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이2021-04-16 04:19:50
하드코어 헨리
골 때리는 영화
이 영화는 뭐라 정의하기 힘든 영화이다.
진짜 FPS를 하는 기분이 드는 영화이다. 1인칭 게임 울렁증이 좀 있는 나로선 오묘했다.
콜 오브 듀티와 울펜슈타인을 3~4 시간하면 좀 어지러운데, 이 영화가 딱 그러했다.
액션은 상당히 시원시원 해서, 마치 '둠' 또는 '울펜슈타인'을 하는 느낌이다.
음악도 상당히 빠른 템포라서 액션이 더 시원하며, 루즈하다는 느낌이 없다.
이 영화의 특징으로는 1인칭 시점이라는 것이다.
(쉽게말해서 머리에 캠을 달고 찍었다는 소리다.)
영화는 FPS 좋아하는 사람이 보면, 굉장히 시원하고 짧고 굵은 액션을 선사해서 좋아할 것이다.
스토리는 그냥 일반적인 액션영화 스토리이다.
이 영화를 높게 평가할 점은 러닝타임 96분을 전부 1인칭 시점으로 전개한 점과 주인공의 대사 없이 유쾌하며, 시원한 액션을 선보인다는 것이다.
(주인공만의 대사 없이 의식의 흐름대로 의사소통 하는 것이 일품이다.)
1인칭 시점으로 액션영화를 보니, 사실감과 재미는 극대화됬다.
청불등급에 맞게 시원한 액션과 피튀기는 액션이 더해져서 영화는 충분히 과격하다.
3인칭 시점에 적응되있던 나라 그런지, 충분히 재미있고, 실험정신도 좋다.
그러나, 시원시원한 액션과 스토리랑은 별개로 그냥 안맞는 느낌이였다.
(아마 이런 류의 영화를 처음 접해서 그런 것 같았다)
영화 자체만 놓고보면, 러닝타임도 길지 않아 잠깐 즐기기에 제격이다.
다만 액션의 수위가 어느정도 있으니, 잔인한 영화를 못 본다면, 비추한다.
Relative conten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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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멈춰서지 마, 그곳은 네 자리가 아냐 영화 <델마와 루이스>
* 스포일러가 많습니다
지금으로부터 거의 30여 년 전에 만들어진 영화 <델마와 루이스>. 언젠가 봐야지 하고 남겨두었던 영화를 클릭하게 된 건, 에메랄드 색 썬더버드가 날아다니는 푸릇푸릇한 포스터 때문이었다. 그게 결말일지도 모르고 본 걸 보니 정말 아무것도 모르고 봤다. 모르고 봐서 좋았다. 한 번 알고 나면 이제 다시 처음은 없으니까.
통쾌했다. 아내가 아니라 가정부 같은 삶을 살고 있었던 델마와 지지부진한 관계에 지쳐버린 루이스가 여행을 갈 때만 해도 그래, 일단 떠나고 보자던 친구들과의 여행이 떠올라서 반가웠다. 그래, 푹 쉬고 잘 놀다 와라. 여행이 늘 계획했던 대로 풀리지 않는 게 묘미라지만 델마와 루이스의 여행은 예상치 못하게 흘러갔다. 여행은 거의 처음 가는 것처럼 온갖 짐을 잔뜩 싸는 델마가 웃겼는데 지나고 보니 이것저것 챙긴 게 다 도움이 되었다는 게 신기하기도 하고. 폴라로이드로 사진을 찍고 썬더버드에 몸을 실었을 때 델마와 루이스도, 여행에서 만난 세 명의 남자들도 예상하지 못했을 것이다. 그들에게 하고 싶은 말은 영화 <시카고>에서 나왔던 대사처럼, "네가 나였어도 똑같이 했을 거라니까?"
처음 만난 남자는 술집에서 만난 할런. 델마와 대화도 나누고, 술도 한 잔 사고, 즐겁게 춤을 춘 것까지는 좋다. 어지럽다는 델마를 데리고 주차장 어느 차 위에서 처음엔 키스만, 키스만 할게 하다가 와 미치겠네, 이대로 끝까지 가자라고 하시는 걸 보니 선을 한참 넘으셨다. 본능이 해맑은 사람이다. 델마가 싫어하지 않았다면 문제가 되지 않았겠지만 그녀는 겁에 잔뜩 질렸고 할런은 자기는 한 대만 맞아도 발끈하면서 델마는 여러 번을 후려쳤다. 쏠 줄도 모르는 총을 챙긴 선견지명을 칭찬해야 할 기세. 루이스가 도와주지 않았더라면 델마가 어떤 표정을 지었을지 상상이 되진 않는다. 그러고도 억울해서인지, 자존심이 강해서였는지 말을 참지 못한 대가로 심장에 총알이 박힌 할런이 그리 안쓰럽진 않았다. 싫다는 건 진짜 싫다는 거니 하지 말라고 진지하게 얘기하는데 좆이나 빨라니 그게 할 소리인가.
총이 좋으면서도 위험한 건 스스로를 지킬 수 있으면서도 쉽게 죽일 수 있다는 점이다. 총이 없었다면 그 상황에서 델마는 성폭행을 당했을 것이고, 총이 있어서 순간의 분노에 할런의 심장엔 총알이 박혔다. 할런의 죽음으로 델마와 루이스는 영화 초반부터 여행이 아니라 도망을 다니게 됐다. 세상 사람들이 진실을 안다고 해도 정당방위가 성립할 순 없을 것이다. 할런과 춤을 추던 델마를 보고 사람들은 그녀가 조심하지 않아서, 여지를 줘서라고 손가락질할 것이다. 더 씁쓸했던 건 같은 생각이 머릿속을 스쳐갔기 때문이다. 델마가 할런과 시간을 보낼수록 저러다 무슨 일이 생기면 어쩌지 하고 불안했던 게, 단순하게 경찰에 가서 이야기하면 믿을 거라는 그 말에 어이가 없었던 게. 사실 델마의 생각대로 세상이 돌아가는 게 맞는데 현실이 그렇지 않다는 이유로 델마를 잠시나마 비난하고 싶었다. 그녀의 탓이 아닌데 탓을 하고 싶었던 게 얼마나 무서웠는지.
할런과 이별하고 나서 언제 그랬냐는 듯 델마는 다시 제이디를 만나 또 다른 실수를 한다. 이 부분은 델마의 잘못이라고 해도 전혀 손색이 없다. 멕시코로 도망갈 계획을 세운 후 루이스는 오랜 연인 지미에게 애써 받은 6700달러를 호텔 침대 옆에 덩그러니 놔두고서 제이디를 방 안에 들인 건 큰 실수였다. 델마는 제이디에게만 관심이 쏠려 돈 봉투는 잊어버리고 말았다. 한 번도 느끼지 못했던 오르가즘을 느낀 건 너무나 루이스 말마따나 오케이, 축하할 일이지만 둘이 꽁냥꽁냥하면서 이미 제이디가 강도인 걸 알고도 아무 조치를 하지 않은 건 아주 돈을 가져가라고 손에 쥐어준 셈. 덕분에 루이스만 충격에 빠졌다. 지지부진한 관계였지만 많이도 사랑했던 지미가 2개 주를 달려와서 결혼반지를 가지고 왔는데, 그걸 거절하고 보내는 마음도 힘들었을 터. 헤어지기 싫어서 결혼한다는 게 결혼하는 좋은 이유는 아니지만 왜 하필 지금이었을까 머리가 복잡했을 것이다. 델마는 데릴에게 돌아갈 수 있겠지만, 루이스는 이제 돌아갈 곳이 없다. 비록 다시 만날 것처럼 헤어졌지만.
