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wr2025-03-20 08:08:44
여성국극을 이어가겠다는 처연하도록 결연한 의지
영화 〈여성국극 끊어질듯 이어지고 사라질듯 영원하다〉
여성국극을 이어가겠다는 두 예술가의 처연할 정도로 강렬한 의지가 일렁이는 이 영화에서, 전반부의 한 장면과 후반부의 한 장면은 데칼코마니처럼 포개진다. 3세대 여성국극인 박수빈과 황지영은 여러 곳을 다니며 여성국극을 비롯해 판소리 등을 공연한다. 시설을 갖춘 공연장뿐 아니라 민속촌, 복지관, 지역 축제 등 무대는 다양하다. 종종 민망한 순간이 생긴다. 뭔가 볼거리가 있나 싶어 스윽 들어왔다가 이내 발길을 돌리는 관광객이나 축제 참여자들은 공연자를 머쓱하게 만든다. 무대를 준비하는 자와 관람하는 자 사이에 열정의 불균형이 심각하다는 것은 두 사람의 예술 활동이 그리 녹록치 않다는 의미일 터다.
두 사람의 공연장은 일본 여성가극단의 공연장과 극적인 대비를 이룬다. 2층으로 된 전용 무대를 가진 일본 여성가극단은 탄탄하게 명맥을 유지하고 있는데, 이 무대를 관람한 두 사람은 무언가를 이어나가는 양국 예술가 사이의 커다란 격차에 부러움을 느낀다.
영화의 후반부는 일본 여성가극단 공연장과 비슷한 규모의 무대에 두 사람이 1세대, 2세대 여성국극 레전드를 모아 함께 공연을 올리기까지의 여정을 담아낸다. 어느 해 저무는 바닷가에 앉은 박수빈, 황지영의 모습에 더해지는 박수빈의 내레이션처럼, 사라질 위기의 여성국극을 ‘3년만 더 해보자’는 다짐을 더 길게 연장하기 위한, 또 다른 시작의 계기를 마련하기 위한 공연이었다.
두 사람이 연출자를 섭외하고, 여성국극 레전드 선배들을 만나고, 그들의 서로 다른 의견과 작품 해석을 어렵게 조율하고, 관객과 후원자를 모집하기 위해 접대하는 모습은 처연할 정도로 결연하다. 노래방에서 자신보다 한 세대 높은 (대부분은 남성인) 어른들과 술을 주고받고 노래를 부르며 어떻게든 공연을 성황리에 꾸리려 노력하는 박수빈의 모습이 특히 그렇다. 이 모습은 우리가 ‘예술가’를 상상할 때 쉬이 떠올리는 이미지와는 거리가 멀다. 그러나 모든 예술에는 무대 위의 아우라를 가능케 하기 위한 질척거리는 현실이 있기 마련이다. 불콰한 얼굴로 맞은편의 사람들에게 호소하고 설득해내려는 박수빈의 모습이 강렬하게 강인시키는 것이 바로 이것이다.
그리하여 두 사람은 기어이 그토록 부러워하던 일본 여성가극단의 공연장을 한국에서 여성국극으로 재연하는 데 어느 정도 성공한다. 93세 배우와 93년생 배우가 함께 무대에 올라 여성국극의 명맥이 앞으로도 이어질 것이라는 두 사람의 의지를 선배, 관객들과 함께 증명해 보이는 것이다. 두 사람이 운영하는 여성국극 단체가 한 지역 예술의전당에 상주 단체로 자리 잡는 것으로 마무리되는 이 영화의 결말 역시 이 연장에 있다.
1950년대 전성기를 누린 여성국극은 여성들만으로 무대를 꾸린 무대 예술로 당시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다. 전쟁 이후 가부장적 젠더 질서가 훼손된 틈새에서 피어난 예술로 ‘남자 같은 여자’들이 연기한 남역이 특히 인기를 끌었다(영화가 보여주듯이, 오늘날 예술의전당 여성국극 오디션에서도 지원자들은 대부분 남역을 원한다). 이를테면, 2세대 레전드 이옥천이 짧은 머리로 바지 주머니에 손을 꽂고 중성적인 목소리로 이 영화에 처음 등장할 때 뿜어내는 젠더 위계를 위반하는 미학을 예술 장르로 만들어낸 것이 바로 여성국극이었던 것이다. 그러나 여성국극은 1960년대가 되며 빠르게 인기를 잃었다.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여성국극을 연구한 몇몇 논문이 말하듯이, '가부장적 자본주의 국가' ‘초남성주의적 발전주의 국가’를 만들어가는 과정에서 여성국극 배우들과 그 팬들이 형성한 젠더 역동성이 더 이상 사회적으로 용인되기 어려워졌다는 점이 크게 작용했다. 다시 남성이 주체가 되어 근대와 미래를 열어가려는 사회, 여성에게 ‘본연’의 역할로 회귀하기를 요구하는 사회에서 여성국극이 설 자리는 없었던 것이다.
그러나 여성국극이 처음 나온 지 80여 년이 훌쩍 넘은 지금, 그때와는 다른 방식으로 젠더 질서가 재편되고 있는 지금이 어쩌면 여성국극의 새로운 계기가 되어줄 수도 있지 않을까. ‘전통도 꿈꾸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다는 박수빈의 포부가 새로이 펼쳐질 계기 말이다. 〈정년이〉 등으로 다시금 환기된 여성국극에 대한 관심이 박수빈, 황지영의 간절함과 만나 '끊어질 듯 이어지고 사라질 듯 영원한 것'보다는 조금 더 힘 있는 방식으로 여성국극을 이어갈 계기가 되길 바란다.
