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ELM2024-05-08 19:53:53
[JIFF 데일리] 제 25회 전주국제영화제 시상식 취재
시상식 현장 취재
안녕하세요, 이번 제 25회 전주국제영화제에 씨네랩 소속 기자로 참여하게 된 YELM입니다!
씨네랩 구독자 분들께 어제(5/7) 개최된 시상식 현장을 보여드리기 위해, 시상식에 참석하게 되었습니다.
시상식은 전북대학교 삼성문화회관에서 개최되었습니다.
레드카펫은 따로 없이, 배우/감독분들이 포토월을 지나 입장해주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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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상식은 전국제 조직위원장이신 전주시 우범기시장님의 연설로 시작되었습니다.
" 독립영화의 최전선에 있는 작품들을 선보이는 전주국제영화제.
훌륭한 영화들이 많아 우열을 가려 심사하는 것이 쉽지 않았다.
영화를 향한 열정이 더욱 빛을 발하고, 영화인들이 더 넓은 세상으로 나아가길. "
시상식은 총 4개 부문으로 이루어져있었습니다.
<특별 부문>, <한국단편경쟁>, <한국경쟁>, <국제경쟁>
시상식 결과는 다음과 같습니다.
<특별부문>
멕시코국립시네테카 개봉지원상: 통잠 김솔해, 이도진 감독
넷팩상: 펀치 드렁크 아벨타브리즈 감독
J비전상: 너에게 닿기를 오재욱 감독
다큐멘터리상: 목소리들 지혜원 감독
<한국단편경쟁>
심사위원 특별상: 땅거미 박세영 감독
감독상: 헨젤: 두 개의 교복치마 임지선 감독
대상: 작별 공선정 감독
<한국경쟁>
왓챠상: 힘을 낼 시간 남궁선 감독
CGV상: 언니 유정 정해일 감독
배급지원상: 담요를 입은 사람 박정미 감독
배우상:
은빛살구 나애진 배우
힘을 낼 시간 최서원 배우
대상: 힘을 낼 시간 남궁선 감독
<국제경쟁>
심사위원 특별상: 쓰레기장의 개 장 밥티스트 뒤랑 감독
작품상: 쿨리는 울지 않는다 팜응옥란 감독
대상: 메이저 톤으로 잉그리드 포크로펙 감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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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배우/감독분들의 소감을 들으며, 함께 감동받고 기뻐하는 행복한 축제의 현장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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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적으로 이번 영화제에서 본 영화 중 가장 마음에 들었던, 장 밥티스트 뒤랑 감독의 "쓰레기장의 개"가 수상하여 기뻤습니다!
제 25회 전주국제영화제, 그 긴 여정을 달려오신 감독,배우님들을 축하하고 응원하는 시상식이란 자리에 함께 할 수 있어 매우 값진 기회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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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이틀남은 전주국제영화제, 남은기간 모든 분들이 알차게 즐기셨으면 좋겠습니다!
영화제 기간: 2024.05.01 - 2024.05.10
Relative conten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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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감각적인 프로덕션 디자인 요르고스 란티모스 세계관
기묘한 영화 전문가 [요르고스 란티모스] 감독.
비현실적이고 우화적인 설정, 정교하고 인공적인 미장센이
돋보이는 영화 <더 페이버릿: 여왕의 여자> <가여운 것들>
<더 랍스터>의 프로덕션 디자인 같이 살펴보아요.
여러분들의 최애 영화는 뭔가요?
[더 페이버릿: 여왕의 여자]
절대 권력을 지닌 히스테릭한 영국의 여왕 ‘앤’(올리비아 콜맨). 여왕의 오랜 친구이자 권력의 실세 ‘사라 제닝스’(레이첼 와이즈)와 신분 상승을 노리는 몰락한 귀족 가문 출신의 욕망 하녀 ‘애비게일 힐’(엠마 스톤)은 여왕의 총애를 받기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발버둥치기 시작하는데…
[가여운 것들]
천재적이지만 특이한 과학자 갓윈 백스터(윌렘 대포)에 의해 새롭게 되살아난 벨라 백스터(엠마 스톤). 갓윈의 보호를 받으며 성장하던 벨라는 날이 갈수록 세상에 대한 호기심과 새로운 경험에 대한 갈망이 넘쳐난다. 아름다운 벨라에게 반한 짓궂고 불손한 바람둥이 변호사 덩컨 웨더번(마크 러팔로)이 더 넓은 세계를 탐험하자는 제안을 하자, 벨라는 새로운 경험에 대한 갈망으로 대륙을 횡단하는 여행을 떠나고 처음 보는 광경과 새롭게 만난 사람들을 통해 놀라운 변화를 겪게 되는데…. 세상에 대한 경이로움과 아름다움, 놀라운 반전과 유머로 가득한 벨라의 여정이 이제 시작된다.
[더 랍스터]
가까운 미래, 모든 사람들은 서로에게 완벽한 짝을 찾아야만 한다. 홀로 남겨진 이들은 45일간 커플 메이킹 호텔에 머무르며, 완벽한 커플이 되기 위한 교육을 받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짝을 얻지 못한 사람은 동물로 변해 영원히 숲 속에 버려지게 된다. 근시란 이유로 아내에게 버림받고 호텔로 오게 된 데이비드(콜린 파렐)는 새로운 짝을 찾기 위해 노력하지만 결국 참지 못하고 숲으로 도망친다. 숲에는 커플을 거부하고 혼자만의 삶을 선택한 솔로들이 모여 살고 있다. 솔로 생활을 유지하기 위한 그들의 절대규칙은 바로 절대 사랑에 빠지지 말 것! 아이러니하게도 데이비드는 사랑이 허락되지 않는 그곳에서 자신과 같이 근시를 가진 완벽한 짝(레이첼 와이즈)을 만나고 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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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뿌연 유리창에 비친 나. 그리고 그 너머의 너와 나
주요 내용
- 영화 소개, 줄거리
- 파도를 타는 수안과 파도에 밀린 조개껍질 윤설.
- 서핑, 조개껍질, 윤설 이름의 의미
- 어린 수안을 닮아가는 설이와 어린 설이를 닮아가는 수안
- 수안이 그리워했던 것과 잃어버린 것
- 엔딩 결말 해석
폭설 (Heavy Snow, 2024)
뿌연 유리창에 비친 나. 그리고 그 너머의 너와 나
개봉일 : 2024.10.23.
