 사실 윤찬영 배우가 대사 하는 데 있어 좀 잔잔한 감이 있다. 굳이 고등학생이 아니더라도 감정적으로 고양될 수밖에 없는데 기쁠 때나 슬플 때나 너무 점잖다. 근데 액션 연기는 진짜 미쳤다. 중반부 액션신 롱테이크는 드라마를 보시는 분들이 기대해도 좋다. 깔끔하게 잘 뽑혔다. 또 이수혁 역을 맡은 배우의 맨몸액션도 잘 뽑혔다. 피지컬이 되게 좋은 것으로 보이는데 팔다리가 길쭉해서 보는 맛이 있었다. 이 액션 하나만으로도 극의 퀄리티가 업그레이드됐다고 생각한다.
4. 난이도가 있는 드라마인가요?
일단 12부작이다. 도합 709분이 걸린다. 좀 길게 느껴질 수도 있을 것 같다. 또 좀비가 나오기 때문에 잔인한 편이다. 이 외에는 극을 보는데 크게 어렵다고 느낄 부분은 없을 듯하다.
5. 배우들의 연기는 어떠한가요?
사실 주연진 이유미/윤귀남 배우를 제외하면 학생들의 연기가 어색하다. 특히 윤찬영-박지후 두 배우는 뭔가 감정적으로 어울리지 않는 듯한 느낌이 있는 것은 많은 사람들이 느낀 부분인 것 같다. 둘이 처하고 있는 상황에 비해 너무 나긋나긋한 느낌? 근데 크게 막 보기 힘들 정도는 아니다.
박지후 배우 좋아하는데 욕 안 먹었으면 좋겠다.6. 이 드라마를 보기 전에 알아야 할 사실이 있나요?
일단 이 드라마에 질병관리청이 등장한다는 사실은 알고 가는 게 좋을 것 같다. 감독이 현 한국사회에 대해 분명하게 목소리를 내고 있다는 증거이기 때문이다. 다음으로는 어떤 인물이 소외되었는가? 와 그 소외된 인물이 어떤 선택지를 고르며 어느 위치에 있는가? 도 중요하다. 또 학교 구성원 중 누가 제일 먼저 좀비가 되었는지도 확인한다면 극의 메시지를 쉽게 이해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해본다.
7. 어떤 사람에게 추천하고 싶나요?
당연히 설 연휴 코시국에 나가기엔 심심한 분들이 아닐까? 킬링타임 용으로 딱 좋다!
난 이거 국제적으로 꽤 히트칠 것 같다! <오징어 게임>만큼이나 잘 만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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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레트로 분위기 속 경쾌한 액션
성장기에 엄마는 절대적인 존재다. 부모이기에 앞서 여러 가지 행동과 선택을 보고 따라 할 수 있는 스승 같은 존재로 그가 걸어가는 삶의 모습은 아이에게 그대로 영향을 준다. 아이는 부모가 하는 일이나 행동에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 그런 엄마의 모습을 보고 비슷한 직업을 갖게 되거나 그 영향을 받아 자신의 일을 찾는데 활용하기도 한다. 또한 보호자로서 가장 안심하고 믿을 수 있는 존재인 엄마는 아이에겐 없어서는 안 될 존재로 받아들여진다. 그런 의미에서 엄마는 아이 옆에서 많은 것을 해줄 수 있는 존재다. 사랑하는 사람이고, 보호자이면서 스승이다.
그런 엄마가 갑자기 사라져 버린다면, 아이는 굉장한 혼란 속에 살게 될 것이다. 그간 엄마가 해주었던 모든 일들을 받지 못하게 되면 아이는 절망 속에 보내다 자신만의 길을 선택할 수밖에 없다. 만약 어느 정도 의식이 있는 청소년 정도의 나이라면 아이는 엄마에게 배웠던 것을 이용해 자신의 다음 삶을 준비하게 될 것이다. 엄마가 했던 일들, 행동들을 떠올리며 자신 만의 커리어를 만들고 독립적으로 살아갈 수 있는 발판을 만들어간다. 그런 일련의 활동들이 성공적으로 안착했다고 하더라도 엄마의 부재에서 오는 외로움과 타인에 대한 불신은 쉽게 사라지지 않는다.