*영화 매체 〈씨네랩〉에 초청받은 시사회에 참석한 후 작성한 글입니다.
Relative conten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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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생충'을 독립영화로 만든다면
7★/10★
*영화의 스포일러가 포함된 글입니다.
영화는 앳된 얼굴의 남녀와 갓난아기 한 명으로 구성된 가족이 모델하우스 안에 있는 장면으로 시작한다. 남루한 옷차림의 그들은 커다란 캐리어와 터질 듯이 싸맨 다회용 쇼핑백이 손에 한가득이다. 번듯하게 꾸민 모델하우스와 영 어울리지 않는 모습이다. 여기가 바로 영화 〈홈리스〉가 천착하는 지점이다. ‘인간’과 ‘공간’의 좁혀지지 않는 위계 말이다. 인간이 만들었으나 인간을 소외시키는 ‘집’이라는 공간이 집을 가지지 못한 자들에게 남기는 상흔의 궤적을 따라가 보자.
남편 한결은 배달 대행사에서 일하고, 아내 고운은 아기를 돌보며 틈틈이 전단지 아르바이트*를 한다. 열심히 모은 돈을 전세사기를 당한 후 찜질방을 전전하는 그들. 그러나 찜질방은 갓난아이를 키우기 적합한 곳이 아니다. ‘사소한’ 고난이 쌓일 때마다 한결과 고운의 얼굴에 묻어나는 표정은 가난과 ‘부동산 없음’이 야기한 일상적 체념의 정서를 훌륭히 대변한다.
어렵게 생활을 이어가던 중 한결이 깜짝 놀랄 만한 소식을 가져온다. 자주 배달을 나가 친하게 지내던 혼자 사는 할머니가 미국으로 여행을 떠나는 한 달간 집을 맡아달라고 부탁했다는 것이다. 오래되고 투박한 주택이긴 하지만 한결과 고운에게는 지친 몸을 쉬이고 아이를 건강히 양육할 최적의 장소다.
그러나 드문드문 보이는 한결의 께름칙한 표정이 암시하듯, 할머니의 부탁은 애초에 없었다. 할머니의 사고사를 목격한 한결은 경찰에 신고하는 대신 이를 집 문제를 해결할 기회로 삼고자 한다. 이 사실을 안 고운 역시 처음에는 팔팔 뛰며 분노하지만 이내 자신들에게 다른 대안이 없음을 알고 오히려 적극적으로 ‘빈 집’을 욕망한다. 영원히 손에 잡을 수 없을 것 같았던 집, 곰팡이 냄새가 풍기는 반지하가 아닌 집을 그들은 거부할 수가 없다.
결국 중요한 건 설득력이다. 봉준호 감독의 〈기생충〉을 연상케 하는 이 기괴한 설정을 관객이 납득하려면 설득력이 필요하다. 그리고 〈홈리스〉는 ‘가난한 마음’이 서서히 ‘타락’하는 과정을 보여줌으로써 이를 훌륭히 해낸다. 한결은 떡볶이를 배달시킨 어린이가 음식값 1만 원 대신 5만 원을 내자 다시 그 집으로 찾아가 잔돈을 거슬러주는 사람이다. 즉 그는 극도로 어려운 상황에서도 양심을 지킬 줄 아는 사람이다. 하지만 가난이 그 마음에 흠집을 낸다.
가난하다는 것은 돈이 없는 상태 그 이상이다. 한결과 고운이 보여주듯 가난은 자신의 시간을 마음대로 쓸 수 없고, 늘 아쉬운 소리를 해야 하며, 삶의 매 순간마다 자본주의 사회에 막혀 튕겨 나오는 경험이 일상화된 상태다. 그리하여 한 번 미끄러지면 남들보다 힘겹게 지켜온 양심과 도덕이 걷잡을 수 없이 무너지는 상태다. “오빠도 좀 훔쳐와!”라는 고운의 한이 어린 말, 자신을 믿고 돈을 빌려준 사장의 돈을 훔치는 한결, ‘빈 집’을 차지했다는 죄책감보다 평온함이 점차 커지는 젊은 부부의 마음이 이를 증명한다. 양심과 도덕은 계급적 조건이 갖춰져 있을 때에만 단단할 수 있다. 한결과 고운의 자리에 가 보지 않은 사람은 그들을 욕할 수 없다는 소리다.
“누가 우리한테 관심 있는데!” 적당한 때가 되면 할머니 집에서 나가자는 한결에게 고운이 소리친다. 가난이 야기한 분노의 응어리가 느껴진다. 한결과 고운이 괴로워하며 계속 미끄러지는 동안 아무도 이들 손을 잡아주지 않았다. 가난하고 집 없는 사람들은 철저히 방치되고 있다. ‘도둑질’은 살기 위한 선택이었을 뿐이다.
그러나 동시에 이 선량한 부부는 할머니 제사를 지내주며 한결에게 친절했던 유일한 사람이었던 그녀를, 세 가족이 살아갈 집을 기묘한 방식으로 상속한 그녀를 추모한다. 결국 부부가 믿고 기댈 곳은 할머니가 전한/남긴 마음뿐이라는 듯. 집이라는 꿈에 배반당한 가난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담은 〈홈리스〉는 투기 담론이 가린 곳을 밝게 비춘다. 투기에 중독된 우리는 과연 그곳으로 시선을 돌릴 수 있을까?