관람등급 : 15세 이상 관람가
장르 : 드라마
러닝타임 : 87분
감독 : 윤수익
출연 : 한해인, 한소희, 김그림, 황용욱, 노양호, 이광연
개인적인 평점 : 3.5 / 5
쿠키 영상 : 없음
열아홉의 배우 지망생 수안과 아역배우 출신 스타 이윤설. 뿌옇고 차가운 겨울에 만난 두 사람은 함께 파도를 타고 고민을 나누며 특별한 친구가 된다. 하지만 사소한 오해를 계기로 수안과 설은 그 겨울이 채 가기도 전에 멀어지게 되고 함께했던 추억은 자연히 저 먼 곳으로 밀려난다.
짧지 않은 시간이 흐르고 어느덧 수안은 어른이 되었다. 그는 이제 학교 작품도 하나 못 찍어본 배우 지망생이 아닌 많은 이들에게 인정받는 인기 배우다. 그런데 수안의 마음은 배우를 꿈꾸던 그때보다 더 공허하고 외롭다. 술과 약에 취해 비틀거리던 그는 결국 마음 저 끝에 미뤄둔 그리움을 펼쳐낸다. 붙잡고 싶었지만 붙잡지 못했던 아름다운 눈. 윤설(贇雪). 수안은 설이를 찾아 다시 바다로 향한다.
<폭설>은 어느 날 폭설처럼 다가온 소녀에게 느끼게 된 사랑과 그를 놓친 순간부터 쌓여온 깊이를 잴 수 없는 그리움. 그리고 그를 통해 나를 바라보는 또 다른 소녀의 시선을 담은 영화다. 퀴어 코드가 존재하긴 하지만 이 영화에서 중요한 건 동성애보단 그 너머에 있는 ‘너와 나. 그리고 나’라는 시선 그 자체다.
수안과 설이는 뿌연 유리창을 사이에 두고 마주 선다. 그리고 그 유리창에 비친 나를, 그 유리창 너머에 있는 너를 바라보며 사랑하고 후회하고 깨닫는다. 너 그리고 나를 잃어버린 상실의 아픔을. 어쩌면 우리는 하나였을지도 모른다는 사실을. 유리창을 뒤덮고 있던 파도가 남긴 습기와 얼어붙은 눈을 긁어낸 수안은 마침내 숨겨져있던 슬픔을 마주한다.
우정 드라마와 멜로의 사이
처음 수안과 설이 만났을 때, 수안은 총을 든 채 자유로운 연기를 선보이고 아무도 나에게 연기를 시켜주지 않는다면 직접 영화를 만들어 출연할 거라는 단단한 포부를 갖고 있는 배우 지망생이었다. 설이는 배우로서 이름을 날리고 있었으나 그 부담감으로 인해 매일 사람들의 눈치를 봤고 하고 싶은 연기가 아닌 해야만 하는 연기를 하는 배우였다.
수안은 설이 낯설고 멀게 느껴진다. 그는 함께 차를 타기 전 “난 무슨 일이 생겨도 상관없는데, 넌 연예인이잖아.”라고 말하며 설이와 자신 사이에 명확한 선을 긋는다. 설은 “나 그런 거 상관 안해.”라고 말하며 아무렇지 않게 수안의 차를 탄다. 차를 탄 수안은 꽁꽁 두르고 있던 목도리를 풀고 설은 얼굴을 덮은 마스크를 벗는다. ‘상관 없다’는 설이의 한 마디와 동시에 작은 벽이 허물어지고 수안과 설은 서로에게 솔직해진다.
하지만 두 사람 사이엔 솔직함, 우정으로는 극복할 수 없는 문제가 하나 있다 그건 바로 수안은 함께하는 순간들을 우정 드라마로 생각하고 설이는 멜로로 생각한다는 것이다. 첫 키스를 기점으로 오해를 쌓게 된 두 사람은 결국 헤어지게 되고 그 겨울의 추억은 사무치는 그리움으로 남는다. 시간이 지나 어른이 된 수안은 그 그리움을 다시 펼치며 설이를 찾아가고 자신 또한 어린 설이와 같은 어른이 되었음을 깨닫는다.
- 아래 내용부터 영화의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파도를 타는 수안과 파도에 밀린 조개껍질 윤설
수안이 자유롭게 파도를 타는 서퍼라면 설은 파도에 밀리다 결국 해변에 박혀버린 조개껍질이다. 처음 함께 바다에 갔을 때, 수안은 설에게 조개껍질을 주며 연기를 해보라고 한다. 설은 조개껍질에게 말을 건다.
“안녕. 넌 어쩌다가 여기까지 오게 됐냐? 춥겠다. 괜찮아?” 그리고 조개껍질을 귀에 대고 무언가가 들린다며 너무 슬프다고 눈물을 터트린다. 설은 어릴 때부터 쭉 연기를 하고 있지만 왜 연기를 하고 있는지, 내가 무엇을 원하는 건지 모르는 혼란스러운 상황에 빠져있다. 나는 어쩌다가 여기까지 오게 된 걸까. 설은 자신을 닮은 모래 속에 박힌 예쁜 조개껍질을 보며 슬퍼한다.
(‘윤설’이라는 이름에 어떤 뜻이 있는지 정확히 밝혀진 부분은 없지만 조개 패(貝) 빛날 빈(斌)으로 이루어진 한자 예쁠 윤(贇)이 윤설과 가장 잘 어울리는 한자가 아닐까 싶다.)
어린 설은 어딘가에 묻혀있고 갇혀있는 조개껍질 같은 사람이다. 수안과 설이 명동에 갔을 때, 설은 유리 너머 화장품 가게 안에 걸려있는 꾸며진 광고 속 자신의 얼굴을 본다. 처음엔 자랑스럽게 포즈를 취하던 그는 조심히 광고를 향해 손을 뻗다가 이내 거둬버린다. 유리 너머에 있는 배우 윤설. 사람들이 만든 유리에 갇혀버린 인간 윤설. 설은 투명하고 단단한 유리 안에서 자유를 찾고 있었다.
수안은 이런 설에게 자유를 알려준 사람이다. 설은 수안과 함께 파도를 타며 조금씩 편안함과 자유를 찾는다. 어린 설은 항상 화장한 얼굴과 코트, 구두 차림을 유지했지만 어른이 된 설은 편안한 점퍼와 신발, 서핑 슈트를 입고 바닷가를 거닌다.
너를 사랑하다 너를 닮아버린 나
변화한 수안과 설의 모습
수안은 유명한 설이가 부럽고 설이는 자유로운 수안이 부럽다. 수안은 예쁜 설이가 좋고 설이는 수안이 예뻐 보인다. 두 사람은 나와 다른 너를, 나와 다른 배우인 너를 사랑하고 부러워한다. 그래서 나를 잊고 상대방을 온몸으로 흡수하기에 이른다. 수안은 어린 설이를 닮아가고 설이는 어린 수안을 닮아간다.
