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드레2025-09-17 19:50:41
[30th BIFF 데일리] 현실에서는 절대 해서는 안 될 아주 위험한 남자의 취업전략
영화 <어쩔수가없다> 리뷰
우리의 사정을 ‘어쩔수가없다’는 말로 다 설명할 수 있을까. 전 세계적인 주목을 받은 박찬욱 감독의 12번째 장편영화 <어쩔수가없다>가 제30회 부산국제영화제(BIFF)에서 선공개된 후, 오는 2025년 9월 24일 일반 관객을 만난다.
박찬욱 감독이 오랫동안 만들고 싶어 했던 원작 소설 <액스>를 영화화한 이번 작품은 고질적인 사회 문제를 되짚으며 여전히 반복되는 개인적·사회적 갈등을 그린다. 감독은 평생직장과 실업화, 경쟁과 생존 등 현대 사회의 현실적인 문제를 영화적 상상력과 풍자, 유머를 통해 화면에 담아냈다. 베니스 영화제를 비롯한 토론토 영화제에서 관객과 평단의 기대를 한 몸에 받아 더욱 기대감을 높이고 있다. <어쩔수가없다>는 사회적 문제를 다루면서도 코미디와 스릴러적 요소를 동시에 담아낸 박찬욱 감독 특유의 스타일을 확인할 수 있는 작품으로 평가된다.
영화는 해고된 만수가 극단적인 선택을 통해 자신만의 생존 전략을 모색하는 과정을 중심으로 진행된다. 어린 시절부터 지켜온 집과 가족을 위해 노력하며 평생을 바쳐온 만수는 하루아침에 직장을 잃게 되고, 그 과정에서 인간의 욕망과 합리화, 죄책감과 생존 본능이 교차한다. 그는 자신의 자리를 지키기 위해 때로는 극단적인 선택까지 감행하지만, 그 과정을 단순하게 범죄로 치부하지 않고 사회 구조와 인간 내면의 복합성을 보여준다. 또한 영화 속 인물들은 조명과 그림자, 햇빛과 인공조명 속에서 저마다의 ‘연기’를 한다. 사회적 가면을 쓰고 살아가는 인간의 민낯을 보여주는 동시에, 그 연기의 이유와 배경까지 함께 탐구한다. 곪은 문제를 제때 해결하지 않으면 큰 문제로 이어진다는 경고처럼, 영화는 사회 구조적 책임과 개인의 선택 사이의 긴장을 담아낸다. 박찬욱 감독은 풍자와 유머를 통해 평생직장과 실업화, 경쟁과 생존 등 현실적인 문제를 직시하게 만들며, 웃기면서도 섬뜩한 인간 군상의 모습을 그려낸다. 극 중 만수를 비롯한 여러 인물들이 보여주는 정당화와 합리화, 숨김과 폭로의 반복은 보는 이로 하여금 ‘어쩔 수 없음’에 대한 묘한 공감과 불편함을 동시에 느끼게 한다.
상영 스케줄
09-17 18:00 영화의 전당 야외극장
09-18 09:00 CGV 센텀시티 IMAX관
09-19 11:30 영화의전당 중극장
Relative conten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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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1월 둘째 주 주말 박스오피스 분석 with 씨네픽
비교적 낮은 스코어로 1위에 올라선 <더 마블스> 최근 몇 년간 지지부진한 흥행 성적에 기를 못 피고 있는데요. 젊은 감독과 뉴페이스 배우들의 활약을 기대했지만 아쉬운 수치입니다.
과연 마블은 이 위기를 극복할 수 있을까요?[국내 박스오피스]
마블 스튜디오 신작 <더 마블스>가 개봉 이후 첫 주말을 맞아 30만명이 넘는 관객을 끌어모으며
박스오피스 정상을 차지했습니다. 영화는 지난 8일 개봉 이후 5일째 1위를 달리며 누적 관객 수
44만6천여명을 기록 중인데요.주말 박스오피스 1위에 오르긴 했으나 마블 영화로서는 실패라고 할 수
있는 수치로 현재 추세라면 100만 관객을 넘기지 못할 수도 있다고 보고있습니다.
[북미 박스오피스]
<더 마블스>는 10~12일 4700만 달러를 벌어들였습니다. 마블이 지난 15년 간 내놓은 영화 33편 중 가장
낮은 수치를 기록하고 있는 <더 마블스> 이전엔 2008년에 나온 <인크레더블 헐크>가 가진 5540만 달러가 최저였지만 올해 나온 마블 영화 중 흥행에 실패했다는 평가를 받는 <앤트맨과 와스프: 퀀텀매니아> 가
개봉 첫 주말 성적도 1억600만 달러인점을 생각하면 상당히 낮은 수치를 보이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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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자유에 끌리지만, 안정으로 돌아오고 마는 강렬한 여진
실제가 될 줄 몰랐던 서툰 사랑이 영화와 대조되며 펼쳐지는 모습이 인상적이다. 영화와 실제 인물들이 묘하게 마주치면 씁쓸함을 감출 수 없다. 영화에서도 실제로도 신뢰를 주지 않는 관계 진행이 아사코라는 영화에 더 몰입하게 만들어 돌아온 아사코의 모습에도 보는 사람조차도 신뢰할 수 없게 만들었다. 이야기를 숨김으로써 되돌아보지 않는 일본의 현재와 달리 이 감독은 계속해서 드러내 일본을 되돌아보려 하는 모습과 감정에 개입하지 않아 그의 작품을 계속해서 보게 만드는 것 같다. <스파이의 아내>, <드라이브 마이 카>, <아사코>까지 과거와 현재를 오가는 인간의 감정들을 그의 작품에서 꺼내어 볼 수 있었다. 여전히 상영관이 없어 헤매지만 하마구치 류스케의 지난 작품들로 아쉬움을 달래려 한다.
겹치는 외면, 다른 외면은 혼란스러움을 가중한다. 같은 얼굴이지만 전혀 다른 성정을 가지고 있는 바쿠와 료헤이. 그들은 서로를 모르지만 아사코는 그 둘 사이를 가로지른다. 혼란스러운 감정 사이에서 당연하게도 다정함에 내려앉은 아사코는 자유에 끌리더라도 사소한 어떤 방법으로 자리를 찾게 된다.첫사랑이었던 바쿠는 자유롭고 충동적이며 언제 어떤 행동을 할지 모를 사람이다. 한편, 료헤이는 안정적이고 다정하며 감정을 끊임없이 표현하는 회피하지 않으며 힘든 사람도 그냥 지나치지 않는 그런 사람이다. 키스와 운전 장면을 통해 둘의 차이가 극명하게 드러난다. 그것을 깨닫기 전까지는 계속해서 흔들릴 것이다. 그것이 자연현상이든, 자신이 일으키는 마음의 요동이든.