*그녀가 붙이는 전단지는 고수익을 보장한다는 부동산 임대 사업 전단지다. 노동의 영역에서도 부동산은 하나의 상징이 되어 고운을 소외시킨다.
영화 전문 웹진 〈씨네랩〉에 초청받은 시사회에 참석한 후 작성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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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들의 시선 속 아버지이자, 예술가
1929년 평안남도 맹산에서 태어나 유년기 시절 할아버지와 외삼촌에게 서예와 데생을 배우고 이쾌대의 성북회화연구소에서 공부하는 동화가로 활동하며 이후 일제강점기와 6.25 전쟁 등 한국 역사의 아픈 격동기를 목격하면서 상처받은 개인의 기억 안에 뒤엉킨 시대적 상흔들을 화폭에 담아 세계적으로 인정받은 김창열 화백의 다큐멘터리 영화 물방울을 그리는 남자 리뷰입니다. 연출을 맡은 김오안은 그의 둘째 아들로, 아버지이자 예술가로서 자신이 느낀 경외심과 존경심을 담은 작품이라 할 수 있습니다. 미술 쪽엔 문외한이지만, 세상을 떠나기 전 모습부터 아들의 속마음이 드러난 내레이션까지 마음 편히 어려움 없이 볼 수 있었습니다.
※ 최대한 자제하였으나 일부 스포일러가 될 수 있으니 주의 부탁드립니다.
그래서 나 자신에게 말했지. 이게 내가 해야 할 일이라고
시놉시스: 50년간 묵묵히 '물방울'만을 그리며 물방울 작가로 사랑받은 화가 김창열 침묵과 고독으로 가득한 그의 세상에는 기묘한 균열이 존재한다 자신의 아버지이자 같은 예술가인 '인간 김창열'을 이해하기 위해 카메라를 든 아들은 그리움의 시간을 살다 간 그의 삶을 담는다.
예고편│ Trailer
원제: L'homme qui peint des gouttes d'eau, 영제: The Man Who Paints Water Drops
감독·각본: 김오안, 브리지트 부이오
출연진: 김창열│장르: 다큐멘터리│상영 시간: 79분
국가: 한국, 프랑스│등급: 전체 관람가
평점: 관람객 7.0, 네티즌 8.73, 기자·평론가 7.25, 왓챠피디아 3.6
개봉일: 2022년 9월 28일
제작: (주)미루픽처스│배급: 영화사 진진
수상내역: 13회 DMZ국제다큐멘터리영화제(특별상 - 신진감독상)
보러가기: 현재 극장 상영 중
# 물방울을 그리는 남자 평점
따뜻한 거리감 속에 묻어나는 애정 어린 시선
프랑스를 주 활동 무대로 50년간 물방울 그림을 통해 세계적인 명성을 얻은 김창열 화백에 대한 다큐멘터리로, 2021년 작고하기 이전 5년의 시간과 그가 살아온 인생을 역사와 함께 되짚어 보는 아들의 시선을 따라가는 작가주의적 분위기를 냅니다. 전쟁의 참상을 두 눈으로 목격하고 그 외상을 평생 지고 살아오며 오랜 세월 끝에 자신의 화실에서 마주하게 된 다양한 물방울, 그가 본 모든 피를 물의 원천으로 변형해 고통을 씻어냈다는 그의 방식을 천천히 살펴봅니다.
전체적으로 작품에 대한 논의보다 그가 느꼈을 삶의 회한과 그림에 대한 집착, 고향에 대한 그리움을 담담하게 담아내는데 집중하고 점차적으로 그가 그린 물방울과 물에 대한 의미를 슬며시 밀어 넣어 잠깐의 쉼터 같은 말들로 알듯 모를듯한 그의 세계를 대중의 언어로 쉽게 풀어갑니다. 과거 전쟁의 장면도, 침묵을 유지하는 장면도, 손주들과 장난을 치는 장면도, 작가의 삶과 생각을 대중들에게 보여주고 아름답지만 집착에 가깝게 물방울만을 그린 이유를 설명합니다. 한국전쟁이라는 큰 트라우마를 겪고, 과거의 상처를 씻어내고 치유하기 위해 애절함을 담았던 그에 대한 궁금증과 이해를 위해서 말이죠.
자신의 이야기가 영화로 만들어진다면 어떤 장면을 넣겠다는 아들의 질문에 아기, 눈 내리는 숲, 고향 등을 말했던 화백, 그리고 자신의 아버지이자 예술가 김창열을 이해하기 위해 카메라를 든 김오산 감독. 한 사람의 인생과 예술가로서 설명하기에 부족한 시간이었을지 모르지만, 함께한 수많은 세월 속 묻어나는 애정에서 그의 삶을 담백하고 차분히 담아냈다 생각했습니다. 얼마나 위대한 작가인지, 얼마나 좋은 아버지인가를 떠나 부담스럽지 않을 만큼의 시선으로 아버지에 대한 그리움을 담아서 말이죠. :)한 줄 평 : 각각의 물방울에 담긴 아버지의 삶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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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9월 1주 차, 최신 씨네 뉴스
안녕하세요.