델마요? 내가 아는 강도 중에 최고였어요
그런데 루이스만 갈 곳이 없는 게 아니라, 델마도 이제 돌이킬 수가 없게 된다. 뜻밖에도 제이디를 만난 후 델마도 숨겨왔던 소중한 재능을 찾게 되는데, 이름하여 예의 바른 강도다. 제이디에게 한번 보고 배웠는데 스승을 뛰어넘는다. 어떻게든 해보겠다더니 타고난 것 같이 마트도 털고 총으로 협박도 잘한다. 속도위반으로 잡히자 경찰을 트렁크에 넣고 선글라스, 벨트, 총과 총알을 챙겨 길을 나선다. 경찰에서 쫓는 델마와 루이스는 너무나 위험한 범죄자지만, 막상 길을 따라 멕시코로 가는 이들은 자유롭고 평온하다. 이미 그녀들을 응원하고 있는 입장에선 한편으론 그들을 쫓는 경찰들이 장애물처럼 느껴진다.
그러다 만난 게 마지막 남자, 트럭 운전수다. 이상하게 자주 마주치는데 늘 희롱을 일삼는 그를 보고, 무시도 해보다가 결국은 전면전이다. 한번 즐겨보려는 단순한 마음으로 차에서 내린 그에게 가족들이 그런 소리를 듣는다면 어떻겠냐고 역지사지의 마음을 전파하려던 시도가 먹힐 리 만무하다. 결국 트럭에 담긴 석유탱크가 활활 타오르고 나서야 땅을 치고 후회하게 된다. 그러게 혀 좀 어떻게 하지 그러셨어요. 낼름낼름하는 건 정말 꼴 보기 싫었다. 그러라고 있는 혀가 아닌데. 허무한 표정으로 불타는 탱크를 보고 있는 표정을 보자니 좀 안됐다 싶기도 하지만 어쩔 수 없다. 이미 불은 나버렸는걸! 거 참 불이 활활 잘도 타더라.
델마와 루이스를 이해하려고 시도한 유일한 사람은 슬로컴 형사겠지만 그의 손길은 그녀들에게 닿지 못했다. 그는 그녀들을 이해하려는 의지가 있다. 루이스에게는 말도 꺼내고 싶지 않은 괴로운 기억이 있는 걸 알고 있고, 제이디 녀석 때문에 델마가 강도가 된 것을 안타까워한다. 하지만 그의 곁에는 그녀들을 여성 2인조 무장강도로만 치부하는 사람들이 있으니 더더욱 그의 손을 잡을 순 없다. 돕고 싶다고 하는 목소리 치고는 슬로컴 형사도 다소 소극적인 편은 아니었나 싶다. 델마와 루이스가 전화를 걸기만 기다렸다가 회유하는 걸로는 충분하지 않았다.
도망과 여행의 차이는 자유롭게 떠날 수 있는지, 돌아갈 곳이 있는지에 달려있다. 델마와 루이스가 멈추지 않고 썬더버드를 몰고, 집으로 돌아올 수 없는 이유 역시 그들은 여행을 떠난 게 아니라 도망가고 있기 때문이다. 그들의 여행은 이미 첫날 할런이 죽음으로써 끝났다. 처음으로 여행을 하고 있다고 느낄 만큼 자유를 느끼면서도 한편으로 술과 총알이 없이는 버틸 수 없는 또 다른 불안을 안고 있다. 서로 이 모든 게 자기 탓이라는 죄책감이 불쑥 튀어 오르기도 하면서, 상대방의 잘못이 아니라고 다독여준다. 긴 원피스 대신 짧은 데님 셔츠를 입고, 화장품과 악세서리를 덜어낸 얼굴은 멋있지만, 한편으론 경찰차가 보일 때마다 샛길로 빠지고 술과 총을 손에 놓지 못한 모습까지 완전한 자유라고 할 수 없다.
굳이 따지면 불가피한 선택의 연속이었다. 도망은 더 이상 도망치지 않아도 될 때까지 계속되어야 한다. 아무도 믿어주지 않을 것이 뻔해서 계속 달렸고 달리다 보니 예전엔 견디고 버티려고 했던 나날이 견딜 수 없어져서 돌아가고 싶지 않았다. 델마와 루이스를 쫓아오는 것은 단순히 할런의 죽음과 몇 차례 강도에 책임을 묻고자 하는 경찰만은 아니다. 배우자나 연인이라는 이유로 혹은 자기 자신을 위해 그녀들을 점점 희미하게 만들고 홀대하는 관계, 잘 알지도 못하면서 모든 걸 이들의 탓이라고 일컬을 세상의 잣대가 함께 한다. 도망치다 보니 도망치고 싶은 것들이 늘어났고, 도망가야 할 필요성을 더욱 느끼게 된 셈이다.
마지막 순간이 되어서야 썬더버드는 전처럼 도로를 달리지 않고 드디어 새처럼 날아오르려 한다. 새들이 처음 날갯짓을 할 때도 그러지 않았을까. 두 발로 움직이다가 어느 순간 더 이상 갈 곳이 없을 때 날게 된 건 아닐까. 그 끝이 죽음일지, 붙잡히는 것일지, 계속 도망치는 것일지, 어느 곳에 원하던 대로 새로운 삶을 시작했을지는 알 수 없지만 그래서 좋다. 우선 멈추지 않았으면 좋겠다. 적어도 낭떠러지 바로 앞은 델마와 루이스, 썬더버드가 있을 자리가 아니다. 뒤에 수많은 사람들의 의기양양한 표정이 무색하게, 어안이 벙벙하도록 날개를 펴고 길 없는 길을 날아갔으면 하는 것이다. 이 둘은 모르겠지만 누구보다 그들을 응원하는 마음을 담아.
모든 것이 무너져있고
발 디딜 곳 하나 보이질 않아
까맣게 드리운 공기가 널 덮어
눈을 뜰 수조차 없게 한 대도
거기서 멈춰있지 마 그곳은 네 자리가 아냐
그대로 일어나 멀리 날아가기를
얼마나 오래 지날지 시간은 알 수 없지만
견딜 수 있어 날개를 펴고 날아
결국 멀리 떠나버렸고
서로 숨어 모두 보이질 않아
차갑게 내뱉는 한숨이 널 덮어
숨을 쉴 수조차 없게 한 대도
거기서 멈춰있지 마 그곳은 네 자리가 아냐
그대로 일어나 멀리 날아가기를
얼마나 오래 지날지 시간은 알 수 없지만
견딜 수 있어 날개를 펴고 날아
- 이승열 <날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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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루를 향한 간절함, <낫아웃>
영화 <낫아웃> (이정곤, 2021)의 주인공인 ‘광호(정재광 扮)’는 고교야구선수이다. 봉황대기 결승전에서 끝내기 안타를 때려내며 승리를 따낸 실력자이기도 하다. 광호는 프로 구단으로부터 신고선수 입단 제의를 받지만, 자신의 꿈인 신인 드래프트에 도전하고자 제의를 거절한다.
그러나 광호의 이름은 끝내 불리지 않고, 광호는 드래프트에서 지명을 받지 못한다. 광호는 대학에 진학하여 야구를 계속하고자 하지만, 감독은 대학 입시를 위해 광호와 아버지에게 촌지를 요구한다. 광호는 아버지에게 가게를 팔아 자신을 도와달라고 애원하지만 아버지는 화를 낼 뿐이다.
멋대로 대학 원서를 접수한 광호는 입시를 위한 시험을 치르러 가지만, 도저히 잡을 수 없는 공만이 던져진다. 광호는 촌지를 주지 않으면 대학에 갈 수 없다는 것을 깨닫고, 친구 ‘민철(이규성 扮)’과 함께 가짜 휘발유를 파는 불법 아르바이트를 시작한다. 광호는 사장이 매상을 가게에 보관한다는 것을 알고, 민철에게 함께 돈을 훔치자고 제안한다.