첫사랑이었던 바쿠는 자유롭고 충동적이며 언제 어떤 행동을 할지 모를 사람이다. 한편, 료헤이는 안정적이고 다정하며 감정을 끊임없이 표현하는 회피하지 않으며 힘든 사람도 그냥 지나치지 않는 그런 사람이다. 키스와 운전 장면을 통해 둘의 차이가 극명하게 드러난다. 그것을 깨닫기 전까지는 계속해서 흔들릴 것이다. 그것이 자연현상이든, 자신이 일으키는 마음의 요동이든. 모든 것을 바꾸는 한순간의 선택이 충동적인 태풍을 일으켜 상처를 입힌다. 그렇게 소리 없이 왔다가 소리 없이 스쳐 지나가는 장마처럼 늘 그 자리에 당연하던 다정함이 그를 기다린다. 하지만 그 다정함은 그를 스쳐 지나가 다른 선택을 하는 순간, 모든 신뢰는 무너지게 되었다. 다시 돌아온 긴 시간에서 새로 시작한 긴 시간이 불안감으로 번지겠지만 변치 않는 다정함이 금방 눈을 돌리려는 불안정을 그러안을 것 같다.
모든 것을 바꾸는 것이 한순간의 선택이 충동적인 태풍을 일으켜 상처를 입힌다. 그렇게 소리 없이 왔다가 소리 없이 스쳐 지나가는 장마처럼 늘 그 자리에 당연하던 다정함이 그를 기다린다. 하지만 그 다정함은 그를 스쳐 지나가 다른 선택을 하는 순간, 모든 신뢰는 무너지게 되었다. 다시 돌아온 긴 시간에서 새로 시작한 긴 시간이 불안감으로 번지겠지만 변치 않는 다정함이 금방 눈을 돌리려는 불안정을 그러안을 것 같다. 료헤이에게서 바쿠를, 바쿠에게서 료헤이를 바라봤던 그는 다시 그와 그의 사이를 맴돌게 될까. 같은 공간에서 다름을 느끼는 순간 당연하게 생각했던 다정함에서 배려와 희생을 발견하고 허황한 것에서 벗어난다. 그의 사랑이 그저 불은 강물처럼 투명한지 더러운 부유물이 떠다니는지 모를 정도로 흔들린다. 신뢰에서 흔들리는 사랑, 그 끝엔 무엇이 서 있을까.
어쩌면 지독하게 사랑을 좇는 건 불안정하게 여러 궤도를 도는 아사코가 아닌 그런 행동에도 문을 열어두는 료헤이일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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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나치게 영리했던 <로키>가 범한 MCU다운 실수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어벤져스: 엔드 게임>에서 2012년 시점의 뉴욕으로 시간여행을 한 어벤져스 덕분에 어부지리로 테서랙트를 손에 넣은 '로키(톰 히들스턴)'. 그는 꼼짝없이 아스가르드에 죄인으로 송환될 위기 상황에서 테서랙트를 이용해 탈출하는 데 성공한다. 그러나 서로 다른 멀티버스가 충돌하는 일이 없도록 우주의 시간선을 관리하는 조직인 TVA는 탈출한 로키를 즉시 체포하고, TVA 요원인 '뫼비우스(오언 윌슨)'는 로키에게 TVA와 함께 움직여 달라고 요청한다. 다른 우주의 로키인 '실비(소피아 디 마티노)'가 우주의 타임라인을 어지럽히고 있기에 로키에게 그녀의 계획을 알아내고 막아달라는 것이다. 요청을 받아들인 로키는 실비를 쫓아 다양한 세계를 오가기 시작하고, TVA가 숨기고 있던 진실에도 한 발짝씩 다가간다.
캐릭터쇼라고 불릴 정도로 매력적이고 친근한 캐릭터를 선보여 왔던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 그중에서도 로키는 가장 독특한 캐릭터라고 할 수 있다. 그는 빌런으로 등장했으나 마냥 미움을 사지는 않았고, 토르와의 애증 넘치는 관계성을 바탕으로 든든한 조력자로 변해가면서 많은 사랑을 받았으며, 역경 앞에서도 끝끝내 살아남아 왔다. 심지어 완전히 퇴장했다고 생각한 와중에도 로키는 평행세계 속에서 살아남았다는 설정으로 다시금 모습을 보였다.
이를 가능케 한 결정적 이유로 로키가 변수를 만들어내는 인물이라는 사실을 빼놓을 수 없다. 전투 중에도 끊임없이 새로운 환영을 만들어 내었듯이, 그의 행동은 항상 눈에 보이는 목적과 그렇지 않은 목적이 혼재되어 있었다. 특히 본인만 아는 진짜 목적은 더 큰 혼란을 유발하면서 관객의 흥미를 불러일으키곤 했다. <토르: 다크 월드>에서는 죽은 듯했지만 살아남아 아스가르드의 왕이 되었고, <토르: 라그나로크>에서도 토르 몰래 테서랙트를 훔쳐 나와 <어벤져스: 인피니티 워>의 서막을 열었다. 이처럼 이야기를 더 복잡하게 끌고 가는 변수라는 독특한 매력이 있었기에 로키는 사랑받을 수 있었다.
흥미롭게도 자신도 모르게 새로운 사건들을 만들어 내는 종잡을 수 없는 바로 그 매력 때문에 로키의 첫 단독 작품인 디즈니+의 드라마 <로키>는 만족스러움과 실망이 교차한다. <엔드게임>에서 사라진 로키를 통해 새로운 세계관을 보여준다는 아이디어까지는 로키스러운 콘셉트였지만, 그 아이디어가 구체화되는 과정에서는 로키다운 재기 발랄함이 사라졌기 때문이다. 그렇게 <로키>의 에피소드 6개는 그의 첫 단독 작품을 접한 만족감이 MCU의 설명서를 보는 실망감으로 변하는 시간이 된다.
<로키>를 독립된 작품으로 보면 드라마의 전반부는 예상외의 고민과 성찰을 선사하면서 강렬한 인상을 남기는 데 성공한다. <어벤져스> 1편 시점에서 평행세계로 도망친 로키는 우주의 시간선을 관리하고 멀티버스의 출현을 막는 TVA에서 그가 살았어야 할 미래와 그의 인생에 대한 모든 것을 배운다. 이때 드라마는 마치 마블 스타일의 <테넷> 마냥 로키가 느끼는 회의감과 허무함, 그리고 새로운 삶의 의지를 세심히 살핀다.
로키는 이미 인생의 행보가 결정되어 있다면 오딘의 양자이자 두 번째 왕자로서 왕이 될 수 없는 운명을 벗어나기 위해 발버둥 치던 자신에게 자유의지는 무슨 의미가 있고, 스스로의 존재는 어떤 의의를 가질 수 있는지를 고민한다. 특히 그가 <인피니티 워>에서 장난의 신으로 죽어가면서 타노스에게 "너는 결코 신이 될 수 없다"는 유언을 남긴 점을 고려하면 그의 회의와 고뇌는 더욱 무겁게 느껴진다. 세상을 파괴하고 자신의 뜻대로 다시 창조하며 신의 행세를 하려고 한 타노스가 실패할 것을 확신했던 신조차도 그저 정해진 운명선을 착실히 걷고 있었을 뿐이라는 역설적인 전개가 아이러니함을 더하기 때문이다. 이러한 모습을 담아내면서 로키의 이야기는 시청자가 이미 알고 있던 것 이상으로 확장되며, 왜 그의 스핀오프 작품이 필요했는지를 증명하는 듯 보인다.