영화/ OTT 전문 큐레이션 웹 매거진 씨네랩입니다:)최근 국내외 영화 / OTT계에 어떤 소식이 있었는지 정리하는최신 씨네 뉴스 타임이 찾아왔습니다!~!그럼, 최근에 어떤 이슈가 있었는지 살펴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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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사랑할 땐 누구나 최악이 된다, 2만 돌파
ⓒ 네이버 영화
개봉 전부터 뜨거운 관심을 받았던 <사랑할 땐 누구나 최악이 된다>가
평단과 관객 모두를 사로 잡으며 개봉 10일만에 2만 관객을 돌파하였습니다.
추석 연후를 앞 둔만큼 앞으로 더 많은 관객을 모을 것으로 예상한다.
<스파이더맨 노 웨이 홈>, 10월 재개봉
ⓒ 네이버 영화
<스파이더맨: 노 웨이 홈>이 미공개 장면을 추가하여 10월 5일에 재개봉한다고 밝혔다.
기존 영화에 담지 못한 장면이 추가되며 새로운 재미를 보여줄 것으로 기대된다.
<육사오>, 100만 관객 돌파
ⓒ 네이버 영화
코미디 영화 <육사오(6/45)>가 개봉 12일만에 100만 관객을 돌파했습니다.
가볍게 즐길 수 있는 코미디 영화에 많은 관객이 모였으며, 8일 연속 박스오피스 1위를 유지하고 있습니다.
전여빈·나나 주연, <글리치> 10월 7일 공개
ⓒ넷플릭스
외계인이 보이는 지효와 외계인을 추적해온 보라가 흔적 없이 사라진 지효 남자친구의 행방을 쫓으며
발생하는 이야기를 담은 <글리치>가 10월 7일에 공개됩니다.
배우 전여빈과 나나의 출연 소식에 화제를 모으기도 했습니다.
차은우, <오늘도 사랑스럽개> 출연 확정
ⓒ판타지오
가수 겸 배우 차은우가 로맨스 드라마 <오늘도 사랑스럽개>에 캐스팅 됐다고 밝혔습니다.
차은우는 어릴 적 트라우마로 개를 무서워하는 진서원 역을 연기합니다.
설경구 주연 <소년들>, 부산국제영화제 초청
ⓒ 부산국제영화제
명장 정지영 감독과 대한민국 대표 배우 설경구가 만나며 기대를 모은 영화 <소년들>이
부산국제영화제 '한국영화의 오늘-스페셜 프리미어' 섹션에 공식 초청되었습니다.
<소년들>은 지방 소읍의 한 슈퍼에서 발생한 강도치사 사건의 범인으로 지목된
소년들에 대한 재수사에 나선 수사반장의 이야기를 그린 영화입니다.
해외
에미상 시상식, <오징어 게임> 4관왕
ⓒ 넷플릭스
넷플릭스 시리즈 <오징어 게임>이 미국 방송계 최고 권위상인 에미상에서 4관왕을 차지하였습니다.
주제가상, 촬영상, 편집상을 수상했으며, 배우 이유미가 게스트 여배우상을 받았다
씨네랩 에디터 Hiz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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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순신이 2023년의 관객에게 묻는 전쟁의 의미
마지막 전투
이 영화의 주인공은 이순신(김윤석)이다. 어느덧 전쟁 7년 차. 조선과 왜 나라(일본) 이젠 지쳤다. 희생자가 많은 조선. 이는 조선과 연합을 맡은 명나라도 마찬가지다. 전쟁에 대해 회의적인 이야기가 나오는 선조와 궁궐 안. 문신들은 전쟁을 금방 끝내고 싶어 하는 것 같다. 조선 내부에서 전쟁에 대한 온갖 논의가 오간다. 하지만 대부분 ‘전쟁 후 조선을 어떻게 운영할 것인가’에 대한 논의뿐이다. 답답한 이순신. 이 왜 나라 무리들을 그대로 놔두다간 화가 돌아올 것 같다. 이순신의 동상이몽이 조선 궁궐 내부의 신하들만 적용되는 이야기는 아니다. 일본 내부에서도 전쟁에 대한 여러 이야기가 오갔다. 고니시(이무생)와 시마즈(백윤식)는 다이묘의 입장에서 대립하는 관계다. 이 둘에게는 과제가 있다. 바로 도요토미 히데요시가 사망하면서 ‘조선에 있는 군대를 철수시켜라’라는 유언을 남겼기 때문이다. 전쟁을 어떻게 끝내야 할지 고민하는 시마즈와 고니시. 둘은 이순신만은 놔두면 안 된다고 생각해 전투를 준비하고 있다. 조선과 연합을 맺은 명나라의 장수들도 다른 목표를 갖고 있다. 의리라면 죽고 못 사는 등자룡(허준호). 등자룡은 조선에게 우호적이었지만 진린(정재영)은 뭔가 어정쩡한 태도를 취하고 있다. 전쟁을 지속하는 게 맞을까? 진린의 머릿속이 아파오기 시작한다. 전운이 감도는 조선. 세 나라의 마지막 전투가 노량 앞바다에서 벌어진다!