낫아웃
‘스트라이크아웃 낫아웃’이라는 것이 있다. 간단히 ‘낫아웃’이라고 부르기도 하는 이것은 야구에서 발생할 수 있는 상황 중 하나이다. 1루 베이스가 비어 있을 때, 또는 2아웃 상황에 투수의 공을 포수가 잡지 못하면 타자는 1루로 진루할 수 있는 권한을 얻게 된다.
야구 경기를 보다 보면 낫아웃 상황을 종종 볼 수 있다. 대부분의 타자는 포수가 다시 공을 잡아서 1루로 던지면서 아웃을 당하지만, 타자가 포기하지 않고 빠르게 달리면 아웃을 당하지 않고 1루에 먼저 도착해 세이프가 될 수도 있다.
광호에게는 신고선수 제의 거절, 드래프트 탈락, 입시 시험 탈락 등 실수와 실패, 역경이 계속해서 닥쳐온다. 그러나 낫아웃 상황, 광호는 포기하지 않고 1루로 달리려고 했다. 영화의 후반, 광호의 아버지는 대학의 야구팀 유니폼을 입은 광호를 데리러 온다. 진루에 필요한 것이 너무나 많았다. 그 과정은 광호가 감당하기에는 너무나 어렵고 불합리했다. 결국 1루에 도착한 광호, 대학의 야구팀에서 훈련을 하는 광호의 모습을 마지막으로 영화는 끝난다.
야구, 좋아하세요?
이 영화에서 광호를 이렇게까지 절박하게 움직이도록 만드는 것은 다름 아닌 야구이다. 야구를 향한 열정과 갈망, 그것이 광호를 움직이게 한다.
영화의 후반, 광호의 제안으로 돈을 훔치다가 민철은 사고에 휘말리고, 광호의 아버지는 감독이 요구한 촌지의 금액을 마련하기 위해서 운영하던 식당을 정리한다. 불이 꺼진 식당 안, 광호는 아버지의 품에 안겨서 야구를 계속하고 싶어서 그랬다면서 아이처럼 서럽게 엉엉 운다. 그저 야구가 하고 싶었던 열아홉 광호의 눈물은 야구 팬인 관객의 마음을 참으로 아프게 만든다.
야구에는 낭만이 있다고들 한다. ‘낭만야구’라는 말은 한 단어처럼 굳어졌다. 이 낭만은 야구를 좋아하는 수많은 청춘들이 간절히 바치는 자신들의 젊음과 열정으로 만들어지는 것일까? <낫아웃>은 이 낭만을, 그 낭만의 이면을 조명한다. 이 영화는 스포츠 영화인 동시에 씁쓸한 청춘 영화로 보인다.
<낫아웃>은 야구의 낭만을, 간절함을 좋아하는 야구 팬의 가슴을 아프게 만드는 영화이다. 야구 팬이 아니더라도, 꿈을 향해 그저 달리고 싶어 하는 열아홉 소년의 간절한 땀과 눈물은 관객의 마음을 울리기에 충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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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셸 공드리 감독의 신작: LE LIVRE DES SOLUTIONS / 솔루션 북 (2023) 리뷰
LE LIVRE DES SOLUTIONS / 솔루션 북 (2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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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전 개봉한 미셸 공드리 감독의 신작 '솔루션 북'을 어제 영화관에서 보고 왔습니다.
대강 줄거리는 이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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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감독 '마크'는 에이전트에 자신의 새로운 필름을 소개합니다.
그러나 모든 사람들이 이건 아닌 것 같다며, 그를 해고하려하고,
마크는 이에 맞서, 자신의 클립과 자료들을 챙겨 작은 마을로 도피합니다.
그런 열악한 환경에서 자신의 동료들과 함께 자신의 작업을 마무리하기 위해 고군분투합니다.
영화를 감상한 사람의 의견을 먼저 드리자면, 일단 이 영화를 보기 전에 미셸 공드리 감독의 다른 작품들을 보는 것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미셸 공드리 감독이 본인을 주인공 '마크'에 투영하여 만든 영화인만큼, 그의 기존 작품 스타일과 제작/연출 방식을 알고 보면 이 주인공 '마크'를 이해하는데 도움이 될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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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영화의 가장 큰 포인트는 '코미디'입니다.
그런만큼 중간중간 피식피식 웃게 만드는 재미요소들이 많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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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생각에 이 영화는 한 사람이 영화를 제작하는 모습을 그린 영화가 아닌,
(물론 겉으로는 맞습니다만, 미시적으로 보았을때는 그게 포인트가 아닌 것 같습니다.)
영화와 함께 성장하는 인간의 모습을 그린 영화인 것 같습니다.
열악한 환경에서 영화를 제작하면서 맞닥뜨리는 수많은 위기와 갈등들을 통해 그가 한단계 성장하고, 새로운 사랑도 찾으니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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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톡톡 튀는 영화입니다.
연출도 마음에 들었고, 피에르 니니의 연기도 완벽했네요.
한국에서는 언제 개봉할지 모르겠지만, 개봉하면 보러가보시길 추천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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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닝타임 1시간 42분,, 정말 마음에 듭니다.
까이예 뒤 시네마 (Cahiers du cinéma) 가 평점 5점 만점에 5점을 주었지만...
저는 3.5로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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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케이팝이 주는 쾌감
케이팝이 주는 쾌감
<케이팝 데몬 헌터스> 영화 리뷰
본 리뷰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쾌감이 느껴지는 순간
이런 영화를 기다렸다. 재밌고, 멋지고, 훌륭하다. 한국의 문화가 이처럼 멋지게 스며든 케이팝 애니메이션은 처음이다. 과거 무당에서부터 한국의 대중음악 역사, 그리고 케이팝을 엮어 만들어낸 세계관과 이를 스타일리시하게 표현한 연출은 한국인으로서 보면 쾌감이 장난 아니다. 처음 이름만 듣고 걱정하고, 유치할 거라 생각한 그 순간이 부끄럽다. 영화가 완벽하다고는 할 수 없지만 이렇게까지 재밌고, 완성도 있게 이런 주제를 다룬 것이 거의 처음이다. 작품 제작 과정에서도 한국이 담겨 있다. 한국의 정체성을 지닌 배우와 성우들을 활용한 선택은 이 영화를 더 소중하게 만들었다. 이런 방향으로 새로운 이야기가 등장한다면 악귀라도 되어 오래오래 보고 싶다.
완성도 높은 노래 그리고 애니메이션
영화 시작 후 노래가 나오는 순간 감탄했다. "명색의 케이팝 애니메이션인데 노래가 별로면 어쩌지" 하던 고민은 다 날아갔다. 그 빈 공간은 영화가 끝나면 플레이리스트에 노래를 담아야 한다는 생각으로 가득 찼다. 단순히 좋다를 넘어서 적절했다. 헌트릭스의 케이팝 그룹으로서의 이미지와 혼문을 지키는 전사로서의 이미지가 담긴 노래는 파워풀하고 강한 느낌이었다. 그런 노래에서는 3D 애니메이션과 연출이 합쳐지면서 K/DA가 생각이 났다. 유사성을 말하려는 게 아니라 노래로 그룹의 컨셉과 방향성을 알 수 있게 만들 정도로 노래를 잘 만들었다는 것을 말하는 것이다. 그리고 골든은 정말 정점에 선 아이돌이 낼만한 노래였다. 가사마저 그랬다. 사자보이즈도 마찬가지다 진짜로 막 데뷔해서 상큼한 노래를 하는 신인 남자 아이돌이 할 만한 노래를 가져왔다. 단순히 좋은 노래를 가져온 것이 아니라 서사와 캐릭터를 고려한 선택이라는 점이 완성도를 높였다.