어린 설이처럼 유명한 여배우가 된 수안은 사람들의 눈을 신경 쓰며 하고 싶은 연기보다 그저 주어진 연기를 소화하고 있다. 그리고 그는 어린 설이처럼 긴머리, 코트, 구두, 화장을 유지한다. 어느 날 회의감을 맛본 수안은 약에 취해 이렇게 말한다. “내가 어쩌다 여기까지 왔지? 나는 되는대로 연기를 하고 있었어요.”
일을 그만두고 바다에 정착한 설이는 어린 수안처럼 자유롭게 하고 싶은 일을 하며 살아간다. 설이의 옷차림은 어린 수안처럼 편안하게 바뀌었고 이제 그에게 다른 이들의 시선은 그다지 중요한 게 아니다. 이젠 수안이 어쩌다 여기까지 와버린 조개껍질, 설이는 서퍼가 됐다. 서로가 되어본 두 사람은 이제 왜 수안이 멜로를 부정했는지, 설이 멜로를 말했는지. 그때 내가 느꼈던 감정이 무엇인지 어렴풋이 알아간다.
폭설 속에서 시작되는 두 사람의 멜로 영화
처음 함께 바다에 갔을 때 설은 수안의 캠코더를 통해 수안이 보는 세상을 함께 보고, 그가 스스로 세상(영화)을 만들어갈 거라는 말에 감탄하며 자신도 그 세상에 끼워달라고 부탁한다. 수안은 설이를 반겼지만 그 영화는, 우리의 세상은 멜로가 될 수 없다고 부정한다. 설은 계속해서 자신을 밀어내는 수안의 곁을 떠나고 수안은 멜로 영화의 첫 신을 쓰다 포기해버린다.
오래 정체되어 있었던 수안과 설의 멜로 영화는 아무도 없는 둘만의 세상에서 새롭게 쓰인다. 흉포하게 변한 파도에 치이던 두 사람은 서로의 손을 꼭 잡고 무사히 한 섬에 도착한다. 그리고 저세상이 아닐까 싶을 정도로 고요하고 아름다운 눈밭에서 몸을 포개고 깊은 그리움과 사랑을 나눈다.
수안은 아픈 설이를 위해 눈밭을 헤매다 오두막으로 돌아온다. 어느새 기운을 차린 설이는 수안에게 이렇게 말한다. “나도 너 찾아다녔는데 멀리도 갔다 왔나 보네.” 그날 저녁 설이의 품에 안긴 수안은 이렇게 말한다. “네가 얼마나 힘든 시간을 견디면서 여기까지 왔을지 알겠다.”라고.
수안과 설이는 나를 향해 몰아치는 폭설 같은 시선을, 타인이 만들어둔 유리 상자 속을 참 오래 헤맸다. 자유를 포기하고 대중이 원하는 연기를 하고 대중이 원하는 삶을 살고, 대부분의 사람들이 ‘이건 아닌 것 같다’고 말하는 감정을 애써 밀어내면서.
하지만 설이는 자신을 알아주는 수안을 만남으로서 유리를 깨고 폭설을 묵묵히 견디는 법을 배웠고, 어른이 되며 폭설 속에 갇혀버린 수안은 설이와 재회하며 그가 겪었을 아픔과 자신이 밀어냈던 감정을 다시 포용하게 된다.
파도에 휩쓸린 것
수안과 설은 서로에게 서핑보드 타는 법과 파도와 인생을 자유롭게 즐기는 방법, 사랑이란 감정을 함께 알려준다. 어린 수안이 어린 설이에게 서핑보드와 사랑을 알려줬던 것처럼 어른이 된 설이는 지친 수안을 끌어안으며 그를 위로한다.
날이 개고 파도가 잦아들자 수안과 설은 다시 집으로 돌아가기 위해 바다로 나온다. 수안은 설이에게 “설아 나 타볼게. 잘 봐.”라고 말하고 앞장서서 보드에 오른다. 마치 다시 잘 살아볼 테니 나를 지켜봐 달라는 듯이. 하지만 갑자기 커다란 파도가 밀려오고 수안은 홀로 뭍으로 나온다. 수안은 사랑하는 설이와 설이 안에 남아있던 어린 수안을. 이 세상을 헤쳐나갈 방법을 모두 잃어버린다. 그는 눈 내리는 해변에 앉아 하염없이 눈물을 흘린다.
설이와의 재회. 진짜였을까 상상이었을까?
결말 엔딩 해석. 파도 서핑 설이의 의미
수안과 설이 재회하고 함께하는 모든 장면들은 왠지 현실이라기보단 몽롱한 꿈같은 느낌이 있다. 설이는 정말 그 해변에 머물고 있었을까? 수안은 정말 설이를 만나고 함께 그 섬에 갔을까? 생각하기 나름이겠지만 나는 이 모든 순간들이 100% 현실이라는 확신이 들지 않는다.
확실해 보이는 건 수안이 설이를, 그때의 수안을 그리워하고 있다는 것뿐이다. ‘예쁘지 않은 배우 지망생’이라는 폭설처럼 무거운 시선과 파도처럼 끊임없이 울렁이는 감정에 용감히 올라탔던 자유로운 어린 수안과 그 시기를 함께한 예쁜 설이. 그때의 네가 된 나의 눈으로 다시 한번 만나보고 싶었던 그때의 나를 닮은 너.
수안은 열심히 시간의 파도를 헤치며 되돌아갔지만 그 끝엔 다시 덮쳐오는 커다란 파도와 깊은 상실만이 남는다. 이제 수안은 누구에게 위로받아야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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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더 깊은 늪으로 빠져버린 마블
자신에게 엄청난 힘이 생기면 무엇을 하게 될까. 그런 힘이 있다면 대부분은 자기 자신이 하고 싶었던 일을 하고 주변 사람을 돕는다. 일단 그렇게 만들어진 하고 싶은 일 리스트는 자기 자신이 하고 싶은 일들이 우선이 될 수밖에 없다. 그 힘을 통제할 수 있는 조직이나 개인이 없기 때문에 모든 일의 우선순위는 자기 자신이 판단해서 만들 수밖에 없다. 그렇게 대부분을 스스로 혼자 결정하고 판단하게 되면서 거기에는 조금씩 오류와 오판이 생기기 시작한다. 절대적인 힘이 내 손안에 있더라고 그것을 제대로 활용한다는 것이 쉽지 않다는 뜻이다.