그러나 후반부에 들어서면서 이전까지 <로키>가 이룬 성과는 빛이 바랜다. 마블 세계관을 구성하는 조각으로서의 역할에 충실해지면서 정작 주인공이어야 할 로키의 존재감과 이야기의 비중은 급격히 낮아진 결과다. TVA를 탈출하려 하고 진통 끝에 모비우스와의 협력을 약속하던 때와 달리, 실비가 등장 이후 로키는 철저히 수동적인 존재로 기능한다. 수사물처럼 TVA에 대한 진실을 파헤치는 대부분의 사건은 실비가 주도하며, 핵심적인 이슈에 대한 결정 역시 그녀의 손에 달려 있다. 특히 마지막 순간 멀티버스의 시작을 알리는, 그 이전에 운명에 종속되지 않는 존재임을 어필할 기회 역시 로키가 아닌 실비에게 주어지며 로키는 단지 그 여파에 휩쓸리는 데 그친다. 특히 빌런부터 토르의 조력자까지 정체성이 거듭 변화하는 와중에 단 한순간도 사건의 주도권을 놓지 않은 캐릭터가 바로 로키였다는 점에서 드라마는 큰 괴리감을 유발한다.
이처럼 로키가 멀티버스로 인해 자신의 서사와 정체성, 그리고 일관성을 잃어버리는 것은 독립된 작품으로서의 <로키>와 마블 페이즈 4의 설정집으로서의 <로키>가 충돌하는 지점이라고 볼 수도 있다. 물론 로키마저 예상치 못한 속임수를 보여주는 실비나 아스가르드의 환영을 만들 정도로 강력한 마법을 선보이는 클래식 로키처럼 강렬한 인상을 남기는 장면이 있기는 하다. 그러나 결과적으로 로키의 단독 이야기로 멀티버스를 소개한다는 선택은 역으로 로키라는 캐릭터를 희미하게 만들어 버렸고, 지나치게 영리한 꾀에 스스로 넘어가 버렸다고 볼 수밖에 없다.
그 외에도 <로키>는 여러 한계점을 노출한다. 우선 야심 차게 막을 연 멀티버스라는 설정은 그 자체로 양날의 검이 될 가능성이 농후해 보인다. 멀티버스는 또 다른 마블의 드라마인 <왓 이프...?>처럼 다양한 상상을 현실화할 수 있는 장을 열어주지만, 후속작이 개연성이 떨어지는 무리한 전개를 남발하더라도 이를 합리화해주는 데우스 엑스 마키나가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이는 결국 페이즈 3에서부터 줄곧 지적되었던, 하나의 영화나 드라마로서의 완성도보다는 시리즈로서의 완성도를 우선시해 점점 더 많은 배경지식을 요구할 것이라는 우려를 키운다.
한편 <이터널스>에서도 본 것처럼 MCU의 새로운 지향점으로 설정된 다양성을 녹여내는 방식도 아쉬움을 남긴다. 사실 로키는 젠더 이슈와 관련하여 정치적으로 올바른 기제를 펼쳐 보이기에 가장 적합한 인물이라고 할 수 있다. 수많은 신화와 전승에서 엄연히 여신과 결혼한 몸이지만 암말로 변신하여 오딘이 타고 다니는 다리가 8개 달린 말 슬레이프니르를 낳기도 하는 등 분명 양성애자로 묘사되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정작 드라마는 과감한 시도를 하는 데 인색하다. 세 번째 에피소드 속 실비와의 대화와 그 대화를 장식하는 무지갯빛 조명에서 성적 정체성을 암시할 뿐이다. 또 결국 실비와 로키의 관계가 이성 간의 로맨스로 이어지다 보니 그 진의마저 의심스러워진다.
<로키>를 멀티버스의 시작점으로 삼은 것은 분명 영리한 한 수였다. 우주의 균형이 무너지는 대사건을 풀어내기에 존재 자체가 속임수, 변수, 반동분자인 로키는 멀티버스라는 설정을 확립하고 세계관을 확장하는 부담을 줄일 수 있는 최적의 주인공이었다. 또 가장 사랑받는 캐릭터 중 하나를 복귀시키고 추가적인 등장 여지도 남기면서 팬들을 만족시킬 수 있는 선택지이기도 했다.
하지만 늘 로키의 잔꾀와 속임수가 예상치 못한 결과를 불러왔듯이, <로키>의 결과물 역시 지나치게 영리했다. 이전까지의 시리즈와 새로운 시리즈의 간격을 가능한 한 좁혀 놓겠다는 선택은 로키를 주인공으로서 서사의 중심에 놓는 대신 거대한 세계관을 지켜보기에 급급한 목격자로 만들었다. 페이즈 4에서 단독 작품보다는 하나의 부속품에 가까운 작품을 선보이는 실수를 반복하던 마블의 고질병이 또 도진 셈이다. 이에 더해 부수적으로는 다양성이라는 새로운 지향성에 대한 확신이 부족한 것은 아닌가 하는 의문까지 남겼다.
과거 케빈 파이기는 시네마틱 유니버스를 구축하는 비법을 묻는 언론의 질문에 대해 "세계관을 걱정하지 마라. 영화를 걱정하라( don't worry about the universe. Worry about the movie")"라고 답한 바 있다. 과연 현재 마블은 페이즈 4와 그 이후를 전개함에 있어서 하나의 작품을 걱정하고 있을까? 시즌 2를 확정 지었음에도 불구하고 <로키>는 우려를 달랠만한 답을 내놓지 못하는 듯 보인다.
P(Poor, 형편없음)
팬들은 계속해서 MCU를 좋아하겠지만, 영화팬도 앞으로 그럴지는 의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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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월 3주 차 씨네랩 개봉작 추천작
안녕하세요!
영화/OTT 콘텐츠 큐레이션 웹 매거진 '씨네랩'입니다.
3월의 셋째 주가 다가왔습니다!
저번 주에 비해 이번 주에 개봉하는 작품이 많은데요.
여러 기대작도 포함되어 있습니다.
그럼 오늘도 어김없이 여러분께 개봉작을 소개해 드리려고 합니다.
3월 둘째 주에는 어떠한 영화가 기다리고 있을지!
한번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메리 미
출처 | 네이버 영화
개요: 로맨스 | 미국 | 112분
감독: 캣 코이로
출연: 제니퍼 로페즈, 오웬 윌슨, 말루마 등
개봉: 2022월 3월 16일
배급사: 유니버설 픽쳐스
▶줄거리
슈퍼스타 ‘캣 발데즈’는 화려한 공개 결혼식 콘서트 당일 자신의 피앙세 ‘바스티안’이 바람을 피웠다는 사실을 알고 충격에 빠진다. 한편 딸에게 이끌려 온 콘서트장에서 남이 주고 간 ‘Marry Me’ 플래카드를 우연히 들고 있던 수학 교사 ‘찰리’.