이 영화의 메인 요소라고 할 수 있는 3D 애니메이션은 한눈에 봐도 좋다. 아쉬움조차 남지 않을 정도로 잘 만들었다. 캐릭터의 모션과 연출 그리고 옷이나 소품 하나까지 섬세하고, 멋지다. 그리고 한국적인 고증이 깨알같이 들어가 있어서 자랑스럽기까지 하다. 친숙하고 소중한 요소들이 애니메이션으로 멋지게 나타나는 걸 보는 것만으로 재미있다고 느껴졌다. 그중 가장 좋았던 걸 말해보자면 헌트릭스의 의상과 작호도를 모티브로 한 더피와 서씨였다. 헌트릭스의 의상은 정말 케이팝 아티스트들이 연말 무대에서 입는 한복의 상처럼 만들어졌다. 한복을 살리면서 현대적인 요소를 더해 아이돌다운 모습을 보여준다. 노리개와 같은 디테일이 재밌었다. 멤버 캐릭터에 따라 의상을 조금씩 다르게 만든 부분도 좋았다. 작호도를 모티브로 한 더피와 서씨는 영화의 마스코트처럼 활용되면서 한국 판타지의 분위기를 이끌었다. 특히 더피는 작호도에서 튀어나온듯한 모습으로 귀엽고 조금 바보 같기도 해 안 좋을 수가 없는 캐릭터였다. 이렇게 한국적인 것을 멋있고 귀엽게 애니메이션으로 만들어냈다는 점에서 감탄했다.
팬을 얕보지 말기
케이팝을 주제로 한 작품의 고질적인 문제는 케이팝 문화를 모른다는 것이다. 수박 겉핥기 수준으로 이해하고 작품을 만드니 팬들에게는 화만 불러올 뿐이다. <케이팝 데몬 헌터스>도 완벽하지는 않다. 하지만 케이팝 문화에서 가장 중요한 점을 알고 만들었다. 바로 '팬'이다. 케이팝 문화를 소비하는 것은 케이팝 가수가 아니다. 케이팝 팬이 소비한다. 그런데 정작 케이팝을 내세운 작품에서는 가수가 주인공이 그 주인공들이 상당히 팬에 무심하다. 심지어 무심하다 못해 민폐로 생각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그런 연출을 어떤 팬이 좋다고 보겠는가. 이 영화에서 주인공들이 가장 소중하게 생각하는 것은 '팬'이다. 혼문을 위해서 활동을 하는 것이지만 헌트릭스는 언제나 팬을 소중히 여긴다. 최선을 다하고, 최고를 보여주려고 한다. 이런 주인공들의 모습은 케이팝 문화를 소비하는 팬들에게 호감으로 느껴졌고, 뭘 좀 아는 영화로 만들었다. 그만큼 케이팝 문화의 중심인 X에서 언급이 많은 상황이라 생각한다.
케이팝 팬들 사이에서 이 영화의 케이팝과 달라 웃긴 부분들이 언급되며, 소비되었다. '팬'이 중요한 점을 적용하니 좀 다른 부분은 비호감이기 보다 소소하게 재밌는 포인트로 작용된 것이다. 공동 팬사인회 장면이 특히 화제였다. ( 제작 비하인드에서 밝혀진 점은 이 부분이 원래 아이돌 육상 대회를 참고해 만들어질 예정이었으나 제작사가 이해하지 못해 이런 공동 팬사인회가 만들어졌다는 것이다.)
아쉬운 스토리
너무나 재밌는 이 영화에서 아쉬운 점은 스토리다. 짧은 시간으로 많은 내용을 보여줘야 했던 건지 부족한 부분이 많았다. 캐릭터들의 스토리가 무언가 부족하다는 느낌이 들었다. 후반부로 들어갈수록 개연성이 부족하고, 급하다. 세계관 설명과 헌트릭스의 캐릭터, 루미의 고민이 나타나는 초반부는 흥미로웠다. 거기에 사자보이즈의 등장까지 코믹하고 강력했다. 그런데 루미의 흔들림과 진우의 과거사와 엮인 문제들이 나타나다가 둘이 연결되는 이야기가 너무 압축되었다. 루미와 진우가 애틋해지는 과정이 다소 당황스럽다. 언제 이렇게까지 애틋해진 건지 의문이 든다. 그냥 그렇구나 하고 넘기고 재밌게 보았지만 아쉬웠다. 진우의 과거사는 회상으로만 짧게 나타나고, 악귀와의 계약도 짧게 나타나서 아까웠다. 그 외에도 사자보이즈 멤버들이 거의 일반 악귀들이랑 차이가 안날 정도로 이야기를 안 한 점, 극 후반부 진우의 선택 전에 이야기가 순식간에 지나간 점, 더피와 서씨의 이야기 등 없어서 아쉬운 부분이 많다.
그럼에도 재밌다는 감각
스토리에서 이렇게나 아쉬운 점이 많은데 재밌었다. 한국 문화를 활용한 세계관과 케이팝이라는 문화를 섞어서 완성도 높은 노래와 애니메이션으로 만들어진 쾌감이 그 빈틈을 다 채운다. 시간이 하나도 아깝지 않은 영화였다. 이 영화는 누가 재밌나고 물어보면 재밌으니까 꼭 보라고 이야기할 수 있을 정도로 재밌다. 케이팝을 좋아하는 사람이 주위에 있다면 함께 보는 걸 추천한다.
한 줄 코멘트
한국, 케이팝, 음악, 애니메이션
이 모든 것들이 주는 상쾌한 쾌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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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너의 이름은 감독 '스즈메의 문단속' 후기
스즈메의 문단속
(23.03.08 개봉 예정)
감독: 신카이 마코토
더빙: 하라 나노카, 마츠무라 호쿠토 등
'스즈메의 문단속' 개봉 전 진행한 프리미어 상영회에 다녀왔어요~
너의 이름은 감독인 신카이 마코토 작품으로 개봉 전부터 많은 관심을 얻고 있는데요
저 역시 너의 이름은 광팬이라 ㅠㅠ 완전 기대한 채로 관람!
미리 말씀드리자면 살짝 실망했다는 게 저의 총평입니다 ,,,
스즈메는 문을 찾아 여행 중인 소타를 만난다.
스즈메가 폐허에서 발견한 낡은 문을 열자
마을에 재난의 위기가 닥쳐오고
가문 대대로 재난을 봉인하는 소타를 도와 간신히 문을 닫는다.
재난을 막았다는 안도감도 잠시,
수수께끼의 고양이 다이진이 나타나 소타를 의자로 바꾸고
스즈메는 의자가 된 소타와 함께 재난을 막는 여정에 떠난다.
'스즈메의 문단속' 줄거리
'스즈메의 문단속'은 지브리 같았어요
남자 주인공 소타의 내외적 모습은 하울 같고, 작화 및 모션은 모노노케 히메를 떠올리게 하고,
지진 등의 재난(환경 문제) 소재를 이야기하는 것까지
분위기를 따라한 거 같다기보다는...... 그냥 지브리에서 영감을 많이 받은 느낌...? ㅎㅎ
그래도 시각적으로는 정말정말 최고였어요
웅장한 미미즈의 등장부터 대박적...!
미미즈는 뒷문을 닫을 수 있는 사람에게만 보이는 거라 스즈메의 눈에만 보이는 존재인데요
미미즈가 온세상을 뒤덮었다가 한순간에 싹 사라지고 그때의 그 정적... 잊을 수 없어요
애니메이션만큼은 너의 이름은보다 뛰어났어요!
아 근데 이렇게 절정일 때 OST 쫙 뿌려 줄 줄 알았는데 엔딩 크레딧에만 좋은 노래가 나와서 . . .
고게 아쉬웠어요
신카이 마코토 작품은 OST 듣는 맛인데 ㅠㅠ
웅장한 미미즈를 시각으로 즐기라고 그랬나 청각적 즐거움은 1도 주지 않았더라고요
제가 아쉽다고 느낀 건 스토리 부분이에요
'스즈메의 문단속'에 캐릭터가 아주 많이 등장하거든요
스즈메 / 소타 / 다이진 / 사다이진 / 엄마 / 이모 / 소타의 할아버지 / 소타의 친구 / 이모를 짝사랑하는 남자까지...