마블의 히어로인 <캡틴 마블>은 의도치 않게 엄청난 에너지를 흡수하게 된 캐롤(브리 라슨)의 이야기를 다루었다. <캡틴 마블>에서의 캐롤은 가족문제뿐만 아니라 개인적으로 가지고 있는 여러 상실감과 조직에 대한 배신감으로 힘들어하다 우연히 이 에너지를 얻었다. 거의 무적에 가까운 힘으로 그는 자신이 하고자 하는 복수를 하고 사랑하는 사람을 지키기 위해 악당들과 대결을 벌인다. 그리고 우주로 나아가 우주에서 도움이 필요한 존재들을 위해 힘을 쓰기 시작한다.
과거의 잘못 때문에 괴로움을 느끼는 캡틴 마블
이렇게 자신의 힘으로 우주의 여러 행성과 생명체들을 돕게 된 캡틴 마블의 행위는 모두에게 환영받을 수 있는 것일까. 이 질문에 대한 고민을 하는 캡틴 마블의 모습이 후속편인 <더 마블스>에 담겼다. 이번 영화에선 크리족의 리더 다르-벤(자웨 애쉬튼)이 메인 빌런으로 등장한다. 과거 캡틴 마블은 AI의 지배를 받던 크리족을 해방시키기 위해 AI를 파괴했었다. 하지만 크리족에게 캡틴 마블은 자신이 모시던 신과 같은 존재를 완전히 없애버린 파괴자와 같은 존재로 느낀다. 그러니까 캡틴 마블의 선한 의도가 완전한 악의로 탈바꿈하게 되는 것이다.
크리족이 원하는 복수의 방향은 캡틴 마블과 가까운 행성이나 존재들이 있는 곳을 향한다. 그 작업을 위해 우주 여러 곳에 타임 포탈을 만들게 되는데 그 부작용으로 캡틴 마블/캐럴과 미즈 마블/카말라 칸(이만 벨라니) 그리고 모니카 램보(타요나 패리스)는 자신들의 능력을 쓸 때마다 위치가 바뀌게 된다.
<더 마블스>는 이렇게 세 명의 히어로를 서로 연결시켜 일종의 제약을 만든다. 이것은 거의 무적에 가까운 능력을 가진 캡틴 마블에게 큰 장애물을 줌으로써 세 명의 팀업으로 상황을 이겨내는 모습을 만들어내기 위함이다. 실제로 이야기의 초반 서로의 존재를 인지하지 못한 상태에서 위치가 바뀌면서 벌어지는 액션장면은 꽤 신선하고 박진감이 넘친다. 상황이 한눈에 들어오지 않고 정신없는 상황이 이어지는데 이것 자체가 각 인물들이 느끼는 혼란을 그대로 전달하면서 흥미롭게 느껴진다. 또한 새로운 히어로인 미즈 마블의 능력과 모니카의 능력도 신선한 느낌을 준다.
하지만 초반 액션 장면이 지나고 중후반부에 세 명의 히어로가 직접 만나서 벌이는 액션과 상황들은 대부분 큰 힘을 발휘하지 못한다. 위치가 바뀌면서 잠깐의 긴장감을 만들지만 가장 강한 능력을 가진 캡틴 마블이 종횡무진 해결하면서 세 명의 힘이 균형 있게 발휘되지 못한다. 특히나 영화의 빌런인 다르-벤은 마블 시리즈 중에서 가장 약하고 존재감이 없어 보인다. 그는 가지고 있는 팔찌 뱅글로 캡틴 마블의 힘을 흡수하여 복수를 감행하려 하지만 자신의 진짜 힘을 제대로 보여주지도 못한 채 화면에서 사라지고 만다.
새로운 히어로들의 등장과 신선한 초반 액션
영화에 등장하는 세 명의 히어로들의 존재감도 차이가 크다. 캡틴 마블은 여러 마블영화에 등장했고, 독자적인 솔로 영화로 소개가 되었다. 하지만 미즈 마블인 카말라 칸이나, 모니카 램보는 영화만 보던 마블 팬들에게는 생소한 캐릭터다. 카말라 칸은 디즈니+의 시리즈 <미즈 마블>에서 소개되었고 모니카 램보는 디즈니+의 시리즈 <완다비전>에서 처음 소개되었다. 그러니까 디즈니+를 구독하지 않았던 관객들에게는 전혀 알지 못하는 캐릭터들이 이야기 속에 등장했기 때문에 이 캐릭터를 응원하거나 이해하는 것이 쉽지 않게 느껴진다. 그래서 영화 내내 이들의 존재감은 캡틴 마블에 묻혀 잘 보이지 않는다.
무엇보다 캡틴 마블이 과거에 했던 실수를 만회하는 과정에서 우연히 끌려들어 온 미즈 마블과 모니카의 모습은 캡틴 마블의 심적 고민을 해결하기 위해 큰 이유 없이 더 마블스라는 팀을 구성하는 것처럼 느껴진다. 그러니까 캡틴 마블 혼자서 해결할 수 있었던 다르-벤의 악행에 왜 팀이 필요한지를 영화가 명확히 설명하지 못하고 있다. 그래서 캡틴 마블의 광팬은 미즈 마블과 가족과 같은 존재인 모니카의 등장은 영화에 진짜 필요해서라기보다는 캡틴 마블의 감정적 고뇌를 좀 더 부각시키기 위한 양념처럼 쓰였다.
다르-벤이 자신의 행성에 물이 필요하게 되자, 물을 빼앗아가기 위해 방문하는 행성이 있다. 바로 얀 왕자(박서준)가 다스리고 있는 행성이다. 이 행성에서 캡틴 마블은 얀 왕자와 혼인 서약을 맺은 것으로 나온다. 여기에 별도의 설명이 없었기 때문에 노래로 대화하는 이 행성에서 벌어지는 일은 영화 전체의 서사에서 크게 필요하지 않은 것처럼 느껴진다. 그래서 한국 배우인 박서준의 존재감도 크게 부각되지 못한다.
<더 마블스>이후 마블 영화 시리즈는 반등할 수 있을까
<더 마블스>는 마블 페이즈 5의 세 번째 작품이다. 신인 감독인 니아 다코스타에게 연출을 맡겨 반등을 하려 했지만 성공적으로 보이지 않는다. <앤트맨과 와스프: 퀀텀 마니아>의 실패가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3>의 흥행으로 만회되는 듯했지만 이번 <더 마블스>에서 반등하지 못한 채 관객에게 실망을 안길 것으로 보인다. 과거 마블 영화하면 느껴졌던 기대감이나 만족감이 많이 사라진 이번 영화 이후 마블은 현재 고수하고 있는 시리즈와의 연계성과 매력 없는 새로운 캐릭터에 대해서 다시 고민해야 할 것 같다.