‘캣 발데즈’는 그런 ‘찰리’를 향해 ‘Yes’를 외치고, 전 세계가 바라보는 가운데 두 사람은 무대 위에서 결혼식을 올린다. 화려한 무대 위 삶이 익숙한 슈퍼스타와 평범한 무대 밖의 삶밖에 모르는 슈퍼노멀 수학 교사,
두 사람의 특별한 선결혼 후연애 로맨스가 지금부터 시작된다!
▶관전 포인트
극장에서 즐기는 콘서트, 명품 OST의 향연
<아이언맨 2> <정글북> <위대한 쇼맨> 등 여러 작품에서 음악 감독을 맡은 존 데브니가 영화 <메리 미>에서도 음악을 맡게 되어 화제를 모으고 있습니다. 게다가 가수로서 엄청난 커리어를 자랑하는 제니퍼 로페즈와 말루마가 직접 OST에 참여하기까지 했습니다.
수많은 음악가들이 거쳐간 매디슨 스퀘어 가든에서 '캣 발데즈'와 '바스티안'의 콘서트도 펼쳐졌는데요. 코로나로 인해 보지 못한 해외 가수 콘서트의 아쉬움을 이 영화로 달래 보는 건 어떨까요?
문폴
출처 | 네이버 영화
개요: 액션 | 미국 | 130분
감독: 롤랜드 에머리히
출연: 할리 베리, 패트릭 윌슨, 존 브래들리 등
개봉: 2022월 3월 16일
배급사: (주)누리픽쳐스
▶줄거리
궤도를 이탈한 달이 지구를 향해 떨어지기 시작하면서 지구의 중력과 모든 물리적인 법칙이 붕괴된다. 거대한 해일과 지진, 화산 폭발, 쓰나미와 이상기후까지 상상조차 불가능했던 모든 재난으로 전 세계는 공포와 혼란에 빠진다. 달과 충돌까지 남은 시간은 단 30일. NASA 연구원 ‘파울러’(할리 베리), 전직 우주 비행사 ‘브라이언’(패트릭 윌슨),
그리고 우주 덕후 ‘KC’(존 브래들리)는 달을 막을 방법을 찾기 위해 마지막 우주선에 오른다.
인류 멸망 D-30일, 추락하는 달을 반드시 멈춰야 한다
▶관전 포인트
<투모로우> <2012>에 이은 새로운 재난 블록버스터 영화 <문폴>
<투모로우> <2012>의 감독인 롤랜드 에머리히가 새로운 재난 블록버스터 영화 <문폴>을 제작하였습니다. '달이 떨어진다'라는 그동안 상상하지 못했던 소재로 영화를 만든다는 소식에 제작 단계부터 사람들 사이에서 기대를 높이고 있습니다.
이러한 소재에 관객뿐만 아니라 NASA도 흥미를 느껴 <문폴> 제작 초기 단계부터 합류를 했다고 합니다. 실제 나사의 로고, 실제 우주비행사들이 사용한 우주선 장비를 사용하는 등 NASA의 도움으로 실제 같은 영화를 만들 수 있었다고 합니다.
스펜서
출처 | 네이버 영화
개요: 드라마 | 영국 | 116분
감독: 파블로 라라인
출연: 크리스틴 스튜어트 등
개봉: 2022월 3월 16일
배급사: (주)영화특별시 SMC
▶줄거리
왕비가 되지 않고 자신의 이름을 찾기로 결심한 다이애나 왕세자비의 새로운 이야기
▶관전 포인트
최고의 제작진, 최고의 배우, 최고의 영화
<얼라이드> 스티븐 나이트 - 각본, <작은 아씨들> <더 배트맨> <미녀와 야수> 재클리 듀런 - 의상, <타오르는 여인의 초상> <쁘띠 마망> 클레어 마통 - 촬영, <파워 오브 도그> 조니 그린우드 - 음악, <인셉션> <호두까기 인형과 4개의 왕국> 가이 헨드릭스 디아스 - 미술. 다 나열하기도 힘든 경력을 가진 최고의 제작인이 모여 화제가 되고 있습니다.
<스펜서>는 126번 노미네이트되었고, 그중에서 38번 수상하였습니다. 오랜 시간 연기를 꾸준히 해온 크리스틴 스튜어트의 인생 작품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스펜서> 속 크리스틴 스튜어트는 다이애나 왕세자비 그 자체였다고 합니다.
하늘의 푸르름을 아는 사람이여
출처 | 네이버 영화
개요: 판타지 | 일본 | 107분
감독: 나가이 타츠유키
출연: 요시자와 료, 요시오카 리호 등
개봉: 2022월 3월 16일
배급사: (주)NEW
▶줄거리
산으로 둘러 싸인 시골 마을, 그곳엔 꿈을 위해 쉼 없이 달려가는 자매 ‘아오이’, ‘아카네’ 그리고 ‘신노’가 있었다. ‘신노’는 함께 도쿄 상경을 약속했던 ‘아카네’를 찾아갔지만, ‘아카네’는 혼자 남을 동생 ‘아오이’로 인해 꿈을 접는다.
13년 후, 고등학생이 된 ‘아오이’는 언니에 대한 죄책감과 자신의 꿈 사이에서 방황하고 두 사람의 관계는 점점 멀어져 간다. 그러던 어느 날, 두 사람 앞에 다시는 만날 수 없을 것 같았던 ‘그’가 전혀 다른 모습의 두 사람이 되어 동시에 나타나게 되는데…
▶관전 포인트
섬세한 연출 + 아이묭의 OST
<그날 본 꽃의 이름을 우리는 아직 모른다>의 감독인 타츠유키의 신작이자, <너의 이름은>, <미래의 미라이>의 제작을 맡은 프로듀서 카와무라 겐키가 기획 및 제작에 참여한 작품입니다. 게다가 요즘 한국에서 팬층이 두꺼운 아이묭이 주제곡을 부르면서 더욱더 기대를 불러일으켰습니다.
유어 러브 송
출처 | 네이버 영화
개요: 로맨스 | 대만 | 119분
감독: 앤드류 첸
출연: 가가연, 부맹백, 이슨 시에 등
개봉: 2022월 3월 16일
배급사: (주)디자인소프트
▶줄거리
대만 화련의 작은 고등학교에 기간제 교사로 부임한 ‘싱즈위안‘은 노래에 천재적인 재능을 가진 ‘리동숴’를 만난다.
학생들이 자기만의 재능을 찾기를 바란 ‘싱즈위안‘은 피아노 레슨을 하는 ‘위징’과 함께 ‘리동숴‘를 대만 최고의 오디션 프로그램에 참가시키기로 한다.
오디션을 준비하며 세 사람은 서로의 상처와 비밀을 털어놓으며 저마다의 사랑과 설렘을 키워 나가는데…
▶관전 포인트
23주간 장기 상영을 이어간 대만 최고 화제작
한국에서 엄청난 인기를 끈 드라마 <상견니>의 여주인공 가가연이 <유어 러브 송>의 주연을 맡은 영화입니다. 대만 극장가에서는 23주 장기 상영을 했을 정도로 인기를 끈 작품입니다. <말할 수 없는 비밀>, <나의 소녀시대> <그 시절, 우리가 좋아했던 소녀>를 잇는 새로운 대만 청춘 로맨스 영화가 될 수 있을지 기대가 되는 작품입니다.
