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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itkatniss 2025-03-27 13:13:33

<더 폴: 디렉터스 컷>: 추락과 구원의 메타필름

영화 <더 폴: 디렉터스 컷>

2008년 개봉한 동명의 영화의 확장판인 <더 폴: 디렉터스 컷>은 무성 영화 시대의 로스 엔젤레스를 배경으로 한다.  

 

 

 

과수원에서 일을 하다 나무에서 떨어져 팔이 부러진 이민자 소녀 알렉산드리아는 LA의 병원에서 입원 치료 중이다호기심 많은 알렉산드리아는 하반신 마비로 입원한 스턴트맨 로이를 만나고둘은 로이가 들려주는 이야기를 통해 점점 가까워진다이야기는 블랙 밴디트를 중심으로 한 6명의 무법자가 악당 오디어스에게 복수를 하러 떠나는 서사시를 중심으로 한다현실과 환상의 플롯이 점점 서로 얽혀 가는 게 영화의 관전 포인트

 

제목에서도 알 수 있듯이 추락 (Fall)’ 은 영화에서 가장 중요한 모티프이다. <더 폴은 크게는 네 번의 추락을 통해 역설적으로 구원을 이야기한다. 

첫번째 추락은 알렉산드리아가 창문 밖으로 쪽지를 떨어뜨리며 시작한다쪽지는 아래층 병실 안의 로이에게 떨어지고이 만남을 계기로 로이는 알렉산드리아에게 자신이 지어낸 서사시를 들려준다알렉산드리아의 적극적 개입으로 약간은 엉망진창인 천일야화가 무르익던 중 로이의 꿍꿍이가 드러난다이야기를 미끼로 알렉산드리아에게 자살을 위한 모르핀을 가져오게 하려던 것

 

 

 

두번째 추락은 이야기와 현실에서 동시에 일어난다. 알렉산드리아가 가져온 약을 먹고 로이는 잠에 빠져든다’ (영어에서 잠에 빠지는 것을 ‘fall asleep’ 이라고 한다). 동시에 이야기 속에서는 로이를 대변하는 블랙 밴디트의 결혼식이 거행된다. 로이가 잠에 빠져드는 순간, 밴디트 또한 뒷머리를 가격당해 쓰러진다’. 몽롱한 로이 탓에 밴디트와 로이의 경계가 흐려지고, 그 틈을 타 알렉산드리아가 이야기 안에 새로운 캐릭터로 난입하며 환상과 현실이 선이 모호해진다. 


세번째 추락은 절망한 로이에게 약을 가져다 주려던 알렉산드리아가 의자에서 떨어지는 장면이다병상의 알렉산드리아가 꾸는 꿈은 하강의 이미지로 가득하다꿈 속에 등장하는 로이알렉산드리아의 아버지 등은 지속적으로 고통에 시달리며 쓰러지고 또 쓰러지기를 반복한다시간이 흘러 깨어난 알렉산드리아 옆에는 죄책감으로 엉망이 된(하지만 여전히 심하게 청초한로이가 있다자기 혐오와 죄책감에 시달리는 로이는 이야기를 끝까지 들려달라는 알렉산드리아의 말에 등장인물을 차례로 죽이기 시작한다밴디트 (로이또한 오디어스에게 겨우 한대 맞고 허리까지 오는 수영장에 엎어져 일어나지 못한다네번째 추락이다

서사시의 결말에 이르러 현실과 환상은 완전히 뒤섞인다이야기의 인물을 살려달라 애원하는 알렉산드리아의 말은 이야기 속의 밴디트와 동시에 현실의 로이에게로 향한다시종일관 이야기 속 밴디트를 ’ 로 정의하던 알렉산드리아는 로이와 밴디트를 동일시하며 네가 죽는 것이 싫다” 고 말한다그 순간 로이는 억눌렀던 울음을 터뜨린다작품 내내 반복된 하강의 이미지는 알렉산드리아의 격려에 의하여 상승의 이미지로 전환된다풀장에서 일어난 밴디트는 알렉산드리아를 번쩍 안아들고 담담히 오디어스의 별장을 떠난다로이 또한 계속 살아가기로 알렉산드리아와 약속한다

 

 

사진 출처: 아트 인사이드 

 

<더 폴>은 이야기를 만드는 사람들이 자신이 만든 이야기를 통해 구원받는 메타 픽션이다결말부 이야기 속 인물을 살려달라 애원하는 알렉산드리아의 진심은 이야기를 만들어 내는 로이에게 가 닿는다메타 픽션의 형식을 빌려 영화는 삶과 밀접한 이야기가그리고 타인과 그 이야기를 나누는 것이 어떻게 우리를 살게 하는지 이야기한다그런 점에서 알렉산드리아가 영혼을 구하는 성체를 로이와 나눠먹는 장면은 상징적이다더 나아가 <더 폴>은 이야기 중에서도 영화가 삶을 구원하는 힘에 대해 이야기한다로이와 처음 만난 알렉산드리아가 열쇠구멍 사이로 영사된 말의 그림자를 보는 장면결말에 드러난 스턴트 영화에 대한 애정그리고 로이의 영화를 보며 즐거워하는 환자들까지곳곳에 감독이 영화에 바치는 헌사가 묻어난다영화는 로이의 천일야화와 마찬가지로 치유의 능력을 지닌다한 번의 추락(Fall)으로 꿈과 다리그리고 사랑 모두를 잃고 부서진 로이는 결말부 병원에서 알렉산드리아와 함께 자신이 참여한 영화를 본다촬영 중 낙마 사고를 당한 장면을 긴장한 눈빛으로 지켜보는 로이 앞에는 안전히 말에 착지한 영화 속 주인공이 보여진다. 영화는 이어 붙인 컷으로 무너진 로이의 꿈을 복원하고, 마음의 상처를 봉합한다. <더 폴>은 컷과 편집이라는 영화의 기본 요소에 구원의 가능성을 부여하며 <파벨만스>, <클로즈 유어 아이즈>와 같은 위대한 메타 필름의 반열에 스스로를 올려놓는다



작성자 . kitkatnis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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