캡틴 마블은 영화 속에서 자신의 잘못을 바로 잡기 위해 아주 간단하게 힘을 들여 크리족의 행성에 없어진 무언가를 만들어낸다. 그것은 이번 영화 속에서 캡틴 마블의 심적 고민을 어느 정도 해결해 줄 수 있는 방법이었다. 캡틴 마블이라는 이름아래서 캐럴 댄버스라는 인물은 어쨌든 심적 성장과 삶의 방향성을 어느 정도 결정했다고 볼 수 있다. 여기엔 그를 지원해 줄 수 있는 미즈 마블과 모니카가 옆에서 심적 안정감을 주고 있기도 하다. 앞으로의 이야기에서도 캡틴 마블은 절대적 힘을 가진 존재로서 마블 영화에 계속 등장하게 될 것이다. 비록 영화와 이야기의 완성도는 만족스럽지 않지만, 언젠가 다시 강력한 히어로로서 마블 영화 시리즈에 등장하게 될 것이다. 여러 실패들에도 불구하고 좋은 이야기와 완성도를 가진 마블 영화 속의 캡틴 마블을 볼 수 있길 바란다.
*영화의 스틸컷은 [다음 영화]에서 다운로드하였으며, 저작권은 영화사에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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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올 여름 휴가는 넷플릭스로!
공포, 스릴러 영화로 가득했던 넷플릭스 공개작! 다들 보셨나요?
저는 집에서 넷플릭스 공포 영화를 보며 피서를 즐겼답니다!
이번 8월 공개작은 7월 공개작에 비해 좀 더 다양한 장르로 돌아왔는데요.
이번엔 어떤 영화가 공개될지, 함께 보실까요?
1. 애프터매스 - 피터 윈더 (2021)
공포/스릴러 ㅣ114분 ㅣ 미국 ㅣ청소년 관람불가
21.08.04 공개 예정
"관계 회복을 위해 환경을 바꾸려는 젊은 부부가 저렴하게 나온 꿈의 집에 입주하면서
벌어지는 실화를 바탕으로 한 극 영화."
★ 실화를 바탕으로 한 영화! <트와일라잇> 시리즈의 앨리스 컬렌 역 애슐리 그린 주연!
2. 더 스웜 - 쥐스트 필리포 (2020)
판타지,공포,드라마 ㅣ101분 ㅣ 프랑스 ㅣ15세 관람가
21.08.06 공개 예정
" 식용 메뚜기 사육을 시작한 싱글맘 비르지니.
기대만큼 번식은 되지 않던 중에 메뚜기가 피에 광분한다는 사실을 발견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
★ 시체스 영화제에서, 스페셜 배심원상과 여우주연상을 수상한 초 자연적 현상을 다룬 이야기!
3. 키싱 부스 3 - 빈스 마르셀로 (2021)
멜로/로맨스, 코미디 ㅣ113분 ㅣ 미국 ㅣ15세 관람가
21.08.11 공개 예정
"절친이 있는 버클리? 아님 남친이 있는 하버드?
둘 중 어디에 입학할지 못 정한 엘. 역대급 여름을 위한 버킷 리스트부터 세운다.
근데 구 썸남의 등장으로 묘해진 이 분위기, 어쩔거야?"
★ 많은 사랑을 받은 키싱 부스 시리즈 3부작의 대미를 장식한다!
4. 베킷 - 페르난도 치토 필로 마리노 (2021)
액션,드라마,스릴러 ㅣ108분 ㅣ 이탈리아,브라질,그리스,미국 ㅣ15세 관람가
21.08.13 공개 예정
"그리스에서 비극적인 사고를 겪은 미국인 관광객.
그가 알 수 없는 이유로 암살의 표적이 된다.
남자를 조여오는 정치적 음모의 실체는 무엇일까.
그 답과 생존을 향한 필사의 도주가 시작된다."
★ <테넷>의 존 데이비드 워싱턴, 오스카 상을 수상한 알리시아 비칸데르,<나르코스>의 보이드 홀브룩의 만남!
5. 스위트 걸 - 브라이언 앤드류 멘도자 (2021)
액션,스릴러,드라마 ㅣ96분 ㅣ 미국 ㅣ15세 관람가
21.08.20 공개 예정
" 대형 제약사의 일방적인 결정으로 약을 구하지 못해아내를 잃은 레이 쿠퍼가 유일한 가족인 딸을 지키고
아내의 죽음에 대한 진실을 파헤치는 넷플릭스 영화."
★ <아쿠아맨>의 제이슨 모모아가 가족을 위해 싸우는 아버지로 등장!
씨네랩 에디터 Ri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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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상에서 가장 어려운 건 역시 짝 찾기와 퇴사
전쟁 같은 사랑
마치 첫 만남에 내 사랑을 찾은 것 같았다. 그냥 일개 변호사였던 렌필드. 비서를 구한다는 누군가의 공고에 이끌리듯 성으로 들어갔다. 도착한 곳은 이유가 무엇인지 어두컴컴하다. 여기요? 주인을 부르는 질문에 남자가 등장한다. 말투가 이상하다. 뭔가 중 2병의 느낌을 풍기는 남자. 알고 보니 중 2병 무드만 품기면 다행이었다. 남자의 정체는 드라큘라였다. 영생과 무한한 능력을 하사 받은 렌필드. 벌레를 먹으면 모든 걸 다 씹어먹는 빌런이 되어 사람의 팔다리 다 뜯어버린다. 이렇게 초자연적인 힘을 그냥 무료로 얻을 리는 없다. 드라큘라와 렌필드가 만나게 된 계기는 직장이다. 그러니까 렌필드가 드라큘라의 수발을 들어야 하는 입장이었던 셈이다. 피를 먹어야만 생을 연장할 수 있던 렌필드. 렌필드는 순수한 체하며 인간의 피를 구해오거나 사냥꾼들을 드라큘라와 때려잡는 일을 하고 있었다.
당연히 이 일이 떳떳할리는 없다. 도망자 신세인 렌필드. 드라큘라는 별생각 없어 보이지만 렌필드는 이런 삶에 진절머리가 나기 시작했다. "저 그만두고 싶습니다!" 용기 내어 드라큘라에게 고백한다. 드라큘라의 대답은 온화했다. "그래. 뭐 그만둘 수도 있지." 바로 정색하는 렌필드. 드라큘라의 대답은 곧바로 차가워진다. "내 힘으로 이 삶을 누리고 있으면서 감히 퇴사?"라는 말로 맞받아친다. 바로 렌필드를 빈사상태로 만드는 드라큘라. 드라큘라는 렌필드를 구워삶기 시작한다. "오직 나만이 너에게 사랑과 능력을 줄 수 있는 사람이야"라고 말하는 드라큘라. 가스라이팅이 시작됐다. 물리적으로도, 정서적으로도 렌필드의 독립은 좀 멀리 있는 듯하다. 과연 그는 진정한 의미의 자유를 찾을 수 있을까?