고양이들의 아파트
출처 | 네이버 영화
개요: 다큐멘터리 | 한국 | 88분
감독: 정재은
개봉: 2022월 3월 17일
배급사: (주)엣나인필름, (주)메타플레이
▶줄거리
서울 동쪽 끝, 거대한 아파트 단지. 그곳은 오래도록 고양이들과 사람들이 함께 마음껏 뛰놀고 사랑과 기쁨을 주었던 모두의 천국이었다. 하지만 재건축을 앞두고 곧 철거될 이곳을 떠나려 하지 않는 고양이들을 걱정하는 사람들이 있다. 고양이들과 사람들의 행복한 작별을 위한 아름다운 분투가 시작된다!
▶관전 포인트
정재은 감독의 4번째 도시 아카이빙 프로젝트
정재은 감독은 배두나 주연의 <고양이를 부탁해>로 크게 주목받기 시작했다. 그 이후 <말하는 건축가>, <말하는 건축 시티: 홀>, <아파트 생태계>까지 다양한 주제로 도시 아카이빙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아파트 생태계>에 이어지는 작품이 바로 <고양이들의 아파트>입니다. 도시 속 고양이를 통해 생태, 동물권, 환경 등의 주제를 폭넓게 보여줍니다.
아쉽게도 씨네랩의 개봉작 소개는 여기까지입니다.
이번 주도 영화와 함께 즐거운 한 주가 되기를 바라며
이만 마무리 짓도록 하겠습니다:)
그럼 저는 다음 주에 또 새로운 개봉작을 데리고 오겠습니다!
안녕!
씨네랩 에디터 cammi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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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썬더볼츠* | 버려진 부품들이 이뤄낸 MCU의 시네마
*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레드룸이 파괴된 후 CIA 국장 '발렌티나'(줄리아 루이드라이퍼스) 휘하 비밀 요원이 된 '옐레나'(플로렌스 퓨). 반복되는 임무와 외로움에 지친 그녀는 러시아 슈퍼 솔져이자 양부, '알렉세이/레드 가디언'(데이비드 하버)을 찾아간다. 그에게 고민을 털어놓은 뒤 옐레나는 결심한다. 언니 나타샤처럼 양지에서 활동하기로. 발렌티나도 최근 중단된 프로젝트의 증거를 훔치려는 '고스트'(해나 존케이먼)를 제거하는 임무를 수행한다는 조건으 그녀의 선택을 받아들인다.
하지만 지하 저장고에 잠입한 옐레나는 예상 못 한 상황을 마주한다. 본인과 고스트뿐만 아니라 '존 워커'(와이엇 러셀), '태스크마스터'(올가 쿠릴렌코)가 서로를 죽이라는 명령을 받고 모인 것. 더 나아가 그녀는 저장고에 남은 자료를 통해 발렌티나가 어벤져스보다 강력한 영웅 '밥/센트리'(루이스 풀먼)를 만들어 냈음을 깨닫는다. 이에 그녀는 다른 이들과 협력해 저장고를 탈출한 뒤 발렌티나의 음모를 세상에 알리려 한다. 하원 의원이 된 윈터 솔져 '버키'(세바스찬 스탠)의 도움을 받아서.
MCU의 꼬리표
역대 영화 프랜차이즈 중 흥행 수익 1위를 기록하며 영화계의 한 획을 그은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이하 MCU). 하지만 MCU에는 달갑지 않은 꼬리표가 늘 따라붙었다. 마틴 스코세이지의 말을 빌리자면 MCU는 액션과 유머처럼 즉각적으로 휘발되는 쾌감을 먼저 추구하는 '테마파크'이지, 한 인간의 삶과 감정적 경험을 공유하거나 성찰하는 '시네마'가 아니라는 것.
물론 <어벤져스: 엔드게임> 이후로는 MCU도 비평적으로 인정받은 감독들의 권한을 최대한 보장하며 꼬리표를 떼려고 노력했다. 하지만 역효과뿐이었다. 아카데미 감독상을 받은 클로이 자오의 <이터널스>도, 아카데미 각색상을 수상한 타이카 와이티티의 <토르: 러브 앤 썬더>도, 슈퍼히어로 영화의 거장 샘 레이미의 <닥터 스트레인지와 대혼돈의 멀티버스>도 산만하거나, 유치하거나, 지루하다는 이유로 혹평을 피하지 못했다.
하지만 실패는 성공의 어머니라고 했던가. 숱한 실패 끝에 MCU는 마침내 '테마파크' 밖으로 한 발짝 내디딘 듯하다. MCU에서 히어로가 될 수 없었던 낙오자들을 모은 팀업 무비, <썬더볼츠*> 덕분이다. 잘해야 MCU 판 <수어사이드 스쿼드> 혹은 지구 버전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일 거로 전망한 <썬더볼츠*>는 현대인의 내면을 관통하는 섬세하고 야심 찬 서사를 선보이며 불완전하게나마 MCU의 '시네마'를 선보이는 데 성공했다.
옐레나의 그림자
<썬더볼츠*>는 첫 장면부터 이전 MCU 작품과는 다른 이야기를 보여주겠다는 야심을 드러낸다. 기존 마블 스튜디오 로고가 그림자로 물드는 연출이 대표적이다. 이는 <수어사이드 스쿼드>처럼 '비인가 프로젝트를 숨기려는 첩보 기관이 빌런들을 소집하고, 그들이 하나의 팀을 이룬 뒤 첩보 기관과 감당 못 할 적에 함께 대항한다'라는 전개를 보여주는 데서 그치지 않을 것이라는 선언에 가깝다.
이어지는 옐레나의 내레이션은 그 선언의 내용을 구체적으로 제시한다. 그녀는 쿠알라룸푸르의 한 고층 빌딩 옥상에서 낙하하여 실험실에 잠입한 뒤 증거를 지우는 임무를 수행한다. 이때 그녀는 언니 '나타샤'(스칼렛 요한슨)를 잃은 후의 외로움, 목적 없이 반복되는 삶에 마모되면서 느껴지는 공허함에 대해 내레이션으로 토로한다. 폭탄을 설치한 뒤 실험실에 혼자 남은 기니피그를 챙겨서 나오는 모습도 그녀의 고독함을 방증한다.
액션 시퀀스의 연출 또한 그녀의 내레이션을 시각적으로 치환하여 직관적으로 제시한다. 카메라는 그녀가 얼마나 멋지게 요원들을 해치우면서 실험실에 잠입하는지에 주목하지 않는다. 그보다는 긴 복도에서 그녀가 싸우는 모습을 위에서 내려다보며 옐레나가 아니라 옐레나의 그림자가 움직이는 모습에 집중한다. 그녀가 임무를 수행하고, 사람을 죽이고, 싸우면 싸울수록 점점 그림자가 되어가는 그녀의 상황을 각인시킨다.