잠적해 버린 엄마를 잊고 스스로 살아가는 딸의 이야기
영화 <건파우더 밀크셰이크>는 사라진 엄마와 같은 길을 걸어가는 딸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샘(카렌 길런)은 킬러 생활을 하는 엄마 스칼렛(레나 헤디)을 보며 성장기를 보냈다. 성장기의 어느 시점, 스칼렛은 갑자기 샘을 떠나 잠적해버린다. 그 후 샘은 떠난 엄마가 하던 일을 이어받아하면서 성인의 삶을 스스로 만들어간다. 사라진 엄마에게 엄청난 서운함과 무수한 질문을 가지고 있지만 엄마와 똑같은 일을 택해 같은 길을 걸어간다. 그의 차가운 말투와 넘치는 에너지는 스칼렛이 가지고 있던 모습이다. 자신의 일을 할 때, 그에겐 상대방을 향한 감정이 전혀 없어 보인다. 누구도 믿지 않고 자신의 일을 하는 그의 모습은 한 편으론 여전히 엄마를 잃고 슬퍼하는 소녀 같아 보이기도 한다.
샘을 돕는 회사의 간부인 네이선(폴 지아마티)은 과거 스칼렛을 도와줬고, 이제는 샘의 보호자 역할을 한다. 하지만 독립적으로 일하는 지금의 샘에게 네이선의 도움은 필요 없어 보인다. 영화에서 회사라고 불리는 청부살인 업체의 간부는 모두 남자가 중심이 된다. 특히 그 중심에 있는 대표자 격인 네이선은 선한 의도를 가진 듯 보이고 마치 아버지가 하는 것처럼 샘이 가야 할 길을 지정해 알려준다. 하지만 영화가 전개될수록 네이선이 가진 의도가 회사라는 시스템 보호라는 것이 천천히 드러난다.
사실 네이선은 회사가 문제없이 돌아가게 함으로써 만들어진 안정감을 구성원들에게 제공하면서 자신의 위치를 강화시켜나갔던 인물인지 모른다. 그가 만든 그 안정감은 한순간에 엄마가 사라진 샘에게 어느 정도 의지할 구석을 만들어줬다. 그렇게 형성된 안정감은 샘에게도 실력 있는 킬러라는 직업의 전문성을 만들어주게 된다. 그런데 그 회사의 시스템에 문제가 생겼을 때, 서로에게 가진 신뢰는 깨지기 마련이다. 영화 속에서 샘이 우연히 맞닥뜨리게 된 어떤 사건은 회사의 안정적 시스템을 망가뜨리는 일이다. 다시 그 안정을 찾기 위해 네이선은 샘을 제거하라는 명령을 내린다.
자기반성 없는 보수적 시스템과 철저한 자기반성을 바탕으로 한 새로운 조직
영화 <건파우더 밀크셰이크>는 다르게 보면 시스템의 안정을 강조하는 가부장적 조직과 대결을 벌이는 여성들에 대한 영화라고도 할 수 있다. 앞서 이야기한 것처럼 회사로 명칭 되는 조직을 움직이는 이들은 모두 남성들이다. 그리고 그 회사의 안정을 깨트려 부도덕을 드러내고 대결하는 인물들은 모두 여성이다. 이렇게 이 영화를 남성과 여성의 대결로도 볼 수 있겠지만 조금 다른 관점에서 보면 보수적인 시스템과 진보적인 사람들 간의 대결을 담았다고도 할 수 있다. 그 보수적인 시스템은 영화 속에서 한 순간도 반성을 하지 않고 자신들의 안정화를 위해 모든 수단을 동원한다. 반면 시스템과 대항하는 입장에 있는 샘은 자신의 잘못에 대해 여러 차례 사과하며 반성한다.
샘의 반성을 이끄는 건 그가 죽인 어떤 인물의 딸인 에밀리(클로에 콜맨)이다. 실수로 에밀리의 아빠를 죽였지만 그 이후 이 잘못을 바로잡기 위해 최선을 다한다. 어찌 보면 자신의 어린 시절처럼 갑자기 혼자 남겨진 에밀리를 보며 그를 지키기 위해 그 옆을 떠나지 않는다. 또한 후반부에 샘을 돕는 조력자로 다시 등장하는 엄마 스칼렛, 애나(안젤라 바셋), 플로렌스(양자경), 매들린(칼라 구기노)은 그들의 위치와 지위를 정확히 인지하고 반성할 것은 반성하면서 시스템에 대항해 싸운다.
영화의 전반적인 등장인물과 구성을 보면 영화 <존 윅> 시리즈가 떠오른다. <존 윅>에서 킬러들이 도움을 받는 호텔은 이 영화에서 도서관이 되고, 킬러들에게 임무를 주고 대가를 주는 회사도 일맥상통하는 부분이 있다. 하지만 <존 윅>은 개인과 시스템의 대결이 좀 더 강조된다면, <건파우더 밀크셰이크>는 시스템에 반기를 든 작은 조직이 대결을 한다는 점에서 약간의 차이가 있다. 또한 <존 윅>에는 꽤 유능한 킬러들이 존 윅을 죽이기 위해 대결을 자처했다. 하지만 <건파우더 밀크셰이크>의 조직에서는 그런 유능한 킬러가 등장하지 않는다. 어찌 보면 위기를 맞은 시스템을 지켜줄 유능한 존재가 없었다고 볼 수 있다. 샘과 친구들을 제거하려 하는 건 시스템의 인물이 아니라 시스템의 경쟁 조직을 이끄는 인물이다. 이런 무능한 시스템은 영화의 전반적인 긴장감을 떨어뜨리는 요소로 작용하기도 한다.