씬을 많이 차지하는 인물만 놔도 이 정도예요
그런데 이 많은 캐릭터의 스토리를 모두 보여 주려고 해요
그러다 보니까 결국 모두의 기승전결이 망가진 느낌?
스즈메가 자신의 과거를 위로하는 엔딩이었기에 스즈메-엄마의 과거 그리고 현재 이야기는 꼭 나왔어야 했는데
스즈메가 소타와 사랑에 빠진 후부터 엄마 스토리는 아예 생략되고... 마지막만 훅 등장하거든요
이걸 주요 스토리 라인으로 가져가는 거였으면 계속해서 스즈메 엄마 이모 이 관계가 나오게 했어야 해요
그리고 소타 할아버지가 하는 역할이 없어요
스즈메에게 의지를,, 심어 주긴 했지만,, 마지막에 죽는 것도 아니고 스즈메를 인정하는 것도 아니고
굳~이 왜 나왔는지 모르겠는 캐릭터??
그리고 이모를 짝사랑하는 미노루가 있는데요
계속해서 이모를 좋아하는 씬을 넣길래 스즈메를 도와주며 마지막엔 이어질 줄 알았어요
근데 이게 웬걸 . . . 스즈메와 이모를 돕는 건 소타 친구 토모야예요
그렇다고 토모야랑 잘 되는 것도 아님 왜 등장하죠?
굉장히... 이유 없는 캐릭터가 많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스즈메의 문단속' 만큼은 주된 내용이 로맨스가 아니니까......
조금 더 환경, 혹은 가족 쪽으로 끌었어도 좋지 않았을까 해요
스즈메와 소타 둘의 시점으로 진행하려다 보니 이것도 저것도 못 잡고 엉성해진 케이스
아 고양이 너무 귀여워요!!!!!!! 자막판 목소리 완전 포뇨예요 ㅠㅠ
뒷문을 막는 요석인 다이진인데요 고양이로 변해서 막 스즈메를 쫓아다녀요
'스즈메 다정해', '스즈메 나랑 놀자' 이런 말을 많이 하는데
저는 자신을 요석으로부터 탈출시켜 준 게 스즈메니까 집착하는 줄 알았거든요
근데 스즈메에게 열린 뒷문 위치를 알려 주는... 오히려 주인공을 돕는 그런 존재였어요(??)
'스즈메의 문단속'이 지브리 같았다고 했는데
저는 지브리의 의도, 스토리를 잘 이해 못해서 별로 안 좋아하는 사람 중 하나거든요... ㅎㅎ
그래서인지 '스즈메의 문단속'도 막 완전 좋다 이건 아녔어요
웅장하고 큰 사건 있는 애니메이션 좋아하시는 분들은 너무 좋아하실 거 같습니다!!
*스토리: ★★
*연출: ★★★★★
*영상미: ★★★★★
*연기: ★★★
*OST: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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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탑건 2> 만큼 재미있고 <헤어질 결심>처럼 진하게
"작가님, 수고하셨습니다!" 유명 아나운서가 나에게 인사를 한다. "작가님 준비 많이 해오셨어요? 1시간 녹화가 20분이 걸렸네요? 늘 느끼는 거지만 진짜 영잘알이세요." 내가 대답한다. "아, 아닙니다. 그냥 무식하게 시간만 보냈던 것뿐인데요." 대답하자 휴대전화에 카톡 몇 개가 온다. 어느 날에 어떤 영화가 개봉한다는 누군가의 말이다. 어? '어느 날'에 개봉한다고? 구체적으로 정해진 게 아니라? 별 것 아니겠거니 싶어서 그냥 넘어간다. 습관적으로 휴대전화를 켜 조회수를 확인해본다. 정말 감사하게도 2만이 찍힌다. 언제부턴가 바라왔던 순간이 현실로 이뤄지고 있었다. 다만 그게 몇 개월째 내내 반복되고 있다는 건 너무나도 감사한 일이다. 프로그램 담당 작가가 나에게 말을 했다. "작가님! 출연료는 다음 주에 입금될 거예요. 금액은 얼마입니다!" 엥? 출연료가 '얼마'라고? 무슨 소리야? 내가 대답한다. "그 얼마가 어느 정도 될까요?" 작가가 대답한다. "그 금액은..."
라는 꿈을 꾸었다. 그럴 리가 없지. 가끔 언제까지 이 글을 쓰는 일에 재미를 붙일 수 있을까 생각한다. 내가 멋있다고 생각하는 몇몇 분들의 의견에 편승해서 쓰는 글이 아닌, 내 생각을 오롯이 내 마음대로 표현하는 그런 일이다. 나 자신이 '이 정도면 그래도 글 쓰는 사람이라 부를 수 있지' 싶은 것들은 이미 얻었지만 내가 원하는 건 저 멀리 있었다. 이 영화를 보고 자서 그런 꿈을 꿨던 걸까? 어느 멀티버스 중 하나에는 내가 작가로 명성을 많이 얻은 세계가 있지 않았을까 싶다. 그렇게 이름이 알려지면 내 안에 있는 어떤 문제들은 해결될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이런 나(우리)에게 알파버스의 웨이먼드가 느닷없이 나타나 "아니야"라고 답한다. 준비물은 없다. 단지 모든 것을 모든 곳에서 받아들일 태도만 있으면 된다. 올해 개봉작 중 또 다른 마스터피스가 등장했다. 에블린과 함께 <에브리씽 에브리웨어 올 앳 원스>라는 멀티버스 속으로 떠나보자.
빈 세탁기처럼 돌아가는 일상
분명히 해야 할 일이 벌어야 할 돈 말고 뭐가 있었는데 말이다. 미국으로 이민 와 세탁소를 운영하고 있는 에블린은 일상에 점점 지쳐가고 있었다. 홍콩에서 태어난 에블린. 첫사랑이었던 웨이먼드의 설득에 넘어가 타지 생활 중이었다. 잘 될 줄 알았다. 그런데 쉽지 않았다. 시간이 지나면 지날수록 실패만 지속했던 그녀. 어느새 정신 차려보니 지금 현재다. 짜증이 나는 오늘. 남편 웨이먼드는 착할지 몰라도 무능력한 사람이었다. 딸 조이는 틱틱대는 일이 많았다. 아버지 공공은 아무도 돌볼 사람이 없어서 에블린과 함께 살고 있다. 쌓여가는 빨래물처럼 풀지 못했던 마음속 응어리가 점점 더 높아져간다. 이런 에블린의 일상은 점점 더 그녀를 괴롭하는 중이었다. 여느 때와 다름없는 어느 날. 평소처럼 세탁소를 운영하고 있는데 남편 웨이먼드는 타향살이를 시작한 보람도 없이 갑자기 이혼 서류를 들이밀었다. 딸 조이는 여자친구를 데려와 가족들에게 인정받으려고 하고 있었다. 정말 진절머리가 나는 일상이다. 그런데 세상이 이런 에블린을 딱히 봐주지는 않았다. 국세청은 에블린의 세탁소에 세무조사를 예고했다. 영수증 속에 쌓여있는 에블린. 영업정지와 생계유지의 한가운데 있기 때문에 신경이 예민하다. 이 빈 차를 타고 국세청이 아니라 다른 우주로 날아가면 좋으련만. 세상은 야속하게도 에블린의 일상을 야금야금 갉아먹고 있었다.