이런 거 좀 기다렸어
2주 전인가? <곰돌이 푸 : 피와 꿀>이라는 영화를 봤다. 본 시기가 주말이었고 cgv 공식 어플의 3천 원 할인쿠폰을 적용해서 봤으니 12000원이 들었다. 그리고 영화가 끝나고 극장에서 나올 때 엄청 후회했다. 그냥 <리바운드> 볼 걸. 뭐랄까 극장에서 모욕을 당하는 느낌이었다. 어떤 이유에서 모욕을 당했을까. 한 35가지의 이유가 있지만 그중 하나는 '곰돌이 푸'를 활용한 방식이다. 영화의 전체적인 콘셉트는 인간에게 버림받은 곰돌이 푸와 피글렛이 살육극을 벌이는 내용이다. 퍼블릭 도메인을 패러디해서 영화를 만든 것이다. 단점 중 하나는 이 지점에서 온다. 전체적으로 이 영화의 주인공이 푸, 피글렛이 아니어도 된다는 것이다.
영화는 이와 반대로 드라큘라와 렌필드를 활용한 이유를 보여주는 편이다. 일단 드라큘라라는 캐릭터의 가장 큰 특성 중 하나는 피를 빨아먹어야 살 수 있다는 점이다. 이는 렌필드와 드라큘라의 관계를 은유하는 특성이기도 하지만 영화의 주제적인 측면과도 관련이 있다. 영화 초중반부 렌필드에게 어떤 사건이 벌어진다. 이 사건 덕에 렌필드는 시각이 넓어지는 성장을 겪게 된다. 이 시퀀스에서 하이라이트처럼 반복되는 대사가 있는데 이 문장도 생각해 보면 영화의 어떤 부분을 반박하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된다. 또 영화에서 핵심 소재 중 하나인 '나쁜 관계 모임'을 들여다보면 역시 흥미롭다. 이 모임에 소속한 인물들이 빨아 먹히는 관계를 유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렇게 영화에서 드라큘라의 속성을 빗대 영화의 갈등구조로 활용한 방식은 그냥 단지 재밌으려고 영화의 핵심을 만들지 않았다는 점은 영화의 강점으로 칭찬받을만하다.
또 영화에서 드라큘라 원작의 디테일을 잊어버리지 않았다는 점 역시 좋은 점수를 줄 만하다. 앞에서 언급한 <곰돌이 푸 : 피와 꿀>은 그냥 등장인물만 갖다 놓은 수준(일례로 푸와 피글렛이 사람들에 상처받아서 극단까지 간다는 것 자체가 인물들이 지나치게 평면적이라는 느낌이 드는 정도)인데 이 <렌필드>는 다르다. 우선 원작에서 렌필드가 어떤 걸 먹으면 힘을 얻는다. 이는 원작에서도 알 수 있는 속성이다. 그러나 렌필드라는 인물의 특성을 갖고 온 지점이 원작에만 있지는 않다. 대표적으로 직업인 변호사에 대한 것도 다른 창작자가 만든 부분을 갖고 왔다. 게다가 영화에서 중후반부에 제시되는 드라큘라의 목표와 관련된 부분도 다른 작품에서 갖고 온 듯하다. 이렇게 이것들 말고 다른 드라큘라들의 특성을 갖고 와서 오마주한 것들을 찾아보는 재미도 분명한 영화의 강점이라고 생각한다.
액션 칭찬해
영화의 가장 큰 강점은 코미디적 요소나 자아 찾기라는 테마가 들어있는 대사들이 아니다. 바로 액션이다. 이 영화에서 액션은 필수적이다. 렌필드가 드라큘라에게 자아를 의탁했다는 콘셉트를 살리려면 당연히 렌필드가 얼마나 강력한지를 묘사해야 한다. 영화는 이를 잘 보여준다. 마블의 캡틴 아메리카를 예를 들어 설명하면 쉽다. 캡틴 아메리카는 혈청을 맞고 인간의 운동능력 이상의 것을 가진 인물이다. 그걸 기점으로 빌런을 두들겨 패는 캡틴 아메리카. 뭐 빌런들이 붕 날아가는 것도 그의 파워를 보여주는 방식이겠지만 글쓴이는 살짝 다르게 생각한다. <더 수어사이드 스쿼드>처럼 악당들의 팔, 다리를 뽑아버리는 묘사도 그 인물의 강력함을 보여주는 연출 방식 중 하나가 되지 않을까? 영화는 이를 그대로 구현한다. 렌필드 역을 맡은 니콜라스 홀트는 그 큰 피지컬을 활용하며 합을 잘 맞춘 액션을 보여준다.
그중 글쓴이가 ‘액션 좋다’라고 느낀 부분은 초반부다. 렌필드가 모임을 참석하고 만난 인연이 있다. 이 인연을 괴롭히는 나쁜 인간들을 혼내주러 간다. 이 장면에서 시각적인 효과나 사운드를 잡은 방식이 경제적이었기 때문에 렌필드라는 인물을 설명하기가 용이해진다. 사실 이 시퀀스보다 좋았던 건 후반부/극후반부에 들어가는 액션이다. 이 장면들은 사건이 벌어지는 공간적인 특성을 잘 활용했다는 느낌이 든다. 렌필드가 위에서 아래로 떨어질 수도 있고, 지형지물을 뜯을 수도 있고, 벌레를 먹기에도 용이하다는 특성은 필연적으로 이곳이기 때문에 가능했다. 또 이 장소의 특성은 위에서 아래로 떨어지는 인물들을 묘사하는 것에도 강점을 가진다. 니콜라스 홀트가 범주가 넓은 배우라는 것을 알 수 있는 계기가 되었다.