신선한 시도
이 <노량 : 죽음의 바다>가 느꼈던 가장 큰 장점은 신선함이다. 그 이유는 이 영화가 전작과는 다른 노선을 선택했기 때문이다. 구체적으로 이 영화의 첫 번째 목표는 <한산 : 용의 출현>과는 다르다. 짜릿한 액션 쾌감이 아니라는 의미이다. 이런 이유로 <명량> <한산 : 용의 출현>처럼 멋진 이순신 장군이 나쁜 놈들 때려잡는 액션물을 기대했다간 실망할 가능성이 크다. 그럼 이 영화의 목표는 뭘까? 바로 반전(Anti-war) 영화다. 이 목표 아래에서 본작은 전작 <한산 : 용의 출현>과는 다른 노선을 취하고 있다. 가령 전작에서 1부는 2부를 위한 전제조건이다. 후반부 액션과 거북선의 존재감을 부각하기 위해 필요한 것이다. 본작은 다르다. 본작은 사실상 1,2부가 같은 선상에 놓여 있는 것처럼 보인다. 병사들의 생사여부가 장군들 몇의 판단에 따라 달렸다는 아이러니를 묘사해야 하고, 이 ‘이순신 3부작’의 핵심 키워드인 ‘의’라는 가치도 표현해야 하기 때문이다. 전작이 단순히 서사의 인과관계때문에 사용된 것과는 정반대다. 그리고 이 1부가 전개되는 도중 볼 수 있는 캐릭터들의 선택이 흥미롭다. 이 캐릭터들은 전쟁을 형상화하고 있다. 입체적인 특성이 그대로 느껴지는 것이다. 전쟁 이기면 승리에 기쁠 것 같지만 남아있는 것이 아무것도 없는 복잡미묘함을 묘사한 것이다.
전쟁의 비참함
이 영화가 반전영화로 기획된 근거를 다방면으로 읽을 수 있다. 그 하나의 예는 카메라 시점이다. 이 영화의 카메라는 처음부터 이순신 장군의 전략가적인 면모에 강세를 두지 않는다. 이는 이 <노량 : 죽음의 바다>를 처음 기획할 때에 제작하는 입장에서 염두한 부분일 것이다. 일단 전작 2편과는 다르게 이 노량해전에 대한 기록이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 <난중일기>에서 전장의 상황을 직접 묘사하던 이순신 장군이 글을 쓸 수 없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지휘관의 입장에서 이야기를 전달할 것이 적다는 한계가 영화의 흐름과도 이어진다. 이야기 안에 판타지스러운 장면이 많이 들어가는데, 빈 공간이 많을 수밖에 없는 흐름을 상상력을 통해 영화의 에너지로 치환시킨 것이다. 이런 분위기는 이순신 장군의 최후를 묘사하는데도 안성맞춤이다. 노량해전에서 이순신 장군이 전사한다는 건 모두가 다 아는 사실이다. 그런데 타국 병사들을 해치우는 이순신 장군의 모습이 들어간다면 영화의 접근이 1차원적이게 된다. ‘임진왜란은 나쁜 놈을 때려잡는 것!’이라는 단순한 사실에 근거한 감동만 느껴지는 것이다. 이걸 그대로 따라간 것이 전작 <명량>과 <한산 : 죽음의 바다>다. 영화가 굳이 같은 방식을 선택할 필요가 있을까? 아니라면 전쟁의 참상을 고발함으로써 이순신 장군의 최후까지 무게감 있게 연출하는 것이 나을까? 영화는 후자를 선택하고 있다. 생명의 무게감을 후반부까지 잇는 것이다.
비단 카메라뿐만 아니라 이야기 전개 상으로도 반전영화를 가리키는 소재들이 적지 않게 보인다. 전작 두 편의 진주인공이었던 어떤 것이 등장/퇴장하는 방식, 병사 개개인에게 동기부여가 들어간 것, (아마 불호 평이 압도적으로 많을) 북과 꿈, 영화의 가장 첫 장면에 등장하는 인물이 캐릭터들에게 영향을 끼치는 방식 등 이 영화는 전쟁의 비참함을 내내 머금고 있다. 이는 김한민 감독이 이순신이라는 위인으로 전쟁이 얼마나 비극적인 것인가를 보여주고 싶었다고 읽힌다. 글쓴이는 이 시도가 신선했다고 생각했다. <서부 전선 이상 없다>나 <1917>에서 봤던 서양 전쟁 영화의 씁쓸함이 이 작품에서도 느낄 수 있었기 때문이다.
압도하는 존재감
이 영화의 시마즈와 진린의 존재감은 주인공 이순신만큼 강력하다. 시마즈는 고니시과 함께 이 영화를 이끄는 빌런이다. 영화는 이 시마즈를 악마처럼 묘사하고 있다. 이 악마같은 인물이 등장하는 첫 장면부터 특별하다. 우리가 아는 악마는 어떤 존재일까? 일단 우리 평범한 사람들은 다다를 수 없다. 하지만 악은 우리에게 다가갈 수 있다. 시마즈라는 인물이 이 영화에서 보여주는 행보는 이 특성을 체화한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이는 인물의 입에서 나오는 대사에서도 읽을 수 있다. 시마즈가 조-명 연합군에 대해 처음 언급할 때 입 밖에 내는 대사와 이 인물의 마지막 장면은 완벽하게 대비되는데, 이를 염두하고 영화를 본다면 더 재미있을 것이다.