이처럼 옐레나의 시점에서 진행된 오프닝 시퀀스는 <썬더볼츠*>의 의도를 명확히 규정한다. 빌런이나 안티히어로가 모이는 이벤트 그 자체는 목적이 아니라 수단이다. 옐레나처럼 외롭고 공허한 이들의 이야기를 보여주기 위한 수단이다. 이는 인지도가 가장 높은 버키 대신 옐레나를 화자로 선택한 이유이기도 하다. 발렌티나에게서 받은 임무 외에는 목적이 없고, 가족도 없는 그녀야말로 영화의 메시지에 가장 적합한 캐릭터니까.
버려진 부품들의 공허함
공허함과 외로움에 빠진 주인공은 옐레나뿐만이 아니다. 다른 썬더볼츠 멤버들도 그녀의 같은 상황에 부닥쳐 있다. 캡틴 아메리카 방패를 빼앗긴 이후 아내와 아이와 별거 중인 존 워커, 정보 당국의 체포를 피해 도망 다니기 바쁜 고스트, 러시아가 만든 슈퍼 솔져이지만 리무진 택시 기사로 일하며 보드카에 절어 지내는 레드 가디언까지. 그나마 미 하원 의원이 된 버키가 예외지만, 그의 정신적 고통도 이미 전작에서 다뤄진 바 있다.
중요한 것은 그들이 공허함에 빠진 이유다. 바로 썬더볼츠 멤버들이 낙오자로 낙인찍히고, 버려진 부품이 되어 버렸다는 것. 그들은 주인공들의 서사에 필요할 때 사용되고 버려졌다는 공통점이 있다. MCU라는 세계관에서는 주인공이 되지 못했던 이들. 국가에 의해서, 기관에 의해서, 기업에 의해서. 필요할 때는 부품으로 활용됐지만 가치가 다하자 폐기 처분된 이들이라는 것.
밥도 마찬가지다. 구체적으로는 썬더볼츠가 마주할 수 있는 최악의 미래에 가깝다. 어려서부터 가정 폭력에 시달린 그는 목적 없이 살면서 삶의 의지도, 목적도, 희망도 잃었다. 우울증과 이중인격을 비롯한 여러 정신 질환에 시달리기도 한다. 그런 그에게 발렌티나의 실험은 돌파구였다. 어벤져스를 모두 합친 것보다 강력한 존재 '센트리'로 거듭나서 삶의 목적과 의미를 되찾을 기회였다.
하지만 그의 희망은 다시 한번 짓밟힌다. 본인이 창조한 영웅이 명령을 따르지 않으려 하자 발렌티나는 그를 폐기해 버린다. 문제는 실험 과정에서 밥의 이중인격이 센트리보다 강력한 존재, '보이드'로 거듭났다는 것. 또 한 번 버려질 상황에 부닥치자 3차원 그림자처럼 생긴 보이드는 폭주하기 시작하고, 다른 사람들도 자신의 절망과 공허함 속으로 집어삼키기 시작한다. 그렇게 맨해튼 전체가 보이드가 만들어낸 그림자에 점령된다.
외계인보다 무서운 그림자
흥미롭게도 <썬더볼츠*>는 현대적 맥락을 덧붙여 주인공들의 공허함을 집단적 경험으로 확장한다. 그들의 역경은 단순히 허구의 세계 속 인물들의 이야기가 아니라 현대인의 현실적인 일상과 다르지 않기 때문. 무한한 성장과 생산이 목표인 현대 자본주의 사회는 개인에게 끊임없는 경쟁을 요구한다. 개인은 경쟁에서 승리하기 위해 자기 계발을 멈추지 않아야 하고, 시스템의 부품으로써 활용되다가 가치가 떨어지면 버려진다.
이처럼 무한한 생산성과 성장을 요구하는 자본주의 시스템이 '성과 사회'라는 형태로 구현될 때, 개인은 성과를 내 위해 스스로를 착취하도록 내적인 압박을 느낀다. 그 결과 사람들은 번아웃에 빠지고, 우울증에 걸리고, 공허해지면서 겉으로는 멀쩡해 보여도 안으로는 곪아 버린다. 이에 더해 사회가 개개인의 가치를 평가하기 위해 그들로부터 공동체적 맥락을 제거해 버리기에 한 번 공허해진 현대인은 쉽사리 회복하지 못한다.
이는 정확히 옐레나가 겪은 일이다. 존 워커, 레드 가디언, 고스트, 그리고 밥이 경험하는 일상의 모습과도 일치한다. 그렇기에 보이드가 맨해튼을 집어삼키는 장면은 특히 인상적이다. <어벤져스>에서 외계인이 뉴욕을 침공했을 때보다 더 섬뜩하다. 맨해튼이 현대 자본주의 사회의 상징임을 고려하면, <썬더볼츠*>는 현대인의 마음속에 자리 잡은 공허함이 공동체 차원의 경험일 때 생기는 일을 경고하는 것처럼 보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마음이 병들고 파편화된 개인들의 폭주는 이미 관찰할 수 있는 현상이다. 진주 아파트 방화·살인 사건을 비롯해 조현병이나 정신질환을 앓는 환자의 범죄 소식은 더 이상 낯설지 않다. 즉, 센트리/보이드는 만화처럼 묘사됐을 뿐, 이미 실존하는 현상을 보여주는 존재인 셈이다. 바로 이 지점에서 <썬더볼츠*>는 테마파크에서 벗어나 시네마로 나아간다. 그림자에 삼켜진 맨해튼은 옐레나와 밥처럼 속으로 곪은 현대인들의 공허함이 우리 사회를 점령했을지도 모른다는 사실을 암시하기 때문이다.
만국의 현대인이여, 단결하라!
그렇기에 썬더볼츠가 맨해튼과 시민들을 보이드로부터 구하는 방법도 일반적인 슈퍼 히어로 영화와는 다르다. <썬더볼츠*>의 클라이맥스가 주인공들이 각자의 초능력을 발휘해 빌런을 무찌르는 액션 시퀀스로 구성되지 않은 이유다. 그들은 보이드의 내면으로 들어가서 보이드에게 제압당한 밥이 그를 집어삼킨 공허함으로부터 통제력을 되찾을 수 있도록 도와준다. 또 그 과정에서 각자의 공허함과 트라우마를 마주하고, 극복한다.
즉, 썬더볼츠는 타인과 협력하고 연대함으로써 각자의 공허함을 이겨내고, 더 나아가 썬더볼츠라는 새로운 가족과 삶의 의미도 발견한다. MCU에서 부품으로 사용되고 버려진 이들이 하나로 뭉쳤을 때 새로운 목적과 서사가 만들어진다는 것. 이는 현대 사회에서 과소평가되는 공동체와 연대의 힘을 보여주는 전개이기에 파편화되고 부품화된 현대인들에게 의미하는 바가 절 작지 않다.
더 나아가 공동체의 유대감을 강조하는 클라이맥스는 팀의 이름이 썬더볼츠로 명명된 이유와도 맞닿아 있다. 썬더볼츠는 레드 가디언이 농담 삼아 붙인 이름이다. 옐레나가 데려온 멤버들을 본 뒤 그녀가 어릴 때 속했던 축구팀 이름을 가져다 붙인 것. 하지만 옐레나에게 썬더볼츠는 단순한 농담이 아니다. 알렉세이, 나타샤와 함께 지냈기에 혼자가 아니었고, 삶의 의미도 있었던 어린 시절을 일깨워 주는 이름이기 때문.