케서방과 아콰피나
이 영화에서 핵심이라고 볼 수 있는 인물은 당연히 드라큘라다. 원작을 드라큘라에서 가져왔기 때문이다. 이 드라큘라라는 역할은 많은 드라마/영화에서 수도 없이 등장했기 때문에 살짝 식상하게 느껴질 수도 있다. 이렇게 독이 든 성배 같은 역할을 니콜라스 케이지라는 베테랑이 맡았다는 것은 어느 관점에서 신선하게 느껴진다. 니콜라스 케이지 이 영화에서 연기 정말 잘했다. 이 영화 사실 굉장히 잔인하다. 팔다리 뜯기는 건 기본이고 피가 철철 흐른다. 이는 영화의 스타일을 가로지르는 연출 방식이 된다. 반대로, 영화가 호러영화로서의 특성을 가지는 것은 이 니콜라스 케이지의 연기 덕분이다. 니콜라스 케이지는 정통파 빌런처럼 연기한다. 글쓴이의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잭 니콜슨의 ‘조커’가 생각이 났다. 장난스럽고 익살스럽지만 그만큼 괴기스러운 한 방을 갖고 있는 느낌? 자기 파괴적인 면모를 가졌던 호아킨 피닉스의 조커 / 광기에 사로잡힌 <데어 윌 비 블러드>의 선데이 / 기분 나쁜 느낌을 아주 잘 이해하고 있는 <더 배트맨>의 조커, 리들러보다 더 클래식에 가까운 빌런을 연기한 것이다. 실제로도 니콜라스 케이지는 평범한 일상을 보내고 있는 사람들 사이에서 어쩌면 예상 가능하게 행동한다. 그런데 여기서 영화의 서스펜스를 극대화시키는 좋은 연기를 보여준다. 또 니콜라스 케이지는 이 영화를 받자마자 자기가 할 수 있는 롤을 그대로 이해하고 연기하는 듯하다. 이런 그의 연기는 전작에서도 볼 수 있었다. <피그>에서 보여줬던 1인 캐리를 이 작품에서도 확인할 수 있는 셈이다. 지금 4월이라 속단하긴 이르지만 아마 내년 초 유수의 시상식에서 남우조연상 후보에 이름을 올릴 것이다.
아콰피나는 매력적인 캐릭터를 맡아 잘 맞는 옷을 입은 듯 활약한다. 사실 이 아콰피나가 맡은 역도 좀 뻔하다. 뭔가 이 사람의 이면에 무언가가 있고, 이를 이겨내기 위해 겉으로 센척하는 그런 인물 타입이다. 어찌 보면 장르의 관습에 기댔다고 볼 수도 있다. 이런 전형적인 캐릭터세팅은 영화의 단점처럼 느껴지기도 하는데, 아콰피나는 이를 본인만의 화법으로 주파한다. 글쓴이는 이 역할에서 개성을 부여한 방식이 눈빛연기에서 온다고 생각한다. 렌필드를 대하는 방식이 점점 변하는 걸 어렵지 않게 알 수 있는데, 이를 투사한 표정연기가 이야기의 핵심이 될 만큼 영화에서 악센트를 주는 퍼포먼스를 보여줬다.
강강강
뭐 니콜라스 케이지 연기 잘하고 니콜라스 홀트, 아콰피나가 매력적인 데다 영화가 품고 있는 메시지도 건강한 데다 액션까지 잘 뽑아서 적당히 재밌는 영화 같다. 그리고 실제로 그렇기도 하다. 영화는 잔인한데도 불구하고 팝콘을 어렵지 않게 먹을 수 있을 만큼 보기 좋은 작품이다. 그러나 영화의 템포가 내내 빠르게 후다닥 진행된다는 점은 호불호가 나뉠 수 있는 한 지점이다. 보면 좀 생략되어 있는 부분도 많고 불필요하게 고어한 느낌도 없지 않아 있다.
또 캐릭터들을 사용하는 방식이 살짝 전형적이라는 느낌은 좀 아쉽다. 아이디어가 창의적이었던 것은 맞다. <조커>를 통해 악인의 발생을 탐구해 현대사회를 관통하는 문제점을 제시했던 것과 유사하게 <렌필드>를 통해 자아 찾기의 의의를 조명한 것이다. 그러나 <렌필드>는 이 영화가 품고 있는 메시지만을 표현하기 위해 공장에서 찍은 듯한 느낌이 드는 감이 있다. 왜? 인물들이 다 배우의 이미지에 어느 정도는 의존한 느낌이 있기 때문이다. 지금 글을 쓰는 시점에서 드라큘라에게 인상 깊던 장면은 있어도 렌필드와 레베카에게 인상 깊던 장면이 뭘까하면 생각이 안 난다. 심지어 이 글을 쓰면서도 아콰피나가 맡은 역을 검색했으니 말이다. 이런 공산품적인 특성은 영화의 후반부 때문에 더 강하게 느껴지는 것도 어느 정도 있다. 편의적인 엔딩인 셈이다. 굳이? 싶은 것도 맞지만 영화에서 일어나지 않아도 될 일을 클리셰에 기대느라 불필요하게 사건을 벌였다는 것이 아쉽다. 영화라는 예술의 한 장르에서 엔딩은 당연히 중요하다. 그런데 엔딩을 너무 상투적으로 만드니 ‘안 그래도 뻔한’ 영화가 된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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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BIFF 데일리] 그래도 살아간다
세상에는 아무리 소리쳐도 세상 사람들에게 닿지 못하는 외침들이 있다. 거대 자본, 거대 권력들이 소시민들의 일상에 개입할 때에 외침들은 그저 묵살되어 버린다. 여기, 다리가 없지만 긍정적으로 살아가는 카자흐스탄의 한 가장이 있다. 그는 아내와 사별하고 아들과 함께 사는데, 아들이 참 효자다. 아들은 장애인으로 살아가는 아버지의 결혼 상대를 찾아주고 싶어 친구와 함께 '아버지 신붓감 찾기 프로젝트'를 감행한다. 이 부자는 신붓감을 찾아 온전한 가족으로 거듭날 수 있을까? 하지만 길이 참 험난해 보인다.
1. 간단한 플롯 속 노골적인 듯 하면서 함축적인 복선들
이 영화의 플롯은 생각보다 간단하다. 어린 아이의 시선에서 아버지, 멜리스의 짝을 찾아주고 싶은 아들, 갈라스의 순수한 마음이 돋보이고, 그 과정에서 참 눈치없는 갈라스의 친구는 특유의 순수함으로 갈라스의 속을 뒤집어놓기도 한다. 그게 이 영화의 개그 포인트이자 웃음을 유발하는 지점인데, 영화가 어수룩한 것 같으면서도 지루하지 않았던 것이 영화 중간에 이런 개그포인트들이 간혹 등장해 주었기 때문이었던 것 같다.
영화 속 배경이 되는 마을은 주민들이 별일없이 살아가는 평범한 마을일 것 같지만 고르바초프가 통치하던 소련 말기, 공산주의에 대한 신념을 관성처럼 지니고 사는 사람들이 많은, 아직 레닌을 잊지 못한 사람들이 사는 그런 시골 동네로 그려진다. 특이한 점이 있다면, 장애인들이 많이 사는 동네인 것 같은데, 멜리스는 다리가 없고, 보건소에 가면 두 팔이 없는 사람도 있고, 어딘가 정신을 놓은 듯한 사람이 마을을 돌아다니며 악을 써대기도 한다. 이 정상적이지 못한 마을의 사람들은 어쩌다가 이 마을에 모였을까 생각하게 된다. 처음에는 예전에 우리 나라에서도 한센병 환자들을 한 곳에 모아놓고 관리했던 것처럼 그런 식으로 장애가 있는 사람들을 모아놓은 마을인 걸까 싶었다.