정재영 배우가 맡은 진린 캐릭터는 이순신이라는 인물을 묘사하는 역할을 맡았다. 이순신의 시점에서 전개되는 이야기인데 진린이 주인공을 묘사한다? 이질적으로 들릴 수 있는 문장이지만 글쓴이는 다른 측면을 말하고 싶다. 그것은 바로 이 영화의 세계를 규정하는 것이다. 이순신이 취한 전략가적 면모를 적군이 아닌 동맹의 연합에서 어떻게 보이는지를 보여주는 것이 진린의 과제다. 그리고 정재영 배우는 진린이 이순신에게 영향받은 모습을 강한 감정표현으로 관객에게 전달한다. 글쓴이는 이 캐릭터 사용법이 꽤나 설득력이 있었다고 본다. 이는 전작 <한산 : 용의 출현>에서 변요한 배우가 맡은 ‘와키자카’와 비슷하다. 다만 등장인물이 처한 처지가 적군과 동맹군이라는 점이 다르다는 것이 차이점이다. 또 연기하는 방식도 차이점이 있다. 변요한 배우의 와키자카가 순수한 전쟁광을 맡았다면 진린은 기회주의적이지만 그 근거가 어느 정도 있는 인물이라는 점도 차이점이다. 글쓴이가 두 캐릭터 중 더 정이 들었던 건 진린이다. 와키자카가 좀 답답한 구석이 있었던 반면 진린은 조선 입장에선 박쥐 같은 느낌이지만 명의 입장에선 나름 합리적인 선택을 한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인물 연출에 있어서 김한민 감독이 더 좋은 방식을 고른 지점이다.
다만 글쓴이는 등자룡의 캐릭터가 진린과 시마즈에 비해 설명이 부족해 보였다. 이 인물의 작중 행보는 실제 인물을 그대로 따라간 것으로 보인다. 그래서 이 인물을 이렇게 묘사했던 것도 나름 합리적이다. 그러나 사실은 사실이고 영화는 영화다. 이야기상에서 이 인물이 이런 선택을 한 이유에 대해 나름의 근거가 있었다면 이 캐릭터가 주는 정서의 힘이 더 강해졌을 것이다. 그냥 이순신과 친해서? 그래 보이진 않다. 뭔가 가치관과 어그러지는 것이 있어서? 그런 묘사도 없어서 글쓴이가 상영관에 있을 때는 갑자기 전개가 빨라진다는 느낌을 받았다. 영화 안에서 이 캐릭터가 겪는 사건은 거대한데 마음은 그곳으로 향하지 않으니 괴리감이 느껴지는 것이다.
‘의’가 ‘왜?’가 되다
글쓴이는 이 영화가 가진 단점 중 하나가 사족이라는 말을 듣기 딱 좋다는 점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글쓴이는 이 영화에서 김한민 감독이 진짜 전하고 싶었던 것들이 이 사족에 있다고 본다. 글쓴이는 영화를 보며 이런 요소들이 이순신 장군이 가진 숭고함을 역사적인 맥락에서 찾겠다는 김한민 감독의 의도를 품고 있는 것처럼 느껴졌다. 가령 이순신이 아들과 대화하는 장면이 있다. 이 장면에서 누군가에게 서찰을 받고 어떤 행동을 한다. 이 서찰을 각색하는 과정에서 이 인물의 이름을 굳이 언급할 필요가 있을까? 글쓴이는 아니라고 본다. 이순신 장군의 통찰력을 보여주는 장면인 것이다. 또 영화에서 반복되는 어떤 소리, 러닝타임 다 끝나고 올라가는 쿠키영상에서도 이와 비슷한 느낌을 받았다. 반복되는 소리가 눈에 보이는 가시적인 것이 아니듯 이순신 장군의 직업윤리가 후세대에도 빛을 발했다는 것을 청각적인 요소로 보여준 것이다. 또 쿠키 영상 역시 마찬가지다. 글쓴이는 이 쿠키 영상도 역사에 대한 코멘트라고 생각했다. 쿠키 영상에서 어떤 인물이 등장하는지를 주의 깊게 본다면 이 영화를 보는 폭이 넓어질 것이라 생각한다.
김윤석의 이순신
김윤석 배우의 이순신은 3부작 중 가장 빛나는 모습을 보여준다. 최민식 배우와 박해일 배우의 이순신은 장군으로서의 위엄이 가장 중요한 캐릭터들이다. 가령 <명량>에서는 이순신이 병사들을 독려하며 군대를 격려하는 장면에 방점이 찍혀있다. <한산 : 용의 출현>에서는 정적인 구도가 기억에 남는다. 이 정적인 구도는 영화에서 장점이자 단점이다. 멋진 박해일 배우와 진부한 플롯을 동시에 볼 수 있는 것이다. 하지만 본작 <노량 : 죽음의 바다>에서는 정적이고 감정전달의 폭이 넓고 깊은 이순신 둘 다 확인할 수 있다. 대표적으로 이 영화에서 ‘신파극이다!’라는 말을 듣기 딱 좋은 부분이 있다. 이 부분 연기도 김윤석 배우가 보여준 역량이 아니었다면 정말 신파극처럼 보이기 쉬웠다. 그리고 김윤석 배우는 목소리 톤을 내는 방식으로도 이순신을 표현한다. 진린과 대화하는 장면이 그런데, 일정한 톤으로 이순신의 결기를 표현하는 좋은 연기였다. 이는 아수라장인 전쟁터에서 감정표현이 드물다는 인물의 특성을 통일성 있게 끌고 가는 좋은 선택이었다.
이걸 기대하고 간다면
이 영화에 대해 아쉽게 느껴지는 부분은 액션이다. 사실 이 영화 자체가 반전이라는 테마를 바탕으로 이야기를 전개하고 있기 때문에 이런 연출은 당연해 보인다. 하지만 그건 김한민 감독과 (나와 같은) 일부 영화팬들의 입장이다. 당연히 이순신, 그것도 김윤석의 이순신이 멋진 액션으로 왜 나라를 해치우는 액션물을 기대하고 갔다면 실망한다. 롱테이크? 조명? 촬영? 다 처절한 병사들의 모습만 보여줄 뿐 엄청난 쾌감이 느껴지지 않는다. 이런 점에서 글쓴이는 이 <노량 : 죽음의 바다>가 대중적으로 큰 흥행을 할 영화 같지는 않아 보인다.