처음에는 레드 가디언의 말을 비웃던 다른 멤버들. 하지만 그들도 하나둘 자신들을 썬더볼츠라 지칭하기 시작한다. 옐레나와 비슷한 경험을 공유하고 있기에 썬더볼츠라는 이름에 담긴 의미도 자연스럽게 받아들일 수 있는 것. 발렌티나에 의해 '뉴 어벤져스'라는 새로운 이름이 붙여졌지만, 여전히 썬더볼츠라는 명칭이 그들의 정체성을 더 잘 보여주는 이유이기도 하다.
어쩔 수 없는 MCU의 부품
다만 <썬더볼츠*>를 특별하게 만드는 메시지와 스토리텔링은 후반부로 갈수록 빛이 바랜다. MCU의 일원으로서, 어쩔 수 없이 하나의 조각으로서 기능하는 과정에서 완성도에 금이 가기 때문. 일례로 많은 캐릭터 중 일부는 허망하게 소모된다. 극초반에 퇴장하는 태스크마스터가 대표적이다. 전작들에서 닉 퓨리를 대체할 흑막처럼 묘사됐던 발렌티나가 갈수록 개그 캐릭터로 전락하는 묘사도 일관성이 부족하기에 실망스럽다.
액션 연출도 시간이 지날수록 임팩트가 약해진다. 지하 저장고에서 처음 조우한 썬더볼츠 멤버들끼리 각자의 능력과 무기를 활용해 육탄전을 벌이는 장면이나 오토바이를 탄 버키의 액션 시퀀스는 오랜만에 <캡틴 아메리카: 윈터 솔져>의 향수를 불러일으킨다. 센트리 대 썬더볼츠의 액션씬도 부활한 슈퍼맨과 저스티스 리그 멤버들이 맞부딪히는 <저스티스 리그>의 장면을 오마주 하면서 센트리의 압도적인 능력을 충분히 각인시킨다.
그런데 후반부에서는 액션의 쾌감이 약해진다. 밥의 내면에서 보이드가 만든 트라우마의 미로에서 탈출하고, 밥을 설득하는 식으로 클라이맥스가 구성되면서 액션씬의 비중이 덩달아 낮아진 까닭이다. 그러다 보니 각 캐릭터의 서사, 특히 옐레나와 밥의 감정선을 잘 따라간다면 뜻깊은 방점일 수 있지만, 그렇지 않다면 <원더우먼 1984>의 클라이맥스와 비슷한 결의 실망감을 느낄 수도 있다.
물론 MCU라서 인상적인 장면도 많다. 샘 윌슨이 재건한 어벤져스와 뉴 어벤져스 간의 갈등, 판타스틱 4와의 만남을 예고하는 쿠키 영상은 <어벤져스: 둠스데이>를 향한 기대감을 키운다. 버키와 고스트를 제외한 썬더볼츠가 멤버 전원이 페이즈 4 출신이라는 점은 비로소 MCU의 새출발을 선언하는 듯하다. 단지 <썬더볼츠*>가 보여준 예상외의 스토리텔링에 담긴 함의가 다소 가려지는 것 같아 못내 아쉬울 따름이다.
Expected Expectations 기대 이상
마블답지 않은 시작과 마블다운 끝이 만나 이뤄낸 MCU의 시네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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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판단을 지연하여 도달하는 곳
이탈리아 영화감독 루카 구아다니노는 서사를 부분적으로 감추거나, 결정적인 장면에서 카메라를 돌리고, 포커스를 맞추지 않으면서 사건 자체보다 사건이 인물에게 실어나르는 감정에 주목한다. 일례로, <콜 미 바이 유어 네임>에서 청년이 소년에게 숨겨져 있던 성 정체성을 끌어올리는 동안, 소년의 부모는 둘의 사랑을 방해할 생각은커녕 그들의 사이를 관조하거나 응원한다. 더욱이 이 영화는 청년에게 시선을 할애하지 않아, 관객에게 성 정체성에 의해 고민하고 지연되는 갈등보다 소년의 마음이 움직이는 궤도를 동행하게 만든다. 성 정체성을 다루면서도 그들에게 가해지는 차별과 폭력보다는 미학적 완성도에 더 깊게 몰두하는 것을 두고, 미국 평론가 조너선 롬니는 “이 영화에서 묘사되는 세계는 너무나 빛나고 완벽해서, 이건 인생에 대한 영화가 아니라 라이프스타일에 대한 영화처럼 보인다.”(장영엽, 「씨네21」 2018-03-21 재인용)라는 평을 남기기도 했는데, 이런 비판에도 구아다니노는 자신의 영화적 관심사를 멈출 생각이 없어 보인다. 왓챠를 통해 독점 공개된 HBO 드라마 <위 아 후 위 아>(2020)에서는 한술 더 떠 ‘다름’을 평범하게 제시하며 ‘구분’ 자체를 흐리기 때문이다.
드라마는 소년 프레이져(잭 딜런 그레이저)가 군인인 두 엄마를 따라 이탈리아에 있는 미군 주둔지로 오면서 시작한다. 프레이져는 손톱에 색을 칠하고, 미성년자임에도 맥주를 손에 쥐고, 지휘관의 아들에게는 걸맞지 않은 화려한 옷차림으로 주둔지를 활보한다. 그런데 두 엄마는 프레이저의 기행을 오히려 비범하다고 여기고, 특히 친모인 사라(클로에 세비니)는 미육군 대령이자 부대의 지휘관이지만 집에서는 아들에게 뺨을 맞기도 하는 연약한 모습을 보인다. 프레이져에게 아버지의 부재는 성장에 불편함을 주지 않는 듯 보이는데, 일례로 생리를 시작한 다른 주인공 케이틀린(조던 크리스틴 시먼)이 탐폰의 사용법을 몰라 혼자 애를 먹는 반면에, 프레이져는 엄마 매기(앨리스 브라가)를 통해 면도하는 법을 배운다. 케이틀린과 그의 가정도 평범과는 거리가 있다. 미국인 아빠, 나이지리아인 엄마, 친부가 따로 있는 이복오빠와 함께 사는 케이틀린은 성 정체성에 혼란을 겪는 중이다. 그는 아빠 포이트리스(스콧 메스쿠디)가 자신을 ‘아가씨’라고 부르는 것에 서운해하고, ‘하퍼’라는 이름으로 남장을 하고 주둔지 밖을 돌아다니기도 한다.
