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자까2025-03-19 23:10:35
'세계 최초 블랙 미션'에 물 탄 영화
영화 <언젠틀 오퍼레이션>
'젠틀맨' 하면 자연스럽게 떠오르는 감독 가이 리치가 또 하나의 '젠틀맨' 영화로 돌아왔습니다. 제2차 세계대전 당시, '젠틀'한 나라 영국의 특수 부대가 실제로 실행했던 블랙 미션을 모티브로 하는데요. 연합군을 승리로 이끌었다는 윈스턴 처칠의 '언젠틀한 작전 명령'이 무엇이었는지, 영화를 통해 함께 살펴보겠습니다.
※ 씨네랩으로부터 초청받은 <언젠틀 오퍼레이션> 시사회를 통해 영화를 감상했습니다. <언젠틀 오퍼레이션>은 2025년 3월 19일 국내 개봉작입니다.
언젠틀 오퍼레이션
The Ministry of Ungentlemanly Warfare
Summary
제2차 세계대전, 나치의 살상 무기 유보트를 막기 위해 ‘처칠’의 지휘 아래 최초의 비밀 특수 부대가 탄생한다. 통제 불능의 미친개, 지옥에서 돌아온 근육질 군인, 냉철한 폭발물 전문가, 암살이 주특기인 미인계 특수 요원까지··· 대장인 ‘거스 마치’를 필두로 막 나가는 그들이 뭉쳤다! 영국군에 잡히면 감옥에, 나치에게 잡히면 죽음뿐! 유보트를 막기 위한 거스 마치 일행의 ‘언젠틀’한 작전이 시작된다! (출처: 씨네21)
Cast
감독: 가이 리치
출연: 헨리 카빌, 앨런 리치슨 외
아무리 세계 최초 블랙 미션이라도
<언젠틀 오퍼레이션>은 제2차 세계대전 때 영국이 극비리에 실행했다는 포스트마스터 작전을 영화화했습니다. 포스트마스터 작전은 영국의 총리 윈스턴 처칠이 만든 특수 부대가 1942년 1월 실행에 옮긴 블랙 미션인데요. 정부에서조차 공식적인 허가를 내리지 않은 작전이었기에, 독일군은 물론이거니와 영국군에게도 들켜서는 안 되는 임무였지요. 2016년에 공개된 비밀문서를 통해 드러난 이 세계 최초의 블랙 미션은 탁월한 영화적 소재가 되었습니다.
실제로 이 작품은 구체적 사실들을 바탕으로 영화를 만들었습니다. 그리고 그럴싸한 첩보물로 재탄생했습니다. 그런데 바로 이 지점에서 영화의 아쉬운 점이 수면 위로 떠오릅니다. 첩보물의 껍데기는 필히 긴장감이어야 합니다. 핵심에 무엇을 담고 있든지 간에, 겉으로는 긴장감을 유발하는 구색을 갖추고 있어야 하지요. 첩보물로서 이 영화를 선택한 관객은 '블랙 요원들이 어떤 위기 상황을 헤쳐나가며 미션 임파서블을 파서블하게 하는가' 또는 '영국 총리가 자신의 자리를 내어놓고 명령할 정도로 위험한 이 임무가 얼마나 스펙타클한 전개 끝에 완수되는가'를 기대하게 됩니다. 손에 땀을 쥐게 하는 전율을 느끼면서도 임무 완수를 응원하게 하는 바로 그 긴장감 말입니다.
하지만 평화의 뒷면에서 행해지는 '언젠틀한 작전 명령'에서 긴장감이나 흥미를 찾아보기는 어려웠습니다. '신사의 나라' 영국이 비신사적으로 펼치는 작전답게 가차 없이 때려 부수고 죽이는 난장이 반복되었지만, 왠지 모르게 지루하기까지 합니다. 적의 보급선을 막고 해양 패권의 균형을 되찾는 과정은 너무 순탄합니다. 한두 가지의 위기 상황이 발생하기는 하나, 특별한 고난 없이 얼렁뚱땅 타개해 버립니다. 긴장감과 흥미를 강화하는 갈등 요소가 조금 더 정교하고 세밀하게 그려졌다면 작품의 재미가 더 커졌겠지요. '세계 최초 블랙 미션'이라는 매력적인 소재를 갖다 썼는데도, 영화의 매력이 소재만 못해 진한 아쉬움이 남았습니다.
⊙ ⊙ ⊙
매력적일 수 있었던 캐릭터들
작전을 지휘하는 핵심 인물들의 매력이 도드라지지 않는 점도 아쉬웠습니다. 배우 헨리 카빌이 연기한 '거스 마치 필립스'는 신사다운 무례함, 비신사적인 예의를 뽐내는 인물인데요. 캐릭터에게 부여되는 모순적인 성격은 인상 깊은 캐릭터를 만드는 장치이지만, 어쩐지 긍정적인 인상이 남지 않습니다. 이 사람이 어쩌다 이런 광기 어린 젠틀맨이 되었는지, 그 서사가 명료하게 설명되지 않기 때문입니다. 독일인을 향한 영국인의 분노 섞인 마음을 모든 행동의 동기로 보기에도 한계가 있어 보입니다.
다른 캐릭터들의 상황도 비슷합니다. '지옥에서 돌아온 근육질 군인, 냉철한 폭발물 전문가, 암살이 주특기인 미인계 특수 요원'들도 딱 시놉시스에 설명된 정도의 모습으로만 드러날 뿐, 각 캐릭터가 더 매력적으로 보이는 요소는 없었습니다. 영화의 중점을 사건에 둘지, 캐릭터에 둘지의 기로에서 명확한 방향을 잡지 못한 것으로 보이기도 했습니다. 영화의 중점을 캐릭터에 두고, '언젠틀한 작전 명령'을 수행하는 '언젠틀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깊이 있게 그렸다면 더 흥미진진한 이야기가 펼쳐지지 않았을까요?
잘 만든 영화는 내레이션이나 과거 회상 따위로 캐릭터의 서사를 구구절절 설명하지 않아도 인물의 성격과 행동을 명료하게 설명하지요. 그런데 이 영화를 보면서는 평소 좋아하지 않는 내레이션이나 과거 회상이 문득 그리워지더군요.
⊙ ⊙ ⊙
여러모로 아쉬움이 많았던 영화였습니다. 그런데도 한 가지 볼만한 것이 있다면, 앙상블로 등장하는 블랙 요원들이 휘황찬란 멋지다는 점이겠습니다.
One-Liner
매력적인 소재도 얼마든지 평범해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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