또 전작 <명량> <한산 : 용의 출현>에서 구사했던 간단한 플롯에 익숙한 관객이라면 김한민 감독이 두는 선택이 좀 오그라들 수도 있다. 1부는 무미건조하다. 그래서 지루하게 느끼기 쉽다. 그러나 후반부는 또 다르다. 쿠키와 엔딩이 그런데, 약간 과해보이기도 하다. 글쓴이도 이 부분은 감독이 놓친 부분이라고 생각한다. <명량>에서 국수주의적 대사로 엄청난 비판을 받았던 김한민 감독이, 과연 이 선택 말고 다른 건 없었을까? 싶다면 글쓴이 입장에서도 ‘아니요’다. 차라리 그냥 존재만 언급하고 끝난다면 더 이야기가 입체적일 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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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0월 3주 차, 최신 씨네 뉴스
영화 '파묘'와 '핸섬가이즈'가 제57회 시체스국제판타스틱영화제에서 각각 심사위원 특별상과 관객상을 수상했습니다.
1968년에 시작된 시체스국제판타스틱영화제(Sitges - International Fantastic Film Festival of Catalonia)는 스페인의 카탈루냐 지방에 위치한 시체스에서 매년 개최되는 영화제입니다.
영화제는 주로 판타지, 호러, 스릴러 등 다양한 장르의 영화들을 선보이며, 벨기에의 브뤼셀판타스틱영화제, 포르투갈의 판타스포르토영화제와 함께 세계 3대 판타스틱 영화제로 불리고 있습니다.
영화 '파묘'는 2024년 국내에서 천만 관객을 돌파하며 오컬트 장르의 역사를 새로 쓴 작품으로, 시체스에서 심사위원 특별상을 받으며 글로벌 화제작으로 떠올랐습니다.
독특한 오컬트 코미디 영화 '핸섬가이즈'는 관객상을 받으며 집행위원장인 앙헬 살라 코르비(Angel SALA CORBÍ)에게 “기발하고 유쾌한 전개가 돋보이는 작품. 원작에 악령 설정을 더한 다양한 장르의 조화와 결합이 뛰어나다”라는 극찬을 받았습니다.
이번 수상을 통해 두 한국 영화는 세계 무대에서 한국 영화의 저력을 입증하며 주목받고 있습니다.
영화 지원 예산 복구 촉구 기자회견 개최
지난 16일 영화인들이 영화진흥위원회 영화제 지원 예산 복구를 촉구하며 기자회견을 열었습니다.
이들은 영화제가 창작자와 관객을 잇는 중요한 플랫폼임을 강조하며, 2024년 지원 영화제가 40개에서 10개로 축소된 것에 우려를 표했습니다.
특히 50주년을 맞았지만, 내년도 예산이 전액 삭감되어 존폐 위기에 처한 서울독립영화제의 예산 복원을 위한 서명 운동 결과도 함께 발표되었습니다. 연명을 시작한 9월26일부터 10월15일까지 175개 단체, 개인 7564명이 서명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나니아 연대기> 감독 맡은 그레타 거윅, 넷플릭스와 갈등 빚어
영화 <나니아 연대기> 연출을 앞두고 있는 그레타 거윅 감독과 제작사인 넷플릭스가
극장 개봉으로 인한 갈등을 겪고 있다고 합니다.
그레타 거윅은 해당 시리즈가 넷플릭스 스트리밍에만 제한되는 것에 대해 우려를 표하며,
극장 개봉을 넷플릭스 측에 요청했지만, 넷플릭스는 이를 거절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습니다.
이에 따라 그가 해당 프로젝트에서 빠져나올 수도 있다는 이야기까지 들리고 있다고 합니다.
프란시스 코폴라의 대작 <메갈로폴리스> 틱톡에서 화제
프란시스 코폴라의 1천800억 원 대작 <메갈로폴리스 Megalopolis>가 흥행 참패를 겪으며 어려움을 겪었지만, 최근 틱톡에서 화제가 되고 있습니다.
영화 속 아담 드라이버의 대사 “Go back to the club”이 특히 인기를 끌며 열렬한 팬층을 형성했습니다.
비평가들의 평가는 엇갈리지만, 틱톡 사용자들은 이 영화를 반복 시청하고 있다고 하는데요.
곧 Z세대의 새로운 컬트 무비로 자리 잡게 되는 것 아닐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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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비극(悲劇)을 비극(非劇)으로 그리다
이 글은 영화 <엘리펀트>에 대한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감독) 구스 반 산트
출연) 알렉스 프로스트, 에릭 두런, 존 로빈슨
56회 칸영화제 황금종려상, 감독상 수상작인 <엘리펀트>는 콜럼바인 고교 총기난사 사건을 재구성한 영화이다. 여러 평론가들의 극찬을 받은 이 작품은 여느 실화 모티브 영화들과는 다른 지점들을 갖고 있다. 또, 극 내용과는 어울리지 않는 제목과 포스터를 가진 영화인데, 그 이유에 대해 조심스레 추측해보고자 한다.