흥미로운 점은, 드라마가 ‘원래 다들 이렇지 않아?’라고 시치미를 떼듯 어딘가 어색한 인물들을 대수롭지 않게 담아낸다는 것이다. 구아다니노는 전작들에서 그랬듯, <위 아 후 위 아>에서도 평범하지 않은 두 가정의 사연을 서사의 진행에 필요한 부분만 꺼내 보여준다. 레즈비언인 매기와 사라가 사랑에 빠지게 된 계기, 프레이져의 친부에 대한 정보, 그가 왜 임신한 사라와 헤어졌는지도 시청자는 알 수 없다. 케이틀린의 오빠인 대니(스펜스 무어)의 친부 또한 드라마 내부에서 존재를 확인할 수 없고, 남편과 이별한 후에 제니(페이스 알라비)가 어떻게 미군 포이트리스의 만나게 되었는지 가르쳐주지 않는다. 드라마는 서사 바깥에 있는 과거의 이야기를 극 안으로 가져오지 않아, 인물들의 특별한 사연이 극적으로 보이지 않게 한다.
드라마가 ‘다름’과 ‘구분’에 관해 말을 아끼는 동안, 프레이져와 케이틀린이 겪는 정체성의 혼란도 두 아이가 서로를 지탱하며 큰 문제 없이 유려하게 흐른다. 그러다 6화에서 포이트리스가 두 아이를 떼어놓기 위해 직접 학교 앞으로 찾아온다. 그런데 이 장면에는 의미를 알기 힘든 인서트씬이 막간처럼 틈입한다. 프레이져와 케이틀린은 열정적으로 춤추고 노래하지만, 식당에 있는 사람들은 아이들에게 무관심하다. 심지어 두 아이는 카메라를 정면으로 바라보기까지 한다. 흥겨운 음악과 유쾌한 운동감이 있지만 서사와는 큰 연관이 없다는 점에서 이 씬은 레오 까락스의 영화 <홀리모터스>(2012)에서 드니 라방이 성당에서 아코디언을 연주하며 퍼레이드를 벌이는 장면과 닮아있다. 영화비평가 허문영은 <홀리모터스>의 이 장면을 두고 “이 장면에 넋을 잃게 되는 이유는 연주와 음악 자체에 있지 않고, 그것의 위치에 있다. 비루하고 잔혹하며 고단한 가면 놀이의 틈에서 우리를 향해 이처럼 벼락같이 쏟아지지 않았다면, 우리가 이 음악을 그토록 사랑할 수 있었을까.”(허문영, 「진실은 막간에 있다」)라고 평했는데, 그의 말에 따르면 이 장면이 가진 장력은 배치에 있다는 것이다. <위 아 후 위 아>의 유사한 장면도 구분이 개입하는 순간을 정확히 짚어내어 위치한다. 이 장면은 프레이져 때문에 케이틀린이 어긋나고 상처받을까 걱정하는 포이트리스가 물리적으로 두 아이를 가로막는 순간이다. 그리고 드라마에서 다름과 올바름의 경계에서 처음으로 인물 간에 갈등이 발생하는 순간이기도 하다. 그래서 드라마는 작위적인 장면의 의도적 배치를 통해 다름에 관한 판단을 영리한 방법으로 지연하는 것이다.
그렇다면 드라마가 판단을 지연하려는 목적은 무엇일까. 그것은 드라마 중간중간 미디어에서 언급되는 트럼프와 관계있어 보인다. 드라마는 트럼프의 당선 소식(6화 결말)을 기점으로 앞선 회차들을 전복시키며 지연했던 판단을 하나둘 건져낸다. 크레이그(코리 나이트)의 죽음 이후 학생들은 토론을 벌이며 상대의 의견을 거부하고, 그 과정에서 프레이져의 솔직함은 눈치 없음으로 바뀐다. 또한, 흠모하던 조나단(톰 메르시에)의 집을 방문한 프레이져는 속옷만 입고 춤을 추는 조나단의 여자친구와 조나단 사이에 서게 되는데, 갑자기 도망치듯 뛰쳐나온다. 두 엄마에게서 발견할 수 없었던 여성과 남성의 신체적 차이와 조화 확인했을까. 아니면 자신의 남들과는 다른 성적 지향이 잘못됐다고 생각했을까. 프레이져는 집으로 돌아가 두 엄마에게 이제껏 찾은 적 없던 아버지의 행방을 묻는다. 4화에서 아이들이 자신의 성기를 거리낌 없이 드러내고, 남의 물건을 마음대로 쓰고, 먹다 남은 음식물을 아무렇게나 던져놔도 아무런 제약이 없던 러시아인의 저택에도 일탈이 주는 해방감과 역동성이 거둬진다. 술과 마약은 아이들을 통제할 수 없게 만들고, 대니와 아이들은 물건을 부수고 폭력을 행사한다. 일탈이 비행으로 바뀌면서 아이들만의 공간으로 어른인 매기와 사라가 찾아오게 된다.
특히 크레이그의 죽음에 대한 사라의 태도가 눈에 띈다. 사라는 모니터에 비친 희생자들의 시신 앞에서 “여기 군인밖에 없잖아”라고 말하며 나체를 드러내고, 추모식에선 ‘평화를 위한 대가’라며 그들의 죽음을 군인으로서 숭고한 희생이라고 포장한다. 이는 그들의 죽음을 미국을 위해 정당화하는 것처럼 보이며, 드라마 내내 자신과 대립각을 세우던 포이트리스가 미군들이 이탈리아 피자 가게 파손시킨 사건을 “미국을 모욕했겠죠”라며 미국을 위한 폭력을 정당화한 것과 다르지 않아 보인다(이 장면에서도 트럼프 관련 뉴스가 라디오에서 흘러나온다). 즉 7화에선 이전 회차까지 선명한 구분이 없던 성 역할, 어른/아이, 군인/민간인, 미국/타국이 하나로 모이거나 둘로 나뉘며 그 경계가 선명해지는데, 이 갈등 양상은 트럼프 시대가 가져온 분리 정책과 미국 사회의 분열과 겹쳐진다. 드라마가 6회까지 미뤄뒀던 갈등을 트럼프의 당선이라는 하나의 소실점으로 모아 7화에 일순 화면 위로 길어 올린다고 본다면, 드라마가 판단을 지연한 목적은 트럼프 시대의 사회 분열을 겨냥하기 위해서였다고 말할 수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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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엔드게임 시간여행의 종지부를 찍어준 로키! 인피니티 스톤을 돌덩이로 만드는 절대적 힘, TVA (스포주의)
#로키드라마 #로키1화 #TVA
2021. 06. 10 영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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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블쟁이 인스타그램: @marvel_jeng2* 영상에 사용된 모든 음악은 Epidemicsound 의 정식 라이센스 음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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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0:00 로키 1화 보고 왔지?
00:45 진정한 힘, TVA&타임키퍼
03:11 드디어 풀린 시간여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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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9년 10월 26일, 상관의 명령에 의해 대통령 암살 사건에 연루된 ‘박태주’와 그의 변호를 맡으며 대한민국 최악의 정치 재판에 뛰어 든 변호사 ‘정인후’의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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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아버지의 갑작스런 죽음으로 이사하게 된 '트레버', '피비' 남매는 남겨진 집에서 의문의 현상과 수상한 물건들과 마주한다. 집 뿐만 아니라 마을 전체가 설명할 수 없는 미스터리한 현상이 연이어 발생하는 가운데, 교사로 위장 취업한 지질학자 '그루버슨'과 이들은 세상의 종말과 관련된 비밀을 쫓기 시작하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