한숨이 가득한 얼굴. 에블린은 엘리베이터를 타고 위층으로 올라가고 있었다. 남편 웨이먼드와 같이 있었던 에블린. 멍하니 있던 와중이었다. 갑자기 남편 웨이먼드의 눈빛이 변한다. "여보. 잘 들어. 지금 당신은 위험해. 난 다른 우주에서 왔어. 이유는 묻지 말고 내가 적어 준 쪽지대로 해." 뭔 뚱딴지 같은 소리야? 안 그래도 나사가 좀 빠져 있는 것 같은 웨이먼드. 마침내 미쳐버린 것인가? 에블린은 어리둥절한다. 금세 에블린의 귀에 이어폰을 꽂아주는 웨이먼드. 갑자기 영혼이 빠져나가는 듯한 느낌이 든다. 빠르게 스쳐 지나가는, 다양한 우주 속의 에블린. 에블린은 당황한다. 웨이먼드는 이내 자기를 소개한다. 자기는 다른 우주에서 온 알파 웨이먼드이며, 지금 세계가 굉장히 위험하다는 말을 전한다. 마냥 헛소리로 치부하기엔 이어폰을 꽂고 겪었던 경험 때문에 안 믿기도 어렵다. 이 색다른 경험 덕에 국세청 직원 디어드리 앞에서도 멍 때리는 시간이 많아지는 에블린. 에블린은 디어드리 앞에서 웨이먼드가 전한 지시사항을 수행한다. 지시사항은 그냥 헛소리가 아니었다. 다른 차원으로 넘어간 에블린. 그 다른 차원에서 에블린과 웨이먼드는 조우한다. 알파 웨이먼드는 에블린에게 세상이 왜 위기에 처했는지를 말한다. 그것은 바로 조부 투파키가 멀티버스를 싸돌아다니며 세계를 파괴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렇게 하기 위해서 모든 운명의 조부 투파키는 온갖 세계의 에블린을 살해하고 있었다. 꿈꾸는 소리가 아니다. 에블린 눈앞에 벌어진 상황은 전부 다 사실이었다. 그녀는 조부 투파키를 제지해 세상을 구할 수 있을까?
강력하고 빠르게
이 영화, 결론부터 이야기하면 엄청 정신없다. 일단 핵심 키워드가 너무 많다. 가장 우선은 코미디. 두 번째는 액션. 세 번째는 가족 드라마. 네 번째는 오마주. 다섯 번째는 멀티버스 구현이다. 키워드만 다섯 가지고 끝나는 것이 아니다. 후반부까지 영화를 보다 보면 이 영화가 운명에 관한 작품이라는 것을 어렵지 않게 알 수 있다. 영화는 이런 키워드를 1분 1초가 아까울 정도로 사정없이 다 때려 박는다. 이렇기 때문에 아마 이 영화를 본 많은 분들이 ‘정신없다’라는 것에 동의하실 것이다. 단기간에 많은 정보를 쑤셔놓는 것은 도박이다. 일례로 <프렌치 디스패치>를 많은 분들이 기억하고 있을 것이다. 이 영화 첫 번째 에피소드에서 대사가 쉴 틈 없이 쏟아지지만 감독 웨스 앤더슨은 이런저런 설정을 무리 없이 이해한다. 특유의 섬세한 미장센을 중심으로 대사를 받아들여도 이야기 전개에 큰 무리가 없기 때문이다. 반대의 측면도 있다. 바로 <외계+인> 1부다. 현재의 MCU는 많은 영화들로 이뤄져 있다. 글쓴이는 다른 글에서 최동훈 감독이 마블의 영화들이 쌓아놓은 빌드업을 너무 쉽게 바라본 것이 아닌가라는 의견을 냈다. 이를 보여주듯 너무 많은 떡밥이 있는 <외계+인>. 산만한 줄거리 때문에 호평보단 혹평을 많이 받았다.
이 영화는 확실히 전자다. 이 영화가 이해가 어려운 영화는 아니다. 이 영화의 많은 요소들은 단적으로만 휙 쓰이고 끝나는 것이 아니다. 어떤 경우는 영화를 이해시키기 위해서도 쓰이고, 또 주제적인 측면과도 이어진다. 그렇기 때문에 많은 정보가 산발적으로 와다다 쏟아지긴 해도 영화를 보는데 큰 무리가 없는 부분이기도 하다. 그 대신 중반부로 흘러가는 이야기를 집중할 필요는 있다. 영화에서 원형의 이미지는 굉장히 중요하다. 이 원형의 에너지가 어떤 이유로 중요한가?라는 것이 영화에서 가장 중요한 소재 중 하나일 것이다. 이때 설명이 후반부에 반복되긴 하지만 대충 보면 중반부에서 이를 놓치기 쉬울 것이라 생각한다. 그래서 글쓴이는 이 영화를 보지 않은 관객분들이 무언가를 마시지 않은 채로 보는 것을 추천한다. 영화 중간에 화장실을 간다? 그럼 영화의 재미가 급전직하하는 단점이 느껴질 수도 있다. <프렌치 디스패치>가 섬세한 방식으로 영화의 이해를 도운 것과 유사하게 이 영화는 광기의 에너지로 관객을 밀어붙이는 것이다.
가장 강력한 강점
앞에서 언급한 바와 같이 영화는 다방면으로 강점을 가진 영화다. 일단 기본적으로 시각적인 쾌감이 엄청나다. 이 쾌감 중 하나는 액션이다. 전체적으로 액션의 비중이 가장 높은 인물은 주연 양자경이다. 우선 양자경이 그동안의 필모그래피에서 액션 연기를 펼치는 역할을 많이 맡았던 것으로 보인다. 과거의 상영작들을 찾아봤을 때 여러모로 많은 사람들이 기억하고 있는 영화도 있다. 바로 <와호장룡>이다. 장첸, 주윤발, 장쯔이, 양자경이 출연한 이 영화. 웅장한 맨몸액션이 많은 이들에 기억에 남았다. 영화는 이 시절의 홍콩영화를 재현하듯 화려한 맨몸액션을 선보인다. 일단 양자경의 액션 연기는 정말 대단하다. 극에서 일대 다수의 연기를 펼치는 부분이 있다. 템포가 굉장히 빠르고 위에서 아래로 향하는 수직적 운동능력을 선명하게 잘 드러낸다. 이는 연기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이 에블린의 액션 신에서 싸움을 잘하는 에블린이 되는 계기가 있다. 영화는 이 에블린이 왜 쿵후의 달인이 될 수밖에 없는지 잠깐 보여주고 이를 편집술로 보여준다. 이는 편집 능력과 시너지가 있어서 관객으로 하여금 보는 재미를 선사한다. 구체적으로 상대방과의 액션 주고받기와 이 능력이 구현되기 위한 전제가 엇나가듯이 편집되며 시각적 쾌감을 선사하는 것이다. 이는 멀티버스라는 키워드를 관객들에게 설득하는 방식이기도 하다. 우리가 아는 지식 안에서 멀티버스란 것은 없다. 심지어 이 멀티버스의 묘사가 이 영화처럼 이뤄진다면 좀 허무맹랑하게 느껴질 수도 있다. 글쓴이는 이를 관객들에게 경제적으로 묘사하기 위해 액션을 삽입했다고 생각한다. 상황 자체를 많이 만들어서 그 룰대로 이어지는 이야기를 만든 것이다. 그럼 이야기에 통일성이 생긴다. 이런 토대의 튼튼함은 영화의 설득력으로 이어진다. ‘아. 그래서 그렇구나’라는 이해가 용이해지는 것이다. 이렇게 에블린의 액션은 단적으로 시각적인 쾌감만을 전하려고 제시되지 않았다.