하지만 영화를 보다보면 함축적으로 표현하려고 노력했지만 노골적으로 보이는 복선들이 있다. '반핵 운동'이라는 단어가 종종 등장하고, 마을이 핵 실험지로 이용되는 것을 반대하는 사람들과 정부를 무조건적으로 믿는 사람들이 대립하는 장면들이 등장하는 것을 보면서 이 마을은 핵 실험의 대상이 된 마을이라는 것을 알게 된다. 영화 속 시대적 배경이 미국과 소련이 핵 개발경쟁이 극에 달했던 시기이기 때문에 왜 영화 속 사람들이 다 장애를 안고 살았는지 알 수 있다. 핵 실험을 진행하던 지역에 살던 사람들은 어쩔 수 없이 핵에 노출될 수 밖에 없었기에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병이 생기고 있거나 병을 안고 태어나는 경우가 다반사였던 것이다. 멜리스가 갈라스에게 소련 시기의 주문처럼 외우게 했던 이념적 말들을 통해 반핵 운동이 일고 있는 와중에도 아직도 국가가 주입시킨 이념적 논리에서 벗어나지 못한 사람들을 묘사하고 있다. 어떤 분들은 함축적인 표현을 했다고 하시던데, 오히려 나는 그 복선들이 노골적으로 표현되었다고 생각했다. 물론 함축적으로 보이려는 형식적인 면모가 있긴 했지만 너무 의도가 잘 보여서 영화를 이해하는 데에 어려움은 없었던 것 같다.
2. 자신이 살아온 삶을 넘어 사고하지 못하는 존재, 그 존재는 곧 인간.
멜리스는 짜증나리만큼 체제에 순응하면서 살아간다. 불만을 딱히 표현하지도 않고, 자신의 욕망을 대놓고 드러내지도 못한다. 고르바초프 때면 공산주의 이념주의도 많이 시들해 졌을 시기일 텐데도 아직도 레닌을 잊지 못하고 국가가 만들어놓은 벽을 깨트리지 못한다. 레닌이 만들어 놓은 세상 이외에는 다양성 있는 사회에 대한 경험이 없어 그럴 것이다. 다른 세상이 있다는 것은 상상할 수도 없기에 그저 정부의 말을 믿을 수밖에 없는 그들의 현실을 보고 있자니, 아직도 이념 논리로 정치 갈등을 유발하시는 어떤 분들이 떠오르기도 했다.
마치 세상에는 진보, 보수 두 가지의 인간만 있다고 생각하고 세상을 거시적인 관점에서 바라보아야 한다고 주장하시는 분들을 간혹 가다 보게 된다. 인터넷 상에서도 수없이 보게 되지만 1:1로 대화하는 와중에도 갑자기 그런 의견들을 주창하시는 분들을 보곤 한다. 그럴 때마다 개인주의에 찌든 비교적 젊은 인간이 보기에는, 왜 세상을 저렇게 거시적인 논리로만 이해하려고 하실까 싶을 때가 있다.
그런데, 그 분들이 사셨던 시대들을 곱씹어 본다면, 어쩌면 반공이라는 단어가 익숙한 세대이실 수도 있고, 반공을 지나 민주화라는 단어가 익숙하신 분들에게 거시적인 논리에서 벗어나야 하는 것 아니냐는 지극히 개인적인 MZ세대(이 단어 정말 싫어하지만 워낙 매스미디어에 많이 등장하니 그냥 쓴다.)의 말들은 어쩌면 생각없고 가시돋친 말처럼 들릴지도 모르겠다라고 생각한다. 그들의 눈에는 거대 논리에는 관심이 없고 개인의 행복이 우선시 되어야 사회 시스템에 대한 관심도 생겨난다고 말하는 젊은 사람들을 보고 있자면 얼마나 유약해 보일까. 전쟁이 날까 걱정하지 않아도 되고, 독재 정권이 당연시 되지 않는 사회를 살고 있는 청년들은 이제 개인의 행복을 논해야 할 시기가 왔기에 그들의 논리를 펴는 것 뿐이지만 보고 느낀 것이 다른 세대들에게 이 주장은 너무 유약해 보일 수 있다는 점은 인정한다.
하지만 우리 모두가 생각해봐야 할 것은 우리도 이 멜리스, 갈라스가 별반 다르지 않다는 점이다. 각자 자신이 살아온 사회에서 가장 유행하는 논리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그래서 내가 경험하지 못한 사회에 대한 이해가 전무하다는 점에서 말이다. 자신의 경험에서 한치 앞을 벗어나지 못한다.
3. 비정상적인 사회에서는 비정상이 정상일 수 밖에 없다.
영화를 보다보면, 마을 사람들이 모두 미쳤다는 그 남자가 가장 정상이 아닐까 생각하게 된다. 이 사회에서 살아남으려면 그냥 내가 미쳐버려야 살 수 있는 것이다. 이 세상은 미쳤다고, 이 마을은 위험에 빠져 있다고 악을 쓰기라도 해야 안에 있는 울분이 사라지기라도 하는 것처럼. 마치 억압된 사회에 대항하다가 정부에 끌려가 고문당해 정신을 놓은 사람은 아닐까 상상해 보기도 했다. 마을 사람들은 미쳤다고 하지만 오히려 그 누구보다 브레인일 지도 모른다.
카자흐스탄 영화라고 해서 낯설었는데, 메시지도 의미가 있고, 생각보다 흡입력 있는 영화라고 생각하면서 관람했다. 영화제에 와서 영화를 보는 경험은 참 내가 가보지 못한 영역을 맛볼 수 있다는 점에서 참 가치있는 경험이라는 생각을 다시금 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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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8월 3주 최신 개봉영화(인질, 올드, 언더그라운드, 팜스프링스, 남색대문)
[WEEKEND CHOICE MOVIE] 2021년 8월 3주차 #개봉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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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에 대한 더 자세한 내용은 https://blog.naver.com/rainbbox
@Weekend Choice Movi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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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현실은 몇배는 더 잔인하다! 반전 또 반전
영화에취한다 비지니스메일: allwey02@gmail.com
영화에취한다 인스타
https://www.instagram.com/allwey01
사용중인 이어폰 : 저지연 무선이어폰 GTW270 hybri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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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토르 : 러브 앤 썬더> 티저 예고편
위대한 신의 계획이란..? ❤️+⚡️ [토르: 러브 앤 썬더] 티저 예고편 최초 공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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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만과 편견][어톤먼트] 조 라이트 감독 "짝사랑하는데 고백 못 한 사람 손✋" ⠀ 모든 장면이 마치 르네상스 예술작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