영화의 구성이 어떠하든 이 영화는 액션 영화다. 배우 카렌 길런이 보여주는 액션은 꽤 다채롭고 사실감이 넘친다. 긴 팔과 다리를 이용해 격투 액션을 벌이는 그의 모습은 꽤 빠르고 매력적이다. 이 영화에 담긴 액션의 대부분을 담당하는 그의 액션은 영화의 처음부터 끝까지 모든 액션 장면을 책임지고 있다고 봐도 좋을 것이다. 여기에 샘을 도와주는 애나, 플로렌스, 매들린과 스칼렛은 총기나 도구를 활용한 액션을 보여주기 때문에 주로 근접 액션을 보여주는 샘의 액션 장면과는 다른 액션 장면을 보여준다.
레트로 한 액션과 분위기, 그럼에도 떨어지는 긴장감
이 영화의 시대적 배경이 정확하게 공개되지 않았지만 대략 2,000년대 초반 정도로 보인다. 등장하는 음악과 레트로 감성이 듬뿍 담긴 화면은 과거의 모습들을 떠올리게 하고 정겹게 느껴진다. 이런 이미지들은 영화의 액션이 벌어지는 볼링장이나 작은 식당의 이미지와 융합되며 꽤 근사한 장면들을 만들어낸다. 그래서 영화의 긴장감이 다소 떨어지는 부분이 있음에도 액션만큼은 돋보인다.
결국 이 영화는 샘과 에밀리가 유사 모녀관계를 맺는 것으로 보인다. 엄마에게 버림받았다고 생각한 샘은 자신의 엄마 스칼렛이 범한 실수를 똑같이 반복하지 않는다. 자신의 엄마의 실수를 바로잡고, 또 자기 자신이 저지른 잘못까지 반성하면서 에밀리와의 관계를 지키기 위해 애쓴다. 그런 철저한 자기반성과 상대방을 지키고자 하는 마음은 에밀리를 가족으로 받아들이게 하고 시스템에 대항하는 용기로 전환된다. 샘은 자신이 엄마에게 받지 못한 신뢰와 믿음을 에밀리에게 다시 반복하지 않는다. 아마도 에밀리도 샘이 하는 일과 행동을 따라가겠지만 적어도 엄마라는 존재가 사라짐으로써 겪었던 혼란과 아픔을 에밀리가 겪게 하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샘은 그렇게 엄마에 의지하고 신경쓰던 삶 뿐만아니라 자신이 얽매고 있었던 조직에서도 독립함으로써 진정한 독립을 이루어냈다.
영화를 연출한 감독 나봇 파푸샤도는 이스라엘 출신으로 이스라엘에서 스릴러나 공포 영화들을 주로 연출해 왔다. 특히 그가 2013년 연출한 영화 <늑대들>은 여러 국제 영화제에 초청되어 좋은 반응을 이끌어내기도 했다. 이번 연출작인 <건파우더 밀크셰이크>는 그가 할리우드에서 연출한 첫 장편 영화다. 그가 가진 감각과 연출 스타일을 그대로 뽐냈는데 여러 가지 좋은 이미지와 액션 연출에도 불구하고 영화가 가진 긴장감이 끝까지 유지되지 않아 아쉬움이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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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2월 1주 최신 개봉영화(돈룩업, 마이 뉴욕 다이어리, 캅샵, 몬스타엑스 더 드리밍, 이상존재)
[WEEKEND CHOICE MOVIE] 2021년 12월 1주차 #개봉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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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에 대한 더 자세한 내용은 https://blog.naver.com/rainbbox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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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더 수어사이드 스쿼드> 대반란 예고편
"우리는 격하게 세상을 구하고 싶다!" 꽃같이 터지는 R등급 액션의 향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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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신해석 삼국지> 메인 예고편
1800년 전, 위.촉.오 세 나라가 패권을 다투는 격동의 시기.
짜증도, 투덜도 잘 내는 똥꼬발랄 촉나라 ‘유비’는
어쩔 수 없는(?) 세력 확장을 위해 팔랑귀 예스맨 ‘손권’과 함께 손을 잡는다.
촉.오나라 연합군 3만 vs 프로 음주가무러 ‘조조’가 이끄는 위나라 80만.
바로, 그 전설의 적벽대전이 시작된다!
감당불가 상상력 X 저세상 배꼽텐션
혼을 쏙~ 빼 는 무근본 웃음 전쟁 개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