또 웨이먼드 역을 맡은 조너던 키 콴의 액션 연기도 굉장하다. 이 웨이먼드 캐릭터가 맡은 역할의 액션 신은 비교적 초반부에 나온다. 어떤 행동을 하고 전투를 시작하는 웨이먼드. 이때 매고 있던 가방을 휘리릭 흔들며 전투태세에 돌입한다. 엥? 이거 어디서 봤는데? 갑자기 성룡이 생각난다. 역시 이 웨이먼드의 액션신에서 무언가를 오마주하고 있다. 바로 성룡의 쌍절곤 액션이다. 이는 그냥 얻어걸린 효과가 아닌 듯하다. 배우 조너던 키 쿠안이 성룡을 닮기도 했다. 또 원래 주인공을 양자경이 아닌 성룡을 계획했다는 걸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아무튼 이 액션은 영화의 가장 첫 번째 액션 시퀀스이기도 하다. 가방 끈을 쌍절곤 쓰듯이 두들겨 패는 웨이먼드. 극초반부에 유약한 모습만 제시됐던 이 캐릭터이기 때문에 이런 액션 신이 대비되는 느낌이 있다. 이는 앞에서 쓴 문단과 비슷한 맥락에서 좋은 효과를 낸다. 이 역시 멀티버스에 대한 설명이 되는 것이다. 그리고 반대 측면에서도 기능한다. 영화를 끝까지 보다 보면 이런 멀티버스를 통한 액션신이 웨이먼드라는 인물의 통일성을 보여주고 있다고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이렇게 영화의 연출이 멀티버스라는 모티브를 단순히 설정으로만 쓴 게 아니라 주제적인 측면과도 이어지게 설정했다. 똑똑한 연출의 힘이었다. 아, 이 두 주인공을 빼고 다른 액션 연기를 보여주는 인물들도 있다. 이 인물들의 액션도 잘 뽑았다. 그리고 영화를 보고 나서 강렬하게 기억에 남을 것이라 생각한다. 진짜 웃긴다. 이런 생각을 하는게 정말 또라이같다.
타율 높은 코미디
또 이 영화는 정말 웃긴 코미디 영화이기도 하다. 이 영화가 코미디로서 사용했던 소재는 두 가지다. 멀티버스를 통해 다중우주를 보여줬던 시각화와 영화의 핵심 아이디어다. 우선 이 영화가 장르적인 특성이 아닌 선에서 뽑을 수 있는 강점은 설득력이라고 생각한다. 에블린이 각각의 우주 속에 한 명씩은 있을 테니 각자가 온갖 직업을 다 갖고 있을 것이다. 그럼 이 직업인으로서의 광경 묘사에 있어서 구체적이지 않은 부분이 없다. 이 꼼꼼함 묘사가 ‘각종 직업의 에블린’에서 굉장히 강력한 코미디가 작동한다. (영화에 나오지는 않지만) 만약 글을 쓰는 에블린이 있다고 해보자. 그럼 글을 쓰는 특징 중 하나를 뽑아 영화에서 어떤 원동력으로 사용한다. 또 그림을 그리는 에블린이 있다고 해보자. 그럼 그림을 그릴 때 자기의 내면세계를 섬세하게 그려야 하기 때문에 감성적으로 풍부한 사람이 유리할 것이다. 영화는 탄탄한 이야기를 중심으로 왜 멀티버스의 에블린이 필요한지를 빼먹지 않았다. 영화의 설정을 단단히 하는 연출이 코미디 소스로도 작용하는 것이다. 이렇게 직업인으로서의 에블린을 가지고 코미디를 만들 때 절대 잊히지 않는 시퀀스가 있다. 바로 어떤 영화를 차용하는 것이다. 이 영화가 어떤 작품이고, 어떤 식으로 차용했는지를 쓰면 강력한 스포일러가 될 것이기 때문에 구체적으로 서술할 수는 없다. 그러나 본 영화의 리뷰를 하는 것을 하는 사람이 이 부분을 언급하지 않으면 왠지 직무유기처럼 느껴진다; 또 어떤 멀티버스 중에서 우리가 아는 인간의 물리법칙 외의 것도 있다. 이 부분 역시 골 때리게 잘 설정했다. 쓸데없이 상상력이 고퀄리티라서 놀랐다.
그리고 아마 영화에서 정말 중요한 아이디어가 됐을 키워드 ‘전환’이다. 영화의 메인 세계관은 주인공 에블린이 이끄는 시간대다. 그럼 다중우주 사이를 연결하는 매개체가 있어야 한다. 여기서 코미디 요소를 하나씩 추가한다. 제일 첫 번째 전환 방식은 적당히 상식 선에서 상황에 안 맞는다. 그런데 이 이후부터의 이야기는 생각하는 수위를 전부 뛰어넘는다. 단 하나 빼고 전부 예상외로 흘러갔다(그리고 이 ‘예상대로 간 코미디’도 정말 웃긴다). 당연히 이렇게 전형성을 탈피한 방식에 대해 구체적으로 다 말하면 재미가 없어진다. 이런 이유로 구체적인 소재가 뭐였는지는 쓰기 어렵다. 단지 분명한 것은 하나하나 다 생각지도 못한 방식으로 전개하기 때문에 관객의 머릿속에 선명하게 남을 것이다. 난 배우들이 제일 대단하다고 생각했다. 얼마나 웃겼을까? 자기들도 엄청 웃었을 것이다. 아무튼 이렇게 저비용 고효율의 코미디 요소로 사용하는 전환이지만 이것도 단지 웃기려고만 넣은 것은 아니다. 후술하겠지만 이 작품에서 전환이라는 키워드는 영화의 다양성에 대해서 이야기하는 지점이 있다. 우리는 (글쓴이 포함) 보통 세상 사람들을 판단하는 게 쉽다. 왜 저 사람은 저러고 있을까? 에 대해서 각자의 답을 내놓는다. 그런데 우리는 우리의 세상에만 살고 있기 때문에 단면적인 모습만 볼 수밖에 없다. 영화는 이 판단의 오류를 꼬집는다. 당연한 이야기일지도 모르겠지만, 색다른 방식으로 표현하는 것에 신선하다고 느낄 관객 분들이 많을 것 같다.
다양성에 관해
영화에서 중요하다고 볼 수 있는 설정이 있다. 바로 딸 조이의 퀴어 설정이다. 다양성은 우리 문화예술 매체에서 참 피곤한 소재다. 이른바 PC라고 불리는 이 것은 들어가기만 하면 왓챠피디아에서 투기장이 열린다. 피곤하다. 혹자는 ‘PC 묻었네’라고 영화나 드라마의 가치를 깎아내리기도 한다. 억지로 이런 코드를 집어넣었기 때문에 극의 흐름을 깨기 때문이다.
그런데 마음 한 편으로는 그런 생각을 해 본다. 멀티버스 안의 수많은 세상이 있다고 해보자. 거기에는 아시아 인이라는 인종이 아예 없다. 무조건 백인만 있는 우주가 있는 것이다. 그러면 <화양연화>를 볼 수 있을까? 아닐 것이다. <헤어질 결심> 역시 마찬가지다. <공조 : 인터내셔날>에서 사람들이 행복하게 웃는 모습을 볼 수 있었을까? 아닐 것이다. 이는 문화예술매체의 다양성에만 국한 짓는 이야기는 아니다. 이 영화에서 웨이먼드 역을 맡은 키 호이 콴이라는 배우는 경력이 중간에 끊겼었다. 유년시절 아역으로 이름을 날리던 이 사람은 아시아인 역 빼고는 아무것도 맡을 수 없다는 제약 때문에 배우로서의 커리어가 끊겼었다. 할리우드라는 큰 판에 단지 인종이라는 이유로 주류에 끼지 못한다는 것, 아니 낄 기회조차 없다는 것은 많이 불공평한 일이다. 이런 관점에서 보면 이 ‘PC’라는 것이 무조건 예술을 해친다고 볼 수 있을까? 글쓴이는 아니라고 생각한다. 마찬가지다. 단지 레즈비언이란 이유로 가족들에게 인정을 받지 못한다면 그 사람은 과연 어떤 문제가 있어서 그런 대접을 받아야 하는 걸까? 그 사람도 인간일 뿐인데. 역시 이런 측면에서도 이 사람들이 이런 대우를 받으라는 법은 없는 셈이다. 이 지점에서 이 PC라는 ‘정치적 올바름’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또 우리가 소수자들에게 좀 더 친절하고 따뜻할 필요가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이해가 되지 않는다고 윽박지르는 선 끝난다면 우리 세상의 모든 이야기를 설명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 알고 보면 그 사람의 우주를 전부 들여다봐야 하는 일인데도 말이다.