비선형적 구조와 평범한 캐릭터
이 영화는 아버지와 차를 타고 등교하는 ‘존’의 시점에서 시작한다. 그와 아버지 사이의 대화는 일반적이며 학교에 도착하는 시점까지 별다른 사건이 발생하지 않는다. 그리고 자연스럽게 인물 사진을 찍는 ‘엘리’의 시점으로 넘어간다. 그 또한 다른 학생들과 평범한 대화를 나눈다. 그리고 ‘네이트’의 시점. 운동장에서 학교로 들어간 그는 여자친구 케이트를 만난다.
이 영화를 재난 영화로 본다면, 옵니버스식 구조가 완전히 새로운 것은 아니다. 여타의 재난 영화들에서도 각 캐릭터들에 서사를 부여해, 그들이 하나의 재난 앞에 내놓는 구조를 쉽게 찾아볼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엘리펀트>는 다른 영화들과는 무언가 다르다. 이 영화는 롱테이크 기법을 자주 사용한다. 인물의 뒤를 쫓으며 그들의 서사와 다른 이와의 관계성을 자연스럽게 드러낸다. 그렇게 인물 파악이 끝나고 다음 사건을 기다리는 순간, 감독은 시점을 바꾼다. 다른 지점에서 시작된 다른 인물의 행적은 왠지 모를 기시감을 가져다주는데, 실제로 영화 속 캐릭터들의 동선은 서로 겹치기도 하며, 이미 보았던 장면을 다른 캐릭터의 시점으로 다시 접하기도 한다.
인물들의 서사를 쫓던 관객들은 이내 진실을 알게 된다. 그들이 마주했던 캐릭터는 너무나 평범하며 그들의 시점 조각들을 하나의 퍼즐로 완성했을 때, 거대한 코끼리가 나타난다는 것이다. 여기서 코끼리는 학교라는 공간, 그리고 그들이 곧 마주할 비극이다.
악몽의 16분
영화의 후반부, 두 남학생이 총을 챙겨 학교로 향한다. 그들은 학교를 나서는 존과 먼저 마주한다. 그리고 존에게 돌아오지 말라고 경고한다. 존은 엘리와 인사를 나누고 나오던 참이었다. 급식실에서는 세 여학생이 학교를 나서는 존을 발견한다. 그 시각 미셸은 도서관에서 책 정리를 한다. 마침 엘리는 도서관에 들어선다. 그들의 시점은 한 곳에서 모아진다.
그 순간 총을 든 남학생들이 도서관으로 들어서고, 미셸과 엘리에게 총구를 겨눠 방아쇠를 당긴다. 그들은 복도로 나와 지나가는 학생들에게 총을 난사한다. 급식실에 있던 세 여학생은 화장실에 있었다. 그녀들이 바깥 소리에 무심할 때, 총을 든 남학생 하나가 화장실로 들어온다. 학교 내부는 아수라장이 된다. 경고를 들었던 존은 자신과 함께 학교로 왔던 아버지를 찾는다.
두 남학생의 학살은 약 15분간 이어진다. 왜 이런 상황이 발생했는지 학생들은 알 리가 없다. 동시에 관객들 또한 혼란스럽다. 총을 든 남학생들에게서 특별한 이유를 찾지 못했기 때문이다.
비극은 일상 속에서 발생한다
이 영화 속 사건은 실화이며, 그 실상 또한 끔찍하다. 그럼에도 이 영화는 전반적으로 차분하며 클라이맥스 씬 또한 처연하게 느껴진다. 이유는 정말 영화 속 대부분의 시간에 특별한 사건이 없었기 때문이다. 구스 반 산트는 비극(悲劇)을 비극(非劇)으로 그려냈다. 다시 말해 심하게 슬픈 사건을 심하지 않게 그려냈다. 그들의 서사, 사건의 인과관계에 관심을 두지 않았으며 사건이나 감정을 과장해서 그리지도 않았다. 그에게서 이 사건은 일상 속에 갑자기 찾아온 사고에 가까운 것이다.
영화의 제목은 왜 <엘리펀트>인 것일까? 여러 해석들이 존재하지만, 맹인모상(盲人摸象)이라는 사자성어의 뜻처럼 일부를 통해 전체의 것을 파악하는 것에 대한 비유라는 의견이 정론이다. 사건이라는 것은 매우 복합적이면서도 우연적인 요소에도 영향을 받기 때문에 하나의 정답을 찾을 수 없다. 결국 중요한 것은 사건 이전과 이후의 상황이며, 그 속에 있었던 사람들 또한 포함된다.
다른 한편으로는 영화 속 캐릭터를 ‘맹인’과 같은 위치에서 볼 수도 있다. 관객은 캐릭터들의 관계, 상황을 조합해 큰 틀을 만들 수 있지만, 각 인물의 시점에서는 볼 수 없는 부분들이 무척 많다. 결국 그들은 코끼리의 일부를 만졌을 뿐이며, 그들의 일상에 찾아올 비극의 순간을 알아채지 못한다. 그리고 영화를 본 우리 또한, 코끼리의 전부를 볼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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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초연기 전문가 배우 송요셉님과 함께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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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제]리뷰:원작의 중요한 설정을 모두 갖다버린 리메이크작. 남는 건 배우의 얼굴 뿐(원작분석)ㅣ조제,호랑이 그리고 물고기들 해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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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비상선언> 캐릭터 예고편
영화 #비상선언 캐릭터 예고편 대공개! ✈️ 사상 초유의 항공재난에 맞선 인물들의 긴박감과 절실함!? 개봉까지 무한 재생 안내 말씀?드리며 8월 3일, 극장에서 탑승을 선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