당신의 운명을 사랑할 수 있나요
가끔 그런 생각을 한다. 살아온 인생에 관해 생각하는 것이다. 어렸을 때부터 글을 더 많이 써왔으면 어땠을까. 공부를 열심히 해 좋은 학교에 들어가면 어땠을까. 막연한 질문은 끝이 없다. 이 질문은 나에게 또 다른 세상을 연다. 삶의 관문에서 막힐 때마다 이 지점으로 돌아와 나 자신에게 묻는다. 그때 왜 그렇게 하지 않았어? 되묻는다. 세상에. 내 운명이란 왜 이따위란 말인가. 지긋지긋한 멍청함 덕에 나 자신을 향해 한숨을 내뱉는다. 이 한숨은 다른 사람에게 향한다. 왠지 잔소리를 하고 싶어 진다. 에블린처럼.
하지만 그런 이들에게 잊히고 있는 부분이 있다. 바로 지금 현재의 우리도 각자가 생각했던 어느 순간을 살고 있다는 것이다. 비단 글쓴이만 해도 그렇다. 지금 여기서 글을 쓰고 있는 순간도 어렸을 때의 내가 바라왔던 모습이었다. 또 한편으로는 아직도 미련이 남는 지점이 있다. ‘그러면 안 됐는데’라는 생각으로 긴 시간 동안 후회하며 보냈다. 막상 이 글을 쓴다고 해서 그런 미련이 완벽하게 사라질 것이라고 보지 않는다. 그런데 이미 알고 있다. 그 선택을 했던 평행세계의 나도 맞이해야 할 필연적인 사건이 있다는 것을. 단지 그 일을 그렇게 보냈다고 인생의 모든 문제가 해결될 리는 없다. 가능성이란 그런 것이다. 더 이상 꿈꿀 수 있는 무언가가 있는 것. 어떤 선택을 하든 ‘통계적인 필연성’에 앞서 지금 없는 것에 가능성을 갖고 무언가를 바라는 것이 삶의 의미일지도 모른다. 영화는 이 가능성과 희망에 대해서 말한다. 아무 의미 없는 인형 눈알도, 세탁소에 찌들어 보내는 일상도, 밝게 웃는 딸의 웃음도 우리가 어떤 것을 꿈꿀 수 있는 개연성이 된다는 말과 함께 전한다. 모든 것을 모든 곳에서 경험할 수 있다고 하면 지금의 내가 느끼는 즐거움이 없었을 것이다. 인생은 그렇게 풀어야 하는 미스터리의 연속인 걸 너무 잘 아니까 우리는 영화를 보는 것 아니겠어?
메버릭의 박력을 멀티버스로
이렇게 다양한 키워드와 래퍼런스를 때려박은 이 영화. 앞에서도 썼듯 '이걸 다 머릿속에 주워 담아야 영화가 이해되는 거지?'라고 생각할 수 있다. 그러나 아니다. 영화는 이야기를 끌고 가는 인력이 어마어마하다. 일단 초반부 세탁소 시퀀스부터 BGM이 들어간다. 빠른 템포로 전개되는 이야기. 알파 웨이먼드가 에블린을 만나 이어폰을 꽂아주기까지 긴 설명을 하지 않는다. 바로 액션 삽입하고. 액션 중간에 코미디 요소도 있다. 다 짬뽕처럼 다 넣는다. 그 대신 이야기 전반적으로 멀티버스의 인물들마다 갖는 공통점이 무엇인가?를 중심으로 전개하기 때문에 이야기는 사실 간단하다. 후반부에 주인공 중 어떤 인물이 구체적으로 언급하기도 한다. 올해 5월에 <탑건 : 메버릭>이 개봉했다. 800만 관객을 동원하며 흥행에 성공했다. 이때 많은 분들이 이 영화를 좋아했던 이유가 톰 크루즈를 위시로 한 힘찬 에너지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마치 비행기로 활주로를 활공하는 듯한 갈등 구성이 영화가 다이내믹하게 느껴졌던 주요 연출 방식이었다고 생각한다. 이 <에브리씽 에브리웨어 올 앳 원스>는 <탑건 : 메버릭>만큼의 박력으로 구성되어 있다고 생각한다. 어떤 이미지가 나오면, 바로 그다음 정반대의 무언가가 나온다. 또 그 정반대를 대칭 찍고 완벽히 반대 측면에 있는 무언가가 나온다. 또 우리가 일반적으로 아는 화장법이나 의상이 나오는 것이 아니다. 어디서 본 적 없는 헤어스타일을 따라와서 보여준다. 그런 이상한 코디법을 받쳐주는 미장센까지 영화는 소재 하나하나가 신선하기 때문에 딸려오는 힘찬 에너지로 2시간 20분 내로 질주한다. 이 영화가 상영관을 얼마만큼 받을지는 모르겠다. 그런데 나는 이 영화가 <탑건 : 메버릭>보다 훌륭한 영화라고 생각한다. 후반부의 하이라이트 신에서 볼 수 있는 뭉클함, 코미디 요소로만 국한 짓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탑건 : 메버릭>이 이뤘던 성취를 더 크게 돌며 이뤘다고 생각한다. 색다른 경험이다. 분명 스포일러를 없이 쓰는 것 같은데 쓸 내용이 계속해서 나오기 때문이다. 올해 말 <아바타 : 물의 길>이 개봉을 앞두고 있다. 극장가의 허리케인이 되어 많은 관객을 흡수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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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MZ세대의 솔직한 연애이야기 ❤ 근데 이제 거기다 영화 얘기를 곁들인...(500일의 썸머, 건축학개론) ?
영화 드라마 모두 마사지하듯 시원하게 이야기로 풀어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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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G 케이플러스의 비주얼 모델들이 떴다!
모델돌 ATO6의 현우와 용국, 모델 출신 배우 고이진 그리고 여연희 까지~
훈훈한 남녀들을 모아놓고 달달한 연애영화를 주물러 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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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usic provided by 브금대통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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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킹스맨이 한국에서 성공한 이유 #3
환몽(幻夢) CINE 리뷰 3화_ 영화 '킹스맨 : 시크릿 에이전트'!
** 영상엔 영화의 스포일러가 포함돼 있습니다.
- 킹스맨 감독과 인물 소개 및 비화
- 킹스맨이 왜 유독 한국에서 성공했을까?
- 이 영화의 또 다른 주제
- 기타 영화 관련 썰 - 일루미나티 등
- 우리가 꼽은 명장면
- 몽's 한줄평
영화 '킹스맨 : 시크릿 에이전트'를 보고나서 마구 생각하고, 마구 떠들고 싶은 사람들을 위해 준비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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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로또쉐어> 30초 예고편
해마다 함께 여행을 떠나는 여섯 명의 친구들
이번 여행지에서는 또 어떤 즐거운 추억을 만들지 들뜬 설렘 속
갑자기 등장한 낯선 이방인 네 명과 조우한다.
그리고, 예상치 못한 거액의 상금에 덜컥 당첨된 로또 한장
하지만 로또의 행방이 묘연해지고 점차 그들 사이에는 기괴한 분위기가 감도는데...
우리 중, 범인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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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호스트: 접속금지> 메인 예고편
전 세계가 극찬한 100% 리얼 팬데믹 호러!
지금, 당신의 랜선미팅에 무언가가 접속했다!팬데믹, 락다운과 함께 자가격리를 시작한 ‘헤일리’와 친구들.
‘줌’을 통해 랜선 미팅을 연 그들은 금기를 어기고 영혼과의 대화를 시도한다.
위험한 놀이에는 혹독한 대가가 따르는 것도 모르는 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